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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미녀들을 걸고 한 내기

by Frais Study 2020. 6. 23.

  부처님이 천 명의 아라한과 오백 명의 보살들과 함께 구류국 분유달수원에 계실 때였다. 그때 성안에
는 마하밀이라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그는 인색하고 욕심이 많았으며 불법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아
주 큰 부자로 수많은 재보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혜가 출중해서 그 나라의 스승이 되니 따르는 제
자가 오백명이나 되었고 국왕과 대신까지도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바라문에게는 일곱 명의 딸이 있었는데 모두 하나같이  절세미인일 뿐만 아니라 지혜도 뛰어났다. 그
러나 그녀들은 사치스러워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금은보화로 치장을 하고 수시로  옷을 갈아입으며 항
상 오백 명 의 시녀들을 거느린 채 교만을  떨었다. 게다가 그녀들은 말재주가 상당해서 구류국 안에는 
상대할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때 분유달이라는 사내가 그녀들에 관한 소문을 듣고 그 바라문의 집에 찾아와 말했다.
  "당신의 따님들이 절세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기를  한 번 하면 어떨까요? 뭇 사람
들에게 따님들을 보여 혹시 그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이 내게 오백 냥을 주고, 
그런 사람이 없으면 제가 오백 냥을 드리도록 하죠."
  바라문은 자신만만했으므로 그 사내의 말대로 내기를 했다. 그런데 석 달 동안 국내를 두루 돌아다녔
으나 그녀들을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약속대로 그 사내는 바라문에게 오백 
냥을 주었다. 그리고 분유달은 다시 바라문에게 말했다.
  "지금 부처님께서 기수원에 계신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일을 다 아시는 분
이니 거짓말을 하실 리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따님들을 부처님께 보여드리면 어떻겠습니까?"
  바라문은 좋다고 하면서 오백 명의 권속과 오백 명의 시녀들을 대동하고  딸들과 함께 부처님이 계시
는 곳으로 갔다. 그때 부처님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고 계셨다. 그들은  각각 부처님에게 절을 
한 후 한쪽에 가서 앉았다. 이윽고 바라문이 부처님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제 딸들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네
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그 말에 바라문을 꾸짖으셨다.
  "이 여자들은 모두 추할 뿐 예쁜 곳이라고는 한군데도 없구나."
  "어찌 유독 부처님께서만 이 아이들이 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온  나라 사람 중에 이 아이들
을 밉다고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자고로 아름다움이란 눈으로 색을 탐하지 않고, 귀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다. 또 코로 향기
를 맡지 않고 입으로는 좋은 맛을 탐하지 않는  것이 또한 아름다움이다. 몸으로 부드러움을 탐하지 않
으며 악한 생각을 품지 않는 것 역시 아름다움이다. 손으로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입으로 남을 험
담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교만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나고 죽는 이치를 아는 것이 아
름다움이다. 보시한 후에 복이 다름을 믿고 불, 법, 승 삼보를 믿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그저 얼굴이 아
름답다고 해서 진정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몸이나 옷의 아름다움 역시 마찬가지다. 이간하는 말과 거짓
말 역시 아름다움이 아니며 바른 마음과 생각이 곧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부처님이 말씀을 마치자 분유달은 바라문에게서 다시  오백 냥을 돌려 받았을 뿐만  아니라 내기에서 
결국 이기게 되었다.
  <불설칠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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