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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전래놀이

놀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by FraisGout 2020. 6. 20.

  놀이가 요즘 들어 왜 그렇게 중요하게 이야기되고 있을까? 놀이를 들여다보면 뭔가 중요한 요소가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이 어떻게 작용하기에 그러할까? 아이들에게 놀이는 생활이요 삶이라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른들이 하는 고스톰에서 아이들 오락,그리고 아주 어린 아이들의 작은 몸짓도 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어렸을 때 하던 것이 놀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그것을 가르치거나 이론적으로 접근하려면 이러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왠지 어럽게만 느껴집니다. 여기에서는 놀이의 특징과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놀이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고 놀이의 중요성,놀이와 교육과의 관계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놀이의 뜻과 특징 그리고 의미
    조상들의 놀이관
  우리 나라는 놀이문화가 빈약하다'는 말을 꽤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잘 놀고 흥이 많은 민족은 드물 것입니다. 때가 바뀌면 바뀐 대로,명절이면 명절대로 갖가지 놀이가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했습니다. 지금도 놀이를 수집하러 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신명나게 노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가장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영종도에서 놀이를 수집할 때였습니다. 땅에 달팽이를 그리고 한 편은 밖에서 안으로, 다른 편은 안에서 밖으로 뛰어가다가 만나는 곳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달팽이 놀이. 옆에서 지켜보는 놀이 방법보다 안쪽 또는 바깥쪽을 향해 팔을 휘돌리며 달리는 모습과 자기 편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아이들에게서 우리 조상들의 신명을 발견한 것입니다. 또 한 예로 연변에 놀이 수집을 갔는데 그 곳에서 만난 연변조선족 실험소학교 교장선생님은 '우리 조선족은 한족이나 다른 민족과 비교할 때 흥이 많고 노래와 춤을 잘 추는 민족입니다'라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면서 학교에서도 이런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구태여 [삼국지]위지동이전에 실린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는 민족"이란 기록을 밝히지 않더라도 우리 민족은 예부터 놀이를 삶으로 여겨 왔음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특히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는 언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도 임산부를 보면 어른들이 "아기가 잘 노는가?"라고 물어 보십니다.또한 엄마도 아기가 잘 노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모든 신경을 쏟습니다. 여기에서 '논다'는 것은 '살아 있다'와 '건강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만약 아기가 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잘 노는가에 주의를 기울여서 낳았는데 낳고 나서는 그 아이가 정말 잘 노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놀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쓰는 '사람 노릇','어른 노릇'에서 '노릇'은 '놀+읏'의 합성어로 어간이 '놀다'의 '놀'입니다. 사람 노릇을 잘 하는가를 조상들은 제대로 놀 줄 아는가 그렇지 못한가로 가늠했던 것입니다.
  그 밖에 놀이를 어간으로 하는 말로는 '노래'와 '노리개'등이 있습니다. 노래의 옛말은 '놀'입니다. 즉 '놀'에서 '아래 아'가 연음되어 노래가 되고 탈락하여 놀이가 된 것입니다. 노래와 놀이를 같은 의미로 파악한 것이지요. 노리개의 옛말도 '놀이개'입니다. 즉 놀이와 명사형 어미 '개'가 붙어서 노리개가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놀이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매개로 파악 하였기에 우리 놀이가 그 어느 민족보다도 풍부하고 잘 다듬어질 수 있었던 것니다. 그러나 요즘 놀이가 들어가는 말은 어떠합니까? '놀기만 하니?','놀기 대장이야','그만 놀고 공부 좀 해라','노느라 정신이 팔려서~'등 모두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놀이는 시간 낭비나 아이들의 장난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건강하기를 바란다면 조상들의 놀이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놀이에 대한 새로운 관(긍정적인 놀이관)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놀이의 특징과 삶에서의 의미
  보통 놀이의 요소로 자발성,일탈성,재미 그리고 열린 구조를 꼽습니다. 이 네 가지 요소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을 때 놀이라 할 수 있으며,학습을 위한 수단이나 심성을 계발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엄밀히 따져서 놀이라 할 수 없습니다.이런 놀이는 일상에서 아이들에게 되풀이되지 않고 쉽게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그럼 이 네 가지 요소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 봅시다. 놀이의 요소로서 첫번째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입니다. 자발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사고 및 행동에 있어 남의 교시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의 힘으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즉 타율이나 타성의 반대가 되겠지요. 놀이에 있어서 자발성은 놀이의 시작과 끝에 관여합니다. 즉 놀이를 할 것인가 말것인가, 그리고 계속할 것인가 그만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개개인의 자유 의사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에 의해 억지로 놀이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놀이라 할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는 경우를 봅시다. 한 아이가 고무줄 놀이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면 주위에 있는 아이들 중 하고 싶은 아이는 참여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겠다는 자발적 의사에 의해 놀이는 시작됩니다. 이 때 억지로 함께 하자고 해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그만입니다. 지도를 받아 해 보는 놀이는 놀이라 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교육입니다. 그러나 이런 교육을 받아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또는 지도자와 함께 자발적으로 하자고 해서 놀아진다면 이는 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놀이에서의 자발성은 삶에 있어서 책임감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깡통차기를 할 경우 술래가 되어 골탕을 먹는 경우라도 끝까지 술래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바로 자기가 원해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힘들다고 그만둔다면 그 사람은 다음 놀이에 참여할 자격을 박탈당함으로써 그만두는 일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기가 결정해서 시작한 일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은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납니다. 어떤 일을 시작했다가 끝을 맺지 못하거나 어려움이 생겼다고 그만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놀이를 통해서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대고 놀 줄 아는 아이는 자기가 맡은 일에 끝까지 책일을 다하는 품성을 지니게 됩니다. 또한 자발성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기여합니다. 공부하려고 하는데 어른이 공부하라고 소리치면 공부할 맘이 싹 달아나는 것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시키거나 요구해서 어떤 일을 할 때의 모습과 자신이 원해서 할 때는 일단 자세와 의욕부터 다른 것이 인간입니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어떤 사람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품성을 사람들은 어디에서 얻고 배우는 것일까요? 바로 놀이에 열심인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와 같은 품성이 길러지는 과정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해바라기나 하고 다른 아이들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거나 방해하는 아이와, 놀이의 주인이 되어 열심인 아이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놀이의 두 번째 요소인 일탈성에 대하여 알아 보겠습니다.
  일탈이란 "어떤 시간이나 장소에서 벗어남"을 뜻하며 놀이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놀이의 세계에 몰입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놀이는 일상적 호은 실제의 생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놀이는 실제의 삶에서 벗어나 아주 자연스러운 일시적 활동의 영역에서 행해집니다. 흔히 '놀이의 세계'라고 표현하는데 그 세계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일상과 다른 세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놀이 세계에 통하는 규율이 있고 일상의 공간이 아닌 놀이공간이 마련되는 셈이지요. 이는 정신세계뿐 아니라 현실적 시.공간의 의미에서도 일상적 영역과 구분됩니다. 아이들이 공기놀이 하는 광경을 봅시다. 세 아이가 공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 아이가 혼자말로 "16살에 꺾기 16살에 꺾기 ..."를 되풀이해서 외고 있습니다. 다음 자기 차례가 되면 꺾기부터 할 심산입니다. 16살 꺾기를 중얼거리며 다른 사람이 죽는가를 살피는 동안 그 아이는 숙제할 걱정,학원 갈 걱정, 밥 먹을 생각 등 일상
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즉 공기놀이의 세계에 가 있는 셈입니다.
  흔히 놀이판이라고 이야기하는 '판'의 의미는 고유의 시간과 영역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과 놀이는 서로 다른 '판'에서 행해짐으로써 각각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이비 콕스는 [바보제](foll festival:현대사상사,1973)에서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은 축제에 있다고 지적합니다.즉 인간만이 축제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축제는 인간을 인간답게 할 뿐만 아니라 삶을 가치롭고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놀이에서의 일탈성은 하이비 콕스의 지적대로 삶을 가치롭고 풍부하게 해 줍니다. 놀이에 몰두해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는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되풀이되는 일상은 참으로 짜증스럽습니다. 주어진 일과며 해야 할 일들이 늘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삶입니다. 이런 일상적 삶만 주어진다면 인간은 정신병에 걸리거나 자살하고 말 것입니다.
  놀이에서 일탈성은 이처럼 일상적 삶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깨우쳐 줍니다. 즉 숙제할 걱정이나 시험 볼 걱정 등에서 온전하게 벗어나는 길은 그와 같은 조건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입니다. 완전히 벗어날수록 덜 불행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결 할 문제에서 무책임하게 도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일상의 짜증을 벗어 버리기 위해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영화를 보는 식의 일탈입니다. 어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짐으로 다가왔을 때, 그 문제가 삶의 전부인 양 몰입하여 자신의 다른 능력을 망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바로 청소년 비행이라든지 극단적으로는 자살로 드러 나는 경우입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입니다. 놀이에 빠져 일상을 잊고 상대방이 금을 밟았느니 규칙을 어겼느니 하는 사이에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멀리 달아나 있게 됩니다. 어른들은 한 번 화를 내면 오래 가는데 아이들은 금방 풀어지는 것은 바로 놀이 경험에 의한 깨침 덕분입니다.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문제와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놀이를 함으로써 몸과 마음으로 깨닫게 되는 겁니다.
  또한 일탈성은 창의성.상상력과 관계 있습니다. 창의성이란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고 상상력은 현재의 모습이나 현상에서 벗어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 모두가 고정관념을 깼을 때 가능합니다. 놀이에서의 일탈성은 현재에 있으면서 현재 밖에 있는 상황을 가능하게 해 주고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 줍니다. 이는 삶에 여유와 가치를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음은 놀이의 세 번째 요소인 재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재미란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맛,흥미 있는 일"로 놀이를 존재하게 하는 핵심적 요소입니다. 만약 어떤 놀이가 재미없다면 다시는 그 놀이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각 놀이는 그 놀이만이 가진 재미가 있습니다. 쫓고 쫓기는 재미, 겨루어 이기는 재미 등 놀이마다 조금씩 재미가 다르므로 여러 가지 놀이가 생겨났으며,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놀이를 발전시키는 원천입니다. 한 번은 "왜 매일 오징어 놀이를 하니?" 하고 한 명씩 불러 여럿에게 물어 보았더니 "재미있으니까요"라고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가 있게 하고 또 아이들이 다시 놀이를 찾게 하는 현실적 요소는 바로 재미 입니다. 그런데ㅜ 이 재미는 옆에서 지켜보거나 가르쳐 주는 사람이 대신 느껴 줄 수 없는,순전히 노는 사람만의 것입니다. 마치 아름다운 꽃을 보고 대신 느껴 줄 수 없는, 순전히 노는 사람만의 것입니다. 마치 아름다운 꽃을 보고 대신 아름다움을 느껴 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놀이에서의 재미는 스스로의 삶이 값지고 살만한 일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갖고 계속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일은 바로 재미를 얼마나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은 즐거워하면서 하고 어떤 사람은 지겨워서 마지못해 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볼수 있습니다. 모든일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재미있는 놀이를 많이 해 봄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 놀아본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 어찌 삶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겠습니ㄷ까? 조상들이 제대로 놀 줄 모르는 사람은 커서도 사람 구실을 못한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듯싶습니다.
  또한 재미는 여러가지 문화와 관계합니다. 예술가들의 삶은 일이지만 그안에는 재미가 내재되어 있어 즐거운 삶을 살아갑니다. 이는 일상적 일과는 다른 어떤 재미를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기에 일과 삶이 즐거울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열린 구조와 삶과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열린 구조란 고정되어 있고 닫힌 상태가 아니라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틀을 말합니다.놀이에서 열린 구조란 놀이판에서 부터 놀이 규칙, 놀이 인원 모두가 개방적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에서는 이런 열린 구조를 찾기가 힘듭니다. 놀이를 잘 하거나 못 할 때 깍뚜기를 시킨다든지, 새로운 친구가 왔을때 끼워 주거나 끼워 주지 않는다든지 놀이 방법이 어렵거나 너무 쉬울 경우 규칙을 바꾼다든지 등의 열린 구조는 놀이가 가진 특징 중 참으로 가치있는 것입니다. 이런 열린 구조는 사물에서부터 인간 관계 모두를 고정된 것으로 보기보다 변화 가능한 것으로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 합니다. 즉 모든 일을 주체적으로 사고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유지시키는 데 자기 의사를 반영하게 됩니다.
  또한 열린 구조는 창의성과 수용성 등에도 기여하여 그 사람의 삶에 융통성과 주체성을 마련해줍니다. 놀이를 가르친다고 할 때 단지 몇가지 놀이를 해 보게 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놀이의 여러 요소를 바르게 이해하고 또 이런 요소가 아이의 삶에 영향을 주는 깨침으로 다가갈때 비로소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놀이와 교육
  요즘 어린이들이 어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놀지 말고 공부 좀 해라"입니다. 입시에 시달리는 중.고생은 말할 것 없고 초등학교 심지어는 취학전 어린이들도 심심치 않게 듣는 말입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흔히 할 수 있는 이 말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숨어 있습니다. 즉 "노는 것과 공부는 상반되며 놀이는 공부를 방해하는 시간 낭비기에 공부를 위해선 (일등만을 요구하는 사회에 적응하려면)놀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놀이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 공부나 일과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입니다. 놀이가 어린이 발달에 공헌하는 역할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1 놀이는 몸을 골고루 잘 자라게 합니다. 어린이들은 많은 활동을 하며 자라야 하는 시기입니다. 밀고 당기고 치고 도망가고 심지어 다투면서 아이들의 몸은 각 부분이 골고루 발달합니다. 땀이 흘러 꾀죄죄한 얼굴에 검게 그을려 뛰노는 아이와 툭하면 감기며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허연 아이들을 비교해 봅시다. "난 어릴때 병원이란 데가 있는지도 모르고 자랐다"라고 30~40대 어른들은 이야기 합니다. 물론 형편이나 조건이 여의찮아 그랬겠지만 소아과에 아이들이 늘 북적이는 오늘날과는 하늘과 땅 차입니다. 근육과 뼈 등 몸의 각 부분이 자기 자리를 장아 가는 유아와 어린이 시기에 이를 강화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스스로 사용하면서 단련해야 하는데 놀이는 제반 여건을 가장 효율적이고 자연스럽게 해결해 줍니다.
  
2 놀이는 사회성을 길러 줍니다. 잠시라도 틈이나면 같이 놀려고 하는 것이 어린이 들입니다. 그들은 함께 노는 동안에 친구가 되며 사람 사귀는 기술을 저절로 익히게 됩니다.즉 상대방을 받아 주고 양보하고 차례를 지키며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 주고 약속을 지키는 등의 사회생활을 놀이를 통하여 경험하는 것입니다. 또한 어린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성공적으로 어울려 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이런 제반 요구가 곧 사회 생활의 기초를 습득하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놀이는 언어 발달과 원활한 대인 관계 등을 촉진하여 사회성을 기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형제가 많아 여럿이 함께 자란 아이와 외톨이로 자란 어린이의 언어 사용이나 대인관계를 살펴보면 많은 차이가 나는데 이는 곧 놀이 기회가 많고 적음에 따른 결과이며 실제 이를 증명하는 논문도 여러편 발표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이를 하다 보면 종종 다투는 모습을 보는데 이는 "옳다" 또는 "그르다"는 놀이 규칙에 관계됩니다. 놀이 규칙은 놀이를 성립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이 규칙이 바로 사회의 도덕적 기준을 자연스레 배우게 합니다. 아이들은 놀이하는 과정 속에서 친구들과 협동하며 친하게 노는 것만이 아니라 경쟁도 하고 싸워 보면서 그야말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3 놀이는 긍정적 자아관을 심어주고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줍니다. 놀이는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생각 또는 행동의 긍정적 면을 확대 발전시켜 주고 부정적 면을 축소 근절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건전한 정서 발달을 돕습니다. 놀이 속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욕구나 소망과 실제의 그것들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제 생활에서 충족시키지 못한 욕구와 소망이 놀이에서 충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엔 사랑을 독차지하였는데 동생으로 인하여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여기는 아이가 인형놀이를 통하여 인형을 아기라고 하면서 때리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는 인형놀이를 하면서 가지고 있던 불만을 해소하게 되고 이는 곧 정서적 안정을 찾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또한 심하게 야단을 맞은 아이가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돌아와서는 언제 야단 맞았냐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바로 놀이를 통하여 불만을 해소하고 안정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놀이는 어린이 스스로 놀이를 계획하여 진행하고 마무리짓는 전체 과정을 총괄함으로써 문제 해결 능력을 기름과 동시에 현실감 있는 자아상을 그려 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소꿉놀이를 통해서는 아빠도 되고 엄마도 되어 보면서 자기 주변을 이해하고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가족간의 갈등을 해소하게 됩니다. 이는 심리적 불안으로 야기된 정서불안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이용되어 놀이치료라는 학문으로 정착되었습니다. 따라서 심한 우울증이나 정서불안을 가진 아이들도 전문적인 놀이 치료를 받기 이전에 적당한 양의 놀이 기회를 제공하여 불만을 토로할 수 있게 배려한다면 아이는 쉽게 불만을 표현하고 이를 긍적적으로 개선하여 정서적 안정을 찾을 것입니다.
  
4 놀이는 창의성을 자극하고 키워 줍니다. 어린이들은 호기심이 많은 것이 한 특징입니다. 여러 가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에 스스로 많은 것을 터득하게 됩니다. 비눗방울을 가지고 놀다가 무지개를 발견한다든지 그림자 놀이를 하면서 빛의 성질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주위 사물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는 차의성을 자극받게 됩니다. 또한 놀이는 정해진 틀 속에서 나름대로 변화의 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규칙과 방법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가운데 더 나은 놀이를 계발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놀이가 발전하고 아이들의 창의성도 융통성 있게 발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놀이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고 학습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일을 실험해 보고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이와 같이 놀이는 어린이들이 현실 세계를 가상의 놀이 세계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게 하는데, 이는 곧 창의성 발달로 이어집니다. 그밖에 호기심은 사물을 관찰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며 나아가 모든 사고의 주인으로 자라날 수 있게 합니다. 무엇을 하고 놀까? 어떻게 놀아 볼까? 하고 눈망울을 굴리는 아이의 초롱초롱한 모습은 그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5. 놀이는 그 사회의 문화를 계승하고발전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우리 나라 개는 멍멍하고 짖고 미국 개는 바우바우 하고 짖어 댑니다. 우리 아이들은 공기놀이와 실뜨기에 익숙하여 젓가락 사용을 잘 하는데 서양 아이들은 블록이나 도미노에 익숙하여 식사할 때 포크를 잘 사용합니다. 세게 어느 나라에도 놀이가 있고 그 놀이는 그 민족이나 문화를 가장 함축적으로 대변합니다. 농경을 주로 하던 우리 민족은 따뜻한 기온과 사계절의 구분이 명확한 자연 조건 속에서 다양한 놀이를 발달시켰고, 그 놀이 속에서 자연과 더 친숙해지고 사회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국적 불명의 문화가 판을 치는 것도 어쩌면 우리 놀이의 단절에 따라 아이들이 국적 불명의 어린이로 자라나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와 같이 ‘교육’과 ‘놀이’는 서로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 교육에서 다룰 수 없는 인간교육을 놀이가 수행함으로써 서로 조화를 이루며 건강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합니다. 이제 우리 교사들은 놀이는 공부와는 별개리며, 공부하는 데 거추장스럽고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여기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3.놀이 지도시 유의할 점
놀이 지도에 있어서 교서의 역할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땅에 그리고 하는 놀이에서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그리게 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 나라 놀이의 약 70%가 땅에 그리고 하는 놀이이고 이 책에서도 많이 소개 했습니다. 땅에 그리고 하는 놀이를 자꾸 그려 주게 되면 어린이들은 자기들끼리 놀 때 누군가가 그려 주어야만 놀 수 있게 절음발이 지도가 됩니다. 따라서 처음에 크기며 방법을 설명할 때 한 개만 예로 그려 주고 스스로 그려서 놀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치원이나 저학년 아동의 경우 필요에 의해 그료 줄 수 있습니다. 언젠가 필자가 운동장에 호미로 오징어와 달팽이를 굵게 그려 놓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워졌지만 바탕은 남아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쉽게 그려 노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놀이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시도해 볼 만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2. 놀이 규칙에 대한 판정을 요구할 때 되도록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합니다.“선생님, 금을 좀 밟아도 죽어요?”, “옷을 쳤는데도 죽어요?”등 어린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규칙에 대해 놀이하다 말고 달려와 올바른 판정을 기다립니다. 저는 그 때마다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합니다. 몇 번 그렇게 하면 어린이들은 더 이상 물으러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놀이하는 어린이들끼리 미리 그 상황에 대해 약속을 하게 합니다. 조금 밟으면 안죽고 반 이상 밟으면 죽는다든지 조금 밟아도 죽는다든지 등을 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자기들끼리 놀이할 때도 모든 상황을 놀이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정하게 되고 그럽으로써 놀이의 주인으로 서세 됩니다. 그러나 처음 놀이의 규칙을 가르쳐 줄 때에는 놀이에 대한 판정을 명확히 내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의 판정은 놀이 규칙을 가르쳐 주는 것이니까 진정한 의미의 판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3. 놀이 규칙의 변화를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한 어린이가 안경놀이를 할 때 안경알을 세 개 해도 되냐고 물어 보러 왔습니다. 답은 ‘맘대로’였습니다. 그래서 안경알이 서너 개 늘어난 변형 안경놀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여섯 명씩 했을 때와는 달리 인원이 더 필요하게 되었고 급기야 옆에서 하던 어린이들이 모여 열 명 이상이 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놀이를 스스로 변화시켜 하면서 아이들은 더욱 재미있어합니다. 자신들이 만든 것에 대한 성취감과 변화에 대한 만족감이 그 놀이에 더 애착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를 인정해 주는 것이 어린이들이 놀이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4. 놀이하다 싸우게 될 경우 가능하면 어린이들 스스로 해결하게 합니다. 놀이를 많이 하고 잘 하는 아이들은 놀이하면서 잘 다투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놀이를 하게 하면 다투는 시간이 노는 시간보다 더 많음에 실망하게 됩니다. 이는 아이들이 거칠거나 성격이 난폭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놀이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따라서 근본적 치유를 위해서는 놀이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따라서 싸움이 일어나면 그냥 둡니다. 놀이판에서의 싸움은 하나의 자연스런 현상이고 이런 과정을 거쳐 아이들은 작은 사회의 위계질서를 만들어 갑니다. 물론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고 있다면 멈추개 해야겠지만 되도록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아이들도 싸우다 보면 재미있는 놀이를 더 이상 못하게 되고 시간만 끌기 때문에 서로 자제하게 됩니다.
  
5. 놀이 도구는 스스로 가져오거나 만들어 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건에 대한 애착은 자기가 그 물건에 대한 시간과 관심을 얼마나 쏟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놀이 도구를 그냥 제공하면 그 물건의 가치를 소홀히 여기게 되고 망가지면 또 달라고 합니다. 쌩쌩이를 만들기 위해 단추를 줄 것이 아니라 집에서 부모님께 이야기해서 큰 단추를 가져오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시간을 내서 여러 가지 놀이 도구를 직접 만드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이상의 놀이 지도시 유의할 점은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배운 놀이가 학교나 동네, 가정에서 어린들의 문화로 되살아나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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