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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지구를 지키는 환경과학

by Frais Study 2020. 5. 28.

 

1장 오존층에 뚫린 구멍

구멍 뚫린 하늘, 그 원인과 대책을 찾는다

 

"지구를 지켜 주는 생명의 엷은 막,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다."

마치 공상 영화에서나 나옴 직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인간을 비롯해서 수많은 생물체가 지구 위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분명한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오존층 파괴로 일어나는 대규모적인 환경 파괴로 자칫 인류 문명 자체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오존층이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길래 전 인류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것일까? 또한 오존층의 파괴는 어느 정도일까? 그러면 오존층 파괴의 실상과 원인, 그리고 오존층 파괴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와 그 해결 방안 등을 알아보기로 하자.

 

오존층의 형성과 역할

 

오존층은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기 시작한 최근에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지구를 보호하는 생명의 층'이니 하고 마치 새삼스러운 일인 것처럼 수선을 떨고 있지만, 오존층은 지구상에 인류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니까 오존층은 수십억 년에 걸친 지구의 역사에서 산소와 함께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 온 것이다.

지구는 지금으로부터 46억 년 전에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가 막 태어났을 때의 원시 대기는 지금과는 달리 주로 수소와 헬륨 등의 가벼운 기체 성분이 지구를 두텁게 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수억 년 후에 원시 대기는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의 강한 흐름인 태양풍으로 지구에서 모두 쏠려 나갔다. 그러자 화산과 온천 등을 통해서 수증기, 이산화탄소, 질소 등의 기체가 지구 내부로부터 분출되었다. 이 때부터 오랜 시간을 걸쳐서 현재와 같은 대기 성분이 만들어졌다.

현재의 지구 대기는 대부분 질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다. 대기 중에 포함된 산소는 그 대부분이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의해 생겼다. 최초의 광합성은 지금으로부터 약 28억 년 전에 원시적인 식물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대기 중에는 광합성 과정에서 나오는 산소가 기나긴 세월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쌓여 왔다. 그리하여 6억 년 전의 선캄브리아 대 말기에는 지금의 산소 농도의 10% 이상이 되었다.

오존층은 이 산소와 자외선이 함께 작용해서 만들어진다. 태양은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에서부터 적외선까지 여러 가지를 모든 방향으로 내뿜고 있다. 이처럼 태양이 방출하는 열, 전자기파, 자외선, 적외선 등을 모두 통틀어 '복사' 라고 부른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빛, 즉 가시 광선도 이러한 복사 중 하나이다. 오존층은 대기 중에 쌓여 있는 산소가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자외선을 받아 광화학 작용이라 불리는 화학 작용을 일으켜서 형성되었다. 그러면 광화학 작용을 통해 오존층이 형성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산소 원자 두 개로 이루어진 산소 분자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을 받으면 반응성이 매우 높은 산소 원자로 분해된다. 이 산소 원자가 다른 산소 분자와 결합해서 오존을 만든다. 반대로 오존에 자외선을 쪼이면 쉽게 산소 분자와 산소 원자로 분해된다. 이 과정은 여러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오존의 양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산소 분자를 분해시키는 자외선의 세기는 높은 상공일수록 강하다. 또한 산소 분자가 모여 있는 밀도는 지표에 가까울수록 높다. 따라서, 생성되는 오존의 밀도가 가장 높아지는 일정한 위치가 생긴다. 이 곳이 바로 오존층의 중심이다.

태양의 자외선 세기가 가장 강한 곳은 적도 부근 상공이므로, 오존은 이 부근에서 매우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상공에서 만들어진 오존은 뜨거운 것은 올라가고 차가운 것은 내려오는 대류 작용에 의해서 움직인다. 온도가 낮은 겨울철을 맞고 있는 고위도 지방에서 오존은 모두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오존층은 봄철의 고위도 지방이 가장 두껍게 된다.

대기 중에서 오존이 만들어지면 오존은 태양 광선을 흡수하여 태양 광선에 포함되어 있는 자외선에 의해서 분해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남는 태양 에너지는 열이 된다. 또한 이 때 오존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 산소 원자와 산소 분자는 다시 재결합 반응을 일으켜서 오존을 만드는데, 이 반응에서도 열이 나온다. 따라서,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열들이 쌓여서 오존이 존재하는 층은 그 아래층보다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하여 높은 곳의 상공일수록 온도가 상승하는 '온도 역전층', '성층권'이 생긴다. 성층권의 높이는 지상 10킬로미터에서 50킬로미터 사이이다.

성층권은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윗부분의 온도가 아랫부분보다 높다. 따라서, 대류에 의한 혼합이 일어나기 어려워서 안정된 성층을 형성한다. '성층'이란 단어는 본래 '차곡 차곡 쌓여져 있는 층'이란 뜻을 갖고 있다. 오존은 바로 그 성층권 내부에 보존되므로, 결과적으로 '성층권 오존층'이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오존층은 지구상의 생물들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양에서는 우리 지구의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근원적인 에너지가 나온다. 하지만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광선들이 모두 생물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다. 자외선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A파와 B, 그리고 C파 등 3가지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 C파는 파장이 가장 짧으며 오존층에서 흡수되어 지표까지는 거의 도달하지 않는다. A파는 원래 약해서 사람들에게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피부 껍질 밑의 진피까지 침투해서 주름을 생기게 하거나 늘어지게 하여 피부의 조로증을 일으킨다. B파는 여름철 바닷가 모래 사장에서 햇빛을 오래 쬐고 나면 피부를 거무스름한 빛으로 태우는 자외선이다.

이처럼 자외선은 보통 가시 광선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적당한 양의 자외선은 우리 몸에 비타민 D를 만들어 주는 등 유익한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오존층은 생명의 기본이 되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포함해서 생물의 중요한 세포 분자를 파괴하는 짧은 파장의 자외선을 대부분 흡수한다. 따라서, 오존층이 파괴되면 오존층이 막아 주던 유해한 자외선이 그대로 지상에 내리쬐어 여러 가지 피해가 나타난다.

 

점점 커지는 오존 구멍

 

1985년 남극 '핼리베이'에 기지를 둔 영국 남극 탐사대의 과학자들은 어느 날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남극에서 상공 12--24킬로미터 지점(성층권 하부)에 있는 오존층이 계속해서 감소해 왔으며, 특히 매년 봄(우리가 살고 있는 북반구에서는 가을인 9--10월경)에는 오존층에 그야말로 구멍이 뚫린 것처럼 오존의 양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198710월에 조사한 결과로는 남극의 오존층에 뚫린 구멍이 점점 커져서 미국 대륙의 넓이만큼이나 되었다고 한다. 양극 지방에 오존 구멍이 생긴 이상, 사람들이 살고 있는 다른 곳의 하늘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또 다른 관측 결과를 보자. 미 항공 우주국이 이끄는 국제 조사단이 최근 밝힌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69년 이래 미국, 캐나다, 서유럽, 러시아, 중국 및 일본 등을 포함한 위도 상공의 오존층은 3% 가량 줄어들었으며, 알래스카와 스칸디나비아 상공에서는 겨울철에 6%나 감소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그 동안 추측했던 것보다 사태가 3배나 더 심각하다는 뜻이다.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기상 이변 등의 일과 연관되어 이제는 사람들도 더 이상 환경 문제를 소수 환경 보호론자들의 경고가 아닌,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문제로 파악하게 되었다. 따라서, 신문이나 TV에서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주 환경 문제가 보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해부터 여러 신문사, 방송국이 앞장서서 쓰레기 줄이기 운동, 환경 보호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마 가장 황당하게 들리는 소식은 오존층 파괴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니,' 인류가 지은 죄가 얼마나 크길래 하늘에 구멍이 뚫리게 된 것일까.

 

오존층 파괴의 주범

 

남극에서 봄이 올 때마다 커져 가는 오존층 구멍에 대한 원인을 두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벌어졌다.

처음에 오존층 파괴는 두 가지로 설명되었다.

하나는 그 현상을 화학적으로 설명하려 한 것이다. 남극 상공에서 CFC라는 화학 물질과 오존, 그리고 그 밖의 화학 물질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상호 작용에 의해 오존이 파괴되었다는 설명이었다.

또 하나는 대기의 흐름을 이용한 설명 방법이다. 극지 특유의 회오리바람과 -80도의 찬 기온, 그리고 독특한 남극 성층권의 구름이 서로 작용해서 위쪽으로 올라가는 공기의 흐름인 상승 기류를 만들어서 이 상승 기류에 의해서 오존층에 구멍이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남극의 오존층에 대한 연구는 이미 1957년부터 영국의 과학자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대적인 장비를 동원해서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이런 대규모 연구에 동원되는 측정 장비들에는 하늘에서 샘플을 채집하기 위한 기구, 사진을 찍기 위한 인공 위성, 항공기, 그리고 지상 관측 장비들이 있다. 대규모로 일어나는 환경 오염의 연구는 이러한 장비의 발달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런 첨단 과학 장비들을 사용해서 얻어진 결론은 남극 상공에서 일어났던 오존층의 파괴는 단순한 기류의 이동에 따른 현상이 아니라 CFC라는 화학 물질에 의해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별 생각 없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각종 분사제와 냉각제가 바로 그 범인이었다. 이런 것들이 지구의 위기를 몰고 오는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세상 사람들은 너무나 뜻밖의 일이어서 벌렸던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다.

오존층 파괴의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분사제와 냉각제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었던 프레온 가스였다. 프레온 가스의 본래 명칭은 '염화불화탄소'이고, 이를 간단히 CFC라고 한다. 미국에 있는 화학 물질 제조 회사 뒤퐁 사에서 이 염화불화탄소에 '프레온 가스'라는 상품명을 붙여서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은 프레온 가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CFC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미국 오하이오 주 데이턴에서 태어난 화학자 '토마스 미즐리'(1889--1944)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늘날 자신의 발명품이 지구의 모든 생물을 파멸시킬 정도로 해롭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CFC를 발견하고 난 뒤 이 화학품이 독성이 없고 불에도 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구경꾼 앞에서 CFC가스를 마음껏 들이마신 뒤 촛불에다 불어 갈채를 받기도 했었다.

프레온 가스는 탄소의 주위를 염소와 불소로만 둘러싼 분자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냄새도 없고, 독성도 없으며, 불에 타지도 않고, 화학적으로도 안정해서 산업 분야에 폭넓게 이용될 수 있다. 한 마디로 천하 무적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70년대 초까지 주로 탈취제나 살충용 스프레이의 분무제로 쓰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분무제보다는 냉장고나 에어컨을 차게 식혀 주거나 일회용 식기 등을 만드는 플라스틱 거품을 만드는 발포제라는 것으로 쓰인다. CFC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컵라면이나 햄버거 등을 담는 그릇을 만든다는 사실을 아마 여기서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람이 많을 것이다.

프레온 가스는 또한 컴퓨터를 만드는 반도체나 정밀 부품의 세척에도 쓰인다. 외양상으로는 아주 깨끗한 느낌을 주는 이런 첨단 산업도 알고 보면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공해 산업이다.

잘 변하거나 분해되지 않는 천하 무적에다 여러 가지 용도에 쓰이는 팔방미인인 이 CFC는 바로 이런 장점들 때문에 오존층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CFC는 화학적으로 안정하기 때문에 대기권(지상에서 10킬로미터 상공까지)으로 방출된 뒤에도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쉽게 성층권(10--50킬로미터 상공)가지 올라가서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CFC는 강력한 자외선의 공격을 받아 분해된다. 이 때 생기는 것이 염소 원자(Cl)이다. 염소 원자는 산소 원자 세 개가 약하게 결합되어 있는 오존을 파괴한다.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염소 원자 하나가 10만 개의 오존 분자를 파괴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일단 공기 중으로 방출된 CFC는 수십 년간 살아 남아 있으면서 계속해서 오존층을 파괴한다. CFC가 성층권에 도착하려면 20--30년이 걸리며, 성층권에 도착한 후에는 300년 간이나 머무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부터 CFC의 사용을 줄인다 해도 이미 소비된 CFC 때문에 오존층의 파괴는 계속될 것이다.

 

예상되는 피해

 

오존층이 파괴되어 유해 자외선의 양이 증가되었을 경우 우리들의 생활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이미 불길한 징조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상되는 피해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들의 건강에 끼치는 피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지상에 내리쬐는 자외선의 양이 늘어나면 피부암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것은 오존층이 파괴되면 가장 유해한 C파 자외선이 우리의 피부에 직접 내리쬐기 때문이다. 가령 오존층이 1%만 감소해도 미국에서는 피부암 환자가 2만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존이 2.5% 줄어들면 47만 명의 새로운 피부암 환자가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발표도 있다. 이미 자외선이 내리쬐는 강도가 높은 극지방에서는 피부암의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오존 파괴에 의한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지나치게 강한 자외선은 망막에 많은 피해를 입혀 백내장 환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망막은 눈알을 감싸고 있는 내벽으로 물체의 상이 맺히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백내장에 걸리면 수정체가 흐려져서 시각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앞으로는 외출할 때면 싫든 좋든 모두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어떤 사람들은 그 날의 자외선의 강도를 알려 주는 '자외선 일기 예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이다.

남미의 일부 지역에서는 장님이 된 토끼들이 떼를 지어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이 목격된 적이 있다. 토끼의 눈은 사람보다 훨씬 예민하기 때문에 우리가 입게 될 피해를 미리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오존층의 파괴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인간들의 잘못으로 애꿎은 동물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식물들도 결코 안전하지 않아서 분명 자외선에 의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200여 가지의 주요한 작물 중에서 75%는 자외선에 맥을 못 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작물에 자외선을 쬐어 보았더니 수확이 25%나 줄었다고 한다.

육상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식물들이 피해를 입고 죽어 간다면 바닷속의 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오존 구멍 때문에 증가한 자외선은 육상에 사는 동물들뿐만 아니라 바다에 사는 해양 생물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많은 학자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오존층 감소에 민감한 생물로 플랑크톤을 들고 있다. 플랑크톤은 바다에 떠다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이다. 플랑크톤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식물성 플랑크톤은 육상 생태계의 식물과 비슷하다. 바닷속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육상의 식물처럼 광합성 과정을 통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한다. 식물들은 육상 생태계의 밑바닥을 떠받쳐 주는 먹이 그물의 생산자 역할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식물성 플랑크톤은 바다 생태계의 먹이 그물에서 맨 밑바닥을 차지하고 있다.

오존층에 생긴 구멍으로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10% 늘어난다고 생각해 보자. 플랑크톤 무리들은 치명적인 자외선을 피해 더 깊은 물 속으로 피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깊은 곳에서는 햇빛이 부족해서 광합성을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식물 플랑크톤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식물 플랑크톤이 사라지게 된다면 식물 플랑크톤을 잡아 먹는 동물 플랑크톤이 사라질 것이다. 동물 플랑크톤 이외에도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와 물고기의 유생들이 죽게 된다. 예를 들어, 갑각류에 속하는 크릴 새우가 사라지면 이 새우를 먹고 사는 고래와 펭귄들은 먹이를 구할 수 없어서 굶어 죽게 된다. 이렇게 육상 생태계와 해양 생태계가 차례차례 무너지고 나면 사람들도 버티기 어렵다.

옛날에 탄광에서는 가스 폭발의 위험을 미리 알기 위해 카나리아를 사용했다고 한다. 새장 속의 카나리아가 죽으면 사람들에게도 위험이 닥쳐온다는 신호여서, 미리 피할 수 있었다. 오늘날의 플랑크톤들은 오존층의 감소를 예고해 주는 현대판 카나리아가 되고 있는 셈이다.

 

오존층을 복구하기 위한 과학적인 노력

 

19906,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각국에서 여러 사람이 모였다. 이제 환경 문제가 전 인류의 공통된 시급한 과제가 된 것이다.

여기에 세워진 대책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프레온 가스의 사용을 중단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프레온 가스는 모두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의 프레온 가스와는 달리, 오존을 파괴하는 염소 원자를 포함하지 않는 새로운 대체품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대체품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결점은 생산비가 비싸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산 기술을 향상시켜 생산비를 감소시키는 것이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밖에도 과학자들에 의해 여러 가지 시도가 연구되고 있다.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는 방법 말고도 오존층 파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처 방안으로써, 대기 중에 존재하는 오존의 양을 인공적으로 늘러 오존층을 되살려 보자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오존 발생 장치를 거대한 비행선에 실어 성층권으로 띄운뒤 줄어드는 오존을 보급하자는 계획이다. 비행선을 이용하면 대량의 오존을 한꺼번에 발생시킬 수 있고 비용도 덜 들게 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오존을 파괴하는 염소 원자를 없애는 방법이다. 지상에서 전파를 발사하여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소 원자를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는 염소 이온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개발된다면 오존층 파괴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환경 오염은 우리들의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상품 시장에도 그 변화의 물결은 어김없어서 자외선 차단을 위한 신기술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자외선 차단 화장품이다. 그러나 이런 화장품을 이용해도 자외선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한다. 그래서 자외선 차단 티셔츠가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보통 티셔츠는 우리에게 내리쬐는 모든 자외선의 절반도 채 차단하지 못한다. 하지만 새로 나온 '솔라위브'라는 옷감은 특수한 직조 방법과 자외선을 차단하는 특수한 염료를 사용해서 염색을 하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다.

그 밖에도 강한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암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위험한 자외선에 대한 노출도를 측정하는 시계도 개발되었다. 이 시계를 차고 있으면 시계가 자외선의 강도와 시간을 측정해서 일광욕을 하는 도중 자외선의 양이 지나칠 경우 경보를 울린다.

지금까지 소개한 것은 오염된 환경으로 일어난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환경 상품이었다. 하지만 더 바람직한 환경 상품은 환경 오염을 막아 주는, 환경을 생각하는 상품일 것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기업에서는 '그린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환경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오존층 파괴의 범인으로 주목받던 프레온 가스가 들어 있는 분사제 대신 LPG를 사용한 분사제가 그 한 예이다. 또는 다시 재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부품들로 만들어진 세탁기나 냉장고, 절전형 컴퓨터 등 여러 가지 가전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ff

2장 대기 오염

죽음의 비를 내리는 대기 오염의 실체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 5주일, 물을 마시지 않고 5일을 견딜 수 있지만, 공기를 마시지 않고는 단 5분밖에 살 수 없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음식물 1.4kg, 2.3kg을 섭취하는 데 비해 공기는 무려 15kg이나 섭취해야 한다.'

이렇게 인간 생명에 필수적인 공기도 점점 오염이 심해지고 있다. 사람은 단 한 순간도 공기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공기가 깨끗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공기는 여러 가지 오염 물질이 전파되는 통로로 이용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의 연구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이 장에서는 대기 오염으로 일어나는 현상인 스모그와 산성비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피해와 대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 개발되고 있는 과학 기술을 살펴보기로 하자.

 

스모그

 

태양계에 속해 있는 별들 가운데, 지구는 두텁게 쌓여 있는 대기층으로 파랗게 빛나는 아름다운 별이다. 만약 먼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들이 우리 지구를 처음 발견한다면 '아름다운 녹색 별'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처럼 대기층은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 중에서 지구를 가장 뚜렷이 돋보이게 해 준다. 우리 인간을 비롯해서 수많은 생물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것은, 적절한 압력(대기압)과 산소를 포함한 적당한 대기 성분이 지구를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귀중한 대기가 날이 갈수록 오염되어 더러워지고 있다. '대기 오염'이란 공기 중에 한 가지 오염 물질이나 여러 가지가 혼합되어 만들어진 복합 오염 물질들이 나타나서 인간이나 동식물, 그리고 생물은 물론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인공적인 건축물에까지 해로운 영향을 기치는 것을 말한다.

대기 오염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런던에서 일어났던 스모그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스모그=대기 오염'으로 여길 만큼 스모그는 대기 오염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스모그란 말은 연기(somke)와 안개(fog)의 합성어이다. 공장이나 가정의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이 안개와 섞여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스모그는 도시에 따라 그 특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스모그를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런던 형 스모그''로스앤젤레스 형 스모그'로 나누기도 한다.

런던에서 일어났던 스모그는 '스모그'란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우리들에게 일깨워 주었던 최초의 사건이었다. 런던 형 스모그는 산업화가 진행 중인 나라들에서는 대부분 한 차례 경험했던 일이다. 이 스모그는 산업용이나 난방용으로 석탄계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 발생한다. 특히 겨울에는 난방용 연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스모그가 많이 생기게 된다. 하루 중에는 이른 아침에 많이 발생한다. 더욱이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에는 오염 물질이 바람에 날려 가지 않아서 스모그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런던은 '안개의 도시'라는 별명처럼 항상 짙은 안개에 싸여 있는 도시이다. 런던에서는 오래 전부터 대기 오염이 큰 사회 문제가 되었다. 13세기에 이미 영국 국왕 에드워드 1세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영국에서는 증기 기관이 처음 발명되어 증기 기관차, 증기 기관을 이용한 지하철 등이 세계 최초로 사용되었다. 그 때문에 가뜩이나 안개가 많은 런던 시는 19세기부터 매연에 시달렸다. 따라서, 매연 단속을 목적으로 19세기경부터 위생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1952년의 런던 스모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계속해서 스모그로 인한 사망자가 생겼었다.

그 악명 높은 런던 스모그 사건이 일어난 때는 1952125일부터 9일까지 5일간이었다. 1952124일 목요일, 아침은 상쾌하게 밝아 왔다. 기온은 4도 전후였다. 그러나 맑은 날씨는 차가운 공기가 서유럽을 가로질러 영국에 가까이 다가오면서 바뀌기 시작하였다. 정오가 되자 아침부터 불어 오던 따뜻한 바람이 돌연 멈추면서 수백 제곱 마일에 이르는 템스 계곡에 대륙에서 건너온 차가운 기운이 가득 자리잡았다. 찬 공기는 아래, 더운 공기는 위에 자리잡아서 공기의 흐름이 멈추는 '역전층' 현상이 나타나고,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해가 져서 냉기가 심해지자 모든 가정에서는 난방을 위해 많은 양의 석탄을 땠다. 그리하여 그 날 밤에는 수십만 채의 굴뚝에서 배출된 연기와 아황산 가스가 안개와 섞이게 되었다. 스모그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하룻밤이 지난 125일 금요일의 런던은 오염된 대기의 짙은 안개 속에 휩싸여 버렸다. 대부분의 런던 시민들은 이 짙은 안개 속에서 혼란을 일으켰다. 대낮이었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렸지만 시야가 너무 흐려 충돌 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다. 도로는 거의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수천 명의 운전사들은 안개 속에 자동차를 버려 두고 걸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날 밤은 습도가 100%, 기온은 6도 전후로 대기는 죽은 듯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다음 날인 6일 토요일에 안개는 런던 외곽으로까지 확산되고, 고든필 역에서는 안개로 인해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템스 강을 따라 오르내리던 배들의 운행도 일제히 금지되었다. 토요일 밤도 여전히 습도가 높고 추웠다. 가정에서는 석탄을 계속 땠다.

다음 날 7일 일요일에는 사태가 더욱 악화되었다. 많은 지역이 대낮에도 짙은 안개 때문에 밤처럼 어두웠다. 안개 속을 걷는 것조차 위험하였다. 안개는 계속 걷힐 줄을 몰랐고, 기온은 변함없이 낮았으며, 공기의 움직임도 없었다. 8일 월요일에도 피해는 계속되었다. 런던 교 역에서 만원인 통근 열차가 충돌하였다. 또 주말 휴일이 끝났기 때문에 공장에서도 매연을 내뿜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런던 시 전체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달리 짙은 안개에 싸여 있는 모습을 눈으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런던의 각 지역에서는 사망자 수가 평상시보다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빗발쳤다. 신문 기사는 스모그 관련 기사로 채워지고, 독자들은 언제 이 스모그가 사라질 것인가에 모든 관심을 기울였다. 다행스럽게도 8일 월요일 밤 남서풍이 불기 시작하여, 9일 아침 6시에는 스모그가 사라졌다.

스모그가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는 것은 이미 금요일에 분명히 나타났다.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는 그 어느 때 보다 많았다. 시내에서는 스모그의 악화와 함께 쓰러지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금요일 스모그 발생 후 12시간 만에 런던 시의 사망률은 38%나 늘어나서, 평상시보다 114명이나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토요일에는 스모그에 의한 사망자가 209명으로 늘어났고, 사망률은 71%가 상승했다. 일요일에는 다시 사망률이 3배로 높아져서, 스모그에 의한 사망자는 602명이 되었다.

화요일 아침, 스모그가 사라진 후에도 스모그에 의한 후유증은 계속되었다. 화요일은 아주 쾌청한 날씨였지만, 스모그에 의한 사망자는 500명에 이르렀다.

1213일까지 스모그에 의한 사망자는 2,800명을 넘어섰고, 그 다음 주에는 1,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불과 4일간의 스모그로 4,000여 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그 뒤에도 스모그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 다음 해 2월 중순까지는 추가로 8,000명의 사망자를 기록하는 대참사를 빚었다.

런던 스모그가 원시적인 공해였다면, 로스앤젤레스의 스모그는 그 복잡함과 다양성에서 현대 공해의 모습을 특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현대의 대기 오염에 관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은 사실상 로스앤젤레스 사건의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최초로 문제가 된 대기 오염 물질은 분진이라고 불리는 먼지였다. 공장 굴뚝과 쓰레기 소각로에서 나온 도시의 먼지는 1940년대에 하루 약 100톤에 머물었지만, 1946년에는 거의 400톤으로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1947년부터는 먼지를 모아서 제거하는 집진기 설치가 의무화되었고, 야외에서의 쓰레기 소각을 금지하였다. 이 조치가 효과를 거두어 2년 안에 먼지의 양은 하루 200톤으로 줄어 들었다.

그러나 1943년 로스앤젤레스에는 희끄무레하고 때로는 황갈색을 띠면서 눈을 따갑게 하며 눈물이 나게 하는 안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이 새로운 오염 물질을 영국 런던에서 만들어진 용어를 사용해서 '스모그'라 불렀고, 그 원인을 이산화황으로 추측했다. 이산화황은 황을 포함하고 있는 석탄과 기름을 태울 때 발생하는 물질이다. 로스앤젤레스 시는 이산화황을 제거하기 위해 꾸준히 연료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배출되는 이산화황의 양은 점차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모그 현상은 점점 악화되었다.

한편 눈을 따갑게 하는 스모그 안개의 진정한 원인이 대기 중의 보이지 않은 오염 물질에 햇빛이 작용하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서 밝혀졌다. , 태양 광선을 받아 활성화된 질소 산화물이 휘발유 폐기물과 같은 유기 화합물과 섞여 눈에 보이는 '과산화아세틸질산화물'이란 길다란 이름의 유독성 오염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런던 스모그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로스앤젤레스 스모그에는 '광화학 스모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런 정보를 입수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스모그 통제 방법을 찾았다. 우선 대기 속으로 배출되는 탄화수소의 양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정유 공장의 배출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가했다. 그 결과 정유 공장을 비롯한 석유 산업에서 나오는 탄화수소의 배출량은 점점 줄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로스앤젤레스의 스모그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갔다.

과학자들은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 스모그의 발생 원인을 조사했다. 이렇게 해서 새로 알려진 원인은 자동차 사업이었다.

과학 기술이 가져다 준 편리한 도구로 이미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 가스가 범인이라는 것이다. 이 배기 가스에 함유된 여러 가지 독성이 대기를 오염시키고, 인체에 해를 미치는 공해 요소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등장한 자동차가 공해 제조기가 된 것이다. 결국 로스앤젤레스의 스모그 사건은, 현대 과학 기술의 성공작이었던 자동차가 환경이란 측면에서는 기술적 실패작이 되는 표본적인 사례가 되었다.

자동차 시대가 열린 지는 벌써 1백 년이 지났다. 전세계의 자동차 숫자는 20세기에 들어설 때만 해도 2만 대 미만이던 것이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15백만 대로 늘어났고,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3억 대를 넘었다.

우리 나라의 증가 속도도 이에 못지 않다.

1984년 말에 38만 대 정도였던 서울의 자동차 대수는 19911월에 드디어 100만 대를 넘어섰다. 이것은 2.8가구당 1, 10명당 1대의 자동차를 소요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의 주요 도시에 비하면 아직 크게 못 미치는 형편이지만,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하루 평균 72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가히 엄청난 양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자동차 대수의 급격한 증가는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자동차 배기 가스가 일으키는 공해는 너무나 다양하다.

배기 가스에는 여러 가지의 대기 오염을 일으키는 화학 물질이 거의 모두 망라되어 있다.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산성비를 내리게 하고 식물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황산화물, 질소 산화물, 광화학 스모그를 일으키는 탄화수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오늘날 광화학 스모그는 로스앤젤레스와 같이 햇빛이 강한 곳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세계 도처의 대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의 공기 속에는 광화학 스모그를 일으키는 질소 산화물, 탄화수소와 함께 공장에서 나온 아황산가스, 유기 화합물, 먼지 등 자연적인 공기 속에서는 발견되지 않던,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물질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오늘날 서울의 하늘은 런던 스모그와 로스앤젤레스 스모그가 모두 나타나고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남산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온통 뿌연 안개에 뒤덮인 것 같다.

 

죽음의 비

 

스모그와 함께 대기 오염으로 일어나는 대표적인 현상은 산성비이다. 산성비의 주 발생 원인도 역시 배기 가스와 공장에서 배출되는 매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산성비는 유럽에서는 '초록의 페스트(흑사병)', 중국에서는 '공중 사신', '공중귀'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릴 만큼 나날이 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보통의 비는 산성도를 나타내는 수소 이온화 농도(pH)를 측정해 보면 약 5.6정도이다. 산성비는 이보다 낮은 수치의 값을 가지기 때문에 산성을 나타낸다. 대기 오염이 심하면 pH 3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식초가 pH 3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빗물의 산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최근 우리 나라에 내리는 산성비는 혀에 닿을 경우 잘 익은 김치를 먹는 것과 같은 정도의 진한 산성을 띠고 있다.

산성비는 자동차 배기 가스나 공장으로부터 배출되는 각종 매연으로부터 나오는 아황산가스와 질소 산화물 등의 오염 물질이 빗물에 녹아 들어가서 황산이나 질산을 포함한 강한 산성을 띈 비가 된 것이다.

이런 산성비가 국경 없이 넘나들면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1950년대 초부터였다. 서독에서는 지난 86년 전체 삼림의 55%가 산성비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70년대 초 가로수로 심어진 삼나무가 집단적으로 죽은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또한 1973년경부터 관동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주민들이 목구멍의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에서는 호수나 늪에 사는 물고기가 죽어 가고 삼림이 말라 죽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캐나다는 산성비의 원인을 미국 중서부 지방의 공장 지대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 때문이라고 하고, 북유럽에서는 독일 등의 산업 지대에서 배출되는 매연 속에 들어있는 공해 물질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산성비가 일으키는 피해는 모든 생태계와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일어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사람이 산성비를 장시간 맞게 되면 눈이 충혈되는 안질, 목과 피부가 따가워지는 피부 질환과 호흡기 질환 등이 일어난다.

산성비의 피해가 삼림의 고사에 의해서 맨 처음 드러났던 것처럼 산성비는 수목의 성장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

산성비가 내리게 되면 보통 때는 토양 입자와 결합되어 있던 철, 알루미늄, 망간 등 금속 이온들이 토양 속의 산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용해된다. 이렇게 용해된 금속 이온들은 뿌리에 흡수되는 물을 통해서 식물 속으로 들어가 식물의 대사 작용을 방해한다.

호수나 늪이 산성화되면 그 안에 이루어져 있던 생태계는 전멸하고 만다.

산성비가 생태계에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다. 금속이나 돌을 부식시켜 건축물이나 문화재를 파괴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산성비에 가장 취약한 돌의 종류는 대리석이나 백운석(돌로마이트)인데 석회석 함량이 많은 시멘트도 산성비로 상당히 약해질 수 있다. 대리석으로 된 건축물이나 조각품들은 산성비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크다. 건조한 상태로 침강된 황은 습기가 존재하면 탄산칼슘(대리석)과 반응하여 황산칼슘이 된다. 황산칼슘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비가 내리면 씻겨져 나가게 된다. 이렇게 산성비 속에 포함된 황이 일으키는 화학적 부식 작용은 대리석으로 된 건물이나 조각품을 약하게 만들어 바람, 비 등 물리적인 풍화 작용이 함께 일어날 경우 매우 빠른 속도로 부식하게 만든다.

산성비는 석재 외에도 여러 가지 금속들을 부식시킬 뿐만 아니라 페인트를 퇴색시키거나 건물들을 시커먼 색깔로 변색시키기도 한다.

산성비에 의한 문화재 피해는 전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귀중한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유럽의 경우는 그 피해가 아주 심각하다. 미국에서도 자유의 여신상이 산성비로 크게 파손되어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산성비는 겨울이 되면 산성눈으로 변해서 각종 공해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 나라의 겨울에 서울 지방에 내리는 눈의 수소 이온 농도를 재어 보면 pH 4.0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눈은 이제 결코 겨울의 낭만이 아니라 하늘에서 쏟아지는 '백색의 공포'가 된 셈이다.

산성눈은 피해면에서 산성비와 별로 차이가 없다. 특히 사람들은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하지만, 눈은 별 생각 없이 흠뻑 맞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산성눈 이외에 산성 안개가 발생하기도 한다. 산성 안개의 경우에는 발생 횟수가 많고 식물과 접촉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더욱이 pH 3 전후의 산성도가 높은 안개도 관측되는데, 이 정도가 되면 식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산성 안개가 발생하는 공기 중에는 대기 오염에 의해 발생한 오존 등이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존과의 복합 영향에 의한 삼림 피해가 일어나기 쉽다.

이런 산성비 피해의 특징은 국경이 없이 범지구적으로 일어나는 공해라는 점이다. 인접한 여러 나라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이 날아다니며 여러 나라에 산성비를 내린다. 따라서, 산성비의 연구와 피해 방지 대책은 국제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 내리는 산성비의 오염도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산성비의 오염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물론 1차적으로는 늘어나는 자동차와 대기 오염 물질 때문이지만, 최근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유황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구름에 의한 영향일 가능성도 있다. 산성비 문제는 전세계 국가들의 공동 노력 없이는 그 해결이 불가능한 셈이다.

 

대기 오염을 줄이는 과학

 

대기 오염을 일으키는 오염 물질들은 대부분 공업 활동의 부산물로 산업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다.

대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오염 원인 물질의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다. , 오염 물질을 만들어 내는 발생원을 제거하는 방법이 최선의 길이다.

오염 물질 발생원에는 공장의 굴뚝처럼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서 오염 물질을 뿜어 내는 고정 오염 발생원과, 자동차처럼 이동하면서 오염 물질을 퍼뜨리는 이동 오염 발생원이 있다. 하지만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하여 자동차나 공장을 모두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현재 각 나라에서는 오염 물질 중에서 가장 해가 많은 오염 물질의 배출량을 법으로 규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기 오염 물질은 여러 종류의 유기 물질을 포함해 그 종류가 수백 가지나 된다. 그래서 이 중에서도 발생량이 많고 유독한 것을 골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오염 물질에는 황산화물, 질소 산화물,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분진, 할로겐 화합물, 오존 및 방사성 물질 등이 있다. 이런 물질들에 '환경 기준치'란 것을 정해 놓고, 그 이상 배출되지 못하도록 감시와 규제를 하고 있다.

아황산 가스는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물질로 오랜 기간에 걸쳐 들이마실 경우 호흡기에 장애를 일으킨다. 이것은 주로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 연료를 태우는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아황산 가스가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아황산 가스는 공기 중의 수증기와 반응하면 수증기에 녹아 황산이 된다. 그래서 산성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질소산화물로는 일산화질소와 이산화질소가 있다. 이런 물질들은 주로 자동차의 배기 가스나 난방 기구에서 발생한다.

질소 산화물은 물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공기 중의 수증기와 작용해 질산을 만들어 금속을 부식시킨다. 또한 아황산 가스와 마찬가지로 역시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 이산화질소는 햇빛을 흡수해서 대기를 뿌옇게 만들어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앞을 잘 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토마토나 오렌지 같은 농산물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높은 농도의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면 성장이 느려지고 수확량이 줄어든다.

또 이산화질소는 만성 폐질환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고, 어린이에게는 기관지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이산화질소는 햇빛을 받으면 분해될 수 있다. 이 분해된 물질이 탄화수소와 결합하면 광화학 스모그가 생긴다.

일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대단히 안정된 물질이기 때문에, 대기 중에 방출된 뒤에도 2--4개월 가량이나 변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다. 일산화탄소는 물질에는 해를 끼치지 않지만, 인체에는 나쁜 영향을 준다. 우리의 핏속에는 산소와 결합해서 몸 속의 조직 세포에 산소를 전달하는 헤모글로빈이란 물질이 있다. 이 헤모글로빈에 의해서 우리들이 들이마신 산소가 몸 속 구석구석까지 전달된다. 그런데 일산화탄소는 산소와 헤모글로빈의 결합력보다 230배 이상이나 더 강력한 힘으로 헤모글로빈과 결합한다. 그래서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 몸 속의 조직 세포에 배달되어야 할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가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몸 속에 산소 공급이 차단된다. 따라서, 폐 질환, 두통, 현기증이 뒤따른다. 연탄 가스 중독의 원인이 바로 이 일산화탄소이다.

또한 산성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생원의 검토뿐 아니라 삼림에 기치는 피해를 미리 막기 위해서 대기 오염에 강한 나무를 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나무들이 오염에 견딜 수 있는 힘을 조사해서 특히 대기 오염에 강한 나무를 가로수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기 오염 물질의 주 발생원은 공장의 매연과 아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자동차의 배기 가스이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연료의 품질이 나쁠 때에는 많은 양의 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따라서,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줄이려면 유황 성분이 적게 들어간 석유를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는 지금의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업적인 공정 자체의 개량도 연구되고 있다. '바이오 리액터'를 사용해서 환경에 조화를 이루는 공정이 바로 그것이다. 바이오 리액터란 효소나 미생물을 이용해서 유용한 물질을 얻고자 할 때, 이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말한다.

인공적인 환경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려면 고온과 고압의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필연적으로 오염 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바이오 리엑터를 사용하면 저온, 저압의 환경에서도 효율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자연에 무해한 순환형 공정을 실현시키는 일이 가능해진다.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자동차는 현재 두 가지 정도의 연구 방향이 있다.

첫째, 대기 오염을 심하게 유발시키는 승용차를 철저히 단속하고 규제하는 일이다. 현재 이루어진 조사에 의하면 전체 자동차가 일으키는 대기 오염의 절반은 전체 승용차의 10%가 그 범인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10대 중 1대 꼴밖에 안 되는 적은 숫자의 자동차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오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운행 중인 승용차 중 대기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만 해도 공기는 지금보다 2배 이상 깨끗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대기 오염의 주범이 되는 자동차를 보다 빨리 정확하게 알아내는 장치가 개발되었다.

원격 오염 모니터라는 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장치는 고속 도로 출구에 있는 교통 초소 속에 은밀하게 설치된다. 비디오 카메라와 연결된 이 모니터는 공기 오염의 제한치를 넘어서는 자동차의 번호를 어렵지 않게 기록할 수 있고, 그 기록을 근거로 위반자에게 소환장을 보낼 수 있다.

그 동안의 실험 결과 이 탐지기의 측정 착오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 탐지기의 장점은 어떤 기상 조건에서도 가동할 수 있고, 또 밤낮없이 시간당 12백 대의 오염 배출 차량을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치의 탐지 방법은 우선 승용차의 뒤쪽 배기관에서 나오는 배기 가스 속을 겨냥하여 적외선을 쏜다. 빛을 받은 배기 가스는 이 빛의 파장을 바꾼다. 파장이 바뀐 적외선은 도로 반대쪽에 설치된 거울에 반사된 다음, 다시 다각형 모양을 한 소형의 탐지 장치로 되돌아오게 되고,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파장의 변화를 바탕으로 배기 가스의 수치를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이 탐지기가 차 한 대의 배기 가스의 수준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초도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은 배기 가스의 양을 줄일 뿐이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따라서, 두 번째 방법은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저공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저공해 자동차들로서 연구되고 있는 것들에는 전기 자동차, 메탄올 자동차, 수소 자동차 등이 있다.

@ff

3장 기후와 지구 변화

기후 변동과 온실 효과, 그리고 이산화탄소에 얽힌 비밀

 

기후는 날씨와는 달리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일어나는 대기의 변화이다. 날씨라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덕을 부릴 수 있지만, 기후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어떤 나라나 한 지역의 기후는 큰 변화 없이 거의 일정한 모습으로 반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가령 우리 나라의 경우라면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장마철이 찾아온다. 따라서, 자주 홍수 피해를 입는 지역에서는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제방을 쌓고, 수로를 손질하는 등 여러 가지 준비로 바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예상과는 달리 갑작스럽게 기후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큰 비가 내리고, 한창 더워야 할 때에 날씨가 서늘해지는 일도 있다. 이처럼 갑작스런 기후 변동을 이상 기후, 또는 이상 기상 현상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이런 일들이 30년에 한 번 꼴로 아주 드물게 일어났다. 하지만 요즘은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정도도 심해지고 있다. 좀처럼 홍수가 나지 않던 곳에 큰비가 내려 강물이 넘치고, 지구 다른 곳에서는 수십 년 만에 한 번 나타날 큰 가뭄이 들어 곡식들이 말라 죽는다. 요즈음에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의 뉴스에서 이런 보도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이상 기후 현상이 인간들에게 끼치는 피해는 엄청나다. 폭우와 폭설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가뭄으로 먹을 것이 없어진 나라에서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 이렇게 되자 많은 사람들은 지구 전체에 무엇인가 이상한 일 이 일어나고 있다는 불안감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상 기후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이 장에서는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해 알아보고,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그 해결책을 알아본다.

 

환경 문제와 기후 변동

 

기후란 일정한 기간 동안에 일어나는 대기의 변화를 평균한 것이다. 따라서, 기후는 특정한 시각의 대기 상태를 의미하는 날씨와는 구분된다. 기후계와 그 환경은 지구가 탄생한 이래 오늘날까지 장구한 지질 시대를 거쳐오면서 변해왔고, 또 앞으로도 변화를 계속할 것이다.

기후가 긴 지질 시대를 거쳐가면서 변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대체로 19세기 중반경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하지만 기후가 수십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도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19세기 말에야 알려졌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나는 기후의 변동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자, 기후 변동은 환경 문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기후 변동이 중요한 환경 문제로 등장하자 기상 전문가들이 그 원인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연구가 진행되자 그 범인이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게 되었다. 짧은 기간 동안 갑작스런 이상 기상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은 산업의 발달로 각종 공해가 심해진 때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인간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 도처에서는 거의 해마다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들어 환경 오염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기후 변동이 자칫 지구 파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상 기상 현상이란 무엇일까? 어느 정도의 기후 변동을 이상 기상 현상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이상 기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거 30년 이상 일어나지 않았던 기상의 변동을 가리킨다.

이상기상 현상은 최근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노아의 방주'라는 전설이 나오게 된 대홍수는 아주 면 옛날에 일어났던 이상 기상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런 일이 그야말로 크나큰 사건이 될 만큼 희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런 이상 기상 현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무엇인가 커다란 이상이 생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최근에 일어났던 이상 기상 현상을 알아보자.

1972년에는 구소련, 인도, 서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심한 가뭄이 일어났다. 때문에 세계는 식량 위기를 맞게 되었으며 이런 사태를 몰고 온 이상 기상 현상이 사회적이나 경제적인 면에 끼치는 영향이 무척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82년부터 1983년 사이에는 세계 여러 곳에서 기온과 강수량의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평소 많은 비가 내리던 인도 동부에서 인도네시아를 거쳐 호주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큰 가뭄이 들었다. 반면 남미 에콰도르의 건조 지역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이 시기에 아프리카의 사헬이라는 지방에서는 아주 심한 가뭄이 일어났다. 그 결과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었다. 1982년과 1983년은 페루 앞바다에서 엘니뇨 현상이 아주 심하게 나타나서 과학자들은 이상 기상 현상을 엘니뇨 현상과 관련시키기도 했다.

엘니뇨라는 말은 본래 스페인 어로 '하느님의 아들'이란 뜻이다. 에콰도르와 페루의 연해는 보통 차가운 물이 흐르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 나라의 멸치와 비슷한 생선인 앤초비가 많이 잡힌다. 그런데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북쪽에서부터 따뜻한 해수가 밀려와 차가운 물에서 사는 앤초비들이 이 지역을 떠나므로 어업 활동이 중단 된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해수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현상을 엘니뇨라고 불렀다.

1968년 이래 아프리카의 사헬 지방(사하라 사막 남쪽 연변 지역으로 반건조 지대)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가뭄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 정도가 유달리 심하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사헬 지방에서는 1968--1972년 사이의 가뭄에 의하여 2,500만 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었으며, 10--20만 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같은 시기에 에티오피아에서는 1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었다. 1982--1985년에 일어난 가뭄으로, 3,500만 명의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렸고, 3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자들은 사헬 지방의 가뭄이 엘니뇨 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1993년에도 북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한 모래 회오리바람으로 재산 피해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실정이다.

현재 이상 기상 현상이 자꾸 나타나는 이유는 아직 잘 알 수 없다. 이상 기온 현상과 기후 변동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설명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어떤 것이 제대로 들어맞는 설명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비록 현대적인 첨단 장비로 기후를 관측하고는 있지만 아주 광범위하게 장시간에 걸쳐서 변화하는 기후를 얼마만큼 정확하게 측정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후는 기후계가 외부의 영향을 받아서 기후계 내부의 다양하고 복잡한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연쇄 과정에 따라 변동하며 형성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에 여러 기후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기후 이상이 일어나는 원인으로는 해수 온도의 변동, 태양 활동, 화산 분화, 삼림 파괴들이 지목되고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의 증가, 도시화, 해수 온도의 변화, 삼림 파괴 등이 수십 년 간에 걸쳐 그 변화가 쌓여서 기후 변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요사이 기후 변동의 원인으로 주목받는 것들은 대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이산화탄소의 증가, 삼림 파괴와 사막화 현상, 기후계에서의 해양의 변동, 인간 활동에 따른 프레온 가스의 방출, 질소 비료의 이용 등이다.

기후 학자들이 제시하는 기후 변동의 요인 중에서 해수 온도의 변동, 태양 활동, 화산 분화는 자연적 요인이지만, 다른 요인들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최근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 활동과 기후 변동의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온실 효과란?

 

기후 변동 원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온실 효과에 대해서 알아보자. 최근 100년 사이에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0.5--0.6도 가량 높아졌다. 그렇게 된 까닭은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가스, 프레온 가스 등의 대기 중 농도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온실 효과란, 이들 가스들이 온실 유리처럼 지구로 들어온 태양 광선은 통과시키지만, 지표면에서 복사되는 적외선은 통과시키지 않고 흡수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이들 가스는 일단 지구로 들어온 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햇볕은 낮에는 거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지상에 내리쪼인다. 따라서, 햇볕의 영향으로 지표면이 더워진다. 밤이 되면 지표면은 열을 반사하게 된다. 지구의 대기는 산소와 질소로 되어 있다. 산소와 질소는 이렇게 빠져나가는 열을 통과시킨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이런 열, 즉 적외선을 흡수해서 사방으로 뿜어 낸다. 그래서 적외선 중 일부는 우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와 지표면을 덥히게 된다. 이러한 현상으로 지표의 온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가스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산화탄소이다. 그러면 지구상에서 이산화탄소의 발생 과정을 알아보자.

이산화탄소는 연소 현상으로 생기는 부산물이다. , 나무나 석유 같은 연료들이 공기 중에서 연소하면서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나무나 석유 같은 연료들은 화석 연료라고 한다. 인간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나무나 석유를 사용해 왔다. 예전에는 그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별 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 주위를 한 번 둘러보기만 해도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엄청나게 증가한 자동차 때문에 석유의 사용이 급증했다. 인구가 증가하자 난방을 비롯해 각종 연료의 소비도 늘어났다. 또한 생활 수준이 발전하면서 한 사람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도 계속해서 증가했다. 또 자동차의 배기 가스와 발전소의 굴뚝에서 뿜어 내는 오염 물질의 하나인 산화질소도 공범의 하나이다.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또 다른 범인은 천연가스의 기본 성분인 메탄 가스이다. 메탄은 가축과 흰개미의 내장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논의 퇴비, 그리고 썩고 있는 쓰레기에서도 생산된다. 이렇게 가축들이 만들어 내는 메탄 가스의 증가에는 인류의 책임이 있다. 또한 흰개미는 열대의 삼림을 벌채한 뒤 생긴 개간지에서 번창한다. 따라서, 쓰레기는 물론 가축이나 흰개미가 만들어 내는 메탄 가스의 양이 늘어난 것도 결국 인간들의 책임인 셈이다.

이외에 최근 오존층 파괴의 주범 프레온 프레온 가스도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실 효과는 이렇듯 여러 가지 면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활동의 결과로 생겨난다. 따라서, 지구상에 사람들이 계속 살아가는 한 온실 효과를 완전히 멈추게 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온실 효과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줄일 수는 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진행 속도는 늦춰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하고도 절실한 과제이다. 그것은 앞으로 이 문제가 인류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 효과의 두 얼굴

 

그렇다면 온실 효과는 우리 인간들에게 나쁜 영향만을 미치는 것일까? 실은 그렇지 않다. 온실 효과는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 지구상에 인간을 비롯해 무수한 생물이 번성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였다.

만약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없다면 지구 표면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33도나 낮아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구는 계속해서 빙하 시대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거의 없는 화성의 표면 온도는 -30도 안팎인 반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덮여 있는 금성의 표면 온도는 450도가 넘는다. 실재로 지난 1만여 년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함량과 지구의 온도는 함께 오르내렸다.

또한 식물이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도 이산화탄소를 필요로 한다. 이산화탄소가 없다면 어떤 식물도 생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지구 위에는 박테리아를 제외하고는 어떤 생명체도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온실 효과는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인류 활동의 부산물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들의 총량이 과거 1백 년 동안 크게 증가한 점이다. 오늘날 전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매년 약 1.0--1.5ppm씩 높아지고 있다. ppm이란 백만 분의 1의 미소 함유량을 의미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겨우, 그 정도 가지고 뭘 걱정해요?"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증가량만으로도 21세기에는 대기 기온이 3도 정도 증가하고 온난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벌써 지구 온난화의 징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태평야 지역에서 나타나는 엘니뇨 현상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동이 얼마나 밀접한 결과가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1세기 중간쯤에는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농도의 2, 550--600ppm에 도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한다.

 

온실효과의 피해

 

지구 온난화가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지구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어질까?

온실 효과는 비, 바람, 구름의 층, 해류처럼 기상에 큰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를 바꿔서 지구상을 마구 휘저어 놓는다 이렇게 복잡한 온실 효과로 일어날 지구의 변화들은 관계된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슈퍼 컴퓨터를 사용한다. 환경 오염에 대한 대비를 하는 과학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환경 오염의 영향에 대한 예측도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온실 효과가 더욱 진전되면 앞으로 대륙의 내륙 지방은 더욱 건조하게 되는 반면, 해안 지대에는 더욱 많은 비가 올 것이며, 추운 계절이 짧아지고 따뜻한 계절은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니까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셈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자연히 증발 현상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 넓은 지역에 걸쳐서 땅이 더욱 건조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두 배로 늘어날 경우 지구의 기온이 저위도 지방에서는 3--4, 고위도 지방에서는 7--8도나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온실 효과가 빚어 낼 여러 가지 피해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결과는 해수면의 상승이다.

물은 온도가 올라가면 밀도가 작아져서 부피가 팽창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해수면이 높아지는 원인 중의 한 가지가 된다. 바다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있기 때문에 1.5도 정도만 기온이 올라가도 팽창 효과가 누적되어 바닷물이 팽창하는 정도는 굉장할 것이다.

또한 기온이 올라가면 극지의 얼음이 녹게 된다. 만약 빙산이 완전히 녹아 버린다고 가정하면(물론 이렇게 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수면이 무려 60m나 높아지게 될 것이다. 해수면의 상승은 서서히 진행될 것이지만 네덜란드나 방글라데시처럼 땅의 높이가 해수면과 거의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은 나라들은 완전히 바다에 잠기게 될 것이다. 그 밖의 나라들도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해면이 이 정도로 상승하면 서울에 있는 63빌딩의 10층 이상이 물에 잠기게 된다.

해수면이 180cm만 올라가도 낮은 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산호초로 이루어진 섬들은 모두 물 속에 잠기게 된다. 태평양의 마샬 군도, 인도 서쪽 해안 밖에 있는 말디브 섬, 그리고 카리브 해안의 국가들도 소멸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예 지구의 겉모습이 바뀌게 되는 셈이다. 이 때쯤 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지도를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륙 연변의 해안 지방이나 큰 섬들도 이 재앙으로부터 피할 길은 없을 것이다. 특히 강 하구의 삼각주로 둘러싸여 있는 기름진 농토와 섬 가장자리에 세워진 도시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강 하구의 삼각주가 국토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6분의 1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나일 강 하구의 삼각주도 같은 운명에 처해, 2050년이 되면 이집트의 경작지는 15%가 사라지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같이 해안 지대에 세워진 도시가 많은 나라들의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이런 도시들이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는 방법은 주변에 높은 둑을 쌓아 올리거나 놓은 지역으로 피신하는 길밖에는 없다. 미래의 보스턴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길다란 성벽이 쌓일지도 모른다.

지리적으로 온실 효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곳은 대체로 알래스카에 있는 항공 교통의 중계지인 앵커리지와 북유럽의 스톡홀름을 잇는 북위 60도에서 북극에 이르는 북반구의 넓은 지대이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먼저 북극해에 떠 있는 빙산의 표면이 녹아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햇빛을 반사할 눈이나 얼음의 양이 줄어들어 더위는 더욱 극성을 부릴 게 분명하다. 결국 그에 따라 더 많은 눈과 얼음이 녹아 내리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다.

남반구의 얼음도 녹기는 하지만 그리 절박한 위협은 아니다. 육지에 뿌리를 내린 남극의 얼음은 워낙 두꺼워서 두께가 약 3.2km나 되기 때문에 녹아 내리는 데에 몇 백 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극단적인 경우의 일이다. 가까운 미래인 21세기가 끝나갈 무렵이 되면, 현재의 해수면보다 약 60cm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값은 전 지구를 통틀어서 얻은 평균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해안가의 지형이나 퇴적물의 종류에 따라 높이가 다르게 나타난다. 해안 평야 지대에는 육상에서 나오는 퇴적물이 쌓여서 개펄이 발달한다. 따라서, 육지와 해양의 경계면을 따라 퇴적물이 쌓여 해수면은 완만하게 상승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두드러지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나라처럼 도시화가 된 해안에서는 침강이 일어난다. 강에서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강물보다 높이가 높아진 바다에서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역류해 들어오면서 강바닥에 쌓여 있는 퇴적물의 침전과 운반을 크게 변화시킨다.

이런 변화를 종합적으로 따져 보면 앞으로 1백 년이 지나면 해안선이 현재의 위치에서 내륙으로 20km 정도 후퇴하게 된다고 한다. 이 정도의 평균치를 적용시키면 해안가에 있는 우리 나라의 산업 기지들은 대부분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악순환도 일어날 수 있다. 바닷물은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런데 물이 따뜻해지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사이다를 따뜻한 곳에 놓아두면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가 톡 쏘는 맛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래서 현재는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따라서, 지구의 온실 효과를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

 

대혼란을 겪을 생태계

 

온실 효과가 제 3세계와 남반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는 강우량 면에서 오히려 덕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적도를 가로지르는 아프리카의 강우대는 북쪽으로 이동하여 20세기에 심한 가뭄으로 시달리던 차드, 수단,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사하라 사막 주변의 국가들에게 넉넉히 비를 뿌려 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강우량이 늘어도 농민들은 온실 효과 때문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탄수화물을 만든다. 대기 속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이것을 끌어들이는 식물의 기공은 전보다는 조금만 열려도 될 것이다. 하지만 기공이 오그라들면, 이 곳을 통해 증발되는 물의 양도 줄어들어 결국 식물은 더욱 빨리, 그리고 크게 성장하게 된다.

식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토양 속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속도도 빨라지게 마련이어서 농민들은 더 많은 비료를 공급해야 한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식물들의 잎에 포함되어 있는 탄소의 함량은 늘어나는 반면 질소량은 줄어들어 수확하는 곡식의 질이 나빠질 수도 있다.

더욱이 곤충들은 더 많은 질소를 섭취하기 위해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작물에 극심한 피해를 준다. 이것을 막으려면 농민들은 더 많은 살충제를 뿌려야 할 것이다.

지구의 기후가 바뀌면 생명체는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온실 효과에 대해 지구의 생물상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컴퓨터가 작성한 기후 모델이 맞는다면 50년 내지 1백 년 내에 지구는 지난 1백만 년 동안에 일어났던 기온 상승보다 더 급작스럽게 기온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 과연 식물과 동물은 생리적으로 이런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이들이 보다 서늘한 풍토로 옮겨 살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가질 것인가? 또는 멸종해 버릴 것인가?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생태계를 지탱하던 질서가 무너지면 동식물의 분포 범위가 바뀌며, 일부의 종은 멸종되고 범지구적으로 생물학적 종 다양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바다가 늘어나는 등의 지구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곧바로 전지구적인 규모의 기후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지구상의 생물들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무수한 영향을 받게 된다.

최근에 과학자들은 생물들이 겪게 될 변화에 대해서, 추측에 불과할지는 모르지만, 과학적인 자료들을 이용해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예상해 보았다.

우선 극지의 생물과 철새 같은 이동성 동물들이 가장 심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적도의 기온이 1도씩 높아질 때마다 극지의 기온은 3도씩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북극곰 같은 동물은 피난처를 찾기가 어렵게 된다. 마찬가지로 극지에 사는 북극곰의 이웃 사촌인 회색 고래나, 극지에 살지는 않지만 극지 근처로 이동하는 철새들도 큰 곤란을 당하게 될 것이다.

위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기온은 더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북극 지방의 툰드라(동토 지대)와 철새에게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또한 캥거루는 더워지고 건조해지면 아예 후손을 만들지 않는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가 계속 된다면 캥거루를 비롯한 여러 동물들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

식물들도 변화를 겪게 된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온실 효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비료를 얻는 셈이 되어서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얻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막에 사는 식물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고등 식물일수록 기온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지구 기온이 3도만 높아진다고 해도 이것은 과거 10만 년 이래의 최고 기온이 된다. 따라서, 생태계에는 커다란 충격이 된다. 이런 충격에 생태계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 지는 모르지만, 그 변화의 내용은 아마도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모습이 되기 쉬울 것이다.

온실 효과에 의해서 세계는 더 많은 잡초로 뒤덮이고 병원균과 기생충은 전성 시대를 맞아 열대의 질병이 온대 지방으로 몰려들어올 것이다.

지구의 생물과 생태계는 전에도 기후의 변화를 여러 차례 겪었다.

그러나 이번의 변화는 지난 빙하 시대 이래 이루어진 평균적인 온난 속도보다 수십 배나 빠르다. 지난 온난기에는 동식물이 보다 살기 좋은 기후를 찾아서 북쪽으로 거주지를 옮겨 갔으나, 이번의 경우에는 상황이 긴박하다. 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고,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기후 변화에 적응할 능력을 가진다 해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시, 도로, 농토 등으로 인해 이동할 길이 막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곧 종의 멸종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어떤 과학자는 온실 효과가 동물의 생태와 생식 방법, 그리고 생활사에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물론 기온과 습기의 변화는 여러 곳에 있는 종에게 같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북쪽 가장자리에서는 온도의 변화가 동물에게 서식지를 넓혀 주고 적응력을 높여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서식지가 남쪽 끝지방에 있는 종들은 미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파멸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

기온이나 습기가 올라가면 메뚜기, 진딧물, 나방들은 더욱 극성을 부리고 더욱 왕성하게 번식할 것이다. 이것은 농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더욱이 이런 해충들은 기온이 높을 때는 작물들이 한 번 성장하는 동안에 두 번이나 번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작물 중에는 두 번이나 피해를 보는 것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온실 효과에 의해서 파충류의 암수 비율이 빗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도마뱀과 악어는 높은 기온에서는 대개 수컷을 낳는다. 반면 거북이는 거의 암컷만을 출산한다. 이와 같이 파충류는 기온에 따라 알이 암컷으로 또는 수컷으로 부화된다.

수면병을 일으키는 체체파리는 현재 극성을 부리고 있는 중부 아프리카에서 모습을 감추고 훨씬 남쪽으로 이동을 한다. 체체파리가 이동하면 현재 야생 동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땅에 개간의 손길이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 의해 온대 지방의 곡창 지대는 사막화가 일어나고 전지구적인 규모의 기상 이변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생물들의 생육 조건이 변화하기 때문에 농업 생산이나 수산 자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양한 해결책

 

이렇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는 온실 효과를 멈추거나 그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 현재 아주 다양한 과학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온난화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론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가스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책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2차적인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자연에 도움을 구하는 방법이다.

온실 효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가장 효율적인 '청소부'는 플라타너스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한 연구소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온실 효과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맞먹는 17억 에이커의 땅에 플라타너스를 심어야 한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가장 1차적인 원인인 화석 연료, 즉 석탄과 석유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화석 연료는 수백만 년 동안 지구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과정을 거쳐 많은 양의 동물이나 식물이 석유, 석탄, 천연 가스 등으로 변한 것이다. 지금 우리들은 이런 화석 연료에서 에너지를 뽑아 내어 자동차, 트럭, 비행기 등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석유를 예로 들어 보자. 석유는 연료 외에도 아주 광범위한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석유로 옷감을 만들기도 하고, 전기를 일으키기도 하며, 여러 가지 산업에 필요한 화학 물질을 뽑아 내기도 한다.

이처럼 화석 연료는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아주 중요한 몫을 맡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들 자원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수 있을 만큼 무한한 양이 묻혀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더군다나 이들 화석 연료는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미 태워 버린 석유를 다시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화석 연료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 대체 에너지 개발은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막는다는 의미 외에 한정된 화석 자원의 고갈에 대비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일이기 때문에 오늘날 매우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현재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주요 대체 에너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바이오매스 에너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생물 자원이란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만약 모든 생물을 에너지의 원천으로 쓸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잠재량은 너무나 방대하다. 생물은 살아가기 위해 영양분으로 다른 물질을 섭취하고, 보온 등의 환경 조절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 광선이다.

엽록소를 가진 녹색 식물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섬유소, 녹말, 당분, 지방 등으로 바꾸어 버린다. 또한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이렇게 식물들에 의해 변형된 형태의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성장해 간다. 이처럼 생물이나 생물의 구성 성분으로 만들어진 것을 통틀어 '바이오매스'라 부른다. 다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존재하고 있던 바이오 매스가 화석화되어서 생긴 석유, 석탄, 천연 가스 등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이런 바이오 매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일단 에너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현재 이런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에너지가 개발되고 있다. 바로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가소홀'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에탄올이다.

에탄올은 식용 알코올이다. 에탄올은 석유에 비해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10%밖에 되지 않는 저공해 연료다. 그러므로 그만큼 지구 온난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석유 자원이 없는 브라질에서는 에탄올을 가솔린의 대체 연료인 가소홀로 사용하는 것이 국가 정책으로 되어 있다.

에탄올 생산에 필요한 원료인 당분은 주로 당질계, 전분질계, 목질계 바이오매스 등으로부터 얻어진다. 사탕무와 사탕수수 등의 당질계는 간단한 예비 처리 가공을 거친 후에 직접 발효를 통해 에탄올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산된 에탄올은 정제 공정을 거친 후 연료로 쓰이게 된다.

옥수수나 타피오카 등의 전분질계를 원료로 이용하는 공정도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옥수수를 원료로 한 에탄올을 사용하고 있다.

농촌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도시 쓰레기에서 얻어지는 목질계 바이오 매스를 원료로 해서 에탄올을 생산할 수도 있다. 여러 단계의 예비 처리 및 당화 발효 공정을 거쳐야 하므로 생산에 드는 비용은 높지만, 원료로 들어가는 비용이 제일 적게 들고 양이 풍부해서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코알라가 좋아하는 유칼리 나무 등을 재배하여 장래의 에너지 자원으로 삼으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밖에 넓은 바다를 이용해 자이언트켈프 등 생육이 빠른 해조류를 키워 에너지원으로 삼으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지열 에너지

 

무공해 대체 에너지 중의 하나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지열 에너지이다.

지열 에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환경 오염을 줄이면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열 에너지는 지구의 지각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지질적인 움직임에서 발생되는 열에너지에 의존한다. 이러한 에너지는 지각의 특정한 부분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각의 층과 층이 부딪치는 화산 지대에 이용 가능한 대량의 에너지가 몰려 있다.

지열 에너지는 화산 지대 이외의 지역에서는 재생 가능한 자원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화산이 없는 비화산 지대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축적된 열로부터 저밀도의 에너지가 나온다. 따라서, 지열 에너지원의 중요한 문제점은 절대적인 양의 문제보다는 그 에너지원이 지역적으로 몰려 있다는 점이다.

지열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서 고안된 방법은, 땅 속에 파이프를 박아서 지하의 화강암에 브이(V)자 모양의 틈을 만든다. 실제로 이런 과정을 시행하게 되면 화강암에 무수한 균열과 틈이 생긴다. 그러면 이런 구멍들이 마치 스펀지처럼 지하수를 빨아들여서, 이를테면 인공 저수지가 된다. 이 인공 저수지에 갇힌 뜨거운 물의 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풍력 에너지

 

현재 여러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는 많은 대체 에너지 가운데 풍력은 무공해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당장 실용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에너지원을 개발할 때까지 잠정적인 대체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전체 전력 소비량의 1%를 풍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고, 2천 년대 초반까지는 그 비율을 20%까지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런데 풍력 발전의 단점은 전력 공급이 바람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풍속이 느려지면 발전이 불가능하고, 반대로 풍속이 너무 빠르면 발전기가 망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풍속에 관계없이 발전이 가능한 풍력 발전기가 개발되고 있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서는 풍력 발전기를 육지보다 강하고 규칙적인 바람이 부는 바다에 설치하는 것이다. 발전기를 바다에 설치할 경우 건설 비용이나 관리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지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풍력 발전에서 생기는 소음 공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수소 에너지

 

수소는 연료로 사용될 때 이산화탄소를 전혀 내지 않는다. 수소를 태울 때 배출되는 것은 물뿐이다. 그래서 수소는 '깨끗한 에너지'로 불린다.

수소는 물을 원료로 해서 제조할 수 있으므로 원료도 거의 무진장한 셈이다. 화석 연료처럼 매장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현재는 생물 공학을 이용해서 수소 가스를 생산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즉 늪지, 호수, 바다 등에서 광합성 미생물을 대량 배양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태양 에너지

 

태양 에너지는 폐기물이 없고 태양이 식어 버리지 않는 한에는 자원이 고갈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매력적인 에너지원이다.

앞으로 태양 에너지 개발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21세기 초에는 광전지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새로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여러 가지 기술이 개발되면서 깨끗한 청정 에너지 생산의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커다란 단점의 하나는 해가 지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이용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해가 진 뒤에도 필요할 때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태양 에너지를 저장해 둘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되었다.

이 방법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열을 저장하는 화학 반응을 일으킨 뒤, 필요할 때 이런 반응을 거꾸로 진행시켜 열을 방출 시킨다.

처리 과정은 우선 64개의 거울을 사용해서 햇빛을 53m 높이의 구조물로 된 태양탑에 있는 방으로 모으게 된다. 태양 빛의 1만 배까지 농축된 이 반사광은 메탄과 증기를 약 870도로 데워서 일산화탄소와 수소로 된 '합성 탄소'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스를 파이프를 통하거나 또는 트럭으로 탱크에 운반한 뒤 실내 온도로 저장한다.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합성 가스에 적절한 촉매를 가해 준다. 이 촉매는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메탄과 수증기로 바꾸면서 열을 방출하는데, 이 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을 돌리게 된다. 사용한 가스 혼합물은 다시 실내 온도로 냉각한다. 사용하고 남은, 메탄이 풍부한 가스는 태양탑으로 보내져서 다시 사용한다. 그런데 메탄은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단위 무게당 많은 열을 저장할 수 있어서 이런 장치에는 매우 쓸모 있는 재료로 생각되고 있다.

태양 에너지를 저장하는 수단도 여러 가지가 개발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햇빛 에너지를 저장하는 플라스틱이다. 지구가 받는 태양 에너지를 완전히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하루 40분간 받는 태양 에너지로 전세계가 1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하고도 남게 된다.

지금까지 시도된 광전지는 태양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도구이다. 그러나 이런 광전지는 그 재료인 실리콘 단결정의 생산가가 비싸기 때문에 발전가가 아직도 화력 발전의 몇 배나 더 비싸다.

최근에는 이러한 광전지를 대신해서 빛 에너지를 저장하는 플라스틱이 개발되었다.

플라스틱이 빛 에너지를 저장하는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빛을 특수한 플라스틱에 쬐어 주면 플라스틱 분자가 약간 일그러지게 된다. 그러니까 빛 에너지가 분자의 일그러짐으로 바뀌어 플라스틱 속에 저장되는 것이다. 이것을 촉매를 사용해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주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면서 열이 발생한다. 따라서, 필요할 때 빛 에너지를 열의 형태로 꺼내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특수한 플라스틱은 한 번 열 에너지를 꺼내 사용한 뒤에도 빛을 쬐어 주면 다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연료인 폴리머는 광전지의 소재인 실리콘 단결정에 비하면 생산가도 훨씬 싸고 또 어떤 모양이든지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비록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주위에서도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제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러분들이 손목에 차고 있는 태양 전지 손목시계이다. 또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계산기도 있다. 이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이런 제품들이 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연료 효율을 높이는 세라믹 엔진

 

온실 효과는 차를 몰고, 온냉방을 하고, 재료를 만드는 일 등 우리의 일상 생활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온실 효과의 원인을 뿌리 뽑기는 어렵지만, 그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여 온실 효과의 속도를 늦추는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예컨대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다.

가정과 사무실에서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과 단열재의 보급을 늘리는 것이다. 또한 창을 이중창으로 바꾸는 방식도 있다. 가정에서 연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부분이 난방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방식만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또는 보다 적극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21세기의 석기'라고 할 수 있는 세라믹이 높은 에너지 효율성 때문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세라믹은 도자기의 원료인 천연의 토질 재료를 고도로 정제해서 만든 새로운 소재이다. 세라믹은 열에 잘 견디고, 닳지 않으며, 충격에 잘 견디는 등 여러 장점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세라믹을 이용하는 엔진의 개발이다.

세계의 이름난 자동차 회사들이 세라믹 엔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엔진은 뜨거울수록 연료의 효율이 좋아진다. 그러나 종래의 금속으로 만든 엔진은 데우는 데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금속이 물렁물렁해지며 녹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무리 높은 열에 잘 견디는 합금을 사용해도 그 한계점은 1250도가 고작이다. 이런 온도에서도 열의 효율은 고작 30% 안팎에 머물러, 결국 사용된 휘발유의 70%는 낭비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세라믹 소재로 만든 엔진은 1370도의 높은 온도까지 견딜 수 있어서, 열효율이 45%까지 뛰어오르게 된다. , 세라믹 엔진은 무게가 금속제의 반밖에 안 되고, 더욱이 엔진을 식히는 냉각 장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차의 무게는 더욱 가벼워진다. 따라서, 그만큼 연료가 더 절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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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화학 물질 오염

미나마타병을 불러 일으킨 치명적인 화학 물질 오염

 

지구 생태계는 지금까지 인류가 지상에 쏟아 버린 낯선 화학 물질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류는 산업 발달 과정에서 새로운 물질들을 합성해 냈지만, 그것들을 다시 회수하는 방법은 개발하지 못했다. 이런 화학 물질들은 오늘날 숱한 환경 오염을 일으키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악마를 불러내는 주문을 알아 냈지만 다시 땅 속으로 돌려보내는 주문을 알지 못해 악마에게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 속의 어리석은 마술사처럼, 인간들은 스스로 만들어 낸 물질을 처리할 방법을 알지 못해 서서히 그 독성에 중독되고 있는 셈이다. 과학 기술의 힘은 과연 유해 화학 물질들을 지구에서 씻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침묵의 봄

 

"미국의 어느 거리.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이 거리에는 봄이 되면, 많은 새들이 찾아든다. 초록빛으로 물든 초원에는 꽃들이 어우러져 피어난다.

그런데 어느 해,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닭을 비롯한 소와 양 등이 이름 모를 병으로 쓰러져 갔다. 새들도 나타나지 않았고, 사과나무 꽃으로 모여들던 꿀벌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천을 기운 좋게 노닐던 물고기도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이 죽어 없어진 것과 같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말없이 다가섰다.

봄은 왔으나, 그것은 침묵의 봄이었다... 들판, , 늪지대, 모두 말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약 30년 전에 레이첼 카슨이라는 생물학자가 농약의 지나친 사용으로 인해서 파괴된 자연을 그린 글이다. 이 글이 쓰여진 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그 때보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지구상의 생명의 역사는 생물과 그 환경이 서로 상호 작용을 하면서 이루어진 역사이다. 모든 생물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형태나 기능은 전적으로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극히 짧은 기간에 인간이라는 생물의 한 종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 즉 자연을 무자비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생물은 복잡하게 얽힌 생명의 그물코 중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풀과 나무, 나무와 흙, 나무들끼리, 또는 나무와 동물들은 서로 끊을 수 없는 끈끈한 관계로 이어져 있다. 이러한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생물은 하나도 없다.

생태계의 구성원인 생물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관계이다. 수많은 생물들이 어울려 사는 생태계에서 각각의 생물들은 서로 잡아먹히는 먹이 그물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생태계로 들어간 물질들은 먹이 그물을 통해 각 영양 단계의 생물을 골고루 거치며 순환하게 된다.

오염 물질도 그 고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떤 오염 물질은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고 계속 자연 속에 남아 있게 된다. 이처럼 잔류성이 강한 오염 물질은 생태계 내의 각 영양 단계를 거치는 동안 점점 농축되어 간다. 따라서, 영양 단계가 높은 생물일수록 농도가 점점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 농축되는 정도는 거의 기하급수적이다. 이런 현상을 '생물 농축'이라고 한다.

생물 농축에 대한 자세한 과정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이처럼 생물과 주위 환경이 맺고 있는 관계를 연구하는 생물학의 분야는 생태학이다. 그 중에서도 독성 물질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분야를 독성 생태학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태평양에서 조사된 PCB(폴리염화비닐)의 경우를 보면 생물 농축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영양 단계별로 생물 농축 계수를 알아보면, 바닷물에 들어 있는 오염 물질의 농도를 1이라고 했을 때, 플랑크톤은 1, 어류는 10, 고래 및 새는 1천만이나 된다고 한다.

고래나 새처럼 먹이 그물의 맨 꼭대기에 있는 생물들은 이런 생물 농축 현상 때문에, 바닷물이 조금만 오염되어도 많은 양의 오염 물질을 몸 속에 축적하게 되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생물들의 몸에 쌓이는 독성 물질들은 생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굴은 구리를 농축하기 때문에 구리의 색깔을 띠어 녹색굴이 되며, 우렁쉥이는 바나듐이라는 원소를, 바다에 사는 방산충은 스트론튬을, 해파리는 아연, 주석, 납을, 해조류와 해면은 요오드를 농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염 물질의 확산

 

그렇다면 중금속을 비롯한 화학 물질들은 어디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생태계로 흘러 들어오는 것일까?

우리 인류는 20세기에 들어와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면서 중금속 공업을 급속히 발전시켜 왔다. 한편 농업에서는 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 독성이 강한 농약을 개발했다.

그 과정에서 중금속과 농약을 비롯한 다양한 화학 오염 물질이 배출되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무차별적으로 배출된 오염 물질들이 주위의 자연 환경 속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 낸,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은 무려 1천만 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 중에는 생물체의 몸 안에서 분해가 일어나지 않고 잔류성이 강한 물질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 나라에서는 이를 없애기 위해서 사람의 몸에 DDT를 뿌리곤 했다. DDT는 아주 강력한 살충제로 지금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그 밖에도 PCB, BHC, 다이옥신, , 수은, 카드뮴 등이 세계 도처에서 허용 기준을 훨씬 넘게 사용되었다. 이렇게 많은 양이 배출된 오염 물질들은 사람을 포함한 많은 생물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인간에 의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독성을 가진 오염 물질들은 사람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자 넓은 지역에 걸쳐 배출되었다. 이런 오염 물질들은 물에 녹거나, 바람을 타고 공기 중에 섞여서, 또는 생물의 몸 속에 들어가서 이들을 전달의 매개체로 삼아 지구 환경 전체로 확산되었다.

이런 오염 물질들은 우선 생태계를 병들게 했다. 그리고 오염 물질에 의해 병든 생태계는 서서히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것이 공해병이란 이름으로 다가온 무서운 질병이다.

 

최대의 공해 사건 '미나마타 병'

 

가장 대표적인 공해병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공해의 무서움을 일깨워 주었던 사건은 일본의 '미나마타 병'이었다.

'미나마타 병'이란 이름은 이 병이 발생된 지방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이다. 일본 구마모토 현의 가고시마 지방에는 미나마타란 곳이 있다. 이 곳은 바닷가에 접해 있고 넓은 만이 있는 지역이다. 이 곳 사람들은 바닷가가 가까이에 있어서 주로 어업에 종사했다.

그런데 1956년경부터 미나마타 지방에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 사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펴졌던 것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몸이 휘청거려 제대로 걸어다닐 수도 없고, 말도 똑똑히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온몸에서 경련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원인도 모르는 채 시름시름 앓다가 하나 둘 죽어 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병은 미나마타 지역에서만 발생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병을 '미나마타 병'이라고 불렀다. 일반적인 병은 대부분 병원균이 사람의 몸 속에 침투해서 일어난다. 하지만 미나마타 병은 세균에 의해 일어나는 병이 아니었다.

미나마타 병은 사람의 몸 속에 수은이 조금씩 쌓여 가며 생긴 '수은 중독증'이다. 수은과 같은 중금속은 대개 비중이 4를 넘는 금속을 가리키는데, 일단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면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이런 중금속이 들어 있는 음식물을 먹으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서서히 몸 속에 쌓여 병을 일으킨다. 수은 중독은 실수로 수은이 들어 있는 수용성의 수은염을 먹거나 공장에서 수은 증기를 많이 쏘일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다. 급성 중독일 경우에는 신장에 농축되어 설사, 구토, 탈수 증세를 일으키며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미나마타 병과 같은 만성 중독일 경우에는 수은이 중추 신경에 침투해 처음에는 손발이 저리는 증상을 나타내다가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 장애, 눈이 머는 시야 협착 등의 중증으로 발전하고, 이윽고 발광 증세를 일으키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미나마타 지방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린 것은 아니다. 공해가 일으키는 병은 모두 상당한 기간 동안 축적되어 어느 한도를 넘게 되면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사람이 병들기 전에 먼저 자연이 병들게 된다.

미나마타 지방 사람들에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56년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 전, 1953년에 벌써 이 지방에서는 이상한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닷물 위로 물고기가 허연 배를 내놓고 둥둥 떠오른 채 죽어 있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조개가 죽어 있는 일도 많았다. 물고기나 조개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물새나 까마귀가 떨어져 죽는 일도 생겼다. 그리고 바닷물 속의 해초도 잘 자라지 않게 되었다.

괴이한 이변이 바다에서만 일어났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집에서는 키우던 고양이가 미쳐 날뛰다가 죽어 버리기도 했다. 얼마 후 미나마타 지방에서 기르던 고양이의 절반 정도가 이런 병으로 죽어 버렸다.

미나마타 지역에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공장에서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수은이 배출되었다. 그리고 공장에서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폐수에 수은을 섞어 떠내려 보냈던 것이다. 공장 폐수에 섞여 흘러나온 수은은 바닷물로 들어 갔다. 그 수은은 해초나 플랑크톤 같은 작은 바다 생물의 몸 속에 쌓여 갔다. 그러자 수은이 들어 있는 해초나 플랑크톤을 작은 물고기가 먹고 작은 물고기의 몸 속에 수은이 축적 되었다.

그리고 먹이 사슬에 따라 그 작은 물고기를 더 커다란 물고기가 잡아먹고, 마지막으로 사람이 큰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결국은 미나마타 만에서 잡히는 물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대부분 미나마타 병에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미나마타 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에는 이런 병이 왜 생기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하늘이 노했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생각하려는 사람들은 이 병이 생긴 원인을 알아내고자 했다.

그들 중에 구마모토 대학의 연구반이 있었다. 이 연구반에서는 자세한 조사를 통해 미나마타 병의 원인이 수은 중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의 화학 공장에서는 여러 가지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미나마타 병은 수은 중독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주장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화학 공장은 계속 바닷물에 수은을 흘려 보냈다.

논쟁이 계속되는 3년 동안 화학 공장에서는 수은이 들어 있는 폐수를 그대로 방출했다. 그 동안 미나마타 병 환자는 계속 늘어만 갔다. 미나마타 지방의 어민들의 삶은 비참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환자가 많이 발생하기 시작한 1956년으로부터 3년이 흐른 1959년에 미나마타 만에 수은이 얼마나 많이 분포되어 있는지 오염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물고기와 조개, 그리고 미나마타 만의 흙 속에는 아주 많은 양의 수은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공장의 배수구 근처에서 잡은 물고기나 조개에서는 더욱 많은 수은이 발견되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에서 '화학 공장의 폐수가 미나마타 병의 원인이었다.'고 확인한 것은 1953년에 첫 번째 미나마타 병 환자가 발생하고 1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였다.

또한 미나마타 병의 원인이 수은 중독임이 밝혀진 후에도 화학 공장과 일본 정부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 그 결과 미나마타 지방의 사람들은 30년에 걸친 싸움을 한 끝에 간신히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보상으로도 미나마타 지방 사람들이 입은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 동안 무려 15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미나마타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갔다. 하지만 피해는 그 뿐이 아니었다. 그 후 미나마타 지역에서는 많은 기형아들이 태어났다.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 아기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미나마타병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아야 했다. 태어난 후 수십 년 동안 아무런 활동도 못하고,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죽은 사람도 있었다. 일본에는 아직도 미나마타 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미나마타 병에 걸린 환자의 머리카락에는 다른 지방 사람의 머리카락에 있는 것보다 100배 이상 많은 수은이 들어 있었다. 미나마타 지방에 사는 건강한 사람의 머리카락에도 다른 지방 사람의 50배나 되는 수은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구마모토 대학의 연구반은 미나마타 만에는 화학 공장이 소비한 450t의 수은 중 150t이나 되는 수은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공장의 폐수에서 흘러나온 수은이 바닷가의 개펄에 질척질척하게 굳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은이 들어 있는 바닷가의 개펄은 4m나 되는 두터운 층을 이루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수은이 들어가서 굳어진 층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문제가 아직까지도 커다란 골칫거리이다. 이처럼 한 번 오염된 환경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미나마타 병이 발생한 후에도 '이타이이타이 병'이라는 공해병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타이이타이'란 일본어로 '아프다, 아프다'라는 뜻이다. 이타이이타이 병은 중금속 중의 하나인 카드뮴이 몸 속에 쌓여서 생기는 병이다. 이타이이타이 병의 원이 되었던 카드뮴은 광산에서 버린 폐수에 섞여 강으로 흘러들었다. 카드뮴도 수은과 마찬가지로 한번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면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카드뮴으로 오염된 물이나 농작물을 먹은 사람은 만성 중독증을 일으키게 된다.

이타이이타이 병은 뼈를 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타이이타이 병을 심하게 앓는 사람은 기침만 해도 뼈에 금이 갈 정도이다. 미나마타 병과 이타이이타이 병은 공해에 멍든 자연의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재해였다.

 

공기를 타고 확산되는 화학 물질 낙진

 

시스키위트 호는 미국 중서부 슈피리어 호의 북쪽에 있는 로열 섬이 자리한 곳으로 가장 오염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던 호수였다.

그런데 몇 해 전 이 호수 바닥에서 나온 진흙 속에서 제초제에 함유되는 탄화수소, 디옥신과 푸란이 발견되었다. 시스키위트 호는 슈피리어 호보다 15m나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슈피리어 호의 물이 역류하여 이 곳으로 흘러들어오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태고의 호수로 오염 물질이 들어올 수 있는 경로는 대기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과연 바람을 타고 오염 물질이 날아올 수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은, 환경 과학자들이 미량의 분자까지 가려낼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장비를 갖추게 된 후의 일이었다.

환경 과학자들은 최근 첨단 장비로 시스키위트 호와 그 밖의 강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각종 산업과 농업에서 나오는 가장 무서운 부산물들이 바람을 타고 공기 중에 섞여 미국 전역으로 번져 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부산물 중에는 돌연변이나 암처럼 무서운 결과를 낳는 것들도 많았다.

문제는 이런 위험 물질들이 미국의 국경 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위험한 화학 물질들은 심지어 지구상에서 가장 오염되지 않은 곳으로 믿어지던 북극과 남극에서도 발견된다. 이제 오염에서 안전한 지역은 지구상에 단 한 곳도 없는 셈이다. 오늘날 전지구에 걸친 광범위한 지역에서 물과 흙, 물고기와 동물, 그리고 사람의 몸에서 오염 물질들이 발견되고 있다.

디옥신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어떤 물질이 연소했을 때, 즉 불완전 연소가 이루어 질 때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디옥신이 스웨덴에서 온 바다표범의 몸 속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뉴욕을 흐르는 허드슨 강의 거북과 미시건 주의 젖소에서 짜낸 우유 속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 오염은 일반적으로 대기 오염으로 생각되고 있는 일산화탄소, 매연, 스모그, 그리고 황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또한 산성비도 아니다. 이것은 마치 핵폭탄이 터진 후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방사능 낙진처럼 독성을 가진 일종의 '낙진물'인 셈이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와 미립자로서, 미세한 세포의 움직임을 뒤틀리게 만들 수도 있다.

1982년 미국의 환경청은 슈피리어 호에서 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살충제 톡사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것은 이웃 지방에서 온 것은 아니었다. 톡사핀은 날씨가 선선한 북부의 작물에는 사용하지 않고 남부의 목화밭에서 주로 사용했었다. 그래서 톡사핀이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공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남쪽에서 왔다는 것이다. 이 불길한 추측은 바로 적중했다. 시스키위트 호에서도 톡사핀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 곳은 흘러들어오는 하수도 없고, 농장도 없고, 독물 처리장도 없으며 더욱이 목화밭도 없어 외부의 오염으로부터 차단된 이상적인 생태계였다. 그런데도 이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에서는 톡사핀뿐 아니라 슈피리어 호의 물고기보다 2배나 많은 PCB까지 발견된 것이다.

이 곳에서 수집한 자료에서 공기는 독성 오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근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지난 5--7년 간의 조사 통계에 따르면, 슈피리어 호를 포함한 미국 5대호 근처에서 가축과 오리가 불구로 태어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새들 중에서 아래위의 부리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불구로 고통받는 새의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새들 가운데는 백내장으로 고통받는 새들의 숫자가 유별나게 늘어났고, 머리가 부어 올라 눈을 뜨지 못하는 새들도 발견되었다. 5대호 근처의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제비갈매기들은 짧고 굽은 기형의 발을 가지고 태어나 제대로 설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오늘날 5대호 근처의 하늘에서는 매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3만 파운드나 되는 독성 화합물들이 낙진처럼 떨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수천 파운드에 이르는 독성 살충제가 쏟아져 내린다. 5대호의 물이 야생 동물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면, 이 물을 마시는 26백만 명의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오염된 공기는 오염된 물보다 더욱 두려운 존재이다. 사람은 하루 2 l의 물을 마시지만 공기는 하루에 1--2l나 마시기 때문이다. 한 번 호흡을 하면 우주의 별만큼이나 많은 1백억*1조 개의 공기 분자가 몸 속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한 번 숨을 들이쉬어도 줄잡아 1백만 개 이상의 디옥신 분자를 마시는 셈이다.

미국 전역에는 162.5g의 인조 화합물이 해마다 공기속으로 배출되어 날아다닌다. 미국의 독성 화합물들은 지구가 자전하는 방향에 따라 동쪽으로 흐르는 바람을 타게 된다. 따라서, 시스키위트 호의 디옥신은 아마도 수백 마일 떨어진 중서부의 화학 공장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되었다.

과학자들은 많은 오염 물질들이 입자와 가스의 형태를 띠고 지구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좋은 보기가 러시아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로 발생한 오염 물질이 사고 장소에서 미국까지 도달하는데 불과 11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기 중에 섞여 있는 화학 물질 중 상당량은 태양, 물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파괴되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 그대로 남는다. 시스키위트 호 바닥 진흙에서는 DDT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DDT의 유독성 때문에 이미 15년 전에 DDT의 사용을 금지했다. 따라서, 시스키위트 호에서 발견된 DDT는 아직도 이 살충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아시아나 중남미에서 공기를 타고 날아온 것이 분명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986년 미국 환경청이 사용 금지령을 내릴 때까지 미국가정에서는 흰개미를 죽이는 살충제 클로데인을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캐나다 야생 동물 보호처가 북극곰을 조사, 연구한 결과 북극곰에 쌓인 살충제의 양은 1969년과 1983년 사이에 4배나 늘어났다.

몇 해 전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자라는 젖소들의 젖으로 만들어진 우유 속에서는 목화밭 살충제로 쓰이는 톡사핀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분명히 미국처럼 목화밭이 많은 나라로부터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이라고 여겨진다.

푸란이나 디옥신이나 톡사핀 또는 클로데인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이런 독물 낙진이 분명 전지구를 둘러싼 문제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는 스위스의 호수 속에서 미국의 시스키위트 호에서 나타나는 오염 물질과 꼭 같은 성분을 발견할 수 있다.

 

지구 전체를 감시하는 생물학적 모니터링

 

이제 환경 오염 문제는 더 이상 한 지역에 한정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따라서 그 해결책은 전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지구는 거대한 하나의 생태계이다. 따라서, 지구 한 귀퉁이에서 일어난 오염의 피해는 전지구적으로 번져 간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오염 물질이 일으키는 독성의 영향보다는 여러 가지 오염 물질들이 복합되어 함께 일어나는 복합 오염이나 만성적인 독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세밀한 관찰을 계속해야 한다.

이처럼 복합적이고 만성적인 독성의 영향을 가장 손쉽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물을 이용해서 환경 오염의 정도를 측정하는 '생물학적 모니터링'이 절실히 필요하다.

생물학적 모니터링이란 지표 생물을 이용해서 인간의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방법이다. 여러분들은 생물책에서 지표생물이란 말을 배웠을 것이다.

그러면 지표 생물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자.

지표 생물이란 환경의 조건을 알아보기 위하여 사용하는 생물을 의미한다. 이런 지표 생물들은 기계적인 분석 기기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정확성이다. 살아 있는 생물들이 생존하기에 부적합한 환경은 틀림없이 다른 생물들에게도 부적당하다.

둘째는 종합성이다. 살아 있는 생물들은 부분적인 환경요인을 종합적으로 나타내 준다.

셋째는 누적성이다. 일반적으로 환경의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서 조금씩 일어난다. 지표 생물은 과거에 일어났던 오염에 의한 영향도 모두 표현하게 되므로 과거의 오염 상황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넷째는 경고성이다. 지표 생물은 인간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 오염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환경 변화를 미리 감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살아 있는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생물이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나팔꽃, 잠자리, 물에 사는 곤충, 조개류 등이 지표 생물로서 많이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동물들은 모두 단기적이고 지역적인 모니터링에만 한정되어 사용되었다. 장기간에 걸쳐 전체 지구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을 갖춘 지표 생물이 필요하다.

우선 전지구를 감시하는 일이므로 세계 각국에 널리 분포해서 모든 곳에서 이용 가능해야 한다. 또한 오염의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위해서 화학 물질을 다량 농축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생물의 생활사 및 영양 단계가 명확하게 알려진 것이어야 측정 결과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채집이 쉽고 매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크기의 생물이 채집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생물들로는 포유류나 조류를 손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조류는 예전부터 지표 생물로 이용되었다.

옛날 유럽의 광산 근로자들은 갱도에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카나리아를 상자에 넣어서 들고 들어갔다. 그래서 만약에 카나리아가 날개를 퍼덕이며 고통스러워하면 갱도 안에 유독 가스가 차 있거나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탐지할 수 있었다.

새들이 오염을 경고한 예는 또 있다.

1950년대 일본의 미나마타 지방에서는 해안가의 새들이 날개가 마비되어 하늘을 날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그 당시에는 이런 현상을 보고도 아무도 나중에 사람들에게 미칠 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 년이 지나고 나서 그와 똑같은 증상이 사람들에게도 나타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1960년대에는 스웨덴을 중심으로 유럽 각국에서 매나 수리 같은 맹금류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이런 현상의 주범은 종자 소독을 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유기 수은제 농약으로 밝혀졌다. 농약이 묻은 종자를 먹은 곡식성 조류를 잡아먹는 매나 수리들은 생물 농축에 의해 고농도의 수은을 체내에 농축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을 경험한 인류는 곧 수은 농약의 사용을 금지시키게 되었고, 가까스로 수은 중독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새들은 많은 사건들을 겪어 오는 동안에 수없이 많은 희생을 당하면서 모니터링을 위한 지표 생물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지게 되었다. 또한 각종 오염 물질의 분석을 위해 새의 몸 안의 조직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물 애호 사상이 널리 보급되어, 인간의 피해 상황을 알기 위해서 새를 죽여 조직 내의오염 물질을 분석하는 방법은 조류의 보호나 윤리적인 면에서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새를 죽이지 않고 모니터링에 사용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로 시도되고 있다.

이런 방법들은 주로 새의 몸 밖에 있는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발톱이나 부리 등은 축적된 오염 물질 농도가 너무 낮아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깃털은 특히 중금속의 농도가 높아서 실제로 이용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해한 중금속인 납, 카드뮴, 수은 등은 새의 깃털에 많이 축적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수은은 몸 전체에 축적된 양의 7할 이상이 깃털에 모여 있다.

유해 중금속은 체내에 흡수된 다음에는 몸 밖으로 배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성의 영향을 받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새의 경우에는 다행히도 흡수된 양의 상당 부분을 깃털 조직으로 보내 체내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다음 매년 한 번씩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털갈이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고 있다. 이처럼 새들은 깃털을 이용해서 독성 원소에 대해서 해독 작용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설 작용까지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해 중금속 원소들은 깃털에 많이 축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 신장, 근육 등 체내의 연조직 농도와 깃털 조직농도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성립한다. 먹이를 통해서 흡수된 이 원소들이 일단 체내의 연조직 중에 축적되었다가 일정한 비율로 깃털 조직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체내 조직에서 깃털 조직으로의 원소 이동은 털갈이 시기, 즉 깃털이 성장하고 있는 기간에만 한정되어 있다. 깃털의 성장이 완료되면 몸과 깃털 사이의 혈관이 단절되어 다음 해에 또다시 털갈이가 일어날 때까지 더 이상의 물질 이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깃털로 물질이 이동하는 특성을 이용하면 깃털 조직만 분석해 보아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정한 지역에서 서식하는 새를 생포해서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범위 내에서 깃털을 0.5g정도만 잘라 내 깨끗이 씻는다. 그리고 나서 깃털 조직 속의 중금속을 분석해 보면 이로부터 체내의 조직 농도를 추정해 낼 수 있다. 그 결과를 통해서 현재 그 지역의 환경 오염이 생체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손쉽게 알아 낼 수 있다.

한편 깃털을 씻어 낸 물 속에는 깃털에 붙어 있던 여러 가지 대기오염 물질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 물을 분석해보면 그 새가 살고 있는 지역의 대기 오염 정도를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박제 표본으로부터 연대별로 소량의 깃털을 채취, 분석해서 각종 중금속 원소에 대한 오염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알아볼 수 있다. 이것은 장래의 오염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생물학적 살충제

 

현재 사용되는 농약들은 처음에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계속해서 사용하면 생태계에 잔류해서 화학 물질에 의한 오염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벌레들도 농약에 대한 저항력이 생겨 그 효과가 줄어든다. 따라서,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농약'을 이용해서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무공해 살충제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봄이 오면 산들은 언제나 뽀얀 안개로 가득 차 있다. 이 안개는 나무에서 발산되는 방향성 테레빈유, 즉 송진의 기체가 대기 속에 감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향 냄새는 봄철에 굶주린 벌레들로부터 나무의 어린 싹을 지켜 주는 놀라운 역할을 한다.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는 벌레들의 공격을 받으면 스스로 방어 태세를 갖춘다. 벌레들이 달려들면 나무는 알칼로이드나 테레빈유와 같은 화학 물질을 분비하여 잎사귀 맛을 나쁘게 만들어 벌레들이 갉아먹지 못하도록 한다.

한편 벌레들의 습격을 받지 않은 나무들도 금방 수액의 성분을 바꾼다. 이들은 나뭇잎이나 조직으로 보내는 타닌이라는 화학 물질의 양을 많이 늘려서 벌레들이 소화 불량으로 배탈을 일으키게 한다. 그래서 이 잎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배탈은 더욱 심해져서 결국은 영양 부족으로 쇠약해져서 죽어 버린다. 이 밖에도 독물을 배설해서 벌레를 죽이는 나무도 있다.

이런 물질들은 사람은 물론 생태계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무공해 살충제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현재 이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곰팡이나 작은 벌레들을 이용해서 만든 살충제도 등장하고 있다.

곰팡이는 효과적인 제초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선충이라고 하는 작은 기생충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여러 곤충의 애벌레들을 먹어 치운다.

그러나 이런 생물들을 살충제로 이용하자면 어려운 문제가 있다. 우선 곰팡이나 벌레를 오랫동안 보존하자면 안정된 알갱이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화학 용제나 또는 높은 온도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곰팡이나 벌레는 생물이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거치면 모두 죽어버린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는 곰팡이 포자를 밀가루 반죽에 섞어서 국수로 뽑아 낸 뒤 하룻밤 동안 말려서 작은 알갱이로 부수어 제초제를 만드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물론 화학적으로도 무공해 농약을 만들 수 있지만 쉽지 않다. 수만 년 동안 지구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물들의 지혜를 빌려 현대의 생물 공학과 접목시킨다면 무공해 농약의 생산 전망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ff

5장 넘쳐나는 쓰레기

다시 생각해야 할 쓰레기의 처리와 재활용

 

지금 전세계는 넘쳐나는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단 며칠 간만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도 주택가는 물론 거리까지 온통 쓰레기에 파묻힐 지경이다. 인류는 언제부터 자신이 버린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고민을 하게 되었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모두 자연에서 얻었다. 특히 전통적으로 유교와 도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우리 나라 사람들은 자연을 신처럼 떠받들었다. 옛날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신선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로 표현된다. 자연과 하나가 된 신선의 모습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였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활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었다. 따라서, 자연을 파괴하거나 자원을 낭비한다는 것은 거의 죄악시되었으며 대부분의 자원은 재활용되었다. 그래서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가축과 농지를 집 가까이에 두었다. 음식 찌꺼기는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의 먹이로 이용했으며, 재나 배설물은 비료로 이용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문화적인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도 컸다. 우리 조상들은 워낙 가난했기 때문에 버리려 해도 버릴 물건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 태도는 산업화가 일어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거의 0에 가깝던 쓰레기의 양이 1970년이 되자 한 사람이 하루에 1kg을 버리게 되었고, 1990년에는 2.2kg에 이르게 되어 세계에서 가장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2kg이 채 되지 않는다). 2.2kg이라고 한다면 보통 성인 남자의 몸무게의 1/30 정도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자기 몸무게만한 양의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의 양이 늘어나게 된 것은 경제가 성장하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의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음식 찌꺼기와 연탄재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생활 습관 때문에 음식 찌꺼기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쓰레기에서 연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눈에 띌 만큼 줄어들었다. 생활 양식이 고급화되면서 주로 사용하는 난방 연료가 석유나 가스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종이와 플라스틱, 각종 일회용품, 못 쓰는 가전 제품 등의 쓰레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속은 녹이 슬어 가루가 되고, 나무나 종이, 시체 같은 유기 물질들은 썩어서 분해된다. 동물의 배설물은 식물의 비료가 되며, 다른 벌레들의 먹이가 된다. 이런 식으로 자연의 모든 물질들은 순환을 한다. 생태계에서 나온 배출물들이 공기나 물, 그리고 다른 생명체에 의해 분해되고 나면 다시 생태계로 흡수된다. 자연은 이런 방법으로 물질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토록 오랜 세월을 견디어 낼 수 있었다.

자연에서 만들어진 물질들은 이런 순환에 의해서 처리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우리에게는 편리하지만 자연이 처리하기에는 곤란한 화학 물질들을 많이 만들어 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기만 해도 우리가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오늘날 인류는 나날이 쌓여 가는 쓰레기와, 플라스틱처럼 분해되지 않는 폐기물 때문에 큰 곤란을 당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동안 쓰레기를 매립해 왔던 난지도 매립장이 포화 상태로 문을 닫고, 다시 김포에 대단위 매립장을 건설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도 일시적인 것이어서 나날이 늘어 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늘어 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플라스틱처럼 분해되지 않는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여러 가지 쓰레기 처리법

 

배출된 쓰레기 중의 상당량은 자연의 순환을 거쳐 원래의 성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오늘날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자연의 능력에만 맡겨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순 매립 방식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쓰레기 처리법은 매립법이었다. 매립법이란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쓰레기를 파묻어 버리는 지극히 단순한 방법을 말한다. 매립지로 적당한 곳은 언덕으로 둘러싸여 주변보다 조금 낮은 우묵한 지형이다. 일단 매립지로 선정되면 불도저로 바닥을 더 파고 언덕을 쌓기도 한다. 그런 다음 대형 트럭들이 쓰레기를 가득 싣고 와서 이곳에 쏟아 놓는다.

이렇게 사후 처리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매립법을 단순 매립 방식이라고 한다. 예전에 서울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난지도는 단순 매립 방식을 사용했다.

이러한 단순 매립법은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 매립지로 쓰레기를 실어 나르는 트럭에서 날리는 먼지와 쓰레기 찌꺼기 등 발생에서부터 처리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더구나 매립되고 난 후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난다. 이처럼 처리하고 난 후 다시 나타나는 오염을 2차 오염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단순 매립법에서는 어떤 2차 오염이 나타날까?

쓰레기가 매립되는 곳에서는 여러 가지 화학적인 현상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쓰레기가 일정 높이로 쌓이면 그 안에 있는 미생물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쓰레기 분해를 촉진하여 온도를 높인다. 특히 온도가 30도까지 올라가면 메탄 발생균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메탄 가스가 발생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보통 매립 가스라고 부르는데, 이 가스 중에는 메탄 가스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쓰레기가 썩으면서 쓰레기 높이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을 침강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침강 현상은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10년 이상에 걸쳐서 조금씩 내려앉는다.

쓰레기에 포함된 수분은 조금씩 모여 토양 속으로 스며들게 되는데 이를 침출수라고 한다. 유기물 쓰레기가 부패해서 흘러나오게 되는 침출수들은 보통 BOD가 상당히 높다. 이렇게 더러운 물은 지하로 스며들어 흙과 지하수를 모두 오염시킨다.

그뿐이 아니다. 매립지에 묻혀 있는 기름이나 페인트 등에는 인간에게 해로운 화학 물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물질들은 다른 유기물 쓰레기와는 달리 썩지 않는다. 그 대신 비가 오면 매립지에 스며든 빗방울이 녹아서 흘러 나와 또 다른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이렇게 유해한 침출수가 땅 속에 스며들어서 지하수를 오염시킬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매립지에서 폭발이 일어나기도 한다. 매립지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들이 한 곳에 쌓여서 썩게 된다. 이 때 발생하는 많은 양의 메탄 가스들이 매립지 지하에 갇혀 있다가 조건이 갖추어지면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위생 매립 방식

이런 문제점 등을 막기 위해서 새로 만들어진 우리 나라의 김포군 해안 매립지는, 단순 매립이 아닌 위생 매립 방식으로 건설되고 있다. 위생 매립의 기본 원리는 '준호기성 방식'이라고 부르는 처리법을 이용해서 쓰레기를 썩히는 방법이다. 이는 쓰레기 더미 속에 공기를 통과시켜 쓰레기가 분해되는 속도를 촉진시키는 방법이다.

먼저 매립지를 조성한 후, 침출수를 차단하기 위해서 차폐층을 설치한다. 쓰레기를 2m 정도의 높이로 쌓은 후에 흙(연탄재 포함)30cm 정도 덮어 냄새가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탄재와 일반 쓰레기를 분리 수거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매일 복토 방식'이라고 부른다. 부분적으로 매일 복토가 이루어지면, 일정 기간 그 지역은 쓰레기를 매립하지 않는다. 쓰레기가 자연 침강하기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쓰레기를 매립하기 전에 가스관을 설치하고 침출수를 모아서 정화 처리를 하기 위한 집수관은 필수적으로 설치된다.

 

소각 방식

매립법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소각 처리이다. 소각 처리란 말 그대로 쓰레기를 태워 없애는 방법이다. 분리 수거를 거쳐 잘 타지 않는 유리나 금속 등을 모두 제거한 나머지 쓰레기를 소각로에 넣고 뜨거운 열로 태운다. 여기에서 나오는 연기는 정화 장치를 거치기 때문에,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은 수증기뿐이다. 태우고 남은 재는 원래 부피의 10--15%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열은 지역 난방 등에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서울의 목동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은 이 열을 이용해 목동 아파트 단지에 난방과 온수를 제공하고 있다.

소각 처리는 매립 방식보다 처리 비용이 많이 들지만, 토양 오염과 수질 오염 등 2차 오염이 거의 없고, 매립하는 쓰레기의 양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국토의 면적이 적은 우리 나라에 적합한 쓰레기 처리 방식이다. 국토가 넓지 않은 유럽과 일본에서는 70% 이상의 쓰레기를 소각 처리하고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소각 처리 비율이 1.7%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그 밖의 방법들

지금까지의 방법은 대부분 육지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효과적인 쓰레기 처리법이 개발 된다 하더라도 육지의 면적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쓰레기를 처리할 장소의 부족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전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닷속 깊은 곳에 쓰레기 처리장을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바다 표면에서 4--5km 깊이의 심해저의 평평한 곳에 쓰레기를 묻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하면 해마다 약 1백만 t의 쓰레기를 10년 간 버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쓰레기들은 주로 하수 처리에서 나온 침전물과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온 재와 같이 '비교적 해가 없는 폐기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쓰레기는 주성분이 비교적 고르고 그 형태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깊은 바닷속에 안정되게 매립할 수 있을 것이다.

해저 쓰레기장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공 위성과 정밀한 해류 탐지기를 사용해서 쓰레기가 번지지 않을 정도로 해류의 흐름이 거의 없는 지역의 바다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다음 쓰레기를 버릴 때에도 정확히 같은 장소에 쓰레기가 쌓이도록 해야 한다.

깊은 바닷속에서는 해류의 움직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바다 표면과의 물질 교류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 따라서, 깊은 바다 밑의 물질이 바다 표면까지 도달하자면 무려 1천 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또 깊은 바다 밑의 물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반응하는 화학 물질을 제거한다. 이렇게 긴 세월이 흐른 뒤에 바다 밑에 버린 쓰레기는 유기질의 부서진 바위와 비슷해질 것이다.

 

플라스틱 공해

 

플라스틱은 매우 유용하다. 플라스틱은 강하고 값이 싸며 어떤 형태로든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녹슬거나 변색하지 않으며, 썩거나 곰팡이가 끼지도 않는다. 물과 공기가 스며들지도 않는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진 플라스틱은 오늘날 우리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일상 용품, 잡화류, 식품 포장재 등으로 아주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해 주는 플라스틱 일회용품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은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 봉지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봉지가 우리 손으로 들어오는 경로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자.

먼저 우리들이 돈을 내고 사는 거의 모든 물건들은 플라스틱 봉지에 담겨져서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하지만 이렇게 플라스틱 봉지에 담겨 오는 물건들 중에는 굳이 플라스틱 봉지로 포장하지 않아도 될 것도 많이 있다. 만약 여러분들이 집에서 하룻동안 집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 봉지를 모아 본다면 그 양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일회용 용기가 있다. 일회용 용기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우유 팩이다. 또한 길거리에는 여러 종류의 일회용 용기에 담겨져 나오는 자동 판매기가 아주 많이 있다. 특히 여러분들이 많이 이용하는 햄버거 가게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카운터에서 받아 온 것 중에서 음식을 빼고는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들이다. 요즘은 플라스틱이 개량을 거듭해 전자, 자동차, 항공, 섬유 산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금속 대신 폭넓게 쓰일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용한 플라스틱도 쓰고 난 후 버릴 때에는 큰 골칫거리가 된다. 사용하고 난 플라스틱을 없앨 방법이 없는 것이다. 다 쓰고 난 플라스틱은 버려진다. 그러면 수집되어 쓰레기 매립장에 옮겨지고 그 곳에서 쌓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다. 여전히 물과 공기가 침투하지 못하며 녹슬거나 곰팡이가 피지도 않는다. 영원히 그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만약 지금 이대로 플라스틱이 사용된다면, 우리들이 지상에서 모두 사라진 후에도 플라스틱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플라스틱을 자연에서 뽑아 내는 방법은 알아냈지만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방법은 아직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플라스틱 공해에 시달리는 곳은 도시뿐이 아니다. 우리들은 농촌이 도시에 비해 환경 문제가 덜 심각하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미 오늘날의 농촌은 맑고 깨끗한 자연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들이 철을 가리지 않고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농촌의 비닐 하우스 재배법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꼭 필요한 비닐 하우스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양의 플라스틱 제품이 필요하다. 비닐 하우스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플라스틱 필름은 사용 후 회수하지 않으면 농작물이 필요로 하는 산소 및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한다. 이렇게 되면 식물들은 숨을 쉬기 어렵고, 땅 속에서 여러 가지 유익한 일을 하는 미생물도 자라지 못한다.

바다에 떠 다니는 플라스틱과 낚시꾼들이 내버리는 낚시줄이나 낚시 도구도 점차 바닷가에 쌓여 간다. 나날이 늘어 가는 바다의 플라스틱으로 어장과 바다의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인 줄 알고 삼켰다가 죽은 바다거북이나 물고기에 관한 기사도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양 표류물의 약 60%가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썩는 플라스틱

 

과학 기술은 썩지 않는 플라스틱 대신 좀더 자연스러운 플라스틱, 자연의 처리법에 순응하는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썩는 플라스틱이다. 원래 '썩는다'는 말은 생태계에서 분해자의 역할을 맡고 있는 미생물들이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미생물 외에 태양에서 나오는 자외선으로도 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따라서,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다.

썩는 플라스틱 즉, 분해성 플라스틱은 크게 생붕괴성 플라스틱, 광분해성 플라스틱, 생분해성 고분자로 나뉘어진다.

 

생붕괴성 플라스틱

생붕괴성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틸렌 같은 고분자 화합물 등에 전분을 혼합하고 첨가제를 집어 넣은 것이다. 전분은 미생물에 분해되는 천연 고분자이므로, 결국 폴리에틸렌 등의 입자로 붕괴되어 겉으로 보면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폴리에틸렌 같은 합성 고분자는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2차 잔류물이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생붕괴성 플라스틱은 환경 보전의 측면에서 보면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의 심각한 환경 문제를 생각할 때 당분간 쓰레기 주머니, 쇼핑백, 그리고 비닐 하우스용 필름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겠다.

현재 미국에서는 폴리에틸렌에 전분을 6--90%까지 섞은 생붕괴성 플라스틱이 실용화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에는 남아 도는 옥수수(전분의 원료)의 활용과 석유 자원의 절약이라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광분해성 플라스틱

광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외선으로 고분자 결합을 끊어 궁극적으로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실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때 자외선 안정제와 광분해 활성제를 적절하게 집어 넣어 일정 기간 동안은 플라스틱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다가 그 이후에는 빠른 속도로 광분해가 일어나게 한다. 따라서, 비닐 하우스용 플라스틱으로 적합하다.

 

생분해성 고분자

생분해성 고분자는 농산물과 같이 자연계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을 원료로 해서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일단 원료가 되는 원유가 절약되는 셈이다. 또한 생분해성을 이용하면 포장 용기 및 포장 필름용 외에 비료나 농약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서 환경 보전에 매우 유리하다.

아직은 이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이 낮은 수준에 있지만,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 만들어 내는 비용이 줄어든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해성 플라스틱만 믿고 플라스틱을 마구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옛날에 나왔던 전혀 썩지 않는 플라스틱에 비해서 썩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플라스틱도 썩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환경을 볼모로 삼는 일회용 용기들을 비롯한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은 줄이는 것이 좋겠다.

 

다시 살아나는 쓰레기

 

지금까지의 쓰레기 처리법은 쓰레기를 우리들의 생활 밖으로 쫓아내는 데만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소극적인 방법뿐 아니라 쓰레기를 '새로운 자원'으로 생각하여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적극 이용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재활용 기술은 버려지는 자원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다. 재활용 기술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원화 기술'이다. 자원화 기술은 쓰레기의 종류만큼이나 아주 다양하다.

이런 쓰레기 재활용을 위해서는 쓰레기의 효과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상적인 쓰레기 관리 체계는 쓰레기를 완벽하게 분리 수거한 다음, 각각의 쓰레기에 여러 가지 다양한 재활용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알루미늄 깡통 재생

더울 때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청량 음료가 담겨 있는 깡통은 아주 귀한 자원들로 만든 것이다.

알루미늄을 만들려면 땅 속의 광석을 캐어 녹여서 순수한 알루미늄을 뽑아 내야 한다. 이런 과정에는 모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서 깡통 하나에는 그 절반 정도 분량의 석유가 들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그 제조 과정에서도 많은 오염 물질이 나온다.

그런데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깡통이나 은박 접시 등을 회수해서 재활용하면 새로 알루미늄 깡통을 만드는 것보다 에너지가 30분의 1밖에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알루미늄 깡통의 재생은 에너지와 자원을 아끼고, 동시에 오염을 줄이는 일석이조가 된다.

 

귀금속 회수

이런 재생 자원화에서 앞으로 크게 주목을 받을 만한 것은 버려진 전자 제품이나 자동차 부품에서 회수되는 귀금속이다.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은 화폐나 보석 장신구로 주로 사용되었고, 공업용으로는 극히 일부만이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첨단 기술 개발에 따라 공업용 제품에 상당한 양의 귀금속이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귀금속을 정제하는 기본 원리는 금의 경우 왕수나 시안화칼륨 등으로 용해시켜서 이를 다시 환원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어떤 폐기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만 회수하게 되는 대상물에 따라서 회수 공정이 달라질 뿐이다. 앞으로 점차 회수량이 늘어 갈 부분은 IC 회로가 많이 사용되는 전자와 전기 제품이다. 전자와 전기 제품 중에서도 금 회수율이 높은 것은 컴퓨터, TV, 전자 오락기 등이다. 최근에는 계속 새로운 모델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들의 수명은 날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따라서, 그만큼 폐기 처분되는 양이 많아지고 있어 우리 나라에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TV 한 대에는 금이 0.02g, 은이 1.16g 정도 들어 있다고 한다. 컴퓨터의 경우는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재생되는 자원

자원 재생화에 있어서 지금까지 가장 전통적인 분야는 플라스틱이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 각 분야별로 재생 기술이 있었지만 이를 좀더 고급화시키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석유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플라스틱은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최근에 개발된 방법은 촉매, 즉 화학 반응을 부추기는 물질을 사용해서 플라스틱에서 거꾸로 석유를 빼내는 것이다.

우선 플라스틱을 300도의 가마 속에 넣는다. 플라스틱이 녹으면서 발생된 가스는 2개의 반응로로 보내지고, 그 곳에서 가스가 촉매와 반응을 일으켜 석유가 생긴다. 앞으로는 석유 이외에도 고급 섬유의 원료가 되는 방향족 화합물도 뽑아 낼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의 플라스틱 재활용법은 플라스틱 폐기물로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이다.

주로 음료수 병 용기로 사용되는 PET, 즉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성분을 이용해서 폴리머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다.

이 콘크리트는 모래와 자갈과 액체 상태의 PET, 그리고 강화제로 만든다. 여기서 플라스틱은 보통 시멘트에 첨가하는 물과 모르타르를 대신하게 된다.

 

매립 가스 활용

쓰레기에서 나오는 폐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생하는 매립 가스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매립 가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립지에 관을 묻어서 메탄 가스를 뽑아 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매립지에서 메탄 가스 때문에 생기는 폭발의 위험도 막을 수 있다.

매립 가스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최근 각광을 받기 시작한 재생 에너지원이다. 미국에만도 1백 개 이상의 매립 가스 공장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이 좋은 매립 가스를 뽑아 내면 발열량이 매우 커서, 경제성만 입증되면 발전소까지는 몰라도 주변의 아파트에 폐열을 이용한 난방, 원예 농장에 이용하는 열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ff

6장 해양 오염

적조 현상과 유류 오염, 해양은 어떻게 오염되나

 

바다는 생명의 고향이라고 일컬어진다. 지구상에서 최초의 생명이 잉태된 곳이 바다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바닷속에는 풍부한 해양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오랫동안 인간들에게 귀중한 식량을 제공해 주었다. 그 밖에도 바다는 석유와 같은 에너지원, 망간, 구리 등의 광물 자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천연 자원을 가지고 있다. 바다는 인류를 탄생시키고 인류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갖가지 자원까지 제공해 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바다가 우리를 위해 베풀어 주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은 바로 바다의 자정 작용이다.

우리들이 매일같이 사용하고 버린 생활 하수와 공장의 폐수, 빗물은 어디로 흘러갈까? 이런 물들은 제일 먼저 하수구를 통해 강물에 모이게 될 것이다. 여러 갈래로 흐르는 강물은 결국 하나로 모여 거대한 흐름을 이루면서 결국에는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중 일부는 강물을 거치지 않고 여러 가지 다른 경로를 통해 흐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두가 마지막에는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바다는 모든 물들이 모여드는 최후의 종착역이다.

지구 표면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바다는 무척 넓고 깊어 이 모든 쓰레기를 아무 불평 없이 받아들여서 거르고 가라 앉히고, 분해하거나 흡수해서 말끔하게 치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바다의 능력을 정화 능력이라고 하고, 바다의 이러한 작용을 자정 작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바다의 정화 능력도 인구와 산업 시설의 증가로 내다 버리는 쓰레기가 너무나 많이 늘어나서 이제는 그 한계에 도달했다. 환경 오염에 있어서 바다의 중요성은 특별하다. 지상에서 나오는 모든 오염 물질들은 대기나 하천 등을 통해 결국에는 바다를 최후의 종착역으로 삼게 마련이다. 바다의 자정 작용을 과신한 사람들은 더 이상 처리할 곳이 없는 쓰레기를 바다에 그냥 던져 버리기도 했다. 몇 년 전 러시아에서는 핵 발전소에서 나온 방사성 폐기물울 동해에 내다 버려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해양 오염은 오염이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쉽게 인식할 수 없다. 하지만 해양 오염의 특성은, 일단 오염이 되면 다시 회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양 오염은 크게 적조와 유류 오염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적조란 무엇일까?

 

여러분들은 식탁에 자주 오르는 김이나 양식 굴이 적조 현상으로 떼죽음을 당했다는 TV 방송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년 5--10월이 되면 우리 나라에서 물이 가장 맑기로 소문난 청정 해역, 남해에서 적조 현상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적조가 생기면 양식장의 수산물들이 큰 피해를 당하게 된다.

적조란 바다에 사는 플랑크톤들이 이상 증식을 하여 푸른 바닷물이 붉은 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물의 움직임이 별로 없는 만이나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하구 부근 연안에서 해수가 부영양화되어 플랑크톤이 갑자기 많이 번식함으로써 생기게 된다. 부영양화란 인이나 질소와 같은 성분이 많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플랑크톤이 이상적으로 많이 발생해 물이 썩는 것이다.

맑은 물을 컵에 떠 놓으면 며칠이 지나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이 먹다 남긴 국그릇을 가만히 놓아 두면 며칠이 못 가서 물에 곰팡이가 생기며 역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이런 상태를 흔히 '썩었다'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유기물로 오염된 바닷물은 부영양화가 일어나기 쉽게 된다. 적조가 되면 해수의 색깔은 적조를 일으킨 생물의 종류에 따라 적갈색이나 황갈색, 황록색, 암갈색 등을 띠게 된다.

적조가 일어난 바닷물에는 플랑크톤의 수가 보통 바닷물보다 엄청나게 많아진다. 대개 바닷물 11 l에 플랑크톤이 1만 개 이상 살게 되면 물의 색깔이 변한다. 심한 경우에는 수백만 개 내지 최고 1억 개 이상이나 될 때도 있다.

이렇게 많은 플랑크톤 적조가 일어난 물은 만져 보면 끈적끈적한 느낌을 준다. 평소에는 맑은 물이 아주 걸쭉한 느낌을 준다.

적조에 관한 이야기는 구약 성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여러분 중에는 모세의 이집트 탈출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때 이집트에 내려진 재앙의 강물이 피로 변하고 물고기가 죽어서 악취를 풍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오늘날 이것은 적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조선 실록에도 태종과 세종 대왕 때에 남해안 일대의 해수가 적색, 황색, 갈색으로 변하여 죽과 같이 불투명해지고,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여 물 위로 떠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적조 현상은 옛날부터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횟수가 수 년 내지 수십 년 만에 한 번씩 일어나는 정도여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인구가 급증하고, 공업이 발달하게 됨에 따라 지금은 이 적조 현상이 전세계 연안에서 해마다 발생하고 있어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요즈음 우리 나라에서 발생하는 적조의 원인은 과거와는 달리 사람이 만든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일어나는 적조는 그 양상도 복잡하고 규모도 아주 커서 피해가 무척 심각해졌다. 그렇다면 요즈음 들어서 적조 현상이 전보다 더 자주 일어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러면 적조가 일어나는 지역인 연안 바다의 특성을 알아봄으로써, 적조가 자주 일어나는 까닭을 생각해 보자. 연안 바다는 육지와 닿아 있는 바다이다. 이런 연안 바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수산업의 대부분이 이 곳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항구, 도시 및 산업 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또한 그 이용도도 난바다보다는 훨씬 높아서,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해안 지방에 모여 있고, 발전소나 임해 공업 시설이 건설되어 있으며 점점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육지의 시설물들에서 흘러들어가는 쓰레기들이 주로 쌓이는 곳도 역시 연안 바다이다. 인위적인 이용이 집중된 곳이기 때문에 오염 현상과 피해가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연안 오염이 어업이나 수산업 등에 주는 피해는 날로 늘어가고 있으며 대규모화되고 있다.

연안의 수질을 오염시키는 물질들은 주로 도시 하수, 공장의 폐수 등에서 나오는 각종 유기 물질과 중금속류, 농약, 유독 물질 등이다. 이러한 도시 하수나 폐수에는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는 여러 가지 유기 물질들이 매우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이런 물질들이 연안으로 흘러들어오면 먹이가 많아진 플랑크톤은 한꺼번에 대량으로 증식하게 된다. 플랑크톤의 수명은 아주 짧다. 따라서,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번식하고 있는 동안 죽는 플랑크톤의 양도 늘어나게 된다. 이 플랑크톤들의 사체들은 다시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어 번식을 촉진시킨다. 적조의 악순환인 셈이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적조 현상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 육상에서의 식물 역할을 맡고 있는 플랑크톤의 번식은 광합성 작용에 필요한 색소, 태양 광선, 그리고 성장에 필요한 영양 물질에 의해 유지된다.

특히 주요 영양소인 질소와 인산염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질소나 인산염이 풍부하고 태양 광선, 수온과 영양 물질의 조건 등이 갖추어졌을 경우에는 번식 속도가 빨라져서 거의 폭발적으로 번식하게 되고, 하루, 이틀 사이에 바닷물의 색깔이 바뀌게 된다.

우리 나라는 1970년대 이후부터 임해 공업 단지가 생기고 농약이나 비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연안 바다가 급속히 오염되었다. 연안 바다가 오염되자 적조 현상이 빈번해져서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적조에 의한 수산물의 피해도 날로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1981년에 진해만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적조는 사회, 경제적인 문제로까지 발전되어 마침내 국회에서 연안 오염을 관리하기 위한 법까지 제정하는 일이 일어났다.

임해 공업 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울산만, 진해만, 광양만에서는 공통적으로 연중 적조가 발생하고 있다. 창원 공업 단지와 마산시, 창원시, 진해시를 끼고 있는 진해만은 어느 해역보다도 적조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그 규모도 매우 커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해역에서는 홍합, 피조개, 꼬막, 굴 등을 기르는 양식장이 많이 있는데, 1981년에 약 50일 동안 일어난 적조로 인해서 약 17억 원의 수산물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적조가 발생하게 되면 늘어난 플랑크톤들이 물 속의 산소를 모두 소비한다. 따라서, 물 속에는 산소가 부족해진다. 심한 경우에는 대량의 플랑크톤이 물고기들의 아가미를 막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숨을 쉬지 못해 질식사하기도 한다.

또한 죽은 플랑크톤과 물고기들이 썩어 악취를 풍기게 되고, 유독한 가스를 발생시킨다. 적조를 일으키는 생물의 종류는 약 9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약 20종은 독소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독소를 분비하여 조개를 죽이고, 이렇게 죽은 조개를 먹은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준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수산 생물이 입는 피해는 대부분 질식사에 의한 것이지만, 외국에서는 독소에 의한 중독사가 많다고 한다.

현재 전국의 주요 연안에서 부영양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적조를 막기 위해서는 식물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는 영양 물질의 유입을 일으키는 수질 오염을 막아야 한다. 또한 식물성 플랑크톤의 번식을 촉진시키고 해양의 중금속 오염과 관계가 깊은 미량 원소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 이들 미량 원소는 먹이 사슬을 통하여 생물 농축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람의 체내에 축적되어 만성 중독이나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오염원들은 하수를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하수 종말 처리장에서 완전하게 처리한 다음에 바다로 내보내야 한다. 따라서, 해양 오염의 해결책은 지상의 수질 오염 해결책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류 오염의 해결사, 박테리아

 

해양 오염 중에서 유류 오염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단 바다에 원유와 같은 유류가 유출되면 그 피해가 넓은 영역에 걸쳐서 확산된다. 또한 유류 유출은 대부분 선박 충돌과 같은 사고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 피해를 막기 곤란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유류 오염은 많은 과학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유류 오염이란 석유가 인간에 의해서 생산되고 운반되고 사용되고 폐기되는 그 모든 과정에서 자연 환경으로 유출되어 생태계에 독성으로 인한 파괴를 일으키고 어업과 양식업 등 인간의 경제 활동에도 심한 타격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유류 오염에 의한 참상은 몇 년 전에 일어났던 걸프 전쟁에서 너무나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온몸이 시꺼먼 기름 덩어리에 뒤덮인 채 해변가에서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바닷새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유류 사고 발생 건수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이런 유류 오염이 해양 생물에 미치는 피해는 물리적인 것과 생리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피해는 기름과 직접 접촉해 질식하는 것으로 특히 가마우지, 제비갈매기 등 조류의 경우 깃털에 기름이 묻으면 날개짓을 제대로 못해 익사하거나 보온력을 잃어 죽게 된다. 기름 성분 속에 포함된 벤젠, 톨루엔 등의 독성 물질은 물 속에 녹아들어서 해양 생물의 세포벽을 파괴하고, 단백질과 결합해서 효소나 몸을 이루는 단백질에도 큰 영향을 준다.

또 기름 성분 속에는 생물에게 마취나 마비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있다. 해양 생물 중 유류 오염으로 가장 심한 피해를 입는 것은 민감한 산호초와 새우, 갯지렁이 등 해저에 사는 생물들이다. 이들은 기름 냄새를 맡으면 도망칠 수 있는 물고기들과는 달리 바다 밑바닥에 붙어 있는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에 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기름에 피해를 입은 생물은 살아 남더라도 행동이 둔해지고 번식률이 떨어진다. 이런 영향이 사라지려면 평균 5--7년이 걸린다.

일단 바다로 유출된 원유는 먼저 해상에서 바람이나 파도에 의해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확산된 원유 중 일부는 증발하고 일부는 물에 용해된다. 원유의 휘발성 성분은 이렇게 해서 며칠 내에 모두 사라진다. 그러나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휘발성 성분은 바닷물과 혼합되어 현탁액(에멀션)을 형성하면서 해수 중에 장기간 남아 있게 된다. 이것은 점차 잘게 분산되어 입자 상태로 되고, 작은 플랑크톤이나 세균 등을 흡착해서 밀도가 커지면 해저에 가라앉는다.

일반적으로 유류 오염 방제에는 물리적 방법, 화학적 방법 또는 미생물을 이용한 방법 등이 사용된다. 오염의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리적인 방법이다.

물리적인 방법이란 쉽게 말해서 '물 위에 뜬 기름'을 걷어내는 일이다. 먼저 기름이 더 이상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오일 펜스를 설치해 기름을 모으거나 아직 흩어지지 않은 기름을 펌프로 끌어올려 소각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기름의 두께가 0.1mm 이하인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아주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된 경우에는 방제선이 수백 척 동원된다 하더라도 물 위에 퍼진 기름을 모두 걷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화학적 방법에는 유분산제를 이용하는 방법과 기름 덩어리를 유지하도록 응고제를 이용하는 방법이 흔히 쓰인다. 유분산제는 기름 덩어리를 잘게 부수고 현탁액이 되는 것을 막는다. 형성된 현탁액이 해저에 가라앉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분산제에 함유된 솔벤트는 생물에게 독성이 큰 성분이어서, 당장에 기름막은 제거할 수 있다 하더라도 2차 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유류 오염을 해결하는 데 박테리아를 사용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박테리아란 본래 세균을 뜻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상 곳곳에 박테리아가 살지 않는 곳은 없다. 이들은 아주 추운 곳, 아주 더운 곳, 소금기가 많은 곳, 압력이 큰 곳도 가리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박테리아의 특징은 사람들이 만들어서 환경 속으로 내보낸 각종 유해, 유독성 화학물질을 분해하고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식성이 다양해서 무엇이나 먹어 치운다. , 자연이 무기물을 가지고 만들어 낸 유기물을 분해해서 본래의 형태로 만들어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박테리아의 역할을 분해자라고 한다. 따라서, 분해자로서의 박테리아의 역할을 기름 분해에 이용하는 것이다. 유류 오염이 발생하면 그 지역에서는 자연적으로 기름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늘어난다. 이를 응용해서 유전 공학적으로 대량의 박테리아를 기르거나 자연산 박테리아를 모아서 유류 오염이 발생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뿌리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미 기름 분해 박테리아를 키워서 파는 회사들도 생겨났다.

인간에 의한 유류 오염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마지막까지 해양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자연적 정화 능력을 인위적으로 최대한 증진시킨 기름 분해 박테리아는 미생물학과 유전 공학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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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수질 오염

생명과 직결되는 물의 보존을 위하여

 

생명을 살리는 물과 죽이는 물

우리 몸무게의 약 70%는 물로 되어 있다. 그만큼 물은 우리의 생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물의 오염은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옛날부터 우리 나라는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샘물을 그냥 떠서 음료수로 마실 수 있는 곳은 전세계적으로 몇 나라 되지 않는다. 서양에서 맥주와 각종 차가 발전한 것은 물을 그냥 마실 수 없기 때문에 가공해서 마시는 방법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도 수질 오염은 점점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강물을 떠 먹을 수 없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이제는 수돗물도 안심하고 마실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맑고 깨끗한 강물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의 강은 거품으로 가득 차 있고, 물고기 한 마리 살지 않는 죽음의 강이 되어 버렸다.

물의 오염으로 인한 사건은 옛날부터 있었다. 옛날에는 강물을 별다른 정수 과정이나 소독 처리를 거치지 않고 그냥 마셨다. 하지만 강물에는 사람이나 가축의 배설물이 섞여서 흐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강물이 장티푸스나 파라티푸스, 세균성 이질균에 의해서 오염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런 오염된 물을 마신 사람들은 병에 걸렸다. 이런 병들은 병균들이 물을 매개로 해서 전염되었기 때문에 '수인성 전염병'이라고 부른다.

아직까지도 우리 나라의 정수장에서 실시하는 상수 처리과정은 병원성 세균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위생적인 상수 처리 시설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수인성 전염병으로 인한 문제는 많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병균이 없는 위생적인 수돗물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 가정에서 나오는 수돗물은 대개 강물이나 호숫물이 여러 가지 단계의 정수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것이다. 이 과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단계가 정수 과정과 소독이다. 맨 처음 상수장으로 들어온 강물이나 호숫물 등에는 미세한 진흙 입자나 모래 입자를 비롯해서 각종 유기 물질과 병원균 등이 들어 있다. 이러한 물을 상수 처리장에 한꺼번에 모아 처리하는 것이다. 소독 과정 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은 염소 소독이다.

그러나 이런 염소 소독 과정 중에서 새로운 독성 물질인 THM이 생긴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물질 중에는 마취제로 사용되는 클로로포름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클로로포름은 암을 일으키는 발암성 물질로 밝혀져서, 마취제로써의 사용도 오래 전에 금지되었다.

염소를 사용해서 물을 소독하게 되면 반드시 THM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왜냐 하면 아무리 깨끗하게 물을 걸러낸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여러 가지 유기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기 물질들이 염소와 반응하여 THM을 발생하게 된다. 그 반응 과정은 아주 다양해서 아직까지도 전체적인 반응 과정이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바로 합성 화학 물질에 의한 오염이다.

대부분의 산업 활동에서는 물이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물은 여러 가지 물질을 녹여 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오염 물질들이 물에 녹아 공장의 배출구에서 나와서 강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화학 물질에 오염된 강물이 상수장에서 처리를 거친 다음 수도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되돌아오게 된다. 아직까지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을 전부 처리하는 방법은 개발되지 못했다.

이렇게 물 속에 들어 있는 오염 물질들을 오랜 기간 동안 음료수로 먹게 되면 공해병이 생기게 된다. 공해병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유해한 오염 물질 때문에 생긴 병이다. 공해병이란 말이 일반적으로 쓰이게 된 계기는 일본의 미나마타 병과 이타이이타이 병이었다. 이 병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물에 의해서 일어난 환경 오염 사건이었다.

미국 허드슨 강의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PCB)의 오염 사건도 강물에 의해서 일어난 유명한 환경 오염 사건이다.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이란 물질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고, 전기를 잘 통하지 않는 액체이기 때문에 공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허드슨 강은 주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수원으로 이용되고 있었고, 양식 어업이 활발하게 행해지던 강이었다. 그러나 공장에서 배출한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에 의해 다시는 원상태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이 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제는 더 이상 허드슨 강물로 만드는 수돗물을 먹을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허드슨 강에서 잡히는 물고기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 폐수가 강물이나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양식장과 어장을 망친 사례는 일일이 꼽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아직도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온산의 공해병 역시 온산 공단에서 배출되는 산업 폐수가 원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몇 년 전에 일어난 낙동강의 페놀 유출 사건도 산업 페수가 그대로 강물로 배출되어 일어난 사건이었다.

 

수질 오염의 원인 물질들

 

강물이나 호수로 흘러들어가 물을 오염시키는 물질은 크게 생활 하수, 산업 폐수, 농축산 폐수로 나눌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생활 하수의 발생량이 가장 많아서 하루에 1000t 가량이 발생하며, 산업 폐수는 하루에 578t, 농축산 폐수는 하루에 약 9t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

생활 하수는 우리들이 집에서 쓰고 버리는 하수와 공장 사업장 등에서 배출되는 일반 하수를 가리킨다. 우리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은 생활 하수로, 하수구를 통해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생활 하수에 들어 있는 오염 물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유기 오염 물질을 들 수 있다. 본래 유기물이란 생물체를 이루는 물질을 가리킨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유기 오염 물질의 예는 음식 찌꺼기나 사람의 배설물 등이다.

강물 속에 들어 있는 유기 물질의 양을 나타낼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오염의 정도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BOD'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유기 물질들이 강으로 흘러들어가면 썩게 된다. ,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가 되는 자정 작용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미생물이 유기 물질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BOD는 바로 물 속에 녹아 있는 오염 유기 물질들을 분해하기 위해 미생물들이 사용하는 산소의 양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BOD 값이 커질수록 미생물들이 분해해야 할 오염 물질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 BOD 값이 커질수록 오염이 심한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와 비슷한 단위로는 'DO'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을 뜻한다. 산소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물질이 아니다. 물 속에서 사는 물고기나 물 속의 유기 물질들을 분해해서 물을 깨끗이 만드는 미생물들도 산소를 마시며 살아간다. 따라서, 산소가 없는 물에서는 생물들이 살아갈 수 없다. 물고기도 물 속에 산소가 없어서 숨을 쉴 수 없게 되면 물에 빠져 죽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하수 속에 유기물이 너무 많으면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물 속의 산소를 전부 다 써 버리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악취가 풍기는 더러운 하천들은 산소가 없어 생물들이 모두 죽어버린 지 오래인 하천들이다. 이런 하천에서는 미생물조차 살 수 없어 자정 작용도 일어나지 못한다.

생활 하수에는 유독성이 심한 물질이 섞여 있지 않지만, 유기물을 대량으로 배출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생활 하수는 하수 처리장에서 처리를 거친 후 강물로 흘려 보내야 한다.

농축산 폐수는 생활 하수나 산업 폐수에 비해 그 양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으나, 동물의 배설물을 비롯해서 고농도의 유기 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큰 피해를 일으킨다.

가장 문제가 되는 산업 폐수는 생활 하수에 비해 양은 적지만 고농도의 오염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여기에는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우리 나라 뿐 아니라 외국의 경우에도 주요한 화학 물질 오염에 의한 인명 피해나 생태계 파괴는 모두 산업 폐수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산업 폐수는 반드시 완벽한 처리를 거쳐 강이나 바다로 배출되어야 한다. 때문에 이미 오래 전에 산업 폐수 문제로 홍역을 치른 일이 있는 선진국들에서는 산업 폐수를 가장 중요한 오염원으로 생각하고, 관리에도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물을 살리는 과학

 

점점 심해져 가는 수질 오염의 처리에 있어서 여러 가지 과학 기술이 응용되고 있다.

 

생분해성 계면 활성제

생활 하수 속에 들어 있는 오염의 원인 물질에는 유기 오염 물질 외에도 가정과 공장에서 배출되는 계면 활성제를 들 수 있다. 계면 활성제는 합성 세제의 주성분이다.

그런데 이런 계면 활성제에는 다량의 인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인 성분은 물 속에 사는 작은 생물들에게는 꼭 필요한 영양 물질이다. 그런데 이런 영양 물질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이것을 먹고 사는 미생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물 속의 산소를 모두 써 버리기 때문에 산소 부족으로 강물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계면 활성제에는 독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강에서 서서히 분해가 이루어지면서 강물 위에 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물 밖에 있는 산소가 강물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것을 막아 수질 오염을 유발시킨다. 만약 계면 활성제가 섞인 강물이 다시 상수원으로 사용된다면 분해되지 않은 계면 활성제를 우리가 다시 마시게 되는 셈이다.

이런 계면 활성제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생물공학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생분해성 계면 활성제'이다. 이 계면 활성제는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시판되고 있다.

 

산업 폐수 정화에 이용되는 역삼투법

산업 폐수에서 나오는 주된 환경 오염 물질 중의 하나가 도금 공장에서 나오는 도금에 사용되었던 다양한 화학 물질과 세척수이다.

세척 과정을 거친 후 발생하는 폐수를 적절히 처리하지 않고 흘려 보내게 되면 독성이 강한 중금속 등이 나와서 생태계에 피해를 끼친다.

또한 이런 폐수가 생물학적인 폐수 처리 공정에 섞여 들어가면 폐수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활동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처리 효율을 저하시킨다.

한편 도금 제품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세척 폐수에는 다시 회수해서 사용할 수 있는 중금속과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처리를 통하여 이들 물질을 다시 회수하는 공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도금업체에서 나오는 폐수 처리에 널리 이용되는 방법은 역삼투법이다. 역삼투법은 삼투 현상을 이용하는 것인데, 삼투 현상은 물질이 농도가 높은 쪽에서 농도가 낮은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현상이다. 역삼투법은 농도가 서로 다른 용액을 반투성 막으로 분리시켜 놓고 농도가 높은 쪽에 삼투압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압력을 걸어 주면 삼투 현상과 반대의 현상이 생기며, 용매와 용질이 분리된다. 이 현상이 역삼투이다.

역삼투법에 의하면 종류에 따라 중금속을 95% 이상 회수하여 재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생태학을 이용한 폐수 처리

폐수 처리에는 공학적인 기술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리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2차 오염이 우려되는 공학적인 방법보다는, 자연에서 벌어지는 자정 작용을 이용한 생물학적 처리가 더 완벽한 방법으로 각광을 받기도 한다.

생물학적 처리에서는 자연의 정화 작용을 본따 인공적인 바이오 시스템을 만들어서 폐수를 정화한다. '폭기조'라 불리는 장치에 폐수를 담고 여기에 산소(공기)를 불어넣으면 미생물이 먹이가 되는 유기 물질을 소비하면서 번식하게 된다. 이어서 미생물과 폐수의 혼합액을 다음 단계의 침전조로 보내 먹이를 먹어 무거워진 미생물을 완전히 가라앉힌 다음 물을 방류하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가라앉은 미생물들을 다시 폭기조로 옮겨서 유기물을 계속 먹어 치우도록 한다. 여기서 미생물의 군집을 '활성 오니'라고 부르며 이런 방식의 폐수 처리 방식을 '활성 공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처리 공정은 처리 시간이 너무 짧고 미생물들이 오염 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이제까지 하수 처리에서 이용된 폭기조를 대신할 방법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 자연에서 벌어지는 자정 작용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생태적 오수 처리이다. 이것은 인공적으로 늪지를 만들어서 미생물의 자연 정화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생태적 오수 처리에도 문제는 있다. 만약 늪이 갖추고 있는 자연 정화 능력을 넘어선 하수가 흘러들어갈 경우 이 인공 생태계는 파괴되고 만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날마다 몇 억 t이나 배출되는 대도시의 오염된 물을 미생물의 정화 속도에 맡겨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또한 그 정도로 많은 물을 처리하려면 엄청나게 넓은 인공 늪이 필요한데, 그만큼 넓은 공간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인공 늪지는 자연의 힘을 이용한 경제적인 하수 처리 방법으로써 교외나 농촌에 보급될 수 있다.

이런 생태적인 처리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요즘은 적극적으로 독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미생물인 '슈퍼버그(슈퍼 미생물)'를 생물 공학적 방법을 통해 만들어 내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햇빛을 이용한 하수 처리

태양 에너지로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이 방법은 우선 오염된 물을 반도체 광촉매로 코팅한 유리관 속으로 통과시킨다. 한 번 태양열을 모으는 집열기와 우산처럼 생긴 파라볼라형 거울통이 태양빛을 모아 유리관에 쬐여 준다. 이 때 자외선이 촉매에 비추면 물 속의 산소와 반응, 산화제를 만들어서 오염 물질의 화학 결합을 부추겨 오염 물질을 분해한다.

태양광 촉매 해독 장치라고 하는 이 공정은 유기 폐기물을 이산화탄소, , 그리고 묽은 산으로 분해한다. 이 방법은 종래보다 비용이 5배나 많이 드는 게 흠이지만, 기술이 더욱 개발되면 점차적으로 비용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질 오염을 걸러내는 미생물과 해조

미생물 중에는 이를테면 미세한 걸레와 양동이를 가지고 있는 청소부도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런 미생물에게 석유 유출과 산업 폐기물로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일을 시킨다.

슈도모나스라는 이름을 가진 녹농균의 일종인 토양 박테리아 중에는 거의 전적으로 석유를 먹으며 자라는 종류도 있다. 이 박테리아들은 무거운 탄수화물을 쪼개어 메탄과 같은 가벼운 기체로 만드는데, 이 기체는 곧 증발된다.

이 박테리아는 또 기름 방울과 결합한 효소를 분리시켜 주고 기름과 물은 안정된 유체, 즉 우유 모양의 물체를 만든다. 이 효소는 석유를 지방산으로 바꾸는데 이것은 바다 생물들이 먹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종류의 박테리아는 독성을 가진 화학 물질을 덜 위험한 물질로 바꿔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미생물도 중금속을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한다. 수은과 우라늄과 같은 중금속의 이온, 즉 전기를 가진 원자들은 박테리아의 세포벽과 결합해서 심한 피해를 입힌 끝에 죽여 버린다.

박테리아는 중금속에 약하지만, 그들의 사촌쯤 되는 해조류, 즉 바닷말을 이용하면 중금속 분해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알가소브'라는 이름을 가진 해조를 이용한 물질이 중금속을 제거하기 위해서 만들어지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건조제의 일종인 실리카겔 층 속에 해조를 다져 넣고 그 틈으로 물을 흐르게 했다. 이 때 해조의 세포벽은 물 속에서 중금 속의 이온을 가둬 버린다. 최근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 물질을 이용하면 지하수 속에 있는 수은과 우라늄의 양을 10억 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물질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폐기물 처리장에서 나오는 유독한 물질들은 종종 지하수 속으로 스며드는 일이 있는데 특히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포함하고 있는 핵 폐기물이 흘러들어간다면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런 경우에도 '알가소브'는 지하수 속에서 핵물질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자석을 이용한 폐수 처리

폐수 중에서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인산염이라는 화학 물질은 언제나 문제가 된다.

보통 폐수 처리 공장에서는 폐수를 침전 탱크에 가둬 두고 일부의 인 물질을 침전시켜 다른 오염 물질과 함께 처리한다. 나머지는 폐기물을 먹는 박테리아가 처리해 버린다. 그러나 인은 박테리아가 즐기는 먹이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이 방법은 폐수 속의 오염 물질은 우선 박테리아로 제거한다. 이 물은 처리장을 떠나기 전에 또 하나의 정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염화철이나 석회와 섞어 주면 녹아 있는 인과 결합해서 덩어리가 된다.

다음 단계로 자철광으로 만든 가루와 폴리머를 이 혼합물에 섞어 주면 자철광은 인과 묶이게 된다. 이 혼합물은 강력한 도넛 모양의 자석이 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고, 자석은 인과 묶인 자철광을 뽑아 내게 된다.

@ff

8장 청정 기술

공해 없는 사회를 위해 연구되는 청정 기술

 

오늘날 지구는 45억 년의 오랜 역사 중에서 매우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백여 년 동안 인간들이 저지른 환경 파괴는 45억 년의 전역사 속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대규모적이고 그 정도에 있어서도 심각하다고 한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진 행성이다. 아직까지 태양계 이외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다른 행성이 있는지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다. 한 행성이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으려면 아주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중력, 크기, 항성과의 거리, 자전축, 대기 등등 수많은 조건들이 일치되어야 가장 원시적인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갖추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행성 중에서는 지구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인 셈이다.

6천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래 지구 자원을 가장 게걸스럽게 소비하는 종으로 발전한 인류는 앞뒤 가리지 않고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또 지나치게 많은 인구, 오염, 그리고 무자비한 자연 환경의 파괴 끝에 마침내는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스스로를 몰고 가게 될지도 모른다. 과학 기술이 애초에 이런 자연 파괴를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데에는 과학 기술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과학 기술은 인류의 생활 양식을 바꿔 놓았다. 지금 우리들의 생활이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고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기치 않았던 환경 오염이 더 이상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학 기술은 이제 성장 위주의 기술 개발 대신 환경을 지키는 과학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환경 오염과 관련된 기술은 주로 오염 물질이 발생한 후에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니까 오염 물질의 해가 사람이나 동물 등을 통해 드러난 후에야 그 대책을 세우는 식이었다. 따라서, 수많은 기술이 인류와 자연 환경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무모한 실험을 계속한 셈이다.

물론 당장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발생된 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를 줄이면서 오염물의 발생 원인을 처음부터 없애거나 극소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처럼 처음 개발 단계부터 환경 오염을 염두에 두는 기술을 '청정 기술'이라고 한다. 이런 청정 기술은 아직까지 공학적인 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점차 생태학, 기상학, 해양학, 생물 공학 등으로 그 폭을 넓혀 가고 있다.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청정 기술의 내용은 대략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생산 공정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공정을 개량하여 오염물의 발생 및 에너지, 원료, 물 등의 소비를 극소화한다.

둘째, 발생된 폐기물에서 에너지, 원료, 물 등을 회수하여 다시 이용하거나 폐기물을 가공해서 2차 생산품을 만든다.

셋째, 기존의 제품과 성능은 유사하지만 환경에 대하여 유해성이 적은 신제품을 개발한다.

 

지금 연구되고 있는 기술

 

지금까지 다루었던 내용을 포함해서 현재 연구되고 있는 신기술의 개발 동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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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연구중인 청정 기술

(1) 대기 오염

1) 공해 요인: 자동차 배기 가스

2) 신기술 개발 동향:

배기 가스 정화용 신촉매 개발

무공해 에너지 이용 자동차 개발

1) 공해 요인: 오존층 파괴

2) 신기술 개발 동향:

CFC 회수 및 플라즈마를 이용한 분해

기술, 대체품 개발

대체 에너지 개발

배출되는 탄산가스 고정화 기술

1) 공해 요인: 온실 효과

2) 신기술 개발 동향: 석탄 및 석유의 탈황, 탈질소 공정 연구

1) 공해 요인: 공장 매연

2) 신기술 개발 동향: 연소 가스로부터 아황산가스 제거

1) 공해 요인: 산성비

2) 신기술 개발 동향:

열교환망 합성 및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

대체 에너지의 개발(연료 전지, 알코올, 수소)

열펌프 개발

(2) 수질 오염

1) 공해 요인: 오염된 상수원

2) 신기술 개발 동향: 분리막을 이용하여 불순물 제거 및 정수 처리

1) 공해 요인: 중금속 함유 폐수

2) 신기술 개발 동향: 역삼투 방법으로 도금액 폐수 중의 중금속 회수

1) 공해 요인: 페놀 및 난분해성 물질

2) 신기술 개발 동향: 생물학적 처리 기술 개발

1) 공해 요인: 농약 계면 활성제

2) 신기술 개발 동향:

무독성, 생분해성 농약 개발

생물학적 처리 기술 개발

유기물 다량 함유 폐수를 혐기성 공정에 의한 폐수 처리 및 메탄 가스 생산

(3) 폐기물 오염

1) 공해 요인: 플라스틱

2) 신기술 개발 동향: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

폐고분자 수지의 열분해 연구

폐플라스틱의 재사용 기술

1) 공해 요인: 토양 오염

2) 신기술 개발 동향: 생물학적으로 회복시키는 기술

1) 공해 요인: 농산림 폐기물

2) 신기술 개발 동향: 폐기물로부터 알코올 및 메탄가스 생산

(4) 해양 오염

1) 공해 요인: 기름

2) 신기술 개발 동향: 미생물을 이용한 기름 분해 기술

 

지구를 감시하는 눈

 

또한 이런 오염 물질의 처리 기술 외에도 환경을 지키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것은 지구 관측 위성이다.

지구 환경의 문제가 이 정도로 사회의 관심사가 될 수 있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인 자료 덕분이었다.

오존층의 파괴나 온실 효과에 의한 지구의 온난화는 아직 실제로 관측된 정확한 결과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그 근거가 되는 오존층의 존재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의 증가가 과학자의 노력으로 밝혀져 사회의 경종을 울리게 되었다.

지구 환경의 위기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그것이 무엇 때문인가를 밝히는 일은 앞으로의 대책을 생각하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한 중요한 과제이다. 지구 환경을 보다 과학적인 눈으로 감시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일, 그리고 지구라는 닫혀진 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지구 과학적인 관측이 필요하다.

현재 이런 임루를 수행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관측 위성들이다. 이런 관측 위성은 크게 2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지구 주위 대기의 구름 이동과 온도 분포 등을 관찰하여 기상 예보 자료를 제공하는 '기상 위성'이 있다.

둘째는 지표상의 광물 자원 보호, 농작물 작황, 해류 변화 등을 관찰하는 '지표 관측 위성'들이다.

기상 위성은 낮에는 가시 광선 영역의 일반 TV 카메라를, 밤에는 적외선 촬영 장치를 구비함으로써 24시간 동안의 구름 이동, 바람 속도 등을 측정하고, 고성능 감지 장치를 이용하여 대기의 온도, 습도 등을 측정하여, 종합적이고 정확한 기상 예보 자료를 제공해 준다.

이런 위성들 중에는 지구 정지 궤도상에서 작동하는 지구 정지 실용 환경 위성 GOES 기상 위성 시리즈가 있다.

앞으로 쏘아올려져서 환경 오염 문제를 전담하게 될 관측 위성들에는 미국 NASA(미 항공 우주국)가 유럽과 공동으로 발사를 계획하고 있는 해양 관측 위성 TOPEX 같은 것이 있다. 이 위성은 해양의 대순환을 관측하여 그것이 기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앞에서 소개된 공학적인 기술 외에도 앞으로 창의에 가득찬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될 것이다.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의 하나로 제안되는 계획들도 점점 늘어 가고 있다. 그 중의 하나로 선진국에서 제안한 '초록색 행성 행동 계획'이 있다. 이 계획에서는 지구 환경 문제를, 21세기를 향해 인류가 온 힘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중요하고도 긴급한 과제로 삼고 있다. 그래서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도록 신기술을 개발하고 전지구적인 규모로 이루어지는 물질 순환에 바탕을 둔 산업 기술을 확립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뜻있는 학자들은 '지구 생태 공학'의 확립을 제안하고 있다. 지구라는 거대한 규모의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연구해 나가기 위해서 새로운 공학적인 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과학 기술이 과연 환경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고 장미빛 미래를 열어 줄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과학 기술 외의 다른 해결책을 생각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학자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과학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과학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고 전 인류가 스스로 환경 오염을 막고 지구를 재생시키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환경을 살리기 위한 과학 기술은 인간들의 의지와 결합할 때에만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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