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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2/법학 통론

제5장: 법의 존재형태(법원)

by Frais Study 2020. 5. 13.

자연은 공백을 만들지 않고, 목적없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 로마법격언

법의 생명은 논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있다. - 호움즈(O.W.Holmes)

 

 

1.서론

법이 실정법으로서 나타나게 된 이후로는 법질서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형식

내지 종류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법의 형식 내지 종류를 법의 연원(sources of

law) 또는 법원(Rechtsquelle)이라고 한다. 즉 법규범이 문장의 형식으로

나타나는가 또는 불문의 형식, 다시 말하면 사회생활에 관습으로서 행해지는

것이 당연히 법으로서 인정되고 있다든가에 따라서 성문법(written law)

불문법(unwritten law)으로 구별된다.

불문법은 성문법 이전의 모든 법원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것이 관습법이니 성문법에 대립되는 것으로서 직접 관습법을 드는 수도 있다.

또한 성문법은 구가 및 기타 단체에 의해서 제정되는 것이니

제정법(statutes)이라고도 부르며, 그 이전의 것은 제정되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에서 비제정법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있는 어떤 법을 가리키는가를 분명히 알고 사용하는 것이 법학도는

물론 교양인에게도 중요할 것이다.

 

 

2.성문법

성문법은 권력자의 의사가 문장의 형식으로 나타난 것이며, 이것은 조직적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법원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성문법이

법원으로서 위치하는 순위는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것은 아니다. 영미법은 원래

불문법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성문법의 범위가 그다지 많지도 않고 따라서

가장 중요하지도 않지만, 대륙법계의 국가들, 즉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북유럽 및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그리고 한국, 일본 등은 성문법 특히

법전(Code, Gesetzbuch)을 갖는 나라들이다.

성문법은 인위적인 법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의회, 즉 국민의 의사에

의해서, 전제정치에서는 원수 한 사람의 의사에 의해서 제정되는 것이지만,

어쨌든 인간의 의사에 따라서 인위적으로 제정되는 것인 데에는 다름이 없다.

성문법에는 법의 문장화, 고정화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단점

내지 결함이 잇다. 성문법은 문장으로 표현된 사상이기 때문에 문장의 성질상

그것이 어느 사상의 내용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하거나 또는 잘못 표현할 수도

있으므로 입법자 이외의 사람이 그 문장을 통하여 그 내용을 정확하게

포착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법적 표현의 특수성 때문에 문장에 사용되는 용어의

선택에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성문법에는 해석이 중요한

과제로 된다 고정적인 성문법은 항상 변천하는 사회생활의 현실적 수요에 따르지

못하게 된다. 그러한 결함은 법의 개정(revision, Anderung)을 통해서 시정되는

수밖에 없는데, 법의 개정은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고 또한 중요한 법일수록 -

즉 헌법은 물론이요, 민법, 형법, 상법 등과 같은 것도 - 신중을 요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아무리 재빠른 개정도 결국 사회적 필요에 충실히 호응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의 성문화는 다음과 같은 장점도 갖고 있다.

성문법은 법의 존재와 그 의미를 명확히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행동을

하는데 매우 편리하다. 법적 행동을 하기 위하여는 일반적으로 법이 어떠한

효과를 주는가를 예지할 필요가 있고 특히 그 결과에 대해서 정확한 예견을

필요로 하는 상거래 등의 법적 생동에서는 법을 존재와 의미내용을 명시할

필요가 더욱 잇다. 영국 등의 불문법국가에서조차 상법이 일찍부터 성문화된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성문법은 또한 국가권력의 전횡에 대하여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도

필요하다. 각국의 헌법이 일반적으로 성문법화하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형법은 법관의 주관적 자의, 권력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범죄인의 특별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성문화가 강조되며, 그러한 목적으로 나타난 것이

죄형법정주의(nulla poena sine lege)이다.

이상과 같은 성문법의 단점과 장점 이외에 법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성문법은

항상 이상적인 요소를 내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은 원래 일반인으로서도

실현하기 쉬운 규범내용이 들어있는 것인데 그러한 한도에서는 인간의 생활

정도를 다소라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그 규범내용이 결정되므로 성문법은

관습법에 비하면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가의 제정법은 국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대체로 근대국가에서는 실정법 체계 중 제정법을 다른

법원보다 우월한 것으로 취급한다.

법의 생성에서는 관습법이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그러나 사회생활이 복잡하게

되고 사회의 규모가 확대됨으로써 도덕 등과 같은 자연적 질서유지의

방법으로서는 사회의 현실적 질서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발전하였을 때 비로소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한 의식적이고 목적적인, 그리고 기술적인 법률이

제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제정법, 즉 성문법은 그 자체가 일정한 문화적 발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법전을 가진 나라가 법전제도를 포기한 예는 찾아볼 수

없다"는 피일드(David Field, 1805-1894:미국에서 법전편찬을 위해 노력한

변호사)의 주장은 성문법주의의 의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성문법의 내용은 목적적, 의식적으로 제정되는 것인데, 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즉 조리적 규범, 관습적 규범, 기술적 규범 및 정치적 규범

등이며, 가령 살인을 금지하는 형법 제250조는 윤리적 규범, 양자에 관한 민법

866조는 관습적 규범, 어음의 배서에 관한 규정인 어음법 제11조는 기술적

규범, 그리고 노동쟁의에 관한 쟁의행위의 제한을 규정하는 노동쟁의 조정법

12조는 정책적 규범이다.

이와 같이 성문법은 다양한 내용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니 법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원으로서 성문법에 속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624개의 법령이 시행 중에

있다(199113일 현재).(1)

 

(1)헌법

우리나라의 조직과 통치에 관한 근본법으로서의 헌법은 명문으로 제정한

성문헌법이다. 그러한 의미의 헌법은 형식적으로 헌법전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만이 아니고, 국가의 최고법규라면 그의 명칭 여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실질적인 헌법이 된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1948712일에 제정되어

그해 717일에 공포되고 지금까지 9차에 걸쳐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이

형식적인 헌법이다.

 

(2)법률

법률이라는 말에도 광의와 협의의 두 가지 의미가 잇는데, 광의는 법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고 협의는 헌법에서 말하는 '법률', 즉 국회에서 의결되어

제정되는 성문법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법률은 협의의 법률을 말하는 것이다.

 

(3)명령

명령이란 국회의 의결에 의하지 않고 제정되는 법령을 말한다. 명령은

행정관청이 제정하는 데, 그러므로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는 점에서 협의의

법률과 다르지만 국가의 법령이라는 점에서는 양자 사이에 차이는 없다. 그리고

양자의 형식적 효력에 있어서는 명령은 법률보다 하위에 위치하고 따라서 명령에

의해서 법률을 개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4)자치법규

자치법규란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하는 법령을 말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에

의해서 인정된 자치권의 범위 안에서 그 자치권에 의해 자기의 조직, 자기의

사무 및 기타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법규를 제정하는 기능을 갖는다.

자치법규에는 조례와 규칙의 두 가지가 있는데,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자치권에 의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 의결을 거쳐서 제정한 것이고, 규칙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제정하는 것이다.

 

(5)조약

조약이란 국제법상 완전한 주체가 될 자격이 있는 국가 사이의 문서에 의한

합의를 말하는 것이다. 조약은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비준 및 공포로서

이루어진다. 다만 그 국내법상의 효력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는 이것에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헌법 제6)

 

 

3.관습법

관습법(Gewohnheitsrecht)이란 사회의 자연발생적인 규범을 말하는데, 일정한

조직을 갖게 된 국가법체계 아래서 법원으로서 하나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관습법이라 하는 것은 성문화되지 않고 불문적인 모습으로

국가에 의해서 법으로서의 승인을 받고 강제규범으로서 국가법체계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의 입법기관이 제정한 법이 아니고 국가사회 안에

관행의 형태로서 존재하는 것이 그대로 법으로 된 것을 말한다.

관습 가운데 어느 것은 국가적 입장에서 국가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그에 대한

준수가 절대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이며, 그러한 종류의 관습이 국가의 힘에

의해 보장됨으로써 관습법이 되는 것이다.

 

(1)관습법의 성립기초

관습이 어떻게 하여 법으로서의 효력을 갖느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1)관행설: 어느 사항에서 동일행위가 오랫동안 관행되면 그

관행이 관습법이 된다는 설인데, 치텔만(E.Zitelmann, 1852-1923)이 주장하였다.

이 설의 주장은 이른바 "관습이기에 법적으로 정당하다"(Es ist Rechtens, weil

es Gewohnheit ist)는 것인데, 이 설은 관습법 그 자체와 그 내용을 형성하는

소재로서의 관습을 혼동한 것이다. 물론 사회발생적인 관습법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관습 중에서 법적 성격을 띤 것(권리, 의무적인 것)을 말하는데, 그것과

여기에서의 관습법은 다른 것이니 국가법으로서의 관습법은 단지 관습의

존재만으로는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행설은 관습이 왜 관습법이

되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2)확신설: 사회의 다수인이 어떤 관습적인 것을 법이라고 확신함으로써 그것이

, 즉 관습법이 된다는 설이다. 이것은 사비니(F.K. von Savigny, 1779-1861),

푸흐타(G.Puchta, 1798-1846), 기르케(Otto von Gierke, 1841-1921)

역사법학파의 주장이다. 일반인의 법적 확신을 토대로 하여 법을 결정한다는

것은 법사회학의 분야에서 대단히 중요시하는 태도이며, 사회의 자연발생적인

관습법이란 결국 이러한 사회인의 법적 확신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법적 확신에 의한 관습법은 필경 사회학적 견지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며, 일정한 국가제정법 체계에서의 그것은 아니고, 이러한 법적 확신은

국가법적 견지에서는 그의 입법적 견지에서는 그의 입법적 소재는 될 수 있지만

법 그 자체라고 할 수는 없다.

3)국가승인설: 국가가 어떤 관습의 내용을 법으로 승인함으로써 관습법이

성립한다는 라손(A.Lasson, 1832-1971)과 빈딩(K,Binding,1841-1920) 등의

학설이다. 생각건대 국가에 있어서 법이란 국가권력이 그 위반에 대하여 제재를

가함으로써 그 준수를 강요하는 규범을 말하는 것이니, 그러한 규범의 내용은

성문법이거나 법으로서는 다름없는 것이다. 다만 성문법은 국가의 입법이라는

적극적인 법창조의 방법으로 인정된 것인데 반하여, 관습법은 국가의 승인이라는

수동적 방법에 의해서 인정되는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관습법의 승인,

강행 및 완성은 국가적 작용이다. 국가가 성문법을 중심으로 함으로써 관습법을

그에 대한 보충적 또는 변경적인 법원으로 하는 경우(민법 제1, 105,

185)도 있고, 법원이 관습의 규정내용을 채택하여 재판의 준거로 하는 수도

있고, 또는 행정관청이 관습에 따라 처분하는 일도 있다. 이와 같이 법원 또는

행정관청이 동일행위를 반복함으로써 관습법이 생기는 예도 많은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법원 또는 행정관청의 행위로서 관습법이 확정되는 것이니 그러한

행위는 일종의 입법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상 여러 가지 학설 가운데 국가승인설을 가장 정당한 것으로 본다. 요컨대

국가에서 무엇이 그 나라의 밥이냐는 결국 그 국가의 의사(주권)가 결정하는

것이니, 만일 관습법이 국가의 의사에 의한 결정이 아닌 방법으로 그 국가의

법이 된다는 것은 사실상의 모순이다. 사회의 자연발생적인 관습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일정한 국가법체계상의 것이 아니고 사회학적 견지에서

법의 보편개념으로 불려지는 것이다. 그러한 관습법이 특정한 국가의 법이 되기

위해서는 그 국가의 의사에 의한 선택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말하자면 국가적

승인없이 관습법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우리나라 민법 제1조 등이 일정한

제한 아래에서만 관습법의 성립을 규정한 것도 관습법 성립의 기초가 국가의

승인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2)관습법의 효력

1)관습법과 관습의 관계: 관습, 즉 사실인 관습과 관습법, 즉 법으로서의

관습과는 상대적 관계에 있다. 관습법의 실체가 되는 관습의 효력을 관습법과의

관련에서 보면 민법 제 106조에 사실인 관습에 관해서 "법령 중의 선양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관습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관습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 제106조는 관습의 효력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때를

요건으로 한다. 당사자가 관습에 의할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는 그 관습은

법률행위의 내용이 되므로 민법 제105조에 의하여 당연히 그 관습에 의하게

된다. 한편 당사자가 관습에 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때에 관습에

의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관습이 독자적 효력을 갖는 범위는

당사자가 관습에 의한다는 의사나, 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은 경우이다.

다음, 관습의 내용이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관습일 것을 요구한다.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있는

규정, 즉 강행규정에 위반하는 관습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한편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 즉 임의규정과 다른 관습은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하는 한, 일반 임의규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그런데 임의 법규는

법률해석의 표준이 되는 것이며, 그의 해석적 작용은 두 가지 방면으로부터

관찰되고 있다. 그 하나는 의사표시가 없을 때 그것을 보충하는 경우이며,

둘째는 의사가 불명확할 때 그것을 일정한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이다. 그리하여

사실로서의 관습은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보충하고 해석하는 자료로서의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습은 실제에 있어서 임의법규를 개폐하는 결과가

된다.

이상에서 보듯이 관습은 당사자의 의사가 명시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해서만 그

효력을 갖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관습법은 법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 여하를 불문하고 법으로서의 효력을 갖는 것이다.

2)관습법과 성문법의 관계: 다음으로 관습법의 효력을 우리나라 성문법과의

관련에서 본다면, 민법 제1조는 관습법에 대한 성문법의 우월을 인정하고

관습법은 원칙적으로 성문법의 규정이 없는 사항에 관해서만 그 보충적 효력이

인정된다. 또한 성문법이 특히 그 규정내용과 다른 관습법의 존재를 인정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성문법을 개폐하는 변경적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당연하다.(2)

다음으로 상사에 관해서는 상법 제1조에 "상사에 관하여 본법에 규정이 없으면

상관습법에 의하고 상관습법이 없으면 민법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관습법이 민법의 규정에 우선하게 되며, 이는 "특별법은 보통법에

우선한다"는 원칙에 의하여 상법에 대한 보충적 효력과 아울러 민법에 대한

변경적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물권의 종류뿐만 아니라 내용도 포함하며,

결국 물권에 관하여는 관습법에 대하여 성문의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인정한

것으로 양자 사이에는 '신법은 구법에 우선한다'는 원칙이 인정된다. 이것은

민법 제1조에 대한 중요한 예외규정인 것이다.

 

 

4.판례법

판례법(case law, Fallrecht)이란 일정한 법률문제에 동일취지의 판결이

반복됨으로써 방향이 대체로 확정된 경우에 성문법화되지 않고 법적 규범이 되는

법이다. 판례법은 관습법의 특수한 형태인데, 법원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적 관습법과는 다르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상급법원이 어떤 법률문제에 관하여 판결을 내리면 그

법원이나 하급법원은 동일한 법률문제에 관해서는 앞선 판결과 다르게 판결할

수는 없게 된다. 따라서 같은 법률문제에 관하여서는 같은 취지의 판결이

반복되게 되는 것이며, 이리하여 판례법의 형성이 가능하게 된다.

그와는 반대로 유럽 대륙국가들에서는 법전주의에 입각하기 때문에 법원은

동급 및 상급법원의 판결에 구속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법제에서

일정한 법률문제에 관해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반복되고 판례의 방향이 대체로

확정되는 경우에 그 판례는 성문법 및 관습법과 아울러 하나의 특수한

법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다시 말하면 이러한 법제에서도 판례법의

존재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인가? 이들 국가들과 같이 법원이 법의 적용만을

담당하고 법의 창조에는 아무런 권한도 없는 나라에서는 판례는 단지 법적용의

성과에 불과하며 법의 정립이 아니니, 법원의 하나로서 판례법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법해석상의 입장을 떠나서 판례와 사회생활과의 실제적

관련에서 생각해 볼 때, 법원이 법적 안정, 즉 사회생활의 안정을 위해서 중대한

이유와 확실한 근거가 없는 한 종래의 판례의 변경을 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처사가 되므로 감히 그러한 변경을 하지는 않을 것이며, 또한 하급법원이 다르게

할 경우에는 상급심에 가서 파기될 염려가 잇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상급법원의 판례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적으로는 구속력이 없는

한 상급법원의 판례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적으로는 구속력이 없는

판례가 사실상으로는 구속력을 갖게 되며, 따라서 법의 적용은 법원을 통해서

법을 정립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물론 재판의 구속력은 성문법의 구속력에 비교하여 일반적일 수는 없지만

그것은 결국 특정한 구체적 사실관계에 관한 것이니, 폭은 넓지 않으나 깊이에

있어서는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기본적인 관계에서의 판례법의

구속력은 성문법의 구속력보다 높은 예민성을 갖는 것이다. 또한 판례는

성문법과 같은 추상적인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하나의

구체적 사실관계와 결합하여 나타나는 것이므로, 그의 형성과정에서 볼 때

일종의 입법적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체로 '법원의 입법행위'라는

말 자체가 기이한 감을 주기는 하나 사법과 입법이 결국 국가의 동일한

작용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그다지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럽 대륙식 법전주의를 수용하였지만 해방 후 영미법적

요소도 가미되고 있어 판례법의 중요성은 점점 크게 인정되고 잇다. 그러나 법적

안정성 및 사법부의 독립과 관련하여 한국 판례법은 아직도 전통과 혼선을 겪고

있다.(3)

 

 

5.조리

조리 또는 사물의 본성(Nature of things, Natur der Sache)이란 국가가

법적 규범의식으로서 승인한 사회생활의 원리를 말한다. 조리와 성문법과의

형식적 관련에 관하여는 민법 제103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 경우에 '선량한

속 기타 사회질서'라는 관념은 도덕이라든가 종교 등의 사회규범에 의한 평가를

하는 게 아니고 법적 규범에 의한 평가를 말한다. 다시 말해 어떤 만고불변의 이

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에 의하여 현행법 질서를 유지하도록 현실적으로 사

생활을 규율하는 법적 규범의식으로서의 평가를 받고 동시에 국가에 의하여 지지

고 있는 것을 말한다.

민법 제103조는 '공서양속'이 법적 규범의식으로서 어떠한 의미내용의

것인가에 관하여는 적극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다만 건전한 규범의식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에 대하여 원조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회생활의 현상들은

복잡한 것이며 항상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정밀하게 법을 제정한다

하더라도, 그리고 관습법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사회가 요청하는 모든 법률관계를

완전히 망라하여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법원은 특정한 구체적 사건에서 이에

적용할 법규가 없다 하여 재판을 거부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은 그

법의 결함(법률의 흠결, Lucken des Rechts)을 보충하여 판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예는 외국의 입법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다. 오스트리아민법

9조에 '자연적 법원리'(die naturlichen Rechtsgrundsatze)라든가 스위스 민법

1조에 '입법자로서 제정함직한 규칙'(die Regel, die der Gesetzgeber

aufstellen wurde)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러한 것은 모두 법의 흠결을 조리로

보충하려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조리로 재판할 때에는 '정의형평'이라든가 '신의성실' 또는 '공서양속',

'사회통념' 등의 말을 종종 사용한다. 그렇다면 조리를 법원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인가? 만일 재판은 법에만 준거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조리도 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판이 조리에 의한다는 이유에서 '조리에 의한

재판이 법률에 의한 재판'이라고 함으로써 조리의 법원성을 긍정한다는 것은

비약된 결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에 의한 재판'이란 기존의 법으로

재판을 한다는 뜻이지 그것에만 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재판은 반드시 법률에 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그 법률의 흠결의 경우에도 재판은 법률 이외의 다른 준거에 의해서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며, 재판이 조리에 의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정의, 형평 등,

즉 법이 원래 따라야 할 원리 그 자체에 의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리는 그것이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 법도 그 자체가

의거해야 할 원리이기는 하지만, 법은 반드시 그 원리와 합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조리는 법 그 자체는 아닌 것이고 조리에 법원성을 인정하는

이론은 긍정하기 어렵다.

조리는 정확히 말하자면 재판의 기준은 되지만 법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조리에 의한 재판일지라도 그 판례가 판례법이 될 수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참고문헌]

비노그라도프/서돈각 역, '법학개론'(법에 있어서 상식), 육법사, 1984

치펠리우스/김형배 역, '법학방법론', 삼영사, 1981

켈젠/황산덕 역, '법과 국가의 일반여론', 백영사, 1956

W.Geldart, Elements of English law, 7th ed., 1966

H.W.Goldschmidt, English Law from the Foreign Standpoint, Pitman, 1937

G.Radbruch, Die Natur der Sache als juristische Form, 1952

 

[주석]

1: 가장 포괄적인 법령집은 법제처 간행, '대한민국 현행법령집'(50),

1989. 헌법 1, 법률 817, 대통령령 1,360, 총리령 69, 부령 922개 조약

254, 국회규칙 57, 대법원규칙 106, 헌법재판소규칙 20,

선거관리위원회규칙 9, 감사원규칙 9

2:북한에서는 관습법의 법원성이 부정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최종고,

북한법의 구조와 사상, '북한 연구', 2, 1991

3:한국법학교수회 편, '한국판례형성의 제문제'(동국대학교 출판부, 1989)

 

[연습문제]

1.법원(Rechtsquelle)을 설명하라.

2.법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

3.관습법의 법원성을 논하라.

4.관습과 관습법의 이동을 논하라.

5.조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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