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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2/가족 법론

제9장 법의 효력

by FraisGout 2020. 5. 10.

법은 사회생활을 규율하는 규범이므로 법의 생명은 그것을 현실 사회에서 실현되는 데 있다. 법이 그 규범 의미대로 실현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을 법의 효력(validity of law, Geltung des Recht)이라고 한다. 법에 효력이 없다면 그 법은 아무런 존재 가치도 없다. 그러나 법규범이 사실상 실현되지 않는다고 하여 당장 법규범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해 버리는 것은 아니다.(주 1) 그 법규범이 실현되든 안되든 간에 ‘법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법의 실정성 (Positivitat)이며, 곧 법의 근거가 되어서 법은 실행되어야 한다는 강제성을 갖게 된다.
법의 효력의 문제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뉜다. 하나는 법은 현실 사회에서 그것이 실현되어야 하는 타당성과 실효성이 합치될 때 본래의 효력을 갖는 점이다. 이 것을 법의 실질적 효력이라고 한다. 한 편 실정법은 시간적, 공간적, 인적으로 한정된 범위 안에서 효력을 갖는 점이다. 이것을 법의 형식적 효력이라고 한다.
주 1: 예컨대 형법 제 269조 1항에 낙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오늘날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국가 정책이며, 따라서 가족 계획을 강력히 실시하고 있으므로 낙태 행위는 거의 처벌을 하지 않는 실정이어서 본 조는 사문화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법규범은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사실상 실현되지 않는 법규범이라고 해서 당장 법규범으로서 존재 의미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Radbruch가 낙태불처벌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고 한 것처럼 사실상 낙태 행위의 처벌은 극히 적다. 그간 우리 나라에서 낙태죄로 입건된 사람은 80년 40명, 81년 51명, 82년 38명이며, 이 중 공소 제기된 사건은 각각 5명, 13명, 5명이다(정성근, 형법명론(상), 법지사, 1985, 87면). @p162

    @[제 2 절  법의 실질적 효력@]

법의 실질적 효력은 법의 타당성 (Gultigkeit des Rechts)과 실효성(Wirksamkeit des Rechts)이 합치될 때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43) 제 1 법의 타당성@]
   I 법의 타당성의 의미
법규범은 행위 규범의 면에서 볼 때 현실적으로 그 규범의 내용대로 지켜지느냐가 아니라, 그와 같이 지켜지기를 요구하는 당위(Sollen)의 관계에서 파악할 수 있다. 행위 규범으로서의 법은 사람에게 금지나 명령의 형식을 통하여 행위의 준칙을 제공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금지나 명령은 늘 준수되는 것이 아니라 침해되기도 하고 위시되기도 하므로 행위 규범으로서의 법이 요구하는 바는 “현실상 그 규정대로 실현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 자체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의 요구를 법의 타당성이라고 하며, 이는 법이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법의 가치를 의미한다.
   II. 법의 타당성의 근거
법은 현실에서 실현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그러한 타당성이 인정되는가? 법의 타당성의 근거에 관하여 고래로부터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p163
  (1) 신의설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신의 의사에서 구한다. 즉 신은 절대적 존재이고 그 계시인 법은 합리적이며 보편타당성을 가지므로 인간은 법에 절대적으로 복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원시사회에서 행하여진 신벌의 제재를 수반하는 사회적 금기로서의 taboo, Hammurabi 법전, Mose의 율법(10계)등은 이에 속한다. 중세의 자연법도 신의 의사에서 법의 궁극적인 타당성을 가졌으며, 근세 초의 왕권신수설도 이러한 발상에 입각하고 있는 학설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설의 대표자는 Augustinus, Thomas Aqinas 등이다. 오늘날에는 종교적인 자연법 사상을 제외하고는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신의 의사에서 구하는 설은 거의 없다. 이 설은 법의 효력을 신의 의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신앙을 떠나 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된다. 따라서 과학적 논리가 없는 종교적 유물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2) 자연법설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영구 불변의 자연법에서 찾는다. 자연법은 인간 및 자연의 본성에 따른 법으로서 때와 장소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초실정법적인 법규범이다. 따라서 자연법은 실정법보다 고차원의 법규범으로서 자연법에 위배되는 실정법은 타당성을 갖지 못하며, 이에 자연법이 실정법에 대한 타당성의 근거 또는 기준을 마련해 준다.
이러한 자연법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해석을 달리해 왔다 (고대에는 자연적 질서, 중세에는 신의 의사, 근대에는 인간의 본성, 이성, (33) I (2) 참조). 그러나 자연법은 비록 실정법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서, 또는 실정법에 대한 지도 원리로서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나 자연법 자체가 지닌 관념성 추상성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자연법을 실정법에 대한 타당성의 근거로 인정하기에는 객관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설은 Stoa 학파 그로티우스 (Grotius) 라이프니쯔 (Leibniz) 몽테스큐 (Montesquieu) Rousseau Kant 등에 의하여 주장되고 체계화되었으나, 19세기에 역사 법학과 법실증주의의 전성으로 약화되었다가 20세기초에 Stammler 등의 학자에 의하여 자연법의 부활 운동이 전개되었다. @p164
  (3) 사회계약설
이 설은 사회나 국가가 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자율성의 원리에 입각한 계약에 의하여 성립된 것이므로 국가가 제정하는 법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Locke나 Rousseau 등이 대표적인 학자이다. 이 설은 국가는 시민의 합의, 즉 사회 계약에 의하여 성립되었다는 데서 법의 타당성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증적인 측면에서 볼 때 반드시 국가나 법이 사회 계약에 의하여 성립되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설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논리적 타당성을 추구하는 면에서는 사회 계약의 민주성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4) 명령설
법의 본질은 통치권자인 국가의 명령이라고 보고,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국가의 의사에서 구하고 있다. Austin을 중심으로 하는 영국의 분석법 학파((83) III (6) (라) 참조)에 의하여 주장된 이 설은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여 자연법을 부인하였다. 이러한 명령설에 의하면 불문법은 물론 국가도 법이 아닌 것으로 되는 결점이 있다. 또한 법적 타당성의 근거가 통치권자의 명령이기 때문에 법을 준수한다고 설명할 뿐, 법적 근거가 무엇인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없다.
  (5) 실력설
법을 실력의 발현으로 보고, 법은 실력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지배자의 실력에서 찾으려 한다. ‘권력은 정당한 것이다’, ‘힘은 법이다’, ‘실력은 법에 우선한다’ , ‘법은 약자를 지배하는 강자의 권리이다’라는 말들은 모두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실력에 법이 존재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이 설을 권력설이라고도하며, 그리스 궤변학파 (Sophist)에서 비롯하여 근세의 스피노자 (Spinoza) Merkel 오펜하이며 (Oppenheimar) 등이 주장하였다. 이 설은 법에 있어서 실력적 요소만을 강조하여 그 내면적인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미흡할 뿐만 아니라 법과 힘을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에 ‘법을 파괴하는 폭력도 법이다’라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p165
  (6) 역사법설
법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민족정신의 발현으로 보고,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민족의 법적 확신에서 찾으려고 한다. 19세기 초 사비니(Savigny)가 제시한 것으로 푸흐타(Puchta)에 의하여 완성되었다. Savigny는 역사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즉, 법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며 관습법이 유일한 법원이라고 한다. 이 설은 법을 국가의 형식적인 제정법만에 한정시키지 않고 법의 내용적 실질적인 면을 강조하고, 법에 관하여 발생적 역사적으로 고찰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법은 합목적성 합리성의 요청에 따라 제정되는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법을 계수하는 경우에 그러하다), 법의 실체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7) 승인설
법의 타당설의 근거를 그 사회 사람들의 승인에서 찾는다. 즉 법이 효력을 가지는 것은 그 사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 사회생활의 규범을 법으로서 행하여짐을 승인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설의 대표격인 비얼링(Bierling)은 “법의 효력의 근거는 일반인이 법에 대하여 승인하는 정신적 지대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 일반인 모두가 현재 행하여지고 있는 법을 지대 승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제재가 두려워 부득이 복종하는 것까지도 승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근대 이전의 사회에 있어서 제정법은 사회 일반인의 승인과는 관계없이 성립하여 그 타당성과 실효성을 발휘해 왔으며, 또한 근대사회에 있어서도 실질적으로 법이 어느 정도 다수인의 승인을 얻고 있느냐 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것이다. @p166
  (8) 사회의식설
법의 타당성의 근거는 사회 구성원의 공통된 사회 의식에 있다고 하는 학설이다. 사회는 그 결합을 유지하기 위하여 구성원 사이에 공통된 사회 의식이 있어야 하며, 그 사회 의식의 내용이 법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회 의식의 내용이 되는 법은 개인의 의사를 구속하고 준수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회 구성원들은 현저한 개성의 차이 이해의 대립, 의견의 분열 등을 나타내는 것이 보통인데, 이러한 사정에서 과연 사회 구성원 전체에 공통하는 사회 의식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또한 그러한 사회의 사정에서 생기는 의사가 법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지나친 의제라는 비판을 받는다.
  (9) 여론설
법을 창조하는 힘은 여론이라고 하여,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여론에서 찾는다. 다이시(Dicey)는 19세기 및 20세기초에 영국의 입법 경향이 변천하는 여론의 흐름에 깊이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여론이야말로 입법의 근거이며 법창설의 원천이고, 법의 타당성의 근거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설은 여론 자체가 진실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민주적 방법에 의하여 민의를 반영해야 하는데, 과연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명백하고도 진실한 여론이 존재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있다. 또한 진정한 여론과 사이비 여론의 구별도 어려운 것이다. 특히 오늘날에는 많은 여론이 매스컴에 의하여 좌우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여론을 법의 타당성의 근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10) 법단계설
 순수 법학자 Kelsen에 의하면 한 나라의 법질서에는 서로 체계적으로 연관되는 다수의 법규범이 포함되어 있으며 입체적으로 상위 하위의 단계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하나의 법규범은 그 효력의 근거를 타력에 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상위에 의존하는 것이 법구조라는 것이다. 이리하여 처분은 명령에서, 명령은 법률에서 법률은 헌법에서, 헌법은 근본 규범에서 그 타당성의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p167 바꾸어 말하면 실정법 질서는 제 1위인 근본 규범 -> 헌법 -> -> 법률 -> 명령 -> 처분 판결의 순서로 상하의 단계를 이룬다. 이것을 법단계설 (Stufentheorie des Recht)이라 하며, 이 설에 의하면 실정법의 존재 기반과 그 타당성의 근거는 결국 근본 규범에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설을 근본규범설이라고도 한다.
Kelsendl 말하는 근본 규범(Grundnorm)이란 “범을 제정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권위의 소재를 가리키는 국가의 정치적 기본 원리”이다. 그런데 근본 규범에 정치성이 내포되고 있는 한 상위 계급의 법 전체가 정치성을 띠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이는 정치로부터 법의 순수성(Reinheit)을 지키려는 Kelsen의 의도와는 모순된다. 또 이 설은 하나의 규범의 효력을 다른 법규와의 관계 속에서 밝히려고 하고 있으나, 헌법보다 우위에 있는 근본 규범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주 2) 하나의 법규가 아닌 전체로의 법질서의 효력의 근거가 무엇인가를 밝혀 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예컨대 구법과 신법의 갈등이 나타날 때 그것을 해명할 수 없다.
  (11) 목적(이념)설
위에서 법이 타당성의 근거에 관한 여러 학설을 검토하였으나, 그들은 어느 일면만의 고찰에만 치우쳐 법의 타당성의 근거를 만족스럽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법이 현실 사회에서 규정대로 실현되기를 요구하는 것은 법 속에 인간 생활을 지배하여 움직여 나가는 객관적인 ‘목적’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Jhering은 “목적은 전체법의 창조자이다”라고 하였고, 또 Radbruch도 무엇이 올바른 법인가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가치 기준은 법의 ‘목적’에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Radbruch의 법의 목적(이념)은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을 들고 있다 ((10)~(12) 참조). 목적이 없는 법이야말로 무의미한 것이며, 목적이야말로 법의 존재이유이고, 법이 타당성을 갖게 되는 최후의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학설이 우리 나라의 통설이다 (주3)
주 2: 오늘의 헌법 학자들은 근본 규범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자유 민주국가와 공산주의 국가와는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시원 규범 또는 근본 규범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우리 헌법 제 107조 2항(구헌법 108조 2항)에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한 것은 법단계설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윤세창, 법학개론, 박영사, 1984, 41~42면 참조).
주 3: 구병삭 신법학원론, 박영사, 1988, 42면; 이명구, 법학개론, 대명출판사 1988, 82면; 장경학, 법학통론(제 5 개정판), 법지사, 1988, 88면; 정해운 석희태, 법학통론, 동화문화사, 1982, 126면; 홍성찬, 법학개론(제 2 개정판), 박영사 1988, 105면) @p168

    @[(44) 제 2 법의 실효성@]
   I. 법의 실효성의 의의
법의 실효성이란 명령 금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 규범에 위반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발생할 때, 그 위반자에 대해 강제 집행을 한다거나 형벌을 가하여 강제규범을 발동하는 것을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강제규범으로서의 법규범이 조직적인 국가권력에 의해 실현되는 것을 법의 실효성이라고 한다. 예컨대, 형법 제 297조에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강간 행위를 금하고 있는(행위 규범) 동시에, 이에 위반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것(강제규범)을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정한 행위에 침해된 행위 규범으로서의 법이 강제규범으로서의 법에 의해 회복됨으로써 그것은 법으로서 실효성을 갖게 된다.
   II. 법의 실효성의 보장
법이 효력을 갖기 위하여는 실효성이 있어야 하는 바, 법의 실효성을 가진다는 것은 강제규범으로서의 법의 실현이 국가권력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권력이지 사인의 실력이나 폭력은 아니다. 미개사회에서는 위법행위에 대하여 사력에 의한 복수를 허용하였다. 예컨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의 법칙에 의하여 가해와 복수와의 균등을 요구하는 대등보복률이 인정되었다. Kant는 “대등 보복은 정의의 실현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근대에 와서는 사인의 실력에 의한 대등 보복은 금지되고 국가 에 의한 제재가 실행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형벌이다. @p169 오늘날 사적 제재는 일반적으로 법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특별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자력구제 (self-help, Selbsthilfe)를 허용하며 정당 방어 긴급 피난 등이 이에 속한다.

    @[(45) 제 3 법의 타당성과 실효성과의 관계@]
   I. 타당성과 실효성과의 관계
법이 효력을 갖기 위하여는 규범적 타당성과 사실적 실효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법이 이와 같은 이중적 구조성 가운데 그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는 경우에는 실정법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법은 타당성은 있으나 실효성이 없으면 사문화될 것이며, 이와 반대로 실효성은 있으나 타당성이 없으면 그것은 악법에 지나지 않고, 실효성에 의하여 지지되지 않는 법은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현실을 규제하는 실정법으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할 것이다.
   II. 타당성 없는 법(악법의 문제)
타당성이 없으면서 실효성만 있는 법을 악법이라 한다면 이 악법은 어떻게 취급되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 다음 세 가지 측면이 문제를 된다. 첫째, 악법이란 무엇인가? 즉, 어떠한 법이 악법인가? 둘째, 악법도 법인가? 즉, 악법도 준수되어야 하는가? 셋째, 악법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등이다.
  (1) 악법의 기준
어떠한 법을 악법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법의 가치 기준에 속하는 법철학 상의 근본 문제이다. 자연법론자들은 ‘자연법에 합치되지 않는 실정법은 악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연법은 시대와 논자에 따라 다르다. @p170
결국 이는 법의 타당성의 근거가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므로 대체로 그 시대나 상황에 따라서 법의 목적(이념)에 어긋나는 법을 악법이라 할 것이다. 예컨대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최대이념으로 하는 현대에 있어서는 특히 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 악법일 것이다.
무릇, 인간이 천사가 아니고 지상의 국가가 이상향이 아닌 이상 실정법도 정과 부정의 가치양극 사이를 방황하는 현실적인 모순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법 비판의 문제는 법학분야에서는 전면적으로 배척된 일도 있었다. 법실증주의는 ‘법률은 법률이다’라고 하는 명제를 지상명령으로 신봉하고 실정법에 대한 ‘법외’의 비판을 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사회에서 악법론의는 매우 적극적 의의를 지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법이나 법학은 그 비판을 통하여 자기에 내재하는 가치체계와 현대사회와의 유대를 수정하고 발생할 수 있는 ‘악법’을 방지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악법의 준수 여부
로마법이래 ‘악법도 법이다’라는 법언이 있다. 이 말은 법의 타당성이 절대적일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인 이상 설혹 악법이라고 생각되어도 그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된다(주 4). 그러나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여 부정한 법에까지 무조건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자칫, 극단적인 전제주의화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법실증주의자들은 법의 근거로서 법적 타당성보다는 법적 안정성에 치중해야 한다고 한다. Socrates 가 음독으로 처형되었을 때 ‘악법도 법이다’라는 생각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는 말이 있다 (주 5) 법적 안정성(법의 실효성)보다는 법적 타당성에 더 중점을 둔다면 ‘악법은 법이 아니다’ 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각인이 제 멋대로 현행법을 악법이라 판단하고 그 법의 준수를 거부한다면 결국 사회질서는 유지될 수 없는 무정부주의로 될 가능성이 있다.
주 4: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은 국회에서 제정되며, 그 제정법의 시비 선악에 관하여는 의논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정당한 입법 절차에 의해 개폐되기까지는 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주 5: ‘악법도 법이다’라는 법언은 Socrates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신은 만물의 척도’로 삼고 지식과 행위, 이론과 실천과의 합치를 주장한 것이 화가 되어 “이단의 신의 가르침을 설교하여 순진한 청년들을 나쁘게 인도한다”는 죄(신성모독과 청년 선동죄)로 아테네의 법정에 피소되었다. 그는 법정에서 당당히 자기의 정당함을 주장하였으나,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다. 친우와 제자들이 그에게 탈옥을 권하였으나 이를 거절하고 태연하게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 “악법이라도 법인 이상, 그 법에 의한 판결대로 복종하여 사형을 달게 받는다”는 Socrates의 입장의 배후에는 아테네 법의 악법성을 죽음으로써 고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퇴직 언론인이자 학자인 I.F. 스톤은 그의 저서 ‘소크라테스의 심판’에서 “소크라테스는 억울하게 독약을 마셨다”는 인식에 반기를 들고 ‘그래도 소크라테스는 유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톤에 의하여 소크라테스는 당시의 모든 국가 체제를 혐오하였고, 정치는 우중에게 맡길 수 없으며 과두정치를 주장한 반민주주의자라하고, 다른 신을 청년들에게 주입시키려 했다는 이유로 붙들려 갔다고 하는 데 대하여, 스톤은 당시 아테네의 종교는 많은 신들이 뒤범벅된 종교이기 때문에 그러한 변명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스톤은 예수가 십자가를 필요로 했듯이 소크라테스에게 독약은 필요하였다고 하면서 소크라테스에게 내려진 최종 판결은 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조선일보, “소크라테스는 반민주주의자,” 1988. 3. 27 8면 참조) @p171
사회의 질서를 위하여 법적 타당성도 중요하지만, 누가 보아도 정의에 반하고 타당성이 없는 법이 있다면 그것은 악법으로서 정당한 법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악법도 법이다’라는 법언은 일정한 한계가 있지 않을 수 없다 (주 6)
  (3) 악법에 대한 국민의 태도 (저항권)
Socrates뿐만 아니라 우리는 죄 없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간 악법을 역사상 많이 보아 왔다 (주 7). 아무리 법이라고 하지만 타당성이 없는 악법에 의하여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아 간다고 해도 Socrates와 같이 순종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악법 준수의 강요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시민적 합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주 6: Kelsen은 “법은 타당성만 가지고 그 효력이 있으며, 실효성까지 요구할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의 복종자도 없고 또 범죄인이 사실상 처벌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은 여전히 효력이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여 법이 타당성을 가지면 그 내용을 사실상으로 실효화 시켜지는 가능성(Moglichkeit)만은 언제나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즉, 법이 실효성을 보장받으려면 법 그 자체가 타당성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법의 본질이라 하였다. 이와 같이 보면 타당성에서 주어진 가능성은 타당적 규범과 실효적 사실을 연결하는 가교라고 할 수 있다.
주 7: 2차 대전 중 나치스 정권은 유태인 대량 학살령을 발하여 그들의 강제수용소에서 최소한 1천 2백만 명을 학살하였다. 여기에서의 대량학살령은 당시에는 엄연한 실효성을 지닌 실정법이었으므로, 법의 이념 또는 임무가 법적 타당성을 첫째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에 의하면 나치스의 행위는 합법적인 것이 된다. 이 당시 유태인 학살의 총책임자 아이히만은 이후의 전범 재판소에서 자신의 행동이 합법적이었다고 말했었다. @p172
따라서 국민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악법을 없애고 국민을 위한 법을 갖기 위해서는 성숙된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과 책임 있는 비판 정신을 지녀야 한다. 나치스 정권의 독재를 목격한 후 분노한 Radbruch는 전전 그의 학설을 수정하여 법의 3 이념 가운데 법적 안정성보다 정의의 우월성을 인정하여 자연법 사상으로 복귀하게 되었으며, ‘악법에 복종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까지 말하였다 철학자 야스퍼스(Jaspers)도 ‘나치스 정권의 악법에 복종한 독일 국민 전체가 전범자’라고 하였다. 이것은 법의 실효성보다 타당성을 중시하여 악법에 대한 거부와 저항권을 강조한 것이다.
  (4) 저항권의 법리
 (가) 저항권의 의의: 저항권 (Widerstandsrecht)이란 실정법 또는 권력 행사의 타당성 가치성을 부정하고, 그것에의 복종을 거부하여 나아가 그것의 철회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저항권은 더욱 고차의 법에 의거하여 악법이나 압제에 저항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사상에 입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저항의 정당성의 근거가 법질서에 내재하는 가치일 경우에는 저항의 실현은 특정한 실정법의 해석을 둘러싼 투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의 권력자와 대항자 사이에 정치적 투쟁이 아무리 격화되어도 법리론 적으로는 ‘법질서 내’의 가치 상극에 해당한다. 따라서 저항자의 가치 기준이 실정법을 초월하는 고차의 법이 있을 때에는 이론상으로나 실제상 매우 중대한 문제가 일어난다. 여기서 말한 고차의 법을 자연법으로 본다면, 저항권이란 실정법이 정하는 의무와 자연법이 정하는 의무가 서로 모순되고 충돌할 때 자연법 상의 정의를 근거로 하여 실정법 상의 의무를 거부하는 권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저항권의 제도화: 저항권의 문제는 이미 중세에 시작된 이래, 18세기 미국 독립선언 중의 혁명권 (right to revolution), 프랑스 인권선언 중의 압제에의 저항 (resistance a I'oppression)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이르러 국민주권적 국가에서 하나의 합법적 제도로까지 상승되어 있다. @p173 이러한 저항권은 실정법에 규정되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주 8) 우리의 건전한 법의식 속에 존재하는 자연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건전한 법의식에 있어서의 법실증주의는 오히려 자연법적 기능을 지니는 것이며, 무기력한 법의식에 있어서의 법실증주의는 악법 발생의 온상이 되는 것이다.
Coing에 의하면 권력이 의식적으로 자연법에 위반하여 작용할 때, 즉 파괴적 작용 (verbrecherische Regierung)을 할 때에는 적극적 저항이 허용되는 것이며, 그것은 정당(legitim)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적극적 저항을 오늘날 기도한다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서나 때로는 생사에 관한 일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이것을 가장 명백히 말해 주는 것은 나치스 치하 독일의 저항운동의 역사이다. 이러한 면에서 보는 저항은 오직 자발적 도전에의 호소일 뿐이고, 반항에의 실정적 의무는 하들 존재하지 않는다고 Coing도 자백하였다.
한편 하이란트 (Heyland)는 저항권을 헌법위반에 대처해야 하는 헌법 보장을 위한 권리하고 하였다. 그는 전후 독일의 헌법은 거의 자연법의 이념을 인정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그는 그와 같은 헌법 보장을 위한 저항권을 어디까지나 법적으로 제도화하려고 하였다. 국가권력 등에 의해서 헌법위반이 자행되는 경우 헌법에 의해서, 혹은 법원에 의해서, 기타 여러 법적 절차에 의한 법적 구제를 생각하고 그것을 저항권의 행사라고 여겼다.
우리는 미국의 독립선언이나 프랑스의 인권선언이 혁명권이나 압제에의 저항을 자연의 권리로 명기한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구제도를 무너뜨린 정치 세력이 그때까지 주장해 온 저항권을 실정법에 제도화한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종교 사상 언론이 자유 등의 일련의 인권의 보장, 법 앞에 있어서의 평등의 확인, 참정권 등 민주주의 제도를 위한 정비는 구제도에 비해 저항권의 주요 사항들을 거의 실정법화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 8: 서독에서는 나치스 시대 (1933~1945)에 악법이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국민의 인권을 억압한 데 대한 반성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 법률 심사 제도가 실시되고 저항권을 헌법상 인정하고 있다(서독 개정 헌법 20조 4항). 우리 나라 헌법은 저항권에 관한 규정은 없으나 위헌 법률 심사제를 두고 있다(헌법 111조). 그러나 전문에서 “불의에 저항한 4. 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있으므로 저항권은 인정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김철수, 신 헌법학개론, 박영사, 1988, 298면 참조). 한편 대법원의 입장은 저항권의 실정 법적 개념을 부인한 바 있다(대법판 1975. 4. 8. 74 다 3324) @p174
제도에 비해 저항권의 주요 사항들을 거의 실정법화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위만 (Neumann)이 “민주주의 제도 그 자체가 일종의 ‘제도화된 저항권’ (institutionalized right of resistance)이다"라고 한 것은 이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의미심장한 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저항권의 조건: 무릇 법과 사회, 개인과 전체, 계층과 계층 사이의 이해와 사상의 대립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한, 즉 실정법이라고 하는 통제 방식이 불필요하게 되기까지는 저항권의 가능성은 의연히 지상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항권이 남용된다면 민주주의 자체를 파멸시키는 위험스러운 상태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저항권의 행사에는 성찰된 조건이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다빙(Dabin)은 저항권 행사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국가의 실정법에 의하여 악법이나 압제에 대한 개혁의 기술적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던가 혹은 그것에 의해 안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안된다고 한다. 둘째, 저항권의 행사가 혼란이나 악례를 야기시켜 악법이나 압제에 복종하고 있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해약을 야기하는 결과를 몰고와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빙의 첫째 조건은 당연한 사리를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즉, 달리 취할 여유나 수단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폭력적 저항으로 나온다거나 하면, 과잉 방어와 같이 인정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의 조건은 일종의 ‘비례의 원칙’ 또는 ‘진중의 원칙4’의 문제라고 하겠다. 이 둘째의 조건은 현실 사회에서 가끔 드러나기도 하는데, 저항이 오히려 악례만 더 크게 불러일으킬 경우는 곤란하다.
저항권의 행사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저항권을 행사하는 주체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저항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다만 자기의 주장만을 절대화하고 권력을 무조건 적으로 몰아, 비타협적 실력 투쟁만으로 시종 세론에 호소하는 가치 투쟁을 방기하는 것은 자기의 민주성과 정당성을 배반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저항권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적인 절차에 의해 발동될 것이 요구되고, 이 요구에 따를 때 그것은 민주주의의 확실한 안전벽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의적인 남용과 폐해를 냉정히 자율할 수 있다면 저항권은 현실의 민주제도나 권력층이 빠지기 쉬운 동맥경화증이나 독선적 경향에 대하여 필요하고 유효한 치료제가 될 것이다. @p175 오직 그것 때문에 발생할 비극이나 참화를 최소화하고 민주주의의 부단한 전진을 위한 처방으로 순화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현명한 정치적 지성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제니(Geny)는 저항권의 합법적 한계를 검토하기 위하여 저항은 그 정도에 따라 수동적 저항, 방어적 저항, 공격적 저항의 세 단계로 분류하여 전 이자는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 있으나 공격적 저항만은 극단적인 압제에 대해서만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제 3절 법의 형식적 효력@]

법의 형식적 효력은 법이 적용하는 범위를 말한다. 실정법은 일정한 시대나 사회의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경험적 사실로서 생성 발전 소멸하는 것이므로 성문법이건 불문법이건 그 효력이 무제한일 수 없고, 거기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은 당연하다. 이와 같은 한계를 시간적 인적 장소적 효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46) 제 1 시간에 관한 효력@]
   I 법의 시행
법(성문법)은 시행일로부터 폐지일까지 효력을 갖는다. 이 기간을 법의 시행 기간 또는 유효기간이라고 한다. 관습법은 성립과 동시에 효력을 발생한다. 성문법은 성립(제정)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절차를 밟아 공표 되어야 한다. @p176 성립된 법을 공표 하는 행위를 공포라고 하며, 공포와 동시에 그 효력을 발생한다. 공포는 법의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서 관보에 의하여 공포된다(법령 등의 공포에 관한 법률 12조). 그러나 공포와 동시에 시행함은 법 정책상 여러 폐해가 있으므로 공포와 시행까지 얼마간의 기간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 기간을 주지 기간(법의 공포된 후 법의 존재를 일반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일정한 기간)이라고 한다 (민법의 경우는 약 2년간, 상법은 1년의 주지 기간을 둔 바 있다). 그리고 법령에 시행 기일을 각각 개별적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 정한 날로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공포일로부터 시행한다(즉일 시행) 하는 것도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 기일이 정하여져 있지 않으면 공포일로부터 20일 경과하면 효력을 발생한다 (헌법 53조 7항)
   II 법의 폐지
법의 효력이 소멸되는 폐지에는 명시적 폐지와 묵시적 폐지가 있다.
  (1) 명시적 폐지
명시적 폐지는 명문의 규정에 의하여 법이 폐지되는 것을 말한다. 명시적 폐지가 되는 경우로는 (i) 법령에 그 시행 기간(유효기간)이 정해진 경우, 그 기간의 종료로 그 법령은 당연히 폐지된다. 이런 법을 시한법(Zeitgesetz)이라 한다. (ii) 법령이 어느 특정 사항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경우, 그 목적 사항이 소멸하면 당연히 폐지된다. (iii) 신법의 명시적 규정에 의하여 구법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폐지한다고 규정한 때에는 구법은 당연히 폐지된다.
  (2) 묵시적 폐지
묵시적 폐지는 명문에 의한 폐지가 아닌 것을 말한다. 묵시적 폐지가 되는 경우로는 (i) 구법의 규정이 신법의 규정과 서로 저촉되고 모순되는 경우, 즉 동일 사항에 대하여 신법과 구법의 규정이 상반되는 경우에는 그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구법은 당연히 그 효력을 상실한다. 이것을 ‘신법은 구법을 개폐한다’는 원칙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법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특별법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p177 그러므로 신법이라 하더라도 일반법인 신법은 특별법인 구법을 개폐하지 못한다. 이 원칙을 ‘일반법은 특별 구법을 개폐하지 못한다’라고 한다. 또 (ii) 상위법과 하위법이 상호 저촉하는 경우에는 하위법이 효력을 잃는다. (iii) 해제 조건부의 법으로서 처음부터 일정한 조건의 성취,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제정된 법은 그 조건의 성취, 목적의 달성이나 소멸로서 당연히 폐지가 되는 것이다.
   III 법률 불소급의 원칙
  (1) 원칙
법은 일반적으로 그 시행일로부터 폐지일까지 그 동안에 생긴 사항에만 효력이 있고, 그 시행 전에 발생한 사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법률불소급의 원칙 (Prizip der Nichtruckwirking)이라고 한다. 이것은 행위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사후에 제정된 법률에 의하여 범죄 된다고 할 수 없다는 사후법(ex post facto law)의 제정을 금지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로는 법의 소급에 의한 사회생활의 혼잡과 분쟁을 피하고 구법 하에서 발생한 법률관계, 특히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결국 사회생활의 법적 안정을 기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소급적 제정의 금지는 형법에서는 입법상의 원칙으로서 확립되어 있다. 만일 행위시에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처벌 법규가 사후에 제정되어 이 행위에 소급 적용되는 날에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에 대한 보장이 깨지므로 죄형 법정 주의의 요청상 행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형벌 법규의 소급’은 엄금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13조 1항)이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한 것과, 형법 제 1조 제 1항에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라고 규정한 것은 처벌 법규의 소급적용뿐만 아니라 소급 형벌 법의 제정까지도 금하는 것이다. @p178
  (2) 예외
그러나 이 원칙은 해석상의 원칙에 지나지 않으므로 신법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의 현실적 요구에 적합하고 정의 형평의 이념에 맞는 경우에는 입법으로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은 무방하다. 즉, 이 원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므로 신법 적용으로 관계인이 유리하게 되던가, 소급적용이 기득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다든지 또는 침해하더라도 소급시킬 공익상의 필요가 있을 때에는 이 원칙이 무시되는 수가 있다. 형법 제 1조 2항은 (범죄 후의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형벌 불소급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였다. 또한 민법 부칙 제 2조에서도 ‘본법의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본법 시행일 전의 사항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신법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구법보다도 개인의 인권 존중과 권익 보호의 사상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IV 기득권 불가침의 원칙
기득권 불가침의 원칙이란 원칙적으로 법률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결과 구법에 의하여 생긴 기득권 (vested rights, wohlerworbenes Recht)은 신법에 의하여 변경되거나 소멸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그러나 이 원칙도 법률 불소급의 원칙과 같이 사회생활의 법적 안정을 위하여 요구되는 벌률적용상의 원칙이며 입법상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오늘날 이 원칙은 입법상 절대적인 것은 못된다 하더라도 국민 생활의 법적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관점에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p179
   V 경과법
구법시대에 발생한 사항에 관해서는 구법이 적용되고 신법 시대에 발생한 사항에 관해서는 신법이 적용됨은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의하여 명백하므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구법 시대에 발생한 사항이 신법 시대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여전히 구법을 적용할 것인가, 혹은 신법을 적용할 것인가에 관하여 법의 적용 기술상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만들어진 법을 경과법 (transitive law, Zwischenzeitsrecht)이라고 한다. 이것은 법으로 따로 제정하는 것이 아니고 신법의 부칙에서 그 해결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예: 민법부칙 5조, 1984년 개정상법 부칙 2조~24조, 환경보전법 4조 5조)

    @[(47) 제 2 사람에 관한 효력@]
근대법은 ‘법 앞에서의 만인의 평등’을 이념으로 하고 있으므로 사람의 지위 신분 문벌 계급 성 신앙 등에 의하여 그 적용되는 법을 달리 정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따라서 오늘날의 법률은 일반법으로서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법이 일반인에게 적용된다 할 때의 ‘일반인’의 범위를 여하히 정하느냐에 대하여 속인주의와 속지주의의 두 주의가 있다.
   I. 속인주의와 속지주의의 원칙
속인주의 (System des Personlichen Rechts)란 국민(국적)을 표준으로 하여, 한 나라의 법은 자국민에 대해서는 국내에 있건 국외에 있건 불문하고 그 효력이 미친다는 주의이고, 속지주의 (System des Territorialstatuts)란 영역을 표준으로 하여, 한 나라의 법은 그 영역 내에서는 자국인 이건 외국인이건 불문하고 모두 효력이 미친다는 것, 즉 그 나라의 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주의를 말한다. 오늘날 각국은 영토적 관념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속인주의를 아울러 채용하여 양자의 조화를 기하고 있다. 즉, 자기 영역 내에서는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도 모두 국가의 법에 의하여 지배됨과 동시에, 자국민은 외국에 있더라도 자국법의 적용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 법률의 저촉이 되는 경우에는 국제사법에 의하여 해결한다. @p180
   II. 속인주의 예외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나 특별법은 일정한 사람에게만 적용되고 전국민에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국가공무원 법은 국가공무원에게만, 변호사법은 변호사에게만,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와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또한 국정상의 필요에서 대통령 및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있는(예: 헌법 84조 44조 45조) (주 9) 등 일종의 면책특권이 인정되고 있다. 이것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임기 중 안심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III. 속지주의의 예외
속지주의에 의하면 우리 나라 영역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법의 효력이 미쳐야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우리 나라 영역 안에 있는 사람이라도 우리 나라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1) 헌법상의 제한
참정권 청원권 국방의 의무 둥과 같은 헌법상의 권리 의무는 국민의 지위에 기한 것이므로 이에 관한 법은 자국에 재류하는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하며 본국 법이 적용된다. 
주 9: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헌법 44조: #1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2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 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헌법 45조: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p181
  (2) 형법상의 제한
형법 제 5조는 내란죄 외란죄 국기에 관한 죄 통화 및 유가증권에 관한 죄 등 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 대하여도 우리 형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섭외사법 국제사법의 제한
혼인 이혼의 요건 친족 상속 관계 유언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등 일반적으로 사람의 신분 능력에 관한 사항은 각국이 인정 풍속 관습 및 문화 정도에 따라 다를 것이므로, 이에 관한 법은 자국 내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외국인의 본국법이 적용된다. 우리 나라 섭외사법도 이를 선언하고 있다(섭외사법 6조 1항)
  (4) 국제법상의 제한
국제법상 특별한 지위 신분을 갖는 자는 재류국의 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 즉, 국가의 원수, 외교 사절(대사 공사 기타) 및 그 가족 수행원 군함 승무원 일정한 책임 있는 지휘 관하에 있는 군대 등은 국제 관례적인 예의상 또는 직무 수행의 편의상 재류 국의 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분국의 법의 적용을 받는 특권이 인정되어 있다. 이를 치외법권 (exterritorialty, Exterritorialitat) 또는 외교 특권 면책특권이라고 한다. 따라서 주재국의 재판권 및 경찰권 과세권 등에 복종하지 않는 특권과 이로부터의 면제를 받는다.

    @[(48) 제 3 장소에 관한 효력@]
   I. 장소에 관한 효력의 원칙
법의 장소적 효력은 법이 어떠한 지역적 범위에서 적용되느냐에 관한 문제이다. 한 나라의 법은 원칙적으로 그 국가의 전 영역에 걸쳐 적용된다. 국가의 영역은 주권이 미치는 범위로서 영토 영해 영공 등을 포함하며, 이러한 영역 내에서는 내국인 외국인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p182
   II. 장소에 관한 효력의 예외
그러나 법이 자국의 영역 내에만 시행된다는 원칙에 대해서도 예외가 있다. 즉, (i) 치외법권을 갖는 자에게는 타국에 있는 경우에도 자국 법이 적용되고, 또 타국에 있는 일반 자국민이라 하더라도 참정권 청원권 국방의 의무 등이나 능력 친족 상속 등에 관하여는 정치상의 이유나 전통적 민족적 특별 사정으로 자국 법이 적용된다. (ii) 타국의 영해 내에 있는 자국의 군함 공함이나 타국의 영공 안에 있는 자국의 군용 공용의 항공기 안에서도 자국 법이 적용된다. (iii) 자국 영역 내에 있어서도 일정한 법령(특히 장소에 관한 특별법)이 어떠한 지방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지방자치 단체가 제정하는 조례와 규칙은 그 자치단체의 지역 내에서만 적용되며, 도시계획법은 일정한 도시에 한하여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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