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제1절 서설@]
법의 연원(source of law, Rechtsquellen)을 짧게 줄여서 법원이라고 한다. 법원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 1) 그러나 넓게는 법을 형성하는 원동력 또는 법규범의 타당성의 근원을 의미하며, 좁게는 법의 존재형식 또는 현상형태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의 실정법의 근원은 자연법((83) III(7), (87)II 참조)이며, 이는 실정법의 부당한 결과를 시정하고 또는 불완전한 점을 보충한다.
흔히 법원이라고 할 경우에는 좁은 의미, 즉 법관이 재판기준으로 적용하는 법규범의 객관적 존재형식을 말한다. 여기에는 성문법과 불문법이 있으며, 이들 법원 사이에는 그 효력에 우열이 있다. 법의 진화과정을 존재형식의 측면에서 보면 불문법에서 성문법으로 이행되어 왔다.
* 주 1: 법원을 뜻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i) 법을 제정하는 힘을 법원이라고 하여 신. 군주. 국민 또는 국가 등을 말하고, (ii) 법을 구성하는 재료를 법원이라고 할 때는 종교, 도덕, 관습, 판례, 조리, 학설 등을 말하기도 한다. (iii) 법률지식을 얻는 자료를 법원이라고 하여 법전, 판결록, 저서, 논문 등을 말하고, (iv) 법이 존재하는 형식을 법원이라고 할 경우에는 성문법과 불문법을 들기도 한다. 오늘날 법원이라고 하면 법의 존재형식을 의미하는 데 이설이 없다. @p124
@[제2절 성문법@]
@[(28) 제1 성문법의 개념@]
I. 성문법의 의의
성문법 (written law, geschriebenes Recht)이란 문장으로 표현되어 일정한 형식과 절차에 따라서 공포된 법을 말한다. 성문법은 국가 또는 단체에 의하여 제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정법 (Gesetzsrecht)이라고도 한다. 성문법은 일반적. 추상적으로 문장화되고, 따라서 고정화되기 때문에 그 개폐에는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오늘날 문명국가는 원칙적으로 성문법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영국과 같은 불문법주의국가에서도 점차 성문법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성문법주의국가로서 헌법. 법률, 명령. 자치법칙. 조약 등을 지니고 있다.
II. 성문법주의와 불문법주의의 장단점
법의 역사는 불문법에서 성문법으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정한 국가가 성문법주의 또는 불문법주의를 지닌다고 하는 것은 절대적인 구별이 아니다.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국가도 불문법을 법원으로 가지고 있으며, 불문법주의를 취하는 국가도 성문법을 법원으로 인정한다. 그러한 구별은 성문법과 불문법 중에서 어느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가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성문법주의와 불문법주의를 비교해 볼 때 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서 그 우열을 속단할 수는 없다. 이들의 장단점을 도시하면 다음과 같다. @p125
사항 성문법주의 불문법주의
1. 법의 통일. 정비 쉽다(장점) 어렵다(단점)
2. 법의 안정성 유지가능하다(장점) 유지곤란하다(단점)
3. 법의 내용 명확하다(장점) 불명확하다(단점)
4. 외국법의 계수 쉽다(장점) 어렵다(단점)
5. 법의 고정화 쉽다(단점) 어렵다(장점)
6. 사회변천에 대한 적응성 어렵다(단점) 쉽다(장점)
7. 법적 질서의 유동성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단점) 저해하는 경우가 적다(장점)
8. 법과 사회와의 간격 있다(단점) 없다(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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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2 성문법의 분류@]
I. 헌법
(1) 의의
헌법(constitution, Verfassung)이란 국가의 기본조직. 통치작용. 국민의 기본권 등을 규정하는 국가의 기본법이다. 우리 나라는 1948년 7월 17일 서명. 공포된 후 9차의 개정을 보았으며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국가의 모든 법질서는 헌법을 정점으로 하여 단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은 성문법원으로서 가장 으뜸가는 최상위의 법이다. 따라서 하위의 법인 법률, 명령, 규칙 등은 헌법에 위반해서는 아니 된다. 또 헌법의 개정에는 보통의 입법과는 달리 특별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헌법 128조~130조) 헌법이 성문형식을 취한 경우를 성문헌법이라고 하며,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국가가 이에 속한다 (주 2) 또한 영국과 같이 단일헌법을 갖지 않은 불문헌법의 국가도 있다.
(2) 제6공화국헌법
제9차의 개정을 본 제6공화국헌법은 1987년 9월 18일에 여야의
* 주 2: 서독의 헌법은 헌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기본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본기본법 (Bonner Grundgesetz)이라 하고 있다. @p126
합의에 의한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어, 동년 10월 12일에 국회의 의결을 거쳐, 10월 27일에 국민투료로서 확정되었다. (주 3) 또한 동년 10월 29일에 헌법이 공포되고,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헌법 부칙 1조 전단). 다만 대통령선거는 이 헌법시행일 40일 전까지 실시하여야 하므로 (헌법 부칙 2조 1항) 1987년 12월 16일에 대통령선거가 행하여 졌고, 국회의원선거는 이 헌법공포일로부터 6월 이내에 실시하게 하여 (헌법 부칙 3조 1항) 1988년 4월 26일에 있었다. 헌법은 전문 및 본문(10장 130조)과 부칙(6조)으로 구성되어 있다.
II. 법률
(1) 의의
법률(statute, Gesetz)은 넓은 의미에서는 법일반을 의미하나, 좁은 의미에서는 국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된 법률만을 의미한다. 흔히 법률이라고 할 경우에는 좁은 의미의 법률을 가리킨다. 여기에서도 이러한 뜻으로 다루기로 한다. 법률은 헌법 다음가는 법원이다. 따라서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으며, 그러므로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은 무효가 된다. 한편 법률은 명령 등에 대하여는 상위에 놓이는 법원이므로 명령 등이 법률에 위배되는 내용을 가질 수 없다. 법치국가에 있어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
(2) 법률제정권
법률제정권(입법권)은 국회에 속하며 (헌법 40조), 법률은 법률안의 제출, 심의, 의결, 의결된 법률안의 정부에의 이송, 대통령의 공포라는 절차를 거쳐 제정된다.
* 주 3: 1987년 헌법개정은 형식적으로는 ‘제9차 헌법개정’이라고 할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헌법의 제정’이라고 해야 한다는 설이 있다. 그 이유는 대통령직선제. 국회의 복권 등을 통하여 권위주의적인 정부형태가 민주화되었으며, 정권의 교체가능성이 부여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행 헌법의 문제점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상대적 다수에 의한 당선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30%의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점과, 대통령이 국회의 다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에 올 수 있는 불안정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불안정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김철주, 신고헌법학개론, 박영사, 1988, 65~66면). @p127
(가) 법률안의 제출
법률안은 국회의원과 정부가 제출(제안)할 수 있다 (헌법 52조).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의원 20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 의장에게 제출한다.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헌법 89조 3호).
(나) 법률안의 심의와 의결
법률안이 제출되면 국회의장은 이를 본회의에 보고하고 상임위원회에 회부하여, 상임위원회에서 심의. 토의. 가결한 뒤 본회의에 상정하여 심의한다(국회법 75조 1항). 본회의에 상정된 법률안의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한다(헌법 49조).
(다) 법률안의 정부에의 이송
법률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정부에 이송된다(헌법 53조 1항). 정부는 국무회의의 심의에 회부하여 공포할 것인가, 환부거부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라) 대통령의 거부권행사와 국회의 재의
법률안거부권(right of veto, Vetorecht)이란 국회가 의결하여 정부에 이송한 법률안에 대하여 대통령이 이의를 가질 때에, 대통령이 이것을 국회의 재의에 붙일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주 4) 법률안재의요구권이라고도 한다. 이 거부권의 대상은 법률안이고, 거부구내용은 법률안의 확정을 저지하기 위한 대통령의 이의이다. (주 5) 대통령이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는 데는 환부거부와 보유거부의 두 방법이 있다.
* 주 4: 구헌법과는 달리 국회해산권이 없는 현행헌법의 대통령중심제하의, 특히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국회에 대응한 대통령 권한의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대통령에게 법률안거부권을 인정하는 일반적인 이유로는 (i) 의회의 경솔이나 전제로 말미암은 부당한 입법을 방지할수 있고, (ii) 권력분립에 의한 억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현행헌법상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단원제 국회의 경솔과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것임을 유의하여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남용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 주 5: 우리 나라의 경우 제헌 이래 1988년 7월 현재 거부권이 행사된 경우는 51건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9건이 야당이 과반수를 넘은 제헌국회(14건)와 2대 국회(25건)때 이루어졌다. 그 후 3~4대 국회에서 각각 3건, 6대 국회에서 1건, 7대 국회에서 3건, 9대 국회에서 1건이 행사되었다. 그리고 이번 국회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이 문제되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이와 같은 우리 헌정사에 있어 거부권사를 볼 때, 초기의 몇 개 사례를 제외하고는 여.야가 타협을 이루는 지렛대로 작용했던 것이 아니라 막강한 통치권을 유지하려는 집권자와 이를 견제하려는 의회와의 갈등과 반목으로 이어졌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요컨대 의회가 다수의 힘으로 전횡을 해서도 안되고, 정부의 거부권도 합리성을 바탕으로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p128
환부거부(direct veto)란 우리 헌법에서와 같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에는 국무회의에 심의를 거쳐,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헌법 53조 2항). 국회가 폐회 중일지라고 의원의 임기만료로 폐회된 경우가 아니면 환부하여야 한다(헌법 53조 2항). 그러나 대통령은 법률안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재의를 요구할 수는 없다.(헌법 53조 3항). 그리고 대통령의 보유거부는 인정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법률안을 국회에 환부거부하면 국회에서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override)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된다(헌법 53조 4항). 대통령이 그 법률안을 국회에 환부도 하지 아니하고 공포도 하지 않을 경우에는 15일이 경과함으로써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헌법 53조 5항).
보유거부(pocket veto)란 국회의 폐회나 해산으로 말미암아 대통령이 지정된 기일 내에 법률안을 국회에 환부할래야 환부할 수 없는 때에, 대통령이 그 법률안을 거부하기 위하여 법률안을 공포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법률안이 자동적으로 폐기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 법률공포
정부에 이송된 법률안은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여야 한다(헌법 53조 1항). 대통령이 환부거부하여 국회에서 재의결하여 확정된 법률은 지체없이 공포하여야 한다. 법률이 확정된지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확정법률을 공포한다(헌법 53조 6항).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법률은 공포한 날로부터 20일을 경과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한다(헌법 53조 7항).
III. 명령
(1) 명령
명령(order, Verordnung)이란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행정기관에 의하여 제정된 성문법을 말한다. 국회의 의결을 요하지 않으며 제정권자가 @p129
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법률과 다르다. 명령은 법률의 하위에 있으므로 명령으로 헌법 또는 법률을 개발하지 못한다. 다만 대통령의 비상조치권에 의한 비상명령 (Ausnahmeverordnung)과 긴급명령 (Notstandsverordnung)은 예외가 된다.
(2) 분류
명령은 (i) 제정권자를 표준으로 대통령이 발하는 대통령령(헌법 75조), 국무총리가 발하는 총리령(헌법 95조), 행정각부의 장이 발하는 부령(헌법 95조) 등으로 나누어지고 (주 6), (ii) 법률에 대한 관계를 표준으로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 및 긴급명령(헌법 76조), 계엄(헌법 77조), 위임명령(헌법 75조), 집행명령(헌법 75조) 등으로 나누어진다. 보통 명령이라 할 때에는 법률의 하위에서는 위임명령과 집행명령만을 가리킨다.
(가) 위임명령: 입법사항에 관하여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delegation)을 받은 사항에 관하여 발하는 법규명령이다(헌법 75조). 즉, 위임명령이란 법률의 위임에 따라 발하는 명령을 말한다. 따라서 사실상 법률의 내용으로 보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명령이라고도 한다. 상급명령에 의하여 하급명령에 위임하는 수도 있다.
(나) 집행명령: 법률 또는 상위명령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법규명령의 일종이다(헌법 75조). 따라서 집행명령은 모법을 변경. 보충할 수 없고, 모법에 규정이 없는 새로운 사실을 규정할 수 없으며, 그 근거가 되는 법률이 소멸하면 집행명령도 소멸되고, 그 법률에 변경이 있으면 변경된 부분에 관련된 한도 내에서 집행명령의 효력도 변경된다.
IV. 규칙
규칙이란 첫째, 국회 및 특수한 국가기관이 법률이 정한 사항에 관하여 제정하는 ‘규칙’이라는 명칭이 붙을 성문법규를 말한다. 즉, 헌법은 권력분립의
* 주 6: 대통령령은 총리령과 부령의 상위에 있고 총리령과 부령은 동일한 위치에 있으며 우열상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본다. @p130
이념에 따라 입법부와 사법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각 규칙의 제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i) 국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국회규칙, 헌법 64조 1항). (ii)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후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대법원규칙, 헌법 108조). (iii)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선거관리. 국민투표관리 또는 정당사무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헌법 114조 6항). 이러한 규칙은 대개 법률의 하위에 있으므로 법률에 위반할 수 없으나, 명령과는 동등한 효력이 있다.
둘째, 행정기관의 내부질서와 공법상 특별권력관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제정되는 행정규칙을 말한다. 규칙. 훈령. 지시. 예규. 통첩. 규정. 수칙 등으로 표현된다.
셋째, 자치법규로서의 규칙이 있다.
V. 자치법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내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헌법 117조). 이와 같이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권에 기하여 제정하는 법령을 자치법규라고 한다. 자치법규는 조례와 규칙으로 나눌 수 있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의회가 법령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하여 의결로서 제정한 것이며, 규칙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법령과 조례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기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제정한 것이다.
VI. 조약
(1) 의의
조약(treaty, Vertrag)은 국제관계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문서로서 행해진 @p131
국가 사이의 합의로서 국제법의 법형식의 일종이다. (주 7) 조약에 의하여 국제간의 법률관계가 개정. 변경. 폐지된다. 조약의 체결은 조약안을 대표자 사이에 협의로 작성하여 서명하고, 국내법상 국회의 동의를 얻어(헌법 60조) 대통령이 비준한다(헌법 73조). 이와 같은 절차를 밟아 체결. 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헌법 6조 1항).
(2) 행정협정
조약과 구별되는 것에 행정협약이 있다. 행정협약 (executive agreement)은 조약이나 법률에 의하여 수권된 사항을 정한다던가, 조약을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세부적 사항을 행정부가 단독으로 의회의 동의 없이 체결하는 것이다.
@[제3절 불문법@]
@[(30) 제1 불문법의 개념@]
불문법 (unwritten law, ungeschriebenes Recht)이란 문장으로 표현되지 않고 사실상 관행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것으로 제정. 공포 등의 절차에 의하지 않은 법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불문법은 성문법보다 먼저 존재해온 것이지만 사회가 복잡하게 변화해 가는 오늘날에는 질서의 명확화라는 요청에서 성문법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물론 성문법으로서 모든 생활관계를 전부 규율하기에는 적당치 못한 분야도 있는 것이므로 불문법의 중요성도 크다. 특히 고정적인 성문법과 유동적인 사회생활 사이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해석의 방법과 법의 개정을 통하여 법운용의 신축성을 보일 수도 있으나 오늘 날 우리의 현실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 주 7: 조약의 명칭에 대하여 협정 (convention), 규약 (covenant), 규정 (statute), 헌장 (charter), 협정 (agreement), 의정서 (protocol), 선언 (declaration), 잠정협정 (modus vivendi) 등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두나라 사이에 체결되는 조약에는 agreement, 다수국가 사이에 체결되는 조약에는 convention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p132
불문법이 형성되는 것은 필연적인 사실로 되어 있다. 불문법으로는 관습법, 조리, 관례법 등이 있다.
@[(31) 제2 불문법의 분류@]
I. 관습법
(1) 의의
관습법 (customary law, Gewohnheitsrecht)이란 입법기관의 의식적인 입법행위에 의하여 제정된 것이 아니고, 사회에서 스스로 발생하는 관행이 단순한 예의적 또는 도덕적인 규범으로서 지켜질 뿐 아니라 사회의 법적 확신 (Rechtsuberzeugung) sowl 법적 인식을 수반하여 대다수인에 의하여 지켜질 정도로 된 것을 말한다. 이러한 관습법은 사회에 있어서 가장 직접적이고 또한 근원적인 법의 발현형식이다. 불문법주의의 사회에서는 물론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사회에서도 아무리 성문법을 완비하더라도 관습법의 생성을 막지는 못한다. 이는 사회생활의 유동성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즉, 사회생활은 부단히 유동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규범이 생기고, 여기에서 관습법이 분화. 성립하는 현상은 성문법의 편찬이나 제정으로 막지 못한다.
근대국가에서는 실정법의 완전무결성을 자랑하는 국가법만능주의에 빠져 실정법 이외의 법원은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었다. 그러나 역사학파는 제정법만능주의를 저리고 ‘민족의 법적 확신’ (Volksuberzeugnung des Recht)인 관습법을 존중하였고, 특히 19세기 말의 법사회학은 관습법의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하였다.
(2) 관습법이 법원으로 인정되는 근거
관습법이 법원으로 인정되는 근거에 관하여는 학설이 나누어진다.
(가) 관행설: 관행설(Ubungstheorie)은 특정사항에 관하여 동일한 행위를 국민이 오랫동안 반복하여 관행하는 관습은 법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p133
독일의 사법학자 지텔만(zitelmann)이 주장한 것이며, ‘관습이기 때문에 법이다’라고 하였다. 법사회학자 에를리히(Ehrlich)는 사회단체의 내부질서인 행위규범이 진정한 법규범이며, 관행이라는 사회적 사실이 곧 법규범이라고 말하였다.
(나) 국가승인설: 국가승인설 (Gestattungotheroie)은 독일의 형법학자 빈딩(Binding)이 주장한 것으로서, 관습법의 내용의 생성은 무의식적, 자연적인 것이어서 국가의 관여 밖의 일이라 하겠으나, 그것이 형식적으로 유효한 법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승인을 필요고 한다는 것이다. 이 설에 의하면 관습이 과연 관습법으로 되기 위해서는 입법자의 승은과 법원의 적용에 의하여서만 가능하며, 법원이 관습을 발견하여 이것을 적용하면 그 관습에 대한 국민의 법적 확신이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다) 법적 확신설: 법적 확신설 (Rechtsuberzeugungstheorie)은 사비니(Savigny), 푸흐타(Puchta) 등의 여사학파((87) IV 참조)에서 주장한 것으로서, “관습법은 다수인이 어느 관습에 따라가는 것이 권리 또는 의무라고 확신할 때, 즉 관습을 법이라고 확신할 때에 성립한다”고 말한다. 역사학파는 관습법을 민족정신 (Volksgeist)의 소산이며, 민족의 법적 확신이라 하여 입법자의 자의적 제정에 불과한 성문법보다 관습법에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였다. 이설은 현재 독일, 일본, 우리 나라의 다수설이다. (주 8)
(마) 결언: 여러 가지 설 가운데서 법적 확신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관행되는 관습이 있고, 그것이 권리, 의무에 관한 내용을 가지며,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 당한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에 관습법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존재와 당위, 객관성과 주관성이 결부되어 법규범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즉, 관행과 법적 확신이 있으면 관습법의 성립요건으로서 충분하며, 국가승인설이 요구하는 따위의 국가기관에 의한 승인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 주 8: 구병삭, 신법학개론(전정판), 박영사, 1988, 63면: 김명기, 법지사, 1988, 39면: 장경학, 법학통론 (제5개정판), 법문사, 1988, 53면. 한편 국가승인설을 취하는 분도 있다(공성찬), 법학개론(제2개정판), 박영사, 1988, 73면: 최종고, 법학통론(재정판), 박영사, 1988, 67면). @p134
(3) 관습법의 성립요건
관습법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
(가) 관행(관습)이 존재할 것: 관행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상당히 긴 기간동안 동일한 행위가 반복되어 그와 유사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같은 행위가 행해지는 것으로 인정되는 상태이다.
(나) 관행은 법률로서의 확신을 가지게 된 법적인 것일 것: 관행에 따르는 것이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따라서 그 관행이 우리들로 하여금 법률적으로 구속하는 것으로 관념하게 할 것이 필요하다. 즉, 법적 확신 또는 법적 인식을 가지게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관습과 관습법은 구별된다.
(다) 관행이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을 것: 관습법은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그 기초가 되는 관행도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
(라) 관습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것이거나 또는 법령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관한 것일 것: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어진 관습이라 함은 법령에 규정한 사항에 대하여는 특히 관습을 존중하고 그 법령과 상위한 관습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는 뜻을 명기한 경우이다(예; 민법 224조. 234조. 237조 등). 법령의 규정에 없는 사항이라 함은 어떤 사항에 대하여 법령이 특별히 그 관습과 반대된다는가 혹은 동일하다는 것을 명기하지 아니 한 경우이다.
* 사실인 관습과 관습법
민법 제 106조에 의하여 법률행위해석의 기준이 되는 관습은 이를 ‘사실인 관습’이라 하여 제1조의 관습법과 구별하는 것이 판례 (주 9) 및 다수설(주 10)이다. 즉, 제1조의 관습법은 사회의 법적 확신 내지 법적 인식에 의하여 지지되고 법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된 관습을 말하며, 제106조의 사실인 관습은 아직 사회의 법적 확신에 의하여 지지될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서 양자는 구별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양자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i) 사실인 관습은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하는 표준이 됨으로써 의사표시의
* 주 9: 대법판 1983. 6. 14, 80 다 3231.
* 주 10: 김기선, 한국민법총칙(보정판), 법문사, 1970, 246면: 방순원, 신민법총칙, 한일문화사, 1959, 185면: 이영변, 신민법총칙강의, 박영사, 1959, 282면: 이영준, 민법총칙, 박영사, 1987, 312면: 황유인, 현대민법론 I, 박영사 1980, 14면. @p135
내용이 되고, 이 때에 비로소 효력을 가지게 되나, 관습법은 당사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당연히 법규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된다.
(ii) 관습법은 보충적 효력을 가질 뿐이므로 법률에 규정이 있는 사항에 관하여는 존재할 수 없으나, 사실인 관습은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하여 임의법규를 개폐하는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이 법으로서 존재하는 형식 혹은 법으로서 형성되는 형식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양자는 다르다고 하겠지만,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기준으로서 법원이 어떠한 형식의 규범을 법으로서 채용하느냐, 즉 법의 적용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사실인 관습은 임의법규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재판규범이 되므로 관습법과 다르지 낳다. 바꾸어 말하면 사적 자치가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양자 모두 임의법규에 우선하여 해석의 기준이 된다고 하여야 하며, 따라서 이 한도 안에서는 관습법이냐 사실인 관습이냐를 구별할 필요는 없다. 결국 양자는 성질상 같은 것이나 법의 존재형식에서 보는 경우와 법의 적용의 기준이라는 면에서 본 경우에 차이가 생길 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주 11)
(4) 관습법의 효력
관습법의 효력은 성문법과 관습법과의 관계를 말한다. 관습법이 성문법에 대하여 보충적 효력을 가지는 데 그치느냐 또는 변경적 효력까지도 가지느냐의 문제이다. 전자의 입장이 보충적 효력설이고 후자의 입장이 변경적 효력설이다.
(가) 보충적 효력설: 이 설은 민법 제1조의 “민사에 관하여 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죄에 의한다”라는 규정을 실효케 할 수 없다는 데 근거를 두고, 성문법에 대한 보충적 효력을 인정하는 견해이다. 따라서 이 설에 의하면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경우에만 관습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될 뿐이다.
(나) 변경적 효력설: 이 석은 민법 제1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관습법에 성문법과 대등한 지위를 인정하고, 관습법에 성문법을 개폐하는 효력이 있다는 견해이다. 이 설의 근거로는 (i) 성문법이 경화하여 사회사정의 진전에 적응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사회의 수요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 주 11: 종래에는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다수설이었으나, 요즈음에는 양자의 구별을 부인하는 설이 증가하여 오히려 부정하는 설이 다수설이다. 곽윤식, 미니법총칙(재전정판), 박영사, 1986, 375면: 김용한, 민법총칙론(전정판), 박영사, 1986, 274면: 김용희, 민법총칙(개정판), 학연사, 1986, 287면: 김도수, 민법총칙(제2판), 삼영사, 1988, 265면: 장경학, 민법총칙, 법문사, 1985, 430면). @p136
발생하는 관습법의 성립과 적용을 한 개의 금지규정으로 저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ii) 민법 제106조에 의하면 해석상 관습은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법률행위의 내용이 되는 규범으로써 임의법규에 우선하여 적용되어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한 임의법규를 개폐하는 효력을 가진다. (iii) 민법 제 195조는 관습법상의 물권을 인정하여 관습법은 성문법에 대한 대등적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주 12) (iv) 우리의 입법실정상 관습에 대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실태조사가 아직 없는 현실에 비추어 사항에 따라서는 성문법에 우선하여 관습법을 적용하는 것이 실제생활의 안전과 분쟁해결을 위하여 합리적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v) 성문법이 어떠한 태도를 취하거나 해석상 변경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각국의 공통된 현상이다(예: 스위스, 프랑스, 그리이스 등)
(다) 결언: 이상의 두 설 가운데 변경적 효력설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다수설). 성문법이 완비된 후에도 사회가 변천하면 자연히 관습법이 생겨나기 마련이며, 성문법을 가지고 관습법의 발생을 금지할 수 없다. 관습법의 변경적 효력을 인정하는 결과 신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신관습법을 구 성문법을 개폐하고 신성문법은 구 관습법을 개폐한다.
* 형사관습법
형사관습법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법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에 대한 개폐적 효력은 물론 보충적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II. 판례법
(1) 의의
판례법(case law, judge-made law, judikaturrecht)이란 법원의 재판(판결, 결정)을 통하여 형성되는 법이다. (주 13) 법원의 재판은 그 사건에 관해서만 구속력을
* 주 12: 예컨대 학설, 판례는 수목의 집단이나 미분리과실의 소유권이전에 관한 명인방법 또는 동산의 양도담보 등에 관하여 관습법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혼인에 관하여는 민법 제812조가 그 신고를 혼인의 성립요건으로 하고 있으나, 학설, 판례는 사실혼을 법률상 보호하는데 이론이 없다.
* 주 13: 판결, 판례, 판례법이라는 용어는 명확히 구별되어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 하나의 개별적인 재판을 판결이라고 하고, 그 판결을 통하여 이룩된 이론, 법칙 또는 규범을 판례라 하며, 판례를 법원으로 볼 때에 이것을 판례법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p137
가지지만, 그 후 동종의 사건이 일어나 재판을 하게 되었을 경우에는 동일한 취지의 재판을 하게 될 것이므로 재판은 동종의 사건에 대하여는 사실상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재판의 선례, 즉 판례가 그 후의 재판을 구속할 때 판례는 법원으로 되며 이를 판례법이라고 한다. 이러한 판례법의 형성은 최고법원의 판결에 관하여 특히 현저하다.
(2) 판례법의 법원성
판례가 법원이 될 수 있느냐에 관하여 논쟁이 있다.
(가) 영미법계: 영미법계의 국가에서는 판례법주의를 채택하여 판례의 집단체인 보통법과 형평법이 주된 법원이고, 성문법은 종된 법원에 불과하다. 즉, 이들 국가에서 판례는 주요 법원인 것이다((25) III (1)참조). 따라서 이 들 국가에서 판례는 이 후의 재판의 선례로서 존중되며, 이와 같은 선례가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는 것을 선례구 속의 원칙(doctrine of stare decisis)또는 선례존중의 원칙이라 한다.
(나) 대륙법계: 성문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륙법계에서는 판례를 법원으로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음을 물론, 상급법원의 판례가 하급법원의 법률상 구속한다는 원칙이 인정되지 않으며, 법관은 다만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할 의무가 있는 데 지나지 않는다(헌법 103조, 서독 기본법 97조 참조). 따라서 대륙법계의 국가에서 판례의 법원성은 부정된다고 할 수 있다.
(다) 우리 나라의 경우: 우리나라는 성문법주의국가로서 판례의 법원성은 부정된다고 할 수 있다. 법원조직법에 의하면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를 구속한다”는 규정(동법 7조의 2)이 있지만, 여기서 하급법원의 법령에 관한 판단이 하급심을 구속하는 것은 오직 ‘당해 사건’에 한정될 뿐이므로, 일반적으로 하급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종래의 재판에 있어서 판례가 반드시 법으로서 채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채용을 하지 않더라도 그 재판은 위법이 아니다. 결국 판례의 법원성은 부정된다고 할 수 있다. @p138
그러나 판례의 법률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상급법원의 판례가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 사실상의 힘을 통해서 대륙법계 제국에서도 사실상 많은 판례법이 생기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법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최고법원은 그의 판례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안정된 법을 이루기 위하여 판결에 구속되고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는 데는 전원합의체로 판결을 하여 신중을 기하고 있다(법원조직법 7조 1항 참조). 한편 하급법원은 상급법원의 판결에 구속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을 법률상 그럴 뿐이고 사실상은 그렇지 않다. 왜냐 하면 비록 하급심에서 상급법원과 다른 판결을 하여도 그것은 불필요하게 소송비용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며 상급법원에 가서 결국은 깨뜨려지고 마는 까닭이다. 그리하여 자연히 하급법원은 상급법원의 판례에 따르게 되며 판례는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판례는 법원으로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특히 판례가 이른바 ‘살아있는 법’으로서 대륙법계의 국가에서도 중요한 규범으로 행세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III. 조리
(1) 의의
조리(law of nature, Natur der Sache)란 사회생활에 있어서 인간의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물의 본질적 법칙 또는 사문필연의 도리를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일반사회인이 보통 인정한다고 생각되는 객관적인 원리 또는 법칙이다. 이른바 경험칙, 사회통념, 사회적 타당성, 신의성실, 사회질서, 형평, 정의, 이성, 법에 있어서의 체계적 조화, 법의 일반원칙, 자연법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합리성과 구체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가치를 그 내용으로 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조리는 두 가지 점에서 법과 관계를 가진다. 첫째, 모든 법은 결국 조리에 적합한 것, 바꾸어 말하면 조리에 적합한 경우에 한하여 법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조리는 실정법의 내용을 해석, @p139
결정하는 표준이 된다. 둘째, 어떤 사항에 관하여 성문법도 관습법도 없을 때에는 조리에 따라서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이다. 법원을 법의 존재형식이라고 이해할 때에 조리의 법원성이 문제되는 겻은 후자의 경우이다.
(2) 조리의 법원성
원래 사회생활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치밀한 성문법이 있고 또 관습법이 발달하였더라도 모든 법률관계를 규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조리를 법원으로서 인정할 것이냐 아니냐가 문제되는 것은 어떤 사건에 관하여 그 재판의 기준이 될 성문법이나 관습법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공백상태가 있는 경우이다. 근대법치국가에서는 법이 없다는 이유로 법관이 재판을 거부하지 못한다(헌법 27조 1항 참조). 이러한 경우에 법관은 자기가 조리라고 믿는 바에 따라서 재판하는 수밖에 없다. (주 14)
이리하여 조리의 법원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입법례가 많으며, (주 15) 우리민법 제1조도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조리의 법원성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재판에 있어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이 없을 때에는 재판법정주의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언도해야 하고 (적용할 형벌법규가 없다고 무죄판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류로써 한다), 행정사건은 민사재판의 경우와 같이 조리를 적용하여 판결하여야 한다.
* 주 14: 해석법학을 비판하면서 자동판매기화된 법관에게 자유재량권을 주어 사회적 타당성을 가진 재판을 하도록 주장하는 자유법운동의 제창자((88)II 참조)들은 조리의 법원성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 주 15: 스위스 민법 제1조는 성문법이나 관습법이 모두 없는 경우 “법관은 자기가 입법자라면 법규로서 제정하게 될 것(즉, 조리)에 의하며 재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조리가 재판의 준거가 된다고 하였다. 또한 오스트리아 민법 제7조와 같이 법전에 흠결이 있을 때에는 ‘자연법적 원리“에 따르라는 입법례가 있다.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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