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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2/가족 법론

제3장 법의 목적(이념)과 기능

by FraisGout 2020. 5. 10.

    @[제1절 법의 목적(이념)@]

    @[(9) 제 1 법의 목적(이념)의 개념@]
   I. 법의 목적의 의의
법의 목적(Zweck) 혹은 이념(Idea)이란 법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가, 법은 왜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법의 이념은 법의 근원에 존재하면서 법의 형성이나 현실의 지표가 되는 것, 즉 법의 존재근거를 말한다. 결국 법의 목적 혹은 이념은 법의 개념에 내재하는 보다 근원적인 것을 말하며, 법의 개념이 외형적인 문제라면 법의 이념(목적)은 그 근원에 관한 내용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법은 맹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법의 목적을 탐구하는 것은 법의 생명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의 목적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 첫째는 입법자가 그것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다시 개개의 법률의 목적과 일반의 목적으로 나누어진다. @p58 전자의 예로는 최근의 법률에는 그 첫머리에 “이 법률은 ...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것과 같이 이법의 목적을 명시하는 경우이고, (주 1) 후자의 예로는 개개의 실정법의 목적 이외에 마르크스(Marx) 주의법이론에 있어서 법은 계급지배를 위한 강제장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주 2) 둘째로 법의 목적은 법이 그 실현을 위하여 봉사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 내지 궁극의 사명, 바꾸어 말하면 개개의 모든 법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법 본래의 보편적 이념을 구명하는 것이다. 법의 목적이라 하면 보통 이를 말하며, 여기서는 이를 검토하기로 한다.
   II. 법의 목적 또는 이념의 문제는 법철학의 사명이며 현대법학의 과제로서 오래 전부터 많은 법학자들에 의하여 논의되어 왔으나, 아직껏 정설은 없다. 법의 목적에 관한 주요 견해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플라톤(Platon)과 Aristoteles는 “정의를 원칙으로 하는 도덕생활의 실현에 있다”고 하였다.
  (2) 루소(Rousseau)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확보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하였다.
  (3) Kant는 “도덕적인 개인 인격의 확보에 봉사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4) 피히테(Fichte)는 “민족의 유지, 발전에 있다”고 하였다.
  (5) 벤덤(Bentham)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의 증진에 있다”고 하였다.
* 주 1: 개개의 법은 그 목적의 달성을 의도하고 염원하여 제정되고 있다. 예컨대 소비자보호법 제1조의 ‘이 법은 소비자의 기본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사업자의 의무와 소비자 및 소비자단체의 역할을 규정함과 아울러 소비자보호시책의 종합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소비생활의 향상과 합리화를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든가 도, 소비진흥법 제1조의 ‘이 법은 도, 소매업을 효율적으로 진흥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거나 또는 소년법 제1조에서 ‘이 법은 반사회성 있는 소년에 대하여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행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행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주 2: Marx와 엥겔스(Engels)는 법을 지배계급의 의사로 본다. 즉,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는 권력의 행사기구를 필요로 하며, 이 권력의 행사기구가 국가이고, 그의 의사가 법이라는 것이다. 유물사관에 입각한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국가관 내지 법률관이다. ((25), (88) XII 참조). @p59
  (6) Jhering은 “모든 법은 목적의 소산이며 목적이야말로 법의 창조자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가 공존할 수 있는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사회의 생활조건의 보장이다”고 하였다.
  (7) Pound는 “법에 의하여 보호가 요청되는 여러 가지 이익과 요구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근본원칙, 즉 특정한 때와 장소에 있어서의 문화의 법적 공리”라고 하였다.
  (8) 베버(Weber)는 어느 질서가 그 질서의 준수를 확보하고 또는 그것을 위반한 자에게 제재를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물리적 또는 심리적 강제를 가하는 일단(강제기구)에 의하여 유지될 가능성이 있을 때 거기에 법의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9) 슈탐믈러(Stammler)는 법의 이념은 “자유로이 의욕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라고 하였다.
  (10) 코잉(Coing)은 법의 이념을 “법의 형성에 있어서 결부되어 있는 도덕적 가치의 총체”라 하고, 이러한 법이념의 핵심으로 정의, 인간의 인격적 존엄성, 신뢰, 신의, 신용, 성실성의 셋을 들고 있다 ((10) II (9) 참조).
  (11) Radbruch는 법의 이념으로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을 주장하였다. Radbruch의 주장이 우리 나라의 지배적인 견해이며, (주3) 여기서는 Radbruch의 주장에 대하여 항을 바꾸어 살펴보기로 한다.

    @[(10) 제 2 정의@]
   I. 정의의 의의
법과 정의는 고래로부터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모든 법에 공통되는 목적으로 정의 (justice, Gerechtigkeit)를(주 4) 드는 데에 이설이 없다.
* 주 3: 구병삭, 신법학원론(전정판), 박영사, 1988, 30면; 김명기, 법학개론(개정판), 법지사, 1988, 16면; 이오구, 법학개론(개정판), 대명출판사, 1988, 34면; 최종고, 법학개론(개정판), 박영사, 1988, 37면; 홍성찬, 법학개론(제2개정판), 박영사, 1988, 36면.
* 주 4: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사회정의’의 실현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의가 법의 이념인 이상 이는 곧 전법인의 사명인 것이다. @p60
정의는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에 있어서 이상적 상태로서 인간이 추구하여야 할 가치기준이라 할 수 있다. 즉, 정의는 특정한 가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사회질서의 이상화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정의는 바른 것(das Gerechte)이며, 바르지 않은 것은 법(Recht)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정의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정당한 관계’ 또는 ‘각자에 그의 몫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의가 무엇이냐’에 대하여는 많은 법학자들에 의하여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다.
   II. 정의에 관한 학설
  (1) 고대 그리이스의 피타고라스 (Pythagoras)는 사물은 수로서 성립되고 정의도 수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하여 정의의 논리적 필연성을 강조하였다.
  (2) 고대 그리이스의 철학자 트라시마코스 (Thrasymachos)는 강자의 이익을 정의로 보고 정의와 권력을 동일시하였다.
  (3) 최초의 이상주의철학자 Platon은 정의를 인간의 이성에서 발견하려 하였다. 그는 덕을 지혜, 용기, 절제, 정의의 넷으로 나누고, 정의의 본질이란 공동생활에서 분수를 지키는 것이라 하였다. 즉, 정의란 각 계급 사이의 정당한 관계이며, 이를 지킴으로써 이성이 지배하여 각자의 직분을 다하고 하급계급도 이성의 지휘를 따르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는 정의야말로 최고의 덕이라 하고, ‘자기 자신의 것을 행하라’하는 명제를 제시하였다.
  (4) 로마의 정치철학인 Cicero와 법학자 Ulpianus는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을 정의라 하였다. 이것은 각자가 모든 것을 요구하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 아니고, 타인도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권리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5) Platon의 제자인 Aristoteles는 정의를 사람이 준수하여야 할 최고의 덕이라 하고, 동시에 정의는 단순한 개인의 덕이 아니고 각자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실현하여야 할 사회적 덕이라 하고, 정의에는 평균적 정의(절대적 평등)와 배분적 정의(상대적 평등)가 있다고 하였다. @p61
 (가) 평균적 정의: 평균적 정의 (rectificatory justice, ausgleichende Gerechtigkeit)는 인간은 인간으로서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평등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하는 형식적 평등의 원리이다. 따라서 매매, 노동에 있어서 급부에 상응한 반대급부가 행해져야 하고 혹은 손해와 배상, 범죄와 형벌 등은 ‘같은 것은 같은 방법으로’의 원칙에 의하여 균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배분적 정의: 배분적 정의 (distributive justice, verteilende Gerechtigkeit)는 단체와 그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조화하는 정의로서, 단체생활에 있어서 각인은 제각기 상위한 능력과 가치를 갖고 있음을 전제로 그 가치의 차이에 따른 취급을 하여야 한다고 하는 실질적 평등의 원리이다. 예컨대 능력있는 자에게는 많은 급여를 준다거나, 부유한 자에게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든가, 가난한 사람에게는 면세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다) 결어: 이와 같은 Aristoteles의 정의론에 의하면 민법, 상법과 같은 사법은 평등한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를 규율하는 것이므로 평균적 정의에 입각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형법, 세법과 같은 공법 혹은 노동법, 경제법, 사회보장법과 같은 사회법은 배분적 정의에 입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봉건시대의 신분제의 사회는 배분적 정의가 지배했었으나, 시민법원리에 입각한 시민사회는 평균적 정의가 지배한 사회였다. 그런데 독점자본주의의 단계에 와서는 독점, 권리의 남용, 공해 등이 점차 많이 나타남으로써 시민법원리를 수정하는 이념으로서 또 다시 배분적 정의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른바 ‘시민법으로부터 사회법으로’ ((35) IV 참조)라는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아무튼 Aristoteles의 정의론은 개인주의와 단체주의의 양 측면을 고려하고 그 이념의 조화를 도모한 것으로서, 오늘날 사회적 정의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6) 로마의 신학적 자연법론자인 아우구스티누스 (Augustinus)는 정의를 사랑(caritas)으로 보았다. 한편 중세 로마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Aquinas)는 Aristoteles의 정의론을 신학적으로 보완하여, 정의에는 일반적 정의와 특수적 정의가 있다고 하여, 일반적 정의는 지상의 모든 덕을 정의에 포함시키고, 특수적 정의는 배분적 정의와 평균적 정의로 분화된다고 하였다. @p62
  (7) 현대 법철학자인 Radbruch는 Aristoteles의 정의론에 따라 정의를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로 구분하였다. 평균적 정의는 병렬관계 (Nebensordung)에 있는 정의로서 사법상의 정의이고, 그 본질은 재화들 사이의 절대적 평등이라 한다. 배분적 정의는 상하관계 (uber-und Unterordnung)에 있는 정의로서 공법상의 정의이고, 그 본질은 인격들을 취급하는 비례적 평등이라 하였다. 평등적 정의는 평등한 개인 상호간의 정의이므로, 그 전제로서 우선 배분적 정의가 적용되어 당사자를 평등한 입장(예: 평등한 권리, 평등한 교환능력, 평등한 신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배분적 정의가 정의의 근원적 형태이고 법의 가치기준이며 입법의 목적이라 하였다.
  (8) 미국의 법학자 Pound는 법을 정치적으로 조직된 사회에 있어서 힘의 체계적 사용을 통하여 행해지는 사회통제라고 정의하고, 정의는 이러한 사회통제를 통하여 인간의 이상적 관계를 실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정의는 인간의 욕구, 욕망, 기대의 총체를 가능한 한 조화시키고 조정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19세기의 개인주의적 정의로부터 오늘날의 사회적 정의로의 변천을 들고 있다. (주 5)
* 주 5: Pound는 19세기의 개인주의적 정의로부터 오늘날의 사회적 정의에의 변천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i) 재산권의 행사에 대한 제한, 즉 소유권의 내용의 반사회적 행사를 방지하려는 기도를 들 수 있다. (ii) 계약자유에 대한 제한, 즉 입법적 제한의 예로서는 자금의 현금지급을 요구하는 성문법,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성문법 및 생활불능자금(no-living wage), 최저임금을 들 수 있다. (iii) 재산의 처분권에 대한 제한을 들 수 있다. 많은 주에서 주택의 양도에 처가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가재도구의 양도담보에 처가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몇몇 주의 성문법 등이 그것이다. (iv) 채권자 또는 피해자의 채권만족을 확보하는 권한에 대한 제한을 들 수 있다. 예술가에 대하여는 도구를, 전문가에 대하여는 서적을, 농민에 대하여는 가축과 농구 등 동산압류금지가 그것이다. (v) 사용인의 행위에 대하여 넓은 책임을 지운다는 형식으로 뿐만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자의 과실없이 그러한 기업에 부수하여 일어나는 가해를 보상하는 책임을 기업에 부과한다는 형식으로 무과실책임의 이념을 부활시키려는 경향이다. (vi) 자연자원의 이용과 보존에 대한 사회적 이익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vii) 공공기관에 의하여 개인에게 가해진 가해에 대하여는 공공의 자금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viii) 피부양가족에 관한 법에 대한 낡은 태도를 변경시켰다. 말하자면 종래에는 중요시된 유일한 것이었던 부모의 개인적 이익은 자녀의 이익 및 사회의 이익과 비교할 때 거의 최후로 생각하게 되는 즉, 사회적 이익이 주로 고려되는 경향이 그것이다. @p63
  (9) 서독의 법철학자이며 법사학자인 Coing은 법이념을 정의 (Gerechtigkeit), 인간의 인격적 존엄성(Personwurde des Menschen) 및 신뢰, 신의, 신용, 성실성(Zurverlassigkeit, Treue, Vertrauen, Wahrhaftigkeit)의 셋으로 나누고, 이 가운데 정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는 정의에 관하여 (i) 개인의 인격에 관계되는 ‘정직하게 살아라’, (ii) 타인의 인격에 관계되는 ‘누구도 해하지 말라’, (iii)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라’의 세 가지 원리를 인정한다. 이것은 결국 “자기와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리고 모든 인격을 평등하게 대하라”라는 기본적 가치원리로 공식화된다. 이러한 기본적 가치원리로부터 정당한 법형성을 위한 세 가지 원리가 성립된다. 즉, 평등질서상태에서의 평균적 정의, 복종상태에서의 보호적 정의, 공동체상태에서의 배분적 정의가 그것이다. 평균적 정의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배분적 정의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적당한 차별을 인정하라는 것이 되겠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적당한 것이 되는가는 역시 개개의 ‘사태에 맞추어’,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보호적 정의에 있어서는 실력에 대하여 한계를 짓는 것이 요청되지만, 그러면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지어야 할 것인가는 역시 사물의 본성(Natur der Sache)에 맞추어 행해져야 한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의가 단순한 형식적 법가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가치로서 있을 수 있기 위하여는 사물의 본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III. 정의의 내용
  (1) 상대적 정의
정의라는 것은 추상적인이념 형식이므로, 예컨대 “각자에게는 그의 몫을 가지게 한다”라는 표현으로 정의를 구현한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재능이라든가, 각자의 가치, 공죄의 대소경중을 결정하는 기준은 누구에 의하여 어떻게 정하여 지겠는가라는 정의의 실질적인 내용에 있어서 영구불변하는 보편적인 것(절대적 정의)을 찾을 수는 없고, 결국 역사적, 경험적인 사회의 변천에 따라 일정하지 않는 상대적인 면이 있다. @p64 예컨대 현대법에서 노예제도를 인정한다면 기본적 인격을 무시한 것으로 정의에 반하나, 고대사회에서는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또 사, 농, 공, 상의 신분적 차별을 인정하는 것은 오늘의 사회에서는 정의에 반하지만 봉건시대에서는 조금도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와 같이 정의의 개념은 역사적, 민족적, 계급적 기타 사회적으로 제한을 받아 여러 가지로 달라지는 것이고, (주 6) 보편적, 절대적인 실질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 실질화를 위하여 노력하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노력의 목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실현에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대내적으로 개성의 이상적 완성, 대외적으로 인간관계 및 사회상태의 이상적 실현을 통하여 추구된다. 여기서 개성의 가치기준은 진(사유의 법칙), 선(의지의 법칙), 미(심미의 법칙)이고, 인간관계 및 사회상태의 가치기준은 정의이다.
  (2) 자유, 평등, 평화
정의의 개념(주 7)이 상대적이라 하여 정의의 이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무릇 인간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한, 거기에는 다 함께 의욕하고 추구하고 또 그 실현을 꾀하려고 노력하는 목표가 일반적으로 보편화되고 추상화된 것이 있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것 없이 인간은 도덕과 문화를 생성해 나갈 수 없다고 본다. 인간이 추구하여야 할 공통의 목표인 추상적 개념이 사회적 이념이라고 한다면 법에 있어서는 정의가 그 이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의 내용은 절대적, 종합적 가치이어야 한다. 정의는 인간적 가치와 사회적 질서를 조화시키기 위하여 평등, 자유, 평화라는
* 주 6: 이러한 것은 도덕의 이념으로서의 선에 관하여도 같이 생각된다. 즉, 실천적인 의미에서 무엇이 선인가는 그 시대, 그 장소의 사회적 제조건에 의하여 결정되고, 또 선악의 도덕적 판단을 하여 선을 지향하는 양심이라는 것도 구체적으로 각자가 처해 있는 사회적 제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 면으로 제약을 받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주 7: 정의개념을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에 처음으로 규정한 것은 1787년 미국헌법이다. 미국헌법 전문은 ‘우리들 미국국민은 ... 정의를 확립하고’라고 하였고, 바이마르 헌법전문은 “자유와 정의에 의하여”라 하였으며, 서독기본법 제1조 2항은 ‘독일국민은 불가침, 불가양의 인권을 지상의 모든 인간공동체, 평화, 정의의 기초로 신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도 전문에서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서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선언하여 정의의 실현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P65
구체적 요소로 구성되며, 공정한 질서의식과 인간의 양심과 양식에 반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은 정의로서 나타나며, 정의는 실천적, 목적적 이념이고, 사회의 실질적 가치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의의 내용은 자유, 평등, 평화인 데, 그 핵심적 내용은 평등이다.
 (가) 자유: 자유는 모든 외적 속박 내지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어 독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유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는 자유가 아니라 인간이 사회구성원(국민)으로서 갖는 자유이다. 인간의 역사는 자유의 전개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정신적 활동을 포함한 순수한 사생활의 영역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제생활영역에서 자유의 보장이 요구된다. 이 중에서 정치적 자유는 모든 자유의 기반으로서 오늘날 가장 중요한 자유라고 할 수 있다((15)  참조).
 (나) 평등: 평등은 사회구성원(국민)과 구성원(국민) 사이에 그 가치에 있어서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근대시민사회 성립기에 있어서의 평등은 자유주의의 번영으로서 당연히 ‘기회의 평등’ 내지 ‘출발점에 있어서의 평등’만을 의미하였다. 그것은 인간의 자주적, 창의적 능력을 확신하여 출발에 있어서 기회를 균등히 하여 주고 각인의 자유에 방임하면 자율조화적으로 공공의 복리와 개인의 행복이 실현되리라고 예견한 데서 연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경제적 강자와 약자가 대립하고 사회모순이 확대됨으로써 시민사회의 이상이 깨어지자, 이러한 종래의 평등관은 단지 ‘형식적 평등’에 불과한 것이라고 반성하고, 새로운 평등관을 정립하게 되었다. 즉,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허용하는 자유주의를 기조로 하면서도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며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인 개입, 조치를 취함으로써 각인의 ‘생존의 평등’ 내지 ‘결과에 있어서의 평등’을 꾀하려는 것이 강조되었다. 이것은 출발에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줄곧 약자의 경쟁력을 보완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추구되는 평등을 ‘실질적 평등’이라 하며, 오늘날 평등의 의의는 바로 이것이다((16) IV 참조). 오늘날 평등의 실현이 요구되는 영역은 인간의 모든 생활영역이다. @p66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제영역이다.
 (다) 평화: 평화는 단체(국가)와 단체 사이, 단체와 개인(국민) 사이, 개인과 개인 사이에 있어서 대립, 갈등 및 분쟁이 없는 상태요, 동시에 그러한 교란상태를 이성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말한다. 전자의 의의에서의 평화는 정적인 관점에서의 평화이며, 목적으로서의 평화로서 영구평화를 의미하고, 후자의 의의에서의 평화는 동적인 관점에서의 평화이며, 수단으로서의 평화로서 질서를 의미한다. 영구평화는 교란이 야기되지 않는 것이며, 질서는 야기된 교란을 평화롭게 해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화는 각인이 인류로서, 국민으로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각국이 국제사회의 성원으로서의 숙명을 용인하고, 개체는 단체를, 단체는 개체를 그리고 한 단체는 다른 단체를 상호 승인하며, 각자는 자기의 권리를 의무로서 승인하고 자기의 의무를 권리로서 주장하여 권리와 의무가 조화된 직분을 다 함으로써 실현된다. 따라서 평화는 협동을 기반으로 하는 공존공영의 이념이다.
 (라) 자유, 평등, 평화의 관계: 평화는 자유와 평등의 전제조건이다. 즉, 진정한 자유와 진정한 평등은 평화 속에서만 보장된다. 무질서 속에서는 자유의 상호침해가 자행될 것이고, 전장에서는 외적으로부터 자유의 유린이, 국가로부터의 자유의 징발이, 타인의 자유침해에 대한 구제의 유예가 있을 것이다. 또한 무질서 속에서는 침해의 평등이 있을 뿐이고, 전장에서는 공포와 고난의 평등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유와 평등의 제약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평화는 자유와 평등을 위한 노력이며 의지이다.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전제요건으로 한다. 자유없는 평화는 노예들의 평화요, 평등 없는 평화는 사람과 가축의 평화다. 그리하여 자유와 평등이 없는 평화는 이른바 ‘목석의 평화’라고 불리운다. 따라서 평화는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평화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평화는 무기력한 자, 혹은 비겁한 자의 평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잇다. 여기에 자유와 평등을 위한 투쟁의 정당성이 있다. @p67
  (3) 합법성
파스칼(Pascal)은 “힘없는 정의는 효력이 없는 것이며, 정의 없는 힘은 압제”라고 하여 정의와 힘의 결합을 주장하였다. 법도 정의와 합치될 때 법으로서의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에 반하는 법은 악법인 것이다. 정의는 현실사회에서 질서 자체를 의미하게 되어 ‘합법성’을 중요한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정의는 합법적 정의(die gesetzmassige Gerechtigkeit)를 의미하기도 한다.

    @[(11) 제 3 합목적성@]
   I. 합목적성의 의의
법이 정의만 지향한다고 할 경우에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법에 있어서 구체적인 정당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두번째의 법의 이념 내지 가치가 필요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합목적성이다. 합목적성 (Zweckmassigkeit)이란 법이 그 가치관에 구체적으로 합치되는 것을 말한다. 법은 본질적으로 국가의 의사이고 동시에 하나의 제도이다. 따라서 법의 목적은 국가의 목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회적, 정치 합목적성은 국가의 목적에 의해 결정된다. 또 법의 목적은 사회적, 정치적, 사상적 배경에 의해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정의가 법의 내용을 일반화하는 데 반하여, 합목적성은 법을 개별화하는 경향에 있다. 따라서 법의 합목적성은 법이 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법의 목적을 현실화하는 데 있다.
오늘날 인간은 개인의 권리나 자유를 본위로 하는 개인성과 공공의 복리라는 단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성의 양면성을 띠고 있으며, 이것은 서로 대립관계에 있다. 즉, 사익과 공익의 대립, 모순관계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은 법의 합목적성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p68
   II. 합목적성의 내용
Radbruch는 “합목적성은 도덕적 선이다”고 하였다. 합목적성은 법에 의하여 추구하여야 할 도덕적 최고의 선을 의미한다. Radbruch는 이 도덕적 선을 세 가지의 가치체계로 구분하였다. 즉, 개인가치 (Individualwerte), 단체가치 (Kollektivwerte), 작품가치 (Werkwerte)의 어느 것을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개인주의, 초개인주의, 초인격주의로 나누었다. (i) 개인주의에서는 개인의 복지 또는 개인의 문화적 사명에 봉사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며, 초개인주의에서는 국가를 하나의 단체로 보고 개인은 국가의 일부분이라 하여, 개인이 이에 봉사하는 것을 법의 목적이라 한다. (ii) 개인주의에 있어서는 합리적 개인주의의 요청으로서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가 평가되고, 초개인주의에서는 다수의 이익보다도 국가를 중요시한다. 여기서 법률만능주의사상이 있기 쉽다. (iii) 이러한 세 가지의 가치체계는 서로 대립관계에 있으며, 어떤 입장으로 보는 것이 합목적적인가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각자의 신념과 확신의 문제에 귀착한다.

    @[(12) 제 4 법적 안정성@]
   I. 법적 안정성의 의의
법적 안정성 (Rechtssicherkeit)이란 인간이 법에 따라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상태, 즉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사회생활의 질서와 안정을 말한다. 법 전체는 사회 전체의 질서를 형성하고, 사회질서의 유지라는 것은 법의 목적이고 이념이기도 하다. 즉,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법의 가치이고 이러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법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만일 법이 간신히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을 뿐일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은 적고 법으로서의 가치도 약하다. @p69 Radbruch는 법의 과제는 무엇보다도 먼저 법적 안정성이라 하였고, Goethe도 “무질서한 것보다 오히려 불평등한 것이 낫다”라고 말하고 있다. 질서야말로 인간사회에 있어서 안정성과 상호교섭의 최저의 기준이며, 인간의 번영과 문화창조의 출발점이다. 여하간 질서는 법의 생명이며, 따라서 법은 질서의 안정을 제1차적인 목표를 삼되, 그 질서는 선 내지 정의의 기준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것이어야 한다.
   II. 법적 안정성의 요건
법적 안정성은 ‘법에 의한 안정’ (Sicherheit durch das Recht)이 아니라 ‘법 자체의 안정’ (Sicherheit des Rechtsselbst)을 의미한다. 법의 안정성이 보장되면 나아가서 사회질서의 안정성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만약 법 자체가 자의적으로 적용된다면 사회질서는 유지될 수 없어 혼란에 빠져 법의 실효성은 보장되지 못한다. 따라서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법적 안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Radbruch는 법적 안정성이 유지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i) 법의 내용이 명확해야 하고, (ii) 법이 함부로 자주 변경되어서는 안되고, (iii) 법의 실행은 실제로 확실히 행해져야 하며, (iv) 법은 국민의 의식에 맞아야 한다.
   III. 법적 안정성의 요구
법적 안정성의 요구는 성문법의 발달을 가져 왔고, 법률해석학에 있어서 개념법학 ((51) I 참조)의 우위성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것은 법적 안정성은 다른 이념인 정의와 합목적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즉, 법의 내용에 관한 이념이 아니라 법의 기능에 관한 이념이라는 것이다. 즉, 사회 전체의 질서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법의기능이라는 것이다 ((14) I 참조). 사회생활은 끊임없이 진전하므로 법질서를 지나치게 고정시키면 법은 사회생활과 유리되고 정의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p70 그러므로 사회의 발전에 순응하고 사회의 진전과 정의의 요구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정도의 탄력성을 법에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13) 제 5 법이념의 상호관계@]
   I. 법이념의 상호모순관계
Radbruch는 법의 이념인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은 서로 연관되면서 또 서로 모순된다고 보았다. 즉, (i) 정의가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는 데 대하여, 합목적성은 개별화하는 경향이 있고, (ii) 정의나 합목적성이 이념적인 것인 데 대해, 법적 안정성은 실질성을 요구하고, 이 실질성은 실력, 즉 사실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념과 모순된다. (iii) 법적 안정성은 법질서의 정립이라는 법의 기능에 관한 이념인 데 대하여, 정의나 합목적성은 주로 법의 내용에 관한 법이념이다. (iv) 법적 안정성은 법의 형식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정의나 합목적성은 주로 법의 실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법적 안정성은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해 법의 내용이 비록 정의나 합목적성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강제성을 요구하고 자기 고집을 하게 되므로 법적 안정성과 정의, 합목적성의 사이에 모순, 갈등이 생긴다. 또 (v) 정의와 합목적성이 다같이 법의 내용에 관한 것이라 하지만 합목적성이 인간의 목적에 이바지하는 공리성을 띠는 데 대하여, 정의는 윤리성이라고 하는 각기 다른 가치관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 양자 사이에도 모순이 생긴다.
그런데 이들 각 이념은 상호 모순 속에서 대립적 관계를 필연적으로 이루어 ‘악법도 법이냐’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Goethe가 지적하였듯이 우리는 무질서 속에서 편안할 수 없는 것이므로 비록 악법이라 하더라도 이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Radbruch는 법질서의 유지가 정의나 합목적성보다 중요한 것이므로, 법에 있어서 “정의나 합목적성은 법의 제2의 과제이나 법적 안정성, 즉 질서, 평화는 제1의 과제이다”라고 하여 법적 안정성의 기능을 중요시하였다. @p71
   II. 법이념의 상호간의 적용관계
법이념 상호관계는 곧 법의 개념과 가치를 결정하게 되어 정의, 법적 안정성, 합목적성은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게 되어 그 상호간의 적용문제가 제기된다.
Radbruch는 상대주의이론 ((88) IV (4) 참조)에 입각하여 이러한 모순은 학문적인 보편타당성의 원리로서는 해결할 수 없고, 실천적, 주관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즉, 자연법을 중요시하는 시대에는 정의의 이념이 최고의 가치기준이 되고, 경찰국가시대에는 합목적성의 이념이, 법실증주의시대에는 법적 안정성의 이념이 특히 강조된다고 한다. 도한 법체계에 있어서도 형법에서는 저의의 이념이, 행정법에서는 합목적성의 이념이, 그리고 민법이나 소송법에서는 법적 안정성의 이념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III. 법이념의 조화관계
법에 있어서의 정의와 합목적성 그리고 법적 안정성은 서로 대립하고 모순된다 하더라도 법이 존재하는 한 이념으로서 영속할 것이다. 특히 실정법은 그 시대의 정치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정치적으로 보수파와 진보파가 있는 경우 보수파는 정의라고 하는 것이 진보파에서는 정의로 생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보수파가 만든 법률은 진보파에서 볼 때는 악법이 된다. 그러나 설사 악법이라도 이를 지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보면 법이 없는 상태보다는 있는 편이 좋은 것이지만 각인이 스스로 정의로 믿는 바에 따라 행동하면 법의 혼란을 가져와 법적 안정성을 잃게 된다. 한편 법적 안정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합목적성이나 정의를 중요시하는 입장에서는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진보가 없는 사회로 되기 쉽다. 또 근래 문제되고 있는 동성동본의 금혼에 있어서 유림측에서는 민법의 규정(민법 809조)은 우리의 윤리질서를 규정한 것이므로 이를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법적 안정성을 들고 있다. @p72 이에 대하여 여성단체 등의 비교적 진보적 성격을 가진 측에서는 이 규정은 인간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라는 정의에 위배된다고 한다. 특히 제36조 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주 8)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민법의 이 규정은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 하여 무효라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경우 입법기관은 정의의 실현이냐, 전통의 유지와 안정성의 확보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합목적성이며, 무엇이 법적 안정성인가 하는 것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 이념은 법이 진실로 추구해야 할 당위적인 목표이므로 이들이 조화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Radbruch는 “목숨을 지키려는 자는 목숨을 버릴 것이요, 목숨을 버리려는 자는 목숨을 지킬 것이다”(누가복음 17장 33절)라는 성서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법의 세 이념이 서로 조화하는 가운데 법의 생명은 유지, 발전되어 간다고 한다.
그러나 전후의 Radbruch는 정의를 법적 안정성의 상위에 두고 있다. 후년에 이르러 정의를 강조하게 된 법사상의 변천은, 그의 정치적 저항의 자세에 연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Radbruch는 적극적으로 불법국가의 출현에 대한 법철학의 이론적 무장의 필요를 호소하고 있다. 그것은 전후의 제저작에 있어서 법실증주의를 철저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나타나 있다. 그는 권력소유자는 그가 제정한 법률에 의한 구속으로부터 벗어나자마자 법제정권을 상실한다고 하여 명백히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전후의 주장에 의하면 정의의 중핵인 평등이 실정법을 제정할 때 의식적으로 부정되고 있는 경우에는 그의 법적 성격은 부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대개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되기까지는 법적 안정성에 우위를 인정할려고 하는 것 같다. 따라서 그의 이론은 저항권행사의 기준, 태양과 같은 방면으로 나아가지 않고, 저항권의 행사와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해 법치국가, 민주주의를 요청하는 방면으로 전개시키고 있는 것이다.
* 주 8: 혼인제도와 각종 제도의 보장에 관하여는 Weimar헌법, Bonn기본법, Italy헌법 등에 규정되어 있으며, 세계인권선언, 국제인권협정에도 규정되어 있다.
@p73

    @[(14) 제 2절 법의 기능@]
법의 기능은 그것이 실행됨으로써 일반적으로 법의 목적이 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법의 기능은 법의 목적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법이 정의의 실현과 질서유지를 그 목적으로 하는 한, 법의 기능도 실제적으로는 이들 목적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법이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주요한 기능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능은 법질서에 있어서 뚜렷하게 구별되는 하나의 형태로 나타나기 보다는 서로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고 할 것이다.
   1. 질서유지의 기능
법은 개인의 생명, 신체, 재산, 인격 기타 제권익을 침해로부터 보호하고, 나아가 사회 및 국가의 이익까지 보호함으로써 사회공동생활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게 한다. 즉, 개개의 법규범은 국가법질서를 구성하는 법체계의 부분적 요소로서 사회생활의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는 기능을 갖는다. 사회의 안정이야말로 법의 제 1차적 기능이며, 이것은 법적 안정성으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법의 기능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국가 및 단체에 대한 생활관계를 결정한다. 그리하여 법의 기능은 개인에게는 자유와 평등을 누릴 권리를 확보하고 국가에 대하여는 이를 보장할 책임을 부여한다. 더 나아가서 법은 국제사회의 발달과 평화공존을 위한 국제적 질서를 세우는 것이다.
법의 질서유지의 기능은 법의 다른 기능을 제약하고, 우선적으로 수행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질서유지를 위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고 (민법 103조), 또 질서유지를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 (헌법 37조 2항 참조) 등은 이와 같은 기능의 반영이기도 하다. @p74 한편 법의 질서유지의 기능은 당연히 사회생활의 안정의 확보를 포함한다. 예컨대 사후입법의 금지, 일사부재리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시효제도, 기득권존중의 원칙 등은 모두 질서의 유지 내지 안정의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2. 통제적인 기능
법은 강제성을 수반하는 사회규범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사를 구속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은 그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국가권력에 의하여 개인에게 일정한 행위를 명령, 강제, 금지하는 통제적인 기능을 갖는다. 즉, 법은 사회통제의 한 수단인 것이다. 여기에 위반하면 일정한 제재를 가하게 된다. 따라서 법은 그 기능을 통해 사회질서를 통제하고 국가의 목적을 실현함으로써 국가사회의 질서를 보존하고 사회생활을 안전하게 한다.
   3. 선도적인 기능
법은 윤리나 종교 등이 생활질서의 사전적인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주로 사후적인 구제에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역사적으로보면 법의 발달은 주로 관습법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법은 급격한 사회변천에 따라 관습법 등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어 법의 목적과 이념을 추구하고 합리적 또는 합목적적인 법의 정립을 이룩하게 됨으로써 사전적 보장이나 예방이라는 법의 기능에 상당한 비중을 두게 되었다. 이를 법의 선도적인 기능이라고 한다. 이 선도적인 기능은 법의 준수가 국민의 내면적 가치기준과 결부되어야 한다는 점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p75
   4. 평가적인 기능
법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인간행위의 준칙이므로 인간의 행위에 관하여 타당성을 가지는 여부에 대한 평가, 즉 합법적인가 위법적인가를 판단하는 가치기준으로서의 평가적인 기능을 갖는다. 법질서의 판단기준으로서 정의를 들 수 있고, 정의의 실현이 곧 법의 목적의 구현이다. 이러한 기능은 형법상의 규정 뿐만 아니라, 계약은 준수되어야 할 것을 종용하는 소송법 등에서도 나타난다.
   5. 제도형성의 기능
법치주의국가에서의 모든 정책이나 제도는 법에 의하여 수립되고 추진된다. 따라서 법은 형식이고 사회제도는 소재로서의 관계에 있게 된다. 예컨대 정치, 경제, 교육제도, 소송제도, 친족, 상속제도 등의 각종의 사회제도는 사회구성원의 생활관심에 적응하여 도덕, 관습, 문화, 전통 등의 사회규범의 복합체로 이루어져, 이것을 제도화하고 운용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법규범이다. 그리하여 법은 사회제도를 정립하며, 때로는 제도의 폐지 또는 개혁을 추진하는 기능을 가진다.
   6. 예측성확보의 기능
법은 일정한 행위의 결과에 대한 정확한 예측 내지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법이 그 내용에 따라 사회생활관계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규칙성에 기인한다. 이러한 기능은 타인과의 분업과 협업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근대문명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한 요인이 되었다. 다만 법의 예측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법의 내용을 명확히 하고, 함부로 개폐되지 않도록 해야 되며, 법의 해석은 객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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