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학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수요와 공급에 대한 미시경제학을 외면할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관(청)중의 크기, 특색, 그리고 시간에 따른 성장비율은 시장에서의 소비자 행동과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소비자들은 시간과 돈을 소비해 가면서 여러 가지 예술을 향유한다. 이에 소비자 선택과 경제학자들이 소비자 수요라고 부른 것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요청된다. 특히 소비자 선택에 대한 경제적 분석이 중요하다. 첫째, 소비자들은 소득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물질적 욕망 모두를 만족시킬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선택 가능한 많은 소비대상에서 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로, 이러한 선택들은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 소비자들은 가능한 한 총체적 만족을 최대로 획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소득을 소비하고자 한다. 경제학자들은 ‘만족’ 대신 ‘효용’(utilit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경제 토론에서는 소비자는 ‘효용을 극대화하는 사람들’(utility?aximizers)로서 행동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개별적인 상품들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른다. 경제학자들은 어떤 상품을 한 단위 더 많이 소비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용을 그것의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이라고 정의한다. 예컨대 CD를 하나 더 사서 획득할 수 있는 효용은 소비자가 이미 레코드를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우리에게 한 개인이 다른 상품들의 소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어떤 상품을 좀더 많이 소비할 때, 그 상품의 한계효용은 체감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정확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언급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소비자이고, 따라서 두번째 구두 한 켤레는 첫번째보다, 세번째는 두번째보다 효용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체감하는 한계효용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적어도 어떤 개인들은 한 종류의 물품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찾아내면서, 그들 수입의 대부분을 이를 위해 지불하고 다른 부분에는 적게 소비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소비자 수요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려면 적어도, 가격, 소비자, 소득, 그리고 취향과 같은 수요 결정요인들을 논의하고, 가격 형성을 위해서 시장 속에서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또한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의 최종산출량을 결정하기도 한다. 공급과 수요 분석을 예술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검토하기 위해서 연극의 티켓가격 결정을 예시해 보기로 한다.
수요, 공급, 그리고 가격 결정
소비자 선택이론을 논의할 때, 가격은 ‘주어진 것으로’ 취급하는 입장이 비교적 타당하다. 왜냐하면 개개의 구입자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선 경쟁적인 시장들 속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방법이 설명되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가격들은 공급과 수요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시장수요곡선(demand curve)이 소비자들이 주어진 가격으로 사들일 총량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공급곡선(supply curve)은 생산자들이 특정한 가격으로 판매를 위해 제공할 총량을 지시한다. 수요곡선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떨어지면 더 많은 것을 사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총량이 적어져 오른쪽 밑으로 처진 곡선(우하향곡선)의 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짧은 기간 안에 판매가 이루어질 경우, 가격이 올라가면 생산자들은 공급을 증대시켜서 총수입을 올리기 위해 좀더 많은 것을 제공하려고 하므로, 공급곡선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공급량이 증가하게 되어 결국 오른쪽 끝이 올라간 곡선(우상향곡선)의 모양을 띤다. 또한 추가적인 비용을 충당할 만큼 가격이 인상될 때, 업주들은 산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프리미엄 가격으로라도 초과시간 노동을 고용하려고 한다는 점을 부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판매가 이루어질 경우, 시장 공급곡선은 상승선을 그리기 보다는 평평해 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적응할 만한 시간이 충분하다면, 생산자들은 초과시간 노동과 같은 비싼 요소들을 끌어들이기 보다는 가장 효과적인 생산방법을 채택함으로써 산출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교차하는 곳에서 ‘균형가격’(equilibrium price)이 형성되는데, 브로드웨이에서 이루어지는 티켓가격은, 시장가격이 균형수준으로 자유롭게 움직여 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비효율성이 발견되는 교훈적인 사례들을 제공한다. 그러한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공연예술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공급과 수요모델을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짧은 흥행기간 안에 제공될 수 있는 티켓공급은 공연이 이루어지는 극장 내 좌석수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어떤 공연예술분야의 제작에서나 나타나는 특징이다. 가격이 올라갈 때 공급량이 증가하는, 그래서 공급곡선이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표준적인 사례와는 달리, 단일 공연예술 제작을 위한 좌석의 공급곡선은 수평적인 직선을 이룬다.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티켓가격 결정의 특색은, 제작자들이 개막 전에 티켓에 대한 수요가 어떻게 될지를 알지 못하면서도, 개막 전에 가격이 형성되며, 그 후에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공연이 히트했을 경우, 좀더 큰 극장 쪽으로 옮기거나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택하지 않는 것을 힐문한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된 후 가격을 바꾸는 것은 관행에 걸맞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암시장이 형성된다. 뉴욕주의 법에 저촉됨에도 불구하고, 특히 뮤지컬의 경우에는 암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공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가격조정은 전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를 뒷받침하는 두 가지 주장이 존재한다. 첫째로, 미리 좀더 높은 가격으로 티켓을 산 사람들은 똑같은 공연의 비슷한 자리에 좀더 낮은 가격을 지불한 사람이 앉게 되는 것에 대해 화를 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더 많은 티켓을 팔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것은 소득과 손실 모두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거니와, 최근 브로드웨이 극장 제작자들은 가격 인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두 가지 가격체제에 동의했다. 매일 정오, 모든 극장들은 타임스 스퀘어에 있는 부스와 시내 다른 두 곳에서 팔리지 않은 그날 공연 티켓들을 판매한다. 제작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전반적인 가격 인하보다는 차라리 낫다. 일종의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의 형식으로서, 같은 물품을 손님들에게 다른 가격으로 파는 것을 뜻한다. 이는 제작자만큼이나 손님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다. 확실한 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미리 계획을 세우고 제 가격으로 티켓을 살 수 있다. 돈을 절약하고 싶고 기꺼이 마지막 순간에 기회를 잡고자 하는 사람들은 절반 가격으로 극장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이제까지 우리는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가격 효과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특정한 물품에 대한 수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다른 몇 가지 요소들이 존재한다. 소비자의 소득 수준, 소비자의 취향, 그리고 관련된 물품의 가격 등이 그러하다.
소득, 취향, 그리고 관련 물품의 가격
대부분의 경우, 특정한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소득이 올라가면 함께 증가할 것이다. 평균적인 중산층 가구가 빈곤층 가족보다는 실제 공연에 좀더 자주 참관하고, 평균적으로 부유층에 속하는 가구는 그보다 좀더 자주 참관하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어느 한 시점에서 서로 다른 소득 수준의 가구를 비교함으로써 판명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이러한 소비행태를 관찰할 경우, 경제적 성장을 누리는 사회에서는 가구의 평균 소득수준이 상승할 때, 실제 공연관람 수요도 증가한다. 소득은 소비자 행동을 결정하는 명백하게 중요한 요소이므로, 그것이 예술과 문화에 대한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좀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경제학자들은 모든 소비자의 수요 패턴에 명백하게 영향을 미치는 선호 체계를 언급하는 빠른 방법으로 ‘취향’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공연예술보다 시각예술을 선호하는가 하면, 연극은 좋아하면서도 음악에는 취미가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텔레비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같은 선호들이 총량적으로 문화생활의 차원에 영향을 미친다.
전통경제학에서는 소비자 취향은 설명될 수 없다는, 그래서 설명해 보려고 애쓸 것도 없다는 가정이 통해 왔다. 이러한 태도는 대부분의 미국 경제학자들이 인정할 자유주의적 자본주의(liberal capitalism) 철학과 함께 지속된다. 즉, 소비자 선호에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경제의 중요한 기능이라는 믿음이다. 소비자들이 모자를 쓰기 원한다면, 기업은 모자를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향이 바뀌어서 좀더 적은 사람들이 모자를 원한다면, 모자는 좀더 적게 생산될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이냐? 취향의 변화에 대해 화낼 필요가 없다. 심각하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쥐어주어야 한다. 그러기에 경제학자들은 보통 취향을 연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것을 단순히 ‘주어진 것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예술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소간 다르다. 존경할 만한 경제학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예술소비의 자극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획득된 취향’으로서, 취향을 발전시키려면 이에 노출되어야 한다. 그것도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옳은 정황 아래 그래야 한다. 그러므로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예술을 접근 가능한 것으로 만들거나, 노출을 직접적으로 자극함으로써 사람들이 좋은 취향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과 문화의 경제학에서 취미 개발은 아주 흥미롭고 중요한 질문에 속하므로 이 역시 좀더 집중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
마지막으로 관련된 물품의 가격 문제가 있다. 우선 대체품이 문제가 된다. 교향악 입장권에 대한 수요는 CD나 다른 오락거리 입장료의 가격과 같은 대체품의 가격에 의해 영향받는다. 통계적으로 볼 때, 연극공연을 위한 입장요금이 높을수록, 교향악 티켓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CD에 대한 수요는 CD플레이어의 가격에 의해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공연예술의 경우, 교통, 주차, 그리고 음식가격 등 공연참관에 따르는 티켓 이외의 비용들과 티켓에 대한 수요간에 중요한 보완적 관계가 존재한다. 브로드웨이 연극의 경우, 그 비용이 티켓 가격의 절반 정도라는 조사도 나와 있다. 그러므로 연극문화의 진흥은 결국 그 사회의 전반적인 하부구조의 발전과 깊은 관련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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