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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2/고전

목민심서 02

by Frais Study 2020. 6. 30.

    제4조 호적
  호적자는 제부지원이며 중요지본이니 호적균이 후부역균이라.
  (해석) 호적이란 모든 부와 요의 근본이니, 호적이 균평한 뒤에야 부세와 요역이 균평하게 
될 것이다.
  (해설) 호적이 정확해야 백성들의 부담이 제대로 산출될 수 있으니 그만큼 호적은 중요한 
것이다.
  호적에는 핵법과 관법이 있는데, 핵법이란 한 오도 누락됨이 없게 하여 호구의 실제 숫자
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고,  관법이란 핵법처럼 일일이 파악하지  않고서도 마을 자체에서 
스스로 장부를 만들어 요역과 부세를 할당하게 하고 관에서는 그 대강을 들어 총수를 파악
한 뒤 균평하게 되도록 힘써서 너그러운 법을 펴는 것이다.
  오늘날의 수령된 자는 이 관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자의) 호구 호. 문서 적. 세금 부. 근원 원. 부역 요. 고를 균.
  호적무란하여 망유강기이니 비대역량이면 무이균평이라.
  (해석) 호적이 문란하여 전혀 기강이 없으니 큰 역량을 갖추지  않고서는 균평하게 할 수
가 없다.
  (해설) 수십 년 이래 수령된 자가 전혀 수령의 소임을  보살피지 아니하여 아전의 횡포와 
농간이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호적은 그 중에서도 더욱 심하다. 더욱이 수령이 적리를  차
출할 당초에 이미 뇌물을 받아먹으니 공무를 집행하는 날에 적리의 농간을 어찌 막을 수 있
겠는가. 그래서 적리의 탐학을 그대로 놓아 두고 조금도 힐책하지 않으니, 호적의 문란이 심
각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주석) 무란 : 문란. 강기 : 기강.
  (자의) 어두울 무. 어지러울 란. 없을 망. 공평할 평.
  장정호적이면 선찰가좌하여 주지허실하고 내행증감이니 가좌지부를 불가홀야니라.
  (해석) 장차 호적을 정리하려거든 먼저  집의 위치를 살펴서 허와  실을 두루 파악하여야 
호수를 증감할 수 있으니 집 위치의 장부는 소홀히 다룰 것이 아니다.
  (해설) 가좌책이란 토지의 자산을 기재하는 장부로서, 미세한 것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해
야 한다.
  수령은 아전에게 백성들의 실태를 실제와 한 치도 틀림이 없게 조사해 오도록 단단히 이
르되, 여러 면의 장부가 다 들어오거든 그 장부를 요약해서 경위표를 작성해야 한다.
  이 경위표가 이루어지면 각 호의 빈부며 동리의 허실과 씨족의 강약이 마치 손바닥을 들
여다보듯 명료하게 되니, 수령이 항상 이것을 책상 위에 놓고 살펴본다면 요역과 부세를 공
평하게 하고 옥사와 송사를 바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석) 가좌 : 집이 자리 잡고 있는 위치. 집자리. 허실 : 거짓과 참.
  (자의) 정돈할 정. 살필 찰. 자리 좌. 늘일 증. 덜 감.
  호적기지면 내거차부하여 증감추이하여 사제리호액으로 대균지실하여 무유허위니라.
  (해석) 호적을 작성할 시기가 이르었거든 이 가좌부에 의거해 증감하고 추이하여 모든 면, 
모든 마을의 호수의 정해진 숫자로 하여금 아주 공평하여 허위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설) 수령은 지난 식년의 여러 이의 호총수를 가지고 별도의  책자를 만들어 참고 열람
하기에 편리하도록 하고, 이에 이전에 만들어 둔 가좌부와 비교해 보면 빠진 것, 허위진 것, 
농간질한 것, 억울한 것 등을 환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의) 기일 기. 의거할 거. 밀 추, 밀 퇴. 옮길 이. 정원 액. 거짓 위.
  신부기성이면 직이관형으로 반총우제리하여 엄숙입금령하여 무감번소하니라.
  (해석) 새 호적이 작성되었으면 곧 관청의 명령으로 호구의 총수를 여러 고을에 반포하고, 
엄숙히 금령을 세워서 번거로운 이의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설) 다음과 같이 명령할 것이다.
  "현령은 알리노라. 본현의 호적이 오랫동안 문란해 왔다. 그에 따라 아전들이 농간을 부려
서 백성들의 부담이 고르지 못하였다. 부유한 마을은 해마다 몇 호씩 줄어들고 쇠잔한 마을
은 해마다 몇 호씩 늘어난다. 
  이것을 몰아서 부역이 없는 마을에 집어넣으니 허위의 호수는 쌓이고 실역의 호수는 줄어
들어 백성의 실정을 생각하건대 지극히 온당치 못하다. 이제 온 고을의 호구수를 가지고 보
완 조절하여 매 4, 5, 6가를  합쳐서 1호를 만드니 본 이는 응당  20호를 세우고, 아울러 그 
남녀의 인구수를 뒤에다 적어서 보이노라. 바라건대, 본 이의 부로와 사인이 한자리에  모여
서, 풍헌, 약정 등은 참가시키지 말고 20호를  의논해 세워서 7월 15일 내로 단자를  거두어 
바로 관가에 바치면 이내 도장을 누르고 증명서를 만들어 줄 것이고, 다시 초단이니 정단이
니 따지지는 않을 터이니 그렇게 알라. 이전 호총에  비하여 비록 5호가 늘어났다고 하더라
도 크게 균평히 하려는 정사를 원망해서는 안 된다. 만약  한 백성이라도 번거로이 와서 이
의를 제기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그 자를  징계해 다스려서 감히 망동하지 못하게 할 것이
다. 또 혹시 사사로이 아전과 짜고 뇌물을 바쳐서 모면하려는 자는 일도 이루어지지 않으려
니와 법률이 또한 지엄하니, 아울러 모름지기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자의) 새 신. 곧을 직. 모두 총. 번거로울 번. 호소할 소.
  약연호쇠패하여 무이충액자는 논보상사하여  대기지여가 십실구실하여  공무이충액자라도 
논보상사하여 청감기액이라.
  (해석) 만약 민가가 쇠잔하여 호액을 채울 수 없는 경우에는 상사에게 보고하고, 큰 흉년
이 들어 열 집 가운데 아홉 집이 빌지경이 되어 호액을 채울 수가 없는 경우에도  상사에게 
보고하여 그 호액을 줄여 주도록 청할 것이다.
  (해설) 이러한 경우에 수령은 세밀하게 조사하여 그 이치를 따져서 감영에 보고하여 호총
을 줄여 받기를 바랄 것이며, 두 번 세 번 거듭 보고하되 자신의 거취를 걸고 해야 할 것이
다.
  (주석) 연호 : 호구. 논보 : 보고. 십실구실 : 열 집 가운데 아홉 집이 비어 있음.
  (자의) 연기 연. 쇠할 쇠. 채울 충. 굶주릴 기.
  약부인구지미와 정서지조는 순기구례하여 청민수납하고 기여침학은 병의엄금이니라.
  (해석) 인구미나 정서조와 같은 것은 구례에 따라 그대로 백성들이 바치는 것은 허용해도 
되지만, 그 밖의 침탈은 모두 엄금해야 한다.
  (해설) 호적이 작성되고 나면 호적청에서는 별도로 좋은 종이를 사용하여 한 통을 깨끗이 
써서 이것으로 도장을 찍어야 하니 이를 정단이라 이른다.
  읍내의 불량배들이 자칭 감고라 하고 마을마다 흩어져 다니면서 또 돈 1냥~2냥씩을 토색
질하되 뜻에 차지 않을 것  같으면 아비나 할아비를 들추며 욕설이  입에서 그치지 않으며, 
술을 거르고 생선을 끓여 주어도 끄떡하지 않다가 무한한 욕심이 차고 나서야 또 다른 데로 
찾아가니 이는 천하에 없는 해독인 것이다. 
  수령이 직접 호적 단자를 받아들이고 수령이 직접 호적 단자를 내여준다면 이 두 가지 해
독은 금하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적리가 뜰에서 호소하기를 마감에 따르는 비용이 부족하다고 할 것 같으면 마땅히 향승으
로 하여금 사사로이 보든 면에 글을 보내어 매 호마다 돈 몇 냥씩을 거두어서 모두  향청에 
바치게 하여 적리에게 내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호적대장을 등서하는 일은 수령의 곤궁한 친구나 가난한 친족을 구차하게 베끼는  사람으
로 충당시켜서 그 정서조를 먹도록 해서는 안 된다. 빈객에게  주어서 등사하게 하고 그 정
서조를 먹게 하였다.
  등서가 아미 끝났을 때에 우의는 이를 알고서 그 정서조를 본 고을의 가난한 선비로서 환
상을 갚을 수 없는 자에게 내어주고 별도로 다른 곡식을 그 빈객에게 준다.
  증년자와 감년자와 모칭유학자와 위대관작자와 가칭환부자와 사위과적자는  병행사금이니
라.
  (해석) 나이를 올린 자, 나이를  줄인 자, 유학을 허위로  사칭한 자, 관작을 거짓  기재한 
자, 거짓으로 홀아비라고 일컽는 자, 거짓으로 과적에 이름을 올린 자는 모두 조사하여 금할 
것이다.
  (해설) 노직을 도모하는 자는 나이를 올리고 개첨을 걱정하는 자는 나이를 줄인다.
  과거에 향거의 법이 없기 때문에 외람되고 잡스러운 자들이  모두 과장에 들어간다. 이로 
말미암아 유학을 사칭하는데, 비록 공천, 사천일지라도 모두 사칭하게 된다. 
  장차 온 나라의 백성으로 하여금 모두 유학이 되게 할 것이니 명분을 훼손함이 이보다 심
할 수 없다. 관자가 말하기를, 
  "귀한 사람이 많으면 그 나라가 가난하게 된다."
고 하였는데 우리 나라를 두고 이른 말이다.
  군첨은 괴로운 일이므로 온 나라 사람들이 본성을 잃어 아비를 바꾸고 할아비를 변경하며 
관작을 사칭하고 충효를 가칭하여 면역을 도모한다.
  이래서 수십 년 후에는 드디어 묵은 호적이 되는데, 거짓  호적을 꾸민 자는 그 자식에게 
거짓 모칭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아니하니, 그 자손들은 드디어 거짓 모칭한 것을 진짜 관작
을 받은 것으로 여기여, 관가에서 혹 그것을 들추어내면 슬피 부르짖어 억울함을 말하니 역
시 그들의 의혹을 풀어 주기가 어려울 것이다.
  인구가 많으면 곡식을 바치는 수량도 많기  때문에 호적에 홀아비라고 일컫는 자가  많으
니, 백성들의 애통은 이것이 바로 심한 것이다.
  (주석) 모칭 : 거짓으로 일컬음. 유학  : 선비로서 아직 벼슬하지 못한 자.  환부 : 홀아비. 
노직 :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내리는  벼슬. 개첨 : 아버지가 지던  군역을 자식이 이어받아 
군적에 듦. 향거 : 고을에서 중앙에 인재를 추천함.
  (자의) 늘릴 증. 무릅쓸 모. 머리에 일 대. 홀아비 환.
  범호적사목지자순영례관자는 불가포고민간이니라.
  (해석) 무릇 호적을 작성하는 사목에 관한 것으로  순영에서 관례적으로 내려오는 관문은 
민간에 포고해서는 안 된다.
  (해설) 시행되지 않는 법을 민간에 포고한다면 한갓 백성들로 하여금 조정의 명령을 불신
케 하고 국법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니, 접어두고 백성에게 알리지 않
는 것이 옳다.
  (주석) 사목 : 일의 시행 조목. 순영 : 감영.
  (자의) 눈 목. 돌 순. 펼 포. 사이 간.
  호적자는 국지대정이니 지엄지정이라도 내정민부이니 금자소론은 이순속야니라.
  (해석) 호적이란 나라의 큰 정사인 것이니, 지극히 엄정하게 하고 지극히 정밀하게 하여야
만 백성들의 부세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나  지금 여기서 논하는 바는 시속을 따른 것이
다.
  (해설) 만약 국법이 완전히 구비되어 있다면 호적은 마땅히 자세히 조사해서 한 채의 집, 
한 명의 사람도 빠뜨려서는 아니  될 것이다. '주례' 사민편의 글  및 역대의 법제는 아울러 
호적고에서 상세하게 밝혔으니, 여기서는 논하지 않겠다.
  섭춘이 혜안령으로 있을 때 '정서'를 짓고, 늙은이를 예우하고,  정남을  거느리고 방어하
는 일을 맡도록 하였다. 그는 고을을 맡은 자는 온 고을의 민정과 물정을 두루 알아야만 그 
직명에 맞는 일이라 여겼다. 그러므로 남정은 관인, 사인, 늙은이, 젊은이의 구별 없이  모두 
호적에 올렸으니, 그것은 대개 일이 없을 때 교화를 행할  수 있고 유사시에는 군사 조직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백성들이 처음에는 의심하다가 뒤에는 두려워하고 끝내는 믿게 되
었다. 세가에서 혹 조그만 허물을 범해도 반드시 법으로 다스리니 이 때문에 명령은 시행되
고 금법은 지켜졌다.
  오가작통하고 십가작패는 인기구법하고 신이신약즉간궤무소용의니라.
  (해석) 다섯 집으로 통을 조직하고, 열 집으로 패를 조직하는 것은 옛법을 따르고 여기에
다 새로운 규약을 보태서 시행한다면 농간과 도적질은 용납할 곳이 없어질 것이다.
  (해설) 명나라 때 왕양명이 처음 실시한 십가패식이란, 10가를 1패로 편성하고 각 호의 본
과, 성명, 나이, 용모, 직업 등을 적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문패를 조사하여 만약 낯선 사람이 
있으면 관에 보고하게 하며, 은닉할 경우 열 집이 공동으로 처벌받게 하는 방식이다.
  무릇 십가패식의 법은 매우 간략하지만 그 효과는 아주  광범위한 것이니, 착실히 시행한
다면 도적이 없어지고 송사가 줄어들 뿐 아니라  부역을 균평하게 할 수 있고 외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민정과 토속에 혹 불만이 있을 경우에는 이 법식을 좇아 다소 수정
하여 시행할 수 있다.
  (자의) 예 구. 펼 신. 간사할 간. 도적 궤.
  
    제5조 부역을 고르게 함
  부역균자는 칠사지요무야니 범불균지부는 불가징이니 치수불균이면 비정야라.
  (해석) 부역을 공평히 하는 것은 수령이 해야 할 일곱가지 일 중에서 주요한 일이다. 무릇 
공평하지 못한 부는 징수해서는 안되니, 조금이라도 공평치 않으면 옳은 정치가 아니다.
  (해설) 부역의 행정은 공평한 것을 취할 뿐이다. 또 부역은 가볍게 부과하는 것이 좋으니, 
공용의 허실을 살핀다면 그 거두어들이는 것이 적게 될 것이다. 호적에 누락된 백성들의 수
를 조사해낸다면 거두어들이는 것이 고르게 될 것이다.
  (주석) 칠사 : 수령이 행해야 할 일곱 가지 일. 즉, 농상을 성하게 하고, 호수를 늘이며, 학
교를 일으키고, 군정을 닦고, 부역을 고르게 시키며, 사송을 간결하게 하며, 간활한  일을 그
치게 하는 일. 치수 : 아주 적은 무게의 단위.
  (자의) 중요할 요. 힘쓸 무. 거둘 징. 저울 단위 치. 저울 단위 수.
  전부지외에 기최대자는 민고야이니 혹이전부나 혹이호부로 비용일광이면 민불요생이라.
  (해석) 전부 외에 가장 큰  부담은 민고이다. 혹은 토지에 부과하기도  하고, 혹은 가호에 
부과하기도 하여 비용이 날로 늘어나므로 백성들이 살 수가 없다.
  (해설) 민고의 폐단은 그 원인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감사가 함부로 위엄을 부리는 
일이요, 다른 하나는 수령이 탐욕을 마음대로 부리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원인이 없으면 본래 민고가 없을 것이며,  아전들의 농간도 용납될 곳이 없을 
것이다.
  수령의 월급을 풍부하게 정한 까닭은 수령이 관부를 열고있으면 자연 요구하는 자가 있을 
것이니, 먹고 남음이 있는 것으로 그런 요구에 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사람들이 슬기롭지 못하여 월급과 일봉을 사물로 인식하고 공적비용으로 여기지 않으면서 
공적 비용은 백성들에게 거두어 들이니 한탄스럽지 않은가. 
  이렇듯 근원이 이미 흐리니 하류는 맑기 어렵다. 이속들의 탐욕은 수령보다 열 배나 더하
므로, 민고의 부담률은 해마다 증가되고 달마다 늘어간다. 만일 이와 같이 그치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반드시 다 죽게 될 것이다.
  (자의) 세금 부. 창고 고. 비영 비. 넓을 광. 애오라지 료.
  민고지례는 읍각부동하니 기무절제하고 수용수렴자는 기여민우열이니라.
  (해석) 민고의 규례가 고을마다 각기 다른데, 용도가 있을 때마다 무절제하게 마구 거두어
들이는 것은 백성을 괴롭힘이 더욱 심한 것이다.
  (해설) 맹자는 선왕의 법을 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백성들에게 거두어 들이는 데도 법도가 있었다."
  무릇 거두어 들임에 절제가 없는 경우는 그 법도가 오래 갈 수 없는 것이다. 이른바 절목
이란 것은 모두 한때 구차히 행하던 법이니, 농간의 구멍이 막히지 않은 채 덩굴이 서로 얽
히어 시작하기 전에 파탄이 극도에 달했다.
  (자의) 같을 동. 절약할 절. 따를 수. 거둘 렴. 병들 려. 배울 렬.
  수기법례하고 명기조리하여 여민해준수지여국법이면 내유제야니라.
  (해석) 그 법례를 수정하고 그 조리를 밝혀서 백성들과 더불어 준수하기를 마치 국법처럼 
해야 비로소 절제가 있을 것이다.
  (해설) 조목을 만드는 방법은 앞의  '수법편'에 보인다. 매년 지급할 물자에  대해서는 그 
식례만 밝히고 그 장부는 없앨 것이며, 수시로 특별히 내릴  물자에 대해서는 그 식례도 밝
히고 장부도 둘 것이다.
  서북 지방은 토지가 척박한 까닭에 민고를 흔히 호렴으로 하고, 남부 지방은 토지가 비옥
한 까닭에 민고를 흔히 결렴으로 한다.
  그러나 지금 남방은 전부가 열 배나 증가되었으니 농가만 치우치게 괴롭혀서는 안 되므로 
마땅히 호렴으로 해서 백성의 부담을 분산시켜야 할 것이다. 결렴의 경우, 아전들의  이익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서로 근거 없는 말을 퍼뜨려서 호렴을  못하도록 저지할 것이니, 이 점
은 수령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이다.
  또한 호적이 분명치 않아 허실이 서로 엇갈려 있으면 호렴으로  할 수도 없을 것이며, 계
방을 혁파하지 않아 누락된 호수가 예전과 같이  많이 있다면 호렴으로 할 수도 없을 것이
다.
  (자의) 닦을 수. 가지 조. 함께 해. 따를 준. 지킬 수.
  계방자는 중폐지원이요 군간지두이니 계방불파면 백사무가위야니라.
  (해석) 계방이란 모든 폐단의 근원이요, 여러 농간의 구멍이니, 계방을 혁파하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다.
  (해설) 계방에는 온 마을을 계방으로 삼아 해마다 돈 수백 냥을 거두는 이계가 있고, 특정
한 호를 뽑아 계방으로 삼아 해마다 돈 백여 냥을 거두는 호계가 있다.
  대개 계방이 된 마을은 환곡의 배당도 면제받고 군첨의 침해나 민고에 내는 일체의 요역
도 면재되며, 한번 돈 수백 냥만 가져다 바치면 그해 내내 편안히 지낼 수가 있으니,  이 때
문에 백성들은 계방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계방에서 거두어들이는 돈은 본래 이청의 잡용을 지탱하는 것이다. 그들이 감사의 순력에
다 핑계를 대는 것은 모두 믿을 수 없다. 비록 실제로 그러한 경우도 없지 않으나  수리, 도
리, 창리, 군리, 등 그들이 먹는 것이 모두  수천 냥이나 되니, 서로 추렴을 하여 그  비용을 
충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치스럽고 지나친 관례들을 모두 없애고, 백성들을 보전하기  위
해서는 계방은 필히 혁파해야 할 것이다.
  (주석) 계방 : 관의 잡비를 보충하기 위해 돈을 받고 부역이나 다른 혜택을 주는 동네. 중
폐 : 여러 가지 폐단.
  (자의) 여러 중. 여러 군. 구멍 두. 혁파할 파.
  내사궁전하고 내사둔전하고 내사교촌하고 내사원촌하여 범궐비은하고 유기소전이어던  실
발실부하여 이균공부니라.
  (해석) 이에 궁방전, 둔전, 교촌, 원촌을  조사하여 그 비호 아래 숨겨져 원래의  정액보다 
초과된 전호를 모두 적발하여 공부를 공평하게 해야 한다.
  (해설) 각 궁에서 경작하는 토지나 군인들이 자급 자족을 위해 경작하는 둔전, 그리고 향
교가 있는 마을과 서원이 있는 마을을 세밀히 조사하여 부정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이 
또한 수령이 백성의 요역을 공평히 하려는 뜻을 펴는 일이다.
  (주석) 궁전 : 궁궐에 소속된  전답. 둔전 : 군사들이 경작하는  토지. 교촌 : 향교가 있는 
마을. 원촌 : 서원이 있는 마을.
  (자의) 이에 내. 궁궐 궁. 학교 교. 숨을 비. 숨을 은. 소작 전.
  내사역촌하고 내사참촌하고 내사점촌하고 내사창촌하여 범궐비은하고 비중법리어든  실발
실부하여 이균공부니라.
  (해석) 이에 역촌, 참촌, 점촌, 창촌을 조사하여 그 비호 아래 숨겨져 법리에 맞지 않는 것
들은 모두 적발해 내서 공부를 공평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해설) 역노, 역비, 역리, 역녀는 고을의 요역에 응하지  않는 것이 법이지만, 객호가 의지
하여 기피의 소굴이 되고 있는 경우, 어찌 그것을 적발하지 않을 것인가. 역노나 역리가  양
민 여자와 결혼하여 사는 경우는 역호로 논하고 양민이 역비나 역녀와 결혼하여 사는 경우
는 객호로 논하는 것이 또한 옳지 않겠는가. 퇴락하여 쓸쓸한 외딴 원촌의 경우에는 탕감해 
주어도 좋겠으나 술을 팔고 돼지를 기르며 즐비하게 취락을 이룬 경우에는 어떻게 다 견감
시킬 수 있겠는가. 참호로는 오직 두어 집만 제외해 주고  나머지는 모두 요역 장부에 기록
하는 것이 또한 옳지 않겠는가.
  점촌을 비호하는 것은 수령의 탐욕 때문이다.  유기, 철기, 자기, 와기, 죽기, 유기  등속을 
가져다 쓰기를 절도 없이 하여 그들의 힘을 고갈시키고 그 대신에 요역을 경솔히 감해 주어 
그 구멍을 막으니, 이는 백성의 부를 훔치는 것이 아닌가. 기물을 가져다 쓰기를 함부로  하
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힘을 펴게 해 주고 부역의 부담을 감해 주지 않음으로써 백성의 부담
을 공평하게 하는 것이 또한 옳지 않겠는가.
  창촌을 비호하는 것은 아전들의 사욕 때문이다. 낙정미의 남은  곡식에서 이미 그 일부를 
얻어 먹고 술을 거르고 돼지를 삶아서 그 이득을 보니,  그들은 다른 가난한 마을에 비하여 
여력이 있는 것이다. 그 중에 혹 너무 쇠잔하여 창고를 제대로 지킬 수 없는 경우라면 요역
을 감해서 사람을 모집할 것이고,  점차 번성해서 이득이 많이 생기는  경우는 거기에 따라 
요역을 부과시키는 것이 또한 옳지 않겠는가. 나머지도 모두  이와 같으니 일률적으로 논할 
수는 없다.
  결렴불여호렴이니 결렴즉본삭이요 호렴즉공상고언이니 유식자고언이 후본지도야니라.
  (해석) 결렴을 실시하는 것은 호렴을 실시하는 것만 못하다. 결렴을 실시하면 농민을 깎는 
것이요, 호렴을 실시하면 공상과 놀고 먹는 자들이 괴로움을  입으니 이것이 농민을 보호하
는 방법이다.
  (해설) 사람은 논밭이 없는 자는 있어도 집이 없는 자는 없으니 호에다 부과하는 것이 또
한 옳지 않겠는가. 호렴을 시행하려면 먼저 어지러운 호적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또한 호렴을 시행하게 되면 아전들이 사욕을 채울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아전들은 술
수를 부려 백성들을 선동하여 호렴이 괴롭다고 말하게 하니, 수령이 사리에 밝지 못하면 이
에 속아넘어가기가 쉽다.
  (주석) 결렴 : 전답의 결에 따라  거두는 세금. 호렴 : 호구에  따라  거두는 세금. 본삭 : 
나라의 근본인 농민이 가난해짐. 유식자 : 놀고 먹는 사람.
  (자의) 전답 단위 결. 깎일 삭. 놀 유. 괴로울 고.
  미렴불여전렴이니 기본미렴자는 의개지위전렴이니라.
  (해석) 쌀로 징수하는 것은 돈으로 징수하는 것만 못하다. 본래 쌀로 징수하던 것도 마땅
히 고쳐서 돈으로 징수해야 할 것이다.
  (해설) 쌀로 징수할 경우 풍년에는 손해가  없지만 손해가 없는 쪽은 아전들이며,  흉년에 
유리하지만 유리한 쪽은 역시 아전들이다. 아전들을 억제해서 백성들을 비호하고 위쪽을 깎
아내서 아래쪽을 보태 주는 것은 천하에 통용되는 원칙이니, 돈으로 부과하는 것이 옳지 않
겠는가.
  돈으로 부과할 경우 수송의 노력도 덜하고, 액수를 속이기  어려우므로 트집을 잡을 도리
가 없지만, 쌀은 품질의 등급이 있으므로 말질을 마구 하고  좋은 품질을 요구해 한없이 트
집잡힐 거리가 많다. 비록 돈을  마련하기가 곡식을 마련하기보다 어렵지만  백성의 이해는 
서로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자의) 돈 전. 마땅 의. 고칠 개.
  기교설명목하여 이귀관낭자는 실행견감이요 내취제조하여 산기남위하여 이경민부니라.
  (해석) 교묘하게 명목을 세워 수령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모두 없앨 것이며, 여러 조
목 중에서 과도하거나 허위로 만들어진 것은 삭제해서 백성의 부담을 가볍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해설) 근거 없는 세목이 늘어나는 것은 수령이 탐욕스런 때문이다. 청렴한 사람이 수령으
로 있으면 비록 적게 받더라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요, 탐욕스런 사람이 수령으로 있으면 아
무리 많이 받더라도 부족하다고 반드시 더 증가시킬 것이다.
  대개 민고의 법은 모두 지출을 헤아려서 수입을 정한다고 하지만, 그 절목의 양식은 반드
시 먼저 수입을 기록한 뒤에 지출을 기록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의) 교묘할 교. 주머니 낭. 감할 견. 깎을 산. 지나칠 람. 가벼울 경.
  조관지호를 견기요역은 부재법전이라. 문명지지는 물견지하고 하원지지는 권견지니라.
  (해석) 조정 관원의 호는 요역을 면제한다는 규정이 법전에 실려 있지 않으나, 서울 부근
의 문명한 땅에서는 면제해 주지 말고 먼 시골에서는 적당히 면제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해설) 경기에서는 조관의 호에 요역을 면제하는 법이 없었는데, 남쪽 지방에 와서야 이러
한 관례가 있는 것을 보았으니 좋은 풍속이다. 기호 지방에는  조관의 호가 많으니 모두 면
제시킬 수 없지만, 먼 시골의 외딴 곳에는 조관이 어쩌다가 한둘 있을 정도이니, 관례에  의
해서 요역을 면제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당나라 위오가 경조윤으로 있을 때 국구 정광의 농장에서 조세를 납부하지 않자 그 관리
자를 구속하고 5일을 기한하여 완납하지 않으면 법을  적용시키려 하였다. 임금이 위오에게 
물으니 위오는,
  "오늘 조세를 바치면 당장 방면하겠거니와 내일 기한이 넘어가면 어쩔 수 없습니다."
라고 했다. 임금이 들어가서 태후에게,
  "위오는 강제로 누르지 못할 사람이오."
라고 고해서, 즉시 그 조세가 완납되었다.
  왕거정이 무주지주로 있을 때의 일이다. 대장 장준의 토지가  그 고을에 있으므로 요역을 
면제해 달라고 청하였다. 왕거정은,
  "전쟁이 일어난 이래로 사대부도 일반 민호와 더불어 요역을 균등하게 지고 있는 것은 상
하 모두가 힘을 같이해서 함께 나라를 건지기 위한 것이거늘, 하물며 정상의 집이야말로 더
할나위 있겠는가."
하고 끝내 그 요역을 면제해 주지 않았다.
  (자의) 실릴 재. 멀 하. 멀 원. 임시 방편 권.
  대저민고지폐는 불가불혁이니 의어본읍에 사일장책하여 건일공전하여 이방사역이니라.
  (해석) 대저 민고의 폐단은 고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마땅히 그 고을을 위한 하나의 
영구적인 계책을 생각하여 공전을 설정해서 민고의 역을 충당해야 할 것이다.
  (해설) 최유해가 길주목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길주는 기근과 염병으로 죽어간 사람
이 1천7백 명이나 되었는데, 그는 창고의 곡식을 풀고 약재를 마련하여 구호를 하였다. 그리
고 둔전을 널리 개간하여 양곡 3백 섬을 얻었으며,  또 병장기를 따로 예비해서 왕으로부터 
말을 하사받는 은전이 있었다. 이에 앞서 그 고을 백성들이 포를 바치는 것이 한 호에 10필
이 넘었는데, 그는 토산품으로 교역을 해서 거의 대부분을 공제시켜 주었다. 
  (자의) 고칠 혁. 생각 사. 막을 방.
  민고하기지초향유사검은 비례야니라.
  (해석) 민고의 하기를 향유들을 불러 검사하도록 하는 것은 예가 아니다.
  (해설) 민고의 하기란 수령이 서명한 것이다.  이미 서명을 하고 도장을 찍었으니 수령이 
마감한 것인데, 백성들에게 감사해 보라고 하는  것이 천하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체모만 
손상시킬 뿐이다.
  (주석) 하기 : 돈 치른 것을 적은 기록. 향유 : 그 고장의 유생.
  (자의) 창고 고. 부를 초. 유생 유.
  고마지법은 국전소무이며 기부무명이니 무폐자는 인지나 유폐자는 파지니라.
  (해석) 말을 고용해 타는 법은 국법에 없는 것이어서 그 부과는 명분이 없는 것이다. 폐단
이 없는 것은 그대로 두고 폐단이 있는 것은 없애야 한다.
  (해설) 수령이 임지로 부임해 올 때에 쇄마가 3백 냥을  이미 국고에서 받았고 수령이 행
차할 때에는 저치미 4~5석으로 모두 결산하는 것이 있는데, 고마란 또 무슨 명분인가.
  수령이 서울에 있을 때에는 집안에 사흘 먹을  양식이 없어도 오히려 말 한 필을 길러서 
출입할 때 이용하고 있었는데, 이제 콩과 보리가 관가의 곳집에 쌓여 있고, 꼴과 짚이  관가
의 헛간에 가득하며, 또 한두 명의 노복이 관가의 안채에  딸려 있어 대낮에 한가로이 졸고 
있는데, 수령은 어찌하여 스스로 말 두어 필쯤 사서 기르게  하지 않고 꼭 백성들의 고혈을 
파내고 짜내야만 마음이 상쾌하단 말인가.
  수령이 벼슬하지 않고 집에 있을 적에는 말 한 필에 종 한 명으로 강호 산악을 두루 다니
더니 이제는 잠깐 이웃 고을에 나갈 때에도 반드시 교마 외에 또 안장마를 세우고 의복, 금
침, 대자리, 음식 등을 싣기 위해 또 세 필의 말을 세우니 너무 사치가 아닌가.
  균역이래로 어염선세가 개유정률이러니 법구폐생하여 이연위간이라.
  (해석) 균역법이 있은 이후로 어세, 염세, 선세가 모두 일정한 세율이 있었는데, 법이 오래
되어 폐단이 생겨서 아전들이 그로 인해 농간을 부린다.
  (해설) 균역법은 조선 영조 때 서민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써 균역청을 
설치하여 양포 2필을 1필로 감해주고 그 재정상의 부족액을 어세, 염세, 선세와  선무군관포 
및 결작의 징수로써 충당키로 하였다.
  각기 등급을 나누어 등급에 따라 징수해 오던 것이 오랜 세월이 흘러 변화가 많고, 그 허
위와 실상이 서로 엇갈리고 농간과 속임수가 날로 늘어가는 형편이다.
  (자의) 고기 어. 소금 염. 배 선. 비율 율. 인연 연.
  선유다등하여 도각부동하니 점선은 유순구례하며 수세는 단찰첩징이니라.
  (해석) 배에는 많은 등급이 있어 도마다 각기 다르니 배를 점검하는 데는 오직 예전의 관
례를 따를 것이고, 세금을 거두는 데는 단지 중복되게 징수하는 것만을 살필 것이다.
  (해설) 무릇 선세를 징수할 때에는 마땅히  선박을 등록한 대장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 징수를 알아서 균역리로 하여금 배 한 척마다 각가 1패씩을 내게 하되 현재의  선주를 
살펴서 중복으로 제출된 것이 아님을 밝힌 후 도장을 찍어야 할 것이다.
  (자의 ) 점검할 점. 따를 순. 거둘 수. 중복될 첩.
  어세지지는 개재해중하니 무이세찰이오 유기비총하고 시찰횡징이니라.
  (해석) 어세의 대상지는 모두 바다 가운데 있으니 세밀히 살필 길이 없다. 오직 비총하기
만 기할 것이며 함부로 징수하는 것을 수시로 살펴야 한다.
  (해설) 어세는 각 도의 조례가 서로 우열이 있으나 지금은  해마다 비총하여 원액을 채우
도록 할 것이다. 혹 남고 모자라는 것이 고르지 않고  이해가 서로 엇갈린다 하더라도 수령
으로서는 일일이 살펴 따질 필요는 없으니, 이른바 깊은 물  속의 고기를 모조리 살필 것까
지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력 있는 향갑장과 교활한 감리들이 공세를 빙자해서 함부로 약탈하는 것은 수시
로 염탐하여 엄히 다스림으로써 어선들을 모여들게 하여 그 이익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석) 비총 : 세금의 총액을 정함. 횡징 : 함부로 거둠.
  (자의) 바다 해. 자세히 세. 함부로 횡. 거둘 징.
  염세본경하여 불위민병하니 유기비총하여 시찰횡렴이니라.
  (해석) 염세는 본래 가벼우므로 백성에게  고통이 되지는 않으니 오직  비총만 할 것이고 
때때로 무리한 징수가 없는지 살피면 될 것이다.
  (해설) 소금이란 일용의 양식인지라 염세를 징수하는 이속과  소금 만드는 일을 감독하는 
자가 사사로이 가져가 절제 없이 소비하면서 그 값을 치르지 않으며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일이 많으니 별도로 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자의) 소금 염. 세금 세. 가벼울 경. 거둘 렴.
  토선관선을 어상염상이나 태곽지상이 궐유심원하여도 무처고소는 저세시야라.
  (해석) 토선과 관선을 이용하는 고기장수, 소금장수, 김장수, 미역장수로서 깊은 원한이 있
어도 호소할 곳조차 없는 것이 바로 저세이다.
  (해설) 포구의 배 닿는 곳이면 어디나 다 호민이 점포를 차려 놓고 상선이 도착하여 정박
하게 되면 그 화물을 주관하면서 감히 이동을  못하게 하고 스스로 거간꾼이 되어 그 값을 
올렸다 내였다 하는 등 갖은  농간을 일삼으며, 일부러 술과 고기를  차려 상인들을 극진히 
대접하면서 그 저세를 높이 올리기도 한다.
  결국 배가 떠나는 날 장부를 놓고 계산해 보면 상인의  이익이 절반은 저점(배 주인)으로 
돌아가고 그 나머지 절반은 삼분 오열이 되고 있다.  게다가 아전, 군교, 관노들과 갯마을의 
불량배들까지 마구 횡포를 부려 상선은 모여들지  않고 물화의 값은 뛰어올라 갯마을  또한 
날로 쇠퇴해 간다.
  수령은 마땅히 부임 초에 갯마을마다 방을 내걸어 타이르고, 엄격히 금자사항을 설정하여 
그들이 먹는 밥값 외에는 털끝만큼도 함부로 침탈하지 못하게 하고, 별도로 염탐하여 그 금
령을 범한 자들을 다스린다면 상인들도 모두 즐거이 그 지역으로 드나들기를 원할 것이다.
  (주석) 토선 : 그 지방 백성의 배. 태곽 : 김과 미역.
  (자의) 김 태. 미역 곽. 깊을 심. 억울할 원. 호소할 소.
  장세와 관세와 진세와 점세와 승혜와 무녀포는 기우남징자를 찰지니라.
  (해석) 장세, 관세, 진세, 점세와 승혜, 무녀포에 대해서 지나치게 징수하고 있는가를 살펴
야 할 것이다.
  (해설) 장세는 장터에 부과되는 세이며, 관세는 통행료, 진세는  강과 바다를 건너는 나루
터에 부과되는 세이다. 그리고 여점에  부과하는 점세와 절에 부과하는 세  등은 그 이치를 
잘 살펴 부당하게 징수되는 일이 없도록 힘써 백성들의 원성이 길에 깔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석) 승혜 : 중에게 거두는 신발 값인 듯. 남징 : 지나치게 많이 거둠.
  (자의) 마당 장. 나루 진. 중 승. 신발 혜. 무당 무.
  역역지정은 재소신석이요 비소이위민흥리자는 불가위야니라.
  (해석) 역역의 부과는 신중하게 다루되 백성들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절대
로 해서는 안 된다.
  (해설) 둑을 쌓거나 도랑을 파고, 저수지를 준설하는 일의 부역이란 여러 궁방과 관아에서 
법을 어기면서 백성들을 사역하는 따위를 말한다. 백성들에게 이익이  없는 것은 마땅히 저
지해야 할 것이며, 혹시 백성들에게 이익되는 것이라면 수령은 마땅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자의) 삼갈 신. 아낄 석. 일으킬 흥. 이로울 리.
  기무명지물이 출어일시지유례자는 극의혁파하여 불가인야니라.
  (해석) 명목 없는 세금이 한때의 잘못된 관례에서 생긴 것은 마땅히 급히 없애야 하며 그
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
  (해설) 송나라 이윤칙이 담주 지주로 있을 때의 일이다. 전에 마씨라는 사람이 이 고을을 
다스릴 때 포악하게 수탈하여 그 고을 사람들은 해마다 비단을 바치게 되어 이를 지세라 일
렀고, 가옥의 간수를 계산하여 한 간에 비단 1장 3척씩을 바치게 되어 이를 옥세라  하였다. 
또한 농사짓는 집에는 소를 나누어 주고 해마다 쌀 4곡섬씩을 바치게 하므로 소가 죽더라도 
쌀을 바치게 되어 이를 고골세라 일렀는데, 이윤칙은 그것을 모두 없애버렸다.
  (자의) 그릇될 류. 빨리 극. 그만둘 파. 따를 인.
  혹유조료지곡과 보역지전이 포재민간자는 매위호호소탄이니 기가사발자징지하고 기불가추
자는 견이보지니라.
  (해석) 조요곡과 보역전이 민간에 퍼져 있으면 호호에게  먹히기 일쑤이니 조사해서 찾아
낼 수 있는 것은 징수하고 추징할 수 없는 것은 탕감해 주고 별도로 보충해야 할 것이다.
  (해설) 조요곡과 보역전이란 백성들의 요역을 돕기 위한 명목으로 조정된 기금을 말한다.
  옛사람이 수령으로 있을 때 모두 보역전이란 것을 마련해서 민간에 풀어 둔 일이 있었고, 
또는 감사가 수만 전으로 소를 사서 백성들에게 빌려주는 일도 있었다. 그 시초에는 백성들
이 모두 계를 실시하여 그 돈을 늘리더니  세월이 흐름에 따라 호호와 간교한 무리들이 그 
본전을 먹여버려, 결국은 소용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것은 마땅히 조사하여 그 뿌리를 뽑아 버리고 규약을 개정하여 이를 지키도록 해
야 한다. 그러나 혹 큰 흉년이 들어 민호가 흩어져  없어짐으로써 결손이 생긴 것은 마땅히 
탕감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남아 있는 것을 가져다가  거기에 새로 돈을 보충하여 백성의 
요역을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자의) 도울 조. 곡식 곡. 보탤 보. 매양 매. 호걸 호. 뽑을 발. 뒤쫓을 추.
  욕부역지대균인댄 필강행호포구전지법이라야 민생내안이리라.
  (해석) 부역을 크게 공평하게 하려고 하면 반드시  호포법과 구전법을 강구하여 시행해야 
민생이 안정될 것이다.
  (해설) '서경' 우공의 평부법은 지금 자세하게 알 수 없고 오직 그 등분이 9등급으로 되어 
있었다는 것만을 알 뿐이며, '주례'의 9부법은 9직에서 나온 것인데, 이름하여 9공이라 하고, 
구별하여 9부라 하여, 9등급으로 나누었는데,  그 법이 자세하므로 오히려 상고하여  시행할 
만하다. 한, 위, 당, 송은 부역법이 비록 혼란했으나 또한 모두 백성들의 재산을 살펴서 차등
을 두었었다. 이는 한 고을의 수령으로서 창설하여 시행할 바가 아니므로 이제 여기서는 우
선 생략하겠다.
  
    제6조 농사를 권장함
  농자민지리야니 민소자력이나 막우자민이니 선왕권언이니라.
  (해석) 농사란 백성들에게 이익이 되어 백성들 스스로가 힘쓸 것이지만, 어리석은 것이 또
한 백성이니 선왕은 그들에게 농사를 권장하였다.
  (해설) 선왕은 농사를 권장했을 뿐 아니라 상벌을 두었다. 만일 농사에 부지런하고 게으른 
것을 가지고 그 사람의 공과 죄를 따져서 뛰어난 자를 뽑아 관록을 주고 게으른 자에게  벌
을 주어서 마을에서 행세하지 못하게 한다면  백성들의 습속이 날로 순박해지고 국력  또한 
날로 부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농사를 권장하는 일에 있어서는 백성들을 잘 가르쳐 토양에 알맞은 곡물을 
골라 재배하고 농기구의 사용을 편리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미치지 못한 점을  도와주어야만
이 백성들이 그 지침을 따르고 농사짓는 데도 법도가 생길 것이다.
  (자의) 농사 농. 더없이 막. 어리석을 우. 권할 권.
  고지현목은 근어권농하여 이위성적하니. 권농자는 민목지수무야니라.
  (해석) 옛날 현명한 수령들은 농사를 권장하는 일에 근면하는 것으로써 명성과 공적을 삼
았으니, 농사를 권장하는 일은 수령의 으뜸가는 임무인 것이다.
  (해설) 도간이 형주 자사로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익지 않은 벼 한 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무엇을 하려는가 물었더니, 그 사람은,
  "길 가다가 보이기에 그저 뽑았을 뿐입니다."
라고 대답하자 도간이 노하여,
  "너는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장난삼아 남의 벼를 해쳤느냐?"
하고 잡아서 매로 다스렸다. 이 때문에 백성들이 농사일에  부지런하게 되어 집집마다 넉넉
하게 되었다.
  (주석) 현목 : 현명한 수령. 성적 : 잘 다스린다는 명성.
  (자의) 어질 현. 부지런할 권. 소리 성. 베짤 적.
  권농지요는 우재호견세박정하여 이배기근지라야 어시간벽의니라.
  (해석) 농사를 권장하는 요체는 조세를 덜어 주거나 가볍게 함으로써 그 근본을 복돋우는 
데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토지가 개간될 것이다.
  (해설) 동암 이영도가 연원 찰방이 되었는데 때마침 충주목사 자리가  비어 있어 그로 하
여금 겸임시키니, 충주 백성들이 크게  기뻐하였다. 그때에는 바야흐로 전쟁에 기근이  겹쳐 
있었는데 재력을 다하여 굶주리는 백성들을 구제하고, 사람들을 모아  수천 경의 전담을 경
작하여 가을에 크게 풍년이 들자 곡식  1만 섬을 거두었다. 전란을 치른  이후로 이 고을에 
곡식이 비축된 것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자의) 얇을 박. 세금거둘 정. 북돋울 배, 뿌리 근. 개간할 간. 열 벽.
  권농지정은 불불가색이요 시권수예축목잠적지사를 미불권의니라.
  (해석) 농사를 권장하는 정책은 곡식을 심는 일만 권장할  것이 아니라, 원예, 목축, 양잠, 
길쌈 등의 일도 권장해야 할 것이다.
  (해설) 진유학이 확산지현으로 있으면서, 백성에게 혜택 베푸는 일을 힘써서 곡식 1만2천 
석을 비축하여 흉년에 대비하였다. 그리고 채소밭 8백여 경을 개간하는 한편 가난한 자들에
게 소 8백여 마리를 주었으며, 황하의 물길이 바뀌어 생긴  토지 1백 30여 경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또 마을 부녀자 가운데 베를 못 짜고  있는 자에게 베틀 8백여대를 주고 가옥 1천  2백여 
채를 지어서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관청 건물 80간을  지어서 6조의 이속들을 그곳에 거
처하도록 하였으며, 공금 6백여 냥을 절약하여 부세에  대신 충당했고, 뽕나무, 느릅나무 등 
3만 8천여 주를 심었으며, 도랑 1백 98군데를 만들었다.
  (주석) 가색 : 농사. 수예 : 원예. 잠적 : 양잠과 길쌈.
  (자의) 농사 색. 나무 수. 가축 축. 누에 잠. 아닐 미.
  농자는 식지본이요 상자는 의지본이라. 고로 과민종상은 위수령지요무니라.
  (해석) 농사는 식생활의 근본이며, 양잠은 의생활의  근본이다. 그러므로 백성들에게 뽕나
무 심기를 권장하는 일은 수령의 중요한 임무이다.
  (해설) '경국대전'에 말하였다.
  "잠실이 있는 곳에는 뽕나무를 심어 기를 것이며, 민호에게도 아울러 뽕나무를 심도록 하
되, 대호는 3백 주, 중호는 2백 주, 소호는 1백 주를 심게 하고, 수령은 뽕나무  기르는 일을 
감독할 것이며, 주인 없는 들판의 뽕나무는 함부로 베는 것을 금할 것이다."
  (자의) 먹을 식. 뽕나무 상. 심을 종. 지킬 수.
  작위농기직기하여 이이민용하고 이후민생도 역민목지유무야
  (해석) 농사 짓는 기구와 베 짜는 기구를 만들어서 백성들이 편리하게 사용토록 하고, 백
성들의 생활을 풍족하게 해 주는 일 또한 수령된 자의 힘쓸 바이다.
  (해설) 명나라 서광계의 '농기도보'와 '직기도보'에는 농기구와 베  짜는 기구에  대해 자
세히 정리해 놓은 것이 전해지는데 만들기도 쉽고 용도가  지극히 중요하니, 수령은 마땅히 
그 도보를 살펴 기구를 만들어 백성들에게 주어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의) 그릇 기. 베짤 직. 바 유.
  농은 이우작이니 혹자관급우하고 혹권민차우도 역권농지항무야라. 성욕권농이면 의계도살
이권축목이니라.
  (해석) 농사는 소를 부려서 짓는  것이니 관에서 소를 나누어  준다든지 혹은 백성들에게 
서로 소를 빌려 주도록 권장하는 것 역시 항상 힘써야 할 일이다. 또한 진실로 농사를 권장
하려 한다면 마땅히 도살을 경계하고 목축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해설) 우리 나라에는 다른 축산이 없기 때문에 소의 도살을 금하면 결국 고기가 없을 것
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틀린 말이다. 소의 도살을 금한 후에라야 백성들은 비로소 다른 
축산에 힘을 써서 돼지와 양이 번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을 경내에 양 기르기에 적합
한 것이 있으면 관에서는 마땅히 별도로 목장을 설치해 백성들로 하여금 양을 기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자의) 소 우. 줄 급. 빌릴 차. 항상 항. 죽일 도. 죽일 살.
  총지컨대 권농지정은 의선수직이니 불분기직하고 잡권제업은 비선왕지법야니라.
  (해석)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권농의 정사는 마땅히 먼저 각기  직책을 정해 주어야 한다. 
직책을 분담시키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잡다하게 시키는 것은 선왕의 법이 아니다.
  (해설) 농사짓는 일과 채소를 기르는 일, 목축을 하고 양잠을 하는 일은 각기 별개의 일이
다.
  수령은 각기 알맞게 구분하여 분담시킴으로써 일의 능률을 올리고 체계 있는 정사를 펴야 
할 것이다.
  당 나라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에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향리에 살면서 보니 수령들이 법령을 번거롭게 하기를 좋아하므로, 백성을 매우 사
랑하는 것 같지만 마침내는 화가 미친다. 아침 저녁으로  아전들이 와서 백성들을 불러내어 
말하기를, '관의 명령이니 너희들이 밭갈이를 서두르고 나무  심기를 힘쓰며, 수확을 서둘러
라. 일찍 일어나 실을 뽑고, 베를 짜라. 너희들이 아이를  잘 보육하고 닭과 돼지를 잘 길러
라.'하며, 북을 울려 모이게 하고 목탁을 쳐서 부른다.  소인들은 조석 식사를 중단하고  아
전을 맞이하기에도 겨를이 없는 형편인데, 어떻게 우리의 삶을  번성케 하고 본성을 편안하
게 할 수 있겠는가?"
  (자의) 먼저 선. 줄 수. 섞일 잡.
  매춘분지일에 하첩우제향하여 약이농사조만을 고교상벌이니라.
  (해석) 해마다 춘분이 되면 여러 면에 공문을 내려 농사의  빠르고 늦음을 가지고 상벌을 
심사할 것을 약속할 것이다.
  (해설) 무릇 농사는 일찍 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는데, 게으른 농부는 농사에 힘을 
기울이지 않으므로 언제나 때를 놓칠까 걱정하고 또한 가난한 집은 소가 없으므로 때를 놓
치기 쉬운데 이런 일을 시행한다면 반드시 밤낮으로 힘써 일하고 소를 빌려 힘을 도와 승리
의 기쁨을 거둘 것이니 또한 좋지 않겠는가.
  (자의) 봄 춘. 두루마리 첩. 일찍 조. 늦을 만. 조사할 고. 상줄 상. 벌줄 벌.
  범권농지정은 의분육과하여 각수기직하고 각고기공하여 등기상제하여 이권인업이니라.
  (해석) 무릇 권농의 정사는 마땅히 여섯 과목으로 나누어 그 직무를 맡겨 주고 그 성적을 
고과하여 성적이 우수한 자를 등용함으로써 백성들의 생업을 권장해야 할 것이다.
  (해설) 이는 오늘날의 수령들이 당장에 시행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전정이 크게 바
로잡히고 온갖 법도가 모두 명확하게 되고 직분에 따른 공납이 법대로 되고 만민이 각기 업
을 받게 된 뒤라야 이를 논의해 볼 수 있다.
  무릇 성적을 고사하여 가장 우수한 자는 본 현에서 진귀한 물건으로 시상하고 본토의 직
임을 준다. 감사는 여러 고을의 성적표를 거두어 그  우열을 비교해서 3인을 선발하고 이를 
나라에 보고한다.
  
      예전육조
    제1조 제사
  군현지사는 삼단일묘니 지기소제면 심내유향하며 내재내경이니라.
  (해석) 군현에서는 삼단 일묘에 제사지내는데, 누구를 제사지내는지 알아야 마음에 향함이 
있고, 마음에 향하는 바가 있어야 재계하고 공경할 수 있다.
  (해설) 사직이란 토지신과 곡신을 말한다. 국토와 곡식이 없이는  백성이 살 수 없으므로, 
옛날부터 중국의 천자나 기타 제후가 나라를 세우면 사직단을 세워 국가와 백성을 위해 복
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 우리 나라는 신라 선덕여왕 4년에 처음으로 사직단을 세웠으며,  고
려는 성종 10년에, 조선은 태조 3년에 각각 사직단을 세워 제사를 지냈다.
  여단이란 자손이 없어서 의지할 데가 없는  신이나 뜻밖의 재난으로 죽은 사람의  혼령을 
제사지내는 단을 말한다. 성황단은 그 고을의 수호신인  성황신을 제사지내는 단이다. '오례
의'를 보면 성황신으로 하여금  모든 여귀들을 불러모으게 하여  제사를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주석) 삼단일묘 : 삼단은 사직단,  여단, 성황단. 일묘는 공자의 사당.  내재내경 : 정성을 
드리고 존경함.
  (자의) 제사 사. 제단 단. 사당 묘. 제사 제. 향할 향. 재계할 재.
  문묘지제는 목의궁행이니 건성재목하여 위다사창이니라.
  (해석) 문묘의 제사는 목민관이 몸소 행하되 경건하고 정성을 다해 목욕재계하여 많은 선
비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해설) 다른 제사에는 제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므로 어지러움이 심하지 않으나, 
향교의 석전제에는 헌관과 집사 외에도 별 관계가 없는 자로서 제사에 참여하는 자들이 1백 
명이 넘기도 한다. 그 사이에는 어리석고 비천한 농사꾼과 장사치까지 끼어들어 마늘  냄새, 
술 냄새를 피워대는 추악한 꼴이란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  게다가 난잡하게 떠들어대며 법
도를 따르지 않고 제사가 끝난 뒤에는 서로 머리채를 잡고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는 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하니, 이를 금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문묘에 제사지내는 석전제에는, 수령은 제사에 참여하는 자들의 몸
가짐을 단정히 하도록 살필 것이며, 제물과 제기를 두루  살펴서 정결하고 엄숙히 거행하여 
백성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경국대전'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모든 제사를 수령이 몸소 행하지 않거나, 남은 찌꺼기로 제물을 쓰거나, 향교를 보수하지 
않는 자는 죄를 준다."
  (주석) 문묘 : 공자를 제사하는 사당. 건성재목 : 경건한 성의와 목욕 재계함. 석전제 : 공
자에게 지내는 제사.
  (자의) 사당 묘. 몸소 궁. 경건할 건. 목욕 목. 창도할 창.
  묘우유퇴하고 단선유훼하며 제복불미하고 제기물결이어든 병의수즙하여 무위신수니라.
  (해석) 사당이 퇴락했거나 제단이 허물어졌거나 제복이 아름답지 못하고 제기가 정결하지 
못하면 모두 보수하고 신의 부끄러움이 되지 않게 할 것이다.
  (해설) 명 나라 임악이 소주부를 다스릴 때 소주의 공자묘  신상들이 벗겨지고 떨어진 것
이 많았다. 어떤 자가 그 신상을 옛 모습대로 보수하고자 하니 임악이 분연히 말하기를,
  "이는 진흙덩이일 뿐이니 어찌 성현이겠는가? 공자는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기  전에 탄생
하였으니 어찌 소상이란 것을 알았겠는가.  저 허물어지지 않은 것까지도  오히려 허물어야 
할 것인데, 다행히 저절로 허물어진 이때에 아주 나무 신주로 바꾸는 것이 무엇이 불가하겠
는가?"
하고, 공자 이하 여러 현인의 소상까지 모두 나무 신주로 바꾸었다.
  송 나라 적율이 곡성영이 되어 공자의 사당을 중수하고 예기를 만들어 그 고을 사람들에
게 주어 춘추로 석전제를 지내고 학문을 흥기하게 하니, 정사와 교화가 크게 흡족하였다.
  홍처정이 무주현감이 되어 부임하자마자 노인들을 찾아보고  술과 고기를 주었으며, 향교
에 있는 제기를 다시 만들고, 생도를 모아 학문을 권장하니  대소가 모두 기쁜 마음으로 복
종하였다.
  (주석) 묘우 : 사당 집. 단선 : 제단. 수즙 : 수리함.
  (자의) 무너질 퇴. 제단 선. 무너질 훼. 깨끗할 결. 고칠 즙. 부끄러울 수.
  경내유서원하여 공사기제자는 역수건결하여 무실사망이니라.
  (해석) 경내에 서원이 있어 나라에는 제사를 내려준 곳에도 역시 정성스럽고 정결히 하여 
선비들의 기대를 잃지 말 것이다.
  (해설) 사액서원에 대해 관에서 지급하는 제물은 관곡으로 마감하는 것인데, 언제나 보면 
주리가 삼가지 않고 좋은 과일 대신 나쁜 과일을, 좋은 반찬 대신 야채를 사용하고  있으니, 
엄히 단속하여 한결같이 본래 격식을 따르되, 제수를 풍부하게  하기를 힘써 잘못됨이 없게 
할 것이다.
  (주석) 서원 : 선현을 제사지낼 겸 선비들이 공부하기 위해 설치한 곳. 사액서원 : 나라에
서 이름을 지어 내려 준 서원.
  (자의) 지경 경. 내려줄 사. 경건할 건. 깨끗할 결. 바랄 망.
  기유사묘재경내자는 기수즙비치를 의역여지니라.
  (해석) 경내에 있는 사묘의 수리와 수선도 역시 위의 예와 같이 할 것이다.
  (해설) 평양의 기자묘, 경주의 숭덕묘, 순천의 충민사, 강진의 탄보묘와 같은 사묘가  가는 
곳마다 있다. 그 사당의 수리와 제기의 수선도 모두 수령의 책임이니, 신의 상심이 없게  하
는 것이 바로 어진 수령이다.
  남해신묘는 광주 앞바다 바닷길로 80리에 위치하여 왕래가 순탄치 않으므로, 감사는 항상 
병을 핑계하여 가지 않고, 명궁과 재려에는 비가 새고 바람이 들이치며, 희생은 마르고 술은 
시어져, 제사지낼 시기가 다  되어서야 허둥지둥 제물을 마련하여  제물을 바치고 강신하는 
것이 의식에 맞지 않았다.
  공규가 광주자사가 되어서는 해마다 몸소 갔으며 신묘의 뜰과  제단을 수리하고 동서, 서
서와 재실, 주방을 다시 짓고 온갖 용구를 모두 수선하였다.
  생불척려하고 자성유저하면 사가왈현목야니라.
  (해석) 희생을 마르거나 병들게 하지 않고 제수를 저축함이 있으면, 이도 어진 목민관이라 
할 수 있다.
  (해설) 수로를 만들고 제방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면, 공전을 설치하여 민역을 도울 수 있
고, 또 이 가운데 얼마를 떼어 내어 목전을 만든 뒤에야  양을 치고 돼지 기르는 일을 책임
지울 수 있다. 희생이 크게 자라고 통통히 살이 쩌서 제사를 받는 신이 상심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민관의 직분이다.
  도한 군현에는 반드시 학전이 있으니 학전 몇 배미를 떼어 내어 제전으로 정하여 그 곳에
서 생산되는 곡식을 제수로 쓰되, 정결한 그릇에 따로 간직하였다가  제사 때가 되면 이 곡
식을 올리고, 학전에서 생산된 수량만큼을 관미로 대신 충당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주석) 생 : 제사에 쓰는 희생. 자성 : 제사에 쓰는 기장. 제수를 뜻함.
  (자의) 희생 생. 마를 척. 좀먹을 려. 서직 자.
  기혹읍유음사하여 유례상전자는 의효유사민하여 이도철훼니라.
  (해석) 혹시 고을에 잘못된 관례로서 음사가 있으면  백성이나 선비들을 깨우쳐서 없애버
리도록 해야 한다.
  (해설) 조선 현종 때 사람 이정악이 연안부사가 되었는데, 연안에는 본래부터 묵은 폐단이 
많았다. 이정악이 부임하는 즉시 모두를 없애니 며칠이 안 되어 폐단이 깨끗이 없어졌다. 이 
곳에는 옛날부터 기도하는 백성들이 모여, 날마다 재물을 허비하는 음사가 있었는데 이정악
은 즉시 음사를 헐어버리게 하고,
  "저 음사의 신이 빌미가 될 수 있다면 내 몸에 가해질 것이다."
하니 백성들이 크게 깨닫고는 서로 이렇게 말했다.
  "전에는 우리가 미혹하여 알지 못했었다."
  (주석) 음사 : 제사지내서는 안 될 잡신을 제사함. 철훼 : 철거해 없앰.
  (자의) 음란할 음. 틀릴 류. 밝을 효. 깨우칠 유. 도모할 도. 허물 철.
  기우지제는 기우천야로되 금지기우는 희만설독하니 대비례야니라.
  (해석) 기우제는 하늘에 비는 것인데, 지금의 기우제는 희롱하는 짓으로 하늘을 모독하니 
크게 예가 아니다.
  (해설) 지금의 수령들은 가뭄을 만나면  풀로 용을 만들어 붉은  흙을 바르고 아이들에게 
끌고 다니며 매질을 하여 욕을  보이게 하기도 하고, 혹은 도랑을  파헤쳐 악취를 풍기는가 
하면, 뼈를 묻어놓고 주문을 외우게 하는 등 기괴한 짓을  벌여 다시 두서가 없으니 참으로 
한탄스럽기 그지없다. 가뭄을 만나면 수령은 경건한 마음으로 목욕재계하고 묵묵히 신의 은
혜를 빌고 일체의 속된 풍속은 모두 엄히 금해야 할 것이다.
  (주석) 기우 : 가뭄에 비오기를 비는 일. 희만설독 : 희롱하고 더럽힘.
  (자의) 빌 기. 희롱할 희. 더러울 설. 모독할 독.
  기우제문은 의자신제이니 혹용구록은 대비례야니라.
  (해석) 기우제의 축문은 마땅히 손수 새로 지어야 한다. 혹 전에 쓰던 것을 쓰는 것은  예
가 아니다.
  (해설) 제문은 사언으로 지어야 읽는 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자수와 문구가 고르지 못한 
글은 읽어도 소리가 조화되지 않으며 시골의 축 읽는 자는 읽는 것이 서툴러서 사언의 글이 
아니면 읽지 못한다. 사언이 아니라 하더라도 모두 운을 알아야 한다.
  조선 현종 때 사람 이단상이 청풍부사가 되었을 적에 지은 금수산 기우제문은 다음과 같
다.
  "지극히 은미한 것은 신이고 지극히 드러난 것은 사람이니 드러나고 은미한  차이는 있으
나 그 이치는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은 사람에게 느끼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감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변변찮은 정성을 바쳐 신이 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금수산은 높디높고 못
은 깊고깊은데 항상 구름, 비 일으켜 만물에 끼친 은택 넓고도 넓습니다. 온 고을에  은택을 
고루 펴서 이 백성들 살렸으니, 이 모두 신의 은혜인데 누가 신을 존경치 않겠습니까? 어찌
하여 근년에는 신의 은혜가 인색하여  사방에 수확할 것 없게 하여  백성을 주리게 합니까. 
금년 봄에 씨앗 뿌려 묘판에 모가 나고 보리는 이삭이 패어 가을에 추수하여 쌀밥먹기 바랐
더니 큰 가뭄이 몇 달을 극성부려 벼싹도  말라가고 이삭도 말랐으니 잠시 동안 내린 비에 
무슨 수로 해갈 되겠습니까? 구름은 항상 끼어 비가 올 듯하다가도 바람이 심술궂게 구름을 
흩어버려 하늘에는 햇볕이 다시 나니  어찌 차마 이럴 수가 있습니까.  위에 계신 임금께서 
밤낮으로 걱정이니 고을을 맡은 저는 죄를 받아 마땅하겠지요.  신께서는 이러한 때에도 은
택을 베풀지 않으시니, 만백성은 입을 벌린 채로 구렁에 굴러 죽게 될 뿐입니다. 혹시  신께
서 노여움이 있다면 이 몸에 죄를 주시고, 백성을 불쌍히 여겨 신의 은혜 내리시어,  조화를 
발동하여 천리에 비를 내려, 마르고 시든 곡식 소생시켜 신의 은혜 입히소서. 이때를 놓친다
면 비를 줘도 소용없는데, 신께서는 어찌 비를 아껴 이 고을을 버리시겠습니까. 변변찮은 제
물로 몸소 신께 바치오니, 흠향하시고 이땅에 비를 내려 주소서."
  (자의) 새 신. 지을 제. 예 구. 기록할 록.
  일식월식에 기구식지례는 역의장엄이니 무감희만이니라.
  (해석) 일식이나 월식 때의 구식 예절은 또한 마땅히 장중하고 엄숙하게 해야 하며, 희롱
삼아 아무렇게나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해설) 해와 달이 서로 침식하는 것은 본래 운행의 도수에 의한 것이어서 미리 그 시각을 
알 수 있는 것이니 본래 재변이 아니다. 요순 때에 이미 역법이 밝았으니 일식, 월식이 재변
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 아니나, 해와 달이 먹혀 들어 빛이 참담하므로 북을 치고 
희생을 바쳐 변고임을 보인 것일 뿐이다. 오늘날 군현에서  구식하는 법을 중들을 잡아다가 
징을 치고 판을 치며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부르며 뛰게 하니 이는 재변은 두려워하는 것
이 아니라 하늘을 업신여기는 것이니 크게 예가 아니다.
  경사의 예에 따라 수령은 엷은 빛깔의 옷에 검은 각대를 띠고 뜰 가운데 나가 않아  소경
을 시켜 27번 북을 울리게 하고,. 수령이 단정히 앉아 좌우를 떠들지 못하게 하고 해와 달이 
다시 둥글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 만일 구식을 사단에서  행한다면 더욱 옛법에 맞을 
것이다.
    
    제2조 손님 접대
  빈자는 오례지일이니 기희뢰제품이 이후즉상재하고 이박즉실환하나니 선왕위지절중제례하
여 사후자부득유하고 박자부득감하나니 기제례지본은 불가이불소야니라.
  (해석) 빈은 오례의 하나이므로 그  접대하는 물품이 너무 후하면  재물을 낭비하는 것이 
되고, 너무 박하면 환대의 뜻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선왕이 그것을 조절하고 알맞은 제도를 
만들어 후한 경우라도 제도를 넘지 않고 박한 경우라도 정한 제도 이하로 줄이지 못하게 하
였으니, 그 예를 제정한 근본 뜻을 소급해서 따지지 않아서는 안 된다.
  (해설) 손님의 계급이 높고 낮음에 따라 각각 일정한 격식이 있는 것이니, 주인과 빈은 격
식을 지켜 혹시라도 격식을 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옛날의 뜻이다. 
  옛날에는 경대부로서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간 자가 접대를 받으면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격식에 어긋나거나 지나침이 있으면 두려워 머뭇거리며 감히 편한 마음으로 받지 못하였다.
  (주석) 오례 : 나라에서 행하는 다섯  가지 의례. 즉 길례, 흉례, 군례,  빈례, 가례. 희뢰 : 
접대하는 물품.
  (자의) 손님 빈. 대접할 희. 후할 후. 다칠 상. 박할 박. 기쁠 환. 넘을 유. 소급할 소.
  고자연향지찬이 원유오등하니 상자천자로 하지삼사에 기길흉소용이 무이외시야니라.
  (해설) 옛날의 예에 천자의 사신이 제후 나라에 가면 그  접대하는 음식물은 태뢰를 사용
하였다. 우리 나라의 예법은 천자의 나라보다 1등급을 낮추는 것이니 그렇다면 감사가 관할 
지역을 순행할 때 법으로 보아 소뢰를 사용해야 되고 그 이상 더해서는 안 된다.
  소뢰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 물품은 이미 절용조에 나타나 있으니 상고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수령이 예에 의거하고 법을 지켜 소뢰의 음식으로 감사를 접대한다면 매우 좋을 것
이나, 그리할 수 없다면 그 고을의 기록 중에서 가장 박한 사례를 사용하는 것이  다음이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어서 중간의 사례를 사용하는 것이 또 다음은 된다. 이 이하는 음식으
로 사람을 섬기는 자는 더럽고 아첨하는 사람이다.
  금감사순력은 천하지거폐야니 차폐불혁즉부역번중하고 민진류의리라.
  (해석) 오늘날 감사의 순행이 천하의 큰 폐단이다. 이 폐단을 없애지 않는다면 부역이 가
중되어 백성이 모두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해설) 전부가 날로 가중되기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감사의 순행 때문이라고 하고 민고를 
지나치게 많이 거두기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역시 감사의 순행 때문이라 하였다.
  또한 아전의 수효가 줄지 않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역시 감사의 순행 때문이었으며 계방을 
없애기 어려운 이유도 역시 감사의 순행이 문제가 되었다.  이렇듯 백성들이 부역에 시달리
는 이유가 모두 감사의 순행에서 비롯된 것이니, 순행의 법이 고쳐지지 않고서는 도탄에 빠
진 백성의 화를 구제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주석) 순력 : 지방을 순행함. 번중 : 번잡하고 무거움. 진류 : 모조리 죽음.
  (자의) 지낼 력. 클 거. 폐단 폐. 고칠 혁. 죽일 류.
  내찬비소이예빈이며 유기실이무기명하니 억소의야니라.
  (해석) 내찬은 손님을 예우하는 것이 아니니 그 실상은 그대로 두되 그 명칭은 없애는 것
이 마땅할 듯하다.
  (해설) 감사가 고을에 도착하면 별도로 진수성찬을 갖추어 내찬이라 부르는데, 감사는 오
직 이 내찬만을 먹는다. 안에 있는 부녀자가 언제 공사에  참여한 적이 있기에 공빈을 접대
하는 자리에서 부녀자가 반찬을 권하게 해서야 되겠는가. 예가 아니다.
  그러나 감사 일행은 오랫동안 기름진 음식에 배불렀으므로 반찬과 산적 등 음식물이 조금
이라도 맛이 좋지 않으면 먹지 않을 것이니, 이 또한 주인의 걱정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
므로 내찬을 만들되 공반을 사용하여 내찬의 이름과 흔적이 없게 하고 오직 손님이 배불리 
먹기만을 바라고 생색을 내지 않는다면 거의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그 수행하는 비장의 접대도 주리를 엄중히 단속하여 맛있고 깨끗이 하게 할 뿐이다. 그들
의 환심을 얻고자 하다가는 도리어 먼저 비웃음을 받게 될  것이니, 얼굴이 붉어질 일은 하
지 말 것이다.
  조선 성종 때 어떤 사람이  감사에서 내직으로 들어와 승지가 된  이가 있었는데, 임금이 
그에게,
  "감사는 접대하는 음식의 후박을 가지고 성적을 매긴다 하니 정말 그런가?"
고 묻자,
  "그런 일이 있습니다."
고 대답하였다. 임금은 불쾌하여 말하기를,
  "어찌 음식의 공양을 가지고 관인을 책벌해서야 되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음식도 오히려 입에 맞게 할 수 없는데 하물며 다른 일이 있겠습니까."
라고 하였다.
  감사주전지식은 궐유조훈하고 재재국승하니 의당각준하여 불가훼야니라.
  (해석) 감사를 접대하는 법식은 조훈이 나라 역사에 실려있으니, 삼가 준수하여 무너뜨리
지 말아야 한다.
  (해설) 내가 근래에 고금의 기민 구호 정책에 관한 여러 서적을 열람하니, 주자가 절동 황
사가 되었을 때의 일을 그 문인이 기록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공은 백성들의 숨은 실정을 탐문하는 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침식까지 폐해 가면
서 아무리 궁벽한 산골짜기라 해도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나갈 적에는 매양 간편한 수레
를 타고 시종을 물리치고 자신에 필요한 물품은 모두 스스로 장만하고 고을에 추호의 폐도 
끼치지 않았다. 그러므로 순행한 곳이 매우 넓었으나 그  지방에서는 황사의 순행이 있었는
지조차 알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관리들은 밤낮으로 경계하고  단속하여 항상 사자가 자기 
경내로 들어오는 것처럼 조심하였으며, 더러는 불안하여 스스로 벼슬을 버리고 떠난 자까지 
있었다. 이 때문에 구제된 백성이 몇 만 명이나 되는지 모른다."
  그 뒤 주자가 효종을 뵈니, 효종이 주자를 영접하고 위로하기를,
  "절동에서의 수고는 나도 아는 바이다."
고 하였으니, 이 어찌 오늘날에 본받아야 될 바가 아니겠는가?
  성호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리 나라 법에 임금의 명을 받은 사신이 고을을 지날 때 그 접대하는  음식이 풍부하지 
않으면 임금에게 아뢰어 파직시키는 것이 정해진 관례가 되었으므로 수령들은 오직 사신 접
대하는 음식을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하는 것만을 잘한 일로 아는데 그 물건들은 모두 백성
에게서 나오는 것이어서 점점 백성을 괴롭히는 길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투정이 풍습이 되
고 모진 관리들은 이를 빙자하여 이름을 내니, 매우 가증스러운 일이다. 조정에서는  정해진 
제도를 헤아려 그 그릇의 크고 작음과 음식의 많고 적음을 계급의 고하에 따라 알맞게 하고 
함부로 지나치게 접대하지 못하게 한다면 백성들에게 어느 정도는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주석) 주전 : 음식을 접대함. 조훈 : 역대 임금들의  교훈. 투정 : 오색의 떡을 여러 형태
로 괴는 일.
  (자의) 주방 주. 할아버지 조. 역사 승. 지킬 준.
  일응빈객지향은 의준고례하여 엄정궐식이요 법수불립이나 예의상강이니라.
  (해석) 빈객의 접대는 한결같이 옛 예를 따라 그 격식을 정하고, 비록 법은 세우지 않는다 
하더라도 예는 항상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해설) 지금 비록 법제로서 반포되지는 않았지만 수령들은  마음속으로 선왕이 예를 만든 
것을 알고 있으니, 음식의 가지의 수를 스스로 헤아려 주공, 공자의 예를 따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고지현목은 기접대상관에 불감유례나 함유방휘는 포재방책이니라.
  (해석) 옛날의 어진 수령은 상관을 접대하는 데 감히 예를  넘지 않았으므로 모두 아름다
운 행적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해설) 당나라 하역우가 익창령이 되었을  때에 자사 최박이 배를  띄워 봄놀이를 하려고 
익창으로 나와서 백성들을 동원하여 배를 끌게 하자, 하역우가 스스로 나서서 배를  끌었다. 
이를 본 최박은 놀라 그 사정을 물으니 하역우가 대답하기를,
  "지금은 봄이어서 백성들이 밭갈이나 누에치는 일에 바쁘지만, 나는 아무 일도 없기 때문
에 백성들을 대신하여 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니, 이 말을 들은 자사는 불안해 곧 말을 타고 돌아갔다.
  유남원이 늙어 벼슬을 그만두고  집에 있을 적에, 음식을  까다롭게 타박하는 직지사자가 
내려왔으므로 군현이 매우 걱정하니, 공이 말하기를,
  "이는 나의 제자이니 내가 타일러 그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고 하였다. 사자가 그의 집을 방문하자 식전부터 점심 때가 지나도록 밥상을 내오지 않으니 
사자는 매우 배가 고팠다. 조금 뒤 밥상이 나왔는데, 그 상에는 다만 조밥과 두부 한 그릇뿐
이었으나 사자는 세 주발을 먹고 나서야 너무 많이 먹은  것을 깨달았다. 다시 조금이 지난 
뒤 좋은 안주와 술이 앞에 가득히 차려졌으나 사자는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공이 억지
로 권하자 사자는 '배가 너무 물러 먹을 수 없다.'고  대답하였다. 그제야 공이 웃으며 말하

를,
  "음식은 원래 좋고 나쁜 것이  없는 것이다. 배고플 때에는 맛이  있고 배가 부를 적에는 
맛있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는 음식이 좋고 나빠서가 아니라 때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고 하니 직지사자는 그의 가르침에 깨달은 바가 있어 그 뒤로는 감히 음식으로 사람을 책망
하지 않았다.
  (주석) 유례 : 예법을 넘음. 방휘 : 아름다움.
  (자의) 어질 현. 모두 함. 향기 방. 아름다울 휘. 펼 포.
  수비상관이라도 범사성지시과자는 법당치경이요 기횡자물수하고 여의각공이니라.
  (해석) 비록 상관이 아니더라도 때때로 지나는 사신에게는  법으로 보아 극진히 공경해야 
하나, 횡포한 자는 받아들이지 말고, 그 이외의 사신에게는 마땅히 공손해야 한다.
  (해설) 후주 때 왕비가 강동을 다스릴 적에 사신이 왔으므로  그를 위하여 음식을 차렸는
데, 그 사람이 떡의 엷은 가장자리를 떼어내고 먹으니, 왕비가 노하여 말하기를,
  "갈고 심고 거두는 데 그 공이  많이 들었고, 찧고 불때고 만드는 데  힘이 적게 든 것이 
아닌데, 그대는 골라가며 먹으니 이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이다."
하고, 좌우에게 명하여 상을 물리게 하니 그가 크게 부끄러워하였다.
  박문부가 영해부사가 되었을 때 역마를 타고 온 사람이면 아무리 낮은 벼슬아치라 할지라
도 반드시 그가 머무는 곳에 가서 위로하고 접대하였다. 어떤 사람이 묻기를,
  "공께서는 높고 저 사람은 낮은데 어찌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하니 박문부는,
  "저 사람은 손님이고 나는 주인이니 손님과 주인 사이에  어찌 계급을 따지겠는가. 저 사
람이 혹시 공사를 빙자하여 함부로 위세를 부려 아전들을 괴롭힌다면 내가 어찌 차마 그런 
꼴을 보겠는가. 내가 저 사람에게 후하게 하면 저 사람도 반드시 노하지 않을 것이다."
하였는데 이로 말미암아 오는 사람마다 감동하고 기뻐하여 아전들이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
다.
  조선 인조 때 사람 장유가 이조판서 겸 대제학으로 있다가 죄를 얻어 나주목사로 나가게 
되었다. 공이 조정에 있을 적에는 오만하다고 소문이 났었으나, 나주에 부임한 뒤 무인 금오
랑이 죄인을 체포하기 위하여 지나다가 이 곳 객사에 들르니 공은 예복을 갖추어 입고 말을 
타고 가서 말하기를,
  "사신께서 부에 들어오셨으니 가마를 탈 수 없습니다."
하고, 서로 인사를 하는 데도 모습이 매우 공손하니, 금오랑은 엎드려 땀을 흘리며,
  "대감께서 어찌 스스로의 체모를 이처럼 손상시키십니까?"
하니, 공은 웃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서울에서라면 도사가 내 집에 와서 명함을 들이기도 어려울 것이지만 지금은 외관으로서 
사신을 접대하게 되었으니 이와 같이 하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주석) 사성 : 임금의 명을 받은 사신. 각공 : 정성과 공경.
  (자의) 사신 사. 별 성. 이를 치. 공손 경. 횡포 횡. 나머지 여. 정성 각.
  고인어재시소과라도 유혹항의하며 심자는 거가소경에도 유불감학민하여 이구미하니라.
  (해석) 옛사람은 내시가 지나는 데에도 어히려  의를 굽히지 않았으며, 심한 자는  임금이 
지나는 데에도 백성을 괴롭혀 가면서 잘 보이려 하지 않았다.
  (해설) 양진이 단도지현을 제수받았는데, 마침 그 때 중사가 절강으로 가면서 이르는 곳마
다 수령을 결박하여 배 안에 가두어 두고 뇌물을 받고서야 풀어주었다. 중사의 행차가 당도
에 도착할 무렵 양진은 헤엄 잘 치는 두 사람을 골라 늙은이의 의관을 하고 가서 중사를 맞
게 하니, 중사가 노하여 말하기를,
  "수령은 어디 갔기에 너희들만이 감히 와서 알현하는 것이냐?"
하고, 좌우에게 명하여 두 사람을 잡으라 하였다. 두 사람은 곧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수중
으로 헤엄쳐서 도망하였다. 그런 뒤 양진은 천천히 와서 거짓말하기를,
  "들으니 공께서 두 사람을 몰아 강물에 빠져죽게 하였다  하니, 밝은 세상으로 법령이 삼
엄한 오늘날에 어찌 인명을 그리 함부로 여기십니까."
하니, 중사는 겁이 나서 사과하고 떠났다.
  명나라 무종 때 왕응진이 외직으로 나가 사주를 다스리게  되었는데, 임금이 남쪽으로 순
수하여 임금의 수레가 당도할 시기가 되자 다른 고을이 허둥댔으나 응진은 홀로 의연한 자
세로 동요하지 않고 말하기를,
  "지금으로서는 어가가 온다는 기약이 없는데, 아전들을  사방으로 내보내 돈을 거두게 하
면 이는 아전들을 놓아 간악한 짓을 하게 하는 것이다."
하였다. 다른 고을에서는 횃불을 잡는 인원이 수천명에 이르고, 한달 이상이나 어가를  기다
리느라 얼고 굶어 죽은 자까지 있었으나 응진은 가로수 사이에 횃불을 묶어 놓고 한 사람에
게 횃불 열 개씩 맡게 하였다. 어가가 밤에 이 고을을 지났는데 횃불의 대오가 정연하여 도
리어 다른 고을보다 나았다.
  왕응진은 천자의 수레가 지나는데도 백성을 이처럼 아꼈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감사를 맞
는 데에도 백성을 짐승처럼 부리니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주석) 내시 : 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환관. 항의 :  의를 들어 굽히지 않음. 거가 : 임금의 
수레. 구미 : 잘 보이려고 함. 중사 : 내시 신분인 사신.
  (자의) 오히려 유. 대항할 항. 옳을 의. 수레 가. 지날 경. 학대할 학. 잘 보일 미.
  칙사접대를 위지지칙이니 지칙자는 서로지대정야라.
  (해석) 칙사를 접대하는 것을 지칙이라 하는데, 지칙은 서쪽 지방의 큰 정사이다.
  (해설) 칙사가 행차한다고 미리 알리는 기별이 오면 여러 고을이  소란을 떨며 접대에 필
요한 모든 물건을 백성들에게 분담시켜 준비하게 한다. 그 명목이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
문에 아전들이 농간을 부리기가 일쑤고 크나큰 고통이 된다.
  수령의 아전과 장교들을 엄하게 타일러서 칙사가 나오는 것을 기회로 백성의 재물을 수탈
하여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단속해야 한다.
  지칙은 국가의 큰일이니 만큼 바꿀 수 없는 철석같은 법을 만들어 모든 고을로 하여금 상
고하여 행하게 한 뒤에야 안심하고 조처할 수 있을 것이다.
  민진량이 성천부사로 있을 적에 우리 나라  사람으로 청 나라에 귀화한 정명수가  칙사로 
우리 나라에 오게 되었는데, 공에게 원한을  품고 군졸을 시켜 공을 잡아오라 하였다.  이런 
일을 당하는 자는 으레 도망치고 조정에서는 그를 파직시켜  사태를 미봉하였다. 그런데 공
은,
  "도망치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하고, 군졸을 물리치고 곧장 청사에게로 가서 꼿꼿이 서서  눈을 부라리고 정명수를 바라보
니, 그는 놀라서,
  "그대는 누구인가?"
고 물었다. 공이 대답하기를,
  "고 상서 아무의 아들이다."
고 하니, 정명수가 말하기를,
  "그는 과거에 나를 죽일 뻔했던 자인데, 그 아들이 다시 이와 같구나."
하고, 끝내 감히 욕을 보이지 못하니 듣는 이들이 모두 경탄하였다.
  세상에 전하는 말로는 상국 허적이 의주부윤으로 있을 때,  정명수를 잡아다가 형틀에 엎
어 놓고 말하기를,
  "너의 살은 청나라에서 찐 것이지만 너의 뼈는 우리 나라에서 생긴 것이니, 너의 살은 청
나라로 돌려주고 너의 뼈는 우리 나라에 남겨야 되겠다."
라고, 살을 도려내라 명하니 정명수가 애걸하므로 그만두었다 한다. 이 말은 믿을 수 없으니 
당시에 아마도 그와 같이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주석) 칙사 : 중국의 사신. 지칙 : 칙사 접대. 서로 : 서쪽 지방.
  (자의) 칙사 칙. 대접할 대. 길 로.
    
    제3조 백성을 가르침
  민목지직은 교민이이라. 균기전산도 장이교야며 평기부역도  장이교야며 설관치목도 장이
교야며 명벌칙법도 장이교야니 제정불수하고 미황흥교면 차백세지소이무선치야니라.
  (해석) 수령의 직분은 백성을 가르치는 것일  뿐이다. 토지의 생산을 균등하게 하는 것도 
가르치게 위함이요, 부역을 공평히 하는 것도 가르치기 위함이며, 관직을 만들어 수령을  두
는 것도 가르치기 위함이요, 형벌을 밝히고 법을 신칙하는 것도 가르치기 위함이니, 모든 정
치가 닦여지지 않으면 교육을 일으킬 겨를이 없으므로 이것이 바로 백세 동안 훌륭한 다스
림이 없었던 이유이다.
  (해설) 요즈음 수령이 된 자들은 오래  있어야 3년이고 짧은 경우에는 1년마다  교체되니, 
이는 지나는 길손일 뿐이다. 30년이 지난 뒤에야 교화가 젖어들고 1백 년이 지난 뒤에야 예
약이 일어나게 되는데, 백성을 교화시키는 것은 길손이 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이왕 수령이 된 이상 백성들이 오랑캐나  금수가 되어가는 것을 구경만 하고  구제하기를 
힘쓰지 않는 것도 잠시 동안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니, 예속과 향약을 권면하여 행하게 
하는 것을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주석) 전산 : 토지의 생산. 칙법 : 법으로 단속함. 흥교 : 교육을 일으킴.
  (자의) 가르칠 교. 고를 균. 둘 치. 단속할 칙. 겨를 황.
  속민위오하여 이행향약도 역고향당주족지유의니 위혜기흡이면 면이행지가야니라.
  (해석) 백성을 묶어 오로 만들어 향약을 행하는  것도 옛날의 향, 당, 주, 족의 뜻을  살린 
것이니 위엄과 은혜가 흡족하다면 힘써 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해설) 한나라 한연수가 동군태수가 되었을 때, 다섯 명의 오장을 두어 서로 효제로 백성
을 이끌게 하고 간사한 사람이 끼어 살지 못하게 하고,  동리에 비상한 일이 생기면 그때마
다 보고하게 하니, 처음에는  번거로운 듯하였으나 뒤에는 관리가  죄인을 쫓아와 잡아가는 
괴로움이 없어졌다.
  후세의 향약은 대개 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덕업을 서로 권장하여 선을 행한다는 것을 근
본으로 하는 향약은 뜻은 좋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폐단이 적지 않다.  그러니 그 폐단을 
낱낱이 살피지 않고 섣불리 시행한다면 큰 후회가 따를 것이다.
  여헌 장현광이 보은현감이 되었을 때, 부로들과  초하루와 보름날에 회합하기를 약속하고 
부로들에게 민폐를 말하게 하여 부족한 것은 보충하고 잘못된 것은 시정하여 백성들에게 효
제를 돈독히 하고 염치를 힘쓰고  덕행을 높이고 나쁜 풍속을 없애게  하였으니, 이는 모두 
나쁜 풍속을 변화시키는 큰 법이다.
  (주석) 속민위오 : 백성 다섯 집을 단위로 묶음. 향약 : 시골에서 자치적으로 행하는 다섯 
가지 규약.
  (자의) 다섯 오. 무리 당. 남길 유. 흡족할 흡. 힘쓸 면.
  전언왕행을 권유하민하여 사지습관어이목도 역혹유조어화도니라.
  (해석) 옛 선인들의 좋은 말과 훌륭한 행동을 백성들에게 권유하여 눈과 귀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 또한 교화하여 백성을 인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설) '경국대전'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삼강행실'을 언문으로 번역하여 서울과 지방 사족의 가장과  부로나 혹은 교수, 훈도 등
으로 하여금 부녀자와 어린이들을 가르쳐 깨우치게 하고 만약 큰 의리를 알고 행실이 특이
한 자가 있으면 관찰사가 보고하여 상을 준다."
  조선 인조 때 사람 김세렴이 현풍현감이 되어서의 일이다. 현에 부임하는 즉시 학규를 세
우고 향약을 수행하였는데, 조목의 제정이 자세하고 세밀하니, 1년이 지나자 고을이 잘 다스
려졌다.
  그가 영남관찰사가 되었을 때는 향약의 조항을 손질하여 군현에 반포하여 행하게 하는 한
편, 선비들을 모아 학예를 권하고, 여러 고을에서 학문이 넉넉한 자를 선발하여 군현의 선비
들을 가르치게 하였다.
  (자의) 앞 전. 지날 왕. 권할 권. 익숙할 관. 도움 조. 인도할 도.
  불교이형을 위지망민이니 수대돈불효자라도 고유교지이요 부전내살이니라.
  (해석) 가르치지 않고 형벌을 주는 것을 백성을 속이는 것이라 하니, 아무리 큰 악과 불효
라 하더라도 먼저 가르치고 그래도 고치지 않는다면 죽여야 한다.
  (해설) 후한 구남이 양수정장이 되어 교화하기를 좋아하였다. 백성 중에 진원이란 자가 불
효하니, 그 어미가 구남에게 와서 호소하였다. 구남은 진원을 불려 자식의 도리로써  책방하
고 '효경' 한 권을 주어 읽게 했더니, 진원은 깊이 깨닫고 어머니 앞에 사죄하기를,
  "제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으므로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속담에 '외로운 
송아지는 어미를 떠받고 버릇없는 아이는 어미를 나무란다."고 하였습니다. 오늘부터 개과 
천선하겠습니다."
하고 모자가 서로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진원은 마침내 효도를 행하여 훌륭한 선비가 되
었다.
  박세량이 신창현감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백성 중에 포악해서 어미에게 불효하여, 어미로
부터 고소를 당하여 옥에 갇힌  자가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죄를 열거하며 용서하지 
말기를 청하였지만 공은 수심에 잠겨 말하기를,
  "그도 사람인데, 가르치지도 않고 죽이는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
하고는, 모자의 은혜와 선악의 분수를 들어 비유해서 깨우쳐주니, 그 백성은 감동하고  깨달
아서 새사람이 되기를 다짐하였다. 공은 곧 그의 죄를 용서해  주고 물품을 후하게 주어 돌
아가서 어미를 봉양하게 하니, 그 백성은 마침내 선을 행하여 효자라는 칭찬을 받게 되었다.
  호정계가 연산주부가 되었을 때, 밀주에 대한 금령이 매우 엄하였는데, 시어머니가 밀주를 
만들었다고 고발한 며느리가 있었다. 호정계가 그 며느리에게 따져 묻기를,
  "너는 시어머니를 효도로 섬기느냐?"
하니, 그 며느리는 효도한다고 대답하였다. 정계는 말하기를,
  "이미 효도를 한다고 하였으니, 네가 시어머니를 대신하여 벌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고, 밀주 만든 죄로 회초리를 치니, 교화가 크게 행해졌다.
  (주석) 망민 : 백성을 속임. 대돈 : 큰 악인.
  (자의) 속일 망. 악할 돈. 뉘우칠 전.
  형제불우하고 효송무치자도 역고교지하여 물용살지니라.
  (해석) 형제끼리 우애하지 않고 부끄러움이  없이 송사를 하는 자도  우선은 먼저 가르칠 
것이며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한다.
  (해설) 송나라 진한경이 위남현을 다스리는데, 형제간에 전답을 다투는 자가 있었다. 관리
들은 항상 그 형을 옳다고  하였으나 아우는 송사를 멈추지 않았다.  진한경이 가서 문제의 
그 토지와 문권을 보고서 아우가 옳기는 하지만 형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하여 그 전지를 형
에게 주니, 그 형이 사과하기를,
  "제가 잘못을 뉘우치고 이 전지를 동생에게 돌려주고자 한 것이 여러  번이었으나 볼기를 
맞을까 두려워 감히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하고, 그 동생은,
  "저는 전답이 많습니다. 그러나 옳지 못하다는 게 부끄러워  형과 송사를 한 것인데 지금 
제가 옳다고 하시니 전지는 형님에게 드리겠습니다."
하고, 형제가 서로 붙들고 울면서 돌아갔다. 그 뒤로는 고을 백성들이 일이 있으면 진한경에
게 한 마디 말을 청하여 잘잘못을 가리었다.
  조선 인조 때 사람 윤전이 익산군수가 되었는데 형제끼리  송사하는 백성이 있었다. 윤전
이 그 이유를 꾸짖어 말하기를,
  "너는 무엇 때문에 형과 소송을 하느냐?"
하니,
  "나에게 아버지의 재산을 나누어 주지 않아서입니다."
하였다. 다시 그 형에게 묻기를,
  "무엇 때문에 재산을 나누어 주지 않는가?"
하니,
  "아버지의 명이어서 감히 어길 수가 없었습니다."
고 대답하였다. 윤전은 곧 그를 꾸짖기를,
  "너에게는 참으로 죄가 있으며 너의 아비가 자식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는 것도 잘못이다. 
옛사람 중에는 아비의 임종 때 정신없이 한 유언은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니, 너의 재
물이라도 나누어 주어야 할 것이다. 너희들의 죄는 형벌로 다스려야 마땅하겠으나, 가르치지 
않고 형벌을 내리는 것을 나는 부끄럽게 여긴다."
하고 인륜의 도리를 이야기하여 보냈더니, 그 다음날 다시 와서 재산을 나누어 주겠다고 하
였다.
  송 나라 여도가 동량지방을 다스릴 때 일이다. 백성 중에 방씨 성을 가진 세 자매가 어린 
동생의 전지를 몰래 차지하였는데, 그 동생이 자란 뒤 관에 고하였으나 승소하지 못하고 가
난이 심하여 남의 머슴이 되었다.
  여도가 한 번 심문하니 세 자매는 죄를 자백하였다. 그 동생은 눈물을 흘리며 절하고,  전
지의 반을 절에 바쳐 은혜에 보답하기를 원한다고 하니, 여도가 그를 깨우쳐 말하기를,
  "세 누이는 모두 너의 동기이니 네가 어렸을 때에 너를 위하여 그 전지를  주관했을 뿐이
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역시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였을 것이다. 그 반을 떼
어 불공을 하는 것보다 어찌 누이들에게 주어 다시 형제가 되는 것이 도리어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느냐."
하니, 동생은 눈물을 흘리며 명에 따랐다.
  (자의) 시끄러울 효. 부끄러울 치. 우선 고. 죽일 살.
  하추절요이면 원어왕화니 권행예속도 역민목지선무야니라.
  (해석) 먼 시골은 임금의 교화와 거리가 머니, 예속을 권하여 행하게 하는 것도 수령이 먼
저 힘써야 할 일이다.
  (해설) 조선 세조 때 사람 기건이 제주목사가 되었는데, 제주의 옛 풍속은 부모를 장사지
내지 않고 부모가 죽으면 골짜기에 내다버렸다. 공은 부임하기  전에 먼저 주리에게 명하여 
관을 갖추어 염장하는 것을 가르치게 하여 제주 사람들이 그 부모를 장사지내는 것이 공으
로부터 시작되어 교화가 크게 행해졌다. 하루는 공이 꿈을 꾸니, 3백여 명의 사람이 뜰 아래
서 머리를 조아리며,
  "공의 은혜를 입어 해골이 드러나는  것을 면하게 되었으나 은혜를  갚을 길이 없습니다. 
공께서는 금년에 훌륭한 손자를 보게 될 것입니다."
하였는데, 과연 그 꿈이 들어맞았다.
  양지견은 학문을 좋아하였으나 집안이 가난하였다. 아내가  이혼을 하자며 문서를 요구하
니, 지견은 시를 써 주었다. 그 아내는 그 시를 가지고 관가에 와서 이혼증명서의 발급을 요
청하였다. 
  이 때 내사로 있던 안노공은 그 여인이 풍속을 무너뜨렸다 하여 20대의 매를 친 뒤에  임
의대로 개가할 것을 허가하였다. 그리고 지견의  청빈함을 불쌍히 여겨 명주와 베, 쌀  등을 
주고 군관으로 채용하고서 사방에 이 사실을 알리니, 이 뒤로는  그 고을에는 수십 년 동안 
남편을 버리는 아내가 없었다.
  (주석) 하추절요 : 멀리 떨어진 지방. 예속 : 예의와 풍속.
  (자의) 멀 하. 시골 추. 멀 원. 힘쓸 무.
  효자열녀와 충신절사는 천발유광하여 이도정표도 역민목지직야니라.
  (해석) 효자, 열녀, 충신, 절사 들의 숨은 생적을 들추어 정표하는 것도 수령의 직분이다.
  (해설) 당의 정공저는 아비의 장사에  몸소 흙을 날라다 무덤을  만드느라 얼굴과 체력이 
수척해지니, 보는 사람들은 그가 효도로 인해 죽을까 염려하였다. 관찰사가 그의 지극한  행
실을 보고하니 조서를 내려 곡식을 주고 문려를 정표하도록 하였다. 
  조선 숙종 때 사람 조세환이 동래부사가 되었는데, 공이 매우 가난하다는 말을 들은 왕께
서 금 30냥을 하사하시었다. 공은 부임하자마자 충신 송상현의  사당을 보수하는 한편 노비
를 사서 사당을 지키게 하였으며, 또 순절한 관노석매의 자손이 아직까지 노비로 있다는 말
을 듣고 대신 속을 마쳐 양민으로 만들어 주는 데 금을 다 쓰니 남은 것이 하나도 없게  되
었다.
  (주석) 천발 : 들추어 냄. 정표 : 정려를 내려 표창함.
  (자의) 효도 효. 매울 열. 절개 절. 드러낼 천. 숨을 유. 정려 정.
  약부교격지행과 편협지의는 불의숭장하여 약계유폐니 기의정야니라.
  (해석) 과격한 행동이나 편협한 의리를 숭상하거나 권장하여  폐단이 전해지는 길을 열어 
주지 않는 것이 정밀한 의리이다.
  (해설) 손가락을 잘라 운명하는 부모에게 피를 먹이고 허벅지 살을 베어내어 부모를 봉양
하는 행동은 대단한 효성이어서 그 탁월한 효행을 사람들이  따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같
은 일은 예부터 이름이 알려진 효자나 성인도 하지 않은 바여서 군자가 이에 대해 조심하여 
말하기 어렵게 여기는 것이다.
  효자와 열녀가 있는 고을의 수령은 예조의 칙례를 살펴 그  뜻을 잘 헤야려야 할 것이며, 
과격한 행동을 권장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열녀를 표창하는 것은 잘 생각하여  처리해야 한다. 도적이나 오랑캐를  만나 겁탈당하여 
몸을 더럽히게 된 자는 죽는 것이 진실로 당연하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부
끄럼과 한을 견디지 못하여 좁은 소견으로 목을 메거나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 자는 결단코 
표창해서는 안 된다. 자세히 그 사정을 탐지하여 혹시 부모가 며느리의 박복을 탓하거나 시
속들이 제수가 병의 빌미가 되었다고 의심하는 한 마디 말에 발끈 화를 내어 자살을 결행한 
자와, 혹 부부간에 정이 깊었으므로 슬픔이 더욱 심하여 오래도록  견딜 수 없어 자살한 자
는 모두 명예를 드러내 줄 필요가 없다.
  오직 슬픔을 참아가며 시부모를 잘 봉양하고 어린 자식들을 길러 남편 집 문호를 부지해 
가는 자만이 지극한 행동이 되는 것이다. 비록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절의는 없다 하더
라도 수령은 그런 사람의 숨은 행적을 찾아내어 표창해야 할 것이다.
  (주석) 교격 : 과격함. 숭장 : 숭상하고 장려함.
  (자의) 클 교. 격렬할 격. 치우칠 편. 좁을 협. 높일 숭. 열 계.
    
    제4조 학교를 일으킴
  고지소위학교자는 습례언하며 습악언이나 금예괴악붕하여 학교지교는 독서이이라.
  (해석) 옛날의 학교에서는 예악을 익혔는데,  지금은 예악이 붕괴되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독서뿐이다.
  (해설) 공자는 사람을 가르치는 데 음악을 주로 하였다. 오늘날 군현의 학교가 바로 옛날 
제후의 학교인데 음악이 이미 끊겼으니 학교도 폐지된 것이다.
  옛날의 태학에서는 양로례를 행하여 효를 일으키고, 치학례를 행하여 제를 일으키고, 향고
례를 행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배반하지 않게 하였으니, 이는 효, 제, 자를 태학의 종지로 삼
은 이유이다. 수령들은 이 뜻을 마음에 새겨 학궁에서  양로례와 향음주례를 행하여 효제를 
일으키고, 혹 새로 외적의 난리를 겪어 국가를 위하여 죽은  자가 있으면 그 자식들을 대접
하여 휼고의 뜻을 갖는다면 역시 비문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난리를 겪은지가 이미 오래
되었다면 창의한 사람의 자손을 찾아봄에 학궁에서 접대할 것이니,  이도 충을 권장하는 요
무이다.
  자유가 무성의 원이 되었을 적에 공자가 무성에 가 거문고 소리를 듣고 빙그레 웃으며,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사용하느냐?"
고 하자, 자유가 대답하기를,
  "제가 지난날에 선생님께 들으니,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
우면 부리기가 쉽다.'고 하셨습니다."
하니, 공자는 말하였다.
  "얘들아, 자유의 말이 옳다. 앞서 한 말은 농담이었다."
  (주석) 향음주례 : 해마다 10월에  수령이 고을 유생들을 불러  향약을 읽고 술을 마시던 
의식.
  (자의) 익힐 습. 무너뜨릴 괴. 무너질 붕. 읽을 독.
  문학자는 소학지교야이니 연즉후세지소위흥학자는 기유위소학호아.
  (해석) 문학이란 소학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세에 학문을 일으킨다는 것은 소
학을 일으키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해설) 송의 정명도가 진성령이 되었을  적에 여가가 있으면 친히  향교에 가서 부로들을 
불러 함께 이야기하고, 어린이들이 읽는 책에 구두를 고쳐 주며, 선생이 좋지 못하면 선생을 
교체하였다. 과거에 이 지방 풍속이 매우 야하여 학문을 할 줄을 몰랐는데, 선생이 자제  중
에 우수한 자들을 뽑아 가르치니, 선생이 진성에 있은 지 3년 만에 백성들은 선생을 부모처
럼 여겼다. 선생이 이 고을을 떠난  지 겨우 십여 년이 지났을 뿐인데도  유복을 입은 자가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조극선이 온양군수로 있을 때의 일이다. 조정에서는 학교를 일으키기도 하여 주군에 명하
여 어린이들을 가르치되 3개월이 되어도 글을 통하지 못하는 자는 문학에서 도태시켜 무학
으로 정하게 하니, 사람들은 위구심을 품고 입적하는 자가 없었다. 공은 감사에게 말하기를,
  "삼대 때에도 선비를 기르는 데 모두 3년을 기한으로  하여 과거를 보게 하였습니다. 3개
월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니 어찌 그 기간을 늦추어 성취를 기다리지 않습니
까."
하니, 감사는 이를 허락하였다. 공은 곧  경내의 부로들을 불러 교육의 본뜻을 깨우쳐  주자 
모두 기쁘게 명을 따랐다. 8세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모두 '소학'을 가르치게  하고, 한  달
에 두 번씩 공청에 모아 놓고 친히 배운 것을 시험하자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주석) 소학 : 본래 중국 고대의 학교 제도로  보통 교육 기관. 기본 예절을 가르쳤음. 흥
학 : 학교를 일으킴.
  (자의) 배울 학. 뒤 후. 일으킬 흥. 같을 유.
  학자는 학어사야니 유사이후에 유학이라. 초연숙덕하여 사위사장연후에 학규내가의야니라.
  (해석) 학문은 스승에게 배우는 것이니 스승이  있은 뒤에야 배움이 있는 것이다. 덕망이 
있는 사람을 초빙하여 스승을 삼은 다음에야 배움의 규칙을 논할 수 있다.
  (해설) 명의 요선이 가흥부를 다스릴 때 경에 밝은 유정목을  존경하여 매월 초하루와 보
름에 반드시 그를 학교에 초청하여 경서를 강론하여 선비들을 훈계하게 하였다.
  자신을 매우 고상히 지키는 전근이란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요선이 유정목에게 보낸 쌀
이 전근에게 잘못 전달되었는데, 전근은 그 쌀을 받았다. 그러자 유정목이 말하기를,
  "전 선생은 구차히 취하지 않는 분인데, 지금 쌀을 사양치 않고 받은 것은 반드시 부공의 
어지심을 우러러보아서일 것입니다."
고 하였다. 요선은 그 말을 듣고 가서 전근에게 인사를 하니, 전근은 다음 달 초하룻날에 학
교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요선은 그 시기에 학교로 가서 전근을 맞아 상좌에 앉히고 경의를 
질문하니 전근이 말하기를,
  "이는 선비의 일일 뿐입니다. 지금  관직을 지키시는 몸인데 어찌  시무를 말하지 않습니
까."
하고, 드디어 한 장의 글을 내어 요선에게 주고는 끝내 한 마디의 말도 나누지 않고 가버렸
다. 그가 돌아간 뒤 그 글을 보니, 적을 막고 제압하여 승리하는 계책이었다.
  조선 인조 때 사람 이상급이 단천군수가 되었는데, 단천은  북쪽 변방이어서 문학을 숭상
하지 않았다. 공은 그 중에서 조금 우수한 자를 초빙하여 스승으로 삼아 사람들을 가르치게 
하고, 다달이 초하루마다 반드시 친히 공자의 사당에 나가  배알하고 여러 학생들과 더불어 
학문을 강론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문예로 손꼽을 만한 자가 있게 되었다.
  (주석) 초연 : 맞이함. 숙덕 : 덕망이 뛰어난 사람.
  (자의) 스승 사. 부를 초. 맞이할 연. 잘 숙. 의논 의.
  수즙당무하고 조관이름하며 광치서적도 역현목지소치의야니라.
  (해석) 강당과 행랑을 수리하고 재정을 관리하며 서적을 많이 비치하는 것도 어진 수령이 
마음을 쓸 일이다.
  (해설) 수령이 학교를 수리하려면 재정을 잘 관리하여 그 비용을 넉넉히 한 뒤에 어진 사
람을 초빙하고 선비 모으는 일을 의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령은 힘을 다해 책을 구입
하여 비치하고 서고 관리를 엄중히 하는 한편, 책을 내어 주고 열람하는 데 모두 조례를 만
들어 엄격히 따르도록 하는 것이 옳다.
  권수평이 광산현감이 되었다. 학교가 전에는 성안에 있었는데 지대가 낮고 좁은데다 건물
이 퇴락되었으므로 수평은 성 서쪽 2리쯤 되는 곳에 자리를 정하여 예에 맞게 학교를  세우
고, 학교 앞에 있는 백성의 전지 얼마를 공금으로 사서  논과 채마전을 만들기도 하고 하인
들의 집을 짓기도 하고 또 백성의 전지를 사서 반은 학교에  넣었고, 또 무명베 백 필과 벼 
백 석, 콩 20석을 내어 학생들의 경비에 충당하게 하였다. 또 많은 책을 준비하여 서가에 간
직하니, 유풍이 크게 진작되고 문교가 더욱 밝아졌다.
  (주석) 수즙 : 수선함. 당무 : 집. 조관 : 관리.
  (자의) 고칠 즙. 행랑채 무. 비출 조. 재정 름. 넓을 광.
  간선단방하고 사위재장하여 이작표솔하고 대지이례하여 양기염치니라.
  (해석) 단정한 사람을 골라 재장을 삼아 모든 사람의 사표가 되게 하고, 예로써 대우하여 
염치를 알게 해야 한다.
  (해설) 향교의 일을 맡은 사람은 교장이 1인, 장의 1인, 색장 1인이다. 먼 외딴 곳에는  사
족은 드물고 토족이 많으니 사족들은 그들과 어울리는 것을 수치로 여겨 일체 향교에 왕래
를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토족들이 학궁을 독점하여 저희들의 소굴로 삼는다. 그러나  이들
은 대부분이 불학무식한 무리들로서 끼리끼리 모여 당파를 만들어 남을 모함하려면 그의 비
밀을 들추어내고, 쟁탈하는 것을 조정의 판국에 비교하며 간리들과 결탁하려면 감사에게 뜬
소문을 퍼뜨리며, 수령의 애기와 교통하려면 현관에게 뇌물을 바친다.
  이들은 항상 아전들의 가까운 친구가 되어 너니 나니 하며 교장될 사람을 상의하고 술집
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여 밤낮 싸움질만 한다. 그들이 계획하는 일은 부잣집 자제를 끌어들
여 재임을 맡기거나 제사에 집사를 시켜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 스스로의 배를 불리려는 
것뿐이다. 수령은 이러한 풍속을 알아 단정한 선비를 골라 재임을 맡겨야 한다.
  (주석) 간선 : 가려뽑음. 재장 : 학교의 어른. 표솔 : 모범.
  (자의) 가릴 간. 뽑을 선. 집 재. 염치 렴.
  계추에 행양로지례하여 교이노노하며 맹동에 행향음지례하여 교이장장하며 중춘에 행향고
지례하여 교이휼고니라.
  (해석) 계추 양로의 예를 행하여 노인 봉양하는 것을 가르치고, 맹동에는 향음의 예를 행
하여 어른 공경하는 것을 가르치고, 중춘에는 향고의 예를 행하여 외로운 사람 구제하는 것
을 가르친다.
  (해설) 당나라 이서균이 상주를 다스릴 적에 학교를 크게 일으키고 향음주례를 행하니 사
람마다 힘쓸 바를 알아 효제를 독실히 행하였다.
  장서가 건주자사가 되었을 때, 경서를 아는 관리로 하여금 학생들과 함께 이웃 큰 고을에 
가서 향음주례와 상혼례를 배워 오게 하여 강설을 베푸니,  백성들이 보고서 크게 기뻐하며 
교화를 따랐다.
  (주석) 계추 : 늦가을. 양로 : 노인을 우대함. 노로 : 노인을 노인으로 공경함. 장장 : 어른
을 어른으로 모심. 휼고 : 고아를 돌봄.
  (자의) 끝 계. 기를 양. 맏 맹. 마실 음. 잔치 향.
  이시행향사례하고 이시행투호지례니라.
  (해석) 때때로 향사례를 행하고, 때때로 투호례를 행할 것이다.
  (해설) 항사례는 옛날의 예가 너무 번거로워 행하기 어려우니, 고금의 예를 참작하여 잘못
을 시정하고 의식에 맞게 만들어 행해야 할 것이다.
  투호례는 '예기'에 기록된 것이 가장 자세하고 세밀하니, 상고하여 행할 수 있다.
  향음주례와 향사례는 그 일이 거창하여 일일이 거행할 수 없으나, 투호례는 그 의식이 간
단하여 행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읍하고 사양하며  오르고 내려오는 것과 나아가고 
물러나는 동작과 아름다운 말씨와 단정한 용모는 용모를 익히고 위의를 삼가기에  충분하니 
봄가을로 좋은 날을 골라 수령이 친히 학궁에  가서 여러 학생들과 더불어 이 예를 행하여 
그 뜻을 깨우쳐 주면 반드시 보고 감동하여 분발함이 있을 것이다.
  (주석) 향사지례 : 매넌 10월에 고을 수령이 학교의 학생들과 고을 어른을 모시고 향약을 
강구하며 베푼 잔치. 투호례 : 화살을 병 속에 던져 넣는 놀이의 하나.
  (자의) 고을 향. 쏠 사. 던질 투. 병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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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조 등급을 구별함
  변등자는 안민정지요의야니 등위불명하여 위급이란 즉민산이무기의니라.
  (해석) 등급을 구별함은 백성의 뜻을 안정시키는 중요한 일이다. 등급이나 위엄이 밝지 않
아 지위나 계급이 어지러우면 민심이 흩어져 기강이 없어지게 된다.
  (해설) 우리 나라 풍속은 등급의 분별이 매우 엄격하였으므로 상하의 질서가 유지되어 각
각 분수를 지켜왔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귀족이 쇠퇴하게 되자 호부한 아전과 백성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이 호기를 부려 사치스러움이 법도를 넘어 위는 쇠퇴하고 아래에서 위를 능
멸하여 등급이 없어졌으니, 장차  무엇으로 질서를 유지하여 원기를  북돋고 혈맥을 통하게 
하겠는가. 등급을 분별하는 것이 오늘날의 급선무이다.
  (주석) 변등 : 등급을 구별함. 등위 : 등급과 위엄.
  (자의) 구별할 변. 위엄 위. 계급 급. 흩어질 산. 기강 기.
  족유귀천하니 의변기등이요 세유강약하니 의찰기정이라. 이자는 불가이편폐야니라.
  (해석) 족에도 귀천이 있으니 그 등급을 가려야 마땅하고, 세력에도 강약이 있으니, 그 실
정을 살핌이 마땅하다. 이 두 가지는 어느 한쪽도 없애서는 안 된다.
  (해설) 송의 장남헌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정사를 하는 데는 반드시 먼저  마음을 공평하게 가져야 하는  것이니, 마음이 공평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잘못될 것이다.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부축하는 것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만은 마음이 공평치 못하면 간혹 그 사이에서 잘못이 생길 것이
다. 모름지기 마음이 맑은 거울 같아야 고운 것은 저절로 곱게 비치고 추한 것은 저절로 추
하게 비칠 것이니, 나와 무슨 관계가 되겠는가."
  한 고을에 뿌리 박고 사는 세가나 대족 중에 한두 명의 배우지 못한 못된 자가 모리와 행
악을 일삼아 평민들을 괴롭혀 유리 걸식하는 신세가 되게  하거나, 백성들을 잡아다가 상투
를 매달고 수염을 자르며 기와 위에 꿇어 앉히고 불로 발을 지지면서 이자에 이자를 강요하
여 집안 형세를 기울게 하고 파산하게 하여 백성들의 원수가 된 자가 있거든 경계하고 위엄
을 보여 잘못을 고치게 할 것이다. 그래도 변함없이 방자한  행동이 여전한 자는 엄히 다스
리고, 등급 분변하는 것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백성을 사랑한다는 수령들은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보호하여 귀족은 예우하
지 않고 오로지 아래 백성만을  보호하는데, 원망과 비난이 일어날 뿐  아니라 또한 풍속을 
피폐하는 행위이니 대단히 옳지 못하다.
  천한 자가 귀한 이를 능멸하는  것도 수령의 걱정거리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도 수령의 걱정거리지만 형평성이 기울어진 것을  살피고 참작하여 알맞게 해야 할  것이
다.
  (자의) 겨레 족. 천할 천. 세력 세. 살필 찰. 뜻 정. 치우칠 편. 폐지할 폐.
  범변등지정은 불유소민시징이라. 중지범상도 역가악야니라.
  (해석) 등급을 구별하는 일은 아래 백성만 징계할 것이 아니라, 중인이 상위를 범하는 것
도 엄히 다스려야 한다.
  (해설) 백 년 이래로는 벼슬이 먼 외지에까지 미치지 않아  옛 사대부의 자손들이 영락하
고 가문이 몰락하여 형편이 말이 아닌데, 권세를 잡은 토족들이 온갖 계책으로 모해하여 여
러 대 동안 억눌림당한 원한을 갚으려 한다. 그런데도 수령은 헛소문만을 듣고,
  "아무 현 아무 가문은 원래 대족이니, 응당 무단을 행하였을 것이다."
고 말하고, 또 간사한 향리들의 참소만을 듣고 오로지 이 집안만을 억압하는데 마음을 쓰는 
자가 많으니, 역시 잘못이 아니겠는가. 귀족을 침해하는 토족을 엄히 다스리는 것도  등급을 
분변하는 방법이다.
  젊은이가 어른을 능멸하고 졸개가 장수를 능멸하는 것도 분별해야  할 바이다. 소송이 생
기면 그 소송 당사자들 신분의 등급부터  살펴 같은 신분인데 젊은이가 어른을  능멸했다면 
징계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귀족의 젊은이가 천족의  늙은이를 대함에 있어서도 예
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니, 역시 경계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자의) 무릇 범. 징계할 징. 범할 범. 사나울 악.
  궁실거승의복기용이 기참치유제자는 실의엄금이니라.
  (해석) 주택과 수레와 말, 의복과 기물이 참람하고 사치스러워 법이 정한 제도를 넘은 것
은 모두 엄금해야 한다.
  (해설) 내가 전에 서쪽 고을에 있을 때 보니, 서쪽 지방의 풍속은 아전 집 부녀자들이  비
록 신혼 때에도 가마를 타는 법이 없었는데, 하물며 옥교이겠는가. 영남을 보아도 그 풍속이 
역시 그러하였다. 그러나 오직 호남의 아전들만은 그 부녀자들이 모두 옥교자를 타는데,  붉
은 발에 수놓은 장식을 달고 앞에서는 고함을 치고 뒤에서는 옹호하여 가면서 가난하고 한
미한 선비를 만나면 큰 소리로 벽제하고, 남자는 말을 타고 뒤따라간다. 다만 신부만이 그러
할 뿐 아니라 늙은이 역시  그러하다. 명족들은 가난이 날로 심하여  망가진 가마를 새끼로 
동여매고 떨어진 덮개를 자리로 보충하고 치마를 둘러 휘장을 만들고 통발을 잘라 발을 만
들어 그 가마를 소 등에 싣고  신랑이 가마채를 잡고 가는데, 가마 속에는  붙들 것이 전혀 
없어 좌우로 기우뚱거려 마치 배를 탄 것과 같다. 좁은  길에서 이런 행차끼리 만나면 서로 
밀쳐 벼랑 밑 물 속으로 떨어져 신부가 어린이처럼 기절하여 오줌똥을 싼다. 이 정경이야말
로 처참하여 차마 볼 수 없는 일인데, 이런 일이 이미 널리 행해졌으므로 날마다 들리는 것
이라고는 모두 이런 일뿐이다. 
  (주석) 궁실 : 집. 거승 : 수레. 참치 : 너무 사치스러움. 유제 : 제도를 넘음.
  (자의) 집 궁. 수레 승. 참람할 참. 사치 치.
  개자노비법변지후에 민속대투니 비국가지리야니라.
  (해석) 대개 노비법이 변한 뒤로 민속이 크게 투박해졌으니 국가의 이익이 아니다.
  (해설) 신해년(1731) 이후에 출생한  모든 사노의 양처 소생은  모두 어미를 따라 양민이 
되게 하였으니, 이 때부터 위는 약해지고 아래가 강해져서  기강이 무너지고 민심이 흩어져 
통솔할 수 없게 되었다. 시험삼아 그중 분명한 사실을 가지고 말해 보겠다.
  임진년(1592) 난리 때에는 남방에서 창의한 사람들이 모두 집안의 종 수백 명으로 군대를 
편성했는데, 임신년(1812) 난리 때에는 고가  명족들이 창의할 것을 의논하였으나,  한 명의 
종도 구하기 어려웠으니, 이 한 가지만 보더라도 대세가 완전히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귀족기잔하면 천류교무인데 관장안치에 다실기실하니 사우금일지속폐야니라.
  (해석) 이미 몰락한 귀족을 천한 부류들이 서로 헐뜯어서 관장이 조사하여 다스리는데, 그 
진실을 모르고 잘못 다스리는 경우가 많으니 이것이 오늘날 세속의 폐단이다.
  (해설) 가난한 선비가 시골에 살면 으레 자질구레한 비방이 따르게 마련이다. 수령은 천한 
무리들의 방자한 횡포를 잘 가려내어  경솔하게 선비의 기를 꺾는 일이  없도록 힘써, 항상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신분이 높은 호족으로 백성의 전지를 빼앗고, 남의 부녀를 강간하여 죄악이 길거리에까지 
드러난 자는 징계하여 다스려야 되지만, 잘단 비난만이 있고 큰 죄악이 없는 자에게는 법관
이 우선 너그러이 용서하여 경계하고 계속 그의 행동을 주시하는 것만으로도 허물을 지어서
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하기에 충분하니, 그의 기를 꺾을 필요까지는 없다.
  (자의) 쇠잔할 잔. 천할 천. 모함할 무. 조사할 안. 폐단 폐.
    
    제6조 학업을 권장함
  과거지학은 괴인심술이나 연이나 선거지법미개면 부득불권기이습이니 차지위과예니라.
  (해석) 과거의 학문은 사람의 마음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뽑아쓰는 법을 고치
지 않는 한, 과거 공부를 익히는 것을 권장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를 과예라 한다.
  (해설) 수령칠사의 셋째번이 학교를 일으키는 것인데, 속리들은 학교흥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고 과예를 거기에 해당시킨다. 집에서 과시에 응하는 것을 순제라 하고, 관청에 가서 재
예를 겨루는 것을 백일장이라 한다. 우리 나라 전역에서 과시에  응할 만한 자는 문명한 고
을이라 해도 수십 명에 불과하고, 보통인 경우에는 5~6명에 불과한 실정인데 그 거두어들이
는 시권이 많은 고을에는 천 장, 작은 고을에도 5백 장은 되니, 이는 글자 한 자 모르는  초
동 목수까지 남의 글을 빌려 거짓 시권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에서는 공사가 너무 많
아 시권을 자세히 상고할 겨를이 없으므로 자제와 빈객들이 곁에서 함부로 비점을 찍고 시
동과 폐기가 시관을 종용하여 급제를 조작하여 사연, 상사하는  꼴이 난접하고 질서가 없어 
여론에 맞지 않으므로 큰 혼란이 일어나 흙덩이와 돌을 던지며 관장에게 욕을 퍼붓는다.
  그러면 관장은 군교를 풀어 선비들을 잡아들여 곡성이 천지를  진동하고, 칼을 쓰고 갇힌 
자가 옥에 가득하며, 매를 치는 소리가 거리에 가득하니, 이는 태평한 세상에 화란을 도발하
는 것이다.
  (주석) 심술 : 마음. 선거 : 인재를 가려 뽑아 벼슬에 임명함. 부득불 : 하지 않을 수 없음. 
이습 : 익힘.
  (자의) 무너뜨릴 괴. 뽑을 선. 천거할 거. 고칠 개. 익힐 이. 예술 예.
  과예의역유액하니 기거기선이어든 내시내편이라야 어시호과지야니라.
  (해석) 과예에도 정원이 있어야 한다. 천거하여 선발이 끝나면 시험을 보여 명부를 작성한 
다음 재예를 시험해야 한다.
  (해설) 과거란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를 두루 익히게 하여 그 점수를 계산하여 등급을 매
기는 게 원칙인데, 우리 나라의 법은 한 가지 기예만 합격하면 다른 것은 묻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먼 시골의 학문이 무디고 거친 선비들은 평생 한 가지 기예만 익혀 요행을 바란
다. 이것이 바로 과거가 어지러워진 이유이다. 각 고을에서 기예에 능한 자를 천거하여 선발
이 끝나면, 시험을 보여 인원을 정한 뒤 별도의 명부를 만들어야 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과
예 하는 정원의 숫자는 꼭 지켜야 한다.
  (주석) 과예 : 학문을 익히게 함. 어시호 : 이에.
  (자의) 또 역. 정원 액. 시험할 시. 묶을 편.
  근세이래로 문체비하하고 구법요패하며 편법단촉하니 불가이부정야니라.
  (해석) 근세 이후로 문체가 낮아져서 구법이 어긋나고, 편법이 짧아졌으니 바로잡지 않아
서는 안 된다.
  (해설) 시, 부는 본래 경술과 모유 밖에서 별도로 어구의 수식을 추구하여 백가를 널리 인
용하고 만물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니, 바로 후세에서 말하는 문장학이다. 이는 본래  경
박한 문장에 속하니 폐지하는 것이 좋겠으나, 이미 과거에 그  명목이 있는 이상 그 문체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동몽지총명강기자는 별행초선하여 교지회지니라.
  (해석) 어린 학생 중에 총명하고 기억력이 좋은 자는 따로 뽑아서 가르쳐야 한다.
  (해설) 문학의 지식과 취향은 처음 배울 때 잘 배우느냐 잘못 배우느냐에 달린 것이다. 8
세에 입학하여 집 주 자를 집 가 자와 같은  뜻으로 읽거나 잘 숙 자를 잠잘 수 자와  같은 
뜻으로 안다면 이것이 선입견이 되는 동시에  평생의 고질이 되어 깊이 골수까지  스며들게 
될 것이다.
  수령은 향교에 공문을 내려 총기가 뛰어난 어린이들을 선발하되,  각각 이름과 나이와 글
공부 실력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보고하게 해야 한다.
  명부가 도착하면 수령은 몸소 그 실력을 시험하여 수재를  가려낸 다음, 별도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혹 수재로 선발된 자 가운데 뛰어나게 영특한 자가 있거든, 수령은 임기를  마치
고 돌아올 때 데려와서 큰 인재로  키워 나라를 위해 일하게 해야 하니,  이것이 바로 옛날 
수령들의 임무였다.
  (주석) 동몽 : 어린 학생. 강기 : 기억력이 좋음. 초선 : 가려 뽑음.
  (자의) 아이 동. 어린 싹 몽. 뽑을 초. 가르칠 회.
  과예기원하여 과갑상속이면 수위문명지향하리니 역민목지지영야니라.
  (해석) 과예를 부지런히 하여 급제자가 계속 배출되어 문명의 고장이  되는 것 역시 수령
의 지극한 영광이다.
  (해설) 이길배가 선산군수가 되었을 때, 정사를  맑게 하고 송사를 간결하게 처리하는  한
편, 부지런히 학문을 권장하니, 교생 중에서 과거에 급제한 자가 많아 조정에서는 그를 포상
하였다.
  조선 선조 때 사람 찬성 이상의가 성천부사가 되어서의 일이다. 성천은 먼 변방에 위치한 
궁벽한 시골이어서 백성들이 학문을 하지 않아  과거에 이름이 오른 자가 없었으므로  공은 
학문을 일으키는 것으로 급선무를 삼아 백성 중에 준수한 자들을 뽑아 몸소 가르치고 격려
하니, 온 고을이 한 마음이 되어 학업에 열중하여 글 읽는 소리가 사방에서 났다. 3년이  채 
되기 전에 한 사람이 소과에 급제하니, 전에 없던 일이라 하였다.
  이 뒤로는 소과에 급제한 자가 계속 잇달았고, 대과에 급제하여 벼슬길로 나간 자까지 생
기니, 사람들은 모두 이공의 공덕을 칭송하였다.
  (주석) 과갑 : 과거에 합격함. 문명지향 : 문학을 잘하는 고장.
  (자의) 일 과. 과거 과. 이어질 속. 영화 영.
  과규불립즉사심불권이니 과예지정도 역무이독선야니라.
  (해석) 과거의 규칙이 확립되지 않으면 선비들의 마음이 쏠리지 않을 것이니, 과예의 정사 
역시 혼자서만 잘한다 하여 되는 것이 아니다.
  (해설) 과거의 규칙을 제대로 정립해 놓으면 총명하고 지식이 깊은 선비라야 과거에 응시
할 수 있고, 학문의 맥이 없거나 글이 어설픈 사람은  자연 움츠러들어 과거에 나오지 못할 
것이니, 과거의 폐단을 바로잡지 않아도 저절로 맑아질 것이다. 문예 이외에 덕행과  재간이 
있는 자는 별도로 선발하는 길을 열어야지 등한히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 나라의 법은 하루에 다만 1편만을 시험할 뿐이므로 학문이 넉넉하고 민첩한 자는 두
세 사람까지 차작하여 주어 차작하는 무리가  항상 수천에 이른다. 만약 하루에 세  번이나, 
다섯 차례 시험한다면 뛰어난 문장과 해박한 학식을 가진 자라 할지라도 제 것을 짓기에도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것인데, 어느 겨를에 남을 도와주겠는가. 차작의 폐단이 저절로  없어
질 것이다. 근년에 한두 분의 재신이 광주유수와 호남안찰사가 되어 도시와 회시에 모두 하
루에 세 번의 출제를 하니, 학문이 넉넉한 선비들이 좋은 법이라 칭찬하였다.
  (주석) 과규 : 과거의 규정. 독선 : 혼자서만 잘함.
  (자의) 규정 규. 권할 권. 홀로 독. 잘할 선.
  
      병전육조
    제1조 장정을 군적에 실음
  첨정수포지법은 시어양연하여 지우금일하니  유파호만하여 위생민절골지병하니  차법불개 
이민진류의리라.
  (해석) 군정을 정하고 그들에게 베를 거두는 법은 양연에게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
다. 그 폐단이 점점 커져서 백성들의 뼈에 사무치는 병통이 되어, 이 법을 고치지 않으면 백
성들이 모두 죽고 말 것이다.
  (해설) 우리 나라 초기에 호포는 있었어도 군포는 없었는데, 중종 때 대사헌 양연이 군적
이 있는 자에게 베를 거두는 법을 아뢰어 시행하게 되었다.  이로 인한 백성의 부담이 커져
서 폐단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영조 때 균역법을  실시하여 부담을 조금 줄이게 되었
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서는 아전들의 농간과 수령의 착취로 말미암아 균역법을 실시할  때
보다 네 갑절이나 많은 부담이 백성들을 짓누르니 이를 고치지 않는 한 백성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죽은 자에게 군포를 거두는 것은 물론이고 태어난 지 3일만에 군적에 이름이 오르고 심지
어 강아지 이름을 군안에 올려 군포를 거두기도 하니, 그 폐단이 백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
고 있는 것이다.
  다음 시는 가경 계해년(순조 3, 1803) 가을에 강진에 있을 때 지은 것인데 그 때에 노전에 
사는 백성이 아이를 낳은 지 사흘만에 군보에 들어가고 이정이 소를 빼앗아갔다. 백성이 칼
을 뽑아 그 양경을 스스로 자르면서 하는 말이,
  "내가 이것 때문에 이러한 곤욕을 받는다."
고 하였다. 그 아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양경을 가지고 관아에 나아가 울부짖으며 호소하
였으나 문지기가 막아버렸다고 한다. 내가 이 말을 듣고 이 시를 지은 것이다.
  노전의 젊은 아낙네 울음소리도 길어/ 현문을 향해  슬피울며 하늘에 호소하네/ 싸움터에 
간 남편은 못 돌아올 수도 있지만/ 남자가 양경을 자른단 말  듣지 못했네/ 시아비 상복 막 
벗고 아기는 탯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삼대가 군대에 뽑혀 군보에  있다네/ 몇 마디 호소
하러 가니 호랑이 같은 문지기 서 있고/ 이정의 호통에 외양간  소만 없어졌네/ 칼 갈아 방
에 들어가 유혈이 낭자한데/ 애 낳아 이런 고생한다며 자탄을  하네/ 거세하는 형벌이 어찌 
죄 있어서만 그러하랴/ 아이 거세하는 것도 또한 슬픈 일일세. 생생하는 그 이치 하늘이 준 
것이어서/ 하늘의 도는 사내요 땅의 도는 여자로다/ 짐승들의 새끼 없음도 오히려 슬프거늘
/ 생민들의 자손 잇기야 더 할 말 있으랴/ 부호한  집은 일년 내내 음악만 연주하며/ 쌀 한 
톨 비단 한 치 내놓지 않네/ 다 같은 백성인데 후박이 웬말인가/ 여관에서 자꾸만 시구편을 
외노라
  (주석) 첨정 : 장정을 군적에 올림. 절골지병 : 뼈에 사무치는 폐단. 호포 : 집집마다 거두
는 베. 균역법 : 조선 영조 때 백성들의 역을 가볍게 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 시구편 : '시경
'의 편명으로 훌륭한 관리가 없음을 한탄하는 내용.
  (자의) 이름 적을 첨. 물결 파. 넓을 호. 뼈 골. 죽일 류.
  배오명야요 미포실야니 실지기수어늘 명우해힐이리요. 명지장힐이면 민수기독이리라. 고로 
선수군자는 불수하고 선첨정자는 불첨하나니 사허핵고하여 보궐책대자는 이지리야니 약목불
위야니라.
  (해석) 대오란 형식이요, 쌀과 베를 거두는 것은 실제의  목적이다. 실제의 목적을 거두었
으면 형식을 따질 필요가 없는 데도 그 형식을 따지려 드니 백성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그
러므로 군정을 잘 하는 자는 아예 군정을 다스리지 않고,  첨정을 잘하는 자는 아예 첨정을 
하지 않는다. 헛이름을 조사하고 죽은 것을 밝혀내어 그 결원을 보충하며 대신할 것을 문책
하는 것은 아전들의 이익만 될 뿐이므로 어진 목민관은 이를 하지 않는다.
  (해설) 군정을 거짓 기록하는 것과 죽은 자에게 군포를 거두는 것은 조정에서 금하였는데, 
해마다 7월이 되면 각 고을에  이를 조사하여 보충하라는 공문이  내려온다. 이에 목민관은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여 군정을 다스리면서 엄중히 할 것을  아전들에게 명하니, 고을 안이 
온통 원성으로 가득 차게 된다.
  군정을 다스리고 군정을 뽑게 되면 군리와 향승 등 아전들의 배만 불리게 되고 백성들의 
피폐함은 극도에 달해 결국 병통이 될 뿐이다.
  병사 조학신은 삼가 법대로 하고 정직하여 거짓이 없었다. 그가 봉산군수로 부임하자,  군
정을 대폭 수정하여 허위 기록을 하나도 없게 하려고 토호와 향족들을 모두 등록시켜 눈감
아 주는 일이 없자, 온 고을이 모두 원망하여 끝내는 쫓겨나게 되었고, 그 후임이  부임하여 
전임이 하던 법을 모두 철폐하자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군리는 여기에서 다시 뇌물을 
먹게 되어 등록된 자에게 먹는 것이 천만 냥이요, 없애 주는  데서 먹는 것 또한 천만 냥에 
이르며 허위 기록은 그대로 남았다. 비록 공수와 황패 같은 사람이 정치를 하더라도 여기에
서 벗어날 수 없는 일인데, 목민관이 무엇 때문에 수고스럽게 이런 일을 할 것인가.
  (주석) 대오 : 군대의 부대. 보궐 : 빠진 것을 보충함.
  (자의) 어찌 해. 따질 힐. 해독 독. 거짓 허. 조사할 핵. 빠질 궐.
  기유일이부득불첨보자는 의집요호하여 사보역전하여 이고실군이니라.
  (해석) 한두 명을 뽑아 보충하지 않을 수 없으면, 넉넉한 집을 찾아내어 역전을 보충하고 
그것으로 실제의 군사를 고용토록 하여야 한다.
  (해설) 대개 양역이란 근본 없는 성인이 모두 뽑히게 된다. 특별히 넉넉하거나 세력이 있
는 백성은 수령이 감히 손대지 못하고 궁핍한 백성만 잡아 한 몸에 서너 가지의 역을  부담
시키므로 원성이 높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만일 넉넉한 집에서 돈을 거두어 역전을 둔다면 가난한 자는  몸소 천한 이름을 쓰고, 넉
넉한 자는 집에서 재물을 내어 양자가 힘을 합하여 공부를 바치게 될 것이니, 그 의의가 균
등하다 하겠다.
  (자의) 보탤 보. 잡을 집. 넉넉할 요. 고용할 고.
  군역일근에 첨지오륙하며 함수미포하여 이귀이낭하니 사불가불찰야니라.
  (해석) 군역 한 자리에 5~6명을 뽑아 두고 모두 군미와 군포를 거두어 아전들의 주머니를 
채우게 하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해설) 오늘날 군역을 논하는 자는 다만 부족한 군액을 채우기 어려운 것만 알고, 군액이 
중첩되어 징발하기 어려운 것은 알지 못하니 한심한 일이다.  어떤 군수가 부임하여 보미를 
거두려 하는데 아전이 말하기를,
  "빠진 군액이 거의 수백에 가까우나 모두 지적하여 거둘 곳이 없으니 보미를 거두려면 먼
저 부족한 군액을 보충해야 합니다."
하니 군수는,
  "빠진 군액은 추후로 충당해야 하겠지만 그 본신이 있는 자에게 먼저 패문을 내라."
하였다. 아전이 가져온 패문을 군수가 살펴보니 그 숫자가 훨씬 넘었다. 이에 군리를 잡아다 
문책하여 그 세세한 사정을 밝히자 빠진 군역을 충당하고도  4백여 명이나 남았다. 그 가운
데 원통한 자를 가려 면제해 주고 적임자만 골라 빠진 군액에 등록하게 하니 군적이 새롭게 
되었으며, 훗날 이를 안 백성들의 칭송이 사방에서 자자하였다.
  (주석) 군역 : 병역의 의무. 이낭 : 아전의 주머니.
  (자의) 뿌리 근. 다 함. 돌아갈 귀. 주머니 낭. 이 사.
  군안군부는 병치정당하여 엄기쇄약이요 무납리수하라.
  (해석) 군안과 군부는 모두 정무를  처리하는 방에 두고 자물쇠를  단단히 채워 아전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해설) 군사에 관한 모든 문서와 군적부는 반드시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아전들이 문서
를 위조하거나 뇌물을 받고 이름을 지워버리는 등 농간을 부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의) 서류 안. 아우를 병. 자물쇠 쇄. 자물쇠 약. 들일 납.
  위혜기흡이면 이외민회하나니 척적내가수야니라.
  (해석) 수령의 위엄과 은혜가 흡족하여 아전이 두려워하고  백성들이 따르게 되면 척적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해설) 척적이란 그 고을의 총 호수와 군액 총수를 가지고 공평하게 배당하는 것을 말한
다.
  조선 정조 때 판서 윤사국이 곡산 도호부사가  되어 척적을 고쳐서 각 동리에 나누어 주
니, 마을 백성들이 보물처럼 받들어 기름칠하여  간직해 두고, 다툼이 있게 되면 늘  이것을 
가지고 나아가 소송하는 데 옳고  그름을 판단하였다. 간혹 간사한 백성이  칼로 긁어 내어 
고치게 되면 소송을 맡은 관리가 다른 마을의 척적을 가지고 대조하여 조사하니, 그 흔적이 
탄로나게 되어 백성들이 모두 편리하게 여겼다.
  대개 척적이 분명하면 군액에 빠진 것이 있더라도 병정을 뽑아 대신 세우는 폐단은 그 마
을에서만 그치지만, 만약 척적이 분명하지 못하면 피해가 여러 마을에 미치게 되어 온 고을
이 난리가 난다. 그러므로 척적이란  일반 백성들에게는 이로운 것이나, 아전들은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자의) 위엄 위. 은혜 혜. 흡족할 흡. 생각 회.
  욕수척적이면 선퍼계방이서원역촌과 호호대묘와 제범도역지수를 불가불사괄야니라.
  (해석) 척적을 수정하려면 먼저 계방을 폐지하여야 하며, 서원,  역촌, 호호, 대묘 등 모든 
역을 기피하여 숨는 곳을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설) 군적을 잘 정리하려면 계방과 서원,  역촌을 조사하여 도망자를 찾아내야 할  것이
며, 재산과 세력이 있는 토호가 아전들과 짜고 농간을 부리는 일은 엄중 처벌하고, 묘호에는 
정해진 인원 외에 숨은 자들을 찾아내어 역을 도피하는 일이 없도록 힘써 막아야 한다.
  (주석) 계방 : 공역을 면제받거나 다른 도움을 받으려고 아전에게 금품을 준 마을. 호호 : 
세력이 있는 호구.
  (자의) 깨뜨릴 파. 역참 역. 호걸 호. 숲 수. 묶을 괄.
  수포지일에 목의친수니 위지하리면 민비이배니라.
  (해석) 군포를 거두는 일은 목민관이 직접 받아야 한다. 하리들에게 맡기면 백성들의 부담
이 갑절이나 늘게 된다.
  (해설) 돈은 정한 액수가 있으며 쌀 또한 폐단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베와 무명만은 물건
의 넓고 좁은 것, 길고 짧은 것, 굵고 가는 것 등  트집을 잡으려면 한이 없다. 그러므로 품
질이 좋은 것도 물리쳐 돈으로 대신 바치게 하여 그 피해가 적지 않으니 목민관은 이를  몸
소 잘 살펴 아전들의 농간을 막아 백성들의 부담을 줄여야 그 직분을 제대로 행한다 할  수 
있다.
  (자의) 거둘 수. 맡길 위. 비용 비. 곱절 배.
  위조족보하고 도매직첩하여 도면군첨자는 불가이부징야니라.
  (해석) 족보를 위조하고 직첩을 몰래 사서 군적에 오르는 것을  면하려고 하는 자는 징계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설) 군역을 면하기 위해 족보를 위조하고 직첩을 위조하는 예가  많으니 응당 모두 조
사해서 군적에 편입시켜야 하나 모두가 법이 잘못된 죄의 실정을 알고 보면 참으로 비참한 
일이니, 다만 그 군액을 덜지  않고 약간의 태형을 내림으로써 징계할  것이며 너무 심하게 
다스릴 필요는 없다.
  (주석) 족보 : 가계를 적은 책. 직첩 : 벼슬 임명장.
  (자의) 거짓 위. 만들 조. 족보 보. 훔칠 도. 문서 첩. 면할 면. 징계할 징.
  상번군장송자는 일읍지거폐야이니 십분엄찰이라야 내무민해니라.
  (해석) 상번군을 치장해 보내는 일은 한 고을의 큰 폐단이 되니, 십분 엄하게 살펴야 백성
의 피해가 없을 것이다.
  (해설) 여러 가지 번 드는 법은 모두 '대전'에  자세히  보이는데 보면 기존의 군사의 숫
자에 관계없이 늘 새로 군사를  뽑고 있다. 군사를 뽑아 올려보내라는  공문이 오면 군리들
은 기회를 만난 것처럼 끝없는 욕심을  채우려 날뛴다. 1명을 뽑는데  그 피해가  1백 집에 
미치고 10명을 선발하는데 1천 집을 괴롭히게 되니 사방이 소란하고 마치 난리를 만난 듯하
다.
  군리가 뇌물을 받고 장집에서 제외시켜 주거나 가난한 자들에게 공갈을 일삼으니  목민관
은 샅샅이 가려내어 엄하게 조처해야 할 것이다.
  (주석) 상번군 : 중앙에 번을 서는 군사. 장송 : 군장을 꾸려 보냄.
  (자의) 꾸릴 장. 보낼 송. 클 거. 폐단 폐. 해칠 해.
    
    제2조 군사 훈련
  연졸자는 무비지요무야니 조연지법과 교기지술야니라.
  (해석) 군사 조련은 무비의 중요한 일이니, 곧 조연과 교기의 술법이다.
  (해설) 군사를 훈련시키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지금 군현에서 사사로이 군사를 조
련하는 것은 이른바 교기의 법이다. 교기라는 것은 각종 기의 신호에 의해서 동작하는 방법
을 가르치는 것으로서, 옛날에는  사냥으로 군사를 훈련시켰는데 지금에  와서는 항상 익힐 
수 없기 때문에 다시 그에 대한 제도를 만들었다.
  조선 현종 때 사람 조계원이 수원부사가 되었는데, 군사  정원이 본래 3천 명이 있었으나 
병자년 난리에 죽고 도망한 자가  반이 넘었으며 무기 또한 많이  부족하였다. 공이 경내의 
장정을 모아 옛날의 숫자를 회복시키고, 또 2천 명을 더 모아 대오를 편성하여 무예를 연습
시켜 모두 정예로운 군사가 되었다. 그리고 갑옷, 방패, 깃발,  북, 활, 검, 화포 등도 갖추지 
않은 것이 없어, 수원부의 군용이 훈련도감에 뒤지지 않았다. 총융사가 부에 이르러  군사들
을 사열하고 정부에 보고하면서 칭찬하니 말을 하사하는 은전이 있었다.
  (주석) 연졸 : 군사를 훈련시킴. 조연 : 훈련.
  (자의) 훈련 련. 갖출 비. 잡을 조. 행할 연. 깃발 기.
  금지소위연졸은 허무야라. 일왈속오요 이왈별대요 삼왈이노대요 사왈수군으로 법기불구하
니 연역무익이라. 응문이이이니 불필요야니라.
  (해석) 오늘날의 이른바 군사 훈련은 헛된 일이다. 첫째는 속오, 둘째는 별대, 셋째는 이노
대, 넷째는 수군인데, 이에 대한 법이 갖추어지지 못했으니  훈련해도 소용이 없다. 단지 형
식에 그칠 뿐이니 소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해설) 나라의 큰 정사는 먹는 것과 군사를 훈련시키는 일에  있으므로 예부터 군사를 기
르는 방법은 각기 달랐으나 기르지  않은 적은 없었다. 장차 목숨을  바치게 하려면 반드시 
먼저 넉넉하게 살도록 하여 이 나라 백성들로 하여금 군부에 들어가는 것을 마치 벼슬에 오
르는 것처럼 생각하여 서로 들어가기를 다투고  물리침을 당할까 걱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
다.
  이른바 속오는 사노와 천민들로 구차하게 그 숫자만 채운  것이라 아무런 쓸모가 없으며, 
칼이나 총이 낡아서 제구실을 할 수 없다. 이러하니 군사 훈련이란 헛된 일일 뿐이다.  이미 
헛일인 것을 알았다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문서대로 숫자만 갖추면 될 것인데 어찌 헛
되이 기세를 올려 군무를 담당한다 하겠는가. 군부를 정비하려다가 오히려 아전들의 농간만 
부추길 뿐이므로 백성들이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군대를 점검한다는 공문이 내려오면 목민
관은 번거롭고 요란스럽게 행하지 않도록 명해야 할 것이다.
  (주석) 속오 : 군대 편제의 하나. 다섯 명을 1오라 함. 응문 : 형식만 갖춤.
  (자의) 묶을 속. 노예 노. 갖출 구. 어지럽힐 요.
  유기기고호령으로 진지분합지법은 의연습상숙이로되 비욕교졸하고 요사아관열교로 습어규
례니라.
  (해석) 오직 기고호령과 진지분합의 법은 자세히 익혀야 하니, 이는 군사들만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아전과 장교들로 하여금 규례에 익숙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해설) 만약 목민관이 병법을 알면 친히 나아가 술법을 가르치고, 병법을 알지 못하면 각 
고을 장교의 우두머리를 대장으로 감아 전례대로 형식을 갖추는 외에 여러 가지 호령을 시
험하게 해야 한다.
  또 진을 치는 법과 물을 건너고, 험한  곳을 통과하는 법, 야간에 진법을 익히는 것  등도 
훈련시켜야 한다. 이때 아전과 장교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병법을 익히게 한다면 
혹 급한 변란이 생겼을 때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석) 기고호령 : 기를 흔들고 북을 쳐서 명령을 내림. 진지분합 : 나아가고 멈추며, 대오
를 나누었다가 합침. 즉 군사 훈련.
  (자의) 북 고. 나아갈 진. 자세할 상. 익힐 숙. 관아 아.
  이노지련이 최위요무니 전기삼일에 의예습지니라.
  (해석) 이노의 훈련은 가장 중요한 일이니 기한 3일 전에 연습해 두어야 한다.
  (해설) 우리 나라의 군사제도에는 수령 휘하에는 한 사람의 군사도 없게 되어 있다. 그러
므로 수령은 유사시에 대비하여 함께 고을을 지킬 이노를 미리  훈련해 둘 필요가 있다. 그
러므로 속오군이 모이기 전에 별도로 하루를 택하여 아전과 관노들로 조직된 군대의 연습기
간으로 정하고 부서의 분배와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물러서는 모든 동작을 한결같이 군법대
로 하여, 엄한 훈련으로 규율을 삼는다면, 비록 한때의 훈련이 곧바로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하더라도 군법의 엄숙함은 알게 될 것이다.
  (자의) 아전 리. 가장 최. 기일 기. 이리 예. 익힐 습.
  약연풍비이라도 조령무정하여 이행습조 즉기충오식장을 부득불치력이니라.
  (해석) 만약 풍년이 들어 방비가 완화되더라도, 군사 조련을 행하라는 명령이 멈추지 아니
하면, 대오를 채우고 장비를 갖추는 데 힘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해설) 조련은 연례 행사이다. 그런데 해마다 행하지  않다가 혹 수십 년에 한 번 행하게 
되면, 병영의 군리와 장교들은 이 영을 듣고 기뻐 날뛰면서 경사로 여긴다. 그리고는 대오에 
부족한 정원이 있거나 복장이 구비되지 못했거나 무기가 갖추어지지 못했을 경우 군리와 장
교들은 이를 트집 잡아 뇌물을 받아내기에 혈안이 되게 마련이다.
  어진 목민관은 백성의 것을 착취하여 칭찬받는 일은 하지 않는다. 반드시 관에서 돈을 내
어 그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어야만 백성의 원성이 없고 위의 책망도 없어서 그 직무를  잘 
수행하는 자가 될 것이다.
  (주석) 연풍 : 풍년이 듦. 조령 : 나라의 명령. 습조 : 군사 훈련. 식장 : 장비를 꾸밈.
  (자의) 만약 약. 풍년 풍. 정지할 정. 꾸밀 식.
  군중수렴은 군율지엄하니 사련공조에 의찰시폐니라.
  (해석) 군중에서 금품을 거두는 일은 군율이 기극히 엄중하다. 공사간의 조련에서는 마땅
히 이 폐단을 살펴야 할 것이다.
  (해설) 군사 훈련이 있게 되면 대장인 자들이 전례를 팽계하여  갖가지로 돈을 거두어 풍
성한 주연을 베풀게 마련이다. 그들은 군중에서 금품을 거두면 죽도록 엄하게 곤장을 칠 것
이요,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모두 중벌을 입을 것이라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군중에서는 온갖 
부당한 일이 벌어지기 일쑤이다.
  새로 입대하였다는 명목이나 서로 얼굴을 익힌다는 명목으로 돈을 거두는가 하면  훈련청
에서는 또 뇌물을 받고 돈을 받아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병영의 장교들을 대접하니 그 폐단
이 이루 말할 수 없으니 비록 그 전부를 엄금하지는 못하더라도 실제 차출하는 것 되에  여
러 가지 술수를 부려 몰래 침해하는 자는 마땅히 엄중한 법으로 금해야 할 것이다.
  (자의) 거둘 수. 거둘 렴. 개인 사. 살필 찰.
  수군지치어산군은 본시유법이라.
  (해석) 수군을 산골 고을에 두는 것은 본래 잘못된 법이다.
  (해설) 수군은 본래 바닷가에 있어야 하는데 산골로 바꾸어 정한  것은 바닷가 백성은 조
금만 사변이 있어도 잘 도망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산골로  정한 것이다. 이치가 그러한
데도 산간 고을에서 화전을 일구던 백성으로 파도 속을 넘나들면서 돛대를 잡도록 하니, 그 
몸놀림이 어찌 자연스러울 수 있겠는가. 지금은 해안방어가 무사하기 때문에 이른바 수군이
란 것은 해마다 돈 2냥을 내어 수영에 바치면 모두 무사하게  된다. 이것이 곧 수군을 산간 
고을에 흩어 두고 바꾸어 배정하기를 생각하지 않는 까닭이다.
  (자의) 둘 치. 잘못 류.
  수조유령이면 의취수조정식하여 축일이습하여 비무궐사니라.
  (해석) 수군 훈련의 명령이 있으면 마땅히 수군 훈련의 규칙에  따라 날마다 익히고 연습
하여 빠뜨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해설) 대오를 보충하는 일과 복장을 꾸미는 일, 그리고 사사로이 거두는 일을 살펴 금하
는 일은 모두 육군 조련의 여러 법에 보이므로 여기에서는 다시 논하지 않는다.
  (자의) 조련할 조. 법 정. 따를 축. 익힐 이. 하여금 비.
    
    제3조 병기 관리
  병자는 병기야라. 병가백년불용이나 불가일일무비이니 수병자는 토신지직야니라.
  (해석) 병이란 병기를 가리킨다. 병기는 백 년 동안 쓰지 않더라도 하루도 준비가 없어서
는 안 되는데, 병기를 관리하는 것은 수령의 직무이다.
  (해설) 고을마다 군기고가 있고 그  군기고에 간직된 각종 병기를  관리하여 파손된 것을 
수리하고 없어진 것을 채우는 것이 곧 수령의 직무이다.
  조선 인조 때 사람 이상급이 연안부사가 되었다. 그는, 
  "연안이 전에 외따로 떨어진 성으로 능히 왜구를 막아냈는데, 더구나 지금은 외환이 바야
흐로 삼한 때라 미리 이러한 위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하고, 크게 전구를 수리하여 모든 기계가 정돈되었다.
  (주석) 수병 : 병기를 잘 보수하고 관리함. 토신 : 지방 수령.
  (자의) 군사 병. 그릇 기. 마련할 비.
  전죽지이반자와 월과화약지분송자는 의사법의하여 근기출납이니라.
  (해석) 화살 만드는 대를 나누어 주는 일과 달마다 치르는 시험에 쓸 화약을 나누어 보내
는 일은 마땅히 그 법을 만든 취지를 생각하여 출납을 조심히 해야 한다.
  (해설) 화살 만드는 대를 각 진영에 나누어 준 뒤에는 만들어 놓은 화살의 수효와 장사들
에게 분배된 숫자를 기록하여 위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달마다 치르는 시험에 사용할 화약을 받아오는 날은 여러 가지 비용이 많이 드는데, 
화약이 한번 창고 안으로 들어가면 관에서 살피지 않기 때문에 창고를 맡은 자들이 훔쳐내
다 팔아서 사복을 채우는 일이 허다하다. 수령은 달마다 점검하여 그 실제의 숫자를 확실히 
알아두어야 한다.
  (자의) 화살 전. 옮길 이. 약 약. 보낼 송. 생각 사. 삼갈 근.
  약조령신엄이어든 이시수보를 미가이야니라.
  (해석) 만약 조정의 명령이 엄중하면 수시로 군기를 보수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설) '속대전'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각 읍에 비치된 군기는 절도사가 아무 때나 어느 한 고을을 조사 대상으로  지정하여 부
정한 것을 적발하여 수령의 죄를 묻는다. 순찰 점검할 때 그 잘못의 많고 적음에 따라 해당 
수령에게 곤장형을 가하고 그 죄상을 들어 아뢴다. 조총과 화약을 관고에 간직하지 않아 온
갖 폐단을 일으킨 경우에는 해당 절도사와 수령을 처단하며 낡은 무기를 모두 고쳐 아무 흠
이 없어야 새로 준비한 것이 대하여 시상을 논한다."
  (자의) 조정 조. 엄격할 엄. 보탤 보. 그만둘 이.
    
    제4조 무예를 권장함
  동속유근하여 불희무기하고 소습유사라. 금역불습하니 권무자는 금일지급무야니라.
  (해석) 우리 나라의 풍속은 온순하고 근신하여 무예를 즐기지 않고 오직 활쏘기만을 익혀 
왔는데 지금은 이것도 익히지 않으니 무예를 권장하는 것이 오늘날의 급선무이다.
  (해설) 우리 나라는 무예를 숭상하지 않는 데다가 무기도 정밀하지 못하다. 거기다가 지난 
백여 년 동안 무과의 폐단이 날로 극심해져서  마침내 온 나라 백성들로 하여금 한 사람도 
활을 잡고 나서는 이가 없으니 오늘에 와서는 아주 없어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무과의 폐단도 여러 가지인데 그중 큰 것만 살펴보면 무과에 응시한 재주있는 자들을 무
뢰배를 동원하여 쫓는다거나, 무과에  급제하였어도 시골 사람들은 뒤를  보아 주는 세력이 
없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게 되는 일이 있다.
  또 무과 출신의 자손들에게 포목을 징수하고, 무과에 급제시키는  기준이 너무 쉬워 너나 
없이 급제하게 되고, 과거에  정해진 인원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이 없어지지  않는 
한, 수령이 아무리 백성들에게 무예를 권장하여도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다.
  (주석) 유근 : 온유하고 조심함. 권무 : 무예를 권장함.
  (자의) 동녘 동. 부드러울 유. 삼갈 근. 기뻐할 희. 쏠 사.
  목지구임자는 혹지육기하나니 췌능여시하여 권지이민근의라.
  (해석) 무예를 권장하는데도 문예와 마찬가지로 많은 예산이 있어야 한다. 문예는 학궁에 
예산이 있으나 무예는 그 비용이 나올 곳이 없다. 그러니 목민관으로서 오래 재직하는 자는 
혹 6년에 이르기도 한다. 실로 이와 같게 해야 권장할 수 있고, 백성들도 이를 따라 서로 부
지런하게 될 것이다.
  (해설) 목민관인 자가 잘 강구하여 무예를 권장한다면 백성들도 반드시 서로 권장할 것이
다. 이와 같이 5~6년에 걸쳐 점차 습속이 이루어지면 그 풍습이 널리 퍼져 마침내는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석) 구임 : 오랫동안 재임함. 육기 : 6년.
  (자의) 일년 기. 헤아릴 췌. 권할 권. 부지런할 근.
  강노지장설발방을 불가불습이니라.
  (해석) 강한 쇠뇌를 설치하고 쏘는 일은 반드시 훈련으로 익혀 두어야 한다.
  (해설) 명 나라 당순지의 '무편'에 말하였다.
  "쇠뇌는 아주 예리한 병기이다. 단단한 것을 뚫고 멀리  나가고 험한 곳을 공격하고 좁은 
곳을 수비하며 충돌을 막아 내는 데에 쇠뇌가 아니면 안 된다. 쇠뇌를 쓰는 것이 전쟁에 불
편하다고 하나, 쇠뇌가 전쟁에 불편한 것이 아니라 장수된 자가 쇠뇌에 익숙하지  못해서다. 
쇠뇌를 잘 쓰는 자는 5층으로 벌여놓고 층마다  세 개 혹은 다섯 개씩 화살을 모아잡아  쏘
고, 쏘기를 마치면 빙 둘러 벌여놓고 다 놓은 다음엔  다시 차례대로 쏘되 서로 돌려가면서 
계속하는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대적하기에  더욱 좋다. 그리고 노수들에게 각각 칼  한 
자루씩을 채워 적이 가까이 다가오면 쇠뇌에 걸터앉아 칼을 사용하게 한다. 이와 같이 하면 
활과 칼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다."
  (자의) 굳셀 강. 센활 노. 펼 장. 쏠 방.
  약부호령좌작지법과 치돌격자지세는 수유은우내가이습하니라.
  (해석) 호령하고 앉았다 서는 법과 돌진하고 찌르는 자세 같은  것은 모름지기 외적의 침
략 징조가 있을 때에 익히고 연습할 것이다.
  (해설) 진릉 장공이 신주지사가 되자, 주서북쪽의  높고 시원한 곳에 새로 병영을  만들어 
군사들을 주둔시킨 다음, 옛 병영을 없애고 그 자리를 무사들의 훈련장으로 삼아 찌르고 공
격하는 법을 가르치니 옛날에 없던 일이었다.
  (주석) 호령 : 명령. 구령. 좌작 : 앉고 일어서는 일. 즉 군사 훈련.
  (자의) 앉을 좌. 일어날 작. 달릴 치. 찌를 격. 찌를 자. 숨을 은. 익힐 이.
    
    제5조 변란에 대비함
  수령내패부지관이라 기사다불우지변하니 응변지법을 불가불예강이니라.
  (해석) 수령은 곧 병부를 가진 관원이어서  일에 예측하지 못할 변이 많으니,  임기응변의 
방법을 미리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해설) 그 사람의 인품은 큰 일을 겪어보아야  안다. 도량이 작은 자는 작은 일에도 쉽게 
놀라지만 큰 인물은 갑작스러운 일을 당해도 여유있게 웃으면서 처리한다. 모름지기 평상시
에 지난 역사를 살펴보아 옛사람들이 행한 일을 취하여 마음 속에 담아 둔다면 일을 당하여
도 두려움이 없고 처리에 있어서도 쉬울 것이다.
  (주석) 패부 : 군사를 출동시킬 수 있는 병부를 지님. 기사 : 기밀의 일. 응변 : 변란에 대
응함.
  (자의) 찰 패. 부적 부. 생각 우. 미리 예. 강구할 강.
  와언지작은 혹무근이자기하고 혹유기이장발하나니 목지응지야에 혹정이진지하고 혹묵이찰
지니라.
  (해석) 유언비어는 혹 근거 없이 일어나기도 하고, 혹 기미가 있어 생기기도 한다. 목민관
으로서는 이를 조용히 진압하거나 묵묵히 관찰해야 한다.
  (해설) 요즈음 부역이 번거롭고 관리들의 악행이 도를 넘으니 백성들이 살기가 어려워 자
연 유언비어가 나돌게 된다. 속담에 '유언비어를 거두어  뿌리에 묻는다.'는 말이 있듯이, 보
리가 익고 농사일이 바빠지면 유언비어가 저절로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은 들
어도 못 들은 체하고 조용히 진압하는 것이 좋다. 
  송의 두굉이 운주지사가 되었다. 일찍이 성모퉁이에 기를 내걸고 그 위에 요언을 써 붙여 
변을 일으키려는 자가 있어 백성들이 모두 두려워하였다. 조금  뒤에 초장에서 대낮에 불이 
일어났으니, 이는 기에 쓰여 있는 변의 한 가지 일이었다. 백성들은 더욱 겁을 내며  성중을 
수색해 보라고 청하는 자가 있었다. 이에 두굉은 웃으면서 말하기를,
  "간사한 계략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내가 그 계략에 빠져 방황하는 틈을 타서 일어
나려 하는 것이다. 내가 어찌 그 계략이 빠지겠는가. 저들이 어쩌지 못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얼마 못 되어 도적을 잡고 보니, 간민이 요언을 퍼뜨린 것이므로 즉시  죽여버
렸다.
  (주석) 와언 : 잘못 전해진 말. 유언비어. 무근 : 근거가 없음. 자기 : 저절로 일어남.
  (자의) 그릇될 와. 일어날 기. 장차 장. 고요할 정. 말없을 묵.
  범괘서와 투서자는 혹분이멸지하고 혹묵이찰지니라.
  (해석) 괘서나 투서는 태워서 없애 버리거나 조용히 살펴야 한다.
  (해설) 괘서나 투서가 흉역에 관계되어 놀라운  기밀이 있을까 염려되면, 큰 일은  영문에 
가서 감사와 직접 만나 의논하고, 작은 일은 수리와 수향을 보내 감사에게 은밀히 보고한다. 
혹 읍인들이 자기들끼리 서로 모함하거나, 혹 고을 아전들이  자기들끼리 서로 거짓 날조하
여 사사로운 원한을 풀려 하는 것들은 곧 불태워 없애서 전파되지 않게 하며 혹 그 말한 것
이 비록 사사로운 원망에서 나왔더라도 또한 사실의 증거가 있어 관계가 심상치 않은 것은, 
말없이 살펴서 근원을 캐내야 한다. 
  (주석) 괘서 : 벽에 글을 붙임. 투서 : 글을 몰래 보냄.
  (자의) 걸 괘. 던질 투. 태울 분. 없앨 멸.
  범유변란이면 의물경동하고 정사귀취하여 이응기변이니라.
  (해석) 무릇 변란이 있을 때는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용히 그  귀추를 생각하여 변에 응하
여야 한다.
  (해설) 송의 우윤칙이 군사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있는데 무기고에서 불이 났다. 그러나 우
윤칙은 여전히 풍악을 울리며 술마시기를 중지하지 않으니, 조금 뒤에 불이 저절로  꺼졌다. 
어떤 이가 우윤칙에게 따지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병기를 둔 곳은 화재를 매우 엄격히 단속하는데, 잔치중에  불이 난 것은 반드시 간악한 
사람이 한 짓이다. 만일 잔치를 중단하고 불을 끄러 나선다면 반드시 예측하지 못하는 변고
가 있었을 것이다."
  (자의) 어지러울 란. 놀랄 경. 움직일 동. 취미 취.
  혹토속광한하여 모살관장이어든 혹집이주지하고 혹정이진지하여 병기절간이요 불가교야니
라.
  (해석) 고장 풍속이 포학하여 관장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면, 그들을 잡아 죽이거나 조용
히 진압할 것이다. 그 기미를 살피고 간사함을 꺾어 없애야지 변통성없이 해서는 안 된다.
  (해설) 조선 현종 때 감사 정언황이 신계현령이 되었다. 앞서 고을 이속들이 난을 일으켜 
그 현령을 포위하고 화살과 돌멩이로 위협하여 여러 날 갇혀 있다가 겨우 몸만 빠져 도주한 
일이 있었는데, 조정에서는 정언황을 뽑아 대신 부임케 했다. 그가 신계에 부임하여 그 우두
머리를 잡아 죽이고 나머지는 불문에 붙이니, 변란을 일으킨  죄인들의 이름을 적어 바치는 
자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열어 보지도 않은 채 관리들을 모아놓고 불에 태워버리니 인심이 
비로소 안정되었다.
  (주석) 광한 : 사나움. 포악함. 병기절간 : 기미를 살피어 간사한 짓을 꺾음. 
  (자의) 사나울 광. 사나울 한. 죽일 주. 누를 진. 밝을 병. 꺾을 절. 아교 교.
  강도유적이 상취위란이어든 혹유이항지하고 혹계이금지니라.
  (해석) 강도와 도적들이 서로 모여 난을 일으키면, 혹 타일러서 항복을 받거나 혹 꾀를 내
어 사로잡아야 한다.
  (해설) 고려 때 윤위가 남원부의 염찰이 되었을 때 일이다. 고을 외곽에 도둑의 무리가 많
이 모여 산에 주둔하고 스스로 방위하고 있었다. 윤위는 단기로 부에 들어가서 화복으로 달
래니, 도둑들이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명령에 따랐다. 이에 우두머리만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용서해 주니 온 경내가 편안해졌다.
  (자의) 강할 강. 도적 도. 도적 적. 모일 취. 항복할 항. 잡을 금.
  토적기평이나 인심의구면 의추성시신하여 이안반측이니라.
  (해석) 토적이 이미 평정되었는데도 인심이 의심하고 두려워하거든, 마땅히 성심을 다하고 
신의를 보여 민심의 동요를 안정시켜야 한다.
  (해설) 조선 인조 때 사람 이수일이 북도절도사가 되었는데, 앞서 반란을 일으켰던 국경인 
등이 왕자를 잡아 적에게 넘기려고 모의하였다. 그후 평정되자  백성들이 자기들을 모두 죄
로 몰아 죽이지나 않을까 의심하여 남몰래 강을 건너가 북호에 의지하였는데 이수일이 이에 
그가 백성들을 위로하고 회유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민심이 크게 안정되었다.
  (주석) 토적 : 한 지방의 도적. 의구 : 의심하고 두려워함. 반측 : 불안해 함.
  (자의) 의심 의. 두려워할 구. 옆 측.
  
    제6조 외적 방어
  치유구난이면 수토지신은 의수강역이니 기방어지책은 여장신동이니라.
  (해석) 도적의 난리를 만나게 되면 지방을 지키는 신하는 마땅히  그 지역을 지켜야 하는
데 방어할 책임은 장신과 같다.
  (해설) 조선 인조 때 사람 이희건이 용천부사로 있을 때인  인조 5년 정월에 철기 10여만 
명이 밤에 압록강을 건너 의주를 함락시키고 날이 밝기 전에 돌격대로 길을 나누어 진격해 
오는데, 한 부대는 사포로  들어가서 모문룡을 습격하려 하자  철산부사 안경심은 탈출하여 
달아났다.
  이에 이희건이 병사와 함께 귀성에 모여 사변을 듣고 곧 휘하 수십 명과 더불어 적진으로 
돌격한 후 웅골산으로 돌아와서 군사를 모으고 굳게 지키니,  저들이 두려워하여 감히 공격
하지 못하였다. 이로 인해 인심이 안정되고 근처로 피난 나갔던 자들도 모두 돌아왔다.
  (주석) 구적 : 도적. 강역 : 경내. 장신 : 장수인 신하.
  (자의) 만날 치. 도적 구. 난리 난. 강토 강. 막을 어.
  병법왈 허이시지실과 실이시지허라 하니 차우수어자는 소의지야니라.
  (해석) 병볍에 '허하면 실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실하면  허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라
고 했으니, 이 또한 방어하는 자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해설) 당의 장수규가 과주자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오량캐가 갑자기 쳐들어오자 성 위에 
술자리를 차려놓고 여러 장수들을 모아 풍악을 연주하니, 오랑캐는 방비가 있는가 의심하여 
물러가자 그제야 강수규는 곧 오랑캐의 뒤를 쫓아 공격하였다.
  (주석) 허이시지실 : 방비가  허술할수록 튼튼한 것처럼 보이게  함. 실이시지허 : 방비가 
실하면 허술한 듯하게 보임.
  (자의) 빌 허. 실할 실. 알 지.
  수이불공하여 사적과경이면 시이적이유군야니 추격용득이호아.
  (해석) 지키기만 하고 공격하지 않아 적이 경내를 지나게 하면  이는 임금을 적에게 내주
는 것이니 추격을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해설) 조선 선조 때 사람 황진이 익산군수가 되었는데 이때  왜적이 서울을 점령하고 있
어, 그는 대군을 따라 진격하면서 한강 남쪽 언덕에 이르렀다. 적이 역습해 오자 여러  장수
들은 모두 퇴각하고 그는 적에게 겹겹이 포위당했다. 이틀을 지나 황진이 말을 타고 뛰쳐나
오며 좌우로 칼을 휘둘러치니 적의 유혈이 얼굴이 뿌려져 낭자하게 되었으나 적의 말을 빼
앗아 돌아왔다. 그 공로로 품계가 올랐다.
  (주석) 과경 : 경계를 지나가게 함. 이적이유군 : 적에게 임금을 넘겨 줌.
  (자의) 지킬 수. 공격할 공. 남길 유. 뒤쫓을 추.
  위충늠절로 격려사졸하여 이수척촌지공이 상야로되 세궁역진하면 계지이사하여  이부삼오
지상도 역분야니라.
  (해석) 높은 충절로 사졸을 격려하여 작은 공이라도 세우면 이것이 으뜸이요, 형세가 궁하
고 힘을 다하면 죽음으로써 삼강오륜의 도리를 세우는 것 역시 분수를 다하는 일이다.
  (해설) 조선 선조 때 사람 송상현이 동래부사가 되었다. 선조 25년인 임진년 4월에 왜병이 
부산을 함락하니, 좌병사 이각이  동래로 들어왔다가 부산이 함락되자  적의 칼날을 피하여 
소산역으로 물러나 진을 쳤는데 송상현이 함께 성을 지키자고  하였으나 응하지 않았다. 15
일에 왜병이 동래성으로 들어오니 송상현은 성 남문에 올라가 싸움을 독려하였으나  한나절
만에 성이 함락되고 그는 꼼짝 않고 버티고 앉아서 적의 칼을 받고 죽었다. 왜병은 그가 죽
음으로써 지킨 것을 가상히 여겨 관을 만들고 염을 하여 성 밖에 매장하고 표목을 세워  표
시하였다.
  (주석) 위충늠절 : 높은 충성과 늠름한 절개. 척촌지공 : 작은 공로. 삼오지상 : 사람이 지
켜야 할 삼강 오륜.
  (자의) 높을 위. 늠름할 름. 격려할 려. 세울 수. 궁할 궁. 붙잡을 부. 떳떳할 상.
  승여파월이면 수토지신은 진기토선하여 표궐충애도 역직분지상야니라.
  (해석) 임금이 지방으로 피난하면 지방을 지키는 신하가 그 지방  산물을 올려 충성을 표
하는 것 역시 당연한 직분이다.
  (해설) 고려의 김은부가 공주절도사가 되었다. 현종이 거란의 난을 피하여 남쪽으로 파천
하니, 김은부가 예절을 갖추어 교외로 나아가 맞이하고 의대와 토산물을 바쳤다. 왕이  파산
역에 이르니, 아전들이 모두 도망쳐버려 어주에 먹을 것이 없었다. 김은부는 또 음찬을 갖추
어 조석으로 수라를 올렸는데, 현종은 이에 후에 그의 세 딸을 왕비로 맞이하였다.
  (주석) 승여 : 임금의 수레. 파월 : 임금이 난리를 피해 지방으로 나감. 파천.
  (자의) 탈 승. 수레 여. 넘을 월. 음식 선.
  병소불급에 무수백성이요 무재훈농하여 이섬군부도 역수토지직야니라.
  (해석) 난리가 미치지 않는 지방에서는 백성을 위로하여 편안하게 하며, 인재를 기르고 농
사를 권장하여 군수물자를 넉넉하게 하는 것 역시 지방을 지키는 수령의 직책이다.
  (해설) 전란이 일어났을 때 그  기세가 아무리 치성하다 하더라도  대개 어느 한쪽에서의 
충돌이요, 반드시 한꺼번에 온 나라를 다  덮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난리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백성들을 안정시켜 흩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이다.
  고려의 김이가 장흥부사가 되었다. 합단이 침입하여 노략질을 하니, 나라에서는 험한 곳을 
의지하여 각각 지키라고 명령하였다. 김이가 안렴사 강취에게 말하기를,
  "우리 군사가 이 작은 오랑캐를 처치하기는  마치 도마 위의 고기같이 할 것인데  그들이 
어찌 변방 고을까지 이를 수 있으리오. 양식은 백성의 하늘이요, 밭을 갈고 심은 것 또한 시
기가 있으니 나아가서 밭을 갈게 하시오."
하니 강취가 명령을 어기면 견책을 받을  것이라며 말렸으나 김이는 백성들에게 밭을  갈게 
하였는데, 적이 과연 연기에까지 왔다가 멸망하였다. 이리하여 다른 고을에서는 모두 수확이 
없었지만 장흥에서만은 크게 풍년이 들었다.
  (주석) 무수 : 편안하게 어루만져 줌. 무재 : 인재 기르기에 힘씀. 훈농 : 농사를 가르침.
  (자의) 어루만질 무. 편안할 수. 가르칠 훈. 넉넉할 섬.
  
      형전육조
    제1조 소송 판결
  청송지본은 재어성의하고 성의지본은 재어신독이니라.
  (해석) 송사를 처리하는 근본은 성의에 달려 있고, 성의의 근본은 신독에 있다.
  (해설) '대학'에서도 공자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송사를 처리함은 나도 다른 사람만큼 할 수 있으나, 요는 송사를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
다."
  대개 송사를 처리하는 것이 송사를 없게 하는 것과는 서로  거리가 먼 것이니, 송사를 처
리함이란 곧 음성과 기생으로 백성을 교화시키는 것이요, 송사를  없게 함이란 밝은 덕의로 
하고 음성과 기색으로 위엄을 떨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신독과 성의로 자신을 닦으
면 백성들이 자연 감동되므로 바라보고 두려워하여 감히 진실이 아닌 말을 못하게 되는 것
이니, 이것이야말로 백성을 감화시키는 지극한  공이다. 대개 천하의 만백성이 너무  많아서 
집집마다 찾아가서 설득시키고 말로 다툴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성인의 도가 지극히 성
실하고 독실한 데에서 천하가 자연  태평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모두  송사가 없게 하는 
뜻이다.
  (주석) 청송 : 소송을 판결함. 신독 : 홀로 있을 때를 삼감.
  (자의) 들을 청. 소송 송. 삼갈 신. 홀로 독.
  기차율신이니 계지회지하여 왕자신지도 역가이무송의니라.
  (해석) 다음으로는 자신이 본보기가 되는 것이니, 경계하고 가르쳐서 잘못을 저지르는 자
를 바로잡아 주는 것 또한 송사를 없애는 일이다.
  (해설) 송의 장영이 익주지사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소장을 내어 소송하는 자가 있을 때
마다 장영이 사실 여부를 소상히 알아 즉석에서 판결하되, 그 판정함에 있어 죄상은 가벼운
데 법을 무겁게 한 것과, 죄상은 무거운데 법을 경하게 한 경우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판
결문을 만들어 두었는데, 촉 나라 사람들이 그것을 새겨서 책을 내어 '계민집'이라 이름하였
다. 그 내용은 대개 풍속과 효의를 독실히 하는 것으로 근본을 삼았다.
  (주석) 율신 : 자기 자신을 단속함. 계지회지 : 경계하고 가르쳐 줌. 왕자신지 : 잘못된 것
은 바로잡아 줌.
  (자의) 다음 차. 경계할 계. 가르칠 회. 굽을 왕. 펼 신.
  청송여류는 유천재야나 기도위니라. 청송필핵진인심야라야 기법실이라 고로 욕사송간자는 
기단필지이니 위일단이불복기야니라.
  (해석) 송사 처리를 물흐르는 것과 같이  쉽게 하는 것은 타고난 재질이  있어야 하나 그 
방법은 몹시 위험하다. 송사 처리를 반드시 분명히 하는 것은  마음을 다하는 데 있으나 그 
법이 사실에 꼭 맞아야 한다.  그러므로 송사를 간결하게 하려는 사람은  그 판결을 반드시 
더디게 하는데, 한 번 판결하면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서다.
  (해설) 관장으로서 성질이 번거로움을 참아내지 못하는 사람은, 소장을 대할 때마다 첫 허
두부터 조사해 규명하지 않고 눈에 띄는 대로 어름하게 대강대강 판결문을 써 판결하고, 아
전들은 소송하는 사람들을 호통쳐서 우선  눈앞이 깨끗한 것만을 다행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 한 가지 일이 관에 있어서는 비록 작은 일 같으나 백성에게는 실로 큰 일이니 반드시 한 
차례의 밝은 판결을 거쳐서 양쪽의 옳고 그름이 분명히 판명된 후에야 송사가 끝나는 것이
다. 
  관장의 위엄을 자주 모독하기는 어렵겠지만, 소송하는 원수 사이에야 어찌 스스로 화평할 
수 있겠는가. 풀만 베고 뿌리를 남겨두면 해마다 다시 나는 것처럼 한 가지 일로 서로 송사
하다가 다섯 번, 열 번까지 이르게 되니, 이것이 소송이 날로 번거로워져서 다스릴 수  없게 
되는 까닭이다.
  (자의) 흐를 류. 말미암을 유. 위태로울 위. 열매 핵. 간결할 간. 더딜 지. 되풀이할  복. 일
어날 기.
  옹폐부달이면 민정이울하니 사부소지불민으로 여입부모지가면 사양목야니라.
  (해석) 막히고 가리워서 통하지 못하면 백성들의 마음이 답답하게 되니, 하소하려 오는 백
성으로 하여금 부모의 집에 들어오는 것처럼 편하게 하면 이것이 어진 목민관이다.
  (해설) 호태초는 이렇게 말했다.
  "백성이 수령 보기를 하늘보다 멀리하고 신명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어렵게 여긴다면 원통
하고 괴로움을 당하여도 관문에 들어올 길이 없을 것이요, 또 다행히 수령 앞에 나올 수 있
더라도 아전이 엄포를 놓고 태장이 오감으로써 마음 약한 자는 미리부터 정신을 잃고 기가 
질린다. 그러므로 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아전들을 물리친 다음, 직접 불러다 앉히고 평온한 
기색으로 캐어 물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말하게  해야 한다. 그래도 막히고 가
리워서 통하지 못하는 자는 소라를 관문 밖에 설치하여 스스로  그것을 치게 해야 한다. 이
렇게 한다면 백성들이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송의 왕대거가 처주지사가 되어 정사를 할 때 아랫사람들의  정상을 철저히 보살폈다. 분
쟁하여 소송하는 백성이 있으면 불러서 앞에 앉히고 면대하여 그 잘잘못을 시정하고 아전들
에게 시키지 않으니, 백성들이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칭송하였다.
  관청은 절간처럼 조용하고/ 아전들은 야인처럼 한가하네
  당기가 신창령에 임명되어 옥사를 처리할 때 마음과 정성을  다하였다. 사무를 처리한 지 
2~3개월만에 관청에 밀린 서류가 없고, 아전들은 모두 일이 없어 짚신을 삼아 팔게  하였다. 
관아문의 출입을 금지하는 설비를 하지 않고  일이 있으면 바로 들어오게 하였으나  범하는 
자가 없었으며, 소송 중에 잘못이 있으면 종아리를 몇 대 때려 훈계할 뿐이었다. 또 일을 줄
이고 비용을 절감하자 간악한 폐단이 없어지고, 아전들은 굶주리고 곤궁해져서 사퇴하는 자
가 많았다.
  (주석) 옹폐부달 : 막혀서 백성들의 뜻이 알려지지 않음. 부소지민 : 호소하러 오는 백성.
  (자의) 막힐 옹. 가릴 폐. 울적할 울. 달려올 부. 호소할 소.
  범유소송에 급질분고자는 불가경신하고 응지이완서하여 찰기실이니라.
  (해석) 소송이 있을 경우 급히 달려와서 고하는 것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니, 이에 응하
기를 여유 있게 하여 천천히 그 사실을 살펴야 한다.
  (해설) 정선은 이렇게 말했다.
  "송사가 관가에 이른 것을 보면 대개는 실제보다 덧붙여서  매맞은 것을 죽었다 하고, 재
물로 다툰 것을 겁탈하였다 하며, 남의  집에 들어간 것을 도둑질하였다 하고, 묘역  침범한 
것을 시신을 파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소송에 걸리면 반드시 그의 부자 형제까지 끌어들이
고, 심하면 관계 없는 집이라도 평소 나쁜 감정이 있으면  곧 끌어들이니 그들의 심사는 왜 
그런가? 시비는 분별하지 못하더라도 우선 한번 불러 소동을 일으켜서 그들의 금전과 물자
를 소비시키고 그 부녀자를 욕보임으로써 분풀이를 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반좌법
을 엄히 적용하여 참으로 허망한 일이라면 그 죄로 처단하여 벌을 주어야 한다."
  송의 육구연이 언젠가 밤에 요속들고 함께 앉아 있는데, 아전이 어떤 늙은이가 매우 급히 
호소해 왔다고 아뢰었다. 그래서 불러 물어보았으나 몸을 떨며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
어 아전을 시켜 사실을 알아보라 했더니, 그 아들이 고을 나졸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었
다. 육구연이 이튿날 올리라고 하니, 요속들이 어렵게 여겼다. 육구연이 말하기를,
  "그대는 안심하라.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더니, 새벽에 가서 조사해 본 결과, 과연 그 아들이 아무 탈도 없었다.
  명의 조예가 송강태수로 있을 때의 일이다. 소송하는 자가 있을 때마다 급한 일이 아니면 
깨우쳐 내일 오라고 하여 처음에는 모두들 비웃었다. 그래서  송강태수는 내일만 안다는 동
요가 있었다. 무지한 소송자들은 대개 한때의 격분을 참지  못하다가도 하룻밤을 자고 나면 
그만 분이 풀리고 화평해지거나, 주위 사람들이 비유를 들어 풀어 줌으로 인해 그만두게 되
는 자가 많다. 이는 비록 사소한 일이나 백성을 농락하는  것으로 명예를 삼는 자에 비하면 
그 마음가짐이 어찌 하늘과 땅의 차이뿐이랴.
  (주석) 급질분고 : 급히 달려와 고발함. 경신 : 한쪽  말만 믿음. 반좌법 : 남을 무고할 때 
거기에 해당되는 죄를 무고한 자에게 주는 법.
  (자의) 급할 급. 달려올 분. 기울 경. 천천히 완. 천천히 서.
  편언절옥하여 부결여신자는 별유천재이니 비범인지소의효야니라.
  (해석) 한 마디 말로 옥사를 결단하여 판결하기를 귀신같이 하는  것은 하늘이 준 재질이 
있어야 할 일이요, 예사 사람이 본받을 일이 못 된다.
  (해설) 명의 장순이 영강지현이 되었는데, 그  고을 관리와 백성들에 원래 간악한  자들이 
많아 잇달아 고발하여 일곱 수령을 파면시켰다. 장순이 부임하여 밤낮으로 문서를 열람하고, 
수천 명의 송사를 물흐르듯이 판결해 내니, 크게 놀라 감복하였고 송사는 차츰 줄어졌다. 또 
소송하러 오는 자가 있으면 장순은 곧 심리할 기일을 정하여,  양편이 그 기일에 오면 잠시 
동안에 분석 판결하여 오래 두는 일이 없으니, 지방 백성들은 밥 한 덩이를 사 가지고 와서 
송사를 마칠 수 있었다.
  조선 선조 때 사람 이창정이 은율현감이 되었는데, 안찰사 최동립이 원래 공과 사이가 좋
지 않았다. 최동립이 고을에 이르러서 의심스러운 송사 수십 가지를 들어 공을 시켜 판결하
라 하니, 공이 가려내어 처리하는데 그 빠르기가 소장에서 바람이 일어날 정도였다. 또 도내
의 공안을 공에게 맡겨 다시 정하라 하니, 공이 아전을  불러서 계산하여 잠깐 동안에 일을 
끝마쳤다. 최동립이 탄복하며 장계를 올려 칭찬했다.
  (주석) 편언절옥 : 한 마디 말로 옥사를 판결함. 부결 : 판결.
  (자의) 조각 편. 꺾을 절. 쪼갤 부. 본받을 효.
  인륜지송은 계관천상자니 변지의명이라.
  (해석) 인륜에 관한 송사는 윤리에 관계되는 것이니,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해설) 황패가 영천태수가 되었다. 어느 부잣집에 형제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 두 동서
가 똑같이 임신을 하였다. 그런데 맏동서는 낙태한 것을  숨기고 있다가 아랫동서가 아들을 
낳자 그 아들을 데려다가 자기 아들로 삼아서 이를  다투어 소송한지 3년이 되었다. 황패가 
사람을 시켜서 아이를 뜰 안에 안고 있게 한 다음에 아랫동서가 맏동서로 하여금 서로 빼앗
아 데려가게 하니, 맏동서는 빼앗기를 매우 맹렬히 하는데  반해 아랫동서는 아이가 다칠까 
무서워하였는데 그 정상이 매우 측은해 보였다. 황패가 이에 맏동서를 꾸짖어 말하기를,
  "너는 집안 재산을 탐내어 이 아이를 얻으려 하였으니,  어찌 아이가 다칠 것을 염려하겠
느냐."
하니, 맏동서가 그만 죄를 자백하였다.
  한의 병길이 진류지사가 되었다. 어떤 부잣집 늙은이가 나이  90이 되도록 아들이 없었는
데, 이웃 여자에게 장가들어 하룻밤을 자고  죽은 뒤에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장성하자  그 
딸이 말하기를,
  "우리 아버지가 장가들어 하룻밤을 자고 돌아가셨으니,  이 아이는 우리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다."
하면서 재산을 다투기 수년이 넘도록 판결을 보지 못하였다. 이에 병길이 말하기를,
  "듣건대 늙은이의 아이는 그림자가 없고 추위를 참지 못한다고 하더라."
하고는 그때가 마침 늦은 가을이어서 같은 나이의 아이를 데려다가 함께 옷을 벗겨서 시험
하니 늙은이의 아이만이 춥다고 소리치며 정오인데도 과연 그림자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사실을 밝혀 주었다.
  송의 정호가 진성령이 되었는데, 어느  부자인 장씨의 아들이 그 아버지가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어떤 늙은이가 문전에 와서 말하기를,
  "내가 네 아버지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장씨 아들은 깜짝 놀라며 어찌된 사실인지를 알 수 없어, 현관에게  나
아가서 가려내 달라고 하였다. 늙은이가 말하기를,
  "제가 의술을 직업으로 삼아 멀리 출타한 사이에 아내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가난하여 기
를 수가 없어 장씨에게 주었는데, 아무 해 월 일에 아무개가 안아 갔습니다."
고 하는 것이었다. 정호가 묻기를,
  "네가 어찌 그토록 자세히 기억하느냐?"
하니 그는,
  "책에 써 두었습니다."
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 그 책을 바치라고 하였는데, 과연 책 속에는,
  "아무 해 월 일에 아무개가 아이를 안아다 장 아무개 늙은이에게 주었다."
고 적혀 있었다. 이에 장씨 아들에게,
  "네 나이 몇 살이냐?"
고 물으니, 그는 서른 여섯 살이라 하였다. 또,
  "네 아비의 나이는 몇 살이냐?"
고 물으니, 일흔 여섯이라 하였다. 이에 정호가 그 늙은이에게 이르기를.
  "이 아이가 날 때 그 아비의 나이는 겨우 40세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곧 늙은이라고 
말하였겠는가?"
하니, 그 늙은이는 그만 깜짝 놀라 죄를 자복하고 말았다.
  (자의) 윤리 윤. 소송 송. 떳떳할 상. 구변할 변.
  골육상쟁하여 망의순재자는 징지의엄이니라.
  (해석) 골육간에 서로 다투어 의리를 잊고 재물을 탐내는 자는 엄히 징계해야 한다.
  (해설) 당의 이걸이 하남윤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과부가 그 아들이 불효한다고 고
발해 오니, 아들은 스스로 해명할  수가 없어 어머니께 죄를 졌으니  죽음도 달게 받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걸이 그 아들의 원통함을 살피고 그 어머니에게 이르기를,
  "네가 10년 동안 과부로 지내면서  오직 아들 하나가 있는데, 지금  그 아들이 죄를 지어 
죽게 되었으니 뉘우침이 없는가?"
하니 그 과부가 말하기를,
  "버릇이 없고 순종하지 않으니 어찌 아까울 게 무엇 있겠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이걸이 말하기를,
  "사실이 그렇다면 나가서 관을 사오라. 아이의 시체를 담겠다."
하고, 사람을 시켜서 남몰래 감시해 보았다. 과부가 나가서 한 도사를 보고 하는 말이,
  "이젠 일이 다 되었소. 조금 뒤에 관이 올 것이오."
하는 것이었다. 이걸이 곧 그 도사를 잡아다가 심문하니, 자복하는 말이,
  "제가 과부와 관계하여 오는데, 일찍부터 그 아이의 제지를 당하였기 때문에 아이를 없애
버리려고 한 것입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에 그 아들을 놓아 주고, 어미와 도사를 죽여 한 관에 넣었다.
  부자 늙은이 장씨가 아들이 없어 데릴사위를 하였다. 후에 첩이 아들을 낳아 이름을 일비
라고 하였는데, 겨우 네 살 때에 장씨가 죽었다. 장씨가 병석에서 사위에게 말하기를,
  "첩의 자식에게 내 재산을 맡길  수 없어 너희 부부에게 주는  것이니, 너는 저들 모자를 
양육하여 죽지나 않게 한다면 그것이 곧 음덕이 되겠다."
하면서 문서를 내어다 쓰기를,
  "장일은 내 아들이 아니다. 집안 재산은  모두 내 사위에게 주니, 외인은 다투어  뺏을 수 
없다."
하였다. 사위는 이 문서로 의심하지 않았는데, 후에 첩의 아들이 장성하여 관가에 재산을 나
누어 달라고 송사하니, 사위가 그 문서를 관가에 올려 관가에서는 그만 불문에 붙이고 말았
다. 뒷날 어사가 오니, 첩의 아들이 다시 고소하였고, 사위  또한 전과 같이 문서를 내어 증
거를 댔다. 어사가 그 문서의 구두를 고쳐 말하기를,
  "장일비는 내 아들이니, 집안 재산을 모두 주라. 내 사위는 외인이니 다투어 빼앗을 수 없
다."
하며 또 말하기를,
  "네 장인이 분명 내 사위는 외인이라고 하였다. 네가 아직도 감히 그 재산을 가지겠느냐? 
비자를 비자로 속여 쓴 것은, 저 아이가 어리어 너에게 해를 입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하였다. 이렇게 판결하여 그 재산을 첩의 아들에게 주니, 사람들이 모두 통쾌하게 여겼다.
  고려의 손변은 성품이 강직하고 행정에 능하였다. 경상도 안찰사가 되었을 때, 남매  사이
에 서로 송사하는 일이 있어 그 누이가 진술하기를,
  "아버지가 임종하실 때 집안 재산을 모두 나에게 주고, 동생에게는 다만 의관 각 한 벌과 
미투리 한 켤레, 그리고 종이 한 권을 주었는데 문서가 다 있습니다."
하면서 송사한 지 몇 해가 되었으나 결말이 나지 않았다. 손변이 두 사람을 불러다 묻기를,
  "너희 아버지가 죽을 때에 너희들의 나이는 각각 몇  살이며, 너희 어머니는 어디 있었느
냐?"
고 하니 대답하기를,
  "어머니는 먼저 돌아가셨고 누이는 출가하였으며, 동생은 어린 아이였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손변이 이에 깨우쳐 말하기를,
  "부모의 마음이 어찌 자녀에게 한쪽에는 후하고 한쪽에는  박하게 하였겠는가. 어린 동생
이 의지할 곳은 맏누이뿐이었으므로 만일 재산을 나누면 그 양육이 온전하지 못할까 염려되
기 때문이요, 자라면 이 종이로 소장을 써 가지고 의관을  하고 미투리를 신고서 관청에 고
소하면, 가려내 줄 사람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이 네 가지 물건만을 남겨준 것이다."
하고, 드디어 가산을 절반씩 나누어 주니, 두 사람이 감격하여 울면서 물러갔다.
  (주석) 골육 : 혈육의 관계. 곧 형제간을 뜻함. 풍화 : 풍속과 교화.
  (자의) 뼈 골. 살 육. 다툴 쟁. 풍속 풍. 징계할 징. 엄할 엄.
  전지지송은 민산소계니 일순공정이라야 민사복의니라.
  (해석) 농토에 대한 송사는 백성의 산업에 관계되는 것이니, 한결같이 공정하게 해야 백성
들이 복종할 것이다.
  (해설) 송의 인수현에 홍씨란 아전이 있어 그가 이웃 사람의 밭을 탐내어 위조 문서를 만
든 다음, 차로 그 문서를 물들여 오랜 세월이 지난 것같이 만들었다. 그것을 관가에  호소해 
오니, 현령이 곧 그 문서를 가져다가 펴 보며 말하기를,
  "세월이 오랬으면 종이 속 색깔은 희어야 할 것인데,  이것은 겉과 속이 일정하니 거짓이
다."
하면서 심문하자, 관연 사실을 자백하였다.
  대개 위조 문서는 반드시 탄로나게 마련이어서 밝은 사람은 보는 즉시 잡아낼 수 있으니, 
내가 남쪽 지방에 있을 때 이런 일을 보았다. 어떤 사람이 그 할아버지가 임진왜란 때 공이 
있어 정릉참봉을 제수받았다고 하였다. 정릉은 태종 때부터 참봉이  없었다가 숙종 때에 와
서야 다시 참봉을 두게 되었으니, 어찌 그때에 정릉참봉이 있었겠는가. 그 많은 능 가운데서 
하필이면 또 정릉을 댔는지, 이는 자연히 드러나는 거짓인 것이다. 대개 위조문서를  만들면 
반드시 탄로가 나게 됨이 모두 이러한 것들이다.
  조선 선조 때 사람 신응시가 호남안찰사가 되었을 적의 일이다. 남원에 어떤 부자 백성이 
이단에 빠져 재물을 모두 바쳐  부처를 섬기고, 전지까지 그 문서와  함께 영원히 만복사에 
시주하여 성의를 표하였다. 그런데 그 후 끝내는 굶어 죽음을 면하지 못하였고, 오직 떠돌아
다니면서 구걸하는 고아 하나가 있어 조석사이에 구렁에 빠져  죽을 형편이었다. 이에 소장
에 사연을 갖추어 관가에 호소하여 시주한 전지를 돌려달라고 여러 번 청원하였으나 번번이 
패하였다. 이에 안찰사에게 가서 호소하니, 신공이 손수 판결문 쓰기를,
  "전지를 내놓아 시주한 것은 본래가 복을 구하려 한  것인데, 자신은 벌써 굶어죽었고 아
들 또한 빌어먹으니, 부처의 영험이 없는 것은 여기에서 알 수 있다. 밭은 주인에게  돌려주
고 복은 부처에게 바치라."
하니 모두 통쾌한 일이라고 하였다.
  (자의) 밭 전. 백성 민. 걸릴 계. 따를 순. 복종할 복.
  우마저송은 성명소출이니 고인유의를 기서효지니라.
  (해석) 마소에 관한 송사는 좋은 이름을 낼 수 있는 것이니, 옛사람들이 남긴 아름다운 법
을 본받아야 한다.
  (해설) 고려 때 이보림이 일찍이 지금의 성주원이 되었다. 어떤 백성이 와서 이웃 사람이 
자기네 집 소의 혀를 잘랐다고 하였는데, 그 이웃 사람은 자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보림이 
그 소를 목마르게 한 다음, 간장을 물에 타 가지고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모아놓고 명령하
기를,
  "차례로 돌려가며 이 소에게 마시게 하되 소가 마시려 하면 곧 떼라."
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공의 명령대로 하는데, 소송당한 자의 차례가 되자 소가 그만 그  사
람을 보고 깜짝 놀라 달아나므로 힐문하니 자백하였다.
  "소가 제 논의 벼를 먹었기 때문에 그 혀를 끊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이 말을 풀어놓아 다른 사람의 밀싹을 거의  다 먹었는데, 말 주인이 가을에 
가서 갚아 주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여름이 되자  말 주인은 '말이  뜯어먹은 밀이 다시  
싹이 돋아서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갚아줄  생각을 하지 않으므로 밀밭 주인
이 호소해 왔다. 이에 이보림이 말 주인은 앉히고 밀밭 주인은 서게 한 다음에 말하기를,
  "함께 뛰되 뒤떨어진 자는 벌준다."
하였다. 앉아서 뛰는 말 주인이 뒤떨어지게 되자 힐책하여 말하기를,
  "저 사람은 서서 뛰고 나는 앉아서 뛰니 어찌 따라갈 수가 있겠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이보림이 말하기를,
  "밀도 역시 그렇다. 말이 먹은 뒤에 다시 싹이 나서 자라기는 하였으나 수확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
하면서, 형장으로 때리고 갚아 주라고 명하였다.
  (자의) 소 우. 말 마. 소리 성. 남길 유. 본받을 효.
  재백지송에 권계무빙은 찰기정위라야 물무둔의니라.
  (해석) 재물이나 비단 종류에 관한 송사로서 문서의 증빙이 없는 것은, 그 진정과 허위 여
부를 잘 살피면 사실을 숨길 수 없게 된다.
  (해설) 한의 설선이 임회태수가 되었다. 어떤  사람이 비단을 가지고 저자에 갔다가 비를 
만나 덮어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한 사람이 와서 같이 쓰자고  하므로 한끝을 주어 함께 덮
었다. 비가 개어 각각 떠나게 되자, 그 사람이 비단을 제것이라고 다투어서 서로 부에  와서 
시비를 가리게 되었다. 설선이 그 비단을 잘라 각기 절반씩을 주고 말 타는 아전을 시켜 그
들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게 하였다. 그런데 한 사람은 기뻐하면서,
  "사또의 은덕이다. 사또의 은덕이다."
하는데, 정말 비단 임자는 억울하다고 해 마지않는 것이었다. 여기서 설선이 그 실상을 알고 
한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하여 죄를 자백받았다.
  영가 땅 백성 중에 아우가 구슬 머리 장식을 형에게 맡기고 돈을 빌려 쓴 자가 있었는데, 
돈을 갚고 찾아오려 하니 형수가 그 장식을 주기가  아까워서 도둑맞았다고 속였다. 그리하
여 여러 번 관에 호소하였으나 되지 않았다. 마침내 호장유에게 호소하니 장유가 말하기를,
  "너는 우리 백성이 아니다."
하고 꾸짖어 보내었다. 얼마 안 있다가 도둑을 다스리게 되었는데, 장유는 한 도둑을 시켜서 
형이 머리 장식을 받아 감춰두었다고  무고하게 하고, 형을 관가로 잡아오니  그 형은 그런 
일이 없다고 굳이 변명하였다. 공이 말하기를,
  "너희 집에 정말 그것이 있는데 왜 무고라고 하느냐?"
하니 형이 엉겁결에 말하기를,
  "있기는 정말 있지만 그것은 아우가 돈을 빌려 가면서 맡긴 것입니다."
하면서 즉시 달려가 가져다가 사실을 밝혔다. 이에 그 아우를 불러다 보이고 말하기를,
  "너희 집 물건이 아니냐?"
하니 아우가,
  "저희 집 것입니다."
하였다. 그래서 아우에게 돌려 주었다.
  (주석) 재백 : 재물. 권계 : 증빙서. 정위 : 참과 거짓.
  (자의) 재물 재. 비단 백. 증빙서 계. 믿을 빙. 거짓 위. 도망할 둔.
  허명조물이면 인급미금이라 이문수파하고 화성이달이니라.
  (해석) 허명으로 물건을 비추면 어짊이 미물과 금수에까지 미치게 된다. 그래서 기이한 소
문이 퍼지고 빛나는 명성이 알려지게 된다.
  (해설) 온창이 경조윤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설렁줄이 당겨지는 소리가 들려서 나
가 보니, 그것은 까마귀 때문이었다. 경조윤이 말하기를,
  "이것은 반드시 누가 까마귀 새끼를 꺼내는 것을 호소하는 것이다."
하며 아전을 시켜서 보게 하니, 과연 까마귀 새끼를 꺼내는 자가 있었다.
  장차산이 태산수령이 되었다. 어느날 황새들이 뜰 앞에 모여서  호소할 일이 있는 것같이 
흉내를 내고 있었다. 장차산이 황새를  가만히 먼저 날려 보내고 병사를  시켜 따라가 보게 
하니, 큰 나무 하나가 이웃집 곁을 덮었는데,  거기서 황새 새끼 두 마리를 잡은 자가  있었
다. 장차산이 황새를 위해 그것을 중지시키니 황새가 그제야 날아갔다.
  (주석) 허명 : 자신을 비우고 밝게 함. 이문 : 뛰어나다는 소문.
  (자의 빌 허. 비출 조. 작을 미. 새 금. 퍼질 파. 빛날 화.
  묘지지송은 금위폐속이라. 투구지살이 반유차기하고 발굴지변을 자이위효하나니 청단불가
이불명야니라.
  (해석) 묘지에 관한 송사는 지금 폐속이 되고 말았다. 격투와 구타의 살상 사건이 절반은 
여기서 일어나며, 남의 분묘를 발굴하여 옮기는 괴변을 스스로 효도로 여기니, 판결함에  분
명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설) 정선은 이렇게 말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곽박의 풍수설에 현혹되어 길지를 탐내 구하느라 몇 해가  가도록 어버이
를 장사지내지 않는 자가 있는가 하면, 이미 장사지낸 무덤도  불길하다 하여 한번 파 옮기
는 것에 만족하지 않아 서너 차례씩 옮기는 자가 있다.  그리고 장사지낼 땅을 가지고 서로 
송사하여 어버이 시체가 땅 속에  들어가기도 전에 집안이 벌써 망하는  자가 있고, 형제가 
풍수설에 혹하여 골육간에 원수가 되는 자도 있다."
  송의 사마광이 어버이 상을  당하여 장례를 지내게 되었는데,  가만히 지사에게 주의시켜 
말하기를,
  "다른 말은 하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네게 돈 2만을  줄 것이요, 네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지사를 데려다 쓰겠다."
하니 지사가, 그대로 하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자리를 잡고 방향 정하는 것을 모두 사마광의 
말대로 하였다. 이처럼 풍수설을 구애하지 않았으되 그의 형제는 장수와 부귀를 누렸다.  어
찌 화와 복을 어리석은 자의 입에서 구하면서 그의 속임과 희롱을 받아야 할 것인가.
  (주석) 폐속 : 폐단이 있는 좋지 않은 풍속. 청단 : 송사를 결단함.
  (자의) 무덤 묘. 송사 송, 다툴 송. 싸울 투. 때릴 구. 파낼 굴. 들을 청. 끊을 단.
  국전소재도 역무일절지법하여 가좌가우를 유관소욕하니 민지부정하여 쟁송이번이니라.
  (해석) 나라 법전의 기록도 분명히 잘라 정한 법문이 없어서  관에서 좌우하는 대로 하게 
되니, 백성의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분쟁과 송사가 많아지는 것이다.
  (해설) 조선 정조때 사람 판서 권엄이 한성판윤이 되었을 적의 일이다. 당시 어의 강명길
이 은총을 믿고 마음대로 행동하니, 조정이나 민간에서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강명길이  서
쪽 교외에 땅을 사서 어버이를 이장하고, 산 아래에 전부터 있던 민가 수십 호를 사서 10월 
추수 후에 집을 내놓고 나가기로 약속하였는데, 그 해 가을에 흉년이 들어 민가에서 약속대
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강명길이 그 종들을 시켜 쫓아내겠다고 고소하였으나,  권공이 
몰아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루는 임금이 승지 이익운을  불러 가만히 판윤을 달래어 
다시 고소가 있으면 이졸을 출동시켜 민가를 몰아내게 하라고  하였다. 다음날 강명길이 다
시 고소하였으나 권공은 전의 판결대로 하여 조금도 변동이  없었다. 이날 임금께서 이익운
을 불러들여 책망하는데, 우레같이 무서운 진노에 듣는 사람들이 모두 목을 움츠렸다.  이익
운이 권공에게 가서 그 사실을 전하니 공이 말하기를,
  "백성들이 당장 굶주리고 추위가 뼈에 사무치는데 쫓아내면 모두 길에서 죽을 것이다. 내
가 죄를 입을지언정 차마 이  일을 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나라를 원망하도록 하지 못하겠
다."
하였다. 그 이튿날 강명길이 다시 고소하였으나 전의 판결을 따를 뿐 조금도 변동이 없으니, 
듣는 자가 모두 위태롭게 여겼다. 며칠 후에 임금께서 이익운에게 이르기를,
  "내가 조용히 생각하니 판윤의 하는 일이 참으로 옳다.  판윤은 참으로 얻기 어려운 사람
이다. 경은 아마 그렇게 못할 것 같다."
하니 권공이 그 말을 듣고 감격하여 울었다.
  (주석) 국전 : 나라의 법전. 일절지법 : 한 가지로 분명하게 결정한 법.
  (자의) 실을 재. 끊을 절. 하고자 할 욕. 번거로울 번.
  탐혹기심하여 양탈상속하니 청리지난이 배어타송이니라.
  (해석) 탐혹이 이미 깊고 약탈이 서로  잇따르니, 처리하기 어려움이 다른 송사보다  배나 
더하다.
  (해설) 조선 정조 때 사람 김상묵이 안동부가가 되었다. 고을 백성중에 묘지 문제로 송사
를 하는 자가 있었는데, 하나는 법흥 이씨요, 하나는 신출 세력가에 붙은 사람으로서 이  신
출 세력가에 붙은 자가 이가네  산소를 함부로 차지하였다는 것이다. 이  송사가 세 관장을 
거쳐 내려오면서도 파서 옮기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공이 도임하니 다시 송사해 왔다.  공이 
친히 가서 살펴보고 함부로 차지한 자에게 말하기를,
  "네가 파내야 한다."
  "세 번 판결을 받았지만 법으로 처리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판결이 공평하지 않으면 어찌 세 번만이겠느냐. 네가 파내야 한다."
  "그 이씨가 누구인지 성주는 모르십니다."
  "그 이씨가 누구인지 나는 사실 모른다."
  "그 이씨는 무신년 죄인의 후손입니다. 어찌 묘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너는 지금 죄를 벗었지만, 네 조부와 네 증조부는 무신년 죄인의 후손이 아니냐?"
하고 매를 때려 엄히 다스리고 기일을 정하여 파 옮기게 하니 사람들이 모두 크게 기뻐하였
다.
  (주석) 탐혹 : 탐욕이 나서 미혹됨. 양탈 : 빼앗음. 청리 : 옥사를 판단하여 처리함.
  (자의) 탐낼 탐. 미혹될 혹. 빼앗을 양. 빠앗을 탈. 이어질 속.
  노비지송법은 법전소재가 번쇄다문하여 불가거의하니 참작인정이요 불가구야니라.
  (해석) 노비에 관한 송사는 법전에 실린 것이 번잡하고 기록이  많아서 의거할 수가 없으
니, 인정을 참작해야지 법조문에만 구애받아서는 아니된다.
  (해설) 조선 선조 때 사람 정복시가 호서 군막의 보좌가 되었다. 이때 윤원형이 한창 세력
을 떨치면서 옳지 못하게 남의 종 수십  명을 빼앗아 오래도록 송사가 결말을 보지 못하였
다. 관찰사가 겁을 내어 그릇되게 판결하려 하였지만, 공이 힘써 다투어 그만 원주인에게 돌
려 주었다.
  조선 영조 때  사람 유정원이 형조참의가 되어 옥사 처리를  공평하고 너그럽게 하며, 숨
긴 것 찾아내기를 귀신같이 하였다. 어느 사노가 문서를 변조하여 주인을 배반하고 서로 송
사하였는데, 여러 해가 되었어도 결말을 보지 못하였다. 공이 그 문서를 가져다가 밝은 곳에 
걸고 살펴보니 은은하게 고친 자리가 있었다. 물을 떠다 종이를 담그고 덧붙인 곳을 손톱으
로 긁으니 고쳐 쓴 먹 흔적이 분명하였다. 마침내 엄중하게 고문하여 사실을 알아내 판결하
여 주인에게 돌려 주었다.
  (주석) 번쇄 : 번거롭고 자질구레함. 다문 : 법조문이 많음.
  (자의) 종 노. 여자종 비. 잘달 쇄. 의거할 거. 짐작할 작. 얽매일 구.
  채대지송은 의유권형이니 혹상맹이독채하고 혹시자이어채하여 불가교야니라.
  (해석) 차대에 관한 소송은 마땅히 권형이 있어야 한다. 혹은 엄중히 하여 빚을 독촉하여 
주기도 하고, 혹은 은혜를 베풀어  빚을 탕감하여 주게도 하여 고지식하게  법만 지킬 것이 
아니다.
  (해설) 대개 보면, 부자 백성은 이를 늘리기  위해 빚을 놓고 가난한 백성은 힘이 모자라 
갚지 못하는데, 관에서는 판결문 쓰기를,
  "추수 때를 기다리라. 풍년이 들기를 기다리라."
하니, 차라리 탕감할 것이면 관청에서 문권을  불태워 뒷말이 없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혹 가난한 선비와 가난한 백성이 우연히 전지를 팔게 되면 간사한 거간꾼과 교활한 장사치
들이 돈이 있는 줄 알고, 돈을 빌려다가 이자를 놓아 그 남은 것으로 재산을 불리면서도 본
전을 갚지 않는 자가 있다. 이런 것은 다스리기를 강도같이 하여야 한다.
  바보 같은 어느 부잣집 부랑자가 외간 사람과  어울려 서로 짜고 돈 2백 냥을 쓴  것으로 
위조 증서를 만들되 그 돈이 원래 공금이라고 한 다음, 또다시 간악한 아전 셋과  어울렸다. 
이에 간악한 아전이 관가에 고발하니, 관에서 그만 사건을  들추어서 부랑자를 잡아다 가두
고 생빚을 독촉하며 그 부형을 잡아다 돈을 내라고 하니 본래 돈이 있는 백성이고 보니  안 
내고 배길 수 있겠는가? 그 돈을 다 받아서 간악한 자  셋이 나누어 먹으니, 천하에 사기와 
패악이 이보다 더 심한 일은 없을 것이다. 목민관은 이런 것을 알아야 하며, 이런 일을 당하
면 그 세 간악한 자를 강도 다스리듯 해야 할 것이다.
  (주석) 채대 : 물건을 주거나 빌림. 차대. 권형 : 저울. 일정한 기준.
  (자의) 빚 채. 꾸어줄 대. 저울대 권. 저울대 형. 사나울 맹.  독촉할 독. 베풀 시. 아교 교, 
변통성 없을 교.
  군첨지송에 양리상쟁이면 고기근맥하여 확연귀일이니라.
  (해석) 군첨의 소송으로 두 마을이 서로 다툴 때는, 그 근본 원인을 상고하여 확실하게 어
느 한 쪽으로 결정해야 한다.
  (해설) 가령, 갑, 을 두 마을에서 군적 하나를 가지고 송사하는 경우, 갑은 을의 것이라 하
고 을은 갑의 것이라 하는데, 갑이 호소하면 갑을 옳다 하고, 을이 호소하면 을이 옳다 하여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울며 여러 해를 두고 이겼다 졌다 하는 동안 그 서류가 산처럼  쌓이게 
된다. 목민관이 이런 송사를 당하면 마땅히 양쪽으로 하여금 각기 전후의 문서를 하나도 빠
짐없이 가지고 오게 하여 둘이  마주 대한 자리에서 가려내야 한다.  마주 대하여 가려내는 
날 목민관은 다른 사소한 일은 물리치고라도 이 송사만을 전결하여야 한다. 송사 판결을 기
다리느라고 두 백성이 오랜 시간을 섬돌 위에 엎으려 있으면 그 무릎뼈가 반드시 아플 것이
니, 물러가 행낭 아래 앉아 있게 한 다음에 곧 양쪽 기록을 가져다가 일일이 검토한다. 갑자
년에는 어느 마을에서 먼저 고소한고 어느 마을에서 맞고소한 바 그 사연이 곡직과 송사의 
승패를 초하여 한 조목을 만들고, 을축년엔 어느 마을에서 먼저 고소하고 어느 마을에서 맞
고소하였는데, 그 옳고 그름과 이기고 진 것을 베껴서 또 초하여 한 조목을 만든다. 또 관에
서 판결할 때 문초받은 문서 등을 가져다가 일일이 비교 대조하며, 또 정기적으로 작성하는 
호적과, 정기적을 작성하는 군안 및 두 마을의 군적과 군리들의 군포 거두는 장부를 가져다
가 일일이 조사 증험한다. 또 여러 문서를 가져다가 밝은 데 비쳐 보아 칼로 긁은 흔적이나 
더 써 넣은 흔적이 있는가 없는가를  살피며, 또 인장을 가져다 그 도장의  획이 혹 위조의 
것인가를 조사하고 심리하면 그 사실의 옳고 그름과 참과 거짓이 자연히 드러날 것이니, 이
에 종이에다 스스로 써서 문서를 만든다.
  (주석) 군첨 : 군사를 뽑아 군적에 올리는 일. 근맥  : 뿌리와 맥락. 귀일 : 하나로 결론지
음.
  (자의) 서명할 첨. 다툴 쟁. 조사할 고. 뿌리 근. 맥 맥. 돌아갈 귀.
  결송지본은 전재권계하니 발기유간하고 소기은닉은 유명자능지니라.
  (해석) 송사를 판결하는 근본은 오로지  문서에 있으니 그 숨겨진  사실을 들추어 밝히는 
것은 오직 밝은 사람이라야 할 수 있다.
  (해설) 조선 인조 때 사람 이원익이 지은 '청송정요'에 말하였다.
  "처음 송사가 있을 때 다짐을 받고, 다짐을 받은 뒤에는 그 진술을 받으며, 문서를 열람한 
후 봉인하여 그 주인에게 돌려준다.
  문서는 선후를 상고하며, 호적이 있는가 없는가를 상고하며, 출처는 격식에 어긋나지 않았
나 살피며, 월일의 기한은 그 법률의 조문을 살피며, 친속 관계는 격식에 어긋나지 않는가를 
살핀다. 문서를 비교 대조하며, 문서의 덧붙이고 긁어낸 것을 살피며, 인장의 글자를 살피며, 
인장 자리에는 덧글씨가 없는가를 살핀다. 연월에서 생사를 상고하며, 연월에서 출입을 상고
하며, 잇대어 붙인 곳에서 그 간위를 살피며, 판결문에서  그 수결과 서명을 상고하며, 나라
의 제삿날과 맞고 안 맞는 것을 살핀다."
  (주석) 결송 : 소송을 판결함. 권계 : 문서와 증빙서.
  (자의) 온전할 전. 문서 권. 증빙서 계. 깊숙할 유. 간사할 간. 숨을 은. 숨을 닉.
  
    제2조 옥사를 판단함
  단옥지요는 명신이이라. 인지사생이  계아일찰이니 가불명호며  인지사생이 계아일념이니 
가불신호아.
  (해석) 옥사를 처리하는 요령은 밝고 삼가서 할 뿐이다. 사람의 생사가 내가 한 번 살피는 
데 달렸으니 어찌 밝게 하지 않을  수 있겠으며, 사람의 사생이 내 한  생각에 달렸으니 또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해설) '주역'에 이르기를,
  "밝고 삼가는 것으로 형벌을 쓰고 옥사를 머물러 두지 않는다."
하였으니, 옥사를 처단하는 요령은 밝게 하고 삼가는 것뿐이다. 밝기만 하고 삼가지  않으면 
급박하여 원망이 많고, 삼가기만 하고 밝지 못하면 지체되어 결단하기 어려우니, 이것이  곧 
힘든 일이다. 밝게 살피고 또 삼간다면 옥사를 잘 처리한다고 할 것이다.
  (주석) 명신 : 분명하고 신중히 함. 계아일찰 : 내가 한 번 살피는 데 달렸음.
  (자의) 삼갈 신. 매일 계. 살필 찰. 생각 념.
  대옥만연하면 원자십구라. 기력소급에 음위구발하여 종덕요복이 미유대어시자야니라.
  (해석) 큰 옥사가 만연하면 원통한 자가 열에 아홉은 된다. 자기 힘이 미치는 데까지 남몰
래 구해 내면 은덕을 베풀어서 복을 구하는 일이 이 일보다 더 클 수 없다.
  (해설) 한의 우정국 부자가 고을의 옥리가  되어 여러 번 원통한 옥사로  법에 걸린 자를 
다스렸으나, 우공의 판결에 원한을 품지 않았다. 처음 우정국의 아버지 우공이 집 문이 무너
지자 부로들이 함께 문을 수리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문을 조금 더 높이고 크게 해서  말 네 필이 끄는 높은 수레가  드나들 수 있게 하라. 
내가 옥사를 다스릴 때에 음덕이 많았고, 일찍이 원망하게 한 일이 없었으니, 내 자손들  중
엔 반드시 흥왕할 자가 있을 것이다."
  후한 우후의 할아버지 경이 군의 옥리가 되었는데, 옥사를 올릴 때마다 그는 눈물을 흘리
면서 따라다니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옛날에 우공은 그 집 문을 놓이고 그 자손이 승상에 이르렀는데, 나의 자손도 어찌 구경
이 못 되겠는가."
  (주석) 만연 : 넓게 뻗어나감. 종덕요복 : 덕을 베풀어 복을 맞이함. 
  (자의) 뻗을 만. 뻗칠 연. 억울할 원. 열 십. 그늘 음. 심을 종. 맞이할 요.
  주기수괴하고 유궐주련이면 사가이무원의니라.
  (해석) 괴수만 죽이고 연루된 자들은 용서하면 원한이 없게 된다.
  (해설) 조선 이영휘가 삼등현령이 되었다. 성천에서 옥사가 있었는데, 거기에 연루 체포되
어 옥에 갇혀 있는 자가 수십 명이었다. 그런데 부사 허질이 세력을 믿고 방자한 데다가 또 
인정이 없고 냉혹하여 종범들을 모두 참형을 가하였고, 안찰사 역시 그 보고대로 하였다. 공
이 홀로 다투어 '이 옥사는  너무 지나치고 또 형장이 과중하여  불법이다.'고 하니, 허질은 
말하기를,
  "이 지방 민심이 매우 사나우니 조그마한 원한을 어찌 생각할 것인가? 또 이미 이 지역에 
들어왔으니 죽는 법은 있어도 사는 이치는 없다. 옥사를 지체하면 폐단이 있으니 속히 죽이
는 것이 상책이다."
하였다. 공이 말하기를,
  "이게 무슨 말인가? 옥을 다스리는 자는 마땅히 죽는 가운데에서 살릴 길을 구해야  하는
데, 만약 이 지경에 들어오면 사는 이치가 없다 하여  일체 사형으로 판결한다면 죽이는 자
는 비록 통쾌하나 죽는 자는 어찌 원통하지 않겠는가."
하고 드디어 그 장형을 가볍게 하고, 그 중 가장 억울한 자 몇 명은 석방하였다.
  (주석) 수괴 : 우두머리. 괴수. 주련 : 범죄에 관련된 사람들.
  (자의) 죽일 주. 우두머리 괴. 용서할 유. 그 궐.
  의옥난명이니 평번위무가 천하지선사야요 덕지기야니라.
  (해석) 의심나는 옥사는 밝히기 어려우니 용서하기에 힘쓰는 것이 천하의 좋은 일이며 덕
의 기본이다.
  (해설) 한의 준불의가경조윤이 되었는데, 아전과 백성들이  그 위엄과 신의를 존경하였다. 
항상 현을 순행 검문하면서 죄수들을 기록하고  돌아오면 그의 어머니는 용서한 사람이  몇 
명이었느냐고 물었는데, 준불의가,
  "몇 명 있었습니다."
하면 어머니는 기뻐하면서 웃고 혹,
  "없었습니다."
하면, 어머니는 노하여 음식을 들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관리가 되어 엄하면서도  잔혹하
게 다스리지는 않았다.
  송의 임적이 순주판관이 되었는데, 일찍이 큰 옥을 재심할 때에 용서를 많이 해서 사자의 
뜻을 거스렸다. 사자가 처음에는 임적을 천거하려고 하다가 이로  인하여 그만 두니 임적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추천을 한 번 놓치고 50여 명을 살렸으니 내가 무엇이 한이 되겠는가."
  (주석) 의옥 : 의심나는 옥사 사건. 평번 : 죄를 다시 심리하여 용서함.
  (자의) 의심 의. 어려울 난. 뒤질을 번. 힘쓸 무. 터 기.
  구수불석하고 엄연세월로는 제면시채하여 개문방송도 역천하지쾌사야니라.
  (해석) 오래 갇힌 죄수를 놓아 주지 않고 세월만 끄는 것보다는, 부채를 면제하고 옥문을 
열어 내보내는 것 또한 세상의 상쾌한 일이다.
  (해설) 당의 백거이가 보니, 탁지에 구금된 사람이 세 차례의 특사가 있어도 용서를 받지 
못하였다. 백거이가 이에,
  "아비가 죽으면 자식을 가두고 남편이  갇히면 아내는 시집 가버리니,  빚은 갚을 기한이 
없고 금령은 쉬는 날이 없습니다. 일체 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여 무려 10여 차례나 주달하여 곧 조정의 허락을 받았다.
  (주석) 구수 : 오래 갇혀 있음. 또는  그 죄수. 엄연세월 : 세월을 질질 끎.  방송 : 석방해 
내보냄.
  (자의) 오래 구. 가둘 수. 풀어줄 석. 오래 끌 엄. 상쾌할 쾌.
  명단입결하여 무소유체 죽여음에진정 이청풍소척의니라.
  (해석) 명확한 판단으로 즉시 판결하여 막히고 걸리는 일이 없으면, 마치 어두운 먹구름에 
번개가 스치고 맑은 바람이 말끔히 쓸어버리는 것과 같다.
  (해설) 고려 때 최자가 상주사록이 되었는데, 상주는 그 도의 가장 큰 고을이라 소송이 아
주 빈번하였다. 최자는 부임한 날에  판결을 귀신처럼 하니, 아전과 백성들이  애모하면서도 
두려워하여 기강을 어지럽히는 자가 없었으며,  얼마 되지 않아서 옥중이 텅  비고 온 지경 
안이 크게 화평하였다.
  (주석) 명단 : 분명하게 판단함. 입결 :  서서 즉시 판결함. 유체 : 지체됨. 음에  : 먹구름. 
진정 : 벼락과 번개. 소척 : 깨끗이 씻음.
  (자의) 밀릴 유. 막힐 체. 음산할 에. 벼락 진. 번개 정. 쓸 소. 씻을 척.
  법소불사는 의이의단이니 견악이부지악이면 시우부인지인야니라.
  (해석) 법으로 놓아 주지 못할 것은 의리로 처단해야 한다. 악을 보면서 악을 알지 못하는 
것 또한 부인의 어짊이다.
  (해설) 주자가 요자희에게 이렇게 회답하였다.
  "옥사는 인명이 관계되는 일이니 더욱 마음을 다하여야 한다. 근세의 풍속이 음덕론에 미
혹되어 흔히 죄 있는 자를 내보내는 것을 능사로 삼고 선량들의 고할 데 없는 것은  생각하
지 않으니, 이것은 심한 폐단이 되는 일이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죄수를  불쌍
히 여기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석) 불사 : 용서하지 못함. 부인지인 : 여자들이 행하는 하찮은 어짊.
  (자의) 용서할 사. 부인 부, 며느리 부.
  혹리참각하여 전사문법으로 이령기위명자는 다불선종이니라.
  (해석) 혹독한 관리가 각박하게 오로지  법조문만 가지고 위엄과 밝음을  펴는 자는 좋게 
죽지 못한 자가 많다.
  (해설) 한의 영성이 군수가 되었는데, 공손홍이 말하기를,
  "영성이 정치하기를 이리가 양을 치듯하니, 고을을 다스리게 해서는 안 된다."
하여, 곧 다른 자리에 임명하였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차라리 새끼 딸린 호랑이를 만날지언정 성낸 영성은 만나서는 안 된다."
  당의 이광원이 성미가 급하여 하루라도  죄인을 처형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그는 매 때리는 소리를 듣고는 말하기를,
  "사람 북이 우는구나."
하였는데, 임종 때 말하기를,
  "내 평생에 승도 수십 명을 죽였는데, 이 때문에 82년을 살았다."
하였는데, 장사를 마치자 도둑이 그 묘를 파헤치고 사지를  잘라버렸으니 이것이 잔혹한 형
벌의 보복인 것이다.
  (주석) 혹리 ; 법 집행을 가혹하게 하는 관리. 참각  : 참혹하고 각박하게 함. 문법 : 법조
문.
  (자의) 가혹할 혹. 슬플 참. 새길 각. 오로지 전. 드러낼 령. 마칠 종.
  사대부가 부독율하여 장어사부하고 암어형명도 역금일지속폐야니라.
  (해석) 사대부들이 법률을 읽지 않으므로 사부는 잘 하나 형명에는  어두운 것 역시 오늘
날의 폐단이다.
  (해설) 구양수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옛날에 이릉에서 벼슬하였는데, 거기는 사람 살 곳이 아니었다. 바야흐로 혈기 왕성
한 나이에 학문을 좋아하여 '한사'를 한 번 구해 보려고 하였으나  공사간에 있는 곳이  없
어 
소일거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서가의 해묵은  공안을 가져다가 뒤적거려 살펴보니, 그  옳고 
그름과 어긋난 점을 이루다 셀 수 없었다. 없는 것을 있다 하고 굽은 것을 바르다  하며, 법
을 어기고 사정을 따르며 친척을 무시하고 의리를 해친 것이  없는 곳이 없었다. 멀리 떨어
지고 궁벽한 이릉 땅에서도 오히려 이와 같았으니 천하의 일을  짐작할 수 있다. 그때 하늘
을 우러러 마음 속으로 맹세하고서는 스스로 일을 만날 때마다 감히 소홀하지 못하였다."
  (주석) 사부 : 문장과 시부. 형명 : 형법.
  (자의) 읽을 독. 글 사. 노래 부. 어두울 암.
  인명지옥은 고소금밀이니 전문지학을 소의무야니라.
  (해석) 인명에 관한 옥사를 옛날에는 가볍게 했고 지금은 엄밀하게 하니, 이에 대한 전문 
학문은 마땅히 힘써야 할 일이다.
  (해설) 고려 명종 때 남원 고을 어느 군민이 고을 아전과 틈이 있었는데, 그 군민이  아전
의 집에 쫓아가 아전을 기둥에 묶어놓고 집에 불을 놓아  태워 죽였다. 여러 신하들이 의논
하여 싸우다 죽인 것으로 판결하여,
  "그 죄상으로 따지면 얼굴에 먹물을 넣어 상호에 충당해야 한다."
하였다. 또 화순 백성이 애기 업은 여자를 채찍으로 때려 여자가 그만 놀라 물에 몸을 던져 
죽은 일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싸우다 살인한 죄로 판결하여 말하기를,
  "모자를 한꺼번에 같이 목숨을 잃게  하였으니 불쌍한 일이다. 그것은  겁주어 죽인 죄로 
논해야 한다."
하였다.
  조선 현종 때 사람 박환이 금구현령이 되었는데, 여덟 살된  전 남편의 애를 데리고 있는 
백성의 처가 있었다. 그 백성이 취해 누워 있는데 애가  도끼를 가지고 그 옆에서 희롱하다
가 실수하여 도끼를 떨어뜨려 아비의 다리를 다쳤다. 그 백성이 아이가 제 친아비가 아님을 
밉게 여겨 고의로 찍은 것으로 의심하여 관가에 소송하니 순찰사가 법으로 처치하려고 하였
다. 이에 공이 여러 번 아이가 실수로 다치게 한 것이지 고의는 아니라고 다투니,  순찰사가 
책망하였다. 공이 말하기를,
  "옛 사람들은 차라리 벼슬을 내놓고 돌아가는 일이 있을지언정 죄없는 사람은  차마 죽이
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어찌 나만이 그렇지 않겠느냐?"
하면서, 더욱 힘써 다투므로 그 아이가 마침내 죄를 면하게 되었다.
  (자의) 목숨 명. 성길 소. 빽빽할 밀.
  옥지소기에 이교자횡하여 타가겁사하며 기촌수망하나니 수의려자차야라. 상관지초에 의유
약속이니라.
  (해석) 옥사가 일어나면 아전과 군교들이 횡포를 부려 집을 부수고  침탈해 그 마을이 마
침내 망하게 되니 가장 먼저 염려할 일이 바로 이 일이다. 부임하여 처음 정사할 때는 의당 
이런 일에 대하여 분명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
  (해설) 내가 오랫동안 민간에 있었기 때문에 모든 살인 옥사를 잘 알고 있다. 그 중  고발
하는 자는 열 명 중의 두 셋이고, 일고여덟은 모두 숨기는 것이다. 진실로 검시를 한  번 치
르면 드디어 폐촌이 되어 해를 넘기지 못하고 다 시들고  병들어서 흩어져 버리고 만다. 그
러므로 원고는 대개 그 슬프고 원통함이 가슴에 치밀지만 마을 부로와 호걸들의 만류를 듣
게 된다. 여기서 범인은 쫓아버리고 원고에게  뇌물을 주고 급히 매장하여 그 입을  막는데, 
혹 아전과 장교들이 알고 위협하면 마을 안에서 돈 2~3백 냥을 모아 뇌물을 주고는 끝내 고
발하려 하지 않으니 그 해독의 심함을 여기서도 짐작할 수 있다. 목민관이 된 자는 깊이 유
의해야 한다.
  정범과 간범은 가두지 않을 수 없으나. 가두는 것이 도망할 것을 염려해서이니 즉 도망할 
염려가 없다면 굳이 가둘 필요가 있겠는가. 관련된 자나 증인도 가둘 필요는 없고, 세  이웃
이나 향갑, 이정도 없다. 초검을 마치면 의관을 갖추고  뒤에 따르도록 하며, 취조하는 사이
에는 사가에 머물도록 하고 취조를 마치는 대로 즉시 내보내어 본촌에 돌아가서 복검을 기
다리게 한다.
  (자의) 멋대로할 자. 마구 횡, 가로 횡. 두드릴 타. 겁줄 겁. 마침내 수.
  옥체지중하여 검장취조는 본무용형지법이어늘 금지관장은 부달법례하여 잡시형장하니  대
비야니라.
  (해석) 옥사의 체제가 지중하여 검시장의 취조에는 본래 형구를 사용하는 법이 없는데, 요
즈음 관장들은 법례를 통달하지 못하고 함부로 사용하니 큰 잘못이다.
  (해설) 요즘 보면, 군현의 관장들이 노련하지 못하고 아전 역시 무식하여 검시장 취조에서
도 엄혹하게 태장을 사용한다. 혹 곤장으로 그 갈빗대를 후려쳐서 아픔과 고초가 극도에 달
하니 누가 견뎌내겠는가. 없는 것도  있다 하고 거짓을 꾸며 사실로  만들어 마침내 무옥을 
성립시키니, 이것이 소위옥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나라법에도 현저히 어긋날 뿐  아니
라, 반드시 귀신의 음화가 있을 것이니 만의 하나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주석) 검장 : 검시하는 현장. 취초  : 조서를 받음. 법례 :  법과 조례. 형장 : 형벌하면서 
곤장을 때림.
  (자의) 무거울 중. 공초받을 초. 통달할 달. 섞일 잡. 몽둥이 장.
  무고기옥을 시명도뢰라 하니 엄치물사하여 조율반좌니라.
  (해석) 무고로 옥사를 일으키는 것을 도뢰라 이름하는데, 이런 것은 엄중히 다스려 용서하
지 말고 반좌율로 처결해야 한다.
  (해설) 스스로 물에 빠진 것을 빠지게 했다  하고, 스스로 목맨 것을 억지로 목매게 했다 
하고, 스스로 찌른 것을 찔림을 당했다 하고, 스스로 음독한 것을 구타를 당했다 하고, 질병
을 가지고 내상이라 하는 따위가 많다. 법서를 상고하면 죄목에 해당하는 형태와 증상이 각
각 다르니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미 판단한 뒤에  옥사가 끝이 나면 관장의 마음
이 그만 풀려서 악을 징계할 생각은 않고 형장을 대강  사용하여 거의 모두 그냥 석방하니, 
그렇다면 백성이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무릇  무고한 자는 법으로 보아  모두 반좌되어야 
하고, 죽을 죄로 무고한 자는 응당 죽여야 할 죄이다. 비록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다른  죄수
와 아울러 유배하여 면하게 한다면  이 어찌 소홀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참으로 진실하지 못한 때문이다. 상사에 보고하여 반드시  죄를 주어 용서함이 없어
야 한다.
  (주석) 무고 : 남을 모함하여 거짓으로 고발함. 도뢰 : 말썽을 일으키고 그 허물을 남에게 
덮어씌움. 반좌 : 고발한 내용이 거짓일 때 그 고발한 자를 도리어 그 죄에 해당시키는 일.
  (자의) 속일 무. 의지할 뢰. 용서할 사. 조사할 조. 걸릴 좌.
  검초미일에 녹지이동일하나니 차의개지법야니라.
  (해석) 검사 취조가 하루가 지났는데도  같은 날에 한 것으로  기록하는데 이것은 마땅히 
개정할 법이다.
  (해설) 검사 취조를 5~6일에 가서야 겨우 마치는데, 검안에는 으레 모두 같은 날이라고 한
다. 다시 조사하면 혹 처음 문초에는 사실대로 진술하였다가 나중 문초에는 변하여 거짓 진
술하며, 혹 처음에는 실정을 숨겨서  진술하였다가 나중에는 바른대로 진술하니, 그  일자의 
다소와 시각의 차이에서 족히 사실을 조사하여 실정과 거짓을 식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아울러 같은 날에 하였다고 하니 크게 잘못된 예이다. 이는 국전, 조령에 있는  것이 
아니고, 아전들의 그릇된 인습에 불과한 것이다. 목민관은 마땅히 감사와 의논하여 이  잘못
된 전례를 고치고, 2일이든 3일이든 모두 사실대로 적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반드시 고험하
는 데에 도움이 있을 것이다.
  (자의) 공초할 초, 부를 초. 기울 미. 기록할 록. 고칠 개.
  대소결옥은 함유일한이니 경년열세하여 임기노수는 비법야니라.
  (해석) 크고 작은 옥사 처결에는 모두 기한 날짜가 있다. 해가 지나고 세월이 흘러 죄인이 
늙고 수척하게 버려 두는 것은 법이 아니다.
  (해설) '경국대전'에 이렇게 말했다.
  "대개 옥사 판결은 죽을 죄는 30일,  귀양은 20일, 매를 때리거나 곤장을 칠  일은 10일인
데, 증인이 다른 곳에 있어서 사실을 참작 검토해야 할 것은 그 지방의 원근에 따라 왕복하
는 날수를 제한하되 또한 기한 안에서 판결을 마쳐야 한다."
  본 법이 이렇기 때문에 사죄는 월 3회 조사하여  옥사를 판결지으니, 급박하기 때문에 열
흘에 한번씩 심문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을 오래 갇혀 있게 하고 걸핏하면 10년도 
넘으니 한 달에 3회씩의 추문은 이치에 할 수 없는 일이며,  3년 만에 한 번 추문하는 것도 
또한 보기 드물다. 헛문서만 이미  보존하고, 국고미만 잠가 두는  것이니, 이것은 의논하여 
옛 법을 회복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주석) 경년열세 : 한 해를 보내고 세월을 넘김. 노수 : 늙고 수척하게 함.
  (자의) 모두 함. 지날 경. 넘길 렬. 수척할 수.
  보고지한은 수범부동이라. 인지불청이면 의혹실평이니라.
  (해석) 보고의 기한은 범죄에 따라 같지 않다. 그러므로 인증이 맑지 않으면 의논이 혹 공
평을 잃게 된다.
  (해설) '대명률'에 이렇게 말했다.
  "손발이나 기타 물건으로 사람을 구타 상해한 자는 기한이  20일, 칼이나 탕화로 남을 상
해한 자는 기한을 30일로 한다.  몸뚱이를 거꾸러뜨려 부러지게 한 자나  뼈를 상하게 하고 
낙태하게 한 자는, 손발로 때렸거나 다른 기물로 때렸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50일로 기한한
다."
  (주석) 보고 : 맞은 사람의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때린 사람의 처벌을 보류함.
  살인익매자는 개당굴검이니 대전지주는 본시오록이니 불필구야니라.
  (해석) 살인하여 몰래 매장한 것은 모두 파내서 검시해야 한다.  '대전'의 주는 본시 잘못
된 기록이니 구애할 필요가 없다.
  (해설) 숙종, 영조, 정조의 하교에 모두 무덤을 파서 검시하는 것을 허락하였다.
  (주석) 익매 : 몰래 매장함. 굴검 : 파내어 검시함.
  (자의) 숨길 닉. 묻을 매. 파낼 굴. 걸 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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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조 형벌을 삼감
  목지용형은 의분삼등이니 민사용상형하고  공사용중형하며 관사용하형하며  사사무형언이 
가야니라.
  (해설) 민사는 무엇인가? 전정, 부역, 군정,  곡부, 소송 등 일체 백성들에 관계되는  일과, 
관리와 향리의 세력 있는 자들이 혹 간계를 부린다거나 침해하여 백성을 해롭게 하는 것이 
모두 민사가 된다.
  공사는 무엇인가? 조운, 세납, 물선의 공물, 경사, 상사에  수납하는 물품, 공문서 기안 등 
일체의 공공 사무, 관리, 향갑들이 포흠을  지고 결손을 많이 내며 기일을 어기고  지체하는 
것들이 모두 공사가 된다.
  관사는 무엇인가? 제사, 빈객, 전수, 책응, 조알의 예절과,  공봉하는 직책 등 일체 본현의 
사무로서 그 관부를 유지하는 것과, 관속, 이속들이 조심하지 않고 근면하지 않아서  법령을 
어기는 것이 모두 관사가 된다. 
  사사라는 것은 무엇인가? 어버이를 봉양하는 자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공경을  드리더라
도 관의 위치에서는 사사이며, 아내가 내실에 거처하는 것,  아들이 책방에 거처하는 것, 가
묘에서 제사 받드는 것, 친구 접대하는 것도 사사이며, 관주의 쌀과 현사의 땔감 등 일용 소
비와 동기, 목사의 제작과 포백 저면의 사고 파는 것도 모두 사사이다.
  (자의) 기를 목. 마땅 의. 개인 사. 어조사 언.
  집장지졸을 불가당장노질이니 평시약속신엄하고 사과징치필신 즉부동성색 이장지관맹유의
야니라.
  (해석) 곤장 치는 병졸을 그 자리에서 노하여 꾸짖어서는 안 된다. 평시에 다짐을 거듭 엄
중히 하고, 일이 지난 후에  징계하여 다스리기를 반드시 신의 있게  하면 얼굴빛을 변하고 
음성을 높이지 않더라도 장형을 너그럽게 하고 사납게 함이 뜻대로 될 것이다.
  (해설) 목민관으로 사나운 형벌을 숭상하는 자는 죄수에게 장형을 실시할 때마다 먼저 매 
때리는 군졸을 매질하는데, 그 방법은 반드시 붉은 곤장으로 뒷복사뼈를 쳐서 그 자리에 쓰
러지게 한다. 곤장 치는 자가 세게 치지 않으면 곤장 치는 군졸을 때리니, 갑으로 인하여 을
의 복사뼈가 터지고, 을로 인하여 병의 복사뼈가 깨어진다. 그래서 본래의 죄수 다스리는 일
은 도리어 뒷전으로 돌아가고 엉뚱한 난리가 갑자기 평지에서 일어난다. 아주 심한 자는 뼈
가 부서지고 기절하였다가 끝내는 죽기까지 하여  이름 없는 귀신이 앞뒤로 잇따르니  매우 
한심스러운 일이다. 죽는 자의 슬프고 원통함은 고사하고라도, 정치하는 체모에 있어서 어찌 
전도된 일이 아니겠는가? 이 버릇은 다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목민관이 부임하여 10일 안에는 반드시 형벌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열 흘, 한 달이 
지나 과실을 저지르는 자가 많아지고 새로 죄를 범하는 자가 많아지면 그때서야 부득이 형
벌을 사용하는 것이다.
  (주석) 노질 : 화를 내어 꾸짖음. 신엄 : 거듭 엄중히 밝힘. 성색  : 목소리와 얼굴빛. 관맹 
: 너그럽고 사나움.
  (자의) 잡을 집. 마당 장. 성낼 노. 꾸짖을 질. 거듭 신. 지날 과. 다스릴 징. 믿을 신. 소리 
성. 오직 유.
  수령소용지형은 불과태오십자단이니 자차이왕은 개남형야니라.
  (해석) 수령으로서 시행할 수 있는 형벌은 태형 50대 이내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데 불과
할 뿐이니, 이것을 넘는 것은 모두 지나친 형벌이다.
  (해설) 우리 나라에서 현재 사용하는 형은 대략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태, 둘째는 
장, 셋째는 곤이며, 그 다음은 죽이는 것이다. 태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으니, 작은  것은 태
이며 큰 것은 태장이다. 장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으니, 그 작은 것은 신장, 중간 것은 성장, 
큰 것은 국장이다. 그러나 그 실상은 모두  신장이다. 곤은 다섯 가지 종류가 있는데,  대곤, 
중곤, 소곤 외에 또 중곤, 치도곤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자의) 회초리 태. 갈 왕. 지나칠 람.
  금지군자는 기용대곤하여 이태삼장으로는 불족이쾌의야니라.
  (해석) 요즈음 사람들은 큰 곤장 사용하기를 좋아하여 2태 3장으로는 마음에 만족에게 여
기지 않는다.
  (해설) 수령이 사용하는 형벌은 태 50을 스스로 처단하는 데에 지나지 않으며, 신장, 군곤
은 수령들이 감히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풍속이 거칠어지고 법례를 알지 
못하여 태장은 다 폐하고 오직 곤장만을 사용한다. 아픔의 고통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늘 
곤장 사용하는 것을 통쾌한 일로 삼는다. 슬프다!  사용하는 자는 비록 통쾌하나 받는 자도 
또한 통쾌하겠는가?
  심지어는 한평생 태장 구경조차 못한 촌 백성과 촌 노인에게도 또한 곤장을 보통 쓰는 형
벌로 삼으니, 그만 혼비백산하여 정신을 잃고 받은 상처는 더욱  깊게 된다. 애석하다! 남의 
고통스러운 것을 나의 쾌락으로 삼으니 마음의 어질지 못함이 어찌 이렇게까지 되었단 말인
가.
  신장은 모름지기 상사에 보고하고서야 행하는 법인데, 요즈음은 아전, 향승은 고사하고 학
궁의 유생과 묘지 송사하는 선비까지도 한번 노기를 일으키면  신장 고문을 마음대로 하니, 
어찌 나라에 법이 있다고 하겠는가?  백성에게 형벌을 사용함은 그  법을 밝히려는 것인데, 
내 자신이 법을 헐어 버리면 무엇으로 법을 밝힐 것인가. 법이 밝지 못하면 위엄이 또한 서
지 못하는 것이니, 스스로 그 덕을 상실할 뿐이다.
  (자의) 좋아할 기. 몽둥이 곤. 회초리 태. 상쾌할 쾌.
  형벌지어이정민은 말야라. 율기봉법하여 임지이장 즉민불범하나니 형벌수폐지라도 가야니
라.
  (해석) 형벌은 백성을 바로잡는 일에 있어서 가장 말단의 일이다. 목민관이 자신을 단속하
고 법을 받들어서 엄정하게 임하면 백성이 죄를 범하지 않을 것이니, 그렇다면 형벌은 쓰지 
않더라도 좋을 것이다.
  (해설) 한 국가를 다스리는 것이 한 가정을 다스리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하물며 한 고을
에 있어서랴. 그렇다면 어찌 가정 다스리는 것을 살펴보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가장이  날
마다 꾸짖고 성내어 자식을 매질하고 동생을 종아리치며, 노비를 묶어놓고 두드린다.
  돈 1전을 훔치고 국 한 그릇을 엎질러도 용서하지  않으며, 심하면 쇠망치로 어깨를 치고 
다듬이 방망이로 볼기를 친다. 그러나 자제들이 속이는 일은  더욱 심하고 노비들의 도둑질
도 더욱 늘어간다. 온 집안이 모여 비방하며 오직 잡힐까 겁내어 상하가 서로 농간질하면서 
늙은이를 속인다. 불쌍하게도 이 늙은이는 그만 외톨이가 되고, 가도 또한 어그러져 크게 어
지러운 지경에 이르러 마침내 법도 있는 집안의 꼴을 이루지 못하고 만다.
  (주석) 정민 : 백성을 바로잡음. 율기봉법 : 자기 자신을 단속하고 법을 받들어 지킴.
  (자의) 벌할 벌. 끝 말. 나아갈 림. 장엄할 장. 범할 범. 없앨 폐.
  고지인목은 필완형벌하여 재지사책하여 방휘복연이니라.
  (해석) 옛날의 어진 목민관은 반드시  형벌을 완화하여 그 사적이  역사에 실려 아름다운 
이름이 길이 빛나고 있다.
  (해설) 후한 유관이 세 고을을 계속하여 다스렸는데, 온화하고 인자하여 용서하는 일이 많
았다. 그는 일찍이 말하기를,
  "형벌로써 다스리면 백성들은 죄만 면하지 수치심은 없다."
하면서, 아전과 백성들이 과실이 있으면 다만 버들가지 채찍으로  벌하여 욕을 보일 뿐이었
다.
  송의 이봉이 연릉령이 되었을 때에 시행하던 일이다. 백성이  죄가 있으면 형장을 가하지 
않고 다만 두건을 홀딱 벗기게 하여 몹시 부끄럽도록 하니, 감히 다시는 죄를 범한 자가 없
었다.
  당의 소유공이 다스릴 때 장벌을 차마 시행하지 못하니, 백성들이 거듭 서로 약속하여 말
하기를,
  "서참군의 장형을 범하는 자는 여러 사람이 반드시 함께 물리치자."
하였는데, 측천 무후 때에 바른 것을 지키고 공평한 것을 유지하여 많은 사람을 보전하였다.
  조선 효종 때 사람 조극선이 군읍에 있으면서 죄인을 다스리게 될 때마다 슬퍼하고 즐기
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때리는 사람도 이처럼 괴로운데 맞는 사람이야 얼마나 고통이 되겠는가. 저것이 아니 괴
롭지는 않으련만 명령을 어겼으니 불쌍할 뿐이다."
  (자의) 어질 인. 늦출 완. 실을 재. 향기 복.
  일시지분으로 남시형장은 대죄야라. 열조유계가 광우간책이니라.
  (해석) 한때의 분노 때문에 형장을 함부로 치는 것은 큰 죄이다. 열성조의 남긴 훈계가 책
에 빛나고 있다.
  (해설) 숙종 18년에 팔도의 감사에게 내린 효유는 다음과 같다.
  "임금은 우레같은 위엄을 가지고 살리고 죽이는 권리를 가졌다. 무릇 사람을 형벌하고 죽
이는 데 있어서는 감히 희로의 사사로운 감정에 따를 수 없으며, 그 살리고 죽이는 것은 항
시 공론에 따라야 한다.
  지금 살인자와 인을 위조한 자는  반드시 목 베어야 할 죄요  용서하기 어려운 악행이다. 
그러나 다시 공경 대신들을 모아서 재삼 상세히 심문하며  법률을 인용하고 죄를 의논하여, 
반드시 죽을 지경에서 구해내려 하여도  정상과 죄가 모두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여러 
대신들이 모두 죽여야 된다고 한 연후에 죽이는 것은 어찌 인명이 귀중한 때문이 아니겠는
가?
  그런데도 크고 작은 주현의 관장들은 긍휼하는 뜻이 없어 형벌을 결단함에 대부분 법대로 
하지 않는 예가 많다. 조그마한 혐의를 쓰거나 일시의 노기  때문에 특별히 큰 형장을 사용
하며 마음대로 때려 죽이니 인명을 가볍게 보는 것이 초개  만도 못하다. 어제 죄인 문서를 
살펴보니 여러 도의 수령들이 이 일을 범하여 견책을 받은 자가 또한 한둘이 아니다. 이 사
람들을 하나라도 다시 불러 등용하지 않음으로써 징계하고 두려워할 줄 알게 하라."
  (자의) 화낼 분. 지나칠 람. 베풀 시. 남길 유. 경계할 계. 대쪽 간, 책 간.
  부녀비유대죄이어든 불의결별이니라. 신장유가나 태둔우설이니라.
  (해석) 부녀자에게는 큰 죄가 아니면 형벌을 시행하지 않는다. 신장은 오히려 가하나 볼기
를 치는 것은 더욱 욕된 일이다.
  (해설) 부녀자는 비록 살옥죄를 범하였더라도 그 태아가 있는지를 살피고 나서 형벌을 시
행하는 법인데, 하물며 다른 죄에 있어서랴? 부녀자에게 볼기를  치는 자는 그 고쟁이를 벗
기고 속치마만 입힌 다음 물을 끼얹어서 옷이 살에 착  달라붙게 하니, 그것이 법정에 있어
서도 오히려 보기에 거리낀다.
  그런데 근래는 관장들이 볼기를 노출시키게 하거나 곤장을 사용하여 생기는 해괴하고  놀
라운 일은 차마 들을 수 없다. 어떤 현령이 신칙하여 볼기를 노출하도록 하니 그 부인이 옷
을 추키고 일어서서 관장을 향해 꾸짖는데, 관장의 어미를  들추고 할미를 끌어내며 더러운 
욕설을 퍼부으니 관장 또한 난처하여 미치광이로 돌리면서 내보냈다  한다. 윗사람이 그 도
를 잃었으니 아랫사람이 거만하고 무례한들 어찌할 것인가? 목민관은 마땅히 이를 생각하고 
예법을 삼가 지켜서 후회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의) 조사할 신. 오히려 유. 볼기짝 둔. 더러울 설, 욕될 설.
  노유지불고신은 재어율문이니라.
  (해석) 늙은이와 어린이를 고문하지 못하는 것은 율문에 실려 있다.
  (해설) '대명률'에 이렇게 되어 있다.
  "나이 70세 이상과 15세 이하 및 불치의 병으로 폐인이 된 자를 고문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니, 만약 어기는 자가 있으면 태형 50에 처한다."
  (자의) 늙을 로. 어릴 유. 고문할 고. 실릴 재.
  악형은 소이치도니 불가경시어평민야니라.
  (해석) 악형은 도적을 다스리는 것이니, 평민에게 경솔히 시행해서는 안 된다.
  (해설) 악형에게는 발가락을 뽑아버리는 난장과 양쪽 다리 사이에 나무를 끼워 형을 가하
는 주리가 있다. 난장은 이미  없어져 도적을 다스릴 때도 사용하지  않으나 주리는 아직도 
있어서 관장이 격분하면 혹 이속 하인들에게 사용한다. 위로  국법을 어기고 아래로 백성들
에게 덕을 잃는 것이 이보다 더 심할 수 없다. 영조가 이렇게 유시하였다.
  "옛날 장신 이완이 까마귀가 달걀을 낚아채어 가는 것을 보고 시험삼아 주리로서 종을 신
문하여 자백받고 항상 사람들에게 경계하였다. 금후로는 강도, 절도가 아니면 난장과 주리를 
사용하는 것은 엄금한다."
  (자의) 도적 도. 가벼울 경.
  
    제4조 죄수를 불쌍히 여김
  옥자는 양계지귀부야니 옥수지고는 인인지소의찰야니라.
  (해석) 감옥은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지옥이다. 옥에 갇힌 죄수의 고통을 어진 사람
으로서는 마땅히 살펴야 한다.
  (해설) 옥중의 온갖 고통을 다 말할 수 없지만, 그중 큰 것을 들면 모두 다섯 가지 고통이 
있다. 첫째는 형틀의 고통이요, 둘째는 토색질당하는 고통이요,  셋째는 병들어 아픈 고통이
요, 넷째가 추위와 굶주리는 고통이요, 다섯째가 오래 지체하는  고통인데, 이 다섯 가지 고
통을 줄기로 하여 천만 가지의 고통이 여기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사형수는 곧 죽을 것인데 먼저  이 고통을 당하여야 하니 그  정상이 가긍하고, 경범자는 
그 죄가 중하지 않은 데도 같이  이 고통은 받아야 하고, 원통한 죄수는  잘못 모함에 빠져 
억울하게 이 고통을 당하여야 하니  세 가지가 모두 슬픈 일이다.  수령된 사람으로서 어찌 
살펴보지 않을 것인가?
  (주석) 양계 : 이승. 이 세상. 귀부 : 지옥. 저 세상.
  (자의) 감옥 옥. 볕 양. 귀신 귀. 죄수 수.
  가지시항은 출어후세요, 비선왕지법야니라.
  (해석) 칼을 목에 씌우는 것은 후세에 생긴 일이지, 선왕의 법은 아니다.
  (해설) 옛날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죄인의 손에 수갑을 채우거나 발에 차꼬를 채우는 일은 
있어도 목에 칼을 씌우는 일은 없었다.
  칼이란 실은 옥졸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 칼을  씌우면 내려다보거나 쳐다볼 수가 
없으며 호흡이 통하지 못하여 사람으로서는  견디지 못할 형벌이다. 차라리  죽이려면 죽일 
것이지 칼을 씌우는 것은 옳지 못하다. 또한 칼과 수갑이란  금을 녹이는 큰 화로로 백성들
의 재물이 없어지는 것이니 칼을 씌우는 일은 마땅히 없애야 한다.
  장화사가 옥수를 처리하는 데 선악과 귀천을 물을 것 없이 모두 칼을 씌우고 수갑을 채워
서 고통이 극도에 달하게 하니, 죄수들이 그를 보면 담이 떨리고 혼이 나가서 생나찰이라고 
하였다. 그 처가 전후 4남매를 낳았는데, 해산할 때만 되면  기절하여 거의 죽게 되며, 낳은 
남녀 아이는 모두 고리 자물쇠가 달리고 손과 다리에 모두 고리 수갑이 있어 묶이고 얽혀서 
땅에 떨어졌다. 장화사는 뒤에 현령이 되었다가 법에 걸려서 형장을 맞고 죽었다.
  (자의) 칼 가(목에 씌우는 형구). 목 항.
  옥중토색은 복분지원야이니 능찰차원이면 가위명의니라.
  (해석) 옥중에서 토색질을 당하는 것은 남모르는 원통한 일이니, 목민관이 원통함을 살피
면 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설) 옥에 갇힌 죄수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옥이며 밥을 주지  않는 등 옥졸들의 토색
질을 낱낱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여서 죄수들의 괴로움과  쓰라림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캄캄하고 어두운 곳에서 하나의 다른 세계가 생겨 그 비리를 다 살펴 찾아낼 수조차 없다.
  관장은 옥졸의 토색질을 염두에 두어 촌 백성이 죄를 범하면  절대로 가두지 말고, 혹 부
득이하여 가두게 되더라도 특별히 형리와 옥졸을 경계하여 침해하지  못하게 하며, 또 거짓
으로 시동에게 작은 죄를 씌워 가두어서 형리와 옥졸의 소행을 살펴보게 해야 한다.
  해주 죄수 이종봉이 살인하고 옥에 갇혀 있는데, 박해득이라는 자 또한 무슨 일로 인하여 
옥에 들어가게 되었다. 옥졸 최악재가 이종봉을  시켜서 박해득을 잡아 담 아래 세우고,  쓴 
칼 끝을 두 발등에 세우게 한 다음 새끼로 칼판과 다리를 합하여 묶어 놓으니, 여기서 박해
득의 몸은 머리에서 발까지 쪽 곧아서 지탱하기 어렵게  되었다. 앞으로 구부리지도 못하고 
뒤로 펴지도 못하여 썩은 나무가 저절로 거꾸러지듯 공중으로 엎어지며 그만 담장에 부딪혀 
목뼈가 부러져 운명하게 되었는데, 그 때 토색하는 돈은 50냥이었다.
  (주석) 토색 : 물품을 빼앗음. 복분 : 엎어진 항아리 속이라는 뜻으로 알 수 없는 일.
  (자의) 토색질할 토. 찾을 색. 엎어질 복.
  질통지고는 수안거연침이라도 유운불감이거늘 황어안폐지중호아.
  (해석) 병들어 아플 때의 고통은 편히  집안에 있고 잠잘 때에도 오히려  견딜 수 없는데 
더구나 옥중에 있어서이겠는가?
  (해설) 호태초는 이렇게 말하였다.
  "옥사는 중한 일이요, 옥은 흉악한  곳이다. 설사 잘못되는 일이 있다고  한들 관속들이야 
무슨 관계가 있으랴. 허물은 반드시 관장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비록 드러나는 형벌은  면
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음덕을 손상할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반드시 질병
을 살피고 춥고 배고픈 것을 알아보며, 반드시 담벽을 완고히 하고 출입을 막는다.
  사실 병이 있어도 아전이 말하지  않는 예가 있고, 병이 아닌데도  아전이 병이라고 속여 
알리는 예가 있다. 대개 아전은 죄수 보기를 개나 돼지같이  하여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는
다. 처음 가벼운 병이 있을 때에는 살펴보지 않고, 반드시 지치고 중하게 된 다음에야  관장
에게 알리며, 심한 경우에는 죽게 된 후에야 알린다.
  그러나 돈이 있는 죄수라면 아전이 시켜서 꾀병을 앓게 하고 교묘하게 말을 시켜 차츰 내
놓이게 하니, 수령이 점검할 때에는 직접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또 의원을 불러서 치료하
고 날마다 그 병세의 차도를 알리게 하며, 그중 너무  지친 자는 친족에게 책임지워 데려가
게 한다. 만일 병이 위급하게 된 후에 관에 알린 사실이 있으면 그 아전을 신문하여 처벌의 
대상에 올린다."
  '속대전'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옥이라는 것은 죄 있는 자를 징계하는 곳이요, 본래  사람을 죽이는 데까지 이르게 하는 
곳은 아닌데도 큰 추위와 심한 더위 그리고 배고픔과 질병으로 비명에 죽어가는 자가 있다. 
안팎의 관리에게 옥 안을 청소하게 하고 질병을 치료하게 하며, 가족의 간호와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는 관에서 옷과 양식을 주게 해야 하는데 만약 태만하여 받들어 따르지 않는  자
가 있으면 엄히 다스리라."
  (주석) 안거연침 : 편안히 생활하고 편안히 잠을 잠. 안폐 : 감옥.
  (자의) 편한 연. 감당할 감. 옥 안. 옥 폐.
  옥자는 무린지가야요 수자는 불행지인야라. 일유동뇌면 유사이이라.
  (해석) 옥이라는 것은 이웃 없는 집이요, 죄수는 걷기 못하는 사람과 같으니, 한번 추위와 
굶주림이 닥쳐오면 죽음이 있을 뿐이다.
  (해설) 손일겸이 남도사옥이 되었다. 중한 죄수에게는 쌀을 하루  한 되씩 주게 하였는데, 
옥졸이 그 대부분을 도둑질하여 밥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또 나눠 줄 때에 
죄수들의 강약에 따라 얻어 먹지  못하는 자가 있으며, 죄수가 처음  옥에 들어가면 옥졸이 
더러운 곳에 몰아넣고 돈을 내라고 하다가 얻지  못하면 마른 땅을 주지 않고 음식을 넣지 
않아 관은 그만 시장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손일겸이 이런 일들을 일체 엄금하고 순수 저울을 만들어  정량에 맞게끔 밥을 계산하되, 
날마다 묘시, 사시에 저울을 가지고 명부를 뒤져 차례로 나누어 주니 식사가 매우 공평하게 
되었다. 죄수의 옷이 해진 것을 볼 때마다 빨아서 기워 주고, 경범자로서 더욱 굶주린  자를 
보면 중죄수 밥의 절반을 주게 하였다. 그래서 죄수들은 죽지  않게 되고 옥졸은 감히 횡령
하지 못하였다.
  조선 효종 2년에 하교하기를,
  "이 추운 계절을 당하여 찬 옥중에 갇혀 있으면서 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니 내가 이를 불
쌍하게 여긴다. 해당 관서에서는 저고리를 만들어 주고 땔나무도 함께 주도록 하라."
하고, 또 각 도에 효유하여 모든 죄수에게 두루 나누어 주어 얼어 죽는 것을 면하게 하였다.
  (자의) 이웃 린. 갇힐 수. 얼 동. 주릴 뇌.
  옥수지대출은 여장야지대신이니 오고지중에 유체기최야니라.
  (해석) 옥에 갇힌 죄수가 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은 긴 밤에 새벽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옥
중의 다섯 가지 고통 가운데서도 오래 지체하는 고통이 가장 심하다.
  (해설) '주역'에 이렇게 말하였다.
  "밝고 삼가는 것으로 형벌을 시행하며 옥사를 지체해서는 안 된다."
  옥사를 지체함은 성인도 싫어하던 일이다. 옥에 중죄인이 있어  그 정상이 지극히 원통한 
자는, 한 달에 세 번 심문해서 상관에게 보고하는 보고서에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여 석방을 
청원해야 한다. 혹 서면으로 힘써 청원하기도 하고, 혹은 직접 만나 자세하게 말하되 자신이 
아파 잠시도 참지 못할 것 같은 기색이 있은 후에야 상관을 감동시켜 판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개 가벼운 죄수는 본래 가두지 말아야 하는데, 그 중에  혹시 잘못하여 갇힌 자가 있으
면 반드시 그 죄수의 성명을 벽 위에 써 붙이고 날마다  살펴볼 것이며, 또 형리를 시켜 매
일 죄수들의 일지를 써 아침마다 올리게 하고 살펴보아서 즉시즉시 판결하여 곧 놓아 주어
야 한다.
  목민관으로서 술에 취한 자는 죄수를 한 번 가둔 후에는 그만 잊어버리고 다시 찾지 않으
니, 형리가 저희들끼리 놓아 주는 것을 내가 본 일도 많다.
  송의 손각이 복주지사가 되었다. 백성이 관의 돈을 축내고 옥에 갇힌 자가 매우 많았는데, 
마침 어느 부자가 돈 5백만 금을 내어 절간을 수리하겠다고 청하였다. 손각이 말하기를,
  "너희들이 돈을 시주하는 것은 복받기를 원하는  것인데, 절간은 아직도 심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누구든지 만일 그 돈으로 옥에 갇힌 죄수의 관전을 갚아 주어서 수백 명에게 큰 칼 
쓰는 고통을 풀어 주게 한다면 부처도 웃음을 머금을 것이니,  사랑을 베풀어 복을 얻는 것
이 더 많지 않겠는가?"
하니, 그 부자가 그만 그 돈을 관으로 실어와서 옥이 몽땅 비게 되었다.
  (자의) 기다릴 대. 새벽 신. 막힐 체. 가장 최.
  장벽소활하여 중수이일이면 상사독과하리니 역봉공자지우야라.
  (해석) 옥의 담장과 벽이 허술하여 중죄수가 탈출하면 상사에게 문책을 당하게 되니, 역시 
봉공하는 수령으로서 걱정할 일이다.
  (해설) 역적의 옥사나 중죄수가 없는데도 관장이 친히 옥중에 들어가면 역시 위신을 손상
하는 일이다. 또 날마다 그것을 일삼으면  너무 좀스러우며, 그렇다고 해서 이따금 한  번씩 
행하는 것도 무심한 일이다. 그러니 며칠에 한 번씩 향승이나  장교를 보내 자세히 살펴 오
게 해도 잘못은 없을 것이다.
  큰 도둑이나 날도적으로서 그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법이 신출귀몰하면 거기에 대한 방비 
정찰을 배나 엄중히 하여야 할  것이다. 또 담을 넘어가는 방법은  반드시 밖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포교나 포졸들은 실상 모두가 도둑의 무리인 
것이니, 마땅히 우두머리를 불러서 이렇게 주의시켜야 한다.
  "아무 도둑이 도망가면 반드시 너의 관속들의 외응이 있어서이다. 관에서 마땅히 캐어 다
스릴 것이니 너희들은 그렇게 알라."
  (주석) 장벽 : 담장과 벽. 소활 : 엉성함.
  (자의) 담장 장. 성길 소. 넓을 활. 도망할 일. 근심 우.
  세시가절에 허기환가하여 은신기부면 기무도의니라.
  (해석) 세시 명절에는 죄수들에게 집에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여 은혜와 신의로 서로 믿는
다면 도망하는 자가 없을 것이다.
  (해설) 진나라 범광이 당읍령이 되었는데, 아전유영이 어떤 일에 연좌되어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 그에게 집에 늙은 어머니가  있어 명절이 되면 범광이 잠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였으며 유영도 기한 안에 돌아왔다. 한번은 고을 관아에  들불이 번지자 유영이 수갑
을 벗고 곧 불을 껐으며 일을 마치고는 다시 스스로 수갑을 찼다.
  양의 왕지가 동양태수가 되었는데, 옥중에 중죄수 40여 명이 있었다. 동짓날에 모두  집으
로 돌려 보냈더니 명절을 보내고 모두 돌아왔는데, 오직 한 사람만이 기일을 어기어 옥관이 
이런 사실을 말하였다. 왕자가 말하기를, 
  "이것은 태수의 일이니 말하지 말라."
하였는데, 이튿날 아침 과연 죄수가 스스로 옥으로 나와서,
  "아내가 임신한 관계였다."
고 사죄하니, 이속과 백성들이 탄복하였다.
  (주석) 세시가절 : 명절과 좋은 철. 은신 : 은혜와 믿음.
  (자의) 허락할 허. 돌아갈 환. 믿을 부. 도망할 도.
  구수이가하여 생리수절자는 체기정원하여 이시자혜니라.
  (해석) 장기 죄수가 집을 떠나 있어  자식의 생산이 끊기게 되는 자는  그 정상과 소원을 
참작하여 자애와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
  (해설) 후한의 오우가 교동상이 되었는데, 안구  땅의 관구장이 어머니와 함께 저자  길을 
가던 중, 한 술 취한 사람이 그 어머니를 욕보이자 관구장이 그 취객을 죽이고서 수갑을 차
고 자수하였다. 오우가 관구장에게,
  "처자가 있느냐?"
하고 물으니 대답하기를,
  "처는 있는데 아직 아들이 없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곧 공문을 보내 관구장의 처를 데려오게 하여  차꼬와 수갑을 풀어 주고 옥
중에서 함께 자게 하였는데, 그 처가 드디어 임신하였다. 겨울이 되어 죄수들을 모두 처형하
게 되니, 관구장이 손가락을 깨물어 아내에게,
  "오우의 은혜를 갚으라."
는 글을 써 주고 올가미에 몸을 던져 죽었다.
  후한 때 진림이 창오태수가 되었는데, 백성 중에 어느 유복자가 그 아비를 위하여 원수를 
갚고 잡혀서 옥에 갇혔다. 진림이 그가 자식이 없는 것을 가엾게 여겨 그 처를 옥에 들이게 
하여 드디어 아들 하나를 낳았다.
  (자의) 떠날 리. 마침내 수. 끊어질 절. 바랄 원. 인자할 자. 은혜 혜.
  노약대수도 상재긍훌이거니와 부녀대수는 우의난신이니라.
  (해석) 노약자를 대신 거두는 것도 측은히 여겨야 할 일인데, 부녀자를 대신 가두는 일은 
더욱 어렵게 여기고 조심해야 한다.
  (해설) 영조 37년에 이렇게 하교하였다.
  "늙은이를 늙은이로 대접하고, 어른을 어른으로  대접하는 것은 정사를 잘하는  도리이다. 
무릇 범죄를 조사하고 다스릴 때에, 아들로 아버지를 대신하고  아우로 형을 대신하는 것은 
오히려 좋다. 그러나 아버지로 아들을 대신하고 형으로 아우를 대신하기에 이르며 심지어는 
그 어머니까지 미치니, 기강에 어긋나고 교화에도 관계가 된다."
  (자의) 늙을 로. 약할 약. 불쌍할 긍. 돌볼 휼. 삼갈 신.
  유배지인은 이가원적으로 기정비측하니 관곡안삽도 목지책야니라.
  (해석) 귀양온 죄인은 집을 떠나 멀리 귀양살이하는 사람으로 그 정상이 슬프고 측은하니, 
집과 양곡을 주어 편안히 거처하게 하는 것이 목민관의 책임이다.
  (해설) 궁할 때의 감동은 골수에 새겨지게 되는 것이요, 궁할 때의 원망도 역시 골수에 새
겨지는 것이다. 덕을 품고 죽으면 반드시 지하에서의 보답이 있을 것이며, 원한을 품고 죽으
면 반드시 지하에서의 재앙이 있는 것이다. 천지도 변화하고 추위와 더위도 서로  바뀌듯이, 
부귀한 자가 반드시 항상 낙을 누리는 것이 아니요, 궁하고  고생하는 자도 또한 하늘의 보
살핌을 받을 수 있는 것인즉, 군자는 여기서 조심하고 깊이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더구나 그 인척들 중 아직 서울에 있는 사람들로서, 그가  덕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누가 
마음 속으로 기뻐하지 않으며, 그가 학대한다는 말을 들으면  누가 은연중에 비방하지 않을 
것인가? 모르는 사이에 명예가 올라가기도 하고 원한이 쌓이기도  하니, 그 자신의 이해 또
한 적지 않을 것이다.
  부녀자로서 유배를 당한 사람은 그 절개와 아름다운 행실이 표창하여 알릴 만한 일도 많
겠지만, 그 집이 이미 엎어져서 칭찬하여 줄 사람도 없으니 매우 슬픈 일이다. 그 중에는 처
녀로 온 사람이 백발이 이마를 덮도록 그대로 윗머리를 땋고 있다.
  60년간 방문을 닫고 혼자 거처하여 사람들은 그 얼굴을 보지 못하지만, 혹 업신여기고 학
대하는 말이 무례하면 목을 매고 독약을 먹어  그의 티없는 절개를 온전히 한 사람이 전후 
계속되었다.
  목민관은 마땅히 이런 것을 알아서 항상 긍휼하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가질 것이요, 능
멸하거나 학대하지 말아야 한다.
  (주석) 유배 : 귀양살이를 함. 관곡 : 집과 곡식.
  (자의) 흐를 류. 귀양보낼 배. 귀양갈 적. 슬플 비. 곡식 곡. 꽂을 삽.
  
    제5조 횡포를 금함
  금포지란은 소이안민이니 박격호강하여 무탄귀근도 역민목지유면야니라.
  (해석) 횡포와 난동을 금지하는 것은 백성을  편안히 하기 위함이니, 재산이 많고  세도를 
부리는 자를 쳐서 물리치고, 귀족이니  임금 측근의 신하를 꺼리지 않는  것 역시 목민관이 
힘써야 할 일이다.
  (해설) 후한 동선이 낙양령이 되었다. 호양공주의 종이 사람을 죽이고 공주의 집에 숨었는
데, 동선이 공주가 외출하기를 기다렸다가 종을 호령하며 수레에서 내려 쳐 죽였다.  위에서 
동선을 하여금 공주에게 사죄하게 하였으나  동선이 좇지 않았다. 강제로  시키려 하였지만 
동선은 끝내 굽히지 않았다. 위에서 칙명으로 목이 뻣뻣한  수령이라 이름하여 내보내고 돈 
30만을 하사하니, 이로 인하여 토호와 간악한 무리들이 벌벌  떨면서 그를 이름하여 웅크린 
호랑이라 하였다.
  조선 인조 때 사람 오윤겸이 경성판관이 되었을 때, 왕자  임해군이 불법한 짓을 많이 하
여 그 포악함이 백성들에게 미쳤다. 궁궐의 종의 고을에 들어와서 어느 과부를 때려 상처를 
입히자 오윤겸이 그를 결박하여 곤장을 쳐서 죽게 하였다.
  (주석) 금포 : 횡포를 금함. 박격 : 쳐서 공격함. 귀근 : 귀한 신분과 임금과 가까운 신하.
  (자의) 사나울 포. 그칠 지. 칠 박. 칠 격. 꺼릴 탄. 힘쓸 면.
  권문세가가 종노호횡하여 이위민해자는 금지
  (해석) 권문세가에서 종을 놓아 횡행하게 하여 백성에게 해를 주는 일은 금해야 한다.
  (해설) 수나라 영비가 굳세고 국량이 있었는데, 양소가 천거하여 화주자사가 되었다. 양소
의 전답이 화음에 많이 있었는데, 법을 지키지 않음이 많아 영비는 법으로 다스리고 너그럽
게 보아 주는 일이 없었다. 후에 조정에서 모였는데 양소가 말하기를,
  "내가 그대를 천거란 것이 도리어 스스로 벌 주는 일이 되었다."
하였다. 영비가 대답하기를,
  "법을 봉행하는 데에 전심하는  것은 공이 천거하여 주신  은혜에 누가 될까  하여서입니
다."
하니 양소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앞서의 말은 농담이다."
  유정원이 춘천부사가 되었다. 당시 정승집 종이 세력을 믿고 남의  관 재목 수십 벌을 빼
앗고, 또 사람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 이졸을 보내어 잡아 다스리고 값을 받아 그  주인에게 
돌려 주니, 정승이 듣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집 종이 정말 죄가 있었는데, 유 아무개가 아니면 이렇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의) 권세 권. 세력 세. 놓을 종. 해칠 해.
  금군호총하고 내관횡자하여 종종빙자는 개가금야니라.
  (해석) 금군이 총애를 믿고 내관이 횡포를 부려 이따금 횡행  방자하여 여러 가지 구실로 
백성을 괴롭히는 일들을 모두 금지해야 한다.
  (해설) 당나라 혀맹용이 경조윤이 되었다. 신책사 이욱이 백성의 돈 8천 관을 빌려 쓰고 3
년간을 갚지 않으므로 허맹용이 잡아 가두고 기일을 정하여 갚게 하였다가 갚지 않아 이욱
이 수갑을 차게 되자 온 군중이 놀라 호소하였다. 그리하여  임금이 두 번이나 사신을 보내 
본군으로 돌려 보내라 하였다. 혀맹용이 아뢰기를,
  "신이 조서를 받들지 않고 시행하였으니 죽어 마땅하오나 신이 폐하를 위하여  강호를 규
탄 억제하는 것이오니, 돈을 다 받아들이지 않고는 이욱을 돌려보낼 수 없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그만 허락하고 말았다.
  조선 현종 때 사람 김시진이 수원부가가 되었다. 내시 이일선의 아우가 경내에 살면서 세
력을 믿고 횡행 방자하는가 하면 몰래 국사를 누설하는 일도 있었다. 김시진이 그를 불러다 
머리를 베어 저자에 돌리게 하니,  좌중 사람들이 임금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고 하니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일이 생기면 내가 벌을 받을 것이니, 조정에 책임이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였는데,  이일선도 감히 문책하지 못하
였다.
  (주석) 금군 : 궁궐을 지키며  임금을 호위하는 군사. 호총 :  임금의 총애를 믿음. 내관 : 
내시. 종종 : 갖가지.
  (자의) 믿을 호. 사랑할 총. 방자할 자. 의지할 빙. 의지할 자.
  토호무단은 소민지시호야니 거해존양은 사위지목이니라.
  (해석) 토호의 횡포는 힘없는 백성들에게는 늑대나 호랑이와 같다. 그 해독을 제거하고 양 
같은 백성들을 보호하는 것이야 말로 참된 목민관이라 하겠다.
  (해설) 송의 이호가 태주에 있을 때의 일이다. 토호 백성 정헌이라는 자사 물건을 가지고 
권문 세가에 선사하면서 일을 만들어 한 고을의 폐단이 되었다. 이호가 그의 간악한 사실을 
적발하여 옥에 가두어 죽게 하고  그 재산을 몰수하니, 권문세가 사람들이  그 집안을 시켜 
원통함을 호소하게 하는 한편 공을 다른 일로 모함하였다. 이에 유공이 아뢰기를,
  "이 모가 토호 백성에게 좋지 않게 하여 그들의 무고를 받은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렇게 말하였다.
  "지방을 맡아 지키는 신하로서 강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토호 백성을 가두어 죽게 하는 것
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조선 정조 때 사람 정경순이 청주목사가 되었는데, 어느 호족이 창고 곡식을 축내고도 갚
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독촉하니 그 호족이,
  "정 아무개는 역적이라."
하였다. 곧 이교들을 풀어 잡아다 신문하기를,
  "네가 나를 역적이라 하는데 너야말로 진짜 역적이다."
하니, 호족이 어째서 그러냐고 하였다. 곧 다짐장에 써 이르기를,
  "관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을 역이라 하고, 나라 양곡을  도둑질하여 먹는 것을 적이라 하
니 네가 역적임이 틀림없다. 형벌로 징계하겠다."
하고 드디어 형장 30대를 때리니 온 고을 안이 두려워 복종하였다.
  (주석) 토호 : 그 지방의 세력  있는 사람. 시호 : 이리와 호랑이.  존양 : 양 같은 백성을 
보호함.
  (자의) 무력 무. 끊을 단. 이리 시. 범 호. 양 양.
  악소임협하며 표탈위학자는 극의즙지니 부즙이면 장위란의니라.
  (해석) 악한 소년들이 객기를 부리며  도둑질과 약탈로 포학을 자행할  때는 이를 조속히 
금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차 난리를 일으킬 것이다.
  (해설)송의 진요좌가 개봉부를 다스릴 때의 일이다. 매년 정월이면 밤에 등불을 날리는 풍
속이 있었는데, 관에서는 그들을 모두  악소배로 등록하고 잡아다 가두었었다. 공이  그들을 
불러다 가르치기를,
  "고을 원이 악인으로 너희를 대우하였으니 너희가 어찌 선한 일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이
제 선인으로 너희를 대우하니 너희가 그래도 악한 일을 할 것인가?"
하며 그대로 다 놓아 주었는데, 닷새밤이 지나도록 한 사람도 법을 범하는 자가 없었다.
  (주석) 악소 : 악행을 저지르는 연소자. 표탈 : 도둑질하고 빼앗음.
  (자의) 협객 협. 겁탈할 표. 빼앗을 탈. 빨리 극. 금할 즙.
  협사간음하고 휴기숙창자는 금지니라.
  (해석) 간사하고 음탕하여 기생을 데리고 다니며 창녀집에서 자는 자를 금해야 한다.
  (해설) 관리가 기생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그것을 다스리는 법률이 지극히 엄하였다. 그러
나 벌써 해이해지고 어지러워져서  오랜 동안에 그대로 합리화되고  말았으니, 지금 갑자기 
금지하면 이것은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일이다. 다만, 등산하고 선유하는 데에 있어서  기생
을 싣고 풍악을 치는 일은 아전이나 장교로서 감히 할  일이 아니니, 목민관은 부임하여 한 
달이 지난 후에 곧 이렇게 엄히 타일러야 한다.
  "관의 이속이나 관의 장교로서 감히 기생을 데리고 흥청거리며 노는 자가 있으면 즉시 법
에 의하여 엄중히 다스리고 영구히 관적에서 제거할 것이며, 또 혹 기생집에서 싸움을 일으
키고 구타하는 등의 송사를 야기시킨 자는 배를 더하는 법률에 의하여 처단하고 절대 용서
하지 않는다."
  '한암쇄화'에 이렇게 말했다.
  "처녀가 시집가려 하는데 이웃집 총각이 자기와  먼저 간통하였다고 말하고 나서거나, 원
망에 찬 며느리가 도망가면 그 시어미가  반드시 음행하였다고 무고하는 종류의 송사가  많
다.
  그런데 지금의 관장은 간음에 관한 송사가 있을 때마다 먼저 자신이 추잡하고 더러운 짓
을 하니, 즉 여종을 시켜 간음한 여자의 속옷을 들치고 검은 점과 음모를 조사해 보게 하니 
크게 예가 아닌 짓이다. 이런 방법이 아니면 어찌 판단 결정하는 법이 없을 것인가? 목민관
으로서 단아하고 엄정한 자는 반드시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당의 최갈이 하남윤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읍에 큰 장사꾼이 물건을 싣고 강호로 나갔다
가 난리를 만나서 그 재물을  다 없애고 돌아오지 못하였다. 그  아내가 점쟁이를 찾아가서 
그 남편의 생사 여부를 물었더니,  점쟁이가 내심 그 여인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또 넉넉한 
살림을 탐내어 점을 쳐 보고는 일부러 놀라며 말하기를,
  "그대 남편은 아마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하고 비밀히 매파에게 백금을 주어 유인하니, 그녀는 그만  시집을 가게 되었으며 점쟁이는 
부자가 되었다.
  서주 지방이 평정되자 전남편이 곤궁에 빠져 의식을 빌려가며 고향으로 돌아와서 그 아내
에게 가 보니, 점쟁이가 크게 노하여 욕설을 하며 쫓아냈다. 아내가 법정에 가서 스스로  그 
아내라고 말하였지만 점쟁이가 후하게 뇌물을 쓰므로 전남편이 도리어 죄를 입었으며, 재차 
호소하였지만 다시 무고죄에 연좌되고 말았다.
  장사꾼은 그만 분개하여 탄식하다가 눈이 멀었다. 최갈이 부임하게  되자 장사꾼이 그 원
통한 사연을 다시 진정해 왔다. 최갈이 조사하여 그 실정을  알고 곧 점쟁이를 잡아다가 전
의 옥리와 함께 옥에 가두고, 그동안의 뇌물질과 간사한 일들을 모두 들추어내어 죽이고 그 
처를 장사꾼에게 돌려 주었다. 이때 한창 궂은 장마철이었는데  옥사를 판결하자 곧 장마가 
개었다.
  (자의) 좁을 협. 사악할 사. 음란할 음. 가질 휴. 잘 숙.
  시장후주하여 약취상화하고 가항후주하여 매리존장자는 금지니라.
  (해석) 시장에서 술주정하며 물건을 빼앗거나 거리에서 술주정하며 어른을 모욕하는 자는 
엄금한다.
  (해설) 큰 마을에 모여 살다 보면 반드시 장날마다 술에  취하여 노인에게 욕설하고 점잖
은 이를 능욕하여 온 마을에 해가 되는 자가 있다.  목민관은 마땅히 이들을 조사해 살펴서 
곤장 60대로 엄히 징계하여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그 중 혹 우연히  술에 취한 자는 그 벌
을 가볍게 해서 5~6일 정도 흙일을 시키면 징계가 될 것이다.
  촉의 유비가 한때 가뭄으로 인하여 술을 금하였는데, 형리가 남의 집에서 술 만드는 기구
를 찾아내 술 마든 자와 다름  없는 벌을 주려 하였다. 이때 간옹이  유비를 따라 노닐다가 
한 남자가 길 가는 것을 보고 유비에게 말하기를,
  "저 사람이 음란한 짓을 하려 하는데 어찌 결박하지 않습니까?"
하니 유비가,
  "경이 어찌 그것을 아는가?"
하였다. 간옹이 말하기를,
  "그 사람이 간음하는 기구를 가졌으니, 술을 빚으려는 사람과 같은 것입니다."
하였다. 유비가 크게 웃고 명하여 술 만드는 기구로 잡혀 온 자를 놓아 주게 하였다.
  왕좌가 평강태수가 되었는데, 송사 처리하는 데에 능하였다. 한 백성이 정안국이 술을  빚
었으니 잡으라고 고발하였다. 태수가 물으니 대답하기를,
  "술을 빚는 것이 국법을 범하는 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늙은 어머니가 약을 복용하는데 
반드시 찌꺼기가 없는 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니, 태수가 그 효성을 동정하여 놓아 보내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묻기를,
  "술을 펑상 아래 채롱 속에 감추었다고 고발하는 자가 있으니 웬일이냐? 아마 네 집의 여
종으로 출입하는 자가 있느냐?"
하니, 어린 여종이 있다고 대답하였다. 고발한 자를 잡아다 앞에 놓고 심문하여 그가 농간질
한 사실을 알았는데, 술이 있는 곳을  고발한 것도 여종이었다. 모두 등을 매때려  내보내니 
듣는 사람들이 모두 통쾌하게 여겼다.
  (주석) 후주 : 술주정함. 약취 : 빼앗음. 상화 : 상품. 매리 : 꾸짖고 욕함.
  (자의) 술주정할 후. 빼앗을 략. 거리 가. 거리 항. 꾸짖을 매. 욕할 리.
  도박위업하고 개장군취자는 금지니라.
  (해석) 도박을 업으로 삼고 판을 벌이고 무리를 지어 모이는 것을 금해야 한다.
  (해설) 여러 가지 내기놀이 중에서도 심보가 나빠지고  재산을 탕진하며 가문과 친족들의 
근심이 되게 하는 것은 투전이 첫째가 되고, 쌍륙, 골패가 그 다음이다. 아전이 관전을 축내
고, 장교가 장물죄를 범하는 것도 대부분 여기에서 오는 것이다. 목민관은 마땅히 세 번  명
령하고 다섯 번 거듭하여 엄중히  금단할 것이며, 그래도 고치지 않는  자가 있으면 가만히 
하인이나 그 밖의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어서 제때에 잡아다가 법에 의하여 속전을 받아서 
노비들을 돌보아 주고 옥중 죄수들을 구휼한다.
  그리고 갑자기 부채가 많은 자는 그 사실을 조사하여 그것이 투전에서 온 것이라면 그 중
에서 많이 딴 자를 잡아다가 본 액수대로 도로 받아서 그 부채를 충당해 준다.
  (자의) 노름할 도. 장기 박. 무리 군.
  배우지희와 괴뢰지기와 나악모연으로 요언매술자는 병금지니라.
  (해석) 배우의 유희와 괴뢰의 재주, 그리고 나악으로 시주를 청하여 요사한 말로 행술하는 
자는 모두 금해야 한다.
  (해석) 절간이 낡고 모신 부처가 퇴색되면 중들이 공문을 만들어 가지고 악기를 두드리며 
재물을 구걸한다. 징소리와 북소리가 요란하고 깃발이 어지러우며 열 명, 백 명씩 무리를 지
어 뛰놀며 돌아간다. 어린애들은 그것을 모방하고 배워서 조망하고  떠드는 것이 천성이 된
다. 이와 같이 백성의 재물을  속여 빼앗아 노는 비용으로 때우니  이것도 마땅히 금하여야 
할 풍속이다.
  사당패가 북을 치고 염불을 하면서 민간  재물을 구걸하는 자도 역시 엄중히  금지하여야 
한다. 
  (주석) 괴뢰 : 꼭두각시. 나악 : 푸닥거리.
  (자의) 배우 배. 꼭두각시 괴. 요사할 요. 금할 금.
  사도우마자는 금지고 징속즉불가니라.
  (해석) 사사로이 마소를 도살하는 것은 금지해야 하며, 돈을 바쳐 속죄하게 하는 것은 옳
지 않다.
  (해설) 우리 나라 풍속은 암말은  수말에 접붙이지 않고 수말은  암말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 암, 수의 생리기가 막혀서 새끼를 낳아 기르는 일이 그만 끊어진다. 그래서 1만 집이나 
되는 고을에도 말은 수십 필에 지나지 못하니, 병들어 죽은  것이 아니면 원래 사사로이 도
살하는 일이 없지만 소의 도살은 엄히 금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는 양이 없어 명절 
때 즐기며 노는 데도 소가 아니면 고기가 없으니, 인정의  소원을 가혹하게 금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호부한 아전이나 잘사는 백성들이  혼인 잔치나 장례, 제사 때에  소를 잡는 것이 
풍속으로 되었는데 이것은 금할 일이다.  법례에 개가 마땅할 것인데 어찌  송아지를 쓸 수 
있는가? 법에 의하여 상사에 보고하려고 하면 내 백성의 재물만 손해나고 저편의 창고만 풍
부히 채워 줄 뿐이니 의미가 없는 일이다.
  주자의 권농문에 이렇게 말하였다.
  "농사짓는 공력이 일체 소의 힘에 의지하는 짓이니, 절실하게 잘 보살펴서 관리하며 제때
에 먹이고 함부로 도살하여 농사일에 지장을 초래하지 말라. 만약에 어기는 일이 있으면 clr
명 조례에 의하여 등에 곤장 20대를 때리고, 소 한 마리마다 벌금 50관을 받되 가두고 바치
기를 감독하며 쉽게 용서하는 일이 없겠다."
  (자의) 죽일 도. 거둘 징. 속바칠 속.
  인신위조자는 찰기정범하여 단기경중이니라.
  (해석) 도장을 위조한 자는 그 정상을 알아보아서 죄의 경중을 따져 처단해야 한다.
  (해설) 관인이나 각 궁궐의 도장을 위조한 자는 각각 법에 의해 처리한다. 또 호장의 도장 
두 개를 합하여 네모꼴로 만들기도  하며, 헌 벙거지나 마른 박조각  같은 것으로 조잡하게 
전자를 새기기도 하는데, 이런 것은 가벼운 벌로 처리해야 한다. 
  송의 이종이 호남관찰사가 되었는데, 어느 어부가 큰 잉어를 드렸다. 이종이 집에서  삶게 
하였는데, 뱃속에서 인장 하나를 얻으니, 일면에 '형산현인'이란 글자가 써있었다. 이종이 형
산현의 근일 문서를 찾아서 그 인장 글씨와 대조해 보니 문서에 찍힌 것이 분명 새로  새긴 
것 같았다. 여기서 형산령을 불러 인장을 가져오게 하여 살펴보니 과연 새로 새긴 것이었다. 
이종이 사람들을 물리치고 힐문하니 현령이 죄를 실토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전의 인장을 어떤 사람에게 도둑을 맞았었는데, 제가 아전과 더불어 처벌받을 것을 걱정
한 나머지 그만 공인을 시켜 만들었습니다. 이제 와서는 다만 죽으라는 명령만 기다릴 뿐입
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종이 이 사실을 숨기고 새 도장을 부순  다음 옛도장을 가지고 현으로 돌
아가게 하였는데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자의) 도장 인. 만들 조. 끊을 단. 기록 보. 용서할 유. 따를 종.
  족보위조자는 죄기수모하고 유기종자니라.
  (해석) 족보를 위조하는 자는, 수모자는 죄주고 종범은 용서한다.
  (해설) 병전 '참정편'에 보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자의) 거짓 위. 만들 조. 머리 수. 용서할 유. 따를 종.
  
    제6조 폐해를 제거함
  위민제해는 목소무야니 일왈도적이요 이왈귀매요 삼왈호랑이니 삼자식이민환제의니라.
  (해석) 백성을 위하여 피해를 없애는  일은 목민관의 임무이다. 피해의  첫째는 도덕이요, 
둘째는 귀신붙이요, 셋째는 호랑이니 이 세 가지가 없어야 백성의 걱정이 사라질 것이다.
  (해설) 평상시 사람들이 모여서 한담할 때에 무서운 것 셋  중에 무엇이 제일 무서우냐고 
물으면 그 소견이 각각 달라서 혹은 도적을 무섭다 하고, 혹은 귀신을 무섭다 하고, 혹은 범
을 무섭다 하니, 이 세 가지가 백성의 해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귀신으로 인한 걱정은 반드시 사람이 만드는 데서 오는 것으로서 음란한 사당집과 요사한 
무당이 곧 귀신이 의지하는 곳이 된다. 때문에 귀신의 환을  없애는 일은 요사한 것을 제거
하는 것으로 근본을 삼는다.
  (주석) 제해 : 해를 제거함. 귀매 : 귀신과 도깨비.
  (자의) 없앨 제. 도적 도. 도적 적. 귀신 귀. 귀신 매. 쉴 식.
  도소이작은 궐유삼유하니 상불단표하고 중불봉령하고 하불외법하니 수욕무도나  불가득야
니라.
  (해석) 도적이 생기고 일어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으니, 위에서 위의를 바르게 가지
지 못하고, 중간에서 명령을 받들어 행하지 않고, 아래에서 법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록 도적을 없애려고 해도 되지 않는 것이다.
  (해설) 위에서 행동을 바르게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신이나 목민관이 탐욕과 불법을 자
행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이를 가리켜 큰 도둑이라고들 한다.
  '하산냉담'에 말하였다.
  "갈의거사는 남쪽 지방의 호걸이었다.  일찍이 쌍가마를 타고  장거리를 지나다가 군관이 
한 도둑을 잡아서 붉은 포승으로 결박하고 종이 고깔로 덮어씌우고 뒤로 고랑 채우고 가는 
것을 만났다. 갈의거사는 곧 앞으로 다가가 손을  잡고 엉엉 울면서 위로하여 말하기를 '원

하다 자네여! 어찌하다 이런 욕을 보게 되었는가'하니, 온 저자  사람들이 크게 놀라며 겹겹
으로 둘러싸고 구경하는 것이었다.
  군관이 크게 놀라며 군졸을 명하여 갈의거사를 함께 결박하라고 하니, 갈의거사가 말하기
를 '자네가 나를 결박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들과 같이 도둑질을 하였다는 말인
가? 어찌 내 말을 들어 보지도 않고 결박하려  하는가?' 하였다. 군관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거사가 말하기를 '지금 온갖 도둑이 이 땅 위에  가득 찼다. 전답에서는 세금은 도둑질하고, 
호구에서는 부역을 도둑질하고, 기민 구제하는 데에서는 곡식을 도둑질하고, 창고에서는  이
익을 도둑질하고, 송사에서는 뇌물을 도둑질하고,  도둑에게서는 장물을 도둑질한다. 그러나 
안찰사와 병사, 수사가 서로 짜고서 숨겨 주고 들추지 않는다. 그 지위가 높을수록 도둑질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그 녹이 많을수록  도둑질의 욕심은 더욱 커진다. 밖에 나가면  깃대를 
세우고 집에 있으면 장막을 드리우며, 푸른 도포와 붉은 실띠의 치장 또한 선명하다. 이처럼 
종신토록 향락을 누려도 누가 감히 무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너 끼니를 굶
고 그 굶주림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훔친  좀도둑만이 이런 큰 욕을 보게 되니 또한  슬픈 
일이 아닌가? 내가 이래서 우는  것이지, 다른 일이 아니다.'하니,  군관이 말하기를 '선생의 
말이 옳습니다.'하고, 술을 권하며 사과하여 보냈다."
  (주석) 삼유 : 세 가지 까닭. 단표 : 단정함. 봉령 : 명령을 받듦. 외법 : 법을 두려워함.
  (자의) 까닭 유. 단정할 단. 받들 봉. 두려워할 유.
  선상덕의하여 사기죄악하여 기구자신하여 각환기업이 상야라.
  (해석) 임금의 어진 뜻을 펴서 그 죄악을 용서해 주어 그들로 하여금 전의 악행을 버리고 
스스로 새로워져 각기 본업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해설) 한의 공수가 발해태수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이때 발해 지방에 흉년이 들어 도둑
이 많으니, 선제가 공수를 불러 태수를 삼으며 말하기를,
  "그대가 무엇으로 도둑을 다스리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해변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 성상의 덕화가 미치지  못하는데, 그 백성이 추위와 굶주
림에 시달려도 관리가 구휼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폐하의 백성들로 하여금 폐하의 병기를 
더러운 못 속에서 도둑질하여 희롱하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 신으로 하여금 그를 이기게 하
려는 것입니까 장차 편안하게 하려는 것입니까?"
하였다. 선제가 공수의 대답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답하여 말하기를,
  "어진 인재를 뽑아 등용하는 것은 원래가 편안히 하려는 것이다."
하니 공수는 말하기를,
  "신은 들으니 '난민을 다스리는 것이 헝클어진 노끈을 푸는 것 같아 급히 하여서는 안 되
고 늦추어야만 다스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신이 바라는  것은 승상이나 어사도 신을 법
률로 구속하는 일없이 일체 편의로 일을 볼 수 있게 하여주는 것입니다."
하니, 선제가 허락하고 황금을 더  하사하여 보냈다. 고을에서 신임태수가 부임한다는  말을 
듣고 군졸을 출동시켜 맞이하니 수는 이들을 모두 되돌려 보냈다. 그리고 소속 고을에 글을 
보내 도둑잡는 아전을 다 없앤 다음 호미, 갈고리 등의 농기구를 가진 자는 모두 양민이 되
게 하니, 아전은 병기 가진 자를 도둑이라고 문책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 공수는 한 대의 수
레로 혼자 행하여 관부에 도임하니 고을 안이 모두 화평스러워 도둑들도 없어졌다.
  (자의) 펼 선. 용서할 사. 버릴 기. 돌아올 환.
  여시연후에 개행병적하고 도불습유하고 유치차격이면 불역선호아.
  (해석) 이렇게 한 후에야 악행을 고치고 자취를 숨기며, 길에서는 흘린 것을 줍지 않고 부
끄러워할 줄 알며, 또 바르게 되면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해설) 후한 때 정의가 추령이 되어 덕화를 펴니, 사람들이 길에서 흘린 보물을 주워다 주
인을 찾아 주었다.
  촉한이 염헌이 면죽령이 되어 예절과 겸양으로 백성을 교화시켰다.  한 남자가 밤에 길을 
가다가 흘린 자루 속에서 무명 베를 얻었는데, 그 주인을 찾아서 돌려 주며 말하기를,
  "고을에 어진 사또가 계신데 어찌 그 교화를 저버리겠습니까?"
하였다.
  '북사'에 이런 말이 있다.
  "조경이 기주자사가 되었는데 매우 엄격하고 또 은혜가 있었다. 조경의 밭 가운데서 볏집
을 도둑질해 가던 사람이 아전에게 잡혔다. 조경이 위로하고  효유하여 보내고 사람을 시켜
서 짚 한 수레를 실어다가 훔쳐 간 사람에게 주니, 도둑이  중한 형벌을 받는 것보다 더 부
끄러워하였다."
  송의 범순인이 낙양윤이 되었다. 마침  사극장이 하양에서 오다가 중도에서  말을 먹이며 
주막에서 쉬는데, 어떤 늙은이가 담장 아래에서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었다. 한 사람이  그 
늙은이에게 와서 말하기를,
  "댁의 송아지를 도둑맞았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늙은이는 그대로 앉아 있으면서 사실을 묻지도 않았다. 좀 있다가 다시 
와서 송아지를 잃었다고 하니, 늙은이가 태연한 안색으로 천천히 말하기를,
  "반드시 이웃집에서 장난으로 감추었을 것이다."
하는 것이었다. 사씨가 이상히 여겨 나가서 묻기를,
  "당신 집에서 송아지를 잃었다고 두 번이나 와서 말하여도 놀라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
까?"
하니 늙은이가 웃으며 말하기를,
  "범공이 이 지방에 계신데 누가 도둑질을 하려고 하겠는가."
하였다. 얼마 있으니 송아지가 과연 돌아왔다고 하여 사씨는 그만 감탄하면서 떠났다.
  (자의) 감출 병. 주울 습. 부끄러울 치. 이를 격.
  간호상취하여 호악부전이면 강위격단하여 이안평민이 억기차야니라.
  (해석) 간악하고 세력 있는 자들이 서로  모여 악행을 자행하면서 뉘우치지 않으면,  강화 
위력으로 쳐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그 다음 방법일 것이다.
  (해설) 북주의 한포가 옹주자사가 되었는데,  그 지방에 도둑이 많았다.  한포가 비밀리에 
탐지해 보니 그것은 모두 세력 있는 자들이 하는 짓이었다.  한포는 짐짓 모르는 체하고 그
들을 두터이 예우하면서 말하였다.
  "자사는 원래가 서생 출신이어서 어찌 도적막는 일을 알겠는가. 믿는 것은 그대들 뿐이니 
함께 근심을 나누어 주시오."
  그리고는, 사납고 불량하여 향리에서 우환이 되는 자들을 모두 불러다가 우두머리로 삼아 
각 지역에 나누어 배치하고 도둑이 발생하였는데도 잡지 못하면 일부러 놓아 준 죄로 처벌
하게 하였다. 이렇게 되니 여러 곳이 배치된 자들이 모두 두려워하며 자수 복죄하여 말하기
를,
  "전에 도둑이 발생한 것은 모두 저희들이 한 일입니다."
하면서 데리고 있는 무리들을 모두 그 성명을 적어 올리며 혹 도망가 숨은 자들에 대하여도 
역시 모두 그 소재지를 말하였다. 이에 한포가 도둑 명부를  가져다 간직하고 이어 고을 문
에 크게 방을 붙이기를,
  "자신이 도둑질한 죄를 아는 자는 급히 와서 자수하면 곧 그 죄를 면해 준다. 이 달이 다 
가도록 자수하지 않는 자는 목을 베고, 재산은 몰수하여 먼저 자수한 자에게 상 준다."
하니, 한 달포 사이에 여러 도둑이 모두 와 자수하였다. 한포가 그 명부를 가져다 맞추어 보
니 틀림이 없었다. 모두들 그 죄를 용서하여 주고 스스로  새로운 사람이 되게 하니 이로하
여 뭇도둑이 자취를 감추었다.
  (자의) 호걸 호. 모일 취. 뉘우칠 전. 굳셀 강.
  현상허사하여 사지상포하고 사지상고하여 이지잔멸이 우기차야니라.
  (해석) 현상금을 걸어 죄를 용서하여 줄 것을 허락해서 서로 잡아들이거나 고발하게 하여 
잔멸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해설) 오나라 진표가 장교가 되었을 때  관청 물건을 도둑질한 자가 있었는데,  시명이란 
자만이 잡혀서 고문을 당하였다. 시명은 원래 장대하고 사나운 자여서 죽기 한 하고 공술하
지 않으니 법관이 의심스러운 사건으로 처결하여 나라에 알렸다.  손권이 진표를 시켜 자의
로 그 사실의 실정을 알아보게 하였는데, 진표는 차꼬와 수갑을  벗기고 음식도 잘 주며 목
욕시켜 그의 환심을 사니, 시명이 항복하고 그 부하들을 모두 적어 바쳤다. 진표가 그  사실
을 아뢰어 특별히 시명을 놓아 주고 그 무리를 잡아 베었다.
  주나라 유경이 옹주별가가 되었는데, 호씨 집에서 겁탈을 당하여  이웃 사람들이 잡혀 갇
힌 자가 많았다. 유경은 도적이 오합지졸이므로 간사한 꾀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름 
없는 글을 많이 써서 관청문간에 붙여 이르기를,
  "우리들이 함께 호씨의 집을 겁탈하였는데, 무리들이  혼잡하여 끝내는 누설되고야 말 것
이다. 지금 먼저 자복하려 하지마 베임을 면치 못할까 두려운데, 만일 먼저 자수하는 사람에
게 죄를 면하여 주면 나가서 고하겠다."
하고, 유경이 이에 다시 면죄첩을 부치게 하니, 이틀만에 한 놈이 와서 자수함으로써 그  무
리들을 모두 잡았다.
  (자의) 걸 현. 잡을 포. 남을 잔. 다음 차.
  주묵지지를 표기의거는 변화수하여 이자서발도 역소수야라.
  (해석) 붉은색과 먹물로 그 의복에  표하여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고  도둑을 색출해 내는 
것 또한 조그만 술수이다.
  (해설) 송의 진술고가 건주 수령이 되었다. 포성현에 물건  잃은 사람이 있는데, 도둑질한 
자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이에 진술고가 속여 말하기를,
  "아무 사당에 한 종이 있는데, 매우 영험하여 도둑을 잘 알아 맞춘다."
하며, 사람을 보내어 가져다가 뒷문 안에  두고 제사지냈다. 여러 죄수들을 데려다 종  앞에 
세우고 말하기를,
  "도둑질을 하지 않은 자가 만지면 소리가 없지만 도둑질을 한 자가 만지면 소리가 난다."
하였다. 술고가 종에 대고 매우 엄숙히 기도를 하고 제사를 마친 수 포장으로 두른 다음, 가
만히 사람을 시켜 먹을 종에 바르게 하였다.
  얼마 있다가 죄수들을 한 사람씩 인도하여  포장 안으로 들어가서 종을 만져보고  나오게 
하였는데, 손을 조사해 보니 모두 먹 흔적이 있는데 다만 한 죄수만이 먹 흔적이 없었다. 그 
죄수를 심문하니 과연 도둑이었는데, 그는 종에서 소리가 날까  무서워서 감히 만지지 못한 
것이었다.
  (주석) 주묵 : 인주와 먹물. 의거 : 옷소매. 화수 : 벼와 가라지. 즉 진가.
  (자의) 먹 묵. 표지 지. 옷소매 거. 구별할 변. 가라지 수. 호미질 서.
  위여운상은 휼도지항례야요 위부찰애형은 도지소수야니라.
  (해석) 상여를 위장하여 물건을 운반하는 것은  간사한 도둑이 항상 하는 짓이요,  초상을 
가장하여 상인들이 슬퍼하는 것을 살피는 것은 도둑을 조사하는 작은 술수이다.
  (해설) 당나라 여원응이 악양진수가 되었다. 하루는 나가서 노닐다가 보니 상여가 길 왼쪽
에 있는데, 남자 다섯 사람이 상복을 입고 따르는 것이었다. 여원응이 말하기를,
  "먼 곳 장사라면 너무 번잡하고, 가까운 곳 장사라면  너무 간소하니 이것은 정녕 간악한 
무리의 하는 짓이리라."
하며, 관원을 시켜 수색하게 하니 모두 무기였다. 도적이 말하기를,
  "강을 건너가 재물을 약탈하려고 거짓 상여를 만들어서 우리가 건너가는 것을  남이 의심
하지 않게 한 것입니다."
하였다. 공이 사람을 시켜 조사하니, 또 같은 무리 수십 명이 있어 건너편 언덕이 모여 있기
로 되어 있었다. 모두 사로잡아서 법에 붙였다.
  우리 나라 무신년 난리에 역적 이인좌 등이 무기를 상여 속에 감추어 가지고 저물녘에 청
주를 지나 동쪽 수풀 속에  머물렀다가 그 밤으로 습격하여 병마사를  죽였으니, 역시 이런 
방법이었다.
  당나라 때 유공작이 양양절도사가 되었다.  흉년이 들었는데 이웃 지방이 더욱  심하였다. 
상복을 입은 자가 곡을 하며 글을 올려 이르기를,
  "3대의 열두 무덤을 무창에 이장하려 하는데, 나루터  이속에게 말하여 퉁과하게 해 주십
시오."
하였다. 유공작이 즉시 군사에게 명하여  그 사람을 사로잡고 관을 깨뜨리니  그 관이 모두 
쌀로 채워져 있었다. 대개 흉년에 3대의 열 두 무덤을 일시에 옮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기에 그것이 거짓임을 안 것이었다.
  (주석) 위여 : 거짓으로 꾸민 상여. 휼도 : 간사한 도적.
  (자의) 상여 여. 옮길 운. 간사할 휼. 부고 부. 살필 형.
  운지출모하여 구심발기유은은 유능자위지니라.
  (해석) 지혜를 쓰고 계교를 내어 깊은 것은 캐어내고 숨어 있는 것을 들추어내는 것은 능
한 자만이 하는 일이다. 이치를  살피고 사물을 분간하면 누구나 그  실상을 속이지 못하는 
것이니, 오직 밝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해설) 당나라 염제미가 강남진수가 되었다. 뱃사람이 장사꾼의 물건을 삯을 받고 실었는
데, 그 중에는 은 10정이 화물 속에 감춰져 있었다. 뱃사람이 알고서 그가 육지로  올라가기
를 기다렸다가 훔쳐서는 배가 정박한  물속에 넣어 두었다. 배가 밤에  떠나 진에 이르러서 
화물을 검열하니 은이 없어졌다. 곧 뱃사람을 잡아 고소하니 공이 묻기를,
  "객은 어제 어디서 잤는가?"
하니,
  "여기서 백 리 되는 곳 갯가 물이 갈래지는 곳에서 잤습니다."
하였다. 공이 무사를 시켜 뱃사람과 함께 가서 찾게 하고는  공이 몰래 무사에게 일러 말하
기를,
  "이것은 반드시 뱃사람이 강 속에 넣은 것이다. 네가  사공을 시켜서 갈고리를 넣어 꺼내
라. 내가 또 네게 중한 상을 주겠다." 
하였다. 무사가 공의 명대로 하여 갈고리로 꺼내니, 은은  광주리 속에 있는데, 봉함한 것이 
모두 온전하였다. 공이 캐어 문초하니 뱃사람이 그 자리에서 자백하였다.
  (주석) 운지설기 : 지혜를 쓰고 계획을 세움. 유은 : 깊숙이 숨음.
  (자의) 베풀 설. 숨을 은.
  찰리변물이면 물막둔정이니 유명자위지니라.
  (해석) 이치를 살피고 사물을 분간하면 누구나 그 실상을 속이지 못하는 것이니, 오직 밝
은 자만이 할 수 있다.
  (해설) 전진 때 부융이 기주목이 되었다. 어느 노파가 날이 저물었을 때 강도를 만났는데, 
행인이 그 노파를 위하여 쫓아가서 강도를 사로잡았다. 그  강도가 도리어 행인을 무고하니 
부융이 말하기를,
  "두 사람이 함께 뛰어서 먼저 저 문을 나가는 자가 도적이 아니다."
하였다. 갔다 돌아온 다음에 부융이 정색을 하고 나중에 온 자에게 일러 말하기를,
  "네가 도적이다."
하였다. 그가 간악한 것을 들추고 숨긴 것을 적발함이 이러하였다. 대개 부융의 천성이 밝아 
도적이 만일 잘 달린다면 결코 행인에게 잡히지 않았을 것이므로, 먼저 달리는 자가 도적을 
따라 잡은 사람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자의) 살필 찰. 구별할 변. 숨길 둔.
  왕집평민하여 단지위도하니 능찰기원하여 설지위양이 사지위인목야니라.
  (해석) 잘못하여 평민을 잡아다 고문하여 강제로 도둑을 만드는 예가 있는데, 그 원통함을 
살펴서 누명을 벗기고 양민으로 만들어 주면 이는 어진 목민관이라 할 수 있다.
  (해설) 후당 때 공순이 장원현의 수령이 되었다. 네 사람의 큰 도적이 있어 재산을 넉넉하
게 가졌는데, 종적이 탄로되자 끌려 들어간 것은 네 사람의 가난한 백성이었다. 이는 세도집
과 옥리들이 뇌물을 받고 고문하여 강제로 이 옥사를 만든  것인데, 전혀 심문도 없이 자복
한 것으로 되어 죽게 되었다.
  공순이 죄수를 다시 조사하는 데도  한 마디의 말이 없었는데, 데리고  담장을 지나갈 때 
죄수가 자주 머리를 돌리는 것이었다. 공순이 그 정상의 미진함이  있는 것을 알고 불러 물
으니, 사실은 잘못된 것인데 마침 옥리가 그 칼 끝을 높이 쳐들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좌우 사람들을 물려 주기를  청하고 자세히 그 사연을 말함으로  인하여 네 도적은 
모두 처벌을 당하고, 네 명의 가난한 백성은 원통한 누명을 씻게 되었다.
  조선 명종 때 사람 이몽량이 호서안찰사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진천현에서 강도를 국문
하여 그 조서가 완성되자 공문으로 죄수를 사형에 처하도록 청하는데, 도적을 잡은 자가 스
스로 그 공문을 가지고 이몽량에게로  왔다. 이몽량이 그를 가까이 불러서  여러 모로 도둑 
잡던 상황을 묻다가 그 말과 기색이 수상함을 알고는 곧 아전에게 공문을 압수하도록 하고 
말하였다.
  "이 자는 주인을 배신한 종이다. 필시 가난한 선비가 강한 종을 찾으러 왔다가 도리어 결
박을 당한 것인데, 아전이 뇌물을 받아 먹고 청을 들어 이렇게 옥사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과연 문초를 하니 사실대로 자복하였다.
  (자의) 잘못 왕. 잡을 집. 쇠단련할 단. 살필 찰.
  무인부민하여 왕시학형은 위도적집구며 위이교정화니 시지위혼목야니라.
  (해석) 부유한 백성들을 무고로 끌어들여 함부로 혹독한 형벌을 행하는 것은 도적을 위하
여 원수를 잡아 주고, 아전과 교졸을 위하여 돈을 벌어 주는 것이니, 이를 어리석은  목민관
이라 일컫는다.
  (해설) 유호가 임성령이 되어 일처리하는 것을 엄하고 밝게 하였다. 마침 강도를 국문하는
데 옥리가 도적을 시켜서 짐짓 장물을 산 사람 10여 명을 끌어 넣게 하고 잡아들여  심문할 
것을 청하였다. 유호가 일부러 무능한 자인 양하며 판결하여 이르기를,
  "모두 본인을 오라고 하라."
하였는데, 이른 다음에 보니 모두 차림새가 깨끗한 호부가의 자제들이었다. 유호가 국문하던 
옥리를 물리치고 다른 아전을 시켜 도적을 뜰 아래에 데려다가 대면시키니 한 사람도 알지 
못하였다. 유호가 도둑에게 말하기를,
  "네가 성명은 일러줄 수 있으면서 얼굴을 모른다 할 수 있느냐?"
하니, 도적이 깜짝 놀라며 사실대로 고하였다. 명하여 다 놓아 주고 아전을 중한 법으로  다
스리니, 온 고을이 모두 두려워하여 감히 속이지 못하였다.
  (주석) 무인 : 거짓말로 이끌어들임. 학형 : 혹독한  형벌. 정화 : 재물을 받아들임. 혼목 : 
어두운 수령.
  (자의) 속일 무. 부자 부. 사나울 학. 거둘 정. 어두울 혼.
  귀매작변은 무도지야니 주기무하고 훼기사라야 요무소빙야니라.
  (해석) 귀신붙이가 변고를 일으키는 것은 무당의 짓이니, 그 무당을 베고 신당을 헐어야만 
요괴가 의지할 것이 없게 된다.
  (해설) 전국 위의 서문표가 업령이 되었다. 업 땅에 아전들이 해마다 백성의 돈을 거두어 
물귀신을 위하여 신부를 시집보낸다고 하는데, 무당이 양가 여자  중 아름다운 자를 보아서 
곧 데려다가 목욕시키고 비단 장막을 쳐서 강에 띄워 빠지게 하였으니, 이는 속담에 말하기
를,
  "물귀신을 장가들이지 않으면 큰물이 져서 떠내려가고 빠져 죽는다."
는 것 때문이었다. 서문표가 그 풍속을 바꾸려고 곧 이르기를,
  "그러한 때가 오면 나 역시 신부를 보내겠다."
하고 서문표가 하상에 이르니 모든 관속과 부로들이 모두 모였다. 서문표가 말하기를,
  "신부를 불러 오라. 아름다운지 추한지를 보겠다."
라고 하였다. 신부가 이르니 말하기를,
  "이 여자는 아름답지 않으니 수고롭지만 무당할머니가 물귀신에게 보고하고  다시 구하게 
하라."
하며, 곧 아전을 시켜 무당할미를 안아서 강 한가운데로 던졌다. 좀 있다가 또 말하기를,
  "어찌 이렇게 오래 있느냐?"
하면서 다시 무당의 제자들을 강물에 세 명이나 던져 버렸다. 그리고 나서 말하기를,
  "이들은 모두 여자인지라 일을 제대로 아뢰지 못하니, 수고롭지만 아전 네가 들어가 아뢰
라."
하면서 아전을 강물에 던지고는 붓을 들고 서서 기다렸다. 한참 있다가 말하기를,
  "저들이 모두 돌아오지 않으니 어찌하리오."
하며 다시 앞장섰던 자들을 시켜 재촉하게 하니, 모두들 계단에 머리를 조아려 피를 흘렸다. 
서문표가 말하기를,
  "물귀신이 손님을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니 모두 그만두고 가자."
고 하였다. 이후로 이민들이 무서워하여 감히 물귀신을 위하여 장가들인다는 말을 못하였으
며, 서문표는 곧 그 하수를 열 두 도랑으로 만들어 논에 물을 대개 하였다.
  (자의) 귀신 귀. 귀신 매. 무당 무. 이끌 도. 죽일 주. 헐 훼. 사당 사. 요사할 요.
  가탁불귀하여 요언혹중자는 제지니라.
  (해석) 거짓 부처나 귀신에 의탁하여 요사한 말로 백성을 현혹하는 자는 제거해야 한다.
  (해설) 송의 정호가 호현주부가 되었다. 남산 절간에  돌부처가 있는데, 전해오는 말이  '
그 머리에서 빛이 난다.'고 하면서 원근 지방의 남녀들이 모여 구경하며 밤낮으로 혼잡하게  
거처하였으나, 현령은 신령한 것을 두려워하여 감히 금지하지 못하였다. 선생이 처음 부임하
여 그 중을 힐문하여 말하기를,
  "내가 들은즉 부처가 해마다 빛을 낸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하니,
  "그렇습니다."
고 하였다. 곧 부탁하기를,
  "다시 그런 일이 있거든 반드시 내게 먼저 알리거라. 공무가 바쁘니 가서 볼 수는 없지만 
그 머리를 가져다 보아야겠다."
하였는데, 그 후로는 다시 빛이 난다는 말이 없었다.
  (자의) 버릴 가. 핑계댈 탁. 유혹할 혹. 무리 중.
  빙의잡물하여 사설기우자는 제지니라.
  (해석) 잡물을 빙자하여 사특한 말로 어리석은 사람들을 속이는 자는 제거해야 한다.
  (해설) 송나라 때 고부가 구주지사가 되었는데  그 곳 풍속이 무당과 귀신을 숭상하였다. 
백성 가운데 모씨, 시씨 20여 집이 대대로 큰 독충을 기르는데, 윤달이 든 해가 되면 사람을 
해치는 일이 더욱 많았고 남과 분쟁할 때에는 독을 피웠다. 고부가 그 독충을 모두 잡고 그
들을 처벌하자 독충의 우환이 끊어졌다.
  고려 때 정습인이 영천지현이 되어 일을 보려하니, 아전이 옛 일을 들어 말하며 소재도에 
나가서 분향하기를 청하였다. 정습인이 말하기를,
  "신하로서 비행을 저지르지 않으면 재앙이 어디를 말미암아 생길 것인가. 만일 그것이 망
령되지 않은 일이라면 순순히 받을 따름이다." 
하고 아전을 명하여 쳘거하게 하였다.
  (자의) 의지할 빙. 간사할 사. 속일 기. 어리석을 우.
  호표담인하고 삭해우시어든 설기노정획하여 이절기환이니라.
  (해석) 호랑이가 사람을 물어가고 자주 소나 돼지를 해치면 덫과  함정을 놓아 잡아서 그 
우환을 없애야 한다.
  (해설) 호랑이를 잡는 제일 좋은 방법은 덫과 함정을 만드는 것이다. 제일 좋지 않은 방법
이 총을 사용하는 것인데, 대개 포수가 사냥을 하게 되면 열 명, 백 명씩 떼를  지어 마을에 
횡행하며 토색질을 하여 그 폐해가 도리어 호랑이보다 심하므로 이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
다.
  진의 유곤이 강릉령이 되었다. 고을에 화재가 있었는데 곤이  불을 향하여 머리를 조아리
니 불이 즉시 꺼졌다. 후에 홍농태수가  되었는데 범이 모두 새끼를 데리고 강을  건너가니, 
황제가 듣고 신기하게 여겨 불려들여 광록훈을 삼고 묻기를,
  "무슨 덕 있는 정사를 향하였기에 이런 신기한 일이 있게 하였는가?"
하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우연히 된 일입니다."
  조선 세종 때 사람 최윤덕이 안주목사가 되었는데, 한 마을의 부인이 울면서 자기 남편을 
호랑이가 물어갔다고 하자, 공이 호랑이를 뒤쫓아가서 활을 쏘아 죽였다. 그런 다음 그 배를 
가르고 죽은 사람의 팔, 다리뼈들을 꺼내 의복으로 싸고 널을  준비하여 매장해 주니 그 부
인이 감격하여 울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온 고을 사람들이 지금까지 우러러 사모하기를 부모
처럼 한다.
  (주석) 호표 : 호랑이와 표범. 우시 : 소와 돼지. 정획 : 함정.
  (자의) 표범 표. 물 담. 자주 삭. 함정 정. 근심 환.
  
      공전육조
    제1조 산림 관리
  산림자는 방부지소출이라 산림지정을 성왕중언이니라.
  (해석) 산림은 나라의 공부가 나는 곳이어서, 산림에 대한 정사를 성왕께서 소중하게 여겼
다.
  (해설) '주례'와 '춘추전'을 보면 산림에 대한  법이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요임금과 순임금 시대부터 산림을 수호하고 가꾸는  법이 철저하였으며, 순임금은 재목을 
관장하는 벼슬에 임용되기도 했다.
  (자의) 나라 방. 성인 성. 무거울 중. 어조사 언.
  봉산양송은 기유여금하니 의근수지하고 기유간폐어든 의세찰지니라.
  (해석) 봉산의 소나무를 기르는 일에 대해서는 엄중한 금령이 있으니 마땅히 조심하여 지
켜야 하며, 농간하는 폐단이 있으니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해설) '속대전'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각 도의 봉산의 금송을 베는 자는 중죄로 논하고,  송산의 배만들 재목을 수신이나 수령
이 함부로 벌채를 허가하거나 벌채를 감행하는  자는 사사로이 군기를 매매한 데  적용하는 
형률로 논하고 솔밭에 방화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
  우리 나라에는 아름다운 재목이 없어서 오직 소나무만을 사용하므로 궁궐의 집과 관을 모
두 소나무로 만드는데, 그 금지 조항이 광범하고 세밀하니 법이 어찌 실행될 수 있겠는가.
  또 바닷가 30리 이내에는 비록 사유림일지라도 일체 벌채를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 사사
로이 나무를 기르는 것은 그 생산물을 자기가 사용하고자 함인데 만약 그것을 봉산과 같이 
벌채를 금한다면 누가 사유림을 기르겠는가.  사유림의 벌채 금지 규정은  마땅히 봉산과는 
차등이 있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산림을 가꾸는 데 힘Tm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할 
것이다.
  (주석) 봉산 : 나라에서 관재 등을 얻기 위해 지정한 산. 세찰 : 자세히 살핌.
  (자의) 봉할 봉. 기를 양. 삼갈 근. 폐단 폐.
  사양산지금은 기사벌을 여봉산동이니라.
  (해석) 개인이 나무를 기르는 산에서 사사로이 벌채를 금하는 것은 봉산과 같다.
  (자의) 기를 양. 금지할 금. 벨 벌. 더불 여.
  봉산지송은 영적후기이언정 불가이청용야니라.
  (해석) 봉산의 소나무는 차라리 썩도록 내버려 둘지언정 사용하기를 청해서는 안 된다.
  (해설) 소나무 벌채를 금하는 규정에 말하였다.
  "바람에 부러진 소나무는 내다 파는 것을 허가하지 말고  그냥 부러진 곳에서 썩게 한다. 
황장봉산에서 나무를 베면 규격에 의하여 판자를 만들고, 잘라  버린 양쪽 끝부분은 판매를 
허가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태워 버려야 한다."
  바람에 부러진 나무는 막 베어낸 것과 같은 것인데, 그대로 썩힌다는 것은 아까운 노릇이
다. 또한 재궁을 만든 목재의  양쪽 끝부분을 까닭없이 태워 버리는  일도 함부로 낭비하는 
것에 가깝다. 비록 공공 건물의 수선에 그 나무의 필요가 절실할지라도 사용할 수가 없으니 
법이 그러하나 이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주석) 후기 : 썩어서 버림. 황장봉산 : 궁궐의 관재목을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기르는 산.
  (자의) 소나무 송. 차라리 령. 버릴 기. 청할 청.
  황장예목지역에는 기유간폐자니 찰지니라.
  (해석) 황장봉산에서 벌채한 소나무를  끌어내는 부역에 농간하는 폐단이  있으니 자세히 
살펴야 한다.
  (해설) 관 재목을 끌어내는 날에는  두어 고을이 일제히 동원되어  수많은 백성들이 힘을 
합치는데, 사나운 아전과 장교들이 인부들의  등을 채찍질하고 엉덩이를 발로 찬다.  부유한 
마을과 부유한 집은 모두 돈으로 부역을 피하고, 파리하고 잔약하며 병든 백성들만이 그 부
역으로 고통을 당하니 역시 목민관이 생각해야 할 일이다.
  (주석) 황장 : 나라의 관목을 기르는 산. 예목 : 나무를 이끌어 내림.
  (자의) 누를 황. 창자 장. 끌 예. 살필 찰.
  상고잠수금송지판자는 금지니 근어법이염어재라야 사가의니라.
  (해석) 장사꾼이 몰래 금지한 산의 송판을 실어내는 것을 금해야 하니, 법을 삼가 지키고 
재물에 청렴하여야 이를 금할 수 있다.
  (해설) 아전과 장교가 송판을 몰래 실어내는 상인을 잡으면 열에  아홉은 뇌물을 받고 놓
아 준다. 그리고 수령이 10명을 잡으면 그중 속공시키는 것은 하나뿐이요, 나머지 아홉은 모
두 촉탁을 받고 놓아 준다. 그러므로 결국 국가의 재목은 날로 손실되고 국용에는 도움되는 
것이 없다.
  (주석) 상고 : 장사꾼. 금송 : 나라에서 벌채를 금한 소나무.
  (자의) 장사치 고. 몰래 잠. 옮길 수. 청렴할 렴.
  식송배송이 수유법조로되 능불해지이이나 하이식지리오.
  (해석) 소나무를 심고 재배하는 것이 비록 법조문에 있기는 하나  해치지 않으면 되지 어
찌 심기까지 하랴.
  (자의) 심을 식. 아니 불. 해칠 해. 어찌 하.
  제목재식지정은 역도법이이라. 양가구임이어든 의준법전이로되  지기속체어든 무자로의니
라.
  (해석) 여러 가지 나무를 심는 일 또한 한갓 법조문일 뿐이니, 수령 스스로가 헤아려 보아 
오래도록 재임할 수 있다면 마땅히 법을 준수할 것이나 자신이 빨리 체임될 것을 안다면 쓸
데없이 수고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해설) 바람이 불면 솔씨가 떨어져서 자연히 수풀을 이루는 것이니, 이것을 해치지 않도록 
하면 그만이지 굳이 소나무를 심어야 할 필요는 없다.
  또한 나무는 하늘이 낳고 땅이 기르며 봄바람과 비와 이슬에 의해 자연히 무성하는 것이
니, 사람을 시켜서 지키게 하는 것은  바른 계책이 아니며, 관원을 격려하고 다시  간섭하지 
말며, 관에서 쓰고자 할 때는 정당한 값을 주고 살  것이며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일이 없도
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이 백성들이 나무 심는 일을 스스로 나서서 하게 될 것이다.
  (주석) 재식 : 심고 가꿈. 속체 : 속히 벼슬이 갈림.
  (자의) 심을 재. 지킬 준. 빠를 속. 갈릴 체. 수고할 로.
  영애양목지지에는 기유여금이니 의근수지니라.
  (해석) 높고 험한 요새지의 나무를 기르는 곳에는 엄중한 금령이  있으니 마땅히 삼가 지
켜야 한다.
  (해설) 높고 산이 험한 좁은 길은  도적이 침입할 수 있는 요충지로  국방의 시설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거기에 나무를 기르는 것은 마땅히 안팎의 형편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군사를 숨기거나 매복시키는 데 유리할 수도 있고, 나무를 베어 울타리를 세워 적의 침입로
를 막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의) 고개 령. 험할 애. 삼갈 근. 지킬 수.
  산요금경지법은 의유측정이요, 불가종이며 역불가교수야니라.
  (해석) 산허리에서 경작을 금지하는 법은 마땅히 고도를 측량하는 표준이 있어야 한다. 함
부로 법을 늦출 수도 없고, 또한 변통성 없이 법을 지키기만 할 수도 없다.
  (해설) 산의 높고 낮은 형세가 서로 달라서 그 허리의 높고 낮음도 제각기 같지 않다.  법
이 이미 명확하지 못하니 백성이 법을 범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모름지기 평지
에 표지를 세우고 고도를 측정하되 그  한계를 엄격하게 구획하여 백성들이 법에  어긋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주석) 산요 : 산허리. 금경 : 경작을 금함. 종이 : 늦춤. 교수 : 변통성 없이 지킴.
  (자의) 허리 요. 갈 경. 헤아릴 측. 놓을 종. 늦출 이. 아교 교.
  동남공삼지폐가 세가월증하니 진심계찰하여 무지중렴이니라.
  (해석) 동남 지방에서 인삼을 공납하는 폐단이  해마다 늘고 있다. 마음을 다해 상고하고 
살펴서 지나치게 많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해설) 삼을 바치는 데 대한 폐단은 극도로 심해지고 있다. 산에서 캐는 것은 점점 귀해지
고 집에서 심은 것이 많아지는 실정이다. 또한 삼 장수가 약재를 심사 감독하는 벼슬아치와 
짜고 농간을 부려 각 고을에서 나라에 바치는 삼을 모두 삼 장수에게 사서 바치게 되니  백
성들의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려면 대동법과 같이 삼 바치는 일도 공법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의) 바칠 공. 인삼 삼. 해 세. 상고할 계. 말 무. 거둘 렴.
  토산보물은 무번채굴하여 이위민병이니라.
  (해석) 그 지방에서 산출되는 보물을 번거롭게 채굴하여 백성들에게 병폐가 되게 하는 일
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해설) 보물이 산출되는 것은 그 지방 백성들에게 뼈아픈 병폐를 주게 되는 것이다. 목민
관은 마땅히 이러한 사정을 알아서 혹시 얻어 달라는 요구가 있더라도 응하지 말아야 하며, 
보물이 있다는 보고가 있더라도 채굴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해임되어  돌아가는 날에는 
그 한 조각도 짐 속에 넣어가는 일이 없어야 비로소 청렴한 관리라 할 것이다.
  (자의) 산출될 산. 보배 보. 번거로울 번. 채취할 채. 파낼 굴.
  서북삼초지세는 의종관가요 기혹범금이라도 의종활략이니라.
  (해석) 서북 지방의 인삼과 초피에 대한 세금은 마땅히 너그럽게  해서 혹 금법을 범하더
라도 너그럽게 처리해야 한다.
  (자의) 인삼 삼. 담비 초. 따를 종. 빌릴 가. 넓을 활. 간략할 략.
  금은동철로 구유점자는 찰기간악하고 신위광자는 금기고야니라.
  (해석) 금, 은, 구리, 철은  예전부터 있어 온 광산에 대해서는  간악한 짓을 살펴야 하고, 
새로 광산을 채굴하려는 자에 대해서는 제련하는 설비를 금지시켜야 한다.
  (해설) 예전부터 있던 광산이면 간악한 자가 모여들지 않는가를 살펴서 뜻밖의 환란에 대
비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가산에서 난을 일으킨  홍경래도 금광으로 무리를 모아들였
다고 한다. 무리를 모아 새로 개설한 광산이면 그 주모자를  잡아서 변란의 싹을 없애야 할 
것이다.
  (자의) 점포 점. 새 신. 광산 광. 두드릴 고. 쇠불릴 야.
  
    제2조 수리 시설 관리
  천택자는 농리지소본이니 천택지정을 성왕중언이니라.
  (해석) 천택은 농사 이익의 근본이므로 옛날의 훌륭한 임금은 천택에 대한 정사를 소중하
게 여겼다.
  (해설) 목민관의 직책 가운데는 농사를 힘쓰는 일보다 더 급한 것이 없으며, 농사의 근본
은 물을 다스리는 일보다 더 급한 것이 없다. 그런 까닭에 우와  직은 몸소 농사를 짓고 먼
저 밭과 도랑을 다스렸고, 사기와 이회는 오로지 수리만을 다스렸다. 훌륭한 관리의  뛰어난 
업적은 모두 수리에 있다.
  (자의) 내 천. 못 택. 성인 성. 무거울 중.
  천류경현하면 착거인수하여 이개이관하고 여작공전하여 이보민역이 정지선야니라.
  (해석) 시냇물이 고을을 지나가면 도랑을 파서 그 물을 끌어다가 전답에 대고, 백성과 더
불어 공전을 경작하여 백성의 부담을 보충하는 것이 선정이다.
  (해설) 나라의 가장 급한 걱정은 창고에 있는데, 백성의 부담이 해마다 더하고 달마다 늘
어가면 백성은 장차 견디지 못할 것이다. 목민관은 마땅치 지형을 살펴서 도랑을 파고 공전
을 경작하여 그 세입으로 창고를 보충한다면 장차 만민의 이익이  될 것이다. 비단 수백 경
의 좋은 밭이 한 고을의 이익이 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허만석이 연기현감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고을 북쪽 15리에 큰 제방을 만들고 도랑을 뚫
어 천여 경의 논에 물을 대개 하였으니, 그 제방이 청주와의 경계에 있었다. 그 제방을 처음 
쌓을 때 허만석이 친히 감독하였는데, 청주 사람들이 떼지어 와서 불손한 말을 퍼붓고 그가 
걸터앉았던 의자를 부수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허만석이 활을 당겨 쫓으니 청주 사람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하였는데, 제방이 이
루어져 백성들이 혜택을 입게 되어 지금까지도 칭송하고 있다.
  (주석) 경현 : 그 고을을 지나감. 착거 : 도랑을 냄.
  (자의) 지나갈 경. 뚫을 착. 도랑 거. 물댈 개. 물댈 관.
  소왈지소요 대왈호택이며 기장왈파니 역위지제이라. 소이절수라.  차택상유슈지소이위절야
니라.
  (해석) 작은 것은 지소라 하고 큰 것은 호택이라 하며, 그 막는 것을 방축 또는  제방이라 
하는데 이는 곧 물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것이 '못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이 되는 까닭이
다.
  (해설) 한의 소신신이 남양태수가 되었을 때 제방을 축조하였는데, 돌을 쌓아서 둑을 만들
고 옆에 6개의 돌문을 마련하여 수량을 조절하였다. 관개를 넓혀 해마다 불어나서 3만 경에 
이르게 되니 사람들이 이처럼 이익을 얻게 되었다.
  송의 때 허원이 단양지현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 고을에 연호라는 호수가 있었는데, 그 
호수물을 몰래 터놓는 자는 살인죄와 같이 다스렸다. 그때 마침 몹시 가물었다. 허원이 호수
물을 논에 댈 것을 청원하고  회답의 지령이 내리기도 전에 물을  터놓았다. 그러자 상사가 
아전을 보내어 따져 물으니 허원이 말하기를,
  "백성을 편하게 하고 죄를 받는 것이 차라리 좋다."
하고 백성의 전지 1만여 경에 물을 대게 하였더니, 그 해에 크게 풍년이 들었다.
  (자의) 못 지. 못 소. 호수 호. 못 택. 악을 장. 언덕 파. 둑 제.
  동토명호는 근유칠팔이요 여개착소하고 연차봉합이불수의니라.
  (해석) 우리 나라에는 호수라고 이름하는 것이 겨우 7~8개소가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모
두 좁고 작은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방기풀이 우거져 있는데도 수리하지 아니하였다.
  (해설) 조선 효종 때 사람 반계 유형원이 말하였다.
  "우리 나라의 큰 저수지로는 김제의 벽골제, 고부의 눌제, 익산과 전주 사이의  황등제 등
이 있는데, 각기 그 고을에 큰  이익을 주는 것으로 옛날에 온 나라의  힘을 다하여 축조한 
것인데 이제 다 무너졌다. 만약 이 세 저수지로 하여금 1천 경의 물을 저축할 수 있는 저수
지가 되게 한다면 노령 이상은 영원히 흉년이 없을 것이다."
  (자의) 겨우 근. 남을 여. 좁을 착. 풀이름 봉.
  토호귀족이 천기수리하여 전개기전자는 엄금이니라.
  (해석) 토호와 귀족이 수리 시설을 멋대로 하여 자기의 전답에만 물대기를 독점하는 것은 
엄금해야 한다.
  (해설) 최시설이 영유현령이 되었을 때에 덕지라는 못이 있었는데, 그 둘레가 40리나 되었
다.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전지에 대어 백성들에게 오랫동안 혜택을 주더니, 수어사가 그 저
수지를 헐어버리고 둔전을 만들고자 하였다.  공이 감사에게 보고하여 그것이  옳지 않음을 
역설하였으나, 수어사가 권세로서 꺾어 눌러 감사가 그만 굴복하고 말았다.
  수어사가 군관을 보내어 제방을 헐어버리니  그 해 가을에 온 고을이  크게 흉년이 들어, 
공이 다시 감사에게 보고하여 마침내 둔전을 폐지하였다.
  (자의) 귀할 귀. 함부로 천. 오로지 전.
  약빈해한조하고 내작고전이면 시명해언이니라.
  (해석) 바닷가에 조수를 방지하는 둑을 쌓고 안에 기름진 전답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을 
해언이라 이름한다.
  (해설) 중국에서는 모든 제방이나 저수지 축조한 것을 제언이라고 통칭하는데, 우리 나라
에서는 조수를 막아서 전지를 보호하는 것만을 언이라고 말한다.  우리 나라는 바다로 둘러
싸여서 바다에 제방을 쌓는 일이 큰 정사인 것이다.
  신익상이 의주부윤이 되었을 때 제방을 쌓아서 논을 만들고 해마다 곡식 수천 섬을 거두
어 백성들의 용역에 보충하였다.
  (자의) 물가 빈. 막을 한. 조수 조. 기름질 고. 둑 언.
  강하지빈이 연년충결하여 위민거환자는 작위제방하여 이안궐거니라.
  (해석) 강과 하천의 유역이 해마다 홍수의 피해로 백성들의 커다란 근심거리가 되는 것은, 
제방을 만들어서 백성들이 편히 살도록 해야 한다.
  (해설) 김필진이 원성현감이 되었는데, 현의 소재지가 물에 가까이 있었다. 옛날부터 제방
이 있어서 물의 범람을 피하였는데, 이때에 물이 제방을  뚫고 백성들의 주거지로 몰려들어 
하루아침에 백여 집이 떠내려가게 되었다.
  공이 급히 현상금을 걸고 헤엄 잘 치는  사람을 구해서 물에 빠진 자를 건지게 하였더니 
익사자가 적었다. 물이 빠진 뒤에 제방의 개축을 의논하니, 백성들과 아전이 힘드는 것을 꺼
려서 모두 말하기를,
  "금년 같은 홍수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였다. 공이 말하기를,
  "이제 빨리 고쳐 쌓지 않으면 뒤에 반드시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하고는, 드디어 민가의 인부 및 승려들을 징발하여 날마다 2천 명이 돌을 나르게 하였다.  7
일 만에 제방을 완성하니 처음보다 더욱 높아졌으므로 수해가 영구히 없어지게 되었다.
  (자의) 물가 빈. 이어질 련. 부딪칠 충. 근심 환. 그 궐.
  조로소통과 상려소취는 소기범일하고 고기제방도 역선무야니라.
  (해석) 뱃길이 통하는 곳과 상인이 모여드는 곳에 범람하는 물을 소통시키고 제방을 견고
하게 하는 것 역시 잘하는 일이다.
  (해설) 명의 적부복이 남강지부가 되니, 그  곳이 파양호의 물가에 위치하여 배가  풍랑을 
만나면 정박할 것이 없었다. 돌로  방파제 백여 장을 쌓으니 오고  가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되었다.
  (주석) 조로 : 뱃길. 상려 : 장사꾼.
  (자의) 조운할 조. 무리 려. 소통시킬 소. 넘칠 일.
  지택소산은 어별연검능포지속이니 위지여수하여 이보민역이요 불가자취이양기이니라.
  (해석) 못에서 생산되는 물고기, 연마름, 마른꼴, 부들 등속은 엄중하게 지켜서 그  수입으
로 백성들의 용역에 보충해야지 수령이 스스로 취득하여 사복을 채워서는 안 된다.
  (해설) 조선 선조 때 사람 토정 이지함이 아산현감이 되어 백성의 질병과 고통을 물으니, 
고기 연못이 고통이 된다고 하는 이가 있었다. 이것은 고을에 물고기를 기르는 못이 있어서, 
백성으로 하여금 번갈아 물고기를 잡아 바치게 하므로 백성들이 매우 괴로워하였던 것이다. 
이지함이 곧 그 못을 메워버려 영구히 근심을 없게 하였다.
  (주석) 어별 : 고기와 자라. 물고기. 연겸 : 연마름. 능포 : 부들.
  
    제3조 청사를 수리함
  해우퇴비하여 상우방풍이라도 막지수선하고 임기붕훼면 역민목지대구야니라.
  (해석) 청사가 기울거나 무너져서 비가 새고 바람이  들이쳐도 보수하지 않고 허물어지도
록 내버려 두는 것은 목민관의 큰 잘못이다.
  (해설) 현명하지 못한 목민관은 그 뜻과 계책이 돈 벌고 벼슬을 지키는 데에만 있어서 위
로는 임금을 사랑하지 아니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청사 같은 것
이 백 번 무너지더라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비록 청렴하고 유능한 수령들까지도 청사를 보수하는 일은 죄에 빠지는 함정이 된다고 여
겨 경계하고 조심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 나라 초기에는 무릇 청사를 사사로이 보수하는 일을 법령으로 금했지만 지금은 금령
도 없고 백성들은 청사의 퇴락을 탄식하고 있는데 이 어찌  바라만 보고 있겠는가. 오직 백
성을 부리고 공사비 지출하는 것을 기준에 맞추어 절도 있게 하여 노력과 비용을 아껴 일처
리를 해야만 백성들이 기뻐하여 의심하거나 비방하지 아니할 것이니 마땅히 조심할 일이다.
  (주석) 해우 : 관청의 청사. 퇴비 : 무너짐. 붕훼 : 무너짐. 대구 : 큰 허물.
  (자의) 집 해. 무너질 퇴. 무너질 비. 옆 방. 무너질 붕. 허물 구.
  율유천기지조하고 방유사건지금 이선배어차에 자약수거니라.
  (해석) 법에는 함부로 공사를 일으키는 것을 금하는 조문이 있고, 나라에는 사사로이 건축
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으나 선배들은 여기에 구애되지 않고 수선 공사를 했다.
  (자의) 마음대로 할 천. 일으킬 기. 나라 방. 세울 건.
  누정한연지관은 역성읍지소불능무자라.
  (해석) 누각이나 정자의 한가하고 운치 있는 경관 또한 고을에 없어서는 안 된다.
  (해설) 고려 이첨의 강화 '이섭정기'에 이렇게 기록하였다.
  "고을 소재지에 유관을 두는 것은 본래 논의할 일이  못된다. 그러나 심기가 번잡하고 생
각이 혼란하며 시야가 막히고 뜻이 정체될 때를 당하면, 군자는 반드시 노닐고 휴식할 곳과 
상쾌하게 할 수 있는 설비가 있어서, 그 곳을 돌아보고  배회하여 정신을 안정시킬 수 있어
야 한다. 그렇게 한 뒤에는 번잡한 생각이 쉬워지고, 혼란하던 생각이 진정되며 막혔던 생각
이 트이게 된다."
  (주석) 누정 : 누각과 정자. 한연 : 한가한 경치.
  (자의) 누각 루. 정자 정. 한가할 한. 한가할 연.
  이교노예지속은 의령부역하며 모승조사도 시역일도니라.
  (해석) 이교와 노예 등속은 마땅히 부역에 나가게 해야 하고, 중들을 불러 모아 공사를 돕
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해설) 변인달이 이천현감이 되었을 때 그 고을에 향교를 세우는데, 공무의 여가를 이용하
여 아전과 군졸을 사역하고 백성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산에 가서  재목을 벌채할 때에는 
불공드리러 온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편대를 지어 수송하였다.  또 중들을 모집하여 날마다 
공사장에 나가 독려하니 한 달도 못 가서 완성되었다.
  (자의) 종 노. 종 례. 속할 속. 모집할 모. 도울 조.
  구재모공은 총유상량이며 폐두는 불가불선색이며 노비는 불가불사생이니라.
  (해석) 재목을 모으고 공인을 모집하는 데는 모두 잘 계획하여야 한다. 폐단이 생길 구멍
을 먼저 막지 않을 수 없으며, 노력과 비용이 절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해설) 좋은 재목을 얻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좋은 공인을 얻는 것이 실로 어려운 일이
다. 공인의 적임자를 얻는다면 일을 설계하는 데 착오가 없고  자재를 쓴데 낭비가 없어 노
력과 비용이 절감될 것이나, 공인의 적임자를 얻지 못하면 깎고  톱질하는 자가 말을 잘 듣
지 아니하므로 곧은 나무와 굽은 나무가 적절히 쓰이지 않는다.
  또한 인부들이 일손을 놓아 시일을 끌게 되며 주선하는 데도 법도가 없어 비용이 손실된
다. 반드시 서울, 개성, 평양의 세 곳에서 국수를 택하여 목수를 삼아야 공적이 있을 것이다.
  (주석) 구재 : 재목을 모음. 폐두 : 폐단이 일어나는 구멍.
  (자의) 비둘기 구, 모을 구. 헤아릴 상. 구멍 두. 막을 색.
  치해기선이면 재화종수도 역청사지적야니라.
  (해석) 청사를 수리하고 나면 꽃과 나무를 심는 것 역시 맑은 선비의 자취이다.
  (자의) 집 해. 심을 재. 심을 종. 자취 적.
  
    제4조 성곽을 수리함
  수성준호하여 고국보민은 역수토자지직분야니라.
  (해석) 성을 수리하고 해자를 파서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백성들을  보호하는 일 역시 수령
의 직분이다.
  (해설) 지금 각 도, 군현의 성은 한번 축조한  뒤에 여러 해가 지나도록 돌 한 덩이 쌓지 
않고, 벽돌 한 장 얹지 않은 채 드디어 백 년이 되어 무너져서 해자를 메운다. 이렇게 된 뒤
라야 비로소 개축할 것을 논의하는데, 실로 때를 놓치지  않고 수리하고 보완하였다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성울 수축하는 것은 수령된 자의 급선무인 것이다.
  (자의) 파낼 준. 해자 호. 보호할 보.
  병흥적지하여 임급축성자는 이탁기지세하고 순기민정이니라.
  (해석) 전쟁이 일어나 적이 몰려오는 급박한 때에 성을 쌓을  경우에는 마땅히 그 지세를 
살피고 백성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
  (해설) 고려의 허재가 길주를 지킬 때의 일이다. 구성을 쌓는 중에 여진족이 공격하여 왔
다. 허재가 사졸들을 격려하여 하룻밤 사이에 다시 겹성을 쌓아서 항거하자 오랑캐는 곧 물
러가 버렸다. 뒤에 또 길주의 관문 밖에서 여진을 공격하여 적  3천여 명의 머리를 베고 그
들의 병기를 노획하였다. 그 공으로 사헌부의 어사대에 승진하였다.
  (자의) 일어날 흥. 적 적. 쌓을 축. 헤아릴 탁, 법도 도. 따를 순.
  성이불시면 즉여물성이니 필이농극이 고지도야니라.
  (해석) 성을 쌓되 제때가 아니면 쌓지 않는 것만 못하니, 성은 반드시 농한기에 쌓는 것이 
옛날의 법이다.
  (해설) 백성들이 한창 밭갈고 김매기에 겨를이 없는 때에 성을 쌓느라고 인부를 동원해야 
한다면 당연히 원성이 높을 것이다.  만약 놀고 있는 자들을 동원하여  일을 시킨다면 비록 
농번기인 봄이라도 상관없다.
  (자의) 성 성. 말 물. 농사 농. 틈 극. 길 도.
  고지소위축성자는 토성야라. 임난어구는 막여토성이니라.
  (해석) 옛날의 이른바 축성을 쌓았다는 것은 토성을 말한 것이다. 난리를 당하여 적을 방
어하는 데는 토성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의) 나갈 림. 어려울 난. 막을 어. 적 구.
  보원지제는 의준윤경보약하며 기치첩적대지는 제의익윤색이니라.
  (해석) 보원의 제도는 마땅히 '윤경보약'을 따라야 하며, 그 치첩과  적대의 제도는  마땅
히 윤색을 더해야 한다.
  (주석) 보원 : 성보적을 지키는 보루. 치첩 : 성가퀴.
  (자의) 보루 보. 담장 원. 따를 준. 성가퀴 첩. 빛낼 윤.
  기재평시에는 수기성원하여 이위행려지관자면 의인기구하여 보지이석이니라.
  (해석) 평시에 성곽을 수축하여 길 가는 나그네로 하여금 관람하도록 하려면 마땅히 옛것
에 따라서 돌로 보수하는 것이 좋다.
  (자의) 담장 원. 여행 려. 볼 관. 보탤 보.
  
    제5조 길을 닦음
  수치도로하여 사행려원출어기로도 역량목지정야니라.
  (해석) 도로를 보수하여 나그네로 하여금 그 길로 다니기를 원하게  만드는 것 또한 훌륭
한 목민관의 정사이다.
  (해설) 서구사가 구용지현이 되었는데, 현의  길거리 70리에 진흙이 3척이나 쌓여서  비나 
눈이 오면 진창에 다리가 빠지기 일쑤였다. 서구사가 공용의  경비를 절약하여 돌을 깔아놓
으니 길 가는 나그네들이 편리하게 여겼다.
  (자의) 다스릴 수. 길 로. 원할 원. 어질 량.
  교량자는 제인지구야니 천기기한이면 의즉성지니라.
  (해석) 교량이란 사람을 건너게 하는 시설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즉시 놓아야 한다.
  (해설) 상강 날에 즉시 명령을 내려 도보로  건너다니는 다리를 놓게 하고, 입동 날에 또 
즉시 영을 내려 수레가 다닐 교량을 수리하게 하는 것이니 이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자의) 다리 교. 들보 량. 건널 제. 기운 기. 찰 한.
  진불궐주하며 정불결후도 역상려지소락야니라.
  (해석) 나루터에 배가 없는 곳이 없고, 역정에 후가 없는 곳이 없으면 행상인들과 나그네
가 즐거워하는 바이다.
  (자의) 나루 진. 빠질 궐. 배 주. 빠질 결. 토대 후.
  점부전임하고 영부대교면 민가이식견의요 점불익간하고 원불자음이면 민가이숙심의리라.
  (해석) 여점에서 짐을 실어나르게 하지 아니하고, 재에서 가마를 메게 하지 아니하면 백성
들은 어깨를 쉴 수 있을  것이며, 여점에서 간악한 자를 숨기지  아니하고 참원에서 음탕한 
짓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의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해설) 짐을 실어나르거나 재에서 가마를 메게 하는 일은 횡포로서 백성들을 혹독하게 괴
롭히는 일이다. 목민관은 이같은 일을 엄중히 단속해야 한다. 도둑의 소굴인 여점과  참원의 
부정 행위는 풍기를 문란하게 하고 죄의 근원이 되므로 이 또한 엄히 살펴 다스려야 한다.
  (자의) 전할 전. 고개 령. 멜 대. 가마 교. 쉴 식. 어깨 견. 숨길 닉. 음란 음.
  노불포황하고 반불식거면 사가왈지례의리오.
  (해석) 길에 황토를 펴지 아니하고 길가에 횃불을 세우지 아니하면, 예를 안다고 할 수 있
다.
  (해설) 이러한 것은 임금의 행차에 한해서만 갖추는 예이니 감사가  순력할 때 이를 행하
는 것은 아첨이 되고, 또 그것을 받는 자는 참람한 것이 되니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
  (자의) 길 로. 말 포. 밭두령 반. 횃불 거. 알 지. 예의 례.
  
    제6조 공산품 제조
  공작번흥하고 기교함췌는 탐지저야라. 수백공구비이절무제조자는 청사지부야니라.
  (해석) 공작을 번거롭게 일으키고, 기교 있는 장인을 다 모아들이는 것은 탐욕을 드러내는 
것이다. 비록 갖가지 공장이가 구비되었더라도 전혀 물건을 제조하지  않는 것이 청렴한 선
비의 관청이다.
  (해설) 조선 세조 때 사람 최윤덕이 태안군수가 되어 차고  있는 화살통 장식이 떨어져서 
공장이 관용의 쇠로 때웠더니, 공이 즉시 때운 쇠를 도로 뜯도록 명령하였으니, 그의 청렴하
고 개결함이 이러하였다.
  (자의) 번거로울 번. 기술 기. 모일 췌. 탐할 탐. 만들 제.
  설유제조라도 무령탐루지장이 달어기명이니라.
  (해석) 설사 기물을 제조하는 일이 있더라도 탐욕스럽고  비루한 마음이 기명에까지 미치
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자의) 만약 설. 더러울 루. 창자 장. 그릇 기. 그릇 명.
  범기용제조자는 의유인첩이니라.
  (해석) 모든 기물과 용품을 제조하는 데는 마땅히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해설) 수령은 고을에 도임하여 처음 등청하면 마땅히 여러 공인들을 불러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관에서 제조하는 동기는 반드시 증명서가 있어야 제조할 수 있고, 받은 원가는 
너희가 손수 기록하여 증빙이 되게 하도록 하라."
  (자의) 무릇 범. 만들 조. 도장 인. 두루마리 첩.
  작위농기하여 이권민경하고 작위직기하여 이권여공이 목지직야니라.
  (해석) 농기구를 만들어서 백성의 경작을 권장하고, 베짜는 기구를 만들어서 부녀들의 길
쌈을 권장하는 것이 목민관의 직책이다.
  (해설) 목민관은 정사하는 여가에 예전 방법을 고증하고  창의력을 발휘해서 농기구와 방
직 기구들을 제작하고 백성을 가르쳐 백성의 노력을 덜어 준다면 또한 좋지 않겠는가. 이용
과 후생은 정덕에 다음가는 것으로 천지간에 세 가지 큰 일이 되니, 성인께서 그 요점을 알
았던 것이다.
  (자의) 권할 권. 갈 경. 베짤 직. 일 공.
  작위전거하여 이권농무하고 작위병선하여 이설융비도 목지직야라.
  (해석) 전거를 만들어서 농사를 권장하고 병선을 만들어서  전쟁에 대비하는 것도 목민관
의 직책이다.
  (해설) 전거라는 것은 풀을 운반하고 분뇨를 실어 내고 곡식을  실어 나르는 것으로서 그 
적재량이 소 네 필에 해당되니 어찌 노력을 덜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바닷가의 고을에서
는 병선을 수리하는 때가 되거든 목민관은 직접 일을 감독하여 완전하게 수리하여 대비하고 
새로운 제도를 참고하여 적을 깨뜨릴 수 있는 새로운 병선의 제조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자의) 만들 작. 수레 거. 배 선. 군사 융.
  강소벽지법하고 인역도와하여 사읍성지내로 실위와옥도 역선정야니라.
  (해석) 벽돌 굽는 법을 강구하고, 인하여 기와를 구워서 읍내를 모두 기와집이 되게 하는 
것 또한 선정이다.
  (해설) 화재의 근심을 덜 수 있음은 물론, 3년마다 한 번씩 이엉을 엮어야 하는 초가집에 
비해 관리비도 적게 들고 수명이 길기 때문에 기와 굽는 법을 배우게 하고 기와를 굽게  하
여 기와집으로 개조하게 한다면 바로 선정을 베푼 목민관이라 할 수 있다.
  (자의) 구울 소. 벽돌 벽. 도자기 도. 기와 와. 집 옥.
  양형지가이호수는 수막지구나 제창제시는 의령획일이니라.
  (해석) 되와 저울이 집집마다 다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모든 창고와 시장의 것은 일정하
게 해야 한다.
  (해설) 지금 나라 안의 자와 되와 저울이 집집마다 다르니, 한 고을의 수령이 어찌 바로잡
을 수 있겠는가. 오직 담당 고을의 지경 안에서라도 모두  거두어들인 후 그 중간을 취하여 
자와 되와 저울을 새롭게 만들어 교역과 출납에 쓰게 한다면 고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반드시 정치의 교화가 백성들에게 흡족하게 된 뒤라야 비로소 할 수 
있다. 만약 새로 부임하여 어지럽게 서두르면 오직 소란함을  더하고 백성들의 마음을 미혹
시킬 뿐이다. 그러나 창고에서 쓰는 되만은 바로잡지 않을 수 없으며, 흉년에는 시장의 되를 
엄중하게 감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의) 헤아릴 량. 저울 형. 다를 이. 구할 구. 그을 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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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황육조
    제1조 물자를 비축함
  황정은 선왕지소진심이니 목민지재를 어사가견이라. 황정선이목민지능사필의라.
  (해석) 황정은 선왕들이 마음을 다하던 바이니, 목민의 재능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황정
을 잘 해야만 목민의 일을 다 잘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해설) 선조 26년(1593)에 서울에 큰 기근이 들었다. 임금이 서쪽 지방으로 피난갔다가 돌
아와서 이렇게 분부하였다.
  "유사가 날마다 백미 6되씩을 올리는데, 내가 평일에 본디 세 끼를 먹지 않으니 3되의 쌀
인들 어찌 다 먹을 수 있겠는가? 이제  쌀 3되를 덜어내어 다섯 진제장에 나누어 보내도록 
하라."
  송의 장재가 운암현령이 되었는데, 흉년이 들어  쌀이 나빠서 정미가 되지 않았다. 집  안 
사람이 이를 쓿으려 하니 선생이 급히 말리기를,
  "굶주려 죽는 사람이 들판에 가득하여  변변치 못한 음식을 먹는  것도 부끄러운데, 어찌 
차마 가려서 먹겠는가."
하였으며, 어떤 때는 탄식하여 밥상을 대하고도 먹지 않은 적이 여러 번이었다.
  (주석) 황정 : 흉년에 백성을 구제하는 정사. 목민지재 : 백성을 다스리는 재능.
  (자의) 흉년 황. 다할 진. 이 사. 착할 선. 마칠 필.
  구황지정은 막여호예비니 기불예비자는 개구언이니라.
  (해석) 흉년에 구제하는 정사는 미리 준비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예비하지 않으면  모두 
구차할 뿐이다.
  (해설) 고려 때 사람 이무방이 경주부윤으로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큰 흉년이 들었는데 
이무방이 부임하자 마침 풍년이 들었다. 이무방은 백성의 편의에  따라서 생선과 소금을 판
매하고 의창을 설치하여 진대에 대비하였다.
  조선 숙종 때 사람 홍처량이 청풍부사로 있을 때였다. 이 고을은 외진 산골이어서 세입이 
본디 적었다. 공이 비용을 절약하여 재물을 저축했더니, 3년이 되자 곡식 수천 섬이 되었다. 
이것을 딴 창고에 다 저장해 두고 흉년이 들 때를 대비하였는데, 공이 돌아간 뒤 큰 흉년을 
당하였으나 온 경내가 이에 힘입어 구제되었다.
  (주석) 구황 : 흉년에 백성을 구제함.  예비 : 미리 준비함. 예비. 의창  : 흉년에 대비하여 
세운 창고.
  (자의) 구할 구. 미리 예. 구차할 구.
  곡부지중에 별유진곡하니 본현소저의 유무허실을 극위사검이니라.
  (해석) 곡부 가운데는 진곡이 따로 있으니,  자기 고을에서 저축한 것이 있는지  없는지와 
허실을 자주 조사해야 한다.
  (해설) '속대전'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각 고을의 진곡은 해마다 힘에 따라 비축하도록 하고 전혀 거행하지 않는 자는  벌을 준
다. 진곡을 비축한다 핑계하고 백성들에게 권분하는 것은 엄금한다."
  이제 남방 군현의 군량미가 많지 않은 것이 아니건만 모두  아전이 포흠을 낸 바가 되고, 
한 번 흉년을 만나면 오직 권분만 알 뿐이니 어찌 슬프지 않은가?
  (주석) 곡부 : 곡식의 장부. 진곡 : 백성을 구제하는 곡식. 권분 : 흉년에 부자들에게 곡식
을 내어 백성을 구제하게 하는 일. 포흠 : 관곡이나 재물을 축냄.
  (자의) 장부 부. 구제할 진. 저장할 저. 빠를 극. 조사할 사.
  세사기관이면 극부감영하여 이의이속하고 이의견조니라.
  (해석) 농사가 이미 흉작으로 판정되면, 급히 감영에 나아가서 곡식 옮겨올 것과 조세 감
할 것을 의논하여야 한다.
  (해설) 영조 38년(1762)에 삼남지방에 큰 흉년이 들자 이렇게 하교하였다.
  "이제 호서안집사가 아뢴 것을 보니 주린 백성들을 내가  눈으로 보는 듯하다. 강화의 쌀 
2천 석과 북도 교제창의 곡식 3만 석을 특별히 나누어 주기를 허락하니 도신으로 하여금 헤
아려서 배로 실어다가 아우성치는 기민들을 구제하도록 하라.  교제창의 곡식을 호남에 4만 
석, 영남에 3만 석을 일체 허급한다."
  또 하교하였다.
  "이제 호남에 대해서는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주는 것처럼 해야 할 것이다. 포항의 미곡
은 남도와 북도가 서로 흉년이 들 때 바꾸어서 구제하는 데에 쓰는 것이니, 호남과 가장 가
까운 곳에 저축한 쌀 5만 석을 배로 호남에 운송하게 하고 북도에서 오는 곡식으로  보충하
라."
  (주석) 세사 : 농사. 이속 : 곡식을 없는 곳으로  옮김. 교제창 : 다른 지방의 흉년에 서로 
바꾸어 가면서 구제하기 위해 설치한 창고.
  (자의) 해 세. 판단할 판. 달려갈 부. 곡식 곡. 탕감할 견. 벼 조.
  여기이속어원도로는 막약유재어본지니 앙편지정을 의의앙청이니라.
  (해석) 먼 곳으로 곡식을 옮기기보다는 그 고장에 유치하는 것이 나으니, 양쪽이 다 편리
하게 되는 정사를 강구해서 위에 청해야 한다.
  (해설) 광해군 초년에 크게 가물어서 흉년이 드니 선혜청제조 이정귀가 아뢰기를,
  "곡식을 옮겨다가 백성에게 빌려 주는 것은 본디 기근을 구제하기 위함인데, 백성들은 실
제의 은혜를 입지 못하고 아전들이 백성을 침탈하는 밑천이  될 뿐입니다. 이듬해에 갚기를 
재촉할 때에 백성을 병들게 함이 더욱 심하니  부역을 모두 감면하여 백성들이 힘을 펼 수 
있게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렇게 하면 백성들이 나물을  뜯어먹고 나무 껍질을 깎아먹고 
살더라도 스스로 살아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구제할 쌀로  선혜청의 용도에 대신 충당하고 
경기 백성들의 올가을과 내년 봄에 바쳐야 할 쌀을 모두 감면해 주소서."
하니 임금이 그대로 좇았다.
  열성조에서 흉년을 만날 적마다 곡식을 옮겨 하사하는 것과 조세를 감하고 공표를 감한다
는 명이 역사책에 끊이지 않았다. 대개, 목민관이 된 자가 혹 큰 흉년을 만나면 고사를 알아
야 헤아려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급히 감영에 가서 위에 청하도록 권하여 은택 입
기를 바라야 할 것이요, 어리석게 겁을 내어 스스로 은택을 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의) 멀 원. 하지 말 막. 남길 류. 편리할 편. 우러를 앙. 청할 청.
  보진제물은 궐유내반하니 계술지정이 수이성례니라.
  (해석) 진자에 보조하는 여러 물건을 궁중에서 하사함이 있었으니, 그걸 계승하는 정사가 
마침내 관례가 되었다.
  (해서F) 영조 원년(1725)에 분부를 내렸다.
  "공명첩은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는 데에 급하니 허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각 아문
에서 처리하는 일을 내가 아직 보지 못하였으니, 경외의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는 부득이한 
일 이외에는 공명첩을 절대로 팔지 말라."
  공명첩이란 가선대부나 절충장군의 직첩에 그 성명 쓸 자리를  비워둔 것이다. 이 공명첩 
1장에 돈 5냥을 받기도 하고 7냥을 받기도 하는데, 백성들이 원하지 않으면 모두 억지로 배
당한다. 관에서는 벼슬을 파는 혐의가 있고 백성들은 마구 거두어 간다는 원망을 품게 되니 
좋은 제도가 아니다. 차라리 좋은 말로 권분해서 의연금 내기를 기다려 봉사나 직장의 직함
을 주어 갚는 것만 못하다.
  (주석) 보진 : 구제에 보탬이 됨. 내반 : 궁궐 안에서 내려줌. 계술 : 잘 이어받아 행함. 공
명첩 : 이름을 쓰지 않은 벼슬 임명장.
  (자의) 보탤 보. 그 궐. 반포할 반. 이을 계.
  상은수균이라도 역유양목이라야 극획승수니라.
  (해석) 임금의 은혜가 고르더라도 선량한 목민관이라야 받들어 행할 수가 있다.
  (해설) 송의 정호가 부구지현이 되었을 때  수재로 백성이 굶주렸다. 선생이 곡식을 꾸어 
줄 것을 청하자 이웃 고을에서도 청하였다. 담당관이 노해서  사자를 보내어 사실을 조사하
게 하였는데, 이웃 고을에서는 사자가 오자 수령이 갑자기 스스로 말하기를,
  "곡식이 잘 여물었으니 꾸어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였다. 사자가 부구현에 이르러 정 선생에게 말하기를,
  "왜 곡식이 잘되었다고 스스로 말하지 않습니까"
하였으나, 선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자가 곡식을 꾸어 줄 수 없다고 말하므로, 선생
은 백성이 굶주리고 있음을 극력 말하고 곡식 꾸어 주기를 청해 마지않아 마침내 곡식  6천 
석을 얻어 기민을 구제하였다. 그러나 사농은 꾸어준 장부를 보고는 더욱 노하여, 민호의 등
급은 같은데 꾸어 준 것이 같지 않다 하여 현에 공문을 보내어 아전을 곤장치게 했다. 선생
은 말하기를,
  "기민을 구제하는 데에는 식구의 많고 적음으로써 해야 할 것이요 민호의 등급의 높고 낮
음으로 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일은 실로 수령인 내가 한 것이요 아전의 죄가 아닙니
다."
하였더니 그제서야 그만두었다.
  조선 숙종 때 사람 김필진이 원성현감으로 있을 때였다. 어느  해에 큰 흉년이 들어 관에
서 먹여 주는 것에 의지해 사는 백성들이 1만여 명이나 되었다. 공은 상사에 공문을 보내어 
조정에 청해서, 곡식 2천 석과 돈 14만 냥을 얻어 나누어 진휼하니, 이 1만여 명이  모두 살
아나게 되었다.
  (자의) 은혜 은. 고을 균. 어질 량. 이에 극, 이길 극. 받을 수.
  어사하래하여 관진감진이어든 극의왕알하여 이의사니라.
  (해석) 어사가 내려와서 진휼하는 일을 보살피고  감독하면, 급히 가서 뵙고 진휼에  관한 
일을 의논해야 한다.
  (해설) 근래에는 감진어사를 젊은 유신들을 많이 보내고 있으니 옛날의 뜻이 아니다. 그런
데 순조9(1809), 순조14(1814) 같은 흉년에는 한 사람의 어사도  보내지 않아서 남쪽 백성들
로 하여금 호소할 곳이 없어 쓰러져 죽게 하였으니, 이는 또 옛날에도 없던 일이다. 이미 죽
고 이미 백골이 된 뒤에야 어사를 보내어  이미 잘못된 일을 추궁해 다스리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자의) 거느릴 어. 뵐 알. 맡을 관. 마땅 의. 갈 왕.
  인경유속이면 의즉사적이니 수유조령이라도 내무알야니라.
  (해석) 이웃 고을에 곡식이 있으면 곧 사사로이 사들여야 할 것이니, 조정의 명령이 있더
라도 곡식 매매를 막지 못할 것이다.
  (해설) 송의 황간이 한양군지사로 있을 적에 흉년을 만나 다른  고장 쌀을 사들이고 창고
를 열어 진휼하였다. 조정에서 영을 내려 본군의 곡식을 옮겨  주고 곡식 사들이는 것을 금
지하고자 하므로 황간은 회보하기를,
  "황간을 파면한 후에 시행하기 바랍니다."
하였다. 그리고는 황정을 갖추어 시행하니, 이웃 고을의  굶주린 백성이 몰려왔는데, 이들을 
은혜로 고르게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었다. 봄이 되어 돌아가고자  하는 자에게는 양식을 주
고,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자에게는 집을 지어 살도록 하니, 백성들이 크게 감동하고 기뻐
하였다.
  명의 서구사가 구용지현이 되었을 때 일이다. 흉년이 들어 곡식이 몹시 귀하게 되자, 순무
사가 창고의 곡식 수백 석을 재어 평상시의 값으로 내주고 그 값을 관에 바치게 하였다. 서
구사가 말하기를,
  "곡식을 사들이는 사람은 모두 부자들이고, 가난한  백성은 평상시의 값으로 팔더라도 사
지 못합니다."
하고는 시가대로 절반을 팔아서 그 값을 관에 갚도록 하고 나머지 곡식으로 죽을 쑤어 굶주
린 백성에게 먹이며, 곡식이 많으면 그들로 하여금 힘에 맞게 나누어 지고 가게 하였다.  그
리고 산골 먼 곳에 사는 자는 이웃에 사는 부자의 곡식을 먹도록 하고 관에서 그 대가를 갚
아 주었더니 살아난 사람이 매우 많았다.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천자께서 큰 은혜를 베풀더라도 어찌 사람마다 조세를 감면하고 부역을 면제시킬  수 있
으랴. 다만 우리들이 일의 완급을 참작해서 할 뿐이다." 
  (주석) 인경 : 이웃 고을. 사적 : 개인적으로 사들임.
  (자의) 이웃 린. 지경 경. 곡식 사들일 적. 모름지기 수. 막을 알.
  기재강해지구자는 수찰저점하고 금기횡포하여 사상선주집이니라.
  (해석) 강이나 바다의 어귀에서는 모름지기 저점을 살펴서 그 횡포를 금하여 장삿배가 모
여들게 해야 한다.
  (해설) 흉년에 장삿배가 포구에 정박하면 여관 주인과 거간꾼이 제 마음대로 값을 깎는다
든지 장교와 아전들이 농간을 부리면, 장사꾼들은 이 소문을 듣고 뱃머리를 돌려 멀리 달아
나는데, 이것이 쌀값이 날로 오르는 까닭이다. 목민관은 이것을 알아서 상인들의 마음을  기
쁘게 하는 데 힘을 써서 그들이 모여들게 하면  돈 있는 자가 곡식을 사들일 수 있을  것이
다.
  배가 포구에 이르면 여관 주인과  거간이 일을 꾸미고 농간을 부려,  혹 부자에게 뇌물을 
받으면 쌀값을 깎아 내리기에 힘을 쓰고, 혹 장사꾼에게 뇌물을 받으면 도리어 쌀값을 올리
기도 한다. 그래서 매양 흉년을 만나면 마땅히 거간꾼들을 엄하게 단속하고 따로 진실한 사
람을 보내어 쌀값을 헤아려 정해야 한다.
  (주석) 저점 : 점포와 여관. 주집 : 몰려듦.
  (자의) 바다 해. 살필 찰. 가게 점. 몰려들 주. 모일 집.
  불사조령하고 편의발창은 고지의야나 사신지행야니 급지현령 즉하감언이리오.
  (해석) 임금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형편에 따라 창고를 열어  곡식을 방출하는 것이 옛
날 뜻이지만, 이는 사신이 행할 일인데 오늘날 현령이 어찌 감히 하겠는가?
  (해설) 한의 급암이 조서를 받들고 하내에 가 순시하고 돌아와서 보고하기를,
  "집사람이 불을 내어 가까운 집들이 불탄 것은 오히려  걱정거리가 못 됩니다. 신이 하남 
지방을 들려보니, 하남의 가난한 사람이 수재와 한재에 상해서, 1만여 호가 혹 부자끼리  서
로 잡아먹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래서 편의대로 하남 창고의 곡식을 내어서 가난한 백성들을 
진휼하였으니, 명령을 위조한 죄로 처단해 주기를 청합니다."
하니 임금이 어질게 여겨 용서하였다.
  당나라 장수타가 제군승으로 있을 때 마침 흉년이 들자 창고를 열어 구제하였더니 관속이 
모두 말하기를,
  "조서를 기다려서 해야지, 마음대로 내어 주어서는 안 됩니다."
하였다. 장수타는,
  "내가 이 일로 죄를 얻는다면 죽어도 한될 것이 없다."
하고, 먼저 창고를 열어 구제한 뒤에  조정에 글을 올렸더니, 황제가 이것을 알고  책망하지 
않았다.
  당의 원반천이 무척위로 있을 때 가뭄이 들었다. 현령 은자량에게 곡식을 내어 백성을 진
휼하기를 권하였으나 은자량이 듣지 않았다. 은자량이 고을에 간  틈을 타서 원반천이 창고 
곡식을 다 방출하니, 백성들이 그에 힘입어 구제되었다. 자사가 크게 노하여 원반천을  옥에 
가두었는데, 마침 설원초가 사신으로 나왔다. 설원초가 자사를 꾸짖기를,
  "공은 백성이 있는데도 진휼을 베풀지 못하고,  은혜가 무척위에게서 나왔는데 오히려 죄
를 준단 말이오."
하여 원반천이 비로소 풀려 나왔다.
  송의 범순인이 경주지주로 있을 때 굶어 죽는 자가 길에 가득하였으나 관에 구제할 곡식
이 없었다. 공이 창고의 곡식을 내어 구제하고자 하니, 고을에서는 모두 위에 아뢴 뒤에  곡
식을 내주고자 하였다. 공은 말하기를,
  "사람이 7일 동안 먹지 않으면 죽는 법인데, 어찌 회답을 기다리겠소.  여러분들은 간섭하
지 마오. 내가 차라리 혼자서 죄를 받겠소."
하였다. 뒤에 과연 조서가 내려오고 사신을 보내어 조사해 보도록 하였는데 고을 백성들이,
  "공이 우리를 살렸는데 우리가 어찌 차마 공에게 폐를 끼치겠는가?"
하고는 밤낮으로 곡식을 운반해다  바쳐서, 사자가 이르렀을 때에는  이미 모자라는 곡식이 
없었다.
  조선 인조 때 사람 이동직이 광주부윤으로 있으면서 큰 흉년이 들어 온 나라 백성들이 굶
어 죽었다. 광주부에는 곡식 10여만 섬이 있었는데, 군량이기 때문에 조정에서 내주는  것을 
승낙하지 않았다. 공은,
  "하루를 늦추면 천 명이 죽는다."
하고는, 바로 명령하여 이속과 백성들을 모두 창고 앞에 모이게 하고 곧장 달려가서 자물쇠
를 부수고 곡식을 내어 1만여 명을 살렸다. 비변사에서 공문을 보내어 이것을 막으니,  백성
들은 더욱 흩어져 죽게 되었으나 이동직이 힘껏 다투어서 마침내 죽고 굶주린 자가 없도록 
하였다. 가을이 되어 곡식을 장수할 때에 백성들에게 말하기를,
  "봄이나 여름이 되어 구휼하였더라면 우리 부모와 처자들은 모두 구령에 빠져  죽었을 것
이다."
하고, 곡식을 뒤늦게 바치는 자가 없었다.
  (주석) 조령 : 임금의 명령. 발창 : 창고를 열고 곡식을 내줌.
  (자의) 기다릴 사. 낼 발. 창고 창. 어찌 하.
  
    제2조 구제하기를 권함
  권분지법은 원자주대나 세강정쇠하여 명실부동하니 금지권분은 비고지권분야니라.
  (해석) 권분의 법은 멀리 주나라 때부터 시작되었으나, 세도가 떨어지고 정치가 쇠퇴해져
서 이름과 실제가 같지 않아졌으니, 오늘날의 권분은 옛날의 권분하는 법이 아니다.
  (해설) 옛날에는 백성들에게 일가와 화목하게  지내는 목, 인척에게 친목하게  지내는 인, 
친우에게 신용을 지키는 임,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휼의 도리를 가르치고, 이 가르침을 따
르지 않는 자는 형벌로 바로잡았다.
  흉년에 그 먹고 남은 것을 나누어 먹도록 권하면, 백성들이  어찌 나누어 먹지 않는 자가 
있겠으며, 형제에게 나누어 주고 인척에게 나누어 주고 이웃에  나누어 주고 빈궁하고 고독
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서 임금의 명을 따르게 한 것이요,  그 재물을 관청에 바쳐서 만민
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었다.
  후세의 법은 옛법과는 달랐으나, 그래도 미곡을 꾸어 주거나 팔기를 권하고 거저 주는 것
을 권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이른바 권분은 모두 백성들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
아 거저 주게 하면서도 '권분의 법은 '춘추'에서 본떴다' 하니 곤란한 일이 아닌가.
  (주석) 권분 : 흉년에 부자들에게 곡식을 내어 가난한 자를 구제하게 하는 일. 세강정쇠 : 
세대가 전만 못하고 정치가 쇠퇴함.
  (자의) 권할 권. 멀 원. 내릴 강. 쇠할 쇠.
  중국권분지법은 개시권조요 불시권희며 개시권시요 불시권납이며 개시신선이요  불시구설
이며 개시상권이요 불시위협이니 금지권분자는 비례지극야니라.
  (해석) 중국의 권분법은 모두 조미를 권하였고 희미를 권하지 않았으며, 모두 흩어 주기를 
권하였고 바치는 것을 권하지 않았으며, 모두 자신이 먼저 하였고 입으로만 하지  않았으며, 
모두 상을 주어 권하였고 위협으로 하지 않았으니, 오늘날의 권분은 예가 아님이 극심하다.
  (해설) 우리 나라의 권분법은 모두 거저 주게  하고, 거저 주게 할 뿐만 아니라 까닭없이 
바치게 하여 이 때문에 영이 행해지지 않게 되고 용도도  분명하지 않게 된다. 중국의 법은 
그 부민에게 권함이 조미, 사미에 불과하다.  조미란 그 값을 헐하게 정하여 그들로  하여금 
기민에게 팔도록 하는 것이요, 사미란  이식을 받기로 약속하고 기민에게 꾸어주는  것이다. 
관장의 권하는 바가 이와 같은데도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 자가 있다면 비록 독려하고 위협
하더라도 안 될 것이 없다.
  우리 나라의 법은 백성들에게 거저 바치게 하여 백성 중에 따르지 않는 자가 있으면 엄한 
형벌과 호된 매질로 도적을 다스리듯  한다. 한번 흉년을 만나면 고을  백성이 먼저 곤경을 
당하므로 남쪽 지방 백성들의 말이,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고 부자가 가난한 자만 못하다."
한다. 이것이 학정 가운데서도 큰 것이니 목민관이 된 이는 이를 알아야 한다.
  (주석) 권조 : 쌀 팔기를 권함. 권희 : 값을 받지 않고 쌀 내놓기를 권함.
  (자의) 곡식 팔 조. 보낼 희. 몸 신. 위엄 위. 협박할 협. 끝 극.
  오동권분지법은 사민납속하여 이분만민이니 수비고법이나 예이성의니라.
  (해석) 우리 나라의 권분법은 백성들로 하여금 곡식을 바치게 하여 만민에게 나누어 주니, 
이는 옛법이 아니지만 관례가 이미 이루어졌다.
  (해설) 고려 고종 13년(1226)에 조서를 내려 말하였다.
  "전라도에 기근이 심하니 저축이 있는 고을에서는 창고를 열어 구제하고, 저축이 없는 고
을에서는 각각 사삿집에서 남은 곡식을 취해서 구제한 다음 풍년이 든 해에 갚도록 하라."
  조선 명종 16년(1561)에 중외의 관리에게 명하여 황정을 거행하도록 하였는데, 조세를 면
제하고 금법을 완화하며, 곡식을 옮겨오고 곡식을 바치고 나누어 주기를 권하고, 버린  아이
를 거두어 기르는 일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쓰지 않는 것이  없고, 병든 자는 구료하고 죽은 
자는 묻어 주게 하였다.
  찰방별좌로 수지이관은 궐유고사하고 재어국승이니라.
  (해석) 찰방과 별좌의 벼슬로 갚아 줌은 예전 사례가 있고 나라 역사에도 실려 있다.
  (해설) 영조 7년 신해년(1731)에 우의정 조문영이 아뢰기를, 
  "권분은 흉년을 구제하는 가장 큰 정사입니다. 벼슬을 파는  것은 본디 아름다운 일이 아
니나, 흉년에는 부득이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송의 주자가 절동을 진휼할 때에  재상 
왕회에게 글을 보내어 상전을 시행하지 않을 수 없음을 힘껏 말하였고, 명의 유학자 구준도 
말하기를 '평상시에는 불가하지만, 흉년에 구제하는 데에는 이것이 중요한 정책이다'라고 하
였으며, 우리 나라 효종과 현종 두 조정에서도 이미 행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근년  이
래로는 조정에서 이 일에 대하여 신용을 잃은 것이 자못 많기 때문에 백성들이 즐겨 따르지 
않습니다. 국가에서는 본래 백성들에게 신용을  잃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이같은  흉년을 
당하여서는 더욱 격려하는 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렇게 말하였다.
  "이 일은 일찍이 말한 사람이 있었고, 주자가 한 일을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근래 국가
에서 신용을 잃은 것도 실로  해당 부서에서 거행하지 않은 데  연유하였다. 작년 북도에서 
사사로이 곡식을 내 구제한 사람 중에 특이한 사람 하나에게 별도로 은전을 베풀어 사람들
을 격려하게 하였으니, 이 뒤에도  만일 사사로이 구제하는 자 가운데  특이한 자가 있으면 
진휼하는 일이 끝나기 전에 도신이 보고하여 곧 은전을 베풀어서 조정에서 신용을 잃지 않
도록 하라. 수령들이 혹 공명첩을 억지로 팔아서 곡식을 모으는데, 이것은 단속하지 않을 수 
없다."
  (주석) 찰방 : 각 역을 맡은 관원. 별좌 : 육품의 벼슬 이름. 국승 : 나라의 역사. 공명첩 : 
이름 적을 곳을 비워 발행하는 임명장.
  (자의) 살필 찰. 찾을 방. 갚을 수. 실을 재. 역사책 승, 탈 승.
  장선요호하여 분위삼등하고 삼등지내를 우각세부이니라.
  (해석) 넉넉한 집을 가리어 3등으로 나누어, 이 3등을 또 각각 자세하게 쪼개어야 한다.
  (해설) 넉넉한 집이란 집에 저축한 곡식이 여덟 식구가 먹고도 남음이 있는 자이다. 목민
관은 백성들의 빈부를 살피고, 또 공론을 채택하여 먼저 넉넉한  집을 상, 중, 하 3등급으로 
나눈다.
  백성이 자기 힘으로 먹고 사는 자에게 먹고 남은 말 곡식을 권분하게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두세 섬도 권분하는 데 든 것은, 우리 나라는 백성들이 가난해서, 2백 섬 이상  상등에 
들어가는 자는 한 도에 몇 사람에 지나지 않고, 20섬 이상의 중등에 들어가는 자는 한 고을
에 몇 사람에 지나지 않고, 오직 하등 호수는 한 고을에 혹 수백을 얻을 수 있으니 만일 이
들을 버리고 권분하지 않으면 권분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무릇 권분하는 법은 그 집 재력에 따라서,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한데, 하필 차등을  두어서 
모두 숫자를 채워서 할 필요가 있겠는가 라고 묻는다면 이에  대한 대답은 '법은 규율이 있
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야 장부가 어지럽게 되지 않는다'라고 할 것이다.
  (주석) 요호 : 부자 호구. 세부 : 세밀하게 쪼개나눔.
  (자의) 장차 장, 장수 장. 넉넉할 요. 가늘 세. 쪼갤 부.
  내선향망하여 배일돈소하여 채기공의하여 이정요호니라.
  (해석) 향리의 인망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날을 정하여 친절히 불러다가 공론을 채택해서 
넉넉한 집을 정한다.
  (해설) 대저, 넉넉한 집을 뽑기는 굶주린 집을 뽑기보다 더  어렵다. 굶주린 집은 본래 가
난하므로 혹시 지나치게 뽑더라도 모두 안면으로 연유한 것이요 뇌물을 쓰지는 않을 것이나 
넉넉한 집은 재산이 있기 때문에,  요행히 면하려는 자는 널리 부탁하여  모두 뇌물을 쓰게 
마련이다.
  지극히 공평하고 사정이 없는 의논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듣는 자는 또 의심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향승이 나와서 말하기를,
  "이모는 가난하여 10석을 내기에 적합하지 않고, 장모는 꽤 부자여서 1백 석에 넣어도 넉
넉하다."
하면, 수령은 그 말을 듣고는 이렇게 의심하기 쉽다.
  "저 향승이 이모는 가난하다고 호소하니 그에게 뇌물을 받은 것이며, 장모는 부자라고 고
하니 이는 장모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다."
  혐의스러운 것이 있을 때에는 사람이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사정이 없는 자는 
물어도 말하지 않고, 사정을 낀 자는 말한대도 이를 믿기 어렵다. 관에서 다른 방도로  염탐
하고자 하더라도 어찌 한쪽 말만  들어서 간사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을 알겠으며, 관에서 
공회에 묻고자 하더라도 어찌 저희끼리  짜고서하지 않을 줄을 알겠는가.  그러나 공회에서 
듣는 것이 한쪽 말만 듣는 것보다는 낫다.
  요사이 보면, 수령이 술잔치를  벌여놓고 넉넉한 백성을 널리  청해다가 본인으로 하여금 
자기 손으로 몇 석을 내겠다고 쓰게 하기도 하고, 관의  입으로 몇 석을 내라고 강권하기도 
한다. 그들이 하는대로 내버려 두면, 의돈 같은 부자라도  자기 집은 가난하다고 할 것이요, 
위엄으로 억누르면 검루 같은 가난한 사람도 혹 곤경을 당할 것이니, 천하에 어려움이 권분
보다 더한 것이 없다.
  (주석) 향망 : 그 고을에서 인망이 있는 사람. 배일  : 날짜를 안배함. 돈소 : 친절하게 부
름. 요호 : 넉넉한 호구. 의돈 : 고대 중국의 부자. 검루 : 중국의 고사.
  (자의) 뽑을 선. 바랄 망. 배정할 배. 돈독할 돈. 채취할 채.
  권분야자는 권기자분야니 권기자분 이관지생력다의니라.
  (해석) 권분이란, 스스로 나누어 주기를 권하는 것이니, 스스로 나누어 주기를 권함으로써 
관의 부담을 덜어 줌이 많다.
  (해설) 넉넉한 집에는 저마다 형제가 있고 친척이 있고 이웃  동네가 있고 산지기가 있는
데도 그 성품이 인색하여 구제하기를 즐겨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관에서 이를 권면해서 곡
식을 내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권분이라 한다. 그 재물을 강제로 빼앗아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을 어찌 사람들이 좋아하겠는가. 옛날 권분은 반드시 그렇지 않았으니,  명
분을 돌아보고 의리를 생각하면 반드시 옛날의 도리에 부합될 것이다.
  그 가까운 일가 친척들은 자기들끼리 구제하도록 맡겨 두어 관의 장부에 올리지 말고 소
원한 자만 장부에 올린다.
  (자의) 스스로 자. 나눌 분. 줄일 생. 많을 다.
  권분령출이면 부민어해하고 빈사승영하니 추기불신이면 기유탐천이위기자의니라.
  (해석) 권분의 영이 나오면 부잣집은 물고기처럼 놀라고  가난한 선비는 파리처럼 덤벼들 
것이니, 기밀을 삼가지 않으면 크게 욕심을 내어 제 몸만 위하는 자가 있게 된다.
  (해설) '다산일초'에 이렇게 말하였다.
  "갑술년(순조14, 1814) 겨울에 한 유생이 마침 군에 들어갔다가, 권분에 대해 말이 미쳤다. 
유생이 말하기를 '관의 영이 엄하기는 하나, 백성들이  장차 듣지 않으면 관에서 또한 어찌
하시겠습니까?' 하니, 수령이 말하기를 '제일가는 부자들이 거절하면  곤장을 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자 유생은 '그렇습니다. 곤장을 치지 않으면 곡식을 바치지 않을 것입니다'하였
다.
  유생은 군에서 나와 바로 부잣집으로 가서 말하기를  '너에게 1천 냥이 배정되었으니, 나
에게 1백 냥만 주면 내가 힘을 써서 3백 냥을 감해 주겠다. 그 2백 냥은 곧 너의  이익이다
'하니, 부자는 말하기를 '어허! 내가 바치지 않는다면 누가 내 목을 뽑겠는가'하였다. 유생이 
말하기를, '내 말을 관의 듯을 자세히 살피고 하는 말이다. 관에서 내가 굶주리는 것을 불쌍
히 여겨서 네 곡식을 내게 주고자  하는데, 네가 듣지 않으면  마침내 반드시  죄책이 있을 
것이다' 했지만 부자는 오히려 믿지 않고 비웃었다.
  유생이 관의 동정을 탐지해 보니, 이튿날 수령이 창고에 나오는데 그 부자를 부르게 되었
다. 드디어 밤에 그 부자의 집에 가서 비밀히 그  내용을 이르기를, '내일 너를 부를 것이고 
또 곤장을 치는 벌이 있을 것이다 만일  나를 믿지  않거든 내일 가서 보라'하니, 그  부자
는 
그래도 믿지 않았다.
  이튿날 관에서 불러서 1천 냥을 바치게 하자, 부자는  '재력이 없어서 이를 바칠 수 없습
니다'하였지만 관에서는 곤장을 쳐서 그 부자의 승낙을 받고 말았다. 이에 부자는 관정에서 
나오는 길로 바로 유생을 찾아가서 그날로 1백  냥을 보내고서 3백 냥을 감해 주기를 요구
하니, 유생은 '쉬운 일이다. 두세 차례에 우선 5백 냥만 바치면  내가 그 일을 꾀해 보겠다'
하고는, 위장술로 군에 들어가서 환담하고 나온다. 부자가 이미 5백 냥을 바친 뒤에  유생은 
부자를 위해 소장을 올리되 사연이 매우  슬프고 간절하게 하니,  관의 마음도  풀리어 3백 
냥을 감할 것을 허락한다. 유생이  욕심을 부렸지만  그 누가  이것을 알겠는가. 다만 그를   
칭송할 뿐이다.
  그러므로 목민관이 된 자는 한 마디 말이 입에 나오면 그 바람처럼 구름처럼 변화함이 이
렇게 심한 데까지 이르는 것을 군자로서 추측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니, 손을 물리치고 사사
로움을 끊는 것을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주석) 어해 : 물고기 떼가 놀라서 흩어짐. 승영 : 파리 떼처럼 몰려옴.  추기 : 기밀. 탐천 
: 큰 욕심.
  (자의) 놀랄 해. 가난할 빈. 파리 승. 돌쩌귀 추. 기밀 기. 탐낼 탐.
  절화어기문지중하면 성원변요하고 앙류묘예니 필불가붕어심야니라.
  (해석) 굶주린 사람의 입에 든 재물을 도둑질하면 소문이 변방까지 들리고 재앙이 자손에
게까지 끼쳐지는 것이니, 그런 생각은 마음 속에 싹트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해설) '한암쇄어'에 말하였다.
  "하늘에서 받은 성품은 선하지 않음이 없으나, 그것을 망치고 없애면 곧 금수만도 못하게 
되니, 군자가 추측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수의어사가  탐리의 죄를 논하여 말하기를,  '굶
주린 인구를 거짓으로 4천8백 명이라 늘리고, 그 곡식을 도둑질한다.'하기에, 내가 처음에는 
믿지 않았으나 조사해보니 과연 거짓이 아니었고 또 '권분한 쌀 1백 50석을 돈으로 쳐서 받
아 1석에 15냥씩, 합계 2천 2백 50냥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하기에, 내가 처음에는 믿지 않
았으나 조사해 보니 과연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이렇게 도둑질한 장물로 기이한 물건을 사들인다. 그래서 옥천의 고운 베, 탐라
의 큰 복어, 은쟁반, 은합과 5척의 다리, 5색의 대자리  등을 수레에 싣고 짐으로 져다가 권
세 있는 집안에 바친다. 그러면, 그 불쌍한 권세있는 집안은 다만 그들의 녹봉이 본디  많아
서 남는 돈으로 이런 물건을 마련하는 줄로 알고 있으니,  누가 권분한 돈이 이런 물건으로 
된 줄 알겠는가. 물건을 받고는 감동하고 기뻐하여 온 집안이 좋아하고, 천지와 귀신이 밝게 
살피고 있음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재앙이 일어나면 그와 함께 패망을  하니 어찌 슬프지 
않은가. 그러므로 옛날 재상은 뇌물을 받지 않았으니, 그것은 그 속에 큰 독이 들어 있어 먹
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석) 기문지중 : 굶주린 사람의 입 안에 든 음식. 성원변요 : 그 소식이 먼 변방까지 들
림. 묘예 : 자손.
  (자의) 굶주릴 기. 입술 문. 가장자리 변. 멀 요. 삭 묘. 후손 예. 싹틀 붕.
  남방제사에 혹유부승이어든 권취기속하여 이섬환산하고 이인속족도 억소의야니라.
  (해석) 남쪽 지방의 여러 사찰에 혹 부자  중이 있으면, 그 곡식을 권분하여 가져다가 산 
주위에 있는 백성을 구제하고, 세속 인연이 있는 친족들에게 은혜를 베풀게 함도 또한 마땅
한 일이다.
  (해설) 남쪽 지방의 절들이 옛날에는  부요하였으나, 지금은 모두 패망하였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둘 부자 중이 있어 해마다 곡식 수백 석을 추수하는 자가 있으니, 이것을 관례에 따
라 등급을 나누어 구제하는 밑천에 보충하는 것은 큰 잘못이 아니다. 오직 그 산 주위에 있
는 여러 마을들과 그 중과 친족이 되는 자들이 이것을 받아 먹게 해야 할 것이다.
  진양기가 강주지사로 있을 때 큰 흉년이 들고 또 전염병이 유행하였다. 진양기는 죽을 쑤
어 먹이고, 약이 부족하면 여산의 여러 절의 남은 재물을  가져다가 풀어 먹여 살려낸 사람
이 만 명으로 헤아릴 정도였다.
  (자의) 절 사. 부자 부. 중 승. 곡식 속. 넉넉할 섬. 두를 환. 어질 인. 세상 속. 겨레 족.
  
    제3조 구제 규모
  진유이관하니 일왈급기요 이왈유모니라. 구분증닉을 기가이완기호며 어중평물에 기가이무
모호아.
  (해석) 흉년 구제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으니, 첫째는 시기에 맞추는 것이요, 둘째는 규모
가 있는 것이다. 불에 타는 것을 구제하고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는 데 어찌 시기를 소홀히 
할 수 있겠으며, 대중을 부리고 물자를 고르게 하는 데 어찌 규모가 없을 수 있겠는가.
  (해설) 수재가 혹독하기는 하나 그 화는 물가 민가나 전답에 그치고, 풍재, 상재, 충재, 박
재도 온 천하가 재앙을 다 입은 것은 아니다. 다만 큰 가뭄은 산을 태워, 천리가  모두 같은 
만큼 온 나라가 같이 기근이 들어서 손을 쓸 수가  없다. 마땅히 입추날로부터 급히 강구하
여 시각을 다투어 시기를 보아 이익되는 일을 마치 날쌘 새 매와 사나운 짐승이 내닫는  것
처럼 해야만, 조치하는 바에 차례가 있을 것이니,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나라의 권분법은 먼데 사는 부자로 하여금 돈을 바치게  하므로, 부자는 자기 집 곡
식을 내어 돈으로 바꾸어 관에 바치면, 관에서는 이 돈을  받아서 곡식을 사들여 굶주린 백
성에게 준다. 이렇게 하면, 굶주린 백성은  부자의 이웃에 사는 자라도 읍에 가서  구제곡을 
받아와야 하니 빙빙 도는 것이  이와 같다. 차라리 구제장을 마을에  많이 설치하고 부자로 
하여금 바로 그 곡식을 구제장에 내도록 하여 굶주린 백성들이 각각 가까운 구제장에서 곡
식을 가져가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주석) 이관 : 두 가지 관점. 급기 : 시기에 맞게 함. 구분증닉 : 불타는 사람을 구하고 물
에 빠진 사람을 건져 냄. 어중평물 : 대중을 거느리고 물자를 고르게 함.
  (자의) 볼 관. 기일 기. 모양 모. 불탈 분. 건질 증. 빠질 닉. 가지고놀 완. 말몰 어.
  약부진조지법은 국전소무로되 현령유사적지미어든 역가행야니라.
  (해석) 구제곡을 주는 법은 국법에는 없지만, 현령이 사사로이 사들인 쌀이 있으면 시행하
는 것이 좋다.
  (해설) 이중방이 기주통판으로 있을 때 흉년을 만나자, 창고의 곡식을 다 내어 백성들에게 
꾸어 주고 말하기를,
  "풍년이 들거든 창고로 가져오라. 이는 내 썩은 곡식을  새 곡식으로 바꾸는 것이니 양쪽
이 모두 이로운 일이다."
하였다. 다음 해에 과연 풍년이 드니, 백성들은 그 곡식을 고맙게 여겨 창고에 가져가되  늦
게 바친 자가 없었다.
  우리 나라의 창고 제도를 내가  상고해 보니, 무릇 환곡을 창설할  때에는 구제하는 것을 
명목으로 삼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평상시에는 내버려 두어  다 아전들이 도둑질해 먹어버
리고 졸지에 흉년을 만나면 창고가 텅 비게 되었으니, 이들을  죽일래도 이루 다 죽일 수가 
없다. 그래서 흙이 섞인 수백 석의 곡식을 현령에게 조치해  주어서 수만 명의 주린 백성을 
구제하게 하니, 현령이 어떻게 이들을 구제하겠는가. 평소에 사사로이 사들인 곡식이 없으면 
오직 손을 묶고 서서 구경할 뿐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풍년이 들 때에 사사
로이 사들이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의) 곡식 낼 조. 법 전. 곡식 사들일 적.
  기설진장에는 소현의지일이처요 대주수지십여처가 내고법야니라.
  (해석) 진장을 설치함에 있어서는 작은 고을에는 마땅히 한 두 곳에 그치고, 큰 고을에는 
모름지기 십여 곳을 만드는 바로 예전의 법이다.
  (해설) 진장 십여 군데를 설치하는데 외창이나 혹은 사찰, 혹은 부잣집에다가 조장을 설치
하기도 하고, 희장을 설치하는 것이 곧  옛법이다. 우리 나라의 법에는 환상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써 구제곡을 대신하고 있으니, 이는 현령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령
이 스스로 돈을 내어 쌀 수천 석을 마련하여 그 이익을 받아서 희자에 보충한다면 누가  불
가하다고 말하겠는가.
  우리 동방의 구제법은 비록 큰 주와 군이라도 부중에만 진장을 설치하고, 혹 외창이 있는 
곳에서만 외장을 설치하니 크게 불편하다.  따오기처럼 야위고 부황난 누런  얼굴빛을 하고 
비틀거리며 쓰러질 듯한 백성들이 어떻게 멀리 성내의  진장까지 가서 몇 되 몇 말의 거친 
곡식을 받아오겠는가. 땅이 넓은 큰 고을에는 마땅히 상사에  청하여 모름지기 여덟이나 아
홉 군데 설치하게 하고, 현령이 순행하여 진제하는 것을 감독해야만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종 8년(1667)에 관동과 관서 지방의 유민들이 서울로 들어와 주리고 병든 자가 수천 명
이나 되었다. 한성부로 하여금 동서의 활인서에 나누어 두어 양식을 주어 구료하게 하였다.
  서울에는 민호가 많기는 하나 동서의 진원이 모두 5리에 벗어나지 않으므로 다만 두어 곳
에만 진원을 두어도 굶주리는 백성들이 나아가 먹을 수  있을 것이지만, 군현에서는 민호가 
적기는 하나 외촌은 읍에서 혹 1백 리 가까이  떨어졌으니, 진원을 나누어 설치해서 굶주리
는 백성들로 하여금 멀리 가는 괴로움이 없게 해야 한다.
  (주석) 진장 : 굶주린 사람을 구제하는 장소. 희장 : 값을 받지 않고 쌀을 주는 장소.
  (자의) 베풀 설. 마당 장. 곳 처. 모름지기 수. 남을 여.
  인인지위진야는 애지이이라. 자타유자는 수지하고 자아유자는 유지하여 무차강이계야니라.
  (해석) 어진 사람이 진휼함에는 불쌍히 여겨야 할 뿐이다. 다른 곳에서 들어오는 자는 받
아들이고 내 고을에서 다른 고을로 가는 자는 머물러 두어 내 경계를 따지지 말아야 할  것
이다.
  (해설) 송의 부필이 비방을 입고 청주지주로 나갔을 때였다. 홍수가 나서 굶주린 백성들이 
떠돌며 흘러들어왔다. 이에 관하의 풍년이 든 곳을 골라  백성들에게 곡식을 내도록 권하여 
10만 섬을 얻고, 여기에 관곡을 더 보태서 소재지에 저장해두고, 공사의 집 10여만 채를  얻
어서 그 사람들을 나누어 살게 하여 나무와 물을 편리하게 쓰도록 하였다.
  그리고 전의 관리로서 결원이 나기를 기다리기  위하여 붙여 있는 자들에게 모두  녹봉을 
주어 백성이 모인 곳으로 나가 노약과 병든 사람을 가려서 곡식을 주게 하고, 그 노고를 기
록해 두었다가 후일 조정에 아뢰어서 상을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대체로 5일마다 사
람을 보내어 술과 고기와 밥을 가지고 가서 위로하되,  지성에서 우러나오므로 사람마다 힘
을 다하였다. 부필에게 권하는 자가 있어 말하기를,
  "의심받는 처지에 있으면서 이렇게 처신함은 비방을 일으키기 쉬우니 생각하지 못할 화가 
있을까 두렵다."
하니 부필은 이렇게 말하면서 더욱 힘써 행하였다.
  "내 어찌 나의 일신 때문에 이 60~70만 명의 생명을 바꾸겠는가."
  숙종 계미년(1703)에 이인엽이 아뢰었다.
  "도성에 들어온 거지들이 모두 여러 도로부터 온 집안이 옮겨와서, 한두 사람이 걸식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으며, 그중에는 누렇게 떠서 죽어가는 자도 있기에 신이  타이르기를, 
'다른 여러 도에서는 모두 이미 진장을 설치하였고  서울로부터 또 곡식을 옮겨갔으니,  만
일 본고장으로 돌아간다면 거의 살 방도가 있을 것이요, 유리하여 살   곳을 잃은 채 곧 돌
아가지 않는다면 끝내 구렁에 쓰러져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봄갈이가 박두하
였으니 마땅히 돌아가서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 만일 돌아가고자 한다면, 가는 길의  이수를 
계산하여 양식을 주리라' 하였습니다. 이에 돌아가기를 원하는 자가 자못 많으므로 그 양식
을 계산하여 내주었는데, 몇 사람이나 과연 돌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뒤에도 계속 들어오니, 왕정에 있어  차마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전부터 죽을 쑤어 준 것은 끝내 실제 효과가 없고,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있어 훈김이 
전염되어 병이 생길 것이므로 올봄에는 다시 죽을 쑤어  주지 않았습니다. 유민들이 호소할 
곳이 없어 서울에서 구호를 바라니 또한 구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장정
들은 뽑아서 양식을 주어 돌려 보내어 그  고을로 하여금 곡식 종자를 주어 농사를 짓도록 
하고, 노약자는 관리를 임명하여 나누어 맡아서 진훌하는 것을 감독하게 하면, 죽을 쑤어 먹
이는 것보다 나을 듯합니다."
  조선 숙종 때 사람 이규령이 안동부사로 있을 때 큰  기근이 들어 진장을 설치했다. 그때 
군읍으로 하여금 유민을 받지 못하게 하는 영이 있었는데 공은 말하기를,
  "다 우리 백성인데 어찌 이곳 저곳을 구별하랴. 그들이  길거리에서 굶어 죽는 것을 서서 
볼 수는 없다."
하고, 집을 설치하여 마음과 죽을 쑤어  그들을 돌보아 주고 친히가서 보고, 다시  고장에서 
인망과 재산이 있는 자를 골라서 주관하게 하였다. 그러자 그의 경내에는 길에서 굶어 죽는 
자가 없어 어사가 잇달아 조정에 아뢰니 상을 주어 장려하였다.
  조선 선조 때 사람 토정 이지함이 현령으로 있으면서, 유민들이 해진 옷으로 걸식하는 것
을 불쌍히 여겨 큰 집을 지어서 그들을 거처하게 하고,  수공업을 가르치되 모두 친절히 일
러서 각자 의식이 넉넉하도록 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무능한  자는 볏짚을 주어 짚신을 삼
도록 하고 그들의 일하는 것을 감독하니, 하루에 열 켤레를 만들어 팔 수가 있었다.  그래서 
하루 일한 것으로 쌀 한 말을 사지 못하는  자가 없었는데 그 중에 남는 것으로 옷을  지어 
입도록 하니, 두어 달 사이에 의식이 모두 충족해졌다.
  (주석) 자타유자 : 다른 곳에서 떠돌아 들어온 자. 자아유자 : 내 고장에서 떠돌아다닌 자.
  (자의) 슬플 애. 흐를 류. 머물 류. 경계 강.
  금지유민은 왕무소귀니 유의측달하여 권유비물경동이니라.
  (해석) 오늘날의 유민들은 돌아갈 곳이 없는 자들이니 오직 간절히 권유해서 그들로 하여
금 경솔히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해설) 주자가 남강군에 있을 때 떠도는 백성들을 권유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본군이 일전에 재해를 입은 가호가 많이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한번 고향을 떠나면 길에
서 어려움이 많아 왕왕 살 곳을 잃어 버리고, 심한 경우에는 죽기까지 한다. 조상의  무덤과 
전답과 집을 버려두고 주관하는 사람이  없어서 한결같이 어수선하다. 유적이  아직도 남아 
있어 그 내력을 물어보면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아프게 한다. 하물며  지금 다른 고장도 
그다지 풍년이 들지 않았으므로, 이곳을 버리고  저쪽으로 간대야 굶주리기는 마찬가지이니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이제 권유하노니, 각각 여러 고을에서 갖가지 방법으로 구휼하는 뜻을 본받고, 조정의  비
상하게 관대한 은혜를 기다려 각기 안심하고 생업에 힘쓰도록 하라."
  (주석) 유민 : 떠돌아 다니는 백성. 측달 : 간절하게.
  (자의) 돌아갈 귀. 측은할 측. 깨우칠 유. 하여금 비. 가벼울 경. 움직일 동.
  기분조분희지법은 의박고고전하여 취위해식이니라.
  (해석) 분조, 분희의 법은 마땅히 널리 옛 전적을 상고하여 이것을 취해서 법식으로 삼아
야 한다.
  (해설) 송 증공의 구재의에 이렇게 말하였다.
  "창고를 열어 곡식을 주되 장정은 하루에 2되, 어린이는 하루에 1되를 주어 구호하였는데, 
이는 다만 굶어 죽는 사람을  구제하는 방법으로 구호할 뿐이요, 깊은  생각과 먼 걱정으로 
백성을 위하여 장구한 계획을 하는 것이 아니다. 중호로 계산하더라도 호마다 10명은 될 것
이니, 장정 6명은 한 달에 곡식 3석 6두를 받고, 어린이 4명은 한 달에 곡식 1석 2두를 받아
야 한다. 그래서 대체로 한 민호가 한 달에 5석을 받게 되는 것이니, 오래 시행할 수가 없는 
것이다."
  송의 정강중이 온주통판으로 있을 때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떠돌게 되자, 곧 자기의 봉급
을 내어 곡식을 사들이어 나누어 주도록 권하였다. 지주가 말하기를,
  "실지 은혜가 굶주리는 자에게 미치지 못할 듯하오."
하니 그는 대답하기를,
  "이미 조치한 바가 있습니다."
하였다. 이에 돈 1만 전을 내어서 1전마다 글자 하나씩을  써서 밤에 거리에 나가 굶주리는 
자를 만나면 이 돈 1전을 주면서 경계하기를,
  "이 글씨를 지우지 말고 가지고 오라."
하였다. 이튿날 이 돈을 증빙해서 쌀을 주니 굶주린 자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자의) 먹일 희. 넓을 박. 예 고. 법 해.
  내선기구하여 분위삼등하고 기상등을 우분위삼급하고 중등하등을 각위일급이니라.
  (해석) 굶주린 가구를 뽑아 3등으로 나누고, 그 상등은 또 3급으로 나누며, 중등과 하등은 
각각 1급씩을 만든다.
  (해설) 넉넉한 집은 가장 부요한 자가 상등이 되고, 굶주린 집은 주리는 것을 급하게 여기
니 가장 굶주리는 자가 상등이 된다. 상등인 자는 그  목숨이 위급해서 곡식을 거저 주어야 
할 자이다. 중등인 자는 그 정상이 급하기는 하나, 봄에 잠시 살려 주면 가을에는 곡식을 낼 
만하므로 꾸어 주어야 할 자이다. 하등인 자는 그 정상이 급하기는 하나, 오히려 약간의  돈
과 포목이 있으므로 곡식을 사가도록 할 자이다.
  상등 안에서 또 3급으로 나누어 상급은 소한날로부터 곡식을 거저 주기 시작하여 망종날
에 이르러 그치고, 중급은 입춘날로부터  시작하여 입하날에 이르러 그치며, 하급은  입춘이 
지난 후 10일부터 시작하여 입하날 10일 전에 그친다.
  중등에게는 꾸어 주되, 경칩날에 한 번 주고 청명날에 한 번 주는데, 진대한 바는  60일의 
양식이다. 하등에게는 곡식을 사 가게하되, 춘분날에 한 번 주는데 진조한 바는 60일의 양식
이다.
  이규령이 안동부사로 있을 때 큰 흉년이 들었다. 죽어가는  자를 호적을 조사하고 식구를 
계산하여 죽을 쑬 양곡을 주는데, 더러 식구를 늘려 속이고 더 타먹는 자가 있자, 아전이 이
를 뽑아내어 빼내기를 청하였다. 공은 듣지 않고 말하기를, 
  "그들을 지나치게 가려내어 궁하고 굶주린 자로 하여금 먹을 것이 없게  하기보다는 차라
리 거짓말하는 것을 용서하여 관가에서 백성에게 속임을 받는 것이 낫다. 그리고 주림을 당
하여 사람마다 각자 자기의 부모와 처자를 사랑하여 죽음에서  구하려는 계책을 쓰는데, 어
찌 차마 모두 거짓이 있다 해서 그들을 구휼하지 않겠는가."
하여 백성들이 이 때문에 살아난 자가 많았다.
  (자의) 뽑을 선. 굶주릴 기.
  
    제4조 구호를 베풂
  내설진청하고 내치감리하며 내구기부하고 내구염장해대건하니라.
  (해석) 진휼청을 설치하고 감독 관리를 두며, 가마솥을 갖추고 소금과 간장, 미역, 마른 새
우를 마련한다.
  (해설)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을 얻는 데 달려 있으니, 적합한 사람을 얻지 못하면 그  일
을 잘할 수 없는 것이다. 도감  1인, 감관 2인, 담당 아전  2인을 반드시 청렴하고 근신하고 
일을 잘 아는 자를 가려서 그 자리에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촌감은 더욱 사람을 잘 가려야 한다. 매양 보면, 촌감이 뇌물을 받고 간사한 짓을 해서 쌀
독에 저축이 있는 자도 혹 몇 식구를 부쳐 주어 거저 쌀을 주며, 홀아비나 과부로서 의지할 
곳이 없는 자들은 혹 빠뜨려서 굶어죽게 하며 아전들과 어울려서 간사한 짓을 하여 갖은 방
법으로 농간을 부리니 굶주리는 가구를 뽑는 권리는 절대로 이런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 된
다.
  청렴하고 근신한 사람을 엄하게 골라서 이들을 구제하는 책임자로 삼고, 한 면마다 1인씩
을 두어서, 그 면 안의 일을 맡아보도록  한다. 굶주린 호구가 줄고 느는 것이나 죽고  사는 
수효가 없을 수 없으니, 그 중에 집안 살림이 가난한 자는 한두 식구를 부쳐 주도록 한다.
  가마솥은 절에서 빌리기도 하고 무기고에서 가져오기도 하며, 민간에서 사기도 하고 점촌
에서 거두기도 하되, 아주 큰 것 5개를 구해다가 창고 마당에 초가집을 따로 짓고 여기에 5
개의 솥을 건다. 솥 하나에 50명의 죽을 쑤면, 5개의 솥의 죽으로 2백 50명을 먹일  수 있으
니 하루 1천 식구의 대상자 중에서 받아먹는 자가 2백 50명이 된다. 뜨거운 죽을 솥에서 떠
다가 굶주린 사람에게 먹여 주는 것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닌가.
  오늘날 죽을 쑤는 자는 솥 한두 개만으로 밤새도록 죽을  끓여서 큰 항아리에 부어서, 식
고 묽어진 뒤에 추운 사람에게 먹이니 어질지 못함이 심하다.
  (주석) 진청 : 구제하는 관청. 기부 : 가마솥. 염장 :  소금과 간장. 해대 : 미역. 건하 : 마
른 새우.
  (자의) 감독할 감. 가마솥 기. 가마솥 부. 소금 염. 간장 장. 띠 대.
  내파곡속하여 이지실수하고 내산기구하여 이정실수니라.
  (해석) 알곡을 키질해서 실제 숫자를 알고 굶주린 인구를 세어서  실제 수효를 정해야 한
다.
  (해설) 곡식에서 먹는 것은 알맹이 뿐이므로 피곡식은 아무리 많더라도 그대로 먹지 못하
며, 겨가 아무리 많더라도 먹지 못하는 것이다. 나라에서 공적으로 주는 곡식이나  감영에서 
조치해 주는 곡식들은 모두 겨뿐으로 그 쌀이 얼마라고 헛숫자만 떠벌려서, 몇 섬, 몇  섬이
니 하지만 이것을 받아가지고 돌아오면 먹을 것은 없으니 어디에 쓰랴.
  목민관이 구제하려 할 적에는,  마땅히 나라에서 공적으로 주는  곡식과 감영에서 조치해 
준 곡식, 본현에 저축한 것이든  이웃 고을에서 옮겨온 것이든 따지지  말고 모두 가져다가 
키로 쳐서 먼지와 겨를 날려 버리고 그 알곡을 다시 마질을 하되, 고봉으로 되어 섬에 넣어 
단단히 묶어 튼튼한 창고에 저장해 두고, 그 실지 수효를 가지고 요량하게 한다.
  (자의) 키질할 파. 곡식 속. 굶주릴 기. 숫자 수.
  내작진패하고 내작진인하며 내작진기하고 내작진두하며 내작혼패하고 내수진력이니라.
  (해석) 진패, 진인, 진기, 진두, 혼패, 진력 등을 만든다.
  (해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흉년이 들어 사람이 모두 양심을 잃어버리면 몇 집이 합쳐서 쌀을 받아 돌아와서 곡식을 
나눌 적에, 되질하는 데에서 도둑질하기도 하고 거친 곡식으로 바꿔치기도 하고, 혹 옛날 사
채가 있다 하여 빼앗으면 장차 어찌할 것인가."
하는데 나는 이렇게 말한다.
  "수령이 기일에 앞서 영을 내려  '패를 가지고 희미를 받는 사람이  만일 이 죄를 범하여 
슬프게 호소하는 자가 있게 하면,  본인에게는 쌀을 주지 않고 그  상패와 하패에게는 각각 
희미 1등을 정지한다.'라고 하면 누가 죄를 범할 자가 있으랴."
  오늘날 수령이 된 자는, 무릇 진장을 설치한 이래로 삭제함은 있어도 보충함은 없으니, 이
것이 백성이 매우 슬퍼하는 바이다. 만일 어진 목민관으로서 빠진 식구의 장부를 따로 만들
어 두어 빈자리를 기다려 보충한다면  백성들의 감동하고 기뻐함이 한이  있겠는가. 수령은 
사람들이 행하지 못하는 바를 행한 뒤라야 어진 수령이라 할 것이니, 관례에 따르는 것으로 
마음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선 영조 때 사람 유정원이 통천군수로 있으면서 마침 큰 흉년을 만났는데 관동 지방이 
더욱 심하였다.
  공은 계획을 세워 곡식 1천 8백 섬을 얻어  고을 백성 중에 근실한 자를 골라서 그  일을 
맡기었다. 열흘마다 진미 나누어 주는 것을 친히 감독하되 면마다 각각 기를 만들고, 면임으
로 하여금 기를 들고 소속 기민을 이끌고 들어가서 진미를  받게 하였다. 진미를 받고 나면 
기를 세우고 벌여 앉게 한 다음,  아홉 개의 솥을 마당에 걸고 죽과  미음을 쑤어서 나누어 
먹였다. 죽을 다 먹고 나면 기를 휘두르고 나갔다. 그래서 종일토록 시끄럽게 떠들면서 대오
를 잃은 자가 없었다. 암행어사가 미복으로 와서 엿보고는 말하기를,
  "이 한 가지 일을 보면 그 사람됨을 알겠다."
하였다. 어느 날 큰눈이 와서 길이 통하지 못하자, 곡식을 배에 싣고 바다로 돌며 진미를 나
누어 주게 하였는데 이따금 쓰러져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자가 있으므로 문을 두드리고 불
러서 쌀을 주니, 감동하고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으며 눈물을 흘리는 자까지 있었다.
  (주석) 진패 : 진휼을 받을 수 있는 패. 진두 : 구제곡을 나누어 주는 말. 혼패 : 관청문을 
출입할 수 있는 표시. 진력 : 구제 사업에 쓰는 달력.
  (자의) 패 패, 증명 패. 문 혼. 닦을 수. 달력 력.
  소한전십일에 서진제조례급진력일부하여 반우제향이니라.
  (해석) 소한 10일 전에 구제하는 조례와 진력 1부를 써서 여러 마을에 나누어 준다.
  (해설) 이어서 여러 마을에 영을 내려 각각 글에 능하고 일을  잘 아는 자를 보내어 관에 
나아가 배우게 하고, 관에서는 따로 똑똑한 형리를 보내어  면전에서 자세하고 분명하게 가
르쳐서 의심나고 모르는 것이 없도록 하여, 각각 마을에  돌아가서 그대로 타일러서 조례를 
알게 한다.
  큰 마을마다 각각 한 부씩 주고 그 부근의 작은 마을은 각각 큰 마을에 가서 가르침을 듣
도록 한다. 진력은 이날 관에서 나누어 주고, 이 뒤로부터는 모두 본리에서 이 규식에  의하
여 10일마다 한 번씩 정리하여 현에 올린다. 소한 전 3일에 수령은 창고에 나가서 설치하고 
배설한 것을 살펴보고, 만일 잘 되지 못한 것이 있으면 이를 고쳐서 완전하게 한다.
  담 위에 가시울타리를 두른 것이 혹 빠진 곳이 있으면  완전하게 하도록 해야 하고, 문이
나 사립짝이 망가진 데가 있으면 고치도록 해야 한다. 솥, 가마솥 벌여 거는 것을  정연하게 
하고, 나무 뚜껑과 짚뚜껑도 정결하게 해야 한다. 초가집 5칸에 각각 솥 하나씩 걸되 밑에는 
모두 흙으로 쌓아서 화재를 방지하며, 위에는 역시 흙을 발라서 바람과 추위를 막는다. 지붕
은 마땅히 두껍게 하며 항아리 등 모든 그릇을 관례대로 벌여 놓게 한다.
  (주석) 소한 : 24절기의 하나. 진제조례 : 구제하는 조례.
  (자의) 찰 한. 구제할 제. 달력 력. 반포할 반. 고을 향.
  소한지일에 목숙흥예패전첨례하고 잉예진장하여 궤죽반희니라.
  (해석) 소한날 목민관은 일찍 일어나서 전패에 나아가 예를 행하고, 이어서 진장에 나아가
서 죽을 먹이고 구제미를 나누어 준다.
  (해설) 이 날 전패에 나아가서 향을 피우고  네 번 절한 다음, 한참동안 엎드려서 스스로 
마음 속으로 이렇게 아뢴다.
  "재주가 부족한 제가 이런 큰 일을 당하여 오직 충성과 지혜를 다하여 우리  성상께서 맡
겨 주신 백성들의 목숨을 보존하려 합니다. 성상께서 굽어 살피는데 제가 어찌 감히 마음을 
다하지 않으리까."
  절을 마치면 섬돌에 올라가 앉아서 장교와 아전들을 불러서 모두 뜰에 엎드리게 하고 유
시한다.
  "백성은 우리 임금의 어린아이이고 굶주린 백성은  그중에서도 몹시 곤궁한 자들이며, 그
대들은 그들의 형과 어른에 해당된다. 우리 아우가 몹시 곤궁하여 죽어가는데, 나와  너희들
이 어찌 감히 마음을 다하여 구하지 않으랴. 너희들 모두 이 뜻을 알아서 구제하는 일에 관
계되는 것은 충성과 지혜를 다하여, 한 마음으로 정진해서 이 큰 일을 잘 이룰지어다.  만일 
속이고 충성스럽지 못한 일이 있으면 성상의 위엄이 멀지 않고 천지 귀신은 밝고 빽빽하게 
벌여 있으니, 삼길지어다."
  가난한 선비가 하인이 없어서 몸소 구제미를 받으러 온 자는 뜰 아래에 따로 앉히어 예의
를 차려 죽을 준다. 사족의 부녀는 사람을 시켜 희미를 받도록 하며, 혹 몸소 온  자는 따로 
한 구석에 앉히고 죽을 준다.
  조선 선조 때 사람 최계옥이 과거에 급제하여 방을 부르는 날에 어사화를 꽂고 홍패를 든 
채 진청에 나아가서 죽을 먹으니, 사람들이 모두 이상히 여겼다.
  조선 명종 3년(1548년)에 동서의 진제장을 설치하고 상평창을 열어 굶주린 사람들을 구제
하고, 사족의 과부로서 몸소 걸식하지 못하는 자는 쌀을 그 집에 보내 주도록 하였으니,  이
는 민제인의 말을 따른 것이다.
  (주석) 숙흥 : 아침 일찍 일어남. 패전 : 각 고을 관아에 궁궐을 상징하는 패를 모신 곳.
  (자의) 일찍 숙. 바라볼 첨. 먹일 궤. 죽 죽.
  입춘지일에 개력수패하고 대전기규하며 경칩지일에 반기대하고 춘분지일에  반기출조하며 
청명지일에 반기대니라.
  (해석) 입춘날 진력을 고치고 진패를 정리하여 크게 그 규모를 넓힌다. 경칩날에 대여곡을 
나누어 주고, 춘분날에는 조미를 나누어 주며, 청명날에는 대여곡을 나누어 준다.
  (해설) 구제곡은 입춘에 이르면 장부가  번잡해지므로 묵은 진력을 다  없애 버리고 묵은 
진패를 모두 거두어들이며, 부오를 고쳐 정리하고 차례대로 대를 만들며, 새 진력을  만들고 
새 진패를 나누어 준다. 입춘 후 10일에 또 한 번 정리하여 고친다.
  겅칩에는 땅이 녹고 농사일이 점차 시작되기 때문에 먼저  그 양식을 보조한다. 청명에는 
봄 절기가 이미 늦어지고, 씨 뿌리는 일이 바야흐로 급하므로 그 종자를 보조해야 한다.
  조란 오늘날 이른바 내다 파는 것이다. 곡식이 남음이 있으면 진조를 시행하고, 곡식이 부
족하면 진조를 그만둔다.
  입하 전 10일에 진력을 고치고 진패를 정리해서 희미 받는 자를 조금 줄였다가 입하날에 
진력을 고치고 진패를 정리해서 희미 받는 자를 크게 줄이며, 망종 1일 전에 진장을 철수하
는데, 시행하는 의식 절차는 모두 처음과 같이 한다.
  소한으로부터 망종까지 1백 53일이 되는데, 이제 1백 50일로 배정하고 보니 그 남는 것이 
3일이다. 그 사이에 희미 나누어 주는 날을 혹 하루 늦추면 망종날에 이를 것이니, 백성들은 
원망하지 않는다. 이웃 고을은 모두 설 이후에 희미를 나누어 주는데, 나는 소한날로부터 나
누어 주니 3일의 차이를 어찌 원망하랴.
  (주석) 입춘 : 24절기의 하나. 경칩 : 24절기의 하나. 춘분 : 24사절기의 하나. 청명 : 24사
절기의 하나.
  (자의) 고칠 개. 펼 전. 법 규. 놀랠 경. 벌레 칩. 곡식 내줄 조.
  유걸자는 천하지궁민 이무고지자야니 인목지소진심이요 불가홀야니라.
  (해석) 떠돌며 걸식하는 거지는 천하의 궁한  백성으로서 호소할 데가 없는 자이다. 어진 
목민관은 마음을 다해야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해설) 조선의 이희문이 선산군수로 있을 때였다. 병진년에 흉년이 들었는데 그가 간장과 
죽을 싣고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오는 등 지성으로 진휼하니 굶주려 죽은 백성들이 없었다.
  조선 숙종 때 사람 김홍진이 신계현령으로 있으면서 마침 큰 흉년을 당하여 굶주린 백성
을 구제하는데, 아침 저녁으로 직접 나가 보고 친히 미음과  죽을 맛보며 긴 움집을 만들어 
주고 약을 주어 구제하여 살린 사람이 매우 많았다. 감사가 이것을 위에 아뢰니, 특별히  품
계를 올려 주어 포상하였다.
  조선 정조때 사람 참판 유의가 홍주목사로 있을 때였다. 작은 흉년을 당하여 거지 대여섯 
명이 읍에 다니고 있었다. 공이 이를 불쌍히 여겨 마방에  거처하게 하고 죽을 먹이고 불을 
피워 주었다. 아전들이 말하기를,
  "거지를 이같이 편안하게 해 주면  거지들이 구름처럼 모여들 것인데 어찌  감당하겠습니
까."
하였다. 며칠에 안 되어 소문을 듣고  모여드는 거지떼가 수십 명이 되었는데, 공은  이들을 
모두 받아들이고 아랫사람들이 힘껏 말려도 듣지  않았는데 모여든 자가 이미 많아지자  그 
이상 더 모이지는 않았다.
  내가 홍주에 와서 그 일을 보았는데, 석양 때 마방에  있는 거지들이 나와서 따뜻한 햇볕
을 쬐고 있었는데 공이 까닭을 이렇게 말하였다.
  "거지는 한도가 있네. 구름처럼 모여든다고 미리 말하는 것은  모두 착한 일을 막는 말이
다. 내 힘이 미치는 데까지는 우선 받아들일 것이요, 힘이 이미 다하면 놓아 보내는 것이 또
한 옳지 않은가."
  (주석) 유걸 : 이리저리 떠돌면서 걸식함. 무고 : 하소연할 곳이 없음.
  (자의) 빌 걸. 가난할 궁. 다할 진. 소홀히 할 홀.
  사망지부는 평민기민으로 각위일부니라.
  (해석) 사망자의 명부는 평민과 굶주린 백성을 각각 1부씩 만든다. 
  (해설) 동지 10일 전에 목민관은 모든 면과 마을에 영을 전해서, 동짓날 자정 이후부터 죽
는 자는 그 동네에서 풍헌에게  급히 보고하고, 풍헌은 이것을 책에  기록하되 병으로 죽은 
자는 '병사'라고 주를 달고, 굶어 죽은 자는 '아사'라고 주를 단다. 비록 부잣집  노인이 병
으로 세상을 떠났더라도 빠짐없이 다 기록하고, 어린애가 출생하여 바로 죽었더라도 빠짐없
이 다 기록한다.
  매양 보면 수령이 굶주린 백성의 죽음에 대하여 전혀 살피지  않고, 이장은 대략 몇 식구
만을 책임을 때우기 위해 보고하면, 관에서도 숨기고 상사에 보고하지 않고 하나도 죽은 자
가 없다고 하여 임금으로 하여금 굶어죽은 백성의 실지 수효를  알지 못하게 하니, 이는 큰 
죄이다. 모든 고을이 모두 숨기는데 나만 사실대로 하면, 필경 다른 고을은 죄가 없고  나만 
죄를 받게 됨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제하는 정책은 죽는 자는 유독 다른 고
을보다 많아서, 필경 혼자서 재앙을  만나게 되니, 이는 천하의  지극한 영광이다. 선비로서 
글을 읽고 몸을 닦은 것은 바로 이런 곳에 쓰려는 것이니, 한 식구도 숨겨서는 안 된다.
  (자의) 죽을 사. 장부 부. 굶주릴 기. 각기 각.
  기근지년에는 필유여역하나니 기구료지방과 수예지정을 익의진심이니라.
  (해석) 기근이 든 해에는 반드시 전염병이 있는 법이니, 그 구료하는 방법과 시체를 거두
어 묻는 정사에 더욱 마음을 써야 한다.
  (해설) 한 집안이 모두 죽어서 병이 전염될 것을 두려워하여 들어가 보는 사람이 없으면, 
그 집에 세 차례의 구제미를 그대로 그 동네에 나누어 주어 그 동네 잘 사는 집으로 하여금 
이 구제미를 주관해서 사람을 사서 염하고 매장하게 한다.
  혹 온 집안이 몰사해서 시체를 거두어 줄 사람이 없으면, 그 동네의 잘 사는 집에 신칙해
서 몰사한 그 집의 재산을 내어  사람을 사서 염하고 매장하되 3일을  넘기지 못하게 하고, 
그 염하고 매장한 사정을 관에 보고하게 한다.
  이때를 당하여 목민관은 마땅히 10일에 한 번씩 나가되, 말 한 필에 종 하나를 데리고 시
골 마을을 순행하여 형편을 살피고 물어서, 친히 병가에 들어가 병인을 위로하기도 하고, 친
히 상가에 들어가 염하고 매장하는 것을 조사하기도 한다. 슬프고 불쌍히 여기는 간절한 마
음은 반드시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아야 곧 느끼는 바가 있게 되니 돌아와 이 마음으로  정사
를 하면 반드시 깊이 앉아있을 때보다 크게 진보됨이 있을 것이다.
  대체로 전염병이 옮기는 것은 모두  콧구멍으로 말미암는 것이다. 매양  바람부는 방향의 
윗머리에서 보면 전염되지 않는데 하물며, 이 전염병은 모두 주린 데서 생긴 것임에랴. 목민
관은 날마다 쌀밥과 고기를 먹었으니 전염될 까닭이 없을 것이며 이치에 통달한 자는 두려
워하지 않는 것이다. 아, 자녀가 병이 들면 그 부모로서 위로하지 않는 자가 있겠는가. 이런 
때를 당하여 목민관은 자주 민가에 나가서 어진 정사를 힘써 행하면, 백성들의 감격하고 기
꺼이 복종함이 어떠하겠는가. 하루의 수고로 만세의 영화를 누리는데 무엇이 아까워서 하지 
않는가. 무릇 이것을 즐겨 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어리석고  어두워서 정사를 말할 수 없는 
자들이다.
  (주석) 여역 : 전염병. 구료 : 치료하여 구함. 
  (자의) 전염병 려. 질병 역. 치료할 료. 묻을 예.
  영해유기자는 양지위자녀하고 동치유리자는 양지위노비하되 병의신명국법하여 효유상호니
라.
  (해석) 버린 갓난아이는 길러서 자녀로 삼고, 떠돌아다니는 어린이는 길러서 노비로 삼되, 
모두 국법을 거듭 밝혀서 상호 잘사는 집에 깨우쳐 달려 주어야 한다.
  (해설) 숙종 갑신년(1704)에 민진후가 아뢰기를,
  "외방의 구제하는 규정에는 '죽을 먹는 기민을 거두어 길러서 60일이 지난 자라야 증명서
를 만들어 주어, 13세 이하는 자손까지 노비로 삼고, 14세 이상은 그 당사자에 한해서만  노
비로 삼는다'고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은 외방과 차이가 있으니,  거두어 기른 진 40일 이
상이 된 자로 15세 이하는 자손까지 모두 노비로 삼고,  16세 이상은 그 당사자에 한해서만 
노비로 삼으며, 거두어 기른 지 40일 이하가 된 자는 장성하거나 아이이거나를 막론하고 그 
당사자에 한하여 노비로 삼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혹 선비 집안의 자녀로 떠돌며 걸식하는 자를 거두어 길러서 노비가 된 자는 목민관이 일
이 안정된 뒤에 관에서 돈을 내어 이것을 갚아 주고 양민이 되게 하면 또한 음덕이라 할 수 
있다.
  (주석) 영해 : 어린아이. 유기 : 내다 버림. 동치 : 어린이. 효유 : 분명하게 타이름.
  (자의) 어린애 영. 아이 해. 버릴 기. 아이 동. 어린이 치. 밝을 효. 깨우쳐줄 유.
  
    제5조 힘을 보탬
  세사기판이면 의칙수전대위한전하여 한파타곡하고 급추신권종맥이니라.
  (해석) 농사가 흉작으로 판가름나면 마땅히 논을 갈아엎어  밭으로 만들도록 당부해서 일
찍 다른 곡식을 뿌리도록 하고, 가을이 되면 보리를 갈도록 거듭 권한다.
  (해설) 기사년(순조 9, 1809) 여름에 가뭄으로 농사가 흉작이 되자, 조정에서 메밀을 갈도
록 권했다. 그러나 남쪽 변방 수십 고을에는 도무지 메밀씨가 없고, 오직 영암군에 2백여 섬
이 있을 뿐이었다. 감사가 두어 고을에 명하여 나누어 쓰도록 하였더니, 그 두어 고을에서는 
백성들을 거느리고 갔다. 그러나 영암 백성 수천 명이  모여들어 거절하므로 관에서도 이를 
금지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다른 고을에서 온 백성들은 모두 슬픈 얼굴로 돌아갔다.
  순조 14년(1814) 여름에 가뭄으로 농사가 흉작이자, 현령이 차조를 갈도록 권했으나 남쪽 
변방 열 고을에는 종자가 없고, 오직 장흥 김씨의 집에 3백 말이 있었다. 이것을 한 되에 돈 
15닢씩을 받고 파니, 수일 사이에 4백 50냥이  되었는데, 그 본 값을 따지면 30냥에  지나지 
않았다. 백성들이 이 일을 눈으로 보고서도, 그 뒤에도 역시 저축하는 자가 없었다.
  다른 곡식을 대신 심을 논에는 미리 조세 면제를 허락한 뒤라야 백성들이 즐겨 대파할 것
이다. 이 영이 분명하지 않고 보면 권하여도 대파하지 않을 것이다.
  (자의) 해 세. 일 사. 단속할 칙. 터 대. 마를 한. 씨뿌릴 파. 곡식 곡. 심을 종. 보리 맥.
  춘인기장이면 가흥공역이니 공해퇴비어든 수수영자는 의어차시보즙이니라.
  (해석) 봄철 해가 길어지면 공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허물어진 관사로 고쳐야 할 것은 이
때에 수리해야 한다.
  (해설) 조선 광해군 때 사람 참판 이후산이 관동을 다스리면서 큰 흉년을 만났다. 그런데 
감영이 임진왜란에 허물어져서 오래도록 다시 세우지 못하니 공이 말하기를,
  "옛사람이 흉년을 당해서 토목 공사를 일으킨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하고는 감영 안의 쌀과 포목을 내어 주린 백성들을  모집하니,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몇 달이 못 되어 공사가 완성되었다.
  (주석) 공해 : 관청 건물. 관사. 퇴비 : 낡거나 무너짐. 보즙 : 수리함.
  (자의) 일 역. 집 해. 무너질 퇴. 무너질 비. 고칠 수. 수리할 즙.
  구황지초로 가보민식자는 의선가품하여 영학궁제유로 초취수종하여 사각전문이니라.
  (해석) 구황하는 식물로서 백성들의 식량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좋은 것을 골라서 향교
의 여러 선비들로 하여금 두어 가지 종류를 가리게 하여 각각 전해 알리게 해야 한다.
  (해설) 송의 범중엄이 명을 받들고 강회를 안무할 때 큰 흉년이 들었다. 백성이 먹는 오매
초를 황제에게 바쳤더니, 이것을 궁궐 안에 두루 보여 사치하는 것을 억제하였다.
  송의 범순인이 경주지주로 있을 때였다. 큰 흉년이 들어 오곡의 종자가 떨어졌는데,  관청
에 저축한 것은 한도가 있어  이어대지 못할까 두려워하였다. 마침 이해  가을에 쑥이 나서 
들판을 덮더니, 조와 같은 열매가 맺혀 먹을 만하였다. 수확한 것이 많아 백성들이 먹고  살 
수 있었는데 먹고 남은 것은 관에서 사들이게 하였다.
  명의 제지란이 섬서첨사로 있을 때, 떠도는 백성들이 쑥을 베는 것을 보니, 쑥에 두  종류
가 있는데 그 씨가 가루를 만들 만하였다. 이에 굶주린 백성들이 이것을 먹고 5년 동안이나 
지냈다. 가루를 만들어 먹는 것을 보고, 가져다가 씹어보니 입을 쏘고 뱃속에 들어가면 떫어
서 여러 날 구역질이 났다. 그래서 가난한 백성들의 곤궁한 정상을 기록하고 아울러 쑥씨를 
따서 나라에 바쳤다. 정의부가 이런 시를 지었다.
  아침에 광주리 가지고 나가서/ 저녁에 한 광주리 가지고 돌아오네/  열 손가락에 피가 흐
르려 하는데/ 급한 것은 눈앞의 굶주림이네/ 관청 창고에 어찌 곡식이 없으리요/ 낟알 낟알
이 보배처럼 저장해 두었지/ 한 알도 창고에서 내놓지 않으니/ 창고 안의 쥐들만 살이 찌네
  조선 현종 12년(1671년)에 큰 기근이 드니, 좌승지 이단하가 이렇게 상소하였다.
  "오곡 이외에 먹을 만한 초목  가운데는 솔잎만한 것이 없습니다. 신이  듣건대, 임진왜란 
뒤 계사년에 죽을 쑤어 기민들을 먹일  적에, 솔잎 가루 10분에 쌀가루  1분을 섞어서 죽을 
쑤어 먹였다고 합니다. 금년에는 죽을 쑬 밑천으로 1명에 평균 쌀 2홉을 사용합니다. 이 2홉 
쌀을 가루로 만들면 5홉이 될 것이고, 이 5홉이면 5명을 먹일 수 있을 것입니다. 1명이 먹을 
것으로 5명에게 나누어 먹이는 것이 또한 큰 이익이 되지 않겠습니까. 다만 각 읍에서 솔잎 
죽을 먹이기도 하고, 쌀죽을 먹이기도 하면, 굶주린 백성들이 반드시 솔잎죽을 피해 쌀죽 있
는 데로 가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솔잎죽을 먹이려는 관리는 반드시 그들이 비난할
까 싶어 착실하게 시행하지 못할 것이며, 쌀이 다 없어진  뒤에 다시 솔잎을 쓰고자 하더라
도 거기에 섞을 쌀이 또한 없고보면, 다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신의 의견으로는 먼저 서울에서부터 솔잎죽을 쑤어 먹이고 딴 죽을 먹이지 말며, 그 중에 
솔잎죽을 먹으려 하지 않는 자는 굶주린 백성이 아니니 일체 물리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리고 외방으로 하여금 오로지 솔잎  가루로 죽을 쑤게 하면, 쌀을  적게 들이고서도 살리는 
백성의 수는 한없이 많을 것입니다."
  '구황본초'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검정콩 5되를 물에 씻어서 세 번을 쪄서 볕에 말려  껍질을 벗겨 가루로 만들고, 삼씨 3
홉을 더운 물에 담가 하룻밤 재웠다가 건져 말려 세 번 쪄서 눈이 벌어지거든 껍질을  벗겨
서 가루를 만든다. 이것을 찹쌀죽에 넣어 같이 찧은 다음 또 쪄서 떡을 만들면 곡식을 끊고 
살 수도 있다."
  (주석) 구황지초 : 흉년에 먹고 살 만한 풀. 가품 : 품질이 좋은 것. 전문 : 서로 전해가며 
알려줌.
  (자의) 구할 구. 보탤 보. 아름다울 가. 유생 유. 들을 문.
  흉년제도지정을 재소치력하여 불가홀야나 득정즉애불가살야니라.
  (해석) 흉년에는 도둑을 없애는 정사는 힘써서 소홀히 해서는 안되지만, 실정을 알고 나면 
불쌍해서 죽일 수가 없다.
  (해설) '다산필담'에 이렇게 말하였다.
  "순조 9년(1809)과 순조 14년(1814)의 기근에  양민들이 강도로 변하여 수십 명이  모여서 
모두 종이로 만든 탈을 쓰고 밤을 타서 살림이 있는  민가를 털었다. 여러 고을의 수령들이 
이 도둑들을 잡으면 곧 사형에 처하고 혹 옥에 가두어 여위어 죽게 하니, 백성들이 모두 편
하다고 하였다.
  나는 일찍이 이런 일은 너무 고정시켜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흉년에 이런 짓을 하는 자
는 절도를 작다고 여겨서 이런 큰 도둑질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절도란 남달리 타고난 재주
가 있어서 구멍을 뚫고 담을 넘으며,  문지방을 부수고 자물쇠를 열며, 개처럼 기고  사람을 
홀리는 것이 모두 술법이 있는  것이므로 양민으로서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모여 모의해서 드러내 놓고 강도짓을 하는 것이다. 절도는 비록 풍년을 만나도 양민이 되지 
않아서 감화를 시키려 해도 어쩔 수가 없지만, 흉년에 이런  강도짓을 하는 자는 풍년이 되
면 양민이 된다. 이것으로 보면, 죽이기는  애석하여 그 실정을 알고 나면 불쌍하다고  하는 
것이다. 맹자가 말하기를 '흉년에는 자제들이  악함이 많고  풍년든 해에는 자제들이  선함
이 많다.' 하였으니, 이는 양심을 잃어버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외딴 
섬에 귀양보냈다가, 풍년이 된 뒤에 석방하는 것이 옳다."
  논밭의 곡식을 훔치는 좀도둑과 대낮에 남의 집에 들어가서 놋그릇이나 옷을 훔치는 자는 
이루 다 죽일 수 없으니, 마땅히 방을 붙여서 게시해야 한다.
  (자의) 흉년 흉. 없앨 제. 도적 도. 이를 치. 소홀히할 홀. 죽일 살.
  기민방화자는 의역엄금이니라.
  (해석) 굶주린 백성이 불지르는 것도 마땅히 엄금해야 한다.
  (해설) '다산필담'에 이렇게 말하였다.
  "기사년, 갑술년의 흉년에 굶주리는 사람들이 타고난 양심을 잃고 한 그릇 밥,  한 그릇의 
국의 원한으로 섶을 안고 이웃으로  달려가 불을 지르므로, 남당지방의  4백여 호가 날마다 
8~9 호씩 불타서 열흘이 못되어 터만  남았다. 바닷가 여러 마을에 이  불을 지르는 근심이 
더욱 심하니, 엄한 법으로 방을 붙여서 그 버릇을 금지하여 없애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게시해야 한다.
  "한 그릇 밥과 한 그릇 국으로 깊은 원수를 맺어서,  문득 불지르는 자가 있으면 즉시 붙
잡아서 증거가 명백한 경우에는 조사해보아, 만일 사실이면 즉시  관으로 잡아 보내어 경내 
밖으로 내쫓는다."
  순조 9년(1809)의 기근에, 보성군의 창고지기가  창고 안의 만여 석 곡식을  도둑질하고는 
불을 놓아 창고를 태워 버리니, 사형에 처하였다.
  (자의) 굶주릴 기. 놓을 방. 엄할 엄. 금할 금.
  미곡은 막여주례니 주금을 미가이야니라.
  (해석) 곡식을 소모하는 것으로는 술과 단술보다 더한 것이 없으니, 술 금하는 것을 그만 
둘 수 없다.
  (해설) 흉년에 술을 금하는 것은 지금 상례가 되었다. 그러나 아전이나 군교들이 이를 빙
자해서 백성들을 침탈하여 술을 금하지 못하고 백성만 더욱 견디지 못한다. 또 막걸리는 요
기가 되므로, 길가는 자에게 도움이 되니 반드시 엄금할 것이 없다. 오직 성 안의 소주는 아
전과 군교들의 음탕과 주정을 부리는 자료가  되는 것이니, 엄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마땅히 
술통을 거두어다가 창고에 저장하고 아울러 도기점에 타일러서 술통을 새로 만들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만일 비밀히 술을  빚는 자가 있으면 모두 벌금을  징수하여 구제하는 밑천에 
보충한다.
  (주석) 주례 : 술과 단술. 주금 : 술을 법으로 금함.
  (자의) 소모할 미. 단술 례. 못할 미. 그만둘 이.
  박정기책은 선왕지법야라. 동이수량하고 춘이수세와 내민고잡요와 저리사채는 실종관완이
요 불가최독이니라.
  (해석) 세금을 가볍게 하고 공채를 탕감해 주는 것은 선왕의 법이다. 겨울에 양식을 거두
고 봄에 조세 거두는 것과 민고의 잡역과 저리의 사채도 모두 너그럽게 완화해 주고 재촉해
서는 안 된다.
  (해설) 환자곡은 비록 큰 흉년이라도 4분의 1을 연기하는데 지나지 않고, 감사 소관의 곡
식과 통영 소관의 곡식은 모두 연기하지 않는다. 또 법에는 이른바 절반을 창고에 남겨둔다
는 것도 지금은 창고를 털어서 모두 나누어 주지 않는  것이 없다. 환자곡을 전혀 받아들이
지 않는다면 이듬해의 구제에 더욱 손을 쓸 수가 없을  것이니, 환자곡은 독촉하지 않을 수
가 없다.
  목민관은 상강날로부터 날마다 주리지 않는 민호로 하여금 급히 환자곡을 바치게 해서 이
것으로 구제할 바탕을 세운다. 간절하고 따뜻한 말로 감동시키면, 10월 이내에 바칠 만한 것
은 모두 걷힐 것이고, 바치지 못할 자에게는 추상같이 꾸짖고  매를 때려서 날마다 피를 흘
린대도 소용이 없다.
  그 환자곡의 깨끗하고 거친 기준은 봄에 내줄 때의 것을  표준으로 삼는다. 봄에 내줄 적
에 깨끗하던 것은 더욱 깨끗한 것으로 거둘 것이고, 봄에 내줄 때에 거친 것은 너무 깨끗한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받아서 까불고 관에서 그 부족한 것을 채울 뿐이다.
  기사년 기근에 나사촌에 한 선비가 있었다. 세미를 바칠 것이 2석이었는데 바치지 못하고 
죽었다. 관원을 보내어 가족에게서 받게 했더니, 바치지 않고 도망하였다. 다시 동네에서 거
두게 했더니, 그 전지를 모두 팔아 세미를 근근히 메워 넣었는데 그 집 고아와 과부가 떠돌
아다니다가 드디어 길에서 굶어 죽었다.  그 본전을 계산하니 1천  2백냥이었다. 아, 재상이 
공청에 나가는 데는 의레 큰 횃불 한 쌍을 태우는데, 그 값이 쌀 2석이다. 지금의  재상들이 
자기의 가마 앞에 있는 한 쌍의 횃불값이 1천 2백 냥인 줄을 알겠는가, 백성들의 슬픔이 이
와 같으니 청컨대 좀 살펴 주기 바란다.
  (주석) 박정기책 : 세금을 가볍게 하고 공채를 탕감함. 잡요  : 여러 가지 부역. 관완 : 느
슨하게 천천히 함. 최독 : 독촉함.
  (자의) 엷을 박. 세금 정. 양식 량. 창고 고. 빛 채. 재촉할 최.
  
    제6조 진휼을 마침
  진사장필이어든 점검시종하여 소범죄과를 일일성찰이니라.
  (해석) 구제하는 일이 끝나가면 처음과 끝을 점검해서, 범한 잘못을 하나하나 살핀다.
  (해설) 사람으로서 두려워할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백성과  하늘과 자기의 마음이다. 뜻
에 정성스럽지 않은 것이 있고, 마음에 바르지 않은 것이 있어서, 상사를 속이고 국가를  속
이며, 구차스레 형벌을 피하고 이익과 봉급을 보존하기를 도모해서, 스스로 천하의 교묘하게 
꾸미는 일을 다한 것으로 여기지만 털끝만한 거짓도 백성들은 모르는 것이 없다. 자기의 죄
를 알려면 모름지기 백성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상사와 군부는  속일 수 있어도 백성은 속
일 수 없고, 천지, 귀신이 밝게 퍼져 있고 빽빽하게 벌려 섰으니 하늘은 속일 수 없으며, 은
연중에 맥이 떨어져서 우러러보아도 굽어봐도 부끄러우니 마음은 속일 수 없다. 이 세 가지
에 속임이 없으면 나의 진휼하는 일에 거의 허물이 적을 것이다.
  다섯 가지를 숨긴다는 것은 첫째는 사망을 숨기는 것이고,  둘째는 굶주림을 숨기는 것이
고, 셋째는 굶어 죽음으로 숨기는 것이고, 넷째는 죽이는  것을 숨기는 것이고, 다섯째는 포
흠난 것을 숨기는 것이다.
  사망자가 잇달아서 날마다 울부짖는 집이  1천 호나 되지만, 간략히  한두 집으로 장부를 
정리하여 상사에 보고해서 상관으로 하여금 실제 숫자를 듣지  못하게 하고, 임금으로 하여
금 아랫사람들의 뜻을 살피지 못하게 한다. 이는 사망을 숨기는 것이다.
  굶주리는 자가 10만이나 되건만, 오직 1만 명만 굶주린 가구로 뽑히고, 뽑힌 자 1만 명 중
에서도 1천 명만이 삭제를 면한다. 감사가 의심하여  정미하게 뽑았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를,
  "이상합니다. 백성들이 심히 굶주리지 않습니다. 뽑기를 널리 하였는데도 그  숫자가 여기
에 그칩니다."
한다. 이것은 그 굶주림을 숨기는 것이다.
  부자가 서로 잡아 먹어도 관에서는 이를 숨기고 송장을 헤치고 사람고기를 먹어도 관에서
는 이를 숨긴다. 한길에는 죽은 사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비장이 온다는 소문이 있으
면 두어 걸음을 옮기고, 암행어사가 온다는 소문이 있으면 곧 구렁에 집어 던진다. 그리고서 
상사에 보고하는 데는 거짓으로 꾸며 헛말을 만들어, 관에서 봉급을 내어 법대로 거두어 매
장하였다 한다. 이는 굶어 죽는 자를 숨기는 것이다.
  주려서 고니의 얼굴에 누런빛을 하고, 현기증이 나서 비틀거리는  모양이 불면 날아갈 듯 
잡으면 터질 듯한 백성을 매를 때려 피가 흐르게 하고, 양곡 거두는 것을 독촉하여 죽는 자
가 잇달아도 병 때문에 죽은 것으로 돌려 버린다. 백성들이  바야흐로 크게 지쳐서 멀리 갈 
수가 없으므로 호소하지 못해 아무런 일이 없게 된다. 이는 죽이는 것을 숨기는 것이다.
  국가에서 공적으로 내려주는 곡식과 감영에서 조치해 주는 곡식을 아전이 먹고서  가을이 
되어도 거두지 못한다. 상사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진자로  삼으라.'고 제사한다. 들추자니 
죄가 드러날 것이고, 거두자니 형편이 되지 않으므로, 따라서 이를 숨기고 오직 굶주린 인구
만 줄인다. 이는 포흠을 숨기는 것이다.
  (자의) 구제할 진. 마칠 필. 처음 시. 마칠 종. 살필 성.
  자비지곡은 장보상사니 자사정실하여 무감허장이니라.
  (해석) 스스로 비축한 곡식은 상사에 보고해야  하니, 스스로 실정을 조사해서 감히  거짓 
기록하지 말 것이다.
  (해설) 조선 현종 때 사람 임윤석이 합천군수가 되었는데, 그 이듬해에 큰 흉년이 들고 전
염병이 돌아 죽는 자가 길에 즐비하였다. 임윤석이 마음을 다하여 진휼해서 살린 바가 매우 
많았다. 이때에 곡식 모은 것의 많고 적은 것으로 상을 주니, 군현에서 상타기를 바라고  모
두 그 숫자를 늘렸으나 공은 마땅치 않게 여겼기 때문에 상을 타지 못하였다.
  조선 현종 때 사람 이적이  임피현령으로 있을 적에 큰 기근을  당하였다. 정성을 다하여 
진휼하여 온 경내가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 안찰사가 진휼을  잘했다는 것으로 표창해 보고
했다. 그러나 공은 명예를 요구하고 상을 바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스스로 예비한 곡식의 
수량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홀로 상을 받지 못하였다.
  조선 숙종 때 사람 이관이 여러 번 고을을 맡아 다스렸다. 일찍이 말하기를,
  "수령인 자가 사사로이 비축한 구제곡은 반드시 바른 방법으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니, 이
로 말미암아 상받기를 바라는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하였다. 이 때문에 굶주린 백성을 먹인  것이 많았으나, 상사에 보고하는 데는 조정  명령에 
응하여 약간 명만 하였다. 전관이, 공이  경주부윤으로 있을 때 보고한 것을 보고  감탄하여 
말하였다.
  "작은 고을에서도 스스로 비축한 진곡이 수천 석에 이르는데,  경주 같은 큰 고을에서 10
여 석뿐이니 이는 실지 숫자를 보고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많이 비축했다고 상을 받은 
자들은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자의) 갖출 비. 알릴 보. 실제 실. 거짓 허. 떠벌릴 장.
  선여불선과 기공기죄는 상관법령하면 사가이자지의니라.
  (해석) 잘하고 잘못한 것이나 공로와 죄과는, 법령을 자세히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해설) 조선 숙종 계해년(1683)에 부안 선비 신종제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여, 처자를 버
리고 얼음을 깨뜨리고 물에 빠져  죽었다. 도신이 이를 아뢰니, 휼전을  베풀라 명 하고, 그 
고을 현감은 잡아다가 감영에서 장형을 결행하게 하였다.
  숙종 병자년(1696)에 팔도 도신에게 이렇게 유시하였다.
  "각별히 진휼하되, 절대로 굶주리는 백성들이 먹을 쌀에서 1홉이라도 간사한 아전들의 쌀
자루를 윤택하게 해 주는 밑천이 되지 않게 하라. 수령  중에 형편없는 사람이 재리를 빙자
하여 백성들의 죽음을 서서 보고만  있는 자가 있으면, 내가 처자까지  사형에 처할 것이고 
단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영조 경신년(1740)에 경기, 황해, 강원 3도의 기민들이 떠돌다가  서울에 들어오는 자가 1
천 4백여 명이나 되었다. 임금이 듣고, 편안히 모아 살게 하지 못하였다 하여 그 세 곳의 도
신을 책망하고, 이어서 죽을 쑤어 진휼하라 명하였다.
  (자의) 착할 선. 죄 죄. 자세히 상. 알 지.
  망종지일에 기파진장하고 내설파진지연하되 불용기악이니라.
  (해석) 망종날 이미 진장을 파하면, 곧 파진연을 베풀되, 기악은 쓰지 않는다.
  (해설) 파진연이란 큰 일을 이미 끝마치고 나서 수고한 자들을 위로하는 것이고, 경사스럽
고 기쁜 일이 아니니, 한 잔 술과 한 접시 고기로  여러 사람의 노고를 위로하여 대접할 뿐
이다. 죽은 자가 만 명이나 되는데 시체를 묻지 못했고, 살아 있는 자는 병에 걸려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굶주린 창자가  보리밥에 갑자기 배가 불러서 새로  죽는 자가 또한 
많다. 이 때가 어느 때이기에 서로 함께 즐기겠는가. 내가  보건대, 큰 흉년 뒤에 관에서 이 
잔치를 베풀면, 백성들이 그 음악 소리를 듣고 모두 탄식하고  눈물 흘리며 성낸 눈으로 밉
게 보지 않는 자가 없으니, 춤과 음악은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 목민관이 조금이라도  생각
이 있다면 어찌 이런 일을 하겠는가.
  (주석) 망종 : 24절기의 하나.  6월 5일경으로, 보리는 익어  먹게 되고 볏모가 자라 심을 
때임. 기악 : 기생과 음악.
  (자의) 가시락 망. 마칠 파. 잔치 연. 기생 기. 음악 악.
  시일에 논공행상하고 궐명일에 수부보사니라.
  (해석) 이날 논공행상하고 이튿날에는 장부를 정리하여 상사에 보고한다.
  (해설) '속대전' '호전조'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굶주린 백성을 사사로이 진휼해서 많이 살린 자와, 자기  곡식을 내어 관의 진휼을 도운 
자는, 그 많고 적음에 따라서 상을 차등 있게 준다."
  '대전통편' '호전조'에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각도의 진곡을 바치기를 원하는 사람으로 50석 이상은 기록해서 나라에 아뢰고, 50석 이
하는 본도에서 상을 준다."
  법은 비록 이와 같으나, 조정에서 처분이 없으면 2백 석 이상은 현령이 힘을 다하여 공로
에 보답하고, 만일 동지 등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책 1부를 사서 차등 있게 상
을 준다. 50석 이상부터 1백 석에 이른 자로써 향임을 원하지 않는 자는 역시 서적을  준다. 
무릇 꾸어 준 자는 가을에는 응당 곡식을 받을 것이니, 부채  한 자루 이외에는 상을 줄 필
요가 없다.
  그 마감하는 문서는 겸손함을 따르고 자랑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자기의 공은 숨기고 남
의 잘하는 것은 드러내서 상하의 듣는 사람이 모두 그  아량에 복종하게 하고, 좌우에서 일
하는 사람이 모두 감격하는 한 마음을 품게 하면 또한  좋지 않겠는가. 스스로 예비한 곡식
은 1천 석에 이르렀더라도 절대로 기록에 올리지 말고,  권분한 곡식은 몇 섬에 그치더라도 
절대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석) 논공행상 : 공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줌. 수부보사 : 장부를 만들어 상관에게 보고
함.
  (자의) 의론할 론. 공로 공. 그 궐. 장부 부.
  대기지여에는 민지면철이 여대병지여에 원기미복하니 무수안집을 불가홀야니라.
  (해석) 큰 흉년이 든 뒤에는 백성들의 기진맥진함이 마치 큰 병을 치른 뒤에 원기가 회복
되지 않는 것과 같으니, 어루만지고 안정시키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해설) 안정시키는 방법은 첫째는 양식을 돕는 것이고, 둘째는  농우를 돕는 것이고, 셋째
는 부세를 가볍게 하는 것이고, 넷째는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다. 목민관은 때때로  마을과 
들을 순행하여 질폐와 괴로움을 묻고, 하고자 하는 바를 물어서  간곡히 그 뜻을 이루어 주
어 근본을 배양하고, 흔들지도 말고 침해하지도 말아서 혹시 상할까 두려워하듯 해야 할 것
이니, 이것이 큰 병을 조리하는 방법이다.
  숙종 7년(1681)의 일이다. 이전에 관서 지방에 해마다 흉년이 들었는데, 여섯 고을이 더욱 
심했다. 기민 중에 일가는 있어도  전지가 없는 자, 일가는 없어도  전지가 있는 자, 일가도 
없고 전지도 없어 떠돌며 걸식하는 자 세 등급을 나누어 양식을 주고 그 뒤에 떠돌며  걸식
하는 무리는 모두 조세를 탕감하도록 허락하였었다. 이때에 이르러  또 감사의 보고에 따라 
다시 전지가 없는 자를 조사해서 일체를 면제해 주니, 그 곡식이 1천6백30여 석이었다 한다.
  (주석) 면철 : 실가닥처럼 위태로움. 무수안집 : 편하도록 어루만져 주고 편안하게 모여살
게 함.
  (자의) 흉년 기. 남을 여. 무명 면. 이을 철. 회복할 복. 어루만질 무. 편안할 수.
  
      해관육조
    제1조 벼슬이 갈림
  관필유체하니 체이불경하고 실이불련이면 민사경지의이리라.
  (해석) 관직은 반드시 체임되게 마련이니, 갈려도 놀라지 않고 잃어도 미련을 갖지 않으면 
백성들이 공경한다.
  (해설) '관원 생활은 품팔이  생활이다.'라는 말이 있으니,   아침에 승진하였다가 저녁에 

면되어 믿을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령으로서 천박한 자는 관청을 자기 집으로 인식하여 오래 누리려고 생각하다가, 
하루아침에 상사가 공문을 보내오거나 통보가 있으면, 놀라고 당황하여 어찌할 줄을 몰라서 
큰 보물을 잃어버린 것같이 한다. 처자는 서로 돌아보고 눈물을 흘리고 아전과 종은 곁눈질
하여 보고서 비웃어서 관직을 잃은 외에도 잃은 것이 또한 많으니, 어찌 슬프지 않은가.
  그러므로 예전의 어진 수령은 관아를 여관으로 여겨서 마치 이른 아침에 떠난 것처럼 하
여, 장부를 정리하고 짐을 묶어두고 항상 가을 매가 가지에 앉아서 훌쩍 날아가려는 것같이 
하고, 한 점의 속된 미련도 두지 않는다.  공문이 오면 곧 떠나고 전혀 미련을 두지  않아야 
하니, 이것이 맑은 선비의 행실이다. 이와 같음을 안다면 비록 어사가 일을 조사하고 차관이 
창고를 봉해 잠그더라도, 어찌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수령이  정사하는 
여가에 한 생각을 일깨움이 여기에만 있으면, 일에 임하여 거의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송의 왕환지가 말하였다.
  "수레를 타면 항상 쓰러지고 떨어질 생각으로 처신하며, 배를 타면 항상 뒤집어지고 빠지
는 생각으로 처신하며, 벼슬을 하면 항상 불우할 생각으로 처신하라."
  송의 양만리가 벼슬에 있을 때에 서울에서 집에까지 돌아갈 만한 노자를 계산하여 상자에 
넣어 자는 방에 두고서, 집안 사람을 단속하여 한 가지 물건도 사지 못하도록 하였으니,  돌
아가는 짐에 누가 될까 두려워해서였는데, 날마다 행장을 재촉하는 자처럼 하였다.
  정선이 말하였다.
  "옛날에 어떤 경조윤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잊었다. 가족을 데려오지 않고  해어진 상자 
한 짐뿐이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면 장막을 걷고 자리를 개며, 식사가 끝나면 주발을 씻고 
수저를 챙겨 넣고 항상 여관에  든 사람이 떠나가려는 것같이 하였다.  그래서 호강한 자를 
누르고 환관들을 거절하되 모두 두려워하는 것이 없었다."
  (자의) 바뀔 체. 놀랄 경. 생각 련. 존경할 경.
  기관여사는 고지의야니 기체이비면 불역수호아.
  (해석) 벼슬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이 옛사람의 의리이니, 교체되었다 해서 슬퍼하면 부
끄러운 일이 아닌가.
  (해설) 한의 왕양이 익주자사가 되어 소관지방을 순행하다가  한 고개에 이르러 탄식하기
를,
  "아버지가 물려준 몸으로 어찌 자주 이런 험한 곳을 오르랴."
하였는데, 뒤에 병을 핑계하고는 가버렸다.
  진의 도잠이 팽택령으로 있을 때에 군수가 독우를 보내오자, 아전이 말하기를,
  "큰 띠를 매고 만나소서."
하였다. 도잠이 탄식하기를,
  "다섯 말 쌀의 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혀서 시골의 조무래기를 섬길 수 없다."
하고는, 곧 인끈을 풀어 놓고 귀거래사를 읊고는 돌아와버렸다.
  고려 최재가 지양주사로 있을 적에 원나라 강향사가 와서  존무사를 욕보이니, 최재는 장
차 자기에게도 미칠 것이라 여겨 벼슬을 버리고 가버렸다.
  (자의) 버릴 기. 짚신 사. 슬플 비. 부끄러울 수.
  치부유소하여 명일수행이면 청사지풍야요 감부염명하여 비무후환이면 지사지행야니라.
  (해석) 평소에 장부를 정리해 두어서 이튿날 곧 떠나는 것은 맑은 선비의 기풍이요, 문부
를 청렴하고 밝게 마감하여 뒷근심이 없게 하는 것은 지혜 있는 선비의 행동이다.
  (해설) 수령이 평일에 관아를 여관처럼 여겨서, 월말마다 문부를 정리하여 자기 스스로 마
감해 보아서 빚지고 포흠낸 것이 없고 또한 어지럽고 뒤섞인 것이 없으면 기별이 온 뒤에는 
그 달의 장부만 정리하면 되므로 불과 몇 시각 동안에 끝날 것이다.
  매양 보면, 폄체되거나 봉체된 사람은 머리를 떨어뜨리고 기운을 잃어서, 얼굴에 산  사람
의 기색이 없고 마치 깃발이 비에  젖은 것 같고 허수아비가 파장된 것  같다. 관아를 나가 
이청에 붙여 있으면서 손님 노릇을 달게 하고, 부모와 처자는  노청에 나가 있어 마치 포로
와도 같다. 한편으로는 문부를 정리하고 한편으로는 행장을 꾸려서 부산하게 요란스러워 온
갖 일이 얼크러진다.
  열흘이 넘고 한 달이 지나도 갈 줄을 모르고, 신관이 부임하면 사정을 호소하고 완악하고 
흉한 자를 일러 바치어 치욕씻기를 도모하는데, 아, 차마 이런 짓을 하겠는가.
  그러므로 벼슬살이를 여관으로 여겨 항상 훌쩍 날아갈 것같이  하면, 평소에 문부를 정리
하고 행장을 묶어 놓고 기다리면, 이런 때를 당하여도 진실로 깨끗하고 시원한 선비일 것이
다.
  후한 양병이 자사가 된 뒤부터 2천 석의 녹봉을 날을 계산하여 받고, 나머지 녹봉은 자기 
집에 들여 오지 않았다. 아전이 백만 전의 돈을 싸가지고 와서 주었으나 문을 닫고 받지 않
았다.
  송의 완장지가 무창태수가 되었다가  뒤에 임해태수로 옮겼는데, 벼슬에  있을 때에 항상 
낡은 솜 옷을 입었다. 이때의 법이 망종을 한계로 삼아, 망종 이전에 관을 떠나는 사람은  1
년 동안의 봉록이 모두 뒷사람에게로 돌아가게 되어 있었는데도 그는 교대하는 사람이 이르
지 않은 망종 하루 전에 인끈을 풀어 놓고 사직하였다. 
  '다산필담'에 이렇게 말하였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영암군수가 되었다. 아전의 돈 수백 냥을 빚지고 갚지  않고 갔는데, 
아전이 나주까지 따라가서 호소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아전이 이에 앞질러 수레 앞에 가 엎
드려서 사판에 고하기를, '신주 대감이 잡수신 것을 어른께서 갚지 않고 가십니다. 비옵건대 
명령을 내리시어 곧 갚아 주게 하소서.'하며, 한걸음 한걸음  따라서 장성까지 가니, 그  수
령이 할 수 없어서 갚아 주고 갔다."
  (주석) 치부유소 : 평소에 장부를 정리해 둠. 청사 : 청렴한 선비. 염명 : 청렴하고 분명함. 
폄체 : 고과성적이 나빠서 좌천됨. 봉체 : 봉고파직됨.
  (자의) 평소 소. 맑을 청. 바람 풍. 마감할 감. 쳥렴 렴. 근심 환. 지혜 지.
  부로상송하여 음전우교하고 여영실모하여 정견우사면 역인세지영야니라.
  (해석) 부로들이 교외에서 연회를 베풀어 전송하고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잃은 것 같은 정
으로 인사하는 것은, 역시 인간 세상의 지극한 영광이다.
  (해설) 한의 유총이 회계태수가 되었는데, 갈려 돌아올 때에 부로 몇 사람이 긴 눈썹과 흰
머리로 산골짜기에서 나와 사람마다 돈 1백 전을 싸서 전송하며,
  "태수께서 부임한 이래로 개가 밤에 짖지 않고 백성이 아전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하였다. 유총이,
  "부로들이 수고하였다."
하고는 한 사람에게서 돈 한 닢씩을 받았다.
  양의 동양태수 사훤이 임기가 차서 관을 떠날 때에 고을 사람들이 돈 1만 전을  보내었는
데, 다만 1백 전만 받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액수가 유총보다 많아서 부끄럽게 생각한다."
  유인이 소흥부지부가 되었는데, 한나라 유총이 옛날 다스리던 곳이었다. 고을에  있으면서 
청렴하고 정밀하니, 겨우 50일 만에 고을에 크게 다스려졌다. 역적 유근이 유인에게  유감을 
품어 갈려 가게 하니, 고을 사람들이 다투어 노자를 주었다. 공은,
  "내가 다스린 것이 예전 유총에 미치지 못하였으니, 감히 1전인들 받겠는가."
하였다. 그가 간 뒤에 그곳 사람들이 그 화상을 그려 사당을 만들었다.
  조선 헌종 때 사람 한익상은 가난한 선비로 벼슬살이한지 수십 년에 온갖 고생을 겪었다. 
늦게 경성판관이 되자 친구들이 모두  집이 윤택해질 것을 치하하였다.  고을에 이르러서는 
한결같이 청렴결백함에 뜻을 두고 녹봉 5만~6만 전을 떼어  내어 주린 사람을 진휼하고, 부
역을 감해 주었다. 하찮은 일로 죄를 입어 파면되어 돌아가니, 관내 백성 5천여 호의 부로들
이 교외에 나와 전송하고, 가호마다 베 한 필을 거두어  노자로 주었으나 모두 물리치고 받
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보니, 부엌에 불을 지피지 못한지가 사흘이었으나 끝내 후회하는 빛
이 없었다.
  허응규가 동평수가 되어 착한 정사가 매우 많았는데, 중상모략을 입어 갈려 가게  되었다. 
아전과 백성이 달려와 전송하며 우는 소리가 끊임이 없었다.  허응규가 늦게 여관에 이르러 
종에게 말하기를,
  "관리가 되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백성 몇 사람의 눈물만 떨어뜨리게 하였구나."
하였다. 종이 감탄하며 말하기를,
  "노야의 주머니 속에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으니, 눈물이나 잘 싸다가 친구에게 선물하십
시오."
하니, 허응규도 손바닥을 만지며 한 번 웃었다.
  조선 선조 때 사람 남두첨이  영암군수가 되었다. 그때에 여러 차례  나쁜 수령을 치르고 
나서 창고가 탕진되었는데 도임한  처음에는 관아의 조석거리까지  백성에게서 꾸어들였다. 
공이 정신을 가다듬어 수습하여 드디어 다시 넉넉하게 되었다. 공이 어머니를 모셔 오기 위
하여 서울에 올라가려 하니, 백성들은  공이 혹시 오지 않을까 염려하여  빙 돌아서서 말을 
둘러싸고 말하기를,
  "공의 중요한 행장을 남겨 두어 다시 돌아올 뜻을 보여 주십시오."
하였으니, 공을 얻은 것을 기뻐하고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 이와 같았다.
  (주석) 부로 : 늙은이. 음전 : 술을 대접해 전송함. 여영실모 : 어린애가 어머니를 잃은 것 
같음.
  (자의) 서로 상. 마실 음. 전별할 전. 말씀 사. 영화 영.
  귀로구완하고 수기질매하여 악성원파면 차인세지지욕이니라.
  (해석) 돌아오는 길에 사나운 백성을 만나 꾸짖음과 욕을 당하여, 나쁜 소문이 멀리 전파
되는 것은 인간 세상의 지극한 욕인 것이다.
  (해설) '북사'에 이렇게 되어 있다.
  "청주의 풍속이 경박하고 악하여, 태수가 지경에 들어오면 모두 벽돌을 품고 머리를 조아
리며 그 뜻을 잘 보이고, 임기가 되어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벽돌로 치니, 그 인정의 향배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빨랐다. 그래서 경사의  민요에, '옥 안에는 갇혀 있는 죄수가   없
고, 집안에는 청주가 없다.'하였다. 이연실이 청주자사로 나가게 되자, 위 장제가 이르기를, '
벽돌을 품는 풍속에 대하여 마땅히 좋은 마음을 써야 한다.' 하였다."
  '다산필담'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해남현 북쪽 30리에 관아로 가는 길 옆에 높은 절벽이 있다. 매양 탐욕스런 관리가 돌아
갈 때에는 아전과 백성이 절벽 위에서 몸을 숨기고 내려다보며 그 죄를 들추어 내어 꾸짖는
다. 행차를 호위하는 자가 그 소리를 들으면 일이 날까 두려워하여 이곳에 이르러서는 빨리 
달리어 지나가기 때문에 이름을 '질치암'이라고 한다."
  (주석) 질매 : 꾸짖고 욕함. 원파 : 멀리 전파됨.
  (자의) 돌아갈 귀. 길 로. 만날 구. 사나울 완. 꾸짖을 질. 쭈짖을 매. 퍼질 파. 욕될 욕.
  
    제2조 돌아가는 행장
  청사귀장은 탈연소쇄하여 폐거이마라도 기청표습인이니라.
  (해석) 맑은 선비가 돌아가는 행장은 가뿐하고 시원스러워  낡은 수레와 파리한 말이라도 
맑은 바람이 사람을 감싼다.
  (해설) 당의 육장원이 여주태수가 되어서 청백하게 살았다. 뒤에 여주를 떠날 때에 짐 실
은 수레가 2대였는데, 이렇게 탄식하였다.
  "우리 할아버지가 위주를 그만둘 때에는 수레가 1대였는데 책이 반을 차지하였었으니, 그
분에게 훨씬 미치지 못한다."
  한의 시묘가 수춘령이 되었다. 처음에 누런  암소를 타고 부임하였는데, 1년이 지난  뒤에 
송아지 한 마리를 낳았다. 떠나면서 부로들에게 송아지를 남겨주면서 말했다.
  "이 송아지는 너희 땅에서 낳은 것이니, 나의 소유가 아니다."
  고려 때 유석이 안동부사가 되어 훌륭한 정사가 많았다. 최이 등에게 거슬리어 모함을 당
하여 귀양가게 되었는데 떠나갈 때에 늙은이와 어린이가 길을 막고 울부짖기를,
  "하늘이여, 우리 공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공이 가시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하고, 붙들고 늘어져서 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의 아내가 자녀를 데리고 가는데 말이 3필 뿐
이어서 걸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고을  사람들이 울면서 하루 머무르기를  청하였으나 듣지 
않으므로, 말과 마부를 내어 호송하니, 그의 아내가 사양하기를,
  "남편이 귀양을 가면 처자도 같은 죄인인데, 어떻게 사람과 말을 번거롭게 하겠습니까?"
하였다. 고을 사람들이 굳이 청하였으나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고을 사람들이  찬탄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참으로 우리 유공의 배필이다."
  고려 때 최석이 승평부사로 있을  때였다. 예부터 전해오던 그 고장의  풍속이 고을 원이 
교체되어 돌아갈 때에는 반드시 말 8필을 주되 마음대로  고르게 하였다. 최석이 돌아갈 때
에 전례에 의하여 고을 사람들이 말을 바치니, 최석이 웃으며,
  "서울까지 갈 수 있는 말이면 족하지 무슨 가릴 것이 있는가?"
하고는 집에 와서 그 말을 돌려보내니, 고을 사람이 받지 않았다. 최석이 말하기를,
  "내가 탐욕스럽다고 여겨 받지 않는 것인가. 우리 암말이 너희 고을에서 망아지를 낳았는
데, 내가 끌고 돌아왔으니, 이것은 내가 탐욕스러웠던 것이다.  이제 돌려 보내는 말을 받지 
않으니, 어찌 나의 탐욕스러운 것을 엿보아 겉으로만 사양한다고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 망아지까지 돌려보냈는데, 그뒤로부터 그 풍속이 드디어 고쳐졌다. 승평 고을  사람
들이 비를 세워 팔마비라 하였다.
  (주석) 귀장 : 돌아가는 행장. 소쇄 : 시원하고 깨끗함.
  (자의) 꾸릴 장. 깨끗할 탈. 시원할 소. 깨끗할 쇄. 낡을 폐. 파리할 리. 맑은바람  표. 덮칠 
습.
  사롱에 무신조지기하고 주백무토산지물이면 청사지장야니라.
  (해석) 상자와 채롱은 새로 만든 그릇이 없고, 구슬과 비단에 토산품이 없으면 맑은 선비
의 행장이다.
  (해설) 진의 이중이 강서안찰부사가 되었는데, 임소를 떠나는 날에는 한 물건도 가지고 돌
아가지 않기로 맹세하였다. 부인이 귀고리 한 쌍이 있는데 재임 중에 장만한 것이어서 공이 
알고는 빼앗아 물에 던져 버렸다. 고향에 돌아온 지 1년이 넘어서 우연히 보니, 청지기 방에 
붉은 칠을 한 상 하나가 있었다. 물어보니 이것이 관청 물건이었다. 몹시 노하여 종을  시켜 
전의 임소로 실어 보내고 말았다.
  조선 세조 때 사람 김명중이  풍덕군수가 되었는데, 갈려 돌아올 때에  집안 사람이 관사 
안에 깔았던 자리를 걷어 가지고 왔다. 그 뒤에 그걸 깔았는데 공이 그때야 보고 비로소 알
았다. 노하여 꾸짖고 곧 돌려보내게 하니, 이웃 친구가 말리며 말하기를,
  "돌려보내면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자네가 그냥 두지 않으려거든 차라리 나를 주게."
하니 공이 웃고 주었다.
  당의 육구몽의 집이 고소에 있는데, 문 앞에  큰 돌 한 개가 있었다. 그것은 그의  조상이 
울림태수로 있다가 그만두고 돌아올 때에 행장이 없어 배가 비어 바다를 건널 수가 없으므
로 돌 하나를 가져다가 배를 눌렀는데, 사람들이 울림석이라고 불렀다.
  조선 성종 때 사람 이약동이 제주목사가 되었는데, 돌아올 때에 오직 채찍 하나만을 가지
고 오게 되었다. 곧 말하기를, '이것도 섬의 물건이다.'  하고 관루에 걸어두었다. 섬 사람들
이 소중히 간직하고 새 목사가  부임할 때면 항상 걸어 좋았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채찍이 
삭게 되자, 고을 사람들이 채찍을 걸어 두었던 곳에 그  흔적을 그리어 사모하는 뜻을 붙이
었다.
  이약동이 바다를 건널 때에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자, 홀연히  배가 기울고 맴돌아서 위태
롭게 되었다. 이약동이 말하기를,
  "내 행장에는 한 물건도 없는데, 아랫사람이 나를 속이고 더럽혀서 신명으로 하여금 나를 
깨우쳐 주게 한 것이 아닌가."
하였다. 처음에 제주의 관리들이 공이 일찍이 유장으로 천거되었으므로  갑옷 한 벌을 싸서 
몰래 따르는 사람에게 주고 바다를 건넌 뒤에 알려드리게  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드디어 
사실대로 고하였다. 이약동이 갑옷을 물에 던져 버리자, 풍랑이 가라앉고 배가 갔다.
  한지가 군수가 되었는데, 전의 군수들은 으레  말 18필을 썼다. 한지는 체임될 때에  실을 
것이 없어서 2필만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그 대가를 여러 요속에게 나누어 주며 말하기를,
  "감하자니 이름을 얻으려 한다는 혐의가 있다."
하였다. 여러 요속들이 말을 많이 샀었는데, 갈려가게 되자, 군수의 명예를 더럽힐까 두려워
하여 함께 팔아 넘기기를 의논하였는데 한지가 듣고는 말하기를,
  "말을 사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니 어찌 버리랴."
하고 모두 몰고 가도록 명하였다.
  (주석) 사롱 : 상자와 채롱. 주백 : 구슬과 비단.
  (자의) 상자 사. 채롱 롱. 그릇 기. 구슬 주. 비단 백.
  약부투연척화하여 폭진천물하여 이자명기염결자는 사우불합어천리야니라.
  (해석) 물건을 못에 던지고 불에  집어넣어 물건을 천히 하고  아끼지 않으면서 청렴하고 
깨끗하다는 이름을 내려고 하는 것도 천리에 맞지 않는다.
  (해설) 송의 공기가 관에 있을 때에 두  아우가 동쪽 지방으로 돌아왔다. 짐이 배로 10여 
척이 되었는데, 모두 비단, 종이, 자리 등속이었다. 공기가 언덕 옆에 내려놓고 불태우게  하
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이 선비 축에 드는데 어찌 동쪽으로 돌아와서 장사꾼이 되겠느냐."
  이견공이 영남절도사로 있다가 그만두고 돌아갈 때에 석문에 이르러 배를 멈추고, 집사람
이 가지고 있는 무소뿔과 상아를 모두 찾아내어 강에 던져버리고 갔다.
  (주석) 투연척화 : 못에다 던지고 불에 넣음. 염결 : 청렴 결백함.
  (자의) 던질 투. 못 연. 던질 척. 사나울 폭. 죽일 진. 울 명.
  귀이무물하고 청소여석이 상야요 설위방편하여 이섬종족이 차야니라.
  (해석) 집에 돌아와서 물건이 없어 검소하기가 전과 같은 것이 으뜸이고, 방법을 강구하여 
일가들을 도와 주는 것이 그 다음이다.
  (해석) 양성재가 강동전운부사로 있을 적에 봉급 1만 꾸러미가  창고에 아직 남아 있었는
데도 버리고 돌아갔다. 그의 아들이 오양의 장수가 되어  봉급 7천 꾸러미로 가난한 가호를 
대신하여 조세를 바쳐 주었다. 그의 집이 짧은 서까래, 흙 섬돌이어서 농삿집 늙은이 같았으
나, 3대 동안 늘리고 꾸민 것이 없었다. 사양숙이 여릉  수령으로 있었는데, 임기가 차서 그
를 방문하였다. 문에 들어와 마루에 오르니, 눈에 보이는 것이 공경하고 우러르고 본받을 만
한 것 아닌 것이 없었다. 그래서 화공에게 명하여 그려 가지고 갔다.
  (자의) 깨끗할 소. 베풀 설. 방책 방. 보일 첨. 겨레 족. 다음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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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조 더 머무르기를 원함
  석거지절하여 차도원류하며 유휘사책하여 이조후세는 비성모지소능위야니라.
  (해석) 떠나는 것을 애석하게 여김이 간절하여 길을 막고 유임하기를 원하며, 빛을 역사책
에 남겨 후세에 전하게 하는 것은 말과 형식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해설) 후한 제오륜이 회계태수로 있을 적에 아내가 손수 밥을 지었다. 만기가 되어 돌아
올 때에 백성들이 말을 붙들고 울부짖으며 말하기를,
  "우리를 버리고 어디를 가십니까?"
하였다.
  후한 후패가 회양태수로 있다가  부름을 받아 도성으로 가는데,  백성들이 부르짖어 울며 
사자의 수레를 막고 멍에채를 붙잡으며 수레바퀴 아래에 누워  1년만 유임할 것을 빌고, 심
지어 그 젖먹이는 아내에게 자식을 버리도록 하였는데, 후패가 가면 보전될 수 없었기 때문
이었다. 
  당의 요원숭이 형주목이 되었는데,  교대되는 날 백성들이 말머리를  둘러싸고 길을 막아 
가지 못하게 하고, 채찍과 등자를 백성들이 모두 끊어서 감추었다.
  당의 원자는 화주자사가 되어 정사를 맑고 간편하게 하였다.  만기가 되어 양오릉이 대임
으로 왔다. 원자가 떠나는데, 늙은이들이 길을 막아 갈 수가 없자 양오릉이 사람을 시켜  이
르기를,
  "내가 감히 원공의 정사를 바꾸지 않겠다."
하니, 사람들이 모두 늘어서서 절하며 눈물을 흘려 그제야 갈 수 있었다.
  명의 진일이 섬서를 다스린 지 10여 년 동안 백성들이 그를 가까이하고 사랑하였는데, 그
가 수염이 아름다우므로 붕자야라고 불렀다. 한번은 일을 의논하기 위하여 조정에 돌아가는
데, 백성들이 체임되어 간다고 잘못 전해져서 길을 막고 머물러  주기를 비는 자가 수천 명
이나 되어 길을 갈 수가  없었다. 진일이 다시 오겠다고 타이르자  비로소 차츰차츰 흩어져 
갔다.
  조선 영조 때 사람 유정원이 자인현감으로 있을 적에 휴가를 받아 돌아오면서 그대로 벼
슬을 그만둘 뜻이 있었다. 고을 백성들이 관아를 지키고 사흘 동안 밤낮으로 가지 않으므로 
그는 식구들을 관아에 머물러 두어 다시 올 뜻을 보였다.  돌아와서는 세 번 사직서를 올리
니, 허락하지 않으며 말하기를,
  "민심이 어머니를 잃은 것처럼 허둥거리는데 사정을 따라 공사를 폐지할 수는 없다."
하였다. 공이 할 수 없이 관에 돌아오니, 고을 백성들이 모두 교외에 나와 환영하였다.
  조선 영조 때 사람 김희채가 장련현감이 되어 인자하고  착하게 정치를 하였다. 안협으로 
옮기게 되자, 고을 백성들이 길을 열 겹으로 막았다. 그는 밤을 타서 빠져 도망하여 갔다.
  (주석) 차도 : 길을 막음. 원류 : 유임하기를 원함. 사책 : 역사책. 성모  : 말과 외모. 등자 
: 말을 탈 때 밟고 오르는 기구. 붕자야 : 수염이 길고 아름다운 어른.
  (자의) 아까울 석. 막을 차. 머물 류. 빛날 휘. 비출 조. 모양 모.
  분부궐하하여 걸기차류어든 인이허지하여 이순민정이니 차고권선지대병야니라.
  (해석) 대궐로 달려가 유임하기를 빌면 나라에서 그대로  허락하여 주어서 백성들의 뜻에 
따르는 것은 예전에 착한 것을 권하는 큰 방법이다.
  (해설) 후한 구순이 영천태수로 있을 때에 불러서 집금오로 삼았다. 광무제를 따라 영천을 
지나는데, 백성들이 길을 막고 구순을 1년만 빌려 주기를 원하므로 광무제가 곧 유임하도록 
하였다.
  고려 왕해가 진주부사가 되었는데, 아전은 위엄을 두려워하고 백성은 덕을 사모하였다. 동
도유수로 전임되자, 진주 백성이 눈물을 흘리며 유임하기를 원하여 드디어 조정에 지성으로 
빌기를,
  "우리 왕군을 1년 더 유임해 주소서."
하니, 이에 그 자리로 돌려 보내였다.
  광해군 때 사람 강수곤이 고창현감이  되었는데, 어떤 일로 견책당하여 파면되었다.  고을 
부로들이 길을 막고 감사에게 유임시켜 주기를 빌고, 민간에서 앞을 다투어 군량을 내어 그 
벌을 속하려 하였다. 그러나 되지 않자 모두 눈물을 흘리며 친척을 잃은 것처럼 하였다.
  (주석) 분부 : 급히 달려감. 차류 : 그 사람을 빌려서 더 머무르게 함. 속 : 돈이나 물건을 
내고 형을 면하게 함.
  (자의) 달려갈 부. 대궐 궐. 빌릴 차. 허락할 허. 따를 순. 자루 병, 권한 병.
  성명소달에 혹인군걸차하고 혹이읍상쟁이면 차현목지광가야니라.
  (해석) 명성이 드날려서 이웃 고을에서 와 주기를 청하거나, 두 고을이 서로 와 주기를 다
투면 이는 어진 수령의 좋은 평가이다.
  (해설) 송의 두연이 건주지사가 되었는데, 1년이 못 되어 안무사가 그의 치적을 살피어 그
에게 봉상지부의 서리로 삼았다. 두 고을 백성들이 경계 위에서 다투되, 한편에서는 '이분은 
우리 태수인데 너희가 왜 빼앗는가.' 하고,  한편에서는 '이제는 우리  태수이니 너희가  무
슨 관계가 있는가.' 하였다.
  조선 현종 때 사람 이정악이 서산군수로 있을 때에 현종이 해마다 온천에 거둥하면서 비
록 비용을 생략하라는 분부가 있기는 하였으나, 여러 고을의 노역과 비용은 그래도 적지 않
았다. 그가 처리를 적당하게 하여, 아전과 백성들이 왕의 행차가 가까이 온 것을 알지  못하
였다. 조정에서 그를 파주목사로 제수하자, 서산 사람들이 어머니를 잃은 것처럼 여겼고, 심
지어 서로 이끌고 와서 이렇게 억울함을 하소하였다.
  "어찌하여 여기서 빼앗아다가 저곳에다 줍니까?"
  (주석) 성명 : 명성. 광가 : 빛나는 좋은 평가.
  (자의) 소리 성. 이를 달. 이웃 린. 다툴 쟁. 어질 현. 값 가.
  혹구임이상안하고 혹기로이면류하여 유민시순하여 불위법구도 치세지사야니라.
  (해석) 오래 재임하여 서로 편안하게 되었거나 이미 늙었는데도 애써 유임시켜서 오직 백
성의 뜻에 따르고 법에 구애되지 않는 것은 태평세대의 일이다.
  (해설) 명의 유강이 영주지주가 되어 재임한 지 34년이었다. 백성이 유임하기를 청할 때마
다 인종이 술을 하사하니 사람들이 영광으로 여기었다.
  명의 사성조가 문상지현이 되었는데, 정치를 청렴하고  공평하며 너그럽고 간편하게 하였
다. 영락 7년에 성조가 북쪽 지방으로 순행하여 어사를  보내어 지방 수령의 어질고 어질지 
못함을 조사하게 하였는데, 어사가 돌아와서,
  "사성조의 치적이 제일입니다."
하였다. 성조는 조서를 내려 위로하고 특별히 제령지주로 승진시키고 문상현의 일을 그대로 
보게 하였다. 그리고 아울러 궁내의 술 한 통과 좋은 옷 한 벌과 돈 1천 관을 주었다.
  그 뒤에 여러 번 관직을 옮기게 되었으나, 그때마다 백성들이 유임을 청하여 29년 동안을 
지냈다. 마침내 임소에서 죽으니 백성들이 슬피 울었으며, 성 남쪽에 장사하고 명절마다  제
사를 지내었다. 
  (주석) 구임 : 오랫동안 재임함. 면류 : 억지로 유임시킴. 법구 : 법에 구애받음. 치세 : 잘 
다스려진 세상.
  (자의) 혹시 혹. 오래 구. 힘쓸 면. 따를 순. 구애될 구.
  인민애모하고 이기성적으로 득재이사방도 역사책지광야니라.
  (해석) 백성이 사랑하고 사모하기 때문이거나 그 치적의 명성으로 다시 그 고을에 부임하
게 되는 것 역시 역사책에 빛나게 된다.
  (해설) 한의 황패가 영천태수가 되었는데, 수레의 양산이 특별히 한 발이나 되게 높은 것
을 주어서, 덕이 있는 사람임을 나타나게 하였다. 황패가 겉으로는 너그럽고 안으로는  밝아
서, 아전과 백성의 마음을 얻으매 호구가 해마다 증가되어 치적이 천하의 제일이 되었다. 불
러서 경조윤을 시켰는데, 조금 뒤에 어떤 일로 죄를 받아 폄직되었다. 다시 영천태수가 되었
는데 전후 8년 동안에 군내가 크게 다스려졌다.
  명의 사곤이 청전지현이 되었는데, 9년 동안에 고과가 제일이어서 옮기게 되었다. 고을 백
성들이 서로 이끌고 상관에게 호소하여 재임하기를 청하니, 상관이 조정에 아뢰었다. 황제가 
아름답게 여기어 곧 처주지부로 승진시켜 예전 고을을 다스리게  하였다. 그러자 치적이 더
욱 나타나서 호랑이가 도망하고, 황충이 죽는 기적이 나타났다. 어떤 백성이 시장에서  소를 
팔아 그 소를 잡으려는데, 그 소가 달아나서 사곤의 앞에  와서 머리를 숙이고 하소함이 있
는 것 같았다. 이에 봉급을 떼어서 소값을 물어주고 그 소를 주인에게 돌려 보냈다.
  고려 최척경이 탐라경이 되어서 이로운 일을 일으키고 폐단을  고치니, 백성들이 모두 편
안하게 여기었다. 돌아가게 되자, 탐라 사람이 난을  일으켰다. 전라안찰사가 급보로 아뢰기
를,
  "탐라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만일 최척경을 얻어 영으로 삼으면 군사를 풀겠다'고 
합니다."
하였다. 왕이 재상에게 이르기를,
  "이와 같이 훌륭한 사람이 있는데 어찌 쓰지 않겠는가."
하고 불러서 비단을 상으로 하사하고 곧 탐라령을 제수하였다.  탐라 사람들이 최척경이 온
다는 말을 듣고는 날랜 배를 갖추어 영접하여 경내에 들어오게 되니 모두 창을 던지고 늘어
서서 절하며, 
  "공께서 오셨으니 우리들이 다시 살았습니다."
하고 전처럼 편안히 살았다.
  고려 이백겸이 일찍이 제주목사로 있을 적에 훌륭한 정사가  있었다. 충숙왕 때에 제주의 
도적 괴수 사용, 김성의 무리가 흉악한 무리를 불러모아 성주와 왕자를 내쫓고 반란을 일으
켰다. 나라에서 토벌하고자 하나 적합한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적의 무리들이  말하기
를,
  "만약 이백겸 송영이 와서 무마한다면 우리가 어찌 배반하겠는가."
하였다. 이에 이백겸과 송영을 보내어 무마하였더니 얼마 안 되어 적이 평정되었다.
  고려 채정이 경주 장서기가 되었다. 그 뒤에 경주 사람들이  영주 사람과 함께 난을 일으
켰다. 조정에서 안무사를 보내기를 의논하였으나 적합한 사람이 없었다. 경주 사람들이 채정
을 사모하여 마지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채정을 유수부사로 제수하였다.  채정이 말 한 필을 
타고 임지에 갔다. 경주 사람들이 그가 온다는 말을 듣고  불안하여 모반하던 자가 모두 안
정되었다.
  (주석) 애모 : 사랑하고 사모함. 성적  : 잘 다스린다는 명성. 재리  : 다시 부임함. 성주 : 
제주도의 추장.
  (자의) 사모할 모. 치적 적. 나아갈 리. 나라 방.
  기조상이귀자가 유유인민불사어든 혹기복이환임하고 혹상필이부제니라.
  (해석) 어버이의 상을 당해서 돌아간 자를 백성들이 놓지 않으려  하면 기복하여 다시 임
명시키기도 하고, 상사를 마친 뒤에 다시 제수하기도 한다.
  (해설) 명의 항충이 섬서안찰사가 되었는데 마침 흉년이 들었다. 항충이 조정에 아뢰고서 
회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 창고를 열어서 진휼하였으므로 백성들이 은혜에 감동되었다. 계모
의 상사를 당했다는 말을 듣고 백성들이 대궐에 나아가 유임하기를 간청하므로 조서를 내려 
상제의 신분으로서 임소에 돌아가게 하였다.
  이듬해에 불러서 대리경을 삼으니, 섬서 사람들이 다시 대궐에  와서 유임해 주기를 간청
하므로 천자가 허락하였다. 군사와 백성들이 항충이 다시 오는  것을 기뻐하여 향을 피우고 
영접하였다.
  성옹이 속록지현이 되자 호족들이 그가 수령으로 온다는 말을 듣고 서로 경계하기를,
  "이 사람은 일찍이 석총병을 탄핵한 사람이니, 그 사람을 범할 수 없다."
하였다. 얼마 안 되어 어머니 상사를 당하여 가는데, 백성들이 유임하게 하려 해도 되지  않
았다. 복이 끝나기를 기다려서 서로 이끌고 대궐에 나아가  성옹을 재임시켜 주기를 청하였
다.
  명의 창선이 태안지현이 되었다가 어머니  상을 당하여 가자, 백성들이 호소하였다.  인종
이,
  "복이 끝나거든 다시 임명하라."
하였는데 인종이 승하한 뒤에 복을 마쳤으므로 이부에서 청하자, 선종이 말하기를,
  "백성이 희망하고 감사가 말하니 본디 좇아야 하는데, 하물며 선제의 명이 계신 것이겠는
가."
하고, 드디어 그 청대로 하였다.
  명의 유백길이 탕산지현이 되었다가 친상을 만나 벼슬을 그만두고 갔다. 복을 벗자,  탕산 
백성들이 대궐 아래를 지키며 재임하여 주기를 청하였다. 이부에서 아뢰기를,
  "새 수령이 탕산에 있은 지가 2년이나 되었습니다."
하니, 황제가 말하기를,
  "새 수령이 예전 수령보다 나으면 백성들이 다시 생각하지  않을 터인데, 이제 오래 되었
어도 생각하니 새 수령보다 나은 것을 알 수 있다."
하고, 마침내 바꾸었다.
  (주석) 조상 : 상을 당함. 기복 : 상중에 벼슬에 나오게 하는 일.
  (자의) 만날 조. 오히려 유. 버릴 사. 다시 복, 다시 부.
  음여리모하여 유동간민하여 사지예궐이걸류자는 기군망상이니 궐죄심대니라.
  (해석) 몰래 아전과 함께 모의하여 간사한 백성을 꾀어 움직여서 대궐에 나아가서 유임하
기를 빌게 하는 것은, 임금을 속이고 윗사람을 속이는 것이니 그 죄가 매우 크다.
  (해설) 명의 유적이 임기가 차자, 양을 잡고 술을 준비하여 노인들을 초대하여 유임해 주
기를 청하도록 하였다. 백성들이 대궐에 나아가 아뢰어  청하였는데, 일이 발각되자, 선종이 
노하여 유적을 법관에게 회부하였다.
  명의 왕취가 한중동지가 되었는데, 역시 잔치를 베풀고 속리에게  아뢰게 하여 지부로 삼
도록 요구하였는데 그 일이 조정에 알려지자, 선종이 노하여 속리까지 죄를 주었다.
  (주석) 유동 : 꾀어 움직이게 함. 예궐 : 대궐에 나아감. 기군망상 : 임금과 윗사람을 속임.
  (자의) 그늘 음. 꾈 유. 간사할 간. 나갈 예. 속일 기. 속일 망. 매우 심.
  
    제4조 용서를 빌어줌
  문법소좌에 여민애지하여 상솔유천하며 기유기죄자는 전고지선속야니라.
  (해석) 법에 좌죄된 것을 백성들이 불쌍히 여겨 서로 이끌고  임금에게 호소하여 죄를 용
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옛날의 좋은 풍속이다.
  (해설) 진의 왕온이 오군태수로 있을 때 고을에 흉년이 들자 창고를 열어 진휼하였다. 조
정에서 법을 어겼다 하여 죄를 주어 벼슬을 파면하니, 선비와 백성들이 대궐에 나아가 억울
함을 호소하자, 특별히 진릉태수로 좌천만 시켰다.
  여언성이 안륙지주로 있을 적에 조세 받아들이는 기한을 어겼다 하여 체포당하게 되었다. 
그러자 부로들이 대궐에 꿇어엎드려 유임시켜  주기를 빌었다. 태조가 잔치를  베풀고 상을 
주어 다시 부임하게 하였는데, 이때 부로들도 잔치에 참여하였다.
  명의 정민이 제동지현이 되었는데, 일찍이 죄를 지어 체포당하였다. 고을 백성 수천  명이 
궐하에 지켜 서서 용서하기를 청하였다. 황제가 잔치를 베풀어 위로한 다음, 벼슬을 다시 주
고, 돈과 옷을 주었다. 몇 해가 지난  뒤에 임기가 차서 조정에 들어가니 그 지방  백성들이 
다시 서울로 달려가서 재임해 주기를 빌자, 황제가 그 청을 들어 주었다.
  명의 이상이 동평지주로 있을 때였다. 성조가 만년에 자주 북방을 정벌하여, 산동의  장리
로 하여금 백성을 감독하여 군량을  실어 나르게 하였는데, 길이 멀어서  죽고 도망한 자가 
많았으나, 동평 사람만은 생업을 잃은 자가 없었다. 간악한 사람이, 백성의 재물을 가혹하게 
거두었다고 이상을 무함하여 고발하였다. 고을 백성 1천3백 명이  어사 등에게 호소하여 힘
써 그 억울한 것을 밝히고, 늙은이 70명은 다시 대궐에  달려가 엎드려 간악한 사람의 모함
임을 밝혔으며, 또 늙은이 90명은 이상을 따라가서 원통함을 하소하였다. 그래서 형조에  내
려 사실을 조사해서 이상의 벼슬을 다시 주고 간악한 사람을 처벌하였다.
  범희정이 조현지현이 되었다. 간사한 아전이 뇌물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범희정이 그  죄
를 조사하여 형틀에 매어 서울로 보내었다. 아전이 도리어 범희정의 다른 일을 모함하여 죄
를 받아 잡히게 되었다. 고을 백성 8백여 명이 서울에 와서 밝히기를,
  "범희정은 청렴하고 능력이 있는데, 억울하게 간사한 아전의 무고를 당하였습니다."
하였다. 시랑 허확이 공사로 조현을 지나가게 되자, 조현의 늙은이 2백여 명이 길을 막고 이
마를 조아리며 울면서 말하기를,
  "조정에서 우리 어진 수령을 빼앗았습니다."
하여 그 일을 아울러 아뢰니, 황제가 범희정을 석방하여 조현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주석) 문법 : 법조문. 여민 : 백성. 상솔유천 : 서로 이끌고 대궐에 가서 하소연함.
  (자의) 백성 려. 이끌 솔. 호소할 유. 바랄 기. 용서할 유. 풍속 속.
  
    제5조 사후의 애도
  재관신몰 이청분익렬하며 이민애도하며  반이호도하여 기구이불능망자는  현목지유종야니
라.
  (해석) 관직에 있으면서 죽어 맑은 덕행이 더욱 빛나, 아전과 백성이 슬퍼하여 상여를 붙
잡고 부르짖으며 울고, 오래 되어도 잊지 못하는 것은 어진 수령의 유종의 미이다.
  (해설) 한의 한연수가 죄풍익이 되어 은혜와 신의가 두루 흡족하였다. 뒤에 어떤 일로 죄
를 받아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아전과 백성 수천 명이 따라와 전송하면서 늙은이와 젊은이
가 수레를 붙들고 앞을 다투어 술과 안주를 올렸다.
  한연수가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주는 사람마다  받아 마셨는데 술을 마신 것을  따져보니 
한 섬이 넘었다. 아전을 시켜 전송하는 사람들에게 사례하기를,
  "아전과 백성이 멀리까지 와서 수고하니 죽어도 한이 없다."
하니 백성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명의 모길이 광동부사가 되어 도적의 난리에 적을 죽이고  싸우다가 죽었다. 처음에 모길
이 군사를 출동할 때에 관아의 은 천 냥을 내 주어 군량에 충당하게 하였는데, 서문이란 사
람이 관리를 맡아서 반을 써버렸다. 서문은 모길이 죽어 돌아갈 수 없는 것을 불쌍히  여겨, 
남은 은을 몰래 그 종에게 주어서 상구를 마련하게 하였다.  이날 밤에 종의 아내가 갑자기 
관아 마루에 나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행동거지가 모길의 모양과 같았다. 그  종의 
아내가 죄우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하 헌장을 오게 하라."
하므로 온 집안이 깜짝 놀랐다. 조금 뒤에 하 헌장이 이르니, 이에 일어나서 읍하며  말하기
를,
  "모길이 나라의 은혜를 받았는데, 불행히 적에게 죽었으니,  진실로 여한이 없다. 다만 서
문이 쓰다 남은 관청의 은을 이미 내 집에 주었으니, 내가  지하에서 더럽힘을 당하게 되었
다. 빨리 관으로 돌려 보내어 나를 더럽히지 말라."
하고, 말을 마치고는 갑자기 땅에 쓰러졌다가 조금 뒤에 깨어났다.
  조선 때 사람 곽은이 담양부사가 되어 부역과 조세를 가볍게 하여 정치하는 것이 맑고 인
자하였다. 갑자기 관에서 죽으니 사람들이 다 비통하여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서로 조상하
였으며, 상여가 떠나는 날에 거리에 곡성이 서로 잇달았다. 선비와 백성들이 서로  의논하여 
해마다 제삿날이 돌아오면 쌀을 모아 재를 올려서 명복을 빌었다. 가승에 또 이렇게 말하였
다.
  "어물 장사가 그 지경에 들어가지  않으며 말하기를, '담양 백성들이  반드시 먹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곽공의 상이 돌아가려 할 때에 집기를 모두 돌려 주었는데, 낡은 상자 한 개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남아 있었다. 부인이 보고 깜짝 놀라며 말하였다.
  "이 물건이 어찌 여기에 있는가. 빨리 돌려보내어 우리  남편의 맑은 덕을 더럽히지 마시
오."
  조선 선조 때 사람 노대하가 고부군수로 있다가 관에서  죽었다. 염하려고 군에서 부의로 
수의를 만들어 왔는데 비단을 썼다. 정읍현감 박충생이 와서 염하는 것을 보고 허락하지 않
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공이 평생에 사치한 것을 예로 삼지 않았다."
  (주석) 청분 : 맑은 향기. 훌륭한 덕. 애도 : 슬피 추모함. 반이호도  : 상여를 붙잡고 통곡
함.
  (자의) 죽을 몰. 향기 분. 거셀 렬. 슬퍼할 도. 오를 반. 상여 이. 잊을 망.
  침질기병이면 의즉천거하여 불가고종우정당하여 이위인염오니라.
  (해석) 오래 병으로 누워 위독해지면 곧 거처를 옮겨야 할 것이요, 정당에서 운명하여 다
른 사람들이 싫어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해설) 정당이란 공당이다. 불행하여 정당에서  운명한다면 곧 뒷사람이 싫어하여 요사한 
말이 여러 가지로 일어난다. 수령된 이가 오래 병으로 누워  있게 되거든 스스로 병의 증세
를 헤아려 보아서, 만일 깊은 근심이 있으면 곧 책방에 옮겨 거처해야 하고 굳이 정당에 누
워 있는 것을 덕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조선 광해군 때 사람 이위국이 상원군수로 있을 적 일이었다. 군의 공청에 귀신의 빌미가 
있어서 전후에 수령으로 온 자가  많이 죽었으므로 오래 비워 두고  거처하지 않았다. 공이 
부임하여서는 곧 수리하게 하여 거처하였다. 이날 밤에 그가 타고 다니던 말이 까닭없이 갑
자기 죽었다. 공이 태연히 아무렇게도 여기지 않았는데, 끝내 일이 없었다.
  뒤에 이천부사가 되었는데, 전임 부사가 잇따라 부의 공청에서 죽은 이가 셋이나  되었다. 
부의 사람들이 그들을 위하여 좌석을 만들고 자리를 펴서  그 귀신을 정당에서 제사지냈다. 
후임 부사가 오면 그곳을 피하고 백성의 집에 기거하였는데, 이와 같이 여러 부사를 거쳤다. 
이위국이 아전에게 말하기를,
  "신관이 오면 구관은 가야 하는 것이다. 귀신인들 어찌 인간의 일과 다르겠는가?"
하고 곧 신의 자리를 옮기고 거처하였다.
  (주석) 침질 : 오래 병으로 앓음. 고종 : 임종함. 여오 : 싫어하고 미워함.
  (자의) 누울 침, 잘 침. 옮길 천. 살 거. 싫어할 염. 미워할 오, 사나울 악.
  상수지미는 기유공사니 민부지전을 하필재수리오. 유령가의니라.
  (해석) 상에 소용되는 쌀을 이미 나라에서 주는  것이 있으니, 백성의 부의 돈을 어찌 두 
번 받을 수 있겠는가. 유언으로 못하도록 명령하는 것이 옳다.
  (해설) '속대전' '호전조'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수령은 자신이 죽거나 상사를 만난 자는 상수미를 차등 있게 준다."
  "관찰사 및 수령이 임지에서 상사를 당하면 호남, 영남 지방은 40석이고, 호서  지방은 30
석, 자신이 죽으면 호남, 영남은 40석이고,  호서는 35석이며, 해서 지방은 친상이나  자신의 
상이거나 35석이다. 아내의 상에는 모두 자신의 상에 비하여 반이다."
  '상구보찬'에는 이렇게 적었다.
  "천리길에 관을 운반하자면 그 일이 지극히 어려우니, 관을  만드는 데는 좁고 작고 가볍
고 얇게 해야 한다. 관을 좁고 작게 하려면 먼저 염하는 일부터  잡된 솜과 잡된 옷을 쓰지 
말고, 될 수 있는 대로 딴딴하고 작게 하는 것이 좋다. 광중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이 관을 
그대로 장사지내는 것이 좋다. 일을 요량하지 못하고 보기만 좋게 하기에 치중하면,  산밑에 
이르러서 무겁고 크면 부딪쳐서 손상되기가 쉽고 땀을 흘리고 헐떡이게 되니, 상여 메는 군
정들이 싫어한다. 성인이 상례를 제정한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싫어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
니, 상을 당한 사람은 이 뜻을 알아야 한다."
  (주석) 상수 : 초상을 치르는 데 드는 비용과 물자. 공사 : 공적으로 내려 줌. 민부 : 백성
들의 부의. 유령 : 유언.
  (자의) 초상 상. 비용 수. 내려줄 사. 부의 부. 남길 유.
  치성기굉하여 상유이문이면 위인소송이니라.
  (해석) 잘 다스렸다는 명성이 널리  퍼져 항상 특이한 소문이  있으면 사람들이 칭송하게 
된다.
  (해설) 왕업의 자는 자향인데, 형주자사가 되어 덕스러운 정사가 있었다. 지강에서 죽으니, 
흰 호랑이 세 마리가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끌며 밤을 세워 그 상을 호위하였다. 상여가 떠
나서 고을 지경을 넘으니,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주석) 치성 : 잘 다스린다는 명성. 이문 : 특이한 소문.
  (자의) 큰소리 굉. 다를 이. 소문 문. 외울 송.
  
    제6조 사랑을 남김
  기몰이사하여 묘이사지 즉기유애를 가지의니라.
  (해석) 죽은 뒤에 사모하여 사당을 세워 제사지내 주면, 그 유애가 남아 있음을 알 수  있
는 것이다.
  (해설) 한 주읍이 젊었을 때에 동향의 아전이 되었는데, 청렴하고 공평하여 가혹하지 않고 
사람을 때리거나 욕을 보인 적이 없었으며, 늙은이와 고아, 과부를 찾아보고 위로하니, 아전
과 백성들이 사랑하고 공경하였는데, 차차 승진하여 대사농에 이르렀다. 병이 들어 죽게  될 
적에 그 아들에게 부탁하기를,
  "내가 전에 동향의 아전을 있었으므로 동향 백성들이 나를 사랑하니, 반드시 나를 동향에 
장사지내라. 후세 자손이 동향 백성보다 못할 것이다."
하였다. 죽게 되자, 동향 서쪽에  장사지냈는데, 백성들이 과연 무덤을  만들고 사당을 세워 
명절이면 끊임없이 제사를 지내 주었다.
  당의 유종원이 유주자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정치와 교화가 크게 행하여져서, 밀린  조세
가 없고 떠돌고 도망했던 백성들이 사방에서 돌아와서, 부락에 새로 지은 집이 있고 건널목
에는 새로 만든 배가 있었다. 유종원이 한번은 술을 마시며 말하기를,
  "내가 세상에 버림받아 여기에 붙여 있기 때문에 너희들과  지내게 된 것이다. 명년에 내
가 죽을 것이니 3년 뒤에 사당을 세워 나를 제사지내라."
하더니, 그 때가 되자 죽었다. 3년 초가을 유종원이 그날 밤에 부장에게 현몽하여 말하기를,
  "나를 나지에 사관하게 하라."
하여 드디어 사당을 세워 제사지냈다.
  김희가 남원부사가 되어 백성 보기를 자식 같이 하고, 송사 결단하기를 물 흐르는 것같이 
하여, 관에 있은 지 몇 해 동안에 한 고을에 조용하였다. 얼마 안 되어 병으로  관에서 죽었
는데, 고을 사람들이 제삿날을 당하면 변함없이 제사 지냈다.
  (주석) 묘이사지 : 사당을 세워 제사를 지냄. 유애 : 사랑을 남김.
  (자의) 사당 묘. 제사 사. 알 지.
  생이사지는 비례야니 우민위지하여 상연이위속야니라.
  (해석) 살아서 제사지내는 일은 예가 아닌데, 어리석은 백성들이 행하여 서로 따라서 풍속
이 되었다.
  (해설) 당의 적인걸이 위주자사가 되었는데, 백성들이 그를 위하여 생사당을 세웠다. 뒤에 
그의 아들 경휘가 위주에서 벼슬하면서 탐욕하여 사나운 짓을  하자, 백성들이 괴롭게 여겨 
아버지의 생사당을 헐어버렸다.
  조선 인조 때 상국 이원익이 평안관철사가 되어 청렴하고 인자하여 은혜스런 정사가 많으
니, 백성들이 그를 위하여 생사당을 세웠다. 이만원도 평양에 생사당이 있는데, 초상이 지금
까지 있다.
  '설초산담'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생사당의 폐단이 해마다 늘고 달마다  더하여, 영당의 향화는 잇달아  있으되 죽은 뒤에 
사당을 세운다는 말을 지금은 오히려 듣지 못한다. 이는 대개 아첨하는 것이 풍속이 되어서, 
무릇 귀한 신하로 명망이 무거워서 앞길이 유망한 자에게는 반드시 그의 생전에 아첨을 하
여 그 보수를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교활한 아전과 간사한 백성들이 서로 결탁하여 돌아가
는 수레가 대기도 전에 사당이 벌써 세워지니, 이런데도 금하지 않는다면 쓸데 없는 사당을 
다 불태우지 못할 것이다. 수령이 살아있으니 들어서 알지 못할 리가 없건마는, 속으로 기뻐
하고 헐어버릴 것을 생각하지 않으니 옳은 일인가."
  (주석) 생이사지 : 살아 있는 사람의 사당을 세워 제사지냄. 상연 : 서로 이어받아서 함.
  (자의) 어리석을 우. 따를 연, 바닷가 연.
  각석송덕하여 이시유원은 즉소위선정비야니 내성불괴가 사위난의니라.
  (해석) 돌에 새겨 덕을 칭송하여 영원토록 보도록 하는 것이 이른바 선정비인데, 마음으로 
반성하여 부끄럽지 않기가 어렵다.
  (해설) 선정비에 거짓과 진짜가 서로 섞이는 것은 이미 위나라, 진나라 때로부터 이런 폐
단이 있었으므로 금령이 준엄하여 백성들이 함부로 세우지 못하였다.
  정조 때에 이 법령을 거듭 엄하게  하여, 30년 후에 세운 비석은 모두  쪼아 없애 버리게 
하였다. 지금은 이 금법이 또한  해이해져서 수령이 겨우 떠나가자 비석  세울 돈을 거두어 
백성의 힘이 거듭 피곤하게 되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닌가. 수령이 돌아온 뒤에 만일 비를 세
운다는 말을 듣거든, 마땅히 선대 정조의 옛 교서를 들어서 준엄하게 경계하고 단속하면 사
모하기는 하여도 감히 비를 세우지는 못할 것이다.
  조선 인조 때 사람 석담 이윤우가 경성판관이 되었는데, 경성은  수천 리 밖 외진 변방으
로 옛 석막의 터였다. 그 풍속이  오랑캐와 섞이어 더욱 다스리기가 어려웠다. 공이  정성껏 
다스리고 죄를 지어도 용서하였다. 돌아간 뒤에 그 고을  사람들이 철비를 만들어서 사모하
여 마지않았다.
  조선 현종 때 사람 정언황이 안동부사로 있다가, 병으로 벼슬을 내놓고 돌아가니,  선비와 
백성들이 유임해주기를 청하였으나 되지 않았다. 비석을 세워 사모하고, 문안하고 물건을 보
내옴이 수십 년 동안 끊이지 않았다. 공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의를 하고 또 제수를 보
내기를 3년 동안이나 하였다.
  조선 영조 때 사람 유정원이 통천군수가 되어 은혜스런  정사가 많았다. 부교리에 임명되
자, 공이 한 필 말로 왕의 부름에 응하여 나아갔다. 백성이 늙은이나 어린이나 말머리를  막
고 부르짖어 울며 혹은 길 가운데에 누워서 일어나지 않으니, 공이 위로하여 타이르고 떠나
왔다. 뒤에 고을 사람들이 동비를 만들어서 그 덕을 칭송하였다.
  (주석) 각석 : 돌에 새김. 즉 비석.  송덕 : 덕을 기림. 선정비 : 훌륭한  정사를 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 내성 : 마음속으로 반성함.
  (자의) 새길 각. 멀 유. 비석 비. 부끄러울 괴. 어려울 난.
  목비송혜는 유송유첨하니 수즉거지하고 즉행엄금하여 무적호치욕의니라.
  (해석) 목비를 세워 덕정을 칭송하는 것은 찬양하는 것도 있고 아첨하는 것도 있으니, 세
우는 대로 곧바로 없애고 엄금하여 치욕에 이르지 않아야 한다.
  (해설) 한 가지 정사가 조금 까다로우면 비방이 무더기로 일어나고, 한 가지 명령이 조금 
편리하면 목비가 여기저기에 서니, 이것이 좋지 않은 백성이라는 것이다. 목비는 수령이  마
땅히 금하여야 할 것이니, 비록 만민이 모두 기뻐하더라도 반드시  원망을 품은 자가 한 사
람은 있어서 오늘 새 비가 깨끗하다가 명일에 지나면서 더럽히는 자가 있다.
  조선 헌종 때 찬서 이상황이 충청도 암행어사가 되었을 때였다. 새벽에 괴산군으로  가서, 
고을 5리쯤 못미쳤는데 아직도 컴컴하였다. 이상황이 보니, 멀리 미나리밭 가운데에 한 백성
이 소매에서 나무 조각을 꺼내어 진흙 속에 거꾸로 꽂았다가 조금 뒤에 또 길 옆에 세우고, 
또 앞으로 수십 보를 가더니 또 소매에서 나무 조각을  꺼내어 진흙칠을 하며 세우는데, 이
렇게 하기를 다섯 번이나 하는 것이었다. 어사가 묻기를,
  "그것이 무엇인가?"
하니,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이것이 선정비라는 것인데, 나그네는 알지 못하오?"
하였다. 어사가 말하기를,
  "왜 진흙을 해서 세우시오?"
하니,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암행어사가 사방으로 돌아다니므로 이방이 나를 불러 이 비 열 개를 주고 나를  시켜 동
쪽 길에 다섯 개를 새우고, 서쪽 길에 다섯 개를 세우라고 하였는데, 눈먼 어사가 진짜로 선
정을 하여 비를 세운 것으로 알까 염려하여 진흙칠을 하여 세우는 것이오."
하였다. 어사가 그 길로 군에 들어가서 일을 조사하여 먼저 선정비의 일을 따져 봉고파직시
켰다.
  (주석) 목비 : 나무에 새긴 비. 송혜 : 은혜를 기림.
  (자의) 은혜 혜. 외울 송. 아첨할 첨. 따를 수. 금할 금. 이를 저. 부끄러울 치.
  기거이사하여 수목유위인애석자는 감당지유야니라.
  (해석) 이미 떠나간 뒤에도 사모하여 그가 노닐던 곳의 나무까지도 사람들이 아끼게 되는 
것은 감당의 유풍이다.
  (해설) 송의 신중보가 팽주지주가 되어 길가에  버들을 심었는데, 보궐류라고 이름하였다. 
이순의 난리에 백성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보궐류를 다치지 말라."
  당의 이석이 우성령이 되었는데, 관사에 버드나무 세 그루가 있어, 공이 왕래하며 쉬었다. 
뒷사람이 버들을 베지 않고 감당에 견주었다.
  구준이 파동지현이 되어 훌륭한 정사가 많았다. 잣나무 두 그루를 손수 고을 뜰에 심었는
데, 지금까지 백성들이 감당에 견주어 내공백이라고 한다.
  남일이 칠원현감이 되어 유애가 있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그가 심은 나무를 가리켜  '
남정자'라고 한다.
  (주석) 위인애석 : 사람들의 사랑과 아낌을 받음. 감당 : 감당은 밭배나무로, 옛날 주의 소
공이 남쪽 지방에 가서 이 나무 밑에서 송사를 처리하였는데, 백성들이 그를 생각하여 떠난 
뒤에도 잘 보전했다 함.
  (자의) 나무 수. 아낄 석. 달 감. 해당 당.
  애지불훤하여 원취후성하여 이명기자자는 소위민정을 대가견야라.
  (해석) 사랑해서 잊지 못하여 수령의 성을 따서 그 아들의 이름을 짓는 것은 이른바 민정
은 크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해설) 강조가 안남태수가 되었는데, 백성들이 그 덕을 사모하여 아들의 이름을 강이라 지
었다.
  삼국 오의 맹종이 예장태수가 되었는데, 사람들이 그 은혜를  사모하여 아들을 낳으면 이
름을 맹이라 지었다.
  당의 양성이 도주자사가 되어 백성 다스리기를 집 다스리듯  하고, 임금께 아뢰어 나라에 
난쟁이 바치는 것을 그만두게 하니, 고을 사람들이 고맙게 여겨 아들의 이름을 양이라 지었
다.
  당의 한유가 양산령이 되었는데, 백성들이 아들을 낳으면 한으로 자를 지은 자가 많았다.
  (주석) 불훤 : 잊지 못함. 후성 : 수령의 성씨.
  (자의) 잊을 훤. 이에 원. 수령 후. 성 성.
  기거지구에 재과자방이면 우려환영하여 호단만전도 역복어유광이니라.
  (해석) 떠난 지 오랜 후에 다시 그 고을을 지날 때, 백성들이 반갑게 맞아서 마실 것과 도
시락 밥이 앞에 가득하면 말몰이꾼도 빛이 난다.
  (해설) 당의 위경준이 비향현령이 되어 훌륭한 정사가 있었다. 뒤에 조주장사로 옮겨 비향
현을 지나는데, 백성과 아전들이 몹시 기뻐하여 다투어 와서 잔치를 열고 전송하여 여러 날
을 묵었다. 나이 겨우 열 살 정도인 어린이 몇 명도 그 속에 들어 있었다. 유경준이 말하기
를,
  "내가 북쪽으로 간 것을 따져 보면 그때에 너희들은 나지도 않았으니 이미 옛  은혜가 없
는데, 어째서 이렇게 다정하게 하느냐?"
하니, 모두 대답하기를,
  "요즘 어른들이 전하는 말을 들으니, '고을 안의 공청, 학당, 관사, 제방, 교량이 모두 명공
의 유적이라 하기에, 옛날 사람인가 보다 여겼는데, 뜻밖에  뵙게 되니, 우리들 자신도 모르
게 반갑고 그리움이 평상시보다 배나 더해집니다."
하였다.
  유정원이 통천군수가 되어 은혜스러운 정사가 많았다. 갈려 간 두어 해 만에 감시를 보이
기 위해서 회양에 이르렀다. 통천 백성 50여 명이 수백 리를 멀리 여기지 않고, 서로 거느리
고 와서 뵙고 눈물을 흘리는 자까지 있었다.
  (자의) 다시 재. 백성 려. 기쁠 환. 맞이할 영. 술병 호. 도시락 단. 가득할 만. 종 복. 말몰
이꾼 어.
  여인지송이 구이불이면 기위정을 가지이니라.
  (해석) 많은 사람들의 칭송하는 것이 오래도록 그치지 않으면 그가 행한 정사를 알 수 있
다.
  (해설) 당의 이현이 경조윤이 되어 크게 치적을 나타내었는데, 양국충이 자기에게 붙지 않
는 것을 미워하여 장사태수로 내보내었다.  그때에 수도에 쌀이 귀하자, 백성들이  노래하기
를,
  "쌀과 조가 흔하게 하려면 이현을 다시 오게 할 수밖에"
라고 하였다.
  고려 하윤원이 원주목사가 되었는데, 인자한 정사가 있었다.  만기가 되어 소환되니, 치악
산의 중 운감이 시를 지어 부쳐 왔다.
  아이가 어머니 옆에 있을 때에는/ 은혜와 사랑을 알지 못하지만/  어미가 가면 아이가 울
부짖는 것은/ 춥고 배고픔이 닥쳐와서 그러네
  (자의) 여론 여. 외울 송. 오래 구. 그칠 이.
  거무혁예하고 거이후사는 기유불벌이음선호인저.
  (해석) 있을 때에는 빛나는 명예가 없었으나, 떠난 뒤에 사모하는 것은 공을 자랑하지 않
고 남모르게 착한 일을 한 때문이 아니겠는가?
  (해설) 한의 하무가 여러 번 군수가 되었는데, 있을 적에는 혁혁한 이름이 없고 간 뒤에야 
항상 사모하게 되었다.
  진나라 사안이 오회태수가 되었는데, 관에 있을 적에는 당시의 명예가 없고, 간 뒤에 사람
들이 사모하였다.
  (주석) 혁예 : 빛나는 명예. 불벌 : 자랑하지 않음. 음선 : 남모를 선행.
  (자의) 빛날 혁. 명예 예. 자랑할 벌. 착할 선.
  인인소적에 종자여시하고 귀이유수면 덕지험야니라.
  (해석) 어진 사람이 가는 곳에 따르는 자가 저자처럼 많고, 돌아와도 따름이 있는 것은 덕
이 있었다는 징험이다.
  (해설) '오대사'에 이렇게 되어 있다.
  "오월 때 현이 영가수가 되어 정치의 교화가 두루  미치니 백성들이 사랑하였다. 다른 고
을로 옮기게 되자 온 땅 사람이 집을 거느리고 따르는 자가 있어서 그를 수사호라 하였다."
  (주석) 종자 : 따르는 사람. 수사호 : 호구를 따르게 한 수령이란 뜻.
  (자의) 어질 인. 갈 적. 따를 종. 징험 험.
  약부훼예지진과 선악지판은 필대군자지언하여 이위공안이니라.
  (해석) 훼방과 칭찬이 참인가, 선과 악의  판단은 반드시 군자의 말을 기다려서  공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해설) 원결이 '도주자사쳥벽기'를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천하가 태평하면 사방 천 리 안의 일체의 백성들을 자사가 살릴 수 있고 죽일 수도 있으
며, 기쁘게 할 수도 있고 슬프게 할 수도 있으며, 천하에 전쟁이 일어나면 민생을 보호하고, 
환란을 제거하는 것이 자사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무릇 자사가 만약 문무의 재주와 도량이 없거나, 청렴하지도 못하고 아랫사람에게 엄숙하
지도 못하거나, 밝지도 은혜스럽지도 공평하지도 정직하지도 못하면, 한 고을의 생령이 모두 
그 해를 입을 것이다."
  (주석) 훼예 : 헐뜯는 것과 창찬하는 일. 공안 : 공공적인 의론.
  (자의) 헐뜯을 훼. 기릴 예. 참 진. 가를 판. 기다릴 대. 서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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