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의 일이다.
계빈국에 홀로 열심히 수행하여 경전에 통달한 스님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스님이 커다란 사원을 방문하였는데, 마침 그곳에서는 성대한 제사가 열리고 있었다. 그런
데 스님의 옷이 무척 남루한 모습을 본 사원의 문지기가 문을 가로막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스님의
행색을 보고 업신여긴 문지기가 스님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 그 스님은 사원에 들어
갈 수 없었다.
이에 스님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친구 집에 가서 좋은 옷 한 벌을 빌어 행색을 그럴듯하게
꾸미고서 다시 사원으로 간 것이다. 이번에는 문지기가 스님을 막아서기는커녕 굽신거리며 안으로 안내
했다.
사원안에 있던 사람들은 스님에게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권했다. 그런데 스님은 앞에 차려진 진수
성찬을 먼저 자신의 옷에 바르고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을 의아하게 여긴 사람들이 물었다.
"맛있는 음식을 드렸더니, 어찌 옷에 바르십니까?"
그러자 스님은 조용히 미소지은 뒤 대답했다.
"사실은 제가 예전에 이곳을 찾았으나, 문지기가 제 옷이 무척 남루한 걸 보고 문조차 열어주지 않습
디다그려. 그래서 좋은 옷을 빌어 입고 나서야 이 자리에 앉아 여러 가지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
었습니다. 이것은 좋은 옷 때문에 생긴 복이라, 먼저 옷에게 음식 맛을 보게 하려는 것이오."
<대지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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