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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첫아이 학교 보내기

by Frais Study 2020. 6. 21.

      1장 입학통지서를 받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올 3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엄마입니다. '내 아이가 어느 새 이렇게 커서 학교에 들
어가나' 하고 생각하니 기쁘고 설레는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막 자랑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면
서도 이런저런 걱정이 앞섭니다. 첫 아이고  보니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또 아이와  내가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입학을 맞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입학통지서
  옆 반 선생님이 첫 아이 입학통지서를 받고 얼마나 기쁘던지 선반 위에 올려놓고 괜히 보고 싶
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내려 가지고 들여다보고  올려놓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쪽지가 어찌
나 신기하고 소중한지 무슨 보물인 양 두 손으로 모셔서 가만히 들여다보고는 또 두 손으로 살짝 
올려놓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부모인들 이와 다르겠어요? 이렇게  기쁘고 설레는 마음 뒤에는 은
근히 걱정도 뒤따릅니다.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 해 나갈까?'
  '동무들은 잘 사귈까?'
  '공부는 잘 할까?'
  '요즈음은 부모 노릇하기도 쉽지 않다는데 내가  뒷바라지를 잘 할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면 그 일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처럼 아이의 입학에 대해서도 사실은 괜한 걱정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 흥분과 걱정을 가라
앉히고 차근차근 생각해 볼까요?
    건강관리
  몸이 건강하지 않고는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기 어렵지요. 시력은 이상이  없나, 치료하거나 뽑
아야 할 이는 없나 하고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요즈음은 축농증이 있는 어린이, 코피를 자주 흘리
는 어린이들이 많은데 이런 것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봤으면 합니다. 이 밖에도 아이에 따라 건강
에 이상이 있는 곳은 알맞은 치료를 해서 입학한 뒤에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바른 생활 버릇들이기
  아이가 늦잠 자는 버릇이 있다면 고치도록 해야 되겠지요. 저녁에 늦게 자기 때문에 늦잠 자는 
버릇이 생깁니다. 아버지가 늦게 퇴근하시는 집은 식구들도 자연히 밤늦게까지 얘기를 하거나 간
식 따위를 먹느라고 아이들이 늦게 잠자리에 들게 되는데 특별한 때가 아니면  10시가 넘기 전에 
재우도록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서 세수하고 옷도 혼자서 입을 수  있어야겠지요. 이도 혼
자 닦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침에 똥을 누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뱃속의 찌꺼기를 시원하게 
쏟아내 버려야 머리도 개운하고 몸도 가뿐해서 그 날 하루 생활이 즐겁습니다.
  요즈음은 어른이고 아이고 똥을 금방 못 누고 며칠씩 지내는데 어른들은 긴장된 생활 탓이겠지
만 아이들은 음식 탓이 크지요. 빵, 음료수, 과자, 육류 따위보다 밥, 국, 김치, 나물같이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게 합니다. 똥을 시원하게 못 누면 다 병이 되잖아요.
  학용품 준비
  가방, 필통, 연필, 색연필, 크레파스, 신발주머니, 실내화들은 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입니다. 
공책은 담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준비하도록 합니다. 연필은 아직 아이들이 손에 힘이 없기 때
문에 심히 무른 것을 쓰게 합니다. 주로 2B 연필을 쓰는데 이것은 담임에 따라  일 년 동안 쓰기
도 하고 한 학기만 쓰기도  합니다. 크레파스는 처음에는 너무 여러  가지 색깔을 사지 않았으면 
합니다. 24색이면 충분합니다. 색연필은 실을 풀어서 쓰는 것, 칼로 깎아 쓰는  것, 꼭지를 돌려서 
심히 나오게 해서 쓰는 것들이 있는데 실을 풀어서 쓰는 색연필이 심도  무르고 색깔도 선명해서 
좋습니다. 색깔도 10~12가지 정도면 됩니다.
  부모 마음도 그렇고 친척들도 입학을 축하해 주려고 이런 물건들을 살 때는  백화점에 가서 사
장 비싼 것을 고르고 싶어합니다. 기쁜 마음에 그럴 수도 있겠지요. 요즘은 직사각형 모양 책가방
들이 튼튼하게 생기기도 하고 색깔도 아주 예뻐서 값은 비싸지만 다들 이 가방을 삽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가지고 다녀야 할 책이랑 준비물이 많다 보니 어린아이들이  짊어지고 다니기에는 가방
이 너무 무겁습니다. 거기다 가방 자체도 무겁고 하니 얼마쯤 지나면 홑겹으로 된 배낭 가방으로 
바꾸더군요. 이럴 때 비싼 값을 치르고 산 가방은 참 아깝습니다.
  어떤 어머니는 예쁜 헝겊으로 가방이나 필통을 직접  만들어 주기도 하더군요. 꼭 가게에서 사
지 않아도 이런 정성이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다니는 양철 필통은 보기에
는 예뻐도 바닥에 떨어지면 소리가 아주 날카로워 듣기가 괴롭습니다.
  학교 돌아보기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식구들이 함께 학교를  한 바퀴 돌아보면 어떨까요? 어디에  무엇이 있나 
대강 살펴봐 두면 입학해서도 낯이 덜 설 겁니다.
  1학년 교실은 어디에 있는지, 화장실은 어떻게 가는지, 교무실이나 강당의 위치도 알아 놓고요. 
학교 생활을 해 나가다 보면 차츰 알게 되겠지만 요.  또 걸어서 학교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조심해야 할 곳은 없나, 횡단 보도를 건너야 한다면 길 건너는 것까지 다시 한 번 주의를 주면서 
말입니다.
  옷과 신발
  아마 옷이나 신발도 대부분 새로 사게 되겠지요. 입던 옷을 빨아 입혀도 괜찮을 텐데 부모님은 
새 옷을 입히고 싶으시겠지요. 옷이나  신발도 너무 고급으로, 비싼  것을 사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옷으로 흙도 묻히고 먼지도 묻히고 앉고, 뛰고, 뒹굴고 할 텐데 옷  때문에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한다면 성격 형성에도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입학하는  날부터 주머니에 휴지 대신 
손수건을 넣어 다니면서 쓰게 하면 좋겠습니다. 손수건은  더러워지면 다시 빨아서 쓸 수 있지만 
휴지는 한 번 쓰고 버리면 그만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물건을  아끼는 버릇을 길러 주는 것은 중
요하다고 봅니다.
  자기 물건 스스로 챙기기
  이제부터는 자기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고 자기 물건은 스스로 정리하고 챙기도록 
합니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읽던 책들도 스스로 제자리에 놓도록 책임감을  심어 줍니다. 자
기 물건에는 제 손으로 이름을 써 붙이게 해도 좋겠습니다.
  화장실 가기
  아이들은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당황해서 엉뚱한 행동을  하는데 똥, 오줌 누는 일도 마찬가집
니다. 제 때에 화장실에 가지 못해 아이가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학교에 가기  전에 화장실 사용
법을 다시 한 번 잘 설명해 주도록 합니다. 똥은 아침에  일어나 꼭 누고 학교에 가도록 하고 오
줌이 마려우면 참지 말고 곧 선생님께 말하고 화장실에 가도록 일러줍니다. 학교 생활이 좀 익숙
해지면 시간을 잘 조절해서 쉬는 시간에 가게 될 겁니다. 또 변을 보고 나면 물을 내려야 한다는 
것도 꼭 일러주세요.
  입학 전 공부
  몇 해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친구가 전화를  걸어 온 적이 있었습니다. 딸아이한테 한
글을 가르쳐 주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고 걱정을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글을 다 아는데 저
만 모르면 얼마나 창피하겠느냐고 하면서요. 친구는 또  학교 들어가서 얼마 있지 않아 알림장을 
쓴다는데 글을 모르면 고통스러울 게 아니냐고도 했습니다.
  알고 들어가서 나쁠 건 없지만 한글을 모르고 들어와도 차차 깨치게 되고  요즈음 같으면 여름 
방학만 지나고 오면 저절로 다 알게 되더라고 했더니 그 친구는 몹시 언짢아했습니다. 저더러 현
실을 모르는 소리나 한다고요. 자기네 아파트 동네에  사는 딸아이 또래들 가운데에는 한글을 모
르는 아이가 없다더군요. 그래도 선생한테 물어 보면 좋은 방법을 알려 주려니 했는데 그냥 두면 
저절로 알게 된다며 한가한 소리나 한다는 거지요. 그 친구가 다시 전화를 하지 않아서 딸아이가 
어떻게 글을 깨쳤는지는 모릅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벌써 네다섯 살만 되면 글자를 익히더군요. 그 전 같으면 마을로, 들로 뛰어다
니느라 도무지 글자를 구경할 새도 없었지만 부모들도 애써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그 전과 많이 달아졌지요. 집안에 있는 시간도 많고 책도 흔
해서 아이들이 글자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아이들이란 원래 알려고 하는 욕구가 강하
기도 하지만 부모님들이 더 열심히, 좀더 어려서부터  글자를 가르치려고 애쓰고 하니 자연 글자
도 쉽게 알게 되나 봅니다. 그런가 하면 이와는 반대로  애써 가르치지 않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학교에 들여보내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야 마찬가지겠지만 일부러 그냥 두
는 분들은 아이에게 스스로 힘들여 글을 배우는 기쁨을 맛보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1학년 교육과정을 보면 3월 한 달은 <우리들은 1학년>이라는 책을 가지고 아이들이 학교 생활
을 재미있고 부담 없이 익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직 연필은 쓰지 않으며, 글자 공부도 색연필로 
책에다 한글 자음과 모음을 따라  쓰게 하고, 숫자도 1에서 9까지  색연필로 따라서 그리게 하는 
정도입니다.
  동화책을 줄줄 읽고 더하기 빼기 까기 배우고 온 아이들은 학교가 여간  시시한 곳이 아니겠지
요. 하지만 학교라는 데가 그렇게  앞서 가는 아이와 뒤처지는 아이가  함께 손잡고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어서 좋은 게 아니겠어요?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교사인 나보다  제 동무들한
테 더 많이 배운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저마다 차이가 많아서 빨리 깨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좀 늦된 아이도 있습니다. 그
러니 꼭 학교 들어가기 전에  글을 깨우쳐야 한다고 조바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제 친구 
걱정대로 '알림장'을 쓸 일이 걱정되긴 하지만  선생님이 아이들 형편 봐 가면서 쓰게  하지 전혀 
할 수 없는데 일방적으로 쓰라고 하지는 않아요.  선생님한테 도움을 받거나 잘 아는 동무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요. 아이에게 그 정도의 시련은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되지 않을까요?
  공부는 아이가 알고 싶어하는 정도나 하고 싶어하는 만큼만 시켜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억지로 끌고 가고, 집어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보다  더 나서고, 앞질러 나가는 어머니의 
욕심이 자칫 아이의 걸음을 방해할  수 있거든요. 너무 많이 아는  아이는 오히려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시시해서 흥미도 없어 하고 대강 하고  맙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떠들고 돌아다니지
요. 이와는 달리 유치원이나 겨우 다니고 집에서 공부를 알뜰히 시키지 않은 아이는 학교에서 하
는 것이 뭐든지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열심히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보는 사람도 즐겁지요. 1학기 
동안은 힘겹게 겨우 따라오던 아이가 여름 방학을 지나고는 씩씩하게 따라오는 걸  볼 때면 그렇
게 귀여울 수가 없어요.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은 훨씬 앞서 가  있고 학교에서는 되돌아와서 다시 시키고  있는 셈입니
다. 무엇을 설명하려면 "그것 벌써  학원에서 배웠어요." 하거나 무슨  문제집에서 풀었다고 하는 
일은 하다하고, 6학년 같으면 훨씬 뒤에 배울 문제나 중학교 가서 배울 것을 가지고 와서 설명해 
달라고 하는 일도 많아요. 학교와 아이들이 뭔가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글씨는 너무 일찍부터 쓰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글씨는 손에  힘이 생겨야 제대로 쓸 수 있
는데 아직 손에 힘도 없는 아이에게 무리하게  글씨를 쓰게 하면 연필을 바르게 잡을  수 없습니
다. 붓 잡는 것처럼 세 손가락을 모두어 잡는 아이도 있고, 연필을 붓 잡듯이 똑바로 세우는 아이
도 있어요. 또 연필심을 너무 가까이 잡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숫제 손을 옆으로 젖혀서 연필을 
뉘어 쓰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까닭은 너무 일찍부터 글씨를 쓰게 하거나 딱딱한 연필
로 너무 많은 양을 쓰게 해서 그렇지요. 또 잘못 잡는  것을 제대로 고쳐주지 않고 그냥 두어 버
릇이 되어 버린 탓도 있습니다. 심이 무른 연필로 아이가  손이 피로하지 않을 만큼만 쓰게 하세
요.
  연필은 심에서 2~3cm쯤에서 잡게 하고 연필을 기울인 각도는 60~68도가 알맞습니다. 그리고 첫
째와 둘째손가락으로 연필을 맞잡고 셋째 손가락은 아래쪽을 자연스럽게 받칩니다.
  글씨를 쓸 때는 왼손으로 공책 아랫부분을  가볍게 누르고 몸은 반듯한 자세에서  약간 앞으로 
숙입니다. 공책은 오른쪽을 15도 정도 올려서 씁니다. 책상에 앉아서 쓸 때는 두  발을 적당히 벌
려서 나란히 놓습니다. 글씨는 천천히 한획  정성껏 쓰게 합니다. 물론 획을 긋는  순서도 맞아야 
하지요.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아이들이 한 반에 2, 3명 정도 있는데 전에는 왼손잡이는 나쁘다고 강제
로 오른쪽으로 바꾸도록 했는데 지금은 인식이 바뀌어 다행입니다. 왼손잡이라고 해서 다 글씨를 
느리게 쓰고 보기 싫게 쓰지는 않아요. 아이에  따라서는 오른손으로 쓰는 아이보다 글씨체도 예
쁘고 빨리 잘 쓰기도 하거든요.
  마음의 준비
  아이에게 학교가 너무 좋고 재미난 곳이라고 과장해서 얘기해 주어도  곤란하지만 반대로 아이 
버릇 잡는다고 말끝마다 "학교 갈 건데 그러면 어떻게 해." "너 그렇게 하면 학교  가서 선생님한
테 혼나." "너 그렇게 공부 안 해서 학교 가면 꼴찌하겠다." 하고 겁을 주지 말았으면  합니다. 안 
그래도 요즈음 아이들은 마음이 약한데, 미리부터 학교에 대해 겁을 먹을  수도 있거든요. 어머니
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기쁘기도  하고 걱정도 되듯이 아이도  똑같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두려움은 더 클지 모릅니다. 그보다는 "00하는 것 보니 벌써  학생 같은데." "동생과 싸우지 않고 
잘 노는 것 보니 학교  가면 동무들과 잘 지내겠구나." 하는  말로 안심시켜 주면 아이는 편안한 
마음으로 입학을 기다릴 수 있겠지요.

      2장 입학하고 나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학교에 대한 첫인상이 앞으로 아이가 학교 생활을 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어
떻게 하면 학교와 선생님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될까요? 또. 며칠 동안이나 학교에 따라다녀
야 할까요?
  입학식
  손꼽아 기다리던 입학식 날이 왔습니다. 온 집안이 들썩들썩하겠지요.  10시에 입학식이 시작되
지만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있나요. 9시 30분이면 운동장에는 아이들과 부모님으로 가득합니다. 빨
리 식을 시작하자고 재촉하듯이 말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는 않지만  아직은 쌀쌀한 3월입니다. 
그 날 다행히 날씨가 좋아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이면 울긋불긋한 옷차림과 맑고 발랄한 목소리가 
온 학교를 가득 메우지요. 얼마나 사랑스러운 지요. 이 날 수백 개의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해맑
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어른들에게 이 고운 아이들을 구김살 없이 
잘 키워야 겠다는 책임감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줍니다.
  이 날 아이들이 받은 학교나 선생님에 대한 첫인상은 어른이 돼서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하
게 남지요. 만약 비라도 내려서 각자 교실에 가서 텔레비전 화면으로 입학식을 하거나 강당이 있
다고 해도 좁은 데서 복대기며 입학식을 하게 된다면 아마 아이들은 첫날부터  학교는 참 지루하
고 재미없는 곳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써야겠고 식구들도 아이의 기분을 달래 주어야겠습니다. 학교 건물도 모두 
네모져서 딱딱한 인상을 주는 데다 4, 5층씩이나 돼서 아이들 감성과는 참 안 맞지요. 자그마하고 
동그스름하면서 아기자기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
  입학식 날 부모님과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갖습니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하고 몹시 궁금해하지요.  학교에서 담임을 정할 때 1학년 선생님은 
특히 신경을 씁니다. 1학년을 맡은 선생님 역시 다른 학년을 맡을 때와는 또 다른 마음가짐을 가
지지요. 입학하는 아이들만큼이나 마음이 설렙니다. 이 날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골
라 입고, 일 년 중  가장 예뻐 보이려고 하지요.  드디어 담임이 발표되면 '어,  남자 선생님이네.' 
'야, 예쁜 처녀 선생님이야. 기분 좋다.' '형, 나이 많은 선생님이잖아. 0반 선생님이 더 좋은데.' '우
리 선생님은 너무 무섭게 생겼어. 혼 많이 나겠다.'  아이들과 부모님은 그 자리에서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기쁨과 섭섭함이  빠르게 오가지요. 아이들은 특히 나이가 
젊고, 단 위에 올라가 무용하는  선생님을 가장 좋아하지요. 그  반 아이들은 은근히 으스댑니다. 
"우리 선생님은 무용 선생님이야.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예뻐. 너네 선생님은 할머니  선생님이지." 
하고 저희 선생님을 자랑하면 놀림을  받은 아이는 속이 상해 울고  싶어집니다. 제 선생님이 더 
늙어 보이고 학교도 싫어집니다. 우리 반 아이들도 운동장에서 함께 무용을 할 때면 무용하는 선
생님을 부러운 듯이 쳐다봅니다. 한 번은 무용은 좋아하지도 않는 개구쟁이가 "선생님도 저기 가
서 무용해요." 해서 한편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편  그 아이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아직은 그렇게 늙었다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입학식한 지 며칠 안 돼서 어떤 여
자아이가 "선생님, 나이 들어 보인다."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크,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했지요. 또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 "우리 선생님은 조금 늙으셨
다." 하고 쓰기도 하고, 내가 "너희들이 하도 떠들고 말을 안  들으니까 조용히 시키느라 목이 쉬
었다." 하면 "에이, 목이 쉬어서 노래를 못 부르는 건 늙어서 그래요." 합니다.
  나 자신은 아직 늙었다고 생각지 않는데  어째서 1학년 아이들은 늙었다고 할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1학년 아이들이 '늙었다, 나이 많다.' 고 판단하는 기준은 자기 부모라는 것을 알았어
요. 제 부모보다 나이 들어 보이면 늙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연세가 50, 60되시는 선생님에 대
해서는 얼마나 거리가 멀게 생각되겠어요.
  그런데 장단점은 다 있습니다. 연세가 쉰에 가까운  어떤 여선생님은 그 전에는 자식 키우느라 
정신없이 지냈는데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이 새롭게 보이고 
가르치는 일이 즐겁고 그렇게 애착이 갈 수 없다며 갓 교단에 섰을 때와 같은 의욕을 보이셨습니
다.
  우리 사회는 너무 새 것,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만 높이 사지 않나 싶어요. 아이가 선생님에 
대해 실망한다면 "선생님은 너와 같이 놀아 줄 동무가 아니고 일 년  동안 공부를 가르쳐 주시고 
보살펴 주실 분이기 때문에 나이 따위는 아무래도 문제없다." 하고 말해 주면 좋겠어요. 어머니께
서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셔야겠지요.
  조금 다른 얘깁니다만 교실은 한 반에 4, 50명, 수도권 지역은 지금도 80명이 넘는 아이들이 뛰
고 움직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몸을 부딪치면서  학급을 운영하고 청소도 함께 하며 살
아가는 교사의 생활이란, 일을 하는 환경이나 일의  내용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노동자
나 거리를 누비는 운전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마 교실에 들러 보시면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있거나 일거리를 싸안고 있거나 연탄불을 피우거나 청소를 하고 있는 선생님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교사가 값비싸고 남 보기에는 아름다우나 활동하는 데는 불편한 옷을 
입고 있으면 그만큼 아이들과 일에 푹 빠지기 어렵지 않겠어요? 질기고 값도 싸서 땅바닥에 엎드
려도 아깝지 않은 옷이라야 해요. 그런데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그것을 잘 모르고 선생님이 얼마
나 옷을 잘 입는 가도 따지더군요.
  학교에 데려다 주기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입학하고 나서 하루나 이틀 정도는 운동장에서 무용도 하고 학교 안 
이곳 저곳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원래 교육과정으로는 입학한  다음 날부터 교실 수업을 하게 되
어 있지만 아이들과 가까이서 낯도 익히고 줄도 서 보게 하려고 운동장 수업을 합니다. 부모님들
도 내 아이를 같은 또래의 여러 아이들과 견주어 보고 살펴볼 기회가 되어서 좋다고 합니다.
  이 때 부모가 꼭 따라와야 하는 건 아닙니다. 유치원을 혼자서 다녔다면 학교도 얼마든지 아이 
혼자 오갈 수 있을 테니까요. 시간이 있으면 오셔도 되지만  형편이 안 된다면 이웃에 사는 동무 
어머니께 부탁을 드리고 그 아이와  함께 다니게 하면 됩니다. 혹  다니는 길이 위험하면 단단히 
주의를 시켜 주어야겠지요.
  가방 챙기기
  입학하고 며칠 동안은 운동장에서 서로 낯을 익히고 나서 교실로  들어갑니다. 가방에다 <우리
들은 1학년> 책과 종합장, 색연필들을 넣어 짊어지고 집을 나서는 아이를  보노라면 비로소 학부
형이 되었다는 실감이 나지요. 가방은 전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챙겨  놓아야 하겠지요. 처음이라
고 어머니가 다 해 주지 마시고 아이와  함께 하세요. 학교에 가지고 가야 할 것들을  챙기는 일, 
가방에 넣는 일을 서로 나누어 할 수도 있고, 아이에게  모두 맡겨 놓고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확
인해도 좋겠지요. 가방도 칸이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으니 이런 것은 여기에 넣으면  좋고, 저런 
것은 저기에 넣으면 좋겠다고 가르쳐 줄 필요가 있지요. 좀 서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어머니
가 다 해 버리면 아이는 언제까지나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연필 챙기기
  입학하고 처음 얼마 동안은 연필이 필요치 않지만 글씨를 쓰기 시작하면 연필이 아주 중요합니
다. 날마다 세 자루 정도는 새로  깍아 보내야 합니다. 연필심은 너무 뾰족하지  않도록 해야겠지
요. 아이들 가운데는 글씨를 쓸 수 없을 만큼 뭉뚝한  연필을 그대로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있습
니다. 집에 연필을 넉넉하게 깍아 놓고 필요할 때 가지고 가게 하면 더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주 
필통을 열어 보시고 연필이 글씨 쓰기에 알맞은지 확인해 보세요.
  요즈음은 연필을 칼로 깎아 쓰는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손으로 깎는 정성과 요령을 아이들에게 좀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어
요. 1학년 때 하기 어렵다면 차차 깎을 수 있게 가르치면 되겠지요.
  과목마다 필요한 준비물
  지난 시절 우리가 보낸 학교 생활을 돌이켜보면 그 때는 책하고 연필하고  공책만 가지고 학교
에 다녔지요. 실험도 말로 설명만 했고 미술 공부도 도화지에 그림만 그리면 됐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는 아이들의 요구나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없어 지금은 되도록 직접해 보
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니 자연 준비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1, 2학년만이라도 웬만한 것은 학교
에서 준비해 주면 경제적 손실도 줄일 수 있고, 학부모와 아이들 부담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텐
데 그럴 형편이 못되니 아쉬울 뿐입니다.
  준비물 때문에 아이들은 아침마다 문방구점에 들러야 하고 알림장은 준비물  적어 주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또, 어머니들은 날마다 알림장을 보고 어떤  준비물이 있는지 살펴야 하는데, 직장에 
나가거나 장사하시는 어머니들은 미처 챙겨 주지 못해 아이가 빈손으로 학교에 오기도 합니다.
  책을 보시고 '어떤 준비물이  필요하겠구나.' 하고 미리 생각해  놓으면 좋겠지요. 또, 학교에서 
내주는 '주간 학습 계획서'에 일 주일치  준비물이 나와 있으니 그것을 보고 미리  집에서 준비해 
두면 더욱 좋지요. 낱말 카드나 숫자카드, 동식물 사진들은 꼭 사서 주기보다 이웃에 윗학년인 아
이가 있으면 물려받아 쓰면 좋겠습니다. 또, 시간이 있으시면 어머니가 직접  두꺼운 종이로 카드
를 만들어 매직이나 크레파스 따위로 써서 주면  더 좋겠지요. 낱말카드도 요즈음은 아이들이 글
자를 거의 익히고 학교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리 오래 쓰지는 않습니다. 두세 단원씩 어려운 낱말, 
새로 나온 낱말들을 골라 아이와 함께 카드를 만들어 보아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준비물을 많이 챙겨야 하는 과목은 <즐거운 생활>과 <슬기로운 생활>인데 <즐거운 
생활>에는 색종이와 두꺼운 도화지가 많이 필요합니다. 물론  가위와 풀도 꼭 있어야 하고요. 이
런 준비물들은 자주 쓰이니까 한꺼번에 많이 준비해 놓으면 아이가 필요할 때마다 가져 갈 수 있
어 아침에 돈을 들고 복잡한 문방구점에 들르지 않아도 되지요. 이웃이 함께 구입해서 나누어 써
도 좋고요. 화장품 담는 통 따위의 직육면체 상자들은 계속 필요하니까 생길 때마다 모아 놓으면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슬기로운 생활>에는 물체 주머니가 필요한데 이것도 형이나 이웃에서 물려받아 쓰면 됩니다. 
집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준비물들을 모아서 주머니에 넣어 주어도 되지만 정 힘들다면 물체 주
머니를 사더라도 어머니가 더 준비해 넣거나  수업 내용에 맞지 않는 준비물은  바꾸어 넣었으면 
좋겠어요. 왜냐 하면 돌의 성질을 공부하려고 하면 아이들은 돌멩이 대신에 아주 가벼운 벽돌 모
조품을 꺼내고 유리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데 모양만 유리처럼 생긴 플라스틱을 꺼냅니다. 그래서
야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지요. 타일도 진짜 타일이 아니라 모양만 타일이지 성질을 알 수 없는 
가짜 타일을 가지고 오더군요. 아마 타일은  깨지기도 쉽고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그런  것 같고, 
유리는 위험하다고 넣지 않는가 봅니다.
  하지만 준비물을 무조건 문방구점에서만 사 주지 마시고 둘레에서 구해서 주면 공부하는 데 훨
씬 도움이 됩니다. 이런 일도 어머니가 맡아서 다하지 마시고 아이에게도 책임을 맡겨 함께 구했
으면 합니다. 또 두꺼운 도화지고, 화선지, 색종이들을 필요할 때마다 사고는 남으면 버리는데 참 
낭비라고 생각이 들어요. 한 장만 필요한데 문방구점에서는 50원에 두 장, 100원에  세 장씩 파니
까 둘둘 말아 가지고 와서는 조금 쓰고 구겨 버리는  일이 많거든요. 그렇게 해서 낭비되는 돈과 
종이도 무척 많다고 봐요. 도화지도 미리 집에 여러 장 사  놓고 쓸 때 필요한 만큼 가져가면 낭
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건에 이름 쓰기
  아이의 물건에는 학년 반 이름을 꼭 써넣도록 합니다. 자기  물건이 새로 생기면 제일 먼저 이
름부터 써넣는 버릇을 들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과서 겉을 종이나 비닐로 쌌는데 그럴 필
요는 없습니다. 비닐로 싸면 감촉도 좋지 않을 뿐더러 돈들이고 쓰레기 만들고 아주 안 좋습니다. 
그냥 이름만 써 가지고 다니게 하세요.
  실내화와 실내화 주머니에도 적당한 곳에  학년, 반, 이름을 써  놓으면 찾기가 쉽습니다. 연필 
따위는 이름 대신 어떤 표시를 해서 잃어버려도 그 표시만 보고 찾을 수 있게  아이와 약속해 놓
습니다. 공책이나 스케치북도 사는 즉시 이름을 써넣었는가 꼭 확인하고 안하면 야단을 쳐서라도 
버릇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학용품이나 물건들은 똑같이 생겼거나 거의 
비슷한데 이름이 없으니 찾아 줄 수 없어서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이들도 '내 물
건이다.' 하고 챙길 생각을 안 해요.
  옷차림과 외모
  텔레비전 탓인지 사는 형편이 나아져서 그런지 겉모양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깨끗하고 
단정하게 다듬는 거야 좋지만 지나친  사람도 있더군요. 아이들을 어찌나  꾸미는지 머리 다듬는 
솜씨가 없는 어머니는 딸한테 핀잔을 받습니다. 긴  머리를 날마다 다듬어 보내려면 그것도 보통 
힘드는 일이 아닐 텐데요. 머리에 하는 엑세서리도 어찌나 많고 자주 바뀌는지 마치 어느 엄마가 
새로 나온 핀과 머리띠를 재빨리  사는가, 경쟁이라도 하듯이 신기하고 예쁜  핀으로 장식합니다. 
파마하지 않은 아이도 보기 드물고요.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고운 머릿결을 
가진 아이는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본래  이렇게 꾸미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합니
다. 다 어른들이 가르친 탓이고 야단스런 텔레비전  탓이지 아이들은 본래 있는 그대로를 보이고 
싶어하지 꾸밀 줄을 모른다고 해요. 단정하고 깨끗하게  외모를 가꾸고 값싸고 튼튼한 옷을 입으
면 충분합니다. 어릴 때부터 몸치장에 시간과 돈을 쏟아 붓게 내버려두는 것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더군요.
  등교 시간
  새 가방에 새 책을 넣은 아이들은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하지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하기 4, 50
분 전에 벌써 교실에 들어옵니다.  부모님이 직장에 일찍 나가시기 때문에  아이도 같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아니면 공부 시작하기 1, 20분 전에 학교에 도착하도록 해 주세요.
  학교는 많은 아이들이 함께 지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일단 학교에 오면  구속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공부만 하게 되는데 4시간만 공부할 아이들은 5시간 하게 되고 
6시간 할 아이들은 7시간을 하게 되지요. 언뜻 생각하면 공부를  더 해서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
만 다 나이에 맞게 공부 시간을 짜놓았는데 시간만 더  늘린다고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요. 선생
님이 일찍 오라고 하는 반이 아니라면 어느 학년이든 등교시간을 알맞게 지키는  것이 하루를 잘 
보내는 첫걸음입니다.
  발표 기회
  어머님들이 보내 오는 글을 읽다 보면 '어머니들이 교육과정이나 학습지도에 대해서 잘 모르시
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들은 그런 것까지 설명할 기회도 없고 해서 무심히 지나가는데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오해나 섭섭함이 생기기도 하겠지요.
  어머님들은 아이의 성적 평가와 상벌에  대해서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시더군요.  또 공부를 더 
시켜달라도 요구하는 분도 계십니다. 궁금해하시는 점을 한 가지씩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즈음은 교육과정이나 학습활동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전에 아이들을 6, 70명 넘게 앉혀 놓
고 주입식으로 가르칠 때는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서울
도 특별한 곳이 아니면 한 반에 60명이 넘지 않고 가장 적은 곳은 학생  수가 40명까지 내려갔고 
수도권 지역은 곳에 따라 80명까지 있다고 하지만 시골은 한 반에 10명도 안 되는 곳이 수두룩합
니다. 이렇게 학생 수가 적어지니 한 아이가 말할 기회가 그만큼  많아졌습니다. 거기다 89년도에 
바뀐 교육과정을 보면 모든 과목에서 계속 아이들이 말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교사가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면 그에 대해 더 이야기가 안 나올 때까지 아이들이 발표하도록 되
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틀린 답을 대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더라도 다 들어주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활발하게 발표를 많이 할수록 교사도 힘이 덜 들고 아이들은 재미있게 공부하게 되지
요. 그러니 기회가 없어 발표하지 못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교사는 아이들이 발표를 많이 해 
주기를 바라는데 아이들이 그러지 않아 애를 먹습니다.  그래서 쉬운 문제가 나오면 평소에 발표
를 잘 안 하던 아이를 얼른 시킵니다. 또 분단마다 아직 발표를 한 번도 안 한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를 시키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교사가 물을 때마다 손을 들며 시켜 달라고 합니
다. 이런 아이들은 아무 때나 잘 하니까 아이들이 손을 많이  들 때는 일부러 기회를 안 주게 됩
니다. 이런 형편인데 발표할 기회를 골고루 달라는  어머님은 아이한테 얘기를 잘못 전해 들으신 
게 아닌 지요.
  아이들은 자기가 발표하고도 잊어버리고 "이번 시간에 발표를 한 번이라도  한 사람 손들어 보
세요." 하면 가만히 있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담임이 누구는 잘 시키고  우리 아이는 안 시킨다는 
말은 옛말이라고 생각하시고 아이가 "선생님은 내가 손들어도 안 시켜 줘." 해도 사실이 아닐 거
라고 생각하시면 틀림이 없습니다.
  상
  상은 어머니들이 성적 다음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십니다.  상은 잘 한 아이를 칭찬하고 게으른 
아이는 자극해서 더 잘하게 만들려고 생겼는데 상 받는 아이는 조금이고 속상하는  아이는 몇 배
나 되니 결코 좋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교사들은 이 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그래도 학교
에서 똑같이 무슨 대회를 치르게 되면 상을 주기가 수월하지만 방학 숙제를  보고 상으로 주라고 
할 때는 정말 곤란합니다. 잘 해 온 숙제는 거의가 어른 손을 거쳤고 그 숙제들을 제쳐놓으면 다 
똑같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모두를 골고루 잘 한 아이와 갈래별로 아깝다고 생각되는 숙제
를 해 온 아이를 한 명씩 뽑아 상을 줍니다. 그러니  언제나 만족스럽지 못하고 상을 줄 때는 미
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또 교사라고 언제나 공평하게 쏙 뽑을 수도 없잖아요.
  될 수 있는 대로 여러 아이에게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게 하지만 일 년을 지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같은 아이가 글쓰기 상도 받고  그리기 상도 받게 됩니다. 또  한 아이가 계속 그리기 상을 
받을 수도 있고요. 반 아이 4, 50명 가운데에서  상을 안 받고 싶어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아무리 
골고루 주어도 반 이상은 못  받게 되는데 어머님들은 나머지  아이까지는 생각지 않으시겠지요. 
내 아이까지는 상이 돌아 왔으면 하세요. 실력이 똑같을 때는  이왕이면 아직 상을 못 받은 아이
에게 주어야겠지만 상을 줄 때마다 상 내용이 다른데 골고루 주어야 한다고 더 잘한 아이를 제쳐
놓기도 곤란하지요.
  잘 하는 아이 부모는 상주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렇지 못한  부모들은 그까짓 상 
있으나 마나고, 정말 이 상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받아 쓰기
  어느 아파트에서 1학년 학부모들이 모여서  반마다 아이들 종합장을 나란히 펴놓고  어느 반이 
무엇을 얼마나 썼는가를 견주어 평가해서 학교에다가 이러고 저러고 의견(?)을  말했다고 합니다. 
이 얘기가 사실이 아니기 바랍니다. 이런저런 소리가 듣기 싫은 1학년 선생님들이 종합장을 똑같
이 써 보낸다면 그래서 말썽날 거리를 없앤다면 마음이 놓이는 일일까요? 프랑스같이  교사가 마
음대로 교과서를 고르고 반마다 교과서가 다를 수 있는 그런 나라 부모들은 어떨까요? 일본도 교
과서가 한 가지가 아니라고 하던데요.
문제는 모두가 똑같아야지 서로 다르면 불안하게 생각하는 우리들 마음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변
화나 다양성, 개성이 무시되고 획일 속에 살다  보니 조금만 다르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
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어요.
  또 어머니들은 아이가 공책에 무엇을 가득 써 가면 공부를 많이 한 것으로 보여 마음이 놓이고 
그러지 않으면 우리 담임은 공부를 제대로 안 가르치는 게 아닌가 하고 블안해합니다. 저는 어느 
방법이 더 좋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많이 쓰면  공부를 많이 한 것이고 적게 쓰면 
공부를 적게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적게  쓴 선생님이 정말로 제대로 안 가르
쳤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받아 쓰기도 자주 하지 않고  종합장도 적게 쓴 선생님이 그 시간에 
딴전만 피우고 아이들을 내버려두었는지, 아니면 아이들에게  다른 활동을 시켰는지 따위를 봐야 
하지 않을까요? 꼭 눈에 보이는 것만 잘 했다고 한다면 우리들 마음이 너무 앝지 않나 하는 생각
이 듭니다.
  89년도부터 시작한 5차 교육과정과 그 전  4차 교육과정은 아주 다른데 그  가운데서도 국어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한 권이던 국어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각각 나누어졌습니다. 교과서 3
권을 가지고  시간을 나누어 하다 보면 받아  쓰기나 네모칸 공책에 글씨 쓰기는 사이사이  짬을 
내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또, 그 전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와서 글을  깨쳤기 때문에 글을 
깨우치기 위해 읽고 쓰기를 많이 시켰지만 지금은 거의 글을 읽고 쓸 수 있어 그 전처럼 안 시킵
니다. 어머니 세대들은 손이 아프도록 글씨를 쓰면서 국민학교를 다녔지요. 바로  얼마 전 까지도 
1학년은 다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남자 선생님은 1학년을 아주 재미있게 잘 가르치시는데  남들이 아이들에게 팔이 
아프도록 베껴쓰기를 시키던 시절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도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글을 잘 깨
우쳐 주더군요. 저는 아이들에게 손이 아플 정도로 글씨를 쓰게  하거나 아직 손목에 힘이 다 생
기지 않았거든요. 쓰기 싫다는 마음이 얼굴에 가득  담기게까지 시켜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봐요. 어머니들이 글씨를 많이 쓰게 해 달라고 하는 까닭을 모르겠어요.
  받아 쓰기도 일 주일에 몇 번 하면 좋은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담임이 아이들의 수준이
나 필요한 정도를 생각해서 어려운 낱말이 많이 나오는 곳은 더하고 좀 쉬운 곳은 덜하게 되니까
요. 부모님들이나 아이들은 점수가 씌어지는 받아 쓰기를 아주 좋아하더군요.  100점 받아서 자랑
도 하고 갖고 싶은 것도 사 달라고 하려고요. 부모님들도  아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 글자를 익히
게 되는가, 다른 글에서도 글자를 틀리지 않고 쓰는가에는 관심이 적고 점수에만 관심을 많이 가
지십니다. 혹시 받아 쓰기와 공책에 베껴쓰기를 많이 하면 글자를 잘 알게 되는 줄로 생각하시는
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아이들이 글과 친해지고 글을 잘 알게 되는 방법은 받아 쓰기나 베껴쓰기 
말고도 많습니다. 저는 틈틈이 교과서 외에 1학년 수준이나 정서에 맞을 만한  전래동요나 시, 고
운 노랫말들을 써 주고 같이 읽고 느낌을 맛보기도 합니다.
  글씨 쓰기는 그 전처럼 글씨체에 신경을 많이 안 쓰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 들어오기 전에 
다 나름대로 글씨체를 익히고 들어오기 때문에 다시 바로잡아 주기 힘들더군요. 그리고 1학년 때
는 아이들 손목에 아직 힘이 다 생기지 않아서 글씨체가 완전히 잡히기는 어렵습니다. 2, 3학년으
로 올라가면서 자리가 잡히지요. 사실 1학년 때는 글씨를 흉내낼 뿐이거든요.
  바른 평가 기준
  지금은 1, 2학년에 시험이 없어져서 아이들을 '잘 함, 보통, 노력 요함' 따위로 평가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읽기가 어떻다, 산수 무엇을 잘 한다.' 하고 한 학기 동안 그 아이가 학습하고 활동
한 것을 수시로 관찰해서 적어 두었다가 학기말에 종합해서 써 줍니다. 그러니 교사도 부담이 적
고 부모님도 자기 아이가 잘 하고 못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요. 물론 이런 평가는 교사의 주
관적인 판단이 많이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교사 마음대로 예쁜 아이는 잘 했다고 
하고 미운 아이는 못 했다고 하는 게 아니라 반에서 그 아이가 하는 모든  활동은 교사와 아이들
에 의해 날마다 확인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아이가 지닌 잠재적 가능성까지 다 알아내지는 못하
겠지요.
  그 전처럼 시험을 보고 '잘 함,  보통' 따위로 찍어 줄 때는  예를 들어 국어를 100점 만점으로 
했을 때 시험 점수는 50점,  나머지 50점은 평소 학교에서 국어를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점수를 
주었습니다. 이것은 실기 평가라고 하는데 이 실기 평가는 한 학년이 똑같이 평가 기준을 정해서 
합니다.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자주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만, 아이는 시험을 잘 맞아 왔는데 왜 
통지표는 수가 아니냐고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실기를 성실하게 하지 않았거나 이론
은 잘 하지만 실기는 못 할 수도 있는데요.
  실기 평가에 대해 좀더 설명하면 대부분 아이들은 시험만 대단하게 여기고 나머지 점수가 달린 
실리 평가는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담임이 설명해도 관심이 없어요. 통지표는  나중이고 지금 
당장 야단맞고 칭찬 받는 것은 시험 점수이기 때문에 시험이라고 하면 대단히 긴장을 하고 한 개
라도 더 맞히려고 하지만 다른 평가는 모른 체해요. 그런가 하면 점수에 예민한 아이는 뭘 할 때
마다 "이거 점수에 들어가는 거예요?" 하고 물어서 맞다고 하면 기를  쓰고 하고 나머지는 또 대
강대강 합니다. 이게 무슨 교육이에요?
  이런저런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부모님들이 이해를 하실 텐데  그러자면 너무 번거롭고 
하니 학교에서는 이 과정을 생략하지요.
  어머님들께서 평가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담임 선생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셔서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셨으면 합니다.

      3장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요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합니다. 재미가  없다는 거예요. 아이의 담임 선생님한테  우리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애를 먹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부시간에도 소리지르고, 돌아다닌
다고 합니다. 혼을 내도 안되는가 봅니다.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 지요.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
  4월도 끝나갈 무렵에 모르는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1학년에 입학했는데 학교 
생활에 재미없어 하고, 학교 가는 것을 마치 어디 끌려가는 기분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는 
학교 안 가고 집에서 책 읽고,  그림 그리고 하면 안되느냐고 한다는 겁니다.  자신들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여행도 많이 데리고 다니면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됐다고 서운해하더
군요. 유치원을 2년 보냈는데 유치원에서 산수도 가르치고, 글씨도 쓰게 하면서 공부를 너무 시키
는 게 싫어서 졸업하기 3개월 전에 그만 다니게 했다고 합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어머니는 아
이나 교육에 대해 바르게 알고, 그대로 실천하려고 애쓰는 분으로 보였습니다.
  이 아이처럼,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는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넓은 운동장이 있고, 
동무들이 많이 있는 학교를 좋아하거든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 학교가 싫을 때도 있지만 
동무들을 만날 수 있고, 날마다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학교가 집보다는  재미있다고 합니다. 그런
데 드물게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재미없어서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도 있고, 선생
님이 무서워서 가기 싫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부모님한테 살뜰하
게 보살핌을 받다가 낯선 곳에 가서 선생님의 손길은 멀지, 여러 아이들과 맞추어 가며 지내자니 
힘들지요. 거기다 공부도 어떤 아이한테는 너무 쉽고, 어떤 아이한테는 너무 어렵지요. 또 개별활
동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듣고, 쓰고 할 때가 많으니 자연 재미가 없을 밖에요. 하지만 4월로 넘어
가면 학교 생활에 익숙해져서 좀 나아집니다. 앞에서  어머니가 전화하신 때가 3월도 아니고 4월 
말인데 이 때쯤이면 학교 생활에 익숙해져서 재미있을 것 같은데 도리어 재미가  없다고 하니 좀 
이상하지요?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3월 한 달은 아이들이 학교에 처음 와서 낯선  선생님과 동무를 낯익
히랴, 새로운 생활에 따라가기 바빠서 재미있고, 없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겁니다. 공부도 <우
리들은 1학년> 책은 날마다 놀이(운동)와 율동과 노래,  그리고 꾸미기 들을 하면서 낱말이나 숫
자를 익히게 되니 변화가 많아  지루한 줄 모르고 보냅니다.  그러다 4월부터 교과서로 들어가면 
재미가 적어지긴 하지요. 어쩌면 이런 아이는 또래들보다 수준이 좀 높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
다. 글자도 다 알고 재미있는 동화책도 많이 읽은 아이한테는 학교 책에서 배우는 낱말이나 내용
들이 훨씬 재미없어 보일 수도 있지요. 산수도 너무 쉬워서 시시하고요.
  또 교실에 들어오면 자기 마음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똑바로 앉아야 되고,  선생님을 쳐다보고 
얘기를 잘 들어야 하고 공부시간에는 마음대로 어디 갈 수도 없습니다. 자기 스스로 무엇을 하기
를 좋아하고 창의력이 높은 아이일수록  틀에 박히고, 누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생활을 싫어 
하지요. 아이가 이런 까닭으로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면 숙제 외에는 공부를 시키지 않는 게 좋습
니다. 그 아이가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공부보다는 다른 데에 재미를 붙이게 합니
다. 마음에 맞는 동무를 사귀어 이야기하며 학교에 오가고 같이 놀고 같이 공부하다 보면 집에서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할 겁니다. 또, 조용히 자기 할 일을 빈틈없이  해내는 아이는 선
생님이 '저 아이는 스스로 잘 하니까.' 하고 믿고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선생님과 의논을 해서 선생님이 한두 번 여러 아이들 앞에서 능력을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면 금
방 활기를 찾고 즐거워합니다.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 가운데는 지금까지 식구들이 저만 위해 주어서 무엇이든 마음대로 
했는데 학교에 가 보니 자기 위치가 형편없는데  대해 불안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는 
잘 타이르면 얼마 안가서 괜찮아집니다.
  선생님이 무서워서 가기 싫다는 아이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은 학교 건물
도 마찬가지지만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낯설기 때문에 무서워합니다.  다른 반에 심부름을 
보내면 무서워서 혼자 못 가겠다고 하지요. 한 일 년쯤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처음에는 익숙
지 않겠지요? 선생님에 따라서는 아주 엄격하신 분도 계시긴 합니다만 그런 분이라고  해서 처음
부터 끝까지 엄격하기만 할 수는  없지요. 조금 시간이 지나다보면  무서운 선생님한테도 따스한 
웃음과 재미가 있다는 것 알게되고 그러면 자연히 선생님이 좋아지게 됩니다.
  이런 아이보다 조금 더 심각한 아이가 있는데 '학교 기피증' 이나 '학교 공포증' 을 가진 아이입
니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이런 아이들이 많지 않아 통계라든가 치료 사례가 알려진 것은 없습니
다. 제가 겪어 봐도 담임 눈에는 좀처럼 띄지 않습니다. 학교에 와서는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
기 때문이지요. 대신 집에 가서 어머니한테 신경질을 부리고 학교 가기 싫다고 하고, 선생님이 무
섭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학교에 올 때는 한바탕 소동을 부립니다. 학교에 와서는 그런 모습
을 보이지 않는데 잘 보면 눈을 자주 깜빡거리고, 얼굴을  찡그렸다 폈다 하는가 하면 괜히 고개
를 뒤로 확 젖히기도 합니다. 정도가 더 심해지면 아침에  교실에 들어와 칠판에 자습 문제만 보
거나 시험만 친다고 하면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그리고 기분이 일시에 확 바
뀌고요. 특히 학기초만 되면 이런 증세가 반복됩니다.
  이런 아이는 소아정신과에 간다든지 해서 좀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겠지요. 이런 아이는 대
부분 마음이 몹시 약합니다. 엄살도  심하고요. 또, 어머니가 아이에게  거는 기대는 높고 아이는 
힘에 부치거나 마음이 약해서 어머니의 기대를 채워 주지 못할 때 이런  병적인 행동으로 도피한
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병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어머니요. 고칠 수 있는 사람
도 바로 어머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좀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틀에 박힌 생
활에서나마 융통성을 갖게 되고 그 속에서 재미도 찾게 되니까요.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
  1학년을 맡고 보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몇  명씩 보입니다. 책상 밑에 들어가서 나오
지 않으려고 한다든지, 의자에 앉지 않고 서 있는 아이, 자꾸 돌아다니는 아이...
  어느 반이고 이런 아이가 2~3명 정도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은 학교 가기 싫다고 하
지는 않아요. 학교에 가서 질서를 지키는 일이나 규칙적인 생활 또는 여럿이 함께 지내는 생활을 
못 견뎌할 뿐이지요. 웬만한 아이는 참고 지내다 보면 점점 괜찮아지는데 정말 참기 어려운 아이
가 가끔 있습니다. 그런 아이가 반에 있으면 담임이나 그 반 아이들은 무척 힘들지요. 부모님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괴로워하시고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해결점
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입학하고 며칠은 운동장에서 보냈기 때문에 몰랐는데 교실에 들어와 며칠 지내다 보니 한 남자 
아이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습니다.  그 아이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앞 뒤 아이에게 자꾸 
큰 소리로 "야, ㅇㅇ야 있잖아..." 하고 말을 걸거나 역시 조용히 공부하고 있는데 "야, ㅇㅇ야. 우
리 어제 엄마랑 아빠랑 노래방에 갔다..." 해서 조용한 교실 분위기를 깨버립니다. 그러니까 이 아
이는 조용한 분위기가 싫었던가 봅니다. 또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소리치며 온 교실을 뛰
어 다니기도 하고요. 이 아이와는 좀 다르지만 한 남자  아이 역시 뒤에 있는 아이에게 성가시게 
말을 걸어 공부를 방해했습니다.
  말로 타일러 보았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아이들은  아직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두  아이를 앞으로 나오게 
해서 반 아이들과 같이 '공부시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쉬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여
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곳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앞에 나온 아이들에게는 "이제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공부했으니  지킬 수 있겠니?" 했
더니 지키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그러면 '어머니, 도와주세요.' 하는 쪽지를 
보내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정도가 심하지 않던 아이는  그 다음부터 무척 조심하고 잘하려고 애
를 쓰는데 한 아이는 여전했습니다. 곧 학부모 총회가 열려서 그 아이 어머니가 오셨기에 말씀을 
드렸더니 깜짝 놀라셨습니다. 아이가 예민한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그 때부터 그 아이 부모와 함께 아이를 타이르면서 바로  잡아 보려고 해를 썼습니다. 아이도 부
모님께 학교에 가서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은 더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교실에서 소리치고 뛰지 않는 대신에, 공부 
시간에 동무들에게 "야, ㅇㅇ야." 하고 말을  걸지 않는 대신에 공부하다가 그  전보다 훨씬 듣기 
괴로운, 괴상한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막 비틀어댔습니다. 그래도 성에 안  차면 걸상에서 일어섰
다 앉았다 하는데 저러다 어떻게 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반 아이들도 그 아이의 이상
한 행동을 보고 불안해하였습니다. 얼마 안 있어 아이는 아버지 직장을  따라 외국으로 갔습니다. 
저는 그 아이 일로 크게 깨쳤습니다. 질병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 일에도 정확한 진단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고요. 두 아이가 보여준  행동은 비슷했지만 그 원인은 서로  달랐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하는 원인을 없애 주어야지 그럴듯한 치료법만 들이대 봤자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더
욱 심각하게 왜곡된 행동을 하게 되더군요.
  이만큼 심한 아이는 흔하지 않지만 1학년 아이들 가운데는 잠시도 한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성인다거나 무엇을 집중해서 하지 못하는  아이는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삶의 
양식이 다양해지는 만큼 가정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의식도 복잡 다양하고 그에 따라 아이들이 경
험하고 배우는 세계도 그 전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아이들이 있게 마련
이지요. 실은 학교가 아이들에게 맞춰야 하는데 도리어 아이들이 학교에 맞추어야 하니 아이들로
서는 고통일수밖에요. 4, 5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한 곳에 앉혀 놓고 똑같은  책을 가지고 똑같은 
방법으로 가르치는데요. 그러면서 그 많은 아이들이  똑같이 행동하기를 바란다면 각각의 개성과 
창의력을 지닌, 자유로운 아이들에게는 애당초 맞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습니까? 학교 
생활이 맞지 않아 몸부림치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아프고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처럼 자연을 가까이 두고 여러 형제들 속에서 자란다면 별 문제가 없을 텐데 요즈음
은 한두 명의 자녀를 살벌한 도시에서  키우다 보니 아이들이 여기저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면도 있겠고요.
  어쨌든 이런 아이는 지나치게 예민해서 전체 속에 묻혀버리는 자신을  어떻게든지 나타내지 않
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 또 낯선 교실 낯선 동무들이  자기를 압도하는 것 같은 불안을 잊기 휘
한 몸부림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라면 좀더 신중하게 다가가야겠지요. 인내심을  가지고 담임 
선생님과 힘을 합쳐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전체 속에 자기  위치를 알게 하는 일입니다. 자신도  전체 속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만 있다면 아이는 오히려 편안하고 든든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
지가 쉽지 않고 어른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가 마음을 덜 다치고 그 길에 닿을 수 있을까 하고 고
민해야겠지요.
  이 정도로 심한 아이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금까지 자라온 생활 태도에 문제가 있다
고 봅니다. 아이가 하나라고 너무 오냐오냐해서 길러도 여럿이 함께 하는 생활을 조화롭게 해 나
가지 못합니다. 둘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제 편이었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학교
에 오면 그게 안 되잖아요. 또 집에서나 유치원에서 소란을  피워도 제때에 고쳐 주지 않아 버릇
이 된 아이도 있습니다. 또 요즈음은 어머니가 품에 안고 젖을 먹이지 않아서 아이들이 천방지축
으로 뛰어다닌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영상매체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들뜨고 소란스러워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집에서  너무 엄하게 키우거나 얌전히 있으라고 다그
치는 아이도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 어머니가 집에서 아이만 키우는데도 버릇을 잘못 들여서 아이가  규칙적인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면 그것은 부모에게 책임이 큽니다.  처음부터 예절 바르고 바른  판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웠으면 뒤늦게 아이와 부모가 고생하지 않을  텐데 '귀여워서', '크면 괜찮겠지.' 
하고 쉽게 생각한 탓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늦긴  했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하나하나 새로 가르쳐
야겠지요. 이 때 금방 나아지지 않는다고 야단해서는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니 잘못했을 때보
다 잘했을 때 크게 칭찬하고, 그렇게 하면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편하고 좋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지만 선생님과 함께 힘을 합쳐야 일이 쉽습니다.
  아이들이란 순간순간 다르게 바뀌기 때문에  너무 작은 일까지 기뻐하고  걱정해서는 곤란합니
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유연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정성을 들이는 만큼 쉽게 적응해 
간답니다. 어른들이 하기에 따라서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서 강제로 적응할  수도 있고, 마
음을 다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학교 생활에 젖을 수도 있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적어 보이
지만 아주 큰 차이가 있답니다.
  내성적인 아이
  요즈음 아이들은 그 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활발합니다. 자기 생각을 주저  없이 표현하지요. 
어떤 아이는 종일 입을 열어  놓고 지내기도 하고요. 활발한 성품이  지나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도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종일 말 한 마디 제대로 한 하고 집에 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
들이 너도나도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야단들인데 조용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고맙
기도 해요.
  어머니들 가운데는 아이가 남보다 목소리를  크게 내고, 앞에 나서야  상대방을 이기지 조용히 
있으면 뒤처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 반에, 남자 아이 하나가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잘 말하지는 못 하지만 운동을 잘 하고 기운이 세서 반 아이들 가운데서  대장 노릇을 합니
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아이가 내성적이라며 안타까워하시더군요.
  내성적인 아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습니다. 얌전한 성격이어서 말을 많이 하기 싫어하는 아이도 
있고, 자신감이 없어서 말을 잘 못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천성이 조용히  지내기를 좋아하는 아이
라면 굳이 바꾸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감이  없어 자기를 숨기려는 아이들은 남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누가 흉을 보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부터 먼저 하지요. 이런 아이는 억지로 말을 시
키거나 사람들 앞에 끌어내기보다 자신에  대해 자신감부터 갖게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이에 맞게 찾아야겠지요. 다른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 주는 일, 예를 들어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이기고 행동한다는 따위 얘기들을 차근차근  얘기해 줘도 좋겠습
니다. 물론 단번에 태도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좀더 시일이 지나야 하지요.
  아주 심하게 내성적인 아이는 사람들이 두렵기도 하고 누가 뭐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겹쳐 있어서 바로잡아 주는 데 시간이 좀더  걸리지요. 어머니가 아이를 도와주려면 어머니 자신
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숨기려 하지 않아야겠지요.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완벽한 모습만 남에게 
보이려 한다거나 "그렇게 하면 남이 흉보겠다." 하는 식이라면 아이에게도 영향이 있지 않겠어요.
  이런 아이들은 동무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자기가 선뜻 끼여들지도 못하지만 함께 어울
리려면 서로 양보해야 하고, 감정을  맞추어야 하고, 싸우기도 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지요.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요즈음은 얌전하면 손해다."  "내성적인 성격으로는 
사회 생활 하기 힘들다." "내 성격이 그래서 너무 싫은데 아이만은  꼭 고쳐 주고 싶다." 제 경험
으로 보면 어머니들이 너무 서두르시고, 아이들에 대해 모르시기 때문에 걱정하신다 싶어요. 조금 
이르고 늦는 차이지, 마치 꽃들도  한날 한시에 일제히 피지 않고  저마다 피는 순간이 다르듯이 
아이들도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격이 바뀝니다.  3학년에 입이 안 떨어지는 아이가  없고, 4학년에 
뛰지 못하는 아이가 없을 정도로 3, 4학년만 되면 부모님도 놀랄 정도로 아이들이 바뀝니다. 늦어
도 6학년, 중학교 1학년까지는 전에 조용하고 수줍어 말못하던 성격이 활발하게  바뀝니다. 그 동
안에는 둘레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탐색을  하고 일단 다 파악이 되면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얻어 적극적이고 활발해지지요.  자라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심하게 위축을 받아 성격을 바르게 펼 수  없었던 아이가 아니면 조금도 걱정을 안  하셔도 됩니
다. 태어난 지 7년밖에 안 된 아이를 삼십 년 넘게 산 어른의 생각으로 봐서는 안되지요. 좀 답답
하더라도 참고 지켜보면서 힘을 북돋워  주면 아이들은 다 좋아집니다.  그리고 무조건 활발하고 
말 잘 하는 사람만 이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아이가 가진 성격에 맞게 키워야 가장 
좋다는 점도 잊지 마십시오.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는 아이
  지금까지 장사를 하시거나 공장에 나가시는 어머니는 많이 봤지만 일반  직장에 다니시는 어머
니는 학교 선생님 정도였는데 올해 우리 반에는 간호사 두  분, 은행원 한 분 해서 3명의 어머니
가 직장에 다니고 계십니다.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던 규정을  여론의 힘으로 바꾸고 
난 뒤 계속 직장에 다니신 분들의 아이들이 이제 학교에  들어오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이런 아
이들은 점점 늘어가겠지요.
  어머니가 직장에 다니시는 아이들은 대부분 성격이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편입니다. 물론 어
떤 아이는 아주 활발하고 적극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 있게 나서기를 주저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까지 함께 사는 아이나 혼자 있는 아이나 차이가 없더군요. 그걸 보며 어머니가 곁에 
있으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아이한테는 
어머니가 곁에 있어 주면 제일 좋지요.
  그러나 이제는 어머니가 아이들 곁에서만 살 수  없는 시대 아닙니까. 그러니 직장에 다니면서
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고 나라 정책도 이 부분에  소홀하지 말아야 하겠
지요. 학기초에 간호사인 여자 아이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직장에 다니니 시간을  내서 담임을 찾
아보는 일이 쉽지는 않았겠지요. 아마 오래 전부터  벼르고 별러 윗분과 동료들께 양해를 얻어서 
오셨을 겁니다.
  그 어머니는 시부모와 시누이까지 함께 살기 때문에 아이 키우는 데는 큰  도움을 받고 있는데
도 둘째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직장을 그만두려고 했다더군요. 직장에서 이룬 지위라든가 경
험이 아깝기는 했지만 맏이인 남자아이가 자기 초등학교 입학할 때  느꼈던 서운함을 얘기하면서 
동생한테는 그런 아픔을 주지 말라고 어머니 직장  생활을 말린다고 했어요. 그 어머니는 자기가 
직장에 다닌 관계로 맏이인 남자아이가 몹시 마음이 여리고 대범하지 못해서 그 동안 가슴아팠다
는 얘길 하며 우셨습니다. 둘째인 딸아이한테까지 가슴  아프게 할 일을 생각하면 어머니 마음이 
어떻겠어요.
  그 여자아이를 한 달 동안 지켜봤더니 담임한테 몹시 관심을 끌려고 하고  저한테 관심을 쏟아 
주지 않으면 쉽게 토라져 버리곤 했습니다. 어제 다쳤다고 좀 봐 달라고 손가락을 내밀어서 보면 
보일락말락할 만큼 긁힌 자리를 가지고 내가 어루만져  주고 위로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내가 바
쁘고 정신이 없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라치면 그 여자아이는 곧 기운이  쑥 빠지고 샐쭉해져서 
다른 일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아요. 담임으로서는 크게 부담스러운 아이지요. 저에게만 끝없는 관
심을 보여 달라고 하니까요.
  그 날 그 어머니께 여러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집에  돌봐 줄 사람들이 있으니 직장 생활을 
계속하시라고, 어머니가 직장에 다닌다고 가슴아프게 생각하시지 말고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또 5학년인 오빠한테는 <백범 일지>나, <안중근 전기>같이 어려움을 꿋꿋이 이
겨낸 분들에 대한 책을 권하고 우리 반 여자아이한테는 반 아이들에게 똑같이 사랑을 나누어주어
야 하니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지만 선생님은 성희를 정말 좋아한다는  말을 전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힘을 합쳐 잘 해 나가자고 약속했습니다.
  그 이후 성희는 나에게 말을 자주 걸기는 해도 저만 봐 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았고 아주 힘차
게 자기 일을 잘 해 나갔습니다. 어떤 때 내가 서운한 말을 해도 별로 마음에 새기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어머니가 걱정을 안 하셔도 스스로 설 수 있을 만큼 자기의 삶에 단단히 뿌리를 내렸습
니다. 그걸 아는 어머니도 무척 기뻐하시지요. 이런 경우는  크게 성공한 예에 속합니다. 저는 성
희를 이렇게 강하고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었던 힘은 담임인  저보다 어머니한테서 나왔
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담임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선생님은 너를 진심으로 사랑   
하신다. 다만 그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 줄 수 없을 뿐이다." 하고 아이에게  자신 있게 얘기해 주
었기 때문에 그 아이와 내가 일체감을 가질 수 있었지요.
  직장에 나가시는 어머니는 담임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아이를 함께  키운다고 생각해야 합니
다. 담임은 그저 일시적으로 아이를 편하게  해 주고 준비물을 잊고 못  가져 왔을 때 챙겨 주는 
정도가 아니라 그 아이 스스로 자신의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스스로 설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
다. 어머니가 직장에 다니시는 아이들은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 오지 못할  때도 있고 공책을 안 
가져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연필도 못 가지고 오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로 아이는 기가 죽기
도 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도 같이 안타까워하며 쩔쩔매기보다는 아이한테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
며 오히려 대범하게 대해야 합니다. '내 아이가 이러니 선생님이 싫어하시겠지.' 하는 마음은 접어 
두고 선생님께 전적으로 믿고 의지한다는 어머니 마음이 아이와 선생님께  전해질만큼 신뢰를 하
면 아이도 안심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냅니다.
  자주 쓰는 준비물은 넉넉히 갖추어 놓고 공책이나 연필도 아이가 필요할 때는 꺼내 갈 수 있도
록 준비해 놓으면 좋습니다. 일하는 어머니를 위해 아이들을 마음놓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시설들
이 많이 생겨야 할 텐데요.  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기른다는 생각들이  정말 필요하고 그것을 곧 
실천에 옮겨야겠지요. 더 늦기 전에.
  공부를 잘 따라 하지 못하는 아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어머니들은 하루도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길을 잘  건너는지, 차에 
다치지는 않을지, 선생님 말씀은 잘 듣는지 따위로 끝이 없지요. 이런  걱정도 걱정이지만 부모로
서 제일 속상하는 일은 아이가 공부를 잘 하지 못할 때라고 합니다. 또 하나는 뭣 때문인지 선생
님한테 매를 맞고 왔을 때고요. 우리 반 아이 일기를 좀 보기로 하지요.
1993. 11. 10 수요일 흐림
속상한 일
  나는 오늘 시험지에 60점과 80점을 맞아서 속상했다. 기분이 안 좋았다.  어머니도 시험지를 보
시고 기분이 안 좋으시다고 그러셨다. 아버지도 그러셨다. 나는 다음에 도 시험지가 있으면 100점 
맞을 거다. 이광행
  산수 배운 데를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개인별로 알아보려고 10문제씩 내주는 시험을 몇 번보고 
채점해서 돌려주었습니다. 사실 그런 평가를 하는 뜻은 교사가 지도자료로 삼기 위해, '어느 문항
을 아이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가?' '어느 아이가 어떤 문제를  못 하는가?' 를 알기 위해 하는 건
데 아이들과 부모님한테는 곧바로 기쁜 일도 되고  속상한 일도 되어 버립니다. 비교적 이지적인 
어느 선생님도 자식에 대해서는 절대로 객관적일  수 없다고 힘주어 말씀하시던데 이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저야 아주 객관적으로 아이들을 볼 수 있지요. 이것을 잘  하는 아이, 저것을 잘 하는 아이, 이
것을 못 하는 아이, 저것을 못 하는 아이, 그래서  아이들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해요. 어느 아이
는 받아 쓰기를 하면 철자법을 다 아는지 하나도 안 틀리고 쓰는가 하면, 어느 아이는 일기를 쓰
면서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해요. 평소에 웃음 한 번 안 보이는 시무룩한 아이가 만들거나 꾸미기 
할 때 보면 놀랄 만큼 잘 해서 다시 보게 됩니다. 개구쟁이인데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를 해줘도 딴전을 피우는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는 제법 몰두하거든요. 그래서 나
는 다시 한 번 '자연은  다 조화롭구나?' '사람도 태어날 때는  다 이렇게 조화로운데 자연스러운 
그대로 자라게 하지 않고 억지를 쓰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세요. 속상해하시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아이들은  계속 변하니까요. 1, 
2, 3학년까지는 잘 하고 못하고를 가릴 필요가 없다고 봐요. 이 때는 잘 하고 못하고를 가려서 기
뻐하고 속상해하기보다 그 이후를 튼튼하게 받쳐 줄 기둥을 세우는 때라고, 탐스런 꽃을 피울 수 
있게 숙성시키는 때라고 생각하면 이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실 수 있겠지요. 그저 아이들이 
하는 하나하나를 놀랍고 고마운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철자법, 띄어쓰기 못 
해도 당연하고 공책 정리 못 한다고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웃집 아이는 잘  하는데 왜 우
리 아이는 못 하나.' 하시는데 한 가지만 놓고 보지 마시고 여러 방면에서 잘 하고 못하고를 평균
해 보면 분명 똑같을 거예요. 그리고  사람은 저마다 다 다르고, 독특한 존재인데  누구와 견주어 
이렇다 저렇다 하면 개인의 특성이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지요.
  우리 반 남자 아이 가운데 산수 빼기 '11-4' 라든지 '19-2+5' 를 하라고 하면 막 당황하면서 무
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요. 나는 그 아이가 빼기를  못 해서 걱정이라기보다 빼기를 못 한다
고 마음에 그늘이 질까 봐 더 걱정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산수 문제만 보면 꽉 막히는 그 아이
가 일기 글감은 기막히게 잘 잡아 써 오거든요.
  아이들은 배운 내용을 그 때 제대로 알지 못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깨닫고 터득해서 알
아 가는데 부모님들은 그 학년에서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받아 쓰기도 100점, 산수도 100
점 하십니다. 부모님들은 무엇이든 못 한다고 마구 걱정하시지 말고 잘하는 일을 가려 칭찬해 주
고, 빨리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좀 놔두면 어느 순간에 깨닫게 되니 좀 기다려  주세요. 무조건 내
팽개쳐 두라는 말이 아니라 못하는 데에만 매달리지 말고 맞춤법이 서툰 아이는  책을 읽게 한다
든지 일기를 쓰게 해 보세요. 산수 이해력이 느린 아이는  자연 현상에 대해 관찰하게 하거나 다
양한 경험을 갖게 해도 좋습니다. 스스로 궁리해 보는 기회를  많이 주어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해서 좀더 폭넓게 공부를 하다 보면 그것이 다 좋은 밑거름이 되지요.
  사람은 지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우리 아이
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더욱 더 그렇지요. 경쟁만이 판을 치는 이 살벌하고 메마른 현대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은 지식이 많은 사람이나 계산이 빠른 사람보다 남까지도 따뜻이  싸안을 수 있
는 따뜻하고 꾸밈없이 깨끗한 마음을 지닌 사람입니다.
  동무 사귀기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어머니들은 '우리 아이가 동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고 몹시 걱
정합니다. 혹시나 동무들한테서 따돌림을 받고 외롭고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면 큰일이니까요.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은 동무가 참 중요합니다. 마음에 맞는 동무들이 있으면 학교 생활
이 훨씬 즐겁지요. 그래도 1학년 아이들은 또래나 또래 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습니다. 다
정한 동무를 만들지 못해도 외로운 줄 모르고 잘 지내거든요. 1학년은 아직 '나하고만 친한 동무', 
'우리끼리' 라는 의식이 형성되는 단계는 아니고 두루두루  어울립니다. 오늘은 이 동무와 놀다가 
내일은 저 동무와 놀기도 하지요. 싸움을  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또 같이 놀고,  잘 놀다가도 
갑자기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기도 합니다.
  1학년 아이들에게는 좋은 동무, 싫은 동무가 따로 없어요. 그러니  만약 어머니가 "누구하고 놀
지 마라." 하면 아이는 이해를 못 하지요. 1, 2학년 동안은 탐색기라고 할까요? '누가 나에게 맞을
까?', '나를 어떻게 또래들에게 맞출까?' 하고 살펴보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동무들과 
어울리며 동무들을 이해하고, 자기를 맞추고 또 자신을  바꿔가는 시기이므로 이 때에 많은 아이
들과 어울리게 해야 나중에도 동무들을 잘 사귈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여러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 마음에 맞는 아이 한두  명하고만 노는데 이
런 일은 좋지 않습니다. 그 아이가 이사라도 가버리면 그만 동무가 없어져 외톨이가 되고 맙니다. 
3학년 때까지는 따로 집단을 이루지 않아서 그런 대로 지낼 수 있지만 4학년이 되면 자기에게 맞
는 아이들하고만 어울리는 경우가 많아지지요.  그래서 그 때까지 두루두루  동무를 사귀지 못한 
아이는 친한 동무가 가고 나면 어디고 끼이지 못하고 외롭게 됩니다.
  동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가운데에는 또래들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를 편하게 받
아 주는 어른이나 손위 아이들과는 잘 노는  아이가 있어요. 왜냐하면 또래들과는 자주 싸우기도 
하고 감정을 맞추려면 힘이 드니까 자기를 편하게 해 주고 무조건 받아  주는 언니들하고만 놀려
고 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미리부터 또래들하고 사귀려  들지 않는 아이는 내버려두지 말고 또
래들과 어울리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남을 받아 줄줄도  알고 나를 남에게 맞출 줄도 아
는 융통성 있는 사람으로 자라니까요.
  어머니들은 아이가 너무 순하고 착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당하기만 할까 봐 걱정합니다. 그러나 
괜한 걱정입니다. 순한 아이들은 남을 귀찮게 하지 않기 때문에 동무들이 서로 같이 놀려고 하고 
짝이 되고 싶어합니다. 목소리 크고 기운이 세지만 아이들을 얕보고 잘난 척하는 아이는 언뜻 보
기에는 따르는 아이들이 많아 보이지요. 하지만 아무도 그 아이와 같이 안 놀려고 하고 학습활동
도 같이 하려고 하지 않아 그 아이가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이라도 착한 사람
은 알아보니까요.
  이렇게 여러 동무들과 어울려야 할 시기에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
습니다. 방과후에도 시간표가 꽉 짜여 있기 때문에 집이 같은  방향이 아니면 아예 같이 놀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천상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들 가운데서 마음 맞는 한두 명하고만 어울리기 마
련이지요. 동무들과 잘 어울리게 하려면 어울려 놀 기회가 많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요즈음 아이들이 얼마나 동무를 사귀기 어려운지 한  번 보세요. 우리 반에 얌전한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집이 바로 학교 운동장 옆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우리 
반 아이가 한 명도 없었어요. 원래 얌전한 그 아이는 언제나 혼자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집
이 좀 멀면 함께 걸어가는 동안에 마음에 맞는 아이를 사귈 수도 있는데 집이  학교 부근이니 그
럴 기회도 없었지요. 요즈음은 1학년 아이들도 한 시부터  학원에 가면 다섯 시나 돼서 돌아오니 
아이들은 동무도 학원에서 사귀고 집이 가까운 곳에 있는 아이하고만 지내게 됩니다.
  늘 외롭게 지내는 아이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1학년을 마치고 말았는데 학년이 끝날 무렵에 그 
아이 어머니가 보낸 글을 보니 어머니도 아이가  동무 없이 지내서 무척 가슴아팠다고 했습니다. 
아이 스스로 동무를 사귀지도 못하는 성격이니 담임인 내가 알맞은 아이를 골라  일부러 라도 동
무를 만들어 주었더라면 하고 아쉬워하셨습니다. 나도 그  정도는 생각을 못 했는데 어머니가 그
렇게 생각했다면 진작 담임에게 뜻을 알리거나 아이에게 동무로 사귀고 싶은 아이가 누군지 물어
서 어머니가 그 아이를 집으로 불러 함께 놀면서 사귀게라도 했더라면 동무가 생겼을지도 모르지
요. 아무튼 요즈음은 동무도 자연스럽게 사귀지 못하고  이렇게 억지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 세상
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싸움
  1학년 아이들한테는 싸움도 일종의  놀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싸움이 붙어 아무리 말려도 안 들어 나는 그만 화가 나 있는데 내 화가 풀어지기 전에 저
희 둘이 먼저 언제 싸웠느냐는 듯이 같이 웃고 해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그뿐 아닙니다. 
집에 가려고 복도에서 신발을 갈아 신다가 싸움이 나서 가방을  둘러멘 채 복도에 뒹굴면서 싸우
는 걸 가만히 보면 정말 미워서 아프게 때려 주겠다는 얼굴이 아니고 반은 웃음이에요. 남자아이
들은 그렇게 힘겨루기를 하면서, 몸으로 부딪혀 가면서 상대방을 탐색하나 봅니다.  물론 잠시 후 
다시 내다보면 옷을 툭툭 어깨동무하고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이들 가운데는 순해서 남을 한 번도 귀찮게 하지 않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장난으로, 재미로 
남을 툭툭 치고 못살게 구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는 부모님이 각별히 주의를 주고 타일러
야겠어요. 또,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을 귀찮게 합니다. 저는 장난으로 그러지만 당하는 아이는 
여간 속상한 게 아닙니다. 집에 갈 때면 가방을 잡아당기고 별명을 지어 부르고 해서 여자아이들
은 곤욕을 치르지요. 이런 일을 당하는 아이 어머니는 속이 상하지요.  그래서 홧김에 전화로 "아
이 교육 좀 잘 시키세요." 하고 화를 내게 되는데  그러면 전화 받은 어머니도 속이 상하고 맙니
다. 어머니가 시킨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아이들이 무슨 나쁜 계산이 있어서 놀리는 것은 아니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주의를  시켜야겠다고 하면 괴롭힌 
아이 어머니도 굉장히 미안해하며 아이를 단단히 나무랄 거예요.
  또, 아이들 싸움은 시작부터가 장난이었기 때문에 잘잘못을 가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로 상대
편이 먼저 그랬다고 하니까요. 그러니 정말로 힘센 아이가 약한 아이를 힘으로 괴롭히는 그런 싸
움이 아니면 어른들은 나서지 말고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4장 학교 밖에서는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요
  아이가 학교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1학년 때부터 학생으로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도 버릇 
들여야 할 것 같고 공부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외에 공부를 더 시켜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
어요. 시험이 없어지니 좋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책상 앞에 앉는 버릇
  이제 긴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12년 또는 16년 동안 학생으로 살아가
게 되지요. 이처럼 긴 학교 생활 가운데 첫 출발점이 1학년 때부터 학생으로서 지녀야 할 바람직
한 태도를 어렴풋이 나마 알아두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1학년 아이들은 일일이 시키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이 나이에
는 놀이가 중심이지 공부 같은 건 전혀 필요치 않거든요. 어른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하지 
않은 일도 해야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그럴 필요  없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너 왜 공부 안 하니?" 하고 야단치는 어른이 우습지요.
  그래도 학교 생활을 시작했으니 좋은 버릇을 들여  줄 필요는 있습니다. 학생이면 반드시 하루
에 얼마 동안은 책상머리에 앉아야 하니까요. 사실 우리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전혀 그럴 줄 몰
랐지요. 또, 그럴 필요도 없었고요. 학교 갔다 오면 동생 돌보고 소먹이러 가고 감자 깎고 아궁이
에 불 넣고, 그러고 나서 틈이 나면 놀았지요. 요즈음 아이들도 이런 일을  한다면 굳이 공부라는 
멍에를 씌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부가  아이들 생활이요 일이 되었으니 공부와 친
해야 되지 않겠어요?
  처음부터 숙제가 있으면 하고 없으면 책을 펴보지도 않는 태도는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삼십 
분이면 삼십 분, 한 시간이면 한 시간 날마다 일정한  시간만큼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 놓고 스스
로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자기 책임을 다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마음껏 놀게 합니다. 그 시간은 
숙제를 해도 좋고 숙제가  없으면 책을 읽거나  예습 복습을 하면  좋겠지요. 어머니들은 무조건 
"숙제 있니?" "숙제 했니?" 하고 다그치면서 아이들을 책상머리에 앉히려 하는데 그다지 좋은 방
법이 아닙니다. 숙제가 없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로  자라서는 안되지요. 1학년한테는 
좀 어렵겠지만 언제나 자기가 할 것을 스스로 찾아 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버릇을 들이면 좋겠습
니다.
  아이들이 입학하고 얼마 동안은 무척  피곤해합니다. 집에 와서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다음 날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하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3, 4시간 긴장해서  두뇌 활동을 분주
히 하고 왔는데 또 문제집 풀어라, 뭐 해라 하면 아이는 정말 지칩니다. 휴일날도 되도록 힘든 여
행은 삼가고 일찍 재우도록 합니다. 아이가 말하기 싫어하면 굳이 학교 생활을 꼬치꼬치 묻지 않
는 게 좋습니다.
  스스로 하는 아이
  요즘에는 아이들이 좀체 스스로 궁리해서 무엇을 하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정신차
릴 새 없이 하도 많은 것을 배우다 보니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다거나, 무엇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해 볼 여유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1학년 때부터 이러니 학년이 올라가면 더하지요. 
네댓 살짜리 아이를 보면 끊임없이 놀잇감을  끄집어 내오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하지 무엇을 
할 줄 몰라 가만히 있는 적이 없는데 큰 아이들은 "심심해요. 심심해요." 하면서 스스로 일거리나 
놀 거리를 찾아 하지 못합니다. 정말 큰일입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하는가를 잘 살펴보시고 저 혼자 무엇을 궁리해서  할 때 칭찬
을 아끼지 마세요. 그러면 아이는 또다시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서 하게 됩니다.  우리 반 남자아
이가 공책 뒷장 빈칸에다 네모 칸을 그리고  시간표를 다 적어 넣어 가지고 와서 "저  이거 했어
요." 하고 보여주기에 크게 칭찬을 했습니다. 또 한 남자아이는 저녁에 문득 생각나서 만들었다면
서 두꺼운 종이에다 놀이판을 그려 왔습니다. 쉬는 시간에 동무들과 하려고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했으니 얼마나 기특한지요. 이렇게 스스로 궁리해
서 만들고 그려 보는 가운데 창조력이 싹트지 않을까요?
  따로 시키는 공부
  아이들에게 그 나이에 맞게 무엇을 얼마나 가르쳐야 좋을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머
니 말씀대로 달리 무엇을 더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고 막상 가르치려고 하면 별로 없습니다. 어머
니들은 아이들이 시키지 않으면 안한다고 하시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 어른 마음에 들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본래 어른보다 훨씬 새로운 것을 알려고 하는  마음이 강합니다. 어
른들은 귀찮아서 꼼짝 않고 누워 있어도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잖아요?  그런 아이들이 
점점 학년이 높아 가면 그만 아무 것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고, 시키지 않으면 꼼짝도 안하는 무
기력한 아이들이 되고 맙니다. 왜 이렇게 될까요?
  어떤 어머니는 시험이 없어졌으니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씀하시던데  그것이 혹시 글짓기 
학원에 보내고 영어 공부시키고 피아노, 미술학원 같은  데에 몇 군데씩 보내시겠다는 얘기가 아
닌가요. 조기 교육이 좋다고 하지만 다 알맞은 때가 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은 다른 것보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자기 일을 어느 정도  가늠해 가게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을 따라가는 정도만 해도 됩니다.
  저학년도 학교에서 특별활동을 시켰으면 하는 분도 계시던데 이런 일은  학교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정부 당국에서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학생 수도 적어야 하고 시
설도 있어야 하고 지도 교사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야겠지요.
  공교육에서 아이들을 잘 키우자고 진지하게 논의하고 투자해야 하는데 아직도 부모들의 열망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지요. 교과목 외에는  전적으로 사교육에 떠넘기고 있는 설정이니 
부모님들은 남들이 다 가르치는데 안가르칠 수도 없고 알맞은 곳을 고르기도 쉽지 않고 물질로나 
마음으로나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입니다. 이제 학교에서도 수업시간 외에 따
로 예능 교육을 한다고 하니 두고 볼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너무도 많이 가르치는 세상에서 좀 가르치지 않았으면, 꼭 가르쳐야 할 것 
말고는 아이를 좀 내버려두었으면 하고 소용도 없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사람은 본래 억지로 가
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의 깨달음이나 스스로 필요하다
는 생각에서 알아내기도 하고요. 그걸 어떻게 믿고 기다리느냐고요? 정말 그게 어렵지요.
  도움이 될까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미술  학원에 다니면 다닐수록 아이들 그림이  아주 재미가 
없어지더군요. 글짓기 과외를 하는 아이들도 마찬가집니다. 글이 너무 재미가 없어  읽고 싶지 않
을 정도예요. 글이고 그림이고 아주 도식적이고 석고같이 굳어 있어요. 1학년은 아직 괜찮지만 계
속 올라가다 보면 그렇게 되더군요. 무엇이든 가르친다고 다 좋은 일은 아니지요.
  학원 보내기
  아이들이 얼마나 바쁘게 사는지는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일이지요.  어떤 1학년 아이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요즘 아이들은 우리 자랄 때보다 불쌍해요. 배우는  것도 보통 두 가지
가 넘거든요. 놀 사이도 없어요." 이 아버지는 자기 아이 이야기를 마치 남의 일 이야기하듯이 하
는데 그 속에는 자기 아이를 해방시키려는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내몰면서도 자신은 그 일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 반  아이가 쓴 글을 같이 
보지요.
바쁜 날
  나는 학교 끝나고 집으로 곧바로 왔다. 그리고 미술 학원에 갔다. 오늘에 그릴  것은 잠자리 관
찰 그림을 그리는 거였다. 바탕만 물감으로 칠하고 나머지는 크레파스로 칠했다.  나는 책상을 치
우고 준태를 기다렸다. 준태도 빨리  했다. 그렇지만 준태는 틀린 게  3개나 있었다. 나는 하나도 
안 틀렸다.
  그리고 준태와 나는 민영이네 갔다. 그런데 오늘은 민영이네 차 나고 가지 않고 걸어서 민영이
네 엄마와 같이 책나라에 갔다. 왜냐 하면 민영이네 엄마가  우리를 데려다 주시고 전철 타고 다
른 데로 가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책나라에서 책을 읽고 종합장에 글씨만 썼다. 오늘은 빨리 끝났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와 있었다. 나는 민영이와 준태와 우리 엄마와 같이 택시 타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바로 태권도 심사 보러 갔다. 태권도에 가니까 형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품세
를 하나도 안 틀렸다. 다른 형아들도 품새를 안 틀렸다. 그리고 엄마도 왔다. 나는 태권도를 끝내
고 엄마와 같이 집으로 왔다. 오늘은 정말 바쁜 날이었다. 이성민
  1학년 아이가 학교에서 미술 학원으로 글짓기 학원으로 태권도장으로 하루 네 군데로 뛰어다닙
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 생화리 이와 비슷할 겁니다. 이 글을 읽기만 해도  숨이 차는데 아이는어
떻겠어요. 그 전에 맡았던 2학년  남자 아이는 일 주일 동안  여덟 가지를 배운더군요. 바이올린, 
그림, 영어, 산수, 태권도...
  학원 시간들은 학교가 끝나면서 곧 시작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여유  있게 하지 못
합니다. 공부가 끝나기 전에 학원 가야 한다고 조르거나 여러 가지를 배우는 아이는 끝종이 울리
기 바쁘게 가방을 챙겨 놓고 한 걸음이라도 빨리 가려고 동동거립니다. 청소라도 있는 날에는 아
무렇게나 휙휙 쓸고는 뒷정리는 다른  아이에게 미루고 달려갑니다. 늦게  가면 학원 선생님한테 
혼난다면서. 이래서는 학교 공부고 학원 공부고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또, 모둠끼리 무슨 발표를 하려고 해도 아이들이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어 준비를 할 수 없습
니다. 아이들은 동무들과 어울려 자료를 모으고 토론도 하고,  연극이나 합창, 합주 같은 것을 서
툴게나마 연습해 솜씨를 보여 주는  가운데 서로의 재주를 찾아 내지요.  더욱이 여러 사람 앞에 
자신을 표현해 보임으로써 자신감도 얻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학교 다니면서 이런 기회를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아이들의 성장에 크나큰 도움이 되는데 그런 것을 다 막아  버리고 무엇을 가르
치겠다는 셈인지 모르겠습니다. 안다는 것은  깨쳐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인데 요즈음 교육은 
깨우칠 여유도 없이 아이들에게 자꾸 밀어 넣기만 하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 글을 한 편 더 보겠습니다.
1993. 9. 27. 월요일 맑음
  나는 오늘 놀려고 하였다. 그런데 못  놀았다. 왜냐 하면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건 
뭐냐면 학교 갈 준비, 학교 가기,  피아노 학원 가기, 두리두리 산수를 하고  놀려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안 된다고 하셨다. 왜냐 하면 영어 선생님이 오시기 때문이다. 기다려도 영어 선생님이 오
시지 않았다. 좀더 기다리다 보니 저녁때 영어 선생님이 왔다. 이번에 저녁이 되어서 못 논다. 김
현령
  아주 어려서부터 자기 생각은 가져 보지 못하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떠밀리며 자란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이며, 이웃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을 가질 수 있
겠어요? 또 창조적인 생각은 언제 싹이 틀까요?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삶의 본질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그것이  이웃이나 만족 전
체에 이익이 되고, 나 혼자만 잘 살려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있지 않을까요. 남이
야 어찌 되든 나와 내 아이만 잘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학벌과 연줄을 성실함보다 더 가치있
게 여기는 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다들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한탄하면서도 잘못된 
사회를 만드는 일을 거들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서 바로잡지 않으면 누가 해 주
지도 않는데 너도 나도 남의 탓만 합니다.  그러면서도 잠시라도 머뭇거리면 자기 아이가 낙오되
고 말 것 같은 초조감에 아이들을 이리 저리로 내몰지만 그것은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
기 때문이며 배우고 알게 되는 원리를 모르고 하는 잘못입니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일수록 자기 스스로 궁리해서 해 보고 실패와 성취감을 경험해야 합니다. 
또 제 나이에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고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그 삶이 후회  없고 풍요롭습니
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미래를 앞당겨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지금처럼 죽어라 이것저것 배우다 어른이 되면 또 살아가기 위해 정신없이 일에 쫓깁
니다. 일생을 이렇게 산다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삶이 과연 이 모양이라면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어른들은 나중에 편히 살기 위해 지금 준비해야 된다고 하지만 어른이 
돼서 생활에 쫓기지 않고 즐기면서 여유 있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언제  이 강제로 가르
치기 행진이 좀 멈추게 될까요?
  영어 공부
  입학식이 끝나고 아이들과 첫인사를 하는데 "안녕하세요?" 하는 대신에 "굳 모닝" 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면서  "티춰, 하 아유" 합니다. 아이들이  일상으로 
쓰는 말 가운데에도 영어가 무척 많습니다. 이런걸 보면 영어 배우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
을 알 수 있습니다. "너희들 왜 그렇게 영어를 쓰니?" 하고 물으면 "우리 어머니가요, 2학년 때부
터 학교에서 영어 배운다고 미리 공부하라고 했어요." 하더군요. 높은  사람들이 불쑥불쑥 던지는 
말 한 마디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요즈음 우루과이라운드다, 개방화다, 국제화다 하는 말이 자주 나오면서 우리 기분에다 우리 나
라가  넓은 세계 한가운데로 떠밀려와 있는 느낌이 들고 이제는 우리 나라, 남의 나라 구분이 없
어질 것 같은 생각마저 듭니다. 이렇게 앉아  있다가는 다른 나라에 형편없이 뒤처지지나 않을지 
초조감마저 생깁니다. 이런 초조감은 국제어가 된 영어를 열심히 배우면 깨끗이 해결되리라는 착
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어머니들은 그냥 있다가는 내 아이가 이 사회에서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 할까 봐 불안하기 그
지없습니다.
  윗사람들이 개방화 시대에 맞춰  당장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들떠서  말할 
때, 국제화가 곧 외국어 공부 열기로  가서도 안된다고, 전국민이 다 영어로 살아갈  것도 아닌데 
그렇게 어려서부터 영어 가르치기에 열을 올린다는 것은  시간 낭비요, 돈 낭비라고 반대하는 사
람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영어 가르치기를 탐탐치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 말씀은 이렇습니다. 어려서부터 가
르치면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두 말을 한꺼번에  익히려면 익히는 속도가 늦어지기도 하고, 어
쩔 수 없이 한 쪽 말은 얼마간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요. 그러면 우리말은 늘 쓰는 말이니까 저절
로 익히게 될 테니 신경을 덜 쓰게  되고, 자연히 영어에 더 많은 시간과 정신을  쏟게 되겠지요. 
그러면 그 아이는 어려서부터 영어는 두려움 없이 익혀가겠지만 우리말을 몸 전체로 받아들여 자
기 것으로 만들어 말과 글과 사람이 온전히  한국 사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우리말과  글도 영어
(외국어)식으로 익히게 되기 쉽고 그러면 자연 생각(의식)도 외국식으로 되어  어정쩡한 한국인이 
되기 십상이지요.
  말에는 그 나라 문화와 의식이 담겨 있기 때문에 남의 나라 말을 익히려면 우리의 의식과 문화
를 그 나라식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어른이라면 두  나라의 문화와 의식을 조화시킬 수 있겠지만 
어린 아이들은 그럴 수 없지요. 그러니 자연 국적 없는 아이가 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몇 안 되고 이미 거의 모든 부모님들은 영어 가르치기에 불
이 붙은 것 같습니다. 어떤 조사에 주부들 90%가 어려서부터 영어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답했
다고 하니 말입니다.
  실제로 반 아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영어를 배우고 있고 말을 자주 해봐야 된다고 일상으로 영
어를 많이 섞어 쓰기도 합니다. 또 외국인을 보면 자기 영어 실력을 뽐내 보려고 달려가 말을 걸
기도 합니다. 산에 갔다가 본 일입니다. 여섯 살쯤 된 사내 아이를 젊은 부부가 데리고 왔는데 외
국인을 보고 그 아이가 뭐라고 영어를 중얼거린 모양입니다. 아이 아버지가 "잘 아는 사람한테는 
하이유? 하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하우두유두? 하는 거야. 겁내지 말고 외국인을 보면 네가 아
는 말을 시험해봐." 하고 가르쳐 주더군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영어 배우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음은 이것으로도 증명이 되더군요. 이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한반도가 영어 배우기 열기로  가득 차겠어요. 배워서 나쁠 것은 없
겠지요. 또 설사 전국민적 영어 배우기 열기는 이만저만 낭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미 막을 수 
없습니다.
  나는 일찍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가르치고 계시는 분들에게 이 말씀을 드리
고 싶습니다. (아이가 내 나라 말과 글을 완전히 다 익힐 때까지 그렇게 서두르지 않겠다거나, 제
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그렇지 제대로 가르치기만 하면 중학생이 되어서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
시는 어머니들한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만.)
  우리말과 글 공부를 더욱 열심히 철저히 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우리말이니
까 저절로 익힐 텐데 뭐 특별히 가르칠 게 있을까? 하실지 모르지만 그렇게  소홀히 생각하는 사
이에 아이는 우리의 민족정서가 담긴 우리말을 제대로  못 익힐지도 모릅니다. 영어와는 달리 우
리말에는 움직씨나 어찌씨같이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을 아주 세밀하게 나타내는  말들이 잘 발달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아까운 말 가운데 이제는 쓰이지 않는 말이 많습니다.
  보기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매우, 아주,  굉장히, 무척, 엄청나게' 이  말은 뜻은 거의 같지만 
각각 느낌이 다르고 그래서 쓰일  곳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들 글을 보면 몽땅 
'매우' 밖에 쓸 줄 모릅니다. '아주'가 들어갈 자리에도, '무척'이 들어가면 더 좋은 곳도 모조리 '매
우' 한 가지만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 어휘력이 아주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다 영어 교육 탓은 아니지만 외국어 교육을 하는 동안에  우리말 교육이 소홀해지고 
있고 이미 알던 우리말도 외국어에 맞추어  단순화시키고 있습니다. 풍부한 어휘력은 사고력이나 
문장력 역시 풍부하게 해 줍니다. 그것은 곧 인간성과도 무관하지 않을  테지요. 영어를 가르치기 
전에 꼭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집에서 가르칠 일
  1학년뿐 아니라 윗학년 아이들 가운데에도  집에서 배워야 할 기본적인 것조차  배우지 못하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몸에 익혀야 할 것을 못 배운 채 학교에 와서 여럿
이 함께 지내자니 이만 저만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머니들은 아이들 교육은 몽땅 학교 선생님들에게 맡겨버립니다.  공손한 인사나 말씨, 
어른에 대한 예절, 쓰레기 아무데나 버리지  않기, 절약하기 들 모두를 가정에서 어느  정도 몸에 
익히고 학교에 와서는 확인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모두 선생님한테 미루더군요. 아이들이 부모말
을 안 듣는다는 거예요. 왜 아이들이 부모가 바르게  시키는데 안 들을까요? 요즈음 아이들이 나
빠졌을까요? 아닙니다.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어른과 비할 수 없이  순수하고 거짓이 없습니다. 
지금 어른들이 권위를 잃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이 믿고  존경하지 않을 만큼 이 사회와 어른들
은 아이들을 못살게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선생님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아이들이  부모 말은 안 들어도  선생님 말은 그대로 
지킨다고 하시지요. 하지만 한  사람을 만드는 데는 가정의  분위기와 부모님의 가르침이 99%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물자가 너무 흔해서 그런지 요즈음 아이들은  도무지 아낄 줄을 모릅니다. 아무리 넉넉
해도 아끼는 것은 아름답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었으면 합니다.
  자기  물건에는 이름을 꼭 쓰게 하고, 색종이, 두꺼운 종이 들은 남으면 모아 뒀다가 다시 쓰게 
해 주세요. 또 찰흙판 따위는 한 번 사서 계속 쓰게 하고 남이 버린 물건이라도 쓸 수 있으면 더 
쓰게 하고요.
  잘 살펴보면 아껴 쓸 수 있는 물건이 아주 많습니다.  아끼는 버릇은 아주 어릴 때무터 철저히 
가르쳐야 합니다. 공책이나 연필 따위 학용품을 너무 많이 준비해 놓아서 아이들이 이런 것을 대
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공책 한 권, 연필 한 자루도 알뜰하게 쓰게 합니다. 말로는  잘 안 되는 일
이니 어른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겠지요.  아이들에게도 학용품을 알맞게 주어야지 많이 
주면 잘 아끼지 않습니다.
  버릇없는 아이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 눈으로 보려고 마음 먹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 
군요. 어떤 때는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설 때도 있어요. 오늘 있었던 일을 한 
번 들어 보세요. 제 생각이 잘못인지요.
  아침에 학교에 가니 수줍음 많고 마음이 여린 현령이가 상자를 하나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습니
다. "선생님, 이거 아이들한테 하나씩  나누어 주고 남는 건 선생님  드시래요. 곶감이에요." 상자 
속을 보니 쨀쭉쨀쭉하고 말랑말랑한 곶감이 담겨 있었어요.  입안에 넣기만 하면 사르르 녹을 것 
같았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 살 때 집옆에 감나무가 있어서 홍시고 삭힌 감이고 곶감이고 마음껏 
먹고 자란 저는 지금도 과일 중에서  감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 곶감을 언제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까? 하고 생각하다 쉬는 시간이 좀 긴 둘째 시간 뒤에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고 나머지
는 내가 먹기로 했어요. 아이들 가운데는 곶감을 잘 먹어 보지 않아서 입에 넣지 못하고 손에 들
고 있는 아이도 있어서 "곶감은 맛도 좋지만 영양가도 많고  약을 치지 않아서 더 좋다. 꼭 먹어
라."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려니 두 아이가 곶감이  남았으니 더 달라는 거예요. 저는 안  된다고 했지요. 
그래도 굳이 달라고 해서 "너희들만 줄 수  없지 않니?" 하면서 안 주었어요.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쫓아왔습니다. 끝내 안 주자 한 아이는 얼굴을 붉히며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선생님은 뚱돼
지다. 왜 더 많이 먹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나는 곶감이 담긴 통을 창가에 두었는데 그 아이들은 선생님이 안 볼 때 훔쳐  먹자고 하며 뚜
껑을 열다가 다른 아이들이 일러 주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더 먹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안 먹는 아이들 것을 네 개나 더 먹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일을 어떻게 봐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습니다. 화도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한 개씩 더 줄걸.' 하고 후회했지만 그렇게 생각해서 될 일인지 지금도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이 가져 온 빵을 나누어 줄 때도 꼭 자기만 더 달라고 막무가내로 조르는 아이가 있습
니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요 몇 년 동안 학년에 관계 없이  겪는 일입니다. 전에 아
이들은 그런 일이 없었어요. 어른이 선생님이 '똑같이 한 개씩만 주겠다.' 하면 그대로 받아들였지 
조르거나 뺏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거든요.
  아이들이 이렇게 크면 다른 어른은 물론 부모까지도 무시하려 들지 않을까요? 제  생각이 너무 
지나친가요? 좋게 생각하면 '아이들이니까 그렇지. 다 크면 어른 아이 구별하게 되는  걸 괜히 어
른이랍시고 대접받고 싶어 그러지.' 하며 스스로 반성도 해 봅니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렇게 커서 
어른이 된다고 잘할까?' 하는 생각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요즈음은 아이들이 한두 명인데다가 할아버지 할머니와도 같이 살지 않으니 아이가 제일이잖아
요. 먹을 것은 제일 먼저 주고, 아이들이 먹고 남으면 다음에 어른이 먹고  그러니까 아이들은 어
디서나 자기가 먼저, 더 많이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요. 시험지나  공책을 나누어 주어도 
두 손으로 받는 일은 드물고 한 손으로 빼앗듯이 잡아당겨 가져가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이런 일뿐 아니라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집에서  배워야 할 것을 못 배운 아이들이  참 많습니
다. 가정교육이 안 되고 있어요. 집에서 기본으로 배워야 할 버릇들까지 새로 가르치려니 힘이 듭
니다. 더구나 어른에 대한 예의  따위는 자라는 동안에 보고 듣고  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야 
하는데 교사가 말로 가르치려고 하니 참 막막하더군요. 말을 가려서 하는 일, 여러 사람과 양보하
고 협동하는 생활, 어른인 선생님 말을 따르는 공손함, 이런 점이  요즈음 아이들에게는 아쉽습니
다. 말이 났으니 조금 다른 얘기지만 할게요. 1학년을  맡고 나서 놀란 점이 있어요. 아이들이 그 
전 아이들하고는 다르게 자기 주장이 분명히 서 있어서 교사가 아무리 좋다고  시켜도 자기 마음
이 내키지 않으면 듣지 않더군요.  입학하고 운동장에 서서 무용을 하는데  한 남자 아이가 잠바 
지퍼를 열어 놓아 옷자락이 펄럭거려서 무용하는데 거치적거릴까봐 지퍼를 잠가  주었는데 그 아
이는 곧 다시 열어 버리더군요. 이런 일 말고도 "이렇게 하지?" 하면 "싫어요." 하며 제 생각대로 
하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분명한 주장은 한 편으로는 높이 살 일이지만 어른 말이라고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생각
은 맹목으로 따르는 것보다 나을 게 없지요.
  어쨌든 어릴 때부터 사람되는 공부를 가르치기 전에 영재교육이다 뭐다  해서 글자교육만 죽어
라 해대니 예의 있고 정 있는 아이로 크기는 어렵지요.
  자기만 아는 아이
  <몽실언니>를 쓰신 권정생  선생님께서 몇 년  전 어느 강연회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이들을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려고 하지 말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으로 키웠으면 합
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훌륭한 사람입니다." 하고요. 참  선생님다운 통찰력이었습니다. 신문이고 
방송에서 들려 주는 소식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 얘기가 빠질 새가 없잖아요. 아이들을 보
면서 '저렇게 맑게 자라서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되지? 하는 생각과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모두 착
하게 살 거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 봅니다. 아이들은 모두가  순수하고 곱지만 그래도 한 반에 몇 
명은 아주 반 전체를 못살게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보겠습니다.
  도무지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일수록 쓰레기는 왜 그
렇게 많은지요. 앉은 자리 아래에다 못 버리게 하면 책상 속에 가득 넣어 놓아 다음에 그 자리에 
앉는 아이를 불쾌하게 만듭니다. 그까짓 버릇 하나 못 고치냐고 하시겠지만 안 되더군요. 내가 잠
시 잔소리하는 걸 잊어버리면 금방 수북이 쌓아  놓습니다. 심하게 야단치면 그치려나 하고 망신
도 주어 봤지만 그래도 소용 없었습니다. 그런 아이일수록 다른 사람 흉을 잘 보고 학급 일에 협
조도 잘 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것은 집에서 어머니가 가르쳐야 할까 봅니다.  교사가 그 
아이한테만 매달릴 수도 없으니 어느 선에서 단념하고 말거든요.
  다음으로 제일 힘든 아이가 아이들을 자주 때리고  귀찮게 하는 아이입니다. 아이 자신은 장난
으로 툭툭 친다고 하는데 당하는 아이들은 이만 저만 괴로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아이들은 공부
시간에도 늘 소란스러워 교사와 아이들을 괴롭게 합니다.  자신은 남을 귀찮게 하면서도 다른 사
람이 자기를 놀리거나 건드리면 참지 못하고 때려서 울립니다. 이런 아이도 도무지 고칠 수 없습
니다. 내 반 아이인데 어디 딴  곳에 따로 놔 둘수도 없고  타이르고 야단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아이와 싸우느라 다른 아이들을 돌볼 사이가 없습니다. 이  아이는 이런 생활을 즐기는 것 같
기도 합니다. 모른 척하면 고칠까 하고 무관심 하려고 하지만 그러면 아이들을 더 때려서 울리거
나 심하게 떠들어 도저히 참지 못하고 화를 터뜨리게 됩니다.
  물론 어머니와 몇 번씩 의논해 보았지만 어머니도 아이에게 화만 낼 뿐 원인을 찾지 못합니다. 
"내가 뭐라 했니? 학교 가서  잘하라고 했지?" 하고요. 이런  행동을 하는 까닭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얌전하게 행동해서 칭찬을  받고 관심을 끌려고 하는 아이와 마찬가
지로 이상한 행동으로 교사의 관심을 끌려고 그러기도 하고, 기운도 세고 잘하는 것도 많은데 실
제 학교에서는 함께 맞추어 다같이 잘 하자는 곳이니 자신의 존재를 두드러지게  뽐낼 기회가 그
리 많지 않다 보니 어떻게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서 그러기도 하고요. 가정에 문제가 생겨 부모
가 그 전만큼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 주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과 불만도 원인이 됩니다. 또, 버
릇이 잘못 들어서 그렇기도 하고요. 야단만 치기보다  관심을 보여 주고 말로 타이르기도 하지만 
이런 아이들일수록 감정의 변화가 심해서 교사도 한없이 맞추어 줄 수 없다  보니 행동을 고치기
는 어렵습니다. 부모가 공부를 심하게 시키고 잘 하는 동무와 비교하면서 재촉하는 아이 역시 남
에게 피해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억압된  마음을 풀려고 합니다. 1학년  때는 이렇게 심한 행동은 
나타나지 않지만 비슷한 아이는 있습니다.  한 반에 한두 명밖에 안되지만  반 전체를 일 년동안 
휘젓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작은 일이 아니지요.
  이건 좀 다른긴 합니다만 청소  같은 힘들고 지저분한 일은 안  하려고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대부분 공부를 잘 하는 아이나 반장이나 부반장 아이들이 잘 그러는데 어떤  아이는 복도 먼지까
지 남김없이 쓰는데 자기는 걸레 하나 들고  왔다갔다합니다. 청소하는 태도를 보면 빗자루를 휘
둘러 먼지만 일으키거나 장난으로 다른 아이들을 방해만  합니다. 청소도 못 하지만 하겠다는 마
음이 서 있지 않습니다. 허리  굽혀 쓸고, 정돈하고 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마음 
자세로 무슨 일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에서 장군, 공무원, 의사에 이르기까지 이 세
상에 어떤 직업에도 그 밑바탕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봉사 정신을 깔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바른 가르침을 받고, 남을 나와 같이 존중하고 더불어 잘 살아야 한다는 믿
음으로 자란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살기 어지러운 세상은 안될 텐데요. 그래도 저는 우리 반 아이
들은 자라서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5장 공부는 어떻게 도와 줘야 할까요
  집에서는 아이의 공부를 얼마나 도와 주어야 할까요? 일기 쓰기 지도나 독서 지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목에 따른 학습 지도
  95년부터 1, 2학년 교과서가 바뀝니다.  그렇지만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새 교육과정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1학년 아이들이 입학해서 한 달 동안 배우는〈우리들은 1학년〉책이라고 합니다. 전에는 전
국 어린이들이 똑같은 책으로 공부를 했는데 새 교육과정에서는 각 시 도에서 지역 사정에 맞게 만든 책으로 
공부를 한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이제는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큰 테두리만 정해 주고 학교마다 학교 실정과
지역 사정에 맞게 교육과정을 운영해 나간다고 하니 그게 더 큰 변화가 되겠지요.
  그러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집에서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할지 몇 과목을 들어 얘기해  보겠습니
다.
  3월 한 달 동안 배우는〈우리들은 1학년〉에서는 글자를 읽고 쓰는 공부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주로 생활 
지도에 관한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긴 학교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여럿이 모여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
야 하는지, 또 학생이 된 어린이 자신의 생활은 어떻게 해 나가야 할까하는 것들이지요. 학교에 있는 여러  시
설물들을 사용하는 방법이라든지 운동 기구를 안전하게 쓰는 법, 규칙과 질서 지키기, 동무들과 사이좋게 지내
기, 예절 생활에 관한 것들입니다.
  〈우리들은 1학년〉을 배우는 동안 집에서도 그 날 배운 것을 물어 보고 다시 한번 세심하게 지도해 주었으
면 합니다. 예절이나 기본 생활 지도는 한두 번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되풀이해서 말하고 행동으로 보여 주어
서 아이들 몸에 배게 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공손하게 인사하는 법을 배우고 와서 오늘 배운 것을 자랑하며 그대로 할 때 "○○아, 오늘 공부 
참 잘 했구나." 한다든지, 음식을 먹을 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면서 어른들이 먼저 드시면 다음에 따라 먹겠다
고 했을 때 크게 칭찬해 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지요. 부모
님들은 이런 생활 지도는 저절로 되는 것으로  생각하시고 별로 관심을 갖지 않으시던데 안타까울 때가  많아
요. 평생 동안 지니고 살아갈 생활 버릇을 이 때 배운다고 생각하면 소홀할 수가 없습니다.
  국어 공부에서는 자기 얘기를 할 때는  또박또박 자신 있게 말하도록 해야겠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말을 
시원스럽게 못하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님들도 까닭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저학년에서는 자주 큰 소리로 책을 읽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읽으면서 높낮이, 빠르기 같은 것을 자
기 귀로 듣고 조절할 수 있으니까요. 꼭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읽을 만한 내용이면 읽혀도  좋겠지요. 
읽은 내용을 몸으로 표현하면서 목소리까지 흉내내 보게 해도 좋습니다. 이렇게 여러 번 하다 보면 표현에 자
신감을 얻게 되지요. 어린아이들이 배우는 국어책은 재미있으면서 곱고  깨끗한 우리말로 된 이야기들로 꾸미
면 얼마나 좋을까요.
  1학년에서 시험이 없어지니 점수를 매기는 받아 쓰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더군요. 하지만 받아 쓰기는 글자
를 익히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받아 쓰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글과 더 친해지고 잘 깨치
는 것은 아니지요. 1학기 때는 글과 친해지도록 하고 필순을 익히는데 중점을 두었으면 합니다. 일찍부터 글을 
깨치고 많이 쓰다 보면 커갈수록 필순이 아주 엉망이 됩니다.
  과목 가운데 아이들이 제일 앞서 가는 게 산수입니다.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앞서 가 있습니
다. 그러니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없어 하는지 몰라요. 답을  기계적으로 알게 하지 말고 그 과정을 잘  알도록 
해야 합니다.
  집에서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11-3' 도 못 풀어서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가  몇 명은 있습니다. 다른 아이
들은 척 알아 내는데 이 아이들은 아주 고생합니다. 이것은 아이들이 잘못하는 게 아닙니다. 이 나이의 아이들
은 구체적인 사물을 가지고 손이나 눈으로 보고 만지면서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 바둑알이나 그 밖에 다른 구
체물을 놓고 여러 번 보태고 빼보면서 머리에 그림이 그려지게 해야 합니다. 큰 수 가르치기에 시간을 쏟기보
다 그렇게 되는 원리를 가르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써야겠어요.
  
  〈슬기로운 생활〉은 앞으로 과학을 잘 해 나가기 위한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과학은 사물
을 직접 관찰해서 이치를 깨닫고 실험하여 확인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감각기관이 하는 일을 알아
야 하겠고 그 감각기관들이 살아 있어야겠지요. 눈으로 봐서 알고 손으로  만져서 알고, 귀로 들어서 알고, 맛
을 보고, 코로 냄새를 맡아서 알게 하는 것이지요. 이론으로 가르칠 게 아니라 이렇게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서 
사물을 알게 하는 공부가 중요합니다.
  관찰하는 것 중에 씨앗이 나오는데 이것도 직접 씨앗을 따서 모아 보게 하는 것이 산 공부가 되지요. 또 날
씨 조사가 있습니다. 자연 현상을 제일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 날씨 관찰 아니겠어요. 이런 것도  부모님이 
다 해 버려서 아이는 구경만 하게 하지 마시고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하세요.
  1학년에서는 글자를 깨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에는 무엇이든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아  알
게 하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양을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정확하게 또 정성껏 하게 
하는 태도를 길러 주어야 합니다.
  결과만 가지고 따지다 보니 그저 대강대강 해 버리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어요. 

  숙제 도와주기
  아이가 숙제를 제대로 못하면 어머니는 참지  못하고 막 해 줍니다. 어떤 아이는  상자를 가지고 여러 가지 
꾸미기를 할 때, 겉면을 색종이로 다 발라 와서  거기다 색종이 몇 조각을 잘라 붙이고는 끝냅니다.  아이들이 
제 손으로 한 것은 쭈글쭈글하고 잘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번번이 어머니가 해 주면 그 아이는 일 년이 지나
도 늘지 않습니다. 실패를 하는 동안에 자신도 붙고 요령도 생기는데요. 흉하고 엉망이 되더라도 해 주지 마세
요. 그 대신 요령을 가르쳐 주어야지요. 종이에 풀칠을 할 때 전체에다 풀을 잔뜩 칠하는 게 아니라  가장자리
를 꼼꼼히 칠하고 가운데 두어 번 칠하고 붙이라거나, 동그라미나  조각을 오릴 때 색종이 가운데를 오려내지 
말고 가장자리에서 오려내면 나머지는 또 쓸 수 있는 요령 따위 말입니다.
  책을 읽을 때는 되도록 큰 소리로 낭랑하게 읽는 연습을 시킵니다.  빠르기나 높낮이는 어머니가 조절해 주
시고요. 글 읽은 버릇은 어릴 때 다 형성되기  때문에 커서는 연습해도 잘 안된다고 합니다. 아이들  가운데는 
목소리가 모기 소리 같아서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아이도 있어요. 책 읽기는 의식적으로 연습을 시키면 좋겠습
니다. 
  다음으로 어머니들이 신경 쓰시는 것이 받아 쓰기인데 낱말을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만 해도 됩니다. 받아쓰
기가 글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단순히  낱말을 익히게 하기보다는 받아 쓰기와 
함께 재미있는 동화나 저학년에 맞는 동시, 전래동요 따위를 함께 익혀서 새로운 낱말과 만나게 하면 국어 공
부에 도움이 됩니다. 숙제도 아이 스스로 하도록 합니다. 부득이한 때는 어느 정도 도와 줄 수도 있겠지만  안
쓰럽다고 쉬운 것만 하게 하고 어려운  것은 대신해 줘서는 안되겠지요. 아이가 어떻게  할지 모를 때 방법을 
설명해 주고 아이가 해결하도록 합니다.

  그림 일기 지도
  학교에서는 그림 일기 쓰기가 1학기 마지막 단원에 나옵니다. 책에서는 아이들이 1학기 동안 글자를 익히고 
그 다음부터 경험이나 생각을 문장으로 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벌써 유치원에
서 그림 일기를 쓰다가 학교로 옵니다. 유치원 교육이 너무 앞지른다고 할까요.
  어쨌든 아이들의 차이가 심하고 또 아이의 요구나 부모님의 생각이 다 다르니 학교에만 의지하지 마시고 하
실 수 있다면, 또 아이가 받아들인다면 집에서 어머니가 지도하셔도 됩니다.
  그림 일기는 언제부터 하면 좋은가도 아이의 능력에 맞게 해야겠지요. 유치원 때에 벌써 놀랄 만한 글을 쓰
는 아이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부모의 욕심이 앞서서는 안됩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일기를 써도 좋겠지만 그보
다는 이 다음에 어른이 돼서도 꾸준히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림 일기는 글을 다 익히지 못한  수준에서 저항감을 덜 느끼며 하루 일을  표현하게 하려고 쓰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이 중심이고 글은 1∼3문장 정도만 써도 됩니다. 그런데 그림이 또 문젭니다. 보통  그림을 
그리듯이 크레파스로 꼼꼼히 색칠을 다하게 하는 방식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고 
싫증을 내지 않도록 쓰는 도구나 형식을 다양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만약에 아이가 그림에 색칠을 꼼꼼하게 하고 싶어한다면 모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색칠을 다할 필요는  없
습니다. 그림 일기를 그리는 방식이 정해져 있지는  않으니까요. 어떤 날은 글만 두세 줄  쓸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볼펜이나 사인펜으로 한 가지 색을 써서 그릴  수도 있고 또 어떤 날은 색사인펜으로 그리고 칠할  수도 
있고, 다음 날은 크레파스로 꼼꼼히 색칠하기도 하고요. 유치원 아이의  글과 그림을 보세요. 검정 사인펜으로
만 그렸지만 훌륭한 일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야 시원하다
  "이모부 등에 올라가 발로 밟아 줬어요."
                                                                               서울 아람유치원 이준엽

  아이에게 여러 가지 도구를 준비해 주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그리게 하면 훨씬 재미를 느끼며 다양하게 해 
나갑니다. 크레파스로 꼼꼼히 색칠하자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힘들게 그림을 그리고 나면  글까지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남지 않으니까요.
  아이에 따라서는 글을 많이 알기 때문에 그림 없이 글로 다 표현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을 거예요. 그러면 
아이 뜻대로 하게 해 줍니다.
  아이에게 그림 일기를 쓰게 하든, 그냥 일기를 쓰게  하든 목표가 뚜렷이 서 있어야 합니다. 일기를  통해서 
아이에게 무엇을 길러 주고 싶은지 말입니다. 요즈음 5살 난 아이 말을 어머니가 옮겨 쓴 일기도 나오고 초등
학교 2학년 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쓴 일기도 책으로 나왔습니다만 그 것을 보고 좋은 점은 본뜨고 좋지  않은 
부분은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참고로 삼을 일이지 '우리 아이도 저렇게 키워 책으로 내면…….'하는 욕심을 가
지고 시작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일기를 쓰게 하는 까닭
  일기 쓰기 지도는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하고 계시지만 교육과정상으로 꼭  하게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선
생님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하지요. 그러니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일기 쓰기를 시키지 않는다고 원망할 
일은 아닙니다. 웃지 못할 일인데 어느 선생님은 열심히 일기 쓰기 지도를  하시는데 같은 학년 다른 반은 일
기 쓰기를 하지 않으면 그 반 학부모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한테 어느 반은 열심
히 일기 쓰기를 시키는데 어느 반은  안 한다고 불평을 합니다. 그런 소리를  들은 담임은 몹시 불쾌해하거나 
어쩔 수 없이 하게 됩니다. 이래서는 안되지요. 담임마다 특색이 있고 나름대로 학습 지도 계획이 있는데 다른 
반이 하니 우리 반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걸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되거든요.
  제가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하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에 대해서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집의 분위기, 집에서 지내는 생활을 좀 알아야 그 아이에게 맞는 말을 한마디라도 해 줄 수 있거든요.  제대로 
알지 못해서 아이의 마음에 상처라도 주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잘못이  어디 있겠어요. 또 하나는 일기를 꾸
준히 쓰면 문장력이 좋아집니다. 사실 지도라고 하지만 교사가 마음먹고 지도하기는 어렵습니다. 일기는 그 날
보고 그 날 돌려 줘야 하기 때문에 반 아이들 일기를 모두 대강이라도 읽기는 벅찹니다. 다른 일도 정신을 차
릴 새 없이 많은데 아이 한명 한명을 잡고 개인 지도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지도하기는 어
머니가 가장 좋지요.
  1학년의 경우 2학기부터는 그림 없이 일기를 쓰게 해도 됩니다.

  일기 쓰기에 재미를 붙이려면
  1학년 아이들은 특별한 지도가 필요 없고 일기를 쓰는 재미만 갖게 하면 됩니다. 우리 반 아이의 일기를 보
겠습니다.

  1993. 11. 17. 금요일 맑음
  재능 산수
    나는 이상하게 일기는 엄마가 하라고 그러지 않아도 그냥 일기는 해버리는데 재능 산수는 엄마가 하라고

    그럴 때 나는 재능 산수를 한다. 난  내 스스로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못 하는 일도 많아서 다는 못 한
다. 나는 선생님 말을 잘 들을 거다.
                                                                                                최보름

  이 아이는 일기는 쓰라는 말을 안 해도 스스로 쓰는데 산수 문제집  풀기는 하라고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
말 이 아이는 일기 쓰기에 재미를 느껴 8월 말부터 방학하는 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잘 썼습니다. 내용도 
아주 좋았어요. 일기 쓰기는 이렇게 스스로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합니다. 일기 쓰기를 지도할 때 어머니들은 마
치 일기를 숙제처럼
  "일기 썼니?"
  "일기 써라."
하고 소리쳐서 쓰게 하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지요. 또 시골에 갔다가 밥 12시에 도착해서 아이가 조는데도 굳
이 일기 쓰고 자라고 떠밀기도 하는가 봅니다. 그럴 때는 아주 짧게 '언제 어디에 갔다가 차가 밀려 밤 몇시에 
집에 왔다.' 하는 정도만 쓰게 하고 아니면 다음 날 쓰게 하든지 하루 정도는 안 써도 됩니다. 
  일기 지도에서는 일기 글감을 잡아 내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아이는 특별히 지도를 안 해도 글감을 
잘 잡아 쓰는데 어떤 아이는 쓸 게 없다거나, 무엇을 써야 하는지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다 쓰자니 너무 힘들고, 또 어린 아이들은  하루의 일 가운데에서 어느 한 가지에
만 특별한 감정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모르는 건 당연하지요.
  이럴 때는 우선 꼭 쓰고 싶은 얘기가 있는가를 알아보고, 있다면 그걸 쓰게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있었던 일 
가운데에서 아무거나 짧게 쓰게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자기의 생활이나 둘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살펴보는 버릇을 들이도록 합니다. 아이와 어떤 일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나가서 보고 들은 일을 얘
기하게 하면서 아이가 둘레의 일에 관심을 가지게 합니다. 아이가 글감 잡기에 눈을 뜨기만 하면 쓸 이야기는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내용을 쓰고 있는지 한 번 보지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
  1993. 11. 16. 화요일 맑음
  새 친구
    오늘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새 친구가 왔다. 그런데 애들이 문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친구
가 우리 앞에서 이름을 말했다. 최성일이라고.
                                                                                                김법수 

  *공부한 것
  1993. 10. 23. 토요일 맑음
  받아 쓰기
    첫째 시간에 선생님이 쓰기책 38쪽을 펴라고 했다. 그런데 보니까 받아 쓰기였다. 1번은 책이고 2번은  메
뚜기였다. 3번은 뒤고 4번은 앞이었다. 그리고 5번은 외국이었다. 6번은 과일이었다. 그리고 7번은  월요일이었
다. 그리고 8번은 제비였고, 9번은 조개고 10번은 쥐였다. 나는 5번 외국을 틀렸다.
                                                                                                이주용

  *집에서 논 일
  1993. 9. 5. 일요일 맑음
  싸움 놀이
    나는 놀이터에서 '싸움 놀이'를 했다. 경섭이와 성훈이하고, 성민이와 나랑 했다. 하나씩 기지를 정하고 남
의 기지에 쳐들어가서 싸우는 놀이를 했다.  그런데 놀이를 하다가 내가 발을  삐었다. 아파도 참았다. 다쳐도 
재미있었다.
                                                                                                신필수

  *집에서 있었던 일
  1993. 9. 22. 수요일 맑음,비
    오늘은 학원을 갔다 와서 나가 놀았다. 자전거를 타고 여러 군데 다녀 보았다, 2동까지 와서  종석이 형과 
나는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보았다. 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천둥번개가 '꽝' 하고 치면서 비가 내
렸다. 참 시끄러워 일기도 못 쓸 뻔했다.
                                                                                                강인석

  좀더 구체적으로는
  '학교 가면서 있었던 일'
  '학교에서 공부한 것과 논 일'
  '집으로 돌아오면서 있었던 일'
  '집에 와서 있었던 일'
  이렇게 나누어서 쓸거리를 찾습니다. 그 날  있었던 일이 아니라도 평소에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쓸 
수도 있습니다. 또 시를 쓸 수도 있고요. 두 어린이의 글을 보겠습니다.

  1993. 10. 3. 일요일 맑음
  어른들이 어린이 마음을 몰라 주는 나라,
    어른들은 내 마음을 몰라 준다. 그래서 어른들게 편지를 쓸 거다. 어떻게 쓰냐면
    어른들게
    엄마 아빠는 내 마음 몰라 줘요. 엄마 아빠는 왜 잘못 안해도 꼭 화만 내요. 그런 점을 고쳐 주세요. 그것 
하나 고쳐 준다면 엉덩이에 뿔나요?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어요. 왜 꼭 저 마음 모르면서 화만 내요. 엄마 아
빠 제 소원은 엄마 아빠께서 화를 안 내시는 거예요.
                                                                                           최보름 올림  
                                                                                                최보름

  1993. 11. 12. 금요일 비 조금
    시
    오늘 상가에 갔는데 비가 왔다. 시가 떠올랐다.

    비

    비가 오면
    나무와 풀은 좋겠다.
    목욕도 하고
    물도 먹으니까

    나는 이 시를 지으면서 좋았다.
                                                                                                박성희

  그러나 아이들이 시를 잘못 생각해서 일기 쓰기 싫으면 시라면서 짤막하게 쓰고 마는데 그것은 못하게 해야
겠습니다.
  이 밖에도 날씨나 동식물을 기르면서 관찰해서 쓰는 일기도 좋습니다. 
  1학년 아이들은 일기 쓰는 요령을 몰라서 한 일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쓰기 때문에 어느 때는 세 쪽이  넘
을 때도 있어요. 또 어찌나 기억력이 좋은지 재미있는  놀이를 했으면 누구 다음에 누가 했고, 누구는  어떻게 
하다 어떻게 죽고 하는 이야기를 아주 자세히 씁니다. 1학년 아이들에게 긴 이야기를 다 쓰지 말고 줄여서 

쓰라고 하자니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고 하루 일 가운데서 가장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잡아 쓰라
고 강조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속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길게 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그러다 싫증을 내고 안 쓰려고 
하면 어쩌나 해서요. 그래서 짤막하게 잘 쓴  아이 일기를 읽어 주면서 "일기는 길게  쓸 거리를 줄여서 짧게 
써도 아주 좋다."는 얘기를 몇 번 해 주었더니 길이를 스스로 조절하더군요.
  일기 내용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 너는 이 얘기는 안 쓰고  그런 안 좋은 얘기를 썼니?" 
한다든지 집안의 안 좋은 얘기는 창피하니 쓰지 말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아이가 스스로 겪었거나 생각한 일
이라면 무엇이든 마음껏 쓰게 해야 합니다.  1학년 아이들은 감정이 아주 단순하기 때문에  느낌을 쓰지 않고 
한 일만 씁니다. 그런 아이들한테 느낌을 쓰라고 강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띄어쓰기나 맞춤법에도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르는 글자만 가르쳐 주고 일일이 고쳐 주려고 
하지 마세요. 차츰 글자를 알게 되면 해결되니까요.
  지도 방법을 좀더 자세히 말씀드려 보지요. 일기니까 날짜와 요일 날씨를 빼지 않도록 합니다. 문방구점에서 
파는 일기장을 보면 일어난 시각, 오늘의 착한 일, 오늘의 반성 따위 내용 말고도 여섯 군데를 더 써야 하는데
일기 속에 이런 얘기들이 자연히 들어가니 따로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형식이 정해져 있는 일기
장이 아니라 칸칸이 나누어진 종합장에 써도 됩니다.  
  길이는 상관이 없습니다. 길거나 짧거나 쓰는 아이가 정할 일이지요. 또 일기는 제목을 정해서 쓰면  무엇을 
써야 할지 내용을 잡기 쉽고 범위도 자연 정해집니다. 그렇지만 1학년  아이들은 한 가지 이야기를 쓰다가 전
혀 딴 얘기가 생각나면 그것도 쓰고 하니 나무라지 마세요.
  일기는 그 날 겪은 일을 쓰는 것이니까 그 일이  일어난 때와 곳을 밝혀야 하는데 계속 안 될 때는  지도를 
해야 하겠지요. 그러니까 막연하게 오늘이라고 하지 말고 학교에서인지, 오후인지, 저녁인지 밝혀 쓰게 하세요. 
또 그 일이 일어난 곳이 운동장인지  놀이터인지 시장인지 길가인지도 밝혀야 분명한  글이 됩니다. 아이들의 
일기를 보면 잘 쓰는 아이도 무조건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데 이것이 버릇이 되어 뒤에 오는 글과 맞지  않는
데도 늘 쓰더군요. 일기 쓰기가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이런 것도 고치면 좋겠습니다.
  내용지도에 들어가서는 아이가 좀더 자세히 표현할 수 있는데도 대강 썼다면 "이런 부분을 더  자세히 썼으
면 좋겠다." 하고 지적해 줍니다. 다음 글을 보지요.

  1993. 10. 14. 구름
  설거지
    오늘 엄마가 나가셔서 설거지를 우리가 했다. 설거지는 참 재미있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일거리가 모두 힘
들다고 했다. 
    우리 엄마가 오시면 칭찬해 주시겠지?
                                                                                                주현야 

  이 어린이는 요일을 뺐군요. 또 우리라고 했는데 읽는  사람은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또 설거지를  했더니 
재미있었다고 했는데 그렇지 어떻게 했길래 재미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설거지한 과정을 조금이라도 썼으면 실감이 날 텐데 말입니다.
  이런 지도는 1학년한테는 무리일지 모릅니다. 그러니 아이의 능력을 봐 가면서 하나씩 지도해야 합니다.
  아무리 어른들이 좋다고 하는 일도 아이들에게 짐이 되면 안되겠지요. 너무 많은 짐을 지워 놀 시간도 없는 
아이들에게 일기는 또 하나의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아이의 일기를 좀 보세요.

  1993. 9. 21. 화요일 맑음
    나는 오늘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데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못 읽었다. 할 일은 영어 공부하기, 또 학교 가
기 또 영어 선생님과 같이 영어 공부도 하고 또  학원도 다녀오고 또 학교 숙제, 피아노 숙제도 있다.  그런데 
너무 많아서 안쓰겠다.
                                                                                                김현령

  이 아이는 '또'를 다섯 번이나 쓰고 있습니다.  저는 이 아이가 이렇게 할 일이  많은지도 모르고 일기를 왜 
안 쓰느냐고 보챘어요. 참. 아이들의 생활이 이 지경이니 무슨 남은  힘이 있어서 일기를 쓰겠어요. 사는 것도 
재미가 없겠어요. 
  열심히 쓴 일기를 담임 선생님이 문집으로 만들어 주면 아이들이 일기 쓴 보람도 느끼고 좋은데 그렇게 못 
하면 식구들끼리 글을 모아 '가족 신문'을 만들거나 작은 문집을 만들어 이웃과 친척들이 함께  읽어도 좋겠습
니다. 물론 남에게 보이기 위해 글을 쓰게 해서는 안 되지요.

  시 지도  
  1학년 아이들에게 시에 대해서 달리 지도하기도  어렵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깨끗한 글 한 
편이 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1학년 아이들조차 한 편의 시가 될 그런 깨끗하고 어린아이 눈으로
만 그릴 수 있는 글을 안 씁니다. 말이 모두 똑같고, 재미도 없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1학년 아이들 시 지도는 어느 아이가 한 말 가운데 뜻밖에 놀랍고 살아 있는 말을 옮겨 적
어 보여 주며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어떻게 잡고, 표현하는가를 가르쳐 주면 좋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내가 세
심하게 주의해서 듣지 못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와 얼마 안 가서 말이 더 재미가 없어지고 말이 
모두 똑같이 돼 버려 그 좋은 지도 방법을 써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글에는 일기만 있는 줄 알
기 때문에 "글을 써 보자." 하면 "일기처럼 써요?" 해서 아주 어렵습니다.
  또 1학년 아이들은 흉내내기를 잘 해서 만약 전에 읽어 준 시나 자기가 아는 노랫말과 똑같은 제목으로  글
(시)을 쓰게 하면 한 줄 정도를 그대로 본떠서 쓰거나 아예 글 내용을 비슷하게 써 버립니다. 그렇기는 해도 1
학년 아이들은 다른 학년보다는 교사가 애쓰는 만큼 잘 따라와 줍니다.
  다음 시를 보면 1학년 아이들도 얼마든지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눈

    눈아 눈아 왜 왔니?
    해가 너를 녹일려고 그러는데
    왜 왔니?
    해하고 싸워서 이길라고 그러니?
    니가 해하고 싸우면
    내가 응원해 줄게
    눈아 이겨라 눈아 이겨라
                                                                                                손민영

    하늘

    하늘은 넓다. 내 생각엔 끝이 없다.
    하늘이 구름하고 놀다
    구름이 가면 하늘은 심심하겠다.
                                                                                                안진호

  독서 지도
  글자를 깨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을 두고  독서 지도에 대한 글을 쓰자니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어리기 때문에 책 읽기 지도를 더 세심하게 의도적으로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1학년 아이들은 글을 읽기보다 책에 있는 그림을 보면서 제 나름대로 이야기를 상상하고, 여러 갈래로 생각
하지요. 같은 책을 보고 또 보고(어른이 보기에는 읽는다기보다 본다고  하겠지만 아이들은 그림을 읽습니다.) 
하는데 처음에는 그림만 보면서 내용을 파악하고, 재미있겠다 싶으면 다음에는 글자와 그림을 번갈아 봅니다. 

이 때에는 글자는 건성으로 보고 그림으로  내용을 읽습니다. 그러다가 책과 익숙해지면  글자를 읽어 가는데 
이 때에도 손가락으로 글자들을 짚어 가면서 읽습니다. 많은 글자를 한눈에 다 읽을 수 없으니까 글자를 놓치
지 않으려고 그러지요.
  아이더러 "그 책 이야기 좀 해 다오." 하고 말해 보면 1학년 아이들이 글자를 읽어서 내용을 알기보다는 그
림으로 읽는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글자가 하나도 없어도 그림만 보고도 어른들이 생각 못
하는 온갖 재미난 이야기를 제 스스로 만들어서 아주 신이 나서 들려  줍니다. 그 모습을 볼라치면 얼굴은 웃
음이 넘치고 손가락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그림을 가리키고 입에는 침이 튈 정도입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그림이라도 아이들은 이렇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1학년 아이들 책은 내용도 물론 좋아야겠지만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우선 그림을 성의 
있게 그려야겠지요. 그리고 그림으로 읽으니까 그림이 아주 사실적이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구도나 색깔이  안
정되어야겠지요. 책을 넘겨보아서 그림이 성의 없게 되어 있다면 고르지 않은 편이 좋습니다. 글씨는 적어도 1
학년 교과서 크기는 되어야 하고 그보다 더 커도 좋습니다. 어릴수록 글자는 조금이고 그림으로 다 말하는 책
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 어린아이들에게 마음놓고 권할  만한 책이 얼마 되지 않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서점에 
가면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정말 기쁜 마음으로 고를 만한 책이 없으니 딱하지요.
  다음으로 그림이 괜찮으면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지나 않은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꿈과 상상력을 키워 준다
고 해서 황당한 얘기를 하거나 사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지 꼭 봐야 합니다. 아이들 책을 보면 
내용도 너무 어렵고 거기 쓰인 낱말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려운 한자말인 데 놀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닙
니다. 이 사람들이 아이들을 눈곱만치라도 생각하고 책을 만드나 하는 의심이 듭니다. 아이들 감정에 맞는  이
야기를, 아이들이 쓰는 쉬운 말로 이야기하듯 부드럽게 들려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머니들이 시간이 나시면 
그런 어려운 낱말에 줄을 그어버리고 쉬운 말로 바꿔 써 넣어 주세요. 이렇게 재미 없고 어려운 말로 책을 만
드니 아이들이 책을 싫어할 밖에요.
  그래도 아이들은 책을 좋아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참 안 되겠다.' 하는 형편없는 책도 아이들은 잘 봅니
다. 저는 저학년 아이들에게 알맞다고 느끼는 책이 얼마 없어서 그럴  바에는 전래동화를 사서 어머니들이 보
시고 이야기를 직접 들려 주라고 권합니다.  전래동화는 1, 2학년 정도의 아이들  수준에도 잘 맞거든요. 좋은 
창작동화가 없으니 이 때에는 전래동화만 읽히고, 들려 주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재미를 붙이려면       
  앞에 말한 대로 아이들은 다 책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1학년을 지나고 2학년이 되고 학년이 올라가
면서 책만 읽는 아이와 책을 아예 읽기 싫어하는 아이가 나오지요.
  책을 너무 읽어 눈이 나빠질까 봐, 또는 다른 공부는 안 해서 오히려 걱정인  아이가 있는가 하면 단 몇 장
도 지긋이 앉아 읽지 못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실제로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아는 
것이 많고 문장력도 좋고 창의력이 뛰어나고 생각도 남다릅니다.
  하지만 무조건 아이가 책을 안 읽는다고 걱정하면서 억지로 읽히려 하지 말고 먼저 아이를 잘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책 읽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와 그 반대인 아이는 성격이 아주 다를 수 있습니다. 동무들과 어울
려 활발하게 놀거나 운동을 잘 하는 아이는 책 읽기보다는 밖으로 뛰어나가고, 그 반대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운동도 못 하는 아이는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는데 그게 다 자신들에게 가장 맞고 편하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어느 쪽인가 보고 만약 아주 활발해서 앉아 책 읽는 것보다 뛰어나가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억
지로 잡아놓고 책 읽으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지요. 학년이 올라가면서까지 책을 전혀 안 읽으려고 해서는 안
되지만 아직 1, 2학년 아이라면 책을 안 읽는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갖게 
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는 책 안에 있는 이야기 몇 도막을 어머니가 읽고 들려 주면 아이는 얘기를 아주 재미
있어하고 자기가 스스로 읽으려 합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말로만 "이 책 재미있으니 읽어라."  하지 마시고 
아이와 함께 책에 재미를 붙여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면 굳이 학년에 따라 책을 제한하지 말고 좋은 책이라면 학년에 상관 
없이 마음껏 읽게 해도 좋습니다. 1, 2학년 정도의 아이들은 아직 옛날 이야기나 아주 단순한 이야기밖에 소화

하지 못하지만 학년이 좀더 올라가면 학년에 관계 없이 그 아이가 읽을 수 있는 내용이면 읽혀도 된다는 얘기
지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학년 아이들일수록 책에 씌어 있는 낱말을 좀 보시고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낱말
들은 고쳐 주세요. 그리고 더 쉽고 좋은 우리말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해서 글을 처음 익히는 아이들
이 고운 우리말을 배울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물론 교사인 저는 더 노력해야 하겠지요. 책을 고르는 데 도움
을 드리기 위해 책 뒷부분에 어린이도 연구회에서 학부모와 저학년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 이름을 추려서 실었
으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름 방학 즐겁게 보내기         
  이제 겨우 학교를 눈에 익히기 시작하였고, 공부나 교실 생활에도 익숙해지기 시작한 아이들은 방학이 무엇
인지 왜 하는지 모를뿐더러 방학을 기다릴 줄도 모릅니다. 1학년 아이들은  방학 동안 학교에 계속 나오지 않
고 집에서 보낸다고 해도 이해를 잘 못합니다. 그래서 방학식날, "선생님, 내일 학교에 안 와요?" 해서 그렇다
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참으로 귀엽고 천진하지요. 아직은 학교가 그렇게 힘들고 지루한 줄을 모르니까
요. 
  1학년 아이들에게 '방학은 이런저런 까닭으로 하는 거야.' 하고 자세히 이해시킬 필요는 없지만 생활에 질서
도 없이 무작정 놀아서는 안된다고 얘기해 주어야겠지요.
  "방학 동안 너희들도 선생님도 책걸상도 교실도 잠시 쉬는 거란다. 다음에  더 잘 하기 위해서지. 또, 그 동  
  안 학교 다니느라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단다. 친척집에도 찾아가고 식구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고 예절 공   
  부도 하고…."
  방학하던 날, "저는 방학하면 더 나빠요." 하며  방학이 즐겁지 않다는 듯 쓸쓸한 표정을 짓던  아이 얼굴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와 한 건물 안에서 영어 배우고,  글짓기 배우고, 과학반에 가고 점심도 거
기서 사 먹고 또 오후에 다른 것을 배우고 하는 아이들도 있던데 그런 아이들을 보노라면 아주 우울해집니다.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는 집집마다 형편과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요.
  일단 방학을 맞으면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무엇을 할지 함께 의논합니다. 1학년이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테지만 그래도 아이가 하겠다, 하고 싶다고 하면 최대한 존중해 줍니다. 학원 가는 것 때문에 도무지 어디  가
는 것도 어렵고 하루 시간도 토막 나서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생각하거나 해 볼 수가 없게 되어 있는데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원에 가야만 배우는 것은 아니라는 걸 어른도 아이들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무엇이든 스스로 궁리해서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만들기든 공부든 실험이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스스로 해 보고 깨달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학교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 못하지만 방학 때는 시간이 넉넉하
니 이것저것 하라고 보채지만 않으면 아이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보낼 궁리를 하거든요.
  또, 집안일 가운데에서 한 가지를 책임 지워 방학 동안 맡아서 하게 합니다. 어머니가 정해 주셔도 좋고  아
이와 의논해서 스스로 선택해도 좋습니다. 일의 내용은 집 형편에 따라 정하고, 아이가 만약 책임을 게을리 했
을 때는 어머니가 대신 해 주지 마시고 아이가 하지 않으면 집안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어 가
족의 한 사람으로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학교에 안 간다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하지 말고 저녁에 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서 생활에 질서가 
깨지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방학 동안에 특히 주의할 것은 텔레비전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고  하니 코미디 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프로그램도 많이 보게 되지요. 그 영향으로 말도 아이답지  않게 순수하지 못하고 코미디언들의 말
을 그대로 흉내내거나 배워서 자기 말인 양 합니다. 말이 그러니 태도도 자연 흐트러지지요. 그래서  개학하고 
한 동안 이런 흐트러진 말과 태도들을 고치기에 애를 먹습니다. 
  2학기 책을 미리 상당히 공부시켜 보내는데 그것도 아이들의 학습에 흥미를 잃게 하는 까닭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아이들은 1학기 때보다 방학을 지낸 2학기에 부쩍 달라집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집중력도 생기고 연필 쥐는 
손에 힘이 올라 글씨도 똑바르게 씁니다. 글자도 많이 알고 일기도 제법 잘 씁니다. 그리고 무엇을 하라고  하
면 어려워하지 않고 해냅니다. 그런가 하면 1학기 때는 놀랄 만큼 글씨고 그림이 뛰어나던 아이가 형편없이 

뒤떨어지는 수도 있습니다. 학습에 흥미를 잃어버려서 그럴 텐데 좀처럼 회복하기 힘듭니다.

  방학 숙제하기
  방학 숙제 역시 어머니가 "오늘 이것 여기까지 해라. 오늘은  이것 마쳐라." 하지 마시고 아이와 함께 '오늘
은 무엇을 얼마나 할까?' 하고 의논하세요. 숙제가 밀렸을 때도 아이가 스스로 가늠해서 책임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대부분 숙제가 부모님의 설명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이 때도 아이가 해결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전적으로 어머니가 해 주시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탐구 생활은 교육방송을 보면 
쉽게 해결이 됩니다.
  방학 과제를 전시하고 상을 주면서부터 아이들이 숙제를 해 오는  게 아니라 어머니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
보다 색다르게 해내느냐, 어느 엄마 솜씨가 더 좋은가' 경쟁하면서 솜씨 자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탐구 생활에
는 색깔 있는 종이를 겹겹으로 덧붙여 백과 사전을 그대로 옮겨 책보다 두껍게 해 오고 그것도 모자라 아이가 
실험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또 겹겹이 붙이는 난리가 벌어집니다. 그림과 만들기는 미술 학원에서, 붓글씨
는 다 거기에서 해 오겠지요. 방학 숙제를 가지고 상을 주는 학교가  더 잘못이지만 상을 타겠다는 욕심 하나
로 주인인 아이는 들러리로 세우고 어른이 다 하는 일은 교육에 어긋나는 일이니 이제는 그만두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일, 동기는  순수했으나 실행에 문제가 있는 일이면  좋은 대안이나 의견을 
제시하여 언제나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힘을 함께 모았으면 합니다.

      6장 담임 선생님과 만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담임 선생님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또,  학부모로서 알고 있어야 할 예
의와 선생님께 도움이 될 만한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따뜻한 인사말
  처음 아이를 학교에 들여보내는 어머니들은 경험이 있는 이웃 어머니나 친척들에게 물어 물어서 학부모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들을 얻어듣습니다. 아이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도 알려고 애쓰지요. 그런데 여기 저기에
서 얻는 정보들이 상당히 많이 틀리기 때문에 너무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선생님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그저 보통의 상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거든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를 지키면  그게 바로 자연스런 관계지요.  운동장에서, 복도에서 얼굴이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 ○○엄마입니다." 하고 인사하시면 됩니다.  물론 선생님은 누군지 금방  알아보지 못하시겠지만
요.
  어머니들 가운데는 선생님과 낯을 익히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비오는 날 우산
을 가지고 와서 아이를 데리고 갈 때도 "안녕하세요? 힘드시지요?" 하고 간단히 인사 정도만  해도 좋을 텐데 
얼굴을 감춘 채 아이만 데리고 황급히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참 섭섭합니다.  준비물이나 점심을 갖다 주러 
와서도 마찬가지더군요. 바쁜 선생님을 불러내서까지 인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마주치고도 등을 돌린다면 예
의가 아니지요.
  어머니들은 혹시 선생님께 선물을 꼭 갖다 드려야만 학부모로서 도리를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선생
님을 너무 크게 불신하는 일입니다. 손에 선물을 들고, 외모를 잘 다듬어야만 선생님을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믿고 존중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돈 봉투 
  학부모님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제일 걱정하는 점은  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까? 하는 일이고 
그 다음이 선생님에 대한 배려와 돈 봉투 문제라고 합니다. 그만큼 돈  봉투 문제가 학부모의 가슴을 크게 짓
누르고 있는데도 별다른 해결책 없이 계속 되풀이해서 문제만 끄집어 낼 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매스컴이나 학부모 단체들에서 한  이야기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상대방이 책임이 더 크다는 말은 그만두고  어머니 자신이 현명하게 판단하셔야 합니다. '누가  어떻게 
하라고 하더라.', '누가 얼마를 갖다 주었다 하더라.' 하는 정보에 의심 없이 따른다면 문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서 맴돌 뿐이지요. 그리고 교육계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의식의 밑바닥에 갖고  있는 돈 봉투 문제에 대해 근
본적으로 반성해 봐야겠습니다.
  어머니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고 떳떳하게 대한다면 선생님하고도 좋은 관계를 이루어 갈 
수 있겠지요.

  의논할 일이 있을 때   
  일 년 동안 지내다 보면 선생님과 의논해야 할 일도 생기고 급히 알려야 할 일도 생기지요. 특히 학교에 전
화하는 일에 대해 몇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학교로 전화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화를 받으려면 교실과 교무실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허겁지겁 달려와야 합니다. 
  아이가 아파서 결석을 한다든가 좀 늦게 가겠다는  얘기라면 동네 아이들을 통해 쪽지를 보내거나 다음  날 
결석계를 내면 됩니다. 전화를 하시려면 공부시간이 끝난 뒤가 좋습니다. 1학년은 12시쯤 공부가 끝납니다. 좀 
긴 통화를 해야 할 일이면 전화보다는 편지를 하시거나 직접 학교로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 전화는 공적
인 일로 써야 하기 때문에 오래 통화하기도 어렵고 떠들썩해서 차분하게 이야기할 형편이 못 됩니다.
  꼭 의논해야 할 얘기가 있어 학교에 오실 경우에는 아이를 통해서 쪽지를 보내거나 전화로 언제쯤 오시겠다
고 알려 주시면 선생님도 그 아이에 대한 자료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오시면 그 아이에 대해 자
세히 이야기하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조바심이 많은 어머니는 며칠 못 가  또 요즈음 우리 아이 어떠냐며 아
이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시는데 아이들은 행동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그렇게 매 순간에 다 관심을 가지
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만 아셔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하시는 일 가운데 영 이해가 안 가는 일이나 불쾌한 일이 있다면 선생님도 사람이라 실수도 
있고 생각이 미치지 않아 그럴 수도 있다 여기세요. 그래도 답답함이 가시지 않으면 덮어 두지 마시고 예의를 
갖추어 물어서 궁금증을 풀도록 하세요.

  선생님 도와 드리기
  학기 초에는 교실에 손이 가야 할 곳이 많습니다. 봄 방학 열흘 동안은 대개 교실을 비워 두게 되지요. 다른 
사람이 쓰던 교실을 쓰려면 정리할 거리도 많고, 청소할 곳도 많습니다. 이것을 선생님이 다 하자면  여러날이 
걸립니다. 이럴 때 시간이 나는 분들이 도와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일을 왜 어머니들한테 부탁하느
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회에 내 아이가 다닐 교실에 들어가 보고 선생님과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정
리하면서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학교와 선생님을 좀더 가까이서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밖에 교실 환경을 가꾸기 위해 꽃이나 화분을 사 가지고 오시는데 먼지가 많고 시끄러운 교실은 아무래
도 동, 식물이 살기에는 적당치 않습니다. 꽃이나 화분을 아이들과 똑같이 잘 보살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비싸게 주고 산 나무들이 죽거나 추하게 되어 버려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화분은 너무 크거나 비싸지 않으며 
돌보는 데 까다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할 수 있다면 몇 분이서 뜻을 모아 다  보고 필요 없는 아이들 책을 모아 교실에 갖다 놓으면  아이들이 
틈틈이 읽을 수 있겠습니다. 
  저는 봄소풍 갈 때와 올 때, 가서 줄 서고 놀이할 때 어머니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신체 검사하는  날에는 
한 어머니께 부탁드려서 저는 아이들 몸을 재고, 어머니는 적고 하니  일이 훨씬 쉬웠습니다. 또, 저의 어머니 
소상 때는 두 분 어머니께 반을 맡겼더니 저도 마음이  놓였지만 아이들도 좋아했고, 어머니들도 아이들을 이
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하시더군요.
  학급에는 명예교사를 두 분 정도 모시고  있는데 학교에 따라서는 이분들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일에 참여하시면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직접 볼  수 있어 학교와 아이들과 선생님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집에서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학부모 총회가 있을 때 학교에 오셔서 담임 선생님의 말씀도 듣고, 질문도 하여 선생님의 교육관과 학급운

영들을 알면 답답하거나 이해가 안되는 일 없이 일 년을 지낼 수 있습니다. 학부모로서 담임에게 '받아 쓰기는 
일 주일에 몇 번 해 주면 좋겠다.' 라든지 '숙제를 자주 내 달라.' 하는 따위의 요구는 오히려 담임의 학급운영
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백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을 때는 어머니끼리 수군거리거나 속만 태
우지 마시고 선생님과 대화를 하셔서 문제를 해결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일 년 동안 선생님과 함께 학급을 운영해 간다고 생각하시고 선생님을 믿고 존중해 주시면 선생님한테는 큰 
힘이 되고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이 잘못 전하는 말
  전에는 교사와 학부모가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요즈음은 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관
심이 높아지면서 담임을 찾아오는 일이 늘었어요.
  부모님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거나 엉뚱하게 부모님께 전해  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떤 때는 저 스스로 적당한 거짓말도 꾸며서 한다는 것을 알고 속으로 아주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4학년 남자 아이였는데 내가 "나는 책을 주로 ○○문고에 가서 산다." 하고 말한 내용을 
어머니에게 가서 "우리 선생님은 책을 ○○문고에서 부쳐와 보신대요." 하더라고 해요. 또  하나는 6학년 여자 
아이인데 아주 착한 모범생이었어요. 그 여자 아이 어머니가 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하지 않
은 말을 여자 아이가 꾸며서 들려  준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어요. 제가  아이들에게 전과는 스스로 공부하는 
데는 좋지 않으니 아직 안 산 사람은 사지  말라고 했는데 그 여자 아이는 어머니께 선생님이 좋다는  얘기를 
한다는 것이 지나쳐서 "선생님이 전과서 나쁘다면서 아직 안 산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시더니  나오라고 하셔
서 잘했다고 하셨어요. 나는 지금까지 안 샀으니 다행이에요." 했답니다.
  4학년 남자 아이는 잘못 알아들었으니 별 문제는 아니지만 6학년 여자 아이는 내가 하지 않은 말을 꾸며서 
했으니 놀랄 수밖에요. 그래도 어머니가 그런 사정을 모르고 웃으면서 "우리 ○○가 이렇게 말했어요." 하시는
데 제가 "사실은 제 말 뜻은 이렇습니다." 하고 고쳐 말할 수 없더군요. 그 때  분위기로도 그런 해명을 할 수 
없었지만 그건 전혀 틀린 말이라고 하면 그 어머니가 얼마나 당황하고  무안해하겠어요. 또 담임한테 무안 당
하고 왔다고 아이를 얼마나 야단치겠어요. 저만 속으로 놀라고 넘어갔지요.
  그런데 여자 아이도 사실은 정직한 아이였어요.  어머니가 담임을 만나고 왔다는 얘기를  듣고 제 거짓말이 
탄로난 것 같으니까 선생님과 무슨 얘기를 하셨냐고 어머니께 졸라댔나 봐요.  어머니가 저가 한 말을 그대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어머니께 사실은  자기가 꾸며서 한 말이니  용서해 달라고 빌고 나에게도  글을 썼어요. 
"무심코 한 거짓말이 이렇게 큰 일이 될 줄 몰랐습니다. 이 일로 저는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고요.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1학년 아이  이야깁니다. 어느 어머니가 선생님을 만나서 "선생님  계 타셨다면서
요? 반지계를요." 해서 깜짝 놀랐다고 어느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생전 계라고는 한  적도 없는데 
그 반 아이가 제 마음대로 꾸며서 전한 거였어요. 그것도 그 아이  어머니가 직접 물어오지도 않고 다른 어머
니한테 전해져서 그 어머니가 선생님한테 이야기했답니다.
  이런 일은 숱합니다. 아이가 잘못 알아듣고 전할 수도 있고 무심코 생각  없이 말을 더 보태서 이야기할 수
도 있고, 고의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보면서 '아이들이 내 말을 정
확하게 전하리라는 기대는 안 가져야겠다. 자칫하면 담임과 학부모 사이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래 우리 반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니 딱 한 명이 그래도 내 말 뜻을 제대로 알고 그대로 전했더
군요.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르게 되돌아 왔어요.
  이것은 그 아이가 나빠서라기보다 몇십 명을 각자 자리에 앉혀 놓고 말을 하니 아이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
기도 하고 또 교사의 말을 아이 나름대로 판단하고 헤아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이기도 하지요. 말
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표현하는 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요.
  아이들 가운데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 고주알 전하는 아이가 있는데 이런 아이일수록 자기가  잘못
한 대목은 쏙 빼고 남만 잘못하는 양 이야기하기 쉽습니다. 
  이런 점을 아시면 혹 아이가 전하는 말에서 담임에 대해 섭섭하거나 이해가 안 가는 일이 있을 때도 좀더 

신중하실 수 있을 테지요. 말이란 자칫하면 확대 해석될 수도 있거든요. 좀 다른 얘깁니다만 담임이 하는 말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생각지 말았으면 합니다. 예를 한번 들어 보지요.
  어떤 아주머니가 김밥 장사를 하는데 아이 담임이 돈 천 원을 보내면서 김밥을 보내 달라고 하더라면서 무
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못마땅해했습니다. 천 원어치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 돈만큼 보낼 수도 없고, 도대체  얼
마를 보내야 하는 건지 그 속에 돈 봉투를 안 넣어도 되는지 알 수 없다고 하면서요. 학부모한테는 특히 조심
해야 하는데 담임은 그 점을 생각 못했나 봅니다.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천 원어치 김밥을 사겠다는 그 이상은  생각지 마세요. 그 선생님은 정말  김밥을 맛보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 뒤에 무슨 다른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확대 해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천원어치를 
담아 주고 지나가던 손님은 아니니까 조금 더 집어 넣을 수는 있겠지요."
  어떻게 그럴수 있느냐고 하시겠지만 분명하게 요구하지 않은 일을 미리 알아서 더 보태고 나중에 욕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아요? 이 비슷한  일은 아주 흔합니다. '아이 담임이  이렇게 말하던데 그건 이런 뜻이  아니겠
어?' 하고요.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요.

  선물 고르기
  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학년을 마치는 종업식날,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찻길을 건너 주려고 가는데 여자 아
이가 "선생님, 할머니가 갖다 드리래요." 하면서 조그만 상자를  내밀었습니다. 그 속에는 팬티 3개가 들어 있
었습니다. 그 아이는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가  키우고 있었는데 아마 손녀딸을 가르쳐  준 담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 마지막 날 선물을 사 보냈겠지요. 할머니가 돈을 벌지도 않으시는데 정성으로 보내 주신 그 선
물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요즈음은 이런 진짜 선물이 드문 것 같습니다. 십여  년 전에는 보통 속옷 따위를 선물했지요. 그  다음에는 
스타킹이나 손수건을 선물하더군요. 그러다가 이제 조그마한 정성을 표현하는 선물은 거의 없어졌어요. 생활이 
넉넉해진 까닭일까요. 무슨 날을 맞이해서 선물을 하게 되면 고급 화장품 세트, 구두 티켓, 외제 양산, 외제 그
릇 들입니다. 물론 그 전이나 지금이나  선물을 하는 사람은 몇 안 되긴  하지만 선물이 점점 고급스러워지고 
있어요.
  요즈음은 부모 자식 사이에도 비싸고 고급스런 물건을 선물해야 사랑이 많다고 착각하고 있으니 선생님한테
라고 다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일년 내내 교육문제나 교사들 하는 일에 관심도 없다가 5월, 스승의  날만 가까
워 오면 '선생님께 선물을!' 어쩌고 하면서 스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물건이나 팔아 먹으려 하는 장사꾼들이 
더 불쾌합니다. 값비싼 물건들을 권하며 마치 이런 선물을 하지 않으면  제자 자격도 없고 스승께서 섭섭해하
신다고 재촉하는 것 같아 불쾌하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선물이 값이 비싸고 고
급스러워지는 만큼 진정한 사랑과 존경은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승의 날에 선물을 안 보내면 큰일날 듯이 수입 상품 가게에 물건이  동이 나고 백화점 벽에 '선생님께 감
사의 선물을!' 하는 광고가 나붙으면 선생님들은 사실 부끄러워집니다. 물론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생님께 마음
으로 선물을 드리는 순수한 뜻이야 좋지요. 그런데 왜 하필 마음의 표시를 꼭 5월에 하고, 스승의 날이라고 날
을 잡아서 전국의 학부모들이 난리를 치러야 하지요? 그런 까닭은 스승을 존경해서가 아니라 상업주의가 부추
기는 대로 우리가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꼭 이 때가 아니라도 내 마음이 우러날 때, 형편이  닿을 
때 정성으로 드리는 것이 진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값도 알맞으면서 상대방에게 딱 맞는 선물을 하기란 쉽지 않지요.   그래서 힘들여 선물을 고르기보다 
돈 봉투를 주는 편이 더 속 편하고 받는 쪽도 실속 있지 않겠나 하는가 봅니다. 만약에 선물 거리가 마땅찮아 
애먹을 정도라면 선물을 하지 않아야겠지요.
  선물은 정말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값이 비싸다고 좋은 선물이 아니고 우리 집에 있는 것,  내가 
즐겁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면 값하고는 상관 없지 않겠어요? 사실 저는 이렇게 말하지만 어머니 처지는 그렇
게 간단하지 않으시겠지요. 그러나  어쨌든 힘들고 복잡한 일일수록 원칙을 지켜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담임선생님이 나이 드신 분이라면 건강을 축복하고 오래오래 변함 없이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함께  생
활하시라는 따뜻한 편지를 한 통 보내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름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이 어찌나 공부도 안 하려하고, 말대꾸에다 빈정대기까지 하는지 
아이들에게 실망해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어머니 한 분이 저에게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저더러 천진난만
한 아이들과 같이 사니 얼마나 행복하냐고 하시며 '치고 받고  싸우다가도 금방 엉켜 장난치는 천사같이 맑은 
아이들을 정말 이해해 주시고, 철없이 날뛰는 개구쟁이들을 끊임없는 사랑과….' 하고 쓰셨어요. 저는 이  편지
가 어찌나 고맙던지 힘들 때마다 이 편지를 꺼내 읽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편지지 한 장을 꼬박 채운 
이 편지 한 통을 몇만 원짜리 물건과 견줄 수 있겠어요?
  올해 저는 이 편지 말고 정성들여 썰어 재운 유자차 한 병과 책상 위에 놓고 쓰는 달력을 겸한 메모판을 선
물로 받았습니다. 이런 선물이 가장 마음에 남는 선물이지요.

  선생님에게 알려 줄 일
  아이에 관해서는 담임 선생님에게 되도록 많이 이야기해 줄수록 좋습니다. 
  여자 아이가 한 명 전학을 왔습니다. 아이도 단정하게 생기고 옆에 선 어머니 역시 조용하고 아름다운 분이
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서류와 아이를 내게 맡기고는  말 한 마디 없이 급히 돌아서 가  버리시더군요. 
대부분 어머니들은 아이가 어느 자리에 앉는지 확인하고서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되도록 천천히 돌아가시
거든요. 그래 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아마 수줍음을 많이 타는 어머닌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 아이는 용모도 깔끔하고 공부도 빈틈없이 잘 하면서 아주 조그만 일도 넘기지 못하고 일러 주
러 나오는 통에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어 혼자 끙끙대며 그 여자 아이를 은근히 부담
스러워했지요.
  얼마 후 선배 선생님한테서 그 아이의 가정 형편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실직한 지 오래 되었고, 어머
니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조그만 분식점을 하는데 아주 어려운 처지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 그랬구나' 하고 
그 때서야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외모로 보나  일 처리 솜씨로 보나 전혀 그런 줄  몰랐는데요. 
그 아이는 가정의 불안정을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고, 불안한 마음이 어리광을 부려서 관심을 끌려는 행동으로 
나타난 셈이지요.
  저는 아이에게 가졌던 내 짜증을 미안해하며, 한편 어머니가 좀더  일찍 가정 형편을 얘기해 주었더라면 좋
았을 텐데 하고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겉으로 봐서는  원인
을 짐작할 수 없는데 툭하면 삐치고  울고 해서 나를 속상하게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모가 이혼해서 
새어머니와 사는 아이였습니다. 이 아이도 부모님이 처음부터 형편을  얘기하고 이해를 구했더라면 서로 고생
이 덜했을 거예요. 그 후 나는 그 아이가 하는 말을 언제나 귀담아 들어 주었고 그 아이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학년이 바뀌면서 한 교사가 같은 아이들을 또 맡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언제나 아이들에 대
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시작하는데 1학년은 더하지요. 그러다 보니  반 년이 지나도 아이들을 제대로 파
악하지 못하고 일 년이 지나서야 '누구는 어떻지.' 하고 그릴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집안에서 일어난 좋지 않은 일은 되도록 숨겨야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하거나 창피하다는 이유로 
아무 말없이 아이만 맡기고 마는데 사실은 아이를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담
임이 본의 아니게 아이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또 알게 되더라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고 난 뒤에야 가
능한 일이거든요.
  담임에게는 가정 형편뿐 아니라 아이의 성격이나 아이에 관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많이 알려 주면 줄수록 담
임이 아이를 빨리 정확하게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어머니는 만날 때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 자랑만 
하다가 갑니다. 그렇게 자랑하지 않아도 담임은  다 아는데 아마 그 어머니는 아이에  대한 인상을 좋게 심어 
주려고 그러나 봅니다. 그러나 담임에게 아이에 대한 자랑만 늘어놓으면 아이를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면 오히려 아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혼란만 줄 수도 있습니다.
  담임에게는 식구가 어떻게 되나, 아버지가 하시는 일, 어머니가 집에서 살림을 하시는지 일하러 나가시는지, 
형제 관계, 아이의 성격, 학교 밖에서 배우고 있는  것들,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뭔지, 집에서 아이가 하는  행동 
중에 재미있고 좋았던 일 한두 가지, 담임이나 학교에  대한 아이의 생각, 부모님의 교육관 따위를 알려  주면 
좋겠습니다.
  아이에 대해 이 정도만 종합적으로 알고 있으면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담임은 쉽게 이해하게 되 쉽
게 아이 편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담임에게 알려 줘야 아이 마
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담임을 꼭 찾아 뵙지 않더라도 편지로 써도 됩니다.

      7장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학교에서 시험이 없어졌다는데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틈틈이 데리고 갈 만한 곳이나  가르쳐
야 할일은 무엇일까요?

  시험이 없어졌어요
  살다 보면 답답한 일도 많지만 가끔 "거 참 잘 했다." 고 할 일이 있어서 답답하고 화나는 일도 참고 살 수 
있나 봅니다. 올해 제일 반가운 일은 1, 2학년에 시험이 없어진 일입니다. 전혀 예상 못한 일이거든요. 누가 그
런 멋진 생각을 했을까요? 덕분에 어머님들도 한 시름 놓았지요?
  꽤 오래 전 일입니다. 1학년 어느 반에 담임이 교실을 비우게 되어 대신 들어갔습니다. 마침 그 시간이 시험 
보는 시간이었어요. 시험지를 나누어 주고 이름을 쓰라고 했는데 얼마 안  있어 아이들이 서로 보면서 하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일어서서 다니면서 보고 쓰는 거예요.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1
학년 아이들이 제 말을 들어야지요.
  몇 년 전에 1학년을 할 땐데 여자 아이가 첫 시간은 문제를 꽤 열심히 읽어 보면서 풀더니 다음 시간부터는 
읽지도 않고 빈칸에 아무 숫자나 써 넣고는 그만 놀아버리더군요. 그 아이가 시험지를 받고 빈칸을 메우는 시
간은 10분도 채 안 걸렸습니다. 그까짓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시험 문제를, 아무리 열심히 읽어 봤자 재미있는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애써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탓이겠지요. 그 아이가 보여준 태도야말로 가장 
1학년다운 결정이었어요. 저는 그 아이를 보면서 자꾸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무 미련이나 걱정 없이  시험지를 
해결해 버린 그 아이가 귀엽기도 하고요. 요즈음은 이런 아이는 없을 겁니다. 어떻게든지 한 개라도 더 맞히려
고 애를 쓰고 옆에 아이 것이라도 보고 쓰려고 하지요. 
  천진한 개구쟁이 남자 아이가 시험치는 날 아침에 "선생님, 오늘은 슬픈 날이에요. 아이고!" 하고 한숨을 쉬
었어요. 그 아이는 시험 볼 때마다  '이번에는 잘 했을까?' 하고 시험을 치기가  무섭게 채점한 시험지를 언제 
주느냐고 졸라댔어요. 그렇지만 시험지를 받아 보면  여전히 낮은 점수여서 자신에 대해  깊은 실망감만 쌓여 
갔어요. 그 어린아이의 마음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없는 나 자신이 참 딱했는데 이제  그 짐이 덜어졌으니 제 
마음의 고통도 덜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시험에 대해 그 정도로 큰 공포감이나 절망감은 없지만 시험 볼 때마다 '참 쓸
데없는 짓이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무엇을 묻는지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무슨 점수를 기대하지요?
받아 쓰기를 해도 옆이나 뒤에 있는 아이하고 제가 똑같이 썼는지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아이들이 받는 점
수가 얼마나 믿을 수 있다고 그 난리들이었는지.
  한 번은 상가 채소 가게에 들렀더니 내가 선생인 줄 아는 그 집 아주머니가 웃으며 "오늘 시험지 나누어 주
었다면서요? 온통 그 얘기뿐이에요. 1학년  엄마들은 더해요." 해서 '이런 때는  가게에 오는 것도 삼가야겠구
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공부를 잘 하는 아이는 점수를 잘 받아 뽐내고 싶은데 시험이  없으니 좀 싫어하기도 하고, 어떤 어
머니는 내 아이가 학급에서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데 시험이 없어지니 잘된 건지 못된 건지 모르겠
다고 하시더군요. 그렇지만 거의 모든 어머니들이 환영했습니다.
  시험 날짜와 시험칠 범위가 밝혀지는 날부터 아이들은 감옥에 갇힌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시험이 끝날 때
까지 무거운 짐은 마음 한구석에서 떠나지 않아 놀아도 즐겁지 않고,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릅니다. 그 기간에 
아이들이 동무들과도 잘 지내지 못합니다.
  마음이 불안해지면 난폭해진다는 것을 아이들을 보면 압니다. 시험치는  날은 아침부터 교실 분위기가 아주 
나쁩니다. 소란스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서 동무들과 조그만 일로도 무섭게 싸워요. 
시험이 끝났다고 즐거운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몇 개가 틀렸는지 알게 되기까지 또 초조하게 보냅니다. 그
전에 시험이 한 달에 한 번씩 있을 때는 아이들이 한 달에 보름은 이런 불안한 감정에 싸여 지내야 했습니다.
  시험이 아이 개인 인성이나 동무 사이의  감정만 파괴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험 문제  하나 맞고 틀리는 데 
매달려서 아이들은 시험 이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휴지를 아무데나 버린들, 과제를  아무
렇게 해 낸들 시험 점수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학교 생활은 아무렇게 하더라도 시험
만은 하나라도 더 맞히려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이래서는 공부도 제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사람되는 교육은 아
예 기대할 수 없지요. 시험도 학습의 한 부분일 뿐인데 말입니다.
  이제 1, 2학년이나마 시험이 없어졌으니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겠어요. 시험 부담에서 벗어난 아이
들을 위해서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틈틈이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하는 일을 몇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맞는 일 
  어느 어머니가 딸이 대학에 입학해서 이제 제 할 일 하나 보다 했더니 오로지 공부만 하느라 양말 한 짝 빤 
적이 없고, 설거지 제대로 해 본적이 없는 딸이라 여전히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 어머니와 새로운 갈등이 생
겨 자식 교육 잘못했다며 굉장히 속상해하시는 걸 봤습니다. 그런 것은  나중에 저절로 하려니 했는데 안하더
랍니다. 사람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데 마땅히 해야  할 일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다
니요. 지금 우리 아이들은 점수만 따면 다른 일은 다 면제받고 있잖아요. 이건 안 될 일이지요. 요즈음은 농촌 
아이들도 일을 모른다고 하는데 아무리 도시에는 아이들이 할 일이 없다고  해도 찾아보면 있을 겁니다. 자기 
일은 어느 정도 자기가 하고 집안일도 할 수 있는 일은 돕도록 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꼭 일이 아니더라도 예
를 들면 우산을 단정하게 접어 끈으로 꼭  묶는 일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켰으면 합니다. 또 
끈을 자기 손으로 묶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풍선을 불어 실로 매어  학습하게 될 때 반 전체 아이들
을 다 묶어 주다 보면 그만 한 시간이 끝나 버립니다. 아이들은 글씨 쓰기  말고는 손을 놀려 보지 않아 요령
도 모르고 쩔쩔맵니다. 
 
  놀 줄 아는 아이
  놀 줄 아는 아이는 몸과 마음이 건강합니다. 
  몇 년 전 4학년을 맡았을 때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면서  "놀아라." 했더니 아이들이 놀 줄을 몰라 "뭐 하고 
놀아요?" 하며 아주 난감해해서 놀랐습니다. 그래도 "놀아라." 했더니 할 수 없이  운동기구 위에 올라가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어요. 놀아 보지 않아서 어떻게 노는지도 모르는 데다가 놀이기구나 오락기 따위를 가지
고 노는 버릇이 들어서 그냥은 못 놀더군요.
  1학년 아이들은 아직 좀 덜하지만 오락기를 가지고 놀거나 놀이기구 타면서 놀기보다는 되도록 여럿이 어울
려 놀이를 만들어 가면서 놀게 하면 좋겠습니다. 부모님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알고 있다면 가르쳐 주셔도 좋
지요. 어린이는 놀 권리가 있으니 씩씩하게 뛰어 노는 것을 보고 절대로 시간낭비 한다고 생각지 말았으면 합
니다. 

  자연과 가까이 하기
  학습의 효과를 올리는 데는 실물을 보여 주면 가장 좋습니다. 물론 자기가 직접 해 보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실물을 구할 수 없어서 실물 비슷한 모형이나 사진, 그림들을  대신 쓰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실물보다 못하지
요.
  1학년 아이들은 말로만 하는 공부는 금방 싫증을 내지만 실물을 가지고 하면 아주 좋아하지요. 실물이 아니
더라도 무엇이건 손에 들고 만지게 하거나 아니면 나 혼자라도 들고 보여 주면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이 도시에, 우리 나라 학교에 실물이 얼마나 있나요. 한 예로 우리 조상들의 생활을 가르치자면 농
사짓는 기구를 일러 줘야 하는데, 이름과 생김새와 쓰임을 조금이라도 알게 하려면 말로는 되지 않습니다.  사
진을 보여 주고 그림을 그려 보여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글자를 읽고 쓰고, 숫자를 계산하는 방법만  가
르치고 말 수도 없는 일이고 이럴 때는 참 답답해요. 적어도 책에서 가르치는 기구나 동물 식물만이라도 학교 
박물관이나 실습지에서 보여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책에 호박꽃 사진이 나오지만 도시 아이들은 모릅니다. 호박은 시장에서 봐서 알지만 잎이나 꽃은 알 리 없 

지요. 박은 더합니다. 흥부놀부 이야기에서 박 얘기를 숱하게 읽었어도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요. 초가
지붕에 하얗게 피어오르던 박꽃, 어릴 때는 따서 채를 쳐 국 끓여 먹고 여물면  반을 갈라 속을 파내고 잘 말
려서 물바가지, 밥그릇으로 쓰던 소박한 삶을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줄 수 없어요. 박꽃도 볼 수  없고 
누렇게 익은 큼직한 박은 더구나 볼 수 없습니다. 어느 구석에 호박꽃, 박꽃이 피어 있은들 자기 생활과  관계 
없는데 무엇인지 알려고나 하겠어요.
  책에 나오니까 학습 효과를 높이려고 일부러 보여 주자는 얘기는 꼭  아니에요. 아이들은 본래 머리로 생각
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현실로 살아가지요. 그러나 도시에서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한정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실제 모습이나 성질을  모르고 그냥 글로 외워서 알 뿐이
에요. 관념은 생각인데 생각과 현실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지요. 만약에 어떤 사람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
하고 관념 속에만 살고 있다면 그 생각은 병들고 말 것이고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좌절하게 될 거
예요.
  제 얘기가 너무 비약하고 있군요. 아이들에게 보지도 못한 것을 외우게 하지 말고 실제 모습을 보여 주자는 
얘기지요. 눈으로 봐야만 확실하게 믿는 아이들의 특성을 잊어서는 안되겠어요.
  부모님들이 하실 수 있다면 호박, 가지, 고추, 봉숭아, 채송화,  분꽃 따위를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보여 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어려우면 어디 갈 때마다 살펴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도 됩니다.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
해서 어디서도 볼 수 있으니까요.
  아파트 잔디밭에서 누가 반기지도 않는데 저 홀로 피어 살아가는  민들레도 보게 하고, 도시라고 해도 진달
래가 피지 않는 산이 없으니 데려가서 그 속에 젖어보게 해도 좋겠습니다.  백화점만 갈 게 아니라 사람 냄새
가 확 나는 지저분한 시장에서 사람들이 다양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말입니다.
  실물을 보여 줄 때도 그냥 보여 주고 외우라 하지 마시고 알맞은 이야기를 함께 들려 주면 더 실감이 나지
요. 
  호박꽃과 분꽃을 가르쳐 줄 때 전래동요를  먼저 가르쳐 주었더니 아이들이 훨씬  그 꽃들을 좋아하더군요. 
분꽃이 화단가에 늘 있어도 뭔지 모르더니 이 동요를 알고부터는 정말 꼭 맞다며 열심히 씨를 모으기도 했습
니다. 어떤 동요인지 한 번 볼까요.

  분꽃

  노랑나팔 열두 개 
  분홍나팔 아홉 개
  노랑바지 우리 아기
  노랑나팔 불어라
  분홍나팔 불어라
  불어 보자 때 때
  또 한 곡조 삐 삐
  담 넘어서 때 때
  골목에서 삐삐
  분꽃나팔 수천 개
  저녁 먹고 또 불자
  ( 경북 지방 )

  호박꽃

  호박꽃을 따서는
  무얼 만드나
  우리 아기 조그만

  촛불 켜 주지
  (충북 충주 지방)

  그까짓 호박꽃, 박꽃 따위 모르면 어떠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호박꽃, 박꽃 얘기가 아니고 아이
들을 관념 속에서 살아가지 않게 하자는 얘기지요. 아이들이 실제로 보고 느끼고 판단하고, 글로만 아는게  아
니라 몸으로 부딪혀서 알게 하자는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풀이나 나무 이름 가르쳐 주기 
  저는 농촌에서 자랐습니다. 자연 속에 묻혀 살았지요. 집 앞, 뒤, 길에  무수히 깔려 있는 풀들과 나무들, 벌
레와 산새와 함께 살았지요. 그 속에 살면서 이 풀 이름이 뭔지, 이 나무 이름이 뭔지 일부러 배운 적은  없습
니다. 어른들도 일삼아 가르쳐 준 적은 없습니다. 그저 이렇게 저렇게 들어서 몸에 익혔을 뿐이지요.
  그런데 수십 년 동안 도시 생활을 하다 보니 어릴  때 시골 논둑, 밭둑에서, 집 둘레에 지천으로 깔려  있던 
풀 이름을 다 잊어버렸습니다. 나무 이름도 새 이름도 거의  다 잊어 버렸습니다. 못 보고 산 지도 아주  오래 
됐습니다. 그러다 작년부터 나무, 풀 이름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반 아이들을 살펴보니 아
이들은 꽃이고 나무고 풀이고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더군요. 또, 나무나 풀 따위를  눈여
겨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교실 밖에 나가면 꼭 아이들에게 "이 풀 이름은 ○○란다,  이 나무 이름
은 ○○○다." 하고 가르쳐 주었지요. 몇 번 그랬더니 아이들은 곧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잎을 뜯어 일
기장에 붙이고 이름을 써 넣기도 하고요. 그걸 보고 저는 아이들이 풀이나 나무에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어른들이 눈을 틔워 주기만 하면 아이들은 단번에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애쓰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나무와 풀에도 이름이 있다는 걸 알면 자연히 눈여겨보게 되고 다 비슷하다고 여기며 무심히 지나
치던 것들에 대해서도 달리 보게 되겠지요. 그러면서 저마다 어떻게 다른지 알려고 자세히 보게 되지요.  어릴 
때 기억은 어쩌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부모님도 도시에서 자라 나무나 풀 이름을  잘 모르시면 좀 어렵기는 하겠지요.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한 번 시작해 보세요. 광릉 수목원, 홍릉 수목원, 관악산 서울대 수목원에는 나무에 이름을 다 써 붙
여 놨더군요. 또 도봉산 여기 저기에도 나무 이름이 붙어 있고요. 홍릉 수목원은 풀도 많습니다. 봄에 꽃이 필 
때 꽃을 보고 이름을 외우기도 하고, 그 풀이나 나무, 또 열매들의 쓰임을  알면 쉽게 익힐 수도 있습니다. 식
물 도감을 들고 다니면서 식물과 견주어 보며 익히면 더 좋은 공부가 되겠지요.
  아이들은 조금씩 알게 되면 될 수록 더욱 알려고 애쓸 거예요. 나무와 풀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새와 벌레
들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싶어하겠지요. 그러고 보니 도시 아이들은 벌레라면 질색을 하더군요. 조그만  벌레나 
곤충이 보이기만 해도 질겁을 하며 도망을 칩니다. 시골에서 자라면 나비, 벌, 거미, 지렁이,  거머리, 개구리는 
말할 것도 없고 송충이라도 별로 겁내지 않을 텐데 도시 아이들은 자연과 너무 떨어져 자라서 그런지 조그만 
벌레만 봐도 십 리만큼 도망가거나 때려죽이려 합니다. 흙을 만지거나 밟아도 큰일 나는 줄 알고요.  아이들을 
자연에 좀더 가깝게 해줘야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도시에 살면서도 할 수 있는 이런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어요.
  자연의 소리 들려 주기- 필수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입학해서 얼마 안 돼 교실 정리를 도와 주시겠다고 하며 들르셨을 때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이렇게 맑고 천진한 아이들과 같이 사시니 선생님은 얼마나 행복하세요."
하고 말입니다.
  그 말씀이 안 맞을 때도 많지요. 그렇지만 행복하지 못할 때의 쓸쓸함이나  아픔을 씻어 주고도 남을 일 또
한 많기 때문에 저는 역시 행복합니다. 필수 어머니같이 좋은 분을 만남 것도 행복 중에 행복이 아니겠어요.
  필수네는 언제부터 아파트에 사셨어요? 나는 아파트에 산 지 5년이 못되는데 아파트로 이사올 때 아파트에 
대해 공포감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끌려오듯이 왔는데 살아 보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땅바닥에 대있는 
집에 살 때와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군요. 꽉 들어찬 성냥곽 같은 아파트 숲이 비정함을 느끼게 했고, 흙이라고
는 잔디밭과 놀이터 외에는 구경할 수 없이 빈틈없이 시멘트로 발라 버려 더욱 숨막히게 했어요. 흙을 밟고 
살아 왔는데, 내 발 딛는 곳 어디 하나 살아 있는 흙이 없으니 처음 얼마 동안은 바닥에 발을 내딛기 겁이 났
어요. 생전에 동물이고 식물이고 집안에 키운 적이 없던 내가 당장 동대문  시장으로 달려가 화초를 몇 개 사
다 놓고 거기다 숨을 내쉬었다니까요.
  이것뿐이 아닙니다. 8층에 사는 나는 얼마 안 가 내가 얼마나 자연과 멀리 떨어져 있는가 실감했습니다. 소
리라고는 빵빵대는 차 소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 청소차가 쓰레기 끌어 담는 듣기 싫은 이상한 소리, 둘레 공
사장에서 나는 기계 소리 외에 자연의 소리는 들을 수 없어요.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고 빗소리는 더더욱 들을 
수 없어요. 눈오는 소리는 더더욱 말할 바 없지요.
  나는 비오는 소리를 무척 좋아해서 하늘이 컴컴해지고 비바람이 몰아치며 세찬 비가 쏟아질 때면  학교에서
고 집에서고 하던 일을 제쳐놓고 창 밖을 바라보거든요. 전깃줄을 윙윙 흔드는 바람 소리, 쏟아지는 비를 이리
저리 마구 몰고 흔들다 아무데나 던지는 바람, 쫙쫙 퍼붓는 비는 기분마저 상쾌하게 했습니다. 내 안에 찌꺼기
를 싹 씻어 내는 것같이 상쾌했어요. 
  흙은 또 어떻고요. 흙 냄새는 바로 사람 냄새, 사람 사는  냄새잖아요. 그런데 아파트에는 그런 냄새도 없고 
그런 소리도 없어요. 
  아파트는 비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일부러 지켜 서 보거나 날씨 소식을 듣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
습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비온다는 소식을 듣고 베란다에나 복도에 나가 서 있어도  빗소리는 
거의 내 귀에 잡히지 않습니다. 촬촬, 쪼르르,  후드득, 쫄쫄, 쭈루루…. 아무리 전에 듣던 소리를  잡아 보려고 
해도 안 잡혀 싱거워서 그만 집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아 버립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또 어떻습니까? 똑같은 네모난 아파트들, 토막  나 보이는 지저분한 하늘, 찻길…. 도무지 
아파트 동네는 사람의 감정을 고갈시키는 곳이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본래 가지고 있던 
감성마저 죽이겠는데 감성을 키워 가야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되지요? 시를 쓰시며 시골 학교에서만 계시던 
교장 선생님이 서울 와 보니 서울 아이들은 감각이 다 죽었더라며 한숨을 내쉬더군요.
  아파트 동네만 이렇게 살벌한 게 아니라 도시가 다 그렇지만 그래도 아파트가 아닌 동네는 집 모양도 여러 
가지고 선도 여기만큼 단조롭고 칼날 같지는 않지요. 다 똑같다고 해도 땅집에서는 빗소리, 바람 소리는  들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것마저 잃고 말았어요. 도시에서는 인공의 소리, 인공의 냄새, 정신을  불안하
게 하는 것 말고는 볼 수 없습니다. 자연스런 감각, 경험이 건강하고 풍성한 감성을 키우고 건강한 감성이  안
정된 의식으로 자리해야 한 사람의 성숙한 인간으로 완성되지 않겠어요? 공동체 생활로 실험학교를 꿈꾸는 윤
구병 선생님의 진단을 보겠습니다.
  "도시 아이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저마다 신경증을 앓고, 고립감을 느끼고, 불안과 공포와  분노에 사로  
  잡혀 충동적인 폭력에 휩쓸리거나 자살을  꿈꾸는 것은 불우한 가정 환경이나  잘못된 교육 탓만은 아니다.   
  청소년의 비행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죽음의 원리가 지배하고 있는 도시 사회가 바로 어린 시절부터  
  계속해서 아이들의 감각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혀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 지은 아파트가 아니면 집에 못 하나 박을 곳 없이 단단한 벽돌로 둘러싸인 아파트가 도시에서도 아이
들이 살기에 가장 좋지 않은 환경임을 안다면 어떻게든 아이들의 왜곡되고 죽어 가는 감성을 살려 주어야하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아파트에서 이사 갈 수는 없는 일이고, 형편이 되는 대로 아파트를 탈출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시끄러운 놀이 동산보다는 도시를 벗어나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리를 듣게 하는 것입니다.
  '바람 소리 들어 봐!'
  '새 소리 좀 들어 보렴'
  '저 안개는 어떻니?'
  '흙 냄새, 풀 냄새 나지?'
  '빗소리도 아주 여러 가지지?'
  '저 나무 등걸 좀 보렴!'
  이런 것은 말로 하기보다 생활의 일부분으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주입식으로  집
어 넣어야 하는 도시인의 삶의 서글퍼집니다.
  그러나 적어도 도시가, 아파트가 아이들의 감성을 죽인다는 정도는 어른들이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말 교육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시고 바르게 지키려고 마지막 힘을  다 쏟고 계시는 이오덕 선생님이 몇 번이나  이런 
한탄을 하시는 말을 들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사람들이 '쳐다본다'는 말과 '내려다본다' 는 말도 구별 못해요. 발끝을  쳐다본다고 써 놨어요.  
  글세."
  사전에 보면 '쳐다보다'는 '얼굴을 들고 치떠 보다.'  로 나와 있고 '내려다보다'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여 보
다.' 로 되어 있습니다. 발이 천장에 붙어 있지 않은 다음에야 이렇게 써서는 안되지요. 굳이 사전을 빌리지 않
더라도 우리는 위를 볼 때 '쳐다본다'고 하고 아래를 볼 때는 '내려다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도 모르는 사
이에 우리말의 쓰임이 뒤죽박죽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있습니다.  어린 학생이나 젊은이들은 말끝마다 '∼
같애요.' 라고 합니다.
  "여기 와 보니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고 해요. 자기 스스로도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지요. "참  좋습니다." "참 좋군요." 하고 
분명하게 말해야지요.
  방송하는 사람들 말은 더 엉망입니다.
  "∼보여 집니다." "생각되어집니다." 하고 늘  말합니다. 자기가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가 보고 판단하는데 
'∼보여지는' 것은 뭐고 '생각되어지는' 건 뭡니까? 잘못된 것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 그만두겠습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은 우리 민족이  수천 년 동아 갈고 닦아 우리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우리말에는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말은 생활을  표현하고,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인 셈입
니다. 우리말에는 움직씨(동사)와 어찌씨(부사), 그림씨(형용사)가 다른 나라 말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이나 감정이 그만큼 섬세했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가 오천 년 동안 단일 민족으로 우리 고유의 말과 글을 가지고 살아 왔으므로 우리말과 글은 바로 우리
의 얼(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말 속에는 우리말만이 가지는 독특한 말법이 또한 
있습니다. 말과 말을 잇는 보이지 않는 줄, 말이 살아 있게 하는 어떤 규칙, 질서 들 말이지요.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우리말과 글과 말법이 마구 무너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우리말이 커다란 위기에 서 있
습니다.
  사람들은 "말이란 자기 생각을 전하기만 하면 되지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하냐."고도 하고 "말이란 시대에 따
라 자꾸 변하는 게 아니냐."고 대수롭잖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해 버릴 일이 아닙니
다.
  오천 년 동안 이어온 우리말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우리의 민족 정신을  담고 있다는 것, 지금 
우리말이 조상들이 전해 준 깨끗하고 고운 말을 지키면서 시대에 맞게 더 넓혀 간다면 모르는데 우리말이 영
어, 한자말로 해서 점점 죽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법조차 영어, 일본말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앞에서 "되어진다." 는 말이나 요즈음 글쓰는 사람이면 모조리 쓰다시피 하는 "했었다. 갔었
다." 하는 따위가 다 외국말법입니다. 이제는 우리말이 영어를 배우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한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말도 이제는 깨끗하지 않습니다. 그 전 같으면 어머니 품에서  어머니의 말과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자랄 아이들이 아주 어려서부터 책으로 테이프로 이야기를 듣고 말을 배우다 보니 어머니가 또  어머니로부터 
배운 깨끗한 우리말이 아니라 아주 재미 없고 틀에 박힌 말만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을 한 번 보세요. 거기에 나오는 말들이 얼마나 엉망인지. 1학년 아이들이 도무지 알 수 없
는 어려운 한자말을 마구 쓰고 있습니다. 이래가지고는 아이들의 말글살이가  어찌 될지 뻔하지 않습니까? 요
즈음 아이들이 쓰는 말이 재미도 개성도 없이  다 비슷비슷한 것은 바로 어머니의 이야기로 아이들을  키우지 
않고 책으로 키운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50명의  아이가 각자 자기 어머니한테 말을  배운다면 50가기의 다른 
말을 배우지만 50명의 아이가 유명하다고 하는 책 한 권으로 배운다고 했을 때 모두 다 비슷한 말을 하게 되
지 않겠어요.
  이제는 모든 면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어머니는 가장 훌륭한 교사입
니다. 아이들의 말과 글에 대해서도 학교나 책에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어머니가 뛰어들어야 합니다.

  먼지 우리말이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보는  책을 잘 살펴서 잘못된 표현이
나 우리말이 있는데도 한자말을 그대로 쓴 것들을 아이와 같이 고쳐 보면 좋은 우리말 공부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천천히' 라는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책을 읽다 보니 '천천히'는 모르고 한자말인 '서서히'
를 써 버립니다. 물론 한자말을 하나도 안 쓸 수는  없지만 우리말이 있는 것은 꼭 살려 써야지요. 또  책이고 
어디고 보면 모조리 '미소짓다' 로만 씁니다. 우리말에 웃음을 나타내는 말이  얼마나 많은데 이 한 가지 말로 
획일화되어 버렸으니 얼마나 재미없는 말이 되고 말았습니까. 
  농촌이 죽으니 농사지으며 살 때 만든 고운 말이 자꾸 없어지는데 어머니가 아시는 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세요. 풀이고 곡식을 '베는' 것도 모르고, 꽃씨 '받는' 것도 아이들은 모릅니다. 어머니들끼리 이런 모임을 만
들어 '우리말 지키기' 같은 것을 하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의 말과 글(얼)만 지키고 있어도 어떤 어려움이
든 이겨 나갈 수 있을 텐데요. 만약 이 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우리글 바로 쓰기 
1, 2, 3〉(한길사)를 권해 드립니다.

  환경 교육
  얼마 전 몇 분 선생님들과 같이 환경 기행을 다녀왔어요. 남한산성에 있는 소나무와 서울 남산에 있는 소나
무를 견주어 보면서 대기오염 실태와 나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우리를 안내하면서 
설명해 주던 젊은 연구원이 환경 교육은 어릴 때 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도 해 보고, 직장인. 중 고등학생들한테도 강연을 해 보지만 초등학생만큼 효과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머리로는 어린아이들보다 빨리 이해하고 금방 그렇다고 머리를 끄덕이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겁니다. 어머니들은 쓰레기를 줄이자는 얘기나 비닐 종이 때문에 생기는 공해  문제 따위를 열심히 고개를 끄
덕이며 듣고는 강연장을 나가서는 시장에 들러 모두 손에 손에 비닐 봉지 몇 개씩에 물건을 담아 가는데 아이
들은 들을 때는 어른보다 쉽게 이해가 안 가 머리를 갸웃하지만 즉각 그대로 실천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분은 자기도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은데 길이 없겠느냐고 했습니다.
  정말 환경 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수돗물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의 대기오염은 아직 런
던에서 있었던 것같이 직접 죽음을 몰고 오지는 않고 있지만 최악의 상태가 아닙니까? 누구라도 시골 가서 공
기 맡을 때와 서울이 확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환경 문제가 워낙 범위가 넓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전 생
활이 환경과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잖아요. 자동차, 대소변, 음식  찌꺼기, 설거지물, 빨래, 머리 감는 일, 비닐 
봉지, 플라스틱 제품, 집안에 있는 가전 제품. 이제 보니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다고 하는 것들이 몽땅 
환경을 더럽히고 파괴하고 있으니 '편리한 생활, 발전하는 조국'을 가르칠 때 어떻게 환경 문제와 대립되지 않
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저도 초등학교 교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말을 듣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환경을 잘 보존해야 하는 까닭을 얘
기하고 우리가 지키고 실천할 일을 강조합니다. 그러다 보니 벽에 부딪히게 되더군요. 아이들 뒤에 있는  부모
님이 함께 이 문제에 인식을 같이 하고 협조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교사와 부모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고 
자칫하면 이중적인 행동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같은 생활에 대해서도 일치된 행동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이
럴 땐 이렇게 행동하고 저럴 땐 저렇게 눈치봐 가면서 하게 되지 않겠어요. 환경 문제에 대해서만은 그래서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만 '어떻게 해라.' '뭐 하지 마라.' 해서 될 일이 아니지요.
  속초에 젊은 선생님 한 분은 실험과 현장  견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환경 문제의 심각함을 확실하게  깨닫게 
하여 아이들이 부모와 그 지역 어른들을 일깨우고 있습니다만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배워서 안다면  그것
도 부끄럽지 않겠어요.
  우리들 모두는 살아가는 일과 아이들 공부시키는 일에 너무 매달리다보니 환경 문제 같은 데는 관심조차 없
는 게 사실입니다. '환경 문제는 생활에 여유가 있고 난 뒤에 생각할 일이라든가, 살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 환
경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거나 나만 수돗물 안 먹고 약수물 떠다 먹으면 되지.' 하는 소극적인 생각이 돌이킬 
수 없도록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잖습니까.
  이제 대도시의 공기는 숨을 쉬기 불쾌할 만큼 더러워졌고, 나쁜  공기로 해서 갖가지 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제 몇 년 안 가 식수로 쓰고 있는 지하수도 모두 오염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겠

어요. 편리한 생활을 벗어 던지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면 편리한 생활과 공존할 지혜를 생각해 내고 
실천해야 되지 않겠어요.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에게 맞는 실천거리가 있습니다. 샴푸 대신  비누로 머리 감기(아이들은 머리숱도 많지 
않고, 그렇게 더럽지도 않아서 비누면 충분한데 왜 샴푸를 쓰는지 모르겠어요.)또 아이들이 사 먹고 버리는 과
자 봉지, 비닐 봉지들이 엄청난데 그 봉지들의 문제와 과자의 색소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곧 수
긍하고 지키려고 애를 씁니다. 
  그것 말고도 자주 새 물건을 사지 않고, 모든 물자를 아껴 쓰는 것도 환경을 지키는 일임을 알게 하고 그것
이 몸에 배도록 해야겠습니다. 물자가 흔하니까 아까운 줄을 모르거든요. 음식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다  먹는 
일, 쓰레기를 꼭 버릴 곳에 버리는 일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쓰레기 버리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
데 어떤 아이는 아무리 얘기해도 책상 속이고 자기 자리 둘레에 쓰레기를 버리면서 쓰레기통에 버릴줄 모릅니
다. 이런 것도 집에서 철저히 교육을 하지 않은 탓이 아닐까요.
  그러나 아이들이 무슨 환경을 오염시키나요. 다 어른이지요. 세제로 설거지하는 일, 샴푸 린스로 머리  감기, 
가루 비누로 빨래하기, 시장 바구니 대신 비닐 봉지에 담아 오는 일 들, 우리 어머니들이 잘못하시는 일이  더 
많지요.
  이제 환경 문제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바로 실천할 때입니다. 어머니들이 먼저 이 일의 중요성을 인식
하시고 온 가족이 함께 '우리 집에서 할 수 있는 환경 보호'를 찾아서 실천하고 그것을 이웃에 널리  퍼뜨려야 
합니다. 트리오 한 방울 쓸 때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음식  하나라도 남겨서 버리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태도가 
자식들에게 좋은 환경 교육이 될 것입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땅, 마실 수 없는 물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에게 공부만 시킨들 무슨 소용이겠어요.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 주세요
  얼마 전 여동생이 이제 다섯 살 되는 사내 아이를 데리고 와서  며칠 묵어 갔습니다. 조카를 배웅하고 집으
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집이 아주 어둡게 느껴져 한동안 망연히 앉아  있었습니다. 아이는 빛이며 꽃이라는 걸 
그 때 알았습니다. 빛이 있다가 가고 없으니 당연히 집이 캄캄해 보이지요. 티  없이 맑은 눈, 꾸밀 줄 모르는 
순수한 마음, '이 세상에 아이들이 없다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리면 어릴수록 더 맑고 깨끗한데 초등학생 가운데는 1학년 아이들이 가장 천진합니다. 학교에서
는 자유로움보다는 규칙과 질서를 더 강조하다 보니 아이들을 실제보다 큰아이 취급할 때가 많은데 가끔씩 내 
마음을 일깨우는 일이 생깁니다. 그럴 때면 깜짝 놀라며 깨끗하고 꾸밈없는 마음에 내 영혼까지 맑아지지요.
  한 번은 우리 반 지은이가 일기장을 가지고 와서 보이며
  "선생님, 엄마가요 내가 일기에 시를 썼다고 지우고 다시 쓰라고 해서 뒤에 다시 썼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지은이 가 펼쳐 보여 주는 일기장을 보니 "수첩아, 수첩아 고마운 수첩아." 하며 시를 한 편 
길게 썼는데 내용을 읽어 보니 화가  날만도 했습니다. 그 글에 긴 가위표가  그어져 있고 뒷장에는 지은이가 
어머니한테 야단맞고 다시 쓴 일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은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어요. 지은이 얼굴은 어제  일을 부끄러워 숨기려는 마음은 티끌만큼
도 없이 맑아 보였습니다. 좀 큰아이들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사실을 숨김없이 보여 주는 1학년 아이
들! 저는 지은이 때문에 그 동안 잊고 있었던 1학년 아이들만의 깨끗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습니다.
  공부 시간인데 광행이가
  "선생님, 어머니 아버지는 왜 자식들이 속 썩이면 소리치고 욕을 하고 그래요?"
하고 물어서 저는 놀랐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을 모르고 있어서 놀랐지요.
  "아이고! 그럼, 자식들이 속 썩이면 어머니 가슴에 멍이 들어 아파서 병이 생기는데 야단 안 쳐?"
하니 광행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했습니다. 그 순진한 모습에 저는 부끄러워졌습니다. '내가 정말로 
1학년 아이들을 너무 모르는구나.' 하고요. 그래서 다시 한번  차근차근 쉽게 부모님들이 소리지르고 야단치는 
까닭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은 특별한 환경에 있지 않는  아이라면 슬프다거나 화나는 감정을 잘 모릅니다.  모든 일을 다 
즐겁고 재미있고 우습게 생각하지요. 물론 기분 나쁜 일은 있지만 자기의 어떤 행동이 어른들을 화나게 하고 
속상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왜 어른들은 그렇게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또 아이들은 
그런 기분 나쁜 일은 싫어합니다. 그래서 교사나 어른들이 야단쳐도 잘못했다고  고개 숙이는 게 아니라 웃어
버려요. 어린이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마음이지요.
  또 한 번은 한 남자 아이가 아주 쓸쓸한 얼굴로
  "선생님, 우리 엄마하고 아버지는 일요일은 외롭고 슬프대요. 그래서  어제도 7시에 잤어요. 내가 엄마 하는 
말을 들었는데 엄마가 시골 할머니 집에 가도 힘든 일만 시키고 잘해 주지도 않는다고 외롭다면서 우셨어요."
했습니다.
  그 아이는 부모님들이 속상해하는 일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몰래 주고 받는 이야기 속에서 자기도 뭔지 모
르는 쓸쓸한 느낌을 가졌겠지요. 그 말을 하는 표정이 어찌나 진지해  보였던지 나도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꼭 
안아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아무 계산도 할 줄 모르고 남에게 뽐내려고도 감추려고도 하지 않
는 아이들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미움이 왜 생기고 전쟁이 왜 생기겠어요? 여러 해 동안 아이들과 같이  살아
가고 있는 저부터도 아이들 마음을 도저히 배울 수 없지만요.
  이렇게 계산할 줄도, 감출 줄도, 꾸밀 줄도 모르는 아이들도 학교 생활을 해 가면서, 점점 자라면서 그 마음
을 다 잃어버리고 맙니다.
  아이가 남에게 이렇게 솔직했다가는 당장 부모한테 야단맞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잘못 가르치는 셈이지
요. 
  "너는 그런 얘기까지 해서 우리 집 망신을 시키니? 좋은 것은 얘기해도 되지만 그런 부끄러운  일은 숨겨야
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무시할 거 아니야. 한 번만 또 그대로 얘기했다가는 그 때는 가만두지 않겠다."
하고 당장에, 아이들의 거짓 없는 마음을 거짓스런 마음으로 바꾸도록  합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싸운 이야기, 
부모들의 잘못을 지적한 글, 야단맞은 이야기 따위를  써서 문집에라도 실리는 날에는 난리가 납니다.  아이들 
글에서 배우기는커녕 고개를 들고 살 수  없다고 야단쳐서 아이가 다시는 솔직한 글을  쓸 수 없게 만듭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에게 현명한 처세의 길을 가르치는 것일까요?
  아이들의 맑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른들의  문화도 아이들을 물들이는 것 가운데 
하나겠지요.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따위도 아이들의 맑은 영혼을 더럽힙니다. 1학년 아이들이 비디오를 보고 쓴 
글입니다.

  1993. 10. 28. 목요일 약간 흐림
  비디오
    세라네 집에서 인형놀이를 하고 비디오를 봤다. 그건 보배 비디오였다.  비디오 제목은 '요자3' 이었다. 중  
  간에 요자가 젖이 보이게 잘라졌다. 세라랑 나랑 보배랑 웃었다. 또 팬티도 보였다. 우리들은  또 웃었다. 팬  
  티도 보이게 잘라졌다. 우리는 또 웃었다.
    요자는 주인공이다. 요자3은 재미있었다. 끝나고 보니 참 아쉽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거다.  그  
  러면 아쉽지 않을 거다.
  저는 아이들의 깨끗한 마음을 오래오래 지켜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배우고 지켜야 
할 마지막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가 권하는 책

  일학년 아이들을 위한 책
  개구리의 세상 구경 / 임정진 지음, 웅진출판사
  나야, 뭉치 도깨비야 / 서화숙 지음, 웅진출판사
  다 타고난 재주가 있지요 / 이재복 엮음, 도서출판 산하
  김치는 싫어요? / 최신양 글·나애경 그림, 도서출판 보림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 / 콜린 맥노튼 글·그림 시공사
  바람 도깨비 / 어린이도서연구회 엮음, 우리교육
  도깨비와 범벅장수 / 이경애 글·한병호 그림, 국민서관
  배장수와 신선 / 위기철 지음·조혜란 그림, 국민서관
  개 한 마리 갖고 싶어요 / 보물섬 엮음, 푸른나무
  세계의 어린이 우리는 친구 / 유네스코 아시아문화센터 기획, 한림출판사
  오늘은 무슨 날? / 데이지 세타 글·하야시 아키코 그림, 한림출판사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 재미마주 기획, 도서출판 길벗
  어린이 식물도감 / 김태정 글 사진, 예림당
  밤하늘의 신비 / 캐를스톳 지음, 삼성출판사
  개구쟁이 산복이 / 이문구 글, 창작과 비평사
  난 그래도 놀아줄거다 / 서울 글쓰기회 엮음, 온누리
  나도 쓸 수 있어요 / 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 웅진출판사
  동물들이 사라져가고 있어요 / 실비 지라르데 글, 동아출판사
  책 읽고 이렇게 해 보세요 / 어린이도서연구회 엮음, 웅진출판사
  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 / 안나 리셀만 글·그림, 현암사
  큰 다람쥐와 작은 코뿔소 / 미스챠 담얀 지음·한스 제 베르 그림, 중앙미디어
  할미꽃은 왜 코부라졌을까? / 보물섬 엮음, 푸른나무
  동화로 읽는 5분 과학 이야기 5권 / 정태선 박희준 엮음, 장백출판사
  세계 교과서에 실린 명작동화 3,5권 / 도서출판 일과 놀이
  까마귀 여섯 마리 / 레오 리오니 지음, 분도출판사
  내꺼야 / 레오 리오니 지음, 분도출판사
  과학의 벗(20권) / 고바야시 이사무 외 지음, 계몽사
  작은 집 이야기 /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시공사
  장난꾸러기 기관차 추추 /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시공사
  달팽이 과학동화(50권) / 도서출판 보리 기획편집, 웅진출판사
  세계는 내 친구(66권) / 두손미디어 기획편집, 두손미디어

  학부모를 위한 책
  서머힐 / 알렉산더 니일 지음, 양서원
  문제의 부모 / 알렉산더 니일 지음, 양서원
  아이들은 이렇게 사는 법을 배웁니다 / 가토 다이조 지음, 고려원 미디어
  내일 시간을 내보지, 뭐 / 스테판 크라버 지음, 정인출판사
  바람직한 자녀와의 대화방법 / 사마린 외 지음, 학문사
  한 자녀 키우기 / 캐플만 지음, 창지사
  바보 만들기 / 존 테일러 개토 지음, 푸른나무
  참교육으로 가는 길 / 이오덕 지음, 한길사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 줄 때 / 어린이도서연구회 지음, 돌베개
  살아 있는 글쓰기 / 이호철 지음, 도서출판 보리
  살아 있는 그림 그리기 / 이호철 지음, 도서출판 보리
  빵점 엄마 백점 일기 / 조은일 지음, 도서출판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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