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떼기, 그 새로운 제안
1. 한글떼기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어느 젊은 엄마가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에 탔다. 아이는
'계란
과자'를 들고 있었는데, 엄마는 아이의 한 쪽 손을 꼭 잡고 한글 학습을 시작했다.
('계란과
자'라고 씌어진 곳을 쭉 가리키면서) "민아야, 이게 뭐지?" "계란과자" "너 외원서 대
답하는
거지? 그럼 이건 뭐야?" 엄마는 '계'자를 가리킨다. "계란과자" 아이는 다시 대답한
다. "아니
이거 말이야, 이 글자. 따라 해 봐. 계, 란, 과, 자." 그러자 아이는 울상이 되어 엄
마만 쳐다
본다.
'계란과자'와 '계, 란, 과, 자'
아이가 엄마의 질문에 '계란과자'라고 정확히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가 먹어
본 그
과자의 맛을 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이 먹어 본 그 과자의 맛을
떠올
리며 겉봉의 색깔이나 그림을 단서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아이를 데리고 비디오 테이프를 빌리러 갔을 때 많은 엄마들이 경험하
는 것
과 같다. 아이들은 한글을 잘 모르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척척 골라
낼 수
있다. 인어공주를 좋아하는 아이는 글자만 보이는 테이프를 용케 골라낸다.
이것은 아이들이 전체적인 이미지로 사물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인
어공주'
글자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인어공주'라는 글자를 인어공주에 대응하는 또
다른 그
림으로 인식하고 잇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사물의 이름을 알아맞
히거나
읽는다. 이대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자신의 느낌을 점점 뚜렷이 해 나가고
그 느
낌으로 서서히 한글을 알아 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글을 자기 세계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비로소 한글이 아이에게 의미 있는
것으
로 생명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즐겁게 추상의 세계인 한글을 탐색할 수 있고,
자신
의 느낌이 꽉차는 날, '아!' 하고 한글 법칙을 통찰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직 이 단계에 머물러 있는 아이에게 한글을 한 자씩 짚어 가면서 가르치
거나
한 자씩 외우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 깨달아 가는 자
기 나
름의 과정이나 흐름을 방해할 뿐이다.
즉 '계란과자'가 아닌 '계'자, '란'자, '과'자, '자'자는 아이가 느끼는 구체물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 의미 없는 것일 뿐이다. 아이는 자기만의 고유한 느낌으로
'계란
과자'를 인식하고 있을 뿐, 어른들이 생각하듯이 한 글자씩 따로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
니다. 아이가 '계, 란, 과, 자'를 한 글자씩 알게 되는 것은 그 후의 과정이다.
그런데 위 사례의 경우, 아이는 한글을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알아 가고 있는데
엄마
가 개입해서 한글을 갑자기 어려운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이는 느낌으로 읽고 있는
데 엄
마는 아이의 이런 인식 단계를 무시한 채 엄마가 알고 있는 한글 법칙을 설명하며 외
우라고
강요한 것이다.
당연히 아이는 흥미를 읽고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아이는
결국 한글 자체를 싫어하게 되기 십상이다.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려다 오히려 아이
가 한
글을 멀리하게 만든 꼴이다.
잘못된 편견
아이게게, 특히 어린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칠 때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아이
에게 맞는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글도 마찬가지이다. 어른의 입
장에서
억지로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우리 근상이는 다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면서 한글 학습을 시작하였다. 미리
가르치
면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지루해 할까 봐 집에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았는데,
요즘
유치원에서 배운 한글을 물어 보면 엉터리로 대답할 때가 많아 답답하다. 유치원에서
한글
숙제를 내주는데, 낱말 따라 쓰기는 그런대로 하는데, 어째된 영문인지 그 쉬운 'ㄱ,
ㄴ, ㄷ,
ㄹ'을 거꾸로 뒤집어 쓰기도 하고 또 'ㄱ'과 'ㄴ'을 혼동하기도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한글을 가르칠 때 먼저 'ㄱ, ㄴ, ㄷ, ㄹ'을 가르친 다음에
'가, 나,
다, 라'를 가르치고, 다시 '가방, 나비, 다람쥐, 라디오'를 가르치는 식으로, 한글을
합성시키
는 방법으로 가르치면 아이가 금방 한글 법칙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어른들의 착각일 뿐이다.
말이든 글이든 모든 언어는 하나의 의미를 일정한 기호로 나타내자는 사회적 약속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따라서 언어는 고도의 추상 세계이다. 그런데 단순히 기호만을 가르치
며 아
이에게 억지로 외우게 하는 것은,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로서 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머리 속에 의미 없는 기호를 입력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
방법은
글자가 가진 의미를 아이가 충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에 한글을 가르치는 적당한 방법
이 아
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에 의해 기계적으로 한글이란 기호를 외운 아이는 책을 들고 글자
를 한
자 한 자 읽을 줄은 알아도 그 글자들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저히
책에 담게 있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고, 책 읽는 것에 흥미를 가질 수 없다.
이는 한글 교육이 글자 자체를 읽는 것에만 중점을 둘 때 아이가 언어로서 한글을
받아들
이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유아에게 이런 방식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과정에서도 아이를 어떻게든 닦달해서 외우도록 하게 되고, 아이는 무조건 설명해 준
대로
법칙을 외우자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결과는 뻔하다. 아이가 글자는 일게 될지 몰라도 이때 받은 스트레스로 배우는
것 자
체를 싫어하게 되어 오히려 아이가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학습 욕구를 꺾는 역효과를
낼 뿐
이다.
이외에도 가방의 '가', 나비의 '나', 다람쥐의 '다'와 같이 가르치거나, 또는 '가
방, 나비. 다
람쥐'처럼 직접 낱말로 한글을 가르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은 앞에서 얘기한 것
보다는
아이에게 좀더 쉬운 방법이기는 하지만 아이의 인식 상태를 고려했다고 볼 수 없다.
즉 아
이가 알고 있는 사물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존중하는 아이의 인식 흐름에 따라 가르치
는 것
이 아니라, '가'자를 가르치기 위해 가방이라는 사물을 끌어다 맞춘 것에 불과하므
로, 역시
'가나다라'를 먼저 가르치는 방법과 크게 다르 바가 없다.
이렇게 잘못된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이 방법으로도 한글을 떼는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글을 뗐다는 것은 한글을 의미와 상관없이 단지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우리가 뜻을 모르지만 발음 법칙을 알아 영어를 소리내
어 읽
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과적으로 어른들이 갖는 한글 학습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으로 아이는 스스로
한글의
세계를 탐색하지 못하고 오직 엄마가 일러주는 간단한 공식만을 외우는 셈이다. 이런
교육
은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는커녕, 생각하는 것조차 싫어하는
창의
력 없는 아이로 자라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가르치고 싶어하는가에
대해
얘기해 볼 필요가 있다.
2. 왜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가?
나는 강토가 한 돌이 되어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하루라도 빨리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강토는 어려서부터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고 끊임없이 책을 읽어 달라고 졸라댔
다. 내
가 힘들기도 했지만, 나는 아이가 혼자 힘으로 책을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가 알고 싶은 책 속의 세상으로 직접 들어가지 못해 항상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한다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글을 빨리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결심하기 전부터 강토는 광고
전단
지나 신문, 책을 들고 읽는 시늉을 하며 글을 읽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드러냈다.
세 돌이 되어서 글을 릭게 되자 강토는 거의 책을 끼고 산다고 할 정도로 책에 빠져
지냈
다. 그후 강토의 세상은 넓어졌다. 네 돌이 된 강토는 이제 우리 부부와 함께 뉴스를
보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자신이 어디선가 읽어 알게 된 석을 우
리에게
자랑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임신 전부터 유아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문자 교육이 아이 두뇌를 발달시킨다
는 것
을 책에서 읽고 한글을 가르치기 사작했다. 연우가 10개월 되던 때이다.
나이가 어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아이가 하는 모든 놀이를
한글
과 접목시켜 조금씩 가르치기로 했다. 그런데 한글 놀이를 시작한 후 아이는 줄곧 내
뒤를
따라다니며 한글 놀이를 하자고 졸라대는 것이다.
내가 이때 깨달은 것은 아이는 글자를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고, 한글을 알게
되면서
놀랍도록 뛰어난 학습 능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보미가 한글을 단순히 읽는 차원을 떠나 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
은 세 돌 무렵이다. 어려서부터 또래 아이들보다 모든 면에서 이른 편이었는데 단 한
가지
언어 발달이 늦었다.
내가 보미에게 한글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한글 자체를 알게 하기보다는 말
을 깨
우쳐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보미가 책을 직접 읽게 되면 독해력이나 어휘력이 향
상되어
말을 잘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글을 가르치면서 아이가 책
을 싫
어하지 않게 하려고 될 수 있으면 아이의 흥이에 맞추려고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 보미는 책을 줄줄 읽기 시작했다.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거의
1년만
에 맺은 결실이었다. 글자를 깨친 후 표현력과 어휘력이 늘어 말도 잘하게 되었으니
원하던
바를 이룬 셈이다.
이제는 길을 걸어도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는 간판이나 광고문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물어 본다. 글자를 알게 되면서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호기심이 더욱 커
진 것
같다.
엄마들이 한글을 가르치는 이유
위의 사례들을 아이에게 직접 한글을 가르친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이 엄마들이 아
이에게
한글을 가르친 이유는 다르다. 첫 번째 엄마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
는 마음에서 가르쳤다고 한다. 두 번째 엄마는 아이의 두뇌 발달을 위해, 그리고 세
번째 엄
마는 아이의 표현력과 어휘력을 길러 주기 위해 한글을 가르쳤다. 대다수 엄마들도
마찬가
지일 것이다.
실제로 '유아의 가정에서의 문자언어교육에 관한 연구'를 살펴본 바에 의하면, 엄
마들이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려는 목적을 다음의 여섯 가지 순서로 밝히고 있다.
1. 책을 빨리 일게 하기 위해 2. 지능 개발을 위해 3. 표현려과 어휘력을 키워 주
기 위해
4. 아이가 흥미를 나타내고,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5. 취학전 준비를 하기 위해 6. 뭔
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아이가 어릴수록 지능 게발을 위해서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6세 경에는 취학전 준
비 때
문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 연구 자료는 우리 나라 부모들이 아이의 한글 교육에 얼마나 큰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그대로 입증해 준다. 특히 어떤 이유로 어린아이에게 일찍부터 글을 가르치
고 싶
어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단순히 글자를 읽게 하는 기능상의 목적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고, 지능을 계발하며,
표현
력과 어휘력을 길러 주기 위해 한글을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
한 의미에서 언어 교육의 목적인 것이다.
언어는 세계를 열어 가는 통로이다
철학자 훔볼트는 '언어는 세계를 열어 가는 통로이며, 인식 수단'이라고 했다. 한
사회를
살아 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표현하고 이해하는 수단이 바로 언어인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말과 글을 익힌다는 것은 사회적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뜻하며,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제2의 탄생인 것이다.
"내가 발견한 만유인력은 저 바닷가 모래밭에 있는 아주 작은 모래 한 알에 지나
지 않
다." 이 말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이 한 말이다. 스스로는 아주 작은 깨달
음이라
고 했지만, 만유인력의 법칙은 갈릴레오의 지동설과 함께 인류의 가치관을 바꾼 대발
견으로,
이후에 떨어지는 모든 사과는 뉴턴의 만유인력을 증명하는 사과가 되었다.
아이가 한글을 알게 되는 과정도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할지 모
른다.
그러나 문자로 뒤덮인 세상에서 문자로 된 모든 정보를 해독해 내야 하는 아이에게 한
글을
안다는 것은 사회적 생명을 갖기 위한 첫 호흡으로, 이후 아이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
을 미
칠 것은 명백하다.
그러므로 글을 아는 아이와 모르는 아이가 똑같은 장소에 앉아 있다 하더라도 두 아
이는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것과 같다. 즉 글을 아는 아이가 볼 수 있는 세상과 글을 모르
는 아
이가 볼 수 있는 세상은 다르다. 전자의 아이는 글로 표현된 세상까지 이해해 들어갈
수 있
지만, 후자의 아이는 제한된 세상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할 도구로서의 언어
언어학자 비고치키는 언어와 사고력의 관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각과
말의
관계는 살아 있는 과정이고, 생각은 말을 통해 생겨난다. 생각 없는 말은 죽은 것이
고, 말이
포함되지 않은 생각은 그림자다. 따라서 아이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가장 근
본적인
방법은 생각할 도구로서 언어를 선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글자를 읽는 기능에만 한글을 가르치는 목적으로 놓고 보면 우리는
어린
아이에게 정말로 한글을 가르친다고 볼 수 없다. 아이가 글을 읽으면서 아무것도 이해
할 수
없고, 사고할 수 없다면 진짜 한글을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정 한글을
뗀다
는 것은 아이가 말을 하고 이해할 수 있듯이 글을 이해해 보다 폭넓게 세상을 받아들
이고
통찰해 들어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3. 조기 교육이 아닌 적기 교육으로
우리는 이제껏 한글 교육이 어떻게 잘못되어 왔고, 어떻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얘기했
다. 그리고 한글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왜 가르쳐야 하는지를 알아봤다. 그렇다
면 진
정한 한글 교육을 위해 언제부터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답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아이들은 배우고 싶어한다
교육 시기를 정하는 데 있어 유아 교육 전문가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모든 아
이들은
태어날때부터 배우고 싶어하고 그럴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글을 가르쳐
야겠다
고 생각하기 훨씬 전부터 아이들은 글을 알고 싶어한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말을
배우듯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글을 해독하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난
유전
인자 속에는 이러한 배움의 욕구가 들어 있다. 배우는 즐거움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
의 즐거움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런 즐거움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아이들은 배우는
것을
싫어할 뿐 아니라 배우는 데는 일정한 시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바탕은,
두뇌 증
력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결정되기 때문에 환경의 차이는 상관없다는 전통적 발달관
에 있
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대뇌 생리학이 아이들의 뛰어난 두뇌 능력
을 밝
혀 냄으로써 드러났다. 대뇌 생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부터 똑
같이 140억 개의 뇌 세포를 갖고 있으며, 지능을 결정하는 요소는 뇌 세포 수가 아니
라 출
생 이후에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두뇌 배선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두뇌
발달은
0~3세 사이에 70%가 이루어지고, 3~6세 사이에 90%로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다고 밝
히고
있다.
최근 '타임'지가 소개한 두뇌 이론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소
개하면,
갓 태어난 아기의 뇌는 1천억개의 뉴런(신경 세포)을 갖고 있으며, 이들 누런은 감각
적인 경
험을 통해 시냅스(신경 세포가 다른 신경 세포와 접촉하는 곳)로 연결되면서 활동하기
시작
한다. 특히 출생 첫 해 아기들의 뇌 중심부에서는 시냅스가 폭발적으로 늘어 뇌의 신
경망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때 시냅스가 많을수록 뇌의 유연성과 복원력이 높아
진다.
그러나 10세가 지나면 창조되는 시냅스보다 퇴화되는 시냅스가 늘어나 균형이 급격
히 깨
지기 시작한다. 약한 시냅스 연결은 과감하게 파괴되고 경험에 의해 연결된 시냅스만
살아
남아 결국 이것이 마음속에 독특한 감정 패턴이나 생각을 형성한다.
결국 아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외부 자극에 의해 일정한 재능만
남고
다른 가능성은 모두 퇴화돼 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뇌 신경 회로가 제대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외부 자극
이 많
이 필요하다. 자극이 다양할수록 아기들의 신경이 왕성하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기들의 뇌 세포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웃 뇌 세포와 결합하기 위해 가지치기
를 시
도한다. 이것은 2세 무렵 정점에 올라 뇌 세포 1개에 1만 5천 회의 가지치기를 할 정
도이다.
실제 2세 아이의 뇌는 성인보다 두 배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러나 3세 이후부
터 이
러한 뇌 세포의 활동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뇌 세포가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시기는 3세 이전이
란 결
론이다. 다시 말하면 천재적인 수학자나 예술가가 될 가능성은 유전자에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그 가능성이 실현될지의 여부는 0~3세 때 겪은 경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
이다.
이 시기에 어떤 교육 환경에서 아이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가 아이의 능력을 결정하는
중요
한 요소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은 출생 뒤 몇 년 동안 아이와 환경 사이에는 '창'이 존재하며, 이
시기에
창을 통해 적절한 자극을 주어야 뇌의 구조가 창조되고 안정된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언어를 습득하는 창은 5세나 6세가 되면 닫혀 버린다는 것이다.
0~2세, 한글 교육의 최적기이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촘스키 역시 같은 이론을 펴고 있다. 그는 "아이는 태어날 때부
터 뛰
어난 언어 습득 장치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하지만 아이의 이런 뛰어난 언어 습
득 능
력도 0~2세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5~6세를 지나면서 퇴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최근 우리 나라 언어 교육학계에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총체적 언어 교육 접근
방법에
따르면 유아의 말하기, 듣기, 일기, 쓰기 능력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발달하기 때문에 읽기 능력 역시 이 시기에 가장 왕성하게 발달한다고
했다.
이 모든 이론을 종합해 보면, 아이들은 언제든지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뭐든지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아이의 타고난 능력도 일찍 계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 아이의
능력
은 3세이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언어 교육은 두뇌 발달 과정에서 0~2세가 가
장 적
기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입장에서 볼 때 한글 교육은 0~2세에 이루어지는 것
이 가
장 바람직하다.
때가 되면 저절로 안다?
그런데 다른 시각에서는 때가 되면 아이는 저절로 한글을 알게 되기 때문에 굳이 아
이에
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빨리 한글을 가
르치고
싶어하는 엄마에게 '극성스럽다'고 비난한다.
이는 아이 능력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은
아이
가 어떻게 모국어인 한글을 알아 가고, 아이의 두뇌가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아이가 한글을 터득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내다보지 못하고 하는
말이
다.
따라서 사람의 인식 과정을 연구하는 인지 심리학자들은 수백 만에 달하는 아이들이
적절
한 시기를 놓치고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는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
다. 인
간의 지능은 환경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발달하며, 교육이란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비고츠키는 '인간은 언어를 습득함으로써 진정한
인간
다운 사고, 즉 고등 정신 기능을 갖게 된다'며 언어와 사고력의 관계를 깊이 있게 설
명하고
있다.
미국의 인간 능력 게발 연구소 소장인 글렌 도만 박사 역시,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책 읽
기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람으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0~3세 시기는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 일생에서 가장 크다. 그래서 아주 어린 시기
에 읽
기를 배운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흡수하며 뛰어난 이해력을
갖는
다. 또 어릴 때 읽기를 깨친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란다.
따라서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데 가장 적합한 시기는 0~2세라고 할 수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엄마가 생각하는 바로 '그때'
그러나 실제로 아이가 한글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는 아이의 엄마가 생각하는 바로
'그때'
이다. 한글 학습에 대한 준비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한글 세계를
중재해
줄 엄마에게 필요하다. 다시 말해 엄마가 아이와 함께 한글 학습을 시작해야계다고
마음먹
는 그 순간부터 한글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엄마가 준비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놀이터에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들이 놀러 나왔다. 한 아파트
에 사
는 고은이, 별이, 아름이는 각각 두 살, 네 살, 여섯 살이다. 마침 아름이가 한글 학
습을 시
작해서 자랑삼아 한글 교재를 가지고 나오자, 아이들이 구경하려고 몰려들었다.
고은이 엄마는 아무래도 아이를 위해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아름
이 엄마에게 언제쯤이면 한글을 시작할 수 있을까 물어 보았다.
그러자 별이 엄마는 고은이 엄마보고 "아니, 뭘 벌써부터 그래? 여기도 극성 엄마
가 있
네." 하는 것이었다. 아름이 엄마도 "천천히 시작해. 우리 애도 이제 시작했는데 뭘
그리 서
둘러?" 하고 말했다. 그래서 고은이 엄마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집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고은이 엄마는 아이 백일 때 친구가 사다 준 책에서 본 구절들이 머리를 맴
돌아서
자꾸만 초조해진다. '책에서는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에 한글 삭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던데. 더구나 아이의 두뇌는 만 세 살이면 70~80% 정도가 결정되어 버린다고 하던
데.'
고은이 엄마는 결국 한글 학습을 시작해도 될지 전문 교사와 상담해 보기로 작정했
다.
이쯤 되면 아이에게 한글 학습을 시킬 수 있는 자격은 고은이 엄마에게도 있다. 한
글 학
습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를 아이의 엄마에게 맞추는 것은 나이가 어릴수록 학습에 미
치는
엄마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조기 교육이 아닌 적기 교육이다
그럼 우선 우리 나라 엄마들은 언제부터 한글을 가르치고 있으며 언제를 가장 적기
로 생
각하고 있을까? 어느 연구 논문에 발표된 우리 나라 한글 학습 현황에 대해 한번 살펴
보자.
우리 나라에서는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엄마들이 한글은 학교에 들
어가서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1학년 중에서 50%정도는 한글
을 익
히지 않고 입학했다. 그러나 1985년쯤에는 대략 80%정도의 학생들이 어느 정도 한글
을 깨
치고 학교에 입학했고, 지금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당연히 한글을 깨우쳐야 한다는
생각
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1987년도 유아 교육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5, 6세 유아의 읽기 능력이 100
개의 글
자 둥에서 평균 72자를 읽는 것으로 나타났고, 평균 쓰기 능력은 획순이 틀리지만
완전한
단어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치원 어린이의 61.2%, 유아원 어린이의 6
3.43%
가 한글을 깨쳤다는 통계자료가 보고되고 있다.
또한 최근의 '문자언어교육에 관한 연구'를 보면, 부모의 직업이나 학력에 관계없
이 3세
정도가 되면 유아에게 읽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학교에 가서 배워야 한다는
의견
은 0.8%로 대다수가 취학 전에 읽기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더구나 24개월 이전에 시작한 유아들은 33.2%, 25~36개월 사이에 시작한 부모들이 3
2.4%,
37~48개월 사이는 14.8%, 49~60개월은 12.4%, 60개월 이상이 됐을 때 시작한 부모는
6%로
나타나 유아에게 읽기 교육을 시키는 시기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0~2세에 한글 교육을 시키는 것은, 할 수 없는 아이에게 억지로 빨리
가르
치려는 엄마의 욕심 때문에 하는 조기 교육이 아니라,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최적기에
한글
을 가르쳐야 한다는 적기 교육이라는 점ㅇ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왜 우리는 아이에게 0~2세에 제대로 한글 교육을 시키고 있지 못한가?
이 시
기 아이에게 적합한 한글 교육 방법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다수 엄
마들은
아이가 세 돌이 될 무렵을 한글 교육의 적기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 시기 아이들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가르치다 나타날 수 있는 역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불
안감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엄마들이 하는 고민의 출발점은 기존의 'ㄱㄴㄷㄹ ' 이나 '가나다라'식의 방법이
아이에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으로 억지로 한글을 가르치면 단순히 글자는 읽
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한글을 가르치는 진정한 목적인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지능
을 계
발하고, 통찰력을 길러 풍부한 사고력을 갖게 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시기 아이들에게 적합한 한글 학습 방법이다.
4. 아이의 인식 흐름에 따라 가르친다
한글은 아이가 처음 대하는 추상의 세계이다. 즉 한글 학습이란 실제로 볼 수 있는
구체
적인 사물이 아니라 어떤 신호 체계(자음과 모음의 규칙적인 배열에 따라 어떤 의미
를 표
현)가 구체적인 사물을 대신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참으로 중요하다. 마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흐는 것처럼 초기 학습 경험
이 아
이의 한글에 대한 흥미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말하듯이 글을 깨친다
한글은, 아이가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구체물의 세계가 아닌, 추상의 세계이
다. 그리
고 아이가 한글을 안다는 것은, 말하는 것이 어떤 기호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
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말이라는 청각 언어를 글자라는 시각 언어로 대체시키는 과
정이라
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가 가장 쉽게 한글을 뗄 수 있는 방법은 말하듯이 글을
깨치
는 것이다.
다음은 아이에게 직접 한글을 가르치려고 했던 어떤 아빠가 드디어 포기 선언을 하
는 이
야기이다. 이 아빠가 왜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
다.
"쉽지 않은데요.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별로 어려운 것 같지도 않은
데, 아
이에게 몇 번이나 설명을 하고 반복학습을 시키는데도 여전히 오리무중인 얼굴을 하고
있으
니. 문득 어휴 누굴 닮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 아빠' 같이 자기에게 의미있는 낱말부터 말하기 시작하지
'ㄱ' 또
는 '가'를 먼저 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친다며 어른들
이 알고
있는 한글 지식이나 법칙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이가 한글을 알아 가는 데 전혀 도움
이 되
지 않는다.
아이가 글자를 읽게 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이고 추상적인 기호로 표현된 글자라 하
더라도
말을 가르칠 때처럼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는 이 시기의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접하
고 알
아 가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적합한 학습 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그럴 때 아
이는 좀
더 즐겁게 한글을 익힐 수 있다.
아이의 인식 흐름을 존중하자
아직 한 번도 진짜 하마를 본 적이 없는 두 아이가 있다. 그중 한 아이에게는 '하
마' 글자
만 보여 준 채 읽기 학습을 시도했다. 그리고 다른 한 아이는 동물원에 가서 입을 커
다랗게
벌리고 있는 하마의 모습도 보여 주고 귀와 눈, 코만 내놓고 수영하는 하마의 여러
모습을
보게 한 후, 집에 돌아와서 그림책을 뒤져 하마를 찾아 보여 주고 '하마'라는 글자를
지적하
며 읽어 주었다. 이때 두 아이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처음 아이는 '하마' 글자를 보며 '이게 도대체 뭐야? 그림인가? 무슨 그림이지?'하
고 생각
할 것이다. 엄마 때문에 그 글자를 보고,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아이 인식 속에는 단
순히 하
나의 그림으로만 들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엄마가 계속 읽기를 강요하면 아이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런 느낌
도 가
질 수 없지만 그저 "하마, 하마, 하마"하며 무작정 엄마가 말하는 것을 따라 읽게
될 것이
다.
그러나 두 번째 아이는 '하마'라는 글자를 좀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될 것이다. 이 아
이에게
처음으로 '하마'라는 글자를 보여 주고 읽어 주면 아이는 처음에는 머리 속에 느낌으
로 갖고
있는 하마를 연상할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글자를 보면 그 글자와 함의 영상이 겹치
며 둘
사이의 관계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기가 보고 들었던 입이 큰
하마
에 대해 확실한 느낌을 갖고 '하마'라는 글자를 좀더 쉽게 읽게 된다.
처음 아이와 비교할 때 추상인 글자를, 자기가 알고 있는 구체적인 사물과 대응시켜
의미
있는 것으로 통찰하게 되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아이에게는 '하마'라는 글자
를 하마
라는 구체 사물을 전제로 제시했기 때문에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추상인 글자를 읽
은 것
이다.
만약 아이가 소를 모르면 아무리 글자가 간단해 보이더라도 '소'라는 글자를 가르칠
수 없
다. 소에 대한 구체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 '소'라는 글자는 아무 의미 없는 죽은
기호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까운 시골에 가서 음머 하는 울음 소리와 함께 소를 보여 주고 소
똥 냄
새도 맡게 한 후에 '소' 글자를 보여 주면 아이는 머리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소
의 모습
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의 느김에 충실해서 주체적으로 한글을 배울
때 아
이는 즐겁게 한글 법칙을 깨닫는다.
이때 아이들이 한글에 대해 가지는 고유한 느낌은 고스란히 존중되어야 한다. 아
이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구체 느낌을 통해 제 나름대로 한글을 인식해 가기 때문이다.
엄마가
강요하거나 채근하지 말고 많이 보여 주기만 하면 어떤 아이든지 그렇다.
그러나 이 말이 모든 아이들이 아무 자극 없이 저절로 한글을 알게 된다는 것을 의
미하는
것은 아니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아이에게 풍부한 한글 환경
이 주
어지고 엄마가 아이의 인식 흐름에 따라 그때 그때 적절한 자극을 준다면, 아이는
자신의
느낌이 꽉차는 날 '펑' 하고 한글 법칙을 깨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방법은, 아이에게 사물과 한글을 관계지어 많
이 보
여 주고 아이가 충분한 느낌을 갖고 스스로 통찰하게 하는 것이다. 즉 한글 환경을
체계적
으로 제공해 주어 스스로 법칙을 찾아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순전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몫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택의 결과를 떠맡게 되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한글을
떼는
과정에서 아이의 인식 흐름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글 학습은 추상이 아니라 사물의 세계에서 시작해야 한다. 인류의 문화 발전도
마찬가
지다. 어떤 문자나 기호가 먼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생활이 먼저 있었다.
따라서 당연히 아이의 생활 감각이나 사물에 대한 감각을 전제로 해서 추상적인 것
을 제
시해야 한다. 이것이 아이가 한글을 인식해 가는 첫 번째 과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한글 학습을 시키고자 하는 여러 엄마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은, 아
이들의 인식 흐름에 따르는 한글 교육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 보자는 것이다. 엄마들이
그렇
게 하기로 마음을 먹고 선택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적어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들로 자랄 것이다.
느낌에서 느낌으로
어느 엄마는 한 달이면 아이에게 한글을 떼 줄 수 있다고 한다. 그 비결을 물었더니
한글
은 아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글자라 'ㄱ에 ㅏ를 붙이면 가, ㄴ에 ㅏ를 붙이면 나'
하는 식
으로 가르치면 된다는 것이다. 자음 12개, 모음 10개만 가르치면 되니 얼마나 쉽냐는
것이
다.
이 방법은 글자를 자음과 모음으로 나눠 가르친 후 그것을 다시 어떻게 합성시키면
글자
가 되는지 과정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글자를 분석해서 법칙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물
론 이
방법은 한글 법칙을 통달한 어른에게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어린아이에게 적합한 한글 학습 방법은 말과 글을 외워서 익히게 하는 것이
아니
라 스스로의 느낌으로 조금씩 깨닫게 하는 것이다. 즉 어린아이일수록 주로 우측 뇌를
통해
서 주변 세계를 탐색하고 알아 가는 단계이므로 느낌이나 이미지를 잘 받아들인다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
1981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로저 스페리 박사는 뇌의 분업 체계를 실증해 보였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우뇌와 좌뇌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기능이 각각 다르다고 한다.
이것을 연령별로 보면 태어나서 1세까지는 전적으로 우뇌에 의지하고 있으며, 3세
때에는
80% 정도, 6세에는 60%, 20세에는 45%, 50세에는 20% 정도의 비율로 우뇌를 통해 사
고한
다. 이 자료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아이는 6세 때에야 우뇌와 조뇌의 균형이 이루어지
기 시
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뇌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까? 패턴인식-사물의 부분을 기억하는 것
으로
전체를 파악한다. 도형 인식-추상적인 언어나 상황을 하나의 형태로 파악한다. 공간
인식-
입체적인 발상을 하거나 공간을 감각적으로 인식한다. 회화적 인식-상황을 하나의
회화로
파악한다. 이미지 형성-이미지를 넓히는 능력으로서 창조성과 연관된다.
이처럼 우뇌는 주로 창조적인 활동을 한다. 또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일일지라도
서로
관련지어 사고할 수 있는 자유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인공 두뇌학(컴퓨터)
에 관한
연구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뇌의 역할은 인간이 지닌 가장 고
유한
능력으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방식이란 일반적으로 학습에서 사용하던 분석
적이고
설명적인 좌뇌 방식이 아니라 느낌을 중시한 우뇌 학습법이다. 다음 얘기를 보면 좀더
이해
가 쉬울 것이다.
펭귄이라는 동물을 알고 그 이름이 펭귄이라는 것을 아는 아이가 있다. 어느 날 동
물원에
서 엄마가 아이에게 이름 팻말을 가리키며 "펭귄" 하고 읽었다. 그럼 아이는 아마 '아
니, 내
가 아는 펭귄은(살아 움직이는 펭귄을 보며) 몸집도 작고 뒤뚱거리며 걷는 저것인데,
왜 어
맘는 저것('펭귄'이라고 쓰여진 팻말 글자를 보며)을 펭귄이라고 하지? 참 이상하네.'
하면서
'펭귄'이라는 글자에 대한 첫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엄마와 함께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책에서 펭귄 그림과 '펭귄' 글자를 보
면, 아이
는 '엄마가 저번에 이렇게 생긴 것 보고 펭귄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도 또 그러네. 펭
귄하고
이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하면서 '펭귄' 글자에 대해 두 번째 느낌을 받게 된다.
얼마가 지난 후, 그림책에서 펭귄 그림과 '펭귄' 글자를 다시 보면 '으응? 이건 뭐
야? 엄마
가 이걸 보고 또 펭귄이라고 하네. 저번에 동물원에 가서 봤던 거랑 그림책에 있는
거라아
똑같이 생겼잖아.' 하며 '펭귄' 글자에 대해 세 번째 느낌을 채워 갈 것이다.
그리고 엄마와 낱말카드 올이를 할 때 펭귄 그림과 '펭귄' 글자를 보며 엄마가 다시
펭귄
이라고 읽는 소리를 들으면 그제야 '아, 알았다! 저렇게 생긴 것이 펭귄 이름표인가
보다.'
하면서 한 번 더 '펭귄' 글자에 대해 느낌을 쌓아 갈 것이다.
그러다가 또 다른 환경에서 '펭귄' 글자를 본 아이는 '어, 저건 내가 많이 본 건데
? 그렇
지, 펭귄(머리 속에 펭귄 모습을 떠올리며)이다. 알았다. 저건 펭귄이라고 읽는 거
야.' 하며
글자만 보고도 읽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엄마는 한 번도 '펭귄' 글자를 설명해 주거나
기계적
으로 외우게 하지 않았다.
일상 생활에서도 우리는 이런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다리미를 만지고 싶어하는
아이
에게 다리미는 뜨겁고 만지면 다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는 막무가내다. 결국
뜨거운
다리미를 만져보고 나서야 아이 입에서 '앗 뜨거' 라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아이들에게는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훨
씬 효
과적이다. 이것이 느낌 뇌인 우뇌의 방식이다. 특히 3세 미만의 아이들은 주로 우뇌를
사용
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직관과 느낌, 시각 자극을 강하게 받아들인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들이 자기 주변의 사물이나 상황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면서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는 다양한 환경을 제공해 주어 느낌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글자도 마찬가지다. 많이 보여 주어 글자에 대한 느낌을 충분히 갖도록
해야 한
다.
이렇게 아이들이 스스로 가지는 고유한 느낌이 존중될 때 아이는 마음놓고 자기의
느낌으
로 한글 세계를 탐색해 들어갈 수 있다. 즉 한 번, 두 번, 세 번 자꾸 반복해서 보면
느낌이
차곡차곡 쌓여서, 마치 풍선에 공기가 가득 차면 어느 순간 '펑' 하고 터지는 것처럼,
느낌이
'펑' 하고 터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텔레비젼 광고를 좋아하는 원인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은 텔
레비젼
에서 광고 노래만 나오면 하던 놀이도 멈추고 그것이 끝날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
다. 그
리고 광고에서 들었던 말이나 노래는 물론이고 제품의 글자도 쉽게 알아보는 것을 주
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광고가 그 제품에 대해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고 느낌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고의 빠른 진행은 아이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이
들이 하나의 사물이나 상황에 시선을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야 7~8초 정도임을 볼 때,
광고
화면의 빠른 변화는 아이가 집중하기 쉽게 하고 흥미를 갖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반복해서 같은 영상, 같은 자막, 같은 청각 자극을 주기
때문
에 아이들이 충분히 느낌을 쌓아 갈 수 있다. 매일 매일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짧
은 시
간에 한글 놀이 학습을 하는 것도 바로 광고의 이런 원리와 같은 것이다.
서로 관련 지어서
아이들은 처음에는 사물이나 글자들을 연관성이 없는 개별적인 느낌으로 알아 간다.
그러
나 차츰 다양한 사물을 접하고, 특히 사물들을 관련 지어 보게 되면 각각 사물에 대한
느낌
이 더욱 강해진다.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꽃이라는 사물은 물과 공기, 거름, 화분 같은 것들과 관련되어 있다. 또
나비와
벌 같은 공충과도 관계를 가진다. 그 뿐만 아니라 '어린왕자'처럼 꽃을 바라보고 가
꾸고 사
랑해 주는 어떤 사람과도 관계를 가진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우선 아이를 낳아 준 부모가 있고, 이미
태어난
손위의 언니가 있고, 부모의 형제 자매가 있으며, 친가 외가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
모, 고모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존재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 보겠다는 마음에 집안 여기저기에 사물 그림과 글자를 함께
있으
면 틈틈이 사물을 지적하며 글자를 읽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와 욕실에 함께
들어
가 이를 닦으려고 치약을 짜며 "자, 치약을 짜서 묻히고 이를 닦자."고 말하자 아이
가 갑자
기 칫솔 그림과 글자를 가리키며 "이건 칫솔이야." 하고 말하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는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통해 글자를 쉽게 알아 가
고, 이
들을 비교하면서 여러 사물과 문자를 서로 관련 지어보며 그것이 지닌 법칙을 스스로
깨달
아 간다. 이 세상 어떤 사람이나 사물, 상황도 단순하게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으므로
이런
관계 속에서 아이가 세상을 알아 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므로 한글도 여러 관계 속에서 적절히 제시되어야 한다. 우선 글자를 그 글자가
나타
내는 사물이나 실제로 경험한 상황과 관계 지어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하마' 라
는 글자
를 보여 주기 위해서는 동물원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하마도 보여 주고, 비디오를
이용해
대자연 속에서 사랑가는 하마도 보여 준 후 글자를 보여 주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글자와 글자를 관계 지어 보여 주어야 한다. 가령, '나비' 글자를 아는
아이에게
'가방'이란 새로운 글자를 보여 주었을 때 그 아이는 '가방'이란 글자를 금방 알게
된다. 왜
냐하면 아이는 '나비'를 잘 알고 있으므로 당연히 '나비'가 아닌 쪽이 '가방'이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알고 있는 글자를 통해서 새로운 글자를 점차 알게 되고 또 알
고 있
는 글자들에 대해 느낌을 뚜렷이 하면서 한글 법칙을 깨닫는 것이다.
이렇게 글자와 글자의 관계를 자꾸 엮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글자와 글자를 자꾸
대비시
켜 줌으로써 아이의 인식 세계에서 그것이 살아 움직이고 그 느낌으로 한글을 떼게 하
는 것
이다.
놀면서 배운다
유아 교육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놀면서 배워야 한다고 말
한다.
사실 이 말은 놀이를 통해서 가장 쉽게 배우는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아주 적당한 말
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운 말이다. 더구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더욱 난감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
다. 어
떻게 해야 할지 더욱 난감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방법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구를 접어 둔 채로 "나가서 놀아, 노는 것이
제일이
야." 하고 말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욕구란 것은 어떤 식으로든지
뚫고 나
오게 마련이고, 또 아이들이 세상을 알아 가는 데 있어 어른들의 중재가 필요하기 때
문이다.
총체적 언어 교육 접근 방법에 관한 연구 자료를 보면, 유아가 언어적 환경에 놓여
있다
고 해서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이는 언어적 상호 작용을 할
수 있
는 어른이 있어야 언어를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글자가 주변에 있다는 것만
으로는
아이가 한글을 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때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필요한 것이 놀이
를 통
한 학습이다.
어떤 인간 관계에서든지 상호 관계가 생기게 마련이다. 부부간이나 부모 자식간이
나, 아이
들 또래에서도 그 관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엄마가
아이와
함께 놀 때 이 힘의 관계를 잘 조절할 수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때 놀이를 통해 아이와의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있어서 놀이는
세상을
알아가는 첫 번째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블록이나 종이, 모래 등을 가지고 놀 때
엄마
가 슬쩍 참여해 문자 환경을 제공할 수 있으면 된다.
갓 돌이 지난 석주는 자동차가 지겹지도 않은지 하루 종일 자동차만 갖고 논다.
그래서
모처럼 마음먹고 준비한 낱말카드를 아무리 들이밀어도 쳐다보지 않는다.
아이의 관심을 끌어 보려고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낱말카드를 자동차에 태우는 손
님으로
꾸미고 실어 나르는 놀이를 시작했다.
"석주야, 그 자동차에 손님 좀 태우고 가자. 이 손님(낱말카드로 시선을 유도하며)
은 텔레
비젼한테 가는 손님인데, 텔레비젼한테 데려다 주고 올래? 이 손님(역시 낱말카드로
시선을
유도하며)은 냉장고한테 데려다 주고."
아이는 신난다는 듯이 낱말카드를 자동차에 실어 나르고 다시 나에게 와서 손님을
더 달
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서서히 낱말 손님을 늘려 갔다.
유아교육 이론가들이 아이에 대해 말할 때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아이는 놀면서
배운
다"는 것이다. 아이가 배우는 데 의욕이 없어 한다면 엄마가 아이와 함께 놀아라.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이용하면 무엇이든 아이에게 제공할 수 있다. 아이는 자기
가 좋
아하는 놀이를 하면서 한글 학습을 하게 되고, 엄마는 놀이를 통해 아이에게 재미있게
한글
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를 존중하며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항상 아이의 인식 상태를 인정해 주고 일단 그
상태
에서 머무르는 것이 필요하다. 한글을 전혀 모르던 아이가 한글을 완전히 깨닫는 데는
색이
나 장소, 형태, 글자 구조라는 일정한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단계
는 아이
가 어떤 식으로든 한글을 읽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일 엄마가 아이의 이런 인식 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왜 읽지 못하냐"고
야단만
친다면 아이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게 된다.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의 인식 상태를 알고 아이의 각 단계를 인정해 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어떤 아이가 빨간 글씨로 쓰여진 '꽃'이라는 낱말카드를 보고 '꽃'이라는 글자를
읽을 줄
안다고 자랑하며 검정색 볼펜으로 '꽃'이라고 적어 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그런데 아
이는 읽
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다시 여러 장의 낱말카드를 보여 주며 "꽃이 어디 있지?" 하고
물어
보았다. 아이는 그 글자를 지적하며 분명히 '꽃'이라고 읽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아이는 지금 색을 단서로 글자를 인식하고 있
는 과
정이다. 색이 달라져 글자를 읽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도 아이는 '꽃'이라는
글자를
알고 있는 것이다.
이때 엄마의 따뜻한 말 한 마디, 칭찬 한 마디가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된다. "참
잘했어
요." 이 말로 아이는 자신이 읽었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
또 '나비'는 알지만 '비' 자를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아이는 '나비' 라는
글자를 자
기가 알고 있는 구체적인 사물의 이미지에 대응해서 기억하기 때문에 '나' 자와 '비'
자를 따
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 따로 분리하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어른들이 정답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한글 법칙을 완전히 깨달은 사람들의 생각일
뿐, 아
이들은 자기가 머물러 있는 그 단계 단계가 항상 옳은 것이다. 그러므로 설령 아이가
'비행
기'를 보고서 나비라고 하더라도 엄마는 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물론 "그래, 참
잘하는
구나. 비행기." 하고 짚어 줄 수는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아니야, 틀렸어. 잘 봐,
나비보다
한 글자 더 많잖아. 이건 비행기야, 비행기." 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아이는 자존심이 상해 한글만 보면 도망가게 된다.
처음 보는 글자들을 사물의 구체적인 이미지와 연결해서 어떤 신호 체계로만 느끼다
가 많
은 글자들을 서로 관련 지어서 보여 주면, 글자들간의 관계를 통해서 '나비' 와 '비
행기'의
차이를 알게 되고, 같은 '비' 자가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된다. 그
렇게 되기까지 아이마다 걸리는 시간을 다를 수 있다. 이런 차이까지 고스란히 인정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면 다른 집 아이가 좀더 빨리 한글을 깨친다 하더라도 자기 아이와 비
교해
서 아이를 야단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한글 학습 전과정을 통해서 중시되어야
하는
엄마의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며, 역할이다.
5.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운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한글을 가르칠 때 단지 아이가 글자를
알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가나다라' 로 설명하며 가리츠든 아이의 힌식 흐름에
따라 느
낌을 존중하며 가르치든 아이가 한글을 떼는 데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글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진정한 이유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 통찰력 있는
아이,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라면 방법은 하나다. 어떤 방법으로 한글을 떼느냐
에 따
라 얻는 것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방법이 왜 중요하고, 왜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선
택해야
하는지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한글 교육의 목적에 달려 있다.
통찰력 있는 아이
아이가 한글 법칙을 깨달아 가는 과정은 아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
기도 하다. 한글 학습이 겉보기에는 단순히 글자를 읽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
만, 아이
는 그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 통찰력을 기른다.
아이에게 기능적으로 한글을 알게 하고, 수를 알게 하고, 여러 가지 교재나 교구를
통해
뭔가 알게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글 환경이나 수 환경, 또는 자연 환경
등을 통
해서 아이가 스스로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과정과 그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
다.
따라서 아이가 한글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주는 방법은 아이가 한글 세계를
주도
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한글을 통해서 배우는
즐거움
을 알게 되고, 스스로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한글을 스스로 깨친 아이는 모든 사물이나 상황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가진 의미를 스스로 생각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창의적으로 정리하게 된다.
즉 한
글을 떼면서 얻은 통찰력으로 다른 사물을 관찰하고 비교하고 생각함으로써 그 안에
들어
있는 어떤 법칙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글을 깨친 아이는 탐색의 영역을 보다 폭넓게 넓혀갈 수 있게 됐다. 즉 아이는
자신
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춰, 세상을 주체적으로 알아 갈
수 있
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며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하고 바란다. 이는 책을 통해 아이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엄마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다수 엄마들은 어떻게 해
야 아
이가 책을 좋아할 수 있을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해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비고츠키가 말했듯이, 아이에게 생각할 도구로서 언어를
선사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언어를 갖게 된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말을
하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글을 읽으려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을 즐겨 읽을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글을 읽으며 새로운 사실을 접하게 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의
미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묻는다.
예를 들어 공룡 영화를 보고 공룡에 관심이 많아진 아이가 있다고 하자. 아이는
공룡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관심을 갖는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공룡에 대해
써 놓
은 책을 원할 것이다. 책 속에서 아이는 수많은 공룡을 접하며 초식 공룡과 육식 공롱
이 있
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럼 그 아이는 물을 것이다. '엄마, 왜 어떤 공룡을 풀만 먹
고 어떤
공룡은 고기만 먹어요?"
아이는 생각할 단서만 제공되면 끊임없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리고 해답을 찾기 위
해 어
른들에게 묻거나 책을 뒤져볼 것이다. 아이의 호기심과 탐구력은 생각하는 힘의 원
천이며,
책은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 주고 탐구력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글을 배울 때 어렵고 지겹다고 느긴 아이라면 다르다. 이런 아이는 한글만
보면
어렵다는 생각에 싫어하며 도망가려 할 것이다. 더욱이 싫어하는 한글이 가득 들어 있
는 책
은 거들떠보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한글을 떼는 결과에만 치중한 한글 교육은 아이가 글자를 읽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이해
하지 못해 읽고 나서도 무슨 얘기였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아이는 읽는
것을
힘겨워 하며 자연히 책을 멀리 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며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한글을 가르쳤다면, 아이는
글자의
의미를 깨달아 책을 읽더라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
은 정보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책을 읽으려 할 것이다.
특히 책 속에 자기가 좋아하는 애기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라면 책이
주는
재미에 빠져 끊임없이 책을 읽으려 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즐겁게 책을 읽게 된
아이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커진다. 그래서 어릴 때 책을 읽기
시작한
아이는 책을 좋아하고 독서량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책은 아이가 읽는 즐거움을 느낄 때 좋아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속에 자기가 관심을
갖고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가까이 두고 계속 보려는 욕
구를
가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감성이 자란다
한글 학습에서 감성적인 측면은 자신감이다. 아이가 한글을 알아 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가가 아이의 감성을 키우는 열쇠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자
신감을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아이를 가르치는 엄마의 생각과 태도에 달려있다.
은영이 엄마는 은영이가 학교 갈 나이가 되자 초조해셨다. 어려서는 놀리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 두었는데, 막상 학교 갈 때가 되었는데도 글을 잘 읽지 못하니까
갑자기
서두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옆에서 구경하던 두 돌짜리 작은 아이가 저도 하겠다고
나서서
놀이 삼아 같이 시켜보았다.
은영이를 가르칠 때는 마음이 급해서인지 자꾸만 욕심이 앞서 나무라게 되는데,
반대로
은철이를 가르칠 때는 그저 가끔씩 알아맞히는 것이 신통하기만 해서 자꾸만 칭찬하게
되었
다. 그런데 은영이는 먼자 한글을 떼 책을 읽을 줄 알게 되었지만 책 읽기를 싫어하
고, 은철
이는 일년 정도 더 걸렸는데, 잘 읽지 못할 때부터 책을 항상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심심
하면 펴드는 것이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는 한글을 재미잇는 것으로
받아
들이고, 야단을 맞으면서 학습한 아이는 한글을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칭찬의 결과
는 이
렇게 크다.
그래서 아이가 가지는 사물이나 한글에 대한 고유한 느낌을 옳고 그르다는 측면에서
이해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해하면서 스스로 터득해 나
간다는
것을 이해하고, 아이 스스로 한글 법칙을 깨달을 때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이때 특히 중요한 것은 아이가 가진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아이는 엄마가 믿는 만
큼 능
력을 발휘하고 또 그만큼 자란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엄마와 관계를 맺은
아이
는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대하며, 행복을 느끼며 생활하게 된
다. 이
런 아이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EQ(감성 지수)가 높은 아이다.
따라서 엄마가 옆에서 믿고 기다려 준다면 아이들은 안심하고 한글 세계를 탐색해
들어가
고 그 힘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6. 두 살에 책을 읽다
내가 아이를 낳아 집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집안 곳곳에 갖가지 사물들의
그림을
붙이는 것이었다. 주로 전화기, 텔레비젼, 꽃, 나비, 토끼, 바나나 등과 같이 주변에
서 볼 수
있는 사물의 그림을 붙여 놓았다. 처음 3개월 동안은 아이에게 가끔씩 보여 주는 것으
로 만
족하다가 4개월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내 생각은 똑똑한 아이를 만들어 보
겠다는
것보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에게 뭔가를 해 줘서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넓혀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준이의 한글 학습
4개월 1주 : 처음에는 아이가 울거나 보채서 안아 줄 때마다 수시로 집안 곳곳에 붙
여 놓
은 사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야! 참 맛있게 생긴 길쭉한 노란 바나나구
나. 맛있
겠다, 얌냠냠."
또 집안 곳곳의 물건에 이름을 써서 10개 정도 붙여 놓고 아이에게 보여 주었다.
아이에
게 물건의 이름표를 향해서 "냉장고, 까꿍!" 하면서 고개를 까딱거려 주면 아이는 무
척 좋아
했다. 이렇게 해서 한 달 정도 뒤에는 "벽이 어디 있을까?" 하면 아이는 시선으로 '
벽'을 가
리키게 되었다.
4개월 3주 : 거의 매일 붙여 놓은 그림들을 보여 주었다. 특히 아침 저녁 때나 외출
할 때,
집에 돌아왔을 때는 꼭 인사를 했다. "안녕? 토끼야, 우리 시장에 갔다 올게." "안녕
? 전화
기야, 잘 잤니?"
내 느낌에는 아이가 여러 사물에 친근감을 느끼고 친구가 된 것 같았다. 이 무렵에
는 아
이와 같이 누워서 하루에 20곡 정도의 동요를 큰 소리로 즉겁게 불러 주었다.
4개월 4주 : 아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사물 그림을 붙여 놓았던 장소를 바꾸었는데
자고
일어난 아이가 상당히 당황했다. "꽃이 어디로 갔을까?" 했더니 먼저 번에 있던 곳으
로 눈
길을 돌렸다. 아이는 하루만에 제대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5개월 1주 : 사물의 이름을 써서 아이가 잠들었을 때 그림 위에 덮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를 안고 가서 하나씩 들춰서 각각의 사물 그림을 보여 주었다. 아이와 같이 누운
상태
에서 신문을 한 면 정도 읽어 주었다. 얼마 후에는 아이도 따라서 읽는 흉내를 냈다.
5개월 2~4주 :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는 제일 먼저 그림이 있는 곳으로 기어가서
글자를
들춰보거나 쓰다듬어 주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안아 주기만 하면 늘 그림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했다.
이때 마침 내가 새벽 수영을 시작했는데, 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아이는 어쩔 수 없
이 30
분간을 혼자 있어야 했다. 갔다 오면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꼭 안아 주고 매일 사물
그림을
보여 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때 규칙적으로보여 준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특히 글자를 일어 줄 때는 목소리를 크게 하거나 몸을 흔들거
나 과
장된 몸짓을 하면 아주 재미있어 했다.
6~7개월 : 두 번 정도 더 장소를 바꾸어 보았더니 처음에만 혼동할 뿐 나중에는 정
확하게
찾아냈다. 그래도 계속해서 보여 주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가 아는 것처럼 보여서 글자를 모두 떼어 방바닥에 늘언호고 "전화 주세요."
하면
90% 이상 알아맞혀서 지적했다. 신기해서 연습장에 몇 개의 단어를 써서 찾아보게 했
더니
보여 준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7개월쯤부터 신문 광고를 읽어 주었다. 반복 효과가 있어서 글자 크기가 큰 광고
문안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가면서 읽어 주었다. 나중에 신문을 쫙 펼쳐 들고 "안정액(약 광
고)이 어
디 있을까?" 하면 정확하게 찾아냈다. 글씨를 훑어보는 눈빛이 놀랄 정도로 집중력이
있었
다. 광고 문안은 반복해서 많이 나오는 문구를 집중적으로 읽어 주었다.
8~10개월 : 동화책을 많이 읽어 주었다. 아이는 흥미 있어 하면서 혼자서도 책을 보
기 시
작했다. 치즈를 먹일 대도 "앙팡 먹자, 앙팡." 하면서 글자를 읽어 주었다. 아이가
말할 줄
아는 것은 대개 다 아는 글자라는 것을 알았다.
11~12개월 : 거실 벽에 전혀 새로운 사물 그림을 붙여 놓고서 아이에게 충분히 보
여 준
다음, 아이가 보고 있을 때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부터 차례로 4장씩을 문자로 덮어
버렸다.
이때의 사물은 주로 집안 사물을 이용했다. 수건, 비누, 치약, 칫솔 등.
또 이때는 장소를 이리저리 옮기지 않고 한 곳에 고정시켜 놓았다. 글자 쪽으로 보
여 줄
때마다 확인을 시켰는데, 100% 정확하게 알아맞혔다. 모두 글자 쪽으로 뒤집어졌을 때
도 아
이가 잘 찾아내 아이가 보지 않을 때 붙여 놓은 장소를 옮겨 버렸다. 많은 카드가 한
꺼번에
바뀐 탓인지 혼동하는 듯 했지만 아이는 금방 잘 찾아냈다.
카드를 가지고 여러 가지 놀이를 했는데, 주로 "나비 나와라, 뚝딱!" "나비 숨어라,
뚝딱!"
하는 놀이를 제일 좋아하고 놀이를 하면 좋아서 까르르 넘어가곤 했다.
카드의 글자를 아는 것은 물론이고 써서 보여 주는 글자도 배운 것은 모두 기억했
다. 비
슷해 보이는 글자도 전혀 혼동하지 않았다. 그림 카드는 항상 아이의 눈길이 잘 가는
곳에
붙여 두고서 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 의성어를 많이 들려주었다. 오리는 꽉꽉,
돼지는
꿀꿀.
메뉴판 읽기 놀이 : 한 돌쯤 되니까 아이가 어떤 요구 사항이 있을 때마다 무조건
떼를
쓰기 시작했다. 답답한 마음에 연습장에 몇 가지 먹을 것의 이름을 써서 "무엇을 줄가
?" 물
었더니 먹고 싶은 것을 정확히 지적했다. (정확도는 아이의 반응을 보고 확인한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무엇을 줄 때마다 메뉴를 쭉 써 놓고 고르게 했더니 효과가 좋
았다.
아이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욕구와 직결되어서 그런지 집중이 잘 되었다. 이때 처음으
로 의
사표현의 수단으로서 문자를 경험시켜 주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또 이때부터
는 책
을 볼 때도 그림보다는 글자를 더 집중해서 보고 글씨를 한참 본 후에야 그림으로 시
선이
옮아갔다.
13개월 : 계속해서 사물을 확대해 나갔는데, 모두 잘 찾아내고 또 1/3 정도는 소리
내어 일
기 시작했다. 이때는 주로 방바닥에 카드(글자 쪽)를 늘어놓고 찾기 놀이를 했다. 또
신문을
보고 있으면 아이는 아는 글자를 스스로 찾아내기도 하고, 내가 물어 보는 글자를 찾
아내기
도 했다.
14~15개월 : 말을 하기 시작하더니 그 동안 들려주었던 의성어를 스스로 잘 표현했
다. 의
성어 글자는 보여 주기만 하고 확인하지 않았다. 그 다음에 여러 가지 동요를 불러
주거나
테이프를 들려주었다. 엄마가 노래를 부르면 거기에 맞는 동요를 지적했다. (동요를
써서 역
시 벽에 붙여 놓았다.)
15개월부터 곰곰이 시리즈를 혼자 읽기 시작했다. 외워서 읽나 싶어 연습장에 써서
물어
보면 똑같이 읽어 냈다. 하루종일 책을 읽어 달라고 졸라서 읽다 보면 하루에 40~50권
정도
의 책을 얽어 주게 된다. 혼자서 책을 볼 때도 일단 보기 시작하면 방바닥이 안보일
정도로
책을 늘어놓거나 쌓아 두곤 했다. 그러면서 한번 본 글자는 모두 익히는 것 같았다.
16개월 : 그 동안 자기가 보아 왔던 동화책을 혼자서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제 막 16개월이 지난 아이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른들이 미처 눈
치채지
못한 사이에 아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한글 법칙을 깨달았다. 아이가 글을 안다는 것은
새로
운 세상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의 첫 울음이 신체의 탄생을 의미한다면, 글을
안다는
것은 사회적인 탄생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와 읽을 수 없는 아이는 큰 차이를 갖는다. 똑같은
환경
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이다. 한글을 깨친 아이는 주변에 있
는 다
양한 문자를 매개로 끊임없이 사고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자신의 힘으로 선택하
고 해
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마치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이후, 땅에 떨어지는 모든 사과에 새롭고 중요한
의마가
부여된 것처럼 아이가 한글을 떼고 나서 쳐다보는 세상은 모든 것이 새롭고 찬란한 생
명을
가지게 된다. 즉 아이는 인류 역사 5천 년의 유산인 문자를 가지고 이 세상을 향한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는 스스로 한글을 뗀다
그러나 위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아이가 한글 법칙을 깨닫는 과정은 특별하
지 않
다. 성준이가 특별히 뛰어난 아이였다든가 엄마가 유난히 극성맞은 것도 아니었다.
성준이 엄마는 아이를 낳고 건강 관리를 위해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수영을
배우는
3개월 동안 아이를 두고 다니는 것이 미안해서 수영장에서 돌아오면 바로 아이를 안고
서 벽
에 붙여 둔 사물 그림과 글자를 보여 주었다. 매일 꾸준히 일정한 시간에 아이와 놀이
를 하
듯이 반복해서 보여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는 스스로 한글을 이식해 가면서 법칙을 깨쳣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런 일
은 아주 놀라운 일로 생각하지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떤 아이, 어떤 엄마라
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똑같이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문자를 터득할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아이 능력에 대한
믿음
과 엄마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성준이는 천재
가 이
나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났을 뿐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억지로 글자를 가르치려 하지 마라. 모든 아이들은 스스로 한글
을 뗀
다. 아이가 한글과 관계를 맺고 한글을 가지고 놀 수 있게만 해 주면 아이는 스스로
터득해
간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아이는 엄마가 보여 주는 모든 자극을 그렇게
흡수
한다.
한글이 아이의 인식 세계 속에서 생명력을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는 모두 아이의 몫
이다.
여기에서 부모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에게 충분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스스로
한글
을 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깊은 유대감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엄마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사람이다. 아이가 세상에 나와
맺게
되는 첫 번째 사람이면서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며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이제 아이와의 관계 형성이 왜 중요하며 어떤 관계를 맺어 가
야 하
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먹이고 재우는 엄마 역할에서 좀 더 나아가 아이
와 세
상을 이어 주는, 즉 아이가 이 세상과 한글을 알아 가는 데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아이에게 풍부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며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
줄 수
있는 엄마라면 새삼스럽게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필요는 없다. 저절로 놀이 - 학습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두 돌 무렵이 되어서 갑자기 뭔가를 가르쳐야겠다며 시작하는 경우,
이 시
기의 아이들은 자기 주장을 해서 때때로 엄마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전에는
엄마의
보살핌 아래서만 움직였지만 이제는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 엄마
와 아
이가 싸우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때 아이를 잘 수용하는 엄마는 아이와 교감이 잘 이루어지지만, 그렇지 못
한 경
우 사사건건 충돌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엄마가 일방적으로 한글 학습을 시
작하려
했다고 하자. 당연히 아이는 엄마를 거부할 뿐 아니라 한글 자체도 거부하게 되어
서로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기 일쑤다.
따라서 한글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 하면서 유대감을
쌓아
가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아이와 놀이 관계를 형성한다
어떤 아이가 두루말이 휴지를 풀면서 놀고 있다고 하자. 이때 엄마의 반응은 각각
다를
수 있다.
반응 1 : "아니, 왜 휴지를 가지고 그러니? 아깝게. 그 많은 장난감은 다 두고서 꼭
저 야
단이라니까. 어서 제 자리에 갖다놔!" (야단을 친다)
반응 2 : "좀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건 하게 둬야지. 후지 하나쯤 버리면
어때?
비싼 것도 아닌데 괜히 애 기죽일 건 뭐 있어." (내버려 둔다)
반응 3 : "얘, 형석아, 휴지는 코를 풀거나 더러운 것을 닦을 때 쓰는 거야. 이렇
게 풀어
버리면 못쓰게 돼서 낭비하게 되잖아." (엄마의 방식대로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반응 4 : "야, 형석이가 재미있게 노는구나! 엄마도 같이 해 볼까? 아까는 쭉 풀었
으니까
이번에는 둘둘 말아 보자. 어? 뚱뚱해졌네?" (아이의 놀이를 인정하면서 같이 정리 한
다)
아이에게 놀이는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세상을 알아 가는 아이 나름의 방식이다.
그래서
아이는 자기의 흥미를 인정하면서 함께 놀아 주는 엄마를 당연히 좋아한다. 현명한
엄마라
면 아이의 놀이에 참여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계가 성립되면 아이는
자신의
흥미를 전혀 손상받지 않고 엄마와 재미있게 놀면서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갈 수 있
다.
이때 주의할 것은 놀이는 아이가 주인이 되는 자유로운 공간이므로, 엄마가 적극
적으로
놀이를 주도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학습은 엄마가 아이의 놀이에 참여하면
서 기
회를 엿보면 된다. 이를테면 아이가 블록을 갖고 놀 때는 블록을 이용하고, 자동차를
갖고
놀 때는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슬쩍 슬쩍 한글을 보여 주면 되는 것이다.
무척 어려운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일단 엄마가 아이와 함께 놀이를 즐기게 되면 그 다음은 쉬워진다. 아이
를 앞
에서 잡아끄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놀면서 순간순간의 기회를 이용해서 학습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놀이 세계를 인정해 주는 엄마와의 교감이 한글 학습의 제일 조건
이 된
다. 엄마를 항상 자기를 긍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아이는 엄마와
놀면서
배우는 것을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얻어 두뇌 활동도 더욱 활발해진다.
반면, 관계 형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엄마라면 거꾸로 한글 놀
이 학
습을 통해 아이와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즉 한글을 아이와의 놀이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글학습에 있어서 엄마와 아이의 관
계, 엄
마와 한글의 관계, 아이와 한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단계 학습을 통한 실천 한글떼기
학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글 학습은 크게 한글과 관계 맺기, 한글에 대해 느낌 갖기, 느낌 키원 주기 과정
을 거친
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글 환경을 점차 확대해 나가면 아이는 스스로 한글 법칙
을 통
찰해 간다. 즉 사물인지에서 시작해서 문자를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이는 문자도입
과정을
통해 아이는 한글과 관계를 맺는다. 그 다음에 낱말읽기, 의성어, 의태어, 동요, 동시
와 동화
읽기를 하면서 한글 환경을 넓혀 나간다.
낱말읽기가 한글에 대해 느낌을 주는 과정이라면, 이후 동화읽기까지는 느낌을 키우
고 구
조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한글의 폭을 넓혀 가는 과정이다. 이때
낱말읽
기 단계에서 한글 법칙을 깨닫는 아이도 있지만, 동화읽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차곡차
곡 느
낌을 쌓는 아이들이 보통이다.
다음 과정인 낱글자 단계는 한글의 구조를 깨달을 수 있도록 문자 환경을 조성한다.
한글
학습을 느낌 학슥과 구조 학습으로 나누었을 때 낱글자는 구조 학습에 속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구조 학습은 조심스럽게 시작해야 한다. 한글 학습 과정을 통해서
아이
가 스스로 느낌을 분화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엄마가 전체적인 흐름에 따
라 학
습을 진행하면 큰 무리 없이 한글 학습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아이가 한글을 알아 가는 인식 과정에 대해 먼저 얘기하고, 엄마는
그 과
정애 맞추기 위해서 어떻게 한글 환경을 제시할 것인가를 말하려고 한다. 그럼 우선
세부적
인 단계 학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엄마가 알고 있어야 할 각 단계변 구성과 흐름에 대
해 알
아 보자.
사물인지
본격적인 한글 학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아이가 구
체적인
사물에 대해 느낌을 갖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과정은 아이에게 한글이라는 추상의
세계를
보여 주기 전에 구체 이미지를 충분히 갖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아이가 문자를
자신의
세계 속으로 받아들여 그 의미를 알게 되기까지는, 첫 단계로 구체 사물에 애한 이
미지가
아이의 인식 속에 자리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이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저
아이와
놀면서 많은 사물을 경험하게 해 주면 된다. 단 아직 한글 학습의 단계가 아니므로
글자를
가르치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아이가 풍부한 느낌을 갖고 사물을 지적할 수만 있으
면 된
다.
문자도입
사물과 친숙해진 아이에게 문자를 처음으로 보여 주는 단계이다. 즉 삼루에 대한
느낌을
바탕으로 아이가 처음으로 한글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글 학습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
다. 아
직 삼루의 그림을 좇고 있는 아이에게 어떻게 문자를 자연스럽게 관계지어 주는지가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문자도입 단계에서 엄마들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절대 문자를 강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다. 엄마가 욕심을 내 자꾸 문자를 먼저 보여 주려고 애쓰면 아이는 그것을 외면하게
된다.
그래서 이 과정을 자칫 잘못했다가는 한글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학습 전체를 망
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아이는, 아무 의미 없던 추상의 세계를 자신의 인식 속에 새로운 세계
로 받
아들이는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엄마는 아이에게 문자를 알게 하는
것보
다는 사물인지의 연장 속에서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는 느낌만 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낱말읽기
이제부터 본격적인 한글 학습 단계이다. 이 단계의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사물과
그에
해당하는 글자를 연관시켜 될 수 있으면 많은 낱말을 반복해서 보여 주는 것이다.
이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가 낱말을 잘 지적하거나 읽어 내더라도 아직 그
글자
를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므로, "무슨 글자지?" 하고 묻거나 다른 종이에 써서 확인하
지 않
는 것이다.
아이는 아직 '칫솔'이나 '촛불'과 같이 형태가 비슷한 낱말들은 혼동할 수 있다. 그
리고 이
럴 때라도 아이에게 낱말들의 차이를 설명해 줄 것이 아니라 그 낱말들을 더 많이 보
여 주
며 스스로 비교해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일주일 단위로 5~6개 정도의 새 낱말을 제공하는 것이 적당하지만 아이의 진행 속도
에 따
라 놀이거나 줄여도 상관없다.
의성, 의태어
이 단계의 중요한 목적은 아이가 길어진 의성어, 의태어 몇 글자, 꾸미는 말 몇 개
를 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반복되는 의성어, 의태어를 통해 구체 이미지를 동적으로 확대
하면서
시각적으로 늘어난 글자들에 대해 느낌을 채워 가면 된다.
이 단계는 구체 이미지를 확대시키는 데 의의가 있는 데 이는 앞으로 문장 학습을
하기
위한 전제가 된다. 전체적인 한글 학습 과정중 낱말 학습에서 문장 학습으로 넘어가는
중요
한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글자 자체에 얽매여 아이가 완전히 알 때까지
머물
러 있으면 지루해 할 수 있다.
아이의 흥미가 유지되는 선에서 의성어, 의태어는 20개, 꾸미는 말은 10개 정도 제
공하면
된다. 한꺼번에 5~6개씩 보여 줘도 된다.
동요, 동시
동요나 동시, 생활문은 아이의 정서와 느낌, 생활의 산물이므로 아이의 감성에 잘
맞고 즐
겁게 반복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교재이다. 특히 이런 것들은 별도로 구체 이미지를
형성해
주지 않아도 되고 아이에게 늘어난 글자들을 좀더 재미있게 보여 줄 수 있다는 장점
이 있
다.
이 단계는 짧은 문장을 통해 한글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뚜렷이 해 문장에 대해 흥
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주요 목적이므로 많이 들려줄수록 좋지만 너무 여러 개는
좋지
않다. 일주일에 2~3개 정도만 한다. 아이가 문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하
며 청각 자극과 시각 자극을 일치시킬 수 있으면 된다.
동화 읽기
동화읽기란 엄마가 책을 보고 들려준 말을 읽는 능력이다. 그래서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
준 동화의 줄거리가 아이의 머리 속에 그려져 있을 때 아이는 아직 글자를 다 읽지는
못하
지만 그림을 단서로 동화를 통째로 외울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글자들을 한꺼번에 보면서 아이 스스로 문장 구조와 한글 법칙을 깨달
아 간
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화읽기 단계에서 낱말이 나뉘어지는 분화 느낌을 갖게 된다.
따라
서 동화읽기는 글자의 양이 크게 늘어난 환경에서 한글에 대한 느낌이 가득 채워지는
순간,
아이 머리 속에서 '펑' 하고 한글 법칙이 터득되는 단계로 이끌어 준다.
이때 여러 책을 가지고 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골라서 우
선 그
책 한 권만 가지고 하는 것이 좋다.
낱글자
이제까지의 학습이 느낌 학습이라면 낱글자 학습은 구조 학습에 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낱글자 학습에 들어가려면 아이가 한글에 대한 느낌이 충분히 쌓여, 알고 있는 낱말이
나뉘
어져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갖고 있어야 한다.
이때 아이에게 낱자 학습을 시키면 아이는 한글 법칙을 빠르게 통찰해 간다. 낱말이
나 문
장을 학습하는 중간에라도 아이가 분화 느낌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조금씩 낱자 학습을
진행
해도 무리가 없다.
그런데 아이에 따라 낱자에 대한 느낌이 충분히 있는데도 알고 있는 낱말이나 문장
을 낱
자로 분화시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아주 조심스럽게 시작해야 하는데,
아이
가 이 단계를 거치며 한글 법칙을 빠르게 깨닫기도 한다. 단, 두 돌 이전 아이는 낱
글자 학
습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카드 활용법
아이에게 다양한 사물과 여러 상황을 접하게 해 풍부한 느낌을 갖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은 실생활에서 직접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제한된 환경과 시간 속에서 많
은 것
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부득이 한글 학습을 위해 카드를
만들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한글 학습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카드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을
소개하
고자 한다. 카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나누어 제시한
다. 그
러면 한글 학습을 무리 없이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1단계 : 사물에 대한 느낌이 가장 우선
아이가 꽃이나 병아리, 나비 같은 사룸을 직접 보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카드의 나
비 그
림을 보고 나비라고 하지 않을 수 있다. 카드를 한글 학습에 이용하려면 아이의 이런
느낌
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엄마는 아이에게 카드 그림을 보여 주면서 그것에 대해
충분히
얘기해, 아이가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물과 카드 그림이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아이가 카드 그림을 보며 실제 사물을 떠올릴 수 있을 때
비로
소 카드를 이용해 아이와 한글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단계 : 카드 그림만 보고도 변별
오감을 통해 알게 된 사물이 인쇄 매체의 그림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는 느낌을 확인
하는
단계이다. 자기가 아는 사물의 이름을 듣고 여러 그림카드 중에서 골라 올 수 있게 한
다. 이
는 나이가 어릴수록 꼭 필요한 단계이다.
3단계 : 사물 그림과 문자를 관계지어 봄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에는 이름이 있고 그것은 문자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
게 해
주는 과정이다. 다양한 사물 그림과 이름(문자)을 번갈아 가벼 많이 보여줘 사물에 대
한 느
낌뿐만 아니라 문자에 대한 느낌을 키워 나간다.
4단계 :문자만 보고도 사물 그림을 떠올림
이제 문자를 먼저 보여 주고 그에 해당하는 사물 그림을 찾게 하는 단계이다. 여러
문자
들 속에서 그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있게 되면 아이는 문자만 보고도 그에 대응하는
사물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의 사물에 해당하는 하나의 문자가 있다는 것과 그 문자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 낼 수 있도록 반복해서 보여 준다.
5단계 : 같은 문자를 찾아냄
아이가 문자에 대한 느낌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단계이다. 같은 문자를 다른 책이나
신문,
잡지 등에서 찾아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때도 아직 아이는 문자를 덩어리로 아는
것이
지 낱자로 따로따로 아는 것은 아니다.
1단계 사물인지 - 느낌으로 사물을 알아간다
읽기 학습에 앞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아이가 구체적인 사물에 대해 느낌
을 갖
는 것이다. 다양한 사물을 많이 접해서 아이가 사물에 대해 풍부한 느낌을 가질 수 있
게 해
주는 것이 이 단계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아이의 머리 속에 구체적인 사물의 모
습이나
느낌이 전제되지 않으면 한글은 단순히 추상적인 기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다쟁이 엄마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충분히 말을 걸어 준다. 물론 태어나기 전에 태교를 통
해 아
기에게 얘기를 들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단 아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온갖
환경이 아기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나 기저귀를 갈아
줄 때,
또는 목욕을 시킬 때 등 항상 아기와 대화를 나누듯이 이야기를 해 준다.
기저귀를 갈면서 아기의 손발을 가볍게 움켜쥐고 "이것은 손이야. 손, 손" 하고 되
풀이하
여 정확한 발음으로 들려주거나, 인형이나 공을 보여 주면서 "이것은 인형, 인형." "
이것은
공이야, 공." 하는 식으로 말해 준다. 혹은 산보를 나가서 꽃을 손에 쥐어 주고 "꽃,
꽃" 하
며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이외에 아기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구나.
엄마랑 나들이 갈까?" "우리 아기 배고프지? 금방 우유 줄게." 등 엄마의 일상적인
느낌을
아기에게 얘기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좋은 시를 읽어 주거나 엄마의 음성으로 노래를
들려
주기도 한다. 특히 어린아이는 안고 흔들거나 리듬감 있게 말해 주면 훨씬 좋아한다.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사물에 대해 충분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의 세계에 같
이 참
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꽃가게 앞을 지날 때 아이가 꽃을 보고 있다면 "그래, 저
건 꽃이
란다, 꽃. 참 예쁘지?" 하며 아이가 관심을 갖는 사물에 같이 관심을 보이면 된다.
그러면
아이는 꽃에 대한 느낌을 풍부히 갖게 될 것이다.
사물을 감성으로 알아 간다
사물을 처음으로 접한 아이는 그 사물을 단순히 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
다 자
주 접하면서 점차 자신의 세계 속으로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때 아이는 사물을 눈으로 보고, 직접 만져 보고, 냄새도 맡고, 소리도 들으며 오
감을 통
해 탐색해 들어가고,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쌓여 사물에 대해 구체적인 이미지, 또는
느낌을
형성해 간다. 이것을 감성적 확신의 상태라고 하는데, 풀어서 말하면 아이가 사물을
자기 나
름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가 사물을 접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직접 경험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
림이나
사진 또는 화면을 통해 간접으로 경험하게 되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사물을 경험할
기회를
많이 가진 아이는 자신만의 느낌으로 삼루의 구체 이미지를 형성한다. 특히 어린아이
일수록
오감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사물을 알아 가며, 이때 받은 느낌은 어느 때보다도 아이에
게 강
하게 남는다.
따라서 아이 시선이 닿는 곳곳에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깔의 그림으로 장식해 아기
를 둘
러싼 환경을 풍부하게 꾸며 준다. 잡지에서 오린 커다란 그림이나 사진도 좋다. 특히
한 가
지 색보다는 대조적인 색 패턴이 있는 것을 아기는 좋아한다. 또 같이 여행을 하거나
동물
원, 시장에 자주 데리고 다니면서 다양한 동물과 사물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많은 이
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는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말문이 트
이기만
하면 "이건 뭐야?" "저건 뭐야?" 끊임없이 반복해서 질문하는 것이다. 알고 싶다는 강
한 욕
구를 통해 아이는 주변 세계를 끊임없이 탐색하면서 자신의 느낌으로 세상을 알아 가
는 것
이다. 따라서 아이의 주변 환경을 풍부하게 꾸미면 꾸밀수록, 아이는 환경 자극을 통
해 스스
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관련지어 보면 느낌이 더 커진다
어린아이가 사물을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이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엄마가 적극
적으로
모든 사물을 아이와 관련지어 얘기해 줄 필요가 있다.
만약 시계를 보여 준다면 "뻐꿀, 뻐꾹, 뻐꾸기 시계가 12시를 알리네. 이제 점심을
먹어야
겠네. 시계, 시계" 하면서 이야기를 꾸며 강조해서 들려줄 필요가 있다. 단순히 시계
만을 기
억하게 하면 그 시계는 아이의 인식 속에서 생명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
이들은
모든 사물에는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치 살아 있
는 것
처럼 이야기를 꾸며서 들려주면 생생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또 아이가 사물을 알아 가는 과정은 하나의 사물을 외우고 또 외워서 이루어지는 것
이 아
니다. 아이는 처음 꽃을 보았을 때 분명 그것에 대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반복해
보면서
그 느낌은 차츰 확대된다.
이런 느낌의 확대는 다른 사물과의 관계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예를 들어 아이가 꽃
에 대
한 느낌을 갖고 있는데 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물, 즉 나비나 벌과 같은 사물을
함께
보여 주면 아이는 꽃에 대한 느낌을 더욱 확실하게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나비나 벌과
같은
새로운 사물도 접하게 되므로 다양한 사물에 대해 느낌을 갖게 된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보기로 하자. 집에서 개를 키우는 아이가 시골에 가서 처음
소를
보고 '큰 개'라고 말했다. 아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개와 비교해서 소를 큰 개로 받
아들인
것이다. 아이는 자기의 경험을 통해서 개를 알고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소를 인식하
는 것이
다.
그런데 자꾸 소를 보니까 개와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점차 개가 아
닌 것
같다는 느낌이 커진다. 이때 누군가가 '소'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려주고 느낌을 키
워 주면
아이는 느낌이 분화되면서 큰 개와 소를 구별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소를 통해서 개에 대한 느낌을 더 키워 가고, 새롭게
소를
알게 되며, 네발 동물에 대해 통찰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사물에 대한 느낌
과 모
르는 사물이라는 느낌, 그리고 서로 다르다는 느낌 등을 통해 아이는 사물들을 서로
비교하
면서 새로운 사물을 알아 가고 점차 자기의 인식 세계를 넓혀 나간다.
우리 건우는 공을 아주 좋아해서 잘 알고 있지만, 풍선은 잘 몰라 그 둘을 자주 혼
동한다.
그런데 오늘 이웃집 아이가 풍선을 가지고 놀러 왔는데, 건우는 풍선이 공처럼 튀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래서 "풍선은 공이랑 달라서 잘 튀지 않아. 그리고 너무 세
게 끌어
안으면 펑 터지니까 조심해야 돼." 하고 말해 주었다. 그랬는데 오히려 그 말에 자극
이 돼서
아이는 풍선을 깔고 앉기도 하고 꽉 끌어안고 방바닥에 눌러 대기도 하더니 결국은 펑
터뜨
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 순간 아이는 공과 풍선의 차이를 확실히 인식한 것 같았다. 공은 아무
리 깔
고 앉아도 터지지 않았으니까.
이처럼 아이는 어떤 방법이든지 자기의 확신에 찬 느낌으로 사물을 알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느낌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기가 경험한 것이 아니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
려고 한다. 말로 설명해 준 것을 직접 경험해서 확인하려 하는 것이다. 아이의 느낌이
존중
될 때 아이는 보다 자신 있게 세상을 탐색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아이가 아는 사물의 양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여러 가지 사물을 서로 관련지어 비
교해서
볼수록, 아이는 사물에 대한 느낌을 좀더 확실하게 가질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이는
사물에 대해 통찰력을 갖게 된다.
보지 않고도 사물을 떠올릴 수 있다
일단 아이가 어떤 사물에 대해 구체 이미지를 가지면 아이는 점차 사물을 보지 않아
도 그
사물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즉 사물의 이름을 들으면 아이는 어떤 이미지
를 떠
올릴 수 있다.
만약 우유나 사과에 대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아이라면 엄마가 '우유 먹자' 또는 '
사과 먹
자'고 얘기하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안다. 그래서 엄마가 우유 또는 사과라는
말만
해도 바로 사물을 연상하고 지적할 수 있다.
아이에게 "따르릉 전화가 어디 있을까?"라든가 "얌냠냠, 맛있는 우유는 어디 있을까
?" 하
고 말해서 시선이 그쪽으로 가면 아이는 말은 못해도 사물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라
고 볼
수 있다. 또는 코끼리라는 말을 듣고 몸짓으로 흉내를 낸다면 그것도 아이가 코끼리를
알고
있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특히 이때쯤이면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이 있고, 이 사물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
을 가지고 계속해서 탐구하기 때문에 다른 사물에 비해 느낌이 더 풍부한 경우가 많
다. 단
이때에도 엄마는 아이의 느낌을 채운다는 기분으로 여유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하다.
아이가 스스로 알 때까지 자극만 주고 기다리는 것이다.
흔히 시중에서 많이 파는 교재 중에 전지 한 장에 '가나다라'와 알파벳, 그리고 그
에 해당
하는 낱말과 그림이 그려진 것이 있다. 어떤 엄마가 별 생각 없이 그것을 사다 벽에
붙여
놓고는 아이에게 수시로 사물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어느 날 이웃집 아주머니랑 딸기
를 먹
으면서 잠깐 딸기라는 말이 엄마 입에서 나온 순간, 안고 있던 아기의 시선이 얼른 벽
쪽으
로 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는 사물에 대해 느낌을 쌓아 가고 사물을 지적할 수 있게 되는 전과정을 통해
사물의
구체 이미지를 획득한 것이다. 아이가 문자를 자신의 세계 속으로 받아들여 그 의미를
알게
되기까지 그 첫 단계로서 구체 사물의 이미지를 자신의 인식 세계에 받아들인 것이다.
관심 갖는 사물을 많이 보여 준다
주위의 많은 사물들 중에서 아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골라 보여 주는 것은 아
이가
사물을 알아 가기 위해 중요하다. 특히 아이들은 여러 가지 사물 중에서도 색이 예쁘
다거나
움직이는 것 또는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에 많은 관심과 흥미를 보인다.
따라서 가족이나 애완동물, 좋아하는 음식, 집 안에 있는 사물 등과 같이 아이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런 사물들은 아이에 따라서 각기 다르므로
엄마
가 아이에게 여러 사물을 보여 주는 과정에서 아이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해 선택해야
한다.
가족, 친척 : 엄마, 아빠, 아이 이믈, 할머니, 할아버지 등, 아기의 물건 : 공,
모자, 양말,
컵, 우유 등, 집안 사물 : 전화기, 냉장고, 시계, 이불, 텔레비젼 등, 음식물 : 우
유, 주스, 빵,
바나나, 딸기 등, 동물 : 강아지, 고양이, 나비, 코끼리, 사슴 등
이 중에서 아이가 유난히 좋아해서 구체 이미지가 풍부한 것, 강한 것을 골라서 반
복적으
로 보여 준다. 사진 또는 그림카드로 보여 줄 수도 있고 직접 사물을 경험하게 할 수
도 있
다.
때마침 공원 놀이터에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활짝 펴 아이와 나들이를 나갔다. 아이
는 꽃
들 앞을 떠날 줄 모르고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이 노란 꽃은 개
나리고,
이 꽃은 진달래야. 예쁘지?" 하며 꽃에 대해 애끼를 한참 들려주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나비 한 마리가 아이 앞을 지나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야!
나비다.
나비. 나비가 다 있었네." 하고 외쳤다. 나비는 아이 앞에 한참 머물더니 아이가 잡
으려고
손을 휘젓자 날아갔다.
집에 돌아와 나는 그림 카드를 뒤적여 아이에게 보여 주며 " 이건 아가 본 꽃이고,
이건
제가 잡으려고 했던 나비야." 하며 방금 보고 들어온 것들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
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낌을 갖게 된 사물에 대해 구체적
인 이
미지를 키워갈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이 과정이 중요한 것은 아이가 실제로 본 사물을
그림
이나 사진으로 보여 줘도 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경험하고 본 것에 대해서 엄마가 자주 얘기해 주는 것이 이 단계에서 무엇보다
필요하
다.
아이에게 사물을 보여 줄 때는 또박또박 정확한 목소리로 그 이름을 반복해서 들려
준다.
청각도 아이에게는 하나의 추상이며 사물을 알아 가는 단서가 된다. 일상적인 속도로
말하
면 아이에게 빠르게 들려서 잘 알아듣기 어렵다. 마치 우리가 외국인을 만났을 때
천천히
말하지 않으면 외국어를 알아듣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사물을 보여 줄 때는 아이가 잘 알아 들을 수 있도록 항상 천천히
리듬
감 있게 말하고,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꾸며 재미있게 말해 주는 것
이 좋
다.
지적하기 놀이를 한다
아이가 많이 봐서 좋아하고 익숙해진 사물이 생기면 아이와 함께 지적하기 놀이를
한다.
지적하기 놀이를 하면서 아이는 사물에 대한 느낌이 더욱 뚜렷해지고 다른 사물과
변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사물 지적하기란 아이가 어떤 사물에 대한 다양한 느낌을 머리
속에
서 떠올리며 하나의 일반화된 이미지로 기억해 그림카드를 보고 찾아낼 수 있는 것을
말한
다.
따라서 사물 지적놀이는 아이가 직접 경험한 실물이 종이에 인쇄된 그림으로도 표현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이가 실제 사물은 알고 있는데
사진이
나 그림을 보고 지적할 수 없다면 앞의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가 사물 그림과 실제 사
물을
연관시킬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지적 방법은 아이가 직접 표현하지는 못해도 눈길이 그쪽으로 간다든가 아니면 아이
가 좀
더 커서 손으로 가리키거나 짚어 낼 수 있으면 되는 정도이다.
처음에는 3~4개의 사물을 가지고 하지만 점차 그 수를 늘려 간다. 여러 개의 그림을
놓고
"전화기는 어디 있을까?" "강아지는 어디 있지?" 물으면, 아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사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집어내고 또는 흉내를 내면서 자기가 그 사물을 알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아이가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눈빛, 표정, 몸짓으로 지적하기를 할
수 있
다.
만약 아이가 잘 몰라서 어려워하면 엄마가 3초 이내로 정답을 말해 주는 것이 좋다.
지적
하기는 아이를 테스트하기 위한 놀이가 아니므로 아이 머리 속에 도장을 찍듯이 빨리
사물
그림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때 아이가 사물을 지적하면 정확한 발음으로 반복해서 사물의 이름을 들려
준다.
다시 한 번 아이에게 구체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사물
에 대해 구체 이미지를 강하게 형성하고, 또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일정한 장소에 놓고 지적하기 놀이를 한다
이 과정에서 하는 지적하기는 앞에서한 지적하기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앞에서 한
지적
하기는 사물을 서로 변별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주는 것이지만, 여기에서 하는 지적
하기는
아이의 놀이 세계에 한글을 도입하기 위한 전단계이다. 즉 아이가 한글을 좀더 무리
없이
받아들이기 위해서 하는 하나의 준비 과정으로, 똑같이 지적하기를 하고 있지만 인식
흐름
에서 볼 때는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을 장소를 변별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게 하는 것이
다.
방법은 사물을 일정한 장소에 붙여 놓은 다음 앞에서 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적하기
놀이
를 한다. 이때 아이가 잘 알 수 있도록 특정 사물의 그림을 특정한 장소에 붙이는 것
이 좋
다.
즉 바나나 그림은 냉장고 문에, 딸기 그림은 식탁 위에, 전화기 그림은 탁자 위에
붙여서
아이가 좀더 확신을 가지고 지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약 한 장의 커다란 종이에
사물
그림들이 모여 있는 경우에도 아이는 처음에는 그 그림이 있는 위치 때문에 사물을 지
적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지적하기 놀이를 통해서 사물 그림이 붙어 있는 장소를 정확하
게 기
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장소에 일정한 사물이 있으면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동안에 아이는 바나나는 어디에 있는지, 딸기는 어디에 있는지, 또 전화기는 어디에
있는지
눈을 감고도 찾을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전화기가 어디 있을까?" 물으면 처음에는 일일이 그 장소를 찾아가다가 나중에는
눈짓이
나 손짓으로만 가리키기도 한다. 즉 아이는 처음에는 전화기를 찾기 위해서 탁자가 있
는 쪽
으로 갔지만 여러 번 반복하면 전화기가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것을 알게 되어서 나중
에는
자동적으로 탁자 쪽을 돌아본다.
이때 어른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아이가 잘 찾아내면 '잘한다'고 칭찬해 주
고, 탁
자 위에 전화기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확인시킬 때는 "정말? 전화기
가 정
말 탁자 위에 있어?" 하면서 엄마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
킨다.
장소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복을 통해서 사물의 구체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
는 것
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가 여러 사물 중에서 바나나를 변별하는 능력이 장소를 변별하는
능력으
로 옮겨가게 된다. 그래서 단순히 바나나나 딸기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에 있
는 바
나나, 식탁 위에 있는 딸기를 지적하게 된다. 즉 냉장고→바나나, 식탁→딸기가 된 것
이다.
이 과정이 이후 문자를 도입하는 단계에서 특히 중요한데, 이유는 나중에 사물 그림
을 문
자카드로 덮었을 때 사물 그림이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냉장고→바나나, 식탁→딸기라
는 기
억을 통해서 바나나나 딸기를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단계 문자도입 - 문자를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인다
사물을 인지하고 지적할 수 있게 된 아이가 사물에 대한 구체 이미지를 통해서 한글
을 자
신의 세계 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이에게 있어 획기적인 일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
던 추
상의 세계가 아이의 인식 속에 자리하는 것은 아이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
므로 이 과정은 아이가 한글이라는 새로운 추상의 세계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
으로
진행해야 한다.
사물에 대응하는 하나의 기호 또는 신호 체계로서 한글이 아이의 인식 속에서 자연
스럽게
형성되면, 한글 학습은 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과정이 자칫 잘못됐다가는 한글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학습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따라서 처음 한글이 도입되는 이 단계
에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을 가지고 놀이를 통해 서서히 문자의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중
요하
다.
좋아하는 사물을 좇아 문자를 보기 시작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나비와 토끼, 꽃 그림을 벽에 붙여 두고서 한참을 보여 준 다음에,
아이
가 이제는 그림이 있는 곳을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될 때 문자 카드를 만들어 덮었다.
그리
고서 아이에게 "나비가 어디에 숨었을까?" 물을면 아이는 "나비 없다, 없어." 하면
서 이곳
저곳을 마구 들쳐 본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잘 맞추고 또 어떤 때는 틀리기도 한다.
아이가 찾아 다니는 것은 나비 그림이다. 엄마는 아이가 '나비'라는 문자를 한 번
더 봐
주기를 바라지만 아이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만 찾아 다니는
것이
다. 그러나 이때 아이는 숨어 있는 사물을 찾아다니며 계속해서 문자를 봄으로써 자극
을 받
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사물인지 과정을 통해서 사물을 변별하고 카드가 붙어 있는 장소를 기억해,
보지
않고도 어디에 그 사물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사물 그림을 덮어 버려도
아이
는 사물을 찾아낼 수 있다.
아이는 사물찾기 놀이를 통해서 자꾸 문자를 쳐다보게 되고 문자에 대한 느낌을 갖
기 시
작한다. 이때 아이는 문자를 사물을 나타내는 또 다른 그림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
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아이는 추상의 세계인 문자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이 인식 속에는 사물의 구체 이미지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
제 막
토끼를 찾기 위해 문자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문자가 사물을 찾아내는 단서가
되었
다. 이제 아이는 '나비'라는 문자(아직은 전혀 문자를 모른다)를 찾아가면 나비 그림
이 있다
는 것을 알게 된다.
사물을 나타내는 기호(신호 체계)로 느끼기 시작한다
사물과 문자를 계속해서 번갈아 보여 주면 아이는 문자가 사물을 가리키는 어떤 기
호(신
호 체계) 임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처음 '딸기'라는 문자를 사물과 함께 보았을
때 아직
아이 머리 속에는 각 사물의 구체 이미지만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 문자는 별 의
미를
갖지 못한다.
그러다가 문자와 사물을 반복하여 보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딸기'라는 문자를
한번씩
보면서 딸기 그림을 반복해서 찾아낼 때 아이에게는 '딸기'라는 문자가 점차 딸기라는
사물
에 대한 하나의 단서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때 문자는 그 사물을 가리키는 어떤 기
호, 즉
신호 체계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동그라미일 수도 있으며, 세모나 네모일 수도 있
다. 또한
빨강일 수도 있고 파랑일 수도 있다. 또는 '딸기'라는 문자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즉
딸기라
는 사물을 나타내는 문자의 느낌이 아이에 따라서 각기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반복해서 자꾸 보게 되면 나중에는 문자만 보고
도 그
사물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철저하게 아이 중심으로
이루어
져야 하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각 사물에는 서로 다른 기호(신호 체계)가 있음을 느낀다
사물과 문자를 번갈아 보여 주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물찾기 놀이를 반복하면,
아이는
이제 하나의 사물과 하나의 문자가 서로 일 대 일 대응이 된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다른
여러 사물로 넓혀져 각각의 사물에는 각기 다른, 고유한 신호 체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때도 아이가 보고 있는 문자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문자와는 다른, 다만 어
떤 사
물을 찾아가게 하는 신호 체계에 불과하다. 각각의 느낌이 왠지 다르다는 느낌만 있을
뿐이
다.
아이에게 처음 '사과'라는 문자를 빨강색 펜으로 써서 보여 주었다. 아이는 사과
를 무척
좋아해서 글방 알아맞혔는데, 나중에는 빨강색으로 쓴 문자를 전부 사과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과 강렬한 색의 문자가 일 대 일 대응이 되면, 같
은 색
의 다른 문자도 모두 그 문자와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문자를 색을 통해
느끼는
단계에서 점차 형태를 통해 느끼는 단계로 나아가는데 그때가 되면 이런 고집은 사
라지게
된다.
아마 아이는 똑같은 색인데 어째서 다른 사물이 숨어 있고, 좀더 나아가면 어째서
다늘
느낌을 줄까 하고 고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갈등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계기
가 되
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아이가 고집하는 색으로만 문자를 보여 주면 형태를 느낄
기회
를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의 느낌을 인정하면서 적당히 갈등하게 하는 것이 한글
놀이
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아이는 사물에 대한 이미지가 각각 다르듯이 자신이 받아들인 문자의 세계도 각기
다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때 아이가 조금 혼동하거나 틀리게 지적해도
괜찮다.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일단 문자를 통해서 사물을 보고 또 문자를 가지고 놀려고 하기
만 하
면 일단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반복을 통해서 아이 스스로 변별해
내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문자 세계에 관심을 보인다
늘 가지고 놀던 그림책을 보던 아이가 갑자기 그림과 문자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
다. 그
표정이 하도 진지해서 나는 뭔지는 잘 모르지만 아이가 계단을 하나 올랐다는 느낌을
받았
다. 그렇게 뚫어지게 책을 응시한 적은 여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이불을 뒤집
어쓰고
서 (얇은 이불이라 뒤집어써도 다 보인다) 그림책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 것이다.
아이의 내면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될 것이다. 아이는 드디어 사물을
나타
내는 또 다른 모습으로 문자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문자가 아이의 세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 의미없이 방치되었던 한글이 이제는 자기가 좋
아하는
물건이 되기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이 아이에게 드디어 '조용한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아이는 문자에 대한 관심을 출발로 한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
해 들
어갈 준비가 되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을 고른다
문자 학습의 시작이 사물 지적하기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을 골라내는 것이 학습
의 첫
번째 과정이다. 아무리 문자 구조가 복잡하고 길다 해도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이라면
그 사
물의 이미지로 아이는 문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아이
인식
속에는 사물의 구체 이미지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자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와 아이의 놀이 관계를 아이와 한글의 관계로 옮겨가도록 하자.
백지로 가린 그림 찾기
아이가 사물을 서로 변별하고, 또 사물이 있는 장소를 기억하면 사물 그림을 백지로
덮어
버린다. 사물을 숨겨 놓고 아이와 찾기 놀이를 하는 것이다.
아이는 사물이 보이지는 않지만 자기 머리 속에 있는 사물의 구체 이미지를 바탕으
로 사
물이 있는 장소로 가서 백지를 들춰본다.
그러나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잘 알기도 하고 또 싫증이 나기도 해서 건성으로 손
만 들
어 가리키기도 한다. 즉 "까꿍! 바나나가 어디에 숨어 있을까?" 하면 처음에는 잘 찾
아다니
다가 나중에는 그냥 손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이때도 "정말? 바나나가 거기 숨었어?
엄마는
못 찾겠는데." 하면서 숨어 있는 사물을 한 번 더 보게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잘 몰라서 당황해 하면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술래가 된 것
처럼
"바나나야, 어디 숨었니?" 하면서 덮개를 여기저기 들춰본다. 그리고 나서 바나나를
찾아내
면 "어머, 바나나가 여기 있었네." 하며 쓰다듬어 주면서 아이의 시선이 한동안 그곳
에 머물
게 한다.
이 놀이는 사물 그림을 어떤 것으로 가려도 그 뒤에 자신이 찾는 그림이 있다는 것
을 알
게 해 준다. 이후에 문자로 가렸을 때 아이가 부담 없이 사물 그림을 찾으며 자연스럽
게 문
자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문자카드로 가린 그림 찾기
영은이는 집안 곳곳에 붙여 놓은 사물 그림을 좋아해서 틈만 나면 그림에 매달려
논다.
손톱으로 긁어 보기도 하고 뽀뽀도 해 부면서 왔다갔다한다. "토끼 어디 있느?" 하면
금방
쫄르르 다려가서 지적한다.
아이가 잘 지적하게 되자 흰 종이에 색색의 펜으로 사물 이름을 써서 덮어 버렸다.
그리
고 나서 "토끼가 어디서 자고 있을까?" 했더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금방 그
자리로
가서 들춰보더니 씩 웃는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자 아이는 "토끼가 어디 있더라?"
하면
그쪽으로 가지도 않고 손으로 가리키기만 한다.
아이가 잘 지적하게 되자 흰 종이에 색색의 펜으로 사물 이름을 써서 덮어 버렸다.
그리
고 나서 "토끼가 어디서 자고 있을까?" 했더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금방 그
자리로
가서 들춰보더니 씩 웃는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자 아이는 "토끼가 어디 있더라?"
하면
그쪽으로 가지도 않고 손으로 가리키기만 한다.
이때도 엄마가 반드시 문자카드를 들춰서 그 뒤에 숨어 있는 그림을 보여 주고 잘했
다고
칭찬해 줘야 한다. 왜냐하면 문자와 그림을 연결시켜 주기 위해서는 항상 사물의 이
미지가
한 번 더 아이 머리 속에 새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물 그림을 얼른 숨겨서
문자
를 많이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느낌을 충분히 가지고서 문
자를
한번 쳐다보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토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이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구체 이미지가 있
어야 한
다. 아이는 그 이미지에 대응해서 문자를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엄
마, 아빠 등)이나 과자(새우깡, 빼빼로 등), 음식물(우유 등)을 이용해서 한글 놀이
를 하면
훨씬 더 생생해진다.
아이가 구체 이미지를 가지고 추상의 세계로 들어서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
가 가지는 느낌을 그대로 인정해 주면서 사물 그림을 중심으로 문자의 이미지는 잠깐
씩 주
면 된다.
이때 만약 문자를 강조하면 아이는 흥미를 잃어버려 한글 학습을 기피하게 될 것이
다. 엄
마가 아이 뒤를 따라가면서 좀더 흥미 있는 환경과 놀이를 제공해 주면 아이는 문자를
가지
고 놀면서 점차 한글이라는 세계와 친숙해 질 것이다.
촛불놀이-일렁이는 불빛 아래서 색다른 느낌을 갖는다
사물을 잘 지적하던 연우는 사물 그림을 문자카드로 덮어 버리자 싫다고 하면서 문
자카드
를 다 떼어버렸다. 몇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라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문자카드를 덮
어놓고
아이가 일어나면 모두 떼어버리는 놀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쩐 놀이든 간에 아이가
문자
를 볼 수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 할까 궁리하
고 있
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정전이 되어서 촛불을 켜 놓았다. 일찍 잘 생각을 하고 자기
전에
미리 문자카드로 사물을 다 덮어 버렸다. 그런데 아이가 물을 달라고 해서 촛불을 들
고 같
이 주방으로 가는데 촛불이 일렁거리는 대로 주변 사물이 색다르게 보였다.
마침 연우의 시선이 문자카드로 가서 꽂히자 나는 순발력 있게 얼른 문자카드 쪽으
로 다
가가서 때를 놓칠세라 "연우야 바나나가 어디에서 자고 있을까?" 하고 물었다. 그랬더
니 연
우는 얼른 냉장고에 있는 문자카드를 들춰보는 것이었다. 내친 김에 꽃이랑 전화도 한
번 찾
아 보고 모두 잘 자라고 뽀뽀해 준 다음에 우리도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
는 저
녁마다 촛불을 들고 연우 친구들에게(사물) 잠자리 인사를 하러 간다.
3단계 낱말읽기 - 낱말을 하나의 덩어리로 읽는다
사물인지와 문자도입 과정을 통해 아이가 사물에 대한 느낌을 채우고 문자를 받아들이게
되었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한글 학습에 들어갈 수 있다. 한글의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사물과 그에 해당하는 낱말을 연관시켜 될 수 있으면 많이 반복해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사물을 나타내지 않는 낱자부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보
여 줄 수 있는 사물을 표현하는 낱말을 가르치는 것이 한글 학습의 출발점이 된다.
낱말 단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이가 모든 사물마다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은 말로 표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나나'라는 소리를 들으면 아이가 바나나를 가리키거나
머리 속에 바나나 그림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에 해당되는 '바나나' 낱말
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모르는 사물의 이름 낱말을 가르치는 것은 부적당하다. 모르는 낱말을
가르치려면 반드시 전단계로서 사물인지 학습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좋아하는 사물 이름부터 안다
아이들마다 처음으로 하는 말은 각기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생활하면서 자주 보고, 듣고,
먹고, 만져 봐서 잘 알고 있고 또 좋아하는 사물의 이름부터 말하기 시작한다. 낱말을 알아
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동윤이가 24개월이 되어 말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나는 우선 쉽게 생각되는 낱말과 받침이
없고 짧은 낱말을 몇 개 골라 낱말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낱말카드를 보여 주며 재미있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동윤이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 동윤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의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에 흥미가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 이름이 아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낱말을 알려고 하는 욕구
로 이어진다. 어른의 사고방식으로 쉽다고 생각한 낱말을 일방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동윤
이가 흥미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낱말 학습의 난이도는 그 사물을 얼마나 알고 있고, 좋아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므로 아이
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꽃'과 '새'라는 낱말을 비교했을 때, 아이가 새보다 꽃을 더 조항한
다면 '새'보다 '꽃'을 훨씬 더 쉽게 읽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별보다 비행기를 더 좋아하면
'별'이라는 한 글자로 된 낱말보다 '비행기'라는 세 글자로 된 낱말을 더 쉽게 알 수 있다.
차를 타고 할머니 집에 가는 도중 지하철 공사장을 만났다. 갓 돌이 지나 몇 낱말밖에 말
하지 못하는 기준이에게 공사 현장은 시선을 끌 만한 것들이 많았나 보다. 기준이는 흙먼지
를 일으키며 흙더미를 퍼 올리는 포크레인을 보더니 신기한지 손으로 가리키며 저게 뭐냐고
나에게 묻는 듯했다. 나는 아이에게, 어려운 영어 낱말을 알아듣겠나 싶어, 건성으로 "포크
레인이야, 포크레인!" 하고 말해 주고는 곧 잊어 버렸다.
그런데 며칠 후 아이를 안고 그 공사장을 다시 지나게 됐을 때의 일이다. "포크레인" 갑
자기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는 기준이 때문에 깜짝 놀랐다.
낱말을 덩어리로 인식한다
아이는 낱말을 그것의 길고 짧음, 간단함과 복잡함에 관계없이 하나의 덩어리로 받아들인
다. 이것은 어린아이들이 주로 우측 뇌를 사용하여 주변 세계를 패턴으로 인식하는 것과 연
결된다. 이렇게 아이가 낱말을 하나의 덩어리로 받아들이는 단계가 한글 학습의 첫 단계이
다.
어린아이들에게 특히 뛰어난 패턴 인식 능력 가운데 하나인 패턴 읽기는 낱말 한 덩어리
와 그에 해당하는 사물, 또는 문장 한 덩어리와 그에 해당하는 느낌과 이미지를 동시에 머
리에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집안 이곳 저곳에 붙여 놓은 낱말카드를 가지고 한글을 가르쳐 주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서 민구는 '거울, 냉장고, 전화'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민구 아빠는 "저렇게
가르쳐서 언제 한글을 떼냐?"며 민구를 앉혀 놓고 낱말카드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민구야, 이게 뭐지?" "전화" "그래? 그럼 이건('전'자만 가리키며)." "전화" '화'자를 손으
로 가리고 다시 '전'자를 가리키며 물어도 아이는 계속 "전화"라고 대답했다.
"아니, 이거 말이야, 앞의 글자." 민구는 점점 커지는 아빠 목소리에 울어 버리고 만다.
이 단계에 있는 아이는 하나의 낱말을 하나의 사물 이미지와 함께 떠올리며 읽는다. 그러
므로 이때 아이에게 한 글자씩 따로 읽어 보라고 하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전화기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를 쪼개는 것이 되므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낱말을 변별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낱말들간의 차이를 느끼며 일정한 법칙을 찾아내는 데는 꽤 여러 과정을 거친
다. 우선 색에 대한 느낌을 단서로 낱말의 차이를 알아 간다. 그 다음에는 낱말과 관계 있는
사물의 모양을 단서로 알아 간다. 이외에도 장소나 낱말의 형태, 구조를 통해 하나하나의 낱
말을 변별하기 시작한다.
색깔의 차이로
아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아이가 새로운 낱말을 대할 때 가장 강하게 느끼는
것은 색이다. 점차 형태, 선에 대한 느낌으로 보기 시작한다. 이것은 자기가 본 고유한 느낌
으로 낱말을 받아들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낱말의 구조에 대한 느낌 이전에 낱말이 주는
여러 가지 이미지로 낱말을 추측해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낱말의 선이나 형태와 같은
구조를 알게 되는 것은 나중 일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은 낱말이라도 색깔이 달라지면 읽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빨강색으로
쓴 '자동차' 낱말은 읽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색으로 쓰여진 같은 낱말을 계속해서
보게 되면 차츰 공통점을 발견해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다양하게 많이 보여 주는 것
이 매우 중요하다.
낱말과 관계있는 특정한 모양을 통해
낱말과 관계 있는 특정한 모양이나 형태를 통해 변별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에 탄 엄마가 차 바닥에 그려진 대우 마크 위의 글자를 보고 아이에
게 "이게 뭐지?" 하고 물었다. 아이는 자신있게 "대우"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엄마는 또다
시 벽에 쓰여진 '대우 중공업' 글자를 보고 '대우' 글자만을 가리키며 "이게 뭐지?"하고 물었
다. 아이는 한동안 쳐다보는 듯하더니 얼마 안돼 딴청을 부리며 창밖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글자를 알아서 읽은 것이 아니라 대우 마크의 모양을 통해 '대우'를 읽은 것이
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크를 좋아하고 그래서 다른 것보다 쉽게 느낌을 채워
간다.
이런 예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카콜라 마크를 보고 '콜라'라고 읽거나 '칠성
사이다'를 보고 '사이다'로, '페리오 치약'을 보고 '치약'이라고 읽는 것은 사물의 모양을 단서
로 낱말을 읽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낱말과 관계있는 특정한 모양이 없으면
아이는 같은 낱말이라도 읽을 수 없게 된다.
낱말이 있던 장소를 단서로
동물 그림 스티커를 너무 좋아하는 동원이는 공룡 그림 스티커는 왼쪽, 사자는 아래쪽, 원
숭이는 오른쪽 벽에 붙여 놓고 수시로 보며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낱말카드를 이불이라고
말하며 그 위에 하나하나 덮어 주었다. 그리고는 재우기 놀이를 했다. "공룡 재우고 와." 하
면 동원이는 낱말카드만 보고 정확히 공룡을 찾아내어 잘 자라고 뽀뽀를 해 준다. 사자, 원
숭이도 같은 식으로 했는데 아이는 이름을 부르는 대로 낱말만 보고도 동물을 잘 찾아냈다.
다음날 아침, 공룡, 사자, 원숭이 낱말카드를 따로 떼내어 바꿔 붙여 놓고 어제와는 반대로
깨우기 놀이를 했다. 그런데 동원이는 어느 낱말카드도 제대로 지적하거나 읽지 못했다.
아이는 낱말이 있던 장소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더듬으며 낱말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문
자도입 단계에서 사물 그림을 백지로 덮어도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는 낱말이 있던
장소를 통해 낱말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낱말의 형태를 통해서
아이가 다양한 낱말을 많이 보게 되면서 차츰 그림을 보듯이 낱말의 형태를 기억하는데,
'손가락'과 '발가락'을 같은 낱말로 읽을 수 있다. 여기까지가 낱말에 대한 미분화 변별력 단
계이다. 아이는 비슷하게 생긴 낱말은 같은 낱말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두뇌
이론상으로는 미분화, 즉 분화가 덜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미분화 상태란 낱말을 구조에
대한 느낌으로 변별하는 것이 아니라 길이나 복잡성 등 단순화 형태에 대한 느낌으로 구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느낌이 갈수록 분화되어 결국 낱말 구조의 미세한 차이점까지 느끼게 된다. 바로 낱
말 구조의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 낱말의 법칙을 깨닫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낱말의 선이나 구조의 복잡성을 단서로
이 단계가 되면 아이는 완전히 낱말을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낱말을 신
문이나 잡지 등에서 골라내 지적할 수 있다.
아이에게 본격적으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아이가 18개월 됐을 때였다. 한글 학
습을 진행하면서 아이는 책을 많이 봤는데 특히 자연 관찰에 관한 책 중에서 '고무'에 대한
부분을 좋아했다. 그런 어느 날, 아이는 책을 보던 중에 "엄마, 고무, 고무" 말하는 것이었
다. "고무가 어디 있니?" 되묻자 아이는 정확하게 그 페이지에 있는 '고무' 낱말들을 지적하
면서 "여기, 고무 있잖아." 하는 것이었다. 난 그런 아이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엄마는 느끼지 못했지만 아이는 그 동안 한글 학습이나 자기가 본 책을 통해 '고무'라는
낱말에 대한 느낌을 스스로 쌓아 어느 순간에 완전히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어디에서든지 스스로 '고무'라는 낱말을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 자와 '무' 자를
따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는 낱말을 통해 다른 낱말들을 구별한다
아이는 좋아하는 사물의 이름을 금방 알아 간다. 그래서 이런 낱말들을 중심으로 반복해
서 많이 보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낱말을 보고 지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아
는 낱말을 통해 새로운 낱말을 늘려 간다. 즉 하나의 낱말을 알고 있다면 새로운 낱말을 모
르더라도 두 개 중에 모르는 낱말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확실히 아는 낱말을 통해 다른 여러 낱말들을 알아 나가면서 아이는 한글의 세계
를 넓혀 나가고 한글 법칙에 접근한다. 그러나 아직 아이는 완전히 한글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많은 낱말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알고 좋아하는 사물 이름을 낱말카드로 만든다
아이는 아무리 어려운 낱말이라도 풍부한 느낌을 갖고 있는 사물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손이나 발, 얼굴, 머리' 처럼 아이가 친근하게 느끼고 좋아하는 낱말들을 적어 카드
를 만들어 많이 보여 주는 것이 낱말읽기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은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에는 이름이 있고 그것은 낱말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사물마다 이름이 다르듯이 사물마다 쓰여지는 낱말도 다르
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아이가 잘 아는 집안 사물 이곳 저곳에 낱말카드를 붙여서 낱말 변별력을 확대시켜
주는 것이 좋다. 이때 사진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아이는 사진을 좋아하기 때
문이다. 나들이 갈 때 카메라를 갖고 다니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거나 처음 보고 알게 된 사
물을 사진으로 찍은 뒤 그 사진을 그림카드로 사용하면 아이의 세계는 집안 의 사물에서 집
밖의 사물로 확대되고 그만큼 낱말의 세계도 풍부해진다.
더 넓은 세계에서 다양한 사물을 접하도록 해 아이의 느낌을 풍부하게 채워 주자. 이것은
더 많은 낱말에 대한 느낌으로 확대되어 한글 법칙을 깨닫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사물 보고 낱말카드 찾기
먼저 그림을 보여 주며 사물에 익숙해지도록 한 다음 찾기 놀이를 했다. 그림이 위로 가
도록 네 장씩 쌓아 놓고 한 장씩 이름을 읽어 가며 뒤집어 놓았다. 완전히 숙달된 다음 낱
말 쪽으로 뒤집어 놓고 다시 찾기 놀이를 했는데 놀랍게도 아이는 하나도 틀리지 않고 40장
이나 되는 카드를 낱말만 보고도 찾아냈다. 아이는 낱말을 통째로 외워 버리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는 낱말을 보며 그에 대응하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방법
으로 해야 한다. 낱말을 읽을 때 낱말 한 덩어리와 사물의 영상, 문장 한 덩어리와 그에 대
응하는 영상이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것이 한글을 가르치는 지름길이다.
사물을 보고 그에 대응하는 낱말을 찾는 놀이를 하자. 이놀이는 사물과 낱말을 번갈아 보
게 하면서 사물의 구체 이미지를 통해 낱말에 대한 느낌을 키워 준다.
따라서 찾는 놀이를 할 때는 아이가 잘 찾아내더라도 반드시 그림을 확인시켜 아이가 맞
았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사물과 대응하는 낱말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낱말에 대한 느낌을 한 번 더 갖게 되는 것이다.
비밀의 문
아이가 특정 사물에 시선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7, 8초이다. 이 7, 8초 동안 낱말에 집
중하기 위해서 낱말카드 앞에 비밀의 문(백지)을 하나 더 준비한다. 낱말카드 아래쪽 2/3 정
도는 원숭이 그림을, 그리고 그위 1/3 정도는 '원숭이' 낱말을 쓴다. 그리고 나서 그 탄말카
드를 비밀의 문(백지)으로 가린 뒤 아이에게 묻는다. "이 비밀의 문 뒤에서 뭐가 나올까요?"
이때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계속 말을 한다. "뭐가 나올까? 정말 궁금하다. 그지?" 그
리고 물어 볼 때마다 백지를 조금씩 내려 먼저 '원숭이' 낱말을 보도록 한다. 이때 아이의
눈을 주시하면서 천천히 내려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7, 8초 동안 낱말을 집중해서 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원숭이 그림을 보여 주며, "짠! 원숭이가 나왔구나." 하고 말해 준다. 이때 원숭
이 그림이 나오기 시작하면 빠르게 내려 아이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빨리 해소시켜 준다. 비
밀의 문 위에 '원숭이' 낱말을 써 줘도 좋다.
아이가 '원숭이' 낱말만 보고 알아맞혔다고 해서 낱말 밑에 있는 그림을 보여 주지 않으면
아이는 재미가 없다. 사물 그림이 확인되지 않으면 아이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원숭이' 낱말
만 보고 '원숭이!'라고 말했지만 정말 밑에 원숭이가 있을까 하는 의혹이 있기 때문에 꼭 그
림을 보여 주어 그런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바나나가 여기 있나? 저기 있나?
바나나, 딸기, 사과 그림을 그려 벽에 붙여 놓고 아이와 묻기 놀이를 한다. "바나나가 어
디 있을까? 딸기가 어디에 있을까?" 이 정도는 부르는 대로 잘 지적한다.
그 다음에는 각 사물의 이름을 쓴 종이로 그림을 덮고 다시 묻는다. "바나나가 어디 있을
까? 딸기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 아이는 아직 잘 몰라 낱말을 쓴 종이를 아무거나 들춰보
면서 왔다갔다한다.
바나나가 어디 있는지 어떤 때는 맞히고 어떤 때는 틀리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바나나'
낱말을 여러 번 보게된다. 그리고 '딸기'나 '사과'를 들춰보는 과정을 통해 그것과 비교하여
'바나나' 낱말에 대한 느낌을 채워 갈 수도 있다.
아이가 반복해서 본다는 것은 그 놀이를 즐긴다는 것으로 엄마는 알아맞혔을 때 칭찬을
하면서 아이의 느낌을 뚜렷하게 해 준다. 그럴 때 아이는 추상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받
아들이게 된다.
트럼프 놀이
처음엔 사물 그림을 위로 놓고 하나씩 보면서 이름을 말한 뒤 뒤집어 늘어놓는다. 그런
다음 "코끼리가 어디 숨었지? 하마는?" 하고 물어서 맞히면 다시 그림 쪽으로 뒤집어 가지
게 한다. 엄마와 아이 중에 누가 더 트럼프를 많이 갖고 있나 놀이로 하면 좋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사물이 있던 장소를 단서로 낱말을 보면서 머리 속에 그림을 떠올릴
수 있다. 모두 알아 맞히면 낱말카드를 섞어 다시 위치를 바꾸어 배열해 놓고 묻는다.
이때 적절한 칭찬으로 아이를 고무시키면 아이는 알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고 엄마한테
칭찬 받는 것이 즐거워 낱말카드가 늘어나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트럼프 수를 2~3개에서
차츰 늘려 나가면 된다.
인형극 놀이
사물과 낱말들을 풍부하게 보여 주되 시간을 너무 끌면 아이는 오래 집중할 수 없으므로
짧은 시간에 보도록 하는 순간 학습이 필요하다. 사물 그림과 낱말을 동전 앞, 뒷면처럼 붙
여 중간에 빨대를 끼워 인형극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자, 호랑이가 나오네, 짠짠짠짠!" (앞뒤로 살살 돌려 사물 그림과 낱말을 번갈아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런데 사자가 친구 하자고 놀러 왔어요." (방법은 위와 마찬가지다.) "똑
똑똑, 호랑이야 안녕?" "원숭이도 왔어요." (역시 원숭이가 등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낱말
을 보이면서) "원숭이가 어디 있어요?"
이렇듯 다양한 놀이를 통해 많은 낱말을 반복해서 보여 주며 느낌에 변화를 주면 아이는
낱말을 하나씩 볼때보다 지루함이 없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낱말에 대해 느낌을 키워 나가
면 어느 순간 아이는 낱말에 대해 통찰력을 갖게 된다.
나는 떼 내는 것이 좋아요
사물 그림에 낱말을 붙여 놓기만 하면 떼어버리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 아이가 지
금 좋아하는 것은 그림이지 낱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는 아이가 잠든 후에 아이가 떼 낸 낱말카드로 그림을 가려 놓자. 그리고 아이가 일
어나면 "어, 자동차가 어디 있나? 여긴가? 여기 있네. ( '자동차' 낱말을 지적하며 그것을 떼
내고) 제일 좋아하는 공룡은 어디 갔지? 저긴가? (낱말을 지적하며) 여기 있구나(공룡 낱말
을 지적하며 낱말을 떼 낸다)." 하며 아이와 떼 내는 놀이를 함께 한다. 그러면 아이가 좋아
하는 놀이를 하면서 낱말을 보게 되므로 한글 학습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낱말 달력을 만들 수도 있다. 한 장엔 그림, 그 다음 장엔 낱말을 포
개 놓은 것을 여러 개 만들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한 장씩 떼게 하면 된다.
낱말을 비교하며 보여 준다
동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혜정이에게 나는 여러 동물의 이름 낱말을 보여 주었다. 그림 책
페이지마다 위에 이름 낱말을 써 붙이고 그림을 보면서 "사자, 호랑이, 기린, 부엉이"하고
읽어 주었다.
읽을 때마다 낱말을 지적했더니 혜정이는 어떤 땐 엄마가 말하기도 전에 낱말을 지적하며
"부엉이" 하고 읽었다. 그런 다음 이름 낱말을 떼어 늘어놓고 동물 이름을 부르면 낱말만
보고도 잘 찾아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서 오는데 혜정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부엉이" 하는 것이었다. 난
부엉이가 어딨나 하고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더니 거기에는 부동산 간판이 있었다. 그
것을 보고 아이가 부엉이라고 한 것이다.
아이는 '부동산' 낱말을 보고도 '부엉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때 부엉이라고 우기는 아이에게 아니라고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다.
우선 아이의 머리 속에 살아 있는 이미지를 존중해서 "그래 잘하는구나. 부엉이, 부동산이
네." 긍정과 동시에 슬쩍 부동산이라고 덧붙인 후 집에 와서 '부엉이' 낱말을 다시 보여 주
면 된다.
이렇게 '부엉이' 낱말에 대해 느낌을 갖게 하면 '부동산'과 다르다는 것을 아이 스스로 알
게 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부엉이'와 '부동산'을, 부엉이와 다른 비슷한 낱말을 보여 주면 아
이는 낱말의 선과 구조의 복잡성으로 낱말을 변별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또 개구리를 아는 아이가 '아구탕'을 '개구리'로 읽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개구리와 구
슬' '개구리와 고구마' '개구리와 구두'를 비교해 보여 주면 된다. 그런데 아이에 따라서 '구'
자가 아니라 '개'나 '리'에 더 강한 느낌을 가질수도 있다. 그런 아이라면 '개나리'를 보고 '개
구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엄마가 아이에게 낱말 세계에 대한 자신감만
심어 줄 수 있다면 아이는 '개구리'의 '구'를 통해서 '개'와 '리'의 글자 세계를 알아 갈 수 있
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낱말의 선이나 복잡성 등 낱말 형태의 차이를 느끼고 낱말을 읽기 시작하게 된
다. 시간을 두고 아이 스스로 낱말을 구별해 낼 수 있도록 많은 낱말을 보여 주자. 비교 대
상이 많을수록 아이는 낱말의 법칙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잘 아는 낱말을 이용해 새로운 낱말을 가르친다
두 돌이 되어 갈 무렵, 어린이 대공원에서 코끼리를 본 다영이는 그후 그림책이나 텔레비
전에서 코끼리만 나오면 굉장히 좋아했다. 나는 노래도 불러 주고 코끼리 그림과 함께 낱말
을 보여 주며 한글 학습을 했다. 그러면 다영이는 동요책을 펼쳐 차례만 보고도 '코끼리' 낱
말을 잘 찾아냈다.
그후 다영이에게 앞에는 그림, 뒤에는 낱말이 쓰여진 코끼리, 하마 카드를 번갈아 가며 보
여 주었다. 그런 다음 두 개 모두 낱말 쪽을 보이면서 마구 섞고 나서 물었다. "다영아, 하
마가 어디 숨어 있을까?" 아이는 잠시 생각 하더니 '하마'를 가리키며 "여기" 하고 대답했
다. 그래도 나는 아이의 대답을 못 들은 척하며 "어디?" 하고 하마 낱말카드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더니 아이의 시선도 낱말을 따라 올라갔다.
'코끼리' 낱말을 확실히 아는 다영이는 '하마' 낱말은 '코끼리'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지적할 수 있었다. 즉 '코끼리'가 아니라는 확신으로 '하마'를 지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마를 잘 지적한 다영이에게 이제는 하마 낱말카드를 보이면서 "여기에 하마가 숨어 있
을까? 원승이가 숨어 있을까?" 물을면 '하마' 낱말에 대한 느낌을 가진 다영이는 원숭이 그
림보다는 하마 그림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아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한
글 세계를 확대해 간다.
이제부터는 낱말 수를 늘려 낱말들을 구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준다. 처음에는 2,
3개 정도씩 주다가 아이가 잘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 4, 5개로 늘려 준다. 그리고 일주일을
주기로 새 낱말로 바꿔 주면 좋은데 아이의 흐름에 따라 엄마가 조절해야 한다.
우선 찾기 놀이를 할 때 2~3개의 낱말 중에서 한 개 정도는 확실하게 아는 것을 섞어 놓
는다. 아이가 확실히 아는 낱말과 새로운 낱말을 함께 보여 주면 낱말에 대한 느낌을 확실
히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낱말을 지적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감이 생겨 낱말 세계를
즐겁게 받아들이게 된다.
4 단계 의성, 의태어 - 다양한 표현으로 읽는다
낱말 학습을 순조롭게 끝마쳤다면 이제 문장 학습에 들어가야 할 순서다. 그런데 많은 엄
마들이 낱말 학습은 무리 없이 잘해 나가다가도 막상 긴 문장을 가르치려면 지레 겁을 먹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아이가 짧은 낱말은 쉽게 배우지만, 문장은 길어서 어
려워하고 싫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긴 문장을 들이밀며 읽으라고 하면 아이는 갑자기 늘어난 글자의 양에 당황할 수 있
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문장 역시 어떤 구체적인 상황과 일 대 일로 대응하는 길어진 낱말
일 뿐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사물이나 그 사물과 연관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짧은 낱말이든 긴 문장이든 관계없이 즐겁게 자기 세계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문장 학습의 바로 전단계인 의성·의태어 학습은 확장된 느낌만 주는 것으로 마치
고 다음 단계인 동요·동시 학습으로 빨리 넘어가는 것이 좋다. 평균적으로 30개 정도의 표
현만 아이가 변별할 수 있으면 된다.
사물의 느낌이 다양해지고 뚜렷해진다
한글 학습은 구체(느낌, 이미지)에서 추상(문자, 기호)으로 나아가는 것이 기본이다. 어떤
과정이든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낱말 단계를 지나 길어진 문장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이가 갖고 있는 사물의 느낌을 확대시켜 줄 필요가 있다. 문장 학습에 들어가기 전에 거
쳐야 할 과정, 그것이 바로 의성어, 의태어, 꾸미는 말 학습이다.
특히 이 과정은, 전체적인 한글 학습 과정중 낱말 학습에서 문장 학습으로 넘어가는 중요
한 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글자 자체에 얽매여 아이가 완전히 알 때까지 머물면
아이가 지루해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목적은 아이가 길어진 의성어 몇 글자, 의태어 몇 글자를 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반복되는 의성어, 의태어를 통해 구체 이미지를 동적으로 확대하면서 시각적
으로 길어진 느낌을 채워 가기만 하면 된다.
아이는 의성어와 의태어, 꾸미는 말을 반복해서 듣다보면 사물의 느낌을 다양하고 뚜렷하
게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런 낱말들을 친근하게 느끼기 때문에 쉽게 사물의 구체 이미지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갖는다
아이는 사물 이름보다 그것이 내는 소리나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을 더 쉽게 인식하고 좋
아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그렇다. 이는 느낌이 바로 와 닿고 살아 있는 언어이기 때문이
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강아지를 처음 봤을 때 '멍멍멍'하고 짖는 소리나 꼬리를 흔들며 촐랑
거리는 모습이 가장 직접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아이에게는 '멍멍멍'이 강아지
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다.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일수록 강아지를 보고 '강아지'라고 말하
기 보다는 '멍멍이'라고 먼저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아이는 의성어, 의태어, 꾸미는 말들을 통해 사물에 대해 느끼고 있던 구체 이미지가
확대된다. 낱말 '개구리'와 '개굴개굴'이라는 의성어를 비교해 보자. '개구리'라는 낱말의 구체
이미지는 단순한 개구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의성어 '개굴개굴'에 대응하는 구체 이미지는
움직이고 있는 개구리이다.
다시 말해 낱말 '개구리'를 들을 때는 가만히 있는 정지 상태의 개구리가 머리 속에 떠오
르지만, '개굴개굴 개굴개굴'을 들을 땐 개구리 목 부분이 움직이며 팔짝팔짝 뛰는, 살아 움
직이는 개구리가 떠오른다. 어떤 의성어나 의태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개굴개굴'도 알고 '개구리'도 아는 아이라면 '개구리'보다는 '개굴개굴'이라는 낱말
을 더 좋아하게 된다. 아이에게 구체 이미지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 의성어와 의태어, 꾸미
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아지는 멍멍멍' '고양이는 야옹 야옹' '염소는 음메 음메' 하며 구문을 보여 주어
도 아이는 억지로 길게 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일부러 자꾸 반복해 들려줘도
아이가 지루해 하지 않고 재미있게 한글을 뗄 수 있다.
하나의 사물에 대한 또다른 느낌
이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는 그 전과는 뭔가 다른 것을 느끼는데, 그것은 바로 시각
과 청각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개구리'라는 낱말을 익힐 때와 마찬가지로 사물 개구리를
보고 있는데, 이젠 그 사물 개구리를 보면서 '개구리'라 읽지 않고 '개굴개굴 개굴개굴' 하고
읽는 소리를 듣게 되어 뭔가 어긋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느낌은, 아이에게 개구리라는 하나의 이미지가 하나의 낱말과 대응하고 있는 상태에서,
'개굴개굴'이라는 표현을 여러 번 반복하여 들으면서 느낌을 강하게 받아 하나의 이미지가
두 개로 나뉘어지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개구리 그림을 보면서 나뉘어진 두 개
의 이미지에 따라 '개구리'라는 낱말과 '개굴개굴'이라는 낱말을 같이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때 몇몇 아이는 '개구리는 개굴개굴'이라는 구문을 듣고 보며 개굴개굴ㄹ 하면서
개구리가 움직이는 모양이 한 컷 한 컷으로 나뉘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
으로는 '개굴개굴'이라는 낱말을 보고 개구리를 연상할 수 있으면 되고, 의성어를 듣고 그
낱말을 지적할 수 있으면 된다.
긴 구문도 덩어리로 인식한다
아이는 문장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며 자기 머리속에 있는 이미지와 일 대 일로 대응
시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미 한글 법칙을 알고 있는 엄마는 긴 문장을 단순히 글자의
나열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이 많은 글자들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며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글을 읽는 데 중요한 것은 문장의 길이가 아니라 아이가 그 문장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느낌을 갖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구체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는 의성어나 의태어, 꾸미는 말을 통해 긴 구
문을 보여 주어도 아이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고양이'를 알고
'야옹 야옹'을 안다면, "고양이가 야옹 야옹" 하고 말하며 구문을 보여 주어도 아이는 하나
의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놀이를 통해 반복해서 많이 들려준다
의성어, 의태어 과정은 아이가 아주 좋아하는 단계이다. 사람이나 사물이 내는 소리 또는
모습을 흉내내면서 의성어를 말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굉장히 신나고 재미
있는 것이다.
이제 아이가 알고 있는 사물의 소리를 흉내내거나 움직이는 모습을 따라하면 그 사물과
더욱 친근해지고 아이는 엄마와 즐거운 놀이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다. 이때 노래를
이용해서 들려주거나, 목소리 억양을 바꾸어 흉내내거나, 몸짓으로 분위기를 잘 나타내면 아
이는 더욱 좋아할 것이다.
오리는 꽉꽉/ 돼지는 꿀꿀/ 자동차는 띠띠빵빵/ 나비는 너울너울/ 매미는 맴맴/ 토끼는 깡
충깡충/ 전화는 따르릉/ 소는 음머음머
아이마다 특히 좋아하는 사물이나 항상 재미있게 흉내내는 의성어, 의태어가 있다. 그것이
그 아이에게 느낌이 가장 강한 것이다. 그러므로 바로 그 의성어나 의태어로 흉내내기 놀이
를 시작하면 아이는 관심을 갖고 재미있게 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텔레비전에
서 매미가 '맴맴' 하는 소리를 듣고 재미있어 했다면 그 소리를 이용해 아이와 흉내내기를
하면 좋다.
아이가 관심이 없거나 싫어하는 사물에 대한 의성어나 의태어, 또는 아이에게 아무런 느
낌이 없는 의성어를 외우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지만 실제로 보지 못해서 아이가 그 의성어에 대해 느낌이 부족하다
면 실제로 사물을 보고 소리를 듣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친밀감도 생기고 쉽게 받아들
일 수 있다.
아이가 '개구리'를 들으면 '개구리'가 떠오르는데 '개굴개굴 개굴개굴'을 들을 때 개구리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것은 아이의 머리 속에 의성어가 자리잡히지 않은 것으로
개구리 모습과 함께 그 소리를 많이 들려주어야 한다.
소리나 몸짓을 사물과 연결할 수 있게 한다
아이가 사물(고양이 그림)을 보면서 의성어를 말하거나(야옹 야옹), 의성어(야옹 야옹)를
들으면서 사물 이름(고양이)을 연상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엄마가 아이에게 "자아, 들어봐. 강아지는 멍멍멍, 고양이
는 야옹 야옹. 따라해 봐. 멍멍멍 야옹 야옹." 하고 말한 다음 바로 "강아기는 어떻게 울지/
고양이는? 멍멍 하고 짖는 게 뭐야?" 하고 물어서는 안 된다. 아이는 자주 질문을 받으면
금방 싫증을 낸다. 아이와 놀이를 할 때는 엄마가 먼저 소리와 함께 동작을 재미있게 해 보
인다.
엄마 : "기차는 어떤 소리를 내면서 가더라? 띠띠빵빵 띠띠빵빵 하고 갔나?"
아이 : "아니야, 엄마. 칙칙폭폭 칙칙폭폭, 그렇게 가잖아."
엄마 : "자, 엄마가 흉내내는 게 뭔지 알아맞혀 봐.(기차 바튀가 돌아가듯 팔을 프게 휘저어
가며) 칙칙폭폭 칙칙폭폭 하는 것은?"
아이 : "기차"
엄마 : (나비가 날갯짓 하며 춤추는 흉내를 내며) "너울너울"
아이 : "나비"
엄마 : "그럼, 통통통 통통통"(공을 열심히 치는 흉내를 낸다.)
아이 : "이건 공이다."
"멍멍멍! (동작도 흉내내고, 아이 뒤를 따라가며) 어, 이게 뭐지? 누가 달려오고 있네. 아
하! 강아지가 멍멍멍 하면서 오는구나. 예쁜 강아지로구나!"
엄마가 이렇게 흉내내면서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번 반복하여 들려주면 아이는
의성어와 사물 이름을 사물과 쉽게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발음이 아직 잘 안되는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엄마가 "야옹 야옹!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하고 물어 볼 때 아이가 여러 그림 중에서 고양이를 가리키게 하면 된다.
낱말을 가지고 놀면서 사물을 보게 한다
카드를 만들어 '깡충깡충' '딸랑딸랑' '노란병아리' '푸른하늘' 등의 다양한 낱말들을 사물
그림과 일 대 일로 대응시켜 보게 한다. 단, 꾸미는 말 카드를 만들 때는 구체적인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형용사를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예쁜 꽃과 빨간 꽃이 있다면, 예쁘다는 것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주관적
인 표현이고 빨갛다는 것은 구체적인 그림으로 표현될 수 있는 개관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빨간 꽃 카드는 빨강색으로, 노란 꽃 카드는 반드시 노랑색으로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덩어리 글자로 적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빨간'과 '꽃'을 따로 보
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느낌인 '빨간꽃'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낱말 터널을 만들어 준다. 벽에 처음과 끝이 뚫린 종이 터널을 만들어 붙이고 앞쪽
에는 사물 그림, 뒤쪽에는 길어진 글자를 쓴 카드를 조금씩 빼내면서 시청각 자극을 준다.
"자! 여기서 뭐가 나올까? 기차가 나왔네, 칙칙폭폭 칙칙폭폭. 으잉, 자동차도 나오잖아,
띠띠빵빵 띠띠빵빵. 우와, 말도 어두운 터널이 무서운가 봐, 따가닥 딱닥 따가닥 딱닥."
카드 놀이를 할 때는 아이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과 함께 그것을 표현하는 낱말을 자
꾸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아이는 이 과정에서 청각 자극과 시각 자극을 일치시
킨다. 전화 그림을 보여 주며 "따르릉 따르릉" 하면서(소리-청각 자극), 길어진 낱말(이미지
-시각 자극)을 보게 한다.
이때 '따르릉 따르릉'이라는 의성어를 아이가 확실히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
다. 지금까지 전화기를 표현하는 낱말 '전화기'와는 다른, 좀더 긴 표현 '따르릉 따르릉'을 보
고 "따르릉"이라고 말하거나 "전화"라고 말해도 괜찮다.
또 '따르릉' 낱말을 보고 "전화기"라고 말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므로 이때 의성어 글자 하
나하나에 대한 집착은 버리고 '전화기' 낱말과 '따르릉 따르릉'을 한 번 더 비교해서 아이 스
스로 그 두 가지로 표현된 것을 구별할 수 있으면 된다.
아이가 '전화기'와 '따르릉'을 한 사물에 대응하는 두 가지 표현으로 느끼고 '전화'와 '따르
릉'이 '무너가 다르구나' 하는 느낌만 가지면 된다.
길어진 느낌을 갖게 한다
전화라는 사물을 표현할 때 길어진 표현은 "전화 소리가 따르릉 따르릉, 전화 왔어요. 아
빠께 전화하세요." 와 같은 식으로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다. 그중 아이가 좋아하는 의성어는
복잡해진 표현 중에 가장 첫 단계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아이가 알고 있던 '전화'와는 뭔가 다르게, 좀 더 길게 표현된다는 것을 청각적
으로 느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글자가 아무리 길어져도 아이에게는 확대된 하나의 느낌
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길어졌다는 것을 엄마가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따로따로 떼 내
어 아이에게 일일이 설명하여 가르치려고 하면 지금까지의 흐름이 깨지기 쉽다. 더 즐거운
분위기와 놀이로 학습을 이끌어 가야 한다.
물론 나중에 아이에게 어절 분화의 느낌을 주기 위해서 따로따로 카드를 만들어 읽게 해
도 된다. 그러나 이직 아이가 한글 법칙을 완전히 깨닫지 못한 단계에서 어절이나 음절 분
화에 대한 느낌부터 강하게 가지면, 후에 동화 읽기 단계에서 아이가 처음부터 문장을 어절
이나 음절로 나누어 떠듬떠듬 읽으려고 하기 때문에 책이 재미 없어진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의도적으로 어절이나 음절 분화의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은 문장 학습
에 가서 서서히 해도 상관없다. 어절 분화나 음절 분화 느낌은 아이가 자연스럽게 가지는
것이지 엄마가 억지로 주입하는 학습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단계에서 엄마가 지적한 글자를 아이가 잘 읽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
는다. 다만 아이가 확대된 이미지로 다른 낱말과 구별해 지적할 수만 있으면 끝마쳐도 된다.
5 단계 동요·동시 - 운율이 있는 짧은 문장을 읽는다
아이는 의성어 의태어 학습을 통해서 하나의 사물이 이름 말고도 다른 낱말(의성어, 의태
어)로 표현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 과정을 통해서 아이의 인식 세계는 사물에 대한 구체 이
미지가 확대되고 덩달아 추상인 한글이 확대되는 것도 경험했다.
이제 하나 혹은 몇 개의 낱말에서 발전해 짤막한 문장으로 아이의 한글 세계를 넓힐 수
있는 단계에 왔다. 이 단계는 하나의 사물이 그것이 나타내는 모습과 움직임, 그와 관련된
다른 사물 사이의 관계를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듣기만 해도 느낌을 갖고 읽을 수 있다
아이에게 길어진 문장을 보여 주는데 동요·동시만큼이나 좋은 소재는 없다. 동요와 동시
는 운율이 있고, 아이들의 정서에 맞는 낱말들로 구성돼 있고, 아이들이 좋아해 금세 따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도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강조했듯이, 아이가 길어진 문장을 받아들일 수 있
는 근거인 구체 이미지가 확보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요를들으며 아이가 노
랫말을 머리 속에서 영상으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듣던 친근한 동요나 동시라면 아이는 운율이 친숙해 금방 통째로 외
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동요나 동시는 문장으로 써서 보여 줘도 금방 받아들이게 된
다. 이외에도 길어진 문장을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생활 문장이나 행위 문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즉 동요와 동시가 노래와 재미있는 내용을 통해서 아이에게 친숙하게 받
아들여진다면, 생활 문장이나 행위 문장은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을 통해서 아이가 쉽게 구
체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토끼야 잘 잤니? 나는 곰돌이랑 놀거야.' 같은 문장은 아이의 생활과 밀접2한
관련을 갖는 문장이라 특별히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아이가 쉽게 그 상황을 따올릴 수 있다.
아이의 감성이 풍부해진다
잠자리에 들 때나 한가한 시간에 아름다운 동요와 동시를 아이에게 들려주는 것은 한글
학습과 감성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동요·동시를 한글 문장 학습에서 사용하는 것
은 사물에 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표현이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요와 동시는 모국어의 느낌을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물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
기 쉽고, 또 짧은 문장으로 구성된 것이 많아 문장 학습에서 이용하기 좋다. 즉, 아이가 풍
부한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문장을 읽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생활 속에 밀접한 관련을 갖는 문장이나 동작을 나타내는 문장도 아이의 기본적인 욕
구를 표현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아이의 감정이나 느낌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문장이 많다.
아이가 자주 하는 말이나 아이와 관려내 엄마가 항상하는 말을 중심으로 쓰여진 문장을
접하게 되면, 아이는 풍부한 구체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장을 아무 부담감 없
이 받아들여 다른 문장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
활용하기 좋은 동요, 동시, 생활 문장, 행위 문장
동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둥근해가 떴습니다 / 자리에서 일어나서 / 제일 먼저 이를 닦자 / 웃니 아래 이 닦자
사과 같은 내 얼굴 / 예쁘기도 하지요 / 눈도 반짝 코도 반짝 / 입도 반짝 반짝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 엄마 곰 아빠 곰 애기 곰 / 아빠 곰은 뚱뚱해 / 엄마 곰은
날씬해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 엄마가 안아 줘도 뽀뽀뽀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나리 나리 개나리 / 입에 따다 물고요 / 병아리떼 종종종 / 봄 나들이 갑니다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 똑딱 /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 똑딱 / 언제나 같은 소리 똑딱 똑딱
/ 쉬지 않고 가지요
송아지 송아지 / 얼룩 송아지 / 엄마 소도 얼룩 소 / 엄마 닮았네
산토끼 토끼야 / 어디를 가느냐 / 깡충깡충 뛰면서 / 어디를 가느냐
반짝 반짝 작은별 / 아름답게 비치네 / 동쪽 하늘에서도 / 서쪽 하늘에서도 / 반짝 반짝
작은별 / 아름답게 비치네
동시
옹달샘 - 손광세
깊고 깊은 산속에 옹달샘 하나
맑고 맑은 물속에 파아란 하늘
조롱박으로 하나 가득 물 마시면
입속으로 들어오는 파아란 하늘
봄비 - 최만조
봄비가 그림을 그린다
새싹은 파랗게 칠하고
진달래는 빨갛게 칠하고
개나리는 노랗게 칠하고
봄비가 그림을 그린다
아침 - 김상련
뚜, 뚜 나팔꽃이 일어나래요
똑, 똑 아침 이슬이 세수하래요
방긋, 방긋 아침 해가 노래하래요
엄빠가 좋아요 - 송명호
어른들은 이상해요 어른들은 이상해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언제나 이렇게 물으시네요
우리들 대답은 똑같아요
엄빠가 좋아요 엄빠가 좋아요
벚꽃 - 강윤제
호호 하하 깔깔깔
호호 봉오리 하하하 활짝 깔깔깔 떨어졌다
앵두 - 김용섭
햇살 한 모금 이슬 한 모금
담장 밑에 꽃구슬 동동 꽃구름 동동
생활 문장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엄마 아빠 뽀뽀뽀
나 우유 줘
나도 같이 갈래
엄마 책 읽어 주세요
나 밥 먹을래
행위 문장
우루루루 까꿍 / 도리도리 짝자꿍 / 곤지곤지 잼잼 / 아침 바람 찬 바람에
엄마 목소리로 동요를 들려준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어릴 때부터 동요 테이프를 들려주거나 직접 불러 준다. 그만큼 동
요는 엄마와 아이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시켜준다.
그래서 아이에게 노래를 들려 줄 때는 테이프를 들려 주기보다 서투르나마 풍부한 감성을
담아 엄마가 직접 불러 주는 것이 좋다. 이때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 주면 아이
는 문장에 대한 느낌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동요를 자주 많이 들으며 자란 아이가
풍부한 감성을 가진 아이로 커 간다.
노랫말을 이야기로 들려준다
아이에게 동요를 들려주면 아이는 곡조와 리듬으로 먼저 분위기를 느끼고 엄마와 같이 흥
얼거리면서 서투르나마 따라할 수 있게 된다. 아이가 동요를 어느 정도 익혔을 때 음률을
약간만 넣어서 노랫말을 흐르듯이 들려준다. 이때 노랫말 한 어절 어절을 강조하는 것이 아
니라 아이가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 흐름으로 들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아이에게 동요 내용을 이야기해 주면 아이는 쉽게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말로만 설명해도 좋지만 엄마가 몸짓으로 동요 가사를 흉내내면 아이들은 더욱 좋아할 것이
다. 즉 엄마가 즐거운 표정으로 노래하면서 아이와 함께 춤을 추면 아이는 금방 동요로 표
현된 문장에 대해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아이가 동요를 듣기 전에 먼저 그 상황을 경험할 수 있으면 더욱 생생한 이
미지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햇볕은 쨍쨍'이란 동요를 아이에게 들려주기 전에 그 동요
에 나타난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 해 준다.
햇볕은 쨍쨍 / 모래알은 반짝 / 모래알로 떡 해 놓고 / 조약돌로 소반 지어 / 언니 누나
모셔다가 / 맛있게도 냠냠 (동요 '햇볕은 쨍쨍' 1절)
낮에 놀이터에 나가서 뜨거운 햇볕을 느끼게 해 주고 모래 장난도 해 보며, 아이랑 같이
소꿉놀이도 해 본다. 그런 다음 집으로 들어와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한 번 얘기하
면 아이는 엄마와 즐겁게 놀았던 그 느낌으로 동요에 나오는 문장이나 낱말도 쉽게 받아들
일 수 있게 된다.
노랫말을 그림과 함께 적어 보여 준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를 골라서 그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다음, 커다란 종이에 노랫말을
써서 아이가 볼 수 있게 벽에 붙인다. 예를 들어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동요를
자주 들려주어서 아이가 좋아하게 되면 나비가 날아 다니는 그림 위에 그 노랫말을 적어 보
요 준다.
그러면 아이는 그림과 노랫말을 같이 보면서 느낌을 키워갈 수 있어 좋다. 아이가 그림을
통해 느낌을 충분히 갖고 있을 때 노랫말을 읽어 준다. 이때 아이의 눈길이 엄마가 읽어 주
는 데로 따라 움직이면 된다. 시각과 청각 자극이 일 대 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이때 노랫말을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문장 전체를 하나의 느낌으로 받
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한 글자씩 짚어 가며 가리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
동요를 문답식으로 주고 받으며 문장을 익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달' 동요를 여러 번
들려준 다음에 아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수수께끼를 하듯이 리듬을 넣어 노랫말을 주고
받는다.
엄마 : "달 달 무슨 달?"
아이 : "쟁반같이 둥근 달"
엄마 : "어디 어디 떴나?"
아이 : "남산 위에 떴지."
그런 다음 노랫말 전체를 써서 아이에게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면 아이는 노랫말 전체를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여 읽게 된다. 이때 아이가 '달'이라는 낱말에 대한 느"낌이 강해서
그것을 지적해 내면 칭찬은 해 주지만 엄마가 짚어 가면서 물어 보지는 않는다.
동시를 들려준다
동시에는 아름다운 낱말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감성을 자
극한다. 꼭 한글 학습 때문이 아니라도 평소에 많이 들려주는 것이 좋다. 많이 들은 동시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외워서 말할 수 있게 된다.
단, 동시를 읽어 줄 때는 싯구 하나하나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반복
적으로 읽어 줘 아이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야 한다. 따라서 동시를 선택할 때는 운율이
있고 반복적인 어구가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한다.
아이와 함께 동시를 읽는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동시를 읽거나 문답식으로 주고받으면서 읽는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
는 엄마라면 아이와 함께 시 낭송 테이프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아이가 직접 참여하는 과
정은 더욱 흥미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엄마 : "벼논의 메뚜기는?"
아이 : "벼메뚜기:
엄마 : "콩밭의 메뚜기는?"
아이 : "콩메뚜기"
벼논의 메뚜기는 / 베메뚜기 / 노릇노릇 익어 가는 / 벼이삭처럼 / 메뚜기도 노랗게 / 익
고 있네요. / 콩밭의 메뚜기는 / 콩메뚜기 / 볼록볼록 알이 드는 / 콩꼬투리처럼 / 메뚜기도
토실토실 / 살이 찌네요 (동시. 메뚜기, 김종상 지음)
아이와 함께 시화전을 연다
동시에 익숙해지면 엄마와 아이가 동시에 나오는 내용을 그려서 시화전을 연다. 그림위에
동시를 적고 여러 개를 벽에 붙여 놓고 번갈아 가면서 동시를 외운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엄마가 함께 낭동한다. 시화전의 손님은 아빠이다.
동시를 써서 아이에게 보여 줄 때는 반복되는 단어나 의성어, 의태어가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하면 아이가 쉽게 익힐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릇노릇, 볼록볼록, 토실토실 같은 표현
은 아이에게 재미를 더해 주고, 또 한글만이 가진 다양한 표현을 가르쳐 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오는 사물과 내용에 대해 얘기를 들려주면 아이는 더욱 생생한 느낌으
로 동시를 접할 수 있다.
영웅이는 낱말 학습은 무리 없이 진행했는데 문장 읽기에 들어가자 갑자기 늘어난 문자의
양에 당황했는지 자기가 아는 명사만 찾아 읽었다. 어떻게 하면 길어진 문장을 부담 없이
대하게 해 줄까 고민하다가 영웅이가 좋아하는 동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영웅이는 '울타리 없는 집'이란 동시에 운율을 넣어서 들려주면 굉장히 좋아했다. 동시를
써서 벽에 붙여 놓고 한 절씩 짚어 가면서 읽어 주었더니 영웅이도 따라 짚어 가며 보는 것
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시를 일주일에 2개 정도씩 그렇게 따라 읽게 했더니 문장도 부
담 없이 읽게 되었다.
하연이는 그림 동화를 보면 웬만한 내용은 한번에 외워 버렸다. 그렇지만 아이가 책을 잘
읽기 위해 글자를 좀더 쳐다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주일에 동시 한 편씩을 크게 써서
벽에 붙여 놓고 읽어 주었다. 특히 '우체통'이란 동시를 무척 좋아해서 틈만 나면 손으로 짚
어 가며 읽었다.
탈가닥 탈가닥 하얀 봉투 / 노란 봉투 들어갑니다. 탈가닥 탈가닥
집안 곳곳에 생활문을 붙인다
아이의 실 생활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문장, 특히 아이가 좋아하거
나 자주 쓰는 말을 적어서 집안 곳곳에 붙여 놓는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는 '우유를 주세요'
'문을 꼭 닫아 주세요', 식탁에는 '밥을 꼭꼭 씹어 멍어요' 욕실에는 '쉬 할래요' '치카치카 이
를 닦아요' 등을 적어 놓는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재연될 때 수시로 그 문장을 보며 엄마가 읽어 주듯이 말을 한다. 이
때 아이가 시각과 청각, 즉 문장을 보는 시선과 읽는 소리를 일 대 일로 대응 시킬 수 있게
한다. 단, 한 자씩 읽게 하지 않는다.
엄마가 읽어 주면 아이가 눈으로 따라 오거나 좀더 발전해서 아이가 쭉 한 흐름으로 읽을
수 있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길어진 생활 문장을 부담없이 하나의 덩어리 문자로
읽어 내려갈 수 있다.
행위 문장으로 흉내내기 놀이를 한다
아이가 많이 쓰는 말 또는 엄마가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서 동작으로 표현될 수 있
는 문장을 적은 카드를 가지고 흉내내기 놀이를 한다. 먼저 '우루루루 까꿍'이나 '도리도리
짝짜꿍' 놀이를 엄마가 아이 앞에서 재미있게 하면 아이는 금방 따라 할 것이다. 아이가 그
놀이에 익숙해지면 행위 문장에 대한 재미있는 느낌이 아이 머리 속에 남는다. 그때 아이에
게 행위 문장 카드를 보여 주며 읽어 준다.
6단계 동화읽기 - 이야기를 듣고 통째로 외워 읽는다
한글을 떼는 것이 한글 교육의 결과상 목적이라면 과정상의 목적은 한글 법칙을 깨닫는
힘, 통찰력 배양에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엇보다도 바라는 것은
바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이다. 이런 바람을 성취하기 위해서 아이에게 동화책
을 언제든지, 얼마든지 읽어 주는 것이 좋다.
동화책을 읽어 주는 것은 꼭 한글 학습 때문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즐거
운 경험이 된다. 어린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사물을 살아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동화책을 읽어 주면 줄거리를 생생한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책을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게 있는 장난감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 안에 있는 그림과 글자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글자를 읽고 싶다는 욕구로 발전한다. 그러므로 마치 구연 동화를 하듯이 즐거운
기분으로 읽어 주면 아이는 새 책을 대할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만나는 기쁨
을 느낀다.
그리고 동화 읽기는 많은 글자를 한꺼번에 봄으로써 아이가 스스로 문장 구조와 한글 법
칙을 깨달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많은 글자를 비교해 보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때 글자에 대한 느낌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동화 속의 긴 문장은 짧은 문장과는 달리 글자들 사이의 관계가 체계를 갖고 치밀하게 드
러나 있다. 그러므로 문장 학습은 동화책을 이용하는 것이 따로 문장카드를 만들어 하는 것
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 동화 읽기 단계에서 읽기 학습을 위한 책은 한권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동
화 내용에 대해 잘 알고 강한 이미지로 문장과 대응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많이 읽어 준 책
들 중에서 아이가 특히 좋아하고 즐겨 보는 책을 기억했다가 그 책으로 반복해서 읽기 학습
을 하면 효과적이다.
동화읽기는 글자의 양이 크게 늘어난 환경에서 긴 문장을 계속해서 봄으로써 한글에 대한
느낌이 가득 채워지는 순간, 아이 머리 속에서 '펑' 하고 한글 법칙을 터득하는 단계로 이끌
어 준다.
'책 안에는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있구나'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줄 때 아이의 눈동자는 반짝 거린다.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이 머리 속에 영화 속의 재미있는 장면처럼 계속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
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하고 지루해 하지 않으며 몇 번이고 같은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른다.
백일 때부터 책을 열심히 읽어 주었는데, 어느 날 설거지를 끝내 놓고 평소처럼 "엄마가
백설공주 애야기해 줄까?" 하고 정윤이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갓 돌이 지난 정윤이는 얼른
책꽂이에 가서 그 많은 책을 한번 둘러보더니 그 중에서 백설공주 책을 뽑아 가지고 와 엄
마 무릎에 앉았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책을 읽어 주는 것을 들으면서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에 대해 흥
미를 느낀다. 또 즐겁게 책을 읽어 주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는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
라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소리내어 정확하게 읽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책의 어떤 부분은
엄마대신 자기가 읽으려고도 한다.
이렇게 항상 책과 가까이 있도록 해 주면 아이는 책을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점차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동화 내용을 통째로 외워서 말한다
동화읽기란 엄마가 책을 보고 들려준 말을 읽는 능력이다. 엄마가 들려준 말이 표현하는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그 이미지로 아이는 이야기를 통째로 외워 말할 수 있으며, 통째로 말
을 외운 것을 단서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준 동화의 줄거리가 아
이의 머리 속에 그려져 있을 때 아이는 아직 읽지는 못하지만 그림을 단서로 통째로 외울
수 있다.
내가 유치원 교사였을 때 한 아이의 집을 방문했다. 엄마가 부엌에서 차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아이는 백설공주 책을 가져와서 읽기 시작했다. 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도 틀리
지 않고 끝까지 줄줄 읽어 나갔다. 쟁반을 들고 나오는 엄마의 눈은 자랑스러움에 반짝 빛
났다. 아이는 점점 더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가 다 읽은 후 한 페이지의 이곳
저곳을 손으로 지적하며 "이건 무슨 글자일까?" 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대답을 못하고 내 얼
굴만 망연히 쳐다볼 뿐이었다.
아이는 아직 글자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우리가 원하는 것을 글자로 표현할 수 있
다는 생각이 채 자리잡기 전에 엄마가 읽어 주는 동화 내용을 고스란히 외워 버린 것이다.
단순한 암기력을 아이의 총명함으로 엄마가 오해한 경우의 사례이다.
이 내용은 어떤 육아 책에서 옮겨 적은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이가 동화를 통째로 외
워 읽은 것을 단순한 암기력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단순히 글자를 외워서 읽는 것
과 의미 있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서 읽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어른도 자기에게 의미 있
는 노래 가사는 쉽게 기억하지만, 관심 없고 재미없는 가사는 아무리 많이 듣고 억지로 외
우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책 속의 글자들이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라면 암기력에 의지해서 그 많은 내용
을 외워 읽을 수 있었을까? 아니다. 이 아이의 경우는 다르다. 엄마의 얼굴을 보고 점점 커
지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아이가 적어도 단순한 암기력에만 의지해서 힘들게 외운 것
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이 책을 좋아하고 그 줄거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
이다.
지금 아이는 그 동화의 문장들이 나타내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그
많은 문장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읽기란 우리가 하는 말을 읽는 능력이다
읽기와 말하기는 아이의 머리에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올라야 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거나 문장을 눈으로 읽어 갈 때 그 문장이 표현하는 이미지가 머리 속에 자연스
럽게 떠오른다.
아이가 동화책 내용을 틀리지 않고 줄줄 외워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책을 읽는 능력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아이가 엄마의 목소리로 들은 책의 내용을 머리 속에 의미있는 하나의 덩
어리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동화에 나오는 긴 문당의 글자들을 아무 의미 없
이 외우려 했다면 아래의 숫자를 외우는 것처럼 분명히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1269486415658641569468401337267605994
이 숫자들을 듣기만 하고 외워서 하나도 틀리지 않고 줄줄 말할 수 있는지 주변 몇몇 사
람에게 시험해 보았다. 상품을 내걸어도 보고 외우지 못하면 벌칙을 준다고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줄줄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번만 보고 들으면 힘들이지 않고 그 많은 숫자를 말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숫자들이 자신과 관련 있는 어떤 번호의 나열이라면 가능하다. 아이는
엄마가 읽어 주는 책을 함께 보며 책에 있는 글자들 안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한 장 한 장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아이가 책의 내용을 외워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아이가 문장만 보고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므로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나중에 그 택의 글자를 보고 읽는 힘으로 발전한다. 그러므로 들은
내용을 그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글을 뗀다는 것은 어떤 사
물의 이름이나 어떤 상황에 대해 듣거나 말하는 청각 자극과 해당 문자를 눈으로 보는 시각
자극을 일치시키는 협응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며 이야기의 한 대목을 말할 수 있다
엄마가 책을 펼쳐 한 쪽씩 그림을 보며 읽어 주면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의 한
대목이 그림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느낀다. 그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한 대목식 듣고 나서
동화책 쪽마다 펼쳐 있는 그림을 단서로 그 문장을 외워 말할 수 있게 된다.
포동포동한 돼지를 아주 귀엽고 예쁘게 그린 그림책을 하나 구했다. 이제 갓 두돌이 된
성원이는 이미 꼬마 돼지 삼형제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는데 그 그림책의 돼지 그림을 보
더니 책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아이에게 한 쪽씩 넘기며 읽어 주었다. 그리고 그림을 가리키며 첫째 돼지가 나왔을 땐
걸걸한 목소리로 "첫째 돼지 돈", 둘째 돼지 그림이 있을 땐 예쁜 목소리로 "둘째 돼지 비"
라고 말했다. 아이는 그림책을 보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성원아, '꼬마 돼지 삼형제' 읽어 줄까?" 하며 책을 펼쳐 첫 문장
을 읽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첫 쪽의 그림을 보며 "어느 마을에 엄마 돼지와 아기
돼지 삼형제가 살았습니다."고 읽는 것이 아닌가! "첫째 돼지는 게으름뱅이 돈, 둘째 돼지는
먹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읽는 성원이를 보며 나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림과 문장이 일 대 일로 대응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번 달로 18개월이 된 동준이는 아직 말을 잘 못한다. 몇 가지 낱말을 얘기할 줄 아는
동준이에게 나는 아기 때부터 책을 읽어 주었는데 '달님 별님이 된 오누이'를 제일 좋아해
이불만 펴면 그 책을 가져와 읽어 달라고 했다. 나는 그 책을 너무 많이 읽어 줄거리를 줄
줄 외울 정도였다.
그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그 동화를 읽어 주고 있었다. 나는 동화책 내용을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페이지도 넘기지 않고 읽어 주었다. 그러다가 난 너무 놀랐다. 글쎄, 동준이
가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었다. 그것도 내가 한 쪽의 문장을 다 읽고 나면 한 쪽을 넘겨 다
음 문장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었다.
비록 소리내어 읽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읽어 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눈으로 해당 문장을
좇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아이가 책을 읽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얘
기를 엄마의 목소리로 들으면서 눈으로는 문장의 처음과 끝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엄마의 목소리로 듣는 청각 자극과 문장을 보면서 느끼는 시각 자극을 일치시
킨 것이다. 그렇게 계속 들으면서 보면 아이는 문장을 동화책 그림 하나에 해당하는 덩어리
로 읽게 된다.
동화읽기는 많은 글자를 한꺼번에 비교해 봄으로써 아이 스스로의 느낌으로 문장 구조와
한글 법칙을 깨닫는 단계이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아이가 문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청각 자
극과 시각 자극을 일치시킬 수 있으면 된다.
이때 글자에 대한 욕심이 생겨 문장이 아니라 글자를 떼어 내 읽어 보라고 강요하면 지금
까지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해 온 한글 학습에 제동이 걸려 버린다. 아이가 글자를 아는
지 모르는지 직접적으로 물오 보는 것은 아이가 평가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재미있는 얘깃
거리로 가득 차 있던 책 안이 갑자기 생소한 글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면 차라리 함께 문장을 읽어 가면서 아이가 문장의
처음과 끝을 어느정도 맞추며 읽어 가는지를 보면 된다. 또 엄마가 문장을 읽을 때 아이는
시선을 어디에 두면서 읽어 가는지를 관찰하면 아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글자를 확인하는 것은 아이의 읽는 흐름을 오히려 방해하는 결과만 낳는다.
문장을 하나의 덩어리로 읽기 시작한다
길어진 문장을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인 아이는 그것을 낱말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
나의 덩어리로 읽어 낸다. 하나의 사물과 낱말을 일 대 일 대응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문장
역시 글자가 좀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 문장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상황 그림에 대응
하는 하나의 덩어리로 읽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들이 전체를 하나로 인식하는 패턴 인식 능력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
며 문장 역시 하나의 덩어리로 다른 문장과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는 하나의
문장을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상황 그림과 일 대 일로 대응시켜 읽게 된다.
느낌이 강한 낱말을 단서로 어절 분화의 느낌을 가진다
아이가 문장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암기해서가 아니고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상태에서
인상이 강하게 남은 낱말을 단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어절 분화나 낱말을 이
해해 나가는 것은 다음과 같은 아이의 인식 흐름에 맡겨야 한다.
문장을 읽어 줄 때 아이가 짚어 가도록 하면 아이는 처음에는 자기 눈에 확실히 들어오는
글자(자기가 잘 아는 글자)만을 짚은 채로 읽어 나간다.
어느 마을에 엄마 돼지와 꼬마 돼지 삼형제가 살았어요.
아이 : (엄마 혹은 돼지, 꼬마를 짚으며 문장 전체를 읽는다.) "어느 마을에 엄마 돼지와 꼬
마 돼지 삼형제가 살았어요."
엄마가 다시 전체 문장을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적하며 읽어 주고 나서 아이도 따라
서 처음부터 끝까지 손가락으로 지적하게 한다. 이때 문장을 다 읽기도 전에 손가락은 벌써
그 문장을 지나갈 수도 있고 이미 다 읽었는데 문장 중간을 계속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여러 번 읽으면 문장 읽기와 손가락 지적의 처음과 끝을 맞출 수 있다. 이때에도
아이는 각 글자를 보는 것과 읽는 것을 일 대 일로 대응하지 못한다.
그 다음에는 어절과 읽는 것을 일 대 일 대응을 하게 된다. 이때 여러 가지 필기구를 사
용해 한 어절씩 표시하며 읽을 수 있다. 또는 그림 스티커나 글자 스티커를 문장 속의 낱말
위에 붙이는 작업을 통해 아이는 자기가 잘 아는 낱말(엄마 돼지)과 조사(와) 또는 접미사
에 대한 지식을 저절로 얻게 된다.
그 다음 단계가 되면 아이는 글자를 읽는 것과 보는 것을 일 대 일 대응시킨다. 글자 한
자와 소리 한 음절을 일 대 일로 대응시킨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아이는 문장을 자연스럽게 떼 내어 읽을 줄 알게 된다. 그러나 낱글
자를 알게 되는 것은 마지막 단계로 아이에게 맡겨 두어야 한다.
많이 읽어 줘 내용을 말할 수 있게
제일 먼저 읽기 학습을 위한 동화책을 한 권 선택한다. 그리고 문장 읽기에 들어가기 전
에 책 속에 있는 그림에 대해 재미있게 얘기 해 주어 아이가 머리 속에 그림에 대한 이미지
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책 읽기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가 그 책의 줄거리를 잘 알
고 말할 줄 아는 것이 좋다. 이것이 책 읽기의 출발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기가 잘 알
고 있는 이야기를 단서로 문장을 읽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가 말로 외우다시피 한 내용이 단서가 되어 그림과 문장들을 일 대 일로 대응
시킬 수 있게 괸다. 마치 우리가 영어로 자막이 처리된 영화를, 내용을 다 알고 볼 때, 영어
를 다 읽지는 못하지만 자기가 알고 있는 몇몇 낱말을 단서로 영어 대사가 더 잘 들리고 영
어 자막이 눈에 낯설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를 많이
들려주어 줄거리를 줄줄 외울 정도로 해 주어도 좋다.
그림을 보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동화책 그림을 한 장씩 펼쳐 보이면서 해당되는 내용의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나눈다. 아
이는 이 과정을 통해 책에 나오는 그림과 자기가 들었던 동화의 문장을 관계지어 생각할 수
있다.
엄마 : "정윤아, 여기 봐. 엄마가 얘기해 준 '꼬마 돼지 삼형제'가 이 안에 있단다."
정윤 : "꼬마 돼지 삼형제?"
엄마 : "그래." (책을 펼쳐 그림을 함께 보며) "첫째 돼지 돈, 둘째 돼지 비."
아이 : "셋째 돼지는 부지런한 부."
엄마 : "그래, 맞았어. 부지런한 부."
아이 : "먹보 비." (다른 돼지를 지적하며)
엄마 : "그래, 맞았어. 그리고 이건 게으름뱅이 큰 형의 집."
아이 : (다른 쪽을 넘겨보며) "으으, 엄마 늑대가 나타났어."
그런 다음 문장을 새로 꾸미거나 덧붙여 말하지 말고 동화책에 쓰여진 문장 그대로 읽어
준다. 읽어 줄 때는 감정을 풍부히 살려 읽어 주는 것이 좋고, 가끔은 빨리 읽어 주기도 하
고 가끔은 천천히 마디마디 읽어 주는 것도 좋다.
엄마 : "어느 마을에 엄마 돼지 꼬마 돼지 삼형제가 살았어요." (졸린 목소리로) "첫째 돼
지는 게으름뱅이 돈." (먹는 흉내를 내며) "둘째 돼지는 먹보 비." (또렷한 목소리로) "셋째
돼지는 부지런한 부입니다."
아이는 패턴으로 문장을 보기 때문에 그림과 연관되는 문장을 자주 들려주면 문장을 들으
면서 머리 속에 그림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때 문장 읽기에 들어갈 수 있다. 이때는 문장을
바꾸지 말고 그대로 들려주어야 한다.
동화책의 한 페이지 그림을 보며 해당 문장을 가지고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하고 아
이와 서로 묻고 대답하며 논다. 그러나 꼭 맞히는 것에 치중하여 자꾸 반복해 물으면 아이
는 짜증이난다. 아이가 그림을 보고 정확한 문장을 말하지 못하면 엄마가 한 번 더 그 문장
을 정확하게 들려주면 된다.
엄마 : "첫째 돼지 이름은 뭐더라?"
아이 : "첫째 돼지 게으름뱅이 돈."
엄마 : "둘째 돼지의 이름은?"
아이 : "둘째 돼지 먹보 비."
엄마 : "그럼 셋째 돼지의 이름은 봉인가?"
아이 : "히히히, 엄마는 그것도 몰라. 셋째 돼지는 부지런한 부잖아, 부."
엄마가 문장을 잘못 읽었을 때 아이가 그것을 지적하게 한다. 이때 반드시 칭찬해 주는
것을 잊지 말자. 앞에서 색이나 글자의 형태, 장소, 사물의 생김새를 단서로 낱말을 읽은 것
처럼 동화읽기에서는 동화책의 그림이 문장을 읽는 단서가 된다.
엄마는 읽고 아이는 페이지를 넘긴다
이제 아이가 동화책을 펼쳐 그림과 문장을 동시에 본 후 엄마가 한 쪽의 문장을 다 읽으
면 아이가 그에 맞춰 다음 쪽으로 넘기도록 한다. 엄마가 문장을 읽어 나갈 때 눈이나 손으
로 같이 문장을 좇아갈 수 있으면 된다.
엄마 : "어느 마을에 엄마 돼지 꼬마 돼지 삼형제가 살았어요." "첫째 돼지 게으름뱅이
돈." "둘째 돼지 먹보 비." "셋째 돼지는 부지런한 부."
아이 : (해당 페이지를 넘긴다.)
한 문장씩 교대로 읽어 본다
엄마가 먼저 한 문장을 읽고 그 다음은 아이가 한 문장을 읽게 한다. 이때 손가락이나 색
연필로 그어 가며 읽으면 시선을 글자에 집중시킬 수 있다.
엄마 : "어느 마을에 엄마 돼지 꼬마 돼지 삼형제가 살고 있었어요. 정윤이가 그다음을 읽
어볼래?"
아이 : "첫째 돼지 게으름뱅이 돈. 이제 엄마 차례."
엄마 : "알았어. 으응, 둘째 돼지 먹기 좋아하는 비. 다음은?"
아이 : "응, 셋째 돼지는 뭐더라?"
엄마 : (재빨리) "부지런한 부."
아이 : (큰 소리로) "응, 부지런한 부!"
제대로 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좋지 않다. 책 읽는 흐름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이
때 엄마가 아이 대신 살짝 대답하면 아이는 한 번 더 들으며 문장을 보게 된다.
한 어절씩 교대로 읽는다
엄마와 아이가 한 어절씩 교대로 읽으면서 색연필이나 손가락으로 한 어절씩 동그라미를
쳐 본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와 즐겁게 책을 읽으면서 긴 문장이 여러 개 어절로 나뉘는 구
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엄마 : (색연필로 한 어절씩 동그라미 쳐 가며) "자, 엄마는 노랑색, 정윤이는 어떤 색연필
로 할래?"
아이 : "분홍색"
엄마 : "좋아, 그럼 우리 한 번씩 동그라미 쳐 가며 읽어 볼까?" "옛날에 (동그라미를 친다)
정윤아, 이제 네가 해야지."
아이 : "마을에"
짚은 문장을 읽게 한다
이때도 역시 문자 하나하나에 욕심을 내 확인하려 하지 말고 막히는 부분은 엄마가 같이
읽어 준다. 엄마는 손이나 필기구를 이용해 글자로 시선을 유도해 가며 읽어 주면 된다.
윤재는 동화책을 읽어 주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몇몇 동화책은 아이가 줄거리를
거의 달달 외울 정도였다.
문장을 손으로 짚어 가며 읽어 주곤 했는데 어느 날 윤재는 엄마가 문장을 읽기도 전에
줄줄 읽어 냈다. 아이가 한글을 다 깨우쳤나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을 가리고 글자를
이곳 저곳 지적하면서 물었다. 그런데 윤재는 자기가 아는 낱말은 잘 읽었지만 새로운 낱말
이나 조사, 접미사에 이르면 읽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문장 안에 있는 접미사를 따로 떼 내어 '있었습니다, 말했습니다' 하고 따로따로 배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실생활에서 어항의 금붕어를 보면서 "어항에 금붕어가 있어요. 금붕어한
테 인사해요." 라고 반복해서 들려주면 말할 때 접미사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붙여
말할 줄 알게 된다.
이처럼 접미사는 실제 상황에서 자꾸 사용하면서 익히는 것이지 이럴 땐 '습니다'를 붙여
말하고, 이럴 땐 '였어요'를 붙여 말한다고 설명해 줘서 말할 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영어 회화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정관사나 부정관사를 어떨 때 꼭 써야 하고 쓰지 말
아야 하는지 문접을 외워서 일일이 적용시켜 말하려고 하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은
물론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 회화는 문법을 외워 적용시키기보다 자꾸 쓰다 보면 저절로 입
에 붙어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나오게 된다.
마찬가지로 접미사를 읽게 하려면 아이가 조하아하는 동화책의 문장을 자꾸 보게 하면 된
다. 그러면 자기가 잘 알고 있는 낱말과 비교하고 낱자에 대한 느낌을 채워가며 서서히 읽
을 수 있다. 조바심 내지 말고 아이가 낱자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습니다, 왔어요,
있었습니다'를 패턴으로 읽어 주어야 한다.
'은, 는, 를'은 어떻게 해?
희준이는 낱말카드와 '가나다라' 노래를 이용해서 한글을 뗐다. 이제 웬만한 글자는 낱자
로도 잘 읽는데 책을 읽을 때면 번번이 조사에서 걸리곤 한다. '은, 는, 을, 를'과 같은 조사
에서 아이는 머뭇거리면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해 한다. 그때마다 내가 읽어 주기는 하
지만 쉽게 익히지 못한다. 또 책을 읽을 때 소리나는 대로 읽기보다 한 자 한 자에 충실하
게 읽다 보니 어색할 때가 많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 조사까지 붙여서 소리나는 대로 읽어 주면 아이는 그 소리대로
글자를 대응시켜 간다. 그러나 지나치게 낱말을 강조하다 보면 낱말에 붙는 조사를 한 자씩
익히지 않으면 희준이처럼 자꾸 걸리게 된다.
따라서 문장을 읽을 때는 전체적으로 연결해서 읽어 주면서 눈으로 알고 있는 낱말의 위
치를 대응해 가면서 보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조사를 읽어 내게 된
다.
받침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무엇이'나 '무엇을'과 같은 말은 소리나는 것과
쓰여진 것이 서로 다르다. 그런데 아이에게 낱자를 강조해서 '무-엇-이' 또는 '무-엇-을'이라
고 한 자씩 끊어 읽어 주면 낱자는 정확하게 알기 몰라도 책을 읽는 데는 어려움을 겪게 된
다. 나중에는 받아쓰기에서 그야말로 소리나는 대로 쓰게 된다.
그러나 소리나는 대로 자연스럽게 '무어시' 또는 '무어슬'이라고 읽어 주면서 '무엇이'나
'무엇을'을 보여 주면 소리나는 것과 보여지는 글자를 대응해서 스스로 터득해 간다. 그러나
이런 법칙을 일일이 설명하려고 들면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기도 힘들뿐더러, 아
이는 알아듣더라도 읽을 때마다 법칙을 기억해 내야 하므로 책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다.
책을 많이 읽어준다
동화를 어느 정도 읽게 되면 이제 한글을 뗐다고 생각해서 혼자 책을 읽으라고 내버려두
기 쉽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혼자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내버려두면 아이는 자신이 깨달은 한글 법칙을 확인해 볼 기회와 칭찬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해 책을 읽으려는 의욕을 잃어버린다. 혼자서 책 속에 있는 어려운 말이나
전에 본 적이 없는 상황, 경험하지 못했던 상 이 나오면 새 글자를 읽는 것에 급급해 줄거
리를 따라 장면을 상상할 여유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자기 힘으로 책을 즐기며 읽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계속 책을 읽어 주어 내용의 흐름
을 머리 속에 떠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가 혼자 읽을 수는 있어도 책에서 의미를 모
르는 낱말이나 상황이 전개될 때는 글자를 읽는 것이 고작이고 줄거리는 이해하지 못해 책
을 읽는 것이 즐겁지 않다.
어려운 말이나 전에 본 적이 없는 그림이 나왔을 때는 엄마가 충분히 이야기해 주면서 아
이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혼자 책을 읽게 되었다 하더
라도 엄마는 전보다 더 많이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좋다.
아이와 함께 책을 만들자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좋아한다. 함께 얘기하기, 그림 그리기, 만
들기, 사진 찍기를 아주 좋아한다. 이런 아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엄마와 함께 생활하면서 주
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가지고 책을 만들어 주자. 그러면 그 책 안에 있는 내용은 이미
아이가 잘 알고 더구나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기이기 때문에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
다.
그러므로 아이의 하루 생활에서 일어났던 일 중에 가장 아이 기억에 남는 사건을 골라 그
상황을 엄마가 그려주거나 아니면 같이 그린다. 그 그림을 보고 같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한
다음 아이가 한 말을 그대로 써 주면 아이의 훌륭한 읽기 책이 될 수 있다. 아이는 그 책을
볼 때 자기가 받았던 느낌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림을 그리기 힘들 때는 카메라를 가지고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가자. 아이와 함께 인상
깊게 보았던 사물이나, 사건을 기억나게 할 수 있는 것을 찍어 온 다음, 그 사진을 보고 나
누었던 말이나 아이가 했던 말 등 재미있는 말을 써 주면 된다.
밥 먹을 때 밥풀이 붙은 아이의 얼굴을 거울로 한번 보여 준 뒤 "정윤이 얼굴에 밥풀이
붙었어요." 했다면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문장을 써 준다. 그리고 어떤 날은 풍선껌을 불
다 '팡' 터져 코나 입주위에 붙은 껌을 떼 준 일이 있다면 "풍선껌이 팡 터져 코에 붙었어
요."라고 써서 그 사진이나 그림을 함께 보여 주고 읽기를 시도한다.
7단계 낱글자 - 낱말이 글자로 쪼개어진다
그림책에서 본 부엉이의 특이한 모습 때문인지 글방 '부엉이' 낱말을 익힌 혜정이는 '부'자
가 들어 있는 낱말만 보면 부엉이라고 한다. 그래서 '부동산'이라고 씌어진 건물 앞을 지날
때면 "엄마, 저기 부엉이"하며 손가락질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산에 있는 외가에 갔는데, 역에 내려 서서는 '서울 - 부산'이라고 씌어
진 팻말을 가리키며, "엄마 저기 부엉이 '부'자 있네." 하는 것이다. 특별히 가르치지 않았는
데도 저절로 아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이처럼 자기가 알고 있는 낱말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 낱자에 대한 느낌을
가지기 시작한다. 즉 낱말을 통째로 보는 한글 학습을 하면 낱말에 대한 느낌이 차면서 서
서히 낱자에 대한 느낌을 갖기 시작한다. 이것은 자연스런 과정이다. 그러나 아이마다 이런
느낌을 갖는 시기가 각각 다르다.
이제까지의 아이의 인식에서 주요 흐름으로 잡혀 왔던 낱말에 대한 느낌과 부차 흐름으로
서서히 가지기 시작한 낱자에 대한 느낌이 균형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느
낌이 꽉 차면 한글 법칙을 통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절대로 엄마가 주도해서는 안된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낱자에 대
느낌을 가지기 시작하면 엄마가 뒤따라가면서 한글을 체계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면, 아이가 충분히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데 더 이상 진정이 없다고 생
각될 때 조심스럽게 낱자 학습을 진행한다.
낱말에 대한 느낌이 충분할 때
낱자 학습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한글에 대한 느낌이 충분히 쌓여, 알고 있는 낱말
이 나뉘어져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는 때이다. 이때 아이에게 낱자 학습을 시키면 아이는
한글의 법칙을 빠르게 통찰해 간다. 낱말이나 문장을 학습하는 중간에라도 아이가 분화 느
낌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조금씩 낱자 학습을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아이의 인식 흐
름을 배제한 채로 낱자 학습에 들어가게 되면 아이는 갑자기 늘어난 학습량을 감당하기 어
려워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한글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즉 이전에는 '비행기' 문자를 비
행기라는 사물에 대응하는 하나의 이미지로만 받아들였는데, 갑자기 '비-행-기'라는 세 부분
으로 나뉜다는 것을 억지로 가르치면 아이가 가지고 있던 하나의 이미지는 깨져 버리는 동
시에 세 개의 음절을 다 알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억지로 분화 느낌을 갖게 하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아이가 낱말에 대한 느낌이 충분히 있는데도 낱자로 분화시켜 나가지
못하면 아주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
야 하며, 두 돌 이전에는 낱자 학습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낱말이 나뉘어지는 느낌을 갖기 시작한다
낱말에 대해 어느 정도의 느낌을 받고 또 여러 낱말을 서로 비교해서 자꾸 보게 되면, 코
끼리가 '코-끼-리', 호랑이가 '호-랑-이'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각
음절의 위치와 순서까지 아는 것이 아니고 처음에는 단순하게 나뉜다는 느낌만을 갖는다.
즉 '코끼리'도 하나의 이미지, '토끼'도 하나의 이미지로 느끼고 있지만 글자가 여러 개 있다
는 느낌을 서서히 갖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정한 순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기가 알고 있는 어떤 글자가 나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는 소리와 글자를 대응
해서 각 음절의 순서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즉 소리와 글자를 한 음절씩 맞춰 가면서
낱자카드를 소리나는 대로 늘어놓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낱자카드를 가지고 놀 때에도 전에는 '코끼리'의 낱자 순서가 뒤죽박죽이던 것이
차례대로 놓이기 시작한다. 이제 아이는 '코-끼-리'하고 한 음절씩 소리나는 대로 카드를 늘
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코' 소리와 '코' 글자, '끼' 소리와 '끼' 글자, '리' 소리와 '리' 글자를
일 대 일로 대응하면서 각 글자에 대해 알게 된다.
이때 모든 글자를 다 알아야 한다고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가 분화와 순서에 대
해 느낌을 가지기 시작하면 손뼉 놀이나 장단맞추기 놀이를 하면서 소리와 음절을 대응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다음은 아이에게 맡긴다.
다만 엄마는 아이에게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있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 낱자 학습은 예민
한 부분이기 때문에 아이의 상태를 무시하고 학습을 진행하면 아이는 도망가 버린다. 만약
아이가 힘들어하면 엄마가 먼저 시범을 보인다. 그러면 대개의 경우 아이는 따라할 수 있다.
그래도 힘들어하면 학습을 그만두고 아이가 잘하는 이전 단계를 함께 한다. 즉 아이의 인식
단계에 맞춰 한 단게 내려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고 좀더
느낌이 찰 때까지 기다린다.
같은 글자가 다른 곳에서도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은희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낱글자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는 낱말부터 시작하는 것이 무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아이
가 '코끼리'에 있는 '끼'와 '토끼'에 있는 '끼'가 서로 같다는 것을 알지 못하자 답답해지기 시
작했다. 아무리 글자를 써서 서로 같은 것이라고 가르쳐 줘도 아이는 벙벙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어떤 때는 우리 아이가 좀 멍청한 것이 아닌가 하
고 걱정될 때가 있다.
아이에게 '토끼'와 '코끼리'를 관련지어서 자꾸 보여주면 아이는 똑같은 글자 '끼'에 대해서
강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때 아이는 '끼'자가 '토끼'에도 있고 '코끼리'에도 있다는 것을 점
차 알게 된다. 그래서 '토끼'를 좀더 강하게 알고 있는 아이라면 아느 날 '코끼리'를 가리키
면서 "엄마, 토끼의 끼가 여기도 있다."고 말하게 된다. 여기까지 오는 데 아이는 한참 걸린
다. 물론 이 과정도 아이에게 맡긴다.
그렇게 하면, 아이에게 "토끼의 '끼'하고 코끼리의 '끼'하고 잘 봐. 똑같지?" 하면서 주입식
으로 익힌 아이보다 스스로 이 과정을 알아 낸 아이는 굉장한 희열을 맛본다.
비행기를 좋아해서 장난감 비행기를 가지고 잘 노는 윤형이는 한글을 익힐 때도 '비행기'
를 먼저 알았다. 책에서 본대로 낱말카드를 만들어서 열심히 놀았지만 그 이상은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고작 카드 놀이만 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가 모처럼 오셔서 가족끼리 외식을 하는 날 갈비 집에서 윤형이는 나를
감동시켰다. 메뉴판에 커다랗게 쓰여진 '갈비'를 보더니 "엄마, 여기 '비행기' 있다." 하는 것
이 아닌가.
이때 엄마가 아이를 잔뜩 칭찬해 주고 또 주위 사람들이 아이를 추켜세운다면 아이는 자
신이 알아낸 것에 대해 의기양양해져서 또 다른 것은 없나 하고 여기저기를 살피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낱자를 익혀 가는 것이다. 엄마가 특별히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는 분화 느
낌을 가지기 시작하고 또 스스로 키워 나간다.
엄마가 "그래, 비행기가 있네. 갈비." 하고 한마디만 덧붙여 주어도 아이는 '비' 자를 통해
'비행기'를 떠올리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을 갖기 때문에 '갈비'도 알게되는 기회를 갖는다.
만약 "아니야, 이건 갈비야."한다면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더 이상 한글 법칙을 탐구할 엄두
를 내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아이는 '비행기'와 '갈비'를 통해서 독립된 '비' 자를 알게 되고 낱자가 가진 의미를
점차 알아 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아이와 함께 말잇기 놀이를 하면서 낱자 느낌을 강화시
키고 어휘력을 확대해 줄 수 있다. 말잇기 놀이로는 끝말잇기와 첫말잇기 놀이가 있다. 이때
아이가 잘하지 못하면 아이가 알고 있는 낱말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놀이의 녹
적은 아이가 자기 입으로 한번 그 낱말을 말해 보고 같은 낱자가 다른 곳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낱자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 간다
아이가 한 자씩 따로 떨어져 있는 글자들이 다르게 쓰이는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모
든 글자가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한 자 한 자를 알아 가는 데 재미를
느끼고 서서히 분화 느낌을 키운다.
이때 아이에게 '가나다라'를 가르쳐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는 이런 낱자들이
어떤 사물을 가리키는 낱말에 쓰인다는 것을 알아 가기 시작한다.
또 '가나다라' 노래를 통해서 '가나다라' 입말을 익히고 또 직접 눈으로 보면서 소리와 글
자를 일 대 일로 대응하게 되면 아이는 낱자들이 지니는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서 서서
히 느끼기 시작한다. 즉 '가나다라' 하면서 'ㅏ'가 주는 느낌과 '고노도로' 하면서 'ㅗ'가 주는
서로 다른 느낌을 일정하게 벌어지는 입 모양과 소리를 통해서 깨달아 간다.
또한 '가나다라'에세 'ㅏ, ㅏ, ㅏ, ㅏ'하는 같은 점과 'ㄱ, ㄴ, ㄷ, ㄹ'하는 다른 점을 느끼면
서 음절을 좀더 세분화한다. '기니디리'나 '그느드르'도 마찬가지로 학습하면 아이가 이러한
발음 법칙을 깨달아 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가나다라'에 일정한 받침을 붙여서 '강
낭당랑' 또는 '갈날달랄' 해서 받침에 관한 법칙을 깨달아 간다.
자음과 모음, 받침 법칙을 깨닫기 시작한다
한 글자 한 글자를 각각으로 보면서 아이는 낱자의 구조에 대해 느낌을 가지기 시작한다.
즉 '비행기'를 비행기라는 사물에 대응하는 한 이미지로만 받아들이다가 '비-행-기'로 인식
하기 시작하고, 다시 '비'는 'ㅂ+ㅣ' '행'은 'ㅎ+ㅐ+ㅇ' '기'는 'ㄱ+ㅣ'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
간다. 이제 아이는 한글 법칙을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손뼉 치며 나뉘는 느낌 주기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이와 함께하는 손뼉치기 놀이다. 손뼉을 치면서 낱말 말하
기를 하는데, 먼저 손뼉을 한 번 치면서 한 자로 된 낱말을 말한다. 즉 '소' 하면서 손뼉을
한 번 치고 '공' 하면서 손뼉을 한 번 친가. 이것을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기도 하고 번갈아
가면서 하기도 한다.
다음에는 손뼉을 두 번 치면서 '토-끼' 또는 '나-비'를 말한다. 손뼉을 세 번 칠 때는 세
음절짜리 낱말을 말하면 된다. 이 놀이를 통해서 아이는 낱말들의 길이가 서로 다르다는 것
을 느낀다. 동시에 한 음절씩 끊어 말하면서 손뼉 한 번에 낱자 하나를 대응하게 한다.
그러나 아이가 손뼉치는 횟수와 낱말 음절수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먼저 게임을 통해
서 엄마가 손뼉을 한 번 치면 아이가 따라서 한 번 치고, 엄마가 두 번을 치면 두 번을 따
라서 치는 놀이를 한다. 반대로 아이에게 먼저 손뼉을 치게 하고 엄마가 따라하기도 한다.
놀이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면 아이는 훨씬 더 흥미를 가지고 놀이에 열중할 수 있다.
그 다음에 낱말을 천천히 끊어 말하면서 한 음절에 손뼉 한 번이 맞아떨어지게 한다.
이 놀이가 충분히 이루어진 다음에는 통으로 된 낱말카드를 하나씩 자른다. 즉 '토끼'는
'토'와 '끼' 둘로, '코끼리'는 '코'와 '끼'와 '리' 셋으로 나누는 것이다. 아이가 보는 데서 자른
다음 이것을 가지고 다시 하나의 낱말로 만든다. '토'와 '끼'가 모여서 '토끼' '코'와 '끼'와
'리'가 모여서 '코끼리'가 되는 것을 보여 준다.
이때 '토'자- '끼'자, '코'자- '끼'자- '리'자 하면서 조각을 맞추지 않는다. 아이는 '토'를 보
면서 '토끼'를 연상하고 '끼'를 보면서도 '토끼'를 연상할 수 있으므로 '토끼' 하면서 '토'를 가
져오고 다시 '토끼' 하면서 '끼'를 가져온다. 즉 부분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아이의 느낌을 충
분히 존중해 준다. 이것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 아이는 '토끼'의 '토', '토끼'의 '끼'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놀이를 할 때에도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토끼'는 초록색, '코끼리'는 빨강색으로 써
서 아이가 쉽게 조각을 맞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느 정도 반복한 다을에 둘 다 똑같은
색의 글씨로 써서 보여 준다. 이때 순서가 좀 틀리더라도 아이를 나무라지 말고 잘했다고
칭찬해 준 다음 엄마가 제 위치를 찾아 순서대로 놓아준다.
재연이는 '거미'는 읽으면서도 '미'를 보면 '거미'의 '거'라고 대답을 한다. 그래서 "재연아,
거-미야." 하고 따로 된 느낌을 강조하려고 하면 얼른 고개를 돌려 버린다. 어떻게 할까 고
민하다가 스케치북에 재연이가 좋아하는 택시와 토끼를 그린 다음 오려서 그 위에 '택시'와
'토끼'를 썼다. 그리고 나서 퍼즐처럼 갖고 놀았다. 그러자 재연이는 떨어져 있는 글자를 찾
아오면서 '택-시'하고 그림을 맞추었다.
아이가 낱자 느낌을 갖는 과정을 보면 대개의 경우 수량 느낌을 가진 아이들이 낱자에 대
한 분화가 빠른 것을 볼 수 있다. 즉 '코끼리'와 '토끼'를 비교했을 때 '코끼리'가 '토끼'보다
많다(즉, 길다)는 느낌을 우선 가지고, 그 다음으로 '코끼리'는 셋이고 '토끼'는 둘이라는 것
을 알아 가기도 한다.
거꾸로 말하며 순서 느낌 주기
민지는 처음에는 낱말카드를 잘라서 하는 낱말만들기 놀이를 잘 따라 했다. 그런데 이미
잘라 놓은 카드를 잘 섞어 놓은 다음, 다시 낱자를 찾아 낱말만들기 놀이를 하자 그만 입을
꼭 다물고 말았다. 그래서 얼른 내가 낱말로 만들어 놓고 "여기 '비행기'가 있네, 그런데 가
꾸로 읽으면 뭐가 될까?" 하면서 "기-행-비하고 말했더니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 내가 먼저 다른 낱말들도 거꾸로 말하고 손가락으로 짚어
가면서 읽어 주었다. 그러자 민지도 조금씩 흉내내더니 나중에는 떠듬떠듬 다른 낱말까지도
모두 거꾸로 읽어 냈다. 그 다음에 "비행기 비, 비행기 행, 비행기 기" 하면서 천자문을 외
듯이 운율에 맞춰 읽어 주었다. 민지도 재미있어 하면서 따라 했다. 우리는 마치 천자문을
외듯이 몸을 좌우로 흔들며 낱자를 익혀 나갔다.
이런 방법으로 거꾸로 말하기를 하면 아이는 재미있게 순서를 익힐 수 있다. 또한 앞 단
계에서 자른 낱말카드를 가지고 맞추기 놀이를 하면서 순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이때 청
각 자극과 시각 자극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나뉘어진 느낌에서 아이가 한참
동안 머무를 수 있으므로 이 과정을 무리해서 학습시키지 않도록 한다.
낱자카드로 낱말 만들기
같은 글자가 쓰인 낱말카드 여러장을 잘라서 섞어 놓고 엄마와 함께 낱말만들기 놀이를
한다. 예를 들면 '비행기'와 '나비'를 잘라서 섞어 놓고 하나씩 집어 와서 '비행기'도 만들고
'나비'도 만든다. 이때 한꺼번에 너무 많이 자르지 않도록 하고 두 개로 시작해서 천천히 개
수를 늘려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 과정을 아이가 힘들어하면 자르기 전에 먼저 '비행기'와 '나비'를 반복해 보여
주어서 같은 글자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런 다음 아이가 스스로 자르게 해서 확인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한다.
이외에도 한 자로 된 낱말을 이용해서 똑같은 놀이를 하기도 한다. 즉 공을 알고 있는 아
이에게 농구공, 야구공, 축구공, 배구공을 얘기해 준 다음, 아이가 이런 낱말을 통으로 인지
하면 '공'만 따로 잘라서 맞추기 놀이를 한다. 똑같은 방법으로 '떡국, 떡만두, 떡볶이, 떡라
면' 등을 보여 준 다음, '떡'자만을 잘라서 여기저기 갖다 붙이면서 낱말만들기 놀이를 하기
도 한다.
노래로 배우는 '가나다라' 학습
앞의 세 단계를 거치면서 같은 글자가 여러 곳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게 되면
'가나다라' 학습을 시작한다. 이전에는 한글을 가르칠 때에 주로 '가나다라'부터 쓰기 시작했
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들은 '가나다라'가 가진 의미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가 구체적
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사물의 이름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 단 아이가 낱말이
나누어진 낱자를 인식하게 되면 '가나달'에 대한 의미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제는 '가나다
라'가 다른 곳에서 의미 있게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나다라'를 가르칠 때에는 한 자씩 익히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패턴 인식 능력을 이용한다. 더구나 노래는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아이가 쉽게 감성
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우선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치네' 곡조에 맞춰서 '가나다라 마바사 아자차카 타파
하'를 불러 준다. 또는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곡조에 맞춰서 '가나 다라 마바
사 아자차카 타파하'를 불러 주어도 된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가나다라'를
붙여서 불러 주면 된다.
일단 아이가 노래를 통해서 '가나다라'를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가나다라'를
길게 한 줄로 써서 아이에게 보여 준다. 그러면 아이는 이미 한 음절의 소리와 낱자를 대응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가나다라' 노래와 글자를 대응할 수 있다. 설사 처음에는 잘 하
지 못하더라도 노래를 부르면서 한 자씩 짚어 나가면 점차 알아 나간다. 이때도 억지로 '가'
자 '나'자 하면서 가르치지 않는다. 엄마가 모든 것을 다 가르쳐 주기는 하지만 결국 아이가
스스로 깨달았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음, 모음, 받침 법칙 느끼기
낱자로 나뉘어지는 느낌과 또 낱자의 의미를 알게 되면 아이는 서서히 낱자에서도 분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똑같은 자음이나 모음이 어떻게 소리나는지 느끼
고 비슷하게 생긴 글자는 비슷하게 읽으려고 한다. 이때 '가나다라'를 기초로 그와 관련된
낱말들을 보여 주면 아이는 한글 법칙을 좀더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구조를 좀더 분화해 갈 수 있도록 한글을 서로 관련지어서
체계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아이의 인식 흐름을 먼저 고려한
다음에 진행해야 할 과정이다. 다시 말하면 아이에게 분화 느낌을 주기 위해서 낱자를 가르
치는 것이 아니라, 낱자 느낌을 갖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좀더 느낌을 키워 주기 위해서 여
러 가지 놀이를 통해서 한글을 보여 주는 것이다.
1단계 - 말잇기 놀이
먼저 '가나다라' 낱자가 들어 있는 낱말들로 학습을 해서 낱자에 대한 느낌을 좀더 키워준
다. 즉 '가방, 가위, 가발, 가면, 가지'등을 낱말카드로 만들어서 '가가가자로 시작되는 말은'
노래를 부르면서 말잇기 놀이를 한다.
다음에는 '나'로 시작되는 말(나무, 나비, 나침반 등). '다'로 시작되는 말(다리미, 다람쥐,
다시마 등) 등 아이가 잘 아는 낱말들을 골라서 공통되는 낱자를 넣어 노래하면서 해당하는
카드를 골라 온다. 많이 골라내는 사람에게 상으로 뽀뽀해 주기 등을 하면서 아빠랑 같이
놀기도 한다.
2단계 - 자음 읽기
'ㄱㄴㄷㄹ' 등 자음이 들어 있는 낱말들로 학습을 해서 자음 법칙에 대한 느낌을 키워 준
다. 즉 '고기, 고구마'와 같은 자음이 있는 것들을 골라서 읽기 놀이를 한다. 발음을 강조하
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도록 한다. 이러한 자음 법칙은 스스로 분화해
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특히 유의해야 한다.
또 '가갸거겨'나 '나냐너녀'를 써서 벽에 붙여 놓고 읽기도 한다. 이때 한 글자 한 글자를
강조하지 않도록 한다. 왜냐하면 이 과정은 아이에게 'ㄱ'이나 'ㄴ'이 낼 수 있는 소리를 들
려주는 것이 주요 목적이므로 가볍게 한 번씩 읽어 주는 것으로 그친다. 또 읽기는 모음에
관한 느낌도 상당히 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른들도 제대로 발음하기 힘든 것이므로 특히
아이들에게 외우게 하거나 읽기를 강요하지 않도록 한다.
3단계 - 모음읽기
'ㅏ, ㅓ, ㅗ, ㅜ'등 모음이 들어 있는 낱말들을 제시해 모음 법칙에 대한 느낌을 키워 준다.
즉 같은 모음이 있는 것끼리 모아서 아이와 함께 읽기 놀이를 한다. '가방, 나비, 다리미, 라
디오'와 같이 'ㅏ'가 있는 글자를 선택해서 아이에게 보여 준 다음 섞어 놓고 읽으면서 찾기
를 한다.
그리고 '가나다라', '고노도로', '기니디리' 등을 외우면서 아이와 함께 작은별 노래나 나비
야 노래에 맞춰서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큰 종이에 써서 붙여 놀
고 한 번씩 짚어 가면서 읽어본다. 물론 강요하지 않도록 한다.
앞의 2, 3단계는 아이들이 특히 어려워 할 수 있으므로 강조하지 않도록 한다. 다만, 놀이
를 통해 낱자를 자꾸 보면서 스스로 깨달아 갈 수 있도록 한다.
4단계 - 받침 읽기
'가나다라'에 받침을 붙여서 노래를 부른다. 즉 '강낭당랑 망방상' 또는 '갈날달랄 말발살'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받침 법칙을 느끼게 해 준다. 받침 'ㅇ'과 받침 'ㄹ'이 어떻게 소리나
는지 노래를 통해서 익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같은 받침인 경우에 비슷하게 소리내어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ㅇ' 받침이 있는 낱말들을 한꺼번에 적어 놓고 읽어 주기도 하고 아이에게 카드로
만들어서 보여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강, 빵, 똥, 콩, 공' 등을 보여 주기도 하고, '돌, 물,
풀, 불' 등을 한꺼번에 보여 주기도 한다. 또 '강아지, 당나귀, 망아지, 방귀' 등을 한꺼번에
보여 주어서 ' ' 에 대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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