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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경제는 내사랑

by Frais Study 2020. 5. 11.

      1. 경제 생활의 시작
    원시인과 도깨비 방망이
    경제 생활은 어떻게 시작될까요?
  먼 옛날, 그러니까 호랑이가 아직 쑥이나 풀잎으로 만든 담배를 피고
다닐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그 때 지금의 한강 근처엔 성은 원씨이고
이름은 시인인 총각이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습니다. 같은
원숭이네 가족과 원시인네 가족이 크게 다른 점은 원숭이네 가족은 모두
온몸에 털옷을 입고 있지만 원시인네 가족은 나뭇잎 옷이나 갈대 옷을 주로
입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원시인 총각은 부모님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님이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원시인은 하루도 쉬지 않고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거나 산에
가서 사냥을 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나무열매를
따러 산을 헤매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만 하면 그 때부터 원시인 총각은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 할까? 강으로 가야 물고기가 많이 잡힐까? 산으로
가야 짐승을 많이 잡을 수 있을까?"
  하지만 물고기잡이와 사냥은 원시인 총각의 뜻대로 잘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고생만 하고,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가 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한밤중까지 헤매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어서 고기나 짐승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은 항상 빠듯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시인 총각은 자나깨나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 하는 가을이 되면 원시인 총각의
고민은 더욱 커졌습니다. 원시인 총각에겐 일년 중에서 가을이 가장 힘든
때였습니다.
  "겨울을 나려면 산에 올라가 나무열매를 있는 대로 따다가 말리고,
강에 가서 고기도 잡아다가 겨울에 먹을 수 있도록 미리 말려야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여름비에 삭아내린 움막 지붕을 갈기 위해
갈대나 풀을 베어다가 이엉도 새로 엮어야 했습니다. 또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선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토끼나 여우 등을 잡아 털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나뭇잎 옷이나 갈대 옷만으론 겨울을
나기가 좀 힘들었기 때문이지요.
  일이 힘들기는 했지만 원시인은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였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무 열매만이라도 집 가까운 데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실컷
따먹을 수 있게. 그런데 마을에 새로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요즘은 열매 몇 개 딸래도 깊은 산 속까지 가야 하니, 점점 더 힘이
들어. 게다가 올 겨울은 일찍 오는 것 같아. 벌써 추워지기 시작하잖아.
어떻게 해야 겨우살이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랬습니다. 그 해 따라 겨울이 일찍 오는 지 겨우살이 준비를 미처
하기도 전에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그래서 원시인은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은 날엔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어이구, 이럴 땐 도깨비 방망이나 하나 있었음 좋겠네. 계속 그것만
두들겨 대면 맛있는 나무열매가 막 쏟아지게."
  늦가을 어느 날, 원시인은 그 날도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집을
나섰는데 잘 다니지 않던 낯선 골짜기에서 개암나무 열매가 가득 달린
나무를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열매를 따다가
그만 해가 저물어 버렸습니다.
  "어어! 열매가 보이지가 않네, 저런 해가 져버렸잖아!"
  항상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한밤중에 산 속에서 자다간 어느 도깨비나 짐승에게
잡혀갈지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집으로 돌아가려고 개암나무 열매가 잔뜩 든 자루를 짊어진 채 길을
찾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 길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길을 헤매다 보니
저 먼 곳에 낡아빠진 움막 한 채가 보였습니다.
  "어쩔 수 없다, 오늘 밤은 저 집에서 보내야겠어."
  원시인은 내달리듯 빨리 걸어서 그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루 종일
열매를 따느라 피곤해진 원시인은 움막 한 켠으로 들어가 쭈그리고 앉아
잠을 청했습니다. 곤하게 잠을 자고 있노라니까 밖에서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깜짝 놀란 원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곳을
찾았습니다. 마침 한구석으로 이어진 헛간이 하나 있는 것을 보고
원시인은 헛간 속으로 들어가 나무 더미 뒤에 숨었습니다.
  그렇게 숨어 있노라니까, 움막문을 밀치는 소리가 들려 왔고, 여러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곧이어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는가
싶더니 노랫소리도 들려 왔습니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자 원시인은 배가 고파졌습니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그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달라고 하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먼저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원시인은 나무 더미를 살짝 밀치고 움막 안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머리에는 작은 뿔이 두 개
달려 있었고 몸에서는 푸르스름한 빛이 났습니다. 그들은 빙 둘러앉아
고기와 메밀묵, 그리고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원시인은 그들이 말로만 듣던 도깨비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머니가
들려 주시던 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들은 몸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나고
고기와 메밀묵을 좋아한다고 했거든요 게다가 도깨비들은 쉴 새 없이
도깨비 방망이를 두들겨 대 먹을 것이 나오게 했습니다.
  "닭고기 나와라!"
  그렇게 말하며 도깨비 방망이를 두들기자 정말로 닭고기가 튀어
나왔습니다.
  "메밀묵 나와라!"
  이번엔 메밀묵이 툭 튀어 나왔습니다. 하루 종일 굶은 원시인은 배가
고파서 군침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배가 너무 고파 견딜 수가 없게 되자 원시인은 자루에 든 개암나무
열매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열매를 하나 꺼내어 입에다
넣고 깨물었습니다.
  "딱!"
  원시인이 깨문 개암나무 열매에서는 꽤 커다란 소리가 났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도깨비들은 그만 난리가 났습니다.
  "지붕이 무너지나 보다. 어서 도망가야 해."
  원시인이 개암나무 열매를 깨무는 소리에 놀란 도깨비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모두들 어디론가 도망을 쳐버렸습니다. 갑자기 바깥이
조용해지자 원시인은 헛간에서 나와 도깨비들이 앉아 있던 곳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는 도깨비들이 먹다 둔 맛있는 음식과 잊어버리고 두고 간
도깨비 방망이 한자루가 놓여 있었습니다. 원시인은 점잖게 자리를 잡아
앉고선 음식을 배불리 먹은 뒤 도깨비 방망이를 잘 챙겨 자루에 넣은후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선 부모님들이 원시인이 돌아오지 앉자 밤새 한숨도 잠을 못
이루고 있었습니다.
  "아이쿠, 애야, 무사히 돌아왔구나."
  원시인은 어제 딴 개암나무 열매와 도깨비 방망이를 자루에서 꺼내
놓으며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뭐가 드시고 싶으세요?"
  "뭐가 먹고 싶긴, 너야 말로 뭐가 먹고 싶으냐? 내가 얼른 만들어
주마."
  "아니에요, 잡수고 싶은 걸 말씀하세요. 제가 얼른 만들어 드릴게요"
  "얘가, 하룻밤을 밖에서 새우고 오더니, 이상한 말을 다하는구나."
  "말씀만 하시라니까요."
  "글쎄, 통돼지구이가 먹고 싶구나."
  아버지의 말씀에 원시인은 도깨비 방망이를 두들기며 말했습니다.
  "통돼지구이 나와라."
  그러자 정말로 그들 식구 앞에 통돼지구이가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한마리가 통째로 그대로 나타난 것입니다.
  "아니, 얘야. 네가 도깨비 방망이를 얻어왔구나."
  그 날 아침 원시인네 식구들은 맛있는 통돼지구이를 실컷 먹었습니다.
원시인은 마음 속으로 갖고 싶어했던 도깨비 방망이를 정말로 얻게 된
것입니다. 이제 원시인은 고기나 열매를 얻기 위해서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할까 하는 고민들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도깨비 방망이가 하나 생기자 모든 것이 해결되어
버렸으니까요.

    (도움말)
    경제 생활은 선택하는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앞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원시인 총각의 바람만큼 나무열매와 물고기 등이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원시인 총각이 나무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물고기를 포기해야 하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나무열매
따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의 두 가지 사실을 경제학적인 말로 바꾸어 보면 이렇습니다. 즉
하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되면 다른 욕망을
억누르거나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과 사람의 욕망을 채워 줄
자원들은 한정 없이 주어지거나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욕망이라는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경제학은 인간의
욕망 때문에 생겨난 학문이거든요!)
  사람은 먹고 입고 자는 모든 일에 있어서 모두 일정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 속의 원시인 총각도 자신과
가족의 생활을 위해서 노동력과 시간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시인 총각에게 주어진 힘(노동력)과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원시인 총각은 자신에게 주어진 힘과 시간을
잘 이용하여 겨우살이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선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추운 겨울이 닥치기 전에 산에 가서 열매를 딸 것인지, 강에 가서
물고기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사냥을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라는 시간 동안에도 어느 때 얼마만큼의 시간을 어디서 보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새벽 일찍 잠이 깬 원시인이
산으로 가리라고 마음을 먹은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선택해야 할 것들에 부딪치게 됩니다.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어떻게 학교에 갈 것인가
등 여러 가지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즉, 생활이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선택이라는 문제는 어째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원시인 총각이 얻은 것처럼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튀어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만 하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뚝딱 하고
두들기기만 하면 도깨비 방망이에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도깨비
나라에서처럼 그렇게 얼마든지 많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즉 사람에게
쓸모 있는 것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끝없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경제학의 용어로는 자원의 희소성이라고 부릅니다.
  그 고민, 즉 자원의 희소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깨비 방망이를 구하러 다닌다고요? 하지만 그건 너무 허황된
일이지요. 도깨비 방망이를 얻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다, 자칫하면
도깨비들에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자원의 희소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경제 원칙에 따른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경제 원칙이란 최소의
비용(노력)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자는 것이지요.
  원시인 총각을 예로 들자면 가장 적은 힘과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가장 많은 열매와 고기를 얻는 방법을 찾자는 것입니다.
  이런 선택은 원시인 총각이나 오늘을 사는 우리들 모두가 해야하는
선택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알게 모르게 항상 이런 선택을 하는 생활,
즉 경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경제 생활은 선택하는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덧붙이는 말)
  앞에서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말이 나왔지요? 여기서 자원이란 사람에게
쓸모가 있는 것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그것은 자연에서 얻어집니다.
자연에서 얻어진 자원은 사람에 의해 상품으로 변하게 되며, 이러한
상품에는 재화와 용역이 있습니다.
  재화와 용역이 무엇이냐고요? 원시인 총각의 예에서 보자면 그가 따온
열매를 재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에게 쓸모가 있으면서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한편 원시인 총각이 가지고 있는 힘, 즉 노동력은 용역에 속합니다.
노동력은 눈앞에서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쓸모가 있는 것이지요.
  여러분들이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들 중에도 재화와 용역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쓸모가 있으면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인
공책 같은 것은 재화에 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하지요? 잘린 머리카락을 볼 수는 있지만
이발사 아저씨가 머리를 깎는 일을 눈에 보이거나 손에 만져지는
물건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쓸모는 있지만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노동력 같은 것을
용역이라고 합니다.

  자, 이제 다음의 몇 가지 문제들에 답을 해 보세요.
  1) 병원에 가면 치료비를 내고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치료라는 상품을 산 것입니다. 치료행위는 재화일까요, 용역일까요? (답:
용역)
  2) 서점에 가서 책을 한권 샀습니다. 책은 재화일까요, 용역일까요?
(답: 재화)
  3) 만일, 우리들 모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구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를 가졌다면 자원의 희소성이 존재할까요, 존재하지 않을까요?
(답: 존재하지 않음)
  4) 어머니가 시장에서 배추를 사면서 값을 깎았습니다. 어머니의
행동을 경제 원칙에 따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답: 할 수 있음)
@ff
    여우네 생선 가게
    경제인이 되기 위하여

  산속에 있는 동물나라에서 제일 장삿속이 밝은 동물은 누가 뭐라 해도
여우입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여우네 가족은 대를 물려가며 생선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 속의 동물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을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바다에서 나는 생선이랍니다. 왜냐하면 산
속에선 땅 위에 먹을거리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바닷속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구하기는 쉽지가 않거든요.
  싱싱한 생선은 구하기가 힘든 만큼 값도 비쌌습니다. 그래서 장삿속
밝은 여우네 가족들은 가장 이익이 많은 생선 가게를 하는 것이랍니다.
  "호호호, 여우네 생선 가게로 오세요. 언제나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싱싱한 생선을 팝니다."
  여우는 바닷가에 사는 어부인 돌고래나 물개들이 잡은 물고기를 사와서
팝니다. 왜냐하면 여우가 꾀가 많다고는 하지만 고기잡이까지 할 줄은
모르거든요.
  어부 동물들은 고기를 잡아서 자기들이 먹고 난 나머지를 여우네
가게에 팔아 그 돈으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 필수품을 산답니다.
  여우네 가족은 동물나라에서도 소문난 부자로 알려졌습니다.
생선가게를 해서 번 돈으로 여우는 동물나라에서 가장 기름진 밭을
사들이고 또 자식들에게도 여우굴을 따로따로 사 주었습니다.
  "아이고, 여우 엄마는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자식들에게 벌써
여우굴을 사 주었다지 뭐예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여우네 생선 가게에서 생선의 무게를 속여 판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말하자면 저울눈을 속인다는 것이지요. 점점 그런
소문이 널리 퍼져서 마침내 경찰관인 오소리까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경찰관 오소리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저 생선을 사러
오 척하고는 여우네 생선 가게에 들렀습니다.
  "여우 아줌마, 저녁에 먹을거리로 어떤 생선이 좋을까요?"
  "반찬으로 먹을 거요."
  "예, 그럼 마침 싱싱한 꽁치가 있으니 가져가세요, 많이 드릴게요.
1킬로그램에 1,000원씩인데, 얼마나 드릴까요?"
  "아줌마, 2킬로그램만 주시오."
  여우는 아주 상냥하게 웃으면서 꽁치를 저울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또 오시라고 많이 드렸습니다. 2.5킬로그램이 다 돼 가려고 하네요.
저녁에 맛있게 드세요."
  오소리는 꽁치값을 치르고 경찰서로 돌아와 사 온 꽁치를 저울에 달아
보았습니다.
  "아니, 이건 1.5킬로그램밖에 난 나가잖아? 그렇다면 소문이 맞군."
  그래서 오소리는 다른 경찰관과 함께 여우네 생선가게로 가서 경고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저울눈을 속인 건 일단 지나간 일이므로 없었던 일로 해
주겠고. 하지만 앞으로 또 저울눈을 속이면 속인 무게만큼을 당신의
살에서 잘라내겠소. 그리 아시오."
  여우가 겁을 먹은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아..., 저, 저, 예, 예, 죄송합니다. 제가 돈에 눈이 어두워서
그만... ."
  그 날 이후 동물나라에선 무게를 속여 파는 일 같은 건 없어졌답니다.

    (도움말)
    경제, 경제인
  앞의 이야기에 나오는 여우의 행동을 잠깐 살펴볼까요? 여우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여우는 경제 원칙에 따른 선택을 한 셈입니다. 가장 적은
힘(비용)을 들여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이익)을 얻기 위해서 저울눈을
속여 팔았으니까요. 하지만 물건을 사는 동물의 입장에서 볼땐 그건 경제
원칙에 따른 행동이 아닙니다. 정해진 값을 치르고 정당한 만족(생선)을
가져오지 못했으니까요. 이런 경우에 경제 원칙에 따른 여우의 행동은
이기적이어서 다른 동물에게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제 원칙이란 그렇게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라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 원칙은 사회 전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당하고 떳떳한 행동을
통해서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남에게 부당한 손해를 끼치는 것이 경제
원칙은 결코 아닙니다. 왜냐하면 경제학이 바라는 인간형은 경제 원칙을
추구하되 이기적이지는 않은 인간, 즉 경제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여우처럼 행동을 하는 많은 경제동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동물인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는 남의 이익이나 권리를 마구 짓밟고 양심마저 헌신짝처럼 버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경제인이 되기를 포기하고 경제동물이 된
사람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바라는 것은 경제인이지 경제동물은 아닙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경제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우리들 모두가 경제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학을 공부함으로써 경제인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나와 너가, 나아가 우리 모두가 함께 어울려 같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경제학이 필요한 것이지 몇몇 사람만을
위해서 경제학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참, 경제인을 강조하니까 내노라
하는 기업체 회장님급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 이름을 떠올리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 단체의 이름에서 뜻하는 경제인은 기업인
내지는 경영자를 말하므로 오해 없으시기를!)

    (덧붙이는 말)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라는 말을 경제 행위 또는 경제생활이라는 뜻으로
써 왔습니다. 하지만 경제라는 말은 경제 단위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 경제가 어떤 사회 단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른 것이지요. 그러니까 한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보면
지역 경제, 한 나라는 중심으로 해서 보면 나라 경제, 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는 세계 경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야기
속의 동물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는 동물나라 경제가 될 것입니다.

  잠깐! 경제인들이 되기 위해선 다음 문제들을 반드시 따져 봐야
합니다.
  1) 김투기 씨는 시골에 있는 논에 곧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라고 속여서
평당 만 원짜리 땅을 평당 백만 원에 팔았습니다. 김투기 씨의 행동은
경제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답: 김투기 씨의 입자에선
경제 원칙에 따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론 인정될 수
없음)
  2) 앞의 문제에 나온 김투기 씨가 경제인이 아닌 경제동물이라 한다면,
왜 그럴까요?
(답: 경제인은 경제 원칙을 추구하되 이기적이지 않은 인간이어야
하는데 김투기 씨는 자신의 부당한 이익만을 위해서 남을 속였으므로)
  3) 어떤 경제학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냉철한 머리에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한다고요. 왜 그렇게 말했을까요?
(답: 현실을 느끼는 건 따뜻한 가슴으로 해야 하고 현실에 대한 해결책은
냉철한 머리로 찾아야 하므로)
@ff
    보리밥보다 못한 찰밥
    재화를 소비해서 얻는 만족감이란 무엇일까요?

  옛날에 인색하기 짝이 없는 자린고비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자린고비는 악착같이 아껴 쓰고 부지런히 일한 덕분에 제법 부자가
되었습니다.
  마을에서 팔려고 내놓는 논만 있으면 그 때마다 모두 자린고비가
사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누라와 둘이서만 계속 농사를 지을 수가
없을 정도로 논이 많아지게 되었지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자린 고비도 머슴을 두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지독한 구두쇠로 알려진 자린고빈인지라 머슴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도 머슴이 구해지지 않자 자린고비는
마침내 고을의 여러 곳에 방을 붙였습니다.

    머슴 구함
  조건: 신체 건강하고, 쌀 한 가마 정도는 왼손만으로도 들 수  있어야
함.
  대우: 장이 설 때마다 고깃국 제공. 가을 내내 찰밥 제공. 추수가
끝나면 쌀 다섯 가마를 줌.

  이렇게 구체적인 대우를 밝힌 방을 여러 곳에 붙이고 나자 그 때서야
머슴을 하겠다고 여러 사람이 몰려 왔습니다.
  "흠, 자린고비 영감도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군. 고깃국에 귀한
찰밥이라..., 어디 한번 가볼까?"
  그 때는 워낙 가난하던 시절이라 고깃국은 커녕 된장국도 먹기가 힘들
때였습니다. 더더구나 찰밥은 부잣집에서나 먹어 볼 수 있는 밥으로
가난한 집에선 보리밥도 실컷 먹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자린고비가
그런 방을 붙이자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랍니다. 자린고비는 여러 사람들
중에서 마침내 한 사람을 골라 머슴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머슴이 들어오고 난 뒤 처음으로 장이 서는 날, 자린고비는 잊지 않고
장에 갔습니다.
  "야, 자린고비 영감도 별수 없군.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나봐."
  마을 사람들은 자린고비가 장에 가는 것을 정말로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눈초리로 지켜보았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 되자 자린고비가 두 손을 잔뜩 치켜 세운 채
집으로 들어서며 마누라를 불렀습니다.
  "여보, 마누라, 빨리 손 씻을 물 내오고 국 끓일 준비를 해요."
  "아니, 손은 왜 그러고 계십니까? 어유, 비린내야!"
  자린고비의 마누라는 자린고비의 손에서 나는 생선 비린내에 코를
감싸며 질겁을 했습니다.
  "헤헤, 하루 종일 어물전을 돌아다니면서 생선들을 만졌더니 이렇게 된
거라오. 이 손 씻은 물로 국을 끓이면 바로 생선 고깃국이 되지 않겠소?"
  마누라로서도 기가 막힌 나머지 뒤로 자빠질 일이었지만 남편의 성질을
알고 있는 터라 군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자린고비가 생선 만진
손을 씻은 물을 가마솥에 붓고 불을 지폈습니다.
  그날 저녁 자린고비는 머슴이 밥을 먹을 때 한 마디 하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음, 약속 한가지는 지킨 걸세."
  머슴은 기가 막혔지만 한 번 속아 주기로 했습니다.
  한편 자린고비는 머슴이 밥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속으로 몹시
아까웠습니다. 하지만 일을 부려먹자니 밥을 안 줄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마침내 가을이 되었습니다.
  "흐음, 내가 이제 자네한테 또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네."
  자린고비는 머슴에게 그 날부터 찰밥을 주겠노라고 했습니다. 머슴은
속으로 약간 미심쩍었지만 그냥 잠자코 있었습니다.
  그러자 정말로 그날 저녁부터 찰밥이 나왔습니다. 오래간만에 보는
찰밥이라 머슴은 밥상에 차려진 찰밥을 실컷 먹었습니다.
  "끄윽, 잘 먹었다."
  그 다음 식사 때도 또 찰밥이 나왔습니다. 여전히 맛있게 먹어
치웠습니다. 머슴은 그렇게 사흘, 나흘 계속해서 찰밥이 입에 물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찰밥을 보리밥보다도 오히려 입에 물리기가 쉬운
음식이랍니다. 그런 찰밥을 끼니마다 먹게 되자 머슴은 점차 찰밥이 먹기
싫어졌습니다.
  "아이고 지겨워, 찰밥이라면 이제 신물이 난다."
  찰밥에 물려 버린 머슴이 자린고비에게 말했습니다.
  "주인 영감님, 찰밥은 더 이상 못 먹겠으니 차라리 보리밥을
주시지요."
  "에끼. 이 사람. 배부른 소리 하지 말게. 다른 집엔 찹쌀이 귀해서
정월 보름날 아니면 찰밥을 구경도 못해. 원래 주인이란 약속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 법이야, 에헴."
  정말 자린고비는 자기가 약속한 대로 가을 내내 찰밥을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머슴으로선 처음엔 그렇게 맛있던 찰밥이 입에 물리자 그만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너무도 찰밥에 물린 나머지
머슴은 아예 옆집이나 주막집에서 밥을 따로 사먹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자린고비 영감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도저히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자린고비 영감은 머슴이 집에서 밥을
먹지 않자, 속으로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머슴은
추수가 끝나 새경을 받을 때까지는 꾹 참으며 밥을 사먹을 수밖에 없어
입맛이 씁쓸했습니다.

      (도움말)
   한계효용이란 무엇일까요?
  앞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머슴은 처음에 찰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머슴은 찰밥을 먹음으로써 만족감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경제학의 용어로 바꾸어 본다면 이렇게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머슴은 찰밥(재화)을 먹음으로써(소비함으로써) 만족감(효용)을
얻게 된 것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그 만족감의 크기는 차이가 날
것입니다. 즉 효용이란 어떤 재화를 소비함으로써 각자가 얻게 되는
만족감을 뜻합니다.
  이제 머슴이 얻게 되는 만족감을 수치로 표시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해
봅시다. 또 머슴의 입맛은 똑같다고 가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에서도 '가정'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건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학문적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랍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보면 머슴이 찰밥을 먹고 나서 느낀 만족감은 맨 처음 먹었을
때가 가장 컸을 것입니다. 그리고 두 끼, 세 끼째 찰밥을 먹으면서 그
만족감의 전체 크기는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머슴이 얻게 되는 만족감을 나타내 보면 다음의 "찰밥에 대한
한계효용표"와 같습니다.

   "찰밥에 대한 한계효용표" (단위: 끼)
  찰밥의 소비량  총효용  한계효용
  0  0  0
  1  6  6
  2  10  4
  3  10  0
  4  9  -1

  표에 나타난 것을 보면 머슴이 얻는 만족감(호용)의 크기는 두 끼
까지는 계속 늘어나다가 네 끼째가 되면서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거듭해서 찰밥을 한 끼 더 먹을 때마다 추가로 늘어나는
효용의 크기를 옆에다 표시해 봅시다.
  이렇게 찰밥을 한 끼 더 먹음으로써 얻게 되는 전체 효용의 크기, 즉
전체적인 만족감의 크기를 총효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각 끼니마다
늘어나게 되는 효용의 크기, 즉 지난번에 비해 늘어난 만족감의 크기를
한계효용이라고 합니다.
  머슴은 한 끼도 아니고 그렇게 며칠을 계속해서 찰밥만 먹다 보니
물리기 시작했습니다. 찰밥은 점점 느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아예 먹기가 싫어져 버린 것입니다.
  즉, 찰밥에 대한 한계효용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표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재화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수록 그 재화 한
단위가 주는 만족감(한계효용)은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위의 표에서 보면 한계효용이 0이 될 때까지 총효용은 증가하며,
한계효용이 0일때 총효용은 최대가 됩니다. 그리고 한계효용이
마이너스(-)가 되면 총효용은 감소합니다. 따라서 총효용이 줄어들게
되면 우리는 재화를 더 이상 소비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이제 머슴이 아닌 우리들 자신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리고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같은 것을 계속해서
먹거나 입으면 질린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콜릿을 예로 들어 봅시다. 아마 몇 개 먹지 않아서 우리는 더 이상
먹고 싶어지지가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달고 맛있던
초콜릿이지만 강제로 더 먹으라고 한다면 나중에는 얼굴을 찌푸리게
됩니다.
  앞에서 말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란 바로 우리가 생활 속에서 느껴
알고 있는 사실을 하나의 법칙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사실을 볼 때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물건에 대해서 지나치게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흔히
어른들이 식사 시간에 아이들에게 하는 말 중에 더 먹고 싶다 할 때 그만
먹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한계효용이 0이 되기 전에
욕심을 더 이상 부리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른들이 경제학적으로 따져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지만요.
  아무튼 모든 것에 있어서 지나치지 않고 적당한 욕심을 내는 것이
경제인다운 행동일 것입니다.

  다음 문제들을 통해서 배운 걸 확인해 봅시댜.
  1) 가영이는 지금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오늘은 가영이의 생일이니 먹고 싶은 만큼 먹어 보라고 하신 것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났을 때 가영이가 느끼는 만족감을 경제학에서는
무엇이라고 부르지요? (답: 효용)
  2) 가영이는 이제 막 아이스크림을 두 개째 먹었습니다. 그런데 두
개를 먹고 나자 하나를 더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세
개째 먹었습니다. 가영이가 아이스크림 두 개를 먹었을 때에 느꼈던
만족감과 세 개를 먹었을 때 느꼈던 만족감의 차이를 경제학에서는
무엇이라고 부르나요? (답: 한계효용)
  3) 가영이는 마침내 아이스크림 네 개째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까보다 훨씬 더 맛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더 먹을
수록 만족감이 적어지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무엇이라고 합니까? (답: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FF
    시인과 그의 아내
    물건을 살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흰눈이 펑펑 쏟아지는 거리를 허름한 외투를 걸친 사내 하나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내의 머리엔 하얀 눈이 무거우리만치 얹혀 있었습니다. 사내는 연신
손을 호호 불며 종종걸음을 쳤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윽고 어떤 가게 앞에 다다른 사내는 문 앞에서 머리와 외투에 쌓인
눈을 털었습니다. 잠시 후 사내는 그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곳은 헌책방이었습니다. 얼마 후 다시 가게 밖으로 나온 사내의
손에는 책 한 꾸러미가 들려 있었습니다.
  어느 새 눈은 그쳤습니다. 사내는 외투깃을 잔뜩 세운 채 길모퉁이를
돌아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헌책방 앞에 젊은 부인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색바랜 머플러를 머리에 뒤집어 쓴 채 고무신을
신은 그 부인의 발이 조금 전까지 내린 눈 속에 푹푹 빠졌습니다.
  부인은 헌책방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스르르 책방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부인의 손에도 역시 책 한 꾸러미가 들려
있었습니다. 부인도 사내가 사라진 길모퉁이 쪽으로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어느 초라한 집의 조그마한 방에서 한가족이 저녁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사내와 그의 아내, 그리고 어린 아이, 그렇게
세식구가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오늘 당신이 갖고 싶어하던 책을 몇 권 사왔어요."
  "뭐라고? 책 살 돈이 어디 있어서... ."
  "어제 당신이 원고료로 타 온 10만 원에서 2만 원을 썼어요."
  "뭐, 뭐라고? 쌀 사고 당신 신발 한 켤레 사고 연탄 들여놓고 나면
남는 돈이 어디 있다고... ."
  사내는 가난한 시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생활은 물론 책을 사는 일에도
늘 쪼들려야만 했지요.
  아내는 그런 남편이 안쓰러워서 어떻게든 생활비를 쪼개 남편이
헌책방에서 만지작거렸던 책을 사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원고료가 들어오자 큰 맘 먹고 책값으로 2만원을 써버린 것이지요.
  사내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습니다.
  "여보, 미안하구려. 사실은 어제 원고료를 12만 원 받았는데 그 중에서
2만원은 벌써 내가 책을 사느라고 써 버렸소."
  "다 알아요. 그렇지만 당신이 사고 싶었던 책이 그것 뿐만은
아니잖아요. 당신이 돈이 모자라서 사지 못하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다
그냥 두고 온 나머지 책들이 여러 권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 책들을
그 책방 책꽂이에서 우리 집으로 옮겨다 놓았어요."
  "내가 욕심이 너무 지나쳤나 보오, 여보."
  "아녜요. 당신은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잖아요. 제가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늘 미안할 뿐이에요, 여보"
  시인과 부인은 와락 껴안고 울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영문을 모르는 채
같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인 부부는 원고료로 받은 12만 원 중에서 무려 4만
원이라는 돈을 책값으로 써 버린 것입니다. 덕분에 아내는 얼마 동안
먹을 쌀을 조금 사고 나자 자신의 겨울 신발은 커녕 연탄도 제대로
들여놓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 덕분에 시인의 집은 배고픔을 참으며
겨울 내내 춥게 지내야 했고, 아내는 언 발로 여러 날을 견뎌야
했습니다.
  시인은 겨울 내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도움말) 
    한계효용균등의 법칙
  이야기 속에 나오는 시인 가족은 생활비로 써야 할 돈 12만 원 중에서
4만 원이라는 돈을 책을 사는 데 써 버렸습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시인의
가정과 같은 상황에서 12만 원이라는 돈이 생활비로 주어졌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단, 12만 원이라는 돈을 아무리 잘 사용한다 해도 3인 가족이
겨울을 나기에 충분하지 못한 금액이라고 가정을 합시다.) 아마 대부분의
합리적인 사람들은 우선 연탄과 쌀을 사는 데 돈을 썼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앞에서 우리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는 것이 경제 원칙이라는 것을 이미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같은 돈을 가지고 가장 큰 만족감을 얻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경제 원칙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것이지요.
  시인 가족의 경우라면 자신의 소득인 12만 원이라는 돈으로 따뜻하고
배고프지 않은 겨울을 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 경제 원칙에 따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겨울이 몹시 추운 계절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우선 먹을 쌀과 연탄을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고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는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까요?

  소비자가 가장 큰 만족감(효용)을 얻기 위해서는 앞에서 배운
한계효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소비자가
가장 큰 만족감(효용)을 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구입하려고 하는 물건들의 마지막 한 단위에 대한
한계효용이 같아지도록 물건을 구입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정해진 소득을 가지고 사려는 각 재화에 쓰여진 화폐 한
단위(1원어치)의 한계효용이 같아지도록 해야 소비자는 자신의 만족감을
가장 크게 할(효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거지요.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균등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물론 각 재화에 대한
한계효용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며, 사람에 따라 같은 소득을 쓰는
방법도 달라지게 되지요.
  현실적으로는 같은 값이라면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상품을, 같은
만족감을 준다면 값이 싼 상품을 사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려는
상품의 값이 자신의 소득을 넘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선택이 바로 한계효용균등의 법칙에 따른 행동이며 경제인의 행동입니다.

    (덧붙이는 말)
  지금까지 우리는 한계효용균등의 법칙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아마
여러분들 중에는 이야기 속의 시인 부부가 한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연탄과 쌀이나 사지 뭣 하러 책을 4만 원어치나
샀냐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시인 부부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연탄과 쌀보다
먼저 책을 구입한 것입니다. 그 결과 시인 가족은 겨울 내내 춥고
배고프게 지내야만 했고, 시인의 아내는 언 발로 겨울을 나야만
했습니다. 아마도 시인 부부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한계효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만족감을 얻는 재화가 다르기 때문에) 춥고 배고프더라도
책을 보는 것이 더 만족감을 준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어쩌면 여러분들 중에서도 시인 부부의 행동과 생각이 지적이며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사실 시인 부부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제 원칙에 따른 행위를 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덕분에 시인 가족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니까요. 한겨울에 추위와 배고픔을 참아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우리는 시인 가족의 예에서 다음의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 원칙에 따른 행동을 하지 못하면 그 대가로 커다란 불편을 겪거나
후회스러운 결과를 당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어떤 물건을 살 때 우리는 일일이 한계효용표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사려고 하는 물건에
대한 만족감(한계효용)이 균등해지도록 물건을 사기 위해 애는 써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번 돈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꼭 필요한 물건을, 그리고 싸고
좋은 물건을 사는 것이 한계효용균등의 법칙이라고요.

  자, 좀더 현실적인 문제인 다음 질문들을 살펴보세요.
  1) 유나는 어머니에게서 용돈을 받았습니다. 유나는 과자도 먹고 싶고
장난감도 사고 싶습니다. 가장 큰 효용을 얻기 위해서 유나는 어떤 경제
법칙에 따라 용돈을 쪼개 써야 할까요? (답: 한계효용균등의 법칙)
  2) 홍길동이가 서울 특별시에 나타나 서울 특별시에 사는 부자들로부터
돈을 빼앗아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전체 서울
시민의 총효용은 증가할까요, 감소할까요? (답: 부자들에겐 얼마 되지
않은 돈이라도 달동네 사람들에겐 큰 돈이 되기 때문에, 돈이 가지는
한계효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홍길동이가 나누어 준 돈은 전보다 훨씬 더
큰 한계효용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체 서울특별시민의 총효용은
증가합니다.)
  3) 앞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시인 부부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해 보세요. (답: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춥고 배고프더라도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 더 큰 만족감을 준다고 보면 시인 부부의 행동은 나름대로
경제원칙에 맞는 행동일 수도 있으니까요.)
@FF
    춘섭이의 짝사랑
    짝사랑에도 돈이 든다면서요?

  춘섭이는 아침마다 일터인 공사장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착실한
젊은이입니다. 일터에 도착하자마자 춘섭이는 그 날 쓸 자재와 연장 등을
살펴보고 어질러진 곳을 치우기도 합니다.
  요즈음 춘섭이는 무척 신이 났습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와서 열심히
일을 한 덕분에 저금통장에 제법 목돈이 쌓여 가고 있거든요.
  춘섭이에겐 남다른 꿈이 하나 있답니다. 목표한 돈이 다 모이면 시골
고향으로 다시 내려가 논밭을 좀 산 뒤 학교 다닐 때의 꿈인 과수원을
하겠다는 것이 바로 춘섭이의 꿈이지요.
   춘섭이는 과수원에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는 것만 상상하면 절로
몸에 힘이 솟았습니다. 거기에다 욕심을 좀 내자면 서울에서 마음에 드는
색시감을 하나 얻어서 같이 내려가는 것이지요. 지금 자취하고 있는 집의
건넛방에 사는 영숙이 같은 참한 색시를 얻어 함께 시골에 내려가
오손도손 살고 싶다는 게 춘섭이의 욕심이라면 욕심이지요.
  춘섭이는 힘든 공사장 일을 하다가도 영숙이가 웃는 모습만 생각하면
힘이 다시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숙이가 웃는 모습은
춘섭이에겐 마치 시원한 얼음조각이 입 안에서 구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영숙이 정도면 장래 내 신부감으로 손색이 없어."
  춘섭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답니다.
  그러나 사실 영숙이는 춘섭이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영숙이의 눈엔 춘섭이가 너무 고지식하게 보였거든요.
  그런 사정도 모르는 춘섭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숙이에게 시간을
좀 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 때마다 영숙이는 배시시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함으로써 춘섭이의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춘섭이는 공사장 일을 끝내고
어둑어둑해지는 길을 따라 자취방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춘섭이는
무심결에 지나가는 길가의 제과점에 달린 유리창 너머로 가게 안쪽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가게 안에 영숙이가 웬 젊은 남자 하나와
다정하게 웃으면서 마주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영숙이는 계속해서 배시시 웃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춘섭이는 심장이 멎는 듯했습니다.
  "세상에! 영숙 씨가 다른 남자랑?"
  춘섭이는 유리창 너머의 아가씨가 영숙이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먼
발치에서 몇 번이나 다시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가씨는 틀림없는 영숙이였습니다.
  자취방으로 돌아온 춘섭이는 그 날부터 몹시 앓았습니다. 자면서는
헛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결근이라고는 모르는 춘섭이였는데 며칠째
공사장 일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어디 아프냐며 죽을
쑤어 주었지만 죽이고 뭐고 아무것도 입에 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춘섭이는 아픈 몸을 끌며 영숙이의 회사 가까운 곳을 서성이며
영숙이를 기다려 보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자기가 왜 이러는지를 자신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전에는
일터에 가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는 춘섭이가 벌써 며칠째 이렇게
출근도 하지 않고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유행가의
가사처럼 내 마음 나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춘섭이가 일하는 일터는 일당으로 임금을 받는 곳입니다. 그래서
출근을 하지 않으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은 춘섭이 자신이
누구보다도 제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춘섭이는 점점 몸이 말라 갔습니다. 그러나 좀체 영숙이에게 말을 건네
볼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습니다.

    (도움말)
    기회비용
  이미 우리가 텔레비젼 연속극 "서울의 달"에서 봤듯이 춘섭이 총각이
영숙이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일도 하러 가지 않고 괜히 헤매고 다닐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영숙이에게 말을 건네 볼 기회조차 좀처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여러분도 같은 생각이지요? 뭐라구요? 그까짓 일로 일도
나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구요?)
  흔히들 짝사랑을 하면 돈이 들지 않아서 좋다는 말을 합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이제 춘섭이가 영숙이를 짝사랑하는 것을 예로 들어서 정말로
돈이 들지 않는지 어쩐지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자, 얼른 보면 춘섭이는 영숙이에게 차 한 잔은 커녕 물 한 잔도 산
일이 없으니 정말로 든 돈이 한 푼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춘섭이는 영숙이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걸 보고선 그
날부터 돈을 벌러 나가지 못하고 맙니다. 만약 춘섭이가 일터에서 하루에
10만 원씩을 벌었다고 하면 앓아 누워 있는 동안에 벌지 못한 돈이 매일
10만 원씩이 됩니다. 그러므로 영숙이를 짝사랑함으로써 잃어버리게 된
돈은 (10만 원 * 회사에 나가지 않는 날짜수)가 되는 것이지요.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어떤 경제 행위 때문에 직접 들어간 비용이 아닌,
바로 어떤 행위 때문에 포기한 다른 일로 얻은 수 있는 만족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런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떤 한 가지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기해야만 하는 다른 재화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경제학에선 
중요시한다는 뜻이지요.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비용을 기회비용이라고 합니다. 즉, 어떤 한 가지
일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에 다른 것을 하지
못함으로써 잃게 되는 만족감이 바로 어떤 일의 기회비용이 되는
것입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보자면 춘섭이의 짝사랑이 가져온 기회비용은 일을
하러 나가지 못함으로써 포기하게 되는 임금이 되는 것입니다. 짝사랑
때문에 앓아 누워 있느라고 일을 하지 못함으로써 받지 못하게 된 임금이
바로 짝사랑의 대가인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벌 수 있었던 돈을 못 벌게 되면 벌 수 있었던 돈을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춘섭이는 짝사랑을 하지 않았으면 벌
수 있었던 임금을 짝사랑을 하느라 다 쓴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구요.
즉, 짝사랑을 하느라 돈이 든 셈입니다.
  그렇다면 짝사랑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말도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잘못된 생각일 수밖에 없겠지요?
  이미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경제 생활이란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것을 선택하면 저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요. 그리고
선택이 있는 곳엔 항상 기회비용이 따라다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사랑의 문제를 돈으로 따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잘못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선택 아니면 포기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은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글피에 시험을 봐야 하는데 일요일인 오늘 날씨가 무척 좋습니다.
여러분은 시험공부를 하든가 아니면 친구들과 나가서 놀든가 두가지 중의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밖에 나가 노는 것을 포기하고
시험 공부를 한다면, 시험 공부를 하는 기회비용은 밖에 나가서 노는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시험 공부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을 경제학적으로 따져본다면
바로 친구들과 노는 것이 된답니다. 친구들과 노는 즐거움을 대가로
치르고 하는 시험 공부, 기왕이면 좀더 열심히 해야할 것입니다.
  앞으로 어러분들은 어떤 선택에 부딪히게 될 때. 항상 기회비용을
생각하고 선택을 하게 되면 여러분의 선택은 훨씬 더 경제인다운 선택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이제 기회비용의 개념을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기로 합시다.
  어떤 사람이 하루 동안 밖에 나가 일을 할 경우 미장일을 하면
50,000원을 벌 수 있고 벽지 바르는 일을 하면 30,000원을 벌 수 있다고
합시다. 이 사람이 벽지 바르는 일을 할 경우 기회비용은 미장일을 했을
경우 벌 수 있는 돈인 50,000원이 됩니다.
  위 그래프의 기울기는 -3/5이 되는데, 이것은 벽지 바르는 일을 할
경우 미장일을 하는 경우의 5분의 3밖에 벌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음 문제를 풀고 나면 기회비용의 뜻이 더욱 확실해질 거예요.
  1) 정언이는 어머니가 책을 사라고 주신 돈 5,000원을 가지고 서점에
갔습니다. 정언이는 만화책과 경제책을 놓고 망설이다가 경제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정언이가 경제책을 산 데 대한 기회비용은 무엇일까요?
(답: 만화책을 읽는 즐거움)
  2) 안믿어 씨는 천만 원이라는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천만
원을 1년 동안 은행에 맡겨두면 백만 원의 이자가 붙습니다. 하지만
안믿어 씨는 그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고 자신의 금고 안에 1년동안
보관했습니다. 안믿어 씨가 천만 원이라는 돈을 자신의 금고에 보관한 데
따른 기회비용은 얼마입니까? (답: 백만 원)
  3) 정은이는 결혼을 하면 남편을 따라 다른 도시에 가서 살아야 하므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 경우 정은이의 결혼에 따른 기회비용은
무엇입니까? (답: 직장생활로 얻을 수 있는 만족감)
  4) 여러분 가운데에 이 책을 읽고 난 뒤 한달 후에 결혼을 하는 분이
계신다면,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의 결혼에 대한 기회비용은 무엇이라고
여겨집니까?

      2.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노루목 장터 이야기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하늘 밑이 터지기라도 한 듯
하루종일 눈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겨울이라 별로 할 일도 없어서 농부네 가족은 일찌감치 저녁을 먹은 뒤
불씨를 담은 화로 옆에 둘러 앉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들려 주는 옛날 이야기에 푹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사립문이 흔들거리며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여보세요, 계십니까?"
  "어, 이 밤중에 누구지?"
  아이들은 방금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옛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여우나
도깨비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좀더 세차게
문을 흔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까지 하는 걸 보니, 정말 옛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여우가 틀림없는 듯했습니다.
  "할아버지, 무서워요."
  아이들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이불 속에 머리를 숨기느라 바빴습니다.
  그 때 아랫방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구시오? 누군데 이 밤중에 찾아온 거요?"
  "예, 전 산 속에 사는 사냥꾼이올시다."
  잠시 후 아버지는 밖으로 나가 사냥꾼을 만났습니다.
  "어?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시잖아."
  "여우나 도깨비면 어떻게 하시려고 나가시는 거지?"
  아이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불 속에서 머리를 꺼낸 채 밖에서 들려 오는
이야기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사냥꾼이 말했습니다.
  "농부님, 제가 따뜻한 털가죽옷을 드릴 테니까 그 대신 가을에 추수한 곡식을
좀 주십시오."
  사냥꾼은 산 속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사냥을 할 수가 없게 되어 먹을 것이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대로 지내다가는 굶어죽을 것 같아서 이렇게 멀리
마을을 찾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워낙 눈이 많이 온 탓에 아침에 길을
나섰지만 이렇게 밤중에야 겨우 마을에 도착했다는 것이었지요.
  아버지는 사냥꾼에게 따뜻한 저녁을 차려 주었습니다. 사냥꾼은 배가 무척
고팠던 탓에 허겁지겁 저녁을 깨끗이 먹어 치웠습니다.
  저녁을 먹고 하룻밤을 집에서 지낸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사냥꾼에게 알곡 한 자루를 내주고 털가죽옷 두 벌을 받았습니다. 털가죽옷은
무척 따뜻하게 보였습니다.
  털가죽옷 한 벌은 할아버지가 입으셨고 다른 한 벌은 아버지가 입으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새 털가죽옷을 입고 이웃으로 마실을 가셨습니다.
  "아니, 할아버지 그 멋진 옷 어디서 났어요?"
  "허허, 멋있어? 이거 어제 우리 집에서 자고 간 사냥꾼이 주고 간 거야.
얼마나 따뜻한지 몰라."
  "야, 나도 한 벌 있었으면 좋겠네."
  동네 사람들은 모두들 할아버지의 털옷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자 겨울 동안 그 사냥꾼 말고도 다른 사냥꾼이 그 마을에 찾아왔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마을로 찾아오는 사냥꾼 손님을 반겼습니다.
  봄이 되자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은 그 사냥꾼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봄이
되어 사냥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사냥꾼들은 겨울을 나게 해준 동네 사람들에게
잡아 놓았던 짐승의 고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고마운 마음에
겨울 동안 삼은 짚신 같은 것들을 사냥꾼에게 주었구요.
  그렇게 농부 마을과 사냥꾼 마을 사람들은 서로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 마을 사이의 중간쯤 되는 곳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약속 장소는 노루가 잘 다니는 길목이라 해서
노루목이라고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차츰 소문이 퍼지자 다른 여러 마을에서까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노루목엔 주막집도 생기고 제법장터 분위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노루목 장터에 가면 자기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쉽게 바꾸어 올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사냥꾼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보리개떡을 만드는
재료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냥나갈 때 점심으로 먹을 수 있게 옆구리에 끼고
다니기가 쉬웠거든요. 
  또 농부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말린 꿩고기 였다고 합니다. 꿩고기는
국에도 넣어 먹을 수 있고 조림으로도 먹을 수가 있어서 채식만 하는 농부들의
입맛을 돋게 할 수가 있었거든요.
  아무튼 노루목 장터는 점점더 알려지게 되었고 활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노루목 장터에는 밥도 팔고 잠도 재워 주는 주막까지
생겨 장이 서기만 하면 아무 때라도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도움말)
    시장의 발달
  앞의 이야기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과 남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서로
바꿔서 쓰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처음엔 자기가 가꾼 곡식이나 잡은 짐승만을 먹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답니다. 자기가 가진 물건은 대개
남지만 다른 것은 부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지요.
  하지만 생활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물건이 필요했답니다. 그래서 서로
자신의 생산물을 바꾸어 쓰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각자가 가진 물건을
서로 바꾸어 쓰는 것을 물물 교환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자기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가진 사람을 직접
찾아다니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서 상인이랄지 시장이랄지 하는 것들이 생겨나게 되었답니다.
  보통 우리들이 말하는 시장이란 사람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의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지요. 처음엔 서로 필요한 물건을 가진 사람끼리 직접 물건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여러 가지 물건을 두루 갖춰놓고 장사를
하는 상인이 생겨나게 됩니다. 상인이 생김으로써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더
편해졌습니다.

  사고 팔 물건들이 있고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과 물건값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 바로 시장입니다. 상인들은 손님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 어떤 것이며 그 물건을 어디에 가서 구해다 얼마에 팔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합니다. 그리고 손님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 어느 가게에
가면 있고 물건값은 얼마나 되고, 또 어느 가게에서 그 물건을 싸게 파는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합니다.
  이렇게 해서 시장에서는 물건들이 사고 팔리며 물건값이 정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물건값이 어떻게 정해지는 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을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여러분들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까운 가게나 시장, 혹은 백화점으로
달려갑니다. 그런 가게나 시장, 혹은 백화점 등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을 우리는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여기서 시장이라는 말의 뜻에 대해서 좀 생각해 봅시다. 시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상품을 쌓아 놓고 파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을 팔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용역을 파는 곳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상품을 파는 시장입니다. 이발이나 치료를 받는 일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인 용역을 파는 곳도 시장이랍니다. 이렇게 현대에 와서는 옛날의 장터와는
달리 시장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뜻이 아주 많아지고 넓어졌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을 파는 곳도 시장이라면 이발소나 병원말고도 증권
회사나 은행 같은 곳도 시장에 해당됩니다.
  이발소에서는 이발이라는 용역을, 병원에서는 의료라는 용역을 판답니다.
그리고 증권 회사 같은 곳에서는 주식이나 사채와 같은 것을 사고 팝니다.
은행에서는 저축이라는 상품을 팝니다. 물론 이런 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발소, 병원, 증권 회사, 은행 등도 모두가 시장의
한 형태입니다.

  이제 지금까지 읽은 것을 바탕으로 다음 문제에 대해서 대답해 보세요.
  1) 진미는 자신의 공책 한 권을 은미의 연필 한 자루와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물건과 물건을 바꾸는 일을 뭐라고 부르나요? (답: 물물교환)
  2) 다음에서 시장에 속하지 않는 것을 골라 보세요.
  생선 가게, 학교, 옷가게, 공원, 극장, 서점, 약국, 만화방, 분식집, 세무서,
목욕탕 (답: 학교, 공원, 세무서)
  3) 시장이 우리 생활 속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써 보세요.
@ff
    꿩 대신 닭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마음

  노루목에 장터가 생긴 지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차츰 먹고 사는 일이
안정되어 가자 사람들은 먹을거리보다는 옷이랄지 장식품이랄지 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정월 대보름은 일년 중에 가장 큰 명절인데, 그 명절 전엔 대목장이라
하여 일 년 중 가장 큰 장이 노루목에 섭니다. 그 대보름 대목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물건은 사냥꾼 마을에서 가져온 여우털로 만든 목도리와 꿩의
깃털이 장식으로 붙은 화살이었습니다.
  정원 대보름날이 되면 농사짓는 마을에선 처녀 총각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날이었기에 여우털 목도리와 꿩털 화살이 특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총각들은 여우털 목도리를 사서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게, 그리고 처녀들은 꿩털
화살을 한 묶음씩 사서 마음 속에 그리는 남자 친구에게 선물을 하면 서로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을의 어른들은 이런 풍습을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허허, 고얀지고. 예로부터 사치하지 말라 하였거늘 여우 목도리가 무슨
말이고 꿩털 화살이 무슨 말인고?"
  "그거야 먹고 살 만해졌으니까 그 정도는 봐 줄 수도 있지만 이마빼기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이 달밤에 어울려서 쏘다니는 꼴이란..., 쯧쯧. 세상 말세지
뭐예요. 우리가 클 땐 남자 친구가 어디 있어요, 남자 친구가!"
  그래서 처녀 총각을 자녀로 둔 집에서는 대목장이 열릴 때면 자식들을
단속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처녀 총각들은 요 핑계 저 핑계를 대거나 부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용케도 대목장에 다녀 왔습니다. 점점 그렇게 정월 대보름이 명절로
자리를 잡아가자, 가장 신이 난 사람들은 사냥꾼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여우털 목도리와 꿩털 화살이 없어서 못 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까요. 그래서 대보름 전의 대목장에선 여우털 목도리와 꿩털 화살이
보통 때보다 대여섯 배나 비싸게 팔렸습니다. 이 땐 아직 돈을 사용하기 전이라
처녀 총각들은 집에서 부모님 몰래 보리나 콩 등을 퍼와 갖고 싶은 물건과
바꿨습니다.
  "얘, 너 꿩털 화살 구했니?"
  "벌써 구해 놨지. 근데 큰일났어. 콩을 너무 많이 퍼내서 엄마가 아시게 되면
혼이 날 것 같애."
  "넌 겁도 없구나. 난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어. 다른 때보다 값이 너무
올라서..., 콩 두 됫박 정도 값이라면 나도 하나 사고 싶은데."
  "뭐, 꿩털 화살이 너무 비싸면 닭털 화살이라도 구하렴, 호호호."
  "너, 지금 누구 놀리니?"
  "놀리는 게 아니고 네가 딱해서 그러는 거야."
  아무튼 그 때부터 꿩대신 닭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온답니다.

    (도움말)
    수요란 무엇일까요?
  수요, 수요량, 수요의 법칙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은 못 말립니다. 그런데 그런 젊은이가 어른이 되면
예전의 어른들과 똑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하여튼 요새 젊은 것들이 ..."
하면서 시작하는 말 말이에요.
  앞의 이야기에서 처녀 총각들은 각각 꿩털 화살과 여우 목도리를 구하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이렇게 어떤 물건(재화나 용역)을 사려고 하는 바람을
수요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그 물건을 샀느냐 사지 않았느냐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바람을 수요라고 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야기 속에 나오는 많은 처녀 총각들이 꿩털 화살과 여우 목도리를
사고자 하는 바람이 바로 수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는 어떤 한순간을 단위로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정한 기간을 단위로 하여 표시됩니다.
  즉, 이야기 속에 나오는 마을에서 여우 목도리와 꿩털 화살에 대한 수요는
어떤 일정한 기간, 예를 들자면 1월 한달 이라든가 아니면 일 년 정도의 기간을
정하여 표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요량이란 어떤 물건의 가격이 얼마일 때 사고 싶어하는 양을
뜻합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꿩털 화살의 수요량은 다음과 같이 표시될
수 있을 것입니다. 꿩털 화살 한 묶음의 값이 2,000원(그 땐 돈이 없었지만
설명의 편의상 이 정도의 돈에 해당한다고 생각합시다) 이라면 꿩털 화살을
사려는 양은 40묶음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물건에
대한 수요량은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그 물건에 대한 값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물건에 있어서 물건값이 내리면 수요량은 늘어나며, 값이 올라가면
수요량은 줄어듭니다(예외인 물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할게요). 즉
물건값과 수요량은 서로 반대의 관계에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수요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백화점에서 할인 판매를 한다고 하면 모두들 아우성을 치며 달려가는 바람에
백화점 주변의 교통이 마비될 정도인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그러지 않으시겠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물건을 싸게 판다고 소문이 나면 모두들 그 물건을
사러 달려가느라 바쁩니다.
  이처럼 수요의 법칙은 현실 속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법칙입니다. 대부분의
물건의 경우에 값이 싸야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지요. (하긴 뭐
아저씨 떡도 싸야 사먹는다고 하잖아요!)

   수요표, 수요곡선
  이제 꿩털 화살의 가격과 수요량의 관계를 표와 그림으로 표시하여 봅시다.
가격과 수요량의 관계를 표로 나타낸 것을 수요표라고 하고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수요곡선이라고 합니다. 이 표와 곡선은 마을의 1월 한 달 동안을
기준으로 하여 표시한 것입니다.

  "꿩털화살에 대한 1월 한 달 동안의 수요표"
  꿩털화살의 값(단위: 원)  각각의 값에 대한 수요량(단위: 묶음)
  10,000  0
  8,000  10
  6,000  20
  4,000  30
  2,000  40

  그럼 꿩털 화살의 가격과 수요량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하여 봅시다. 가격과
수요량의 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수요곡선이라고 하며 다음과 같습니다.
  "꿩털화살에 대한 1월 한달 동안의 수요곡선" 생략

  그래프의 가로축에는 수요량을, 그리고 세로축에는 값을 표시하여 수요표에
나타난 수치들을 점으로 찍은 다음, 선으로 이어 나타내면 수요곡선이
만들어집니다. 물론 수요곡선은 직선뿐만 아니라 곡선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수요표와 수요곡선이 어떤 것인지 알겠지요? 다만 여러분들은 위에 표시된
표와 곡선이 1월의 것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른 달의 것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수요와 수요량이 변하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합시다.
  먼저 수요의 변화란 같은 가격에 대하여 수요량 자체가 변화하는 것은
말합니다. 다시 말해 가격은 변하지 않았는데 수요량엔 변화가 생긴 것을
말하지요. 그림에서 보면 수요곡선 자체가 이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앞의
그림에선 점선으로 표시된 수요곡선이 수요의 변화를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가격이 2,000원일 때 수요량이 40묶음이던 것이, 똑같이 2,000원일 때
30묶음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처럼 수요곡선 자체가 왼쪽으로 이동했으면 수요의 감소라 하고,
오른쪽으로 이동할 땐 수요의 증가라 합니다.
  그럼, 수요의 변화는 어떤 때 생기는 것일까요? 수요의 변화가 생기는
요인으로는 소득의 변화, 다른 물건값의 변화, 좋아하는 물건 종류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는데 뒤에 자세히 설명할 테니 여기서는 이 정도만 알아두기로 해요.
  이에 대해 수요량의 변화란, 가격이 변화할 때 수요량이 따라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림에서 보면 수요곡선 위에서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가격이 2,000원일 때 수요랑이 40묶음이던 것이 가격이 4,000원으로
오르자 30묶음으로 또 가격이 6,000원으로 오르자 20묶음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수요량의 변화라고 합니다. 즉, 수요의 법칙에 따라 값이
오르거나 내리면 수요량이 변화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다음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1) 쇠고기 값이 내렸습니다. 수요량은 증가할까요, 감소할까요? (답: 증가)
  2) 여름철 날씨가 몹시 더웠습니다. 선풍기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까요?
감소할까요? (답: 증가)
  3) 요즈음 한국인들 사이엔 육류 소비가 증가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수요량의 증가일까요? 수요의 증가일까요? (수요의 증가-소비가 증가했다는
것은 같은 값일 경우, 수요량이 늘어났다는 뜻이므로 수요의 증가로 보아야
합니다)
@ff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물건을 팔고 싶어하는 마음

  "얘들아, 빨리빨리 일어나서 일을 좀 도와 주렴!" 사냥꾼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아이들을 깨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간밤에 아이들 키 정도나 될
만큼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올 겨울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사냥하기가 아주 불편했습니다.
  두어 해 전부턴 정월 대보름 전에 서는 대목장에서 여우털 목도리와 꿩털
화살이 불티나듯 팔렸습니다. 대보름 장에선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비싼 값으로 팔 수가 있답니다. 그래서 겨울에도 사냥을 해서 화살이나
목도리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바빴습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아예 집 밖 출입을 할 수가 없자 사냥꾼들은 안달이 났습니다.
  "아, 이번 대보름 대목장에 한몫을 잡아야 살림살이가 필 텐데... ."
  사냥꾼 마을의 어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대보름 대목장에서 재미를 봐야
한다며 들떠 있었습니다. 요즈음 들어선 다른 짐승보다 여우나 꿩을 잡는 게
훨씬 생활에 보탬이 됩니다. 그야 농사짓는 마을의 아이들 사이에 번진 이상한
풍습 때문이지요. 여우털로 만든 목도리와 꿩의 깃털로 만든 화살이 그렇게
인기가 있는 물건이 된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랍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눈 쌓인 겨울산을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가 고파 눈밭을
어슬렁거리는 여우를 잡거나 꿩을 잡기 위한 것이지요.
  그래서 봄부터 가을까지 사냥하는 것도 모자라 겨울에도 여우사냥과 꿩사냥을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겨울사냥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곳곳에서
눈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어쩌다 여우굴이라도 발견하면 구야말로 횡재를
하지만 번번이 여우의 꾀에 속아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우는 워낙
꾀가 많은 동물이라 엉뚱한 곳에 똥을 누어 놓고 자신들은 그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 숨어 있답니다.
  사냥꾼들은 여우똥을 발견한 것에만 정신이 팔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그만
눈구덩 속에 빠져서 어떨 땐 목숨을 잃기도 한답니다. 물론 꿩사냥을 하는 것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사냥꾼들은 대보름 대목장만 생각하면
가만히 집에만 있을 수가 없어 늘 무리인 줄 알면서도 사냥길에 오르게 됩니다.
  물론 집에 있을 때는 쉬지 않고 재료들을 모두 동원해서 화살과 목도리를
만드느라 잠을 설치며 밤을 샐 정도랍니다. 어떤 집에서는 꿩사냥을 하기가
힘드니까 꿩과 비슷하게 생긴 닭을 집에서 기르기도 하지만, 닭의 깃털로 만든
화살은 꿩의 깃털로 만든 화살 값의 10분의 1도 안 나갑니다.
  이렇게 사냥꾼 가족들은 대보름 대목장만 가까워지면 바빴습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비싼 값으로 팔기 위해서지요. 되도록 더 많은 여우털 목도리와
꿩털 화살을 내가야지 하면서 온 식구들이 매달렸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어른들은 계속 겨울산을 뒤지고 다녔고요.
  사냥꾼들은 여우를 잡아다 집에서 기를 수 있게 길을 들이면 고생을 덜 할
텐데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우란 동물은 산 채로 잡기가 워낙
힘든 동물이어서 마음뿐이지 실천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꿩조차 길이 잘
들여지지 않아서 집에서 못 기르는 형편이었습니다. 꿩은 새끼 때 산 채로
가끔 잡아올 수는 있지만 닭하곤 달리 자꾸만 산으로 도망을 가 버리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그 때부터 사냥꾼 마을에선 겨울만 되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잔다" "죽었니, 살았니?" 하는 노래가 유행했다고 하는데 지금으로선 확인
할 수가 없어서 아쉬운 일이랍니다.

    (도움말)
    공급이란 무엇일까요?
    공급, 공급량, 공급의 법칙
  앞에 나오는 이야기에선 사냥꾼 가족들이 대보름 대목장에서 팔기 위한 꿩털
화살과 여우털 목도리를 만드느라 온갖 힘을 다해 애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물건(재화나 용역)을 팔려고 하는 바람을 공급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그 물건을 팔았느냐 팔지 못했느냐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물건을 팔고자 하는 바람을 공급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물론 공급도 수요와 마찬가지로 어떤 한순간을 단위로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정한 기간을 단위로 하여 표시됩니다. 즉, 이야기 속에 나오는 마을에서
여우 목도리와 꿩털 화살에 대한 공급은 어떤 일정한 기간, 예를 들자면 한
달이라든가 아니면 일 년 정도 기간을 정하여 표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공급량이란 어떤 물건의 가격이 얼마일 때 팔고 싶어하는 양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앞의 이야기에 나오는 꿩털 화살의 공급량은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꿩털 화살 한 묶음의 값이 4,000원이면 꿩털 화살을
팔려는 양은 10묶음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표시하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어떤
물건에 대한 공급은 먼저 그 물건에 대한 값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물건값이 내리면 공급량은 줄어들며, 값이 올라가면 공급량은
늘어납니다. 다시 말해 물건값과 공급량은 서로 비례관계에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공급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사람들이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으면 더 많은 물건을 팔려고 한다는 것을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미 보아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떤 한 직업의
수입(값)이 많다고 하면 그 직업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농산물의 경우, 예를 들어 배추 값이 오른다고
하면 농부들은 배추를 조금이라도 더 재배하여 시장에 내놓으려고 애를 씁니다.
이처럼 공급의 법칙은 앞에서 공부한 수요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경제 법칙입니다.

    공급표, 공급곡선 
  그럼 꿩털 화살의 가격과 공급량의 관계를 표와 그림으로 나타내 봅시다.
가격과 공급량의 관계를 표로 나타낸 것을 공급곡선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표와 곡선은 사냥꾼 마을의 1월 한 달을 기준으로 하여
표시한 것입니다.

   "꿩털화살에 대한 1월 한 달 동안의 공급표"
  꿩털화살의 값(단위: 원)  각각의 값에 대한 공급량(단위: 묶음)
  10,000  40
  8,000  30
  6,000  20
  4,000  10
  2,000  0

  이제 꿩털 화살의 가격과 공급량의 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내 봅시다. 가격과
공급량의 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공급곡선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꿩털화살에 대한 1월 한 달 동안의 공급곡선" 생략

  그래프의 가로축에는 공급량을, 그리고 세로축에는 값을 표시하여 공급표에
나타난 수치들을 점으로 찍은 다음, 선으로 이어 나타내면 공급곡선이 만들어
집니다. 물론 공급곡선도 수요곡선과 마찬가지로 직선뿐만 아니라 곡선으로도
나타날 수 있답니다.

    (덧붙이는 말)
  앞에 나온 공급표와 공급곡선은 1월 한 달 동안의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달의 것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이제 공급과 공급량이 변하는 경우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합시다.
  공급의 변화란 같은 가격에 대하여 공급량 자체가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가격은 변하지 않았는데 공급량엔 변화가 생긴 것을 말하지요.
그림에서 보면 공급곡선 자체가 이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앞의 그림에선
점선으로 표시된 공급곡선이 공급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가격이 2,000원일 땐 팔려는 사람이 없어 공급량이 0묶음이던 것이, 똑같이
2,000원일 때 10묶음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그림에서처럼 공급곡선 자체가 오른쪽으로 이동했으면 공급의 증가라
하고, 왼쪽으로 이동할 땐 공급의 감소라 합니다.
  이러한 공급의 변화가 생기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물건의 가격이 변하거나, 생산요소 가격이 변하거나, 기술 수준이 변하면
공급의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한편 공급량의 변화란 가격이 변화할 때 공급량이 따라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림에서 보면 공급곡선 위에서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가격이 10,000일 때 40묶음이던 것이 가격이 8,000원으로 떨어지자 30묶음으로
또, 가격이 6,000원으로 떨어지자 20묶음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공급량의 변화라고 합니다. 즉,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값이 오르거나
내리면 공급량이 변화하게 되는 것이지요.

  자, 또 다음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1) 기술 진보로 인해 컴퓨터의 값이 내렸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컴퓨터의
값이 내린 것은 공급의 변화로 인한 것일까요, 공급량의 변화로 인한 것일까요?
(답: 공급의 변화)
  2) 소의 사료값이 떨어져 쇠고기값이 내렸다고 합니다. 이것은 공급의
변화일까요, 공급량의 변화일까요? (답: 공급의 변화-생산요소 가격의 변화에
따른 변화는 공급의 변화임)
@ff
    여우에게 홀린 젊은이들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정월 대보름 대목장이 끝나자 노루목 장터는 다시 옛날로 돌아갔습니다. 꿩털
화살 한 묶음을 사려면 콩을 여섯 됫박이나 주어야 했던 대보름
대목장이었습니다. 아니 나중엔 그나마 꿩털 화살은 떨어져 버려서 닭털
화살까지 물건으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서너 달 정도가 지나고 나자
값이 뚝 떨어져서 콩 네 됫박이면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건 여우털
목도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보름이 지나고 나자 사정이 싹 바뀌고 만
것이지요.
  사냥꾼들은 집집마다 곡식을 많이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속으로는 모두들
흐뭇해 했습니다. 물론 그래도 아쉬워서 입맛을 쩝쩝 다시는 욕심꾸러기
사냥꾼들도 간혹 있기는 했지만요.
  "허허, 일년 내내 대보름 명절이었으면 좋겠네 그려."
  "그런 소리 말게, 그러면 일 년 내내 대목장을 볼 것인가? 그러다간 여우나
꿩은 씨도 남지 않고 다 없어지고 말거야."
  "설마, 이 넓은 산 속에서 여우와 꿩이 씨가 마를까?"
  "허허, 이사람아, 옛말에 한강물도 쓰면 준다는 말이 있는 걸 모르는가? 자넨
지난 겨울에 사냥이 안 돼서 그 고생을 하고도 여전히 태평세월인가?"
  "아무튼 자네도 이번엔 재미 좀 보았지?"
  "그래, 재미를 보긴 보았는데, 뭔가 좀 찜찜해. 꼭 여우에게 홀린 것 같기도
하고."
  "뭐가?"
  "뭐긴 뭔가. 나도 자식 키우는 사람인데 내 먹을 거리를 챙기려고 남의 마을
젊은이들에게 너무 바가지를 씌운 것 같단 말일세."
  "그야 뭐, 그 젊은이들이 우릴 졸라서 그렇게 된 거지, 우리가 그렇게 하자고
한 건 아니잖아."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 처녀 총각들 부모들은 속이 무척 상했을 것이네.
아마 우리들이 원수 같을 거야. 그 젊은이들도 생각해 보면 여우한테 홀린 것
같을 거고."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하네. 그까짓 여우털 목도리와 꿩털 화살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
  "우리들이 젊은이들을 상대로 몹쓸 짓을 한 건 사실이야."
  아닌게 아니라 그날 이후 농사를 짓는 마을의 가정에서는 자식들을 야단치는
소리가 드높았습니다. 부모들은 모두들 "남의 집 자식들이나 뒤주에서 먹을
곡식을 퍼다가 여우털 목도리나 꿩털 화살을 샀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자기 집 뒤주에서도 콩이나 보리가 푹 줄어든 걸 알게 된
부모들이 뒤늦게 자식들을 야단치느라 난리였답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야단을
맞으면서도 속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먹고 살
양식을 주고 바꾸긴 했지만, 어쨌든 물건을 구해서 선물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서너 달이 지나고 나자 여우털 목도리와 꿩털 화살이 헐값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대보름 때와 같은 값을 주고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럴 줄 알았으면 대보름이 끝나고 사는 건데. 꼭 여우에게 홀린 것 같아.
그렇지만 달 밝은 대보름이 지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 물건은 꼭 그 날
필요한 것이잖아."
  젊은이들은 이렇게 생각하며 아쉬움을 겨우 달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기분이 남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움말)
    균형가격의 결정
  앞에서 우리는 수요의 법칙과 공급의 법칙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젠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합시다. 우선 대보름날을
즈음한 1월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합시다.
  앞에서 나온 수요표와 공급표, 그리고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함께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꿩털화살에 대한 1월 한 달 동안의 수요표와 공급표"
  꿩털화살의 값(단위: 원)  수요량(단위: 묶음)  공급량(단위: 묶음)
  10,000  0  40
  8,000  10  30
  6,000  20  20
  4,000  30  10
  2,000  40  0

  만약 꿩털 화살의 값이 4,000원일 경우 수요량은 30묶음인데 공급량은
10묶음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20묶음만큼의 초과 수요량이 생기며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 꿩털 화살의 값이 8,000원이라면 수요량은 10묶음인데
공급량은 30묶음이나 되어 20묶음만큼의 초과공급량이 생겨 이 때도 역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수요공급량과 가격이 찾아지는데
그 지점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곳입니다.
  "꿩털화살에 대한 1월 한 달 동안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 생략

  이 때 균형이 이루어질 때의 가격과 수량을 각각 균형가격과 균형수량이라고
하는데, 앞의 표와 그림에서 보면 균형가격은 6,000원, 균형 수량은
20묶음입니다.
  균형가격의 결정 과정은 시소 타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시소의 양쪽에
각각 수요량과 공급량이 타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적을
때는 이쪽으로 기울어졌다가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클 때는 저쪽으로 기울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수요량과 공급량이 같아지면 시소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수평을 이룰 것입니다. 이 때 균형가격과 균형수량이 결정되는 것이지요.

    (덧붙이는 말)
  앞에서 우리는 1월의 꿩털 화살의 값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서너 달이 지나고 나자 이야기 속의 젊은이들이 꿩털 화살의 값이
떨어져서 아쉬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월에는 분명히 비싼 값을 주어야
살 수 있었던 꿩털 화살의 값이 봄이 되자 떨어진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제 여기서 우리는 앞서 수요, 공급을 설명할 때 나왔던 수요의 변화와
공급의 변화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1월이 지나자 비싼
값을 주고 꿩털 화살을 사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즉, 꿩털 화살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입니다.
  또 꿩털 화살이 달리던 1월과는 달리 봄이 되자 꿩이나 여우를 잡기가 쉬워져
공급은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균형가격과 균형량은 새로운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됩니다. 그래서 공급은 증가하고 수요는 감소했다면 전에 비해서
균형가격과 균형량도 당연히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시장에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물건값이 정해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본주의권의 시장경제 체제
아래에서는 모든 물건값이 시장이라는 가격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A. Smith) 같은 경제학자는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표현했으며,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이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조정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가격 기구는 때때로 심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들은 가격을 억지로 정해
놓았을 때의 폐해가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드는 부작용보다 오히려 크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가격 기구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우리는 시장의
실패라고 부르는데 뒤에서 다시 이야기할게요.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를
대신할 만한 다른 가격 기구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자본주의권에서는
시장이 가장 이상적인 가격 기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다음 문제로 확인해 보세요.
  1)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점에서 결장되는 가격을 무슨 가격이라고
부를까요? (답: 균형가격)
  2) "보이지 않는 손"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답: 가격을 결정하는 일)
@ff
  봉이 김선달과 대동강 물값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물건과 값을 치러야 하는 물건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 평양 고을에 욕심 많은 부자 하나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부자는 심술궂고 인정이 없어서 요 꾀 저 꾀를 내어 그 고을
사람들의 돈을 가로채는 것을 재미로 여기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때 전국을 방랑하면서 못된 부자들이나 관리들을 혼내 주고 다니던 봉이
김선달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마침 봉이 김선달의 귀에 그 부자엘 대한 소문이 
들어갔습니다.
  김선달은 이번 기회에 그 부자의 못된
버릇을 고쳐 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평양으로 갔습니다. 고을 사람들로부터
대충 이야기를 들은 김선달은 평양 고을 곁을 흐르는 대동강물을 보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음, 저 물을 이용하면 되겠군."
  그 때 평양 사람들은 거의가 대동강물을 길어다가 밥도 하고 빨래도
했습니다. 김선달은 고을 사람들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나누어
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그 욕심꾸러기 부자 영감의 못된 버릇을 고쳐 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빼앗긴 재산도 되찾아 드리려고 하니 우선은 저를 도와
주셔야겠습니다. 어떻게 도와주셔야 하는가 하면 이곳 대동강물을 길어갈
때마다 이 항아리에 엽전 한 푼씩을 넣어 주시면 됩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이유는 잘 몰랐지만 봉이 김선달을 믿고
따르기로 했습니다. 워낙 꾀가 많기로 소문이 나 있는 봉이 김선달이었으니까요.
  김선달은 마을 사람들과 짜고 대동강 입구에 큼직한 항아리 하나를 갖다 놓고
옆에 거작을 깔고 앉았습니다. 미리 약속한대로 사람들은 물을 길어갈 때마다
엽전 한푼씩 항아리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대동강물을 퍼다 먹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소문이
욕심쟁이 부자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그 부자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봉이 김선달을 찾아갔습니다.
  "이봐요, 당신 지금 뭐하고 있는 거요?"
  "허허, 보고도 몰라서 물으시오? 물값을 받고 있는 중이오."
  "물값이라구요? 아니, 언제부터 대동강물을 돈 주고 퍼가야 한단 말이오."
  "아, 며칠 되었소. 내가 이 대동강물을 다 샀거든요."
  부자는 갑자기 욕심이 생겼습니다. 물을 길어갈 때마다 엽전 한 푼씩이라면
얼른 생각해 봐도 엄청난 돈이었거든요.
  "당신, 나에게 이 강물을 다시 팔 생각없소?"
  "뭐라구요? 내가 이걸 왜 팝니까?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금세 부자가 될
텐데."
  부자는 그 소리를 듣고 더욱 안달이 났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게 파시오. 내게 팔면 만 냥을 드리겠소."
  "뭐요? 지금 누굴 놀리는 거요?"
  "그럼, 십만 냥이면 되겠소?"
  "턱도 없소."
  "그럼, 이십만 냥 드리겠소."
  "그 정도는 몇 달 안 가도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오."
  "그럼, 오십 만 냥 드리겠소. 내게 파시오."
  봉이 김선달은 그 정도면 그 부자의 거의 모든 재산에 해당하는 돈일 것 같아
오십만 냥을 받고 대동강물을 팔았습니다.
  그 날 밤 봉이 김선달은 부자에게서 받은 돈 오십만냥을 고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자기가 가지고 있던 액수만큼의 엽전
꾸러미만 다시 허리에 꿰차고 곧바로 평양을 떠났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욕심쟁이 부자는 봉이 김선달이 앉았던 다리에 원래
있던 항아리보다 몇 배나 더 큰 항아리를 놓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물을 길어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 항아리에 엽전을 넣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화가 난 부자는 사람들을 붙잡고 돈을 넣으라고 윽박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이 강물을 오십만 냥에 샀으니 오늘부턴 내게 돈을 내고 물을 길어가야
한단 말이오."
  "별 미친 사람 다 보겠네. 강물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소?"
  모두들 그 부자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습니다. 그 부자는 그제서야 자신이
속은 것을 알고 가슴을 쳤습니다. 하지만 봉이 김선달은 이미 평양 고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 버린 뒤였습니다.

    (도움말)
    자유재와 경제재
  우리는 앞에서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자원(재화와 용역)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자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값을 치러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재화와 용역은 상품으로 시장에 나온 경우에만 가격을
갖게 됩니다. 우리 주위에는 값을 치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상당수가 있으니까요. 바로 앞의 이야기에 나오는 대동강물은 값을 치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자원에 속합니다. 즉 값을 치르지 않고도 누구나 쓸 수
있는 자원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자원을 자유재(공짜재, 즉 공짜로 쓸 수
있는 재화)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값이 결정되어 돈을 치러야만 쓸 수 있는
자원을 우리는 경제재라고 부릅니다. 
  앞의 이야기에 나오는 봉이 김선달은 공짜로 쓸 수 있는 자유재인 대동강
물을 경제적인 것처럼 돈을 받고 파는 시늉을 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진짜로
비싼 값을 받고 대동강 물을 팔아버린 것이지요. 그야 물론 욕심쟁이 부자를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었지만요. 
  요즈음엔 실제로 물값을 치러야 물을 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수돗물도 돈을 내어야 쓸 수 있고 생수도 돈을 내야 마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물은 옛날에는 돈을 주지 않아도 마실 수 있는 자원이었습니다.
  불과 일이십 년 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데서 돈을 주고 물을
사먹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웃던 우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돈을 주어야 물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실제로 자유재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없어져 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랍니다. 앞으로 공해가 더 심해지면 공기도 히말라야산 같은 곳에서 사다
먹어야 하는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공기조차도 경제재가 되는
셈입니다. 지금도 산소가 희박한 고원 지역인 멕시코 같은 나라에서는 산소를
팔기도 한다고 하니, 그건 정말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물도 공기도 자유재가 아닌 경제재가 된 지구에서 살고 있는
셈입니다.

    (덧붙이는 말)
  앞에서 나온 자유재, 경제재와는 다른 개념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공원에 따라서는 입장료를 내는 곳도 있지만 대개는 공짜로 입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잘 닦여진 도로를 공짜로 달릴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공원이나 도로, 그리고 그 밖에 무료로 사용하는 공공 시설물이라든가
의무로 주어지는 국민학교 교육 등은 그 성질에 있어서 자유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재와는 좀 다른 성격을 갖습니다. 그러한
물건들은 사회에서 비용을 부담하여 사용자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지요.
  이런 재화를 자유재와는 달리 공공재라고 부릅니다. 실제로는 공짜가 아니고
사회에서 그 비용을 부담하는 재화이지요. 사회는 어떻게 그 비용을
만드냐구요?
그건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내는 세금이나 기부금으로 만든답니다. 이러한
공공재에 대한 투자를 얼마나 하느냐는 각 사회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다음 문제들은 평소에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들일 거예요. 이제
경제학적인 논리로 다음 물음에 대답해 보세요.
  1) 약수터에서 값을 치르지 않고 떠오는 약수는 자유재인가요,
경제재인가요? (답: 자유재)
  2) 도로변에 있는 무료 화장실은 자유재인가요, 공공재인가요? (답: 공공재)
  3) 연탄가스 중독으로 입원한 환자가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이 환자가 
사용하게 된 산소는 자유재인가요, 경제재인가요?
(답: 경제재)


      3. 생활의 변화와 경제
    벼락부자가 된 흥부네 집 이야기
   수요는 언제 변할까요?

  흥부는 우리가 알다시피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형에게 쫓겨난 뒤 그 후로 무척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언덕에 움막을 지어 겨우 사흘에 한 끼 정도 먹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쌀밥은 커녕 보리밥도 제때에 먹지 못했고, 그나마 보리도 멀겋게
죽을 끓여 먹어야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래도 보리죽이라도 끓여서 먹는
날이면 아이들은 서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려고 아우성들이었습니다.
  먹을 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식들에게 옷을 해 입힐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큰 멍석을 얻어다가 자식들 수대로 구멍을 뚫어서 모두들 그 구멍에
콩나물대가리처럼 머리만 내놓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 놓고 보니 아이 하나가
오줌이라도 누러 가려면 줄줄이 모두 따라가야 했고, 한 녀석이 드러누우면
나머지 아이들도 같이 드러누워야 했습니다.
  "형, 나 쉬 마려워, 빨리빨리 일어나."
  "야, 임마! 넌 하루에 오줌을 몇 번씩 싸는 거야."
  "보통 땐 형이 나보다 더 자주 갔으면서 뭘 그래?"
  "요 쪼끄마한 게 말이 많다. 난 옛날 같으면 장가를 갔을 나이야. 임마, 같이
놀아 주는 것만도 고맙게 알아야지, 웬 말대꾸야."
  그러면서 큰 녀석들이 불쑥 일어나면 작은 녀석들은 멍석 구멍에 목이 매달려
대롱대롱 달려나가는 꼴이 되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목 매달려 나 죽는다. 형들 허리 좀 굽혀 줘."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지내고 있는데, 작년에 부러진 다리를 고쳐 주었던
제비가 돌아오면서 박씨 하나를 갖다 주었습니다. 흥부는 그 박씨를 정성스레
심고 박이 여물기를 기다렸습니다. 박은 무럭무럭 자라 가을이 되자 탐스럽게
지붕 위를 덮었습니다.
  팔월 추석이 가까워졌습니다. 아이들은 이웃집에서 송편을 빚고 돼지를 잡는
걸 보고 와서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우린 언제 송편 빚습니까?"
  "응, 초승달이 뜨면 따다가 송편 대신 실컷 먹자."
  "치... ."
  그러나 그렇게 둘러대는 것도 한두 번이었습니다. 흥부는 생각다 못해
박이라도 타서 박 속이라도 지져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초가 지붕
위에 탐스럽게 익은 박을 따왔습니다. 흥부 마누라가 목수 집에 가서 빌려온
톱으로 마침내 박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첫 번째 박을 타자마자 그속에서 녹용이니 인삼이니 웅담이니 하는
보약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두 번째 박을 타자 책이며 비단이며 이불이며
가재도구들이 쏟아졌습니다. 계속해서 나머지 박을 다 타자 각종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흥부네 식구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비단옷에 맛있는 음식에
부드러운 이불에 돈까지 몇만 냥이 그냥 생겼으니까요.
  그런 일이 있고나서 하루 이틀이 지나자, 흥부네 식구들의 모습과 살림살이는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변해 갔습니다. 땟국이 줄줄 흐르던 아이들의 모습은 간
데가 없고 모두 멀쑥한 도령들이 되었습니다. 흥부 내외도 위엄이 철철 넘치는
대갓집 나리와 마님이 되었구요.
  흥부네 식구들은 가난하던 시절이 언제였는지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맛없는 음식은 아예 퉤퉤거리며 뱉어 낼 정도가
되었습니다. 죽도 못 먹던 옛날과는 달리 쌀밥에 쇠고기 반찬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흥부 마누라의 모습도 변했습니다. 배가 고파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린 체
치마끈을 졸라매고 다니던 그런 옛날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비단 금색치마에
금비녀에 향수 냄새가 철철 넘쳤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흥부네 집은
돈이 철철 넘쳐 개도 이젠 돈을 입에 물고 다니며 멍첨지 노릇을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관가에 매품까지 팔러 다닐 정도였던 흥부가 이젠 팔자걸음에 앞뒤로
하인들을 부리며 제법 유식한 선비 행세를 하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더구나 박 속에서 나온 미인을 첩으로 삼아 제법 큰소리까지 치면서 살게
되었으니, 흥부는 옛날의 가난했던 시절은 그저 꿈이었던가 보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도움말)
   수요는 언제 변할까요?
  우리는 이미 앞에서 어떤 상품의 가격이 변하면 수요량이 변한다는 것을
공부했습니다. 어떤 상품에 있어서 가격 변화가 아닌 다른 원인의 변화로 인해
수요량이 변하는 것을 우리는 수요의 변화라고 했지요. 여기서는 수요의 변화의
요인에 대해서 좀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개개인의 소득이 변하면 수요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앞의 흥부네 집
이야기에서 나오듯이 소득의 변화는 생활을 변화하게 만듭니다. 가난했던
흥부가 갑자기 부자가 되자 씀씀이가 늘어나고 물건도 고급난 삽니다.
죽만 먹든
흥부네 가족은 이제 쇠고기가 아니면 밥을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흥부네 가족의 죽에 대한 수요와 쇠고기에 대한 수요는
변하게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때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상품을 상급재(정상재,
우등재)라고 합니다. 앞의 이야기에서는 쌀밥, 쇠고기, 향수, 비단옷 등이
상급재에 속할 것입니다. 앞에서 배운 그림으로 살펴보면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옮겨 가게 되는 경우입니다.
  반면에 소득이 줄어듦에 따라서 수요가 줄어드는 상품도 있습니다. 이런
상품을 우리는 하급재(열등재)라고 부릅니다. 앞의 이야기에 나오는 죽이나
보리밥이 이런 하급재에 속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됨에 따라서 수요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앞의 이야기에서도 이런 변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부자가 되기 전에는
죽이라도 실컷 먹었으면 하는 것이 흥부네 가족의 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보리죽처럼 맛없는 것은 퉤퉤하고 뱉어 낼 정도로 싫어하는 음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쌀밥이나 쇠고기 반찬을 좋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수요의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여러분들이 모자쓰는 것을 좋아하게
되면 모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햄버거를 좋아하게 되면 햄버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수요는 다른 상품의 가격에 따라 변화하기도 합니다.
  어떤 상품의 값이 오른 경우에 그 상품과 비슷한 만족감을 주면서 값이
오르지 않은 상품을 찾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상품을 대체재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배값이 너무 오르면 사람들은 배 대신 값이 오르지 않은 사과를
많이 먹게 됩니다. 이런 경우 사과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커피와 홍차, 콜라와 사이다, 아이스크림과 하드 같은 것이 서로 바꿔 먹을 수
있는 대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야구공과 야구 방망이, 그리고 넥타이와 넥타이핀, 커피와 설탕처럼
함께 사용해야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경제학에서는 서로 보완 관계에 있다고 해서 보완재라고 부릅니다. 야구공값이
오르면 야구공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지요. 즉, 보완재의 수요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또 물건 중에는 어떤 상품의 가격이 변해도 전혀 다른 상품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건들도 있습니다. 모자와 김치, 수박과 공책들이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서로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상품들을
독립재라고 합니다. 어떤 상품의 가격 변화와 다른 상품의 수요가 서로
독립적이라는 뜻이지요.

  물건을 사서 쓰는 사람의 수가 변하면 수요의 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인구가 늘어나면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상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게 되지요.

    (덧붙이는 말)
  여태까지 여러분들은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주위의 물건들을 보아 넘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물건의 값이 오르거나 내리는 데는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이처럼 경제학은 우리 주변의 경제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젠 또 생각해 볼 차례이군요
  1) 부자가 된 흥부네가 21세기에 살았다면 그 가족들은 당연히 선풍기나 부채
대신 에어컨을 썼을 것입니다. 부채와 에어컨은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
재화인가요? (답: 하급재와 상급재)
  2) 점차 컴퓨터에 대한 수요곡선은 어느 쪽으로 옮겨 갈까요? (답: 수요의
증가로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3)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때 꿩과 닭은 어떤 관계에 있는
재화인가요? (답: 대체재)
  4)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늘면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는 어떻게
변할까요? (답: 늘어남)
  5) 컴퓨터와 컴퓨터 프로그램은 어떤 관계에 있는 재화인가요? (답: 보완재)
@ff
    코끼리 이빨 쟁기를 타고 가 본 세상
    다이아몬드와 금은 왜 비쌀까요?

  원시인 총각이 우연히 도깨비 방망이를 얻어 먹고 사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그 때 원시인의 친구 중에 원거리라는 총각이
있었습니다. 원거리는 도깨비 방망이를 얻지 못해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산이나 들로 해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거리는 그 날도 어머니가 옥수수와 콩을 넣어 정성스레 만들어 준 점심
보따리를 들고 밭일을 나갔습니다. 물론 연장과 도구도 한 지게 가득 지고
나갔지요.
  차츰 산을 개간해서 밭을 만드는 일과 밭에 작물을 재배하는 일에 요령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투박한 돌도끼 대신 손에 맞게 잘 다듬어진
금도끼를 쓰고 나무 괭이 대신 단단한 다이아몬드 괭이를 쓰게 되었습니다.
  주위의 산을 파다 보니 돌이나 나무보다 단단하고 쓰기 편한 그런 것들이 땅
속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원거리가 괭이로 쓰는 다이아몬드는 주위의 땅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오전 일을 끝내고 막 점심을 먹으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마른 하늘에
번개가 번쩍거리며 밭을 때리더니 코끼리 이빨로 만들어진 쟁기가 소가 끌지도
않는데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원거리는 깜짝 놀라 점심
보따리를 팽개치고 쟁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쟁기 손잡이에 걸어
놓았던 금도끼와 다이아몬드 괭이는 그대로 걸쳐져 있었습니다.
  "이상한 일이네, 쟁기가 왜 혼자서 움직이는 거지?"
  원거리는 쟁기 손잡이를 꽉 잡고 쟁기를 누르듯 힘을 줬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쟁기가 세워져 있던 밭고랑이 둘로 갈라지며 원거리는
쟁기와 함께 갈라진 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귓전에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원거리는 그 때까지 음악 소리라곤 지겟다리를 두들기며 내는 장단과
버들가지로 만든 피리 소리밖에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들리는
소리는 마치 하늘나라에서나 나는 소리처럼 맑고 깨끗했습니다.
  잠시 후 음악 소리가 그치고 나자 원거리는 자신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서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저 사람들은 나하고 좀 다르게 생겼어. 머리도
짧고, 온몸을 다 가리고 있네. 어? 눈에다 이상한 것을 달고 이는 사람도
있잖아."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을 보고 원거리는 그렇게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원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코끼리 이빨 쟁기가 자기 앞에 있었고
금도끼와 다이아몬드 괭이는 쟁기 손잡이에 그대로 걸려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뭐라고 말을 하면서 금도끼와 다이아몬드 괭이를 열심히 만져
보았습니다. 그 곳은 서기 2001년의 서울 거리 한복판이었습니다.
  그 때, 사이렌 소리가 급하게 들리더니 고고인류학자가 탄 차가
도착했습니다.
그 학자가 옛날 말로 원거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제야 원거리는 자신이
수천 년 전의 더 먼 옛날 나라에서 미래의 세상으로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코끼리 이빨 쟁기가 타임머신 구실을 한 것이지요.
  원거리가 사는 마을에선 예로부터 코끼리 이빨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코끼리는 영험한 동물이어서 죽은지 5백년이
된 코끼리 이빨을 타면 먼 곳까지 갈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고고인류학자의 말대로라면 그 곳 사람들은 그렇게 커다란 금덩이와
다이아몬드를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들을
자기네들에게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원거리는 세상에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금과 다이아몬드는
자기 마을 뒷산에 가기만 하면 돌멩이만큼 얼마든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원거리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다이아몬드 괭이와 금도끼를 사람들에게 공짜로
줘 버렸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식량을 비롯하여 많은 물건을 몇 트럭분이나
되게 끌고 왔습니다. 그 물건들은 원거리네 식구들이 아주 오랫동안 먹고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원거리는 사람들이 금과 다이아몬드를 왜 그토록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원거리는 사람들이 다이아몬드 대신 준 물건들을 기다란 끈으로
묶은 뒤 그 끈자락을 쟁기 손잡이를 꼭 잡고 힘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마른 번개가 치더니 코끼리 이빨 쟁기가 서 있는 곳 바로 아래의
땅이 갈라졌습니다. 원거리는 다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거리는 다시 원시 시대의 자기 밭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코끼리 이빨 쟁기를 타고 서기 2001년의 서울 거리로부터 원시
시대의 자기 밭으로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돌아온 것이지요.
  밭둑엔 여전히 밭에서 주워서 던진 금덩어리와 다이아몬드 덩어리가
돌멩이들과 함께 뒹굴고 있었습니다.
  원거리는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았습니다. 분명 꿈은 아니었습니다. 가지고 온 물건들도 밭에 그대로 놓여
있었구요.
  하지만 원거리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서기 2001년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까짓 다이아몬드 괭이와 금도끼를 하나씩 받고는 저렇게 많은
물건을 주다니요. 원거리는 그 사람들을 아주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움말)
    가치의 역설
  여러분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늘 마시는
공기는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무한정으로 마실 수가 있는데, 그저 멋을 내기
위해서만 쓰이는 다이아몬드나 금은 왜 그렇게 비쌀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공기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의 값을 치르지 않습니다. 반면에 없더라도 우리의 생활에 별다른 불편을
주지 않는 다이아몬드와 금의 값은 너무 비싸지요.
  이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한 사람은 여러분뿐만이 아니랍니다. (뭐라구요?
여러분은 그런 걸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요? 하긴 뭐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
금은 당연히 비싸고 공기는 당연히 돈을 내지 않는 걸로 생각할 테니 여러분이
이상하다고 할 수만도 없군요.) 영국의  경제학자인 아담 스미스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던 사람중의 한명 입니다.
  아담 스미스는 궁리에 궁리를 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는 지니고 있는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물은 사용 가치가 높지만, 다른 것과 바꿀 수 있는 교환
가치가 낮기 때문에 값이 싸다는 겁니다. 그에 반해 다이아몬드나 금은 사용
가치는 별로 없지만 교환 가치가 높아서 값이 비싸다는 것이지요.
  경제학에서는 이 문제를 가치의 역설(하나의 재화에 서로 다른 두 가지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아담 스미스가 살던 시대가
지나자 이 문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학자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앞에서 배운 한계효용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이지요. 즉, 자원의 값을 결정하는 것은 총효용이 아니라 한계효용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다이아몬드와 물의 한계효용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앞에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대해서 공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재화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수록 그 재화 한 단위가 주는 만족감(한계효용)은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다이아몬드와 물의 존재량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까요? 여러분들도 물이
다이아몬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존재량이 훨씬 많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보통때 물은 우리 주위에 우리 주위에 충분히 많기 때문에
만족스러울 정도로(한계효용이 0이 될 정도로) 마실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의 존재량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만족스러울 정도로(한계효용이
0이 될 정도로) 가질 수가 없습니다. 존재량이 적기 때문에 한계효용이 0이
되기도 전에 다이아몬드의 공급은 끝나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물처럼
한계효용이 0이 될 때까지 쓸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이제 물과 다이아몬드의
한계효용을 그림으로 나타내 봅시다.
  (그림 생략)
  그림에서 보면 다이아몬드라는 재화는 존재량이 (0-마)밖에 되지 않는 반면에
물의 존재량은 (0-사)만큼이나 됩니다. 그리고 각각의 존재량에서의 한계효용은
각각 (0-나)와 (0-가)입니다. 우리는 이 그림에서 다이아몬드의 한계효용이
물의 한계효용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자원의 값은 총효용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효용에 비례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계효용이 큰
다이아몬드의 값이 물의 값보다 훨씬 비싼 것입니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원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돌멩이 만큼이나
흔한 물건이라고 합니다. 만약 우리들 세상에서도 다이아몬드가 돌멩이처럼
흔한 물건이라면 다이아몬드는 결코 비싸지 않을 것입니다. 다이아몬드는 몹시
귀한 물건이기 때문에 값이 비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느끼기엔 다이아몬드의 효용보다는 물의 효용이 훨씬
더 큽니다. 사실 물은 하루만 없어도 살 수가 없지만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거든요. 앞에서 우리는 재화에 대해서 느끼는
만족감을 총효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럼, 물과 다이아몬드의 총효용을 알아보기로 하지요. 그림에서
보면(0-라-아-사)는 물의 총효용을, (0-다-바-마)는 다이아몬드의 총효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두 부분의 면적을 비교해 보면 물의 총효용이 다이아몬드의
총효용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재화를 사용함으로써 느끼는 전체적인 만족감은 총효용으로
표시되며 그 가격은 한계효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원거리는 21세기의 서울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이아몬드 괭이와
금도끼를 탐내는 이유를 결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원거리가 사는 동네에서는
너무도 흔한 물건이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한계효용이라는 개념은 아담 스미스가 고민했던 문제를 쉽게 해결해
주었습니다. 물건의 값(가치)은 한계효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으로 말입니다.

    (덧붙이는 말)
  우리는 옆에서 물이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 현상이 없으리라는 보장도 할 수가 없는 것이 오늘날 지구의
현실입니다. 날로 파괴되어 가는 환경으로 인해 물이 다이아몬드보다 귀해져
물값이 다이아몬드값보다 훨씬 더 비싸지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어쨌든 물건의 값을 결정하는 것은 한계효용이라는
개념이 전혀 문제가 없는 개념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을 따지는 것은 이
책의 수준과 범위를 넘어가는 것이므로 여기선 따지지 않겠습니다.

  다음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따져 보세요
  1) 원거리의 마을에서는 다이아몬드를 값을 치르지 않고도 구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 흔하기 때문)
  2) 철값이 금값보다 싼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답: 철의 존재량이 금의 존재량보다 많기 
때문)
@ff
    당나귀와 설탕
    어떤 물건의 값이 떨어졌을 때 소비자가 받는 영향

  당나귀 나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나라엔 당나귀들만이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당나귀들은 주로 당근과 풀을 먹고 삽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서 설탕을 사다 먹어 본 당나귀들은 설탕이 자기들의
입맛에 정말 잘 맞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힘을 내기
위해서 보약을 먹는데 당나귀들은 설탕을 먹고 나면 힘이 났습니다. 그래서
당나귀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서 비싼 대가를 치르고라도 설탕을
사다 먹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사다 먹던 설탕도 요즈음은 거의 맛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당나귀 나라와 사람들이 사는 나라 사이에 있는
숲에서 사자들이 살기 시작했는데, 사자들이 워낙 사나워서 당나귀들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사자들은 설탕을 사기 위해
지나가는 당나귀들을 한 입에 잡아 먹기 일쑤였으니까요.
  한번 설탕맛을 본 당나귀들은 자나깨나 설탕이 먹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젠 설탕을 먹지 않으면 몸에 힘이 없어서 일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되고 말았으니까요.
  설탕을 살 수 없게 된 당나귀들이 불평하는 소리를 듣고 당나귀 왕은 수심에
잠겼습니다. 당나귀 왕은 어떻게 하면 당나귀들에게 설탕을 다시 먹일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했습니다.
  고민고민 끝에 당나귀 왕은 설탕을 사오는 당나귀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방을 붙였습니다. 그러자 어떤 젊은 당나귀 한 마리가 설탕을 구해 오겠다고
나섰습니다.
  당나귀 왕이 그 젊은 당나귀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그대는 무슨 특별한 방법이라도 가지고 있는가?"
  "예,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본 바가 있사오니 너무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래, 짐은 그대만 믿고 기다리겠노라."
  집으로 돌아온 그 젊은 당나귀는 집안 대대로 물려받아 잘 간직하고 있던
사자 가죽을 상자에서 꺼내었습니다. 젊은 당나귀는 사자 가죽을 둘러쓰고는
터진 부분을 어머니 당나귀더러 꿰매 달라고 했습니다. 사자 가죽을 둘러쓴
젊은 당나귀의 모습은 얼핏 보아서는 정말 사자 같았습니다.
  밤이 되자 당나귀는 길을 떠났습니다. 어슴푸레한 달빛 속을 걷는 젊은
당나귀의 모습은 영락없이 사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당나귀는 속으론 덜덜 떨면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사자들이 사는 숲을
걸어갔습니다. 다행히도 당나귀를 자신의 동료로 착각한 사자들은 당나귀를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당나귀는 무사히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진짜문제는 이제 부터였습니다. 설탕을 사 가지고 어떻게 다시 당나귀
나라로 돌아가느냐 하는 것이었지요. 설탕을 욕심껏 사서 수레에 싣고 끌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몸에 지닐 만큼 조금만 가지고 갈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들도 설탕을 팔기는 했지만 사자들이 사는 숲을 지나
가져다 주려고까지는 하지 않았으니까요.
  젊은 당나귀는 궁리에 궁리를 한 결과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설탕을 사
가지고 가기보다는 설탕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 가지고 돌아가자는 것이었지요.
고생고생하여 수소문을 한 끝에 당나귀는 설탕 만드는 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젊은 당나귀는 짐을 실어나르는 일을 하면서 설탕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의 씨도 구했습니다.
  마침내 일 년이라는 짧지 않는 시간이 자나자 젊은 당나귀는 다시 사자
가죽을 둘러쓴 채 당나귀 나라로 무사히 돌아갔습니다.
  당나귀 왕은 빈손으로 돌아온 젊은 당나귀를 보고 이만저만 실망을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당나귀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이 가져온 사탕수수의 씨를 밭에
뿌리고 여름이 자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가을이 되어 사탕수수가 크게 자라자,
젊은 당나귀는 사탕수수를 이용해 설탕을 만들어 당나귀 왕에게 가지고
갔습니다.
  당나귀 왕은 뛸 듯이 기뻐하면서 젊은 당나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지혜로운 젊은 당나귀 덕분에 당나귀 나라에선 아주 싼 값으로
설탕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설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나귀들은 갑자기 자기들이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설탕값이
10분의 1로 떨어지자 당나귀들은 전보다 설탕을 훨씬 더 많이 사먹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값이 그대로인 당근에 대한 소비량은 훨씬 더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설탕값이 떨어져서 당나귀들에겐 전보다 돈이 남아
돌아 여유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당나귀들은 설탕을 실컷 사먹고 남은 돈으로
예전부터 사고 싶었던 다른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여유가 없어서 사지 못하던 무릎 보호대라든가 털을 윤기있고 향기롭게 만들어
주는 물비누 같은 것도 살 수 있게 되었답니다.
  아무튼 설탕값이 떨어지자 당나귀들의 생활은 전보다 훨씬 더 힘있고
풍요롭게 되었답니다.

    (도움말)
    대체효과와 소득효과
  어떤 물건의 값이 떨어진 경우,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지를
알아봅시다. 예를 들면 앞의 이야기에서처럼 설탕의 값이 떨어졌을 때
당나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자는 거지요.
  우선 어떤 물건의 가격이 떨어지면 그 물건에 대한 수요량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은 여러분들이 이미 배워서 알고 있을 겁니다(물론 하급재의 경우는
예외입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보면 설탕의 값이 내리자 당나귀들은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설탕을 사먹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물건의 값이
떨어져서 그 물건에 대한 수요량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소득효과라고 부릅니다.
  물건의 값이 떨어졌기 때문에 실제로는 같은 돈을 가지고도 더 많은 돈을
가진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한 당나귀가 설탕을
구입하는 데 쓰던 돈이 1,000원이었다고 하면 설탕의 가격이 10분의 1로
떨어졌을 경우 설탕을 전보다 10배는 더 살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실제로
소득이 10배정도 늘어난 소득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또 어떤 물건의 가격이 떨어지면 그 물건에 대한 가격은 다른 물건들의
가격에 비해 훨씬 더 싸게 느껴지게 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소비자는 값이
싼 물건을 더 많이 사게 됩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당나귀들은 10분의 1의
값으로 떨어진 설탕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구입하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진 당근에 대한 소비량은 떨어지게 된 것이지요.
  그 결과 가격이 떨어진 재화를 더 많이 사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당근은 덜 사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격이 떨어진 재화를 더 많이
사게 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대체효과라고 부릅니다. 즉, 값이 싸진 물건을
값이 그대로인 물건 대신 예전보다 더 많이 사게 되는 효과란 뜻이지요.
  이와 같이 어떤 재화의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그 재화에 대한 수요량은
증가하게 되며, 그 수요량의 증가는 소득효과와 대체효과에 의해서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실제로 우리는 어떤 물건값이 떨어졌을 때 이득을 누리게 됩니다 어떤 물건을
사러 나갔을 때 전보다 물건값이 내렸을 경우, 우리는 조금은 부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남은 돈으로 다른 물건을 사기도 하고, 한 개만 사려던 것을 한두 개
더 사기도 하지요 이것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소득효과와 대체효과인데,
물건값이 떨어졌을 때의 경제 행위를 설명해 주지요.

  다음 문제들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1) 쇠고기의 값이 떨어지자 쇠고기에 대한 수요량이 늘어나,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효과를 경제학에서는 무엇이라고 부르지요?
(답: 소득효과)
  2) 소고기의 값이 떨어지자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량이 줄어든 반면 쇠고기에
대한 수요량이 증가했습니다. 이 효과를 경제학에서는 무엇이라고 부르지요?
(답: 대체효과)
@ff
    밥도둑놈이 된 새우젓
    소득과 식생활비의 관계

  뭐든지 아끼고 아껴서 조선 천지에서 몇 번째 안 가는 부자가 된 자린고비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사람의 입이었습니다. 물론
자린고비가 무서워한 것은 말하는 입이 아니라 먹는 입이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양식이 곳간에 쌓여 있을지라도 사람의 먹는 입엔 못 당하는
법이야. 그러니 아끼고 아껴서 먹어야지. 많이 번다고 많이 먹으면 아무리 많은
재산이라도 지키기 어렵다."
  자린고비는 틈이 날 때마다 식구들을 모아 놓고 아껴 먹으라고 훈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먹을 것을 아껴야 한다고 강조하던 자린고비가 어느 날 장에
갔다 오더니 소금에 하얗게 절여진 조기 한 마리를 사왔습니다.
  자린고비의 아들은 자기 눈을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아버지가 조기를
사오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기에 저녁밥을 먹을 걸 생각하며 입안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햐! 아버지가 웬일로 생선을 다 사오셨을까? 오늘 저녁은 정말 맛있겠는걸."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자린고비는 사온 조기를 부엌으로 가져가지
않고 안방으로 곧장 가져 왔습니다. 아들은 갑자기 가슴이 덜컥했습니다.
  "아니, 아버지가 조기를 혼자 미리 드시려고 안방으로 가져가시는 것 아냐?
그렇지만 설마 저걸 익히지도 않고 절인 채로 드실 순 없겠지?"
  아들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저녁 밥상에만은 조기 반찬이 나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마침내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통 때처럼 밥 한 그릇에 냉수 한
그릇씩 식구 수대로 놓인 밥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항상 밥상 한가운데에 놓여 있던 간장 종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린고비네
식구들은 늘 밥 한 번 떠먹고 간장 한 번 찍어먹고 냉수 한 숟갈 떠먹는 것이
규칙이었거든요.
  "오늘부턴 짠 생선하고 밥을 먹으니 간장을 놓지 말라했다. 간장도 될 수
있으면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
  자린고비는 의아해하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윗목 위의 벽장문을
열었습니다. 거기에는 조기 한 마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자, 이젠 저 생선하고 밥을 먹자. 우리 식구도 오랜만에 비린 생선 맛도 좀
봐야 하지 않겠냐."
  자린고비의 아내와 아들은 평소부터 자린고비의 성질을 잘 알고 있는지라
다른 말을 못하고 자린고비가 이른 대로 밥 한 숟갈 먹고 조기 한 번 쳐다보고
물 한 숟갈을 떠먹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린고비가 아들의 뺨을 철썩 갈겼습니다.
  "네, 이 녀석, 왜 밥 한 숟갈에 조기를 두 번씩이나 쳐다보느냐. 이 아비도 한
번씩밖에 쳐다보지 않거늘 아들놈이 두 번씩이나 쳐다보다니, 불효막심한
녀석이로구나. 그리고 그렇게 밥 한 숟갈에 두 번씩 쳐다보면 생선이 짜서
물켜는 것도 모르느냐?"
  아들은 얼떨결에 맞은 뺨이 아파서 숟갈을 내려 놓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자린고비의 아내는 너무 어이가 없는 나머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고요.
  이처럼 자린고비네 식사 시간엔 반찬이 밥상에 오르지 않는 게 워낙 알려져
있어서 고기 장수들은 아예 자린고비 집에 들를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였습니다. 자린고비네 동네를 들른 새우젓 장사가 좋은 꾀를
생각해 냈습니다.
  "천하에 인색하기 짝이 없는 자린고비라도 이 새우젓맛을 보면 안 사먹곤 못
배길 거야."
  새우젓 장수는 아침 일찍 자린고비네 집 대문 안에 새우젓 한 종지를 밀어
넣었습니다.
  "흠, 자린고비가 공짜를 좋아한다지? 그렇다면 틀림없이 저걸 먹을 거야."
  아침 일찍 일어나 식구들을 깨워 가며 마당을 쓸던 자린고비가 마침 새우젓
종지를 발견했습니다.
  "어? 이게 뭐야? 누가 새우젓을 갖다 놓았지?"
  그러면서 자린고비는 새우젓을 종지째 대문 너머 멀리 던져 버렸습니다.
  마침 그것을 보고 있던 아내가 말했습니다.
  "뭘 그렇게 던져 버리세요? 다른 집 개가 문틈으로 개똥이라도
싸놓았습니까?"
  "개똥이면 버릴 것이 뭐 있겠수? 텃밭에 제일 좋은 거름이 개똥인데... .
글쎄 누가 아침 일찌감치 밥도둑놈을 몰래 들여놓았길래 던져 버린 거요."
  "밥도둑놈이라고요?"
  "아, 새우젓 말이오. 그런 것하고 밥을 먹다 보면 밥은 많이 먹게 되니
새우젓이 밥도둑놈이 아니고 뭐겠소. 그런 건 남이 공짜로 갖다 줘도 먹어선 안
되는 법이오."
  자린고비의 아재는 어이가 없어서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자린고비는 먹는 것만이 아니라 아낄 수 있는 건 뭐든지 아꼈습니다.
특히 겨울엔 땔감이 많이 드는게 아까워 얼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불을
땠습니다. 그 대신 안방 벽에 불이 활활 타고 있는 커다란 화로 그림을 하나
붙여 놓았습니다. 그리곤 식구들을 모이게 한 뒤 화로를 쳐다보며 손을
비비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유, 뜨겁다. 불이 너무 세다. 재 좀 덮어라."

    (도움말)
    엥겔지수
  우리들은 흔히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든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든가 하는 말을 합니다. 그 만큼 우리들의 생활에서 먹는 것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다는 뜻이지요.
  이제 우리들의 소득에서 먹을 것이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보통의 경우, 우리들의 소득에서 먹을 것이 차지하는 비율은 소득이
증가할수록 적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소득이 증가하면 문화비에 대한 지출은 늘어나게 됩니다(문화비란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 드는 비용, 즉 사람을 사귄다든가, 휴가를 즐긴다든가,
음악을 듣거나 문학책을 읽기 위해서 드는 비용을 뜻합니다).
  또 주거비(집에 들어가는 비용, 예를 들면 난방비 같은 것)는 소득과
관계없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득 중에서 식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우리는 엥겔지수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린고비네 집의 일 년 소득이 쌀 천가마였다고 합시다. 그리고
자린고비네 식구가 일 년 동안 먹은 쌀이 10가마라고 합시다. 그러면
자린고비네 집의 엥겔지수는 10가마 나누기 1,000가마해서 1퍼센트가 됩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엥겔계수가 낮은 집이 바로 자린고비네 집일지도
모르겠네요.
  대체로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식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율(식생활비 / 소득)이
줄어들게 됩니다. 즉, 엥겔지수가 낮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것을 우리는
엥겔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엥겔이라는 사람이 이 법칙을 찾아냈기
때문이지요.
  자린고비네 집의 경우를 보면 쌀을 아무리 더 많이 수확해도 먹는 양은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소득(쌀의 수확량)이 늘어나면 엥겔지수는
낮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저개발국일수록 엥겔지수가 높을 것입니다. 바꾸어 말해 가난
할수록 생활비에서 먹을 것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는 것이지요.

  다음 문제들에 대해 답해 보세요.
  1) 엥겔지수로 그 사람이 부자인지 가난한지를 짐작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 보세요. (답: 대체로 짐작이 가능. 왜냐하면 부자일수록 엥겔지수가 
낮기 때문)
  2) 소득이 늘어나면 문화비에 대한 지출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생활에 대한 여유가 생겨 의식주 이외의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
@ff
    박 판서의 제사법
    소득이 줄어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인 조선 시대에 전라도 어느 고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날아가는 새도 말한 마디면 떨어뜨리고, 남의 꿈 속에 있는 비밀도 헛기침 한
방이면 캐낼 수 있을 정도로 세도가 대단하던 박 판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박 판서는 세도를 이용해 남의 돈을 받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많은 돈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벼슬을 주는 대신 받은 돈으로 항상 제일 좋은 반찬이 가득 차려진 밥상을
받았고, 옷은 속옷까지 최고급비단으로 된 것만 입을 정도였지요. 
  그러나 10년 넘게 가는 권력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더니 박 판서의 세도도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반대파의 끈질긴 공격과 자신의 실수에 의해 그만
박판서는 벼슬 자리가 떨어지고 재산도 몰수당한 채 시골 구석으로 쫓겨가 살게
도니 것입니다.
  옛날 생각을 하면 기가 막힌 일이었지만 박 판서는 한적한 시골에 묻혀
울분을 달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했습니다. 하인은 커녕 반듯한 논배미 하나
없으니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벅찼습니다.
  "허 참, 어쩌다 내 신세가 요모양 요꼴이 되고 말았지?"
  그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박 판서는 옛날 생각이 더욱 간절했습니다. 맛있는
생선과 고기가 먹고 싶었습니다. 아주 무더운 여름날이면, 겨울에 특별히
저장해둔 얼음을 넣어 한여름에 먹든 식혜 같은 것들이 늘 눈에 아른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들로 하여금 옛날에 자신의 도움으로 벼슬자리를 얻은 사람들을
찾아가게 해서 돈을 얼마씩 얻어 내기도 하고, 다급할 땐 빚을 내기도
했습니다.
박 판서는 그들이 잘사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그럭저럭 어떻게 돈이 손에 들어오면 옛날처럼 돈을 썼습니다.
  박 판서는 비록 지금은 몰락했어도 일상 생활은 옛날 못지 않게 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골 생활을 시작한 뒤 처음 한두 해엔
먹는 것도 풍족하게 먹고 조상들에 대한 제사도 성대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박 판서는 점차 생활이 궁핍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옛날
부하들에게서 적지 않은 돈을 우려내 생활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거듭되자 아무도 박 판서를 거들떠보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옛날에 돈쓰던 가락이 있어서 박 판서의 환갑 땐 외상으로 소를 잡아
잔치도 벌였습니다(그 때부터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말이 유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생활이 오래 갈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은 조상
제사를 지내는 데도 장을 못 볼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지고 말았습니다.
  "양반 체면에 이게 무슨 꼴인고? 이젠 조상님들 뵐 면목조차 없게 되어
버렸으니..."
  하지만 옛날에는 거창하게 지내던 제사를 아주 지내지 않을 수도 없고,
냉수만 떠놓고 제사를 지낼 수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못사는 집도 제삿날만은
제상에 고깃국에 쌀밥을 올리는 것이 그 시대의 풍습이었으니까요. 박 판서는
이곳저곳 제사 지낼 돈을 빌리러 다녔지만 아무도 돈을 빌려 주지 않았습니다.
  "허허, 세상 인심 한번 고약한지고. 내가 판서 노릇을 할 때는 우리 집 개만
죽어도 문상을 오던 인간들이 이젠 조상님 제사 모실 비용을 좀 꾸어 달라는
데도 모른 체하니, 정말 은혜를 모르는 인간들이군."
  제사 용품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박 판서는 궁리 끝에 양반 체면도 살리면서
전에 지내던 대로 제사를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정말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해 낸 것입니다.
  먼저 박 판서는 제상을 펴놓고 종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랐습니다. 그리곤
자른 종이마다 음식 이름을 하나씩 썼습니다. 천하 제일 가는 쌀밥이니, 열흘
동안 고은 고깃국이니, 전통 비법으로 담근 식혜니, 최고의 기술자가 담근
술이니, 가장 맛있는 과일이니, 세상에서 제일 부드러운 고기니 하면서 제상에
오를 음식 이름을 써넣은 것이지요. 그러나 아무렇게나 쓰지 않고 음식 이름
앞에 꼭 거창한 말을 붙여 써 넣을 정도로 옛날 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대단했습니다. 종이쪽지로 제사를 지내는 형편이면서도 옛날에 거창하게 제사를
지내던 때를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흐흠, 이 정도면 제법 걸게 차린 셈이다."
  그러나 박 판서도 사람인지라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음식 이름을 쓴 종이쪽지로 제사를 재내는 방법은 나중에
조선땅 구석구석까지 널리 전해져서 구두쇠들이 제사를 지낼 때 유행처럼
되었다고 합니다.
 
    (도움말)
    전시효과와 톱니효과
  이야기에 나오는 박 판서는 벼슬을 하고 있을 때는 아주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더 이상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그렇게 잘 먹고 잘 입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지난날 잘 살던
때를 생각하면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박
판서는 그럴 능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옛 부하들에게서 돈을 우려 내기도 하고 빚을 내기도 합니다. 그건
모두가 남들처럼 살고 싶어서, 그리고 옛날처럼 살고 싶어서입니다. 한동안은
우려낸 돈과 빚낸 돈으로 그럭저럭 살아갑니다. 시간이 지나자 그것도 할 수
없게 되었지만요.
  이제 박 판서의 행동을 한번 살펴보기로 합시다. 박 판서는 자신에게 돈이
없음에도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렇게 살려고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소비 행동을 살펴보면 자신의 수준 뿐만 아니라 남들이 쓰고
사는 것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전시효과라고 합니다. 전시란 말은 펼쳐 보이면 다른
사람도 덩달아 그런 모습을 펼쳐 보이고 싶어한다는 것이지요. 또 박 판서는
지금의 자기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옛날에 쓰던 버릇이 현재의 쓰는 버릇에도
영향을 주는 것을 우리는 톱니효과라고 부릅니다. 왜 톱니효과라고
부르느냐고요? 그건 그림을 그려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림생략)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들은 소득이 줄어도(200만원에서 100만 원으로)
한참 동안은 소비를 별로 줄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소비수준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소득과 소비는 그림에서 보듯 톱니
모양처럼 움직입니다.

    (덧붙이는 말)
  전시효과나 톱니효과는 현실적으로도 흔히 볼 수 있는 경제 현상입니다.

  이제 다음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1) 친구가 가죽 코트를 입고 있는 것을 보자 나도 가죽 코트가 입고
싶어졌습니다. 경제학에선 이걸 무슨 효과라고 부르나요? (답: 전시효과)
  2) 이못나 씨는 하던 사업이 망해 자가용을 굴리지 못할 정도로 살림이
옹색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못나 씨는 타고 다니던 차를 팔지 않고 계속 타고
다닙니다. 이못나 씨의 행동을 설명해줄 수 있는 경제 이론은 무엇입니까?
(답: 톱니효과)

      4. 생산과 경제활동
    떡이 된 쌀 한 알
    생산이란 무엇을 말할까요?

  옛날에 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그 농부는 젊어서부터 부지런히 일을 한
덕분에 나이가 들어서는 제법 많은 논을 지닌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
농부에게는 아들 세명과 며느리 세 명이 있었지요. 농부는 점점 늙어서 마침내
살림을 물려줄 때가 되었답니다. 그러나 어느 아들과 며느리에게 살림을
물려줘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농부는 세 며느리에게 줄 것이 있으니 모이라고
말했습니다. 세 며느리는 이제야 시아버지가 재산을 물려주실려나 보다 하고
잔뜩 기대를 하고 농부 앞에 앉았습니다.
  농부는 먼저 맏며느리에게 천조각에 싸인 작은 물건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게 별것 아니다만 잘 받아 두도록 해라."
  시아버지의 말에 맏며느리는 그것이 귀중한 금은 보석이라도 되는가 싶어서
공손하게 받았습니다.
  다음은 둘째며느리의 차례였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천조각에 싼 조그마한
물건을 주었습니다.
  "둘째며늘아기야, 잘 받아 두거라. 제법 쓰일 데가 있을 것이니라."
  마지막으로 막내며느리의 차례였습니다.
  막내며느리에게도 두 며느리들과 마찬가지로 천조각에 싼 조그만 물건을
주었습니다.
  "막내며늘아기야, 너에게도 하나 줄 테니 잘 받아라."
  세 며느리들은 시아버지의 방에서 물러나와 천조각을 풀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헝겊안에는 까지 않은 싸리 한 알씩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헝겊에 싸서 준 물건이 쌀 한알이라는 것을 알게 된
며느리들의 행동은 전부 달랐습니다.
  큰며느리는 재산을 물려줄 줄 알았다가 크게 실망을 한 나머지 이렇게
중얼거리며 쌀알을 땅바닥에 내던져 버렸습니다.
  "저런, 시아버님이 이젠 망령이 드셨나 보군."
  둘째며느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쌀알을 입에 털어 넣어 버렸습니다.
  "후후, 우리 시아버님은 나이가 드실수록 장난도 잘 치셔."
  하지만 막내며느리는 좀 달랐습니다. 막내며느리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 시아버님이 괜히 쌀 한 알을 주신 게 아닐 게야. 틀림없이 무슨 뜻이
있을 텐데, 그게 무슨 뜻일까?"
  막내며느리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소꼬리털을 몇 개 뽑아 올가미를 만든 다음,
.. 올가미를 막대기에 매달아 마당 한구석 양지바른 곳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올가미 옆에 쌀알을 놓고는 참새가 날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막내며느리가 생각했던 대로 곧 참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쌀알을
먹으려고 내려앉았습니다. 올가미에 발이 낀 참새는 발을
빼려고 버둥댔지만 그럴수록 발목은 더욱 꼭 죄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막내며느리는 쌀 한 알로 참새 한 마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막내며느리가 잡은 참새를 들고 좋아하고 있는데 담 너머 옆집의 아주머니가
불렀습니다.
  "약에 쓰려고 하는데, 참새를 내게 주지 않겠는가? 그 대신 내가 건강한
씨암탉이 깐 암병아리 한 마리를 줌세."
  "그러세요."
  막내며느리는 참새와 바꾼 병아리를 잘 길렀습니다. 물론 병아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암탉이 되었고, 암탉은 날마다 계란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그 계란들은 암탉이 품어서 병아리가 되었고, 병아리는 또 암탉이 되고, 이렇게
몇 차례를 거듭하자 닭이 수십 마리가 되었습니다.
  막내며느리는 그 닭을 팔아서 어린 암퇘지 한 마리를 사서 정성껏
길렀습니다. 어린 암퇘지가 커서 또 새끼를 낳았지요. 돼지 새끼들이 잘
자라자, 막내며느리는 돼지 새끼 몇 마리를 팔아 이번엔 송아지 암놈을 한 마리
샀습니다.
  그 송아지가 자라서 실한 암소가 되고 암소는 또 송아지를 낳았지요.
막내며느리는 송아지가 무럭무럭 자라 어미소가 되자 그 소를 전부 팔아서 논
두마지기를 샀습니다. 막내며느리는 새로 산 논 두마지기에 볍씨를 사다
뿌렸습니다. 그리고 일 년 동안 집에 있는 농기구로 열심히 농사를 지은 덕분에
그 해 가을에는 열 가마나 되는 쌀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세월은 벌써 삼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아버지는
다시 세 며느리들을 모이도록 했습니다. 그 날 막내 며느리는 식구들을 위해
가을에 수확한 쌀로 떡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시아버지가 며느리들에게
옛날 일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얘들아, 내가 준 쌀 한 알을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해 보아라."
  그러자 맏며느리는 그만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렸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도 잊어버리고 말았으니 그럴 수밖에요.
  둘째며느리가 말했습니다.
  "저는 곧바로 먹어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막내며느리의 차례였습니다.
  "너는 쌀 한 알을 어떻게 했느냐."
  "예, 이 떡을 만들었습니다."
  "허허, 쌀 한 알로 어떻게 떡을 만들었단 말이냐."
  시아버지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막내며느리는 그간의 일을 다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시아버지는 만족한 웃음을 띠더니 흡족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내 누구에게 이 집 살림을 맡길지 걱정이었는데, 이제야 임자를 찾아 낸 것
같구나. 오늘 이후부터 이 집 살림은 막내며느리가 맡도록 해라."

    (도움말)
    생산과 생산요소
  앞의 이야기는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린 손자를 무릎에 앉혀 놓고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기 위해 늘 들려주던 이야기입니다(그렇지만 쌀 한
알로 며느리를 시험한 건 너무 했다고요? 글쎄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세며느리는 쌀 한 알을 각각 다르게 썼습니다.
맏며느리는 쌀알을 버렸고, 둘째며느리는 쌀알을 먹어 버렸습니다. 두 며느리는
쌀알이라는 재화를 소비한 것이지요.
  다음으로 막내며느리가 한 일을 하나씩 훑어보기로 합시다. 먼저
막내며느리는 볍씨를 이용해 잡은 참새를 병아리와 바꿉니다. 참새와 병아리를
교환한 것이지요 또 병아리를 키워 어미닭이 되고, 닭은 나중에 돼지가 되고,
돼지는 나중에 소가 되고, 소는 나중에 논 두마지기가 됩니다. 막내며느리는
사고 파는 바꿈질을 계속하여 논 두 마지기를 얻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논 두
마지기에서 쌀 열 가마를 생산해 냅니다.
  생산은 인류가 발전해 나가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대단히 중요한
행위입니다. 그러면 경제학에서는 어떠한 경제 활동을 생산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넓은 뜻에서 생산이란 인간의 만족 수준을 높여 주는 모든 행위를 뜻합니다.
또 좁은 뜻으로 보면 생산은 어떤 물건의 형태를 바꾸거나 새롭게 가공해서 그
전과는 다르게 쓰일 수 있도록 새로운 재화를 만들어 내는 행위를 뜻합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보자면 쌀을 재배하는 행위도 생산이며, 쌀을 원료로 하여
떡을 만드는 것도 생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 속에서
막내며느리가 쌀을 가공하여 전과 다른 형태의 떡으로 만든 것도 생산이지요.
또 동물들을 길러 자라게 만드는 것도 생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재화를 교환하는 것도 넓은 뜻에서는 생산입니다. 막내며느리가 닭과
돼지를 바꾸고 돼지와 소를 바꾸고, 소를 논으로 바꾸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생산입니다.
  한편 어떤 재화를 운반하거나 오래 보관하는 것들도 생산입니다. 재화를
운반하고 교환하고 보관하는 행위는 모두가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볼 때 남해에서 잡힌 물고기가 우리들의 손에 오는 것도
생산이며, 가을에 딴 사과를 오랫동안 저장해 놓았다가 초여름까지 먹는 것도
생산입니다.
  또 오늘날에 와서는 생산은 눈에 보이는 재화 뿐만 아니라 용역(서비스)을
제공하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의사의 치료 행위라든가 변호사의
법률 상담 같은 것도 하나의 생산 행위에 속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떤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생산요소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들어가는 것이 있어야 나오는 것이 있기 마련이라는
얘기지요.
  전통적으로 생산요소라고 하면 토지, 노동, 자본을 말합니다. 이러한 분류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무난한 분류
방법이기도 합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막내며느리의 경우를 예로 들어 이 세 가지의
생산요소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첫째로 토지란 자연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을 가리킵니다. 막내며느리가
농사를 짓기 위해 산 논 두 마지기가 바로 토지지요. 공기, 햇빛 등이 포함되는
것도 물론이고요.
  둘째로 노동이란 사람들이 제공하는 힘과 노력을 뜻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막내며느리는 쌀을 생산해 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즉,
막내며느리는 노동을 제공하는 셈입니다.
  셋째로 자본이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생산요소를 뜻합니다. 막내며느리가
쌀 농사를 짓기 위해 사온 볍씨와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쟁기 등을 비롯한
농기구가 바로 자본인 셈이지요.
  하지만 생산이란 생산요소만 있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생산을
위해서는 생산요소를 적당히 결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다음 그림으로 이
과정을 살펴봅시다.
  (그림생략)
  이러한 생산요소와 생산물의 사이에는 일정한 기술적 관계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그러한 관계를 우리는 생산함수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생산량은 생산요소들의 수량에 의해서 결정되며 생산을 위해서
사용되는 생산요소들의 수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도 늘어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기계를 더 가동할 것인지에 따라 생산량은 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사용되는 생산요소의 양과 생산량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앞에서 우리는 생산과 생산요소, 그리고 생산함수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생산에 대한 관찰은 꼭 공장에 가야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들은
주위의 생활 속에서도 생산에 대해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숙제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께서 되도록
많은 미술 공작물을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고 생각해 보지요 우선
공작물을 만들재료를 얼마만큼 쓰느냐, 그리고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만드느냐에 따라서 공작물의 개수와 질은 달라질 것입니다.

  다음 문제들을 통해 앞에서 배운 것들의 뜻을 확실히 해 두세요.
  1)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가게로 옮겼습니다. 물건을 가게로 옮기는
행위를 생산이라고 할 수 있나요? (답: 할 수 있음)
  2) 앞에서 우리는 의사의 치료 행위도 생산에 속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치료 행위를 하나의 생산물로 볼 때 병원이 지어져 있는 땅, 의사의 노력, 병원
건물과 치료 기구를 생산의 3요소로 나누어 보세요. (병원이 지어진 땅: 토지,
의사의 노력: 노동, 병원 건물과 치료기구: 자본)
  3) 가을에 거둔 무를 냉장 보관하고 있습니다. 무를 냉장 보관하는 행위도
생산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답: 생산에 속함)
  4) 마약은 인간에게 환각이라는 만족감을 줄 수는 있지만 유익한 물건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만족수준을 높여 주는 모든 행위가 생산이라고
한다면 마약을 만드는 것도 생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답: 생산이라고 할 수
있음)
  5) 박보람 씨는 햄버거를 직접 만들어서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영리 씨는 햄버거를 만드는 회사에서 햄버거를 사다가 팔기만 합니다. 박보람
씨는 자신이 햄버거를 생산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영리 씨는 만들어진 햄버거를 갖다 팔기만 하기 때문에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보람 씨와 이영리 씨의 생각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말해 보세요. (답: 한 사람은 햄버거를 만들고 한 사람은 햄버거를 파는 일로 인간의 
만족감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 다 넓은 의미에서 생산 활동을 하고 있음)
@ff
    고우니 포목점
    기업 활동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까요?

  박판서가 처음으로 종이쪽지에 음식 이름을 써서 제상에 놓고 제사를 지낸 후.
그렇게 제사를 지내는 방법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사지내는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구두쇠들은 모두 그런 방법으로 제사를
지냈지요.
  구두쇠로 유명한 놀부도 동생인 흥부를 쫓아 낸 뒤 그 방법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국, 밥, 나물, 생선, 과일, 포, 탕, 곶감, 산적, 전 등 그런 식으로
종이쪽지에다 일일이 썼지요.
  하지만 놀부는 나중에 종이쪽지에다 음식 이름을 쓰는 것조차도 귀찮고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지요. 아주 기발한 생각인데, 놀부는
제삿날이 되면 그 제상을 받을 분을 모시고 장으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제상을
받을 분은 이미 돌아가시고 없는지라 대신 돌아가신 분의 위패인 신주를 들고
장터 여기저기를 쏘다녔지요. 과일 가게며 생선가게며 푸줏간을 돌면서 신주를
내보이는 걸로 제사를 대신했답니다.
  놀부는 어느 생선 가게 앞에 가서 신주에다 대고 꾸뻑 절을 하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많이 드십시오."
  아무튼 박 판서가 개발한 제사 방법은 나중에 상인들 사이에도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그 때 장돌이라는 한 봇짐장수가 있었습니다. 장돌이는 주로 비단이며 무명을
등에 지고 다니며 부지런히 장사를 한 덕에 포목장사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것이 없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스무 해도 넘게 장터를 떠돌던 장돌이의 소원은 송파나루에
포목점은 하나 차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장사를 해서 포목장사에
대해 잘 알기는 했지만, 별로 모은 돈이 없었습니다. 그 동안 자식들 키워
시집장가 보내기에 바빴고, 오랫동안 앓아 누우신 어머니 약값을 대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 그야말로 돈 모을 새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도 봇짐장수를 오랫동안 하면서 장돌이가 얻은 것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봇짐장수와 객주들 사이에선 장돌이 하면 부지런하고 속임수
없는 깨끗한 봇짐장수로 알려졌거든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장돌이가 나이 마흔 다섯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같이 봇짐장수를 하던 사람들 중에서 뜻이 맞는 몇 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답니다. 장돌이와 마파람, 그리고 소봉팔과 고달평이
그들이었지요. 먼저 장돌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후유, 언제까지 봇짐장수를 해야 하나. 앞으로 나이를 더 먹으면 몸도 말을
잘 듣지 않을 텐데... ."
  그러자 마파람이 말했습니다.
  "나이를 더 먹을 때까지 갈 것도 없네. 난 벌써 여기저기 쑤시지 않은 곳이
없어. 골병이 들었나 보이."
  "허허, 그런데 목돈이 없으니 가게를 차릴 수도 없고."
  그러자 소봉팔이 말했습니다.
  "자네, 가게를 차리고 싶은가?"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하나? 송파나루에 포목점을 하나 차리는 것이 내
소원이라네."
  다시 소봉팔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게 좋은 생각이 있네."
  "그게 뭔데?"
  "몇몇이 돈을 합쳐서 가게를 하나 차리는 걸세."
  "하지만 난 돈이 없는데... ."
  "허허, 누가 자네더러 돈을 내라고 했던가? 자네는 가게를 잘 꾸려 나가기만
하면 되네."
  소봉팔의 말에 장돌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소봉팔이 말했습니다.
  "여보게, 마파람, 자네 가진 돈 좀 있지? 어떤가, 함께 돈을 내서 가게를
차려 보는 게?"
  마파람이 말했습니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 그려."
  고달평이 말했습니다.
  "마파람 자제가 괜찮다면 나도 힘을 합쳐 보겠네."
  이렇게 해서 네 사람은 힘을 합쳐 포목점을 차리기로 했습니다. 소봉팔과
마파람, 그리고 고달평은 그 동안 모아 둔 돈을 내놓았고, 돈이 없는 장돌이는
그 동안 쌓아 온 신용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돈이 모이자 그들은 가게 자리를 찾아 나섰고 마땅한 집을 찾자 그 건물을
샀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고우니 포목점"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습니다. 고운
옷감을 파는 가게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네사람 중에서 누군가가 무슨 사정이 생겨 고우니
포목점에서 발을 빼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달평이 말했습니다.
  "그야 자신이 투자했던 걸 그대로 빼가면 되는 거지 뭐."
  마파람이 말했습니다.
  "그런 곤란한 일일세. 이미 투자한 건 물건이나 건물값으로 들어갔잖나."
  소봉팔이 말했습니다.
  "자기 몫만큼 물건으로 가져가면 되지 뭐."
  장돌이가 말했습니다.
  "그게 말같이 쉽지가 않을 걸세. 그러니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음, 구두쇠들
제사지낼 때 음식 대신 음식이름만 적어서 제상에 올려놓는 걸 좀 바꿔 생각해
본 걸세."
  장돌이의 의견은 그 많은 포목점의 물건을 일일이 누구누구 것이라고
나누기는 불편하니 처음부터 아예 뭉뚱그려서 누구 재산은 전체 재산 중에서 몇
분의 얼마라고 기름종이에 적어 놓고 그 기름종이를 남은 사람에게 팔거나
아니면 새로 들어오고 싶은 사람에게 팔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머지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말했습니다.
  "그걸 얼마에 판다는 건가?"
  장돌이가 대답했습니다.
  "그야, 고우니 포목점이 장사를 잘해서 전체 재산이 늘어 났을 땐 자신이
투자했던 것보다 비싸게 팔 수 있을 테고 장사가 안 되서 살림이 줄어 사겠다는
사람이 잘 나서지 않을 땐 싼 값으로 팔아야겠지."
  눈치 바른 마파람이 말했습니다.
  "허허, 그러면 그 기름종이가 바로 물건이고 재산이고 돈이고 그렇네. 야,
우린 구두쇠들보다 아예 한 술 더 떴네. 그들은 기껏해야 음식 대신 종이에
음식 이름이나 적어 넣는데 우린 종이를 사고 팔기도 하잔 말이지?"
  그래서 그들은 기름종이에 가게를 열기 위해 서로 들인 각각의 몫을
적었습니다. 장돌이는 돈은 내진 않았지만 장돌이만이 가지고 있는 신용과 장사
경험을 돈으로 환산해서 전체 재산의 5분의 1을 장돌이의 몫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장돌이의 기름종이엔 이런 내용이 쓰여지게 되었습니다.

  ----------
  이 종이는 고우니 포목점 전 재산의 5분의 1을 나타내는 것임. 단 고우니
포목점 재산은 계산을 하는 때의 가격에 따라 달라짐.
  고우니 포목점
  ----------

    (도움말)
    주식과 회사채
  앞의 이야기에 나오는 "고우니 포목점"은 지금의 회사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들은 한 사람의 힘으로 어떤 일을 벌일 수 없을 때 힘을 합쳐 일을
도모하는 지혜를 갖고 있습니다.
  아무튼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서 세우는 기업을 우리는 회사라고 하지요.
앞의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포목점 하나를 여는 데도 돈이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금이 바로 그것이지요. 회사 규모가 작을 때에는
한 사람 혹은 몇몇 사람만 돈을 내도 회사를 세우고 경영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면 그 때는 몇 사람만의 힘으로 운영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또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현실로 옮길 돈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좀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할 필요가 있게 되지요
그런데 무작정 돈을 대라고 하면 아무도 돈을 내놓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긴
방법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업의 목적과 내용을 알린 뒤(주식 공모),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생긴 방법이 바로 주식을
발행해서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모집하는 제도입니다.
  주식이란 그 회사 자산의 일부에 대해서 일정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표시해
주는 종이라고 할 구 있습니다. 회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 주식의 금액에
해당하는 돈을 받고 주식을 발행하여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식을 구입한
사람은 그 때부터 그 회사의 주주, 즉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 회사의
주인이 되기 싫으면 자기가 샀던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됩니다.
  회사는 그렇게 마련한 돈을 회사의 자본금으로 삼아 사업의 운영을 원활하게
하는 데 사용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 )주식회사라는 회사 명칭은 바로
주식을 발행하여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었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즉, 어떤 한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앞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고우니 포목점은 먼저 가게를 세워 놓고서야
구성원이 들고나기를 쉽게 하기 위한 궁리를 하다 보니 지금의 주식과 비슷한
것을 발행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기름종이 증서가 그 사람의 재산
상태를 말해 주는 것이고, 그 증서를 가진 사람이 고우니 포목점의 주인 중 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주식회사가 되면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습니다. 주식회사는 어떤 한 사람의
회사가 아니라 여러 주주의 소유입니다. 그래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서 어떤
한 개인의 힘에 의해 회사가 좌우되지 않기 때문에 민주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주식을 산 수많은 주주들 모두가 직접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아니랍니다. 주주들이 뽑은 경영자가 회사를 경영하게
됩니다. 즉,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답니다.
  이렇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다 보니 회사의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대규모로 자금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 기업이 하지 못하는 커다란
규모의 사업을 할 수도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되지요.
  한편 주식을 산 주주는 회사가 이익을 낼 때에는 배당을 받기도 하고
주주총회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익이
없을 때에는 배당을 못 받는 경우도 있지만요.
  이에 반해 회사가 이익을 내든 못 내든 무조건 일정한 금액을 주기로 하고
돈을 빌려 쓰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을 회사채라고 하는데 흔히 줄여서
사채라고 말합니다. 사채를 산 사람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오직 일정 기간이 되었을 때 자기가 가진 사채에 대한 이자를
받게 되어있습니다. 회사가 운영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이자를 받는 것이지요.
  아무튼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공장도 늘어나고 종업원 수도 늘어납니다.
그렇게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가
바로 주식회사랍니다. 그리고 주식회사는 주식과 사채를 발행하여 그 자금을
마련합니다.  

  자, 그럼 다음 문제들을 통해 방금 볏은 것들을 확인해 보세요.
  1) 준일이는 샘골음료 주식회사라는 기업의 주식을 한 주 샀습니다. 준일이는
샘골음료 주식회사의 무엇이 된 것인가요? (답: 주주)
  2) 용호는 샘골음료 주식회사의 주주가 되었습니다. 용호는 자신의 주식을
마음대로 팔 수 있나요? (답: 팔 수 있음)
  3) 주주는 주주총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회사의 경영에 참가할 뿐 직접
경영에 참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을 우리는 ( )와 ( )의 분리라고
부르지요? (답: 소유, 경영)
  4) 샘골음료 주식회사는 사채를 산 사람들에게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나요? (답: 이익을 못 냈어도 정해진 이자를 지불해야 함)
@ff
    난쟁이 나라의 구두 공장
    두가지 생산요소 중 하나만 늘리면 생산량은 어떻게 변할까요?

  난쟁이 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구두를 잘 만들기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도 구두 만드는 난쟁이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난쟁이들이 만든 구두는 신기에 편할 뿐 아니라 모양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웃 나라인 키다리 나라에서까지 난쟁이 나라에 구두를 주문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난쟁이 나라 사람들은 키가 작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드는 일은 잘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솜씨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니 구두를 잘 만들게
된 것입니다.
  구두를 잘 만든다고 소문이 난 덕분에, 솜씨가 좋은 난쟁이들은 집에서
구두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몇몇 난쟁이들은 각 집에서 그렇게 한 두 켤레씩 구두를
만드는 것보다는 함께 모여서 구두를 만드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죽을 다듬는 일, 꿰매는 일, 그리고 밑창을 붙이는 일을 각각 나눠서 하게
되면 같은 사간과 노력을 드리고도 훨씬 더 많은 구두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분업을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뜻이 맞는 난쟁이들 몇 사람은 제법 커다란 공장 하나를 짓고, 그
곳에 함께 모여 각자가 제일 잘하는 일을 맡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구두만 오래 만들다 보니 그 난쟁이 구두 공장에서는 봄에는 몇 켤레, 여름엔
몇 켤레 하는 식으로 거의 생산해야 할 구두의 켤레 수를 예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보통 때처럼 일을 하는 경우 난쟁이들이 한 달 동안 만들
수 있는 구두의 생산량은 500켤레였습니다.
  그러던 어느해 봄이었습니다. 갑자기 먼 나라인 뚱뚱보나라에서 한 달 후까지
구두 1,000켤레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그 주문을 받고서 그
구두 공장 공장장은 잠시 망설이간 했지만 곧 그 주문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가죽은 항상 넉넉하게 창고에 쌓여 있기 때문에
기술자만 두 배로 늘리면 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졌으니까요.
  누구나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을 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주문을 받게
마련입니다. 공장장은 서둘러 기술자들을 임시로 고용했습니다. 원래 공장에서
일을 하던 기술자의 수는 30명이었는데 그 수를 60명으로 늘린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 집에서 자기 식구들 구두나 손으로 만들어 신던 사람들이 임시로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처음에는 신이 나서 일을 했습니다.
보수를 톡톡히 받을 수 있을 것을 생각하며 힘이 든 줄도 모르고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처음보다 기술자는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그렇지만 공장의 설비는 늘어나지 않은 그대로라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가죽을 다듬기 위해서는 가죽을 다듬는 탁자와 도구들이 필요합니다. 또
가죽을 자르기 위해서는 가죽용 가위가 필요했고 가죽을 꿰매는 재봉틀과 바늘,
그리고 구두를 걸어 놓고 못을 박는 걸이도 필요했습니다.
  원래대로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될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으니 그런 도구들도 두 배로 늘어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했고 모두들 도구를 쓰기 위해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되니 사람은 두 배로 늘어났어도 생산량은 두 배로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공장장은 부랴부랴 구두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와 기계들을 구하려고 애를
써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도구들은 주문을 해야만 만들어지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도구들이 만들어져서 공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도 한달이 남게
걸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구를 그제서야 주문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려움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뚱뚱보 나라 사람들의 발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커서 가죽도 거의 두 배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창고에 있는 가죽만으로는 부족해서 가죽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공장장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기술자들도 애가 탔지만
도구와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차례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한
달이 지나도록 약속한 1,000켤레의 구두를 다 만들지는 못하고 말았습니다.

    (도움말)
    수확체감의 법칙
  앞에서 우리는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요소들의 수량을
증가시키면 된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생산량과 생산요소들의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으며 이러한 관계를 생산함수라고 한다는 것도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한 가지의 생산요소는 늘리지 않은 채 다른 한 가지
생산요소만을 늘린다면 생산량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이제 이야기 속의 난쟁이 나라 구두 공장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난쟁이 구두 공장에 있는 도구와 기계 설비는 뚱뚱보 나라에서 주문한 구두를
만드는 동안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 공장 전체에 있는 도구와 기계 설비 전부를
1이라고 가장해 봅시다. 그리고 같은 도구와 기계에 기술자의 수를 점차로 늘려
봅시다. 다시 말해서 도구와 기계는 늘리지 않은 채 노동력만을 늘리는 경우가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 생산량의 변화를 표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구와 기계  기술자의 수  한 달 동안의 구두 총생산량  구두의 한계생산량
  1  0  0  0  
  1  10  150  150
  1  20  310  160
  1  30  500  190
  1  40  650  150(*1)
  1  50  750  100
  1  60  800  50
  1  70  800  0
  1  80  750(*2)  -50
  1  90  700  -100
  1  100  650  -150
  *1 한계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2 총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앞의 표는 도구와 기계를 늘리지 않고 기술자의 수만을 늘리는 경우에 있어서
구두의 생산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표에서 볼 때
생산량은 어느정도까지는 늘어나다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기술자의 수만을 늘린다고 (노동력을 더 늘린다고) 해서 생산량이 한없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기술자의 수를 80명으로 늘린 경우 오히려
총생산량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에서 한계라는 말의 뜻이 전보다 늘어나거나 줄어든 수치를
나타낸다는 것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한계생산량이란 이전의
단계에서보다 줄거나 늘어난 생산량의 차이를 뜻합니다. 표에서 보면
한계생산량도 얼마간 늘다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 생산요소를 그대로 둔 채 다른 한 가지의 생산요소를 늘리는
경우, 어느 시점에 이르면 총생산량과 한계생산량은 모두 줄어 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수확체감의 법칙 혹은 한계생산체감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덧붙이는 말)
  우리는 앞의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난쟁이 구두 공장의 공장장이 수확체감의
법칙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장장은 기술자의 수만
늘리면 기술자의 수만큼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한 달 동안 1,000켤레의 구두를 만들지 못했고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만약 수확체감의 법칙을 알고 있었다면 공장장은
그런 무리한 주문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경제학의 지식은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 문제들에 대해서 잠깐 알아봅시다.
  1) 배불러 식당에서는 점심 식사 시간 동안 주방에 있는 모든 취사 도구들을
이용할 때 최고 100인분의 식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배뚱뚱이 사장님이
오셔서 자신의 생일 날 점심때 300인분의 식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배불러 식당의 주방에서는 지금 3명의 사람이 일하고 있으며 손이
달리는 경우에는 파출부를 불러서 쓸 수가 있습니다. 취사도구를 더 늘릴 수는
없다고 할 때, 여러분이 배불러 식당의 주인이라면 그 손님의 주문을
받아드리겠습니까? (답: 사람을 더 늘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취사도구들을 더 늘릴 수 
없으면 손님의 주문을 받아들일 수 없음)
  2) 컴퓨터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는 기술자의 수는 10명이며 한 달 동안
최고 250대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한 달 안에 500대의
컴퓨터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 왔습니다. 컴퓨터 500대를 만드는 데
드는 재료는 공장의 창고에 넉넉하게 쌓여 있습니다. 다만 컴퓨터를 만드는
데는 나름대로의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자의 수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러분이 컴퓨터 회사의 사장이라면 이 주문을
받아들이겠습니까? (답: 받아들일 수 없음)
@ff
    아빠의 웃음
    공장의 기계는 언제 가동을 멈춰야 할까요?

  은영이 아빠는 규모는 작지만 그 분야에선 알찬 회사라고 인정받는 회사에
다니고 계시답니다.
  그 회사는 전 사원이 모두 주인이나 마찬가지랍니다. 왜냐하면 회사를 세울
때부터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세웠거든요. 그리고
회사를 세운 뒤로도 회사를 운영하여 남는 이익을 사원들에게 모두 골고루
나누어 주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언제나 힘이
넘쳤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항상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선 옆에서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로 아빠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습니다. 아빠가 웃음을 잃고 계셔서 은영이네 식구들은 모두 걱정이
많답니다. 왜냐구요? 그건 회사일 때문이랍니다.
  아빠가 다니시는 회사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장치에 들어가는 아주 중요한
부품을 만드는 회사랍니다. 그 부품은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외국에서까지도
여러 군데에서 특허를 받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우수한 제품이랍니다.
  그 동안엔 주로 자동차의 고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해
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미국에 있는 경쟁회사들이 괜히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걸어 오더니, 마침내는 덤핑이다 뭐다 하는 판정을 받게 되어
버렸답니다. 그래서 부품의 수출길이 막히게 되어, 그 결과 회사는 적자를 내게
되었지요.
  어느 날 저녁 아빠의 침울한 표정을 보다 못해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셨습니다.
  "여보, 기왕 이렇게 된 것, 사람도 기계도 좀 쉬면서 다른 대책을 세워야
되지 않겠어요?"
  엄마가 생각하시기엔 공장 문을 닫으면 돈이 들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건 안 될 말이오. 공장의 기계랑 직원들을 아주 놀릴 수는 없어요. 다시
주문이 들어올 때를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소."
  "아니, 왜요? 공장도 좀 쉬면 그만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좋잖아요."
  "그건 당신이 모르는 소리요. 공장이 쉬더라도 공장에는 들어가는 돈들이
있어요. 공장 임대료랄지, 은행 이자랄지, 그리고 기계나 공구의 감가상각비
같은 건 문을 닫아도 계속해서 들어간다오. 그러니까 물건이 어느 정도만
팔린다면 그래도 문을 닫는 것보다는 낫다오. 지금처럼 손실이 고정비를 넘지
않을 정도만이라도 물건이 팔려 준다면 당분간은 문을 닫을 수가 없어요."
  "그럼, 고정비만 감당이 된다면 계속해서 공장을 돌리실 건가요?"
  "그렇소. 다시 주문이 들어올 때를 생각해서 공장 문을 닫을 수는 없는
거요."
  아빠의 말씀에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거리시더니 다시 말씀했습니다.
  "그래도 제 생각엔 괜히 이득도 없이 힘만 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
  "허허, 당신은 모르면 잠자코 있어요. 그래 당신 말대로 공장 문을 닫았다가
다시 문을 열면 그 때 사람을 구하기가 그렇게 쉬울 것 같소? 아예 회사를 없애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그럴 수는 없는 거요. 그리고 우리 회사 제품은 누가
뭐래도 세계에서 제일 가는 물건이오. 그러니까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다 보면
반드시 다시 수출할 길이 열릴 거요. 그때까지는 버텨야 한단 말이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하도 답답하길래 저도 해 본 소리예요, 여보."
  엄마는 아빠가 회사일 때문에 너무 고민을 많이 하시는 걸 보고 차라리 공장
문을 닫고 잠시동안 쉬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하셨던 겁니다.
  하지만 아빠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어린 은영이로서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아빠 회사에서 만드는 세계 제일 이라는 그 물건이 다시
당당히 수출을 하는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래야만 아빠의 얼굴에도 다시 웃음꽃이 필 테니까요.

    (도움말)
    고정비와 변동비
  엄마와 아빠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볼 때 은영이는 어느 분의 말씀이 옳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이 그 회사의 사장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당분간 공장의 문을 닫고 쉬는 것이 옳을까요, 아니면 그대로 공장
문을 연 채 조금씩이라도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이 나을까요?
  이야기 속에서 아빠는 이렇게 말씀을 하시고 계십니다. 손실이 고정비를 넘지
않을 (손실이 고정비 보다 작거나 같다) 정도만 물건이 팔려도 공장을 놀릴
수는 없다고요. 그렇습니다. 공장을 아예 없앨 것이 아니라면 기업은 미래를
바라보며 공장을 놀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공장 문을 일시적으로 닫는
경우라면 고정비는 계속해서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기업이나 회사를 운영해 나갈 때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생산비는 크게 나누어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때 고정비란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든
하지 않든 간에 일정하게 들어가는 비용을 뜻합니다. 반면에 변동비란 생산량을
늘려감에 따라서 일정한 비율로 늘어가는 비용을 뜻합니다.
  고정비의 대표적인 것은 공장 건물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임대료랄지,
회사의 운영을 위해서 빌려 쓴 돈에 대한 이자랄지, 그리고 기계설비의
감가상각비(기계나 건물 등이 사용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거나 닳는 것을
금액으로 계산한 것), 그리고 관리직 직원들에 대한 월급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비용들은 공장을 돌리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해서
고정비라고 부릅니다.
  혹 여러분들 중에는 기계를 돌리지 않으면 닳지도 않는데 감가상각비가 왜
들어가느냐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을 해
보세요. 사람의 경우, 먹고 자기만 하고 운동도 일도 하지 않으면 늙지
않을까요? 물론 그 대답은 일을 하지 않아도 늙는다는 것입니다. 기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를 돌리지 않아도 기계는 자연 상태에서도 닳아지게
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감가상각비의 일부도 고정비가 되는 것이랍니다.
  이제 변동비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합시다. 물건 하나를 더 만들기 위해선 그
만큼 원료나 재료를 더 사와야 합니다. 또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면 기술자도 더
필요하게 됩니다. 이처럼 생산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일정한 비율로 더
들어가게 되는 비용이 변동비입니다. 생산량에 따라 변동을 한다고 해서
변동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지요.
  앞에서 여러분이 사장님이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이제 그
대답은 이렇습니다. 앞으로 물건이 잘 팔릴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만 있다면
손실이 고정비를 넘지 않는 한 공장을 돌린다는 것이 바로 그 대답입니다. 다시
말해 판매 금액이 판매 금액이 판매 수량에 대한 변동비만큼만
된다면 (판매금액이 변동비보다 크거나 같다, 손실이 고정비 보다 작거나
같다.) 당분간 공장 문을 닫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손실이 계속된다면 결국은 회사 자체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겠지만요. 지금 현재로선 은영이 아빠의 가장 큰 바람은 판매 금액이
비용(고정비 = 변동비)만큼 되는 거지요. 그렇게 되면 이익도 없지만 손해를
보지도 않으니까요. 다음 그림을 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겁니다.

  "만약 손실이 고정비보다도 크다면 공장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판매금액 - 고정비, 변동비 = 손실

  "은영이 아빠의 현재희망"
  판매금액 - 고정비, 변동비 = 0(손실도 이익도 없는 상태)

    (덧붙이는 말)
  불경기가 되면 가게나 회사를 운영하는 분들이 흔히 이런 말들을 하는 걸
들을 수 있습니다. 마지못해 가게를 운영하느니, 손해만 안 나면 그래도 문을
닫을 수는 없다느니 하는 소리들 말입니다.
  그런 소리들이 앞에서 이야기한 고정비가 감당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문제와 관계가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고정비와 변동비는 가게나 회사를
운영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주위에서 이런 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장사가 안 될 때 할인
판매를 한다든가, 영화관 같은 데에서 아침 관람료를 할인해 준다든가 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 가능한 것이지요.

  다음 문제들을 풀어보면 고정비와 변동비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배불러 식당은 식당을 빌리는 대신 달마다 정해진 금액을 임대료로 내고
있습니다. 이 임대료는 고정비인가요, 변동비인가요? (답: 고정비)
  2) 배불러 식당은 식사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가지 재료들을 구입합니다. 이
때 들어가는 음식의 재료들은 고정비인가요, 변동비인가요? (답: 변동비)
  3) 배불러 식당에서는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에게 매달 일정한 금액을
월급으로 주고 있습니다. 아줌마에게 주는 월급은 고정비인가요, 변동비인가요? (고정비)
@ff
    헌 기계, 새 기계
    기술이 발달하면 생산은 어떻게 변할까요?

  여러분들은 뚱뚱보나라에서 갑자기 주문한 구두를 약속한 대로 만들어 주지
못해 애를 먹었던 난쟁이 구두 공장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그래서
난쟁이 나라 구두 공장 공장장은 지난번 일을 경험으로 삼아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안 되겠어. 평소에 기계랑 공구를 제대로 갖춰 놔야지 갑자기 주문이
밀리면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더라구."
  "그렇지만 무작정 기계만 들여놓아 봤자 좋을 것도 없잖아. 보통 땐 기계가
놀아야 되는 걸. 기계가 놀더라도 기계값은 다 줘야 하고."
  "아냐, 그래도 기계는 새로 들여놓아야 해. 그러지 않아도 이번에 혹부리
나라에서 구두를 꿰매는 기계가 새로 개발되었대. 같은 시간에 지금보다 세
배나 되는 구두를 만들 수 있다던데."
  "정말?"
  "그럼, 정말이고말고 기술 개발이 되어서 기계값도 더 싸졌다지 아마. 난쟁이
신사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 에헴."
  결국 모두의 의견이 새 기계를 사자는 쪽으로 모아졌습니다. 난쟁이 나라의
공장장도 지난번에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난쟁이 구두 공장에선 혹부리 나라에 새 기계들을 주문했습니다.
  "와, 좋다! 이 기계 한대면 헌 기계로 하루 걸릴 걸 한나절이면 만들 수
있겠어. 이젠 주문이 얼마가 들어와도 걱정이 없어."
  난쟁이들은 새 기계를 보며 모두들 즐거워했습니다. 하지만 그 즐거움도
잠깐이었습니다. 난쟁이들은 생각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게
되었거든요.
  새 기계를 시험적으로 돌려 봤더니 정말로 그 전 기계에 비해서 세 배나
빠르게 구두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두를 만드는 속도가 빨라지자
구두의 생산량이 너무 많아져 창고에는 재고가 수북히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더 이상 재고를 쌓을 수 없을 정도로 창고가 꽉
차게 되자, 일부 기술자들은 할 일이 없어 놀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난쟁이들은 워낙 일하기를 즐기는 종족이어서 할 일이 없으면
오히려 기운이 빠지고 생기가 없어진답니다. 새 기계가 돌기 시작한 후로
활기를 잃어가는 난쟁이 기술자들이 점점 늘어갔습니다.
  난쟁이들은 다시 모여서 회의를 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그들이 얻어낸 결론은
당분간은 옛날처럼 헌 기계를 돌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새 기계를 돌릴 수 있도록 구두의 주문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키다리 나라는 물론이고 뚱뚱보 나라, 그리고 바다 건너의
다른 나라에서도 구두 주문을 받아와야만 했습니다.
  난쟁이 나라의 왕은 바다 건너의 배불뚝이 나라에도 사신을 보내서 구두를
주문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주문량으로는 아직도 새 기계를
돌리기에 부족했습니다.
  그 때 마침, 새 기계를 만든 혹부리 나라에서 사신이 왔습니다. 예로부터
혹부리 나라와 난쟁이 나라는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난쟁이 나라에서 새
기계를 사가고도 주문량이 모자라 아직 새 기계를 쓸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사신이 찾아온 것입니다.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난쟁이 대왕님."
  "예, 미처 여러 가지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지요."
  "그래서 말인데요. 그 동안 저희 혹부리 나라의 기계를 사주신 것에 보답하는
뜻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난쟁이 나라의 구두를 신기로 했습니다."
  "아니, 혹부리 나라에서는 워낙 좋은 기계를 가지고 계셔서 다른 나라에서
구두를 살 필요가 없으실 텐데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기계를 잘 만들기는 하지만 가죽 손질이랄지,
구두를 맵시 있게 만드는 것이랄지, 암튼 손으로 해야하는 일은 잘하지
못하거든요. 그런 건 아무래도 손재주가 좋은 난쟁이 나라 사람들이 더
잘하지요.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앞으로 기계를 만드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
구두는 난쟁이 나라에서 사다 신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아,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구두를 만들도록 힘을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난쟁이 나라에서는 마침내 새 기계를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부리 나라 사람들이 구두를 만들지 않고 사가게 되니까, 새 기계를 돌리고도
재고가 남아 돌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힘을 덜 들이고 구두를 만들 수 있게
되어서 구두의 값도 전보다 싸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새 기계를 마음껏 돌릴 정도는 못 되었지만, 그래도 처음 보다는
훨씬 더 나아진 것이지요. 몇 명의 구두 기술자들이 새 기계때문에 할 일이
없어지긴 했지만 그들에겐 구두를 운반하는 새로운 일이 주어졌습니다.
주문량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정해진 곳까지 구두를 운반하는 사람이 더
필요하게 되었거든요.
  아무튼 새 기계 덕분에 난쟁이 나라의 구두 생산량은 옛날의 두 배 정도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할 일이 없어서 노는 사람이 생긴 것도
아니었답니다.

    (도움말)
    기술의 발달과 생산 
  앞의 이야기에서 보면 새 기계를 들여옴으로써 기술 진보가 이루어진
셈입니다. 새 기계 덕분에 전과 같은 양의 노동력을 들이고서도 전에 비해 세
배만큼이나 되는 생산량을 얻게 된 것이지요.
  요즈음 자동차 공장 같은 데를 가보면 로봇이 용접을 하거나 자동차를
조립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지켜 보면서 한편으로는 감탄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저러다가는
사람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개의 경우 기술 진보로 인해
잃어버린 일자리는 다른 새로운 일자리가 대신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기술 진보가 일어난다고 해서 사람이 할 일이 아무것도 없게 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보면 난쟁이 나라의 구두 공장은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한
개의 구두 공장에서 주문받은 구두를 모두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기업이 혼자서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것을 생산 독점이라고 합니다.
난쟁이 나라에서 이러한 생산 독점이 일어나게 되는 이유는 구두의 주문량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문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공장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덧붙이는 말)
  앞의 이야기에서 난쟁이들이 처음에는 주문량이 충분하지 못해 새 기계를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주문량이 늘어남에
따라 새 기계를 돌리게 되었지요. 그리고 새 기계를 돌리게 됨에 따라 생산량이
늘어날 뿐 아니라 구두의 가격도 떨어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생산물의 값이 떨어지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여기까지 읽느라고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다음 문제를 풀어 본
뒤 놀아야 합니다.
  1) 빛나라 컴퓨터 부품회사는 컴퓨터에 들어가는 부속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 부품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라 안의 다른 회사에서는 만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라간의 여러 가지 장벽 때문에 수출을 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안에서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 빛나라 회사는 주문이 모자라
회사의 최고 생산량의 절반 정도만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만약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빛나라 회사의 생산량과 부품의 가격은 어떻게 변할까요(북한에서는 이
부품을 만들 수 없다고 가정을 합시다)? (답: 생산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싸짐)
  2) 남북한이 통일이 되어 북한의 주문을 받아 빛나라 회사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부품 가격이 떨어졌다고 합시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답: 규모의 경제가 일어났다고 함)
  3) 솔별이네(엄마, 아빠, 솔별이)는 할아버지네(할아버지, 할머니, 삼촌)와
따로 살고 있습니다. 그 때 양쪽 집의 생활비는 솔별이네가 50만 원,
할아버지네가 30만원이 들었지요. 그런데 솔별이네와 할아버지가 함께 살게
되자, 생활비는 7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규모의 경제가
일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답: 생산의 측면은 아니지만 규모의 경제가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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