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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5/환경과학

제2장 대기 오염

by FraisGout 2020. 8. 3.

  죽음의 비를 내리는 대기 오염의 실체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 5주일, 물을 마시지 않고 5일을 견딜 수 있지만, 공기를 마시지 않고는 단 5분밖에 살 수 없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음식물 1.4kg, 물 2.3kg을 섭취하는 데 비해 공기는 무려 15kg이나 섭취해야 한다.'
  이렇게 인간 생명에 필수적인 공기도 점점 오염이 심해지고 있다. 사람은 단 한 순간도 공기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공기가 깨끗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공기는 여러 가지 오염 물질이 전파되는 통로로 이용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의 연구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이 장에서는 대기 오염으로 일어나는 현상인 스모그와 산성비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피해와 대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 개발되고 있는 과학 기술을 살펴보기로 하자.

      스모그

  태양계에 속해 있는 별들 가운데, 지구는 두텁게 쌓여 있는 대기층으로 파랗게 빛나는 아름다운 별이다. 만약 먼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들이 우리 지구를 처음 발견한다면 '아름다운 녹색 별'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처럼 대기층은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 중에서 지구를 가장 뚜렷이 돋보이게 해 준다. 우리 인간을 비롯해서 수많은 생물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것은, 적절한 압력(대기압)과 산소를 포함한 적당한 대기 성분이 지구를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귀중한 대기가 날이 갈수록 오염되어 더러워지고 있다. '대기 오염'이란 공기 중에 한 가지 오염 물질이나 여러 가지가 혼합되어 만들어진 복합 오염 물질들이 나타나서 인간이나 동식물, 그리고 생물은 물론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인공적인 건축물에까지 해로운 영향을 기치는 것을 말한다.
  대기 오염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런던에서 일어났던 스모그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스모그=대기 오염'으로 여길 만큼 스모그는 대기 오염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스모그란 말은 연기(somke)와 안개(fog)의 합성어이다. 공장이나 가정의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이 안개와 섞여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스모그는 도시에 따라 그 특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스모그를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런던 형 스모그'와 '로스앤젤레스 형 스모그'로 나누기도 한다.
  런던에서 일어났던 스모그는 '스모그'란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우리들에게 일깨워 주었던 최초의 사건이었다. 런던 형 스모그는 산업화가 진행 중인 나라들에서는 대부분 한 차례 경험했던 일이다. 이 스모그는 산업용이나 난방용으로 석탄계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 발생한다. 특히 겨울에는 난방용 연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스모그가 많이 생기게 된다. 하루 중에는 이른 아침에 많이 발생한다. 더욱이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에는 오염 물질이 바람에 날려 가지 않아서 스모그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런던은 '안개의 도시'라는 별명처럼 항상 짙은 안개에 싸여 있는 도시이다. 런던에서는 오래 전부터 대기 오염이 큰 사회 문제가 되었다. 13세기에 이미 영국 국왕 에드워드 1세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영국에서는 증기 기관이 처음 발명되어 증기 기관차, 증기 기관을 이용한 지하철 등이 세계 최초로 사용되었다. 그 때문에 가뜩이나 안개가 많은 런던 시는 19세기부터 매연에 시달렸다. 따라서, 매연 단속을 목적으로 19세기경부터 위생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1952년의 런던 스모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계속해서 스모그로 인한 사망자가 생겼었다.
  그 악명 높은 런던 스모그 사건이 일어난 때는 1952년 12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이었다. 1952년 12월 4일 목요일, 아침은 상쾌하게 밝아 왔다. 기온은 4도 전후였다. 그러나 맑은 날씨는 차가운 공기가 서유럽을 가로질러 영국에 가까이 다가오면서 바뀌기 시작하였다. 정오가 되자 아침부터 불어 오던 따뜻한 바람이 돌연 멈추면서 수백 제곱 마일에 이르는 템스 계곡에 대륙에서 건너온 차가운 기운이 가득 자리잡았다. 찬 공기는 아래, 더운 공기는 위에 자리잡아서 공기의 흐름이 멈추는 '역전층' 현상이 나타나고,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해가 져서 냉기가 심해지자 모든 가정에서는 난방을 위해 많은 양의 석탄을 땠다. 그리하여 그 날 밤에는 수십만 채의 굴뚝에서 배출된 연기와 아황산 가스가 안개와 섞이게 되었다. 스모그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하룻밤이 지난 12월 5일 금요일의 런던은 오염된 대기의 짙은 안개 속에 휩싸여 버렸다. 대부분의 런던 시민들은 이 짙은 안개 속에서 혼란을 일으켰다. 대낮이었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렸지만 시야가 너무 흐려 충돌 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다. 도로는 거의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수천 명의 운전사들은 안개 속에 자동차를 버려 두고 걸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날 밤은 습도가 100%, 기온은 6도 전후로 대기는 죽은 듯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다음 날인 6일 토요일에 안개는 런던 외곽으로까지 확산되고, 고든필 역에서는 안개로 인해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템스 강을 따라 오르내리던 배들의 운행도 일제히 금지되었다. 토요일 밤도 여전히 습도가 높고 추웠다. 가정에서는 석탄을 계속 땠다.
  다음 날 7일 일요일에는 사태가 더욱 악화되었다. 많은 지역이 대낮에도 짙은 안개 때문에 밤처럼 어두웠다. 안개 속을 걷는 것조차 위험하였다. 안개는 계속 걷힐 줄을 몰랐고, 기온은 변함없이 낮았으며, 공기의 움직임도 없었다. 8일 월요일에도 피해는 계속되었다. 런던 교 역에서 만원인 통근 열차가 충돌하였다. 또 주말 휴일이 끝났기 때문에 공장에서도 매연을 내뿜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런던 시 전체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달리 짙은 안개에 싸여 있는 모습을 눈으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런던의 각 지역에서는 사망자 수가 평상시보다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빗발쳤다. 신문 기사는 스모그 관련 기사로 채워지고, 독자들은 언제 이 스모그가 사라질 것인가에 모든 관심을 기울였다. 다행스럽게도 8일 월요일 밤 남서풍이 불기 시작하여, 9일 아침 6시에는 스모그가 사라졌다.
  스모그가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는 것은 이미 금요일에 분명히 나타났다.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는 그 어느 때 보다 많았다. 시내에서는 스모그의 악화와 함께 쓰러지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금요일 스모그 발생 후 12시간 만에 런던 시의 사망률은 38%나 늘어나서, 평상시보다 114명이나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토요일에는 스모그에 의한 사망자가 209명으로 늘어났고, 사망률은 71%가 상승했다. 일요일에는 다시 사망률이 3배로 높아져서, 스모그에 의한 사망자는 602명이 되었다.
  화요일 아침, 스모그가 사라진 후에도 스모그에 의한 후유증은 계속되었다. 화요일은 아주 쾌청한 날씨였지만, 스모그에 의한 사망자는 500명에 이르렀다.
  12월 13일까지 스모그에 의한 사망자는 2,800명을 넘어섰고, 그 다음 주에는 1,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불과 4일간의 스모그로 4,000여 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그 뒤에도 스모그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 다음 해 2월 중순까지는 추가로 8,000명의 사망자를 기록하는 대참사를 빚었다.
  런던 스모그가 원시적인 공해였다면, 로스앤젤레스의 스모그는 그 복잡함과 다양성에서 현대 공해의 모습을 특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현대의 대기 오염에 관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은 사실상 로스앤젤레스 사건의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최초로 문제가 된 대기 오염 물질은 분진이라고 불리는 먼지였다. 공장 굴뚝과 쓰레기 소각로에서 나온 도시의 먼지는 1940년대에 하루 약 100톤에 머물었지만, 1946년에는 거의 400톤으로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1947년부터는 먼지를 모아서 제거하는 집진기 설치가 의무화되었고, 야외에서의 쓰레기 소각을 금지하였다. 이 조치가 효과를 거두어 2년 안에 먼지의 양은 하루 200톤으로 줄어 들었다.
  그러나 1943년 로스앤젤레스에는 희끄무레하고 때로는 황갈색을 띠면서 눈을 따갑게 하며 눈물이 나게 하는 안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이 새로운 오염 물질을 영국 런던에서 만들어진 용어를 사용해서 '스모그'라 불렀고, 그 원인을 이산화황으로 추측했다. 이산화황은 황을 포함하고 있는 석탄과 기름을 태울 때 발생하는 물질이다. 로스앤젤레스 시는 이산화황을 제거하기 위해 꾸준히 연료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배출되는 이산화황의 양은 점차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모그 현상은 점점 악화되었다.
  한편 눈을 따갑게 하는 스모그 안개의 진정한 원인이 대기 중의 보이지 않은 오염 물질에 햇빛이 작용하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서 밝혀졌다. 즉, 태양 광선을 받아 활성화된 질소 산화물이 휘발유 폐기물과 같은 유기 화합물과 섞여 눈에 보이는 '과산화아세틸질산화물'이란 길다란 이름의 유독성 오염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런던 스모그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로스앤젤레스 스모그에는 '광화학 스모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런 정보를 입수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스모그 통제 방법을 찾았다. 우선 대기 속으로 배출되는 탄화수소의 양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정유 공장의 배출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가했다. 그 결과 정유 공장을 비롯한 석유 산업에서 나오는 탄화수소의 배출량은 점점 줄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로스앤젤레스의 스모그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갔다.
  과학자들은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 스모그의 발생 원인을 조사했다. 이렇게 해서 새로 알려진 원인은 자동차 사업이었다.
  과학 기술이 가져다 준 편리한 도구로 이미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 가스가 범인이라는 것이다. 이 배기 가스에 함유된 여러 가지 독성이 대기를 오염시키고, 인체에 해를 미치는 공해 요소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등장한 자동차가 공해 제조기가 된 것이다. 결국 로스앤젤레스의 스모그 사건은, 현대 과학 기술의 성공작이었던 자동차가 환경이란 측면에서는 기술적 실패작이 되는 표본적인 사례가 되었다.
  자동차 시대가 열린 지는 벌써 1백 년이 지났다. 전세계의 자동차 숫자는 20세기에 들어설 때만 해도 2만 대 미만이던 것이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1천5백만 대로 늘어났고,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3억 대를 넘었다.
  우리 나라의 증가 속도도 이에 못지 않다.
  1984년 말에 38만 대 정도였던 서울의 자동차 대수는 1991년 1월에 드디어 100만 대를 넘어섰다. 이것은 2.8가구당 1대, 10명당 1대의 자동차를 소요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의 주요 도시에 비하면 아직 크게 못 미치는 형편이지만,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하루 평균 72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가히 엄청난 양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자동차 대수의 급격한 증가는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자동차 배기 가스가 일으키는 공해는 너무나 다양하다.
  배기 가스에는 여러 가지의 대기 오염을 일으키는 화학 물질이 거의 모두 망라되어 있다.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산성비를 내리게 하고 식물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황산화물, 질소 산화물, 광화학 스모그를 일으키는 탄화수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오늘날 광화학 스모그는 로스앤젤레스와 같이 햇빛이 강한 곳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세계 도처의 대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의 공기 속에는 광화학 스모그를 일으키는 질소 산화물, 탄화수소와 함께 공장에서 나온 아황산가스, 유기 화합물, 먼지 등 자연적인 공기 속에서는 발견되지 않던,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물질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오늘날 서울의 하늘은 런던 스모그와 로스앤젤레스 스모그가 모두 나타나고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남산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온통 뿌연 안개에 뒤덮인 것 같다.

      죽음의 비

  스모그와 함께 대기 오염으로 일어나는 대표적인 현상은 산성비이다. 산성비의 주 발생 원인도 역시 배기 가스와 공장에서 배출되는 매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산성비는 유럽에서는 '초록의 페스트(흑사병)', 중국에서는 '공중 사신', '공중귀'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릴 만큼 나날이 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보통의 비는 산성도를 나타내는 수소 이온화 농도(pH)를 측정해 보면 약 5.6정도이다. 산성비는 이보다 낮은 수치의 값을 가지기 때문에 산성을 나타낸다. 대기 오염이 심하면 pH 3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식초가 pH 3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빗물의 산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최근 우리 나라에 내리는 산성비는 혀에 닿을 경우 잘 익은 김치를 먹는 것과 같은 정도의 진한 산성을 띠고 있다.
  산성비는 자동차 배기 가스나 공장으로부터 배출되는 각종 매연으로부터 나오는 아황산가스와 질소 산화물 등의 오염 물질이 빗물에 녹아 들어가서 황산이나 질산을 포함한 강한 산성을 띈 비가 된 것이다.
  이런 산성비가 국경 없이 넘나들면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1950년대 초부터였다. 서독에서는 지난 86년 전체 삼림의 55%가 산성비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70년대 초 가로수로 심어진 삼나무가 집단적으로 죽은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또한 1973년경부터 관동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주민들이 목구멍의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에서는 호수나 늪에 사는 물고기가 죽어 가고 삼림이 말라 죽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캐나다는 산성비의 원인을 미국 중서부 지방의 공장 지대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 때문이라고 하고, 북유럽에서는 독일 등의 산업 지대에서 배출되는 매연 속에 들어있는 공해 물질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산성비가 일으키는 피해는 모든 생태계와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일어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사람이 산성비를 장시간 맞게 되면 눈이 충혈되는 안질, 목과 피부가 따가워지는 피부 질환과 호흡기 질환 등이 일어난다.
  산성비의 피해가 삼림의 고사에 의해서 맨 처음 드러났던 것처럼 산성비는 수목의 성장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
  산성비가 내리게 되면 보통 때는 토양 입자와 결합되어 있던 철, 알루미늄, 망간 등 금속 이온들이 토양 속의 산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용해된다. 이렇게 용해된 금속 이온들은 뿌리에 흡수되는 물을 통해서 식물 속으로 들어가 식물의 대사 작용을 방해한다.
  호수나 늪이 산성화되면 그 안에 이루어져 있던 생태계는 전멸하고 만다.
  산성비가 생태계에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다. 금속이나 돌을 부식시켜 건축물이나 문화재를 파괴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산성비에 가장 취약한 돌의 종류는 대리석이나 백운석(돌로마이트)인데 석회석 함량이 많은 시멘트도 산성비로 상당히 약해질 수 있다. 대리석으로 된 건축물이나 조각품들은 산성비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크다. 건조한 상태로 침강된 황은 습기가 존재하면 탄산칼슘(대리석)과 반응하여 황산칼슘이 된다. 황산칼슘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비가 내리면 씻겨져 나가게 된다. 이렇게 산성비 속에 포함된 황이 일으키는 화학적 부식 작용은 대리석으로 된 건물이나 조각품을 약하게 만들어 바람, 비 등 물리적인 풍화 작용이 함께 일어날 경우 매우 빠른 속도로 부식하게 만든다.
  산성비는 석재 외에도 여러 가지 금속들을 부식시킬 뿐만 아니라 페인트를 퇴색시키거나 건물들을 시커먼 색깔로 변색시키기도 한다.
  산성비에 의한 문화재 피해는 전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귀중한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유럽의 경우는 그 피해가 아주 심각하다. 미국에서도 자유의 여신상이 산성비로 크게 파손되어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산성비는 겨울이 되면 산성눈으로 변해서 각종 공해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 나라의 겨울에 서울 지방에 내리는 눈의 수소 이온 농도를 재어 보면 pH 4.0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눈은 이제 결코 겨울의 낭만이 아니라 하늘에서 쏟아지는 '백색의 공포'가 된 셈이다.
  산성눈은 피해면에서 산성비와 별로 차이가 없다. 특히 사람들은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하지만, 눈은 별 생각 없이 흠뻑 맞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산성눈 이외에 산성 안개가 발생하기도 한다. 산성 안개의 경우에는 발생 횟수가 많고 식물과 접촉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더욱이 pH 3 전후의 산성도가 높은 안개도 관측되는데, 이 정도가 되면 식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산성 안개가 발생하는 공기 중에는 대기 오염에 의해 발생한 오존 등이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존과의 복합 영향에 의한 삼림 피해가 일어나기 쉽다.
  이런 산성비 피해의 특징은 국경이 없이 범지구적으로 일어나는 공해라는 점이다. 인접한 여러 나라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이 날아다니며 여러 나라에 산성비를 내린다. 따라서, 산성비의 연구와 피해 방지 대책은 국제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 내리는 산성비의 오염도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산성비의 오염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물론 1차적으로는 늘어나는 자동차와 대기 오염 물질 때문이지만, 최근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유황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구름에 의한 영향일 가능성도 있다. 산성비 문제는 전세계 국가들의 공동 노력 없이는 그 해결이 불가능한 셈이다.

      대기 오염을 줄이는 과학

  대기 오염을 일으키는 오염 물질들은 대부분 공업 활동의 부산물로 산업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다.
  대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오염 원인 물질의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다. 즉, 오염 물질을 만들어 내는 발생원을 제거하는 방법이 최선의 길이다.
  오염 물질 발생원에는 공장의 굴뚝처럼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서 오염 물질을 뿜어 내는 고정 오염 발생원과, 자동차처럼 이동하면서 오염 물질을 퍼뜨리는 이동 오염 발생원이 있다. 하지만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하여 자동차나 공장을 모두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현재 각 나라에서는 오염 물질 중에서 가장 해가 많은 오염 물질의 배출량을 법으로 규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기 오염 물질은 여러 종류의 유기 물질을 포함해 그 종류가 수백 가지나 된다. 그래서 이 중에서도 발생량이 많고 유독한 것을 골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오염 물질에는 황산화물, 질소 산화물,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분진, 할로겐 화합물, 오존 및 방사성 물질 등이 있다. 이런 물질들에 '환경 기준치'란 것을 정해 놓고, 그 이상 배출되지 못하도록 감시와 규제를 하고 있다.
  아황산 가스는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물질로 오랜 기간에 걸쳐 들이마실 경우 호흡기에 장애를 일으킨다. 이것은 주로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 연료를 태우는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아황산 가스가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아황산 가스는 공기 중의 수증기와 반응하면 수증기에 녹아 황산이 된다. 그래서 산성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질소산화물로는 일산화질소와 이산화질소가 있다. 이런 물질들은 주로 자동차의 배기 가스나 난방 기구에서 발생한다.
  질소 산화물은 물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공기 중의 수증기와 작용해 질산을 만들어 금속을 부식시킨다. 또한 아황산 가스와 마찬가지로 역시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 이산화질소는 햇빛을 흡수해서 대기를 뿌옇게 만들어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앞을 잘 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토마토나 오렌지 같은 농산물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높은 농도의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면 성장이 느려지고 수확량이 줄어든다.
  또 이산화질소는 만성 폐질환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고, 어린이에게는 기관지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이산화질소는 햇빛을 받으면 분해될 수 있다. 이 분해된 물질이 탄화수소와 결합하면 광화학 스모그가 생긴다.
  일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대단히 안정된 물질이기 때문에, 대기 중에 방출된 뒤에도 2--4개월 가량이나 변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다. 일산화탄소는 물질에는 해를 끼치지 않지만, 인체에는 나쁜 영향을 준다. 우리의 핏속에는 산소와 결합해서 몸 속의 조직 세포에 산소를 전달하는 헤모글로빈이란 물질이 있다. 이 헤모글로빈에 의해서 우리들이 들이마신 산소가 몸 속 구석구석까지 전달된다. 그런데 일산화탄소는 산소와 헤모글로빈의 결합력보다 230배 이상이나 더 강력한 힘으로 헤모글로빈과 결합한다. 그래서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 몸 속의 조직 세포에 배달되어야 할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가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몸 속에 산소 공급이 차단된다. 따라서, 폐 질환, 두통, 현기증이 뒤따른다. 연탄 가스 중독의 원인이 바로 이 일산화탄소이다.
  또한 산성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생원의 검토뿐 아니라 삼림에 기치는 피해를 미리 막기 위해서 대기 오염에 강한 나무를 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나무들이 오염에 견딜 수 있는 힘을 조사해서 특히 대기 오염에 강한 나무를 가로수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기 오염 물질의 주 발생원은 공장의 매연과 아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자동차의 배기 가스이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연료의 품질이 나쁠 때에는 많은 양의 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따라서,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줄이려면 유황 성분이 적게 들어간 석유를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는 지금의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업적인 공정 자체의 개량도 연구되고 있다. '바이오 리액터'를 사용해서 환경에 조화를 이루는 공정이 바로 그것이다. 바이오 리액터란 효소나 미생물을 이용해서 유용한 물질을 얻고자 할 때, 이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말한다.
  인공적인 환경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려면 고온과 고압의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필연적으로 오염 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바이오 리엑터를 사용하면 저온, 저압의 환경에서도 효율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자연에 무해한 순환형 공정을 실현시키는 일이 가능해진다.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자동차는 현재 두 가지 정도의 연구 방향이 있다.
  첫째, 대기 오염을 심하게 유발시키는 승용차를 철저히 단속하고 규제하는 일이다. 현재 이루어진 조사에 의하면 전체 자동차가 일으키는 대기 오염의 절반은 전체 승용차의 10%가 그 범인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10대 중 1대 꼴밖에 안 되는 적은 숫자의 자동차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오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운행 중인 승용차 중 대기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만 해도 공기는 지금보다 2배 이상 깨끗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대기 오염의 주범이 되는 자동차를 보다 빨리 정확하게 알아내는 장치가 개발되었다.
  원격 오염 모니터라는 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장치는 고속 도로 출구에 있는 교통 초소 속에 은밀하게 설치된다. 비디오 카메라와 연결된 이 모니터는 공기 오염의 제한치를 넘어서는 자동차의 번호를 어렵지 않게 기록할 수 있고, 그 기록을 근거로 위반자에게 소환장을 보낼 수 있다.
  그 동안의 실험 결과 이 탐지기의 측정 착오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 탐지기의 장점은 어떤 기상 조건에서도 가동할 수 있고, 또 밤낮없이 시간당 1천2백 대의 오염 배출 차량을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치의 탐지 방법은 우선 승용차의 뒤쪽 배기관에서 나오는 배기 가스 속을 겨냥하여 적외선을 쏜다. 빛을 받은 배기 가스는 이 빛의 파장을 바꾼다. 파장이 바뀐 적외선은 도로 반대쪽에 설치된 거울에 반사된 다음, 다시 다각형 모양을 한 소형의 탐지 장치로 되돌아오게 되고,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파장의 변화를 바탕으로 배기 가스의 수치를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이 탐지기가 차 한 대의 배기 가스의 수준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초도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은 배기 가스의 양을 줄일 뿐이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따라서, 두 번째 방법은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저공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저공해 자동차들로서 연구되고 있는 것들에는 전기 자동차, 메탄올 자동차, 수소 자동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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