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왕사성 가란다 죽림에 계실 때였다. 그때 존자 나라달다는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한 다음 죽림으로 돌아와 공양을 마쳤다. 그런데 저 멀리 제타 숲에 핏빛이 감도는 모양을 보게 되었다.
괴이하게 여긴 나라달다가 직접 가보니, 어떤 아귀가 몸이 다 녹아내려 뼈만 앙상한 채 하루 밤낮 동안
오백 명의 자식을 낳는대로 다 잡아 먹었으나 여전히 허기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나라달다
가 아귀에게 다가가 물었다.
"너는 무슨 업연으로 인해 이렇게 고통스러운 과보를 받고 있는게냐?"
"직접 부처님께 여쭤보면 말씀해주시리다."
그래서 나라달다는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자신이 본 광경을 이
야기했다.
"저는 걸식을 나갔다가 돌아온 후 어떤 아귀가 오백 명의 자식을 낳는대로 다 잡아먹는 모습을 보았
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 아귀는 무슨 업연으로 인해 저렇게 고통스러운 과보를 받게 된 것입니까?"
"나라달다여,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귀 기울여 열심히 듣도록 하라. 내 너를위해 설명해주리라.
이 현겁 중에 바라나국이 있었다. 그 나라에는 금은보화는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종복과 가축을 거
느린 장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 장자에게는 자식이 없는 것이 유일한 걱정이라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장자는 족성가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였는데, 얼마 후 그녀는 임신을 하
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큰 부인은 질투심이 생긴 나머지 작은 부인에게 은밀히 독약을 먹여 낙
태를 시켜버리고 말았다. 차후에 이 일을 알게 된 식구들이 큰 부인과 싸움을 벌여 뭇매를 때리면서 그
진위를 따졌다. 큰 부인은 사실대로 말하자니 맞아죽을 것 같고, 거짓말을 하자니 뭇매를 맞는 고통을
언제까지 참아야 할지 몰라 급한 김에 이렇게 맹세해버리고 말았다.
"만일 내가 낙태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죽은 후에 아귀로 환생해서 하루 밤낮 동안 오백 명의 자식을
낳는 대로 다 잡아먹어도 허기를 면치 못하게 하옵소서."
큰부인은 그렇게 맹세를 하고 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나라달다여, 그때의 큰 부인은 질투심 때문에 작은 부인의 자식을 낙태시키고도 도리어 망령되게 거
짓 맹세를 한 과보로 아귀가 되었다. 그리고 저렇게 끔찍스런 일을 당하게 된 것이니라."
이때 여러 비구들은 질투심이 많은 중생은 삼악도(삼악도는 죄악을 범한 결과로 태어나는 지옥, 아귀,
축생을 동시에 일컫는다)에 떨어져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부처님의 이야기를 듣고 몸서리
치며 모든 질투심을 버리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찬집백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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