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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향기로운 남자

by Frais Study 2020. 6. 23.

  부처님이 마가다국에 계실 때의  일이다. 부처님이 여러 비구들과  함께 유행하시다가 갠지스 강가에 
이르러 오래된 탑을 보게 되었다. 그 탑은 이미 훼손되고 무너진 지 오래였지만 그대로 방치된 채 있었
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에게 물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탑은 무슨 탑이길래 이렇게 무너져도 수리하는 사람이 없는 것입니까?"
  "비구들아, 귀 기울여 들어라.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해 설명해주리니, 이 현겁 중에 바라나국이  있었는
데, 그 국왕의 이름은 범마달다였다. 그는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의 생활은 풍요로웠고 전쟁
과 재난 그리고 질병이 없었다. 또 코끼리,  말, 소, 양 들이 번성했으며 수만 가지  보물로 가득 넘쳐났
다. 그러나 국왕에게는 유일한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식이 없는  것이었다. 그는 천지신명에게 기도
하여 자식을 얻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궁궐 안 연못에 아름다운 연꽃이 피었는
데 그 봉오리 속에 한 어린아이가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그 아이는 신체가 매우 단정하고 입에
서는 꽃향기가 났으며 모공에서 갖가지 향내가 피어났다. 이 모습을 지켜본 연못 관리인은 왕에게 달려
가 본 대로 보고했다. 그러자 국왕은 몹시 기뻐하며 후비와  함께 정원으로 달려가 그 아이를 본 후 너
무 기쁜 나머지 끌어안으려고 했다. 그때 그 아이가 왕을 향해 계송을 읊었다.
  "대왕께서 마땅히 바라던 대로
  왕의 소원이 이루어지리니
  자식이 없는 것을 보고
  오늘 왕자가 되려고 이렇게 왔다네."
  국왕과 후비 그리고 궁녀들은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아이를 얼싸안고 궁  안으로 데려가 키웠
다. 그 아이가 자라면서 걸음을 딛는 곳마다 연꽃이 피어나고 모공에서는 전단향을 풍기므로 그 이름을 
전단향이라 불렀다. 그런데 전단향은 돌아 다니는 곳마다 피어났던 연꽃들이 처음에는 생생하다가도 오
래지 않아 시드는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내 몸도 반드시 저렇게 시들고 말리라.'
  그러던 중 전단향은 마음에 깊이 깨닫는 바가 있어 곧 벽지불의 경지를 이루고 허공에 솟아올라 열여
덟 가지 신통력을 보이고는 곧 열반에 들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국왕과 후비 그리고 궁녀들은 모두 
대성통곡하면서 벽지불의 시신을 수습하여 화장한 후 남은 사리들을 모아 탑을 세우고 안치했다. 그 탑
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저 탑이니라."
  부처님의 설명을 들은 비구들이 다시 물었다.
  "그 벽지불은 과거에 무슨 복덕을 심었기에 그러한 과보를 받게  된 것입니까? 원컨대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셀 수 없는 오랜 세월 전 바라나국에  부처님이 출현하셨는데 그 명호를 가라가손타라고 했다. 그때 
한량없는 재보를 지닌 어느 장자가 있었는데, 그가 죽자 그 아들과 어머니는 각기 따로 살게 되었다. 아
들은 여색을 무척 밝혀 자기 구미에  맞는 창녀를 보기만 하면 하룻밤에 백  냥씩을 줘서라도 잠자리를 
같이하는 방탕한 생활을 수년간 계속하다가  급기야 재산을 탕진했다. 더 이상  창녀에게 줄 돈이 없게 
되자 장자의 아들은 더 이상 창녀와 잠자리를 같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장자의 아들이 한 창녀에게 
끈질기게 단 하룻밤만이라도 같이 잠자리를 할 것을 부탁하자 창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아름다운 꽃을 구해와서 내게 준다면 하룻밤을 같이 보내겠어요."
  그 말을 들은 장자의 아들은 생각에 잠겼다.
  '아, 이제는 창녀에게 꽃 한 송이 사줄 만한 돈도 수중에 남아 있지 않구나. 하지만 왕탑 속에는 분명
히 아름다운 꽃이 있을 테니, 그 꽃을 훔쳐내서라도 저 창녀와 하룻밤을 보내야겠다.'
  탑에는 관리인이 지키고 있어 정문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옆구멍으로 기어들어가 기어코 꽃을 
훔쳐 창녀에게 주고서는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 그런데 날이 밝자 그의 몸뚱아리에는 온갖 종기가 돋아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가 의원을 찾아가 치료할 약을 묻자,  의원은 이렇게 대답했
다.
  "반드시 우두전단을 그 종기 위에 발라야만 나을 것이오."
  그는 이리저리 궁리해도 방법이 없자 결국  집을 팔아 돈 육십만 냥을 마련해서  우두전단 여섯 냥을 
구했다. 의원이 우두전단을 종기 위에 바르려고 할 때 장자의 아들은 문득 깨닫는 바가 있어 말했다.
  "내 병은 바로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니 당신이 그 바깥 쪽을 치료한다고 해도 무슨 차도가 있겠소?"
  말을 마친 장자의 아들은 집을 팔아 마련한 우두전단을 들고 꽃을 훔쳐냈던 왕탑 속에 들어가 커다란 
서원을 세웠다.
  "부처님께서는 먼 옛날부터 여러 가지 고행을 하면서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타락하여 제 몸뚱아리마저 온전히 보존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원컨대 부처님
이시여, 가엾고 불쌍하게 여기사 제 병을 고쳐주옵소서."
  서원을 마친 장자의 아들은 우두전단 두 냥으로 훔친 꽃값을 갚고 또 두  냥으로 지성을 다해 부처님
을 공양하고 나머지 두 냥으로 지극한 참회를 했다. 그러자 어느새 종기는 사라지고 모공에서는 전단향
이 풍겨났다. 향내를 맡은 장자의 아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며 부처님에게 감사를 드린 후 탑에서 나
왔다. 이러한 공덕으로인해 그는 아귀, 축생,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이나 인간세상에 태어나게 되었
다. 또 다니는 곳마다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고 모공에서는 항상 향내를 풍기게  된 것이니라. 비구들
아, 그때 우두전단을 탑에 바친 장자의 아들이 바로 그 벽지불이었음을 알라."
  갠지스 강가의 허물어진 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비구들은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찬집백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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