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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상담사례연구집

by Frais Study 2020. 5. 16.

    제1부 사례연구의 기초
    1.사례연구의 의의와 절차
   1. 사례연구의 의의  
  상담 및 심리치료 분야에서 이론이나 기법은 주로 실제사례들에서의 경험,
그리고 진행과정과 상담결과들을 연구함으로써 발달해 왔다. 다시 말해서,
상담이론이나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상담현장에서의 경험들을 토대로 하여 틀과
내용이 구성되고 또 바뀌게 마련이다. 물론, 이론과 방법이 상담 및
심리치료의 접근방향이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어느 정도 결정한다. 그러나
그러한 이론 및 방법들은 모두가 처음에는 상담자의 경험적 자료에서 종합되어
틀을 갖춘 것이고, 또 상담의 실제경험을 토대로 그 접근방향이나 처리방법이
계속 수정 보완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과 실제가 서로 상호보완적인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상담의 실제가 뒷받침하지 않은 이론이란 아무
소용이 없다. 흔히 '이론과 실제는 거리가 있다'는 말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또한, 이론을 알아도 상담다운 상담을 하지 못하는 것과, 이론 및 방법론적
개념들을 배우지 않고서도 꽤 성공적인 상담이 가능한 것도 모두 상담의
경험적 실제가 보다 중요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담의 실제는 어떻게 이해되는가? 바로 다른 사람의 사례나 자기의
사례를 체계적으로 공부함으로써 상담의 실제가 가장 잘 터득된다. 물론
상담사례들을 의식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은 채, 상담의 경험을 많이 축적하면
실제를 어느 정도까지는 터득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사례연구라는
체계적인 공부를 통하여 상담의 실제를 익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례연구란 '처음의 무엇이 나중에 어떻게 변했으며 상담자가 어떤 내담자의
무엇을 언제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어떻게 자극을 주었는지' 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례연구를 통해 상담자는 자기의 노력과
접근방법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고, 또 상담을 처음 시작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담이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지를 알려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례연구란 아주 단순히 정의하자면 개별 내담자에 대한 관찰결과와 상담의
진행과정을 연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례연구는 주로 내담자에 관한
평가내용과 상담자-내담자간의 경험적 자료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므로
상담자의 관찰내용과 경험은 가능한 한 상세히 기록되어야 하며, 이 기록은
개별 내담자의 독특한 특성과 상담상황을 잘 반영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사례연구는 다음과 같은 특성 때문에 상담이나 심리치료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어 왔다. 첫째, 사례연구에는 한 개인에 대한 상세한 자료들이 집적되어
있으므로 현재의 행동과 관련이 있는 과거의 사건을 탐색하고 그 영향을 밝힐
수 있다. 즉, 현재의 행동을 설명하는 다양한 변인들을 밝힘으로써 문제 및
특정행동이 형성된 배경에 관한 가설을 제시할 수 있다. 둘째, 사례연구는
현재의 문제행동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상담의 접근방법에 대한 이해,
정보를 제공해 준다. 즉, 어느 기법이 특정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하는지를 밝힐 수 있다. 따라서 드물게 나타나는 문제행동이나 증상에
대하여서도 개별 상담자로서는 한정된 사례수 밖에 경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례연구를 통해서 그 증상의 발달과정이나 효과적 상담방법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 셋째, 사례연구를 통하여 실험이나 기타 여러
방법론에 의하여 일반화된 이론이 실제 한 개인에게 적용 가능한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의의 때문에 사례연구는 한정된 사례로부터 얻어진 결과는
일반화하기 곤란하며 자칫 연구자의 편견이 들어가기 쉽다는 일반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상담의 중요한 연구방법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특히 깊이 있는 사례연구를 통하여 상담의 이론이나
기법을 발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담자 개인으로서는 상담자로서의
전문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2. 사례연구의 절차  
  사례연구의 절차는 대체로 상담의 시작에서 종결에 이르는 진행과정에
관해서 상담자가 철저히 기록을 남기는 과정을 포함하게 된다. 다만 사례의
연구목적에 따라 각 상담회기 (시간) 및 전체과정에 관한 기록양식은 달라질
수 있다. 사례연구는 기록된 자료가 기초를 이루므로, 보다 생생한 자료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근래에는 녹음기나 비디오 등 각종 기기가 발달해
있으므로 상담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들 기구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상담자의 기록은
연구자료의 주요출처가 되기 때문에, 상담자는 자신의 관찰 및 경험내용을
철저히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사례연구의 절차와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2.1. 기본적 정보의 수집
  사례연구를 하고자 하는 상담자는 우선 내담자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수집하여야 한다. 기본적인 정보란 내담자의 성명, 주소, 전화번호, 연령,
성별, 종교, 결혼여부, 교육정도, 직업, 직위, 봉급수준 등 인적사항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기혼자의 경우 결혼시기, 결혼기간, 이전의 결혼경험,
이혼경험, 이혼사유 등과 현재 배우자의 연령과 직업, 자녀의 수 등도 함께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이전에 상담이나 정신과적 치료, 입원의 경험이
있는지, 어떤 종류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도 살펴본다.
 이러한 기본정보는 내담자와 연락.접촉을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내담자의
전체적인 모습을 추측하고 이후 꼭 필요한 정보가 무엇이며 어떠한 점을 더
고려해야 할지 등 상담의 시작단계에서 그 내용을 연구자(상담자)가
참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서는 첫 면접 시작 전에
상담신청서와 접수면접기록을 검토하고 빠진 것이 있는 경우 가능한 한 첫
면접에서 수집해 두어야 한다.

  2.2. 주 호소 내용의 정리  
 기본적인 정보수집과 아울러 사례연구를 위해서는 내담자의 주된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내담자가 직접 표현한 내용
(주 호소) 이 무엇인지를 정리하여야 한다. 내담자는 상담의 첫 면접에서
자신의 불편한 점을 직접.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그 중 무엇이 내담자의
주된 문제인지를 파악하여 가능한 한 주 호소 내용을 내담자의 표현대로
축어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다.
  이 때 상담자는 주된 문제가 시작된 시기, 주로 일어나는 상황, 내담자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의 발생원인, 그리고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내담자
나름대로의 해결 또는 대처 방식 등을 함께 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
호소한 내용 이외에 또 다른 문제 혹은 증상이 있는지도 알아보아 정리해
두어야 한다. 때로 내담자는 다른 증상들을 경시하고 어느 한 가지 증상에만
집착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내담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주 호소 내용이 실제
주된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내담자 자신이 현재 전공하고 있는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이야기할 때, 실제로는 학과활동이나 학교생활에서의 대인관계가
어려운 것이 이러한 문제를 불러일으킨 보다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상담자 나름대로
문제를 파악하여야 한다. 따라서 별도로 상담자가 판단한 내담자의 주된 문제,
문제가 일어나는 상황, 문제의 원인, 적응방식 등의 형식을 별도로 두어야
한다.

  2.3. 가족관계에 관한 자료수집
  가족관계는 개인의 성장과정에서뿐 아니라 현재의 주요 생활장면이며
대인관계의 기본무대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사례연구에서는 가족관계가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취급되고 있다. 가족관계에 관련된 자료는 가능한 한 상세히
수집하는 것이 좋다.
  가족에 관한 자료로는 내담자가 현재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사항뿐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함께 있었던 가족과 주요 동거인에 관한 자료도
포함된다. 즉, 부모, 형제, 조부모, 현재 배우자, 자녀에 대한 가족상황과
주요 동거인, 현재의 동거 가족상황을 도표 (참조:접수면접 기록용지 및
상담사례자료) 로 기록한다. 이는 내담자가 성장해 온 환경에 대한 정보와
아울러 문제가 발생하고 유지되는 데 관계가 있는 가정적 영향을 밝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특별히 가족간의 유대가 강하므로
적어도 3대에 걸친 가족상황을 조사하여 기록해 두는 것이 유용하다.
  이와 아울러 가족에게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적.정신적 질병이 있는지 등
가계의 유전적 소인에 관한 정보도 수집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간질이나
자살한 사람 혹은 정신질환을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이가 있는지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내담자 문제의 본질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가족관계에서는 또한 부모, 형제, 자매와의 관계, 성장기간 동안의 주요
사건, 현재의 문제상황 직전에 내담자가 처해 있던 환경, 결혼생활에서의
적응양식과 부모로서의 역할수행 방식에 관하여 파악하고 정리해 두어야 한다.
즉, 내담자와 부모의 관계, 형제.자매 관계에서 특히 애정을 느끼거나
경쟁하고 있는 대상이 있는지, 가족들과 관계를 맺는 양식은 어떠하며
특정사건이 내담자나 가족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기혼자의
경우 배우자나 자녀들과는 어떠한 양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2.4. 내담자의 개인적 특성에 관한 자료의 정리
  상담자는 내담자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우선 내담자의 신체적, 성적, 정서적 성숙도가 어떠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유년기 혹은 청소년기에 키가 큰 편이었는가, 뚱뚱한 편이었는가,
2차 성징은 언제쯤 나타났는가, 성적 성숙이 빠른 편이었는가, 자신의 신체적
특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등을 알아본다. 그리고 신체적 특징이 현재
자신의 자아상 (자기에 대한 느낌) 과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한편 내담자가 현재까지 겪어온 주요 생활경험을 어떻게 소화하고 자신을
어떠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조사하여 두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입시에서의 실패, 가족의 죽음, 집안의 사업실패, 어린 시절의 도벽경험,
성경험 (자위행위 포함) 등 여러 경험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소화 (느낌.
생각.행동) 하고 있는지 주요경험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을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자신이 가진 문제에 대하여 어느 정도 통찰 (자각) 을 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로 해결하려 하는지 그 동기 수준을 살펴보아야 한다. 즉,
자신이 가진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이며, 주로 자신의 성격 중 어떠한
측면이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의 수준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실제로 얼마나 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아야 한다.
  아울러 취미, 특기, 장래희망 등 내담자의 관심분야와, 내담자가 환경
속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정서적 지지기반 (특히 내담자를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람들), 치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담자의 자원 (지구력,
적극성, 자존심, 지능 등) 은 무엇이 있는지도 파악해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동성의 친구집단으로부터 혹은 이성친구로부터, 남편 혹은 아내.
자식으로부터, 직업이나 학업에서의 성취감 등, 어느 곳으로부터 위안을
받는가와 내담자의 어떤 경험이 치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내담자가
가진 자산 혹은 강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 특성에 관한 자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내담자의 권위인물에
대한 태도, 자아개념, 의존욕구로부터의 독립 정도, 갈등의 주된 해결방식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권위인물, 즉 아버지나 상사. 선배 등
윗사람과의 관계가 어떠한가, 자신을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가,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혼자서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가,
합리화.투사. 억압 등 어떤 방어기제로 자신을 유지하려 하는가 등의 측면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내담자의 대인관계에 관한 정보를 정리하여야 한다. 친구는 얼마나
있는지, 그 친구들은 어느 정도의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친구관계가
지속되도록 어떠한 양식으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성 (또는 배우자) 과의 관계는 어떠하며 깊이 있게 유대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지, 그 관계의 특징이 무엇인지도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 이외에 교우,
동료, 선.후배 등 대인관계의 범위와 관계에서 어떤 특징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인관계에 대한 정보는 환경에 대한 내담자의
적응양식이나 정서적 유대감 등을 이해하는 기본자료들이므로 사례연구에서는
필수적으로 정리해 두어야 하는 요소들이다.

  2.5. 상담의 진행과정에 관한 자료의 기록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내담자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해두어야 할
뿐 아니라, 사례연구를 위해서는 상담이 진행된 과정에 대한 정리.기록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례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하여는 상담자와
내담자간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상담의 진행과정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상담자와 내담자 두 사람 사이에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상담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이 필수적이다. 내담자에 관련된 정보만을 주로 정리.
제시한다면, 그것은 '내담자조사보고' 라 할 수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상담사례보고' 는 아닐 것이다.
  상담진행과정을 정리할 때에는 첫째, 어떠한 상담기법을 적용하였고 상담의
빈도와 전체 횟수는 몇 회인지,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은 어떠하였는지
등을 기록해둔다. 예를 들어 내담자에게 정신분석적 해석기법을
사용하였다든가 혹은 특정 증상의 완화를 위하여 행동수정의 단계적 둔화를
사용하였다는 식으로 보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 1회 혹은 주 2회,
총 30회 하는 식으로 매회 상담일자와 주요내용, 상담자의 개입 방법을
기록한다. 이와 함께 각 회기에 특징적인 내담자의 반응, 예를 들면 매우
저항감을 표현하였다든가, 몹시 울었다든가, 쉬지 않고 자기 증상만을 반복
호소하였다든가 하는 것을 기록해 둔다.
  둘째,상담 중 일어난 중요한 일들, 즉 상담 전후에 내담자가 꾼 꿈,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표현하는 전이감정, 저항적 태도 등에 주의를 기울여
이를 기록해 두어야 한다. 상담 전후에 꾼 꿈의 내용을 이야기한다면 이를
기록해 두되 꿈에 관하여 상담자에게 표현하는 내담자의 말이나 행동의 특징이
있으면 이를 추가한다.  내담자의 전이감정의 기록은 그 유형 (상담자를
애정공급자로서 혹은 경쟁상대자로 보는 것 등) 과 표출 정도 및 시기를
포함하며, 저항에 관한 기록에서도 유형 (상담자에 대한 것 혹은 변화에 대한
회피 등) 과 표출 정도 및 시기 등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상담의 효과로 어떠한 변화가 내담자에게 일어나고 있는지, 자신의
문제를 통찰하고 있는 정도는 어떻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지 그 변화상황과
통찰한 내용이 얼마나 행동으로 실천되고 있는지를 기록해 두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실제로 주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어 가고 있고, 자신이나 환경에
대한 태도와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그리고 실제 대인관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관계개선이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가능하다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상담회기 (시간) 의 주요부분을
축어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다.

  2.6. 기타 자료의 수집
  앞에서 말한 자료들과 함께 심리검사의 자료가 첨부되는 것이 좋다.
성격검사, 지능검사, 적성검사 이외에도 투사적 검사나 기질적 요인에 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여러 검사자료가 있다면 제반 자료와 함께 수집해 두어야
한다. 특히 사례연구에서는 내담자에게 일어난 궁극적 변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첫 면접 시작 전과 종결시 내담자의 상태를 같은
심리검사로써 측정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하여 상담의 효과뿐 아니라
사례연구의 결과분석이 가능해진다.
  또한 상담의 진행과정 중 교육지도 (supervision) 를 받았다면 그 내용도
함께 기록해 둔다. 이 때 특히 상담자에게 도움이 되었던 내용과, 이 후 그로
인하여 바뀌어지거나 강화된 상담자의 접근방법 등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좋다.
  한편 상담초기에 상담자가 예측하였던 내담자의 예후 (prognosis) 에 관한
견해도 명시하여 둔다. 그리고 사례연구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객관적
척도로 측정하고자 할 경우 그 심리검사 등의 도구를 미리 준비하여 둔다.
  대체로 사례연구의 필수적인 요소들과 절차를 살펴보았으나 현재 한국에
어떠한 연구척도, 심리검사 등이 있는지 여러 가지 궁금증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하여서는 상담자료집 등 다른 관련자료를 참고로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위에 기술한 내용들을 어떻게 기록하여야 하는지
사례연구를 위한 기록요령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상담사례의 기록
  상담사례의 기록이란 상담초기의 내담자 상태와 개인적 사항 및 면접의
진행상황, 그리고 상담종결시 내담자의 전반적 상태 등을 요약하여 남기는,
다소 구조화된 형식을 갖춘 기록을 말한다. 상담사례의 기록은, 상담의 내용을
집약적으로 파악하는 데 필요하고, 내담자를 성공적으로 도와주기 위한
시사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을 확보해 두는 작업이다. 즉,
상담기록은 상담의 촉진적인 진행을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연구목적을
위해서도 필요불가결한 자료들이다. 그런데도 초심상담자는 물론이고
상담전문가들조차도 상담사례의 기록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대체로 상담사례 기록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효과적인
사례기록방법의 무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상담사례기록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그 다음에 상담사례의
기록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상담사례기록의 필요성과 의의
  상담사례의 기록은 대체로 상담자 개인의 소장자료로서, 혹은 소속기관의
보관자료로 보존된다. 이러한 보관자료는 우선 상담자가 내담자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하여, 그리고 상담진행과정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본적 자료로서의 역할을 한다. 첫째로,사례의 기록이 없다면 상담과정의
특성과 내담자 문제의 핵심에 관한 이해, 그리고 상담전략의 적절성을
평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둘째로,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상담사례의 기록은
상담의 진행과정에 대한 연구나 상담자의 훈련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잘
요약되어 있는 상담과정에 대한 기록은 상담에 임하는 상담자의 기본적 태도,
즉 상담자의 말씨, 반응의 성격, 자세 등이 올바로 되었는가를 평가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셋째로, 상담사례의 기록은 내담자를 다른 상담자에게 의뢰할
경우, 또는 성공적이든 성공적이지 않든 일단 종결된 내담자가 다시 상담을
하러 왔을 경우에 그 내담자의 배경에 대한 사전정보를 상담자가 갖추게
함으로써 내담자를 보다 빨리 그리고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2. 상담사례의 기록방법
  상담사례의 기록형식과 내용은 이를 사용하려는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접수면접내용에 대한 기록은 내담자의 주요문제
및 현재의 상태파악을 위주로 기록할 필요가 있고, 종결시의 사례기록은
내담자 상태의 호전 혹은 변화상황과 상담의 효과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담사례의 기록은 사용목적에 맞는
형식과 내용을 적절하게 담고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상담사례의 기록이 그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간략하고 명료하게 그 내용을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상담사례의 기록은 다소의 틀, 즉 구조화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구조화란
상담사례를 기록함에 있어 그 형식과 내용에 다소 고정적인 구조 혹은 형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구조화를 하면 상담사례의 기록내용을
사용하기가 편리해질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사례기록을 상호비교하기도
용이하다.
  사례의 기록형식과 내용은 사례기록의 목적 (내담자 이해, 상담계획의 수립
및 결과 평가의 근거, 개입된 방법의 효과 확인, 교육지도를 위한 축어록
중심의 자료, 사례연구회의 발표용 등) 에 따라 그 초점이 달라진다. 그리고
같은 목적이라도 기록하는 상담자(연구자)의 취향 및 관심사의 향방에 따라 또
다소간의 차이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너무 복잡하고
자세한 방식을 여러가지로 제시할 때 예상되는 혼돈을 피하기 위하여 가장
기본적인 것만을 제시하기로 한다.

  2.1. 내담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기록 
  상담사례의 기록에 있어 먼저 빼놓을 수 없는 내용 중 하나가 내담자 신상에
관한 주요 정보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는 대체로 내담자가 상담신청서에
기입한 것을 상담자가 접수면접이나 초기면접에서 추가로 파악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대개의 내담자는 상담신청시에 자기에 관한 자세한 생활정보를 누출
(신청서에 기록하는 것 등)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상담신청서는
될수록 간단한 형식이 좋다. 여기에 포함되어야 할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으며 이를 기록해 두는 구체적인 형식은 '별지1'을 참고로 하면 된다.
  1. 내담자 성명, 주소와 전화번호
  2. 나이 혹은 생년월일, 성별, 종교 
  3. 교육수준 
  4. 직업 (혹은 생계유지수단.수입원)
  5. 결혼여부, 기혼자인 경우 결혼기간 및 자녀의 수와 연령, 이혼 경력 여부
  6. 배우자의 나이, 직업
  7. 병역관계
  8. 상담을 하게 된 경위 (스스로의 내방인지 혹은 소개, 권유에 의한 것인지
등)
  9. 상담 (의논) 하고 싶은 주제

  2.2. 접수면접기록
  접수면접을 할 때에 일반적으로 상담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내담자가 상담을 하러 온 이유를 확인하고 내담자의
현재상태를 평가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상담자나 그 상담기관이 내담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준비가 갖추어져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접수면접기록은 이러한 접수면접의 고유기능을 충분히 담고 있어야 한다.
아래에 예시된 접수면접의 기록내용은 내담자 문제의 확인과 정보탐색이라는
첫번째 측면에 치중된 감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두 번째 목적에도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접수면접의 기록형식은 '별지2'를 참고할 것이다.
  1. 내담자 인적사항 
  2. 내담자가 호소하는 주요문제 
  3. 내담자 문제의 발달과정
  4. 가족관계
  5. 이전의 상담경험
  6. 성장배경 
  7. 접수면접시 내담자의 행동특성
  8. 내담자의 현재상태에 대한 접수면접자의 평가
  9. 접수면접내용의 요지 
  10. 기타
  가족관계에서는 조부모까지를 포함하는 3대의 가족구조 (도표로 표시) 를
기록하되, 내담자와의 심리적 관계, 즉 가족 중 누구와 가장 대화가 잘되는지
혹은 누구와 거리를 느끼거나 경쟁관계에 있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의 상담경험에 있어서는, 누구와 몇 회 정도의 상담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한 만족여부 혹은 그 상담이 왜 중단 (또는 종결) 되었는지가 명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3. 상담면접과정에 대한 기록
  상담자는 매회 상담면접에서 경험했거나 관찰한 내용을 가능한한 상세히
요약하여 기록해 두어야 한다. 매 상담회기마다 상담자는 그 당시에
특징적으로 관찰되는 내담자 상태의 변화를 포함시켜 기록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상담면접의 기록에 포함시켜야 할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고,
편리한 형식은 '별지3'에 나타나 있다.
  1. 내담자 인적사항, 면접일자, 면접회기수 및 상담자
  2. 내담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접근방법 및 노력의 진전 정도
  3. 면접과정에 대한 내담자의 느낌
  4. 지난번 상담면접 이래 일어났던 내담자의 주요생활사건
  5. 면접내용의 요약
  6. 면접중의 내담자 행동에 관한 관찰내용
  7. 면접에 대한 상담자의 평가
  8. 기타

  2.4. 종결시의 기록
  상담종결시에는 주로 상담초기단계와 비교해서 내담자 문제가 개선된 정도와
전반적인 상담과정에 대한 평가를 위주로 해서 상담 기록을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종결시 상담사례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구체적인 형식은 '별지4'에 나타나 있다.
  1. 내담자 인적사항, 접수면접일, 종결면접일, 총 상담면접횟수
  2. 종결이유
  3. 상담목표의 달성 정도
  4. 종결시 내담자의 상태
  5. 추수면접의 가능성에 대한 합의 여부 
  6. 전체 상담과정에 대한 내담자의 느낌
  7. 전체 상담과정에 대한 상담자의 평가
  8. 기 타

  2.5. 상담사례 전체과정의 요약기록, 발표용 사례기록
  때로는 접수면접으로부터 종결까지 상담사례의 전체과정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초기에서부터 종결시까지 진행된
모든 면접사례들 중 특징적인 것이 모두 망라되어 있어야 한다.
상담사례연구회나 사례발표회에서 사례연구의 자료로써 제시되는 기록도 이에
준해서 행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여기에 포함되어야 할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으며 그 바람직한 형식은 '별지4'에 제시되어 있다.
  1. 내담자 인적사항
  2. 내담자가 호소한 주요문제 
  3. 내담자의 성장배경
  4. 접수면접 내용의 요지
  5. 첫 면접내용의 요지
  6. 심리검사 실시결과 및 해석내용
  7. 상담의 목표 
  8. 상담자의 주요 면접기법
  9. 사용된 주요 상담전략
  10. 사례의 처리경과 
  11. 상담과정의 주요 내용의 요약 및 축어록 제시 
  12. 종결시의 내담자 상태
  13. 상담목표의 달성 정도
  14. 교육지도 (supervision) 의 내용
  15. 사례에 대한 상담자의 종합적 평가
  16. 기타


  제2부 상담사례의 연구
  I.문제유형별 상담사례
  1.정신분열증 병력의 상담사례
  1.1. 정신분열증의 증상과 치료
  여러 정신병적 장애들 중에서 정신분열증은 매우 심각한 장애중의 하나이다.
실제 발생 빈도는 전체인구의 0.5~0.6%에 불과하나,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정신병 환자 중의 약 50% 정도가 정신분열증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이다.
또한 재입원율 역시 여느 다른 정신병적 장애에 비하여 월등히 높으며, 증상이
경감되어 퇴원한 정신분열증 환자들도 반수 정도는 2년 이내에 재입원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정신분열증은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정신병적 장애라 할 수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사고,
지각, 주의, 감정 혹은 정서 등 적응에 필요한 여러 정신 영역에 심각한
장애를 수반하게 된다. 정신분열증의 증상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지만 몇
가지 특징적인 증상들이 있다. 여기에서는 먼저 정신분열증의 주요 증상들을
살펴보고 두드러진 특징에 따라 어떠한 하위유형들로 분류되고 있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정신분열증에 대한 치료적 접근방법들을
간략히 살펴본 후, 실제상담사례를 통하여 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한 바람직한
상담과정을 검토하고자 한다. 그러면 우선 정신분열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증상적 특징을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정신분열증의 주된 증상은 대체로 다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사고기능에 심한 장애를 보인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사고내용은 통합되어 있지
않아 지리멸렬 상태이고 사고(생각) 와 사고(생각) 간의 관계가 비논리적이며
조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생각을 선별하여 논리적이고 조리 있는 사고를
하는 능력에 결함이 오는 까닭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신분열증 환자의 말이나
글을 보면 현실을 지각하는 데 여러 가지 무관한 연상이 조리 없이 나열되어
있어 이해하기가 어렵고 기이한 느낌을 준다.
  둘째, 현실을 지각하는 데 큰 장애를 보인다. 현실을 왜곡하여 보기 때문에
심한 경우 망상적 사고를 나타내기도 하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지각하는 환각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환각이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시각적, 청각적, 통각적 혹은 기타 감각적 현상을 지각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흔히 나타나는 것이 환시와 환청이다. 그래서 때로는 무슨 일을
하라고 명령하거나 자신을 비난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이상한 냄새를 맡기도
한다.
  셋째,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감정표현 혹은 정서반응에 있어 장애를 보인다.
즉, 전혀 무감각하게 감정반응이 없거나 부적절한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어
가족을 잃은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든지 즐거운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아주 슬픈 기색을 보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감정표현이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
  넷째,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세계 (현실적 환경) 와의 접촉을 피하고 자기 세계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외부세계에 대하여 반응이 별로 없고, 자발적 행동이
드물며 매우 위축되어 있다. 때로 행동이 기이하여 정상적인 사람들은 도저히
취할 수 없는 기이한 자세를 취하고서 오랜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있기도 한다.
요컨대 정신분열증의 주요 증상들은 사고의 장애, 외부세계에 대한 지각장애,
행동의 장애, 감정 및 정서의 장애 그리고 삶에의 적응기능이 정상적인
범주에서 크게 이탈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신분열증적 증상들은 어떤 증상이 특징적으로 더 나타나는가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첫번째로, 해리형 정신분열증 (disorganized schizophrenia) 은 사고의
연상작용에 있어서 심각한 장애를 보이며, 행동이 흐트러지고, 감정에 굴곡과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정서상태를 나타내 보이거나 혹은 상황적 맥락과 전혀
부합되지 않는 부적절한 감정의 표현 등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의
환자들은 산만하고 퇴행적인 증상들을 나타내 보인다. 또한 단편적인 망상이나
환각은 더러 발견되나 편집형 정신분열증에서와 같은 체계적이고도 조직화된
망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두 번째로, 긴장형 정신분열증 (catatonic schizophrenia) 은 신체운동
영역에 있어서 현저한 장애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유형의 환자들은
긴장성 부동상태를 보이거나 과도한 흥분상태를 보이며, 때로는 이 두 가지
상태 사이를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이러한 긴장형 정신분열증은 비교적
갑자기 증상이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인 부동상태나 혹은 흥분상태에
있을 때에 자해를 하거나 남을 해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요구되기도 하지만, 최근에 와서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약물치료가 가능하므로 이 유형의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흔하지 않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전형적 유형으로 편집형 정신분열증 (paranoid
schizophrenia) 이 있다. 이 유형의 두드러진 특징은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망상적 사고이다. 대개의 경우 이 유형의 환자들은 피해망상을 주로 나타내
보이는데, 때로는 과대망상, 질투망상 등을 나타내 보이기도 한다. 또한
그러한 망상들과 더불어 단일 주제와 관련된 빈번한 환청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 전반적인 불안, 분노, 말다툼 그리고 폭력행위 등이 수반되기도
한다.
  정신분열증은 그 원인적 요인이 복합적이니만큼 치료에서도 복합적이며
총체적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주로 약물치료, 정신치료, 환경치료와 그
밖의 각종 사회치료들을 여러가지로 결합하여 치료하게 된다. 어느 치료방법이
가장 효과적인가에 대한 많은 통계적 조사가 실시되었으나, 정신치료 혹은
환경치료의 어느 한 가지 방법으로는 충분한 치료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즉, 약물치료와 정신치료 또는 약물치료와 환경치료 및
가족치료를 함께 하는 식의 복합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약물
단독치료나 약물과 정신치료의 병합치료간에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으나,
정신치료의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이 미흡했기 때문에 보다 잘 짜여진
조사방법으로 장기간의 관찰을 목적으로 한 조사가 현재 진행중이다.
  정신분열증의 정신치료에서는 학파간의 이론적 차이가 크게 문제되지 않고,
상담자 (치료자) 는 어떤 수단으로든지 내담자를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사회로
데려와야 할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상담자는 신화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내담자를 현재의 인간적 차원으로 연결시켜 주는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과제는 같지만 정신치료의 치료적 접근방법에는 치료자마다 또는
학파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다. 내담자 (환자) 속에 남아 있는 건강한
자아기능을 최대한 살려 현실과 연결시키려는 지지요법 (supportive therapy),
내담자의 무의식적인 성적 갈등의 소재를 밝히고 대담하게 이를 해석하여
깨닫게 해주는 직접분석 (direct analysis), 내담자의 무의식 속의 창조적
기능을 가능한 한 촉진시켜 분열된 정신을 통일되게 하려는 분석심리학적
시도, 내담자의 현재를 중시하고 이른바 병든 세계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실존적 접근 그리고 환권 보상 치료나 강화 등을 이용하는 행동주의적 접근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든 적어도 여러달 이상에 걸친 치료적 노력,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담자의 고통을 공감하며 그를 도우려는 전문가적 사랑이
요청된다. 치료자에 따라서 취향 및 강조점의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경험이 많은 치료자의 경우 앞에서 말한 여러 방법을 모두 융통성 있게
구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신분열증 내담자에 대한 정신치료에서는 정통 정신분석적 기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지는 않고 여러 지지적 기법을 겸용하며, 만나는 시간,
장소 모두 내담자의 상태에 따라 융통성 있게 바꾸어 나갈 수 있다. 내담자의
양가감정 때문에 한편으로는 상담자와 가까이 하고 싶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당담자와의 밀착을 두려워하는 수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짧게 자주 만나는
것이 좋고, 치료자는 너무 친절하지도 너무 냉담하지도 않은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말은 단순명료하게 해야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면담시간뿐
아니라 내담자를 만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자신의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반응이 직접.간접으로 내담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성장기에 겪어보지 못한 것을 보충해주는 건강한
보조자아 (aixilliary ego) 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과거의
부모형제와의 비뚤어진 관계를 상담자에게 투사하는 전이감정을 감수하며 이의
처리를 도와주어야 한다. 내담자는 건강한 상담자 속으로 들어가 그와 일체가
되고 상담자의 건강한 부분을 닮고, 상담자는 내담자의 갈등 속으로 들어가
그의 복잡한 상징언어의 뜻을 파악하고 그와 함께 모든 성장의 책임을 나누어
가질 때, 내담자는 혼돈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사회현실로 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된다. 이 신뢰의 관계를 이루어 나감에 있어 상담자는 솔직하고
허심탄회하여야 한다. 자신의 실수도 인정할 수 있고 내담자 속에 있는 잘못된
생각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의 병적인 판단이나 행동을 고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우선은 내담자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기본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치료 (상담)
과정의 중반 이후부터는 가끔 내담자의 미숙한 부분을 강하게 직면시키거나
해석해주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내담자를 상담해 나가는 데 있어서 상담자가 내담자의 발병에 관련된 각종
사회문화적,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고 그가 겪고 있는 의식적, 무의식적 갈등의
근원을 파악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치료자의 태도에 있어서는
환자의 배경을 단순히 캐묻는 태도보다는 환자와의 심리적 교류에 동참하는
참여적 관찰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

  1.2.정신분열증 병력이 있는 내담자의 상담사례 
  다음에 제시한 상담사례는 급성 정신분열증으로 입원한 병력이 있는
내담자가 퇴원 후 학교장면에서 새로운 상담자와 상담한 사례이다. 이
내담자는 입원 당시 현실 검증력이 상실되어 있었으며 부적절한 감정표현,
사고장애, 환각 등 정신분열증 환자가 보이는 특징적 증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내담자에 대한 상담요령은 여러 가지 시각에 따라
다르겠으나, 실제사례를 분석검토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상담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사례1: "내 눈이 이상하다고 언니가 말했다..."
  1.내담자의 인적사항; 23세, 여, 대학 2 학년을 마치고 1 년 휴학 후,
3학년에 복학하여 재학중
  2. 상담과정: 19??. 6월 본 상담자와 첫 면접을 한 이래 9개월 후인 19??
(이듬해). 3월에 본격적으로 상담이 시작되었다.
  3. 첫 상담시 내담자의 상태 [19??. 6.21.] : 이 내담자는 약 6개월 전
정신분열증으로 1개월간 모대학병원 신경정신과에 입원하였다. 퇴원한 후
휴학을 하고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은 채, 그냥 집에 있는 상태이다.
  4. 1회 면접 당시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 지난 겨울 (정신분열증 입원
당시) 자신이 굉장히 이상한 일을 경험했는데 왜 그랬는지 알고 싶다.
  5. 심리검사결과 [다면적 인성검사(MMPI)]
  - 1차 MMPI결과 ( 19??. 6. 21. 첫 면접) ; 정신병적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우울한 기분, 환각, 망상 등 정신분열증의 진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2차 MMPI결과 ( 19??. 4. 본격적으로 상담이 시작된 3월로부터 1개월 후);
퇴원 후의 정신분열증 내담자에게 흔히 보이는 결과로 우울, 위축, 사고의
단절 및 정신분열증과 관련된 증상들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6. 면접시 내담자의 행동특성 
  * 첫 면접시 행동특성 (19??. 6. 21.) - 불안해 보이고 다소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계속했으며,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는 간간히 눈물을 흘렸고 울 때의
표정은 슬픈 표정이 살아 있었다. 앉은 자세는 몸을 약간 구부리고 의자 끝에
앉았으며 한숨을 많이 쉬었다.
  * 9개월 후 2회 면접시 행동특성 ( 19??. 3. 30.) - 첫 면접 때보다는 덜
수다스럽고 상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여 일방적이던 이야기 방식에서
대화가 가능하였다. 이야기 내용에 조직력은 약했으나 의사소통이 가능하였고
눈에는 푸른 색 짙은 눈화장을 하고 있었다.
  7. 상담목표와 상담계획 
  (1) 상담자와의 관계를 통해 애정과 관심, 이해받는 느낌을 경험함으로써
따뜻한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한다.
  (2) 가족에 대한 느낌을 충분히 표현하고 명료하게 함으로써 해결하지 못한
가족에의 부정적 감정을 정화(catharsis)시킨다.
  (3) 내담자의 장점을 재음미하고 이를 부각시켜 강화함으로써 자신감을
증진시킨다. 
  (4) 일상생활, 학교생활을 잘 영위하고 기존의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 사건을 함께 점검하고 재발을 막는다.
   (5) 상담전략에 있어서는 정신역동적 접근보다는 지지적 접근 (supportive
approach) 방식을 취한다.
  8. 가족 관계
  부: 사망, 내담자 고2 때
  모: 56세
  아들: 35세 회사원.
  딸: 33세 결혼
  딸: 31세, 무직 현재 내담자와 살고 있음
  딸: 26세 가출
  내담자: 22세 대학3
  딸: 20세 취직으로 타도시 거주
  9. 상담과정과 내용
  [1회: 19??. 6. 21.]
  지난 해 겨울, 병원에 가기 전에 이상한 소리를 내고 오줌도 싸고 그러다
병원에 옮겼다. 나는 병원에 있었던 기억이 없다. 그 동안 하느님을 만났다.
하느님 목소리를 실제로 들었다. 지난 12월에 oo 연합 학생회 리더훈련 갔다가
계속 울었다. 주일학교 애들한테 못해줘서 죄스러워서 울었다. 어느 날
밤이었는데 갑자기 뭔가 내 몸 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 때다 하는 기분이
들어서 사람들한테 반말로 '다들 이리와' 라고 얘기했다. 언니가 내눈이
이상하다고 얘기했다. 주위를 보니까 다 변한 것 같았다.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나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스낵집 문을 여는데 그 집에서 빛이
나왔다. TV 속의 개그맨이 나에게 손가락질했다. 집에서 '여기가 우리 집이
아니야' 라고 얘기했다. 세들어 살던 아줌마 방문을 열며 새시대가 되었다고
얘기했다. 그 순간 아줌마 눈에서 빛이 났다. 그 때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병원은 1월에 입원했다. 1남 5녀, 둘째 언니는 동거중이고 바로 위의 언니는
가출했다. 고 2 때 아버지 돌아가셨다. 가정은 풍족하지 못하다. 과수원
다니시며 어머니가 돈번다. 부모가 싸우는 모습만 보고 자랐다. 서로 피흘리고,
때리고, 부수고 나는 맨날 쫓겨나고 나한테 제일 심했다. 엄마도 가출했던 적
있다. 아버지는 술 많이 드시고 의처증이 있었다. 그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고
기도원 가 있다가 거기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나를 특별히 좋아했다. 중1 때
아침마다 내 구두 닦아 주었다. 싸울 땐 아버지가 미웠다. 술만 드시면
이상해지신다. 학교에서는 전혀 애들이 우리집이 그런 걸 몰랐다. 부자집 딸인줄
알고, 학교가서도 말도 못하고 그랬다. 친한 친구는 없었다. 날 이상한 아이로
봤다. 대학에서는 괜찮다. 그 때 발작했을 때는 혼자서 무의식 상태에서
행동했다. 식구들, 집 기억 없다. 의사가 퇴원하라고는 안했지만 퇴원했다.
발작했을 때 남자이름을 대고 나서 그 애랑 결혼하자고 했다. 그는 두달 정도 사귄
친구인데 그 친구를 좋아했다. 그 친구는 내가 아픈 게 자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고 들었다. 남들이 나보고 사람들한테 잘 해준다고 그런다. 어떤 친구는
역겹다고 했다. 지금은 답답하고 그 때 왜 그랬는지 알고 싶다. 아버지
돌아가신게 기뻤다. 기도원에 갔더니 철조망도 있고 그래서 맘이 아팠다. 아버지 묻을
때 슬펐다. 바로 위 언니가 기도원에 보냈다. 병원에 있을 때 아버지가 내보내
달라고 했는데 그러기 싫었다. 아버지는 치과에 가서 이를 다 뺐다. 그래서
음식도 못 드셨다. 그 기도원에서는 치료보다는 환자를 학대하며 때리고 그랬다.
아버지가 집에 있었을 때는 사람사서 엄마 뒷조사하고 그랬다. 병원에 가기
전에는 일주일 동안 밥을 못 먹었다. 86년 끝날 때쯤 고3 아이가 내가 좋다고
편지했다. 요즘은 그 애가 애인이 되었다. 나도 용납할 수는 없지만 좋다.
나한테 사랑한다고 고백한 남자가 너무 많다. 내가 싫다. 나 자신한테 바람기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책임이 나한테 있는 것 같다. 고3인
남학생은 밤만 되면 데리러 오고 집에 데려다 주고 선물주고 했다. 어린이회관
갔다가 내려오면서 그 애가 내 어깨를 잡았다. 모의고사 끝난 날 같이 놀러
갔다가 키스도 했다. 그 애를 돌이키려 했는데, 그것에 실패했다. 입원하고 학교
안 갔을 때도 매일 전화, 편지했다. 그 애가 배신하기 전에 더 깊어지지 않는
게 낫다.

  첫 면접 후 내담자가 다음 상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집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했으나 연락이 안 되었다. 9개월 후 제 2회 면접에서 물어보니 타도시에 가서
공장에 취직하여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하였다.
  2회: 19??. 3. 30. (1회 상담 후 9개월만에 다시 만남)
  내가 너무 주관이 없다. 남자 쪽에서 날 좋다 그러면 아주 썩 싫지 않으면
좋아지게 된다. 남자친구 (지난 해 첫 면접에서 고3이라고 밝힌 학생)는 oo대
시험을 봤는데 떨어지고 xx대에 다닌다. 여름엔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렇게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면 굉장히 호흡이 가빠지고 그런 걸 많이 느낀다. 특별히
하는 생각은 없는데도 그렇게 혼잡하고 복잡하다. 남들은 어떤 가치관이나
그런 게 보이는데 난 뭐했나 싶기도 하고 그런 게 너무 없는 거 같고, 이렇게
확 풀어진듯한 이런 느낌,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쩔 때는 내가 이렇게
걸어가면서도 또 이렇게 앉아 있으면서도 내가 또 언제 그러지 않을까 그런 걱정되고
또 병원에서 내가 상담 좀 이렇게해보고 확실한 이유를 알고 확실히 치료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은 게 아니고... 나는 퇴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깨어보니까 집에 와 있었고, 항상 그 때 생각하면 나를 좀더 병원에
놔두었다면 오히려 낫지 않을까, 근데 엄마는 거기 환자들 보니까 전부 약만 먹고
그래 가지고 그랬다고 그런다. 중학교 때는 공부방이 따로 있었는 데 어떻게
방을 하나씩 세주다 보니까 방 하나에 다 살게 되었다. 둘째 언니가 결혼식을
안 올리고 애기를 낳았는데 그 집에서 살다가 못 견뎌 가지고 애기를 데리고
왔다. 그 애기가 갓난 애기 때부터 공부방에서 같이 컸는데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책가방을 챙기고 자고 학교를 갔는데 책을 딱 꺼내 보니까 그
책에 애기똥이 막 묻어 있었다. 언니들이 다 담배피고 술먹고 그러는데 난
그렇게 안되려고 맘먹었다. 오빠,언니들이 모두 엄마 미워하지만 나는 좋다.
집은 내가 태어나서부터 아버지 돌아가실 때까지 시끄러웠다. 피도 보고 칼
휘두르고 유리 다 깨지고 세숫대야도 안 남아났다. 언니도 무섭게 맞았다.
죽인다고 싸웠다. 숨을 쉬어도 가슴이 무언가 얹혀 있는 듯이 답답하다. 어딜 가나
내가 떳떳하지 못하고 주장 못하고 그런다. 쉽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얘기도
못하고 그런다. 특히 어른들에게는. 또 병원에 가게 되지 않을까 불안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오빠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가라고 했었다. 막상
시험보고 원서내고 나니 대학 가지 말라고 하였다. 막 울고 언니들한테도 제발
대학 가게 해달라고 울었다. 원서내고 합격했다는데도 집에서 등록금 해주지
않아 대부받아 냈다. 계속 아르바이트 해서 등록금 냈다. 돈벌어 놓으면
엄마가 쓰고 이번 학기 등록금도 겨우 냈다. 
 
  상담자는 오랫동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내담자의 두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얘기하였으며, 내담자가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타인들과의 관계에 끌려가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앞으로 주
1회의 상담을 약속하였으며 내담자가 힘들고 어려운 상태에서도 자신의 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지하고 내담자 자신이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였다.


============================ 02
@h:상담사례연구집2@

  3. 강박장애의 상담사례
  3. 1. 강박장애의 주요증상과 치료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의 주요특징은 되풀이 되는
강박관념과 강박행동이다. 즉, 원하지 않는 생각(강박 관념)이 자꾸
떠오른다든지, 그렇게 할 이유가 없는 데도 자꾸 어떤 행동(강박행동)을 되풀이
하려는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강박관념과 강박행동은 심한 불안감을
야기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하며, 개인의 정상적인 일상생활, 직업에서의 직무수행
혹은 원만한 대인관계를 저해한다. 강박관념이란 이성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돌발적이고도 되풀이 되는 생각과 사고 그리고 심상 등을 말하는 것이다. 때로
정상적인 사람들도 그러한 강박관념을 한두 번쯤은 경험할 수 있지만, 환자들의
강박관념은 그 힘과 빈도가 심해서 개인의 정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기의 사랑스런 자식을 죽일 것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른다든가,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계속 떠올라 하룻밤에도
수십 번씩 자는 아이에게 가보고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손에
병균이라든가 쇳가루 등 무언가 묻었으리라는 강박적인 생각을 떨칠 수 없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는 강박행동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종교에
심취해 있는 어떤 사람은 되풀이 되는 불경한 생각들로 인해 정상적인 종교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기도 한다.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되풀이 되는 생각이나
충동을 무시하거나 억압하려고 시도하지만 그것이 쉽게 되지는 않는 것이다.
환자들에 있어서 가장 흔하게 경험되는 강박관념은 폭력과 관계된 생각(예를
들어, 자신의 자식, 부모, 배우자 등을 죽이는 것), 오염에 대한 생각(예를 들어,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함으로써 병에 감염된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의심과
관련된 생각(예를 들어, 혼잡한 지하철역 구내에서 자신이 혹시 다른 사람의 발을
밟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계속 염려하는 것), 성적인 내용(예를 들어, 자신이
누군가를 강간하거나 당할 것 같은 생각) 등이다.
  강박행동이란 강박관념에 의해서 어떤 규칙성을 가지고 항상 특정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반복적이고 목적을 가진 의도적인 행동이다. 이 강박행동은 그 행동을
수행하지 않았을 때 야기되는 불편함과 불안을 상쇄시키거나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강박행동이 심각하게 생각되는 것은 그러한 강박행동의 빈도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중년부인은 손이 매우 쓰라릴 정도로 고통이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매일 50번씩 손을 씻는다. 이렇게 강박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며, 그 행동을 함으로써 즐거움이 따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박행동을 수행하지 않았을 때의
긴장감과 불안 때문에 그런 행동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주변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강박행동은 손씻기, 반복적으로 특정대상의 수를 세기, 확인하기
그리고 만져보기 등이다.
  강박장애에 대한 정신분석적 이론에서는 어렸을 때의 지나치게 엄격한
배변훈련(toilet training)으로 인해 자아의 통제력을 벗어난 공격적인 본능적
충동 때문에 강박적인 관념과 행동이 야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들에
있어서 발견되는 강박적 증상들은 원초아(id)와 방어기제간의 투쟁의 산물이므로,
강박장애의 상담 혹은 치료 목표는 강박적 증상, 그 자체보다는 환자의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 있는 본능적 충동들을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게 하여 환자로
하여금 직면(자각)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박장애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의
어려움과 한계에 대해서 여러 학자들이 논의한 바 있으며, 대체로 강박장애는
다른 증상에 비하여 정신분석적 접근방식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박장애에 대하여 정신분석적 접근을 할 때에는
보다 직접적인 관여(involvement)와 직면시키기(confrontation)가 강조되고,
과거에 대한 해석보다는 현재(here and now)에 초점을 맞춘 현실적 행동수행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강박장애에 대한 행동주의적 입장에서는 강박적 증상들이 불안과 긴장을
일시적이나마 감소시키는 반복적인 경험 때문에 '강화된, 학습된 행동'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행동주의적인 치료는 단계적 둔화나 사고중지(thought
stopping)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강박적 증상 자체를 감소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3. 2. 강박장애 내담자의 상담사례
  다음에 제시한 상담사례는 전형적인 강박장애 증상을 보이는 내담자의
사례이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소리를 지를 것 같다. 동생의 목을 조르게 될 것
같다. 앞에 있는 사람을 갑자기 주먹으로 때릴 것 같다. 집에 있으면 누군가가
들어와 자신을 강간할 것 같다' 등의 강박관념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있어
괴로워 했다. 그러나 강박행동은 두드러지지 않고, 4년 전 개인병원에 입원한
병력이 있었다.
  이러한 내담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방식에 대해서는 앞에서 요약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실제사례를 통하여 그 진행과정을 개관하고 특징 등을 검토하기로 한다.

  (사례4) "갑자기 소리를 지를 것 같고, 문을 잠갔는지 자꾸 불안하다..."
  1. 내담자 인적사항: 현재 22세, 여학생, xx대학 3년
  2.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를 것 같다. 텔레비젼이나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을 보면 그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것 같다. 문을 잘 잠갔는지, 가스를
껐는지, 자꾸 불안하다(자신이 잘못해서 집에 불이 날까봐). 길에 혼자 가다
쓰러져 죽어 버릴 것 같다. 이러다 미치는 게 아닌가 불안하다.
  3. 상담경위
  내담자가 학과 지도교수에게 찾아가 자신의 문제를 호소하였는데, 이를 면담한
지도교수가 상담자에게 의뢰하였다.
  4. 가족사항: 부(59세, 대졸, 건축업), 모(56세, 중학중퇴, 주부),
내연의 처(내담자 출생 전 혼외관계), 내연의 처에게서 난 딸(28세, 현재
교류없음), 오빠(33세, 회사원, 결혼), 내담자(22세), 여동생(15세, 중3)
  5. 심리검사결과(다면적 인성검사(MMPI)) - 도표생략
  해석내용: 그 결과는 불안장애, 우울, 강박장애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6. 첫 면접시 특징
  표정이 굳어 있고 통통한 몸집. 밑화장이 짙은 편. 상담자를 가끔 쳐다보고
이야기하나 무표정. 등을 약간 구부린 경직된 자세로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며
한숨을 몰아쉼.
  7. 상담과정 요약 및 축어록
  (1회: 19xx. 5. 30)
  2개월 전부터 몹시 불안하다. 2개월 전 써클 전시회에 낼 붓글씨를 쓰다가
집에서 뛰쳐 나갔다. 5월 29일 수업시간에 갑자기 교수에게 소리를 지를 것 같아
너무 두려워서 수업도중에 나오고 다음 날 그 교수에게 찾아가 이야기를 했다.
텔레비젼이나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을 보면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날 것 같다.
고2때 갑자기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 후 너무 불안해 신경정신과에
입원했었는데 문제해결이 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잘해 주시지만
과잉보호를 하신다. 잔소리가 많다. 내 얘기를 들으면 상담자가 지겨울 것 같다.
  상담자는: 주 2회 상담과 이들 증상의 완화를 목표로 상담 방향을 구조화,
녹음에 대한 동의, 상담자에 대한 반응을 함께 분석: 상담자가 지겨울 것 같다는
반응에 대하여, 불안으로 인한 긴장의 경감을 위하여 이완훈련, '이러다 미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하여 안심을 시킴,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의 객관적 진단을
위하여 MMPI 실시

  (2회: 19xx. 6. 1)
  상담자: MMPI결과 해석
  아빠가 오빠 낳고 다른 곳에서 딸을 하나 낳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별로 내게
충격은 없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다 정리된 상태였다. 아빠는 건축업을 하는데
일정한 일자리는 없다. 아빠는 성격이 느슨해 돈을 많이 벌지 못했지만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했는 데도 먹고, 입고 하는 것을 남들과 뒤지지 않게
하였다. 아빠가 일 없을 때는 집에서 계시는데 그럴 때는 굉장히 답답함을
느꼈다. 중학교 때도 그렇고 마음에 가난하다라는 사실이 남아 있었다. 엄마보다
아빠한테서 깊은 정을 느낀다. 고2때는 굉장히 안 좋았는데 오빠는 방 하나 따로
쓰고, 방 하나는 갈라서 엄마, 아빠가 반 쓰고 동생이랑 내가 나머지 반 썼다.
고2때 엎드려서 공부하고 있는 손이 떨리고 불안해졌다. 그 때 엄마는 속옷만
입고 주무시고 계셨는데, 갑자기 칼같은 도구가 생각이 났다. 그 이후로 엄마
목만 보면 그런 도구들이 생각이 난다. 그 때 같이 생각난 게 성적인 그런
호기심이 많을 때라 그런지 공부시간에 앞에 앉은 여학생 목이 너무 이뻐 보여서
만져보고 싶었었다. 오빠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을까 호기심이 생기고, 동생에게도
추잡한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다. 어떤 사물을 봐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들고, 책도
볼 수가 없었다. 초경은 국교 5학년 때 시작했는데 남들보다 육체적으로 빨랐다는
것이 부끄럽고 성욕이 강할 것이라는 그런 느낌이 든다. 성적인 장면들이 나오면
추잡한 것으로 생각된다.
  상담자는: 성적인 호기심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지적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상담분위기를 조성, 앞으로 내담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하도록 하자고
제안하면서 상담의 방향과 필요성을 제시.

  (3회: 19xx. 6. 7)
  (상담자가 2개월 전의 생활변화를 묻자) 3월달에 이사를 했는데 그방에 적응을
못하겠다. 내가 정신적인 그런 문제를 알고 있어서 한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열등감을 준다. 병원에
갔다 온 이후로 항상 그 생각을 한다. 누가 병원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 병원에서는 약같은 것을 계속해서 먹었는데, 그 약이 너무 강해서
목이 막 뒤로 넘어가던 기억이 있다. 카운셀링 하는 분과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특별히 도움이 되는 말씀은 없었다. 내가 성적인 호기심 얘기를 했더니
성교하는 사진들을 보여줬다. 너무 끔찍하단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 데 그 친구가 먼저 내게 다가오지 않아 고민했다.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내가 빵같은 걸 사서
들고가면 쟤는 저런 걸 좋아하니까 뚱뚱하지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내가 화장을
하는 이유도 내 얼굴 빨개지는 걸 감추기 위해서다.

  (4회: 19xx. 6. 13)
  어렸을 때 무뚝뚝하구, 무표정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다른 애들에 비해
침착하지 못하고 실수도 잦다. 어머니는 금기사항이 많았지만 요즘은 참 좋고
공감이 된다. 실수하면(컵 깨고, 숟가락 떨어뜨리는 등) 엄마가 먼저 생각난다.
  상담자는: 어머니의 완벽함에 대한 기대를 항상 채울 수 없었던 것이 못나고
실수가 많다는 자아상을 갖게 된 원인이고, 어머니에게 야단맞을 때 미운 감정
갖게 되고 이에 죄책감을 갖고 있음을 지적.

  (5회: 19xx. 6. 13)
  (꽃을 사갖고 옴) (다시 이전에 이야기한 증상들을 주로 호소) 공부는 억지로
하면 그럭저럭 된다. 성적은 창피하다. (상담자가 성적을 구체적으로 묻자) 대학
1학년 1학기는 장학금 받았고 이후에는 못했다. (3.0은?) 넘는다. 과에서
중간정도 (이번 주말의 생활은?) 친구 만나고 도서관서 공부.
  상담자는: 내담자가 꽃을 사온 의미에 대해 이야기(상담자와의 관계에서의
의미를 탐색), 증상 호소를 반복적으로 할 때 중지시키고 생활장면의 실제사건,
행동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유도(실제생활 탐색).

  (6회: 19xx. 6. 15)
  잠을 못잤다. (불면과 두통을 호소) 오빠는 보수적이며 오빠 생각을 끌고
나가려는 게 싫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활발히 놀지 못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지금보다 더 뚱뚱했었다. 별명이 돼지. 오빠 친구의 사촌 남동생이 외모가 잘
생겼다.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하루 생활을 점검)

  (7회: 19xx. 6. 19)
  아버지의 외도... 불결하고 추잡하다. 대2 때 남자친구의 편지내용이 안 깨끗해
관계를 끊었다. 복학생은 안 깨끗하다. 몇 번 만나면 손잡고 그럴까봐.
  (상담자는 '이성관계=성관계'의 도식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 성에 대해 불결한
생각 때문에 성관계를 갖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남편에게
성행위를 너무 요구하고 원할 것 같아 징그럽게 될까봐 불안하고, 여자가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면 성욕이 강한 여자로 보일 것 같다.

  (8회: 19xx. 6. 27)
  남자친구를 갖고 싶다. 남자친구하고 육체적 관계를 연결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방학생활 계획을 함께 점검)

  (9회: 19xx. 7. 18)
  사랑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고 노력해야 되는 것 같다. 여자가 프로포즈를
먼저 하는 것도 되는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상담자는 '게으르다,
못났다' 등의 자아개념이 변화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

  (10회: 19xx. 7. 28)
  좋아하는 남학생과 한 번 만났다. 그리고 나서 전화했더니 거절당했다.

  (11회: 19xx. 9. 28)
  1학기 성적이 잘 나온 편이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이다. 2학년 2학기까지 평균
성적은 5등 정도이다. 친구 언니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한다. 거기서 일하는 게
좋다. 갈 곳이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 친구xx(같은 과 친구)가 가끔 찾아와서
기분이 좋다. (상담자: 자신의 어떤 점이 친구에게 좋게 느껴지는지?) 내게
장점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저 성향이 비슷하다. 잘 때뿐만 아니라 앞에 누가
있으면 때리거나 목을 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신촌에서 이대 앞에 갔을 때 어느 미친 할아버지가 설교하는 것을 봤는데, 막
소리지르고 팍 때리고 싶었다. 자살, 살인, 정신질환 등의 이야기를 보거나
읽으면 그런다.
  상담자는 그런 생각이 드는 구체적인 상황, 장면을 알아보고 앞으로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많이 이야기하도록 제안.

  (12회: 19xx. 10. 5)
  대학교에서 대인관계가 불편. 고등학교 때 합창부 활동. 국민학교 때는 노래
콩쿠르 주 장원과 월 장려상 탔었고, 대학 때 교내 가요제 금상. 중학교 때 영어
연설 발음이 좋다고 영어연극에 뽑혔다. 노래모임 동아리에서 오디션 거쳐
선발되었다. 남들 앞에서 재치있게 말하고 싶은데 못한다. 나는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친구들은 나보고 재미있게 산다고 했다. 친구들이 내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라고 한다. (상: 어떤 점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단점에만 초점을 두고 장점을 경시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잘했던 기억이나 상황, 경험을 이야기 시킴. 특수한 집단에서 대인관계가
불편하다고 호소하였으므로 어떤 집단에서 불편했는지를 생각해 보고 다음 시간에
이야기하도록 함.

  (13회: 19xx. 10. 12)~(14회: 19xx. 10. 26)
  합창단 사람들과 있을 때 불편하다. 생각해 보니 자신감 있고 당당해 보이는
사람들과 있으면 불안하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재미있고 재치있는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엄마 얘길 하니까 지금 이 상태의 모든 잘못이 엄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 엄마는 우리가 잘못하면, 누가 잘못했는지부터
따진다. 부엌일이나 집안일, 심부름 할 때면 막 '그것도 하나 빨리 못해!'
그러실까봐 겁이 난다. 내 주위에 너무 사람이 없는 느낌이 든다. 다방면에 아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늘 혼자이고 내가 먼저 전화해서 만나기보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상담자는 여러 방면에 아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여러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싶다는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 이는 특정한 사람, 즉 남자친구를
갖고 그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늘 혼자라는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도록 함.

  (15회: 19xx. 10. 30)
  생각이 성숙이 덜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어리광 부리는 것 같다. xx연극을 봤는데 여자주인공에게 뭘 던지고 싶고,
소리지르고 싶고 앞에 있는 남자 목을 조를 것 같은 느낌이 항상 있었다.
고등학교 때 영어공부 하면서 대학을 못 가면 어떡하나 생각하니까 손이
떨렸는데, 그러고 며칠 후에 엄마 보면서 그런 생각 한 것이다. xx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못 가면 어떡하나 하고 불안해 했다. 그냥 그 과를 못 간다고
생각하니 싫었다. 어렸을 때는 애들하고 잘 못 놀고 그랬었다. 그리고 여우같지
못해서 말도 잘 못하고 그랬다. 고3때도 친구가 없었는데 답답하고 편안한 기분을
못 느꼈다. 그럴 때면 돌아다니고 그랬다. 아이들하고 못 어울린 건 천성인 것
같다. 내가 너무 기대가 많기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한다.
  상담자는 어렸을 때 아이들과 못 어울린 것과 현재도 많은 사람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에 유사성이 있다는 점과 이것이 지금 여러 사람을 알고 싶다는
욕구와 관련 있음을 이야기.

  (16회: 19xx. 11. 2)
  내1: 그렇겠죠, 뭐. 친구는 그래도 대등한 관계로 만나서 서로 얘기한건데 맨날
제 얘기만 하니까 걔네는 뭐, 또 듣는 사람은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상대방은
얘기를 하는 거 자체가 벌써 들어주는 사람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속이 시원한데
듣는 입장에서는 또 들어주는 입장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뭐, 아무 힘도 못돼주고
그러는게 참 미안하다고... 이런 식으로 친구들이 얘기를 해요.
  상1: 음, 그래 (2초) 그, 왜 xx씨가 맨날 친구들한테 맨날 똑같은 내 애기만
하니까 애들이 지겨울 것이다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친구들이 xx, xx인가?
  내2: 네. 고등학교 때 친구들한테도.
  상2: 응, 걔네들한테도. 그렇다면은 아, 친구들한테 어떻게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은 안 들어요?
  내3: 앞으로요? (음). (3초) 저는 친구관계를요, 되게 진정하고 뭐 이렇게 다
털어 놓고 얘기하는 이런 관계를 맺고 싶었는데요, 그냥 아유 물론 친구들도
다 그렇지만 왜 어떤 사람은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보다 자기 혼자만 안고 자기
안에서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제 친구들을 보면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그냥 이제는 친구관계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요.
그냥 제가 보고 싶으면 만나고 뭐 만나서 부담 없이 얘기하고, 또 고민 있으면
얘기하고 뭐 상대방 얘기하든 말든 너무 피곤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요.
그리고 뭐 친구한테서 뭘 원하거나 이런 건 안하기로 했어요. 이제.
  상3: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에서부터 뭔가 원해지지 않든가? 그 결정을 내린 게
언제쯤부터예요?(내담자는 대인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나름대로의
인지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상담자는 그 생각을 하게 된 시기를 묻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한 것만으로는 해결된 것이 아님을 직면시키기 위한 전초적 질문으로
보이는 데, 이보다는 대인관계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하여 공감적 이해를
하고 내담자 나름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내4: 어, 그런 거보다 제 자신을 좀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요, 이제는. 그러니까
뭔가를 원한다는 게 그만큼이 채워지지 않으면 굉장히 불만족스럽잖아요.
  상4: 남들이 먼저 전화해 주기를 기다리고 말야, 또 그래 주지 않으면 난 왜
이렇게 혼잘까 고민하고, 이런 데서부터 이제 자유로워져야 되겠다. 이런
얘기지요?
  내5: 네. 그런 것도 있고요. 이렇게 친구들을, 사람을 완벽하게 보면서 그
단점같은 걸 확대해서 보면서 '그거 참 왜 이럴까' '꼴보기 싫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뭐 나는 나쁜 점이 굉장히 많은데도 상대방의 나쁜 점을
자꾸 고치고 싶고, 막 그 앞에서 얘기를 하고...
  상5: 예를 들면 누구한테, 어떤 점 때문에 그랬어요.
  내6: 어, xx는요, 좀 굉장히 프라이드가 강해요. 정말 똑똑하고 항상 이렇게
공부 외에 장학금을 타거나 이런 거 말고도 잘하는 것도 너무 많고 참 똑똑하고
참 괜찮은 애예요. (근데?) 근데 그러다보니까 좀 뭐랄까 정말 그 잘난 체를,
걔는 뭐 아주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인데도 우리가 봐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행동이 너무 많이 보여서... 1학년 때, 처음에는 애들이 좀 많이 놀라고 좀 아주
독특한 스타일의 그런 애를 처음 접하는 거니까 애들이 막 놀라고, 이렇게 막
거부하고 이랬었어요. 그러다 인제 점점 학년이 올라가면서 이제 많이 이해를
해주고 이제 면역이 되가지고, 또 저는 워낙 친하니까 그냥, 그런 뭐 잘난 체를
하고 눈에 거슬리는 모든 걸 다 커버할 만큼 걔한테서 좋은 점이 이렇게 융화가
되니까 전..., 그런데 맨 처음에는 친해지면서 '왜 쟤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상6: 예를 들면 xx가 어떤 태도를 보일 때?
  내7: 그러니까 xx는요, 어떤 얘기를 할 때 음, 내가, 나나 어떤 다른 사람이
얘기를 했을 때 자기가 어떤 의견이 있으면 아니야라고 아주 강하게 반박을 해요,
그 상대방의 의견에 아니야!라고 인상을 팍 쓰면서 얘기를 하고 자기 의견을 막
펼치는 거예요.
  상7: 그러니까 xx씨가 얘기할 때... 그러면 xx씨는 어떤가?
  내8: 저는 굉장히 기분이 나쁘죠.
  상8: 무시당한 거 같으니까.
  내9: 그럼요. 그래서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았었어요. 그래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그런 얘기를 했다고, xx하고?) 네.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그리고
이제는 모르겠어요. 별로 그런 게 없고 또... (익숙하니까 그런 게 잘 안 보이는
거군) 익숙한 것도 있고 xx가 절 생각을 해주고, 또 그러니까 그런게 전혀
없거든요. 근데 예전에는 걔한테서 어떤 그런 거를 없애기 위해서 제가 막
얘기하고 막 그랬었는데.
  상9: 약점, 싫은 점에 대해서 자꾸, 얘기하니까. (가끔 가다 한 번...) 가끔
했지만 걔가 공격받는 기분이었겠군요, xx한테.(상담자는 이야기할 당시 상대편의
입장에 서서 감정을 이해하게 하려 했으나, 이 반응으로는 공감적 이해를 하고
있다는 표현도 안 되고 감정적인 차원의 통찰로 이어지지도 못하고 있다.
이보다는 친구에게 실제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그 말하는 방식을 탐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다른 상담자의 견해이다.)
  내10: 네. 그러지 않구요. 그 점을 진정한 친구라면 물론 나쁜 점이긴 하지만
그냥 좀 이해해 주고 싶어요. 이제는 뭔가 자꾸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정말 걔한테 맞게 나를, 차라리 변화시키는 게 조금 더 좋을 것 같아요.
  상10: 이제 xx도 잘 안 변하는 점이고, xx씨도 변화시키기 어려울거란
말이예요. 그런 점에서, 싫은 건 싫은 건데, 이제 어떤 타협점을 찾았다는 게...
남의 어떤 약점 같은 거, 나한테 싫은 점을 그 사람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게
이제 xx씨의 발전된 면인 거 같네요. (3초) xx씨가 그 얘기했었지요? 친구한테
많이 기대하지 않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좀 편안해졌으나, 실제로?
  내11: 그 생각은요, 옛날부터 많이 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냥 그 고등학교
때 친구들한테 제가 너무 질려 가지고요, 이젠 정말, 정말 피곤하고 그래서
원하지 않기로 했어요.
  상11: 오랜 동안 쭉 그런 생각을 해왔는데도 편안하지 않았다면, 지금 그
생각을 해도 (편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죠) 계속해서 편하지 않다는 얘기네.
그러니까 그 생각에서 이러지 말기로 하자 하는 거하고 진짜 내가 그럴 필요가
없다 하고 마음 속에서부터 받아들이는 거하고 조금 다를 거 같애. xx씨는 생각은
참 앞서 간단 말예요.
  내12: 저도 선생님, 그게 문제예요. (글쎄) 다 알고 다 그러는데.
  상12: 지금 거의 xx씨 모든 게 그렇단 말이야. (13초) 우리 그 얘기 그 때
하다가 말았지요? 어떤 때 진짜 엄마, 아빠가 날 사랑해 준다는 걸 느낄 수
있느냐... 그 생각 해봤어요?(내담자가 친구관계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상담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여 버렸다. 여기에서는
친구관계에서 경험하는 구체적 상황을 좀더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
  내13: 근데 그 생각을 해봤는데요. 그걸 느끼는 경우가 너무 웃기게도 그러니까
막 뭘 사줬거나, 엄마, 아빠가. (웃음) 그냥 그랬을 때예요. 그러니까 이제 제가
어떤 걸 원한다고, 좀, 좀, 무리한 요군데, 엄마, 아빠한테 한 번 얘기를 했을
때...
  상13: 그 물건이 뭐였어요? 언제쯤이고...
  내14: 그러니까 예를 들면 (4초) 남들이 잘 안하는 거. 그러니까... 하긴
하지만 어, 기타를 배운다거나. (언제?) 1학년 때요. (대학교 1학년 때?) 네,
1학년 때도 그랬었고, 뭐 하여튼 저는 좀.
  상14: 한 가지씩 얘기해봐요. (내담자 웃음) 지금, xx씨 얘기하듯이 뭐 해줬을
때 하는 식 말고, 뭐 사줬을 때가 아니라 대학 1학년 때 기타를 사줬을 때라든가
어떤 한 가지, 한 가지를 좀... 일반화 시키지 말고, 자꾸.
  내15: 선생님, 근데요. 아주 구체적으로는 잘 생각이 안 나요. 안 나요.
  상15: 그걸 생각해야지요.
  내16: 그럼 아주, 아주 쉬운 거부터 (2초) 제가 만약에 오늘 아침에 나오면서
'오늘 왜 이렇게 갑자기 팥죽이 먹고 싶지'라고 얘기를 하면 (웃음) 얘기하면,
엄마가, 저녁 때 딱 왔을 때 이렇게, 정말로 팥죽을 쑤고 계세요. 그런 걸 볼
때...
  상16: 오늘 그랬나요? (아니요, 오늘은 아니구요) 그 팥죽은 언제적 얘기지요?
(구체적 상황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담자는 내담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 일어난 시기를 묻는 듯하나, 내담자에게는 따지듯 몰아가는 느낌을 주기
쉽다.)
  내17: 어, (웃음) 예를 들면인데요. 그런 식으로 어떤 인제, 제가 그냥 가볍게,
저는 어쩌다가 이제... 그냥 조금 아이 뭐가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내뱉은 말인데, 엄마는, 제가 엄마한테 얘길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저 혼잣말
이렇게 한 건데 엄마는 그걸 기억했다가 이렇게, 인제 막 쑤세요. 그래서 내가
깜짝 놀라가지고 어머, '엄마 웬 팥죽이야' 그러면 '너가 먹고 싶다 그랬잖아'
이렇게 얘기하세요.
  상17: 언제쯤이었나?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주로 언제... 대학때?
(구체적 상황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담자는 내담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 일어난 시기를 묻는 듯하나, 내담자에게는 따지듯 몰아가는 느낌을 주기
쉽다.)
  내18: 네, 대학 때도 그랬고, 중, 고등학교 때는 더 그랬구요. 엄마가 그러니까
도시락 같은 거 싸는 거 봐도요.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너무 엄마가 음식도 참
깨끗하게 정돈돼서 이렇게... 다른 엄마들보다 더 많이 신경쓰고, 그래 주시는 것
같아서 참 고맙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상18: 그러니까 xx씨가 학교가서 도시락을 이렇게 펴놨을 적에 애들하고 비교해
보면은 내 도시락이 굉장히, 빼어나게 잘 싸 있다는 말이지요. (참 깨끗하고요.
다른 애들 것보다는) 그럴 때 엄마가 참 고맙다. 날 참 사랑하는구나. 이렇게
느껴진단 말이지요. 깨끗한 도시락을 봤을 때.
  내19: 전반적인 느낌이 그랬어요. 항상 엄마, 아빠가 뒷바라지를 꼭 물질적으로
돈을 많이 주시는 것보다 잘해주신 것 같아요.
  상19: 조금 실제경험 얘기로 내려옵시다.
  내20: (웃음) 실제경험 얘기... 선생님, 그런 거예요. 그리고 뭐. 아니면은
그러니까 인제 동생이 뭐 아빠한테 뭘 사달라 그랬더라 음... 뭘 사달라거나
아니면 배운다고 이렇게 했을 때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저희는 거의 잊어버릴
만해서 엄마, 아빠가 그걸 사들고 오시거나, 아니면 인제...
  상20: 그 당시에는 어떻게 대답하시지요?
  내21: 아, 그 당시에는 아 그럼, 사줘야지. (그렇게 대답을 하시고...) 그리고
며칠 지나서 정말로 그걸 사들고 오세요. 저희는 그냥 뭐 잊어버리거나 아니면
사주시겠지 그랬는데... (외부로부터의 방해로 상담이 잠시 중단)
  상21: xx씨한테는? 기타 배우는 얘기로 돌아가서 인제 xx씨가 기타 배운달 때
어땠어요? 그 때 대학 1학년 때 그 때 장면을 한 번 떠올려 봐요.(외부로부터
상담을 방해받아 잠시 중단된 후 상담자가 화제의 방향을 일방적으로
지정해버렸다. 이 때에는 '무슨 이야기하다가 중단되었던가?'하는 식으로
내담자가 화제를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내21: 그 때요... 그 때 엄마는 맨 처음에 그러세요. 맨날, 아유 그런 거 뭐 꼭
배워야 되냐 이런 식으로. 그리고 인제 평소에도 항상 돈을 달라고 그럴 때
이렇게 엄마는 그거 꼭 써야 되냐고. 필요한 거냐, 뭐. 그렇게 얘기를 하시는데,
그래도 인제 돈을 주시고요. 제가 정말로 필요하다고 이렇게 얘기를 잘하면
엄마는 항상 아, 그래. 그럼, 써야지. 이렇게 꼭 어떤 사건이나 이런 게 아니라
말 한 두 마디가 정말로 이렇게, 그런 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상22: 대체로 그러니까 xx씨가 처음에 뭘 요구할 적에는 엄마가 딱히 찬성하는
쪽은 아니네요. (네. 아무래도 돈이) 돈이 들어가니까. '꼭 해야 되냐?' 그랬을
때 xx씨 마음 어때요? 맨처음에는.
  내23: 그냥 답답하죠, 뭐. 아유, 그런 것도 이해도 못 해주고 아주 뭘 모를까?
(웃음)
  상23: 그런데 그럴 때 xx씨는 어떻게 얘기를 해요? 지금처럼 그렇게 얘기해요?
  내24: 예. 필요하고, 또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뭐하러 얘길 하겠냐고.
  상24: 엄마한테 하는 투로 똑같이 좀 한 번 해보세요.
  내25: (웃음) 아유, 엄마는 뭐 엄마가 필요한 만큼 엄마가 어떤 걸 원하는 만큼
나도 원하는 게 있으니까 엄마는 필요할 때 이렇게 딱 사면서 왜 내가 필요한
거는 꼭 따지고 그러냐고. 나도 다 분별있고 필요한 것만 얘기한다고. 그렇게
얘기해요, 저는.
  상25: 그래도 없는 살림 애껴야 되니까 그렇지. 이렇게 얘기하시나... (네)
그러면 그럴 땐 화가 나 있겠다. (화날 때 많죠) 그렇지요. 그러고 있었는데 며칠
지나 가지고 엄마가 돈을 주면서 해라 그럴 때... (네) 사랑하는구나. 내가
원하는 걸 그러니까 시켜줄 때 그러는 느낌이구나. 엄마가 날 정말 사랑하나
보다.
  내26: (3초) 아유, 꼭 그런 건 아니고 하여튼간에 그냥 저는 그래요. 그런
자그마한 그런 것들이 이렇게 쌓여서 그냥 엄마, 아빠는 저희들을 사랑하는 것일
거예요. 항상.
  상26: (29초) 원하는 게, 어느 부모든지 원하는 거를 바로바로 들어주지는
않는단 말이에요. 애들이 느끼기에는 사사건건, 내가 그래도 생각해서 요구하는
건대 사사건건 막는다 하는 기분이 들텐데... 원하는 것이면 원하는 것일수록
그런 느낌이 들 거 아닌가요. (네) 처음엔 반대를 당하다가 xx씨가 관철한 것들이
뭐가 있어요? 기억나는 것들.
  내27: 엄마가 부탁을 들어주신 거요?
  상27: (3초) 기타 배우라고 돈 주신 거든지.
  내28: 그런 거나 아니면 여름방학에 서예를 배운, 배운 거나. (대학 때?) 네.
뭐 수영을 배운다고 그랬을 때도 그랬구요. (수영도 대학 때였나요?) 그리고 뭐,
어, 싼 옷을 산다 그럴 때나 음. 뭐. 그런...
  상28: 어렸을 때는 뭐 없었나요?
  내29: 어렸을 때는 더 많았을 거예요, 아마.
  상29: (5초) 어렸을 때 참 기뻤던 일 같은 거 없어요? 기억나는 거. (10초)
그런 식으로 부모님이 어떤 걸 나에게 해줘서 혹은 내 요구를 들어줘서 참 기뻤다
하는.
  내30: (8초) 글쎄. 전에는, 대학교 전에는 별로 생각하는 게 별로 없네요.
  상30: 그러면은 내가 추측하기에 부모님이 날 사랑하지. 참 고마운 분들이다
이런 생각을 한 거는.
  내31: 아니요. 대학교 때부터는 아니구요. 그냥 항상 그런 생각은 했었어요.
엄마, 아빠가 항상. 그냥 잘해 주세요, 항상, 저희들한테. 근데 그 잘해 준다는
것이 좀. (9초) 저는 이런 소리를 애들한테 몇번 들었어요. 이렇게 쉽게 대하기가
어렵다든지 아니면 이렇게 그냥 친구들끼리 장난하면서 한 대 툭툭 때릴 수
있잖아요. 그런 거를 저한테 못하겠대요. 저한테. 그러면서 꼭 저한테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같다고 뭐 그런 말을 하는 걸 많이 들었거든요. 제가 돌이켜
보고 또 엄마, 아빠가 제 동생을 대하는 그런 태도를 보면 이제 저한테도 똑같이
그러셨었는데 그것이 결코 아주 그 애들, 독립적인 그런 사람으로 키우는데 많은
장애요소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다 해주세요.
그냥. 그러니까 뭐 자기 방 청소서부터 이불 개는 거라든지 뭐 빨래는 물론,
빨래는 세탁기가 하지만 하여간에 그냥 제 동생은 와가지고 하는 게 요즘 다른
애들은 어떤지 모르는데 걔는 그냥 공부 밖에 하는 게 없어요. 공부 밖에 하는 게
없고 집에 오면은 그냥 자기 몸 하나 씻고 그 다음에 또 뭐 먹을, 먹을 거
없으면 투정부리고. 먹고 좀 자다가 일어나서 늦게까지 공부하거나 TV보거나
그런식으로... 토요일, 일요일 되면 또 피곤하다고 자거나 뭐 영화보러 다니거나
그러고... 저도 똑같이 그렇게 큰 거 같애요. 그러니까 뭐 하나 제대로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본 적도 없고, 물론 도와준 적은 많아요. 엄마랑 인제 같이 뭐
부침개를 한다든가 이런적은 많은데... 어 그런 것도 많고...
  상31: 그러니까 동생을 보면서 지 것만 딱 챙기고, 저 놀 거 다 하고 싹싹
받아 먹는 게 눈에 거슬리는구나, xx눈에.
  내32: (웃음) 눈에 거슬리기도 하면서 저도 옛날에 저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상32: 그렇지, 그런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어렸을 땐 저랬지
하는 식으로 동생을 이해하지요. 근데 하여튼 눈에 거슬리지요. xx씨가 보기에 다
큰 동생인데... 그러고는 자기 것은 탁탁 챙기고 엄마 몽땅 시켜먹고.
  내33: 저는 더 한 것 같구요.
  상33: xx씨도 고만 때는 그랬어요? (네) 지금 그나마 좀 도와주지만... (설거지
밖에 하는 게 없어요. 가끔 가다 그것도) 가끔 설거지 하지만, 하여튼 그게
동생한테 보일 때는 나도 그러고 했지만 사실은 얄밉다 이거지요.)
  내34: 그럼요. 제가 막 야단치는데요, 뭘.
  상34: 음, 그럼 또 동생은 그러겠다. 자기도 그러면서 뭘 나한테 이러냐고.
(네, 맞아요) 그런 점들이 xx씨가 생각하기에 굉장히 사랑해서 부모님들이 다
해주기는 하지만 실제로 좋은 영향은 아닐거다. (네) 자기 건 자기가 알아서
챙기도록 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 아니었겠느냐. (8초) 엄마는 애들 뭘 못
시키겠다ㅑ.
  내35: 엄마가, 예. 잘 안 시키세요. 뭘.
  상35: 사랑해서도 그러시겠지만 어디 안심이 안 돼서 시키시겠어요. 도시락을,
애들 도시락을 유별나게 싸주실 정도면... 얼마나 다른 것들도 다 그렇게
완벽하게.
  내36: 엄마가 좀 굉장히 깨끗하고 그런 걸 많이 원하세요.
  상36: 집에 가면 항상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나?
  내37: 엄마가 항상 그러세요. 그렇게 깨끗하고 그런 건 아닌데, (제자리에
놓고...) 항상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세요. 그러니까 뭐 식당에서 휴지를 좀
닦다가 조금, 저는 한다고 많이 치우고 그래도 엄마 눈에는 항상 거슬리기
마련이잖아요. 목욕탕 불을 꺼라, 뭐 신발을 물에 젖은 걸 항상 세워 놔야
된다거나 아니면 항상 절약해야 되니까 뭐 가스불도 항상 잘 꺼야 되고. 굉장히
집에 가면 기억해야 할 것이 많아요.
  상37: 신경쓸 게 많군요.
  내38: 뭐, 머리카락이 조금 떨어져 있어도 그러고 저는 그냥 뭐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뭐 물론 이렇게 엉망은 아닌데 저는 그랬다가 몰아서
한꺼번에 싹 치우거든요. 보통 때도 뭐. 좀 그냥... 저는 집에 가서 잠만 자니까
근데도 엄마가 항상 다 치워 놓으세요.
  상38: 조용히 치워 놓으면 좋은데. (꼭 뭐라 그러세요) 잔소리 하시면서...
(10초) 그런 엄마의 꼼꼼함, 청결함, 그런 것들이 실제로 완벽하게 챙겨 주니까
참 우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좋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엄마가
잔소리가 많은 거 아니예요. 그같은 속성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 넌 왜 이랬냐.
그랬으니까 한편으로는 그렇게 잔소리 하는 걸 보면은 우릴 사랑하지 않나 보다
날 사랑하지 않나 보다 (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똑같은 속성이 어떤 땐 굉장히
사랑하는 거 같았다가, 아마 그런 기분을 쭉 가지고 살아왔을 거 같애요.
  내39: 잔소리할 때요, 엄마가 저한테 잘되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신경질
나지요) 하긴 그랬어요. 그 당시에는 굉장히 신경질 나지만 (그럼) 엄마도 잘
못하고 그럴 때도 있는데...
  상39: 있지요. 엄마도 잘 못할 때가 있고, 그렇게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낄 때가
있고. 뭐가 좀 떨어져 있으면 어떻고. 제자리 안 있으면 어떻고. 까짓거 목욕탕
불 안 끄고 있으면은 전기 나가봐야 얼마 나가요.
  내40: 저는 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엄마는 안 그렇잖아요.
  상40: 그렇지. 그런데 그거 갖고 그러면 신경질 나지요. (네) 그런 잔소리 들을
때 화가 나는 게 정상이라고. 그리고 실제로 xx씨도 화가 나고. 그런데, 글쎄
나한테 얘기할 때만 그러는지, 아니면 xx씨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는데. 화가 나는 게 당연한 건데. xx씨는 그걸 실제로 화를 내고서도 그런
만큼 못 받아들인단 말이야.
  내41: (3초) 무슨 말씀인지 잘...
  상41: 뭐냐 하면은 '그럴 때 화나지요' 이렇게 얘기했더니 xx씨가 뭐라
그랬어요. 그래도 다 사랑해서 하시는 거예요.
  내42: 어,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세요. 잔소리 하시면서. 다 너희들 잘되라고
그러는 건데 잔소리 좀 들어야 된다고.
  상42: xx씨도 동의해요? (내담자 웃음) 그거를 들을 때 더 거부감 들지 않아요?
  내43: 아니요. 그렇게 거부감은 없어요.
  상43: 당시에? (3초) '다 너희 잘되라고 그러는 거다' 하지요. 자기 성격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닌가요?
  내44: 아유, 안 그렇죠. 그래도 엄마, 아빠가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까 제가
그래도 좀 많이 나아지잖아요. 치우고 그런 것이.
  상44: 20년 동안 치워라 치워라 소리를 들어와서 그러는 거예요? xx씨한테
어떤 자발성, 엄마 도와줘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나서 그런 건 아니야? 엄마가
해라 해라 했으니까인가? (9초) 왜 그렇게, 엄마의 어떤 속성들, xx씨한테 싫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만 엄마의 일부로 받아들인단 말이에요. 그럴 수도 있는데
자신은 싫지 않다는 걸 왜 그렇게 주입을 하려고 애를 쓰나, 자기 자신한테?
(내담자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상담자가 지나치게 서둘러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직면시키려 하고
있다.)
  내45: 전 엄마가 좋으니까요.
  상45: xx가 좋지. 근데 걔 그렇게 거만떠는 건 싫지? 아무리 좋더라도 그 싫은
면이 사람들한테 있지. 근데 그게 그 사람의 일부니까 나한테는 싫은 점이지만
내가 그 사람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역시 내가 싫은 점이야. 왜 엄마한테
그게 안 되지요? 그리고 엄마의 싫은 점 같은 게 드러날 때 무지무지하게
죄의식이라고 그럴까 미안감이라고 그럴까...
  내46: (4초) 제가 커 오면서 너무 많이 봐온 것들이요. 엄마, 아빠는 저희는 뭐
제가 비싼 옷이나 좋은 걸 원할 때는 이렇게 힘들지만 해주세요. 근데 엄마,
아빠는 항상 좀, 그렇게 잘 안해 입으시고 먹는 것도 항상 그냥 저희만 원하고
저희가 원하는 거 해주시고 이러고 어려서부터 그런 게 많이 쌓여 와서요. 엄마,
아빠가 저희를 위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너무 힘들고. 엄마,
아빠는 저희만 믿고 바라고 모든 걸 믿고 바래서 키우셨는데 어떤 그런 조그마한
그런 것들이, 물론 나한테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런 거 막
확대해서 제가 그러는 게 저는 정말 미안해요, 엄마한테.
  상46: xx씨가 어떤 그런 영향을 생각하기를, 생각하기를 두려워 하는 것 같애.
그러다가 내가 엄마를 원망하게 되면 어떡하나 싶어서.
  내47: 네. 그렇지 않아도 원망을 가끔 가다가 할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이상해. 정말 내가 이러는 건 엄마, 엄마 때문이 아닐까 뭐 이런식으로 생각이
들고요. 어떤 땐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막 나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하지. 우리
엄마, 아빠가 마음이 약하니까 내가 이렇게 태어났지. 이런 생각도 하고, 또
아유, 엄마, 아빠가 그게 키운 결과야, 내가. 나를 밖으로 내돌리면서 편하게
키웠으면 내가 좀 강한 애로 클 수 있었을텐데... 그럴 때도 있구요. 그리고 왜,
왜 하필이면 내가 그런 엄마를 그런 나쁜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생각이
엄마한테 집중되는 게 왜, 왜 그럴까. 나는 엄마를 참 사랑한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사랑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첫번째 생각이 엄마한테 자꾸 갔었는지.
(참 의문스럽지요?) 네. 정말 의문스러워요.
  상47: 그거를 풀 수 있는 매듭이 있을 거 같아요. 근데 그럴려면 xx씨가
엄마한테 원망스러웠던 거 다 쏟아내놔야 하는 거 같애. xx씨는 그게 나올까봐
굉장히 두려워 한다고요, 지금.
  내48: 저희 엄마는 그러세요. 그러니까 엄마가 음식을 좀 짜게 하시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저희는 엄마가 짠 음식 하는 것에 좀 면역이 되었어요.
엄마한테 굉장히 많이  얘길 했어요. 식구들이 다 돌아가면서 얘길  했는데 엄마는 
그냥 인제, 미각이 그냥 마비가 되셨는디 (식습관이겠지요) 자꾸 짜게 하세요.
엄마한테는 안좋고. 고혈압이시거든요, 엄마가. 안 좋다고 그렇게 얘길 했는데도
자꾸 음식을 짜게 하세요. 좀 우리가 짜다 그러면 엄마는 안 짜대요. 그래서
엄마가 좀 우기는 걸 좀 잘하세요. (뻔한 걸 우기시는구나) 네, 뻔한 걸
우기시고.
  상48: 우기면 지겠다, xx씨가. 우기는 사람하고 합리적으로 따지는 사람하고
대결을 하면 우기는 사람이 이기니까.
  내49: 네. 그냥 뭐 (6초) 제가 생각할 때는 뭐,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고
엄마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제가 중요한 걸 인제 엄마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상49: 그렇지. 난 중요한 걸로 생각해서 기타 배우겠다. 하고 싶고 뭐 갖고
싶어서 하면 뭐 그런 걸 해야 되느냐. 학생이 공부나 하면 됐지 뭐 그 따위 것은
배울려고 하느냐 그러실 거란 말야. 내 욕구하고 엄마의 필요성, 엄마의 가치하고
대결하다가 내가 늘 좌절되지.
  내50: (3초) 그러고 뭐 엄마도 보면 잘못하는 것도 많고, 또 뭐 예를 들면
엄마가 교회를 다니시는데 어, 돈이 굉장히 없을텐데 나는 돈이 필요한데 엄마는
뭐 교회에서 금요일마다 돌아다니면서 그 예배를 보는 그런 게 있대요. 그래서
이제 우리집에서 한다고 엄마가 음식을 장만하거나 이런다고 장을 봐올려고 그럴
때, 나도 필요하고 엄마도 필요한데 엄마는 내 거는 아주 필요없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상50: 교회사람 먹일려고 돈을 쓰면서 내가 정말 필요한 것은 안해 준다
이거지요.
  내51: 아무래도 자기께 되면 그렇게 확대해서 추리하게... 또 뭐 그런 경우가
많지요.
  상51: 그럼. 그 때마다 화가 난다고...
  내52: 네. 화가 나요. 그리고 저는 뭐 하나 사면 굉장히 좀 힘들어요. 좀
화장품을 사거나 이럴 때도 엄마, 아빠한테도 얘길 하는데 그런거 하나 살려면
엄마는 인제 돈이 금방 없으면 며칠 있다 주시고.
  상52: 있더래도 당장 안 주시겠지요. (있으면 주시죠) 당장 줘요?(내담자로부터
부정적 감정을 표출시켜 정화로 이끌려는 상담자의 의욕이 지나치다. 이 반응은
부모가 아무리 사랑하여도 돈을 원할 때마다 항상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상식을
냉소적으로 과장시켜 부각시킨 감이 있다.)
  내53: 그럼요. 있으면 주세요. 근데 좀 절약해라, 어유 뭐 하러 그렇게 화장을
하냐 그렇게 얘기하시고요. 근데 얼마 전에 엄마가, 엄마는 인제 아줌마들 화장품
쓰시는데 한 5가지 정도를 한꺼번에 외상으로 사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깜짝
놀라고 엄마 이거 어떻게 한꺼번에 샀냐고 그랬더니 필요해서 샀다고 그러세요.
그래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상53: 나는 뭐 하나 사는 것도 그렇게 잔소리를 하면서 주면서 자기 건 몇 개씩
한꺼번에.(내담자로부터 부정적 감정을 표출시켜 정화로 이끌려는 상담자의
의욕이 지나치다. 이 반응은 부모가 아무리 사랑하여도 돈을 원할 때마다 항상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상식을 냉소적으로 과장시켜 부각시킨 감이 있다.)
  내54: 그랬더니 아이구 엄마가 딸 때문에 뭐 하나 못하겠대요. (그렇지) 엄마는
돈 있으면 저희 다 주시고 인제 남는 걸로 옷을 하나 해 입는다거나 뭐 이러는데
그것마저도 딸들이 저래서 참 엄마가 못 살겠다고 그러세요. (웃음) (그렇지, 딸
시집살이지요) (4초) 하여튼간에 저는 엄마한테 항상 받는 느낌이 어,
그러니까... 근데 저도 엄마 거는 이렇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 거는 다 필요 없다.
뭐...
  상54: 자기만 생각한다. 엄마라는 사람이. 자기께 우선이다. 그런 느낌이
들지요... (4초) 그런 점들에 대해서, 나도 그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뒤늦게
받아들이지만 그 생각에 도달할 때까진 아주 그것 때문에 사람을 싫어하고
혐오하고 괴로워하고... xx씨는 밉고 싫은 마음이 한 때나마 드는 것조차
거부하니까. 엉뚱한 환상으로 되잖아요. xx씨한테 지금 두 마음이 있단 말이야.
이성적으로는 엄마가 다 사랑하니까 그렇지, 엄마가 그렇게 말을 했으니까
그러려니 그런 생각과, 마음 한 쪽에서는 지금 화가 나 있는 마음이 있단 말이야.
자기 것 먼저 챙기고 내가 원하는 거하고 자기가 원하는 거하고 상치될 때 자기
것 먼저 충족시키고, 내 가치하고 자기 가치하고 상치될 때까지 가치를 우기고
이런 마음이 화가 나고 속상하고. 이 두 가지 마음이 있다고요. 그리고 이
마음이, 화나는 마음이 있다는 것조차도 굉장히 그 미안해 한달까 하지요. (10초)
그 마음을 보기 시작해야지요. 그래야 어떤 상상 속에서 그 화가 난 걸 풀지
않아도 된단 말예요.(9초) xx씨가 맨날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 해칠 것 같아서 늘
걱정되고 그런다 그랬지요. 내 앞에 있는 사람, 어떤 사람일지도 모를 사람을
내가 해칠 것 같다. 죽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누가 얘기하고 있는데 막 일어나서
소리지를 것 같다. 우리 답답할 때 그러잖아요. 답답한데 저 하고 싶은 말 못할
때 막 소리지르고 싶단 말예요.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해칠지도 모를 것 같다
하는 거. xx씨가 화가 나 있기는 하고 화풀이를 해야 되긴 하겠는데, 그걸
못하고. 그러니까 엉뚱한 상상으로 자꾸 해결하는 거지, 화가 난걸. 답답한
마음을. 답답한 마음을 사람 앞에서 못하니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나? 어땠었나?
  내55: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어요.
  상55: 없었어요? xx씨가 이렇게 손을 꽉 쥐고 있어서 물었어요.(상담자의
해석이 내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앞서 가고
있다.)
  내56: 선생님. 그냥요. 요새 그런 생각이 많이 심해져 가지고요. 정말 제가 막
손이 이상하게 될 거 같고 손이 막 떨리고 막. 그냥 저도 모르게 어디론가 막
가서 정말 사람을 해칠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너무너무 심해 가지고요. 그냥 항상
너무 골이 아프고 그래요.
  상56: 골 아프지요. (심장도 막 아프고) 뛰지, 막. (5초) xx씨는 현재 자기
마음을 모르고 있지만 안 보고 싶으니까, 막 껴 눌러 둔단 말이에요. 그러고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화가 나 있다고. 우리 화났을 때 머리 지끈지끈 아프고 막
가슴 뛰고 이러잖아요. 부들부들 떨리고, 화가 나니까. 어딘가에 굉장히 오랫동안
화가 나 있는데 xx씨는 모르니까 아니라고 그러고.
  내57: 선생님.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 답답함이나 문제같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도 안고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 다른 사람들도 다 어느 한 부분에
이렇게 마음이 정말 곪아가고 있고, 그런 아주 무거운 것들이 내려 앉아 있는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고 또 실제로 친구들 얘기를 또
들어봐도. 이렇게 이제 컸으니까 표현은 안하지만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뭐 아빠가
술을 많이 드시고 와 가지고 엄마랑 사이가 굉장히 안 좋으시다거나,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엄마가 나이가 굉장히 젊으세요. 그랬을 때 엄마가 인제 충실하지
못하시고. 뭐 이런 가정도 있고 그런것에 비하면 저는 훨씬 내적인 상황이 나타난
게 없고, 저는 문제가 하나도 없는 거 같아요. 남들이 보면 전 문제가 없어
보인대요. 근데도 어떤 그런 것이 정말로 이상한 쪽으로 자꾸만 발전해 나가는
것이 왜, 왜 내가 이런가, 어떤 것들이 그런 것들과 길이 통하기 때문에 그런가.
사람들 다 답답하고 그런 건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상57: 근데 그 답답함이 그런 xx씨처럼 억눌러 온 답답함이 아니라고요. 걔들은
자기가 얼마나 답답한지도 알고. 근데 xx씨는 외적으로 우리가 보는 것보다는
속마음은 훨씬 더 답답했을 것 같애요.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엄마 성질은 착착
챙겨야 되고 깨끗해야 되고 또 누구한테나 그걸 요구하고.
  내58: 네, 엄마가 뭐 그러세요. 뭐 다른 집 앞이 지저분한 것만 보면 아유, 저
여자는 밥 먹고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웃음)
  상58: 남의 집까지 그렇게 참견할진대 내 집에서야 오죽했겠어요. 그러니까
나는 막 미치겠는 거지요. 엄마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지요. 틀리지 않았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란 말야. 뭔지도 모르겠는데 아니다라는 것 같은
기분은 있는데, 뭔지는 모르겠으니까 더 답답... (녹음 끝)

이후 내담자는 (상54)의 해석에 동의하는 반응을 하고 자신의 증세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인 느낌을 이야기하였다.

  8. (16회) 상담의 교육지도 내용
  상담자가 교육 지도자(지도교수)와 토의하고 조언을 받고 싶은 내용은 다음의
것들이었다.
  (1) 강박행동보다는 강박관념이 더 두드러진 내담자에게 보다 적절한
상담전략은 무엇인가?
  (2) 과거(고2 때)와 현재(대학 3년)에서의 증상이 악화되게 한 촉발요인을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가?
  (3) 내담자의 강박적 관념 중에서 성적인 내용과 죽음, 살해에 대한 내용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이었다.

  교육지도과정에서 토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상담자가 너무 정신역동적인 면에 치중하려는 느낌이고, 너무 서두르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행동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2) 이러한 사례는 상담자의 지구력을 요구하는 사례이므로, 우선 상담자
자신이 감정적으로 약해지거나 지치면 안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3) 정확한 진단과 상담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자료)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4) 입원 병력이 있고 심각한 중증의 내담자이므로 분명하고 지지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내담자의 방어기제를 단시일 내에 깨려 하기보다는 처음
단계에서는 지지하면서 역동적인 분석의 속도를 완만히 해야 하며, 증상의 지속적
재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5) 효과적인 상담전략을 위해 관련문헌의 연구를 철저히 하여 상담과정에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9. 이후의 상담진행과정 및 상담자의 총평
  16회 상담내용의 교육지도 후, 총 48회의 상담이 진행되고 종결하였다.
상담진행중 31회(이듬해인 19xx. 4. 30) 이후 어머니의 암 수술로 병간호 하는
동안 약 3개월의 공백기가 있고 난 후 32회째의 상담이 재개되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약 1개월간 입원해 있는 동안 오히려 집에 동생과 둘이만 있게 된 것이
좋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 주 33회 약속일 전날 아버지가 갑자기 사고로
사망하게 되어 약속을 못 지킨다는 전화연락이 있었다. 당시 내담자의
전화목소리는 슬픔이나 비탄이 섞이지 않은 밝은 목소리였다. 2주 후 33회
상담에서는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내담자의 감정을 주로 이야기하였는데, 이
때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하여 별로 슬퍼하는 감정은 없었으며 오히려 빚만 남기고
횡사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감이 약간 표현되고 그러한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리 감정적으로 깊은 수준의 죄책감은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이후 대학 4학년 2학기 종강 때까지 총 48회의 상담이 이루어졌으며
강박관념(누군가 자신을 강간할 것 같다 등)이 깨끗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내담자가 견디며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약화되었다. 그 동안의
상담에서는 주로 생활상에서 겪는 문제, 즉 친구관계라든가 써클에서의
독창연습과 관련한 인간관계 문제 등을 다루었다. 이 때에도 강박관념과 관련된
정신분석적 해석보다는 실질적인 대인관계 기술의 습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상담의 전략을 바꾸어 나갔다.
  이러한 상담자의 상담전략에 대하여, 내담자는 실제생활상에서는 자신이 별
문제가 없고 자신만이 겪는 고통을 되풀이 하여 이야기하며 상담이 미진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강박관념의 원인을 알고 싶고 상담자가 명쾌하게
설명해 주기를 원할 뿐 실제로는 모든 사건을 추상적 일반론으로 생각하고
지적으로 처리하는 내담자의 방어기제 때문에 진정한 통찰은 이루어지 않았다.

  이 내담자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상담자가 경험한 어려운 점들은 다음과 같다.
  (1) 내담자가 자기의 감정을 인식하기보다 주로 논리적이고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된 반응을 계속함으로써 자칫 철학적 논쟁 내지는
일반론적인 토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았다. 상담자는 이를 탈피시키기 위해 자주
상황의 사실묘사를 강조하거나 권유함에 따라 내담자로 하여금 몰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생겼다.
  (2) 내담자의 집요한 방어는 상담자를 지치게 만들었고, 상담의 방향이
막막하다는 느낌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래서 상담자 스스로 위축되어 버린 경우가
있었다.
  (3) 눈에 띄는 상담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상담자가 상담의 필요성에
대하여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교육지도과정에서 상담자의 지구력을 요하는 내담자라는 점을 환기시켜 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고 내담자의 방어를 깨려는 상담자의 노력 자체를 수정하게
되었다. 이후 상담자는 이 내담자에게 공감적 이해를 하려는 노력을 더 하게
되었고, 지지적인 전략을 활용하면서 생활장면에서의 내담자의 생각 및
행동결과의 의미를 인식시키려는 데 주력했다.

  (사례 4)를 읽고
  16회 상담에서 상담자는 자신의 해석과 선도하는 반응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내담자 때문에 상당히 초조해 하고 있는 것 같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경험내용과
감정을 명료화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
감정(적개심)을 인정하고 표현할 것을 내담자에게 자주 요구하고 있고 (상38, 39,
40, 42, 43, 44, 50, 51, 52, 53, 54 등), 내담자가 그것을 표현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상47). 또한 내담자의 강박증상은 공격적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상54). 강박증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긴 적개심과 이에 대한 죄책감을 부정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정신분석의 정설과 상담자의 가설이 일치하며, 상담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담자는 상담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 오지 않고 있다.
  이 사례는 강박증의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총 48회의 상담이 그렇게
뚜렷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사례 자체가 너무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된 것은 내담자가 상담자를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에서는 상담자의 끈기와
지구력이 요구된다는 교육지도 내용은 언젠가 이와 비슷한 내담자를 만나게 될
상담의 초심자들에게 유익한 지적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1991. 9. x대 상담
전공생)

  (사례 4)에서의 연구 문제
  1. 상담자가 2회에서 내담자에게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하도록 하자고
제안하면서 상담의 방향과 상담의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했는데, 이 말을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내담자의 성장 및 생활배경을 상담의 화제로 우선
삼도록 권유했을 것인데, 내담자의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의 접근방향에 관해서
그리고 상담의 필요성을 내담자에게 어떻게 이해시켰을 것인가?
  2. 9회에서 자신이 못 났다고 생각하고 내담자의 자아개념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자아개념의 변화가 필요성의 인식이나 상담자의 강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진대 다음 면접에서 이러한 방향의 상담적 개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3. 11회에서 언급된 '강박관념에 관한 구체적 탐색'과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4. 16회 면접의 상담자 개입 중 특징적인 것으로 (상47)과 (상54)가
주목되는데, '원망감을 쏟아내놓기를 요청'하는 이런 개입들이 강박관념의
내담자에게 어느 정도로 유효할 것인가?
  5. 32회, 33회는 각각 어머니의 암수술 간병, 교통사고로 인한 아버지의 사망
등 내담자에게 극히 중요한 생활 사건들이 발생한 시기의 면접들인데 이 두
면접들에서 상담자는 어떤 개입을 했는가?
  6. 내담자가 "인간관계, 일상 사건 중심의 화제가 연속된 것에 미진한감을
느낀다"고 했고, 상담자도 내담자가 '치료적 통찰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내담자의 방어가 강하고, 상담이 뚜렷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음에 지쳤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접하는 상담자는 어떠한 준비와 훈련을 쌓아야 할
것인가?

  4. 신체화형 장애의 상담사례
  4. 1. 신체화형 장애의 증상과 치료
  신체화형 장애(somatoform disorder)의 주요 특징은 뚜렷한 신체적 원인을
발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통이나 기타 통증, 혹은 신체적 생리적 기능의
마비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이를 통칭하여 신체화형 장애라고 한다. 이중전환형
장애의 진단에는 보통 다음 네 가지 조건을 고려하게 된다. 첫째, 청력, 시력의
상실, 혹은 신체 일부의 마비 등과 같이 신체기능이 부분적으로 상실되거나
변화가 있다. 둘째,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뚜렷한 신체적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 셋째, 심리적 요인이 증상 형성에 관련되었다는 증거가 발견된다. 넷째,
꾀병과는 달리 환자가 임의로 조작한 것이 아닌 경우이다. 신체기관 그 자체는
온전함에도 불구하고 다리나 팔의 일부 혹은 전부가 마비되는 수도 있고,
감각기능이 마비되거나 통증에 대한 정상적 반응이 손상받는데 이를
전환형(conversion) 장애라 한다.
  이러한 전환형 장애의 증상들은 그 성질상 심인성 통증처럼 심리적인 요인과
강하게 연합되어 있다. 사실상 이러한 증상들은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하에서
어떠한 행위나 책임을 면하게 해주거나 타인의 주의를 끌려는 욕구가 매우 강할
때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 신체화형 장애에는 브리케
증후군(Briquet syndrome)이라 하여, 뚜렷한 신체적 장애를 찾을 수 없는데 두통,
복통 등의 통증, 현기증, 호흡곤란, 심장기능장애 등 갖가지 증상을 호소하면서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불필요한 수술을 받거나 많은 약물을 복용하게 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심인성 동통이라고 분류되는 장애 역시 여기에 속하는데 신체적
이유 없이 갖가지 동통을 호소하는 것이다.
  전환형(conversion)이란 용어 자체는 정신분석학파의 원조인 프로이드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그는 전환형 장애가 억압된 본능적 에너지가 감각-운동적
채널(통로)로 전환되어 그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한 개인의 내적인 불안과 심리적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환형 장애에 대한 정신분석적 치료의 골격은 자유연상과 같은
정신분석적 기법들을 사용하여 억압된 본능적 에너지를 의식화시키고 그것을
정화시킴으로써, 본능적 에너지가 신체적 증상으로 잘못 전환된 것을 해소하는
것이다.
  한편, 전환형 장애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론은 이 장애가 사회문화적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성적인 욕구의 표현을 과도하게 억압하는
사회문화적 풍토에서 이러한 전환형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이드가 주로 활동하던 19세기 말 혹은 20세기 초의 유럽의 사회문화적 풍토는
여성의 성적인 욕구 표현을 심하게 억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의 여성에
있어서 이 전환형 장애가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즈음 성적인 태도가 많이 개방되면서부터는 이러한 장애의 발생 빈도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는 달리 전환형 장애에 대한 행동주의적 이론은 크게 두 가지의 구성
요소들을 가정하고 있다. 첫째, 이 증상의 사람들은 이전의 개인적 경험이나
타인의 신체적 실제 증상들을 통해서 증상에 대한 자신의 병적인 역할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둘째, 그러한 증상은 심리적 고통을 경감시켜주고 책임을
회피하는 핑계가 되어 주거나 타인의 관심을 끄는 등 2차적인 긍정적 보상을
받음으로써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전환형 장애 자체는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증상을 가장하는 꾀병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환형 장애에 대한 행동주의적 치료에서는 강화적 접근(reinforcement
approach)과 조작적 조건형성의 원리를 사용하여 환자들의 증상을 해소(또는
완화)시키는 것과, 단계적 둔화와 같은 기법을 사용하여 전환형 증상의 유발
요인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서
자기주장훈련 및 사회적 기술 훈련과 같은 것을 병행하여 사용함으로써 증상의
유지로 생겨난 심리적 나약성과 의존성을 극복하도록 한다.

  4. 2. 신체화형 장애 내담자의 상담사례
  이 내담자는 위경련, 근육경직 등의 전환증세와 담석증세와 유사한
정신신체증상을 호소하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신역동적인 기법으로
접근한 사례이다. 앞에서 기술한 다양한 증례를 참고로 하면서 이 사례의
전체과정을 분석, 검토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 사례에서는 한 회기분의
상담내용 축어록을 상담자의 언어반응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사례 5) "얼굴근육이 마비된다..."
  1. 내담자의 인적사항 및 상담 경위
  내담자는 여학생으로서 대학교 3학년에 다니다 휴학중 대학에서 집단으로
실시하는 성격검사를 받은 후 검사결과 해석 면담과정에서 상담자가 상담을
권유한 데 응하여 상담이 이루어졌다.
  2.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
  대인관계 특히 이성관계에서 이성을 대하는 데 불편하다. 얼굴 근육이 마비된
적이 있다. 두통과 위경련이 자주 일어난다. 담석증 증세 등이 있으나 병원에서는
신경성이라 한다.
  3. 심리검사 결과(다면적 인성검사(MMPI))
  이 내담자의 상태에 관하여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고 상담종결후 결과를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하기 위하여 첫 상담 직전 MMPI를 실시하고 상담종결 2주 후
추수상담을 한 후 MMPI를 다시 한 번 실시하였다. 검사결과는 수동 의존적
성격(passivedependent personality) 유형으로 우울, 긴장, 불안감이 신체화형
증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표 생략)
  4. 가족관계: 부(56세, 사업실패 후 무직), 모(49세, 소규모 상업), 오빠(28세,
해외근무), 오빠(27세, 회사원), 내담자(23세, 대3 휴학)
  5. 상담과정
  (1회: 19xx. 5. 2)
  현재 몸이 아파 휴학 상태이다. 아버지의 사업실패 후 경제적으로 곤란한
편이다. 남자친구에게는 생각과 달리 쌀쌀맞게 이야기한다. 불면이 심하다.
아버지는 현재 무직 상태이다. 어머니가 조그만 장사를 하고 오빠 둘은 회사원,
고졸 학력이다. 고3부터 위경련으로 고생해 왔다. 대학 2학년 겨울 무렵부터
얼굴근육에 경련이 일고 움직여지지 않는 일이 잦았다. 침을 맞았으나 효과 없고
요즘도 간혹 그런 일이 있다.

  상담자는 주 1회씩 상담을 하되, 이 증상의 근원을 분석하여 증상을 제거하는
노력을 함께 하기로 내담자와 합의하였다.

  (2회: 19xx. 5. 9)
  담석증이라고 세 군데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수술하려다가, 어느 외과에 다시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아버지가 나에게 bad
seed(나쁜 씨)라 하였다. 아버지는 큰 할아버지에게 그 말을 하곤 했는데 그 날은
나에게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심장이 멎고 숨이 안 쉬어졌다. 대학 1학년 때
사귀던 남자 (5년 위) 친구와 함께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육체적 관계를 요구해 왔는데 너무 무서웠다. 그와는 1학년 초에 사귀기 시작해서
그 해 여름 방학에 헤어졌다. 서울에 혼자 사는 고모가 계신데, 좋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서울 고모에게 가 있었다. 그 해 겨울 추워서 그랬는지 기차타고 서울
고모에게 가는데 얼굴근육이 마비되었다. 요즘 사귀었던 남학생은 착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헤어져야 할 것 같아 헤어졌다.

  상담자는 정신신체증상과 여러 가지 전환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에게 증상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 직전에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신체증상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권하였다.

  (3회: 19xx. 5. 16)
  아버지는 남과 다르게 생겼다. 서양인같이 생기고 어려서부터 머리가 희고
시력이 약했다. (상담자가 추측하기에 albinism 같음) 유치원 때까지는 집이 꽤
부자였었다. 국민학교 2학년 때 집에서 문방구를 시작하여 내가 아버지와 함께
거기서 일했다. 어머니는 밥만 나르고 집에서 공책을 만들었다. 집에서는
남자친구 사귀는 것 모른다. 알게 되면 아버지는 술마셨을 때 뭐라고 할 것이다.
그게 싫다. 어릴 때에는 사랑받기 위해 하는 행동이 많았던 것 같다. 정에 굶주린
것 같다. 최근에 헤어진 남자친구를 도서관 앞에서 우연히 봤는데 모른 척했다.

  상담자는 부모가 남학생 사귀는 것을 알면 싫어하기 때문에 그 남학생을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과는 별도로 부모에 순종하기 위해 헤어지려 한다는 점을
명료화하였다. 또한 부모에 순종하는 것이 부모에게 거부당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 대하여 통찰하도록 하였다. 신체질환의 호소로써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내고 있음을 통찰하도록 하였다. 한편 남자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역할연습(role play)을 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반응양식을 시도하도록 하였다.

  (4회: 19xx. 5. 24)
  어머니에게 남학생 사귄다는 이야기를 했다. 의외로 이해를 잘 해주셨다.
헤어지려 한 그 남학생에게 전화했는데 없어서 전화해달라고 했는데 전화가 안
와서 조금 속상했다. 거의 잠을 못잤다. 그리고 나서 며칠후 우연히 식당서
만났는데 마음이 동요되었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었다. 그는 한참 쳐다보다가
그냥 먼저 나가버렸다. 괜히 그에게 전화했던 것 같다. 주말 연휴에는 좀 많이
아팠다. 다리하고 팔이 저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약방에 가서 약을
지어 왔다. 피순환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한다. 고3, 2학기에는 몸이 굉장히
아파서 굿을 했었다. 무당이 귀신 들렸다고 했다. 대학 1학년 때는 공부 안한다고
혼난 적이 많았다. 집에서 TV 보고 그러면 아버지가 공부 안한다고 야단친다.
그러나 요즘은 TV 봐도 야단치지 않는다. 자주 아프니까 대학 1, 2학년 때보다
관대해지셨다. 학점 안 나올 때 쇼크가 컸다. 저번에 물리, 화학 점수가 밑바닥을
헤맸다. 그 시험지 받고 나서는 곧 실험시간에 들어가야 했었는데, 쇼크를 많이
받아 실험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집에 갔다. 전혀 힘이 없고 걷지도
못하겠어서 친구들 부축을 받고 택시타고 집에 갔다.

  상담자는 주말에 갑자기 아프기 전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묻고, 신체증상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을 파악하여 신체증상이 신경성임을 통찰하도록 하였다. 이번
마비증상이 있기 전날에는 남자친구의 과축제가 있었는데 파트너로 불러주지
않았다고 하였다. 혼자 그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다녔으나 만나지 못했고 매우
괴로웠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하는 중에 내담자가 고통스런 일이 있을 때 몸이
아프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상담자는 오늘 다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몸이 아팠던
또 다른 많은 경우를 기억하고 그 직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해 보고
오도록 하였다.

  (5회: 19xx. 5. 31)
  남자친구 앞에서 너무 자존심만 내세우는 것 같다. 남자친구를 만났는데 편지를
보낸 것조차 자존심이 상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편지는 남자친구에 대한 감정을
직접 표현한 내용이었다). 남자친구가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 데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나는 생각이 나쁜 것 같다. 남자와 같이
다닐 때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에 신경이 쓰인다. 같이 다니는 사람을 통해
보상하려 하는 것 같다. 어머니에게는 속마음 이야기를 가끔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안한다. 아버지는 원래 말이 없는데 술 잡숫고 오면 그 때 평소에 품은 섭섭했던
이야기를 한다. 그런 게 두렵다. 그러니까 아버지에게는 가만 있고 속마음을 안
보여줘야 한다.

  상담자는 아버지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아야 후에 탈이 안 날것이라는
내담자의 느낌이 남자친구에게 대하여서도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좋아하는
속마음을 안 보이거나 쌀쌀맞게 구는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 보도록 권했다. 즉,
감정전이의 관점에서 해석을 지도했다.

  (6회: 19xx. 6. 7)
  마음이 잘 안 잡힌다. 저번 남자친구와의 일로 다른 사람들의 뒷말이 많은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몸이 아파서 그런 것 같다. 복학해서
장학금도 받아야 하는데 신경이 쓰인다. 부모님한테도 그렇고 사람들한테는 공부
잘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중학교 때 친구들 때문에 괴로운 적이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잘한다. 시험 때에는 친구들한테 얘기하는 것도 방해하는 것
같아 미한하다. 남들한테 폐를 끼치는 것이 겁난다. 죄의식이다. 남들이 말하기
전에 내가 다 알아서 해야 할 것 같다. 상대방이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가슴에
박힌다. 후배가 극장 가자는 데 너무 냉정하게 거절한 것 같다.

  상담자는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든가 시험성적을 받고 난 후 쓰러질 뻔한 일
등이 부모로부터 오는 기대에 부응하려는 강한 인정 욕구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이 인정 욕구가 좌절될까봐 혹은 좌절되었을 때 신체증세로 나타나는 점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또한 타인에게 거절을 한 후 몹시 신경이 쓰이는 것도, 거절을
하면 남들이 자신을 틀림없이 싫어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내담자와 함께 이야기하였다.

  (7회: 19xx. 6. 15)
  한동안 좀 친했던 과 형이 있었는데 그 형과 같이 공부 안하기로 했다.
좋아하다가 내가 싫어하면 그 사람은 이용당한 셈뿐이 안 된다. 그 형이 아프다고
해서 꽃을 들고 하숙집으로 병문안을 갔다. 가서는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으로
알까봐 이상한 소리만 했다. 나를 다 보여주면 나를 얕볼 것 같다.

  상담자는 꽃을 사서 일부러 찾아간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특별한 감정이
있다는 느낌을 주었을텐데 말로는 특별한 감정이 없다고 하니, 상대방은 내담자
쪽의 모순된 메시지를 해석하기 곤란했을 것임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꽃을 사들고
병문안을 간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가를 인식하도록 한 후 그 감정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려면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였다.

  (8회: 19xx. 6. 22)
  도립병원에서 준 약을 먹으면 졸립다. 신경성이라는데 신경성이기보다 몸이
약한 것 같다. 미워하는 사람도 없는데 몸이 자주 아프다. 몸이 아플 땐 감정을
억제하기가 힘들다. 대학친구들은 이기적이다. 자취하는 친구와 시내에 나갔다가
사고 싶은 게 있어 돈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곧 쓸 데가 있다며 빌려주기 싫어해
기분이 나빴다. 그 친구가 돈 빌려달랄 때 내가 빌려주지 않은 적은 없다. 하지만
그런 일로 기분이 나쁘다고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내가 그런 얘길 하면
상대방이 이해심이 없는 내 본모습을 볼 것 같아 싫다. 본모습을 보면 남들이
싫어하게 될 것 같다.

  상담자는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 의식되지 못하도록 억제하던 내담자가 기분이
나쁘다는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고 이야기한 점을 격려 하였다. 그리고 이외에도
당시에는 지나쳐 버렸지만 속상했거나 기분이 나빴던 상황, 기뻤던 상황 등을
생각해 보고 당시의 감정을 재표현하도록 하였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남들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하는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불안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지적하고, 이 생각의 불합리성을 내담자가 스스로 인식하도록
하였다.

  (9회: 19xx. 6. 28)
  몸이 아픈 것이 신경성 같지 않다. 상담하면서 속상한 일을 다 얘기하는 데도
몸이 아프다. 고3 때 아플 때는 엄마가 매일 저녁 도시락을 학교로 가지고 왔다.
나에 대해 정성을 많이 쏟는 느낌이었다. 고3 말 때 우유를 먹고 체한 적이 있다.
그 후로 일년에 한 번씩은 위경련이 일어난다. 고3 때는 성적도 잘 안 나오고
그러니까 공부를 포기하고 싶고 그랬다. 부모님이 실망하는 게 두려웠다.
붙어야만 했다. 고3 때 우유먹고 위경련이 일어난 것은 입학시험 보기 한 달쯤
전이다. 위경련이 시험과는 관련없는 것 같다. 우유가 상한 것은 아니었다.
긴장되었던 것 같다. 복학할 생각하면 두려움이 많다. 못 따라갈 것 같다.
자취하는 친구가 싫다. 요즘은 그 친구 때문에 갈등이 많다. 며칠 전 그 친구가
집에 오고 싶어 전화했는데 몸이 아프다고 거절했다.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면서도 복학하고 나서 그 친구마저 없으면 어떡하나 싶다. 그런데도 그
친구가 싫다. 그 친구는 자기 친구의 단점을 떠벌린다. 그 친구가 오늘
집(타지방)에 가므로 한참 못 만날테니 떠나기 전에 만나자고 하는데 어떡할지
모르겠다.

  상담자가 고3 때 위경련이 처음 일어났던 당시 내담자의 심리적인 상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담자는 그 위경련 증상이 심리적인 원인일 수 있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몸이 아픔으로써 어머니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스스로에게는 몸이 아프니 공부를 잘할 수 없다는 변명을 할 수 있으므로
내담자가 이차적 이득을 얻고 있음을 납득하였다. 한편 친구 문제에 대해서는
친구를 만날까 말까 망설일 때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내담자가 인식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감정을 가장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을 상담장면에서 해 보도록 하였다.

  (10회: 19xx. 7. 18)
  그 친구가 집에 가고 나니까 생각도 멀어지고 편했다. 지난 번 상담 후 그
친구가 자기 집으로 가기 전에 한 번 만나자고 할 때 거절했다. 한 사람이 날
미워하면 모든 사람이 날 미워하는 걸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한 것
같다. 요즘은 편안해지려고 노력한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사람 만나는 것 피하고
웃지도 않고 그랬는데, 이제는 사람 만나는 것이 반갑고 즐겁다. 소화도 잘 된다.
그 친구에게는 그 애가 진실하지 못한 게 불만스럽다고 얘기했다. 그 친구도 그럴
줄 알았다고 하며 풀어졌다. 이제 상담 그만해도 될 것 같다. 많이 편안해졌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함께 초기상담에서 설정한 상담목표를 검토하고 변화된
행동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누었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소화불량, 두통 등의
증상이 완화되었음을 이야기하고 기타 여러가지 신체 증상들이 심리적 원인으로
생겨나고 있음을 인식하였다. 그리고 자신감이 없어 남들에게 자기 마음을 전혀
표현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방식으로 표현하던 것으로부터 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주장적 행동이 많아졌음을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구체적 변화가 이루어졌음을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확인하고 상담을 종결하였다. 그리고 2주 후의 MMPI를
통하여 내담자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했고 이 검사 후의 한 달 후
추수면접에서도 내담자의 변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6. 면접과정에서의 상담자 반응에 대한 분석
  여기서는 사례연구의 한 방법으로서 면접중의 상담자 반응의 유형과 빈도를
조사해 보았다. 조사의 자료는 5회 면접의 축어록이었다.
  (상담자 반응의 분류)
  상담자의 반응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연구자가 활용한 방법은 상담자의
언어반응 유형의 분석이었다. 상담자의 언어반응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되었다.
  (1) 탐색: 내담자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내담자의 사고를 미리
유도하거나, 또는 내담자가 선택한 주제를 정교화하는 것이다.
  (2) 수용: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진술할 때, '음', '예' 등의 언어반응을
함으로써 내담자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3) 안심: 내담자의 문제를 최소화하여 줌으로써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감정의 지지, 승인, 강화 등을 포함한다.
  (4) 구조화: 상담진행의 성질, 조건, 제한점, 목적 등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5) 조언: 내담자가 어떤 방향으로 가게끔 적극적으로 지시하거나 충고하는
것이다. 행동의 적극적 통제나 간섭도 포함된다.
  (6) 바꾸어 말하기: 내담자 표현의 취지를 살리면서 몇 개의 단어를 바꾸어
반복하는 것이다.
  (7) 명료화: 내담자가 이야기한 것의 실체를 요약해 주거나, 내담자 말 중에서
모호한 점을 확실히 해주는 것이다.
  (8) 반영: 내담자의 말에서 표현된 기본적 태도 및 주요 감정의 내용을
파악하여 새로운 말로 정리해 주는 것이다.

  (상담축어록 내용 및 상담자 반응의 분류)
  - 5회 면접의 축어록 -
  내1: ...남자친구한테 그냥 학교에서 만나서 얘기했어요. 모르겠어요. 제가
화가 난 것도 같고. 동갑내기라 그런지 제가 자존심만 내세운 것 같아요. 걔는
저한테 배운 게 많다고 그러더라구요. 너무 냉혹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냉혹한
걸 배웠대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상1: xx씨가 그 친구한테 무슨 말을 했어요? (탐색) (상담자는 내담자가
남자친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내2: 아휴, 편지 보내놓고 자존심 상해서 일주일 동안 잠도 못잤다고 그랬어요.
그리고 나서 항상 얘기할 때 빙빙 돌거든요. 걔는 진실되게 얘기하자고 그러는데,
말이 안 나와요. 글쎄요. 그런 말도 했었어요. 편지내용에 대해 얘기를 했었는데,
편지 보내기가 힘들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 자존심 없는 자존심 다
팽개치고 쓴거고 그 편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그걸
어떻게 우습게 받아들이겠냐고, 진실되게 받아들인 것처럼 얘기하면서요.
  상2: xx씨는 겉으로는 쌀쌀하면서 속으로는 안 그런 걸 그 친구가 아는 게
중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명료화) (탐색) (내담자가 남자친구의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시간적 여유를 주어 스스로 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내3: 네, 그게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상3: 그렇다면 평소에 xx씨가 어렵게 지내는 것, 그 친구에게 좀 진지하게
얘기를 하면 어떨까? (조언)
  내4: 근데, 그 앞에서는 진지하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맴돌기만
하고. 그리고 그 친구도 여자를 사귀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소극적이라 그럴까. 제가 좀 잘 해주는 듯 싶으면 속마음을 좀 털어놓고 제가
진실되지 못하다 그러면 똑같이 나오는 것 같고, 좀 남자라면 리드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그리고 어제, 다른 때 같으면 기분이 나빴을텐데 어제
경우는 내 마음도 거의 확실히 정해놔서 마음의 동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상4: 그래. 이제 그 친구랑 더 만나느냐, 안 만나느냐는 좀 접어두고. xx씨가
원하는 형, 좋아하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1학년 때 xx씨 쫓아다니던
사람. 적극적이고 주도적이고 그래서 무섭고. 그러면서 그렇지 않은 걸 착한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착한 사람을 만나 보니까 바로 이렇게 되네. xx씨 자신이
적극적이지 못하니까 역으로 더 감싸주면 좋겠고. 그러면 그래도 안 되고, 안
그래도 안 되고... (탐색)
  내5: 제가 만나는 사람이 한쪽으로는 너무 적극적이고, 한쪽으로는 너무
소극적인 영 반대인 사람을 만났던 것 같아요. 저한테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하구요. 이제 누굴 사귀거나, 정을 주는 일은 제가 자제해야 되겠고. 이제
누구한테 정 주는 게 힘들 것 같아요.
  상5: (10초) 그 양쪽 중에 아버지는 어느 형인가? 어느 쪽에 더 가깝나? (탐색)
(상담자가 가지고 있는 가설을 내담자에게 질문함. 그러나 먼저 (내5)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반응이 필요했다. 예컨대, '이번 남자친구와의 일로 다시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잘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내6: (10초) 이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아까 그 친구요.
  상6: 어떤 점들이 비슷하지요? (탐색)
  내7: 마음이 여린거요.
  상7: 어떤 것이 마음이 여린건가... (탐색)
  내8: 전 그 친구가 참 착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버지도 착하시지만 한편으론
무척 꼼꼼하세요. 그 친구도 그런 것 같아요. 어제도, 조그만 일에 신경을,
신경을 많이 쓰는데 만나면... 너 뭐 바뀌었다, 그래요.
  상8: 그 친구가 xx씨한테 관심이 참 많구나... 그 친구도 정리하려고 그랬던
거 같아요? (명료화) (상담자 자신이 아버지와의 관계를 묻고자 했던 애초의
의도에서 벗어나 다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하는 화제로 돌아갔다.
아버지에 대한 화제를 계속 이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했다.)
  내9: 제 느낌상은 안 그랬어요. 마지막에는... 정리하려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너한테서 냉혹한 걸 배웠다고 그랬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거든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저는 그 친구랑 질질 끌고 나중에 헤어진 게
싫었어요. 그리고 편지보낸 것도 제가 꼭 다시 해보자는 그런 것도 있지만,
지저분하게 매달리는 그런 기분이 들었거든요.
  상9: xx씨가 좋은데 매달리면 어때요? 저쪽에서도 싫다고 하지 않고. xx씨도
좋고. (조언) (직접적으로 내담자의 행동을 지시하고 있다.)
  내10: 좋기보다는... 편지 보내고 나서 후회하고 왠지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상10: 어떻게 받아들였대요? 전화한 것은. (탐색)
  내11: 안 물어 봤어요. 챙피해서요.
  상11: 뭐가 챙피해. 내가 전화 걸어서 전화해 달라고 했는데 안 해줘서 난 참
마음이 아팠다고. (조언)
  내12: 그렇게 차마 말할 수가 없더라구요.
  상12: 왜 못할까... 그게 진짜 xx씨 마음 아니야? (명료화) ((내12)의 의미를
명료화하고 있다.)
  내13: 진짜 마음이지만... 편지 얘기할 때도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제가 이렇게
볼 때 그 친구는 제 자존심을 꺽어 놓고 싶었나 봐요. 말하는 게 그래요.
  상13: 자존심을 꺽어놓고 싶어한다고 그랬는데 객관적으로 남들이 보면 xx씨가
불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고집을 부려요. 편지하는 거 아무 것도 아니거든. 근데
뭐 그리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요. 자기 마음 전하는 건데. 전화하는 것도
마찬가지지. 자기 입장에서 보면 나만 상처입는 것 같지만 남들이 보면 참 별것도
아닌 것, 그걸 진실인데 감추려고 노력하니까 무엇이 진실인지 어리둥절하는
거라... (조언) (내담자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내14: 전화얘기도 그랬어요. 편지 쓰듯이 너희 집에 전화하고 나면 자존심이
상해서 잠도 못 잔 적이 있다고, 어떤 땐 너무 속상해서... 여자가 다, 큰,
자존심 버리고 전화한다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모르지만 그 친구랑 말할 때
빙빙 도는 그런 것은 항상 똑같은 것 같아요. 만나면 진실하게 대화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상14: xx씨 태도 자체가 변화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남한테 참 잘해주고
싶단 말이야. 근데 잘해주면 그건 자존심 상하고 그러니까 또 아니려고
노력해야지. 아무 것도 아닌 척. 왜 자기 진실을 보여주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
거지요? (반영) (탐색)
  내15: (11초) 그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 만나도 다 마찬가지인걸요, 제가.
(7초) 제 느낌상으로는 절 괜찮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는 과 형 이상으로는
아직... 그래서 항상 부정적으로 얘기를 하거든요. 근데 어저께 너무너무
고맙더라구요. 시험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렇게 해줘서. 제가 그래서 형이 속상할
때 찾아오면 얼마든지 받아주겠다고 그랬더니, 그제야 좀 대화가 부드러워졌다고
할까요. 좋아하는 거예요. 어느 친구를 만나더라도 제가 그런 얘길하는 거예요.
뭐, 미팅시켜 준다, 누구랑 잘돼봐라. 저한테 호감 갖는 그 자체에 대해서 많은
거부 반응 일으키는 것 같아요. 제 자신이.
  상15: xx씨가 특별히 다른 사람한테 미팅시켜 줄까, 부러 더 그러는 것 같다.
(7초) 나는 너한테 맘없다, 이걸 강력히 표현해야 하지? 왜 상대편은 마음에
있는지 없는지 꿈도 안 꾸는데 왜 그렇게 강조해야 하나? (명료화) (탐색)
(내담자의 행동의 의미를 찾기 이전에 (내15)의 반응의 요약이 필요했다.)
  내16: 아니, 그것도요, 좀 제가 느끼기에 저 사람이 나한테 마음이 있다 이런
걸 느끼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더라구요.
  상16: xx씨 마음은 그럴 때 어떻고. (탐색)
  내17: 저는 남자 만나기가 참 두려운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아무래도 엄마,
아빠한테 정을 못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어떤 한 사람한테 정을 주기 시작하면
금새 줄 것 같아서 두려워요.
  상17: 그렇게 정을 줬는데 저 쪽에서 달아날까봐 두려운 거겠지요. 나는 조금만
잘해주면 폭폭 빠지는데... (명료화) (반영)
  내18: 저는 어떤 한 사람 만나서 금새 헤어지는 것 싫거든요. 결혼생각까지
하게 되고요. 그리고 이 사람이랑 같이 갔을 때 남들이 무시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상18: 그러니까 어디에 남자친구를 내놔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단 말이지요.
(명료화)
  내19: 네, 사실 그 친구 사귀는 것보다도 그 친구의 친구들을 봤는데 하나같이
별로인 것 같아요. 저는, 저는 못났어도 친구는 괜찮은 애들 사귀는데... 그래서
그 친구를 무시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좋아하면서도... 그러니까 제가 못난
것을 친구들에게서 보충하려고 하는 심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상19: 내가 못났으니까 멋있는 친구와 함께 다녀야 내 걸 다 보충할 수 있다.
(명료화)
  내20: 그런 생각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은요, 이 친구 좋아하긴 했는데
정말로 좋아한 건요 동창친구한테 물어봤어요. 어떠냐고. 괜찮다고. 별로 느낌도
없었고 방학 때 도서관에서 만났을 때 괜히 저 때문에 살빠졌다는 얘기하고 그럴
때도 별로 작용이 없었는데 그 친구도 괜찮다고 하고 선배언니도 좋게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것이 더욱 작용했던 것 같아요.
  상20: 그러니까 xx씨한테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냐가 많이 중요했구나...
(명료화)
  내21: 네, 그게 중요하고 어저께 과 형이랑 같이 다니는 데도 타인을 많이
의식하게 돼요. 같이 간다고 그러면 소문나는 거 싫어서. 친구들한테 얘기
안하고. 제 생각이 좀 못된 것 같아요.
  상21: xx씨가 자기 자신한테 자신이 없어서 그렇지요... (명료화)
  내22: 자신 없어요.
  상22: 자신이 없으니까 자꾸 남의 것을 빌려다가 메꿔야 한다구요. 그 생각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왜 그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냐면 xx씨가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면 거기까지는 좋아. 그래서 그 친구가 좋다고
생각했으면 붙잡아야 할 것 아니야. (명료화) (반영)
  내23: 더 이상 못잡을 것 같아요.
  상23: xx씨가 누굴 좋아하면 폭 빠질 것 아니예요. 그러니까 xx씨 자신이
힘들겠지... (반영)
  내24: 생활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상24: 그쪽에서도 xx씨만큼 좋아한다고 파악이 되면 괜찮지요? xx씨한테.
(탐색)
  내25: 근데 그 친구는 말을 안해요. 저는 느낌보다는 말하는 게 더 확실하니까,
그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상25: xx씨 하는 말들만 들으면 누가 사랑한다고 생각하겠어요? xx씨가 말은
자존심 상할까봐 진실되게 안해도, 태도에서 오는 느낌은 있을 거 아니예요.
(명료화) (상담자의 반응이 내담자의 반응에 비해 앞서 가고 있으므로 야단치는
느낌이 든다.)
  내26: 어제는 웃으면서 얘기했어요.
  상26: 그냥 웃으면서 얘기했다고 저 사람이 날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나? 아닐
거예요. 그것만은 아닐거야. (5초) xx씨는 남들한테 참 잘해 줄거야. 그리고
나서는 잘해준 게 자존심 상하니까 말을 톡톡 거리고... 진실과 관계없이, 마음은
남들에게 잘해주고 싶은 거라고. 잘해주는 것을 남들이 몰라줘도 속상하고
알아주면 자존심 상하고. xx씨 자신이 스스로 옭아매잖아요. (명료화) (반영)
(상담자가 내담자에 비해 한 발 앞서 가면서 내담자의 행동의 의미를 직면시켰기
때문에 (내31)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차분히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내27: 제 맘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상27: (10초) xx씨가 누굴 굉장히 좋아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탐색)
  내28: 굉장히 잘해줄 것 같아요.
  상28: 그치요? 저쪽 상대방은 어떨 것 같아요. (탐색)
  내29: 잘 모르겠어요.
  상29: xx씨한테 따뜻하게 잘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것 같은가? (탐색)
  내30: 없을 것 같아요.
  상30: 그럼 xx씨가 잘해주면 손해네. 난 있는 대로 빠지고. 나에게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 같고. (반영) (내담자의 감정을 상담자가 대신 말로 표현하고
있다.)
  내31: 네. 만나기 힘들 것 같아요. 어제 그 친구 말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너무너무 말도 잘하고 굉장히 착했던 친구 같아요. 많이 변했대요.
자기가.
  상31: 왜 끝낼려고 그러지요, 그 친구하고는? (탐색) ((상29), (상34)의 가설을
구체적인 현실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풀고 있다.)
  내32: 사실 축제 도중에도 그 친구 찾으려고 많이 애를 썼거든요. 근데 어제
만나보니까 옛날의 그 친구가 아닌 것 같아요. 착한 친구 원했는데... 마음이
열리지지도 않고 이제 그 친구 봐도 감정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어제
굉장히 끝날 때 차갑게, 쌀쌀맞게 대하더라구요. 몇 번 부드럽게 얘기하자고
했는데도 계속 그래서...
  상32: 저쪽에서 쌀쌀맞게 얘기하니까 어떤 기분인가? (5초) xx씨를 이전처럼
사랑하는 것 같지 않지. (명료화)
  내33: 네. 이전처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요.
  상33: xx씨 마음은 조금 제쳐두고. 그럼 xx씨가 빨리 헤어지자 그래야
자존심이 안 상하겠네. (반영)
  내34: 그 때는 별로 자존심 상한다 그런 느낌 없고 그 전에 다 얘기했으니까.
그리고 얘도 별로 크지 않은 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랑 똑같은.
  상34: 내가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xx씨가 그 친구랑 헤어지려고 하는 생각도
저쪽에서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게 확인되는 순간 너무
괴로우니까 그 전에 헤어지려고 애쓰는 거지. 확인을 계속해서 바라면서 확인되는
게 두려우면서... 어떡해야 돼나? 안 만나야지? (네) 헤어져야지? (네) (내담자의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고 있다.)
  내35: 5월 1일에 확인된 것 같아요. 그전엔 잘 몰랐어요. 그전엔 헤어지는 것
반, 만나는 것 반 그랬어요.
  상35: 어떨 때 헤어져요? (탐색)
  내36: 나 싫다고 하면.
  상36: 그래. 다시 말해서 xx씨는 자기 의사가 아니라 저쪽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게 관심사야. 사랑받지 못할까봐 도망가고 싶다고. xx씨를 사랑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예민하게 상대편 눈치보고 그러다 나에게 그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이건 상대편과는 무관해요. 그러면 헤어지고.
그러려면 내 마음은 가능하면 보여주지 말아야지. 보여주는데 저쪽에서 싫다
그러면 어떡하나. 왜 그렇게 그런 두려움이 강할까? 어렸을 때 부모한테
두려웠어? (명료화) (탐색) (내담자의 행동의 의미를 잘 해석하고 있다. 꾸준히
(상29~상40)까지 내담자의 행동에 대해 일관되게 주제를 이끌어 오고 있다.)
  내37: 부모한테보다는 고모한테 사랑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엄마하고는
계속 떨어져 있고, 혼자 지낸 적이 많았어요.
  상37: 그 때 기분은 어땠어요? 혼자서. (명료화)
  내38: 그냥 잘 놀았어요. 크게 외롭다는 건 안 느꼈어요.
  상38: xx씨를 버리고 달아날 것 같은 느낌은 없었어? (반영) (상담자가 너무
내담자의 감정을 앞서서 반응하고 있다.)
  내39: 아니요. 그런 건 없었어요. 
  상39: (15초) xx씨가 진실한 마음을 어려서부터 표현하면서 산 적이 있었나?
(탐색) ((내38)과 (상38)이 어긋나고 있어 15초의 침묵이 진행되었다. 이 때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화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보다는 15초의 침묵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했다. 예컨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와 같이
내담자로 하여금 화제를 이어가게 하는 것도 좋다.)
  내40: 엄마, 아빠랑 대화하면서보다는 고모, 친구랑 더 많이 대화하고.
고등학교 때까지는 혼자 삭였어요. 대학교 때는 친구들하고 많이 대화했어요.
언젠가 선배 언니가 엄마한테 남자친구 얘기도 하고 그런 거 보면서 부러웠어요.
  상40: 얘기할 기회가 없었어요? 아니면 그 얘기가 먹히질 않아요? (명료화)
  내41: 얘기할 기회가 없었어요. 엄마하고는. 아버지는 무슨 말 들으면 앞에서
아무 말 안하고 뒤에서, 뭐 술잡숫고 이런 때 그런 걸 꼬집어서 얘길 하세요.
그래서 아버지하고는 아예 대화를 안하려고 생각했구요. 엄마랑은 기회도 없었고.
아버지하고는 그런 얘기 별로 안해요. 속상한 얘기.
  상41: 그렇지. xx씨가 진실한 마음 얘기를 하면은 들었다가 나중에 딴소리 한단
말이에요. 그것도 직접적으로 얘기 안하고 뒤에서 뭐라뭐라 하신단 말야. 그러면
진짜 마음을 얘기하기가 참 두려웠겠어요.
  내42: 아버지한테는. 그렇기 때문에 오빠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버지한테는 별로 그런 얘기 안해요.
  상42: 안하는 게 수지요, 그러고 어떡하다가 내 태도에서 불만같은 게
나타나면은 그게 불만이 아닌 척 더 무마를 해야 되겠다, 말로. 그게 어때, 지금?
다른 남자들한테 그렇게 나타나지 않아요? (안심) (탐색) (내담자의 이야기에
공감적 반응을 하면서 상담자가 가진 가설을 확인하고 있다.)
  내43: 네. 그런 것 같아요.
  상43: 지금, 아버지는 성격이 그러시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고. 다른
남자들하고 아버지하고는 구별해야 할 것 아니예요. 어제 그 친구한테도
아버지에게 있는 감정이 다 덮어 씌어지는 거라고요. (명료화)
  내44: 그런 것 같아요.
  상44: 그냥 내 마음 보여줬다가 삐긋하는 날엔 꼬투리 잡을지 모를까봐. 안
그럴 사람이라는 거 생각으로는 알지? (네) 근데 감정적으로 그게 안 된다고.
그러니까 진실한 얘기, 하고 싶은 얘기,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못하지. (반영)
(명료화)
  내45: 네. 그랬던 것 같아요. 여자친구한텐 안 그래요. 친구들도 와서 얘기하고
저도 같이 가서 얘기하고 별 문제 없었던 것 같아요.
  상45: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xx씨의 남자를 대하는 태도는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에서 올 거란 말이에요, 그게 xx씨 만나는 남자친구마다 그럴 거고.
자 그럼, 변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하면... 그런 두려움은 있지만 한번쯤은
시도해 보는 거지. 그 친구한테 편지를 쓴 것도 xx씨가 시도하는 것이었어요.
전화도 xx씨로서는 변화하려는 시도였어. 그 때 전화해줬으면 xx씨가 표현하기가
쉬웠겠지. 근데 좌절당했지요. 왜냐면 그 친구는 그런 걸 모르니까.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보면 이상하잖아요. (조언) (명료화) (앞으로의 행동방향을 상담자가
지시하고 있다.)
  내46: 네. 그럴 것 같아요.
  상46: 그렇지. 얼마나 이상해. 그러면서 어저께 만났단 말이야. xx씨가
표현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못하겠으니까 xx씨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러면서 이거 알면 어떡하나 두려워하면서... (반영) (안심)
  내47: 네. 맞아요.
  상47: 하여튼 그건 변화는 해야지. 이 세상에 있는 남자들은 아빤 아니야.
xx씨가 변화하려고 애썼다는 점만 칭찬해 두자. 변화하려고 애썼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이니까. 이제 그게 첫 단계야. 다시 기회가 오면 이제는 다시 한 번
도전해야지... 이제는 xx씨가 사람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좀 구별해 봐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xx씨의 입장에서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오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남자친구에게 전이되고 있다고 그랬는데, 나랑 다
못한 얘기, 다른 지나간 사람에게는 어떡했나를 한 번 주욱 생각해 보고 와요.

  (5회 상담면접에서 나타난 상담자 반응유형의 양적분석)
  5회의 면접에서의 상담자 반응들을 앞에서 제시한 유형에 따라 분류한 빈도는
다음과 같다.
  이를 보면, 상담자의 반응에는 명료화가 가장 많고 반영, 탐색, 조언, 안심,
바꾸어 말하기의 순서를 보인다. 수용과 안심은 내담자를 받아들이고 시인해 주는
지지적인 면에서 유사하며, 구조화와 조언은 내담자가 어느 방향으로 가게끔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바꾸어 말하기, 명료화,
반영은 내담자의 말 이면에 담긴 감정이나 문제를 내담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통찰을 주기 위한 반응이며, 이들은 그 깊이에 있어서는 다르나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복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 기법들을 유사한
것끼리 다시 유목화하였다. 이렇게 하면 면담의 전반적 추세를 보다 간결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표 1) 반응유형별 빈도
  반응유형  반응수  백분율(퍼센트)
  탐색  11  21.6
  수용  0  0
  안심  5  9.8
  구조화  0  0
  조언  9  17.6
  바꾸어말하기  2  3.9
  명료화  24  47.1
  반영  11  21.6
  (1) 정보를 얻기 위한 반응: 탐색
  (2) 내담자를 지지해 주는 반응유목: 수용, 안심
  (3) 내담자를 안내하는 반응: 구조화, 조언
  (4) 내담자의 통찰을 위한 반응유목: 바꾸어 말하기, 명료화, 반영
  이러한 기준에 따라 재분류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표2) 유목화에 따른 상담자 반응유형의 빈도
  반응유목  반응수  백분율(퍼센트)
  정보를 얻기 위한 반응  11  21.6
  지지해 주는 반응  5  9.8
  안내해 주는 반응  9  17.6
  통찰을 위한 반응  37  51.0
  (표 2)를 보면, 이 상담회기(5회 면접)는 주로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재인식할 수 있도록 통찰을 격려하는 시도가 주축을 이루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상담 중기에서 어느 정도 상담자와의 관계형성이 이루어진 이후 내담자에게
자신의 문제를 재인식하면서 문계해결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상담전략의 한
목표가 된다. 또한 지지해 주는 상담자의 반응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보이지만,
이는 수용으로 분류되는 '음', '예' 등의 반응이 내담자 말 사이에 많이 삽입되어
분류 빈도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지지적인
반응유목의 수용, 안심이 상담자의 지지적 태도의 지표로서 '필요조건'이긴 하나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있다. 예컨대, 이 조사 분류에 포함되지 않은
상담자의 시선, 고개 끄덕임 등의 비언어적 행동단서들도 지지적 태도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 5'를 읽고
  이 사례에서는 약 2, 3개월에 걸쳐 10회의 상담이 이루어졌는데, 상담 전후의
MMPI 결과를 보면 그 변화가 매우 극적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일차적으로 상담자의 성실하고 적절한 개입노력 - 전이감정의 해석, 역할연습 등
- 의 결과 얻어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가정에 불과한 것이지만 또 다른 개입요인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상담과정)에 따르면 10회의 상담기간 중 9회까지는 내담자가 계속해서
대인관계에서의 갈등과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였는데, 10회 상담에서는 갑자기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으므로 상담을 종결할 것을 요청하였다. 9회 상담(6. 28)과
10회 상담(7. 18) 사이의 약 20일간 어떤 중요한 환경적 변화가 일어나서
내담자의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준 것은 아닐까? 또는 어떤 이유로 해서
빨리 상담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상태를 좋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주어진
자료만으로는 별 근거가 없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일단 그런 가능성을 종결 전에
탐색해 보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한편 상담자는 상담종결 2주 후(방학중)에 추수면접을 하고 MMPI를 실시하여
내담자의 긍정적 변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내담자의 경우에는 개학
후 학교생활을 하는 도중에 다시 추수면접을 하여 그러한 변화가 뿌리내리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91. 10. x대 상담 전공생)

  하나의 논평
  1. 내담자의 가족구도와 방어기제
  막내이고, 오빠들밖에 없는 고명 딸이므로 어렸을 때(약 5세 이전),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한 경쟁의 필요성이나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두
내담자를 위하는 가운데, 수동성이 발달했을 가능성이 높고, 조그마한 심리적인
어려움에도 상처받기 쉽고, 어려움이 생기면 이차적인 이득을 얻으려고 신체화형
장애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공부에 대한 아버지의 잔소리와
가족구도(오빠들은 고졸인데 내담자는 대학생이므로)상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가족과 스스로에게서 오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공부에 대한 부담과
기대가 컸을 것이다. 또 위로 있는 오빠들도 아버지와는 대화를 잘 안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에게는 속 마음을 안 보여야 사랑을 잃지 않는다는 회피의 패턴이
자리잡은 것 같다. 과거의 사랑의 대상인 아버지를 대하는 이 패턴이 이제 다른
사랑의 대상인 이성친구를 만날 때에도 그대로 전이(병렬적인 왜곡)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친구관계에서도 자신이 겪었던 상처(?) 때문인듯(과거 중학교
시절의 일과 아버지에게 심한 말을 듣고 숨을 못쉴 지경이 됨) 조그마한 일에도
타인에게 상처가 될 것으로 지레 짐작하면서 민감해지고, 자기를 주장하면
모두에게 거부당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회피행동과 감정억제라는
방어기제(안전장치, security operations)를 작동시킨다. 즉,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내 욕구는 무시되어도 된다.' 혹은 '한 사람이
거부하면 난 끝장이야, 그러니 기분이 나빠도 내 주장은 억눌러야 해.'라고
생각하여(무의식 혹은 반의식적으로) 거절을 못하고, 자기주장을 못하게 된다.
이것은 역시 내담자에게 고통을 줄 것이다.

  2. 내담자의 우월성 - 인정욕구와 생활양식의 배경
  상담요약을 통해 내담자의 우월성 및 인정욕구의 추구 등을 많이 엿볼 수
있었는데, 각 회기마다 정리해 보면,
  2회: 아버지로부터 '나쁜 씨'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심장이 멎고 숨이 안
쉬어졌다. (인정)
  3회: 어릴 때 사랑받으려고 한 행동이 많다. (가족구도에서 위치확보)
  4회: 학점이 안 나올 때 충격이 크다. (우월, 인정)
  5회: 자존심만 세우는 것 같다. (우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냐에 신경쓰인다.
(인정) 아버지에게 속 마음을 안 보여줘야 한다. (가족구도에서 위치확보)
  6회: 부모와 타인에게 공부를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인정, 가족구도에서
위치확보) 남들이 말하기 전에 내가 다 알아서 해야 할 것 같다. (우월, 인정)
  7회: 나를 다 보여주면 나를 얕볼 것 같다. (인정)
  8회: 이해심 없는 내 모습을 볼 것 같아 싫다. (인정) 본 모습을 보면 남들이
싫어할 것 같다. (인정)
  9회: 부모님 실망하는 게 두려웠다. (가족구도에서 위치확보)

  삶의 양식이란 개인의 성격을 움직이는 독특한 신념체계로서 행동부분에 명령을
내리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각 개인의 삶의 목적, 자아개념, 가치, 태도
등을 포함하는,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독특한 방법이기도 하다. 생활양식의
4가지의 유형(A. Adler의 성격이론 참조) 중에서 이 내담자는 자기의 삶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도피형(Avoiding Type)을 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추정을 지지해 주는 부분을 각 회기로 살펴보면,
  1회: 마음과 다르게 남자친구에게 쌀쌀맞게 대한다.
  2회: 헤어진다.
  3회: 아버지에게는 이야기를 안한다.
  4회: 만나기를 바라던 남자친구를 우연히 만나지만 가만 있다.
  5회: 속마음은 안 보여줘야 한다.
  6회: 남들이 말하기 전에 내가 다 알아서 해야 할 것 같다.
  7회: 같이 공부하던 형 거절 (우정 포기)
  8회: 이런 이야기는 안한다.
  9회: 공부 포기하고 싶고 그랬다.

  3. 축어록 중 상담자 개입 반응의 검토
  내1~4: 현재 일어났던 사건 중 그의 감정의 동요가 심했던 것을 상담장면에서
이야기로 제시한다.
  상4: 그런데 상담자는 그 감정을 정리해 주거나 더 탐색하려 하지 않고, 과거의
역동이라고 추정되는 것을 연결시키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연결도 필요하나
여기에서는 성급하다.
  상5: (내5)에서 말했던 '-저한테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해요.'나 '-정을 주는
일은 제가 자제해야 되겠고, 이제 누굴 사귀거나 누구에게 정주는 게 힘들 것
같아요.'등의 의미를 포착하여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감정을 탐색하거나 감정을
명료화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갑자기 아버지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묻는
것은 부적절했다. 계속 과거의 연결된 역동을 탐색하려는 듯이 보이나 부적절하게
개입하는 것 같았다. 침묵이 10초씩 전후로 흘렀다.
  대안반응: 문제점이라고요? 문제점이란 게 무슨 의미죠?, xx씨가 정을 준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군요.

  상8: 앞에서 상담자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아버지와 비슷한 점)에 대한
정리 없이, 상담자가 다시 현재에 일어난 남자친구 이야기를 해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다가 '그 친구도 정리하려고 그랬던 것 같으냐'고 묻는다. 현재
내담자에게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살펴본다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야기가
이제 나온다. 진작 이런 이야기를 해서, 이를 중심으로 탐색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상9: 'xx가 좋은데, -'는 내담자를 앞지르는 반응이다.
  대안반응: xx씨는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상11: 굉장히 강한 충고다. 아들러(Adler)조차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의 충고로,
상담자 마음이 급하고 내담자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 있는 듯하다.
  대안반응: 창피했군요. 물어 보고는 싶었어요?,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상13: 계속 내담자를 나무라는 식이다. 상담자가 앞질러서 가치판단을 하고
있으면서도, 내담자를 안내하지 않고 자존심에 상처가 갈 수도 있는 대화를
계속한다. 상담자가 조급했다는 판단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잘 따라와 주지 않으니까 화가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혹시
이것이 상담자의 병렬적 왜곡(parataxic distortion)이 아닌지? (상14), (상15)도
마찬가지다.
  대안반응: 어떻게 하면 자존심이 꺾인 건가요?, 무척 힘들었군요. 그런데
여기서 자존심이란 뭐예요?

  상14: 아예 교육적 훈시다. 이에 대해 내담자는 무의식적으로 저항감을
표시한다. 여기서도 내담자가 의미하는 바를 앞지른다.
  대안반응: 잠도 못잘 정도였어요? 그런 상황이 아주 없었으면 하고 바라시는
거군요?

  상15: 여기서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훈시적이다.
  대안반응: xx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군요. xx씨는 자신이 왜 다른
사람의 호의에 거부 반응이 생긴다고 생각하나요?

  상16: 여기서야 비로소 내담자의 마음에 신경을 써주고 있다. 이 이후의
반응들은 좋은 것 같다.
  상17: 치료적이다. 내담자에게 통찰을 줄 만한 두려움의 원인을 추정하여
제시함으로 합의적 타당화에 이르고 있다.
  상18: 내담자의 마음을 반영해 주긴 하지만 단어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포괄적인 것 같다. 그러므로 여기서 질문해도 될 것을 (상20)에 가서 질문하게
된다. 그런대로 좋은 반응이다.
  대안반응: 다른 사람이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게 중요하군요.

  상19: 해석을 하면서 들어가기 위한 준비단계인 것 같다. 이 이후에
(상21)까지는 모두 치료적인 것 같다. 이 부분은 내담자가 말한 보상심리를 반복
요약하는 작업이다.
  상20: 좋은 반응이다. 여기서는 내담자의 인정욕구(가설)를 확인하고 있다.
  상21: 여기서는 내담자의 열등감(가설)을 확인하고 있다.
  상22: 내담자의 열등감에 대한 해석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를 확인하지
않고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여기서 안전장치(방어기제)를 확인하고 '좋다고
생각했으면 붙잡아야 할 것 아닌가'는 다음에 따로 다루어도 충분할 주제였다.
  대안반응: -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하니까? xx씨는 안 그런 것 같아요?

  상27~28: 해석을 해서 벗기고 난 후 (상26) 후반부터 준비해서 더 건강한
대인관계 양식이 내담자에게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좋은 반응이다.
설리번(Sullivan)은 안전장치(방어기제)만 밝히면 안 되고, 이것을 대체할 더
건강한 대인관계 양식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상27)과 (상28)의 '그치요'를
통해 내담자에게 보다 건강한 대인관계 양식이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치료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그 부분을 더 다루지 않고 상대방은 어떨 것 같냐고 주제를
돌리는 부분이 안타깝다. 오히려 이 부분을 더 충분히 다루고 이런 새로운 패턴을
사용하는 데 따르는 정서적 고통을 논의해야 했다.
  대안반응: 그치요? xx씨가 좋아하면 굉장히 잘해줄 마음을 가지고 있단
말이에요. 좋은 마음인데, 어떻게 잘해줄 것 같아요?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상29~31: 상담자가 다루려고 한 것이 내담자의 마음 상태를 잡아 다루는 것도
아니고, 내담자가 표현하고픈 말에 충실하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아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상31) 같은 경우 또 내담자를 앞지른다.
  상32: 여기서는 침묵 5초에 굴해서 상담자가 대안을 제시하지 말고 내담자의
더 깊은 기분을 탐색하여서 그것을 주제로 다루었으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설리번(Sullivan)은 내담자가 너무 고통스러워 직면하지 못하는 사건을
타인을 대상으로 해서 다루는 기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안반응: (침묵 5초) 이런 때의 기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때때로 정말
곤란할텐데, 그러면 '나' 말고 다른 친구를 생각해 볼까? 남자친구에게 쌀쌀맞게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의 기분이 어떨까?

  상33: 내담자의 상태가 직면할 수 없는 상태인 줄 알고 피해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내담자를 전혀 수용하지 못하고 무시해 버리듯이 덮어버린다. 차라리 이
문제를 언급했으므로 (상32)에서의 대안반응처럼 타인을 대상으로 해서라도
다루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상34: 내담자의 두려움의 근원을 확인하고 있다. 치료적 반응이다.
  상36: 그릇된 과일반화 경향을 지적(사랑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는 없는 것
같다)하고 과거의 방어기제 및 방어기제의 원인을 확인하고자 한다. 치료적이다.
  상37~42: 과거이야기 탐색.
  상42: 아버지와 관련된 과거의 방어기제와 남자친구와 관련된 현재의
방어기제를 연결하여 해석한 개입이다. 통찰 치료적 반응이다.
  상44: 생각만으로는 안 되는 그릇된 감정의 기능(흐름)을 다룸. 치료적이다.
  상45: 보다 건전한 방어기제(안전장치)를 확인토록 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행동양식을 실행하는 데 따른 감정적 어려움의 부분들도 미흡하기는 하나
다루어지고 있다. 가장 치료적이라 여겨진다.
  상47: '전이'라는 전문용어를 내담자가 모를테니까 그런 전문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했을 것 같다.

  4. 상담과정의 종합 및 예후에 대한 소견
  10회에 걸친 상담은 축약적이고 치료적이었다. 상담경험이 많은 치료자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담이 매 회기마다 한두 가지 주제로 때로는 주장훈련 등의
기법도 섞여가며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내담자도 상담에서 신체화형 장애가
경감되었고, 자기 주장성, 안정감 등을 얻었으며, 2주 후 추수면접에서도 적절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요약만 가지고는 처음 내담자가 가져온 이성에 대한 문제와 공부의
부담에 대한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성문제는 5회
이후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공부에 대한 부담도 정리되지 않은 채 친구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종결된다.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내담자 스스로가
자신의 '전이'(병렬적 왜곡)가 남자친구에게 나타나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도 그
후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확인해 보고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시험에
대한 부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런 문제들을 그 다음 회기에서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다른 문제가 있어 못 다루었다 해도 몇 회 지난 후에라도
확인해 보고 정리를 해주는 것이 치료적이고 더 바람직했을 것 같다.
  그리고 축어록을 살펴보면, 상담자가 상당히 권위적이고, 자주 내담자의 표현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어떤 사회적인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내담자는 이런 상담관계를 통해서 보이지 않게 상담자의 틀에 따라와야
한다는 강요를 받았을 것 같다. 또 상담자는 마음이 너무 앞선 것 같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가설을 무리하게 제시하고, 너무 주도권을 가지고 이끄는 경향이
있었다. 만약 상담이 10회로 끝난 것이 내담자가 상담에서 얻을 것을 충분히 다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면, 이런 보이지 않는 압력이 내담자에게 미리 종결할
생각을 갖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내담자의 예후는 2주 후 추수면접에서는 좋았으나 장기적으로 볼때, 복학 후
또다시 시험 등의 압력을 받으면 재발 또는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된다.
(심온, 서울대 대학원, 상담심리 전공)

  (사례 5)에서의 연구 문제
  1. 내담자는 고3부터 거의 연 1회씩 위경련을 경험했고 담석증의 자각증세는
의사의 진단결과 심인성으로 판정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 1학년 때
남성으로부터의 성관계 요구에 '무서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고 최근의
이성친구와의 관계에서 좌절을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내담자의 문제는
가족구도로부터 형성된 강한 인정욕구와 의존적 성격을 배경으로 하고 충격으로
고모댁으로까지 피신하게 된 대학 1년때의 경험과 최근의 대인관계 실패가 그
촉발요인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내담자 문제의 배경요인과 촉발요인에 대해서 이 사례의 상담자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2. 상담적 개입의 내용이 불분명한 부분으로서, 9회 면접 중에서 문제(불안)의
신체증상화가 '2차적 소득을 위한 것임을 납득했다'는 것과 10회에서 '증상의
심인성을 통찰했다'는 상담자의 판단을 확인할 수 있는 내담자의 반응들은 어떤
것인가?
  3. (표 1)과 (표 2)의 상담자 반응유형의 빈도로 보아 이 사례의 상담자는 면접
장면에서 대체로 어떤 접근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4. 10회에서 '소화불량, 두통 등의 증상이 완화되고 자기의 문제가 심인성임을
통찰했다'는 판단의 근거를 내담자의 어떤 태도와 반응에서 발견할 수 있는가?
  5. 내담자의 문제가 심하게 긴장이 되는 환경에 접하게 되면 다시 표출될 수
있는 가능성에 비추어, 가령 내담자가 "요즈음 편안해지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할
때(10회) 내담자가 겪을지도 모르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점검해 보고 그에 대한
예방적 대처방안을 지도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6. 이 사례기록 중 어느 부분에서 상담자의 치료적 태도와 촉진적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가?

    2. 발달연령별 상담사례

  이제까지는 내담자의 증상별 유형에 따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살펴보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사례를 분석하였다. 그러나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는 내담자의
연령도 상담자로 하여금 내담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조정하게끔 하는 또 다른
중요한 변인이다. 내담자가 국민학생인가, 중학생인가, 고등학생, 대학생인가
혹은 노인인가에 따라 상담자가 사용하는 언어나 상담의 목표, 상담전략 등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각 연령마다 당면한 문제라든지 발달과업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내담자의 연령수준에 초점을 맞추어 발달적
특징과 적절한 상담방식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중등학생 상담사례
  1. 1. 중등학생 상담의 특징 및 유의점
  중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인간교육에 있어서 핵심적인 존재이다. 교육이란
학생들을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키우기 위한 활동인 만큼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교과목 외에도 생활지도와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교사는 상담자이어야 한다(전교사의 교도교사화)'는 주장도 나옴직하다.
교사는 특정한 과목만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특정한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전인적 교육을 하기 위한 한 방편일
뿐이지 목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중, 고교생들은 발달단계에 있어서 어느시기보다도 많은
문제와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청소년기는 신체적 발달, 친구관계와 이성관계,
학업, 진학, 부모로부터 독립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격동기이다. 또한 정신적, 신체적으로 불안정과 불균형이 심하여 불안과 갈등이
고조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날 한국의 중, 고교 학생들은 자신의 성격이나 행동, 가정문제뿐 아니라
학업이나 진학, 취직문제 등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이는 일류학교
진학에 대한 열망과 기대,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 등 사회적인 압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습지도는 학업과 관련된 개인의 문제해결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개인적 발달 문제 등이 방치된
상태에서 일정한 수준의 주입식 학업 성취만을 요구하는 현재의 교육풍토는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청소년 상담에 있어 기본은 책임 있는
성인으로서 우선 학생들의 문제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성실한 경청은 학생과의 관계를 확립하는 기초이다. 그리고
학생 자신이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의 입장에서 들어주고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말이 오고간다고 해서
의사소통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건전한 의사소통은 의미와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선생님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라든가 '선생님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학생들이 갖게 된다면, 상담은 물론 성공하기
어렵다. 이해를 받았다는 느낌을 학생들에게 주려면, 상담교사는 면접장면에서의
학생들의 감정을 감지,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상담을
받으러 온 학생이 '나는 정말 형을 미워해요'라고 말할 때 상담교사는 '아니야,
그래선 안 되지'라고 말하기에 앞서, 그렇게 말하는 학생의 감정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이 받아들여졌다고 느낄 때, 학생들은 자신이 이해
받았다고 느끼며 기꺼이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다.
  아울러 상담교사는 상담장면에서 유발되는 자신의 감정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학업부진에 관한 상담에서 성적부진에 대한 학생의 반응을 마치
교사의 권위와 능력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화를 내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학생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거나 불쾌한 감정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바람직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학생의 생각과 행동을 내버려 두라는 뜻은 아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한편, 미래에 대한 건설적인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상담교사가 학생의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동정이나 일반적인
이해에 그칠 위험이 있다. 사실 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제자를 동정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정이 언제나 동정을 받는 쪽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으로 하여금 자기가 처한 상황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인식시키고 행동에 옮기도록 하기까지에는 상담자의 많은
경험과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자칫 교사 입장에서 설교나 충고를 하는 것이 상담자의 주요역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상담자는 교사인 동시에 상담자라는 특수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해내기가 어렵다. 학생들은 상담을 하고서도 '에이, 선생님은
상담교사라 해도 별 수 없구나'하는 생각에서 마음의 문을 더 이상 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상담자는 무엇보다도 학생의 감정과
생각을 그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보다 바람직한 행동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1. 2. 중학생 상담사례
  대체로 소년기 혹은 청년 초기에 속하는 중학교 시기는 신체적 발달이 두드러진
시기이다. 키와 몸무게, 그리고 2차 성징의 발달, 음성의 변화 등 신체적 변화와
아울러 성적욕구가 증진되므로 이러한 신체, 외모에 대한 관심, 성적욕구, 성행동
등에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이성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게
되고 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친구도 점차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학업 역시 중학생들의 생활에 있어 매우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학업, 성격, 생활태도, 친구문제 등에 있어서 부모와 많은
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성적욕구 및 성행동, 외모와 관련된 신체적 관심,
친구관계, 이성교제 등 이 시기 특유의 고민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을
상담할 때는 신체적 발달상태, 신체상, 성적발달에 대한 생각과 행동, 학업성적
및 친구관계, 가족관계, 교사와의 관계 등을 특히 잘 탐색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언어구사가 성인과 같이 완전하지 못하고 언어표현이 미흡하여 은어가
자주 사용되므로 내담자에게 적절한 수준의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음에 제시된 두 사례는 담임교사 또는 부모가 상담전문가에게 의뢰하여
10회의 유료상담을 합의하고 진행된 것들이다. 청소년 기관과 중, 고등학교
상담실에서 접하게 되는 사례에는 비행이라든가 사춘기 고민, 진로문제 등 다양한
문제 유형이 포함된다. 다음의 (사례 6)은 학업문제를 가진 남자 중학생의
상담사례이고, (사례 7)은 외박 및 흡연 등의 비행문제를 가진 여고생의
사례이다.

  (사례 6) "학교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1. 내담자의 인적사항: 중학교 3학년 남학생, 만 15세
  2.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 (내담 목적): 성적부진
  3. 부모가 의로할 때 호소한 문제: 공부에 관심이 없고 주의가 산만하다.
이성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4. 가족사항: 할아버지(87년 사망), 할머니(68세), 부(49세, 회사원), 모(50세,
교사), 내담자(중3), 남동생(국6)
  5. 상담목표
  공부를 안하는 의미를 통찰 -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하고 싶어지도록 학습동기를
갖게 한다. 부정적, 긍정적 감정의 인식과 건강한 감정표현을 격려, 집에서 의견,
느낌을 표현할 때 경험하는 불안을 감소시킨다.(표현훈련 실시)
  6. 심리검사결과 (주제통각검사(TAT)): 별첨 참조
  7. 상담의 진행과정
  (1회: 19xx. 5. 27)
  부모, 내담자, 상담자, 교육지도 교수가 함께 만나 내담자를 의뢰하게 된
과정과 내담자 자신의 의견, 상담횟수, 상담비용 등 상담의 구조화를 하고
가족관계를 비롯한 기본적 인적사항을 알아보았다.

  (2회: 19xx. 6. 3)
  가장 문제되는 것은 성적이 안 오르는 것이다. 현재 30등 내외. 중2까지는 10등
내외에서 중2 2학기부터 서서히 떨어져 현 상황. 성적은 별로 올리고 싶지 않다.
공부하던 방법이 예전과 달라지질 않으니 어려워는지고 성적은 안 오르는 것
같다.
  토, 일요일 날은 놀고 싶은데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책을 들고 보면서 내가
나가지 않는가 감시한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책 펴놓고 가만히 있다. 어머니는
무섭지 않으니 말 좀 안 들으나, 아버지는 무서워서 말을 듣는다. 그렇다고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상: 감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기분이 나쁘지
않은가?) 하도 많이 당해서 기분이 나쁜 줄도 모르겠다. 동생은 활발한 편이나
집에서는 그도 아무 말 못한다. 과외선생(입주제 대학생 과외교사)은 계획표
짜주고 저녁에 검사한다. 이는 기분 나쁘다.

  내담자의 신체발달: "중2때 목소리 변한 게 좀 그랬다." 성기 주변 등은
괜찮았으나 가슴과 넓적다리에 체모 생길 때 좀 창피. 성적욕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임. 몽정시 속옷만 세탁하도록 처리 - 내담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임.
  내담자의 성장과정: xx동에서 출생. 1세경 xx동으로 이사, - 4세경 xx동으로
이사, 국2 때 현재의 xx동으로 이사. 이사 후 친구와 사귐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음. 국교 때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으나 중2 2학기 이후부터 서서히 떨어짐.
어린 시절에 아버지는 지방에 있었고 주말에 옴. 어린 시절(국민학교 때까지)엔
무섭지가 않고 좋았다. 장난감 같은 거는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했었고, 매맞기
시작한 건 중1 때부터... 공부 안한다고. 아버지는 사범학교 나와 교사 근무 후
다시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 후 회사생활로 전직. 국교 때는 아버지를 좋아했다.
국교 때 친구관계는 좋은 편. 국교 때 컴퓨터 게임, 야구, 축구를 많이 함.
(녹음 테이프 주고 듣고 오도록 함)

  (3회: 19xx. 1. 10)
  녹음 테이프 들으니까 목소리도 이상하고 말을 이상하게 하는 것 같다.
재미있다.
  (상: 특별한 일?, 이야기하고 싶은 것?) 학교서 나쁜 일이 있었다. 소지품
검사. 어떤 애가 가져온 책(성인용 잡지)을 딴 반에서 보다 선생님에게 걸려
소지품 검사 - 20권 정도가 걸렸다.
  (상: 나쁜 일 같은 표정이 아닌데?) 조마조마했다. 나도 봤는데 책 임자만
걸려서 혼이 났다. 선생님이 둔탁한 사람. 별명이 '산적'.
윗몸 일으키기 잡아주는 사람이 세는 건데 웃겨서 못하겠다.
  (상: 2회 이야기 중 생각나는 거?) 그냥 성적 같은 거.
  (상: 공부해야겠다는 생각 드는가?) 아니다. 나가 놀고 싶다.
  (상: 애들하고 놀고 싶은데, 왜 안 노는가?) 아빠한테 혼난다. 5시경 학교
끝나면 곧바로 귀가. 아버지가 다 아니까 놀다 들어갈 수 없다. 용돈을 쓰는 데가
없다. 모았다가 문제집 사고 그런다.
  (상: 햄버거 집 같은 데 안 가봤는가?) 엄마와 한 번 가보고 친구들과는 안
가봤다.
  (상: 아버지가 야단 안 치면 스스로 할 수 있는가?) 잘 모르겠다. 학교서 오는
시간 알고 있다가 늦으면 아버지가 야단치는 데 분위기가 무섭다.
  (상: 늦을 만한 핑계?) 안 만든다. 거짓말 안 시킨다. 아빠가 다 아니깐.
  (상: 거짓말을 하고자 하면 할 수는 있을 거 같은데...) 아빠는 다 알 것 같다.
  (상: 답답할텐데?) 별로 그런 건 못 느낀다.
  (상: 아버지는 왜 xx를 감시하실까?) (침묵)
  (상: 대학 가도 똑같지 않을까?) 아닐 거 같다. 대학을 가긴 가야 될 거 같다.
  (상: 아버지에게 공부 잘해 칭찬받고 싶지 않는가?) 별로다.
  (상: xx는 공부를 안해야 아버지를 골릴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건 아니다.
아버지에게는 피해 나가기만 하면 된다.
  (상: 상담오는 것이 어떤가?) 좋다. 이야기 하는 것보다 집에서 나올 수 있는
핑계인 것이 더 좋다.
  (상: 상담중 심정은?) 편안하다.

  TAT(주제통각 검사) 실시
  TAT 후 내담자의 소감

  (상: 복합적으로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던데?) 예.
  (상: TAT중의 심정?) 얘기하다 보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또 생각하기가
귀찮다.
  (상: 너무 이것 저것 물어 대답하기 곤란?) 그렇지 않았다.
  (상: 내가 너무 드러나는 것 같은 불안은 없었나?) 좀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은
알고 있지만 평소에 표현하지 않은 것들에 드러나는 것 같았다.

  TAT(주제통각 검사) 후 상담자의 소감
  (1) 상상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2) 카드 1, 2까지는 저항이 나타남.
  (3) 상담자가 지나치게 캐묻는 것이 내담자로 하여금 방어의 필요를 느끼게
하지 않았는가 생각됨.
  (4) 내담자는 감정 변별이 안 되어 있고 억압되어 있다. 표현을 못할 뿐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의 욕구, 감정 변별이 안 됨. (우울 경향이 있는 것으로 추측됨)

  (별첨) 주제통각 검사(TAT) 기록
  카드; 1  반응시간: 180"  반응내용: 얘가 violin을 하다가 힘들어 잠깐 놓고
그냥 있다. Q: how old? 8세. sex? male. 이전후? violin했었고 앞으로 다시 할
것 같다. 기분? 침울. why? 자기가 하기 싫은데 남이 시켜 갖고. 누가 시킴?
부모들이. 다같이? Yes.  질문: 이전에 계속하던 일을 현재 안하고 미래 다시
하게 됨. feeling? 침울. 침울의 원천: 부모가 하기 싫은 것 강요.
  카드; 2  반응시간: 164"  반응내용: 말을 타고 학교 갔다 왔는데 (좌 female)
남자가 하인인데요. 말을 마굿간으로 데리고 가... Q: (좌 f.) 잘 모르겠음. ->
관계가 없는 것 같다. center male. 이전에는 말을 타고(좌 f.) 이 사람은
(c. m.) 뭐 딴 일을 하고 있었겠죠... (Q?) 밭 같은 거 갈았겠죠. 후 그냥 집에
가고(좌 f.) 이 사람은 (c. m.) 아까 하던 일 마저 하고. Q?(좌 f.). 그냥 경치
구경하는 거. Q? 전후? 계속 이러구 있었을 거. Q?(how old?). left. f. & Center
m. 은 25세, right f. 35세. Q?(기분은?) 남 잘 모르겠고 (좌 f.) 약간 심각.
침울. (좌 f.) 웃고 있는 것 같다. Q?(그 기분은 왜 들었을까 상상?) 표정이 굳어
있다. (그 이유?) 학교서 선생님에게 혼나거나 시험을 본다 그래 갖고.  질문:
남녀 이야기 상상가. 기타 요인 organize 못함. -> defense로 보고. feeling?
침울. -> feeling의 원천: 혼남, 시험.
  카드; 3  반응시간: 4"  반응내용: 이 사람이 부모에게 혼나 갖고 자기방서
울고 있는 거 같다. Q?(전후?) 전: 부모나 선생님에게 혼나고 나중엔 일어나
놀겠죠. Q?(혼난 이유?) 잘못했겠죠. (뭘?) 부모 말을 안들어 갖고. (뭐 시켰나?)
심부름 같은 거. (무슨 심부름?) 시장 갔다 오라. Q? 여, 18세 가량 (기분?)
나쁘다.  질문: feeling? 울고 있다. 기분 나쁨. 원천: 부모나 선생의
명령불복종. -> 아무 대처 없이 울고 있음.
  카드; 4  반응시간: 18"  반응내용: 이 남자가 전쟁터 같은 데 나가려 하는데
이 여자가 붙잡고 있는 거 같다. 전: 이 남자가 여자에게 전쟁터 나간다 말을
하고 후: 이 남자가 전쟁터 나갈 거 같다. Q?: 전쟁터 나가면? 총들고 싸우겠죠.
뭐. Q(총들고 싸우면 그 운명은?) 살아서 돌아온다. Q(feeling?) 여자는 별로
안 좋고 남자도 약간 심각. Q(둘 사이는?) 애인. age? 여 26세, 남 30세.  질문:
feeling: 심각. 기분 안 좋다. 미래: 살아 돌아옴.
  카드; 5  반응시간: 11"  반응내용: 이 사람 자녀가 공부를 하고 있는데 보고
있다. 전: 다른 데, 부엌이나 이런 데 있다가 후: 나가겠죠. Q(심정은?) 공부
하나 안하나? 호기심에 (age?) 50 가까이. Q(자녀 심정은?) 기분 나쁘다 (why?)
약간 감시 당하는 기분.  질문: 남녀관계: 모: 호기심 자: 감사당하는 기분
자, feeling: 기분 나쁨.
  카드; 6  반응시간: 15"  반응내용: 이 사람 모(여). 이 사람(남) 아들인데
잘못해서 꾸중듣고 있다. 전: 바깥에 나가서 너무 오래 있다가 집에 며칠 안
들어와 모에게 혼나는 것. 후: 이 애는 자기 방으로 올라가고 (여자는?) 그냥
앉아 있겠죠. Q(심정?) 모는 기분이 별로 안 좋고 아들도 기분이 안 좋다.
Q(아들은 기분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할까?) 금방 풀리는 것 같다. Q(모는?) 계속
끌고. Q(age?) 모는 60 가까이. 아들은 25세. Q(왜 집에 안 들어왔나?) 바깥서
노느라고. (뭐하고?) 친구들하고 돌아다니며 놀았다. Q(어디서 잤을까?) 친구네
집.  질문: 모자관계: 꾸중. (원천: 밖에 너무 오래 나가 있음.) feeling: 현재
둘 다 기분 나쁘다. 아들은 금방 풀리고 모는 오래 끈다. (나간 이유: 친구들과
논다.)
  카드; 7  반응시간: 9"  반응내용: 이 사람 부. 이 사람 아들인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무슨 얘기하는 것 같은데요. 그 전에도 얘기하고 그 후에도 계속 얘기할
거 같다. Q(얘기하는 심정?) 부는 흐뭇, 그 아들은 찝찝한 얼굴. Q(무슨 얘기?)
얘가 뭐 좋은 일을 했는데 그 얘기, 근데 부가 그냥 흐뭇해 하니깐요. 얘는 뭐
그런 일 갖고 그러느냐 비웃는 것. Q(무슨 좋은 일 했을까?)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다. Q(age?) 부는 쉰 정도. 얘는 20살 조금 더 되어 뵌다. Q(부자관계는 평소
어떨까?) 원만했을 거 같다. (원만?) 별탈 없이. Q(clarify->심정을 주고 받는 게
아니라 큰 마찰이 없는 것?) 예.  질문: 부자관계: 부가 흐뭇해 함과 아들의
심정감의 괴리. 아들은 이를 비웃으나, 표현없음. 부와 마찰이 없는 원만함을
소망.
  카드; 8  반응시간: 30"  반응내용: 이 사람(누운 사람)이 사냥 같은 걸 하다
심하게 다쳐 이 사람(가운데)이 수술 비슷한 것. (우) - 친구한테 같이 그냥.
사냥 같은 거 갔다가 잘못해 뭐가 박혀 갖고 그랬는데 후에는 수술해 붕대 감고
누워 있을 거 같다. Q(더 미래?) 나아 갖고 퇴원해 갖고 집에 그냥. Q(친구
심정은?) 착잡. Q(친구는 사냥과 무관?) 문병 비슷. Q(친구심정 착잡한 이유?)
친구가 다쳤으니까. 꽤 친하다. 군대인데 이동하다 잠잔다. 그 전에는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고 나중에는 깨갖고 다시 갈 거 같다. Q(심정?) 피곤. Q(기분?) 별로
안 좋다. Q(why?) 죽으러 가는 거. Q(죽는 이도 있을까?) 예. 일부만 죽음.
(왼쪽 깔린 자세로 있는 사람이) 죽을 거 같음. 이동->휴식->다시 이동. 현재
피곤하고 기분 안 좋음. (자신의 의사보다는 명령에 의한 움직임)  질문:
친구관계: 친하고 애정 있음. 미래: 원상복구.
  카드; 9  반응시간: 20" 아빠(좌), 얘(우)가 딸인데 자기 엄마가 돌아가셔서
슬퍼 안고 있다. 이전에는 이 둘 중 한사람이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말해 나중에는
엄마 시체 앞에 앉아 있을 거 같다. Q(더 먼 미래의 부모상태?) 좀 심각하게,
아니 약간 침울하게 생활할 것 같다. Q(엄마 죽음의 원천?) 병? Q(?) 암 같은 거.
Q(age?) 딸 20세 부는 45세.  질문: 모 부재 시의 부녀관계. 모 질병으로 죽음.
침울, 그러나 그대로 생활존속.

  상담자의 주된 개입내용
  (1) 가족들이 나에게 다르게 행동하게끔 하려면 내담자 자신도 변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도록 함.
  (2) 상담자와 친구같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상담자와의 촉진적 관계형성에
역점을 둠.
  면접 후 상담자의 소감
  (1) 감정표현을 못하고 혼자만 삭히려고 애쓴다. -> 친구들과는 통하고. 나가고
싶은데 부모는 못 나가게 하고.
  (2) 침울. 평소에 기분은 나쁘고. 매일매일 큰 탈만 안 나고(아버지와 마찰만
없이) 넘어 갔으면 하는 심정이다.
  (3) 침울한 기분은 감시에 대한 분노와 자유스럽고 싶은 욕구가 좌절된 데서
기인한 것이므로, 적절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어느 정도 욕구가 충족되어야
해소될 것이다.

  (4회: 19xx. 6. 16)
  시험을 잘 봤다. 저번보다 시험공부는 좀 했다. 친구랑 같이 놀려고 했는데 놀
게 없어서 집에 갔다. 가정교사는 도움이 된다. 그 사람은 놀기가 좋다. 옛날에
공부 못한 적 있단다. 둘이 있으면 잘 논다. (상: 형 같은 사람 생긴 게 어떤가?)
좋다. 특별히 공부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좋다. 어머니는 나 낳기
전 몇 번 유산되고 35세에 나를 낳았다. 어머니는 학교 나가시고 처음에는
고모들이, 그리고 대부분은 외할머니가 키우셨다. 고모가 시집가고 때마침
외할머니 뒷집으로 이사와서 외할머니가 키우셨다. 고모는 둘. 큰 고모가 좋다.
34살 정도 되셨다. 1년반 정도 돌보았다고 한다. 4살 정도까지 외할머니가
키우셨는데 가정부가 데리고 가고 그랬다. 외할머니 기억은 별로 없고 지금은
가끔 뵙는다. 유치원은 거의 혼자 다니고 외할아버지가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학부모 회의에는 외할아버지가 오시고 그랬다. (상: 엄마가 못 와서 섭섭하지는
않았지?) 그런 것 같다. 별로 활발한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상: 부모나
타인에게 요구를 해 본 적은 있는지?) 요즘은 없다. 성적이 떨어지고 나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요구해 본 적이 없다. 중2 정도까지는 안 그랬었다. 요샌
하고 싶은 게 별로 없다. 중1 때 처음 아버지가 때리셨다. 처음 시험성적이
아빠 생각보다 못했나보다. 성적표 드렸더니 때렸다. 성적표는 보통 엄마한테
먼저 보인다. 중2 때는 아빠가 먼저 보셨다. 처음 맞아 본 것. 국교 때는 전과목
수. 중1 처음 성적은 17등. 중학교 들어갈 때는 2등으로 들어 갔다. 화가 나서
때리신 것 같다. (상: 그 때 기억하면 기분은?) 별로 (10초) 아무렇지 않다.
아팠을 것이다. (상: 그래서 어떡했지?) 모르겠다. 막 때리셨다. 보통 때리시면
그냥서서 얻어 맞는다. 처음에는 울었는데, 많이 맞다 보니까 이제는 눈물도 안
나온다. 아무 소리도 못한다. 다 때리고 나면 방에 가라고 그러신다. 방에 가서
그냥 앉아 있는다. 커서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 외국에 나가서 우리나라 위해
일하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싶다. 이 꿈은 스스로 생각한 것이다. 아니면 법관이
되고 싶다. 지배할 수 있는 법관. 유죄, 무죄다 선고할 수 있는 사람. 아빠가
사다 놓은 책 중에 판결집이 있었다. 그 책 보고 나니까 법관이 재미있을 것
같다. (상: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자세를 지적하며) 그렇게 불편하게 앉아
있으니까 여기서 혼나는 기분인가?) 아니다. 원래 그렇다.
  (편하게 앉도록 권유. 안락 의장에 기대어 앉게 함). 내가 시험 잘보면
아버지가 아무 말도 안해서 좋다. 중학교 들어오면서 공부하란 소리를 많이
하신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들이 별다른 간섭도, 잔소리도 안하셨다. 중학교
와서 왜 성적이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국민학교 때는 열심히 안했는 데도 성적이
좋았다. 친구집에는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놀러가기도 한다. 친구들과 운동하는 게
좋다. 토요일에 공부하라고 그러면 방안에서 가만 있고 일요일에는 운동하러
가라고 그러면 운동하러 간다. 거의 아버지 명령대로 움직인다.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놀았으면 좋겠다. 일요일에는 책상에 앉아 있기가 지겹다. (상:
토요일에 소원대로 하면 평일에는 공부 열심히 할 것 같은가?) 모르겠다. 그냥
하고 싶을 때 공부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평일하고 토요일은 전혀 TV를 못
본다. TV를 못 보니까 친구들하고 얘기가 안 되는 적이 많아 소외되는 적도 있다.
중2 때부터 그랬다. 얘들이 TV 얘기할 때는 소외감도 들고 아버지도 원망스럽고
그렇다. 일요일 운동하는 시간이 제일 좋다. 공부 잘하는 얘들이 TV 그런 거 더
많이 안다. 제 시간에 밥먹고 쉬고 공부하고 그래야 한다. (상: 자신의 생활이
답답하지 않은가?) 쌓인다. 쌓여도 어쩔 수 없다. 내 방에 아버지 책상이 모두
있어서 가정교사 있기 전에는 자주 들어오시고 그랬다. 가정교사 때문에 덜 들어
오시긴 한다. 동생한테도 공부하라고 그러신다. 국민학생한테 너무 공부하라고
그러시는 것 같다. 동생도 TV 못 보고 공부만 하게 한다. 요즘은 아버지가 집에
일찍 오신다. 친구하고 같이 있으면 놀게 된다고 요즘은 못 데리고 오게 하신다.
xx스포츠 센터도 정해진 시간 내에 다녀와야 한다. 늦게 오면 혼난다. (상:
슬프고, 화가 나고, 즐겁고 그런 감정들이나 경험들을 찾아보고 다음에 말해
주도록)

  (5회: 19xx. 6. 24)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친구들하고 영화구경 하기로 했다. 그런데 애들은 오전
10시경 가자고 그랬는데 아버지는 오후에 가라고 그러신다. 아침에 가야 한다고
다시 말씀드릴 것이다. 요즘 아버지가 달라지신 것 같다. (상: 변화된 요인은?)
시험을 잘 봤다. 등수가 8등 올랐다. 시험 끝나고 친구집에 놀러 갔었다.
친구집에서 놀다 가니까 좋았다. 아버지가 출장가셔서 자유로와서 좋았다. 자꾸
공부하라고 그럴 때는 화가 난다. 아버지한테 맞을 때는 화 안 난다. 아무
기분도 없다. (상: 보통 사람들은 어떨까?) 모르겠다. 아버지가 안 계실 때 TV
보고 그랬다. 유행어 같은 거 잘 몰라도 친구들한테 물어보지 않는다. 친구들은
우리집이 그렇게 엄한 줄 모른다. 그런 표시는 안 낸다. 집 얘기는 안한다.
모이면 그냥 논다. 컴퓨터 오락. 아버지는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다
해주신다. (상: 그런 생각에 대해서는?) 별로다. 반에서 1/3정도는 해외에
여행갔다 온 애들이다. 여행가는 애들 보면 부럽다. 대학교 가면 나도 가고 싶다.
엄마하고 아빠하고는 비슷하다. 안 때리는 점만 다르고 똑같다. 집에서는 동생
빼고는 말할 사람 없다. 엄마, 아빠는 공부하라고만 하신다. 아빠가 늦게 오셔도
엄마 때문에 별로다. 지난 주말에는 엄마, 아빠 여행 가셨는데 별로 못 놀았다.
가정교사 형도 놀라고 했는데 그 형이 공부하고 있어서 책보고 있었다. 아빠는
나가셔도 전화하신다. 친구들 데리고 오면 가정부 아줌마가 싫어한다. 시험
때라고 xx스포츠센터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갔다. 그 사이에 엄마가
전화하셨단다. 수시로 전화하셔서 나갈 생각조차 못한다. 스포츠센터 간 일은
예외적으로 야단 안 맞았다. 맞았으면 전치 2주다. 형(가정교사)이 있으면 아빠가
감시를 안하니까 좋다. 아버지 안 계실 때 형하고 있으면 많이 논다. 손해봐도
친구한테 싫은 소리 안한다. 예전에는 친구들 돈도 다 내주었는데 요즘은 안
그런다. 놀러간 친구네 집은 개방적이다. 주간잡지를 보고도 뭐 이런 걸 보냐
한다. 우리집 같으면 난리가 났을 거다. 그 친구는 날 보고 딱딱하다고 볼
것이다. (상: 딱딱하다는 것은?) 규율 속에 매인 사람. 평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만큼 안 노는 애들도 없을 것이다. 안 노는 게 아니라 못 노는 거다.
부모님 안 계셔도 수시로 전화하시니까 놀 수 없다. 일요일 날에 놀게 해주면
좋겠다. 일요일이 가장 짜증나고 토요일 오후도 그렇다. 공부해야 할 시간은
아빠 아니면 엄마가 지키신다.

  (6회: 19xx. 7. 1)
  극장 구경 갔다가 늦게 들어왔다. 늦게 들어와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영화보고 점심먹고 그러고 들어갔다. 아침 10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애들이 늦게 와서 1시 영화를 봤다. 들어갔더니 아빠는 안
계셨다. 일요일 날은 3시까지 들어오라고 했는데 3시가 넘으니까 야단맞을까봐
불안해서 재미있는지, 없는지도 잘 몰랐다. 아침에도 기다리느라 시간이 가니까
불안했다. 영화 끝나고는 집에 가자고 내가 그랬다. 그랬더니 애들이 좀더 있다
가자고 해서 분식집에 갔었다. 집에 가서 야단 맞을까봐 불안했다. 집에 가서는
피곤해서 잤다. 아이들하고 얘기할 때, 떠들 때는 잊어버린다. 요즘은 야단 잘 안
치신다. 맞을 거리가 없다. 성적이 자꾸 올라가니까. 전보다는 공부를 조금 한다.
(상: 공부만 잘하면 아버지가 간섭 안하실 것 같은가?) 아닐 것 같다. (상:
대학교 가면...?) (침묵) 시험있으면 미리 얘기한다. 얘기 안하면 성적표에 도장
찍으면서 왜 얘기 안했냐고 하신다. 시험보기 한 2주 전에 시험 있다고 얘기한다.
시험이나 학교행사는 미리 부모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 아빠에게서
좋은 점과 싫은 점을 이야기 한다면?) (15초 침묵) 잘 모르겠다. (상: 엄마,
아빠를 소개한다면?) (23초 침묵) 애들은 나보고 착하다고 그런다. 난 안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애들은 날 보고 내 것 별로 안 챙기고 그러는 아이로 안다.
그렇게 보는 것이 그렇게 달갑지는 않다. 공부는 그냥 대학교 갈 만큼만 했으면
좋겠다. 옷 잘 차려 입고 그런 것 싫다. 지금 내 성격에는 불만 없다. 쉽게
화내지 않고 속으로 삭일 수 있는 사람. 수줍음을 안 타면 좋겠다. 가정교사 형은
좋아하기는 하지만, 감시당하는 기분이 부쩍 많이 든다.

  (7회: 19xx. 7. 15)
  (축어록 별도 제시)

  (8회: 19xx. 7. 22)
  xx문화센터에 수영등록을 못했다. 내일은 애들하고 수영하러 간다. 오늘은
애들하고 스포츠센터 갔다. 오면서 애들하고 간식도 먹었다. 아빠가 허락하셨다.
성적은 조금 올랐다. 성적표 보시더니 엄마는 아무 말씀 안하셨다. 아버지는 조금
더하라고 그러시고 별말씀 없으셨다. 오늘도 아빠한테 허락받고 나왔다. 몇 시간
놀다 오라는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8시쯤 일어나서 밥먹고 공부 조금 하다가
놀고 오후엔 도서실 가고 저녁엔 3시간 정도 공부하고 잔다. 요즈음은 형이 나를
감시하는 기분은 안든다. 최근 한 달 동안 큰 일은 없다. 하지만 언제 다시 무슨
일이 날까 불안하기도 하다. 요즘 한 달이 중학생이 된 이후로 가장 원만한
상태이다.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도 조금 줄었다. 엄마하고는 얘기 많이
안한다. 동생하고는 잘 지내는 편이다. 싸우고 나면 동생에게 과자 사주고
그런다. 방학이라 용돈은 많이 필요하지 않다. (상: 이제 우리가 하고자 했던
얘기를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느끼는 변화는?) 감시하는 기분이 줄어든 것.
공부는 여전히 하고 싶지 않다. (상: 기분을 아는 것은?)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다. 화가 난 것을 스스로 알면 절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상: 사람들이 화가
나면?) 소리지르고, 때리고, 부수고. (상: 화가 난다라는 언어표현을 하면
절제되지 못한 것 같은가?) 아니다. 지금까지 관심 가져 본 여자친구는 없다.
친구들은 착한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애들하고는 부딪히지 않고 잘 지내는 편.
친구들한테 기분 나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9회: 19xx. 7. 26)
  동생하고 컴퓨터 게임 하고 놀았다. 아빠한테 들켜도 혼나지 않는다. 같이
하신다. 7시 30분쯤 일어나서 밥먹고 공부한다. 아직도 형이 방학중 계획표를
같이 짜주고 그런다. TV에서 농구도 보았다. (상: 예전보다 많이 보네?) 아빠가
안 계신 적이 많기 때문이다. (상: 그 전에는 안 계셔도 못 봤잖은가?) 오시면
그만 보고 스포츠 같은 건 그냥 본다. 가끔 일요일 날 아빠랑 같이 운동하러
간다. 아빠가 묻지 않으면 말 안한다. 아빠가 아침 드실 때는 같이 식탁에 있어야
한다. 자고 있으면 깨운다. 엄마는 성질이 급하시다. (상: 예를 들면?)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자꾸 재촉하신다. 상담하고 가면 보고 안한다. 엄마는 늘
공부하라고 하신다. 동생한테도 그러신다. 내가 부모라면 그러지 않겠다. 내가
아버지라면 보수주의적인 걸 바꾸겠다. (상: 보수주의적인 것은?) 말로는 하지
않지만 그냥 내가 하는 것에 대한 분위기. 공부를 해야 하는 기분은 드는 데
열심히 해야지 하는 것은 아니고, 않자니 대학을 안 가면 안 될 것 같고.
공부하는 것은 귀찮다. 집에서는 전보다 자유스럽다. (상: 아버지로부터의
위험스러운 분위기는?) 여전하다. (상: 집안 분위기가 바뀐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자유스러워진 건가?) 조금은. 별다른 생각 안한다. 혼나고 들어와서도
그냥 아무 생각 안한다. 애들이 귀찮게 하면 화가 나는 것 같다. (상: 귀찮은
것은?) 와서 건드리고 그러는 것. (상: 애들이 귀찮게 굴면?) 신경질 낸다.
"아이씨" 그러고. 동생한테는 마음대로 화낸다. (상: 동생을 때린 일은?) 많다.

  (10회: 19xx. 8. 12)
  집안 분위기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같은 상황 속에서도 마음이 약간 자유로와진
것 같다. 감시당하는 기분은 적어졌다. 보충수업 하느라 방학때도 학교 가니까
싫다.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몇 번 코피가 났다. 좀 줄여야겠다.
  학원서 첫 시험은 중간 정도. 이번 시험은 2등. (상: 상담을 더 하고 싶은가?)
그렇다. (상: 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 좀 보수적인 게 줄었으면. (상: 방학
동안 여행?) 친구네 별장 있다고 가자고 했는데 어머니가 그런데 가면 그 전후에
들떠 공부 안 된다고 허락 안한다. 아버지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어머니의 말에 내가 더 할말이 없었다. (상: 해외여행?)
가고 싶은데 아버지는 전혀 허락 안하실 거다. (상: 얘기는 해봤는가?) 전에 몇
번. 매번 허락 안한다. (상: 그럴 때, 어떻게 했는가?) 방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상: 기분이 어떤 거였나?) 나쁘다.

  8. (7회)의 축어록
  상1: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별일은 없었나. (상담을 시작하는 질문으로서
일주일간의 생활을 검토하도록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내1: 별일은 없고. 시험 봤어요.
  상2: 며칠 동안 시험이었지? (3일 동안이요) 매일 서너 과목씩? (네) 어떻게
봤어요? (시험을 봤다는 사실에 상담자가 초점을 맞추고 물어보고 있다. 시험이
며칠간, 몇 과목씩이었나보다는 그냥 어떻게 시험을 잘 치루었나만을 물었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내2: 저번보다 조금 잘 봤어요.
  상3: 요새는 부모님들이 xx대하는 게 어떠신가. 좀 나아졌어요? (일상생활을
점검하는 과정으로서 너무 질문 - 대답의 느낌이 든다.)
  내3: 네. (침묵) (일상생활을 점검하는 과정으로서 너무 질문 - 대답의 느낌이
든다.)
  상4: 시험 끝나고는 어떻게 지냈어? (일상생활을 점검하는 과정으로서 너무
질문 - 대답의 느낌이 든다.)
  내4: 운동하고... 일요일 날 친구랑 운동하러 갔어요. (일상생활을 점검하는
과정으로서 너무 질문 - 대답의 느낌이 든다.)
  상5: 어떻게 아버지가 안 계셨나 보죠? (일상생활을 점검하는 과정으로서 너무
질문 - 대답의 느낌이 든다.)
  내5: 아니예요. 계셨어요. (일상생활을 점검하는 과정으로서 너무 질문 -
대답의 느낌이 든다.)
  상6: 그랬어. 이상하다. 아버지가 변하셨나? xx가 변한 거니... 그렇게
싱글싱글 웃으니까 보기가 좋네. 그 친구는 누구지? (내담자의 웃음을 자연스럽게
지지하고 있다.)
  내6: 공부도 잘하고 제가 좋아하는 친구예요. 요번에 짝이 되었어요.
  상7: 그럼 요샌 학교 다니기가 좀 나아졌겠다. (상담자가 좋아하는 친구와 짝이
됨으로 해서 내담자의 학교생활이 나아졌겠다는 가설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으나, 내담자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
  내7: 그렇지도 않아요. 담임 선생님 때문에... 원래 정규 등교시간이 8시
반인데 7시 반까지 오래요. 누구더러 아침에 문제내 오라고 해서 문제풀고...
  상8: 요전날 일요일 날 애들하고 놀러 갔다가 늦게 왔는데 아버지한테 야단 안
맞고 지나갔는데, 그렇게 하고 별말씀 없으셨어? (내담자의 반응을 너무 한정하여
질문하고 있다.)
  내8: 네.
  상9: 아버지가 좀 달라지신 것 같으네. 어때요, xx생각은? ((상8)에 비해,
(상9)는 개방질문으로 볼 수 있다. (내8)과 (내9)의 반응에서도 차이가 있어서,
(내9)에서는 내담자 스스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9: 8일 날인가 9일 날인가도 운동하고 와서 아버지하고 TV 같이 봤어요.
권투.
  상10: 그랬어요? 왠일이시니. (내담자의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수용 반응이다.)
  내10: 같이 보다가 재미없으니까 아버지는 그냥 책 보시고 저는 계속 TV
봤어요... 어제도 봤는데, 어머니가 계셨는데 아무 말 안하셨어요? 
  상11: 이제 TV도 보고 그러니까 숨통이 트이지 않아? 어떤 기분일까? (아버지의
변화에 대한 내담자의 감정을 묻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침묵과 연결되고 있다.)
  내11: (침묵)
  상12: 공부하란 소리는 덜 하시나? ((내11)의 침묵에 이어 상담자가 화제를
전환하였다. 이보다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지속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예컨대 '변화된 집안 분위기는 xx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나요?')
  내12: 네.
  상13: 그 대신 공부는 좀 하니? (공부에 대해 해야 한다는 강요의 질문으로
느껴진다.)
  내13: 네. 조금요... (중략)
  상14: 오늘은 어떻게 아버지가 데려다 주셨니? (아버지가 내담자를 직접
상담실에 데려다 준 것을 잊지 않고 상담자가 아버지와 관련된 화제에서 적절히
시작하고 있다.)
  내14: 백화점에 갔다가... 수경사고... 방학 동안 수영할 거거든요. 엄마가
수영할 거냐고 물어서 하겠다고 했더니 하래요.
  상15: 아버지랑 같이 나가면 xx는 어떤 기분이니?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아버지에 대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상11)에서 침묵으로 반응했음에도
다시 감정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음은 이 상담자의 상담목표와 연결되는
것이다.)
  내15: 그저 그래요.
  상16: 싫으니? (아니요) 싫은 것 아니다. 물건 사주는 건 좋은데 같이 나가는
건 그저 그래? (네) ((내15)의 반응을 상담자가 너무 앞서서 질문하고 있다.
이보다는 (내15)의 반응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했다.)
  (중략)
  내16: 토요일 날 애들이 미팅하자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못 갈 것 같아요. 저번
주에 너무 많이 놀아가지고 나가기가 좀... 그래서 못 간다 그랬어요.
  상17: 지난 주에 조금 더 놀았기 때문에 xx가 걱정이 되는구나. 이제 한 방
얻어맞을 때가 됐는데. xx하고 싶은 대로 한 번 해보고 혼나지, 왜 이렇게 지레
겁을 먹었어. 미리 걱정하는 거 아니야? ((내16)의 반응에 대한 해석과 내담자
자신의 반응양식에 대한 의문을 유도하고 있다.)
  내17: 그렇죠.
  상18: 늘 그러면 살얼음판 걷듯이 살잖아. 그런 기분 안 들어? ((내17)에서
상담자가 추측할 수 있는 감정을 반영하고 있다.)
  내18: 네. 꼭 그렇다기보다 너무 많이 놀았으니까.
  상19: 그러니까 xx자신이 너무 많이 놀았으니까 절제하자는 생각이 스스로 든단
말이지. 조금 이러다가 야단맞지 하는 기분도 섞여 있지만 어쨌든 그 결정은 xx의
결정인 거란 말이지.
  내19: 네... 내일은 운동하러 갈려고요. 아버지는 3시간 정도만 하고 오라고
하지만, 너무 빠듯해요. 근데 또 너무 많이 하면 피곤하구요. (내담자가 스스로
내린 결정임을 확인한 후 그에 대한 확인을 하고 있다.)
  상20: 그럼. 빠듯하긴 하지만 아버지가 제시한 시간이 합리적이긴 하네.
(상담자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합리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담자에게는
아버지의 편으로 느껴지므로 (내20)과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내20: 그래도 너무... 놀다 보면 빠듯해요.
  상21: 하지만 꼭 xx가 3시간만 할 필요는 없잖아. 적당히 이 정도 하면 되겠다
하고 판단되는 시간에 오면 되잖아. 근데 그래도 또 아버지가 뭐라 그럴까
걱정되고 초조하긴 하지. 올 때 되면 초조하진 않아? (내담자의 행동을
직접적으로는 지시하고 있으면서 내담자의 당시의 감정을 탐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적 접근을 위해서는 행동의 직접적 지시 후 내담자의 반응을 지켜보거나
내담자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것이 필요했다.)
  내21: 조금 그래요. (중략) 애들한테 전화오면 엄마가 시켜요. 어디 간다
그래라...
  상22: 그럼 시키는 대로 해요? ((내21)에 대해 상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는
한정해서 질문하고 있다. 이보다는 '그럼 xx는 어떻게 하나?')
  내22: 그럼요.
  상23: 옆에서 시키면 기분 나쁘지 않아? (내담자의 감정에 계속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23: 네. (침묵)
  상24: xx도 친구들하고 같이 놀고 싶지? (네) 그러면은 원하는 거 하고
반대되는 것을 엄마가 요구한단 말이야. 그러면 엄마 요구대로 반대되는 것을
하는데 그런데도 화가 안 나? (감정의 인식이 부족한 내담자에게 계속해서 화제를
감정으로 이끌고 있다.)
  내24: 으례 그러다 보니까...
  상25: 대학교 때까지만 이렇게 할거니? (네) 그 다음에는 xx 혼자 스스로 할
자신이 있어? (네) 근데 이렇게 습관이 되면 나중에는 엄마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미리 알아서 자발적으로 하게 되기가 힘들지 않을까? (내담자의 현재 행동에서
예측되는 미래 행동을 예상하고 있다.)
  내25: 그럴 리는 없죠.
  상26: 그렇지는 않아... 자신이 뭘 원하는지는 그 당시에 알아? 만약에 xx가
공부 잘한단 말이야. 잘하는 데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할까? ((상26)의 첫 질문
후 내담자의 반응을 조금 더 기다려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내26: 그거야 상황에 따라 달라지죠.
  상27: xx는 말 잘 듣는 자기 자신이 좀 이상하진 않아?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게 있을텐데 그걸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고, 아버지가 싫어한다고 하고 싶은 걸
다 억누르고 있잖아. 그렇게 자기 욕망을 억누르고 나면 화가 날텐데... 화나는
것도 표현도 못하고... 그러니까 우울한 거 아닌가...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저 그렇지. 기분이 별로다만 있지, 우울한 것은 모르고 있지. 왜 그런
상태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진 않았어? 엄마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맞지
않은데 엄마 원하는 대로 하다 보니까 내가 기분이 나쁜데 기분 나쁜 걸 표시는
못하고. 니가 기분 나쁜 걸 삭이는 방식이 그냥 가만히 방에 들어와서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는 건 아니? ((내21)~(내26)까지의
행동을 해석하고 있다.)
  내27: 네.
  상28: 그러면 방 안에 xx가 가만히 있을 때는 기분이 나쁜 상태다. 기분이 나쁠
때는 xx가 원하는 걸 못하고 엄마가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했을 때. 학교에서
xx는 참 밝지? ((상27)의 내용을 내담자에게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듯한
인상이다.)
  내28: 그런 편이예요.
  상29: 학교에서 네 모습과 집에서의 네 모습이 굉장히 다르지 않아?
(내담자보다 상담자가 한발 앞서고 있다.)
  내29: 네.
  상30: 왜 그렇게 다를까? 학교 가면 애들하고 있으면서 기분이 좋기 때문이고
그러면서 막 얘기하고 싶고. 떠들고 싶고. 근데 집에 오면 기분이 나쁘고
울적하니까 그렇게 다른 것 같아. ((상30)의 첫 질문 후 내담자의 반응을 조금
기다렸으면 하였다.)
  내30: 그런 것 같아요.
  상31: 그러면 적어도 우리가 두 가지는 알았다. 학교에 가면 기분이 좋고, 집에
오면 기분이 나쁘다. 자기 감정은 알아야지... 그러면 집에서도 기분이 좋으려면
xx 원하는 걸 할 수 있어야 해. 사람이 원하는 걸 다 할 수는 없지만, 원하는
것의 일부는 할 수 있어야 한단 말이야. xx가 원하는 것의 일부라도 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면,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을 거야. 그럼 이제 오늘, 아버지랑 같이
나가는 건 싫지만 물건 사는 건 좋은 거고, 수영장에 가는 것도 좋은 일이고.
엄마가 학교 오는 것은 싫은 거고. 친구들 만날 때는 기분이 좋은 거다. (이
회기의 상담내용을 상담자가 요약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담자에게 이 회기의
내용을 요약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했다. 상담자가 내담자에 비해 주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내31: 네.
  상32: 지금 우리가 한 식으로 xx가 자기 감정을 좀 변별했으면 좋겠어.
그래야지 맨날 그저 그렇고, 모르겠고... 너무 메말랐잖아. 그리고 나는 xx가
원하는 것 중에서 일부는 좀 표현을 했으면 좋겠어. ((상31)에 이어 내담자의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직접적 지시를 하고 있다.)

  9. 본 사례에 대한 다른 상담자의 논평
  앞 지면들의 하단에 표기된 상담자 언어반응에 대한 언급들은 경험이 1년
정도인 '초심 상담자'가 본 상담자의 축어록을 분석한 것이다.
  내담자가 중학생이기 때문에 언어적 전달능력과 감정적 표현능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효율적인 상담 운영이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담자는 내담자가 앞으로 자신의 생활을 더 잘 영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믿으면서 내담자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아버지,
어머니의 과다한 기대와 요구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는
내담자에게 감정의 자연스럽고 적절한 인식과 표현방법을 면접과정에서
학습시키고 있다.

  10. 교육지도에서의 토의내용
  본 상담자가 교육지도를 받기 위해 기록해 둔 상담과정에 대한 총평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내담자가 상담자를 만나러 오는 것이 좋다고 표현했는데 그것도 상담자를
만나는 것보다는 집에서 나올 수 있는 핑계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내담자 편에서 상담자를 좋은 사람으로 평가하였는데, 이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내면감정을 언어화시켜 주고 그의 입장에서 지지해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된다. 10회 상담 후, 내담자가 '기분이 나쁘다'라는 식의
감정표현을 하기 시작하였으며, 공부에도 집중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상담의
효과로 표현하였다. 또한 내담자가 상담자의 말을 정확히 잘 기억하는 능력이
있으며, 부모 면접시 상담자가 부모를 설득해 준 것이 상담자를 더욱 신뢰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사례에 대한 교육지도에서 토의된 내용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은 직접 내담자에게
질문하거나 언급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상담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어떠한지,
어떤 점이 좋은지 혹은 싫은지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하면서 구체화하는
것이 내담자에게는 감정표현의 연습이 될 것이다.
  둘째, 중학생 정도의 발달단계에 있는 내담자에게는 상담자가 '제2의 부모'로서
실제 부모들이 소홀히 하는 면들을 보살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담자 말의 반영뿐만 아니라, 차후의 동일 상황에서의 대처방법(행동)의
연습이나 내담자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이 내담자에게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지지기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잠재력이 있는 내담자로 평가된다. 그러나 상담을 지속하게 될 경우, 이 내담자의
변화 의욕, 지구력, 상담관계의 응집성 등을 고려하여, 그에 부합되게끔
상담목표를 설정 또는 조정해야 할 것이다.

  11. 상담자의 총평
  이 사례에서는 내담자가 중학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 상담 초기에 신체발달
상태와 그에 따른 자아 개념 등을 자세히 검토해 두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 성적저하에 따른 부모와의 갈등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부모와의 갈등으로 야기된 내담자의 우울감을 해결하고,
점차 갈등 자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반응양식의 학습, 그리고 가능하다면
성적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상담의 목표로 삼았다. 이 연령의
내담자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이 사례에서도 내담자의 언어구사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으므로 내담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상담자가 대신하고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내면감정을 반영하는 반응을 자주하였다.

  (사례 6)을 읽고
  부모로부터 의뢰된 청소년을 상담하는 경우 내담자와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런데 이 사례의 경우 상담자는 이런 과제를 능숙하게
잘 풀어내고 있다. 상담초기부터(2회) 상담자는 내담자가 다양한 화제, 심지어
'잘 모르는 어른'에게 말하기가 껄끄러운 성적인 주제까지 이야기하도록 잘
이끌어 주고 편안한 느낌을 준 듯하다.
  이 내담자에게 시험성적은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내담자는
상담기간 중 다행스럽게도 성적이 계속 향상되었는데(4회, 8회 참조), 이것은
내담자의 자신감을 높이고 부모와의 갈등을 약화시킨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그런데 8회 요약에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이 내담자의 부모는 아들의
성적향상을 매우 담담하게(?) 별로 기쁘지 않은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 이
내담자의 부모는 다른 많은 부모들처럼 자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투르고 권위적인 훈육 방식에만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우 상담자는
내담자의 부모에게 바람직한 부모역할을 교육 혹은 조언하거나, 부모역할
프로그램 같은 것에 참여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부모의
절대적인 영향력하에 놓여 있는 중학생의 경우에 환경의(즉, 부모의) 변화없이
내담자 쪽의 변화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1991. 9. x대 상담 전공생)

  하나의 논평

  1. 내담자의 심리적 가족구도
  아버지: '나를 감시하고 때리고 야단치는 사람.' 화가 나지만 늘 그러니까 이젠
화나지도 않음. 어머니: 때리지만 않을 뿐 아버지와 똑같음. 요구가 많음.
내담자: 매맞아도 화 못냄. 하고 싶은 것 허락 없이는 못함. 동생: 내담자의
화풀이 대상.

  2. 주요 문제
  (1) 내담자의 방어기제
  성적에 대해서 화내고 생활의 모든 부분에 대해서 일일이 간섭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억압되어 전혀 표출되지 못하거나 수동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자신의 성적부진 때문인 것으로
돌리며 아버지를 미워하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2) 병렬적 왜곡과 내담자 반응의 특징
  치료자를 아버지의 편으로 인식하고 있어 좀체로 마음을 열지 못하고 여전히
자신의 감정을 수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치료자의 개입이 부적절해 보이는
시점에서조차 저항하거나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3. 상담의 목표와 접근방식
  (1) 치료자가 설정한 목표: 공부 안하는 의미 통찰 - 공부의 동기를 높인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도록 격려, 집에서의 불안 감소를 위한 표현 훈련.
  (2) 치료자의 접근방법: 주로 탐색적 질문을 통하여 내담자의 자기 감정인식과
그에 따른 통찰을 이끌어 내고자 함.

  4. 상담과정의 개요
  1회: 구조화
  2회: 호소문제 확인. 성적이 떨어져 아버지와 갈등이 생김. 떨어져 살던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중1 이후로 성적부진, 이로 인하여 매맞게 되고
화내지도 못함.
  3회: 아버지의 간섭에 대해 느끼는 내담자의 느낌 탐색. T. A. T 검사.
  4회: 성장과정 탐색. 어머니 35세 때 낳음. 큰 고모와 할머니, 외할머니가
키움. 학부모 회의에 외할아버지가 오심 - 서운함. 아버지에게서 매맞던 기억.
집안에서 아버지는 TV도 못 보게 하고 공부방에 들어와 혹은 거실에서 나를
감시한다. 나는 방 안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앉아 있는다.
  과제: 감정 찾아오기
  5회: 부모의 여행과 자유시간. 적극적으로 누리지 못함. 놀러 갔던 친구집의
개방적인 분위기가 부럽다.
  6회: 성적이 올라가면서 아버지의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나는 쉽게 화내지
않고 속으로 삭일 줄 아는 사람이다. 치료자가 부모의 좋은 점에 대해 질문 -
침묵.
  7회: 1주일간의 생활탐색 - 아버지와 함께 TV를 봄 - (상: 아버지가 변한
건가?) 글쎄 (상:아버지가 데려다 줌 지적) 같이 있을 때 아무 말 안함. 이번
주는 너무 놀아서 미팅할 수 없다 - 자신의 결정으로 공부한다는 것 격려 -
수영에 관한 자기의 판단과 아버지의 제시가 일치하지 않아 갈등 - 어머니는
아버지처럼 요구가 많고 나를 가두어 둠. (상: 대학가서도 그럴 건가?)
학교에서는 하고 싶은 것 하니까 활달하다 -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면 즐겁다.
학교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간 차이 지적, 변화를 독려함.
  8회: 아버지가 간섭을 덜 한다. 최근 아무일 없지만 앞으로 어찌될지 모른다.
화가 나면 방에 그냥 앉아 있는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9회: 아버지와 함께 컴퓨터 오락했다. 집안 분위기는 달라진 것 없지만 내가
자유로워진 것 같다. 동생한테는 맘대로 화낸다.
  10회: 방학 동안 여행하고 싶지만 허락하지 않으실 거다. 가고 싶다고 말해도
늘 허락 안하신다.

  5. 치료적 요소
  (1) 아버지와의 감정적 관계를 부각시켜 내담자가 억압하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의식의 세계로 끌어들이려는 반응이 성과는 부족하지만 내담자에게
자극이 될 수 있었다.
  (2) 아버지와의 관계가 조금 나아진 것에 대한 치료자의 적극적 지지.
  (3) 중학생으로 자신의 내면세계에 관한 통찰이 결여된 내담자에게 적절한
교육(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해 보라)과 지지가
자신을 상당히 억압하고 있는 환자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6. 대안적 접근방법
  (1) 공부보다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룰 수 있다: 내담자의 문제는
공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내담자와 아버지와의 관계(감시와 매,
지나친 요구로 일관 - 수동적인 방식으로 거부하거나 표현하지 않고 견딤)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담자와 아버지와의 의사소통과
관계방식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겠다.
  (2) 아버지를 상담에 직접 개입시켜 가족치료의 형태로 진행시킬 수 있다:
문제의 발생과 유지에 아버지가 공헌하는 바가 있으므로 아버지를 상담에 함께
참여시켜 내담자와 아버지간의 인식의 차이를 교정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겠다.
  (3) 아버지의 태도가 변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탐색이 필요하다: 내담자는
아버지가 변했다고 하고 그렇지 않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워졌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아버지의 행동이 그리고 내담자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탐색해 보아야겠다.
  (4)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태도: 수동적이고 거리감을 유지하며 자신에 대한
표현이 부족한 점 등 상담과정의 지금, 여기에서 나타나는 내담자의 행동을
지적하여 그로부터 내담자의 내면세계와 행동에 관한 탐색과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7. 대안적 상담자 반응
  상6: 아버지가 변한 거니 네가 변한 거니? 그 친구는 누구니? - 아버지가 변한
점이 있다면 뭘까?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해 보자.
  상11: 공부하란 소리는 덜하시냐? -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심정이었나
보구나. 좋기도 하구 이게 웬일인가 싶어 언제 무슨 일이 터질까 싶기도 했나
보다.
  상19: 어쨌든 결정은 xx의 결정이란 말이지? - 놀았으니까 이젠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니?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너 스스로 말이지? (유정아,
서울대 대학원, 상담심리 전공)

  (사례 6)에서의 연구문제
  1. 이 사례의 내담자는 사회적 기술의 습득과 진로계획의 수립 및 준비라는
발달과제를 안고 있는 중학생이다. 현실적으로는 전직 또는 현직 교사들인
부모로부터 학교성적에 관한 부단한 압력에 소극적인 저항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상담실에 오는 이유는 어떤 변화보다는 부모 아닌 다른 사람을 집
밖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내담자의 상담면접중의 태도 및 반응양식에 있어서 어떤 특징이 발견되는가?
대학생 내담자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내담자에게 있어서 상담자의
역할을 어떤 의미가 있는가?
  2. 이 사례에서 설정된 상담목표 즉 '학습(공부)동기의 제고'와 '자기 감정의
인식 및 표현'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선적으로 성취되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7회에서 확인된 내담자 아버지의 일부 행동 변화(내담자와 같이 TV시청,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것 등)는 이 사례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4. 이 사례에서는 정규적인 형태의 부모 및 가족 상담은 없었어도 상담자가
내담자의 부모들을 수차례 접촉했음을 시사하고 있는데, 상담과정에 대해서 이
내담자의 부모들은 어떤 태도를 취했다고 추측되는가?
  5. 상담자의 면접중 개입은 제3자에 의해서 폐쇄적 질문, 침묵의 의미를
간과하거나 '앞질러 반영하고 있다'는 등의 비교적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독자의 의견은 어떠한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에서는 성인상담과 달리 지식적 - 지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6. 이 사례와 같은 청소년 상담의 추수면접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생활 지도적
접근은 무엇인가?

  (사례 7) "엄마는 항상 저런 식이다..."
  1. 상담의 배경
  상담자가 본 사례를 접하게 된 것은 서울 시내에 개인 상담 연구실을 마련한
후, 서울 시내 모여고 교도교사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10평 안팎의 이 연구실은
장차 연구, 상담, 훈련 등을 하는 본격적인 상담소로 발족시키기 위한 곳으로서,
현재는 본 상담자의 개인 부담으로 유지하면서 상담교사들을 위한 집단지도,
대학원 전공생 강의 그리고 본 상담자의 원고집필 장소 또는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다. 본 사례를 의뢰해온 상담교사는 서울시 카운슬러 협회 회원으로서 내담자가
자신의 담임학급의 문제학생이며, 학교 상담실에서 지도하기 어려운 '불량'
행동이 지속되기 때문에 본 상담자에게 의뢰한다고 했다. 이 상담교사는 10회
전후의 유료 '계약 상담'을 하되, 부모 동의하에 내담자(학생)가 매부 본
상담자의 개인 상담실로 와야 한다는 조건 등이 양해되었음을 통보해 왔다. 이에
따라, 상담자는 내담자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학생의 문제에 대한
부모측(어머니)의 의견을 듣고 면담일자를 약속했다.
  2. 내담자의 문제와 가족관계
  이상의 사전 협의 및 면담약속 과정에서 학생의 어머니와 담임교사가 표현한
내담자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집약되었다.
  (내담자 어머니의 표현)
  성격과 행동 - 부모에게 반항적, 신경질이 많다.
  학교성적 - 최하위다. 내신등급은 아예 포기했다.
  상담에 대한 기대 - 공부보다 사람이 좀 되었으면 싶다.
  (담임교사의 표현)
  머리는 나쁘지 않으나 성적은 바닥이다. 성격이 방종하고, 불량 망나니임.
교칙위반 다반사. '좋은 선생님(상담자)을 만나도록' 권했을 때 내담자는 달가워
하지 않는 반응이었고, 어머니의 '열성' 때문에 찾아가기는 할 것임. "그러나
선생님(상담자)도 상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
  1차 면담(접수면접) 및 내담자 어머니와의 면담에서 확인된 가족관계는 다음과
같다. 부(60세, 건물임대업, 말이 없는 분), 모(56세, ?), 언니(20세, 재수중(?),
놀고 있는 중), 언니(19세, 고3, 내담자와 동일교), 오빠(18세, 고2),
내담자(16세, 고1)
  3. 상담과정의 개요
  상담의 기본과정은 어머니와 같이 내방하여 내담자와 함께 면담한 접수면접(87.
11. 12)부터 상담의 종결 후 담임교사와의 면담(88. 3. 8)까지 약 4개월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 기간중 내담자와의 개별상담면접은 10회, 전화를 통한 연락, 협의
12회, 어머니와의 면담 4회, 담임교사와의 면담 1회가 이루어졌다.
  이후부터 6개월간의 추수지도 기간중에 5회의 전화통화, 1회의 내담자 면대,
2회의 서신상담이 있었고 상담종결 6개월째인 8월 24일에 추수면접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상담활동 일람표
  정규상담; (3개월) 87. 11. 12  내담자 면접: 접수면접  전화연락(일자):
담임->상담자 (87. 11. 3), (내)->(상)(11. 8)  어머니 합석, 상담계약서 서명
  87. 11. 18  내담자 면접: 1회  전화연락(일자): (상)->(내)(11. 25)
  87. 11. 25  내담자 면접: 2회  전화연락(일자): (상)->담임(11. 27),
(상)->(내)(12. 1)  내담자 가족측의 반응을 확인
  87. 12. 2  내담자 면접: 3회  전화연락(일자): (상)->내담자 어머니(12.
7)  어머니와의 비정기 무료 면담을 제안
  87. 12. 8  내담자 면접: 4회  부모, 담임 면담: 12. 9 어머니(1차)
  87. 12. 16  내담자 면접: 5회  전화연락(일자): (상)->(내)오빠(12. 18)
  87. 12. 26  내담자 면접: 6회
  87. 12. 30  내담자 면접: 7회  88. 1. 4: (내)로부터의 연하장 접수
  88. 1. 6  내담자 면접: 면담불발  전화연락(일자): (88. 1. 5)(상)->(내)언니,
(내)->(상)(1. 6), (1. 8)(상)->(내)(집)  부모, 담임 면담: 어머니
면담(2차) (1. 6)  (상)의 외출중 (내)가 약속시간 전 2분 기다리다가 감
  88. 1. 13  내담자 면접: 8회
  88. 2. 3  내담자 면접: 9회  전화연락(일자): (2. 10)(상)->(내)(학원),
(내)->어머니(상)(2. 20)  부모, 담임 면담: 어머니 면담(3차)(2. 21)  종결을
앞두고 면접일자의 간격을 늘리기로 (내)와 합의
  88. 2. 24  내담자 면접: 10회  면접 후 점심을 같이함
  추수지도: (6개월)  전화연락(일자): (상)->(내)어머니(3. 9)  부모, 담임
면담: 어머니 면담(4차)(3. 3), 담임 면담(3. 8)  담임교사가 (상)의 연구실
내방, 상담 성과를 치하
  전화연락(일자): (3. 16)(상)->(내)언니, (3. 23)(내)모->(상)
  88. 5. 14  내담자 면접: (내)가 (상)의 연구실 예방  전화연락(일자):
(3. 31)(상)->(내)어머니  "스승의 날이기에-" 선물전달
  88. 5. 21  내담자 면접: (상)이 (내)에게 상담 성격의 서신우송  전화연락
(일자): (내)->(상)(집)(5. 27)  연극초대권 동봉
  88. 7. 26  내담자 면접: (상)이 (내)에게 상담 성격의 서신우송  전화연락
(일자): (상)->(내)(7. 25)  상담종결 6개월인 8. 24일에 재회(추수면접)할 것을
제의
  88. 8. 24  내담자 면접: 면접(추수)

  4. 접수면접과 '상호실천계약서'
  접수면접은 내담자와 내담자 어머니가 합석한 가운데 상담에 관한 기본적
안내(오리엔테이션)로부터 시작되었다. 상담에 대한 안내에서는 다음 사항을
강조했다.
  1) 담임교사로부터 사전 지식을 얻고 왔어도 10회의 계약 상담을 할 것인지의
여부는 내담자 스스로 확정할 것
  2) 상담자는 모녀 또는 모녀교사와의 관계에서 중립적 입장임
  3) 상담의 내용 중 내담자가 동의한 사항에 한해서 관계자(모, 담임 등)에게
알리거나 합의함

  상담에 대한 안내설명 이후의 접수면접은 내담자에 대해서 갖는
가족(어머니)측의 염려, 내담자의 장점, 내담자의 성장배경 중의 특징적 사항,
기타 상담에 대한 내담자의 의견 등을 상담자가 묻고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것들의 내용과 상담자가 관찰한 내담자 및 내담자 모친의 면접 중
행동양식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내담자 어머니의 염려, 관심사: "x이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는 것"
  [-, ?]: 안경을 유별난 것으로 하고 다닌다. 머리모양(파마), 입는 옷도 모양을
너무 낸다. 반발적 언행...[?]엄마인 나에게 그렇다.
  [-, ?]: 하루 2, 3회 정도로 그 남자친구(지난 봄 심성훈련에서 만난 고교
중퇴생)에게 전화를 하고, 최근 그 아이의 고모집에서 두 쌍이 동숙을 한 다음에
전화를 해왔다.
  [-, ?]: 교제까지는 이해하나 너무 빈번히 외출을 한다. 공부는 기대도 안한다.
  [-, ?]: (장점이라면?) 언니 등 주변 인물로부터 판단력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외출시 늦으면 집에 전화를 한다. [?]국민학교 6학년 때 6. 25 관련 웅변대회
참가, 원고 골격을 본인이 작성했다.
  [-, ?]: 복장 등을 본인에게 맡기고 싶고 그렇게 이해도 하지만, 학교에서
문제시 한다. [?]담임은 이해적이나 타교사들이 문제시 할 것이다. [?]부모의
책임이기도 하다. 부모로서 교육방침 차원에서 곤란하다.
  [-, ?]: x의 남자친구 부모님이 최근 x의 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고, 내가 그
부모를 만나기도 했다. [?]x 때문에 자기네 아들이 대입공부를 못한다고 했다.
[?]나는 기다려 보자고만 말하고 있다.
  (면접중 내담자 어머니의 행동특성)
  열심히 이야기 함. 약속시간 30분 전부터 현관 수위실에서 대기했고("처음 오는
길이라 늦지 않기 위해서"), 면접중의 이야기를 자기중심적으로 이끌어 가는
경향이 있었음. 교양과 체면을 중시하는 듯한 인상이었고, 정서적으로 다소
각성(흥분)되어 있다는 추측을 갖게 함. 수수한 옷차림. 평균 신장에 비교적 여윈
체격.

  (2) 내담자(학생)의 의견 및 반응
  [-, ?] 엄나는 항상 저런 식이다.
  [-, ?] 아무리 사랑이라도 간섭, 참견은 싫다.
  [-, ?] 예, 전혀 이해를 못한다. 더 할 말이 없다.
  [-, ?] (다음에 혼자 만날 때-) 그 때 이야기하겠다.
  (면접중 내담자의 행동특성)
  어머니의 이야기중 가끔 고개를 가로 젓거나 비웃음의 표정을 지음. 언어
유창성이 높을 듯 싶으나 반응의 횟수, 내용, 깊이 등에 있어서 극히 제한됨.
성격은 외향적이고 고집스러울 것이라는 추측을 갖게 함. 상담자가 자기를 이해
또는 지지해줄 수 있는 인물로 기대하는 듯했음. 평균보다 작은 키에 다소 체중이
있는 귀여운 용모에 속함.

  (3) 상호실천계약서의 작성
  이상의 내용이 진행된 후 상담자의 제안에 의해 상호실천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의 목적을 설명해 주고, 내담자와 내담자 어머니가 상호간의 기대사항 중
실천할 수 있다고 믿는 항목 2개씩을 계약서의 주요 내용으로 하는 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내담자가 운동화로 등교하고 외출시에만 구두를 신기를
원했고, 내담자는 이를 자기에게 맡기기를 주장했다. 이 문제는 어머니가
내담자에게 새 운동화와 구두를 동시에 구입해 주는 조건으로 양자가 합의,
해결하도록 권했다. 이 계약서는 내담자가 정기상담(10주 예정)을 받기로 스스로
결정, 상담자에게 통보하는 때부터 발효하고 내용의 수정 및 조정은 상담자를
포함한 3자의 합의에 의해서 하기로 했다. 계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호실천계약서
  계약일: 1987. 11. 12.
  실천자 갑(어머니)
  (1) 어머니는 x의 외출시 귀가시간을 현재의 저녁 9시에서 10시까지로
양해한다.
  (2) 어머니는 x의 안경, 머리모양, 옷(복장) 등에 대해서 x에게 일임한다.
  실천자 을(x)
  (1) x는 앞으로 6개월 동안 학교수업에 결석하지 않는다. 단, 어머니에게 사전
연락이 된 1일 정도의 결석은 양해될 수 있다.
  (2) x는 '어머니를 위해서' 매일 약 30분간의 설거지를 한다. 단, 특별한 사정
등이 있어서 못하게 될 경우 사전 또는 사후의 양해하에 1주 1일 정도까지는
실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위의 사항을 서로 실천할 것에 합의함.
  1987. 11. 12
  실천자 갑(어머니): _ (서명)
  실천자 을(x): _ (서명)
  증인(상담자): _ (서명)

  (4) 기타 참고사항
  내담자는 막내로 출생, 영아기에 다른 자녀들과 달리 부모들이 함께 내담자의
기저귀를 갈아 줄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고 했다. 당시 내담자의 아버지는 큰
사업을 하다가 부도수표 사건이 있어서 회장직을 내놓고 피신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87년 봄 언니가 다녀온 공개 심성계발훈련을 내담자가 참가했는데,
거기서 현재의 남자친구를 만났고, 그 후부터 내담자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고
했다.

  5. 상담면접의 요약 (내담자가 녹음을 반대했기 때문에 요약은 면접 후
상담자의 기록에 의거함.)
  (1) 1회 면접
  [-, ?] 그저 그렇게 지냈어요. [계약실천-, ?] 잘 지키지 않아요. [-] [?]
엄마보다 오빠가-. 10시까지 귀가(허용)시간이 연장된 것을 오빠가 모르고
있어요 (내담자의 침묵, 무반응) [-, ?] 아버지는 연세가 높고 좀처럼 말씀이
없어요. [-, ?] 지난번(11월 1일) 외박 후 오빠에게 뺨맞고 엎드려 뻗쳐식으로
몽둥이로 맞았어요. [-] 예, 보기도 싫고 무서워요. [?] 국민학교까지는 서로
친했으나 중학교부터는 사이가 멀어지고 요즈음은 이야기도 안해요. [-, ?]
그렇게 되어요. 언니하고는 이야기가 돼요... [-, ?] 집에선 답답해요. 나가고
싶고, 돈벌고 싶기도 하구요. 친구 중 돈버는 애가 있는데 나도 그렇게 하구
싶어요. 나중엔 후회할지 몰라도 (내담자의 침묵, 무반응) [-, ?] (내담자의
침묵, 무반응) [?] (답답할 때는) 주로 잠자요. 음악을 듣기도 하고-[?] 팝송과
가요예요. [?] 이종환의 시간을 들어요. [-, ?] 이정석을 좋아해요. 노래는
'사랑하기 때문에'...[-, ?] 10회 정도는 같은 요일, 시간에 오겠어요[-, ?]
(스스로의 결정 여부). 그래요. [?] 네, 그래요. [-, ?] (담임 교사를) 오늘
만났는데 '오늘 상담하러 가는 날이지?'라고 물으시데요...[-] 7시 이후에 선생님
댁에 전화할 수 있을 거예요.

  상담자의 요청에 의해 내담자가 이 날의 이야기를 요약하고, 지지적 언급을
해준 후 면접을 끝냄.

  (1회 면접에서의 주요 상담 노력)
  예상대로 내담자가 상담자의 선도 반응 없이는 스스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적 반응 및 탐색적 질문을 포함한 상담자의 주도적 노력([-] 이해 또 반영적
언급의 표시, [-, ?] 내담자의 말에 대한 이해 반응 후, 탐색적 구체화를 위한
질문, ...: 요약 기술에서 생략된 대화부분의 표시)에 의해 대화가 진행되었다.
  1회 면접중 상담적 노력은 (1) 오빠로부터 구타당한 후의 자존심의 상처 및
혐오감 등의 감정 토로, (2) 가수 이정석의 노래말 '아픈 만큼 커가고...'를
비유 자료로 한 성장과정의 의미에 대한 교육적 설명, (3) 상담자와의 유대
형성을 강화하고 귀가시간의 준수를 확인하기 위해 상담자에게 전화를 걸도록 한
것 등으로 집약될 수 있다.
  1회 면접 후 상담의 진행계획으로서 상담자가 기록해 둔 것은 다음과 같다.
(1) 계약서 사본을 만들어 내담자와 어머니에게 보내는 것, (2) 내담자와 오빠의
대화관계를 형성키 위한 역할연습의 도입 필요성, (3) 내담자가 집에서 느낀다는
'권태감'의 구체적 목록의 작성 후 행동 수정적 방법의 활용가능성, (4) 집에서의
모녀관계의 개선 및 내담자 어머니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어머니와의
개별상담(격주 또는 월례)을 제안하는 일 등.

  (2) 초기 상담과정(2, 3, 4회)의 요약
  1회 면접 후 4일째인 일요일 저녁 친구와 같이 연극구경을 하고 그 친구 집에서
자려고 했으나, 새벽 1시경 어머니가 그 집으로 찾아가 내담자를 데려온 사건이
있었음. 내담자는 연극구경 도중 집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늦게 귀가할 것을
허락받고자 했으나 "하루종일 돌아다니다 또-" 하는 식의 신경질적 반응에 화가
나서 연극 후 친구 집에 갔다고. 어머니에 대한 사과성 표현의 요령과 오빠와의
기본대화를 역할연습을 통해 학습시키고 집에 가서 시도해 볼 것을 '숙제'로 줌.
  수업태도는 나아지고 있다고 믿으나 설거지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상담받으러) 오는 것 싫지는 않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함.
  2회 면접 후 내담자와의 통화에서 내담자가 어머니와의 대화는 시도했으나
'컨디션이 나빠 보이는' 오빠와는 안했음을 확인하고, 나머지 숙제도 시도해 볼
때까지 면접의 연기 가능성을 시사. 내담자가 '오늘 해볼께요'라고.
  3회 면접은 약 15분으로 단축. 오빠와의 의사소통시도 약속을 이행치
않았으므로-. '가서 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내담자와 상담자간의 신의,
자기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함을 강조하고 유자차를 대접하고 비교적 꽉 잡은
악수로 격려의 뜻을 전달하면서 작별. 어머니와의 별도 상담을 위한
전화통화에서, "왜 그런지 x가 상담실에 오기를 꺼려 한다"고 또 x가 불량한
남자친구를 새로 사귄 듯하다고 어머니가 걱정(상담자는 숙제의 이행 여부에
관계없이 예정 면담일에 오도록 하라고 부탁함).

  (4회 면접)
  [-] 그런대로 (숙제를) 해 보았다. [-, ?] '나를 생각해 주는 것은
이해하지만...' 식으로 말을 (오빠에게) 걸었다. [-, ?] (귀가시간의 연장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라. [?] (11월 초 외박 후 구타당한 건에
대해서는) 그건 얘기하지 않았다. [-, ?] 내가 홀가분해졌다. [-, ?] (상대방의
반응) 그저 그렇다. [?] 설거지는 해주고 있으나 몇 번 못했다 - 피곤해서 자는
바람에... [-, ?] (별도 면담 예정인 어머니에게 상담자가 전해주었으면 싶은
것) 엄마가 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 내가 사귀는 친구는 무조건 나쁘게
보고... 그 전 남자친구에게서 (말다툼 후) 전화가 와도 안 만나주고 있는데도,
엄마가 그쪽 부모와 연락을 한다. [-]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오기만 하면
꼬치꼬치 캐묻고, 넘겨짚는 식의 말을 하시는데 아주 싫다. [-, ?] (어머니의
마음이) "이해도 안 가요. 싫어요!" [-]...[-, ?] "이해는 가지만, 자존심
상해서 싫어요" [-] "엄마는 극성파예요...싫어요", "내 앞은 내가 가릴 줄
알잖아요!" [-] "예. 그래요" [-, ?]... ...[-, ?] (아침에 화장실 같은 데서
오빠와 만났을 때 간단한 인삿말을-) 참 괴롭다. 이때껏 안하던 것을 하려니-.
우리 식구 모두가 그렇다. [-]

  (3) 상담과정의 중반기
  (5회 면접)
  실천하기로 계약한 설거지는 대체로 하고 있다. 수업은 지난 한 달 동안 빠진
적이 없고 복장에 관한 지적을 받지 않았다. "오빠와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다..." 그 동안 제가 담임 선생님을 많이 속상하게 했을 것이다. 선생님께
카드를 보내겠다.
  "제가 좀 변하는 것 같아요. 옛날 같으면 학교시험 때 수업 후 놀러다니고
그랬는데. 요즈음은 집에 돌아가서 책을 뒤적이게 돼요. 공부는 제대로 안했어도
말이에요. 그리고 방학 때 학원에 나가려는 생각 같은 것은 전에는 꿈도 꾸지
않았던 것이죠."
  외출했다가 귀가하는 시간이 (계약상) 10시가 아닌 9시로 자꾸 되고 있다.
집에서 그렇게 만들고 있다. (계약과 다름이) 불만이다.

  이 밖에 새 남자친구와의 관계, 사진학원 또는 미술학원을 다니거나 아르바이트
및 며칠간의 여행 등 겨울방학중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함.

  (6회 면접)
  상담 날짜에 맞추기 위해 가족여행을 하루 앞당겨 귀경했다. x대 부근
분식점에서 오후 3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다. 어머니는 미술학원을 권하나
나는 사진학원을 가고 싶다.
  어머니에게 용돈 문제를 거론 안했다. 아침 인사와 선생님이 권하신 일기쓰기를
못 하고 있다. 설거지 해주는 것을 빠뜨릴 때가 있다.

  이 밖에 성탄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그전 남자친구와 새 남자친구와의
연락관계, 지금까지의 상담과정에 대한 소감 등을 이야기하게 함.

  (7회 면접)
  성탄절을 집에서 보냈다.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머니와 오빠가 싫어한다. 어머니를 따로
만날 때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해, 등록할 사진학원에 대한 수소문, 용돈의 증액
문제를 거론해 주었으면 좋겠다. 방학중에 할 계획이 많은데... "공부 좀
해야겠죠?" 영어공부는 필요할 것이다.
  어머니가 단순해지고 '감정적'이 되어가는 듯하다. 선생님이 말하는 가족상담은
부모님께서 찬성하면 나로선 괜찮다.
  지난번 학기말 시험을 잘 못쳤다. 담임 선생님께 카드를 쓰기는 했는데 부치지
못했다.

  이 밖에 설거지 약속을 못 지켰을 때의 사전 사후에 양해를 구하도록 하는 것,
아르바이트 경험의 의미, 지난 6개월 동안의 '즐거운 일'과 '신경질 났던 일'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함.

  (8회 면접)
  아르바이트를 2주만에 끝냈다. 신체적 피로보다 아버지의 반대등 정신적 부담
때문이었다.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아 친구 빚 갚고 엄마에게 팬티를 선물로
사주고도 수천원이 남았다. 답답해서 꼭 x시의 친구하테로 여행을 가고 싶은데,
학교 소집일이 있고 세 과목의 시험 때문에 못 떠났다. 아버지는 오빠를, 엄마는
나를 더 생각해 주는 듯하다. 오빠는 우리 집에서 머리가 제일 좋다. 전에는
집에서 포기했던 아들인데 요즈음엔 성적도 오르고 있다. 엄마는 "너와 네 오빠
때문에 못 살아!"라고 말씀하시는데, 엄마까지 우리 세 사람이 제일 고집이 세서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정월 초하루에 오빠로부터 구타당함) 온풍 스팀기의 코드를 뺄 때 오빠가
독서실에 갈 시간을 맞추어 놓은 시계까지 꺼졌는데 오빠가 "누가 그랬느냐?"고
해서 "내가 그랬다."고 대꾸하면서 시작되었다. "다시 한 번 그러면-" 하길래
"그러면 날 죽이겠네." 했다. "니가 오빠한테 반말이냐?"하면서 두세 대를
맞았다. 아버지 방으로 호소하러 갔는데 그 앞에서 또 맞았다. 아버지는 나중에
"내 앞에서 x를 때린 것은 나를 때린 것이나 다름없어. 분명 나쁜 짓이나, 내가
또 그 애를 때릴 수는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말씀은 나에겐 하나도 위로가
안 됐다. 집을 뛰쳐 나오고 싶었다. 외출나간 엄마에게 급히 전화를 해서 1시간
이상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가라 앉았다. "제가 참았죠." 요즈음은 다시 이야기도
안한다.

  이 밖에 이번 구타와 지난 11월 초의 사건에서 x의 행동 차이, 사진학원의
등록건, 새해의 포부 그리고 상담계약종결을 앞둔 면접일정의 연장 조정 등에
관해서 이야기 함. 이 기간중 상담자가 소개한 사람의 주선으로 사진학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 03
@h:상담사례연구집3@

  (9회 면접)
  (처음으로 15분 늦게 도착, 다소 침울한 표정) 사진학원은 중간에 입학해서
따라가기 힘들어 며칠 쉬었다가 2월 초의 새 과정부터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개학했고 시험을 쳤으나 그저 그렇게 쳤다. "관심이 없으니까요." 엄마와
오늘도 다투었다. 약속을 안 지키신다. 귀가시간을 (계약서대로) 지키고 대체로
7, 8시에 귀가하는 데도 "너무 자주 외출한다."고 하시고, 방과후의 복장은 간섭
않기로 했는데 "무슨 옷이 그 모양이야."는 식으로 간섭하신다. "괴로워요!"
학교갈 때 내 옷의 색깔까지 신경쓰시니- 저의 머리모양 정도는 다른 학생들도
있다. 매니큐어는 다 지웠다.
  오빠는 학교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하겠다고 해서 아버지 엄마가 반대하시니까
친구 집에서 자는 식으로 2일째 가출 상태이다. 그렇다 - 작년의 내 모습과 같다.
  (상담의 종결전) 엄마가 "네 의견이 어떠냐?"고 해서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다시 하기로 했다고 했더니 아무 말이 없으셨다.

  이 밖에 오빠와의 경쟁심리의 가능성, 어머니의 계약사항 위반에 대한 이해 및
대처방식 등을 언급. 그리고 상담자로서는 상담이 최소한 몇 회 정도 연장될
필요를 느끼나 내담자와 어머니의 의견을 존중, 언제고 x가 필요시 다시 재개될
수 있음을 알리고, 다음의 10회의 면접 이후에도 상담자를 부모 다음의 가까운
어른으로 알고 전화연락(면접일인 수요일로 지정)하도록 제안하는 등의 종결
준비 작업의 내용이 진행됨.

  (4) 종결 면접(10회)의 요약
  ...지난 토요일(2. 21) 외박 수 귀가해서 엄마에게 야단 맞았다. "학교를
다니려면 다니고 말려면 말아라!"고 했다. (이런 반응을 자제키로 한 상담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함) "전 앞으로 외박 안해요. 잘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상담자)과의 통화에서 엄마가 "속상해서 한숨도 못잤다."함은 거짓이고
과장이다. 아버지와 오빠 때문에 말다툼이 있었다. 엄마는 집에 안 들어가고
밖에서 잠자는 자식 때문에 잠을 못 잤을 리가 없다. 아버지와 오빠에 대한
화풀이를 나에게 하는 경향이 있다. 오빠는 자기 자신이 가출했었기 때문인지
이번 나의 외박에 대해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상담이 끝나가는 것과) 나의 외박은 관계가 없다. 친구의 하숙하는 또 다른
친구 집에서 9시경까지 놀다 보니 나만 빠져나올 수 없었다. 집에 못 들어간다고
언니한테 전화했고, 다음 날 아침엔 엄마에게 전화했다. 사전의 허락은
엄마로부터의 '원천봉쇄' 때문에 안 되고 해서 미리 말할 수 없다. 그 날도 그
친구와의 저녁 약속이 예상돼서 학원의 저녁 수업 대신 아침 수업을 받으러
간다고 하니까 "어디 가니?", "왜-?"식으로 엄마로부터 꼬치꼬치 간섭당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 잡쳤다. 그 날 저녁에 (엄마가 생각한 것처럼) 디스코에는
안 갔다. 그저 친구집에서 수다떨고 놀다 보니 늦고 말았다.
  ...상담은 예정대로 끝내고 문제가 있으면 다시 오기로 하겠다. "제가 스스로
하는 것 아니니까요." 선생님과는 대화를 하고 답답한 것을 토로하는 기회로
안다. 그리고 엄마와의 관계를 개선하도록 지원해 주시는 것으로 안다.
..."선생님 때문이 아니라, 변화해도 내가 하는 것이죠." 엄마와 집식구들은
"무슨 이야기했니?"라고 자꾸 묻기는 해도 내 기대와는 다르다. 나의 변화나
선생님이 꾸짖어 줄 것을 바랐던 것 같다.
  엄마도 답답증을 풀어야 할 사람이다. 엄마와 같이 세 사람이 만나는 것은
반대한다.

  이 밖에 이 시점에서의 종결의 의미, 상담과정의 소득 및 미흡했던 점,
상담자에 대한 건의 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 후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점심을
사주고 작별.

  (5) 내담자 어머니와의 개인면접
  (1회: 1987. 12. 9)
  어머니에게 내담자의 심리적 위상 - 중학교로부터 고등학교로의 진학, 공개
심성계발훈련 후부터의 남자친구 교제, 막내딸로서의 성장배경, 오빠와의
대립관계를 포함한 가족관계 그리고 청소년기적 충동성과 주체성 추구의 행동 등
- 을 설명해 주고 어머니의 의견을 듣다. "내 앞은 내가 꾸려갈 수 있다."는 딸의
주장에 대한 어머니의 염려를 이해해 주면서 딸의 그러한 희망을 수용하도록
노력할 것을 권유.
  내담자의 문제행동의 개선 또는 바람직한 성장의 촉진을 위해 상담자와
어머니가 2, 3주마다 회합(면담)을 갖되, 우선 다음의 사항을 어머니가 집에서
고려하거나 실행키로 합의했다.
  새 남자친구와 과거의 남자친구 관계를 포함한 내담자의 이성교제에 대해서
앞으로 3개월간 수용적 관망자세를 취한다.
  '충동적 행동을 예방하고 성장적 경험으로 보다 승화시키기 위해' 내담자가
희망하는 방학중의 아르바이트 계획을 긍정적으로 대한다.
  내담자에게 주는 용돈을 '고정급'과 '필요급'으로 구분하며, 고정급의 증액을
고려한다.
  (참고 사항) 1987. 11. 27. 담임교사와의 통화에서 내담자의 어머니는, "상담자
선생님을 소개해 주어 고맙다, 의지할 곳이 생겨서 안심이다. x를 버린 아이로
생각했고 고등학교 졸업도 포기 상태였다."고 했고, '상호실천계약'에 따라 x의
행동을 간섭하지 않겠다고 함.

  (2회: 1988. 1. 6)
  x가 뚜렷한 변화는 없으나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 노력을 한다.
귀가시간을 지키는 경향이고, 신통하게도 성탄 전날 저녁에 집에 있었다. [-, ?]
그것에 특별히 격려하는 반응을 할 필요가 없었다. [-, ?] 설거지는 "언니가 하고
있는데 네가 거들어 주는 시늉이라도-" 했더니 반항하던 옛날과는 달리 발딱
일어나서 부엌으로 갔다. 상담자 선생님에게 계약의무를 잘 실천 안했음을 알리지
말라는 부탁도 했다. [-] 그렇다. 마음은 순진하고 착하다고 본다.
  ...[-] 요즘 손가락 몇 개에 매니큐어를 했더군요. "선생님 아셨어요." [-]
(머뭇거리면서 x가 오빠에게 맞은 사건을 이야기하고) 서로 고집을 부리고
신경질을 부리다가 주먹이 날라간 것 같다. 제가 외출중이었는데 제가 간 곳에
전화를 걸어 "못살겠다"고 호소했다. x의 오빠가 성격이 급하다. 요즘음 4시까지
학원에 있다가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잠을 잔 후 10시경에 독서실에 가서 밤을
샌다. [-] 그렇다. 다른 식구들과 생활하는 시간이 정반대이다... (가족상담의
가능성에 대한 답을 피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딸애 얘기가 "싫다, 챙피할
것"이라고 했다. [-] 더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 x가 나를 감상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그 애 앞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속상하고
화났는데 말을 잇지 못하고... [-] 버스 칸에서 그런 생각을 하면 남이 보는
앞에서도 또 눈물이 나온 적이 있다. "마음이 약해지는 듯하다."...[-]...
(상담 면접의 연장에 관해서) (선생님이) "x와 상의해 보시지요." 나로서는 당장
큰 변화가 없어도 상담을 더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저로선 선생님과의 대화가 많이 도움이 된다." [-, ?] 반성도 되고, -, [-]
x를 대할 때 두 마디 할 것을 한마디로 말한다든가 - [-, ?] (좀더 이해적으로
된다는 뜻?) "글쎄요."
  방학중 x의 아르바이트 관심을 상쇄하고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방책으로
사진학원에 등록시키기로 합의하고, 상담자가 소개하는 사람을 어머니가 x와 같이
만나 보기로 함. 어머니와 면담을 무료로 할 것이라는 제안에 구체적 반응이
없음.

  이 밖에 x가 계약사항을 소홀히 할 경우에 어머니의 대처방식, x가 느끼는
자신의 변화, 어머니에 대한 의지심, x의 형제 및 아버지와의 관계 등이
이야기됨.

  (3회: 1988. 1. 21)
  x가 사진학원에서 늦게 돌아온 적이 있고, 별 재미를 느끼는 것 같지 않다고.
"학원경비는 무조건 대주겠다." x시의 친구집에 여행가는 것을 아버지가 말렸다.
"저는 가만히 있었고, 떠나는 날 말씀드리려고 했더니-"...
  자기 할 일은 실천 안하고 요구만 한다. 설거지는 안하는 날이 하는 날보다
많다. "그냥 놔두면, TV를 다 보고 내가 하겠다."식이다. 복장과 머리는 개학이
되면 나아지리라고 본다. "분명히 나아지고 있는 듯해요." (2월로 10회를 한 후
상담이 끝나는 것이 미흡할텐데) "그것은 선생님의 시사 때문이 아닌가요?"...
"(연장하도록) x에게 이야기하겠어요."

  어머니는 투자액(상담료)에 비해 x의 변화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보는 인상이며,
자신의 영향력의 감소, 자기를 포함한 식구들의 책임이 의식됨에 따른 부담
등으로 상담의 연장 및 가족상담에 대해 유보적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상담자는
우선 3, 4회 정도로 x와 면접이 연장되기를 희망하면서, x에게 지금이 중요한
'정착기'임을 강조하고 연장 여부는 스스로의 의사를 존중키로 합의했다.

  (4회: 1988. 3. 3)
  x와의 총 10회의 상담결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 어머니가 생각하는 상담효과는
(1) 과거와는 달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높아졌고, (2) 대학진학에 대한
계획(생각)이 있고, (3) 어머니와의 관계가 덜 저항적이며 '어머니의 비위를
맞추려 한다'는 것 등으로 집약되었다. 상담을 연장하기보다 종결을 하고 문제가
있을 때 재개하기로 합의. 상담자로서는 이 종결을 '잠정적인 것'으로 본다는
점과 "전처럼 걱정을 하지 않아도 결코 안심은 말도록" 당부하면서, 앞으로 2주
간격으로 문안 전화 형식의 연락을 취하도록 권함.

  (담임교사의 내방 면담 88. 3. 8)
  87년 말 x의 어머니를 학교에서 만났을 때 상담과정에 대해 대단한 고마움과
만족감을 표시했다. 어머니 자신의 태도 변화에 감명을 받을 정도 - 즉 짜증이
없어 보였고, 전에는 감사 표시를 거의 하지 않는 형으로 기억된다. 2월말
현재까지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 반항적인 표정과 행동이 많이
없어졌고 수업태도도 전보다 집중하는 듯한 인상이다. "상담을 선생님께 의뢰한
결과로 저 자신이 유능한 교사라는 평을 듣게 되었어요" 제일 골치 아픈
문제학생의 담임으로 x가 그만해지도록 지도했다는 뜻이다.
  상담자는 x와의 상담종결이 다소 불안정한 종결이었고 가족상담에의 권유가
성사되지 못했음을 밝혔고, 3월부터 타학교로의 전근이 예정된 담임교사도 이에
대한 이해를 같이함.

  6. 상담과정의 종합, 추수지도
  (1) 10회 상담과정의 종합
  총 10회의 상담과정과 종결의 시점에서 발견된 결과로서는 (1) 외출시에는 저녁
10시 이전에 귀가, (2) 등교시 요란하지 않은 복장을 착용, (3) 여자친구들의
외출 권유에 불응하는 횟수의 증가 및 남자친구와의 교제 중단, (4) 방학중
대학진학(사진예술 분야)을 위한 사진학원 수강, (5) 어머니의 입장 및 심정에
대한 이해폭의 확대 등을 꼽을 수 있겠다.
  1회 면접에서 작성했던 '실천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상담의 성과를 보면,
'6개월간 결석하지 않는다'는 사항은 100% 실천되었으나 어머니를 위한 설거지
봉사는 59% 정도밖에 실천되지 않은 셈이다. 이 두 번째 실천사항에 있어서는
내담자가 방학중 2주간의 아르바이트를 했고 사진학원에 다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체로 무난한 수준의 성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컨대, 내담자의
가족측(어머니)이 상담으로 예방 또는 교정되어야 할 것으로 기대한 것들은
학교를 포기한 남자친구와의 교제 중단,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있은 학교에서의
'불량행동'(87. 6월 - 수업중 잡담으로 교사로부터 뺨을 맞음; 87. 10월 -
교문에서 상급생과 상소리로 언쟁)의 예방, 저녁 외출 후 귀가시간의 준수
등이었다. 가족측이 '위기적' 수준으로 보았던 이 내담자의 문제행동들이 해소된
것이 1차적 성과일 것이다. 그리고 친구집에서의 외박(1회)은 있었으나 6개월
이상 수업을 결석하지 않았고 대학진학의 준비에 관심을 두게 된 것 등은 본
상담의 2차적 성과이다. 고등학교 졸업조차 '난망'으로 보였던 상담 전 상태에
비추어보면 이 2차적 성과가 보다 의미있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담자는 가족으로부터의 거리감, 어머니 및 오빠 관계의 불안정성,
고집스런 개성 및 외부 지향적 관심을 바탕으로 한 충동성 등 때문에 언제고 다시
'문제행동'을 일으킬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담자는 면접의 연장과 가족상담의 필요성을 느꼈고 차선책으로써 평균 이상의
추수지도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았다.

  (2) 내담자에 대한 추수지도
  추수지도는 월 1회 이상의 전화연락 및 종결 6개월째의 추수 면접의 예정 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추수지도는 학교 상황이 아닌 유료상담에서는
쌍방간에 실천 동기가 약화될 우려가 있고, 상담효과의 정착 및 근본적 해결이
아닌 불안정 상태의 지속을 조장할지도 모른다. '언제고 문제가 있을 때 다시
상담한다.'는 종결시의 합의도 상담자 쪽의 별도의 관심이 투여되지 않는 한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결 후 6개월까지의 추수지도 내용과 관련자료는
다음과 같다.

  (88. 3. 9) 상담자가 내담자 집에 전화: 내담자 부재로 어머니와 통화, x와
같은 청소년기 자녀 지도에서 어머니의 입장의 중요성과 노고를 언급하면서 x에게
자율성의 폭을 주면서 계속 사랑해 주기를 당부.
  어머니 자신의 심정 이해와 행동의 지도방법 협의를 위한 면담을 다음 주로
제안. (이 계획은 내담자의 '집안사정이 생겨서'라는 이유로 연기를 통보해
옴[계속 보류상태])

  (88. 3. 16) 상담자가 내담자 집에 전화: 어머니 및 내담자의 부재로 언니와
통화, 전화했음을 x에게 전하도록 요청.

  (88. 3. 23) 내담자 어머니가 상담연구실로 전화: x가 다른 두 학생과 학교
화장실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됨으로써, 학생 징계위의 결정에 따라
'퇴학조치가 마땅하나 자퇴하여 타학교로의 전학을 권고' 받았음을 알려와 "이
교수님에게서 상담을 받아도 소용없다!"는 심정을 토로. 상담자는 전학 권고의
응락에 앞서 새 담임교사와 학생 주임교사 등을 뵙고 보다 교육적인 면에서의
대책을 의논하도록 권고하고 그 결과를 상담자에게 알려 주도록 요청.

  (88. 3. 31) 상담자가 어머니에게 전화: x의 흡연사건에 대한 징계조치로
1주일간 정학을 받았음을 확인, 정학 기간중 수업은 받지 못했으나 등교는
했다고. 사진학원에 다니면서도 눈화장을 해서 "다니지 말라!", "용서 못해,
다니려면 집을 나가서 다니라"는 꾸짖음에 x가 "그렇게 하겠다!"는 식으로 응수해
왔다고. 상담자는 어머니의 실망적 분노에 대한 이해를 표시하면서 부모쪽에서
먼저 자식을 포기하는 결과의 인상을 주지 않도록 노력할 것과 앞으로 다소간의
속상할 x의 행동이 있을 것에 대한 각오를 갖도록 당부. x는 어머니가 "왜
상담자 선생님에게 전화했느냐?"는 항의를 했다고. 며칠간의 냉각 상태 후 x와의
상담 재개 가능성 등을 고려 후 연락을 주도록 권고.

  (88. 5. 14) 내담자가 예고없이 상담연구실로 내방: 당시 다른 내담자와의 면담
때문에 x와의 면접이 이루어지지 않음. "스승의 날 인사를 드리려-"왔다면서
인삼차 상자를 선물로 주고 감.

  (88. 5. 21) 상담자가 서신상담 성격의 편지를 내담자에 우송: 고교생 딸을 둔
가정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연극("표류하는 너를 위하여") 초대권 2매 동봉,
연극 관람 후 답신을 하도록 권고.

  (88. 5. 27) 내담자가 상담자 집에 전화(상담자 부재중): 연극 초대권의 입수를
확인하고, 상담자가 같은 시간대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문의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고.

  (88. 7. 26)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서신: 1회 면접시 작성했던 '실천계약서'의
사본 2매(x와 어머니 회상 참고용)를 동봉하면서, 상담종결 6개월째인 8월
24일경에 상담실에서 재회할 것을 제의.

  (88. 8. 24) 추수면접: 상담성과의 유지 정도를 확인하고 내담자에게 점심을
사주면서 격려.

  (3) 상담과정에 대한 상담자의 사후 소감
  본 사례의 처리과정을 회고해 보면서, 상담자는 상담자 자신의 작업기록 및
상담계획을 충분히 실천하지 못했음을 발견한다. 그중에서도 '실천계약서'
내용의 구체성 결여 및 계약서 사본의 송달 지연, 불충분한 역할연습 후의
숙제부과, 타상담자와의 연구적 사례 협의를 못한 점 등이 부각되고 있다.
  우선 실천계약서에 관해서 말하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상호기대에 따른
실천과정을 촉진하는 유력한 방법(수단)으로서 도입된 것이었다. 그러나 계약서의
내용이 내담자와 그의 어머니가 상호합의한 것이었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내담자의 귀가시간이 저녁 10시까지라는 사실에 내심으로는 납득하지 않았던 것
같다. 즉, 상담자로서는 11시 이후에 귀가하거나 외박을 하던 당시의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하나의 절차로서 우선 도저히 실현되지 않고 있던 '9시 이전
귀가령'을 1시간 연장하도록 조정시킨 것인데, 어머니는 3자 회동에서 그렇게
양해는 했어도 그 시간이 너무 늦다는 일반적 통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담자가 불평했던 것처럼 어머니가 귀가시간에 대한 합의를 저버리고
계속 '압력'을 가했을 것이다. 또한 내담자(실천자 을)가 실천할 것으로 합의된
'매일 약 30분간의 설거지 도움'은 가족성원임을 일깨워줘야 하겠다는 어머니쪽의
강경한 주장을 반영한 것이었지만, 사실은 '매일'이 아닌 1주 3일 이상으로
완화하고 시간도 '가급적 저녁 식사 후'로 명시하는 것이 보다 실천되기 용이했을
것이다. 그리고 타자된 계약서 사본의 송달이 지연된 것은 조수가 없는 개인
상담실에서의 바쁜 상담자의 일과 때문이기도 했지만 분명 상담자의 불찰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피력하고 싶은 사후 소감으로는 역시 10회 면접으로는
불완전한 종결의 사례임에 비추어, 가족상담으로 연결되지 못한 아쉬움이다. 물론
10회 '계약' 회기 훨씬 이전부터 내담자의 어머니와의 개별면담(4회)에서
가족상담(상담자가 내담자 가정으로 출장하여 하거나, 적어도 내담자 - 어머니 -
상담자의 3인 복수면담)의 가능성을 제안했을 때 어머니가 소극적이거나 양가적인
태도로 일관한 배경이 있었다. 이러한 어머니의 태도를 상담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하거나 적어도 내담자와의 개인상담을 5, 6회 정도로 연장시키지 못한 것은,
'그만큼 권유해서 안 들으면 할 수 없다. 스스로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라는 상담자의 평상시 견해(다소 권위적인?)가 작용했을지도 모르겠다.
부모쪽에서 선뜻 응하지 않은 이유의 하나로는, 문제의 책임 중 상당부분이
자기(어른들)쪽으로 돌려짐을 의식하기 시작한 데서 불안과 저항이 느껴졌기
때문으로 상담자는 이해하였다.
  끝으로 이 사례에서의 추수지도 및 면접 외 지도활동에 관한 것이다. 3개월간의
정규상담과정(4회의 무료 부모쪽 상담 포함), 이후 6개월간의 추수시간중의
관심유지와 추수면접이 있었다. 비록, 가족적 위기로 부각되어 상담에 의뢰된
기본 동기인 '며칠씩의 외박, 무단결석 및 부모에 대한 극히 반항적인 태도'는
거의 해소됨으로써 상담의 1차적 성과는 달성되었다고 보더라도 변화과정의
공고화를 위한 연장상담이나 가족상담이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
사례에서의 추수지도만으로서는 결코 문제의 재발 가능성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없는 것이다. 내담자가 상담종료 후 1년 반 동안 1회의 연하장과 2회의
문안전화를 통해 상담자와의 유대를 나타냈으나, 상담자는 바쁜 일정탓으로
생각해 두었던 생일카드의 발송이나 그 이후의 추적 확인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말았다. 아마도 보조인원이 갖추어진 본격적인 상담소에서는 이와 같은 연장된
추수지도 과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사례 7)을 읽고
  (1) 본 사례에서는 상담종결 직전의 내담자의 외박과 종결 후의 흡연사건
발생은 상담연장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어머니의 약속 불이행과 오빠의 또 한
번의 구타는 가족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상담의 연장에 대한
상담자의 제의에 내담자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어머니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으로 해서 상담이 더 이상 연장되지 않았다. 상담자가 상담을 연장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내담자측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럴 때 상담자가 어떤 역할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상담연장에 대한 어머니의 행동변화에 대한 어머니의 적절한 반응을 지도하는
상담이 필요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내담자의 긍정적인 행동변화가
있었으나, 가족들의 무성의한 태도로 추수지도가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내담자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피드백과 어머니의 약속이행을 위한 보다
적절한 상담대책이 필요한 듯하다. (1991년 10월, x대 상담 전공생)

  (2) 10회에 걸친 상담만으로는 외적인 행동의 교정만 된 것같아 문제행동이
다시 재발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상담초기에 작성한 '상호실천계약서'를 보면,
수정해야 할 목표행동을 정할 때 내담자가 스스로 느껴서 호소하는 문제가 아니고
주로 타인(어머니와 교사)이 지적한 행동들을 수정할 것을 목표로 정하였다.
이것이 상담에 임할 때의 내담자의 자율성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된 듯하다. 이
점은 '선생님 때문이 아니라 변화를 해도 내가 할 것이라는' 내담자의 항변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담자에게 숙제를 해주는 것이
상담에 촉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억압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10회 이후에댜 상담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 같은데 10회로
종결한 것은, 내담자에게 미약한 영향만을 미쳤을 것 같다. (1990년 7월 x중학교
상담교사)

  (사례 7)에서의 연구 문제1
  1. 이 사례의 내담자 행동이 과연 그리고 어느 정도로 '문제' 행동인가?
  2. 상담성과의 받침대가 될 내담자의 잠재능력과 자질의 발휘를 보다
촉진하려면 어떻게 했어야 하는가?
  3. 10회 면접에서 "선생님 때문이 아니라, 변화를 해도 내가 할 것"이라는
내담자의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4. 내담자와 어머니의 관계개선 및 부모상담 등에서 노출된 본 사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5. 10회 계약 과정 후 상담의 연장 및 가족상담의 필요성은 상담자의 비현실적
인식인가?
  6. 2월 말의 10회 종료 전 내담자의 외박과 3월 초의 흡연사건은 상담의
종결과정에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가?
  7. 본 사례의 과정은 시중 '유료상담소의 모형'의 맥락에서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2. 대학생 상담사례
  2. 1. 대학생 상담의 특징 및 유의점
  대학에서의 상담은 원칙적으로 대학생을 그 대상으로 하므로 대학생의 발달
특징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없이는 대학에서의 상담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는 우선 대학생의 발달적 특징에 관해서 간추려
보기로 한다.
  먼저 대학생은 연령적으로 청년 후기에 속한다. 청년기란 발달과정에서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일생은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노년기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 시기들은 모두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일생과 그
사람의 사회에 대한 공헌을 평가하려 할 때 그 공과의 기초가 마련되는 시기가
청년기이다. 실제로 가치 있고 창조적인 일을 하는 시기는 장년기이지만 청년기에
확립되는 성격, 인생관 및 가치관은 장년기 활동의 기반이 될 것이다. 유년기나
소년기의 경험은 청년기의 경험과 통합되어 개인적 성격으로 형성되어 간다.
그리고 청년기에서 형성되는 개인적 성격이 장년기의 결실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리 나라를 포함하여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인구에 비해 대학생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급격한 증가를 보여왔다. 지난 수십년간 대학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히 대학의 질이나 교육목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육은 더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되는 요건이 되며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는 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현실에서 좌절당하는 수도 많다. 즉,
졸업이 좋은 직장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며, 불경기 때문에 예측했던 좋은
직장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대학과 정부간의 가치관의 마찰
때문에 대학생활중에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대학
내에서 대학생 상담의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대학에 입학을 하면서 신입생들은 갑자기 다양한 환경에 접하게 된다. 개개인의
소양이 행동으로 표현되는 기회가 많아지며, 종교, 가치관, 인생관, 정치적 견해
및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대학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자극들은 대학생에게 배울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다양성은 너무 갑자기 한꺼번에 엄습함으로, 미처 받아들이고 이해하기도 전에
혼란을 줄 수 있고, 좌절감과 심한 불안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대학 신입생들은 비교적 단조로운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은
기독교 이외의 종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좋았고, 입시준비 때문에 실제로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었으며 기회도 적었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각종 공개강좌는
기독교인인 대학생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불교강좌나 회교강좌에 가도록
자극하며, 불교나 회교가 결코 가치 없는 공허한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혼란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시일이 지나면, 다시
심리적 평온을 찾을 수는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학생은 과거의 경험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혹은 지금까지의
경험이 새로운 환경에는 부적당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학업면에서나 운동, 음악감상과 같은 여러 가지 취미활동에서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다른 학생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며 열등감에 빠지기도 한다.
  대학 교정에서 대학생들이 당면하는 문제들은 이렇게 다양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가 상담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당면하는 주요
문제들로는 학업 외에 이성교제, 교우관계, 부모로부터의 독립, 진로문제 등이
있다. 특히 중고등학교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학업문제가, 대학입시라는
경쟁을 통해 길러진 비슷한 학업성취도를 가진 학생의 집단 속에서는 또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게 되며 오히려 교우나 이성관계 문제가 보다 큰 문제로 대두
되기도 한다. 이와 아울러 전공 분야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 상황하에서의 전공과
적성, 흥미 분야 그리고 취업간의 갈등, 군입대 문제, 제대 후 학교 상황에서의
재적응, 배우자 선택이라는 여러 가지 과제에 당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 상담에서는 이러한 대학생의 발달과업에 대한 이해와 독특한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2. 2. 대학생 상담사례
  이 사례는 대학생들이 흔히 호소하는 대인관계의 불편함을 주로 다룬 사례이다.
이 사례의 내담자는 대학생다운 언어능력과 사고능력이 구비되어 있었으므로,
분석적 기법이나 대인관계에서의 행동개선을 위한 역할연습도 효과적으로
적용되었다.
  다음에는 분석적 기법이 적용된 과정을 보다 잘 살펴볼 수 있도록 전 회기분의
상담을 요약과 축어록을 섞어 제시하였다.

  (사례 8) "남의 눈치를 보는 나 자신이 싫다!"
  1. 내담자의 인적사항 및 상담동기
  내담자는 대학교 3학년의 여학생으로 학생생활연구소에서 자아 성장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8주)에 참가한 후 내담자가 스스로 개인상담을 신청함으로써
시작되었다.
  2.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
  "사람들 만나는 게 불편하다.", "기분이 우울하고 친구들 만나는 것이
두렵다.", "친구들에게 무척 잘해주는 데 친구들이 그만큼 안해주면 섭섭한 걸
남들보다 더 쉽게 느끼는 것 같다.", "결정을 못하고 소극적이다."
  3. 가족사항: 부(52세, 농사), 모(49세, 농사), 오빠(26세), 내담자(23세,
대3), 여동생(18세), 여동생(14세)
  4. 상담목표와 계획
  목표: 친구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의 불편감을 해소한다.
  계획: 대인관계의 불편함이 생겨나는 원인을 가족 내의 감정전이 관계에서
탐색한다. 이 과정을 정신 역동적인 관점에서 단기상담으로 접근한다.
  5. 상담과정
  (1회: 19xx. 9. 18)
  내담목적, 문제의 진술, 가족관계 조사, 상담의 구조화, 상담목표의 설정 후,
내담자가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이유를 탐색(내담자를
싫어하게 될까봐, 즉 거부당하는 걸 못견뎌 하기 때문).
  다음 면접까지, 가능하면 친절이 지나치다 싶은 행동은 줄이고 먼저 불필요하게
말을 걸지 않도록 노력해 보기로 합의하였다.

  (2회: 19xx. 9. 25)
  친구들과 있어도 말을 하려다가 눈치보고 지나치게 또 친절하게 구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만히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엠티(MT: 교외에서의 숙박
단합대회) 갔다오다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불안했는데 먼저 말하지 말아야지
하고 참고 있었다. 내가 안하면 다른 사람이 먼저 말을 하니까 어색한 분위기는
덜했던 것 같다.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 안해줘도 될 것까지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냥 먹을 거라도 내가 안 먹고 남주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에도 청소같은 걸
미리 다 해 놓거나 부모님이 좋아하실 쪽으로 행동 많이 했다. 거의 모든 걸 혼자
알아서 하다시피 했는데, 이상한 것은 그러면서도 적극적으로 판단력이 강하지
못하고 의존적이다. 어떤 학교를 선택하면서도 네 뜻대로 해라 이런 식.
그러면서도 결정을 못하고 항상 망설이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상황의 탓을 많이 한다.
  얼마 전에는 시간이 급한데 선배가 차 한잔 사주겠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약속이 있다고 말을 못해서 가긴 갔는데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았고 너무
답답했다. 남자친구들한테도 마찬가지다. 편지가 오길래 그냥 답장해 주었더니
단순한 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편지가 오고 나도 확실히 이 사람이 아니라는
결정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진짜 싫어 하는 사람이다 싶으면 쉽게 결정을
내리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자주 이 사람 저 사람 비교하게 된다.

  (3회: 19xx. 10. 5)
  (녹음불량 부분을 생략)
  내3: 그런데 선생님이 저번에 뭐라셨냐 하면 어느 때 좋은가 그걸 생각해보라고
하셨는데 생각해 보니까 다 저를 위해서 해줄 때만 좋았던 것 같아요. 신경써
준다거나 뭐. 그럴 땐 좋은 것 같애요.
  상3: 응, 어떻게 하면 신경써 주는 것 같은가, 관심가져 주는 것 같은가요?
  내4: 그러니까 아프다고 그럴 때 약을 사준다거나 저는 그럴 때가 기억에
남아요. 윗집에 또 아는 선배가 있어요. 같은 써클인데 좀 친했거든요. 왔다갔다
가까우니까 밤에도 돌아다니고 놀고 그랬거든요. 친해졌는데 그러니까 저는 부담
없이 대했는데 이젠 그런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제가 여자로 보인다고. 그래서
어느 때는 신경이 쓰였어요. 그래도 어느 선을 그어놓고 놀았으니까, 그게
계기라면.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그러니까 지금 꼭
선택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더 좋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상4: 그러니까, 이 사람 저 사람 가까이서 많이 보게 되니까 다른 사람들, 다른
면이 있는 거구나. 그러면 내가 너무 일찍 선택한 것은 아닐까. 지금 남자친구는
군대가고 아무도 없는데 그런 기분이 들겠구나. xx는 별 관계 아니니까 같이
놀러다니고 얘기하고 자연스럽게 대하고. 그런데 여자로 본다 한다면은 나한테
그런 낌새를 주는 어떤 면이 있는 건 아닐까...?
  내5: 저한테요?
  상5: 그런 생각은 안해봤나.
  내6: 전 특별하게 그랬다는 생각은 안해요. 제가, 저는 제가 누구한테나 하는
방식으로 대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오해를 하는지 어쨌는지
이상해지더라구요.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어요. 제가 잘못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저는 누구나 대하는 방식으로 대하거든요. 그러니까 특별히 그런 식으로 대하진
않는데.
  상6: 응. 특별히 그런 식으로 대하진 않는데. 누구에게나 대하는 그런식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 그러고 내마음이 정말, 정말
이 사람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으로 대했을 까? 아주 미묘하게 내게서 멀어져
가지 않도록 하는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내7: 예. 제가 좀 거절을 못해요. 그러니까 무슨 부탁을 하거나 하면 대부분
들어주거든요. 예를 들면, 늦게 놀러오거나 그랬을 때 아주 늦었으니까 다음에
놀러오라고 그럴 수 있는데, 그러니까 저는 계속 그렇게 대하니까 그래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애요.
  상7: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고...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나 자신이
태도야 친구같이 대하고 편하게 대하고... 그렇기는 하지만, 내 밑바닥에 깔린
것은 떠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 곁에서 맴돌아 주기를 원하는 게 아닌가. 그게
남자로선지 친구로선지 그런 구분조차 내 마음엔 없이... 분명히 해서 그
맴돌기가 끝나는 것을 내가 원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내 곁을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데 누가 날 좋아해 주지 않는다는 걸 견딜 수 없고, 그런 마음이 나를
아무도 거절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얘기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네.
  내8: 응, 저도 그런 것 같애요. 제가 좋아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먼저 사람과 친해지는 경우가 드물었거든요. 상대방이 저한테 관심을 가지면 괜히
좋아요. 좋다가 나한테 서운하게 했다 그러면, 싫고 그랬거든요. 그런 게 다...
  상8: 그렇지. 내가 어떤 사람을 진짜 좋아하는 것도 있고. 남이 날 좋아하는
것이 좋은 것도 있고... 그러면 지금 군대간 친구 말고 윗층형이라고 했나. 그
친구, 그 사람이 좋은 건가...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게 좋은 건가.
  내9: 좀 괜찮다고 생각은 했는데 또 그러니까 좋은 것보단 호감이 가요. 그런데
요새 와선 그렇게 안 친하거든요. 그러니까 서로 만나는 일도 없고. 어제는
기분이 나빴어요. 놀러갔는데 기분 나쁜 소리를 했어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써클 얘기였는데 기분이 나빠서 그냥 왔거든요. 그런데 의식적으로 절 좀 피하는
것 같아요.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그러니까 어떤 이유인진 잘 모르겠는데,
요즘 저희집엔 절대 안 오거든요. 요새 안 오고, 어제는 가니까 그렇게
반가워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조금 앉아 있다가 왔어요.
  상9: 응. 그 사람이 그렇게 변해 버린 게 속상하지 않아. 지금은.
  내10: 예. 속상해요. 그러니까 너무 갑자기 그렇게 발걸음을 끊고 신경을 써야
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갑자기 그런다는 게 말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더 이상하더라구요. (오랜 침묵)
  상10: 상당히 그 친구가 좋아질려고는 그랬었구나. 자주 오고가고 하면서.
  내11: 예. 의식 못했지만, 안 보이면 보고 싶고.
  상11: 생각이 그쪽으로 쏠려 있으니까 군대간 남자친구에게 편지쓰는 건 좀
뜸해지고. 지금 이웃 선배에 대한 그 감정을 감별할 수 있겠어요?... 아직은 안
되겠다, 화가 나 있으니까.
  내12: 예. 그래서 제가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인물일까... 아닌 것 같더라구요. 뭐 제가 그렇게 좋아할...
  상12: 가까이서 자주 오고 가고 하면서 xx에게 신경써 주고, 아무도 없을 때,
그게 좋았겠구나.
  내13: 예. 같이 다니면서 놀고.
  상13: 면회갔을 때. 그 때 얘기를 좀 해보자. 무슨 애기를 했고.
  내14: 면회를 친구랑 같이 갔잖아요. 그런데 친구하고만 얘기를 하는 거예요.
나한테 얘기를 안하고 걔만 쳐다 보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같이 길을 한참 걸어
갔어야 했는데 그래서 그만 가야 되겠다고. 원래 한두 시간 만나고 갈려고
했어요. 그래서 화가 났었어요. 물론 걔를 생각해서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상14: 기분이 나쁘지요.
  내15: 예. 간간이 섞어서 하긴 하는데 저도 알지만 그게 화가 났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별로 한 얘기가 없었어요. 그냥 뭐 여러 가지. 그애에 대해서 물어보고
그런 얘기만 하고. 둘이 있을 땐 얘기를 잘 하는데 여럿이 있을 땐 저한테 얘길
잘 안해요.
  상15: 그런 것들 기분이 나쁘지요.
  내16: 예. 너무 어색하잖아요. 자연스럽게 해도 되는데.
  상16: 어색해서 그럴까. xx를 여러 사람 앞에 특별한 인물로...
  내17: 그런데 어느 정도는 오히려 그게 더 눈에 뛸 수가 있잖아요. 말 한마디도
안하고 그러는 게.
  상17: 남에게 어색해 보여 기분이 나쁜 건가, 날 대접 안해주는 게 기분이 나쁜
건가, 어떤 게 더 기분이 나쁜건가.
  내18: 오히려 저한테만 얘기해도 싫을 거예요. 그런데 너무 또 안하는 것도
저도 그런 건 싫은데. 저하고만 얘기한다거나 그런 건 싫은데. 그러니까 제가 좀
서운했던 게 같이 다녔을 때도 여기 있을 때도 남을 의식을 많이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같이 다니고 그런 것을. 저도 여러 사람 앞에서 손잡고
다니는 것을 그런 것을 애초에 싫어하니까, 남을 의식을 많이 하니까, 저도 그런
것이 싫었지만, 요즘 그렇게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그게 진짜로
좋아한다면은 남을 의식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제가 못하면서도 그렇게 바라게 되요, 상대방한테.
  상18: 의식하는 것, 그러니까...
  내19: 진짜로 나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상19: 응. 나는 그 진짜로 좋아할까 하는 생각, 정말 좋아한다면은 남을
의식할까. 남을 위해서 더 신경을 쓰는 거지. 내 감정을 상하면서까지... 하는
느낌도 있었을 것 같고, 남들 앞에 굳이 별 사이가 아닌 것처럼 보일려고 그랬을
거고,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헤어질 의사가 없고 미래까지
생각하는 걸까 하는 그런 의심도 있었을 것 같애요. 미래에 대한 의심이지. 현재
진짜 좋아하는가 안 좋아하는가도 있지만 미래에 헤어지게 될까봐 대비하는 게
아닌가.
  내20: 그러니까 제가 언젠가 면회를 갔었는데 뚜렷한 느낌이, 저를 믿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니까 그런, 남자들의 대부분이 군대가면서 느끼는,
언젠가는 변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나는 그래도 생각을
하면서 있었는데, 저를 믿지 않았는데 이젠 확실하다 이런 걸 느끼게 한 적이
있어요. 어떤 상황인지는 뚜렷이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나를
믿지 않았구나, 어쩌면 나를 시험한다고나 할까.
  상20: 응... xx가 떠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단 말이지요. (예)
근데 xx가 참 감정이 억압되어 있구나. 늘 xx는 표현의 문제같이 얘기를 해서,
표현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 그런데 감정 자체가 굉장히 억눌려
있어서 xx 자신이 그것을 알아보기가 참 힘들것 같애요.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단
말이예요. 그런데 화가 난다. 기분이 나쁘다. 그런 것들은 많이 표현하는데,
그것은 보다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좋다. 사랑한다. 이런 긍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xx가 느끼기를 굉장히 두려워하는 것 같애요. 그러고 xx 자신은 구별을 하고
싶은데 모르겠구요.
  내21: 어떤 강한 자극이 있을 때는 알겠는데, 그러니까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감정이랑 진짜 우러나오는 것은 틀리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대부분 누가 뭐래도
싫지가 않아요. 특별하지 않을 경우, 그런데 어느 때는 정말 싫을 때가 있어요.
괜히 그것은 머리 속으로 싫어서가 아니라 진짜로 싫어서, 그 때는 행동을 똑바로
하겠어요. 싫은 식으로. 내가 싫으니까 행동해야겠다는 식으로 하는데, 딴 때는
안 그래요. 잘 모르겠어요. 내가 머리 속으로만, 아 이러면 기분 나쁘지. 이런
생각만 들어요. 또 남들에 비춰보길 잘해요. 남들이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감정을.
  상21: xx같은 경우엔 부정적인 감정은 좀 나와요. 변별도 하고. 근데 좋다,
사랑한다, 이런 것을 자기 자신이 볼 것을 굉장히 두려워 하는 것 같애. 이것은
곧 미래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고, 다시 말해서 사랑을 나중에 잃게 될까봐 지금
좋다는 것을 알았는데 나중에 그게 깨지면 내가 산산조각이 나버릴 것 같은 그런
불안. 하여튼 좋다는 것을 굉장히 못 받아들이는 것 같애.
  내22: 예. 그래서 남들이 일상생활에서 보면 조그만 것 갖고도 웃고 얘기하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저는 다 하찮게 보여요. 그러고 어떤, 저는,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좋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안 좋은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되요. 그러니까
겉으로는, 아 그런가보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속으로는 전혀 좋은 걸 못
느끼겠어요.
  상22: 응. 그러니까 좋은 걸 좋은 줄 못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좋은 걸
느꼈다가 깨질까봐 하는 불안 때문이 아니냐구요.
  내23: 그래서 제가 애써서 표현을 했어요. 아, 이거 무척 좋다. 그랬는데
상대방이 그렇지 않다고 부딪친 거예요. 그게 뭐가 좋아 그런 식이랄까. 그래서
어느 때는 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단순한 거래도 용기를 내어서
얘기한 거였는데 안 그렇다고. 친구가 저랑 좀 반대인 친구가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물건을 사러가도 난 이게 좋은데 말을 못하는 거예요. 제 친구는 분명히
아니라고 그럴거니까. 뭐 옷을 본다거나 그래도 아, 난 저게 예쁘다고 그러면
아니라고, 자기는 이게 낫다구. 그래서 저는 직접적으로 내 주장을 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난 저게 괜찮은데, 뭐 그냥 그런 식으로만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상23: 기분이 나쁘겠다... 답답하기도 하고...
  내24: 나같으면. 그래도 아 그래 이렇게 자기 맘에 안 들더라도, 어 그게
좋은데 나는 이게 더 좋다는 식으로 좀 동조를 해줄 수도 있는데. 그냥 한마디로.
  상24: 꼭 동조가 아니어도 좋지요. '너는 그게 좋구나, 나는 이게 좋아.'
이렇게 해도 좀 다르겠지.
  내25: 그러니까 그래서 이게 좋다. 그러면 그래 너와 나는 틀리니까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 데도, 그래도 저는 좋지는 않아요. 그게 남한테 눌려졌다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게 많았어요. 친구랑 같이 제 옷을 산다고
치면 제 맘에 드는 것보다도 오히려...
  상25: 걔가 좋다는 것.
  내26: 걔가 괜찮다고 오히려 저거다 주장을 강하에 펴면 내 것을 살 수도
있는데 그렇게 못하니까, 난 이게 좋아도 딴 것을 갖고 와서 이게 어때서 좋고
잘맞는 것 같고, 그러자면 또 그런 것 같고, 그러니까 그렇게 되요. 그러니까
결정을 잘 못해요.
  상26: 결정을 잘 못하는 것보다, 결정하는 데 있어서 남의 결정을 잘
따르는구나. 그런 점도 좀 변해야 되겠네.
  내27: 예. 남의 말에 그래야 될 거라고 수긍해야 되는 게... 이젠 나하고 좀
틀린 점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쪽으로 이해를 하는 거예요. 남의 말이 옳다는
것을 내 스스로가 이해를 시키는 거예요.
  상27: 나한테 설득시키는 거지요. 왜 그럴까...
  내28: 그러니까 내가 내 뜻을 못 펴니까, 받아들일 입장이라면 그냥은
못받아들이겠으니까.
  상28: 아니 왜, 주장을 안하고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애를 쓸까?
  내29: 거기에는 제가 표현을 못한다는 주장적이지 못한 것도 있고 저는 남의
의견도 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러 가지 생각, 저는 친구랑 가다가 여럿이
가다가 제 뜻이 강해요. 말하는 게,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한 번 얘기를 해요. 그러면 아니래요. 그냥 자기 뜻이 강하다고 그러면 그냥
마음의 문을 닫아버려요. 걔 뜻만 받아들이지 않고 내 뜻만, 저게 옳지 않은데
어쩌면 저도 강하고. 상대방도 강한 것 같은데, 그냥 들으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상29: 응. 그러니까 내 의견을 피력해 주지를 않는다는 얘기군요.
  내30: 내 얘기를 해봤자 안 들을 건 뻔하고 괜히 헛수고 할 필요 없다. 이런
식이 되버리거든요.
  상30: 피력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31: 그러니까 자신이 없죠. 어쩌면 상대방과 싸우는 입장이잖아요.
  상31: 싸우면 어떻게 되나요?
  내32: 안 좋겠죠 뭐.
  상32: 뭐가요?
  내33: 친구랑 사이가...
  상33: 그 친구랑 사이가 안 좋다. 안 좋으면 어때요?
  내34: 기분이 나쁘잖아요.
  상34: 사이가 좀 안 좋으면 어때...
  내35: 제가 또 그렇게 싸우고 나서 처리를 잘 못해요. 그러니까 미안했다고
그러면서.
  상35: 안 그러면 어때요? 미안하지도 않은데...
  내36: 한 번 볼 사이도 아닌데...
  상36: 안 보면 되지 뭐, 그래 너는 가서 네 일 해라, 나는 내 일 할테니까.
그러면 어떠냐구요.
  내37: 글쎄. (침묵)
  상37: xx씨가 불편하겠다. 마음이, 왜 마음이 불편할까.
  내38: 그러니까 나를 의식할 것 같고.
  상38: 의식한다는 건 어떻게?
  내39: 나쁜 쪽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일 것 같애요. 나를
안 좋게 생각할 것 같애요.
  상39: 맨 첫번째로 올라가요. 단계별로 내려왔지만 xx가 주장을 하면 충돌이
생길 거고 만약에 충돌이 생긴다면 저쪽에서 xx를 나쁘게 생각할지 모른다.
  내40: 예. 지금 뭐 같이 다니고. 친하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나는 게
있는데. 친한 친구가 같이 다니는데. 그 때는 남은 그래도 생각해서 한마디 하면,
그 애는 자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마디로 해요. 네가 말한 건 그게 아니라
난 이렇게 생각해. 뭐 안 좋은 것 같애, 이렇게 말하면, 난 아닌 것 같애, 이렇게
딱 말을 하거든요. 그러면 저는 갑자기 한 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좀 뭐라고 그럴까. 기분이 안 좋거든요. 그러면서도 얘기를 못하겠어요.
아 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고 말할 때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말하게 되요.
  상40: 내 감정이 표현되지 못하고.
  내41: 예. 그 애한테는 가장 두렵다고 그런 거는, 걔는 딴 애들, 친한 애들이
많아요. 어쩌면 나보다 더 친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이 가장 커요.
  상41: 나보다 더 친하다는 것은 나를 덜 좋아하게 된다는 거지요. 싫어하거나
덜 좋아하거나 사랑해 주지 않거나.
  내42: 예. 저한테는 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이렇다면 저는
가까운 친구가 없어진다는 거죠.
  상42: 잃는다는 거네요, 또. 내 곁을 떠나는 거네. 주장을 못하는 것, 누가
좋은지 모르는 것, 누구에게나 잘 해주게 되는 것은 장점같지만, 전부 한
가지에서 나온다구요. 날 사랑하지 않게 될까봐. 내게서 없어질까봐. 떠나
갈까봐. 그것을 한 번 찾아봅시다. 앞으로는. 그 불안,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 되고. 응 내 곁에 있던 사람은 안 떠났으면 좋겠다는 그 불안이
어디에서부터 생겼는지... 그때 잠깐 떠올렸었지요. 엄마한테 충분히
엄마로서 사랑을 못받고, 그런 거하고 관계가 있을지. xx이 나름대로 연결을 한
번 시켜봐요. 그게 해결이 되야지, 좋다 싫다고 될 거고 미래에 떠나가고 변하고
헤어지고 깨지고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두렵지는 않을거야.
  내43: 그런데 저는 그 두려운 것조차 잘 느끼지를 못하잖아요.
  상43: 그렇지. 오늘 한 얘기를 잘 기억해 봐요. 이 테이프를 xx한테 줄께요.
무슨 얘기 했었는지 다시 한번 들어보고 그러고 이게 또 단서가 될지 몰라요,
생각하는데. 이렇게 내가 몰아가지고 왔지만, 주장을 하면 어떠냐, 싸우게 될
거다. 싸우면 어떠냐, 안 보면 그만이지. 불편하다. 불편하면 어떠냐, 그 애가
딴 애들한테 나에 대해서 안 좋은 소리를 할 것 같다. 즉, 나를 안 좋아하게 될
거다. 싸워서 불편하면 싸웠을 때 내가 불편한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되고 다른 사람도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다.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밑바닥에는
남들이 나를 싫어할가 하는 게 깔려 있는 거구요. 내가 너무 빨리 해가지고, 아마
xx한테 충분히 수긍이 안 갈 것 같으네요.
  내44: 사실은 이젠 그 원인이 가장 어렸을 때 그래서 저한테 있다는 것도
인정하는 게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가정에 대해서 열등의식 같은 게
있어요. 그러니까 남한테 창피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얘기를 좀 안하는
편이예요. 가정에 대해서 인정하고 싶지가 않고 얘기를 잘 안해요. 좀 얘기하기가
힘든 것 같애요.
  상44: 그 힘든 걸 같이 느끼겠는데요. 지금 xx하고 세 번 만났는데 처음에
만났을 때 아주 힘들게 엄마 얘기가 아주 조금 나오다가 한 번도 안했다구요.
(예) 그러니까 내가 모든 걸 다 얘기하리라 하는데도, 그런 자세로 xx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입이 안 떨어졌을 때에야 얼마나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내45: 예. 그냥 묻어두고 싶은... 그래서 저번에 집단상담 할 때도 사실
집안얘기 할 때가 제일 싫었어요. 못하겠더라구요. 저는 그 잘하는 애 있었죠.
참 신기했어요. 저는 그런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그 때는
제가 진실되게 얘기를 못했어요.
  상45: 응. 그래요, 그것도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예요. 우리 이 얘기를
연결지어서 다음에는 좀 집안얘기도 좀 하고 그럽시다. 지금은 현실 얘기가
나왔으니까. 그것하고 옛날하고 어떤 관련이 있는가. 열등하지 않아도 될 것은
이제 처리하고...
  내46: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안 돼요.
  상46: 그 심정 알지요, 이젠 그런 거 정리하면 좀 편하게 될 거예요. 생각이
아니라 감정으로 될테니까. 그 작업을 좀 합시다.

  (4회: 19xx. 10. 12)
  (첫 부분이 생략됨)
  내4: 집에 혼자 가야 되잖아요. 써클룸에 들리고 그랬는데. 집에 갈 생각을
했는데, 혼자 가는데 날씨도 춥고 기분이 안 좋더라구요. 갈 때까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 같다는.
  상4: 혼자 버려진 느낌...
  내5: 그래서 막 저는 걸음이 빠르거든요. 그런데 어제 같은 경우에는, 생각해
보면 걸음 빠른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사람들을 피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은,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상5: 어저께 언제부터 기분이 나빠졌어요?
  내6: 수업 끝나고 집에 갈 때 과사무실에 잠깐 들렀었는데요. 아, 내일
시험보는데 노트를 보여 달라고 그랬어요. 친구한테 그랬더니 별로 관심을 안
둬요. 그래서 그냥 나와 버렸거든요. 딴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그러길래 그냥 혼자
나오는데 그래서 더욱 나빴던 것 같애요.
  상6: 그게 기분을 나빠지게 했구나.
  내7: 친구가 저는 그래도 신경써 주고 싶은 친구인데. 오면 '왔냐' '앉어',
하고 그래야 되는데. 물론 평소 때는 같이 안 다니고 그러더라도... 딴
사람들보다 특별한 관계이길 바라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구요.
  상7: 응, 그렇게 대하지를 않는 것 같다구...
  내8: 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반응을 할 때 그렇게.
  상8: 응. 그럼 어저께만이 아니라 늘 그래요?
  내9: 예. 그러니까 딴 친구들. 친한 친구들하고 집에 같이 가거나. 뭐 그런데
뭐 집에 갈 때나 같은 경우에도 같이 가자거나 그럴 수 있고. 생각해 준다는
인상을 못 받겠어요.
  상9: 응. xx의 그 친구에 대한 기대가 불합리한 거예요? 걔 자체가 그렇게 좀
반응이 그런 거예요...? xx가 생각할 때 어디에 더 문제가 있는 것 같은가...
  내10: 그런데, 그게 제가 그랬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러니까 좀 친했을 때 그런 반응을 했으면 됐는데, 제가 또 딴 친구랑
매일 같이 다니고 그러니까. 의례적으로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잖아요. 어, 걔랑
같이 가겠구나. 뭐 그러니까 자기는 매일 같이 가는 친구랑 가고.
  상10: 그러니까 새삼스럽게 xx한테 같이 가자 그럴 게재가 아니란 말이지요.
  내11: 예. 그러고 전 방향이 매일 틀렸으니까. 딴 데 갈 때 있고 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도 전 마음 속으로는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집에를 자주
놀러 간다거나. 그런데 걔는 원래 놀러 다니지를 않아요. 그런데 얘기는 안했지만
우리집에 놀러도 오고 그러길 바라거든요. 그런데 그게 어떤 면에서는 제가 가기
싫으니까. 대신 그 어떤, 서로 주고 받는 게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상11: 응. 그 애는 놀러를 안 다니는구나. 오면은 할 수 없이 맞이하기는
하지만. 아니면 우리집에 가자 하고 몰려도 가요?
  내12: 예. 그러기도 하죠, 친구들끼리. 가면은 친구들도 많고 그래요. 그래서
더 안 가는지도 모를 거예요. 집이 가깝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뭐 심심하거나
그러면 생각이 나요. 그러면 한 번쯤 들러보고 그러는데. 왜 걔는 그런 생각이
안 들까. 그런데 집에 있으면서도 안 그럴까... 그 생각. 저를 그만큼 안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상12: xx같은 기분이 안 드는 걸 보니까 내가 저를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만큼
저는 안 그런 것 같으다. (예)
  내13: 그러고 가끔 집에 놀러 가고 그러면 친구들도 많고 그러는데. 다 우리
과죠. 우리 과 애들인데도 이렇게 대하는 게 약간 뭐라 그럴까. 친한 친구보다
약간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애요. 그래서 참 서운할 때가 많아요. 그 애가
자기가 지금 할 일이 있다거나, 자기가 지금 누구랑 더 좋은 사람이 있다, 그러면
가는 걸 참 안 반기는 것 같애요. 그래도 저같은 경우는, 으례 오면은
들어오라든가 뭐, 그래도 반가운 척이라도 해야 되지 않나. 그런데 저는 그게
오래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걔에 대해서.
  상13: 걔는 더 정직하구나, xx보다. 안 반가우면 안 반가운 척하고 안가고
싶으면 안 가고.
  내14: 예. 그런 것 같애요.
  상14: 응. 그런데 걔가 좋아요? xx는 걔한테도 대우 좀 받고 싶어요?
  내15: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그런데 그러니까 그런 점들이 안 좋아요.
  상15: 그 애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 xx는 왜 그렇게 걔를 챙기지...?
  내16: 응. 그게, 대하기 편하고 그 애도 신경써 주거든요. 그러니까 한 때는
되게 친했었어요. 그러니까 지금보다 초기에는. 그런데 계속. 지금 상태는 그렇게
친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데... (침묵 6초) 그것도
제가 볼 때는 한 사람이라도 내 곁에 두고 싶다는 그런 생각 같아요.
  상16: xx는 아무도 못 버리는구나. 여자고 남자고. 좋건, 좋지 않건.
  내17: 저는 제 주위에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
그러는지도 모르죠. 없다고 생각하니까. (침묵)
  상17: 응. 애들과 모두 친해야 되네요.
  내18: 그래서 너무 오랫동안 안 만났다는 느낌이 들 때. 그러니까 주말 같은
때도 집에 있다가, 아, 이런 때 가봐야 되겠다.
  상18: 너무 오래 안 만나면 어때요...?
  내19: 그러니까 잊혀질 것 같잖아요.
  상19: xx가?
  내20: 저한테도 그렇고.
  상20: 잊혀지게 된다는 말이지요. 그러면 어때요? 친하지 않으면, 떨어져
나가면 어때요, 좀 버리지요, 인제. 친한 친구한테는 필요한 친구죠? xx한테.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같이 있을 때도 그렇고... 그런데
반기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내21: 지금 생각하면 만났을 때, 제가 맞춰주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뭐,
하나의, 내 마음의 문을 닫고 걔 말만 들어주고. 원래 또 자기 얘길 잘하는
편이니까. 그런 것, 내 얘기는 안하고 그냥... 얘기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랑
재미도 없고. 그러니까 고민을 얘기 못하는.
  상21: 그러니까 대화가 아니고, 제 얘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그러면 재미
없지요.
  내22: 그렇죠.
  상22: 그것을 왜 그렇게 못 버리고 쥐고 있어요?
  내23: 그래서 그게 어쩌면 지금 더 멀어지게 했는지도 몰라요. 예전보다는.
  상23: 응, 재미없는 것.
  내24: 예. 그것도 있고. 나랑 틀리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갖게 하니까,
그런데... (침묵)
  상24: 버릴 수 있을까?
  내25: 글쎄요.
  상25: xx가 결국 걔를 찾아 가고, 그래도 특별하게 말이래도 걸고, 그러는 거는
내가 너를 아직 잊지 않고 있다, 너한테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를 통해서 걔의
관심을 너의 우정의 표시로 받아내려는. (예) 그런 마음 아니예요. 그러면 내가
그럴 만큼 그 친구가 필요한 존재인가. 그냥 친한 친구랑 다니다가 엠티같은 데
가서는 같이 얘기하고 오면 되는 게 과친구들이지.
  내26: 그러니까 제가 원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미리.
  상26: 그럴 필요 없지 않은가... 주로 학교에 오면 둘이만 다니나?
  내27: 요새는 많이 나아졌는데. 옆에 사람과 얘기도 하고. 저는 그게 무척
심했어요. 초에는 모르지만 인상이나 봐서 나랑 친하지도 않고 그러면은 아예
마음을 안 주는 거예요. 얘기할 때도 의식적으로 하고 그래서 지금 별로 얘기
안하던 사람과 지금 얘기해 보면 의외로 그냥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그래서 놀라는
경우가 많거든요. 뭐 같은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공통적인 얘기 진지하게
얘기할 수도 있는 데 저같은 경우는 대충 한다거나 그랬는데, 그냥 별로 말
안하던 애도 만나서 우연히 자리가 되서 얘기하면 얘기가 참 잘되고 그게 잘
들어주고 그러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친한 애들도 따로 있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서 그러니까 그것과 모두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상27: 응. 그러니까 언제든지 기회가 주어지면은 여러 아이들하고 갖자 자기의
얘기를 하는 시간도 참 좋다. 그런 얘기를 많은 사람들한테 xx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해도 되는구나.
  내28: 예. 그래도 되는데 저는 우선 뭐 옆에 앉거나 그래도 뭐 얘 나랑 친한
앤데? 아닌데? 이런 생각이 먼저 들고. 그리고 괜히 부담을 갖고 그랬었거든요.
그 아이 잘 보일 것도 없고. 그냥. 나름대로. 그 여자친구한테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잘 보일려고 그랬던 게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은데, 그러니까 약간
감추고 그러는 게 많았던 것 같애요.
  상28: 어떤 얘기를 하다가 내 약점이나 그런 것들이 나올까봐 관두고, 삼가는,
좋은 면만 주로 보여주고.
  내29: 예. 그러고. 친한 애들하고만 더 얘기하고 뭐 옆에 앉아 있어도 그래도
나랑 얘기를 많이 했던 얘하고 더 얘기를 하게 되요. 그런 것을 부담으로 느꼈던
것 같애요.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애요. 내가 모르니까 그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얘기를 하고 뭐. 그리고 얘기를 많이 해보지도 않았는데. 아, 나에 대해서
잘못 생각할 수도 있고.
  상29: 그런 것들이 걱정이 되죠. 지금은 자연스럽게 xx가 얘기할 수 있어요?
  내30: 예. 인제는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제도 별로 친한 애들이
아닌데 그냥 했어요. 몇 명 안 듣는데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아 그렇게
의식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상30: 그러니까 나 보여주기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구나. 가끔씩 드러 내놓기.
  내31: 예. 좀더 솔직해진다고 그럴까요?
  상31: 그래요. 그런 변화가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저번에 우리 집단상담
하면서도 xx는 거의 앉아서 듣기만 했잖아요. 억지로 시키면 말을 했지만, 또
xx가 얘기하는 것은 깊이 있는 얘기였는데...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자신을
노출해도 되는데 잘 안하더라구요. 그런 것들이 좀 변화되야 할 점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약점 잡힐까봐 그러나...?
  내32: 예.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해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리고 제가 좀
변화가 심해요. 즐거울 때 말을 많이 하고 그래서 어떤 때 실수를 할 때가
있잖아요. 아, 그 실수 때문에 오히려 말을 안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상32: 실수할까봐.
  내33: 예.
  상33: 약점 잡히고 혹은 자기노출을 안하고 이런 것들이 말이예요. 이런 생각이
나는데, 즉 xx가 부모들 기대대로 행동해 왔잖아요. 그런 거하고 연결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사람의 기대대로 행동하려니까, 엄마 아버지는 집에서 웃고
명랑하고 일 잘하고, 이런 것들을 원하는데 그런데 실제 마음은 갈등도 있고
이렇단 말이에요. 그것 다 감추어 둬 버릇하니까. 해봐야 이해받지도 못하고 괜히
그런 것 가지고 신경질내 봐야 욕이나 먹고 그런 것들이 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으네요.
  내34: 예.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도 싫다는 얘기를 별로 안했던 것 같애요. 싫은
데에도 속으로만 그러고 표현을 안하고... 그리고 지금 생각나는데, 선생님이, 제
바로 밑에 동생이랑 비교를 많이 했어요. 엄마가, 그러니까 동생이 화가
나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좀 그러는데 그러니까 오히려 더 그렇게 되버렸는지도
몰라요. 쟤는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느냐 이런 식으로...
  상34: 그러니까 xx가 동생한테 모범이었구나.
  내35: 그러니까 싫어하는 것을 보니까, 엄마가 그러는 것을. 내가 더 그런
쪽으로 안했던 것 같애요. 사실 나도 똑같은 욕구가 있고 그랬는데도. 바로 밑에
동생이 옷 투정을 잘해요. 그런데 사실 누구나 그럴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말을 별로 안했어요. 그래서 제가 대학교 오고 나서 마음놓고 옷 사달란
말을 못했어요. 지금도 그렇고... 그러니까 집 사정도 생각했고, 그런데 맨날
집에 가면 엄마가 그런 얘길 해요. 동생이 공부 안하고 옷만 사달란다고...
  상35: 그렇지. 그게 바로. 그런 갈등하고 연결이 되겠네요. xx가 전에 그 왜
세련된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세련된 것. 뭔가 다른 것 같고. 그런데 나는
그러면 안 될 것 같고. 그런 욕구가 갈등상태라 그랬잖아요. 그리고 집에서 그런
옷 입고 가면 집에서 저건 대학생이 뭐냐 할 것 같다고 했고, 대학생이 되어서
그게 뭐냐는, 동생하고 비교하면서, 나한테 그 밑바닥에 세련되고 싶고 이쁜 것
입고 싶은 그 욕망들을 가리는.
  내36: 예. 그래서 내가 직장을 다녀서 내가 벌 수 있을 때 그런 걸 다
추구하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상36: 참. 이, 삼, 사학년이 예쁠 때예요, 제일. 그리고 예쁘게 입고 싶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고, 화장도 해보고 싶고, 그런 욕구가 굉장히 많을 때예요.
그런데 누구나 자기 욕구만큼 다 실현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욕망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하면은 해결점이 없지요. 앞으로 내가 벌어도 못 살 수도 있고.
내가 나를 위해서 쓰겠다는 생각이 있지 않으면은 있어도 못 써요. 또 어떤 때는
너무 그게 맺혀 있으면은 안 써도 될 것 같은 데 지나치게 쓰는 사람도 있고,
보상하는 거지요. 벌기 시작하니까.
  내37: 그러니까 저는 저를 위해서 하는 일이... 별로 못하는 것 같애요. 그러면
잘못된 거 같다고 생각했던 거 같애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집에서 보내주는
용돈을 써야만 하는 그 상황, 뭐, 책을 산다거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상37: 응. 그러니까 부모가 싫어하지 않는 것들에만 써야 한다고 생각했겠다.
  내38: 예. 하지만 저도 이젠 사실 쓸 데가 무척 많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어른들이 볼 때는 노는 데 쓰는 거죠, 대부분이. 그런데 저는 집에
가서 학교 얘기 안하는데 이해를 해주실지가 의문이에요. 그러니까 모르니까.
예를 들어서, 축제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축제가 어떤 거고.
  상38: 그걸 대학생 녀석들이 왜 하는질 모를 거고.
  내39: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시죠. 그리고 뭐 집에 와 있으면 공부는
안하고 뭐 그런다느니. 그러니까 아예 안하는 거죠. 결국 싫어하시는 일은 많이
못하는 거죠.
  상39: 응. 결국은 현실적인 문제하고 부딪치겠다. 부모는 이해를 못할거고
그러나 내 생활은 그게 아니고 그러면 무조건 못하는 게 아니고 이것은
해봤자이니까 이런 얘기를 하지 말고. 하지만 그런 것도 필요할 것 같으네요.
가서 축제기간인데 축제는 뭘 위해서 하는 거고 그렇게들 대학에선 해요. 이
소리를 해줘도 되는데...
  내40: 예. 그런데 저는 아예 안했던 것 같애요. 그러니까 그 이해범위안에 있는
거만 조금 말씀드리고, 그러니까 이제 집에 가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 저는 그냥
그 속에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 생활을 가지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집에
가면 그 집안 일에서만 제가 관심을 갖고 오는 건 아니고 주는 쪽만 하는 거죠.
  상40: 응 집에 가선 그 점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은데...
  내41: 예. 그래서 거의 제가 그래도 둘째고 그러니까 크면서부터 얘기할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인제 동생이 고등학생이 되고 그러니까 좀 얘기하게 되요.
집에 가면 걔 얘기도 듣고, 얘기도 해주고 그러거든요. 저 혼자 생각하고 그런
버릇이 들었었던 것 같애요.
  상41: 응, 그러니까 자기 노출의 버릇을 안했으니까. 실제로 그 상황이 되어도
무슨 얘기를 어디까지 얘기해야 되는지 모르지요.
  내42: 예. 그리고 두려워요.
  상42: 두렵지요. 두렵다는 것은 내 약점 같은 것을 보여가지고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되나. 실수하면 어떡하나. 그런 두려움이겠지요. 그래도 오늘 한 얘기
중에 xx가 그래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하고 완전히 얘기를 안하고 그런 데서부터
변하는 자기 모습을 얘기하니까 희망이 보여서 참 좋으네요.
  내43: 아. 그랬는데요. 그런데 저는 다시... 어제나 오늘 같은 경우에 또
피하고 싶어요, 사람들을. 아는 사람이 지나가도 모르는 척 지나가고 싶고. 그
사이, 상담오기 전하고 똑같은 상태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그 사이에서는 상담할
때는 의식을 못했었거든요. 그냥 가다 보면 인사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또 불편하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지나가게 되고 만나지 말았으면 하고.
그런 생각이 들어요.
  상43: 모르는 체하고 싶으면 모른 체하지 뭐. 이제 xx가 모른 체하더라도 모른
체하고 싶더라도, 대하면 대하기 불편해서 어떡하나, 안 만났으면, 하지를 말고,
상투적인 말이라도 말 건네야 되고.
  내44: 이젠. 그러면 안 그래야 될 일을 그러는 것 같애요. 그리고.
  상44: 안 그래야 될 일이라니요?
  내45: 그래도 남들같은 경우라든가 그런 것도 있고.
  상45: 아. 지나가다가 누구를 만나도 반갑다는 표시를 해주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만났구나 표시만 해주면 안 될까요?
  내46: 저는 안 그랬어요. 그래서 만나면 멈춰서서 몇 마디라도 얘기해야 되고,
그냥 지나가면 반기지 않는 것 같고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상46: 응. 그러니까 사람 대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왜 반겨야 돼요? 그냥
지나가면서 쓱 한 번 웃으면 되잖아요, 여러 말 안하고.
  내47: 그래도 몇 번 만나고 그랬는데.
  상47: 응. 그러니까 xx는 그래도 친하고 그랬으니까. 잊어버리지 않게,
찾아가고 그래야 한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저도 이래야 되고 내가
가고 했으면 저도 한 번쯤 와야 되고. 그런데 안 그렇거든요. 내가 가고 싶으면
가는 거고, 안 가고 싶으면 안 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에 상처를 xx처럼
받지 않아요. 지나가는 애들한테 '수업 가니' '잘 가' 이래도 되거든. 그런데
어떻게 지내?하고 물어봐 줘야 될 것 같은 기분이군요. 몇 마디라도 상대편의
안부를.
  내48: 예. 매일 보거나. 이해해줄 친구는 안 그러는데. 그렇게 나를 잘 모르고
그런 사람한테 더.
  상48: 이해 못해줄 사람한테 그렇게 환대할 필요 뭐 있어요? 섭섭하면 어떻고.
  상49: 이젠 조금 나아진 것 같애요.
  상49: xx뿐 아니라 누구든지 불편할거야. 부담스럽고 반갑지 않은데, 반가운
척해야 되니까. 반갑지 않을 때 일부러 반갑지 않은 척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반가운 척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가다가 친한 친구 만났는데 '어머 얘' 할
수도 있지만 반갑지 않은데 뭐 하러 반가운 척하지? 아무리 많아도 xx가 아무도
없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그 양이 문제가 아니라 늘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람 한두
명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야. 자 이제부터 필요 없는 사람 버리기다.
  내50: 잘 될지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마음 속에서 걔로 인해서 부담감을 갖지
말고.
  상50: 걔한테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거지. 그냥 그 상황이 되어서
해주게 되면 해주는 거지. 내가 일부러 너를 특별히 생각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는
거, 그런 점에서 버린다는 거야. 또 내가 사랑 받아야 할 사람 명단에서 빼버리는
거야. 걔한테는 사랑 안받아도 돼. 걔한테는 잘해주지 않아도 돼. 못해주는
것하고 잘해주지 않는 것하곤 다르지. 못해줄 필요는 없어. 그리고 잘해줄 필요도
없다. 반갑지 않는 사람 다 버리기야. 길거리에서 만날 때 반가운 척할 필요
없기다. 딱 한마디만 하기야. 보통 사람들한테.
  내51: 한마디요.
  상51: 잘 지내?하고 그냥 지나가기야. 오래 얘기하기 없어요.
  (뒷부분 생략)

  (5회: 19xx. 10. 18)
  편안하게 지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소외감 느낀
일이 없었다. 함께 레포트(학습보고서)로 낼 슬라이드 만드느라 우리집에 왔는데
내가 말을 안하고 있어 불편했다. 뭔가 말을 해야할 것 같은 기분도 있었는데,
내가 말을 하면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았다. 나를 대상으로 이야기가 되지 않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 경쟁심이 강하게 느껴진 친구가 결혼 얘기를 했는데 관심을 갖고
싶지가 않았다. 그 친구가 너무 독선적이고 그러니까 내 얘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기분이 있다. 괜히 우리집으로 오라고 그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은
슬라이드 만들고 나는 저녁도 해줬는데 손해나는 기분도 든다. 커피랑 가스가
떨어져서 사러 나갔다가 돈도 없고 애들도 배가 부른데, 애들을 위해서 과자를
사고 있었다. 결국 사긴 샀는데 '걔네들 좋아하겠지' 했는데 하나도 안 먹었다.
애들은 설거지도 안하고 그냥 가버려서 너무 속이 상했다. 상담 후에 기분이
좋다. 침묵하는 자세가 어색하다. 남들 위해서 해주는 경우가 많다. 쓸데 없는
말을 하고 나서 후회를 많이 한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불안해 하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때 누구라도 들러주면 기분이 좋다. 혼자 있을 때 오히려 더 소외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각을 하다 보면, 너무 불합리한 생각으로 넘어가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까지도 내 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남을 먼저
생각하고, 기분도 나쁜 것 아니면 좋은 것이다. 너무 쉽게 기분이 나쁜 것 같다.
남들하고 같이 있는데 아무 것도 안해주면 안 될 것 같다.

  (6회: 19xx. 10. 26)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 의식을 안하면 무의식적으로 또 남을 위해서
행동을 하고 있다.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모임이 있었는데 내가 얘기하려고 하는 것을 자제하였다. 꼭 해야 될 때
말하였다. 하지만 말 안하고 있는 게 아직은 불편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때도 불편하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받으면 말을
못한다. 확실하지 않으면 안하는 게 낫다. 도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써클 선배와
같이 나왔다. 집 앞에 지나면서 이따 들를지도 몰라 그랬는데, 내가 기다린 것
같다. 기다리면서 누구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나.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지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은 했었는데, 아직까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혼자 있으면 책 읽거나, 그냥 누워 있거나, 청소한다. 책도 재미
있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읽어야 하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는다. 즐기는 것
자체가 유익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이익이 되고 실질적인 것만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들도 착실한 것을 원하셨다. 그리고 남의 도움 받으면
쉽게 될 일을 혼자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에게 귀찮게 하면 나를 싫어할
것만 같다. 사람들을 너무 의식하면서 사는 것 같다. 남들은 나를 착하고
잘해준다고 하지만, 나 자신은 내가 위선자이고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별로 안 친한 친구에게 인사 안하고 지나갔다. 마음 속으로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전혀 아쉬움이 안 생겼다.

  (7회: 19xx. 11. 2)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정직하게 표현하려고 애쓴다. 그 전에는 내 기분이
어떤지조차 몰랐는데, 요즈음은 기분이 어떤지, 왜 그런가를 생각하려고 한다.
상담을 시작하고 나서는 남들이 하는 말이 잘 들어온다. 어제 써클 선배가 늦게
왔다고 얘기하는데 말투며, 내용이 인신공격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기분이
나빴는데 가만히 있었다. 근데 왜 기분이 나쁜지 알게 되니까, 그냥 있을 수
있었다. 그 말투가 언짢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너무 공개석상이라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요번 주에 용돈 때문에 집에 갈 거다. 아직도 부모님께 내가 필요한
만큼 달라고 얘기를 못한다. 더 달라고 하면 어디에 그렇게 쓰느냐 물을 것
같다. 내게는 아껴쓰지 않는다라는 얘기로 들리기도 한다.
  (용돈 달라는 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역할연습)

  (8회: 19xx. 11. 9)
  용돈을 탔기는 탔는데 연습한 대로 말은 못했다. 얼마 줄까 하시기에 원하는
액수를 말씀드렸다. 예전 같으면 주시는 만큼만 받았을 것이다. 엄마는 액수만
궁금하지 어디에 쓰는지 설명할 여유를 주지는 않는다. 그 전까지는 날 믿기보다
관심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었다. 엄마가 부모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들과 대화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자라서 그렇다. 외할아버지, 할머니가
엄마가 국교 2년 때쯤 모두 돌아가셔서 그런지 부모의 역할이 무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은 나와서 생활하니까 서로 신경써 주려고 그런다. 고교 때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불평도 하고 그랬다. 그러면 엄마는 막 화를 내셨다.
  초경이 고교 때로 늦었다. 그런데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엄마는 생각하셨다.
나는 심각하게 생각했었다. 육체에 대한 컴플렉스(열등감)가 많다. 국교 때부터
중학교까지 허리가 아팠다. 어느 순간부터 다 나았다. 고등학교 때는 내 신체에
대한 컴플렉스가 많이 작용해서, 누가 내게 등이 굽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당황스러웠다. 초경 후도 월경이 불규칙해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나아졌다. 엄마와 한번 부딪친 이후로는 엄마에게 얘기 잘 안한다. 대학교
때 이성관계의 성공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가지
않도록 여지를 주는 것 같다. 상대방이 친구 이상의 반응을 보이면, 그
다음부터는 모른 척한다. 깊은 관계가 되는 게 두렵다. 친해졌다가 떠나갈까봐
두려워진다. 무언가 부족한 느낌, 아직까지도 내가 모르는 감정들이 많은 것
같다.

  (9회: 19xx. 11. 23)
  군대간 남자친구가 휴가 나왔다. 시험 기간인데 같이 놀고 싶기도 하고 마음의
안정이 안 된다. 같이 여행하고 싶었는데 내가 시험이라서 다음에 가자고 그
친구가 그랬다. 같이 가고 싶었는데 못가게 되어 섭섭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험땐데 부담이 줄기도 하였다. 그 친구가 시험 때라 할 게 많으냐 그러면 없다
그런다. 할 게 많다 그러면 상대편이 불안해 할 것 같다. 불안해 하는 것도 싫고
나를 집에 일찍 들여보내는 것도 싫다. 그냥 조금 있다 하지 그런 기분이 들어
만나자고 할 때 만난다. 둘이 같이 있으면 심심해 하면서 여러 사람 같이 있으면
재미있어 해서 섭섭했다. 이런 얘기를 직접 하지는 못하고 그냥 화만 내고 만다.
아직도 솔직하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참 힘든 것 같다. 나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행동하는데 그 친구는 자신이 어떻게 하나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서 나와 같지 않은 것이 불만이다.

  (10회: 19xx. 12. 9)
  상담 테이프(녹음)를 들으니까 내 자신이 안쓰럽게 생각이 되었다. 객관적으로
다시 들으니까 나 자신이 그런 약한 면이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흘려
버리는 점들을 선생님이 지적해 주시는 것 같다. 친한 친구가 남자친구랑 같이
노느라고 토플(TOEFL) 시간에 안 들어왔다. 그 친구를 뺏기는 게 싫은 것 같다.
내가 남자친구 만날 때도 그 친구처럼 할텐데 남이 남자친구 만나면서 나를
섭섭하게 하는 게 싫다. 마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혼자 많이
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1회: 19xx. 12. 14)
  토플을 듣느라 늦게 왔다. 시간이 겹치는 줄 모르고 상담 약속을 했다. 토플은
계속하는 거니까 한 번쯤 빠져도 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가 예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휴가
나와서 얼마 전에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듣는 순간 기분이 나빠 신경을 내고
왔다. 다음 날 그 이야기 듣고 속이 상했다. 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그렇게
생각할 줄 몰랐다고 하였다. 오히려 서로가 감정을 잘 전달할 계기가 되었다.

  (12회: 19xx. 12. 26. 종결)
  상1: 요즘 어떻게 지내요?
  내1: 기분이 묘해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서도 크게 즐겁지도 않고. 집에만 있고
싶고. 어디가도 흥미가 없어요.
  상2: 친구들과 같이 다니는 게 힘들었어요?
  내2: 그냥 순간인 것 같아요. 잠깐 그랬다가... 그냥 힘없이 지냈어요.
  상3: 혹시 이전에는 xx가 남들에게 받는 관심이 참 중요했는데, 이제는 그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그런 거 아닐가.
  내3: 글쎄요. 그렇게 연결짓진 않았는데... 남들에게 무관심해지긴 했어요.
그냥 집에서 혼자 있는 게 편안하고 그래요. 어제 친구가 와서 같이 잤는데요.
걔랑 같이 얘기하고...
  상4: 친구가 오는 게 방해가 되진 않았어요? (네) 때로는 xx가 해야지 할 때
찾아오면 방해가 될 때도 있을 것 아니야. 그런 때 어떡하지?
  내4: 그럴 때는 대개 내가 할 일을 미뤘던 것 같아요.
  상5: 온 사람을 어떻게 못하고... 시큰둥 했겠다.
  내5: 그러기도 하고 (5초) 그냥 반가운 척하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상6: (15초) 지금 무슨 생각해요?
  내6: 아무 생각도... 손에 잡히질 않아요. 혼자 머리 속으로만 이거 할까, 저거
할까만 하고... 이제 4학년이니까 논문도 써야 하는데.
  상7: 이전보다는 xx가 안정되어 보이는데요.
  내7: 좀 틀린 것 같아요. 생활하는 것도,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고. 그전에는
많은 불안 속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생활 속의 작은 일, 친구들, 요즈음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서 그런지 편하게 사는 것 같아요.
  상8: 처음 상담 시작할 때는 사람들하고의 갈등,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소외감. 잘 안해주면 화가 나고, 사람들에게 잘하려고 그러고, 그런 것들이
주제들이었는데, 이제 대충 해결방안들을 우리가 찾아가면서 자신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은 생긴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내8: 네.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은데... 모르는 사람이나 많은 사람들
틈에서는 아직도 불안해요. 근데 많이 나아졌어요. 예전에는 써클문 열고
들어가는 것도 많이 망설였는데 지금은 그냥 들어가면 다들 자기 일하고 있고...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불안하다고 안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것들이 제게 많은 열등감을
주고 그것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남들에게 제가 못나 보이지 않나, 가정
생활이나 그런 것들이 걸렸었는데, 그렇게 큰 자신감은 아니지만 이젠 남하고
다를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고 그렇단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집안은
비슷할텐데 유독 열등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상9: 집안이라니... 어떤 것들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내9: 형편도 어렵고, 부모님의 학력도 신경쓰이고... 대학 와서 보니까 모두
학벌, 집안이 좋으니까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어머니가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상10: 한 번 과장을 해서 집안의 나쁜 점을 극대화시켜 보자. 돈도 없고...
  내10: 그렇게 없는 것도 아닌데.
  상11: xx이는 아주 풍족한 집안. 겉도 번듯하고 그런 집안을 원하잖아요?
  내11: 네. 우리 지방에선 아주 못사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현실과 제
바라는 것과는 아주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상12: 직업도 변변치 못하고. 엄마는 또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하지만 사람
사는 게 다 그런데 말이야.
  내12: 그래서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려고 그래요. 집안이 그렇고,
그거를 남한테 보인다는 게 되게 싫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보다 못사는
사람도 그냥 무난히 잘 살아가는 것 같아요. 나도 꼭 남한테 보이는 걸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오빠만 해도 친구들도 집에 데리고 오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싶고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인다 싶어요. 하지만... 속시원히
해결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상13: 그럼, 시간이 많이 걸리지.
  내13: 저는 피하려고만 노력했던 것 같아요. 요번에 집에 가서도 많이
느꼈어요. 엄마 봐도 마음에 안 드는데 동생하고 저를 비교해 봤어요. 근데
오히려 동생은 엄마에게 그랬으면 좋겠다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저는 피하려고만
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동생이 반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요번에는 오히려
동생이 솔직하다 생각했어요.
  상14: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어요, 엄마의?
  내14: (3초) 글쎄요... 신경질을 많이 내셨어요. 그래서 상대방도 기분 나쁘게.
하느라고 하는데도 짜증을 내며 말씀하세요. 나같으면 안 그럴 것 같은데...
요번에 가서는 조용히 있었어요, 제가.
  상15: 아까 집안에서 동생이 오히려 솔직한 편이었다. 그런 걸 많이 느꼈다고
그랬는데, 그러면서 역으로 나는 피하기만 하는 사람이다. 불만을 느껴도 말을
못하고, 말을 못하면 불만을 느끼지 말든지.
  내15: (6초) 저는 참 엄마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러지
않아도 못 배우고 그랬는데 엄마가 자존심 상할까 하는 의식이 있으니까. 인제
 TV를 봐도 그래요. 이해를 못하시잖아요. 화면이 바뀌었는데도 이게 이거지
이러시니까 짜증이 나요. 그러면 저는 차근차근 말씀드리려고 노력을 해요.
이해를 못하시니까... 근데 동생 같은 경우는 아유,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얘기를
하거든요. 동생이 좀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죠, 솔직하게. 저는 그냥 자제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기분 상하지 않게 하도록.
  상16: 참, 엄마한테 불만이 많으면서도 엄마를 많이 생각해 주는 맏 딸이군요.
엄마가 얼마나 자존심 상하겠어.
  내16: 그럴 것 같아요. 다 그러니까 식구들이. 인제 요새는 아버지도 장난을
잘 하세요. 니네 엄만 그렇단다 하면서. 그럴 때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러니까.
  상17: (5초) xx자신이 엄마하고 그만큼 동일시 하니까 배운 것도 없고, 하는
행동이 못 배운 티가 나고 그런 것이 속상하고 그렇지요 (네) 그냥, 엄마는
엄마일 뿐이고, 못 배운 세대일테고 그럴텐데... 그렇다면 내가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지. 남들한테 안 보여줘야 될 나의 치부가 아니라고. 근데 엄마가 부끄럽다는
얘기는 xx이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내17: 네. 거의 그러다시피 한 거죠. 모든 것을 다. 저와 연관이 된 거죠. 모두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3초) 많이 부끄러워 했던 거 같아요. 엄마에
대해서도 다 알면은 오히려 나를 과소평가할것 같은 그런... 그래서 더 얘길
안했던 것 같아요. 우리 집안 얘기나... 고향이나 이런 거 물으면 하기 싫고.
  상18: 이젠 괜찮아요?
  내18: 네. 이제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어요.
  상19: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12초) 이제는 우리가 쭉 해온 얘기들을
정리해 봐야 할 것 같아요. xx생각은 어때요?
  내19: 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충분히 얘기가 되고 골자 같은 건 얘기가
됐다고 생각하고요. 부수적인 것은 그 문제에서 파생된 거니까... 제가 좀더 제
자신에 대해서 관찰하면 많이 변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20: 그 동안 우리가 했던 것도 처음의 대인관계 불편이라든가, 아까 얘기한
그런 것들은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고, 그리고 집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어떠어떠한
것들이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었다 등이 잘 정리가 된 것 같아요. 그러고 그 동안
우리가 주욱 작업해 온 것들, 예를 들면, 남한테 쓸데 없이 챙겨주지 않기라든가.
미리 알아서 뭐 어떻게 해주지 않기, 이런 것들은 조금 해결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내20: 네. 부담이 없어졌어요. 마음의 부담이 참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상21: 이제 대충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건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xx 마음은 어때요?
  내21: 네.
  상22: 더 뭔가 있는 듯하고 섭섭하진 않아요?
  내22: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근데 일주일마다 선생님 뵙고 속시원히 이야길
하면 일주일은 뭔가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래도 이 시간만은 정기적이니까
자극적인 것도 되고 그랬어요.
  상23: 내가 갑자기 xx를 떼어 버리는 기분은 아니에요?
  내23: 아니,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얘기하면서 거의 얘기가 다
된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이 정리하는 느낌도 들고요. 저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근데 다 지나가고 나니까 별 고민거리가 아닌 것
같아요. 저한테는 큰 거였는데 선생님한테는 시시한 얘기일 수도 있었겠다
싶고요.
  상24: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요. 그리고, 지나고 보니까 별게 아니지만 앓고
있을 때는 얼마나 고통스러워요.
  내24: 네. 상담 시작하기 전에는 참 어두웠던 것 같아요. 이제는 안에 담고
있기보다는 밖으로 폭발을 시키려고 그래요.
  상25: 그 작업은 한참 해야 할 작업이네요. 그러면 다음 학기부터는 한달에
한 번 정도씩 만나는 거로 합시다.

  6. 상담자의 총평
  상담 초기에는 주로 가족 내에서 생활해 온 방식과 현재 대인관계에서 행동하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점을 관련지어가며 상담이 진행되었다. 즉, 어머니로부터
원하는 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갈등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전이되고 있음을
통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중, 종반으로 진행되면서는 그 불안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비주장적 행동에 대하여 적절한 주장행동을
모델링(예시)함으로써 실제 행동상의 변화가 일어나도록 이끌어 갔다.
  이 내담자는 대학생이었으므로 신체발달 상태라든가 학업문제는 성장과정의
일부로 탐색하는 데 그치고 현재 겪고 있는 생활상의 대인관계 문제를 주제로
상담을 진행하였다. 이 내담자는 대학생으로서 상담과 근접한 분야의 학과를
전공하고 있고 자신에 대해 깊이 탐색하는 성격 유형이었다. 이전 상담내용을
깊이 반추하고 그와 관련하여 이후 상담의 주제를 착실히 준비하는 편이었으므로
상담에 빠른 진전이 있었고, 상담자로서는 단기 정신분석적 기법을 적용하기에
적절한 내담자였다.
  이후 이 내담자는 대인관계에서의 불편함이 훨씬 감소된 상태가 유지되었고,
학업에 보다 전념하여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문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사례 8)을 읽고
  이 내담자는 친구를 만나는 것이 두렵고 불편하다는 점을 호소하였고 상담자는
그 이유를 가족과의 (특히 어머니와의) 감정이 다른 인간관계로 전이된 것으로
보았다(상담계획, 3회 (상42), 4회 (상33) 등 참조). 상담과정 전체를 읽어 보면,
상담자의 이러한 가설은 이 내담자에게 적절하였으며, 상담과정이 무난하게
진행되도록 훌륭한 길잡이의 역할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마치 합리적
정서치료(RET)의 축어록을 보는 것 같은 인지적 접근(3회 (상29)~(상36))과
역할연습(7회 요약) 등의 기법을 적절한 시점에 활용한 것이 상담목표달성에
유익하였으리라고 본다. 즉 정신역동적인 접근과 인지적 - 행동적 접근이 각각
씨줄과 날줄이 되어 상담과정을 잘 이끌어 갔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상담은 12회로 종결되었다. 종결의 제의를 상담자가 먼저
하였고((상19, 21)) 내담자도 자신의 문제가 상당히 정리되었음을
말하면서((내19, 20, 23)) 그 제의에 동의하였다. 그런데 종결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바로 그 회기에 종결 결정이 이루어진 것은 조금 급하다는 느낌이 든다.
가능하면 내담자가 상담과정을 충분히 반추하고 앞으로의 생활계획을 구체적으로
짜보고 그것을 상담자와 나눌 수 있도록 종결을 한 주 정도 더 미루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91. 9. x대 상담 전공생)

  (사례 8)에서의 연구 문제
  1. 이 사례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대인관계에서의 불편감의 해소'를 목표로
정신역동적인 단기상담으로 접근하려 하고 있다. 즉, 내담자가 느끼는
대인관계에서의 거부불안의 원인을 가족관계(특히 어머니와의)의 경험에서
탐색하고자 했다.
  이러한 접근이 상담자의 주관적 판단과 취향에 의한 것으로 수긍하더라도, 이
내담자의 문제해결에 어느 정도로 도움을 주고 있는가?
  2. '단기' 상담이라고 하지만 12회라는 면접시간의 양에 비해서 면접의 질은
다소 비생산적인 내용으로 점철되고 있다는 면에서 보면, 차라리 이 내담자에게
자기주장훈련이나 대인관계 중심의 집단상담을 권유했어야 하지 않을까?
  3. 3회 면접의 (상33, 34, 35, 36)은 치료적 개입으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내37)에서의 침묵은 어떤 성격의 심리적 반응인가?
  4. 3회 종결부문에서 "편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안심과 지지적 반응을
상담자와 내담자간의 촉진적 관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인가?
  5. 4회에서 (상22) (상24)처럼 불편한 상대와 '왜 헤어지지 않느냐?'보다
내담자의 불안에 대한 공감적 이해가 더 유익하지 않았는가?
  6. 내담자가 상담과정의 중반인 6회에서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최종 면접인 12회(내12)에서는 "...하지만, 속시원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두 내담자 반응들이 상담과정에서
갖는 치료적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같은 반응들에 대해서 이 사례의
상담자는 어떻게 대처했다고 볼 수 있는가?
  7. 월 1회로 예정된 개학 후의 후속(추수)면접에서는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사례 9) "인간행동에 관한 생각 등을 정리하고 싶다..."
  1. 내담자에 대한 배경 정보
  (상담. 검사신청서 기재사항)
  (1) 인적사항: 만 19세, 남, 공과대 3년, 지방 중소도시 출신
  조모(86세), 부(54세, 교원, 대졸), 모(50세, 국졸), 큰형(28세, 중졸),
작은형(25세, 대졸, 군인), 내담자, 남동생(19세, 대재)
  (2) 찾아온 목적: 인간의 행동에 대한 생각과 기타 생각들에 대한 정리를
위하여
  (3) 가정에 대한 느낌: 단란하고 조용한 유교적인 가정
  (4) 기타: 안내문을 읽고 찾아왔고, 과거에 상담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함
  2. 접수면접 및 상담자 배정
  접수면접: 1986. 4. 18.
  접수 상담자: 신경진
  접수 상담자가 본 문제: 작은 문제를 추상화시켜 매우 깊이 생각함.
  내담자 희망: 40대 이상의 나이 지긋한 상담자를 희망. - 연구소 주례
사례회의(86. 4. 19)서 본 상담자가 사례를 담당키로 합의.
  3. 심리검사 결과(접수면접 후 실시)
  간이정신진단검사(SCL-90-R): 도표생략
  다면적 인성검사(MMPI): 도표생략
  4. 1회 면접시의 내담자 행동 및 인상
  평균 이상의 신장, 남성다운 외모의 인상을 주었고 예의가 바르다고 보았음.
비교적 긴장된 자세로 정좌했고 상담자에게 줄곧 시선을 주면서, 언어표현에는
극히 조심스러워 했다.
  5. 1회 면접의 진행
  마주 앉도록 하고 상담에 관한 안내설명을 한 후 녹음을 하는 것에 대한 양해를
받음. 녹음에 대해서 처음엔 주저했으나 상담자의 설명을 들은 후 소극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1회 면접 녹음내용)
  상1: 상담신청서에 '인간의 행동에 대한 생각과 기타 생각들에 대한 정리를
위해서'라고 찾아온 목적을 기입했는 데 지난번 접수면접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었는지, 대체로 거기서 충분히 이야기가 안 되었을 거예요.
  내1: 어떤 문제인지 대강 그것만...
  상2: 나로서는 여기 적은 것밖에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나하고 상담하는 동안에
이런 찾아온 목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될 것인지...
  내2: 먼저 말씀드릴 게, (여기에) 전주 금요일쯤에 왔었거든요. 근데 그저께
저녁 때쯤에 무슨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이 어떤 답이 되지 않을까, 그 동안
고민해온 것에 대한.
  상3: 금요일 날 생각을 해봤군, 무엇인지 모르지만. (네?)
  내3: 전부터 생각하던 고민들이 그저께쯤 어떤 생각을 하다가 인제, 거기에
대한 해답이랄까, 됐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이틀밖에 안 지났으니까 지금도
그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는데요. (음) 답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상4: 그 금요일까지 생각했던 고민이 무엇이고 금요일 저녁에 답이라고 생각,
정리랄까 한 것이 무엇인지 나한테 알려주어야...
  내4: 아까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어떤 프로그램해 온 것을 이렇게 말씀드리고
그 다음에 교수님이 생각하신 것을 듣고 생각하려고 왔는데요, 대강...
  상5: 난 일종의 상담이 무엇이란 것을 이야기한 것이니까 너무 거기에 구애받지
마세요.
  내5: 그러니까 사랑의 이기적인 그런 거요, 어떤 생각을 한참 하다가 윤리학
책을 읽어 보니까 심리학적 이기주의라고 나왔던데요. 제가 생각했던 그런 것을
(음)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의 행동이 이기적이 아니냐, 그러니까 자기 이익에서
출발, 비롯된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을 거의 깊이 생각, 그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하는, 그러니까 물론 그 전에는 옛날에는 어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랄까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해서 될까. 그렇게
사람이 이기적이어서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대학교 1학년 후반이나 그 나
자신도 이기적인 면이 발견되고... 그러니까 인제 제가 이기적이란 것에 대해서
참, 이기적이란 말이 안 좋은 뜻으로 쓰이잖아요. 나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안 좋은 건데요... 그 책에서 그러니까 그런 심리학(?)의
이기주의에 대한 반론을 보고 그런 대강 나름대로 결론 같은 것을 생각해 봤는데
그렇다고 그 반론들이 확실히 틀렸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제게.
  상6: 가만있자... 구체적으로 말이야 (녹음이 잘 안 들림) 이기적이란 것에
대해서 책에서 무어라고 했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내6: 그럼 남들이 이기적이란 것을 이제는 생각한다든가 고등학교 때부터 어떤
주위에서 법률을 어긴다든가 규칙을 어긴다든가 학교에 대해서요. 그런 것하고 볼
때 느낌이 혹시 있었을 것이구요. 전부터 대학교 입학할 때 선배들이 책을
주었거든요. 교양서적에 대해서 후배들 여러 명이 선배를 찾아갔을 때 선배들이
책을 넣어 놓으면 후배들이 책을 서로 받으려고 하는 그런 걸 볼 때에 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구...
  상7: 그러니까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내7: 차라리 일단 모아 가지고 나누어 가지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나 자신이 그렇게 달라고 해 가지고 못 가졌기 때문에 그런 생각하게
되는 게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긴 하던데, 그런데 남들에 대한 그건 이기적이란
건 그런 것들이죠.
  상8: 예. 앞을 다투어 가면서 필요한 것을 먼저 가져 갈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
  내8: 그리고 또 학생들 사회에서 어떤 시험에서 부정 같은 것 있잖아요. 그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텐데. 그런데 하는 학생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 걸
볼 때 그것도 좀 그렇고.
  상9: '그것도 좀 그렇다'는 것이 기분이 어떻다는 이야기인가?
  내9: 좋지 않은 거죠.
  상10: 나에게 피해도 줄 수 있는 거고...
  내10: 네,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런 사람들의 행동이 나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또
나쁘게 보지 않는가, (자기 반성을 하는 거겠군)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런데 저
자신에 관한 그런 생각을 해볼 때요, 저 아래 버스에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타셨다고 했을 때 자리를 양보해 드린다고 할 때요, 과연 제가 할아버지를...
할아버지에게 저렇게 보인다는 그런 생각 순수한 감정에서 일어서는가 아니면
어떤 어른에게 어떻게 하라는 교육, 외면화된 그런게 있을 게 아녜요. 근데
양보를 안하고 가만이 있으면 그런 마음과 편하려는 마음과 사이에 갈등이 있지
않아요. 그래서 그걸 피하려고 일어서는지 남의 눈총이 무서워서 일어서는지,
그런 걸 이렇게 자신에게 물어볼 때 어떤 할아버지께서 애처롭게 보이기 때문에
순수한 감정에서 일어섰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없는 것 같애요, 제
자신에게.
  상11: 자기 자신에게? (네) 두 가지가 작용한다는 이야긴가?
  내11: 두 가지가 작용을... 저 실은 물론 순수하게 일어섰다고 대답하고
싶지만은,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그러니까
아예 교육받은 것 때문에 일어선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순수한 감정에서
일어섰다고 생각하는 합리화가 아닌가 하는 감도 들고.
  상12: 합리화 한다면 어떻다는 건가? 나쁘다는 건가?
  내12: 물론 그 합리화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상13: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피해를 주는 게...?
  내13: 네, 그것은 사회적으로 좋다고 생각되는 거죠. 사회에 득이 되는 그런
경우라든가, 다른 경우에요. (음) 그러니까 제가 하는 행동에 있어서요, 가령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전화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보고 싶어서, 물론 그
친구도 저를 만나고 싶어해요. 그리고 저도 만나고 싶어서 전화를 하는 거고,
그런데 전화를 하는 직접적인 동기랄까 그런 걸 생각해 보면 그 친구가 나를
만나면 기뻐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직접적 동기라기보다는
전화를 하게 되는 것은 내가 보고 싶다라는 것 때문이 아닌가. 그 친구는 나에게
있어서 그러니까 나의 보고싶은 것을 해소 시켜 주는 어떤 하나의 심하게 말하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또 문제인 것 같고.
  상14: 거기서 내가 느끼는 것은 에- 마음이, xx의 생각이 말이지, 자기
반성적이고 섬세하고 도덕적인 면에 대해서 평상시에 많이 생각하는 분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나고, 또 하나는 친구를 만나는 그 이야기 말이죠. 내가 보고 싶어서
만나는 면도 있을 거고 내 수단으로 불러내는 수도 있겠고, 또 상대방도 나를
만났을 때 기뻐하고 하니까 서로 좋다 이거지, 서로 좋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생긴다구요. 그것은 꼭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여야 된다는 그런 식의
분류가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기는 데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둘
다 작용할 수 있는, 상대방을 위해서도 또 나를 위해서도.
  내14: 물론 그런 친구를 만나는 건 괜찮은 걸텐데요. 만나게 되는 자기 마음,
그런 친구 만나도 좋고 두 가지가 작용하기 때문에 어.
  상15: 꼭 한쪽이 되어야 하나?
  내15: 아니에요, 한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 건 아닌데요. 물론 그
양쪽이 딱 되어 있으면 저 자신에게 좋다고 생각드는 데요. 근데 과연 사람이
그런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아니라면 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상16: 사람이 그런 존재인가, 상당히 철학적인 표현을 쓰네... 그러니까 xx는
자신은 이기적인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이런 마음인가?
  내16: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작은 목소리로)
  상17: 그러니까 남들도 나한테 이기적으로 대하지 말았으면 하는... 내가
이기적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인데 왜 남들은 이기적이냐 이기적인 것이
부담스럽다. 남들이 이기적으로 노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평상시에 느끼는가?
  내17: 평상시에 많이 느끼는 것은 아닌데, 그러니까 규칙 같은 것을 어긴다든가
할 때 그런 생각을...
  상18: 규칙, 예를 들어서 어떤 규칙?
  내18: 그러니까 시험에서 부정도 있겠고 신호등 같은 걸 어긴다든가.
  상19: 이번의 중간시험... (다 끝났어요) 끝났어? (네) 컨닝하는 친구들을 더러
보았겠군?
  내19: 제 답 쓰느라고 바빠서요.
  상20: xx의 마음이 좋은 면이 있다고 봐, 규칙을 지켜야 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거나 가능한 너무 이기적이거나 개인적으로 놀지 않는 그런 우리 사회가
앞으로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기본적으로 사람은 이기적이고 자기를 위해
살지만, 남에게 부담이나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의 개인주의는 괜찮은데 남에게
피해나 부담을 주는 그런 이기주의는 점점 없어지는 사회가 되어야겠지요. 그러니
xx경우는 참 좋은 생활태도와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주위의 돌아가는 것은 반드시
그렇지 않을테니까 마음의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
  내20: 저 자신에게 있어서요. 가령 이런 말 한 것까지도요. 그깐 남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냐는, 그깐 어떤 선행을 함에 있어서 남의 칭찬을
염두에 두지 않느냐는, 그런 것이 오히려 주된 동기가 되지 않느냐, 순수한,
버스에서 자리를 어떻게 하고 그런 거요.
  상21: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내가 이런 짓을 하지 않느냐.
  내21: 그런 걸 생각해 볼 때 뭐, 다른 사람들이나 나나 마찬가지 아니냐
하는...
  상22: 내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리를 양보하고 컨닝도 안하고
뒤쳐지더라도 순서를 기다리고 그런 식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내22: 네, 그렇게 되면 손해를, 아주 심하게 보는 경우가 있겠죠. 학생시절에는
뭐 큰 구속 같은 게 있을 수 없잖아요. 그런데 사회에 나간다고 하면 사회엔 많은
악이 존재하고 있잖아요. 규칙에서 벗어난, 융통성이라고 표현하는, 가령 제가
기업체에 들어갔다고 했을 때요. 정부에서 어떤 일을 여러 회사 중에서 그 중 한
곳에 지정하는 경우에요. 그런 경우에 인제 예산 같은 것을 써서 보내면 딱 가장
합당한 쪽을 정부에서 정해 주어야 하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보기엔
어려울 것이고 로비 활동이랄까, 그걸 담당하고 있는 사람을 회사에서 뇌물을
쓴다든지 방법을 강구해서 자기네 회사가 그걸 맡을 수 있도록 하잖아요. 만약
그런 걸 안한다면 그걸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 못 되잖아요. 그런데 안한다면
회사에 손해될 것이고요. 나 자신도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될 것이고.
  상23: 그런데 xx도 현재의 그런 이상적인 원칙주의를 지키다 보면 이기적이
아닌 상황 철학을 지키다 보면 손해를 볼 것이다 하는 걸 예상하는구먼... 또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도 있겠고.
  내23: 그렇죠.
  상24: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이기적이 되고 싶지는 않다...
(고개 끄덕임) 고개를 끄덕이는 것 보니까 내 이야기가...
  내24: 그러니까 그런 것은 앞으로 닥칠 이야긴데요. 지금 거기는 별로 느끼지
못하거든요. 약간, 그 때는 그저 뭐, 선하게 산다고 할까. 선하게 살면서 다른
사람을 같이 선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느냐, 아니면 그냥 같이
어울린다든가 행동을 한다든가 그런 식으로 대하느냐. 아니면 다 때려 치우고
혼자 숨어 산다든가, 혼자, 세 가지 방법이 있겠는데요. 그건 나중 일이고 그렇게
그것보다는요, 나 자신의 행동에 있어서, 그런 행동이, 나 자신의 현재 행동도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가 아니냐, 말의 조리가 없는데...
  상25: 괜찮아, 조리가 없지 않아... 이제 마지막 한 말은 나도 마찬가지 아니냐
그런 뜻이었지?
  내25: 네, 거의.
  상26: 그렇게 하구 지난 금요일 날 얻은 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네) 그거
뭐였어?
  내26: 친구가 불러낼 때 뭐 나의 이익을 위해서고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내가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그것이 직접적인
분명한 답일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생각할 때 다만, 저의 양심 같은 게 있을
거 아니예요. 받아 온 교육에서 생겨났다든가 어쨌다고 하는, 그런 것이
있을텐데,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어떤 내적인 갈등이 생긴다면 행동하지
않아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해도 되지 않느냐. 그러니까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할 때 아무런 뭐가 느껴지는 것이 없으면 당연한 것이고 괜찮은 게
아니냐. 그러니까 양심에 거리끼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그런 생각이죠.
  상27: 양심에 거리끼지 않으면...
  내27: 네, 물론 그 양심을 내세워 가지고 인제 모든 걸 합리화시키며 괜찮다고
생각하며 산다고 하면 나중에 가서는 그 양심을 버려버린다면 독선적인 사람이
되겠지만요. 그 양심을 지키며 노력하며 산다면, 양심을 버리지 않는 한 괜찮은
게 아니냐 하는...
  상28: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손해와 부담을 전혀 받지 않고 양심을 지킬
수는...
  내28: 그건 없겠죠. 현실적으로 딱 손해라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런, 그
그건 나중 일이고, 그러니까 일단요, 행동을 하면서 친구를 불러낼 때, 나의
이익을 위해서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러니까 친구가 이용의 수단으로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러니까 양심에 비추어 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부담이 없이
자연스럽다면 해야 될 것이 아니냐는...
  상29: 이제 그 해답이라고 한 그 말이 나한테 극히 자연스럽게 들리네... 행동
결정하는 데 자연스런 원칙도 될 수 있을 것 같고... 다시 말하면 분명히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는 식으로 묶이기 힘드니까, 조금은 부담스럽더라도, 합리화
같은 생각이 들더라도 하여간 양심을 최대의 원칙으로, 양심에 갈등을 느끼지
않을 때는 어떤 방향의 행동도 괜찮다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합리적으로
들리는... (침묵 4초) 그러나 어떤 행동은 전혀 부담이 안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조금 부담되더라도 그러나 대전제가 큰 갈등이 없는 양심이 가르치는 대로
한다는.
  내29: 친구한테 전화하거나, 자리 양보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보는데요. 거기엔
지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데요...
  상30: 그럼, 어떤 경우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이 되나.
  내30: 그러니까 상담하러 온 것(문제)이 그것이 해결되었다고 할까, 해결됐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불과 이틀 밖에 안 됐으니까. 인제 어떨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해답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그랬는데, 아니 나중에요. 그런...
(편안하게 앉으세요) 양심대로 계속 살아 나간다면 손해가는 경우가 많이 있을 거
아니에요. 크게 지금보다 훨씬 크게요. 그렇다면 그럴 경우에도 과연 내가 양심껏
행동할 수 있게 되겠느냐고 생각할 때 그건 어렵겠지요 (음, 그 때 가서
이야기지만은) 네.
  상31: 그 때 가서는 기본적인 양심의 틀은 유지하면서 조금씩 신축성 있게 나갈
수... (양심대로 한다면) 그러니까 양심대로라는 게 문제가 되겠지. 꼭 양심대로
해야 한다는 식으로 '꼭' 자가 붙고 '대로'라고 하게 되면 신축성이 없어지니까
문제가 되겠지. 즉 이거면 이것이고 저것은 저거다라는 식으로 흘러가기 쉽다는
걱정이 나에게 들어요. 양심은 지켜 나가되 행동, 말, 기다림 등의 강도에
있어서는 신축성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일반론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가령 가족관계에 있어서 xx가 살아오는 동안에 형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갈등을 느꼈거나 이런 것은 모순이라든가 서로에게 좋지 않다 또는
부담스럽다 등등의 경험을 (그런 건 거의 없어요)... 아버지에 대한 일반적인
느낌은 어때요? 아버지한테 어떤 느낌이 와요?
  내31: 그저 괜찮고 좋아요. (작은 소리로) (그저 괜찮고 좋아?) 남의 말처럼
그렇네요. (웃으며)
  상32: 아버지의 성품을 묘사한다면? 어떤 분이라고 말할 수 있나?
  내32: 그렇게 다정스럽지는 않지만은 어느 정도 존중은 해주고, 말로
표현하기가 좀 쉽지 않은데요...
  상33: 어렸을 때 아버지 편에서 아들인 xx에게 즐겁게 기분좋게 해주신 일이
뭐예요?
  내33: 그런 건 주로 공부랄까. (공부 잘했을 때, 서울대 입학했을 때든지) 예.
  상34: 내 이야기는 아버지가 xx에게 해주신 일이 뭔가, 공부 잘했다고
칭찬해주신 건가?
  내34: 아, 그러니까 저를 즐겁게 해주신 그런 것 말인가요? (음) 그저 집안
분위기를 시끄럽지 않게 해주신, 집에 가면 편하니까, 그거 말할 수 있지요.
특별히 나를 위해서 하셨다기보다 집안 평화랄까, 화목하게 이루는 것을 저한테
도움을 준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상35: 집안 분위기가 상당히 화목한 모양이지? (네) 그럼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이야기도 좋아요. 아버지가 xx에게 섭섭하게 하고 미흡하게 하신 경험이라든가,
살다보면 그런 게 있기 마련인데...
  내35: 그런 것 별로 없는데요... 아주 어렸을 때는, 국민학교 때요, 잘못했을
때 때리신 경우가 있었거든요. 종아리 같은 데 그 땐 잘못해서 때리신 거니까,
인제... (원망하지 않았고) 잘못했으니 맞는 거니까요.
  상36: 잘못하지도 않았는 데 매맞은 경우나 대우를 잘못 받은 그런 기억이
없다는 이야긴가? (그런 경우가 몇 번...) 꼭 야단맞는 것 뿐만 아니라... (네,
그런 것 좀) 자네네는 형제가 많은 데 동생도 남동생인가? 딸은 없고 4형제이네!
(네) ...아버지와 어머니가 형제간을 편파적으로 대우 않고 골고루 대해 주셨다고
생각해?
  내36: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저를 좀 높이 보시는 경향이, (기대를 많이
하셨다는 말?) 물론 기대도 있지요.
  상37: 높이 보았다는 건 무슨 뜻인가?
  내37: 높이 본다기보다 저를 좀더 낫게 대우한다고 할까. (좋게?) 네.
  상38: 그런 예를 들 수 있나?
  내38: ...남들 앞에서 말함에 있어서 저를 칭찬하는 반면 동생을 약간 ...안
좋게 말한다든가 좀...
  상39: 뭔가 칭찬받을 이유가 있겠지... 의젓했다든가 뭔가 장점이 있었겠지.
  내39: 아니 그렇게 칭찬한 적은 없는데요. 뭐랄까 공부를 잘 한다는 한가지
때문에 그런 거죠.
  상40: 동생은 어느 학교에 다니는데? (xx대 사범대예요.) 그러니까 형하고
동생이 xx대 졸업했거나 재학중인데 xx이는 서울대에 들어오니까 xx에 대한
부모님들의 기대 등으로 해서 자네를 우대하는 식의? (네, 남들 앞에서 자식
자랑하는 식의 그런 것 있잖아요) 그런 때는 기분이 어때요?
  내40: 제 옆에서 직접 하는 건 못 들었는데요, 집안에서 인제 농담식으로 우리
어머니는 xx밖에 (나만) 이야기 안한다고 하는 말 그런 식의... (음) 만약에 남,
내 앞에서 한다면 같이 듣고 있으면 안 좋지요. 옆에 있기가 민망스럽겠죠. 자기
칭찬을 바로 듣는다는 게 그렇잖아요... (8초 침묵)
  상41: 그러니까 가족 중에는 뭐 개인주의랄까 이기주의적인 그런 요소가...
  내41: 그건 못 느끼죠. 그냥 가족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너 나를 따지는 것이
거의 없으니까요.
  상42: 어머님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고 있어?
  내42: ...어머님도 그냥, 보통 어머니.
  상43: 어머니가 '보통' 어머니가 있고 보통이 아닌 어머니가 있나. (같이 웃음)
판단을 묻는 게 아니고 어머니- 했을 때 어떤 걸 느끼나, 무엇이 연상이 되고
어떤 느낌이 전달되는지?
  내43: ...(5초 침묵)
  상44: 나의 경우에는 지금 칠순이 넘으셨는데 나를 위해서 참 고생하신
어머니다, 내가 인제는 뭔가 어머니한테 해드려야겠다 하는... 어머니가 참
착하고 그런 분인데 혹시 행복하시지 않다 하는 그런 생각이 없을까 하는 그런
약간의 걱정이 있다구. '어머니'하고 생각할 때 그게 내 느낌이야... 어머니를
연상할 때 엄마가 좋은 엄마이고 약하고 순진하시고 고생하신 분 하는 연민의 정
같은 것이 있다구. xx 경우는 어떤가?
  내44: 저희가 감정 같은 건 거의 없거든요. 어떨 때 가끔씩 인제 어머니가 좀
어떤 면이 있지 않느냐고 느껴요.
  상45: 그 '어떤'면이란 게 무어예요?
  내45: 그러니까 뭐, 가령 xx에 갔다가 집을 떠나 올 때요. 언젠가 한번은
어머니가 시골 가신다고 버스 정거장에 같이 나왔거든요. 그때 저는 버스에 타
있고 어머니가 내리시고 그 다음에 어머니가 손 흔드실 때요...
  상46: 그걸 말로 표현해 주면 좋겠는데 그 모습이 참... 어떠했다는 느낌인지,
그 모습이?... (5초 침묵) 장면이 나에게 생생하게 연상된다구 아들을 바래다
주고 헤어지면서 엄마가 손을 흔들어 준다는 그 장면은 내가 생각이 드는데 그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는 거지.
  내46: 가슴 뭉클한 어떤 거겠죠.
  상47: 그것 참 실감 있는 이야긴데. 한참 동안 뭉클한 심정의 그 때... 지금
침을 삼키고 있군. (웃음) 사소한 이야기겠지만 xx 처음 (이 방에) 들어와서
이기적인 것, 합리화라고 하는 그런 어떤 철학적인 이야기를 할 때보다는 지금
엄마와 헤어졌을 때의 뭉클한 감정을 느꼈고 그 느낌을 실감 있게 이야기해
주었을 때, 그러고나니까 xx가 더 인간적인 것을 더 이해하겠다 이거야...
  다시 말하면 개인주의가 어떻고 민주주의가 어떻고 하는 도덕이 어떻게 하는
이야기는 내가 수없이 듣고 하는 흔한 이야기다 이거지.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주의적이고 이타주의적이냐 하는 것 등은 논리적인 토론에 불과한데 이제 그
어머니와 헤어질 때 뭉클함을 느꼈다고 말하는 xx의 모습이 나한테 참 크게
절실하게 전달된다는 것이지, 또 친근감이 나고. 아까는 메마른 토론을 하는 것
같더니 xx가 그렇게 웃기도 하고 자기의 심정 세계를 이야기해 주어 고맙기도
하고 대화가 밀도가 있게 되는 것 같고, xx는 어떻게 느끼는지 몰라도... (7초
침묵)
  내47: 그런데 제가 아까 같은 이야기인데요. 그런 이기적인 걸 생각할 때,
심각하게 된 이유가... 그러니까 남녀간의 사랑이에요. 사랑이 뭔지 참
애매한데요. 여기저기 너무 광범위하게 있으니까요. 그런 경우에 있어서 어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할 때요. 저 같은 경우에서 좋아한다라는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든가 남이 나보고 누구를 사랑하라 하면 그럴 수 있다고 긍정하는데요.
내가 현재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거나 남이 나 보고 너는 누구를 사랑하고 있다고
하면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제 자신이 그러질 못한 것
같아요. 사랑이란 말에 대한 어떤 그걸 (네 낱말이 잘 안 들림) 모르겠는데요.
제가 어떤 여자를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할 때, 그것이 또 사랑이라고 표현할 때
여러 가지 감정들을 과연 그 여자를 만나려고 하는 게 그 여자를 위해서냐 그
여자를 위한 것이 뭐가 있느냐는 걸 볼 때, 일단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냐
그러니까 그 여자가 아니고 딴 여자였더라도, 다는 아니지만 다른 여자가 그 여자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볼 때, 그 여자를 어떤 아까 같이 수단이 될지
그렇잖아요. 그런 생각이랄지, 그런 생각을 계속하게 돼요.
  상48: 그런 생각이 자꾸 반복되구 있어요?... (침묵) 내가 요청하고 묻고 싶은
건 xx가 눈에,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나, 진행이 안되도 좋아요, xx에게 직접
관계되는 실례를 가지고 이야기하자구. (네) 아까 그런 개념적인 선에서 나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건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하고도 그런 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되고... 왜냐하면, 내가
그녀를 위해서 내가 사랑한다거나, 나의 수단으로 사랑한다는 말이 다 일리가
있고, 일리가 있으나 전부는 아니지, 상대방도 (이쪽을)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고, 자기의 자아를 만족시켜 주는 동무나 수단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피장파자이다 이거지. (아니 그런데...) 그런 식의 토론은 얼마든지 또 할 수
있는데, 난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그런 예가 있어?
  내48: 그러니까 어떤 여자를 좋아한 경우가 있었죠. 지금도 그런 상태랄까.
근데 과연 그 여자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생각해 볼 때요. 또 그 여자가
이야기가 또 그런 식으로 되는 것 같은데 (아, 그건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
여자가 가령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잘렸다면 내가 그 여자를 계속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느냐? 거의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구요...
  상49: 사랑하지만 결혼이라든가, 자주 만나는 것은 뜸해질 것이다? (네) 사랑의
마음은 남을 수도 있겠지.
  내49: 그런데 그것이 과연 사랑이냐고 생각할 때...
  상50: 사랑이 어떻게 되야 한다고 생각해?... (침묵 4초) 그러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면 한이 없다는 말이지, 사랑이란 걸 어떤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것이 사랑이라 생각해? 완전한 합치점이랄까 24시간 같이 있어야 되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는지... 그래서, 이제 말하는, 사귀는 여성이 여학생입니까? 그
사람하고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 과정 예를 들어 가지고 이야기해 봐. 그 여학생이
어떻게 이야기했고, 어떻게 되었을 때 내게 회의나 갈등이 일어났다든지, 또 어떨
때는 회의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야... (침묵 8초) 사귄지 오래된
사람인가?
  내50: 중학교 동창인데요... 아니 그 이야기를 하자면 국민학교, 중학교
동창이고, 고등학교는 시골서 있었거든요. 고등학교 땐 거의 못 봤죠. 그러니까
(대학에) 입학한 후 가서 만났고 만나보고 그런데 그러니까 이상한데요. 1학년
1학기 때 시험거부가 한창일 때요. 9월달에 실컷 놀다가 공부를 한참 하는데
문제가 안 풀려요.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았어요. 그 때 친구하고 기숙사에
있었는데 애들하고 이야기하다가 그 때 왠지 하여간에 기분이 우울해지고
자신감이 다 없어지고 그랬어요. 그 때 인제 왜 내가 이런 상태에 있게 된가를
원인을 생각해 봤는데요. 문제를 풀다가 그렇게 된 것이니까 학과공부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 그랬었고, 그 다음에 그 때 추석이 좀 지난 때였는데 추석 때
안 내려가서 좀... (쓸쓸하기도 하고?) 네, 그것이 약간 또 걸린 것도 아니냐, 그
다음에 또 인제 이성에 대한 그런 것도 아니냐, 그 옆에 친구들은 무어라 무어라
하는데, 그걸 보고 듣고 하는 데서 뭐 느낀 것 때문인지도. (그래서 전화로
불러냈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는데요. 그건 지금까지도 학과공부 때문에 그런
것이 원인이잖느냐 다른 원인은 있을 게 아니잖느냐고 판단되면서 그 이성문제를
여러 가지 생각하고 그런 상태서 벗어 나려면 이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할 때 또... 어떤 형식적 애인, 형식적이란 말은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생각한 건데요... 그러니까 어떤 형식적이란 말을 어떤 뜻으로
썼는지 저 자신도 잘 모르겠고... 근데 진짜 애인은 아니고 그런 애인이 되어
달라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뭐 (전화를 했어? 만난건가?) xx에 가서 만나서
그랬더니 그런다고 해요.
  상51: 그러니까 말하자면 진짜 애인이 아니고 이성 파트너가 되어 달라?
  내51: 그런 셈이죠. (그래) 그래 가지고 그러니까 참 집에 돌아올 때 가슴이
벅차데요.
  상52: 가슴이 벅차다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는 말인가?
  내52: 그런 거겠죠. 그러다가 그 뒤 한 달 뒤쯤 해서 그거 그만 두자고
했거든요.
  상53: 실제로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그만 두자고 한 것인가...?
  내53: 그저 별로 진행된 거 없이, 앉아서 이야기하고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그런.
  상54: 손목 잡고 키스는 안하고?
  내54: 그런 것은 생각도 못하죠.
  상55: 그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러니까 그냥 말 동무로 그쳤군.
  내55: 그렇죠. 그렇게 그만두고, 그 뒤에도 중학교 동창이니까 안 만날수는
없잖아요. 만나서...
  상56: 그런데 거기서 사랑이란 문제가 어떻게 연결이 되지?
  내56: 그 뒤에 편지를 써 보내면 답장이 안 온다는 말이에요. 그러면 아주
기분이 안 좋고 그런 상태에 있었고, 편지가 한두 번은 왔었을 것이고... (침묵)
계속 더 말씀드려요? (이야기하기가 힘들어?) 네? (이야기하기가 힘들어?)
아니요. 힘들다는 게... 다 이야기하기가 좀 그럴 것 같기도 하고... 1학년 2학기
때 그러고 편지 계속 써 보내는데 답장이 안 오고 해서 기분이 안 좋고, 그 다음
중간고사 끝났고 기말고사가 다가오는데 그 때 시험공부하면서 공부를 안해
놨으니까 또 시험이랑 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거의 찾지 못했고, 그러고...
겨울방학 때 좀 만나고... (침묵 4초)
  상57: 지금은 어때? 그 사람에 대해서.
  내57: 조금 있다가 말씀 드릴께요. 2학년 때 가 가지고, 그... 2학년 때는
편지를 하지 말고 나 자신을 그냥 정리하자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고, 나 자신의
정리기간이랄까, 가만히 있자고 생각하면서, 그러면서도 마지막으로 1학기 말쯤
편지를 썼거든요. 보냈더니 답장이 왔어요. 안할려고 생각했는데, 또 편지써서
보냈어요. (작은 목소리로) 그것이 잘못인지는 몰라도, 그러곤 또 답장이 안 오고
뭐 계속 그런 계속 그런 상태랄까. 기분이 영 아주 안 좋다가... (답장이 오거나
만나면 괜찮고) 만나면 꼭 괜찮다기보다... 하여간 그러다가 편지를 오랫동안 안
쓴 걸 다 보내고 그 뒤에 또 한 번 만나고... 여름방학 때 만나 가지고, 한 번
만나서 헤어지는데 뭐, '앞으로는 연락을 할 방법도 없고 만날 그럴 것도 없다'고
그래요... (튕기는 거구만) 네? (튕겨) (웃음) 그렇죠 그런 식이.
  상58: 그 땐 기분이 나빴나?
  내58: 네 꼭 별로 안 좋았겠죠. (별로 안 좋다니?) 아주 속상하기보다는 어떤
허탈하다고 할까요.
  상59: 하여간 채인 기분이란 것은 허탈하기도 하고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내59: (말을 가로막으며) 그건, 그 때는 그랬고... 그 뒤에 또 얼마 뒤에
만났거든요. (음) 그 때 편지를 써가지고 편지를 전해주고 그리고 만났는데 그
편지가 뭐 그 둘 사이에 관계된 것을 써 가지고 보냈어요. '더 이상 만나기도
싫고 나 자신을 보이기도 싫고...' 그런 시들한 내용을 쓴 편지를 전해주고
갔는데, 그리고 인제 내가 쓴 편지를 다 돌려 받았거든요, 그걸 읽어 봤는데 제가
쓴 걸요, 읽어 보니까 나 인제 나를 만나기 싫고 보기 싫고 그런 게 인제 더
이상은 싫다. 나 자신을 보이는 것이 그렇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런 내가 쓴
편지를 다 읽어 보니까는 모순이 무척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말 했다가
저런 말을...
  상60: 그 여학생을 좋아하는 방향이 있고 싫어하는 방향도 있고.
  내60: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요, 어떤 무책임한 어떤 것이 있었잖느냐.
  상61: xx쪽에서 보면, 어떤 땐 충동적으로 어떤 땐 무책임하게 이야기하다가
또는 다르게, 왔다갔다 했다는 이야기지.
  내61: 책임, 무책임보다... 말이 잘 안 되네요. 그러니까 제가 그런 것들을
보거나 그 때 그 전까지는... 저로 인해서 그 여학생한테는 피해를 주지
않았느냐, 자기는 만나기 싫은데 만나자고 한다든가 그것도 그렇고... 그런 것,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구요. 그 다음에 더 이상 만나기 싫다고 했으니까 그럼
당연히 안 만나야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고.
  상62: 그러나 보고 싶으면.
  내62: 바꾸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죠 (낫다고...) 그런데 그게
여름방학이었는데요. 그 뒤에 계속 못 봤는데, 할 염치도 없구 더구나 그리고
겨울방학이 되어 가지고 어떻게 해 가지고 그 여학생이 휴학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2학년 2학기 때 그래서 내가 만나러 가야 되느냐 안해야 되느냐는
생각이 들고, 휴학한 이유를 들어 보니까 사대를 다녔었는데요, 평범한 여자가
되는 것이 자기의 꿈이 아니었고 학문을 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래서 다른 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휴학을 했다고 해서... 어쨌든 무조건 만나러
갔어요. 만나러 가는 것이 잘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하는 상태였지만.
  상63: 그게 나한테는 좋게 들린다. 이것저것 생각하기만 하는 것보다 우선
만나고 싶다고 할 때는 가서 만났다는 사실이 나에게 좋게 들리는데.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함) 꿍그리고 앉았는 것보다는 여하튼 만나고 보자고 내려갔다면
좋은 거라고 봐.
  내63: 만나기 싫고 보이기 싫다고 한 사람인데 또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상64: 그래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할 때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이
난 좋게 들었다는 거야.
  내64: 근데, 그 마음이 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상65: 항상 그 정도는 아니겠지.
  내65: 근데 마음이 진척될 것이냐는 생각을 할 때... 어쨌건 그랬고 그 때 못
봤거든요. 몇 번을 갔는데 전부 다 못 봤어요. 2월달에 계속 못 보고 올라왔지요.
그랬고, 여기서 생활하는 데 언젠가 편지가 왔어요. 내 말을 누구한테 들어
가지고 (자네가 찾아갔다는 말을?) 아니죠. 그런 줄은 알았는데요. 3월 달에
모임이 있었거든요. 고향 동문회가 있어 가지고 거기에 왔었다는 말을 들어
가지고 편지를 쓰게 됐다고 하는 편지였는데, 그러고 자기가 이사갔다고 자기의
주소와 전화번호 적어주고 그리고 단서를 붙인 게 꼭 할말이 있지 않으면 좀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1년 동안 수험생(재수)이잖아요. 그러니까 꼭 할 말이 있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상66: 그 꼭 할 말이라는 게...?
  내66: 과연 그 꼭 할 말이라는 게 반드시 해야 된다고 하는 말은 없잖을까.
  상67: 그저 만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런 생각인가?... 꼭 그러고
듣고 싶은 말은... 그 사람 편에서는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
  내67: 그깐, 친구이기를 바래고 그런 거죠, 자연스런 사이 결코 애인은 되지
않고...
  상68: 그쪽에서 애인이 아니고 자연스런 친구이기를 원하는 것 같애?
  내68: 네, 그렇게 말은 하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또 마음이란 다를 수도
있지) 그렇다고 생각이 들어요.
  상69: 그게 맞을지도 모르지. 그 다음 xx편에서는 그럼 좋은 친구로 계속
됐으면 좋겠다는 이런 생각인가?
  내69: 근데, 그게 좋겠지만 계속 친구인 것이 과연 내가 그 여자를 만났을 때
친구 사이로 유지하면서 그럴 수 있는가가 어려운 것 같아요.
  상70: 그럴 수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내70: 그깐 친구 사이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과거의
행동에 대한 (과거의 무슨 행동?) 그 여자를 좋아한 걸 사랑까지는 가지는
못하지만 좋아했다는 생각 때문에 만나면 자연스럽게 되지는 못하지 않을까
하는... 물론 그러면서도 지금 내일 아마 만나게 될 거예요.
  상71: 내일 만난다고 하면 어떤 느낌을 가질 것 같아?
  내71: 일단 반갑고... (반갑고) 반갑고 나중엔 뭐 시험공부(?) 하는 것에 대한
그런 이야기가 될 거고...
  상72: 그럼 시간이 이미 다 됐는데 내일 만난다고 하니까 만나고 나서 만나는
과정하고, 만나고 나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리고 여학생과의 솔직한 이야기를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주고 받은 이야기 가운데서 무언가 나한테 의미가 있고
또 정리할 것이 무엇인지를... 나하고 검토해 보지. 단, 내일 만나는 데 만날
때는 가능하면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애. (누구한테요?) 그
사람한테.
  내72: 그럼 (그 사람한테) 부담가지 않아요.
  상73: 그럼 부담되는 것까지 포함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지...
  내73: (침묵 5초)
  상74: 내가 이 이야기를 너한테 하면 네가 부담을 가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라든가. 내가 과거 너를 좋게 생각했는데 그게 사랑인지 아닌지 생각해
보았고, 또 내가 조금 너한테 무책임하기도 했고, 너를 만나러 여러 번 갔을 때
어땠고... 이런 이야기를 솔직히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양심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야.
  내74: 그런데 그런 것이 그 여학생한테 심적인 충격이랄까, 그걸 주어 가지고
좀 계속 안 좋은 상태가 되어 좀 공부를 열심히 못하다든가 하는...
  상75: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 공부하는 데 지장이 혹시 있을까 하고
우려도 있다. 이 이야기도 하는 거지... 그러나 이 얘기를 해주는 것이 너를 가장
존중하는 거고 나를 가장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한다고.
  내75: 그런데 이야기를 안하면 피해를 받게 되지는 안잖아요. 받을지도 안
받을지도 모르고.
  상76: 그러나 만난다는 사실 자체도 그 사람에게 혹 피해나 시간낭비 혹은
혼란을 준다는 생각은 안했어?
  내76: 물론 하나도 안 줄 수는 없지요. 분명히 주겠지요.
  상77: 아까 이야기한 솔직한 이야기가 어떻게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인지
나는 이해가 안 돼.
  내77: ... 그러니까 이럴 수 있잖아요. 자기가 어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
사랑한다고 막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가 편할 수는 없잖을까 하는.
  상78: 자기는 별로 사랑 안하는데 xx가 사랑한다는 제스추어를 보이면 부담을
줄 게 아니냐? (네) 일 리가 있어. 그러나 그런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 못했지?
  내78: 그렇죠. 마음에 (마음 속으로만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그렇지만
편지라든가를 볼 때는 속마음은 어떨지는 모르지만 자기는 친구 사이가 좋다는
식이었으니, 그럴 수가 있지 않을까.
  상79: 있을 수는 있지. 그러나 그렇다고는 이야기 못해. 또 설령 그렇다고 해도
피해를 주고 안 주는 것은 가 봐야 아는 것이고 또 어느 정도 주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이 소화할 일이지, 그렇다고 xx쪽에서 사랑하고 싶은 연애감정을 더...
저쪽에서 xx쪽으로보다는  xx쪽에서 저쪽으로 좋은 감정이 더 있다고 생각하나?
(네, 그렇죠. (작은 목소리로)) 그럼 그 얘기도 하는 거지 뭐, 너한테 공부에
지장을 줄지는 몰라도,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는 내가 너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얘기 너의 공부에 혹시나 지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는, 또
네가 솔직히 이야기해 주니 내 마음 정리가 된다든가 하는 그런 식의 솔직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 자기를 위해서도 그렇고 xx를 위해서 그렇고.
상대방 쪽에서 이야기 하자면 '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사랑한다는 말은 분명히 하지 못하고, 내가 혹 상처를 입을까봐 우물쭈물 하는 게
아니냐' 등의 온갖 추측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게 되지.
  내79: 그러리라고 생각이 안 드는데요.
  상80: 반대로,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하여간 우정, 연애
관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솔직한 이야기야, 가정이 없이. 그리고 상대방이
내가 바라는 것만큼 나를 좋게 생각 안하더라도 기다리고 받아들이는... 정
싫다면 할 수 없는 거고 그런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이지. 내가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어떻게 할 것이라는 등의 가정을 하면...
  (1회 면접의 녹음 끝)
  6. 1회 면접 후 상담자의 검토사항
  (1) 상담자의 의문점
  왜 나이가 든 상담자를 원했는지?
  사귀는 여학생과의 관계(불협화음 등)에 대한 자책감 또는 그녀에 대한 억제된
적개심이 있는가?
  이미 끝나 버린 관계에 대한 미련 및 좌절감, 아니면 성 충동에 대한 통제불능
상태의 의식불안을 주지화하고 있는가?
  내담자의 주지화 현상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은 감정이 있으나
거부반응 가능성에 대한 예기적 불안을 방어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가?
  (2) 상담자, 내담자 반응의 의미 및 적절성이 검토되어야 할 곳: 내30, 상31,
상44, 상46, 내50, 내51, 내57, 내59, 내61, 상63, 내72, 상74 등.
  (3) 내담자 및 상담관계에 대한 상담자의 느낌: 인상적 외모에는 호감이
갔으나, 일반론적, 개념론적 진술에는 답답함을 느꼈으므로 상담자의 역전이
감정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음직.
  (4) 상담자가 생각한 상담과정의 방향
  감정표현의 촉진 등을 통한 내담자 감정의 자율적 수용, 구체적
대인(여성)관계의 탐색 등을 통한 내담자 관념의 현실 검증을 촉진하는 것 등.
  7. 1회 면접 후 사례연구회의에서의 질의와 논평
  질문(1): 이 내담자를 다시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상: 사실은 내담자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 있다. 학생의 '양심론'
논의에 대해 저항심리가 작용해서인 것 같다.
  논평(1): 내담자와의 토론식 면담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담자
모형으로서 단순하고 적극적인 탐색 또는 직면반응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2): 내면적인 문제를 외면화시키고 있는 이 내담자의 태도 때문에 상담자가
애를 먹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미성숙하고 자기공개에 익숙치 않은 내담자의
경우에는 이럴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바로 그런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상담의 초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3): 남자형제만의 가족 출신에다 '이것 아니면 저것'식의 공과 대학생 특유의
사고방식을 감안한다면, 내담자를 그렇게 부담스럽게 볼 필요가 없기도 할
것이다.
  질문(2): 상담의 내용이 '말 장난'의 느낌을 준다. 상담목표가 더 구체화되지
못하고 6하 원칙을 활용하는 등의 적극적 접근이 불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질문(3): 내담자가 보다 솔직한 자기표현을 못한 배경요인을 상담자에 대한
이미지와 느낌에서 찾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 내담자의 문제가 단순하지는 않은
사례로 보이는데..., 내담자가 당초에 40대 이상의 상담자를 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논평(4): 1회 면접에서부터 상담문제가 보다 선명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내담자가 말하는 '피해'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탐색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상담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내담자의
반응양식을 다소 변경시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 또한 면접중의 상호작용
샘플(행동반응 예)을 화제로 삼을 수도 있다고 본다.
  (5): 내담자가 말을 시원하게 하지 않지만 상담실에 왔다는 사실이 보다 '큰
말'이 아닌가? 마음을 선명히 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에 초점을 두어서
진행했어야 된다는 것이다.
  질문(4): 부상(father figure)욕구의 맥락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을지도...
왜 40대 이상의 상담자를 원했었는지를 물어 봤는가?
  (5): 집단상담을 권유해 봤는가? 집단상담을 한 후 개인상담으로 연결할 수도
있지 않은가?
  논평(6): 이성에 관한 것 등 답답하게 느껴진 내담자의 주지화가 문제인
듯한데. 구체화시키려고 했던 상담자의 접근은 결국 상담자의 개인적 욕심에
머무는 것이 아닐지.
  (7): 종합적으로 보면, 상담자의 인격적 대화방식이 내담자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8. 상담과정의 진행
  매주 약속된 지정 시간에 50분~60분씩의 면접이 진행되었고 1, 2, 3회의 녹음
테이프는 내담자가 집에 가지고 감.
  1회 4. 23: (5항의 녹음자료 참조)
  2회 5. 1: 교제하는 여성과의 자기주장 표현의 역할연습(빈 의자 기법):
"그녀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유목별 검토.
  3회 5. 8: 사랑의 '책임'(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등의 관념론에 대한 역설
의도적 지적: '상담은 왜?'에 대해 '사랑에 관련된 이기주의와 양심의 문제를
정리하기 위함이었다'고 함. 내담자가 다음 회에서 상담이 종결되기를 제안.
  4회 5. 15: 인간의 선, 악의 의지(본능)론에 대한 화제로 시작. 내담자의 자기
반성적 숙고적 태도 등을 장점으로 지적. 상담자는 즉시 종결 대신 1개월 후의
재면접을 제안, 동의를 얻고 '상담평가문항'에 응답케 함. (별첨문항 응답내용
참조). 접수 면접시의 심리검사 결과의 요지를 해석해 줌.
  9. 4회 면접 후 내담자 반응
  (상담 및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 - (양식생략으로 해당사항 기재)
  1. 상담을 하고 난 기분은 어떻습니까? 약간 좋다.
  2. 당신은 상담에 얼마나 진지하게 참여했습니까? 매우 진지하였음.
  3. 상담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십니까? 매우 만족
  4. 상담자가 당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약간 이해
  5. 상담자가 상담에 얼마나 진지하게 참여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진지하였음.
  6. 학생생활연구소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어떻습니까? 약간 좋음.
  7. 상담자가 당신을 얼마나 인간적으로 존중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존중함.
  8. 상담에서 당신은 주로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까? ( )

  * 비고
  문항응답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 '망설여진다'(?) "선생님이 옆에 있기
때문이기도"
  상담에의 '매우 만족'이라고 답한 근거?: "어느 정도의 해답을 얻었기 때문",
"지금은 거의 나 자신에 대한 정리가 됐다"

  (내담자의 상담자 평가 질문지)
  다음 항목들은 상담자에 대한 당신의 느낌을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당신의
생각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것에 ㅇ표를 하십시오. (양식생략으로 해당사항
기재)
  1. 주의를 기울인다: 약간 그렇다.
  2. 분석적이다: 매우 그렇다.
  3. 분명하다: 매우 그렇다.
  4. 자신감이 있다: 매우 그렇다.
  5. 경험이 많다: 매우 그렇다.
  6. 전문적이다: 매우 그렇다.
  7. 많이 알고 있다: 매우 그렇다.
  8. 통찰력이 있다: 매우 그렇다.
  9. 지적이다: 매우 그렇다.
  10. 논리적이다: 매우 그렇다.
  11. 노련하다: 매우 그렇다.
  12. 준비가 되어 있다: 약간 그렇다.
  13. 상냥하다: 매우 그렇다.
  14. 이해심이 있다: 매우 그렇다.
  15. 매력적이다: 매우 그렇다.
  16.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약간 그렇다. 매우 그렇다.
  17. 인상이 밝다: 약간 그렇다. 매우 그렇다.
  18. 친밀감이 느껴진다: 매우 그렇다.
  19. 일체감이 느껴진다: 매우 그렇다.
  20. 열의가 있다: 매우 그렇다.
  21. 우호적이다: 매우 그렇다.
  22. 호감이 간다: 매우 그렇다.
  23. 사교적이다: 매우 그렇다.
  24. 온화하다: 매우 그렇다.
  25. 비밀을 지킨다: 매우 그렇다.
  26. 의존할 만하다: 매우 그렇다.
  27. 정직하다: 매우 그렇다.
  28. 개방적이다: 매우 그렇다.
  29. 믿을 만하다: 매우 그렇다.
  30. 존경할 만하다: 매우 그렇다.
  31. 책임감이 있다: 매우 그렇다.
  32. 사심이 없다: 매우 그렇다.
  33. 진지하다: 매우 그렇다.
  34. 솔직하다: 매우 그렇다.
  35. 진실하다: 매우 그렇다.
  36. 편견이 없다: 매우 그렇다.

  (사례 9)를 읽고
  첫 회기는 전반적으로 매우 지루하고 답답하게 진행이 되었다. 내담자는 자신이
상담을 받겠다고 결정을 내리게 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을 회피한 채, 계속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생각만을 늘어 놓고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논리적인 토론을 중지하고 내담자가 처해 있는 구체적인 어려움을
탐색하려고 시도하나 번번히 내담자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1회 축어록의 초반부(상1~상45)는 거의 논리적인 토론으로 진행이 되나,
중반부부터는 상담자가 화제의 방향을 정해 줌으로써 좀더 구체적인 얘기로
진행이 된다. 그런데 상담자의 이런 노력(예를 들어, 상48, 상50)이 내담자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
  중반부부터 내담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상담자와 토론한다. 여기서도 역시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담자의
구체적인 탐색과 명료화에 의해 내담자가 해결하고는 싶었지만 꺼내기를 꺼려하는
자신의 이야기가 조금씩 나온다. (내50)과 (내56)의 반응을 볼 때, 내담자는 그가
사귀던 여자친구에게서 받게 될지도 모르는 거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진행시키지 못했으리라는 인상을 받는다.
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있으면서도 그런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그
여자친구에게 받게 될지도 모르는 거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그리고 사랑이 아니라는 것으로 축소시켜 버린 듯하다.
이러한 태도는 이성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인관계에서도 나타나서 대인관계에서
내담자를 위축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내담자는 자신의 상황을
관념화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의 거부에 대해 자신을 방어해 온 듯하다. 따라서
자신의 생활(특히 대인관계)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지 못하고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속시원하게 내보이지 못함으로 해서 스스로도
답답함을 많이 느낄 것이다. 내담자는 이런 문제 때문에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추측된다. (내58)에서 상담자의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대해 '별로 안
좋았겠죠'라고 대답함으로써 자신이 느꼈던 기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객관화를 시킨다. 본 사례에서의 전반적인 내담자의 반응을 볼 때,
상담자는 무엇보다도 내담자의 이야기의 초점을 현실로 끌어들이고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게 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1991년
10월, x대 상담 전공생)

  (사례 9)에서의 연구 문제
  1. 본 사례에서의 내담자와 같이 주지화와 일반화를 하는 내담자에 대해서는
어떤 상담전략이 필요할 것인가?
  2. (상48)과 (상50)의 반응은 화제의 초점을 내담자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끌어 들이기 위해 필요한 반응이지만 내담자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 때 상담자가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하면 내담자에게 그런 압력을 주지 않겠는가?
  3. 본 사례는 4회의 상담으로 종결이 되는데 상담을 연장함으로써 내담자의
보다 심각한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상담이 4회로 종결된 것에서
상담자의 접근방법에서의 문제점은 없는가?
  4. 본 사례에서의 내담자는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제대로 이끌어 가지 못한다.
이런 내담자를 남녀 혼성으로 구성되는 집단상담에 참여시킨다면 어떨 것인가?
  5. 본 사례의 1회 축어록에서 나타난 상담자의 치료적 태도와 촉진적 접근은
어떤 것들인가?

  맺음말
  "상담자는 긴 동토길의 지친 나그네를 동반하는 여행자이다."
  이 사례집에 수록된 9개의 사례들은 모두 두 저자가 직접 상담한 사례들이다.
그 중 (사례 7)과 (사례 9)는 이장호가, 그리고 나머지 7개 사례는 최윤미가
상담하였다. 두 저자가 같이 책을 내게 된 배경은, 선임 저자가 후임 저자의
사례들에 관한 '교육지도'를 한다는 명분으로 1년 이상 같이 공부를 하는 가운데,
두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 우정과 '함께 하는 상담적 호흡'에서 출발되었다. 즉,
'나' 아닌 '남'을 이해하고 도움을 준다는 과정이 얼마나 어렵다는 사실을, 두
사람이 실제로 경험한 자기 사례들에서 다시금 공감하면서, 이른바 '상담자들'인
우리의 인간적 한계와 잠재력을 동시에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우리들은
이러한 성찰을 학습상으로는 교육지도를 포함한 사례연구를 통해서, 그리고
인간적으로는 상담 능력상의 한계와 내담자들의 거의 무한한 자기치유능력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 모두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에 직면하는
노력에서 이룰 수 있음을 믿게 되었다.
  사례기록에서는 상담의 주요 원동력인 상담자의 심리적 자세와 내담자에 대한
면접 외적인 배려와 지원활동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 사례기록의 주요 내용은 대체로 상담자 - 내담자간의 의사소통 자료와 기타
객관적 지표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사례마다 첨부된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과 논평이 결코 상담자들의 인간적 노력을 경시한 평자들 나름의
형식적인 평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저자들의 자기성찰을 더욱
자극하고 앞으로의 노력을 격려해 준 것으로 믿으며, 이 자극과 격려에 힘입어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보기로 한다.
  다시 말하지만, 사례연구에서의 교육지도와 선후배 상담자들의 인간적 지지는
우리들의 성장을 위한 주요 영양소일 것이다. 끝으로 저자들과 여러 번
공부마당을 함께 한 동학 두 분의 '교육지도를 받은 소감'과 사례연구자로서의
경험담을 아래에 소개하면서 끝맺고자 한다.

  [교육지도를 받은 소감]
  상담할 때에는 언제나 마음은 앞서도 방법을 몰라 답답하고 그래서 자신이
무능한 것 같아 개운하지 못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귀한 시간을 할애하여 주시고
답답한(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한회 한회 공부를 하면 더 할수록 처음의 우리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생각됩니다) 저희들을 이끌어 주셔서 얼마나 많은 자유를
저희들에게 주셨는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꽉막힌 상담의 길에 교수님은 언제나 새로운 출입문을 열어 주시어서, 언제나
감탄하고 신기합니다.
  고도의 신경을 쓰셔야 되는 섬세한 상담작업이지만... 사람들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 제 주위에 계신 분들의 마음의 평화와 안식에 씨앗이 되어 주소서!
하는 바램을 갖고 1991년을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현표, 중앙교육평가원)

  한 사례연구자의 경험
  얼마 전 평소 상담을 잘 하는 것으로 평판이 나 있는 선배 한분에게 상담을
잘하는 비결을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대답은 '수퍼비전(교육지도)을 열심히 받는
것'이었다. 수퍼비전은 개인적으로 받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사례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여 지도받는, '사례연구회' 같은 성격을 띠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이 자리는 지도교수뿐 아니라 선배, 동료,
후배가 지켜보는 가운데 축어록이라는 이미 움직일 수 없는 물증과 함께 도마
위에 올라가는(?) 스릴 넘치는 자리이다. 물론 평소 그 모임의 분위기가 어떠냐에
따라서, 또 예전의 발표 때 받은 평가가 어떠했는가에 따라서 사례발표자가
느끼는 그 스릴의 종류와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상담의 경험이 얕은
초심자 중에서, '나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드디어 왔으니 기쁨으로 가슴이
설레인다'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사례연구는 상담자가 전문적으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며, 실제 이러한
경험은 책에서 얻을 수 없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나 얻는 것이 많은 만큼
투자해야 할 노력 또한 상당하다. 우선 축어록을 만드는 일부터 고달프다. 한
시간의 상담내용을 축어록으로 만들려면 하룻밤을 꼬박 새워도 부족하다. 플레이,
스톱, 리와인드, 스톱, 플레이... 밤새도록 녹음기와 씨름을 해도 아직 많은
분량이 남아 있다. 또 풀어낸 것을 읽기 좋게 워드프로세서에 입력하고 프린터로
뽑아내고 복사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담자의 특성, 심리검사 결과,
전회기까지의 요약, 지도받고자 하는 내용 등도 잘 정리하여 축어록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애를 써서 발표준비를 마치고 수퍼비전 시간을 기다린다.
(실제로는 시간에 쫓기면서 준비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기다리는 경우는 별로
없고, 발표시간에 맞추어서 따뜻하게 잘 구워진(?), 즉 복사기에서 막 복사되어
나온 축어록을 급하게 돌리는 경우가 많다.)
  발표시간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녹음된 것을 들으면서 축어록을 검토한다.
상담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하여, 상담목표와 앞으로의 상담전략에 대하여, 또한
상담자 반응의 적절성에 대하여 많은 지적을 받고 새로운 대안을 찾게 된다.
때로는 지도자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고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과분한 평가에 내심 기고만장해지기도 하는데, 보통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골고루 지적 받게 된다. 때때로 지도자 없이 비슷한 수준의 동료들과 토론을
벌이는 경우도 있게 되는데, 지도자의 권위에 눌려 별 말이 없던 사람들이 아주
활발하게 토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도 그 나름대로 유익한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수퍼비전 시간에 지적되는 내용들을 발표자가 그 자리에서 모두 다 소화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보통 그 내용을 녹음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들어보아야 한다. 상담을 공부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은 우선 배우고자 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지도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신의 사례뿐
아니라 다른 상담자의 사례, 특히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선배들의 상담내용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것이 매우 유익한 것 같다. 따라서 사례연구회에는 가능하면
자주 참석해서 토론되는 내용들을 자신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상담자도 나름대로의 인간적인 약점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격려와 사랑이
필요한 존재이다. 상담의 길이 어렵고 고달파 보일 때, 포기하고 싶을 때, 같이
사례연구를 하며 갑론을박하던 동료들의 격려와 정서적인 지원은 매우 소중하다.
이들로부터 받는 사랑은 새로운 힘과 용기를 준다. 이것은 사례연구의 또 다른
유익이다. (정남운,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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